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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혼입니다. 국가적 재난인 저출산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것에 심히 자괴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만, 결혼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미혼이라서 휴일에 혼자 밥을 먹으려다 배운 교훈 하나를 독자들께 소개드리고 싶어 노트북을 켰습니다. 얼마 전 폭설이 내린 휴일. 배달음식을 시켰습니다. 눈이 워낙 많이 와서 밖에 나가서 먹기도 귀찮고, 요즘은 1인 배달음식도 많이 있어서 편리하기도 합니다. 메뉴를 고른 뒤 전화로 주문하고 TV를 보면서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록 배달이 오지 않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알바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던 중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습니다. 최대한 빨리 갖다 드리겠습니다.” “아 정말요? 많이 다친 건 아니고요?” “예 다행히 많이 다치진 않았고, 사고 수습을 하느라 배달이 늦어졌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그냥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아닙니다. 다른 사원이 있으니 꼭 배달해드리겠습니다.” 눈길에도 빨리 배달하려다 사고가 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습니다. 배달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배달을 꼭 해주겠다는 것을 거절하기도 어렵더라고요. 배가 많이 고팠지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30분이 더 지나도 배달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아직 출발을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사고 수습이 더 늦어졌다는 이유였습니다. 순간 짜증이 좀 났지만, 그래도 화를 내면 안 된단 생각에 차분히 얘기했습니다. “혹시 배달이 불가능하면 말씀해 주셔요. 괜찮아요.” “아닙니다. 바로 출발 가능합니다. 10분만 기다려주세요.” 다행히 정말로 10분 뒤에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한 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청년이 헬멧도 벗지 않은 채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저를 보자마자 고개를 연방 숙였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했지만 이 청년의 사과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많이 다치셨나요?” “얘 제가 다친 건 아니고, 같이 일하는 친구가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 그렇군요. 얼마죠?” 결제를 하고 음식을 받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저는 평소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배달사원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은 아닙니다. 아마 많은 분이 저와 비슷하실 겁니다. 음식을 받고, 현금이 있으면 현금을, 현금이 없으면 카드를 주고, 거스름돈이나 영수증을 받은 뒤 대충 인사하고 문을 닫을 때가 많지요. 그런데 그날은 왠지 그 업체의 사원들이 저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많이 미끄럽다던데, 눈길 조심하세요.” 그런데 이 배달사원이 놀란 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는 표정인지, 아니면 쓸 데 없는 참견을 한다는 것인지, 귀찮다는 것인지 표정의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놀란 것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겁니다. “예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맛있게 드세요.” 그 친구가 제 말을 고마워했는지, 아니면 불편했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오지랖이 넓은 행동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말을 건넨 걸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뿌듯했다거나 제가 무척 착한 일을 했다는 것도 아닙니다. 음식을 시켜먹을 때 아주 따뜻하지는 않더라도 정겹게 인사를 건네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는 겁니다. 배달업계에는 ‘30분 배달제’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패스트푸드나 프랜차이즈가 30분 안에 음식을 배달해주겠다는 서비스로 경쟁하면서 많은 알바생이 다쳐야 했습니다. 한동안 사라진 줄 알았던 이런 관행이 여전히 많다는 제보가 많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한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알바를 하던 20대 청년이 배달을 하다가 택시에 부딪혀 숨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2㎞가 넘는 거리를 30분 안에 배달하려고 어쩔 수 없이 과속을 했다고 합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30분 배달 강요 등을 근절하기 위한 ‘알바존중법’을 발의 했습니다. 물론 법도 중요합니다. 30분 배달제처럼 알바생을 옥죄는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사업주 역시 이를 강요해선 안 됩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 못지않게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배려와 마음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배달이 늦어져서 미안해하는 배달사원을 만난다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짜증보다는, 괜찮다는 인사나 늦어도 과속은 하지 말라는 격려를 한 번씩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특히 요즘처럼 춥고 눈이 종종 올 때는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런 마음과 행동 하나하가 을(乙)과 함께 사는 첫 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

출판사에 근무하는 류모 씨(40)는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워킹맘’인 아내가 총 2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해 자녀 2명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둘째가 병에 걸리면서 치료까지 병행해야 했습니다. 류 씨의 선택은 ‘아빠 육아휴직’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육아휴직을 다녀온 아빠가 회사에 꽤 있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류 씨도 용기를 냈습니다. 휴직 기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빠’ 역할에 만족감이 생겼습니다. 류 씨는 “다른 아빠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면서도 “수입이 많이 줄게 되는데 정부가 지원을 늘려준다면 더 많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경언 씨(35)는 남성 직원으로 드물게 육아휴직을 2년이나 했습니다. 원래 아내가 공부하는 1년 동안만 휴직할 계획이었지만 예정일보다 6주 일찍 태어난 둘째를 보고 1년 더 휴직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회사 인사팀 역시 “꼭 복직하겠다”는 김 씨의 말을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큰아이는 아빠를 돈 벌어오는 기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진짜 아빠’로 여기는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적극 이용해야 출산을 적극 유도하려면 육아휴직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일·가정 양립 문화가 확산되면서 육아휴직자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2005년 1만492명에 불과했던 육아휴직자는 지난해 8만979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는 ‘용감한 아빠’ 역시 지난해 7616명으로 전년보다 2744명(56.3%)이나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여전히 높은 벽입니다. 직장 상사는 물론이고 동료 눈치도 봐야 하고, 복직 후 업무 적응도 쉽지 않습니다. ‘경력 단절’ 우려 때문에 출산 후 바로 복직하는 여성 근로자도 아직은 적지 않습니다. 육아휴직은 ‘배려’가 아닌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사업주도 이 부분은 공감해야 합니다. 정부도 육아휴직을 확산시키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는 게 힘인 만큼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이를 숙지하고 적극 이용하는 것이 육아휴직 확산의 지름길입니다. 육아휴직은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인 자녀를 둔 근로자라면 남녀 누구든 자녀 1명당 1년 이내로 쓸 수 있습니다. 맞벌이 부모라면 한 자녀에 대해 엄마 1년, 아빠 1년도 가능합니다. 특히 공무원은 최대 3년까지 가능하고, 일부 단체협약을 통해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늘리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도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쓰면 국가가 육아휴직급여도 지급합니다. 매월 통상임금(정기적이고 일률적인 임금으로 비정기적 상여금·수당은 제외)의 4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한액은 월 100만 원(하한액은 50만 원)으로 아직 많지 않은 수준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의 육아휴직 의무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건을 갖춘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사업주는 이를 반드시 허용해야 합니다.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를 거부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육아휴직이 끝나면 휴직 전과 동일 업무 또는 동등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무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특히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해 퇴직금 산정, 승진 등에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근무한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같은 자녀에 대해 배우자가 이미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면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고, 육아휴직 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육아휴직급여는 국가가 지급하지만 이 역시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해야 하고, 육아휴직 시작일 이전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합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부모 중 1명에게만 급여가 지급됩니다.○ 아빠도 육아휴직하면 150만 원 받아 ‘아빠의 달’ 제도 역시 적극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때 적용됩니다. 한 자녀에 대한 두 번째 육아휴직은 보통 아빠일 확률이 높아 이렇게 부릅니다. 두 번째 휴직자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150만 원)까지 석 달간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는 상한액이 200만 원으로 인상됩니다. 정부는 아빠 육아휴직이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소득 감소’ 때문이라고 보고 이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다행히 아빠 육아휴직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8.5%에 불과합니다. 스웨덴(45%), 노르웨이(40.8%), 독일(24.9%)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물론 “중소기업에는 꿈같은 얘기” “허울뿐인 제도” 같은 반응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직원이 휴직하면 대체인력은 어떻게 확보하느냐”며 하소연하는 사업주도 많습니다. 이에 정부는 육아휴직자 1인당 월 30만 원의 지원금을 사업주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대기업 지원을 폐지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늘렸습니다. 육아휴직급여 인상과 사업주 처벌 강화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 역시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워킹맘의 근로시간 단축(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육아휴직 3년(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내용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제도보다 중요한 건 누구나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문화’입니다. 정부는 당연하고, 언론도 나서야 합니다. 을(乙)의 위치에서 눈치만 봐야 하는 근로자들이 당당히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방안을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육아휴직을 배려가 아닌 권리로 인식할 때까지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사후지급분 제도 ::육아휴직 급여의 25%를 육아휴직 급여 종료 후 직장에 복귀해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에 지급하는 제도. 육아휴직 후 직장 복귀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도입.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지속 가능성’이 화두인 시대다. 경영은 물론이고 환경과 복지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한 길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노동시장과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국제팀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 산하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Eurofound)’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의미를 정하고 관련 정책을 분석해 보고서를 펴냈다. 유로파운드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근로 기간 내내 생계를 유지하고,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는 근로 조건을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정의했다. 보통 15∼64세를 ‘생산가능인구’로 정의하고 근로 기간으로 판단하지만 최근에는 노년층 역시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연구가 유럽에서는 활발하다. 특히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중장년기는 물론이고 노년기에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저출산 고령화의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후를 복지와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일을 하면서 자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복지 분야에서도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 다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로파운드는 지속 가능성의 질을 따지는 기준으로 임금(수입), 향후 일자리 전망, 직무 성격, 근로시간 등 4개 항목을 제시했다. 그러나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 등 많은 국가가 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실업 사태를 겪으면서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청년과 여성, 노년층은 이런 상황에서 질이 높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에 접근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유로파운드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EU 회원국들이 정책의제로 과감히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기반으로 삼으면 모든 정책 역시 지속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관료들과 정책 결정자들의 적극적 조율, 관련 부처의 협력 역시 당부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 청년 일자리 창출, 노년층 복지 등 각각의 정책이 일자리 정책을 매개로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고용절벽 위기를 맞아 일자리의 절대적인 양이 떨어지고 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도 20만 명대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사치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대선 후보들 역시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질 낮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자리만 만들면 미래가 없다. 우리도 고용절벽과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연구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분야 사무관 K 씨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조기 대통령선거 이후 통상 부문이 산업부에서 떨어져 나와 외교부로 재이관되거나 기획재정부에 편입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다. K 씨는 “승진 시기를 앞두고 새 부처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뒤숭숭하다”며 “윗사람들은 당분간 책잡힐 일만 하지 말자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중구난방 식으로 터져 나오면서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이 행정의 일관성을 해치고 정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는 조기 대선의 특성을 감안해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기 정부에서 조직 개편의 우선순위 부처로 꼽히는 곳은 교육부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최근 출간한 대담집에서 “교육부는 대학 교육만 담당하고 교육 전체를 관통하는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은 (신설될) 국가교육위원회가 하면 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은 승격이 점쳐지는 대표적인 부처다. 문 전 대표는 “중기청에 ‘벤처’를 붙여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바른정당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중기청의 ‘창업중소기업부’ 승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더미래연구소’에서 발표한 정부 부처 개편 방안까지 더해지면서 관가는 일대 혼란에 빠진 형국이다. 더미래연구소는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국가재정부와 금융부로 쪼개고 산업부를 산업통상부와 에너지부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통합한 거대 부처인 ‘고용복지부’ 신설도 거론된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관료들의 우려는 크다. 복지부의 한 간부는 “복지와 고용 정책은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크게 다르다”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힘들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민주당이 통합의 전제로 내세운 보건청 신설과 노동정책의 중앙노동위원회 이관에 대해 고용부의 한 국장은 “노동정책실 직원들은 부처에서 쫓겨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며 “고용부의 핵심이 노동정책이라 통합이 되더라도 규모만 거대하고 영향력은 사라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한상준·유성열 기자}

야당발(發) 정부 조직 개편 움직임에 가장 크게 동요하는 부처는 고용복지부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나 독일의 노동사회부처럼 ‘공룡 부처’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 중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는 복지와 고용일 것이 확실해 부처 위상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단순히 조직의 물리적 통합에 그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보건과 노동정책 기능의 이관에 따른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특히 핵심 거대 부처라 사회부총리를 겸직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산 편성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사회부총리처럼 별다른 역할을 못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동복지 사각지대 우려 복지부와 고용부는 1981년 노동부가 설립되기 전까지 사회부(1948년 설립)와 보건사회부(1955년 설립) 시절 하나의 부처에 속한 적이 있다. 통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안 나온 데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통합안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견은 많지 않은 편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라는 철학에 따라 2014년부터 전국 40곳에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일자리, 복지, 서민금융의 상담과 지원을 하나의 센터에서 지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설치해 왔고 올해는 100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고용부의 노동정책 기능을 중앙노동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용복지부로 통합 개편하는 대신 부처의 비대화를 막고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을 줄이기 위해 중노위 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현재 노동분쟁 사건을 담당하는 중노위에 정책 기능까지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료들은 노동개혁이 아직 완수되지 않았고 섣불리 이전했다가는 비정규직·청년 등 노동정책의 사각지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해마다 파업이 끊이지 않는 등 노사관계 역시 선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가 중심을 잡고 노동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노위는 노사 분쟁을 조정하고 판정하는 노사정(勞使政) 합의기구로, 준사법기관 성격이 강해 정책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복지와 고용은 통합하는 게 맞지만 노동법제와 근로기준 업무만큼은 계속 남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예산 편성 권한을 확보해야 하지만 정치권과 다른 경제부처가 찬성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노위 체계와 구조로는 사각지대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노동·복지정책의 실패가 정부 조직구조 때문은 아닌데 선거 때마다 조직 개편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 시너지 효과 크지 않을 것” 복지부 내에선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고용부에 비해 많다. 복지부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펴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부와 정책 대상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보건 기능이 민주당 안대로 보건청이나 보건처로 독립되면 보건과 복지의 중간지대에 있는 정책을 누가 맡을지도 관건이다.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전 국민에게 일정한 의료 수준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복지의 성격이 강하지만 일선 병·의원의 의료 정보를 취합해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보건의 측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하 기관의 셈법도 복잡하다. 보건부가 따로 만들어지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안전 기능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 감시 기능을 병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조직을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켜 신종 감염병을 밀착 감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산업 정책 업무를 합친 ‘식품산업안전처’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경제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보건 분야를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료 검찰’ 조직을 신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지닌 기구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동의를 얻어야 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건설일용직 근로자들도 경력과 숙련도에 따라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들의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공제금 인상도 추진된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16~2020년 중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1988년 설립된 공제회는 소득이 적고, 고용이 불안정한 건설근로자들을 위해 조성한 기금으로 퇴직금 지급 등 각종 복지사업을 펼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2조7000억 원이 적립돼 있으며 누적 피공제자 수는 485만 명에 이른다. 공제회는 이번 발전계획에서 '건설기능인등급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근로자들의 경력, 자격, 교육 이수 여부 등을 토대로 등급체계를 만들어 경력과 숙련도가 높아지면 임금도 올라가게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근로자가 근무일 하루당 내야하는 공제금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용부 장관이 결정해 고시하는 공제금은 2008년 4000원으로 인상된 뒤 9년 째 그대로다. 공제회는 법령 개정을 통해 단계적 증액도 추진할 방침이지만 과거에도 건설업계의 반발로 실패한 바 있어 이번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퇴직공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퇴직공제는 3억 원 이상 공공공사나 100억 원 이상 민간공사에만 적용된다. 공제회는 이를 모든 공공공사와 50억 원 이상 민간공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적립일수가 252일 이상일 때만 지급하는 퇴직공제금 역시 252일 미만이더라도 65세 이상이거나 본인 사망 시에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권영순 공제회 이사장은 "발전계획의 많은 내용이 법령, 예산과 직결된 만큼 정부, 노사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해 청년층(15∼29세) 체불 임금 신고액이 사상 처음으로 14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이 겹쳐 청년 임금 체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들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정부에 신고한 임금은 1406억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청년 체불 임금액이 14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고용부 통계상(2010년부터 집계) 지난해가 처음이다. 또 지난해 체불 임금을 정부에 신고한 청년은 총 6만6996명으로 전체 신고 근로자(32만5430명)의 20.6%를 차지했다. 임금이 밀렸다고 신고한 근로자 5명 가운데 1명은 청년층인 셈이다. 청년을 포함한 국내 전체 근로자의 체불 임금 신고액 역시 1조4286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조3438억 원) 규모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 체불 임금이 급증한 것은 편의점, PC방 등 청년을 다수 고용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영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 체불 신고 건수는 10만3400건(47.5%)으로 전체 신고 건수(21만7530건)의 절반에 육박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청년층의 임금 체불도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체불 임금은 3820억 원이었다. 업종별로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제조업이 574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2365억 원)과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1862억 원)이 뒤를 이었다. 올해 역시 조선업 구조조정과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내수 경기 위축과 일자리 감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체불 임금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올해 상반기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조선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7000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고, 고용부의 ‘12월 사업체노동력 조사’에서도 음식·주점업 취업자가 전년 동기보다 3만1000명 감소했다. 신 의원은 “정부에 신고가 되지 않은 체불 임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체불 임금의 최대 피해자가 청년인 만큼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김호경 기자}

“한 달만 더 기다려줄 수 있을까? 권리금을 받아야 돈이 생기니 말이야.” PC방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온 취업준비생 홍모 씨(29). 지난해 12월 말 업주가 가게 문을 닫는 바람에 요즘 편의점에서 일한다. 하지만 한 달 치 월급 150만 원을 여태껏 받지 못했다. PC방 업주는 가게가 나가야 돈이 생긴다며 차일피일 지급을 미뤘다. 월급만은 확실히 챙겨주던 업주의 딱한 사정이 마음에 걸린다. 인근에 경쟁업소가 많이 생겨 매달 적자가 난 것도 잘 알고 있다. 요즘 경기에 권리금(시설투자비) 2억 원을 내고 PC방을 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 홍 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나도 돈이 급하기 때문에 이번 달까지 못 받으면 신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 도산과 임금 체불의 ‘악순환’ 지난해 청년(15∼29세) 임금 체불 신고액(1406억700만 원)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청년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PC방, 편의점, 치킨집 등 5인 미만 사업장들이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산업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이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경쟁이 격화돼, 조기 폐업과 임금 체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도·소매업의 평균 생존 기간은 5.2년, 음식·숙박업은 3.1년에 불과하다. 여기에 조선업 구조조정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 역시 임금 체불이 급증하는 원인이다. 경기 침체와 조선업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지난해 국내 전체 임금 체불 신고액은 역대 가장 많은 1조4286억 원까지 증가했다. 견고한 성장세를 자랑하며 안정된 일자리로 통하던 조선업마저 임금 체불이 폭증하면서 이 부문에서 10년 이상 일한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까지 임금 체불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남 거제의 중소 조선업체에서 일하던 김모 씨(27)는 지난해 10월 퇴직했다. 말이 퇴직이지 사실상 해고였다. 업체가 도산하면서 퇴직금은 고사하고 6개월 치 월급도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해 봤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업주가 부도가 난 상황이라 회사 자산이 매각될 때까지는 줄 돈이 실제로 없는 상황이고, 상습적이거나 고의적인 체불이 아니어서 구속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실업급여로 3개월을 버티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조선업 경기가 워낙 안 좋아 맞는 일자리를 찾기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9.8%)이 역대 최악으로 치솟으며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나마 간신히 얻은 일자리에서마저 구조조정 등으로 사실상 해고를 당하고, 밀린 임금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삼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맥도날드 망원점’ 사례 주목 체불 임금은 나중에 해결해도 된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임금을 상습, 고의적으로 체납하는 악덕 업주가 많은 것 역시 원인으로 꼽힌다. 임금 체불을 강하게 처벌하는 일본은 연간 체불액이 1440억 원(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인구(일본 1억2600만 명)와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한국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임금은 근로자의 피와 살이고, 체불은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체불 임금 해소를 가장 큰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상습, 고의, 거액 체불 사업주의 실명을 즉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강력히 처벌하기로 했다. 또 퇴직 근로자만 받을 수 있었던 체불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연 20%)를 재직 근로자도 받도록 하고, 최근 청년 임금 84억 원을 체불한 혐의가 적발된 이랜드파크 등 대형 프랜차이즈나 영화관 등에 만연한 ‘시간 꺾기’(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근무시간보다 일찍 퇴근시키는 편법)도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뿌리 뽑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통상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벌금이 체불 임금보다 적어 효력이 별로 없다”며 “체불액과 동일한 부가금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산이나 경제위기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임금을 주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어 무조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 때문에 최근 고용부가 사업주와 대기업, 청년들을 적극 중재해 체불 임금을 해결한 ‘맥도날드 망원점’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맥도날드 망원점 사장은 가맹수수료 지급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겪다 가맹계약을 해지당하자 지난해 12월 4일 근로자 69명의 임금과 퇴직금 1억6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 버렸다. 이에 고용부는 적극 중재에 나서 일단 사장에게 “본사가 압류한 계좌가 풀리면 체불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맥도날드 본사 역시 압류 해지에 동의하면서 근로자 69명은 1월 25일 체불 임금 전액을 받았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어느 정도는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청년 비례대표인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은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사업장의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임금 체불 예방을 위한 홍보와 교육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각 지방고용노동지청이 임금 체불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하는 노력도 필수”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차기 위원장에 김주영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24일 당선됐다. 경쟁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김 위원장의 당선으로 여러 가지 기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1월 한국노총이 대타협을 파기한 이후 1년째 중단된 노사정 대화 재개도 그중 하나다. 김 위원장 역시 당선 소감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기울어진 테이블’이 바로잡혀 평형이 된다면 대화를 재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대화 구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정부와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지금의 노사정위원회 시스템을 개편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으로 전력 민영화를 저지했고, 지난해에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성과연봉제 저지에 앞장섰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권 퇴진 및 정권 교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 개정 등의 정치 공약을 내걸었다. 노동개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현 정부는 물론이고 차기 정부 역시 친(親)노동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강경 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조합원 84만 명의 한국노총은 국내 최대의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전국 중앙조직)다. 단순히 가입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걸 넘어 정부, 기업과 함께 경제 주체로서 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특히 청년,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한편으로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인 청년실업과 고용절벽을 해소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공약과 당선 소감에서는 ‘정치’만 보인다. 노동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중도개혁의 합리적 노선에 훌륭한 성품까지 갖춘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이제 정권교체나 노총의 대변자 역할을 넘어 시대적 과제인 청년실업과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명확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취업 절벽에 내몰린 슬픈 청년을 살려내는 데 함께하는 노동계 큰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다.유성열·정책사회부 ryu@donga.com}

조합원 84만 명의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에 김주영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55·사진)이 당선됐다. 한국노총은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임원선거 선거인대회를 열고 김주영 후보와 러닝메이트 이성경 후보(전국고무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를 26대 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3125명의 전체 선거인단 가운데 2882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김주영 이성경 후보가 1735표(60.2%)를 얻어 과반수 득표에 성공했다. 이들의 임기는 2020년 1월까지 3년이다. 이날 김 신임 위원장은 “현 정권이 노동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런 정권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절대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 방안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노동 개악을 추진한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법 개정을 일방 추진하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신임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차기 정부와의 대화는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을 이끌면서 강경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차기 정부가 노사정(勞使政) 대화 구조를 적극 개편하지 않는 한 정부와의 갈등 국면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 신임 위원장은 “강력한 한국노총을 재건해 박근혜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고 정권 교체를 이뤄낼 것”이라며 “작은 촛불이 모여 대한민국을 바꾸듯 한국노총이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횃불이 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월의 기능한국인에 ㈜유진테크놀로지 여현국 대표(41·사진)를 23일 선정했다. 여 대표는 2차전지(충전이 가능한 전지) 제조에 필요한 정밀 부품과 자동화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한 숙련 기술인이다. 일찌감치 기술인이 되기로 마음먹고 청주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한일전기와 대원정밀, 한국기계연구원을 거치며 정밀기계 기술을 배웠고 2009년 현 회사의 전신인 유진테크를 창업해 2차전지 부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을 통해 2차전지의 핵심 부품을 잇달아 개발했고, LG 삼성 등 주요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북미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 30여 개 업체에 수출하면서 회사 설립 7년 만인 지난해 14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 대표는 일학습병행제, 청년인턴 등을 통해 청년 채용에도 적극 나서 직원의 68%가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최근에는 청주공고와 함께 일체형 도제학교를 운영하며 4명의 학습근로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야권 대선 주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대선 공약으로 앞다퉈 쏟아 내고 있지만, 정작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국회에 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통과시키지도 않아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기업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경쟁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꺼내 든 野 주자들 23일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주 52시간 이상 초과 근로를 법으로 금지하면 신규 노동 수요가 발생해 약 33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근로시간을 주 40시간까지 줄이면 일자리는 최대 269만 개까지 늘어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주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노동시간 단축을 꺼냈다. 그는 “연장 노동을 포함한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규정한 노동 법안을 지키면 최대 20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는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의무적으로 다 쓰게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일자리 30만 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문 전 대표의 구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가세했다. 박 시장은 이날 ‘노동시간 주 40시간, 연 1800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올해 서울시 산하 3개 기관에 ‘주 40시간 모델’을 시범 운영하고,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주 40시간 노동이 정착될 경우 정규직 일자리가 13%포인트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작 노동시간 단축법은 국회 계류 중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대선 공약이 아니라 지금 당장 처리하자”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5월 정부와 여당이 노동 개혁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주 40시간+휴일 근로 16시간+연장 근로 12시간)까지 가능한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주 40시간+연장 근로 1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최소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추산한다. 개정안의 내용은 2015년 9월 15일 이뤄진 노사정(勞使政) 대타협 때도 합의안에 들어 있었다. 쟁점은 52시간 단축으로 직행할 것인지, 주당 8시간의 특별 연장 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것인지가 첫째이고, 연장 근로를 휴일에 할 경우의 임금 문제가 두 번째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사가 합의할 경우에 한해 주당 8시간의 특별 연장 근로를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른바 ‘단계적 노동시간 단축 방안’인 것이다. 또 정부는 기업의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장 근로를 휴일에 할 경우 임금을 50%만 할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바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휴일 근로와 연장 근로가 겹칠 때는 100%를 할증한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기업 충격 최소화 방안 찾아야” 재계는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노동시간 축소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연구 발표에 따르면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 10곳 중 9곳은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임금을 삭감하면 노조의 강한 반발로 노사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총 측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만 강제로 줄이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하기보다는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논의와 함께 임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금 책정을 노동시간이 아닌 생산성과 연동시켜 정하는 성과 중심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유근형 noel@donga.com·유성열·한우신 기자}

주부 장모 씨(49·여)는 요즘 중학교 2학년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고, 지적을 하면 “상관하지 말라”고 대들 때도 있다. 집에 있더라도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할 뿐 대화는 거의 없다. 처음에는 단순한 ‘중2병’(중학교 2학년이나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심리 상태를 빗댄 말)이나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이 메모장에 ‘죽고 싶다’는 말을 써놓은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병원에 데려갔더니 ‘청소년 우울증’ 진단이 내려졌다. 청소년 우울증의 증상은 무력감,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 성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성인처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자존감이나 죄책감, 집중력 같은 개념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이 우울증에 걸리면 이런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나타낼 때가 많다. 갑자기 공부를 안 하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할 경우, 친구마저 만나기 싫어하고 집에만 있으려고 할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른 집단의 친구와 새로 어울리거나 주변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 역시 우울증 증상이다. 특히 반항하면서 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알 수 없는 짜증을 내고, 팔다리 복부 등의 원인 미상의 통증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것 역시 우울증 증상일 수 있다. 이런 행동을 보여도 단순히 사춘기 탓으로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다. 그러나 청소년 4명 중 3명은 사춘기를 크게 겪지 않는다. 증상도 짜증을 많이 내고 자기주장이 좀 분명해지는 정도다. 사춘기를 겪더라도 친구와 가족관계, 성적이 동시에 나빠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관계와 학업 등 일상 자체가 변하고 있다면 우울증에 가깝다. 특히 사춘기는 ‘현재’, 우울증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살아서 뭐하나” “나는 그냥 없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는 게 관찰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은 방치하지 말고 적극 치료하는 게 좋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 잘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사회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스트레스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법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들이 치료를 주저한다면 그 마음이 자녀에게 전달돼 치료를 막는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멧돼지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국립공원에서의 불법 야간 산행을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22일 당부했다. 자연공원법 28조는 일몰 후부터 일출 2시간 전까지 국립공원 야간 산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출 관광객이나 ‘백패킹’(1박 이상 가능한 장비를 배낭에 갖추고 자유롭게 하는 캠핑)족(族)들이 늘어나면서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멧돼지는 야행성이라 야간에 활발하게 움직이며 본인이 위험하지 않다고 느끼는 지역에서는 낮에도 활발히 활동한다. 공단이 2015년부터 2년간 북한산국립공원 일대 무인카메라 38대를 설치해 관찰한 결과 오후 6시∼익일 오전 5시의 멧돼지 출현 횟수는 전체의 87.9%를 차지했다. 공단 조사 결과 현재 북한산국립공원 일대에는 약 120마리의 멧돼지(km²당 2.1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2014년부터 3년간 이 일대 탐방로와 인근 도심지역에 연평균 199건씩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멧돼지는 교미기인 12∼1월과 번식기인 5월에 세력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사람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공단 관계자는 “요즘은 교미기라 1년생 수컷들이 세력권을 형성한다”며 “독립한 수컷들은 탐방객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 불법 산행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대학 휴학생 A 씨는 지난해 9월 추석 전 수도권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일주일간 물건을 내리고 싣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후 7시에 출근해 10시간 정도 강도 높게 일한 뒤 다음 날 새벽 퇴근하면 일당 6만∼7만 원을 받았다. 밤새도록 물건을 날라야 하는 고된 작업이었지만 일주일이면 수십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묵묵히 일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A 씨를 고용한 파견업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 야간(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 근로가 겹칠 경우 줘야 하는 가산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가산수당을 제대로 지급했다면 휴게 시간(최소 1시간)을 빼더라도 최소 8만 원은 받아야 했지만 하루 1만 원가량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청년들이 ‘극한 알바’로 부를 정도로 노동 강도가 심한 택배물류센터에서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주거나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가 대거 적발됐다. 이렇게 체불된 임금 규모만 10억 원에 이른다. 특히 대형 택배회사들이 피라미드식 하청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CJ 한진 롯데 KG로지스 로젠 KGB 우체국 등 대형 택배회사 7곳의 물류센터와 아르바이트생 파견 업체 등 250곳을 감독한 결과 202곳(558건)에서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 파견법, 최저임금법 등)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33곳은 형사 입건됐고, 29곳은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140곳은 체불 임금 지급 명령 등 시정명령을 받았다. 대학생 B 씨도 지난해 12월 방학이 시작되자 파견업체를 통해 수도권의 한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B 씨에게 일을 시키고, 감독하던 직원은 B 씨를 고용한 파견업체 소속이 아니었다.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B 씨보다 시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됐다. 고용부 조사 결과 B 씨를 파견한 업체는 무허가 2차 하청업체였고, 1차 하청업체보다 시급을 적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번 조사에서는 불법 파견도 44건이나 적발됐다. 또 2차 하청업체 28곳은 무허가 파견업체였다. 보통 물류센터는 원청 직원이 서너 명에 불과하고, 물류 상·하차 작업은 하청업체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처리한다. 문제는 업무량이 몰리는 명절이나 연말 등 특정 시기에는 2차, 3차까지 재하청을 주며 피라미드식으로 인력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견법상 2차 하청업체가 인력을 모집해서 1차 하청업체에 넘길 때는 현장관리인이 동행해 파견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부 조사 결과 현장관리인이 동행하지 않고 1차 하청업체가 지휘·감독하는 불법 파견(위장 도급)이 퍼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들이 인건비를 절감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임금과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보편화됐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더 큰 문제는 원청인 대형 택배회사들에는 불법 파견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청까지 처벌하려면 원청 직원들이 파견 근로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직접 지휘·감독한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하청업체들에만 불법 파견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 택배회사들이 상·하차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단계 하청으로 조달해 왔다는 사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견 근로자 상당수가 20, 30대 청년이나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중장년층인 것을 감안하면 당국의 감독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돼 일자리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양한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일찍 직업 체험을 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고용노동부는 청년들의 인턴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직무 체험형 인턴 1000여 명을 모집한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19일부터 국내 최초로 청년 인턴 전문 모바일 앱인 ‘청년드림 인턴UP’(사진)을 선보인다. 인턴UP 앱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인턴 채용 정보, 인턴 생활 가이드, 청년 인턴들이 직접 작성한 후기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알짜 인턴 정보들을 제공할 계획이다. 청년드림센터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인턴UP 앱을 통한 다양한 청년 인턴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우선 인턴UP 앱을 통해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대학 2, 3학년생 대상 직무체험 인턴 희망자 1000여 명을 모집한다. 직무체험 인턴 선발을 원하는 기업의 신청을 받아 적합한 인재도 연결해줄 계획이다. 나영돈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들이 인턴UP 앱을 통해 더 일찍, 더 다양한 직업 체험 기회를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직무체험 인턴은 일정 기간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활동비 등을 정부가 지원한다. 직무체험 대학생에게 월 40만∼80만 원의 활동비를, 채용 기업에는 인턴 관리비 등을 지원해준다. 다음 달 15일까지 인턴UP 앱에 가입하고 댓글이나 후기를 올리면 추첨을 통해 노트북, 블루투스 스피커, 커피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유성열 ryu@donga.com·김철중 기자}
전 세계 대사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에 파견된 외교관, 노무관들이 고용노동부로 보내는 노동 관련 최신 동향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합니다. 첫 회는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에서 최근 고용부로 보내온 소식을 다뤄 보겠습니다. 스웨덴에서는 1일부터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스웨덴은 이미 헌법에 ‘제보자 보호’ 규정을 명시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고용보호법에서도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해고는 불법으로 규정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해 왔다. 하지만 내부고발을 이유로 한직으로 발령받거나 집단따돌림, 임금 동결 등의 불이익을 당하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또 내부고발자 신원 추적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지만, 민간기업 근로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스웨덴 의회는 아예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직장 내 불법이나 부당행위를 제보,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 △직무 재배치 △임금인상 배제 △과도한 업무 부과 △집단따돌림 등 고용상 불이익을 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실제 내부고발 후 이런 불이익을 당했다면 회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고발이 가능한 사안은 탈세, 횡령, 뇌물 공여 및 수수, 불법회계 등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정했다. 또 헌법 권리 침해나 환경 훼손, 공공재산의 부정한 사용 등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고발해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범죄나 부당행위를 인지한 근로자는 노조나 사용자 측에 알려야 하며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때만 언론이나 수사 당국에도 제보할 수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런 과정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입증되면 국가가 내부고발 근로자를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증거인멸 우려가 크거나 사안이 심각하다면 이런 과정 없이 언론과 수사 당국에 바로 제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근로자 본인이 범죄나 부당행위에 가담했다면 같이 처벌받아야 한다. 우리도 K스포츠재단 직원들의 ‘용감한 고발’이 없었다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전모가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 씨의 전횡을 고발한 사람들은 해고 압력을 받는 등 유형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2011년부터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보상과 보호가 미흡하고, 민간 부문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용기 있는 내부고발을 사회가 적극 보호할 때, 국정 농단 같은 일이 사라진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내부고발자를 더 강력히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

비정규직 600만 시대입니다. 파견·용역·도급, 기간제와 시간제 등 비정규직은 이름도 참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이름은 바로 ‘을(乙)’입니다. 우리의 ‘을’들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월급이 밀려도 어디에 하소연도 못합니다. 정규직이라고 다를까요? 구조조정 압박을 이겨내려고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정규직도 ‘을’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갑’들의 횡포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봐야만 할까요. 동아일보는 앞으로 이 사회의 ‘을’들을 응원하는 한편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법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서울 마포구 맥도날드 망원점이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가맹점주가 가맹수수료 7억 원을 내지 않자 본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망원점 사장은 문을 닫은 그날 직원들에게 아무 언질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알바생’ 68명의 임금과 상여금, 퇴직금 등 1억6000만 원을 주지 않은 채 연락도 두절됐습니다. 피해자들은 할 수 없이 맥도날드 본사를 찾아가 체불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죠. 하지만 “우리는 책임이 없다. 가맹점주로부터 받아내라”는 씁쓸한 통보만 받았습니다. 이에 알바노조는 이달 10일 망원점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알바노조가 조사해보니 점주도 그 나름대로 할 말은 있었습니다. 인근 합정역에 직영점이 문을 열면서 영업에 타격을 입는 바람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 버텼다는 겁니다. 이후 본사가 가압류를 걸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했고, 체불 임금을 지불할 여력도 없다며 항변 중이라고 합니다. 알바노조의 시위가 계속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규탄 여론이 들끓자 맥도날드도 태도를 바꿨습니다. 맥도날드 측은 “청년들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점주는 본사가 압류만 풀어주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알바노조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본사가 체불 임금을 하루빨리 지급하고 점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순서”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처럼 땀 흘린 노동의 대가도 정당하게 받지 못하는 알바생과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에는 참 많습니다. 어디에 하소연하거나 고발하고 싶어도 ‘을’이라는 처지 때문에 꾹 참고 지내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만히만 있으면 이런 ‘갑(甲)’의 행태는 더 고약해집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똑똑해져야 이런 행태도 따끔히 혼내줄 수 있습니다.○ 알바생이 알아야 할 최저임금의 진실 먼저 알바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최저임금부터 꼼꼼히 따져볼까요?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입니다. 지난해보다 440원(7.3%) 올랐죠. 최저임금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이고, 인턴이나 실습생도 근로자처럼 일을 한다면 적용받습니다. 다만 가정부 같은 가사근로자나 친족 사업체 종사자, 정신 및 신체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사람은 예외입니다. 3개월 이내의 ‘수습사원’ 역시 수습 기간에는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해서 지급해도 됩니다. 최저임금을 일당(8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5만1760원이고 월급(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135만2230원입니다. 여기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평균 한 번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돼 있고, 주휴수당은 바로 이 휴일에 대한 수당입니다. 주휴수당 계산은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가 유급휴일까지 포함한 월 기준 근로시간(209시간)을 널리 홍보하고 있습니다. 즉, 주 40시간으로 한 달 근무했다면 시급에 ‘209’를 곱한 금액이 바로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이 됩니다. 다만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근무일에 결근하지 않은 근로자만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시급으로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다면 12만9400원(6470원×20시간)에 유급휴일 하루(4시간)에 대한 주휴수당 2만5880원을 더해 15만5280원이 최저주급입니다. 만약 사장이 주급으로 15만 원만 줬다면 5280원을 더 받아내야 합니다. 주휴수당을 은근슬쩍 빼고 일한 날만 계산해서 임금을 주는 사업주들도 꽤 있습니다. 알바생들이 주휴수당이나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시급과 월급을 함께 고시합니다. 만약 주 40시간 근무를 하는 알바생이라면 이리저리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 없이 ‘월급’만 머릿속에 기억해 놓아도 됩니다. 알바생이라도 연장 또는 야간근무(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를 하면 각각 50% 할증한 시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연장근로와 야간근로가 겹친다면 중복 할증해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시급 7000원 계약을 맺고 일하는 알바생이 어느 날 밤 12시까지 일했다면 일당 4만2000원(7000원×6시간)에 연장근로수당 7000원(7000원×0.5×2시간)과 야간근로수당 7000원(7000원×0.5×2시간)까지 5만6000원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이런 할증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5인 미만은 예외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내용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에 담겨 있습니다.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처벌도 받아야 합니다. 최저임금 위반 사범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그동안 최저임금 위반은 과태료 정도만 내는 일이 많았는데요, 정부가 앞으로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니 사업주들도 꼭 잘 지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노사정(勞使政) 대표들이 합의한 약속이니까요.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모든 부처에 ‘일자리 국장’을 두기로 했다. 올 3월까지 공무원 1만2000명을 조기 채용하는 등 상반기(1∼6월)에 공공부문에서 3만 명을 뽑는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7년 고용여건 및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추진방향’을 확정했다. ‘일자리 국장(담당관)’ 제도는 2012년 실시한 물가 담당관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주요 국·과장을 물가 책임관으로 지정해 물가 급등 품목을 하나씩 맡겨 관리하도록 했다. 당시 ‘배추 국장’ ‘무 과장’이란 별명이 나돌았던 게 이 제도 때문이다. 일자리 국장 제도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각 부처 특성에 맞는 산업의 고용 현황 및 대책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업 일자리를, 환경부가 환경 분야 일자리를 챙기는 식이다.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아는 부처가 직접 챙기는 만큼 ‘숨어 있는 일자리’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일자리를 실질적으로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도 적잖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일자리 창출 대책 상당수는 재탕 대책인 데다 민간기업 고용 창출 방안이 빠져 있어 고용을 늘릴 만한 대책으로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국정 공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자리 예산 조기 집행 방침도 이미 이달 5일 발표한 기재부 업무 계획 그대로다. 올 하반기(7∼12월)에 구축을 마무리하겠다는 ‘일자리 포털’ 역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밝힌 전면 개편 내용에 담겨 있었다. 정부가 분야별 채용 행사를 확대해 1만2000명이 행사를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기존 채용박람회와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대책이 공공 일자리 확대에만 쏠려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공공부문 채용 예정 인원(6만2000명)의 49.2%인 3만 명을 상반기에 조기 채용하기로 했다. 아쉬운 대로 공공부문에서라도 빨리 사람을 뽑아 구직난을 조금이나마 덜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는 하반기 예정분을 미리 당겨 선발하는 것에 불과해 장기적인 대책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정부가 가장 손쉬운 정책 카드인 공공기관 채용 일정 조정을 매년 반복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결국 일자리 문제는 새 정부가 민간기업들의 채용을 근본적으로 늘릴 중장기 계획을 세워 이를 토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금의 실업난은 수요와 공급이 엇갈리는 미스매칭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기업을 동원해 인턴을 늘리는 식에서 벗어나 연령별 분야별 업태별로 세밀한 일자리 마련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유성열 기자}

“꿈을 이루는 건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반려자를 찾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내 꿈이 무엇인지 묻고 경험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연봉만 따져 보고 입사할 회사를 결정해야 하잖아요.” 상명대 콘텐츠저작권학과 졸업 예정인 문태민 씨(26)의 꿈은 세계를 누비는 무역 전문가다. 이를 위해 지난해 무역회사인 남양인터내셔널에서 넉 달간 인턴으로 일했다. 무역회사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시범 사업으로 실시한 대학 2, 3학년생 대상 직무 체험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문 씨는 “직무 체험 후 무역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해졌고 무역 전문가의 꿈도 구체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조기 인턴으로 기회의 문 열자”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고용부가 함께 진행할 ‘대학 2, 3학년생 직무 체험’은 문 씨와 같은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재학생들에게 진로 탐색 기회를 미리 제공해 일자리 기회의 문을 넓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재학생들은 하루 6∼8시간씩 최대 석 달까지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서 일하며 직무를 경험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 1인당 40만∼80만 원의 연수비도 받는다. 고용부는 이 직무 체험 프로그램을 지난해 53개 대학과 5개 민간위탁기관에서 대학 재학생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했다. 올해는 모집 인원을 5000명으로 늘렸다. 문 씨처럼 직무 체험에 참여한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또 청년 인턴 전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청년드림 인턴UP’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기업을 직접 검색하고 지원하는 ‘개인형’ 직무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직무 체험 프로그램 대상자는 인문·사회·예체능계열 대학 2, 3학년생이다. 취업에 어려움이 큰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들에게 조기 직무 체험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서다. 인턴이 취업 직전 ‘스펙 쌓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2, 3학년 재학생으로 참여 대상을 제한했다. 학생이나 기업이 원한다면 협의를 거쳐 3개월 이상으로 체험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계열과 공학계열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각각 83.2%, 72.8%에 이르지만 인문(57.6%), 사회(65.2%), 예체능(61.9%) 계열은 7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들의 직업 체험 기회가 보다 확대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기회의 문이 갈수록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학생-기업’ 매칭으로 기회의 문 확대 직무 체험 인턴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2월 고용부가 제정한 ‘인턴 보호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재학생들을 상대로 한 ‘열정 페이’(열정을 핑계 삼아 낮은 임금을 주거나 원래 계약과 무관한 일을 시키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연장·휴일·야간근로는 할 수 없다. 선발 기업은 전담 관리자를 지정하고 학습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고용부는 기업에 인턴 관리비와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직무 체험 인턴을 확대하기 위해 ‘인턴UP’ 앱을 통해 희망 학생과 수요 기업을 연결해주는 매칭 서비스도 제공한다. 학생들이 직무 체험을 원하는 일정 등을 미리 인턴UP 앱에 등록해 두면 해당 기간 직무 체험 인턴 선발을 신청하는 기업과 연결해준다. 앱 초기 화면의 ‘체험형 인턴’ 배너를 클릭하면 직무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지원 내용 등을 검색할 수 있다. 이미 등록된 직무 체험 인턴 모집 공고를 검색하고 원하는 기업에 지원서를 낼 수도 있다. 고용부는 개인형 직무 체험 인턴 프로그램 모집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인턴 관련 다양한 정보도 인턴UP 앱을 통해 제공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포털사이트 워크넷(www.work.go.kr/experi)의 재학생 직무 체험 프로그램 관련 정보도 인턴UP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변정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직무 체험은 진출 가능한 분야를 캠퍼스 밖 현장에서 직접 탐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인턴UP 앱이 기업과 청년들을 직접 매칭하는 플랫폼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