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 전 의원이 추진 중인 ‘안철수신당’을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고스란히 당명에 직접 사용하는 정치권의 구상에 제동을 건 것. 또 정당 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당 대표·최고위원회의가 후보자 및 순위를 결정해 추천하는 ‘전략공천’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전용정당인 미래한국당 등 일부 정당의 비례 공천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선관위는 6일 전체회의가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현역 정치인의 성명을 정당의 명칭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정당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지 않고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안철수신당 측은 “헌법과 무관한 과도한 해석으로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선관위 결정에 따라 새로운 당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한편 선관위는 총선을 앞두고 일부 교육청이 추진해온 초중고교생 대상 모의투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선거법 개정에 따라 일부 고3 학생이 포함되는 만 18세부터 총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만큼 초중고교 40여 곳에서 실제 정당과 입후보자 이름을 넣어 모의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준일 기자}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신당’ 당명 사용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 구상에 시작부터 제동이 걸렸다. 이날 선관위는 선관위원 9명이 모두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4시간 넘게 논의를 벌인 끝에 ‘안철수신당’ 이름 사용을 불허했다. 선관위는 불허 이유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의 성명이 포함된 정당명을 허용하면 정당 활동이라는 구실로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하고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선거운동의 기회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안철수신당’이 당명으로 허용되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 공식 선거운동은 4월 2일부터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투표용지 소속 정당명 칸에 ‘안철수’라는 이름이 포함되면 실제 후보자와 안 전 의원을 오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불허 이유로 들었다. 특히 선관위는 ‘과두적’ ‘권위주의적’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정치인 이름이 들어간 정당 등장에 대해 “비(非)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정치인의 이름을 그대로 넣은 정당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안 전 의원의 인지도를 활용해 총선에서 수도권 중도 표심을 공략하겠다던 안 전 의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안철수신당 창당추진기획단’은 즉각 성명을 내고 “선관위가 2008년 (친박연대 당명 사용 허용을 결정한) 법 해석을 정면으로 뒤집었다”며 “정치적 판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이날 각 정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금지하면서 미래한국당 등 선거법 개정으로 출범한 위성정당의 총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순위를 짤 때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자를 ‘전략 공천’하는 데 사실상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선관위 결정으로 앞으로는 당원 대의원의 투표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하게 되면서 당 지도부의 구상과 다른 인물이 비례대표 앞 순번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며 정당이 난립하는 수준에 이르자 선관위가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한국당을 겨냥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미래한국당이 한국당 추천 인사를 공천할 가능성이 있다며 “헌법과 공직선거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미래한국당 측은 “모든 정당에 다 해당되는 만큼 별 영향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절차와 과정을 준비 못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청 주관 모의투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유권자가 된 만 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발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4월 총선에 맞춰 3, 4월 초중고교 40여 곳에서 실제 정당과 입후보자 이름을 넣어 모의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최고위원회에 국민공천배심원단 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황교안 대표가 공관위에 대한 견제 가능성을 밝히며 언급한 배심원단의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컷오프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공천 전권을 쥐고 강력한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3일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 공관위원인 박완수 사무총장을 통해 황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배심원단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2016년 9월 제정한 한국당 당헌당규는 총선 전 일반 국민 35명과 전문가 및 당원 대표성을 가진 15명 등 총 5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을 통해 공관위가 고른 후보자의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단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공관위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박 사무총장을 통해 “공천 전권을 부여받은 공관위 위에 따로 배심원단을 두는 건 ‘옥상옥’”이라며 “일부 의원이 배심원으로 자기 사람을 심거나 회유해 공천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최고위가 끝난 후 최고위원들을 따로 불러 직접 설득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최고위에서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위원장 측은 배심원단 제도를 “민주주의와 국민을 가장한 암수”, 일부 최고위원의 반대를 “혁신을 가로막는 구악의 저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황 대표가 임명하는 배심원단은 구성 단계에서부터 공천 심사 대상인 최고위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는 것. 공관위 관계자는 “일반인인 배심원단은 혁신 공천 반대 세력에 포섭된 몇몇 강성분자의 목소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4일 황 대표가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과 잇달아 식사를 하며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눈 데에도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50% 이상 물갈이’를 강조한 TK 의원들을 황 대표가 따로 만나 챙기는 모습이 자칫 혁신 의지를 퇴색시키는 방향으로 공천에 관여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것. 황 대표는 이날 대구 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한 데 이어 경북 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한 TK 의원은 “‘TK가 한국당의 식민지인가’ ‘현역을 대거 컷오프하면 공천 이후 당 통합이 가능하겠냐’ 등의 발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배심원단이 공천 파동을 겪은 20대 총선 직후 공관위원장의 전횡을 막자는 차원에서 신설됐지만 강력한 혁신이 필요한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아 폐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지 않다. 한국당이 ‘통합신당’ 등으로 거론되는 새 당명으로 바꾸려면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만큼 이때 배심원단 관련 당헌당규도 바꾸자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통합에 대비해 최고위원(10명 이내), 공관위원(9명 이내) 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 기자}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일단 ‘안철수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안 전 의원의 인지도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3일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총선까지는 안철수신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선거 뒤에 국민 공모로 구체적인 당명을 정할 것”이라며 “신당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친박연대 등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정당명은 있었지만 정치인의 이름이 고스란히 당명에 직접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해도 없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친박연대를 정당명으로 등록한 2008년 정치권에서는 ‘정당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선관위는 당시 “유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정당법 41조 외에 정당 명칭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유권해석하면서도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포함된 정당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또 다른 안 전 의원 측 인사는 “신당 이름은 측근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마음으로 모아진 의견이고, 당명 사용은 문제없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며 “촉박한 선거 기간을 감안하면 필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신당창당추진기획단장으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경환 변호사가 공동 임명됐다.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계 의원들은 각 시도당 창당 책임자를 맡기로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일단 ‘안철수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안 전 의원의 인지도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3일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총선까지는 안철수신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선거 뒤에 국민공모로 구체적인 당명을 정할 것”이라며 “뜻을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 한마음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친박연대 등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정당명은 있었지만 정치인의 이름이 고스란히 당명에 직접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당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적합성 여부를 문의한 상태다. 안 전 의원 측은 “당명 사용은 문제없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신당창당추진기획단장으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경환 변호사가 공동 임명됐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철수 전 의원이 2일 신당 창당 구상을 밝혔다. 이념과 진영, 지역을 탈피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들어 4년 전 국민의당 바람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것이지만, 정치 지형이 4년 전과 다른 만큼 신당 창당 효과를 놓고서는 벌써부터 엇갈리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신당 창당 비전 발표회’를 갖고 “현재 존재하는 정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된 집단”이라며 “기존에 낡은 정당에서는 새로운 일을 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창당 시기와 당명에 대해서는 “3일 신당창당추진위원회를 맡을 분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하나씩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당을 상징하는 색은 주황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의원은 신당의 기본 방향을 △작은정당 △공유정당 △혁신정당으로 설정했다. 안 전 의원은 “정당 규모와 국고보조금을 2분의 1로 줄이고 민간연구소, 정책현장 전문가와 협업해 정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공유정당’과 관련해선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현실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국민 사이에 이견이 있는 쟁점이나 이슈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중도 신당을 모색하고 있는 데 대해 “옛날 생각에 사로잡히고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 그것은 수구진보, 수구보수, 또는 이념팔이, 진보팔이, 보수팔이 등 실제로 그런 모습들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런 것을 두고 (내가) 모호하다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하거나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뿌리 깊은 양극단 세력들, 세금으로 자기 정치세력 먹여 살리기에만 관심 있는 세력들에서 끊임없이 공격이 들어온다”며 “중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인지 알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안 전 의원은 “신당의 국회의원들은 장외집회, 장외투쟁에 참여하기보다는 국회 내에서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했다. 보수통합 참여 여부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가지도 않는다”며 “나와 가치가 맞는다면 그분들이 이리 오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철수 전 의원이 2일 신당 창당 구상을 밝혔다. 이념과 진영, 지역을 탈피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들어 4년 전 국민의당 바람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것이지만, 정치 지형이 4년 전과 다른 만큼 신당 창당 효과를 놓고서는 벌써부터 엇갈리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신당 창당 비전 발표회’를 갖고 “현재 존재하는 정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된 집단”이라며 “기존에 낡은 정당에서는 새로운 일을 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창당 시기와 당명에 대해서는 “3일 신당창당추진위원회를 맡을 분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하나씩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당을 상징하는 색은 주황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의원은 신당의 기본 방향을 △작은정당 △공유정당 △혁신정당으로 설정했다. 안 전 의원은 “정당 규모와 국고보조금을 2분의 1로 줄이고 민간연구소, 정책현장 전문가와 협업해 정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공유정당’과 관련해선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현실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국민 사이에 이견이 있는 쟁점이나 이슈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시 중도 신당을 모색하고 있는 데 대해 “옛날 생각에 사로잡히고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 그것은 수구진보, 수구보수, 또는 이념팔이, 진보팔이, 보수팔이 등 실제로 그런 모습들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런 것을 두고 (내가) 모호하다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하거나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뿌리 깊은 양극단 세력들, 세금으로 자기 정치세력 먹여 살리기에만 관심 있는 세력들에서 끊임없이 공격이 들어온다”며 “중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인지 알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안 전 의원은 “신당의 국회의원들은 장외집회, 장외투쟁에 참여하기보다는 국회 내에서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장외 투쟁에 집중한 자유한국당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통합 참여 여부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가지도 않는다”며 “나와 가치가 맞는다면 그분들이 이리 오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2018년 2월 당시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지 2년 만에 유 의원과 안 전 의원 모두 탈당한 것.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면 한국사회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해 그런 길을 걷고자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안 전 의원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이후 6년 사이 두 번째 탈당이자, 네 번째 창당 수순에 들어갔다. 안 전 의원은 “전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제안을 거부한 손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바른미래당은 내홍과 질곡 속에 갇혀 내부통합도 혁신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되었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일단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어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의원 7명 중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여서 신당을 만들더라도 세 규합에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안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주도하고 있는 보수통합 논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통합 논의에 휩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미국에서 귀국한 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처음으로 만나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당의 ‘창업주’인 안 전 의원이 손 대표에게 “방을 빼라”고 통보한 것. 손 대표는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 설명이 없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안 전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실에서 손 대표를 40여 분간 비공개로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다. 안 전 의원은 대화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려움에 처한 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28일 의원단 오찬 전까지 답을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회동 후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원장 위임 또는 전 당원 투표로 비대위원장 선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 실시 3가지 옵션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이 자리를 뜬 뒤 10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의원이 비대위 구성을 이야기하기에 비대위를 누구에게 맡길 거냐고 했더니 자기한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한 뒤 “지도체제 재편 이유나 구체적인 방안 설명이 없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공동선대위원장 제안 등 ‘명예로운 퇴진’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손 대표가 당권을 내놓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처음으로 만나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당의 ‘창업주’인 안 전 의원이 손 대표에게 “방을 빼라”고 통보한 것. 손 대표는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 설명이 없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안 전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실에서 손 대표를 40여 분간 비공개로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다. 안 전 의원은 대화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려움에 처한 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28일 의원단 오찬 전까지 답을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회동 후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원장 위임 또는 전당원 투표로 비대위원장 선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 실시 3가지 옵션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이 자리를 뜬 뒤 10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의원이 비대위 구성을 이야기하기에 비대위를 누구한테 맡길 거냐고 했더니 자기한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한 뒤 “지도체제 재편 이유나 구체적 방안 설명이 없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공동선대위원장 제안 등 ‘명예로운 퇴진’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손 대표가 당권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환경부 고위공무원 출신 A 씨는 2018년 6월 재수 끝에 환경부 소관 민간협회에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이 협회는 환경부 소관 법률에 따라 설립됐고, 현재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환경부의 위탁업무를 맡고 있다. 기관감사도 환경부로부터 받는다. A 씨는 해당 법률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과장을 지냈다. 당초 A 씨는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지적 때문에 첫 번째 재취업 심사에서 ‘취업 제한’ 통지를 받았지만, 한 달 만에 전문성을 인정받아 결과가 ‘취업 승인’으로 바뀌었다. 이 협회의 1∼4대 회장은 모두 환경부 고위공무원 출신이다. 회장을 포함해 협회에서 월급을 받는 임원은 2명뿐이지만 설립 이후 지금까지 임원은 모두 환경부 출신이 맡았다. 협회 회비는 민간기업이 낸다. A 씨 사례는 정부 부처가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를 만드는 3단계 패턴의 전형이다. ①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 또는 산업 진흥책을 만들고 ②법령을 통해 이 규제나 진흥책을 수행할 기관을 설립한 뒤 ③해당 기관 임원으로 자기 부처의 퇴직 공무원을 보내는 방식이다. ▼ 규제권한 이용해 이익단체 기득권 지켜줘 ▼공무원이 규제를 만들고 그 규제를 이용해 산하기관이나 관련 협회에 재취업하는 공직사회의 그릇된 관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각종 규제 권한을 이용해 이익단체의 기득권을 지켜주다가 퇴직 후 해당 기관으로 옮겨가는 ‘규제 공생’ 현상도 여전하다. 특히 새 업무를 만들어 공무원을 늘리면 그에 맞춰 규제도 계속 증가한다. 규제 개혁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검은 고리 때문이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규제정보포털에 신규 규제법령을 공개하는 17개 부처의 인원 정보, 등록 규제 건수, 재취업 실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들 부처가 2014년 초부터 5년 반 동안 늘린 공무원 인력은 3749명이었다. 같은 기간 해당 부처에서 신설, 강화 또는 일부 수정된 규제는 7361개였고,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6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민간 등에 재취업한 관료는 354명이었다. 공직자윤리위 심사 없이 민간으로 가는 사례는 더 많기 때문에 실제 재취업 관료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민간에 재취업한 공무원의 업무는 자신이 근무하던 부처의 업무와 연관돼 있다”며 “이를 통해 공무원의 정년이 사실상 연장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보미 bom@donga.com·김준일 기자}

경제부처에서 국장급으로 퇴직한 A 씨는 2018년 초 소속 부처 산하에 있는 모 진흥원의 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진흥원은 정보기술(IT) 신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진흥법’에 따라 설립됐다. 당시 정부는 “진흥법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힘을 보태줄 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지금은 슬그머니 퇴직자 재취업 통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공직 낙하산은 다른 업계에서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업계의 한 민간협회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일단 자리부터 늘리는데 그 뒤 나온 육성책에는 꼭 규제가 포함된다”며 “그 과정에서 관련 협회가 생기고 퇴직 공무원이 임원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조직을 키운 뒤 규제 권한을 강화하고, 이 권한을 발판 삼아 퇴직 이후를 보장받는 구조다. 이는 공적 영역의 비대화와 규제 강화를 불러와 결국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산업 진흥한다며 조직 불리기 각 부처가 인원을 늘릴 때는 늘 그럴듯한 명분을 댄다. 새로운 산업을 ‘진흥’ 또는 ‘지원’하고 ‘시대 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진흥법’ ‘촉진법’을 만든다. 하지만 결국엔 관료 조직의 비대화와 규제 양산으로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율주행차나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정부 규제가 좀처럼 걷히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5년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나온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방안’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그해 12월 국장급인 ‘자동차관리관’을 신설하고 그 아래 3개 부서를 뒀다. ‘첨단 자동차 개발 가속화’ 등 자동차 정책 환경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조직 확대의 근거였다. 자동차관리관은 출범 때는 2년 한시 조직이었지만 2018년 1월 정규 조직으로 전환됐다. 이후 자동차관리관 소속 각 부서가 담당하는 관련법과 시행령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규제 법령이 됐다. 자율주행차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법령이 지원책 중심이지만 규제도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왔다. 그사이 국내에서는 자동차관리법, 도로교통법의 촘촘한 규제를 받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컨설팅 기업인 KPMG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차 관련 제도와 정책은 25개 평가 대상국 중 16위였다. 규제를 없앤다며 이를 위해 조직을 늘리는 사례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월 “지방 규제 혁신 업무, 조선·해운 분야 협력 과제 발굴 등에 필요하다”며 본부 인력 9명을 증원했다. 부처에서 규제 개혁 업무를 맡았던 전직 관료는 “각종 ‘진흥원’ 명패를 달고 있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정부 조직이 전반적으로 비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산업 진흥 및 발전을 위한 법령은 600여 개다. ○ 규제 전문성이 재취업 무기 산하기관 등 관련 조직의 비대화는 공무원 사회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쓰일 때가 많다. 각 부처는 정년을 앞둔 고령 직원들에게 민간 기업이나 공직 유관 단체로 이직할 것을 수시로 권한다. 명예퇴직을 하는 대신 유관 기관에서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사실상 ‘정년 연장’의 개념이다. 다양화, 복잡화된 규제가 퇴직 공무원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사회부처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대형 로펌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관가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환경부 실장급을 지낸 B 씨와 고용노동부 국장급으로 퇴직한 C 씨는 각각 대형 로펌의 고문으로 영입됐다. B 씨는 화학물질관리법 등 강화된 환경법규를 해석하고 관련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C 씨는 현 정부 들어 강화된 노동법규와 기업의 노무 관련 소송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로펌들이 예전엔 장차관 출신 관료들을 영입해 눈에 보이지 않는 로비를 했다면, 요즘엔 규제를 다뤄 본 경험과 전문성을 염두에 두고 영입 대상 관료를 선별하고 있다. 환경 노동 보건 등 사회 분야 규제가 부쩍 강화되면서 이런 규제를 다루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 중요한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법령에 명시된 것뿐만 아니라 규제를 만든 사람의 의도까지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규제를 다뤄본 공무원 출신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고객(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성이란 결국 규제를 잘 피해 가는 방법”이라고 했다. 중앙부처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공무원 조직에서 모두가 승진을 할 수 없으니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일자리를 가져와야 한다”며 “퇴직 공무원을 민간에 잘 내리꽂는 게 공무원 사회에서 장차관의 능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고 했다.김준일 jikim@donga.com·고도예·배석준 기자}
“감사 나와서 제가 다치면 실장님이 책임지시겠습니까.” 지난 정부에서 100차례 이상 규제조정회의를 주재했던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가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강 교수는 민간기업에 있다가 2014년부터 2년간 규제개혁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으로 있었다. 그가 규제 개선을 추진할 때 최대 걸림돌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감사 공포증’이었다. 규제조정실에서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자는 의견을 내면 규제 권한을 가진 해당 공무원들은 대번에 “감사 때문에 내가 곤란해질 것”이라고 반응했다. 그러면 다시 강 교수는 “규제조정실장이 지시했다고 문서로 남겨라”란 말로 회의를 이어 나가야 했다. 공직사회가 감사 공포증을 앓고 있다. 적극적으로 일했다가 감사원에서 지적을 당해 징계를 당할까 봐 적극행정은커녕 ‘면책권’ 자체를 믿지 않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시민단체나 이해관계자의 감사청구권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정권 교체기마다 벌어지는 정책감사를 특히 두려워한다. 과거 정권에서 했던 정책적 선택이 자체 감사, 감사원 감사에 이어 최악의 경우 검찰 통보에 이르는 선례가 굳어지고 있어서다. ▼ “정권 바뀌면 감사표적 될 수도…” 몸사리기 선택 ▼실제로 특정 업무나 사업을 지정해 감사를 벌이는 특정감사는 2016년 136건에서 2018년 179건으로 31% 늘었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법령에서 ‘가능’과 ‘불가능’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싶으면 가급적 불가능을 택하려고 한다. 이는 공직생활에서 오래도록 체득한 ‘보신(保身)’의 방편이다. ‘가능’을 택했다가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감사에서 빠져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 적극행정이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적극행정 활성화 장애요인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지적한 적극행정을 가로막는 요인 1위(27%)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 A 씨는 “조직 내에서도 적극행정을 권하고, 나 역시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려 한다”며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 혹시라도 감사를 받게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쳐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여서 수평적,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감사원은 도전을 용인하는 감사가 아니라 도전을 원천적으로 막는 감사를 하고 있어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공직사회에 ‘감사원 감사는 곧 징계’라는 도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김준일 기자}

2015년 5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서울반도체 1, 2공장의 연결통로 공사 계획을 승인했다. 두 공장 간 직선거리는 180m에 불과했지만 각종 규제로 연결통로를 둘 수 없어 1.2km를 돌아가야 했다. 회사 대표가 2014년 3월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규제 개선을 건의하는 등 노력을 계속한 끝에 5년 만에 해묵은 규제가 풀렸다. 이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장기간 규제 해소에 어려움을 겪은 근본적인 이유로 공무원들의 감사에 대한 공포를 들었다. 담당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음에도 특정 기업의 애로사항을 풀어주면 ‘기업과 유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생기고, 이어 감사까지 받게 될까 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를 ‘걸면 걸린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인식은 경험을 통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감사는 예산 낭비와 공직기강 해이를 막아주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최상위법인 헌법에서도 감사원 감사 기능을 보장한다. 그러나 현재의 감사 시스템은 공직 사회에 감사 공포증을 심어주고 적극 행정을 가로막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해진 것 외엔 하지 말라” 체득된 공포 적극적으로 일했다가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인식은 공직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쌓이기 시작한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A 씨는 사무관 시절 연구개발(R&D) 사업 평가 업무를 맡았다. 주어진 인력은 없고 동시에 여러 일이 몰아치는 가운데 마감시한도 촉박했다. 그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총 6단계의 업무 중 4, 5단계 업무를 동시에 처리했고 일을 기한 내에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 직원들은 “업무 처리 순서를 지키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서류에 ‘사인이 있니, 없니’로 며칠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A 씨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감사원 징계 위험을 겪어 봤기 때문에 ‘정해진 것 외에는 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공직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공무원들의 인식은 대통령도, 감사원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공직자가 공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했을 경우 고의나 중과실, 절차적 하자가 없으면 징계를 하지 않는 ‘적극 행정 면책제도’를 법제화했다. 또 제도나 규정이 불분명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감사원이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고, 컨설팅 내용대로 업무를 처리하면 향후 감사 과정에서 책임을 면제해 주는 ‘사전 컨설팅’ 제도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될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감사원이 옳고 그름을 쉽게 결론내기 어려운 정책적인 판단에 ‘사후 평가 잣대’를 대왔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본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좋은 사업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나쁜 사업이 됐다. 해외 자원개발도 마찬가지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지금의 대통령과 감사원은 믿는다. 그런데 정권 교체 이후 감사원은 못 믿는다”고 했다.○ 정책 성과보다 특정감사 비중 높아 공무원들은 특히 감사원의 정책 감사에 불만이 많다. 중앙부처 출신 B 씨는 “정부 사업의 예산 사이클은 2년 정도인데 정책을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그러면 감사원에서 ‘환경이 바뀌었는데 잘못된 정책을 폈다’며 감사를 한다”고 했다. 경제부처 공무원 C 씨는 “공무원들은 보통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진 뒤 정책을 추진한다”며 “그런데 갑자기 감사원 직원이 나와 무조건 정책이 잘못됐다고 윽박지르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정책 성과를 분석하는 ‘성과감사’보다는 ‘특정감사’라는 이름으로 법령 해석, 절차 준수 여부 등의 감사를 하다 보니 공무원들은 정책 달성 여부보다는 문서와 형식에 집착하게 된다. 실제로 2017, 2018년 성과감사는 각각 9건, 13건에 불과했지만 특정감사는 101건, 123건에 달했다. 오스트리아(94%), 스웨덴(90%), 미국(80%) 등 선진국은 성과감사 비중이 높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 자체에 대한 감사는 국회에서 하도록 하고 감사원은 회계감사나 직무에 관련된 비위, 사생활 문제 감찰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우리는 정책 자체가 정당한지 아닌지를 보는 게 아니라 절차나 법령을 지켰는지 보는 것”이라며 “감사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내부 교육도 하고 외부 전문가 의견도 구하고 있다”고 했다.김준일 jikim@donga.com·고도예·임보미 기자}

“전례가 없어요. 전례가.” 충북 청주시의 한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6월부터 주민센터와 구청, 시청에 중증 치매를 앓는 A 씨(90) 부부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부부는 부동산과 현금 자산이 5억 원이 넘어 ‘알부자 농사꾼’으로 불렸다. 하지만 부부가 둘 다 치매에 걸린 뒤부터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올해 초엔 오물 범벅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이웃에게 발견됐다. 요양시설에서 여생을 보낼 재산은 있지만 재산 처분이나 시설 입소를 결정할 자녀 등 보호자가 없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우리가 도울 의무가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자체는 성년후견제를 활용하면 자산이 있는 치매 노인에게도 후견인을 붙여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지자체에선 “극빈층도 아닌데 우리가 나서서 돕게 되면 나중에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 지자체 산하 치매안심센터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 센터가 자산이 있는 노인을 도운 전례가 없다”며 “마음대로 후견 신청을 했다가 나중에 (상급기관 등이) 문제 삼으면 기자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 “전례 없다” 복지부동… ‘동네규제’만 양산 공직사회에서 지자체 일선 공무원은 ‘가두(街頭·street-level) 관료’라고 불린다. 행정 최일선에서 정부 정책을 집행하고 직접 공공서비스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인허가 권한의 상당수가 지자체로 위임돼 있다. 복지·행정 서비스가 실제로 굴러 가려면 지자체 공무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민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각종 고충을 겪는 측면도 있지만 이들을 향한 국민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각종 핑계로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모습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공직사회에는 주민 민원, 전례, 사후 감사 등을 핑계 삼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伏地不動)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 씨(60)는 2017년 5월 부산 북구에서 의원을 개설하기 위해 건물주와 계약을 맺은 뒤 내부 리모델링, 간호사 채용 등 개원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구청은 그가 제출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원(30병상 미만)을 개설하려면 근무 의료인 수 등 법적 요건을 갖춰 관할 지자체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구청은 의원 개설을 반대했다. 해당 건물에 학원이 많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민원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B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최종심까지 모두 B 씨 손을 들어줬지만 구청은 여전히 설립 허가를 미루고 있다. 반대 민원을 알아서 해결해 오라고 떠밀기도 한다. 대구에 반려동물 화장장을 지으려던 C 씨는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화장장을 지으려면 구청 앞에 붙은 반대 플래카드를 모두 떼어 오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는 2016년 화장장 터를 매입한 뒤 구청에 지상 2층 규모의 동물 화장장을 지을 수 있는지 질의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유권해석 결과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주민이 생기자 “환경에 문제는 없느냐” “도로 폭은 충분히 확보했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대법원이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C 씨 손을 들어줬음에도 담당 공무원은 요지부동이었다. ‘특정업체 편의를 봐줬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법보다 무서운 ‘동네규제’를 양산하기도 한다. 지방의 한 2년 차 공무원은 민원인 질의가 들어오면 법이나 조례에서 “허용하면 안 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부터 찾는다고 털어놨다. 특정 민원인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심을 사기 싫어서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를 상급기관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 정부의 범부처 규제개혁회의에서 해결한 안건의 80%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였다.○ 민원인 직접 상대, 소송·징계 위험 노출 지방공무원들도 할 말은 있다. 강원 지역의 한 주무관은 “자칫 잘못 대응하면 민원인한테 소송을 당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일을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 공무원이 피의자인 범죄 접수 건수는 3만6872건으로 이 중 소송 대상이 되지 않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된 건은 1만6281건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공무원에 대한 고소 고발이 남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공무원은 특히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고소 고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적극적으로 일하다가 징계를 받을 때도 많다. 공무원 D 씨는 태풍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기 위해, 차량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선박의 접안시설 마련 사업에 예산 1억6900만 원을 사용했다. 태풍 때문에 접안시설이 유실돼 섬 주민 51명의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기존에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D 씨는 절차 위반으로 경징계를 당했다. 적극행정을 해도 돌아온 것은 징계 처분이었던 셈이다. 이후 사정을 알게 된 행정안전부는 D 씨를 면책했다. 지방공무원을 감시할 세력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지방의회는 견제 능력이 떨어진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설업, 자영업 등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행정 권력을 감시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달리 감사원의 감사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가급적 일을 벌이지 않는 게 공무원들에게 유리한 현실이다. 공무원의 가장 큰 보상인 인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지방공무원들은 “우리는 성과인사가 아닌 ‘안면인사’를 한다”고들 한다. 한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기 때문에 연공서열이나 인사권자와의 친소 관계에 따른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공무원 개인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 만한 성취동기를 키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준일 jikim@donga.com·고도예 / 부산=강성명 기자}
“30여 년 전 졸업한 고등학교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더군요. 한 교실에 70명 가까이 모여 앉아 토론은 전혀 없이 강사가 하는 말을 받아 적고 있으니 말이에요.” 몇 해 전 1년 과정의 고위공무원 고위정책과정 훈련을 다녀온 중앙부처의 국장급 A 씨. 그가 체험한 공무원 재교육 현장은 지금은 일선 중고교에서도 이미 사라진 1970년대 개발 경제 시대의 주입식 교육과 유사했다. A 씨가 참여한 것은 고위공무원 재교육을 위한 국내 장기 훈련 프로그램. 중점 교육 내용은 ‘공직가치의 능동적 해석’ ‘직무전문성 강화’ 등이다. 실제 교육은 하루 종일 교실에 틀어박혀 수업을 듣는 입시생 일과와 비슷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간표에 맞춰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오전 8시부터 9시까지는 체력단련을 했고 이어 9시부터 1시간 동안 외국어 수업을 들었다. 이어지는 시간에는 강의와 점심시간, 또 강의가 지루하게 반복됐다. 서로 다른 부처에서 핵심 자리에 있다가 온 인력들이기 때문에 실제 정책에서 이견이 있는 주제를 놓고 소규모 토론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일주일간의 합숙으로 시작한 교육 훈련은 그렇게 10개월 동안 단체수업만 듣다가 끝났다. ▼ 공무원들 “부실한 교육훈련, 전문성 떨어뜨려” ▼고위공무원 재교육정부는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무원 인재개발법’이라는 법률까지 만들어 공무원 재교육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들 역시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8년 공직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전문성 저해 요인 2위는 ‘교육 훈련 및 자기 계발 시간 부족’이었다. 하지만 교육 훈련에 참여해본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실제 교육은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론에 치우친 내용이 많다. 체력단련과 합숙처럼 직무 관련성이 없거나 낡은 형태의 교육 방식도 쓰이고 있다. 물론 훈련 기간을 안식년 정도로 취급하며 대충 시간만 보내고 오는 공무원들의 잘못도 있다. 해마다 나랏돈 수백억 원을 들여 수개월에서 최장 2년간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국외 장·단기 훈련’도 마찬가지다. 해외 각국에 나가 직접 선진 정책을 배워 온다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국가가 일 잘한 공무원에게 주는 보상’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시설 안전 관리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 B 씨는 얼마 전 유럽의 한 대학에서 저출산 정책을 연구하고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주제를 공부한 것에 대해 “아이가 둘이라 개인적으로 출산 정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수를 마치고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참고문헌도 없이 기존 국내 연구보고서를 짜깁기한 것이었다. 김준일 jikim@donga.com·고도예 기자}

“미국이나 영국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온 공무원들이 던져주는 콩고물로 먹고살아요.” 2012년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던 A 씨는 공무원 국외 훈련(해외 연수)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는 유학비용을 대기 위해 당시 현지 여행사의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다. 운이 좋은 날이면 시급의 1.5배를 받고 스코틀랜드 지역의 골프장으로 30명가량의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안내했다. 그중 상당수가 공무원으로 이뤄진 골프여행객들이었다. 이들은 서로 초면인지 ‘저는 ○○부 행시 ○○회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평일 낮이어서 공무원들이 학교에 있거나 교육을 받아야 할 시간이었다. A 씨는 또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공무원에게서 100만 원에 논문 초록을 써달라는 부탁도 받아 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가난한 박사과정 유학생 중에는 공무원 논문 대필을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제대로 받아왔나 사후 검증도 없어 정부는 선진국의 정책 및 행정 사례를 국내에 도입하고 국제 감각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1977년부터 나랏돈을 들여 공무원을 위한 국외훈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파’ ‘유학파’가 희귀했던 시기에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인적 자원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음에도 선진 문물을 체험하라며 관례적으로 공무원을 해외로 내보내고 사후 검증도 안 하는 행태가 4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4∼2018년 공무원의 장기 국외 훈련을 위해 정부가 집행한 예산은 1649억3800만 원, 혜택을 받은 공무원은 1663명이다. 현행 인재개발법에 따르면 ‘당초 계획한 학업 과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거나 다른 연구보고서 또는 논문을 표절할 경우’ 지급한 훈련비를 20% 환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기간에 ‘부적절한 연수과제’나 ‘논문표절’ 등의 이유로 지원금 환수가 결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부실한 국외 훈련을 걸러내는 과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검증 시스템이 무용지물이다 보니 일부 공무원은 국외 훈련을 ‘자녀 외국어 교육의 기회’나 ‘우수한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보상’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야근이 일상인 생활 때문에 자녀 교육에 소홀한 게 마음에 걸렸다. 이 때문에 국외 연수는 자기계발 기회보다는 가족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공무원들은 국외 훈련의 장소로 선진국, 그중에서도 영어권 국가를 특히 선호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6∼2018년 국외 연수를 떠난 중앙부처 공무원 1024명 중 미국과 영국을 택한 사람은 690명으로 67.3%에 달한다. 반면 일본(16명), 중국(59명)으로 향한 비율은 각각 1.5%, 5.7%에 불과했다. 지역전문가를 골고루 키운다는 당초 취지와 어긋나는 셈이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국외 훈련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부 공무원이 공직에 필요한 역량을 보충하기보다 개인적 보상으로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부처별로 적합한 프로그램과 지역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교육도 형식적인 시간 채우기식 국외 훈련 못지않게 국내 훈련도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정책 수립을 위해 특정 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어도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는 게 어렵다”며 “지금은 형식적으로 연간 의무 강의시간을 채우는 식으로 진행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상 업무에 치여 제대로 교육받을 시간이 적고 형태나 기관별로 교육과정이 너무 분산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국·과장급 장기 교육, 직급별 교육, 직무 전문교육, 국내 대학 위탁교육, 외국어 위탁교육 등으로 훈련과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워낙 중구난방식으로 짜여 있어 교육의 질에 대한 공무원들의 만족도는 낮다. 전문가들은 핀란드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핀란드는 공무원 교육 훈련을 ‘국가경쟁력 제고와 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비슷하다. 핀란드와 한국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공무원 교육훈련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담당 기관(HAUS)을 아예 민영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무원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것은 핀란드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 국가로 변화하는 데 핵심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는 스위스 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정부 경쟁력 분야 세부 항목이 대부분 10위 안에 든다. 김준일 jikim@donga.com·임보미 기자}
“정부는 가급적 지원하고 싶지만 현행법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숙박업은 기획재정부가 (주무로) 하는 부분이 아니어서 허용 검토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야죠.”(기재부 A 국장) “물론 농촌민박 사업 모델이 수요층도 존재하고 벤처로서 성장해 갈 수 있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로 농어촌정비법이 걸려 있으니 농식품부가 판단할 문제예요.”(문체부 B 국장) “농어촌 민박을 허용한 취지가 농가 부업소득 증대예요. 빈집에도 숙박을 허용하는 건 제도 취지에 어긋나고, 안전 문제도 생길 거예요. 민박업자 등 기존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요.”(농식품부 C 과장) 농어촌 빈집을 활용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다자요’는 2018년 4월에 처음 선을 보인 뒤 지금은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기존 제도로는 불법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신사업이 기존 규제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정부는 부처 간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부처 간 칸막이를 좀처럼 허물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자기 부처와 다른 부처를 부르는 방식인 ‘우리 회사’ ‘너희 회사’ 구분이 현실에서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자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에 대해 유관 부처 관계자들은 처음엔 “빈집 재생이라는 취지가 참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정부 “신사업 규제, 부처간 소통 통해 해결” 공염불 ▼공유숙박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관계 부처 당국자들이 참석해 규제를 풀기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그러나 농어촌정비법을 주관하는 농식품부가 끝내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나서자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같이 입을 닫고 있다. ‘남의 회사’ 소관 업무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오랜 공직 관행이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우리 소관인 관광진흥법은 도시 지역 외국인 민박만 대상이고 농촌 민박과는 다른 문제라서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농촌 공유숙박이 관광산업 진흥과 연관된 문제인데도 주무 부처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손을 놓은 것이다. 이런 칸막이는 소관 규제가 곧 부처의 힘이 되는 한국 관료사회의 구조적 문제와도 닿아 있다.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사전 심의에 참가한 스타트업 기업인 D 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회의에 갔더니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그 부처 소관 이익단체 사람들이 함께 왔다”며 “이해당사자 설득을 나보고 하라고 하더라. 결국 험한 분위기에서 회의는 완전히 망쳤다”고 했다. 이익단체의 입김이 부처 칸막이를 더 공고히 하는 상황을 경험한 것이다. 그는 결국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포기했다. 임보미 bom@donga.com·김준일 기자}

“밖에 다 들리겠어요. 목소리 좀 낮추세요.” 지난해 6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회의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스마트공장 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언쟁을 벌이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말리고 나섰다. 박 장관은 이날 산업부가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섬유패션산업과 관련한 제조공정을 혁신하는 정책을 발표하자 중기부 영역을 침범했다며 항의했다. 스마트공장 보급과 섬유패션 같은 영세 산업의 진흥은 중기부 담당이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아직도 중기부가 산업부의 ‘작은집’인 줄 아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장관이 “이미 실무진에서 협의했다. 중기부와 겹치지 않는 정책”이라고 반박하자 박 장관은 “협의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맞섰다. 회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언쟁이 심상치 않아 참석한 장차관들이 순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산업부와 중기부의 영역 다툼이 커지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날 두 부처 장관이 충돌한 것은 정책 주도권을 쥐는 것이 부처 예산 규모나 규제 권한 등 영향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무원이 일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막상 빛이 안 나고 위험이 따르는 업무는 서로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부처 간의 고질적인 영역 다툼 때문에 정작 시급한 정책과 규제 문제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 “부처 몫 잘 지켜야 일 잘하는 공무원” 2015년 말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은 농축산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축산물 해썹 인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그 외 다른 품목 인증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해왔지만 앞으로는 모든 인증을 식약처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인증 기관의 통합이 필요했던 것은 식품가공 기업들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육가공 식품만 팔다가 제품에 감자와 삶은 채소도 곁들이게 된 한 업체는 두 부처에서 해썹 인증을 받아야 해 비용과 시간이 2배로 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규제조정실은 미국처럼 인증 일원화를 추진했지만 농식품부는 “가공 전 축산물 위생 점검이 필요하니 해썹 인증도 계속 우리가 해야 한다” 등의 논리를 들어 반대했다. 심지어 “그 기업은 고기만 팔면 되지 왜 채소까지 파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회의는 5차례나 이어졌고, 결국 설득 끝에 식약처 소관으로 정리됐다. 2017년에 경제부처에서 국장급으로 퇴직한 A 씨는 “‘내 것(우리 부처 일)’ 잘 지키는 공무원이 일 잘하는 공무원이라는 인식은 반드시 손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예산과 인력이 동반된 사업이 나오면 각 부처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업무는 부처 간 영역 다툼이 가장 격하게 벌어지는 분야다. 산업 정책 발표 때는 ‘관계부처 합동’임을 강조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핵심 사업을 따오기 위한 암투가 진행된다. 가령 자율주행차는 국토교통부와 산업부, 가상·증강현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부 등이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 ○ 부처 간 칸막이의 그림자 반대로 사고가 잦아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업무, 빛이 나지 않는 업무는 부처 간 ‘핑퐁게임’이 벌어진다. 2013년 4월 첫 사망사고가 발생한 키즈카페는 통합 안전지침이 마련되기까지 5년 8개월이 걸렸다. “우리 부처의 일”이라며 먼저 나서는 부처가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키즈카페의 안전관리 업무는 무려 6개 기관이 쪼개서 맡고 있다. 예를 들어 미끄럼틀, 그네 같은 무동력 놀이기구 안전기준 마련은 행정안전부, 설치 전 안전 인증은 산업부, 미니열차나 바이킹과 같은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구의 안전 검사는 문체부, 마감재 유해물질 관리는 환경부, 음식물은 식약처, 소방시설은 소방청이 관리·감독하는 식이다. 소관 기관이 여러 곳이다 보니 키즈카페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각 부처는 “그건 남의 책임”이라며 떠넘기기 일쑤다. 각종 산업 진흥 업무는 예산이나 인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데 반해, 안전사고 관리는 책임질 일만 많아 정부 내에선 대표적인 기피 업무로 꼽힌다. 34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법제처장을 지낸 제정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부처가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움직이고, 권한이 축소되는 방향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면이 있다”며 “정책을 볼 때 부처의 시각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고도예 기자}

#1. 2018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방형 직위인 의약품안전국장에 내부 인사를 앉혔다. 국내 의약품 관리를 총괄하는 식약처의 핵심 자리로 2016년 담당 국장이 민간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일이 벌어져 외부에 개방했던 직위다. 하지만 민간에서 임명된 전임 국장이 물러나자 다시 슬그머니 늘공(직업 공무원)을 임용한 것이다.#2. 기획재정부에는 차관보급(1급)인 재정관리관이라는 직위가 있다. 재정 정책을 만들고, 국고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다. 정부는 2013년 이 직위를 개방형으로 내놨다. 인사가 필요할 때마다 기재부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인재를 모집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곳에 외부 인사가 앉은 적은 없다. 말로는 개방형 직위라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제 식구’만 계속 앉혀온 것이다. 개방형 직위 제도는 공직사회에 혁신을 불어넣겠다는 좋은 취지를 지녔음에도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운 제약 요소가 많다. 기수문화로 점철된 폐쇄적인 공직사회는 아직 민간 전문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개방형 직위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잠시 머물다 갈 사람” 지시도 안 따라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대기업에서 일했던 A 씨는 중앙부처의 과장으로 왔다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민간으로 돌아갔다. 그는 공직의 텃세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가 산업 진흥 방안을 마련해 보고서를 올리자 담당 국장은 “그건 산업계의 시각이고, 나를 설득하려면 우리식 언어를 써서 우리식 보고서로 다시 만들어 오라”고 했다. 업무 프로세스에 관한 사안을 동료 공무원에게 물어보면 “당신이 전문가여서 데리고 왔는데 그걸 왜 우리에게 묻느냐”는 비협조적인 반응도 여러 번 겪었다. A 씨는 “나를 자기들 자리를 빼앗은 사람처럼 봐 버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나갈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조직 관리도 잘되지 않는다. 대기업 인력개발 전문가 출신으로 중앙부처에 과장으로 온 B 씨는 새로운 인력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부서 직원들은 B 씨의 지시를 뭉개면서 관련 회의조차 잡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가 하지 않았던 일을 왜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근무평정과 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왜 해야 하느냐는 뒷말도 들렸다. B 씨는 “아무리 의욕적으로 일을 하려 해봐도 조직원들은 날 어차피 조금 있다가 떠날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한 경제 부처에서 유일하게 민간 출신 과장이었던 C 씨는 “고시 출신 국·과장들은 심지어 비슷한 지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람들끼리 뭉치기도 하더라. 나만 ‘외딴섬’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고 했다. 공직과 민간의 업무 철학이 너무나 달라 고충을 겪는 사례도 있다. 한 사회 부처 소속 기관에서 과장으로 일한 D 씨는 부서원들에게 내부 혁신의 일환으로 예산 절감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 사무관은 “여기(공무원 조직)는 한 해 배정된 예산은 다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회에서 예산 불용으로 혼난다”고 말했다.○ 숫자 채우는 구색 맞추기로 전락 외부 인재들은 개방형 직위 제도의 구색 맞추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중앙부처 개방형 공직에 지원했던 E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최종 합격을 했으니 빠른 시일 내로 관사로 이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연락 하루 뒤 임명을 철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E 씨는 “분명히 처음엔 내가 1순위였다가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밀쳐낸 것 같은데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없다”며 “이렇게 들러리 세울 거면 왜 개방형 직위를 공모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 동안 중앙부처의 개방형 직위 1629자리 중 56%인 912자리를 공무원 출신이 차지했다. 공직사회도 할 말은 있다. 애초에 개방형 직위는 부처의 핵심 인재들이 갔던 중요한 자리여서 민간의 초일류로 인정받은 인물들이 와야 하는데 공무원 월급으로는 그런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2부, 3부 리그 선수를 데리고 올 예산만 주면서 1부 리그 에이스를 왜 못 데려오느냐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선 부처는 영향력이 없거나 내부에서 맡기 싫어하는 기피 보직들만 개방형 직위로 내놓는다. 김정일 전 인사혁신처 인재정보기획관은 “각 부처는 공무원이 하기 싫은 자리가 아니라 외부 인재가 꼭 필요한 자리를 파악해 내놓아야 한다”며 “개방형 직위 숫자를 채우는 데만 급급한 지금 상태로는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영·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