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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운전기사의 얼굴에 침을 뱉고, 물이 담긴 플라스틱 컵을 운전기사에게 집어 던졌다. 사다리를 걷어차 사다리에서 작업 중인 직원이 쓰러져 다치게 했다.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사진)의 공소장에 적혀 있는 ‘갑질’ 사례들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신응석)가 작성한 공소장에는 이 전 이사장이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에게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23차례에 걸쳐 사소한 이유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하거나 물건을 던진 구체적인 정황이 적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2013년 4월 약속장소에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좌회전을 하고 있던 운전기사 A 씨에게 “××새끼야 너 때문에 늦었잖아”라고 욕설을 하며 운전석 시트를 발로 찼다. 이어 A 씨의 얼굴에 침을 뱉은 뒤 A 씨에게 “우측에 차 세워 ×새끼야”라고 소리쳤다. 2013년 10월엔 이 전 이사장은 가사도우미 B 씨가 자택 지하 1층 정원에서 화초의 줄 간격을 못 맞춘다는 이유로 “너는 초등학교도 안 나와서 줄도 못 맞추냐”며 꽃을 포기째 뽑아 던졌다. 2016년 5월엔 가사도우미 C 씨가 자택 주방 쪽문에 구두를 두었다는 이유로 “×새끼야 누가 여기에 냄새나는 것을 놔두라 했냐”며 구두를 던져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 이 전 이사장은 생강을 충분히 사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사도우미를 무릎 꿇게 한 뒤 책을 던져 왼쪽 눈 부위를 맞혔다.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 중인 직원의 사다리를 발로 차 직원이 떨어져 다치게 한 적도 있었다. 이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기소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아이돌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 씨(28·여)에게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그의 전 남자친구 최모 씨(28)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박은정)은 30일 최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씨에게 상해를 입힌 구 씨는 기소 유예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 빌라에서 구 씨와 다투다가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가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다. 최 씨는 또 지난해 8월경 구 씨의 허락 없이 그의 등과 다리 부위를 사진으로 찍은 혐의도 받고 있다. 최 씨는 한 연예전문지에 “구하라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겠다”며 연락을 취했지만 실제 사진과 동영상은 보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 씨의 얼굴을 손으로 긁어 상처를 입힌 구 씨에 대해선 △최 씨가 구 씨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다리를 걷어차 싸움이 시작된 점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기소 유예했다. 당초 최 씨가 “구 씨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일방적으로 (나를)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양 측의 폭로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 씨가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하며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돼 사건은 반전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사진과 동영상이 제3자에게 유출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이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대비해 판사 출신의 이상원 변호사(50)를 선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11년 판사 경력의 이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1999년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같은 법원에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경남고등학교 선배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80·수감 중)의 변호도 맡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과 김 전 실장 둘 다 이 변호사가 변호하게 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박철언 전 의원의 사위로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변호인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확보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에 대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첩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등과 관련된 지시가 다수 기록돼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24일부터 오후 9시 반 취침, 오전 6시 반 기상 등 구치소가 정해 놓은 일과를 그대로 따르면서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에 구속이 합당한지를 다시 판단해 달라고 하는 구속적부심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불구속 재판이 어렵다고 판단해 재판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속 수감 사흘째인 26일은 양 전 대법원장의 71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고 한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 기자}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 구속 수감 직후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해서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를 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 확보는 수사 절차상의 과정이며, 양 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야 수사가 마무리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은 전·현직 판사를 상대로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법정 2라운드’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검사를 대부분 공소유지에 투입할 계획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간략하게 밝혔다. 지난해 6월 18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220일 만에 최종책임자를 구속시켰지만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데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윤 지검장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수사에 대해 “법원을 죽이려는 수사가 아니다. 법원을 살리기 위한 수사다. 법원이 무너지면 검찰도 무너진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달 중순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만큼 형사 처벌되는 전·현직 법관들의 범위는 다소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24일 오전 구속 수감됐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전직 행정부 수장인 이명박(78) 박근혜 전 대통령(67)에 이어 전직 사법부 수장까지 수의(囚衣)를 입고 수감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는 이날 오전 1시 57분경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6.56m²(약 1.9평) 독방에 수감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르면 25일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직 사법부 수장 구속에 대해 두 차례 허리를 굽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3초간 허리를 굽혔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 그것만이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다시 한번 2초간 허리를 굽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재판 개입 등의 혐의를 받는 전·현직 판사들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공소유지에 검사 30여 명을 투입할 계획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23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의 범죄 사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 개입 등 40여 가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약 5시간 반 동안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청와대 요청에 따라 강제징용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등 재판에 개입하고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전면 부인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재판부에 주장했다. 또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후배 법관들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후배 법관이) 내 발언을 적었다는 수첩 내용은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어 사법연수원 25기 후배인 명 부장판사에게 “나는 모함을 받았다. 이렇게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게 수치스럽다”고 호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가 끝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6.56m²(약 1.9평) 크기의 독방에서 대기했다. 또 재판 개입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62)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재판 거래니 사법농단이니 하는 선동성 신조어가 세상을 세뇌시키는 게 아픈 현실”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24일 구속됐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건 처음이다. 지난해 6월 18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220일 만이다. 그는 이날 오전 1시 57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의 범죄 사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 개입 등 40여 가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23일 영장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청와대 요청에 따라 강제징용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등 재판에 개입하고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전면 부인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주의 우려가 없고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어 “나는 모함을 받았다. 이렇게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게 수치스럽다”고 호소했지만 사법연수원 25기 후배인 명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6.56㎡(약 1.9평) 크기 독방에서 대기하다 구속 수감됐다. 반면 재판 개입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62)의 영장은 다시 기각됐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5·27기)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으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박병대 전 대법관(62)이 재직 당시 고등학교 동문 후배로부터 사건 재판을 맡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무죄 확정 판결에 관여한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박 전 대법관의 고교 후배인 투자자문업체 A사 대표 B 씨(61)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탈세 사건 상고심 재판을 맡아달라는 취지로 박 전 대법관에게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B 씨는 2011년 8월 법인세 28억5000여만 원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로 검찰에 기소됐고,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자 박 전 대법관에게 사건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건은 박 전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1부에 배당됐고, 주심인 고영한 전 대법관(64)은 2013년 11월 1, 2심 선고대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회피해야 하는 사건을 자신이 속한 대법원 소부에 배당한 뒤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18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 씨가 1, 2심 재판을 받는 동안 박 전 대법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무단 접속해 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봐준 혐의(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를 두 번째 영장 범죄사실에 추가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B 씨를 대법관 재직 당시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재판 상담을 해줄 정도로 가까운 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B 씨는 조세포탈 사건 외에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었는데, 박 전 대법관은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재임 때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B 씨 사건 관련 보고서를 수십 차례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7년 3월 퇴직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이 A사 고문 자리를 얻은 배경에도 박 전 대법관의 부탁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일정은 21일 영장전담 판사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법원 안팎에선 23일 실질심사가 거론되고 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검찰이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처음이다. 지난해 6월 18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214일 만에 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에 개입하고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에 반대한 법관들을 뒷조사하고 불이익을 주는 데 활용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사실은 40여 가지다. 구속영장 분량은 A4용지 260쪽에 달한다. 검찰이 이 사건의 ‘핵심적 중간 책임자’로 지목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구속영장(234쪽)보다 더 많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징용 소송 지연 등 가장 심각한 핵심 범죄 혐의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지시나 보고를 받는 걸 넘어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것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양 전 대법원장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뒷받침하는 전·현직 판사들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그의 지시를 받은 임 전 차장이 구속됐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62)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직한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했던 박 전 대법관 영장의 범죄 사실은 강제징용 소송 지연 개입 등 30여 가지다. 검찰은 영장 기각 이후 임 전 차장 등과의 공모 증거를 보강했고, 2015년 정의당 서기호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과 함께 영장이 기각됐던 고영한 전 대법관(64)의 경우 일부 혐의를 시인했고, 범죄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을 판사와 심사 일정을 21일 정할 예정이다. 영장심사는 22일 또는 23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 심사 전 법원 ‘포토라인’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영장실질심사엔 참석하겠다. 법원 앞 ‘포토라인’에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겠다.” 18일 오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약 3시간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최정숙 변호사를 통해 취재진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연수원 기수로 24∼26년 후배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직접 불구속 재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 출석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첫 검찰 출석 때 검찰 포토라인을 거부했지만 검찰의 신문에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추가 소환에도 응하는 등 형사사법 절차를 지켜왔다.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양 전 대법원장이 36시간 넘게 열람한 것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법정에서 방어 논리를 세우기 위한 준비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당시에 준해 청사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심사 기일이 잡히면 집회신고 상황 등을 고려해 청사 통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 당일 저녁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예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17일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을 마무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경부터 밤늦게까지 14, 15일 조사에 대한 신문조서를 검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와 조서 열람을 이유로 모두 다섯 차례 검찰청사를 찾았다. 검찰은 11, 14, 1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양 전 대법원장이 연루된 40여 가지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한 만큼 추가 소환 조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조서 열람에 공을 들이면서 예상보다 신병 처리 일정이 지체됐지만 검찰은 더이상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르면 18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던 박병대 전 대법관(62)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고영한 전 대법관(64)은 박 전 대법관과 비교해 공모 관계가 약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찰이 18일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1일 또는 22일 열릴 가능성이 높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신병 처리가 마무리되더라도 검찰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 등 재판 개입 관련 법원 외부 인사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 문제는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수사 이후 충분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민원’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사진)이 2015년 5월 당시 국회 파견 근무 중이던 부장판사를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불러 지인의 ‘재판 민원’을 구체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5년 5월 18일 김모 부장판사에게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의 아들 사건을 언급하며 “죄명을 공연음란죄로 바꾸고,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 의원을 만난 당일 임 전 차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상세히 보고했다. 서 의원의 지인 아들 이모 씨는 2014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피해 여성에게 1m 앞까지 접근해 바지를 내리고, 양팔로 껴안으려 한 혐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이 씨는 징역형 선고 가능성이 높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서 의원은 1심 선고 사흘 전에 부장판사를 불러 선처를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김 부장판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다음 날 당시 문모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고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변론 재개 및 기일 연기를 신청하면 받아주도록 담당 재판부에 전달해 달라”고 했다. 문 법원장은 담당 판사인 박모 판사를 집무실로 불러 “내가 이런 거는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법원행정처 요청을 전달했다. 임 전 차장은 또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시켜 박 판사가 속한 재정합의부 재판장에게도 민원을 전달했다. 박 판사는 죄명을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의 이메일을 확보한 뒤 연루 판사들로부터 재판 민원이 전달된 사실을 시인받았다. 출석 요구에 서 의원이 불응하면서 검찰은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검찰은 서 의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불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서 의원은 16일 확대간부회의에 불참한 채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 “죄명을 바꿔 달라거나 벌금형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 외에는 추가로 입장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하기로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유근형 기자}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을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한 건 11일 1차 소환 조사와 진술 조서 열람을 위한 12일 출석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9시까지 11시간 반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등의 지위확인 행정소송 재판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수집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조사에서도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한 일이어서 알지 못한다”며 의혹 연루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차 조사를 받은 뒤 이튿날 다시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넘게 조서 열람을 한 것처럼 이번에도 남은 조사와 조서 열람을 위해 한 차례 더 검찰에 비공개 출석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1차 진술 조서는 A4용지 170여 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에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구속하지 않을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별수사팀 내부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 초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62), 고영한 전 대법관(64)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 중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전면 부인이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 입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나는 모른다”고 진술한 게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두 전직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11일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18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후 207일 만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사법부 71년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인 이날 오전 9시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또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부당한 인사 개입 및 재판 개입을 부인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또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이 각자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이 관여했다고 보는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혹 40여 가지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약 5분간 기자회견을 한 양 전 대법원장은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이 기다리던 포토라인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15층 특별조사실로 올라갔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개입한 의혹을 먼저 조사했다. 또 그가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에 반대한 법관들을 뒷조사해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든 뒤 인사 불이익을 줬는지도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이 안 난다”, “실무진이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검찰은 이르면 13일 양 전 대법원장을 한 차례 비공개 소환한 뒤 다음 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한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은 취임사에서 “오랜 세월 사법부의 닫힌 성 안에 안주하여 사회 변화와 시대정신을 외면해 왔던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무릇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사법부의 혁신을 촉구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 기자}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11일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 표명을 한 것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며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습니다”라며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 및 부당한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선 “(재판 개입이 없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의 첫 검찰 출석을 염두에 둔 듯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국민 성명서를 읽은 뒤 차량을 이용해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10분 경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 질문에 응하지 않고 곧장 청사로 들어간 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5층 조사실로 들어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팀장인 한동훈 3차장검사와 티타임을 가진 뒤 바로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개입 의호글 시작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재판거래 등 40여개 의혹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오래 근무한 대법원 청사 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대법원 정문 앞에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와 시민단체 관계자와 취재진 등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쳐놓고 통제하면서 불미스러운 사고나 실랑이는 벌어지지 않았다. 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대법원이 10일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청사 안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의 요구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경 대법원 청사 안이 아닌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차량으로 이동해 30분 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로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법률대리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10일 오후 대법원을 방문해 청사 경비 담당자와 협의했지만 “청사 안 기자회견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앞서 법원행정처는 비공개회의를 열어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청사 안 기자회견을 거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조사 전 ‘대법원 기자회견’을 놓고 ‘전·현직 대법원장의 충돌’ 가능성 등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법원행정처가 이를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강행하기로 해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대법원 주변에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등이 11일 집회 신고를 했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 조합원 50명은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경내 진입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7일 고영한 전 대법관(64)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2017년 3월경 대법원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병대 전 대법관(62)은 이르면 8일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4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사건의 주심인 김용덕 전 대법관(61)에게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이 반발할 것”이라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한 정황을 확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의견을 제시한 뒤 강제징용 재상고심을 담당한 재판연구관이 원심을 파기하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점 등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증거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또 검찰은 권순일(60) 이동원(56) 노정희 대법관(56) 등 현직 대법관 3명에 대한 참고인 신분 서면조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대법관 3명은 지난해 검찰로부터 서면조사를 처음 통보받은 뒤 검찰에 여러 차례에 걸쳐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대법관의 첫 서면답변서에 검찰이 보충 질의를 하면 대법관이 다시 답변을 보강하는 형태로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관련 보고서 등을 본 사실이 없다”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 대법관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등의 지위확인 행정소송 하급심 재판장 시절 법원행정처로부터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판결은 이와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61) 등 법원장급 3, 4명 정도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며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이호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하던 대법원 소부(小部) 재판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중이던 2013년 8월 소송 원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피고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재상고심 사건이 대법원 2부에 배당됐다. 10개월 뒤 주심을 김용덕 전 대법관(61)이 맡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이 김 전 대법관에게 “강제징용 판결이 원고 승소 그대로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이 재판 대상이 돼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소부 사건에 부당하게 직접 개입한 핵심 사례로 보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결국 2018년 1월 퇴임할 때까지 소송의 결론을 내지 않았다. 앞서 2013년 12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80·수감 중)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65) 등을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소송 지연 계획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 내용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재판 개입 등 40여 가지 의혹을 조사할 계획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진)을 11일 공개 소환한다. 지난해 6월 18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207일 만이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을 11일 오전 9시 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공소장에 기재된 40여 개 범죄사실에 관여한 최종 책임자로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지시한 정황 증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4∼2016년 상고법원 신설을 추진하면서 임 전 차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62) 고영한 전 대법관(64)에게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법원에서 심리 중일 때 피고 측인 일본 기업 법률대리인과 여러 차례 만나 재판 지연 전략을 논의했다. 또 상고법원 추진에 비판적인 일선 판사들의 재산명세와 교우관계 등 동향을 파악한 뒤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등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하기 전에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임 전 차장과의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정성택 기자}

“대법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한 적이 없다.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거래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은 지난해 6월 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 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 달 18일부터 7개월 가까이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재판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한 검찰의 결론은 그의 입장과는 큰 차이가 난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11일 오전 9시 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고 통보한 것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상당수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林 공소장에만 168회 나와 지난해 11월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의 공소장에는 40여 개 범죄사실이 적시돼 있다. 검찰은 이 공소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공소장 범죄사실 부분에만 양 전 대법원장의 이름이 168회 나온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다수 확보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임 전 차장이 2016년 9월 당시 외교부 차관과의 면담을 앞두고,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강제징용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부분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관련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겨 2012년 6월 원고 승소 취지의 대법원 소부 결론을 뒤집으려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당시 청와대의 협조를 끌어내고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화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한 현직 판사를 사찰한 뒤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도 양 전 대법원장의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대법원장까지 포토라인에… ” 침통한 법원 검찰은 조사할 범위가 방대한 만큼 한 차례 조사가 아니라 몇 차례 추가 조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분량 자체가 물리적으로 하루에 끝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의 검찰 조사가 사상 처음이어서 적절한 예우를 고민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병대(62) 고영한(64) 두 전직 대법관이 조사를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15층 조사실에서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사받았던 1001호와 달리 15층 조사실에는 응급용 침대 등은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맞서 자신의 사돈인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75)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 변호사(52·여)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개 소환 소식에 법원은 침통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도 모자라 전직 대법원장까지 포토라인에 세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법원의 권위가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