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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전국 5만여 개의 공중화장실에서 상시 몰카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해외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외국 사이트에 유포된 몰카 영상 삭제도 추진한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민갑룡 경찰청 차장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반(反)문명적 몰카범죄 엄단’을 위한 정부 합동 담화를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1회성에 그치던 몰카 단속을 이달부터 상시적으로 진행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합동점검반이 수시로 점검에 나선다. 행안부는 탐지기 보급을 위해 특별교부세 5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이달 26일까지 불법촬영물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1200여 명의 단속 인력을 투입해 불법촬영물 공급자를 단속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 중 일부는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었다.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체에 등록제를 도입하고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판매이력을 관리한다는 방안은 지난해 9월 26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보고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50억 원의 특별재원으로 몰카 탐지기를 대량 확보한다는 방안도 실효성 논란이 있다. 과거 경찰의 공공장소 점검에서 몰카가 한 개도 발견되지 않은 적이 있는 데다 전국의 공중화장실과 민간건물의 화장실이 수십만 개에 이른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수십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야생동식물의 보고가 된 비무장지대(DMZ)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67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가운데 37.8%가 DMZ에 살고 있다. 그만큼 DMZ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중요 서식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생태원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부해안과 동부산악, 서부평야 등 DMZ 일대 3개 권역의 생태계를 조사한 자료와 1974년부터 누적된 조사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DMZ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 가운데 1급(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은 총 18종으로 △사향노루와 산양 등 포유류 6종 △두루미와 검독수리 등 조류 10종 △수원청개구리(양서류) △흰수마자(어류) 등이다. △가는동자꽃 △담비 △검은머리물떼새 △금개구리 △가시고기 △대모잠자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 동식물) 83종도 발견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사향노루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도 ‘위급(CR)’으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절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적색목록은 멸종위험 정도에 따라 △절멸 △야생절멸 △위급 △위기 △취약 △준위협 △관심대상 △정보부족 △미평가 등 9개 범주로 동식물을 나눈다. 두루미는 ‘위기(EN)’, 산양과 재두루미는 ‘취약(VU)’으로 분류돼 있다. DMZ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총 5929종이다. 특히 △동부 양구 △고성 △서부 연천 △중부 화천 △철원 일대에 다양한 야생생물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희귀종인 등뿔왕거미가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인 연천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2006년 월악산에서 국내 최초로 보고된 이후 10여 년 만에 발견된 것이다. 종류별로는 △곤충류 2954종 △식물 1926종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417종 △조류 277종 △거미류 138종 △담수어류 136종 △포유류 47종 △양서·파충류 34종 등이다. 전문가들은 DMZ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돼 보존될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병현 유네스코 주재 한국대사는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네스코 내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대사들이 DMZ에 대해 ‘생태계 보전이 잘돼 있어 당장 자연유산으로 등록해도 손색없다’고 극찬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2년 DMZ 가운데 남한 구역에 대해서만 단독으로 생물권 보전지역 선정을 추진했지만 북한 반대로 좌절됐다. 김귀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DMZ에는 다양한 야생생물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습지도 잘 발달돼 있다”며 “보존가치가 높은 핵심지역과 완충지역을 먼저 지정하고 이외 지역에서 경제협력과 관광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의 대기 상황이 세계에서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는 선진국 대도시보다 2배 이상으로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1만3000여 개 도시 가운데 1위였다. 10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m³당 44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었다. 이는 프랑스 파리(21μg), 미국 로스앤젤레스(33μg)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지난해 연평균 m³당 25μg으로 파리(14μg), 로스앤젤레스(14.8μg)보다 높았다. 서울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도 심각했다. 대니얼 모런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서울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76.1±51.8Mt(메가톤·1Mt은 100만 t)으로 세계 1만3000여 개 도시 가운데 가장 많았다. 광저우(2위·272.0±46.2Mt), 상하이(6위·181.0±44.6Mt) 등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밖에 △미국 뉴욕(3위) △홍콩(4위) △로스앤젤레스(5위) △싱가포르(7위)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았다. 이는 연구팀이 소득과 소비형태 등을 근거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해 산출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서울 인구를 계산할 때 수도권 인구까지 포함하는 등 인구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인접 지역도 해당 도시로 분류했기 때문에 지역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등 4대 암을 모두 잘 치료하는 병원으로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전국에서 81개 병원이 1등급을 받았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4대 암을 치료하는 병원 240여 곳을 대상으로 △암 치료 전문 의사 구성 여부 △수술 방사선 항암화학요법 등 적정 치료 여부 △평균 입원일수, 평균 입원진료비 등 20여 개의 평가지표를 활용해 1등급(최상)∼5등급(최하)으로 나눈 결과 상급종합병원 42곳, 종합병원 39곳이 1등급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서울지역이 25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경기권 21곳 △경상권 18곳 △충청권 7곳 △전라권 5곳 △강원권 3곳 △제주권 2곳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암 사망률 1위는 폐암, 암 발생률 1위는 위암이다. 대장암은 발생률과 사망률이 각각 2위와 3위다. 심평원 관계자는 통상 4대 암 중 하나로 여겨지는 간암을 평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표준화된 진료지침이 없고 치료방법이 다양해 등급 부여가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유방암은 여성 암 가운데 발생률이 2위인 데다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번 평가에 포함됐다. 심평원이 ‘4대 암을 모두 잘 치료하는 병원’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암 종류별로 등급을 공개했지만 올해는 4대 암 평가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비슷한 데다 국민의 관심을 고려해 한꺼번에 공개했다는 것이 심평원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명단 공개와 관련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4대 암 가운데 일부 암만 수술하거나 특정 암 치료에 주력하는 병원은 명단 공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각 암별로 기관을 1∼5등급으로 구분한 내용도 참고사항으로 공개한 데다 홈페이지에서도 암별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추후 암 치료 잘하는 병원은 암 종류별로 공개될 예정이다. 자세한 4대 암 적정성 평가 결과는 심평원 홈페이지와 건강정보 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미얀마 사가잉구 총명에 사는 폴론 씨(65)는 음식을 만들 때 ‘3개의 돌’이라 불리는 재래식 스토브(취사용 풍로)를 사용한다. 삼각 구도로 놓인 3개의 벽돌 사이에 땔감 5개를 넣고 불을 지핀 뒤 그 위에 주전자나 냄비를 놓고 끓이는 방식이다. 불씨를 살리기 위해 연신 입으로 바람을 불고 손으로 부채질도 해야 한다. 하지만 폴론 씨와 이웃한 싱트 씨(54·여)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그의 집에는 동그란 화분 모양에 구멍이 뚫린 ‘쿡스토브’가 있었다. 땔감 3개면 불을 지피고 밥을 짓는 데 충분했다. 따로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지 않아도 불씨가 쉽게 살아난다. 싱트 씨는 “예전에는 불붙일 때 연기도 많이 났는데 지금은 연기도 적고 열 효율이 좋으니 조리 시간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 미얀마 온실가스 줄여 국내배출권 확보 쿡스토브를 사용하면 재래식 스토브를 사용할 때보다 땔감 양을 최대 44%를 절감할 수 있다. 재래식을 사용할 때보다 대당 연 1.2t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셈이다. 앞으로 미얀마 사가잉구를 비롯해 건조화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마궤와 만달레이 등 3개 구에서 기존 재래식 스토브 대신 이런 신식 쿡스토브를 사용하는 주민이 늘 것으로 보인다. 5일 세계 환경의날을 맞아 미얀마 정부가 한국의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미얀마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센터가 사업개발을 총괄하고 삼표 한국남동발전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 등 4개 국내기업이 투자비용을 낸다.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쿡스토브 보급 사업이 단순히 좋은 취지의 사회공헌사업이어서만은 아니다. 사업 참여 기업들도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얀마 주민들의 쿡스토브 사용량에 비례해 탄소배출권(CER)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회의 파리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도 195개 당사국 중 한 나라로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 이에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요 기업들에 할당량을 부과하고 그 양보다 적거나 많게 배출하는 기업들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했다. 배출권 없이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하는 기업은 온실가스 1t당 배출권 평균 거래가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발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단시간에 기존 설비를 교체하긴 어려운 일이다.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법은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들고 배출권 확보에 시간도 오래 걸렸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 배출권 시장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올해부터 제도를 정비했다.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하면 그 실적을 국내 상쇄배출권(할당 업체가 외부 사업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했을 때 국내 배출권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쿡스토브 지원은 이렇게 해외 저감량을 국내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1대당 5달러(약 5300원)로 가격이 싼 데다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이 많고, 저감실적이 확연해 배출권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삼표의 송석훈 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시멘트 업종 특성상 탄소 배출을 줄이기 힘들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됐다”며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대응에 사회공헌까지… ‘일석이조’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이런 CDM 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술적·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감축된 온실가스량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과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부와 우리 기업, 기후변화센터의 협약에 따라 쿡스토브는 매년 10만8000대씩 최소 5년간 취약계층에 보급될 예정이다. 특히 해외에서 쿡스토브를 수입해 보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에 거주하는 토기장이들에게 쿡스토브 만드는 법을 전수해 생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지속 가능한 개발 차원에서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쿡스토브를 만드는 주민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재료비와 인건비 전액을 지원받고, 이외의 주민들은 무상으로 쿡스토브를 받는다. 올해 1월부터 쿡스토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총명 주민 에이코 씨(73)는 “예전에는 콩을 팔며 하루에 1만3000차트(약 1만400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쿡스토브 3대씩 만들어 6300차트(약 5040원)를 추가로 벌고 있다”고 말했다. 총명(미얀마)=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김 과장! 거기서 ‘우라’(당구에서 ‘뒤돌려 치기’의 속어)로….”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흡연실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민 40대 남성이 일행에게 소리쳤다.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S당구장은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으로 가득했다. 당구장 안 공기는 담배 연기로 매캐했다. 5m²(약 1.5평) 남짓한 흡연실에 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주 A 씨는 “손님들이 드나들기 불편하다고 해 문을 떼어냈다”고 말했다.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3월 5일부터 금연구역이 됐지만 업주가 원하면 내부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집계해보니 전국 금연구역(PC방, 스크린골프장, 음식점 등) 내 흡연실은 4만2883곳이나 됐다. 흡연자 단체는 “거리에 설치된 흡연실이 40곳(서울 기준)에 불과하다”며 확대를 주장하지만 실제론 금연구역 안에도 이 같은 ‘히든 스모킹 존(숨은 흡연구역)’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쟁 업소에 흡연자 손님을 빼앗기기도, 환기설비에 큰돈을 들이기도 싫은 업주들이 ‘기준 미달’의 흡연실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금연구역 내 흡연실은 △비흡연자가 다니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밀폐되고 △환풍기 등 환기설비를 완비하고 △탁자 등 영업용품 없이 재떨이만 둬야 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25∼29일 금연구역 내 흡연실 30곳을 취재한 결과 11곳이 이 같은 기준을 위반한 상태였다.#유형1. 활짝 열린 흡연실 종로구 S당구장처럼 흡연실 문을 아예 떼어낸 사례는 드물지만 문이 있으나 마나 한 흡연실은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25일 오후 7시경 종로구 A주점은 흡연실의 미닫이문이 닫히지 않게 맥주 통으로 막아두고 있었다. 업주는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청소하려고 열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오후 10시경 다시 찾았을 때도 이 문은 열려 있었다. 서울 강남구 J주점 흡연실은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5cm가량 열려 있는 구조여서 문틈으로 계속 담배 연기가 새어나왔다.#유형2. 휴게실형 흡연실 흡연실에 각종 오락 및 편의 설비를 두는 것도 기준 위반이다. 흡연실을 사실상 영업장으로 활용하거나 흡연자를 오래 붙잡아두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종로구 J스크린골프장은 흡연실 내에 탁자와 소파뿐 아니라 정수기, 커피머신, 바둑판까지 두고 있었다. 강남구 M영화관은 멀티플렉스로선 드물게 흡연실을 두고 있다. 문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환풍기를 여러 대 둔 덕에 담배 연기가 덜 새어나가는 편이었지만 벽에 걸어둔 TV에서 끊임없이 영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유형3. 복도 흡연실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이나 복도, 계단은 흡연실로 쓸 수 없다. 비흡연자가 수시로 지나다닐 수 있어서다. 강남구의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A주점은 흡연실을 설치하는 대신에 보란 듯이 입구 앞 복도에 재떨이를 두고 사실상 흡연실로 운영했다. 술집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담배 연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것이다. V커피숍은 흡연실이 어딘지 묻는 손님들을 비상계단으로 안내했다. 계단 한쪽엔 재떨이와 함께 쓰레기봉투 등 인화물질이 쌓여 있었다. 화재 시 대피로로 사용해야 할 비상계단이 화재를 일으킬 위험으로 가득한 셈이다. 현행법상 흡연실 시설기준을 어기면 처음엔 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적발되면 과태료를 17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물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시설기준 위반으로 과태료를 문 흡연실은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 1995년 9월 이후로 단 1곳도 없다.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의 조치를 749건 내린 게 전부다. 서울의 한 자치구의 단속원은 “과태료를 물린 전례가 없고 액수도 큰 편이어서 과태료 부과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실내 흡연실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폐쇄된 형태의 실내 흡연실은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간접흡연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은 “지붕과 벽면이 절반 이상 개방된 야외에만 흡연구역을 설치하되 국가 금연 지원 서비스 안내문과 금연 홍보 문구를 반드시 내걸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김 과장! 거기서 우라(당구에서 ‘뒤돌려치기’의 속어)로….”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흡연실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민 40대 남성이 일행에게 소리쳤다.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S당구장은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으로 가득했다. 당구장 안 공기는 담배 연기로 매캐했다. 5㎡(약 1.5평) 남짓한 흡연실에 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주 A 씨는 “손님들이 드나들기 불편하다고 해 문을 떼어냈다”고 말했다.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3월 5일부터 금연구역이 됐지만 업주가 원하면 내부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집계해보니 전국 금연구역(PC방, 스크린골프장, 음식점 등) 내 흡연실은 4만2883곳이나 됐다. 흡연자 단체는 “거리에 설치된 흡연실이 40곳(서울 기준)에 불과하다”며 확대를 주장하지만 실제론 금연구역 안에도 이 같은 ‘히든 스모킹 존(숨은 흡연구역)’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쟁업소에 흡연자 손님을 빼앗기기도, 환기설비에 큰 돈을 들이기도 싫은 업주들이 ‘기준 미달’의 흡연실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금연구역 내 흡연실은 △비흡연자가 다니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밀폐되고 △환풍기 등 환기설비를 완비하고 △탁자 등 영업용품 없이 재떨이만 둬야 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25~29일 금연구역 내 흡연실 30곳을 취재한 결과 11곳이 이 같은 기준을 위반한 상태였다.#유형1. 활짝 열린 흡연실 종로구 S당구장처럼 흡연실 문을 아예 떼어내는 사례는 드물지만 문이 있으나 마나한 흡연실은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25일 오후 7시경 종로구 A주점은 흡연실의 미닫이문이 닫히지 않게 맥주통으로 막아두고 있었다. 업주는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청소하려고 열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오후 10시경 다시 찾았을 때도 이 문은 열려 있었다. 서울 강남구 J주점 흡연실은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5㎝가량 열려있는 구조여서 문틈으로 계속 담배 연기가 새어나왔다.#유형2. 휴게실형 흡연실 흡연실에 각종 오락 및 편의 설비를 두는 것도 기준 위반이다. 흡연실을 사실상 영업장으로 활용하거나 흡연자를 오래 붙잡아두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종로구 J스크린골프장은 흡연실 내에 탁자와 소파뿐 아니라 정수기, 커피머신, 바둑판까지 두고 있었다. 강남구 M영화관은 멀티플렉스로선 드물게 흡연실을 두고 있다. 문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환풍기를 여러 대 둔 덕에 담배 연기가 덜 새어나가는 편이었지만 벽에 걸어둔 TV에서 끊임없이 영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유형3. 복도 흡연실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이나 복도, 계단은 흡연실로 쓸 수 없다. 비흡연자가 수시로 지나다닐 수 있어서다. 강남구의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A주점은 흡연실을 설치하는 대신 보란 듯이 입구 앞 복도에 재떨이를 두고 사실상 흡연실로 운영했다. 술집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담배 연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것이다. V커피숍은 흡연실이 어딘지 묻는 손님들을 비상계단으로 안내했다. 계단 한 쪽엔 재떨이와 함께 쓰레기봉투 등 인화물질이 쌓여 있었다. 화재 시 대피로로 사용해야 할 비상계단이 화재를 일으킬 위험으로 가득한 셈이다. 현행법상 흡연실 시설기준을 어기면 처음엔 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적발되면 과태료를 17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물리도록 돼있다. 하지만 시설기준 위반으로 과태료를 문 흡연실은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 1995년 9월 이후로 단 1곳도 없다.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의 조치를 749건 내린 게 전부다. 서울의 한 자치구의 단속원은 “과태료를 물린 전례가 없고 액수도 큰 편이어서 과태료 부과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실내 흡연실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폐쇄된 형태의 실내 흡연실은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간접흡연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은 “지붕과 벽면이 절반 이상 개방된 야외에만 흡연구역을 설치하되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안내문과 금연 홍보 문구를 반드시 내걸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태풍급 환기로도 흡연실 연기 못 막아” ▼실내 흡연실을 잘 관리하면 간접흡연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 1개비 분량의 유해물질을 완전히 빼내려면 최고 강도의 태풍(초속 44m 이상)급 환기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외부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음압(陰壓) 격리실이라 해도 간접흡연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PC방이나 주점 등이 이런 시설을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흡연실에 외부와 분리된 공기배출 시설을 갖춰도 간접흡연을 막을 수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를 토대로 “간접흡연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담배 없는 환경’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다수의 흡연자가 담배를 피운 뒤 연기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곧장 흡연실에서 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환기설비가 아무리 강력해도 연기 유출을 막을 수는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 환경건강연구소는 2003년 실험 결과 흡연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흡연실 내부 공기가 최대 10%씩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제31회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이 같은 간접흡연의 폐해를 담은 슬로건 ‘흡연, 스스로를 죽이고 타인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담배로 인해 숨지는 사람이 국내에서만 하루 159명꼴(2012년 기준)이고, 그 중 일부는 비흡연자라는 뜻이다. 이날부터 방영될 새 금연광고에서는 담배를 살인자로 의인화해 묘사했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 추세에 맞춰 장기적으로 실내 흡연실을 모두 없앨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편의점에 들어가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계산대다. 그 뒤에는 화려한 색상의 담배가 진열돼 있다. 보지 않으려고 해도 눈에 띈다.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서강대 유현재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 청소년 20명에게 아이트래킹(Eye-tracking) 장비를 쓰게 하고 편의점 내부를 관찰하게 했다. 이들의 시선이 주로 어느 곳에 머무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 정답은 담배 광고였다. 상당수 국가에선 이게 불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편의점이나 슈퍼 등 소매점에서 담배 진열을 금지하는 국가가 58개국이나 된다. 호주가 그중 한 곳이다. 여기선 담배를 사려면 내부가 보이지 않는 사물함에 붙여진 가격표를 본 뒤 점원에게 물건을 주문해야 한다. 담배와 관련한 어떤 진열도 불법이다. 영국 역시 담배가 들어가 있는 캐비닛 문에는 ‘토바코(tobacco·담배)’라고만 적혀 있다. 불투명한 유리여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만 18세 이상이 요청할 경우에만 캐비닛 안을 보여준 뒤 담배를 고르게 한다. 핀란드도 성인이 요구할 때만 제품과 가격표를 꺼내 보여준다. 소매점 내부에서 담배 광고를 못 하게 하는 나라는 86개 국가나 된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는 담배뿐 아니라 파이프나 담배케이스 등 담배와 관련한 모든 용품의 광고를 소매점 내에서 할 수 없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동아일보 취재팀은 A초교 6학년 2개 반 학생 46명을 대상으로 담배 광고 인식 실험을 했다. 정부가 추진할 ‘담배 없는 대한민국(Tobaccos Endgame)’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청소년 흡연율 ‘0(제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청소년의 흡연 시작 연령은 평균 12.7세다. 이번 실험은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의견과 조언을 토대로 설계했다.○ 초등생마저 유혹하는 담배 광고 취재팀은 학생들에게 ①웃고 있는 고릴라(KT&G 디스 아프리카 골라) ②얼음에 누운 펭귄(KT&G 아이스잭) ③다섯 색깔 구슬(KT&G 안알랴줌) 등 세 가지 광고를 보여준 뒤 첫 인상과 느낌을 적게 했다. 그 결과 ①번 광고를 두고 ‘유쾌하다’ ‘재밌다’ ‘흥미롭다’는 응답이 82.6%(38명)나 됐다. ‘징그럽다’ ‘무섭다’ 등 부정적 반응은 2명에 불과했다. ②번 광고 역시 ‘시원하다’ ‘귀엽다’ 등 긍정적 반응이 70.2%에 달했다. ‘그저 그렇다’ 등 부정적 응답은 5명뿐이었다. 이 그림들이 광고라고 밝힌 뒤 ‘어떤 제품일지’를 묻자 ①광고를 두고 38명(82.6%)이 ‘콜라’라고 답했다. ②번 광고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응답이 19명, ‘주스’라는 응답이 18명 등이었다. 대부분 시원한 먹을거리로 인식했다. ③번 광고에 대해서는 19명이 ‘알약’, 11명이 ‘사탕’이라고 답했다. ‘해당 그림으로 광고한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각 제품마다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사겠다”고 답했다. 모든 설문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이 그림들이 담배 광고임을 알리자 교실 안은 술렁였다. 학생들은 저마다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실험을 지켜본 교사들도 “담배 광고인 줄 꿈에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학생 중 30%에 이르는 14명은 처음부터 담배 광고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친구들을 위해 실험 중에는 모른 척했다는 것이다. A 군(12)은 “저 그림들, 편의점에서 많이 봤어요. 귀엽기도 하고 맛있을 것 같아 편의점 아저씨에게 ‘이 광고가 뭐냐’고 물어보기도 한걸요.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이가 어려 살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캐릭터를 활용한 담배 광고의 효과는 강력했다. 담배 광고임을 밝혔음에도 실험이 끝난 뒤 학생 중 22명은 이 광고들을 봤을 때 담배 맛이 “달콤할 거 같다” “시원하고 상쾌할 거 같다”는 등 긍정적으로 답했다. ○ 학교 주변 편의점에서 100% 담배 광고 이 실험은 청소년들이 얼마나 쉽게 담배 광고에 영향을 받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청소년들이 거의 매일 가는 편의점 계산대 뒤에는 화려한 색깔과 문양의 담배가 진열돼 있다. 또 계산대 주변에는 현란한 디스플레이 광고나 모형 광고 등 자극적인 담배 광고가 넘쳐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0월 학교 주변 200m 내 편의점 1235곳을 포함해 담배소매점 2941곳을 조사한 결과 2676곳(91.0%)에 담배 광고가 있었다. 편의점은 100% 담배 광고를 했다. 편의점 1곳당 담배 광고는 평균 25개나 설치돼 있었다. 개발원 선필호 책임연구원은 “편의점 속 담배 광고 문구도 ‘놀자’ ‘콕 찍어 짜릿’ ‘영화 같은 맛’ ‘여유에 물들다’ ‘부드러운 손맛’ ‘맛 깡 패’ 등 한번 보면 뇌리에 각인될 만큼 자극적”이라며 “비흡연자들도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이달 서울 내 편의점을 찾은 청소년과 성인 147명을 조사한 결과 8명 중 1명은 “담배 광고를 본 후 충동적으로 담배를 구매했다”고 답했을 정도다. 특히 고릴라나 펭귄 등 캐릭터를 이용한 광고는 담배를 유쾌한 것으로 인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해외에서는 캐릭터를 활용한 담배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며 “캡슐이 들어간 가향(加香)담배 역시 5개 맛이 무작위로 들어 있다는 식으로 광고해 청소년이 게임을 즐기듯 담배를 접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소매점 내 담배 광고 규제를 강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우선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학교 반경 50m 내(절대정화구역) 편의점 및 슈퍼 등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국회와 함께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편의점 내 담배 진열 자체를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김하경 기자}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체내에 쌓이는 환경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마트에서 일한 지 평균 11년 된 중년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장갑 착용 여부에 따라 소변 내 비스페놀A(BPA)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다. 이틀 연속 맨손으로 영수증을 취급했을 때 소변에서 검출된 BPA 농도는 mL당 0.92ng(나노그램)으로 업무 전 0.45ng보다 2.04배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장갑을 끼고 영수증을 만진 경우 BPA 농도는 0.47ng으로 업무 전(0.51ng)과 별 차이가 없었다. BPA는 영수증이나 대기표 등에 쓰이는 ‘감열지’에 사용하는 물질로 인체에 들어가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BPA 농도가 높으면 공복 인슐린 수치도 함께 높아져 BPA와 당뇨병 간 상관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40대 여성 A 씨는 가족에게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기적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신의료기관 입원 시 가족과 당사자가 합의해 결정하는 제도가 신설되면서 A 씨와 가족 간 관계가 개선됐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비자의(非自意) 입원율’은 지난해 4월 말 58.4%에서 올해 4월 37.1%로 21.3%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5월 30일 환자의 ‘동의입원 제도’를 신설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결과다. 비자의 입원은 보호의무자나 시·군·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말한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입·퇴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공고하게 보호되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이달 30일부터는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타의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환자는 1개월 안에 위원회의 입원 적합 여부 심사를 받게 된다. 환자가 신청하거나 위원장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입원적합성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환자의 의사 표현 기회가 보장되는 한편 불필요하거나 관행적인 비자의 입원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연간 4만여 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권역별로 5개 국립정신병원에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운영인력이 49명, 위촉된 위원이 276명에 불과해 심사가 날림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동아일보와 365mc가 공동 진행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꾸밈(꿈-I′m)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지방흡입 수술이 모두 끝났다. 앞으로 수술 후(後) 관리를 통해 각자의 꿈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꾸밈 프로젝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비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저소득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23일 365mc에 따르면 프로젝트 마지막 참가자 박미혜(가명·22·여) 씨가 서울 서초구 365mc병원에서 허벅지와 종아리, 복부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9일과 16일 두 차례 진행됐다. 임준용 부병원장과 이종원 이수연 최형윤 원장 등 의료진 4명이 집도했다. 박 씨는 다른 두 참가자보다 늦게 수술을 받았다. 지방흡입 수술이 효과를 내려면 수술 전 일정 정도 체중을 줄여야 하는데 3교대 근무를 하는 박 씨는 불규칙한 근무 환경으로 체중 감량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 씨는 지난 4개월 동안 14kg을 줄여 수술 직전 80kg까지 낮췄다. 앞으로 박 씨는 엔더몰로지, 카복시세러피, 고주파세러피 등 수술 후 관리와 영양 상담을 꾸준히 받는다. 임 부병원장은 “박 씨의 의지가 강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앞으로 건강과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아침 식사를 꾸준히 하는 사람보다 살이 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아침 식사를 거른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셈이다. 대구 곽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남성 1524명과 여성 2008명 등 3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 식사를 거르면 성별에 상관없이 체중이 증가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중 결식군은 섭취군에 비해 1년 사이 3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비중이 1.9배로 높았다. 여성 결식군도 여성 섭취군에 비해 체중이 증가한 비중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당 아침 식사 횟수가 4회 이하인 사람을 결식군으로, 5회 이상이면 섭취군으로 구분했다. 결식군은 조사 대상의 26.6%인 940명이었다. 전문가들은 렙틴과 그렐린 등 식욕과 관계된 호르몬 작용이 결식 시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식이나 저단백 식사를 할 경우 그렐린의 분비가 증가해 다음 식사 때 에너지를 더 많이 섭취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결식군은 섭취군에 비해 평균 연령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육 수준이 높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아침식사 결식 빈도가 더 높았다. 주당 40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아침을 거르는 비율이 높았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는 그룹에서 아침식사를 거르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젊고, 고학력이고, 근로시간이 많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아침을 자주 거른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아침 식사를 굶는 것은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국민연금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업장이 체납한 국민연금보험료 액수가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따르면 3월 현재 사업장이 체납한 국민연금보험료 액수는 2조1000억여 원. 국민연금을 포함해 4대 보험의 통합징수기관인 건보공단은 사업장이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자진해서 납부하도록 해당 사업장 근로자에게 체납 사실을 알린다. 그 결과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통보를 받고 있다. 사업장이 국민연금보험료를 체납한 데 따른 불이익은 근로자가 오롯이 감수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부과되는 국민연금보험료는 월급의 9%로 이 가운데 4.5%는 근로자가, 나머지 4.5%는 사업자가 부담해야 된다. 근로자가 내야 하는 연금보험료가 월급에서 원천 징수되더라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해당 기간이 연금 체납 기간으로 간주된다. 사업자가 보험료는 내지 않고 근로자가 낸 보험료만 가로챈 셈이다. 다만 근로자가 자신의 보험료가 원천 징수됐다는 점을 증명하고 월급의 4.5%에 해당되는 액수를 직접 납부하면 체납 기간의 절반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노후에 받는 연금액도 줄어든다. 특히 연금은 최소 가입 기간인 120개월을 채우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 현재 근로자들은 건보공단에 사업장의 체납 사실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어린이날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시속 100㎞ 속도로 달리던 고속버스에 치여 앞다리 부위 복합골절(뼈와 주변 혈관 신경 근육 등이 여러 곳이 손상)을 입은 반달가슴곰이 수술을 무사히 받고 회복 중에 있다. 18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반달가슴곰 KM53은 17일 오후 1시부터 12시간에 걸친 복합골절을 수술 받았다. 공단은 11일 치료를 위해 KM53을 포획했다. 야생에서 활동하는 반달가슴곰을 대상으로 복합골절 수술을 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수술은 정동혁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장과 강성수 전남대 수의대 교수팀이 맡았다.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에서 뼈 고정 장치를 이용해 복합골절 부위를 접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M53은 현재 의식을 회복해 안정을 취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최소 1개월 이상은 관찰이 필요하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치료가 끝나면 재활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재방사 여부는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인 뇌사자의 폐 일부를 소아에게 이식하는 폐 부분절제 이식수술이 성공했다. 지난해 장기이식법 개정으로 이식대상자 선정 기준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시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1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영태 흉부외과, 서동인 소아과 교수팀은 3월 11일 폐동맥고혈압을 앓고 있는 소아에게 성인 뇌사자의 폐 일부를 절제해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에서 첫 성공시켰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연결되는 혈관 안쪽에 문제가 생기면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는 질환으로 생존 기간은 평균 2년밖에 안 된다. 유일한 치료 방법은 폐 이식이다. 국내 소아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약 5000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폐이식 대상은 100명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임성균 군(7)은 3년 전부터 심한 가슴통증을 느꼈다가 지난해 폐동맥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수술 직전 임 군은 안정상태에서도 호흡곤란을 겪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아 폐 이식이 절실했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임 군처럼 폐 이식이 필요한 소아와 영유아 환자가 폐이식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폐 공여자와 이식받을 환자의 키와 폐 크기 차이가 비슷할수록 폐 이식의 우선순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소아나 영유아 뇌사자는 드문 만큼 어린 환자는 항상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에서 관련 항목이 삭제되면서 임 군은 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임 군은 회복기에 접어들어 산소장치를 떼고 곧 퇴원 예정이다. 김 교수는 “폐를 일부분만 떼서 이식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은 수술”이라면서 “이식 관련 법이 개선돼 앞으로 소아 환자들도 폐이식으로 새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부쩍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7월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정부가 신규 채용하는 기업의 인건비를 일부 지원한다. 또 근로시간 감소로 줄어든 임금을 정부가 일부 보전하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은 2022년까지 5년간 4700억 원으로 지원 규모는 약 25만∼30만 명이다. 올해에만 3조 원(일자리안정자금)을 쏟아붓는 최저임금 인상 대책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마저 나랏돈으로 메우는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이 단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되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면 1인당 월 60만 원(종전 40만 원)까지 최대 2년간(비제조업은 1년) 지원한다. 특히 300인 이상 기업 중 방송 등 21개 특례 제외 업종과 300∼500인 제조업을 상대로는 기존 근로자의 줄어든 임금도 1인당 월 40만 원까지 지원한다. 2020년부터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19년 7월 전에 근로시간을 선제적으로 줄이면 신규 채용자 1인당 월 최대 100만 원(종전 80만 원)까지 3년간 지원한다. 기존 근로자의 월급도 1인당 최대 40만 원까지 최대 3년간(종전 2년) 지원한다. 정부는 이달 중 시행령을 개정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초과근로수당이 줄어 퇴직금도 감소할 수 있다는 노동계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현재는 △주택 구입 △질병 치료비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경영계에선 개별 기업들이 퇴직금 중간정산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난 기업 부담을 결국 나랏돈을 들여 해소하려는 정부 대응을 두고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에 필요한 재원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납부한 준조세 성격의 ‘고용보험기금’으로 충당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은 보조금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만든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유성열 ryu@donga.com·김하경 기자}
이번 주초 반짝 여름 더위에 이어 이틀간 시간당 20∼3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17일 올해 들어 처음 서울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했다.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에도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16, 17일 누적 강수량은 17일 오후 8시 현재 서울 114.5mm, 파주 121.2mm, 철원 122.6mm, 인천 76.8mm 등이다. 이날 오전 폭우 및 낙뢰로 경의중앙선 일부 구간(망우∼팔당역) 전동열차와 강릉선 고속철도(KTX)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돼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대학의 축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는 외부에 설치된 천막과 부스 등이 무너져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인명 피해도 있었다.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1명이 사망했고, 수도권에서 8명이 급류에 휩쓸리거나 고립됐다가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이날 서울과 경기 남부, 강원 영서 남부의 비는 오후가 되면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서해상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18일 새벽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비는 이날 오전부터 갤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에는 전국이 대체로 맑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김하경 whatsup@donga.com·이지훈 기자}

김진성 씨(43)의 직업은 작가이자 주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이 400여 명인 정보통신 기업 A사의 영업직 사원이었다. 그의 인생은 3년 전 육아휴직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김 씨는 “당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냉담한 현실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건 그의 딸과 아들이 각각 5세, 3세이던 2015년 겨울이었다. 둘째를 낳고 회사원이던 아내는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아내의 휴직이 끝나자 양가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 계속 육아를 도맡아 달라고 부탁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A사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1호 남성 직원이 됐다. 상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냉담했다. 대부분 ‘이직할 거냐’ ‘회사 그만두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낸다는 걸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상사와 동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복직을 3개월여 앞두고 회사 분위기를 살필 겸 회사를 찾아갔다. 그의 상사는 김 씨에게 “복직하면 회계팀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회계 업무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육아휴직을 떠난 회계팀 여직원의 자리가 비었으니 그 자리를 메우라고 하더군요. 마치 회사가 ‘너랑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고민 끝에 김 씨는 사표를 냈다. 김 씨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려면 제도 개선 못지않게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소득 감소와 경력 공백 때문에 위축되기 쉬운데, 주변에서 독려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쉽게 휴직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사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사장이나 관리자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직원에게 ‘우리가 업무 조정을 잘할 테니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한마디만 해준다면 그 직원은 큰 힘을 얻을 거예요.” 복직 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김 씨는 “복직 후 육아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거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상당히 많은 아빠들이 3∼6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육아휴직 기간 가구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휴직 전 아내와 미리 상의해 지출 계획을 어느 정도 짜놓는 등 준비를 하면 훨씬 마음 편하게 휴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만2043명.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아빠의 수다. 7년 전 81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 스웨덴은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5%, 노르웨이는 40.8%에 이른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대한민국 아빠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15일 정부서울청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실에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좌담회는 장윤숙 저출산고령사회위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고 김덕호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정성희 동아일보 뉴스연구팀장이 참여했다. 장 사무처장은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절실하다”며 “남성 육아휴직 확산은 그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대-중소기업 복지 간극 좁히기 정부의 각종 장려책에도 육아휴직에 대한 남성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소득 감소(41.9%) △직장 경쟁력 저하(19.4%) △동료의 업무 부담(13.4%) △부정적 시선(11.5%) 등이 꼽혔다. 박귀천 교수는 “출산과 육아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이런 시간을 흔히 ‘경력단절’ ‘공백’이라고 일컫는다”며 “이 말 자체가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희 팀장은 “타사 후배 기자가 그 회사에서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쓴 뒤 복귀해 환경 및 생태와 관련한 깊이 있는 기사를 선보여 놀란 적이 있다”며 “(육아휴직은) 공백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을 함양하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이런 성장을 보지 못하고 육아휴직을 ‘회사를 팽개친 시간’이라 보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소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도 도마에 올랐다. 류기정 상무는 “중소기업 비율을 감안하면 근로자 중 열에 아홉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힘든 환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중 62.4%는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다.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15.5%에 불과했다. 김덕호 정책관은 “대기업이 복지 혜택을 늘릴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복지 격차가 커지고,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그렇다고 대기업에 복지 혜택을 늘리지 말라고 할 수 없고, 중소기업에 육아휴직을 강제할 수도 없으니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필요” “누구나 문제점을 알지만 누구도 뾰족한 답이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장윤숙 사무처장이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류 상무는 “제도를 백화점식으로 늘어놓을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기업 규모별, 업종별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여건과 애로사항이 다를 텐데 보다 정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먼저 규모별, 업종별 육아휴직 현황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첫 번째 손가락으로 꼽은 대책은 육아휴직 중 ‘소득 보전 확대’였다. 김 정책관은 “남성 육아휴직이 급증한 건 정부가 휴직급여를 지속적으로 올려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 결과”라며 “한 아이를 두고 엄마에 이어 아빠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쓸 경우 처음 석 달간 월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일명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상한금액을 더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아이에 대해 부모가 각각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먼저 엄마가 육아휴직을 쓰고 이어 아빠가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식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조언했다. 정 팀장은 “아직도 육아에 있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아빠 육아의 장점을 알리고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된 기업에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사무처장은 “결국 ‘쇠뿔도 단김에 빼는’ 정책은 없는 것 같다”며 “근로시간 단축(주52시간)과 더불어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아빠도 육아휴직 하라면서…신청했더니 복직 앞두고 인사 불이익 ▼김진성 씨(43)의 직업은 작가이자 주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이 400여 명인 정보통신 기업 A사의 영업직 사원이었다. 그의 인생은 3년 전 육아휴직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김 씨는 “당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냉담한 현실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건 그의 딸과 아들이 각각 5세, 3세이던 2015년 겨울이었다. 둘째를 낳고 회사원이던 아내는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아내의 휴직이 끝나자 양가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 계속 육아를 도맡아 달라고 부탁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A사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1호 남성 직원이 됐다. 상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냉담했다. 대부분 ‘이직할 거냐’ ‘회사 그만두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낸다는 걸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상사와 동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복직을 3개월여 앞두고 회사 분위기를 살필 겸 회사를 찾아갔다. 그의 상사는 김 씨에게 “복직하면 회계팀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회계 업무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육아휴직을 떠난 회계팀 여직원의 자리가 비었으니 그 자리를 메우라고 하더군요. 마치 회사가 ‘너랑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고민 끝에 김 씨는 사표를 냈다. 김 씨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려면 제도 개선 못지않게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소득 감소와 경력 공백 때문에 위축되기 쉬운데, 주변에서 독려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쉽게 휴직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사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사장이나 관리자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직원에게 ‘우리가 업무조정을 잘 할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 마디만 해준다면 그 직원은 큰 힘을 얻을 거예요.” 복직 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김 씨는 “복직 후 육아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거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상당히 많은 아빠들이 3~6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육아휴직기간 가구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휴직 전 아내와 미리 상의해 지출 계획을 어느 정도 짜놓는 등 준비를 하면 훨씬 마음 편하게 휴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