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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사퇴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측근들과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안 전 지사와) 여러 차례 만나고 통화하며 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어디에 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와 측근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준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측근은 “법률 대응 때문에 오늘 서울에 갔었다. 7일에 변호인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측근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안 전 지사의 억울한 점이나 소명할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공개석상에서 다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오보다.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 (안 전 지사가) 도청으로 갈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폭로 직후인 5일 오후 9시경 집무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짐은 그대로 남겨놓고 몸만 나섰다고 한다. 이후 6일 0시 50분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및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공식 입장의 전부다. 이날로 지사 부재 상황을 맞은 충남도는 하루 종일 긴박한 분위기였다. 직원 대부분이 일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무원들은 다른 피해자의 폭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여성 공무원은 “추가 피해자가 있다면서 이름까지 언급되는 등 하도 많은 억측이 나돌아 얼굴 들고 다니기가 겁이 날 정도다”라고 말했다. 과거 안 전 지사와 김 씨를 둘러싼 미심쩍은 정황도 뒤늦게 불거졌다. 한 공무원은 “해외 출장 중 호텔에 머물 때 지사와 다른 공무원들은 다른 층을 쓰는데 김 씨는 같은 층을 썼다. 그때는 수행비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무원은 “해외 출장 때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늦은 밤에도 자주 불러 이상하게 여겼다는 말을 동료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반인이 느낀 ‘안희정 쇼크’도 상당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해 ‘뭔가 다른’ 정치인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지독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도예리 씨(26·여)는 “얼마나 큰 권력이면 그런 상황에서도 (김 씨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봤다. 순간 같은 여자로서 정신이 아득해졌다”고 말했다. 도 씨는 “권력을 악용한, ‘잔인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그에게 투표했다는 취업준비생 김남영 씨(27·여)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미투 운동’도 지지한다고 했는데, 다 연기였나 싶어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홍성=지명훈 mhjee@donga.com·배준우 / 구특교 기자}
검찰이 6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조만간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33)를 불러 피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김 씨의 변호인 장윤정 변호사는 “피해자의 가장 큰 뜻은 이 사건이 공정하고 정대하게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장소 중 한 곳을 관할하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길 원했다고 장 변호사는 전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안 전 지사를 수행해 러시아와 스위스, 서울로 출장을 갔을 때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서울에서 수행비서나 측근과 함께 마포구의 한 사무소에서 사적인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으나 김 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고소장에 검찰 수사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지사의 측근은 “변호사를 만나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홍성=지명훈 mhjee@donga.com / 이지훈 기자}

여성 정무비서의 폭로로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무라인 공무원 전원과 함께 6일 사퇴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날 “안 지사가 정무라인과 함께 사퇴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오전 일찍 윤원철 정무부지사를 통해 밝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대리인을 시켜 충남도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와 같이 사퇴할 정무라인 직원은 윤 부지사와 장훈 미디어팀장, 신형철 비서실장 등 비서실과 공보실 등에서 일하던 10명 안팎이다. 안 지사의 사퇴로 이날부터 남궁영 행정부지사가 충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맡는다. 앞서 안 지사는 이날 오전 12시 50분 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5일 밤에 저를 불러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았다’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결국 하더라고요.” 안희정 충남도지사(53)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33)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를 힘겹게 털어놨다. 김 씨는 바짝 마른 입술로 “저에게 미투 언급을 하고 사과까지 한 상태에서 또다시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아, 여기는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하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가장 두려운 것은 안 지사이다. 제가 오늘 이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미안하다’며 계속 성폭행”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동안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시기와 장소 및 당시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출장 등을 수행하며 피해를 당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는 텔레그램으로 안 지사와 비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안 지사는 성폭행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을 통해 ‘미안하다’ ‘내가 부족했다’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김 씨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미안함을 표시하면서도 성폭행을 계속했다는 게 김 씨의 증언이다. 김 씨는 “스위스 출장 때 안 지사에게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라고 하며 머뭇거렸더니 침대에서 소파로 데려가 계속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니에요’라는 표현이 “최대한의 방어”였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평소 김 씨에게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한다” “네 생각을 얘기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살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제가 머뭇거리면서 어렵다고 했던 것은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그걸 알아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김 씨와의 성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씨는 “제가 원해서 했던 관계가 아니다”라며 “지사님은 제 상사이고 그의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 있다”…안희정 잠적 김 씨는 안 지사의 성폭행이 계속되자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여러 번 SOS를 보냈고 한 선배에게 피해 사실을 얘기했지만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일단 거절하라고 해서 스위스에서 거절을 했지만 결국에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밝힌 성폭행 피해는 모두 최근 1년 이내 벌어진 일이어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안 지사는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지사를 만나러 도지사 공관에 갔는데 없었다. 안 지사와 통화를 했는데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홍성=지명훈 mhjee@donga.com / 이지훈 기자}

5일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무비서 김지은 씨의 폭로 이후 충남도 안팎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분위기다. 충남도의 한 관계자는 “안 지사는 여성 팬과의 공개적인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정치인이었다. 공석과 사석에서 여성과의 접촉이 많았지만 별로 큰 의심을 사지 않았다. 가끔 안 지사의 여성 문제를 주변에서 언급했지만 그때마다 ‘안 지사의 친절한 성격 때문’이라며 다들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김 씨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선 캠프에서 일하던 김 씨를 정무비서로 임명할 당시에도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빡빡한 국내 일정과 해외 출장까지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안 지사 측은 “김 씨가 안 지사의 열렬한 정치적 팬이다. 안 지사가 일을 배울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안 지사가 소수자 인권과 권익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지난해 9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인권 패널 토의’에 발표자로 나서 국제인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씨 역시 당시 출장에 동행했다. 당시에도 안 지사의 성폭력이 있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한남대 탈메이지교양교육대학(학장 강구철)은 대학생과 시민이 함께 듣는 교양강좌 ‘함께 사는 아시아공동체―경계를 넘다’를 8일부터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강좌는 지역, 세대, 민족, 국가, 계층을 경계를 넘어 ‘평화’와 ‘상생’의 의미를 찾아보는 데 초점을 뒀다. 대북 관계를 주제로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인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위기에서 평화로―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관동갤러리의 도다 이쿠코 관장이 ‘시간의 경계를 넘어 우리에게 다가서는 역사의 흔적’을 강연한다. 다쿠 수베디 한남대 교수의 ‘네팔과 친해지기, 네팔에서 기회 찾기’와 샤오핑 중국 청두도서관 부관장의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와 미래의 한중관계’ 등 외국인 교수들의 강연도 마련됐다. 강 학장은 “이 강좌를 통해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 상생의 움직임이 작게나마 시작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좌는 한남대 학생들의 2학점 교양과목이지만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강좌는 8일부터 6월 7일까지 매주 목요일(오후 3∼5시) 한남대 문과대학 인문홀에서 열린다. 강좌 문의 042-629-8136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5일 저를 부르더니 ‘미투’ 열풍을 언급하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안 지사는 그날마저 저에게 ‘그 짓’을 했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현직 정무비서 김지은 씨(33)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를 힘겹게 털어놨다. 김 씨는 “최근 미투 열풍에 안 지사가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성관계를 요구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안 지사가 가장 두렵다. 저의 안전을 국민들이 지켜주셨으면 하는 심정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김 씨,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김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성폭행을 당한 시간과 장소까지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출장 등을 수행하며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김 씨가 안 지사에게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라고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김 씨는 “평소 안 지사가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자주 말했다”며 “제가 어렵다고 했던 것은 저한테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그걸 알아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성폭행을 한 뒤 ‘괘념치 말아라’ ‘잊으라’고 자주 말했다”며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끄러운 짓을 해서 미안하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옆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제가 얘기했을 때 제가 잘릴 것 같았다. 스위스 출장 직전 전임 수행비서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외에 다른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주변 인물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합의한 성관계”였다는 안 지사의 주장에 대해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고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이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여자 문제 우려가 많았는데…” 충남도청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도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이렇게 우려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안 지사가 여성에게 친절하기 때문이라고 넘어갔다. 하지만 안팎에서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지사는 여성 팬이 많아 공개적인 스킨십도 자연스러웠다. (김 씨 말대로) 다른 여성 문제가 있다는 의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경선 캠프에서 홍보팀 소속으로 일하다 곧바로 안 지사의 수행비서가 됐다. 수행비서는 별도의 공식절차 없이 지사가 임명한다. 주변에서는 “수행비서는 국내외 출장을 따라 다녀야 하는데 과연 여성이 적합한가”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지사 측은 그대로 임명했다. 이날 폭로 후 “김 씨는 항상 근심 어린 표정이었는데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던 탓이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안 지사의 잦은 출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안 지사는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뒤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해외 출장을 나갔다. 올해도 1월부터 임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다. 도지사 출장비는 항공료 1등석과 호텔 숙박 등 비용이 만만찮다. 여기에 전문 통역사 항공료와 체재비까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서 도청 공무원 중에서는 “행정혁신을 내세운 안 지사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가도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고 바로 귀국해야 했는데 정작 본인은 긴 해외 출장으로 도정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죽어서도 복수하겠다.’ A 씨(38) 부부가 남긴 유서 곳곳에는 이처럼 원한 맺힌 문구가 적지 않았다. 대상은 A 씨의 친구 B 씨(38). B 씨는 A 씨의 아내(34)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A 씨 부부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원망과 성토로 가득 찬 유서 3일 0시 28분경 전북 무주군의 한 캠핑장 이동식주택(캐러밴)에서 A 씨 부부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인이 발견했다. 두 사람은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내는 곧 숨졌다. A 씨는 4일 오전 8시경 숨졌다. 부부는 10장가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는 부부의 차량과 캐러밴에서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 및 지인에게 미안하며 남은 두 딸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와 함께 성폭행 가해자로 기소됐던 B 씨를 원망하고 강하게 성토하는 글이 담겨 있었다. “친구 아내를 탐하려고 비열하고 추악하게 모사를 꾸몄다” “죽어서라도 끝까지 복수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등이다. 4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경찰은 B 씨를 구속했다. A 씨 아내를 성폭행하고 다른 지인들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혐의 등이다. B 씨는 같은 해 4월 중순 A 씨가 해외 출장으로 집을 비운 사이 A 씨 아내에게 접근한 뒤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다. A 씨와 B 씨는 고향 마을에서 같이 자란 친구 사이로, B 씨는 충남지역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이후 A 씨의 아내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피해자 지원센터에 연락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B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논산지원은 B 씨의 폭행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반항할 수 없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이 들지만 직접 증거는 피해자 진술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5일간 계속 협박을 당하는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첫날 밤의 폭행과 협박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협박에 못 이겨 모텔에 끌려갈 때 성폭행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며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5일 전에도 극단적 선택 시도 B 씨의 성폭행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자 A 씨 부부는 심한 충격과 절망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아내는 지난달 26일에도 본인의 사진과 유서를 차량에 싣고 나가 음독을 시도했다가 남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의 추적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A 씨 아내가 이 사건 후 줄곧 피해자 지원센터와 병원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여러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A 씨 부부는 B 씨가 성폭행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분개했다. 법원마저 무죄를 선고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성폭행 부분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와 관련한 정황 증거도 충실하게 제시했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mhjee@donga.com / 무주=이형주 기자}
충남도소방본부는 심정지 환자 소생률이 전국 9개 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도내 심정지 환자 소생률은 2013년 1.6%, 2014년 2.3%, 2015년 3.6%, 2016년 5.8%에 이어 지난해 6.0%로 도 단위 지역 중 가장 높다. 9개 도 평균(5.2%)보다 높았다. 소방본부는 이를 위해 구급 요원이나 구급 인증자를 크게 늘렸다. 하트세이버(Heart Saver·심장박동이 멈춘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취해 생명을 구한 구조 및 구급대원이나 일반시민에게 주는 인증서) 수여자는 2015년 162명, 2016년 256명, 지난해 320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농어촌 마을 노후 구급차 17대를 교체해 구급차 현장 도착 시간을 2014년 8분 38초에서 2017년 5분 49초로 2분 49초 단축했다. 소방본부는 지난해 23만972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한 데 이어 앞으로도 매년 24만 명씩 일반인 대상의 교육을 해나가기로 했다. 올해는 29억 원을 편성해 구급차 14대와 전문 구급장비 7종 3134점을 보강하기로 했다. 이창섭 도소방본부장은 “심정지 환자 소생률을 ‘충남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 2030’의 지표로 설정해 소생률이 선진국 수준인 10% 이상이 될 때까지 다각도의 구급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유명 시인이 여고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충남 홍성경찰서는 고속버스 안에서 여고생을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 위반)로 시인 A 씨(57)를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1월 18일 밤 서울을 출발해 경북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여고생 B 양의 허벅지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은 사건 발생 직후 A씨에게 항의하였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어머니에게 이를 알려 다음 날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B양과 이날 터미널로 딸을 마중 나왔던 어머니 항의를 받자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연락처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에 같이 타고 있을 때는 B 양이 A 씨의 신원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B 양의 고소 내용과 A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목격자 진술을 받는 등 수사를 벌였다. A 씨는 경찰에서 “옆자리에 있던 여고생이 내 몸에 기대어 잠을 자 ‘일어나라’며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찔러 주의를 준 것이지 추행한 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판독 결과 등은 앞으로 수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며 “양측 진술이 상반되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홍성=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숲에서 즐기고 일하는 삶의 확산’. 산림청은 올해 산림정책 패러다임을 기존 자원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통해 산림은 국민들이 다양한 체험활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될 전망이다. 산림청은 또 산림이 창업과 일자리 창출 공간과 기회가 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산림을 활용한 등산과 레포츠 치유 수요가 높아지고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생활과 문화 경제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이제 산림정책의 화두는 ‘사람’ 산림청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가까이(77%)가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산을 찾는다. 그만큼 누구나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레포츠 공간이다. 지난해 39만 명이었던 산림 레포츠 인구는 2022년 5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산림을 체험과 여가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서민복지를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산림청이 마련한 비전이다. 이를 위해 숲길 조성도 더 적극 추진해 지난해 말 현재 1만5270km인 숲길을 2022년까지 2만270km로 확충하기로 했다.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휴식 공간 중 하나인 자연휴양림은 2021년까지 19개를 더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휴양림은 모두 189개로 늘어난다. 특히 최근 암벽과 트립탑, 산악자전거 등 레포츠와 버스킹 같은 문화예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행태로 조성할 계획이다. 산림은 국민 힐링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맞춤형 산림교육 및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해 국민이 산림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활력을 되찾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누리과정이나 자유학기제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세종시교육청과 협력해 국내 처음으로 산림교육 특화 유치원을 두 곳 조성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산림은 레저뿐 아니라 경제 공간” 산림청은 앞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산림복지 서비스를 확대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꾀하기로 했다. 이를 테면 산림교육 및 치유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산림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이나 다문화 가정에 산림복지 서비스를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경제림 육성을 통해 산림자원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산림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제림 육성단지를 통해 우수한 목재의 생산을 늘리고, 선도 산림경영단지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 산림산업을 지역사회와 연계함으로써 2022년까지 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적으로 올해 안에 1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국제적으로 산림 협력을 확대해 산림 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 아시아 지역의 산림분야 논의체인 아시아산림협력기구(아포코·AFoCO) 설립을 주도하고 해외 산림 자원을 개발해 목재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불 등 산림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산림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산사태 취약지역을 집중 관리하고 과학적 예측 기술을 개발해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로 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산림자원을 활용한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산림의 잠재된 공익적 가치를 일자리로 현실화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하는 목표를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시가 민간자본을 활용해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유성구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매봉산을 개발하려는 계획에 대해 대덕특구 구성원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4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과학문화운동 단체들이 22일 개발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연다. 따듯한 과학마을 벽돌한장과 대덕몽,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대덕밸리라디오는 이날 오후 6시 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사이언스 홀에서 ‘대덕특구의 허파, 매봉산 지역 환경과 공공가치 살리기’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벽돌한장의 정용환 회장은 “대덕특구의 연구공간에 아파트 건설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특구의 환경과 공공가치를 보전하고 연구단지 특성을 살린 공간 구성으로 과학문화를 꽃피울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밝혔다. ETRI 김경만 부장이 ‘매봉산 아파트 개발 계획의 문제점’, 월평공원시민대책위 정은희 집행위원장이 ‘월평공원 유사 대응 사례’, 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이 ‘난개발 우려에 대한 대안’,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가 ‘도룡동 지역의 바람직한 공간 재구성’에 대해 발제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흥채 박사와 대덕넷 이석봉 대표, KAIST 박사과정의 방용환 씨 등이 토론에 나선다. 대전시는 매봉근린공원(35만4906m²) 가운데 98%에 달하는 사유지를 시에서 사들여 공원으로 개발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방치할 경우 2020년 7월 1일 이후 공원 지정에서 해제돼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민간자본을 활용해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간자본이 매봉근린공원의 22%가량에 아파트 등을 지어 수익을 얻고 나머지 용지는 공원으로 개발해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20대 여성 관광객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된 한정민(33)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14일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의 한 모텔 화장실에서 한정민이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밝혔다. 화장실 천장에 검은색 끈을 묶고 목을 맨 채였다. 경찰이 그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이날 오후 3시경 퇴실시간이 지나도 한정민이 나오지 않자 모텔 주인(82)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방문을 열고 들어가 시신을 발견했다.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소지품에서 주민등록증으로 일단 신원을 확인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앞서 12일 오후 4시 35분 “이틀을 묵겠다”며 이 모텔에 혼자 투숙했다. 다음 날 오후 4시경 한 번 외출한 것 말고는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정민은 8일 자신이 관리하던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객 A 씨(26·여)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혐의로 수배됐다. 경찰을 따돌린 그는 10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도주해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다음 날 오전 6시경 경기 수원시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이후 종적을 감췄다. 그가 A 씨를 살해한 직후로 추정되는 8일 오전 6시를 전후해 A 씨의 승용차를 몰고 가는 장면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그는 절도 전과 2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관리하던 게스트하우스는 13일 관할 읍사무소에 폐업신고를 하고 14일 문을 닫았다.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천안=지명훈 기자}
군복무 시절 후임병에게 라면 등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가혹행위를 한 해병대 선임병이 제대 후 벌금형을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6단독 조현호 부장판사는 13일 위력행사 및 가혹행위 혐의로 A 씨(23)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해병대 복무 중이던 2016년 11월 중순부터 지난해 2월 중순까지 생활반에서 신병 B 씨(22)에게 컵라면을 한 번에 2∼4개 주면서 취침 전에 모두 먹으라고 강요한 혐의다. A 씨는 이런 방식으로 모두 70개가량의 라면을 억지로 먹게 한 것이 인정됐다. 과자와 우유 등 다른 음식도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모두 먹게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다른 후임병 C 씨(20)에게는 빌려준 가방 손잡이가 늘어났다며 주먹으로 때리고 속칭 ‘원산폭격’을 5분 동안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도 인정됐다. A 씨는 “단지 먹으라고 권한 것일 뿐 강제로 먹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대의 계급질서를 이용해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장벽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신조를 애지중지하게 됐죠.” 22일 졸업을 앞둔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이상현 씨(25)의 말이다. 청각장애 1급인 이 씨는 졸업식 때 김영호 배재대 총장으로부터 ‘총장 특별상’을 받는다. 2014년 장애인 전형으로 입학한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도전정신으로 장애인에 대한 주변 인식을 바꿔 왔다. 처음 교수들은 “상현이의 성실성은 보증한다”는 고교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입학은 허가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씨는 줄곧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인명구조와 레크리에이션, 스쿠버다이빙, 걷기 등 4가지 자격증을 취득해 경쟁력을 쌓았다. 3학년 여름방학 때 휘닉스 제주의 인턴 경험은 그의 부단한 노력을 잘 보여준다. 그는 당시 리조트 수영장 안전관리 요원에 지원했다. 김기탁 지도교수가 같은 학과 다른 학생 2명과 함께 그를 추천했다. 이 씨는 장애로 번번이 여기저기서 인턴을 거절당해 의기소침하던 터였다. 휘닉스 제주 측이 처음에 난색을 표하자 김 교수가 간곡히 당부했다. “상현이는 아주 성실합니다. 돈은 안 받아도 좋습니다. 며칠만이라도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길 바랍니다. 최소한 가는 것 자체를 막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며칠 후 휘닉스 제주 측은 이 씨의 면접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보내주십시오. 일단 한 달간 같이 일해 보겠습니다.” 한 달은 두 달 반으로 길어졌다. 물론 급여도 제대로 지급했다. 성실함 덕분이었다. 이 씨는 수영장 자기 구역을 매의 눈으로 주시했다. 귀가 아닌 눈으로 피서객들의 구조요청을 알아채기 위해서다. 피서객 5명을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 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다른 직원이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응대 못해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쓴 코팅 메모지를 소지하고 다녔다. 안전요원 복장인 자신에게 피서객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머뭇거리지 않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당시 리조트에 한 번 가봤는데, 휘닉스 제주 측이 이 씨에 대해 아주 만족해했다”며 “그는 학업에서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배려를 받을 생각 없이 솔선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중학교 때 배구를 시작해 대학 배구팀 선수까지 지냈다. 요즘은 국제수화를 익히는 데 한창이다. 운동 실력과 전공지식, 청각장애인 소통능력 등을 바탕으로 국내외 장애인체육단체 등에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당장 평창 패럴림픽 등에서도 경험을 쌓아 보고 싶어 한다. 이 씨는 “취업을 위해 그동안 20번 정도 도전했지만 거절당한 상태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는 아무리 높은 사회적 장벽도 허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군대 시절 후임병에게 라면 등을 억지로 너무 많이 먹인 해병대 선임병이 제대 후 벌금형을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 6단독 조현호 부장판사는 13일 위력행사 및 가혹행위 혐의로 A 씨(23)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해병대 복무하던 2016년 11월 중순부터 지난해 2월 중순까지 생활반에서 신병 B 씨(22)에게 컵라면을 한 번에 2~4개 주면서 취침 전에 모두 먹으라고 강요한 혐의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 70개가량을 억지로 먹게 한 것이 인정됐다. 과자와 우유 등도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모두 먹도록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다른 후임병 C 씨(20)에게는 빌려준 가방 손잡이가 늘어났다며 주먹으로 때리고 속칭 ‘원산폭격’을 5분 동안 시키는 등 가혹행위 한 것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군 계급질서를 이용한 죄질이 나쁜 행위라고 본다”면서 “단지 먹으라고 권하기만 했지 강제로 먹이지는 않았다”는 A 씨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보일러 배기가스가 새나와 가정집 두 곳을 덮쳐 5명이 숨졌다. 특히 한 가정은 고드름이 떨어져 배기구를 상하게 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서산경찰서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은 충남 서산에서 초등학생 형제의 목숨을 앗아간 보일러 배기가스 중독사고 원인은 현장감식 결과 고드름일 가능성이 높다고 9일 밝혔다. 앞서 7일 오전 7시 경 서산시 인지면 한 아파트 방에서 잠자던 A 군(9)과 B 군(7)이 숨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했다. 부검 결과 두 아이 체내에서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9일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 방에 연결된 보일러실 배기통이 외부 연통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배기가스가 흘러든 것 같다”며 “아파트 위층 외부 연통에 달린 고드름이 떨어지며 아래층 연통을 쳤고 그 충격으로 아이들방 배기통이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7일 사고현장에 가보니 연통 윗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졌고 아래 땅바닥에는 조각난 고드름이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파로 아파트 고층의 외부 연통에는 길이 20㎝ 안팎 고드름이 달린 경우가 많다. 또 “사고가 난 날 새벽녘 아이들 방 쪽에서 쾅 소리가 났다”는 부모 진술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기온이 낮아졌다가 높아지면서 녹은 고드름이 떨어지기 쉬운 만큼 유사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 한 연립주택에서도 보일러 배기가스 유출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8일 오후 6시 40분경 전주 한 연립주택에서 배모 씨(78)와 아내(71), 손자(24)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모두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5일 병원에 입원한 배 씨의 아내와 간병하던 배 씨는 8일 오후 4시경 퇴원해 귀가해서 보일러를 켰다. 손자는 할머니 병간호를 한다고 함께 집으로 왔다. 이날 오후 5시12분 손자는 자신의 엄마(50)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할아버지가 어지럽다고 한다. 손발이 차다’는 글을 보내고는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배 씨 등의 혈액에서 일산화탄소가 검출됨에 따라 가스중독으로 보고 있다. 3개월 전 창문공사를 할 때 가스보일러 배기구를 10여 년 전 쓰던 연탄보일러용 중앙배기구에 연결했는데 환기가 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가스중독사고 80~90%는 배기구 문제로 발생한다. 안전공사 관계자는 “바람이 불지 않고 기압이 안정된 날에는 가스 역류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스 유출이 의심되면 즉시 창문을 열고 안전점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전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외를 연결하는 ‘소통 창구’가 되겠습니다.” 양성광 신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58)은 8일 “특구의 발전을 위해 할 일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양 이사장은 3년간 재단을 이끌어간다. 그는 기술고시 출신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연구개발정책실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등을 지냈다. 양 이사장은 전임 이사장의 임기 만료 1년여 만에 선임됐다. 그동안 적임자 부재로 인한 재공모와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인사 지체 등의 요인들이 겹쳤다. ―이사장 선임에 앞서 특구 구성원들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리더를 요구하는 국회청원도 이뤄져 신임 이사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런 특구 구성원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 소통 창구가 되겠다는 것도 그런 의미다. 두 가지 방향으로 소통을 추진하려고 한다. 우선은 특구 구성원 간의 소통이다. 취임 이후 대덕특구기관장협의회에 참석해 재단이 소통 창구의 역할을 맡고 싶다고 제안했다. 재단이 전면에 나서든, 협의회가 앞장서고 재단이 집행기관이 되든 형식은 아무래도 좋다. 협의회 기관장들도 대부분 이 제안에 찬성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에서 이런 역할을 업무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 ―또 하나의 소통은 어떤 것인가. “시민과 연구개발특구 간의 소통이다. 특구가 선 지 50년이 다 돼 가지만 서로 소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장을 지내던 2016년 이런 문제를 절감하고 대덕대로 네거리 부근의 과학관 주차장을 ‘사이아트 플레이스(sci-art place)’란 이름의 광장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이 찾아 소공연을 보면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구 내 탄동천 3km 구간에 공연시설과 생태 관찰대를 만들고 주변 11개 연구소의 참여 속에 벚꽃 축제를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도서관을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앞으로 시민과 특구를 이어주는 이런 문화운동을 확대해 나가겠다.” ―기술사업화의 결과물인 연구소기업이 그동안 550여 개 생겼다. “연구소기업이 그동안 많이 탄생했는데 연구기관과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이끌어 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앞으로는 이미 세상에 나온 연구소기업들이 시장 경쟁력을 갖는 데 보다 지원의 중점을 두겠다. 보리가 웃자라 허약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리를 밟아줘야 한다. 성장 초기 기업들이 시장이라는 외풍 속에서 생존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혁신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기술은 이를 꼭 필요로 하는 수요자를 만나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혁신 주체들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을 가진 대학과 연구소, 실업계 고교의 주체들이 만나는 모임을 주선하려고 한다. 특구의 벤처 1세대들은 이들을 위한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AIST 등 기술혁신기관의 리더들과도 정례 모임을 갖고 기술 혁신 및 확산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매봉산 근린공원 문제 등으로 연구기관들과 대전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 대전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과학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시는 특구를 재혁신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가 얼마만큼의 예산을 투자할 테니 정부도 응분의 역할을 해 달라고 이렇게 먼저 제안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특구와 연관된 문제를 행정 처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주니 특구와 이곳의 구성원인 과학자들이 서운해 하는 것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영국의 세계적 대학 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주관하는 ‘2019년 혁신대학 세계총장회의’가 KAIST에서 열린다. 6일 KAIST에 따르면 5일부터 중국 선전(深(수,천))에서 열리고 있는 THE 아시아대학 총장회의에 참석한 신성철 총장은 트레버 배럿 THE 사장과 세계총장회의 유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1∼3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THE 혁신대학 세계총장회의가 열린다. 회의에는 세계 주요 대학 총장 및 기업 최고경영자(CEO), 정부 및 연구기관 혁신 전문가 500여 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학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THE는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과 자료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세계 혁신대학 순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 유치가 국내 대학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륙별, 분야별 세계 대학 랭킹을 발표한 THE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세계적 화두로 등장함에 따라 혁신대학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 총장은 “내년 혁신대학 총장회의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혁신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국내 학계와 산업계 혁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대덕특구 내 매봉근린공원 아파트 건설 계획에 또 제동이 걸렸다. 공원 훼손과 연구환경 저해, 교통체증 심화,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내세운 주변 연구기관과 주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도시공원위원회는 최근 ‘2018 제1차 도시공원위원회’를 열어 매봉근린공원에 아파트와 공원을 만드는 조성계획 결정 및 경관 심의안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위원들은 민간 사업자에게 아파트 건설로 분할되는 공원의 양쪽 녹지공간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충분히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심의위원들이 아파트 부지 면적 축소와 녹지축 조성을 제안해 사업자는 녹지축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면적이 지나치게 작다고 판단한 것. 심의위원들은 또 공원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아파트 부지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도시공원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겉으로는 사업자에게 일부 수정과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파트 건설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판단에 따른 ‘퇴로 만들기 수순 아니냐’는 해석도 많다. 유성구 도룡동 사거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에 있는 매봉공원(35만4906m²)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장기간 개발을 하지 않은 장기미집행 시설. 하지만 ‘토지 보상 없이 사유재산권 이용을 장기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헌법불합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20년 7월 1일(일몰제) 이전에 개발하지 않으면 공원 지정이 해제된다. 묶여 있는 공원의 90% 이상은 사유지다. 대전시는 이에 따라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일몰제 시행 이전 이곳에 숲 체험 및 숲속교실 등 공원시설과 4∼12층짜리 아파트 450채를 시비와 민간재원을 투입하는 민간 특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원 근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는 “계획안대로라면 아파트가 국가보안시설인 우리 연구소와 불과 50m 떨어져 있다”며 아파트 건립 시 예상되는 조감도를 제시했다. 극심한 교통 체증과 연구환경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문제는 전국적 현안이다. 대전시가 서둘러 나설 필요가 없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난개발 등을 우려해 찬성하는 쪽도 있다. 대전시는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보완계획을 만들어 이르면 다음 달 도시공원위원회에 재상정할 방침이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의결이 불투명한 상태다.이기진 doyoce@donga.com·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