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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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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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 깬 ‘갯벌, 유네스코 등재’… 21개 위원국 ‘속도전 설득’ 빛났다

    지난달 26일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자 문화재계에선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올해 5월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등재 반려’ 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통상 자문기구의 반려 권고를 받으면 해당국은 세계유산위원회 총회 전 등재 신청을 철회한 후 다음 기회를 노린다. 우리 정부는 2015년 1월 ‘한국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 권고를 받고 중간에 신청을 철회한 전례가 있다. 당시 미비점을 보완한 뒤 재신청을 거쳐 2019년 7월 등재에 성공했다. 정부가 이번에 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할 수 있었던 건 짧은 기간 속도전으로 진행한 외교전에 힘입은 바가 컸다. IUCN이 반려를 권고한 이유 중 하나는 등재 신청 구역이 좁다는 것. 정부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친 4개 갯벌에 한해 등재를 신청했다. 이에 정부는 올 5월 말부터 갯벌이 있는 전국 지자체를 돌며 유산 구역 확대에 나섰다. 일부 지자체는 “세계자연유산 구역으로 묶이면 지역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참여를 주저했다. 그러나 상당수는 관광객 유치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협조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인천 영종도 갯벌, 무안 갯벌 등 9개 갯벌을 관리하는 8개 지자체로부터 받은 협조 공문을 앞세워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위원국 설득에 나섰다.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9개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갯벌 보호체계를 갖출 테니 먼저 신청한 5개 갯벌이 우선 등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 위원국 중 하나인 키르기스스탄을 설득해 세계유산위원회에 수정 결정문을 발의하도록 했다. 막바지에는 국무총리 명의의 서한을 위원국들에 보냈다. 한국은 갯벌 이전에 석굴암·불국사 등 14개의 세계유산을 등재시켰지만 총리 서한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결국 한국의 갯벌은 이례적으로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등재됐다. 여성희 문화재청 세계유산정책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원국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어 등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들 했지만 화상회의 등을 통해 설득을 이끌어내 기쁘다”며 “올 1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가야고분군도 내년에 등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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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주문 폭주! 내맘대로 꿈 세트, 매진 임박입니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치솟는 거예요. 20층짜리 아파트인데 100층 넘게 마구 올라가는 거죠.” 인터넷 카페에서 이런 게시글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기자만 그런 꿈을 꾼 게 아니었던 것이다.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백화점’ 시리즈는 온갖 꿈을 판매하는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엘리베이터 꿈이나 하늘을 나는 꿈처럼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듯한 설정을 보여준다. 렘수면에 빠져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꿈백화점을 찾아 꿈을 구매한다. 인기 꿈상품은 금방 동난다. 같은 꿈을 매일 사는 사람도 있다. 서른 살이 다 돼 재입대하는 악몽을 구매하는 특이한 이들도 있다. 지난해 7월 출간된 1편은 주인공 페니가 갓 입사한 꿈백화점과 백화점 사람들, 꿈 제작자들, 꿈을 사는 이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두루 담았다. 지난달 출간된 2편은 1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백화점 단골손님 몇몇의 에피소드에 깊게 파고든다. 그중 한 단골손님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꿈속 일에 관여하는 ‘루시드 드리머’다. 그는 잠에서 깨면 모든 걸 잊는 일반인들과 다른 능력자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꿈속 환상 세계를 좇는 현실 도피자이기도 하다. 현실을 사는 것보다 꿈꾸는 일이 더 행복했던 날을 보내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다. 1편은 지난해 7월 출간된 이후 지난달까지 종이책으로만 57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2편도 5일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꿈을 파는 백화점’ 이야기라 하면 아동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을 펴는 순간 ‘어른들을 위한 힐링 동화’라는 세간의 평가가 와닿는다. 어떤 꿈이든 꿈을 꾸는 이들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꿈백화점을 헤매며 ‘오늘의 꿈’을 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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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녀 영역, 문화재 건축-수리 ‘문화’를 뒤집다

    문화재 분야에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전통건축과 관련된 연구 등을 실시하는 건축문화재연구 분야와 문화재 수리 정책을 총괄하는 수리기술 분야에 여성이 드물다는 것. 이 때문에 이 분야의 책임자 자리는 ‘금녀의 영역’처럼 여겨져 왔다. 이런 불문율을 깨고 금녀의 영역에 들어선 여성들이 있다. 조은경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48)과 이명선 국립문화재연구소(문화재청 소속) 건축문화재연구실장(50)이 그 주인공. 1일 수리기술과장직에 임명된 조 과장은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수리기술과는 기술직 남성 직원 중심인데 저는 연구직인 데다 여자여서 기회가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 내 수리기술과는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수리 정책을 전문적으로 수립·집행할 부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09년 신설됐다. 여성이 과장을 맡은 적은 없었다. 건축학 박사인 조 과장은 2002년 문화재청에 들어온 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일하며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미륵사 복원고증 연구를 담당하는 등 문화재 연구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다. 2018년부터는 남북 문화재 교류협력 업무를 맡아 최근까지 비무장지대(DMZ) 내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분야를 확장했다. 조 과장은 “문화재 연구로 쌓은 역량을 문화재 보존의 핵심인 수리 현장에 적용해 그 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장에 인생을 바치다시피 하고 있는 문화재 수리기술자들에게 섬세하게 다가가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일에는 이명선 실장이 임명됐다. 2003년 신설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에서 여성 실장은 처음이다. 건축문화재연구실은 전국의 전통건축 관련 중요문화재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를 실시하는 곳. 문화재 안전점검과 보수정비 사업 및 복원고증 연구, 수리기술 개발도 한다. 건축공학 박사인 이 실장은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리쓰메이칸대 역사도시방재연구센터 초빙교수로 있던 그는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다 문화재 현장을 바꿔보고 싶다고 결심했다. 2010년 문화재청에 특채로 들어온 후 안전기준과에서 문화재 재난안전정책 관련 기획 업무를 하며 현장에서 내공을 다졌다. 이 실장은 “현장에서 쌓은 역량을 연구 분야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 첫 여성 실장은 맞지만 여성이어서 주목받고 싶진 않다. 성별을 떠나 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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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풍당당…문화재 건축·수리분야 ‘금녀의 벽’을 깨다

    문화재 분야에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전통건축과 관련된 연구 등을 실시하는 건축문화재연구 분야와 문화재 수리 정책을 총괄하는 수리기술 분야에 여성이 드물다는 것. 이 때문에 이 분야의 책임자 자리는 ‘금녀의 영역’처럼 여겨져 왔다. 이런 불문율을 깨고 금녀의 영역에 들어선 여성들이 있다. 조은경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48)과 이명선 국립문화재연구소(문화재청 소속) 건축문화재연구실장(50)이 그 주인공. 1일 수리기술과장직에 임명된 조 과장은 4일 전화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수리기술과는 기술직 남성 직원 중심인데 저는 연구직인데다 여자여서 기회가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 내 수리기술과는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수리 정책을 전문적으로 수립·집행할 부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09년 신설됐다. 여성이 과장을 맡은 적은 없었다. 건축학 박사인 조 과장은 2002년 문화재청에 들어온 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일하며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미륵사 복원고증 연구를 담당하는 등 문화재 연구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다. 2018년부터는 남북문화재교류 협력 업무를 맡아 최근까지 비무장지대(DMZ) 내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분야를 확장했다. 조 과장은 “문화재 연구로 쌓은 역량을 문화재 보존의 핵심인 수리 현장에 적용해 그 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장에 인생을 바치다시피 하고 있는 문화재 수리 기술자들에게 섬세하게 다가가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일에는 이명선 실장이 임명됐다. 2003년 신설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에서 여성 실장은 처음이다. 건축문화재연구실은 전국의 전통건축 관련 중요문화재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를 실시하는 곳. 문화재 안전점검과 보수정비 사업 및 복원고증 연구, 수리 기술 개발도 한다. 건축공학박사인 이 실장은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리츠메이칸대 역사도시방재연구센터 초빙교수로 있던 그는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다 문화재 현장을 바꿔보고 싶다고 결심했다. 2010년 문화재청에 특채로 들어온 후 안전기준과에서 문화재 재난 안전 정책 관련 기획 업무를 하며 현장에서 내공을 다졌다. 이 실장은 “현장에서 쌓은 역량을 연구 분야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 첫 여성 실장은 맞지만 여성이어서 주목받고 싶진 않다. 성별을 떠나 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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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호모사피엔스의 생존능력은 다정함

    “우리 종(호모사피엔스)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호모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다른 ‘사람 종’은 멸종했다. 호모사피엔스는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호모사피엔스가 생존투쟁에서 승리한 비결은 뭘까.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교수와 연구원인 저자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신체적으로 월등했거나 도구 사용에 가장 능한 종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들에겐 타인과 협력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친화력이 있었다. 개가 인간 곁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친화력이었다. 저자의 개는 주인의 손짓을 보고 그 의미를 이해한 뒤 먹이가 숨겨진 컵을 찾아낸다. 사람과 사이가 좋은 개들 사이에서 더 많은 번식이 일어나면서 개는 한층 더 사람과 잘 지내는 동물로 변하게 된다. 친화력이 없는 늑대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것과 대조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다정하게 행동할수록 생존에 유리해진다. 저자들은 친화력을 상승시킨 호모사피엔스가 더 큰 무리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이룬 다른 종을 이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친화력의 이면에는 공격성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라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갖춘 자신의 집단과 구성원들에 대한 강한 친화력이 타 집단 및 구성원들에 대한 강한 적대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타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문자폭탄 테러를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다정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인종·지역·이성 혐오 등 도처에 혐오가 도사리는 시대에 인류가 멸종하지 않을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해법’이 담겨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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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왕-이완용 사진 함께 넣고… 일제 “조선인이 원한 식민지배” 주장

    한일병합조약이 발효된 1910년 8월 29일. 일본 정부와 출판사 등은 기다렸다는 듯 각종 기념엽서를 발행했다. 그중엔 ‘파노라마 엽서’도 다수 있었다. 여러 장이 세트로 발행돼 나란히 이으면 그림이 완성되는 형태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엽서를 수집해 온 신동규 동아대 일본학과 교수는 파노라마 엽서를 포함해 일제가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발행한 사진·그림엽서 6943장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성과포털을 통해 20일부터 공개하고 있다. 40여 년간 모은 엽서 5만여 장 중 학술적 가치가 높고 희귀한 엽서들을 선별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한 결과물이다. 파노라마 엽서 중에서 2장짜리 엽서는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엽서엔 일왕과 일본이 날조한 ‘신라정벌설’의 주인공인 신공황후,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실제 한반도를 침략했거나, 정벌한 것으로 날조된 주인공의 초상화나 사진이 오른쪽부터 시대순으로 나열돼 있다. 눈길을 끄는 건 마지막에 등장하는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이다. 신 교수는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일제는 당시 가공의 역사까지 총동원해 한일병합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진행된 정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며 “한일병합은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선동하기 위해 이완용을 등장시켰다”라고 해석했다. ‘조선인이 원한 지배’라는 프로파간다는 조선총독부가 1910년 10월 1일부터 발행한 시정(始政) 기념엽서에서도 볼 수 있다. 조선과 일본 아이들이 강강술래를 하며 일장기를 들고 평화롭게 놀고 있는 그림을 담은 엽서가 대표적이다. 조선의 아이들까지 자발적으로 나서 일제를 환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파노라마 엽서 하단에는 들판에 닭 두 마리가 있고 어둠이 내려앉은 그림이 배치됐다. 신 교수는 “닭은 조선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제가 병합을 통해 어둡고 미개한 조선을 근대국가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했다. 공개된 엽서 중에는 중국 하얼빈역 승장강을 배경으로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사진이 담긴 것도 있다. 저격 현장은 ‘+’로 표시했다. 이토 히로부미 사진은 오른쪽 상단에 크게 부각시킨 반면 안 의사 사진은 왼쪽 하단에 조그맣게 배치했다. 사진 아래에는 안 의사를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자객’이라고 썼다. 이토 히로부미는 억울하게 희생된 의로운 지도자처럼, 안 의사는 범죄자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설정한 것. 신 교수는 “나라를 빼앗긴 특수한 시기에 일어난 일이었음에도 일제는 이를 평화로운 시기에 자객이 일으킨 살인사건으로 규정해 대내외에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 사진을 전략적으로 배치한 것”이라고 했다.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에 참패한 일본군이 같은 해 10월 간도 등지에서 독립군 토벌 작전을 벌여 생포한 독립군과 찍은 사진이 담긴 엽서도 처음 공개됐다. 사진 양측엔 일본군이, 가운데에는 독립군 4명이 서 있다. 독립군 중 한 명의 다리 부분이 하얗게 흐려져 있는 게 눈에 띈다. 신 교수는 “다른 사진들을 분석해 보면 이 독립군은 다리를 심하게 다쳐 걷지 못하는 상태”라며 “부상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면서까지 작전에 성공했음을 선전하기 위해 사진에 손을 댄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이번에 공개한 엽서 일부와 소장한 엽서 가운데 500여 장을 추려 다음 달 13일부터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뼈아픈 역사적 사료인 엽서를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 신 교수는 지난달 이 역사관에 일제강점기 관련 희귀 사진첩 등 자료 343건을 기증했다. 그는 “일제가 조선인은 물론 일본인들에게까지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얼마나 교묘한 프로파간다를 행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소장한 자료를 최대한 많이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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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BTS 누른 BTS… ‘버터’ 빌보드 1위 탈환

    방탄소년단(BTS)을 누를 자는 방탄소년단뿐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BTS가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로 자신들의 곡 ‘버터(Butter)’를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1위에서 밀어낸 지 일주일 만에 또다시 두 곡이 1위 자리를 주고받았다. 빌보드는 26일(현지 시간) ‘버터’가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9일 발표된 ‘퍼미션 투 댄스’에 지난주 1위 자리를 내주고 7위로 내려간 ‘버터’가 한 주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것이다. ‘퍼미션 투 댄스’는 7위로 ‘버터’와 자리를 맞바꾼 셈이 됐다. 빌보드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버터가 1위로 되돌아왔다”며 “자신의 신곡으로 1위를 탈환한 직후 이전 1위 곡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보낸 경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버터’는 핫100에서 8주간 1위에 올라 올 들어 최장기간 1위를 유지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드라이버스 라이선스’와 같은 기록을 냈다. 버터와 퍼미션 두 댄스 두 곡을 합치면 BTS는 9주 연속 빌보드 1위를 지키고 있다. 핫100 차트는 음원 다운로드와 실물 음반 판매량, 공식 오디오 및 비디오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방송 횟수를 합산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의 순위를 매긴다. ‘버터’가 정상을 재탈환한 데는 음원 발매 9주 차인 16∼22일 미국 내 음반 판매량이 11만5600건에 이른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빌보드는 분석했다. 이는 전주(4만9800건)보다 132% 급증한 수치다. 버터의 미국 내 라디오 청취자 수도 3070만 명으로 발매 후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넘겼다. BTS 멤버 슈가는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에 남긴 글에서 “이게 말이…”라며 감격했다. 이어 “아미(BTS 팬클럽) 여러분 감사하고 고마워요”라고 덧붙였다. 로드리고의 ‘굿 포 유(Good 4 U)’는 BTS의 신곡 두 곡에 밀려 9주째 2위에 머물러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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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컬렉션 ‘최고예우’… ‘인왕산’ 동영상 만들고, 전시名 살리고

    한옥 처마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당은 빗물로 출렁인다. 기세 좋던 빗줄기가 점차 잦아들고, 인왕산은 흰 구름을 드리운 채 자태를 드러낸다. 치마바위, 코끼리바위 등 인왕산 구석구석은 물을 머금었다. 19일부터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국박) 서화실 입구의 초대형 TV에 흐르는 영상이다. 관람객들이 전시실에 들어서면 ‘인왕산을 거닐다’라는 제목의 이 영상부터 보게 된다. TV 앞 나무 의자에 앉아 해금 연주곡을 배경으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를 그릴 무렵 겸재 정선(1676∼1759)과 같은 시선으로 조선시대 인왕산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국박 관계자들은 5분 10초 분량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올 5월 말∼6월 초 나흘에 걸쳐 인왕산을 촬영했다. 겸재가 인왕제색도를 그린 ‘1751년 윤 5월 하순(음력)’에는 5일 넘게 장맛비가 이어졌다. 그는 비가 그친 직후 물기를 머금은 인왕산 풍경에 자신이 평생 지켜본 산의 느낌을 가미해 인왕제색도를 그렸다. 이에 따라 국박은 비 오는 날과 비가 갠 직후의 인왕산을 각각 카메라에 담았다. 이재호 국박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컬렉션 대표작인 인왕제색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방안을 고심한 결과물”이라며 “그림 속 인왕산이 우리 곁의 뒷산이라는 사실을 보여줘 작품에 빠져들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TV는 삼성이 대여해 줬다. 당초 국박은 75인치 TV를 구입하려 했지만 영상 제작 소식을 들은 삼성이 흔쾌히 이보다 큰 TV를 무상으로 빌려줬다고 한다. 전시 제목인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에는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담았다. 앞서 삼성문화재단은 호암미술관과 호암갤러리에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시리즈 전시를 1995∼1998년 세 차례 열었다. 이 전시에서는 인왕제색도는 물론이고 고려불화 중 가장 큰 수월관음도를 일본에서 빌려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국박 관계자는 “당시 삼성 측 전시는 우리 문화유산의 위대함을 보여줘 국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킨 전시였다”며 “이건희 회장이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만큼 그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전시명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고 말했다. 전무후무한 명품 컬렉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전시공간을 바꾸는 작업도 관건이었다. 당초 해당 전시실은 서예나 그림 같은 평면 작품을 벽에 걸어 선보이던 공간이었다. 이를 그림은 물론 목가구, 불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물을 전시하는 데 적합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조명을 바꾸고 받침대를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국박이 통상 전시기획 단계에서 타깃 연령대와 성별을 정하는 작업을 이번에는 진행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전시인 만큼 이 같은 절차가 필요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예매는 하늘의 별따기다. 국박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예약만 가능한데 25일 현재 예약 가능한 26일∼다음 달 24일 한 달 치가 모두 매진됐다. 26일 0시가 되면 다음 달 25일 전시 예매가 가능하지만 보통 5초도 되지 않아 예약이 끝난다. 최근 전시실 입구에선 예매를 못한 채 멀리서 찾아와 “전시를 보게 해 달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관람객들이 자주 목격된다. 국박 관계자는 “방역지침에 따라야 해 현장에서 사정해도 어떻게 해드릴 방법이 없다. 간혹 예약 취소가 나오는데 이를 노려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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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서 자아 찾기

    골목 양쪽 끝에 바리케이드를 세워 만든 무대 아닌 무대에서 패션쇼가 시작된다. 보란 듯이 눈을 감은 모델, 다민이 등장한다.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차연은 이를 ‘묘기’라고 표현한다. 차연은 주인공처럼 나타난 다민을 꿈처럼 바라본다. 차연과 다민이 2010년 덴마크 어느 골목에서 처음 만난 순간이다. 2019년 장편소설 ‘최단경로’로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강희영이 두 번째 장편소설 ‘녹색 커튼으로’를 출간했다. 작가는 20대 두 여성의 첫 만남을 연애의 시작처럼 묘사한다. ‘공원 초입에 이르러서야 뒤미처 깨달았지. 너의 머리색을 말이야. 햇살을 받고서야 네 머리카락은 숨겨둔 청록빛을 드러내며…’ 패션쇼 애프터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밤거리 거니는 젊은 두 사람은 매 순간 설렌다. 소설은 첫 만남 이후 포토그래퍼로 성장해가는 차연이 설렘을 잃고 변해가는 다민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로 포착하듯 전개된다. 다민은 모델이라는 직업과 패션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패션은 이제 순간의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패션을 덧입은 모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사실 동경이 아니라는 허탈함이었다. 다민은 결국 모델 일을 관둔다. “내 옷을 만들 거예요. 모두를 위한 옷을요.” 이후 다민이 연 패션쇼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녹색 장막을 걷고 벗은 몸으로 등장한다. 옷으로 가득 찬 대형 가방에서 옷을 꺼내 입고, 고개를 갸웃거린 뒤 벗기를 반복한다. 20여 분 동안이나. 그게 전부다. 다민은 잠적한다. 차연은 다민을 그리며 말한다. ‘받아들인다. 네 뜻을. 이제 정말 다 이해한다’라고. 소설은 순식간에 들끓었다가 사라져버리는 유행의 시대에 진정한 자아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패션과 사진, 모델과 포토그래퍼를 소재로 삼았지만 누구나 해봤을 법한 젊은 시절의 고민이 곳곳에 깔려 있다. 책을 읽으며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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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송미술관 ‘훈민정음 NFT’ 판매 논란

    문화재계에서 무가지보(無價之寶·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로 통하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의 디지털 콘텐츠 판매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의 얼’에 해당하는 상징성 큰 문화재를 상업화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 일각에선 문화재 대중화에 기여하고 우리 문화재를 세계에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22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100개 한정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발행하고자 한다”며 “디지털 자산으로 영구 보존하는 한편 미술관 운영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다음 달 중순에 발행 예정인 훈민정음 해례본 NFT의 개당 가격은 1억 원으로 총 100억 원 규모다. 간송미술관은 보물급의 통일신라시대 불상 2점을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에 내놓는 등 재정난을 겪고 있다. NFT는 이미지 등 디지털 파일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고유 값을 부여한 것이다. 진품 여부와 더불어 소유권을 보증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다. 국보나 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를 NFT로 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계 일각에서는 문화재가 자칫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우려하고 있다. 황선엽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화재 소유자가 자신의 의지로 하는 일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면서도 “행적이 묘연한 상주본을 제외하고 사실상 유일한 훈민정음 인쇄본인 간송본이 이렇게 이용되는 건 국어 연구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반론도 있다. 문화재 원본의 가치를 독점하기보다 대중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디지털 콘텐츠 판매가 필요하다는 것.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디지털 기술 발달로 디지털화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오히려 실물에 가까운 느낌을 줄 수도 있다”며 “개인이 소장해 접근하기 어려운 문화재일수록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엄격한 문화재 관리 여건상 해외 반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NFT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국내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는 데 제약이 많다 보니 국내의 우수한 문화재를 해외에 알리는 게 쉽지 않다”며 “NFT를 통해 문화재를 소개하면 국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무관청인 문화재청은 NFT 발행을 위한 디지털 촬영 과정에서 훼손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를 탁본, 영인하거나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촬영을 할 때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NFT 사진 촬영으로 문화재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아 허가 대상이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린 건 아니다. 관련 법률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지학계 일각에서는 고서를 스캔하는 과정에서 해체가 불가피해 훼손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란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미술품이나 문화재의 원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다. 고유한 값을 부여해 소유자와 생성일, 거래 내역, 불법 복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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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전용사의 마지막 임무 “6·25 기억, 자료로 남겨라”

    “1932년 경북 의성군 두메산골에서 태어난 류영봉입니다.” 1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유엔실. 고요함이 감도는 가운데 내년이면 아흔을 맞는 예비역 이등중사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카메라가 어색한지 다른 곳을 쳐다보다 몇 차례 녹화가 중단됐다. 그는 열여덟 고교생이던 1950년 8월에 징집돼 겪은 6·25전쟁과 이후의 삶을 증언했다. 이날 녹화는 전쟁기념관이 6·25전쟁 70주년이던 지난해부터 참전용사의 구술 영상을 녹화해 인터넷에 공개하는 ‘오픈 아카이브’ 사업에 따른 것. 공식 문헌으로는 파악할 길이 없는, 전쟁으로 파편화된 개인의 삶을 역사에 남기는 작업이다. 류 씨는 카투사(KATUSA·미군 배속 한국군) 1기로 미군 7사단 17연대 소속 의무병으로 참전했다. 징집 한 달 뒤인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거치며 많은 미군과 한국군을 돌봤다. 그해 11월 21일 그의 부대는 38선을 넘어 압록강변 혜산진에 이르렀다. 강의 얼음을 깨 먹으며 통일의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행복은 사흘 만에 산산조각 났다.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온 중국군이 연합군의 퇴로까지 막아버렸다. 최악의 상황은 장진호 전투(1950년 11월 27일∼12월 13일)였다. 영하 35도의 혹한 속에서 적군과 싸워야 했다. 중국군의 야간 공격에 부상당한 동료들을 후송할 틈도 없이 후퇴해야 할 정도로 긴박했다. 날이 밝고 다시 찾은 전투 현장에는 부상을 입은 동료들이 앉은 채 얼어 죽어 있었다. 그는 많은 전우의 죽음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게 부끄럽다고 했다. 1954년 8월 전역 후 막일을 전전하다 1958년 대구 미8군 병원에 취업했다. 2004년까지 같은 병원 응급실 간호사로 살았다.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와서 목숨을 바친 미군 병사들에게 진 빚을 갚는 심정으로 일했다. 아흔에 가까운 지금도 미군 병원 응급실에서 매주 2, 3일씩 봉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마음에서다. 그는 기자에게 “국민들이 먼저 간 전우들의 희생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도록 구술을 통해 생전 내가 겪은 일을 최대한 알리는 게 내 마지막 임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류 씨와 같은 6·25 참전용사 생존자는 지난해 8만4000여 명에서 지난달 6만90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으로 대한해협해전 영웅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지난해 7월 구술에 참여한 뒤 이달 8일 별세했다. 그는 구술 영상을 통해 “후대가 행복하게 살 땅,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 달라”는 말을 남겼다. 전쟁기념관은 최 대령을 포함해 육해공군 창설 주역이자 참전용사인 3인의 구술 영상을 지난해 10월 인터넷에 공개했다. 올해는 19일까지 류 씨를 포함한 참전용사 4명의 구술을 녹화했다. 각각 10∼15분 분량의 영상으로 제작될 이 구술 자료는 올 11월 공개된다. 기념관은 구술 영상 아카이브를 통해 참전용사의 생생한 목소리를 유산으로 남길 계획이다. 참전용사 구술은 6·25 전쟁사의 빈 곳을 메워줄 중요한 자료다. 특히 인생 말년에 남기는 구술은 평생 전쟁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 참전용사들의 생각을 담은 역사 유산이라는 평가다. 남보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참전용사들의 구술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과거 전쟁의 주체였다가 점점 잊혀진 이들을 국가가 예우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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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혹한 전쟁의 기억, 희생과 헌신…참전용사의 구술을 확보하라

    1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유엔실. 휴관일인 월요일이라 고요한 유엔실에서 어르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옛날 이야기처럼 흘러나왔다. 그는 이야기 도중 당시를 떠올리는 듯 자주 눈을 감았다. 장진호 전투(1950년 11월 27일~12월 13일)에서 부상당한 뒤 영하 35℃의 혹한 속에 얼어 죽은 동료들 이야기를 할 땐 여러 번 침을 삼켰다. 6·25전쟁 당시 카투사(KATUSA·미군 배속 한국군) 1기로 참전한 류영봉 씨(89·예비역 이등중사)는 담담하려 애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1950년 8월 대구에서 등굣길에 징집된 뒤 유엔군 미7사단 17연대 소속 의무병으로 참전했다. “1950년 11월 21일 우리 부대가 압록강 혜산진에 도착했을 때 얼어붙은 압록강 얼음을 깨서 신나게 먹었습니다. ‘이제 남북통일이 되는구나.’ 감격에 겨워 미군들과 얼싸안았습니다. 미군들은 ‘집에 돌아갈 수 있겠다’며 기뻐했습니다. 그 꿈은 3일만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후퇴할 길이 모두 막힌 겁니다.” 류 씨는 이날 전쟁기념관이 오픈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하나로 진행 중인 참전용사 구술 영상 녹화에 참여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겪은 전쟁과 현재의 심정, 후대에 남기는 메시지 등을 1시간 여에 걸쳐 구술했다. 그는 이날 기자에게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고 참전했다가 아직 시신도 못 찾은 동료들이 많은데 나만 살아남아 부끄럽다”며 울먹였다. 이어 “국민들이 동료들의 희생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도록 생전에 내가 겪은 일을 최대한 알리려 한다”고 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6·25 참전용사 중 생존자는 지난달 현재 6만9000여 명. 1년 전 8만4000여 명이었던 것과 비해 크게 줄었다. 참전용사 평균 연령이 이미 90세를 넘긴 만큼 ‘전쟁 유산’으로써 이들의 구술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6·25 70주년이었던 지난해 7월 구술에 참여했던 전쟁 초기 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최재형 전 감사원장 부친)은 이달 8일 별세했다. 그는 구술 영상을 통해 “후대들이 행복하게 살 땅,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 달라. 이 말을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 메시지로 남겼다. 참전용사의 구술은 6·25 전쟁사의 빈곳을 촘촘히 메워줄 주요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 남기는 구술은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물론 평생 전쟁을 안고 살아간 참전용사들의 변화된 생각을 보여줄 전쟁 유산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기념관 측은 지난해 최영섭 대령을 포함해 육해공군 창설 주역이자 참전용사인 3인의 구술을 영상으로 기록했고, 그해 10월 이를 기념관 오픈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올해는 19일까지 류 씨를 포함한 4인의 영상을 녹화했다. 각각 10~15분 분량의 영상으로 제작될 이 구술 자료는 올해 11월 공개된다. 기념관 측은 추후에도 구술 영상 녹화 및 아카이브 구축을 계속해 글로는 전할 수 없는 참전용사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쟁 유산으로 남긴다는 계획이다. 남보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참전용사들이 인생의 종착점에 접어들었을 무렵 구술을 받는 건 전쟁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들이 어떤 존재로 사회에 남아있는지를 기록해 후대에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전쟁유산 확보 작업”이라며 “이들의 구술을 듣는 건 전쟁 당시 전쟁의 주체였다가 점점 잊혀진 이들을 국가가 끝까지 예우하는 노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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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왕제색도’ ‘황소’… 세기의 ‘이건희 컬렉션’ 135점, 관객과 만난다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서울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기자간담회. 김환기(1913∼1974)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앞에 선 이들이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가로 567cm, 세로 281.5cm의 대작에 단순화된 나무, 백자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반라의 여인들, 학 등 김환기가 즐겨 쓴 소재들이 모두 담겼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을 아우르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문화재 및 미술품 컬렉션 중 135점이 21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올 4월 2만3000여 점 기증이 발표된 후 일부 작품이 전시됐지만 이처럼 대거 전시되는 건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국박)과 국현은 일반 공개를 하루 앞둔 20일 언론 설명회를 열고 전시에 선보일 명작들을 공개했다. 국박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서울 용산구 국박 2층 서화실에서 9월 26일까지 연다. 조선 회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고려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삼국시대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 등 45건(국보 12건, 보물 16건 포함) 77점을 선보인다. 국박은 기증된 2만1693점 중 이 작품들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서화, 불화, 도자기, 금동불 등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고 가장 잘 알려진 명품을 추렸다”고 밝혔다. 국현의 전시는 내년 3월 13일까지다. 국현에 기증된 국내외 근현대 작품 1488점 중 58점을 추렸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흰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등 한국 근현대 걸작들이 주인공이다. 국현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거장 34명을 선정해 이들의 주요 회화 및 조각 작품을 먼저 선보인다”고 밝혔다. 한국 박물관, 미술관 역사를 통틀어 전례 없는 기증작에 관심이 쏠리면서 두 전시는 시작도 하기 전에 상당 기간이 매진됐다. 관람일 30일 전부터 예약을 받는 국박은 20일 현재 다음 달 19일까지, 관람일 14일 전부터 예약을 받는 국현은 다음 달 3일까지 예약이 찼다. 추가 예약은 매일 자정 각 홈페이지에서 시스템이 열린다. 하루 관람 가능 인원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기준으로 국박 300∼420명, 국현 240∼330명.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다양한 전시가 가능해지면서 우리나라 전시의 품격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 전까지 국현은 김환기의 전면점화나 이중섭의 ‘황소’ 같은 한국 미술 대표작을 소장하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노력으로 한국 문화계가 큰 발전을 이룬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국내외의 수준 높은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이 시대적 의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997년 출간한 에세이에서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데 이것들을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썼다. 그는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 등 해외 주요 박물관에 한국실 설치를 지원하기도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서동일 기자 dong@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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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상 예보관 결혼하는 날 비가 온다면

    “나는 꽤 자주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 남자친구에게 몇 달 동안 (직업을) 말하지 않은 적도 있다.” 자신의 직업을 꽁꽁 숨기고 싶어 하는 이 저자, 누굴까.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 특정될까 봐 이름도 필명 ‘비온뒤’로 대체했으니…. 그의 정체는 툭하면 ‘국민 욕받이’가 되는 기상청 예보관이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 비가 왔다더라.” 예보의 부정확성을 꼬집는 이 얘기는 누구나 아는 농담이다. 9년째 예보관으로 일하는 저자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1994년 체육대회 때 비가 왔다고. 그러나 제아무리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에 각종 수치 모델을 동원해도 하늘이 기습적으로 던져대는 변수가 수두룩한 기상을 두고 100% 정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기상 예보는 ‘정확도 높은 예보’일 뿐임에도 “왜 100% 정확하지 않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비가 쏟아질 때 비행기를 타면 공중에서 뇌전이 치는 적란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다는 천생 기상 예보관이지만 가끔 이 직업을 택하지 말았어야 하나 후회도 한다. 이러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결혼식 날 비가 올까 봐 걱정한다. “아, 정말 예보 맞히고 싶다.” 외쳐본다. 예보 정확도에 매달리며 사는 기상청 예보관의 희로애락 가득한 일상을 담았다. 온갖 비난에도 버티는 건 ‘문득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라고 저자는 말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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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물 보존처리, 기다림과의 싸움… 조선치마 형태 잡는데만 석달”

    작업대 위에 펼쳐진 하얀 종이를 걷어내자 푸른색 철릭이 나타났다. 철릭은 조선시대 왕과 문무백관이 군사의례 시 입은 옷. 저고리와 치마를 연결한 형태로 치마에 주름이 많은 게 특징이다. “치마 엉덩이 부분이 다 찢어져서 너덜너덜했어요. 훼손이 심해 원래 형태를 잡는 데만 3개월 가까이 걸렸죠.”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의 서화·직물 보존처리실. 안지윤 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가 철릭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날 살펴본 철릭은 제멋대로 나풀대던 천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 상태였다. 안 연구사를 비롯한 직물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지난해 말부터 찢어진 수십 군데를 기존 주름 방향에 맞춰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덕이다. 가장 가는 명주 실로 바느질해 접착제로 붙인 듯 바느질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 연구사는 “지금은 보강 직물을 덧대 느슨하게 바느질해 놓은 것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3개월 정도 세부 바느질을 하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면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물관의 유물 보존처리 전문가는 직물, 서화, 금속, 목칠기 등 8개 분야에 걸쳐 총 14명이다. 2005년 박물관 개관 당시 3명이었지만 유물 보존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원이 보강됐다. 이들의 역할은 철릭처럼 훼손이 심한 유물을 원상태에 가깝게 되살리는 것이다. 원형 복원이 불가능할 경우 현재의 상태가 유지되도록 관리한다. 유물 생명 연장 전문가인 셈이다. 보존처리 과정은 재질별로 다르다. 철릭 같은 직물 유물은 염료 등 직물분석(처리 전 조사), 접착제를 이용한 안정화(강화 처리), 오염물 제거, 형태 보정, 보강 작업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재질과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전자현미경 등 과학 장비도 동원된다. 보존처리에 들어가는 덧댐 천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등 제약 사항이 많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유물 취급 매뉴얼에는 ‘가역성(可逆性) 있는 재료와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시간이 흘러 보존 재료나 기술이 더 발전할 경우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거 가능한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것. 고궁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안녕, 모란’ 특별전에 처음 공개된 조선시대 활옷(궁중 여성 혼례복)도 3년여의 보존처리를 거쳤다. 이 작업에 참여한 김주영 연구원은 “보존처리는 모든 과정에 일일이 사람 손이 가야 한다”며 “증류수를 묻힌 거즈를 옷에 잠깐 얹어놓거나 바느질을 하는 등 최대한 간접적인 방법을 써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사는 “기다림이 반복되지만 바스라질 것 같던 유물이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아 전시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24년째 유물 보존처리 작업을 하고 있는 권혁남 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내년에 전시될 조선시대 궁궐 현판들을 보여줬다. 가로로 두 쪽이 나는 등 훼손된 현판들은 접합 및 색 맞춤 작업을 거쳐 재탄생될 예정이다. 창덕궁과 종묘에 보관하다가 박물관으로 이관된 유물들도 수장고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권 연구관은 2009년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사리를 봉안한 기구)가 발견됐을 당시 보존처리를 맡은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370년 만에 발견된 백제 유물을 처리하는 역사적 순간에 함께한다는 생각에 영광스러웠어요. 화려하게 전시된 유물 뒤에 이를 후세에 전하려고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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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콜드플레이-시런 등과 ‘코로나 극복’ 글로벌 무대 선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콜드플레이, 에드 시런 등 세계적인 가수들과 함께 대규모 글로벌 라이브 무대에 선다. 13일(현지 시간)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등 세계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로 개최하는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에 BTS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올 9월 25일 열리는 공연은 서울을 비롯해 뉴욕, 영국 런던, 나이지리아 라고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6개 대륙 주요 도시에서 24시간 라이브로 진행된다. 미국 ABC와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방송국과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BTS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콜드플레이, 메탈리카, 듀란듀란, 빌리 아일리시, 리조, 숀 멘데스, 어셔, 안드레아 보첼리, 에드 시런 등 수십 명의 유명 가수와 밴드가 무대에 선다. 휴 에번스 글로벌 시티즌 최고경영자(CEO)는 “BTS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하나”라며 “그들은 그동안의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등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지만 주최 측은 뉴욕 센트럴파크 등 일부 행사장에 관객 수만 명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에번스는 “전 세계에서 청중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센트럴파크에는 6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티즌은 2008년 설립된 비영리기구로 세계 빈곤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도 롤링스톤스, 빌리 아일리시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집에서 실내복 차림으로 ‘무관객 콘서트’를 여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온라인 합동 콘서트를 열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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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대 나온 20대 여성이 웬 도배? “꼼수 없는 정직한 직업”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을 퇴사한 20대 청년은 흔히 있다. 높은 보수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퇴사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데 이 경우는 좀 특이하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2년 만에 사표를 냈다. 도배사가 되겠다면서. 한 달간 도배학원을 다니고 2019년 가을부터 아파트 건설 현장에 투입됐다. 2년간 8곳의 현장을 누비며 자신의 팀을 꾸려도 될 만한 도배사로 성장했다. 5일 출간된 ‘청년 도배사 이야기’를 쓴 배윤슬 씨(28·여) 이야기다. 배 씨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대 도배사의 직업 생활과 인생에 대한 고찰, 성장기를 담은 이 책이 직장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20대 도배사는 흔치 않잖아요. 이 나이대 여성은 더 희귀하죠. 특이한 경우라 제 얘기를 해봐야 공감받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직장인들이 많이들 공감하더라고요. 직장에 대한 회의와 불안, 이직 고민….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그의 말대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사무실’을 나와 도배사가 된 이유는 뭘까. 그는 “도배사는 정직한 직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회사는 실력보다 태도나 충성심을 더 중시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실제 성과보다 말로 과대 포장한 성과가 더 인정받기도 하고요.” 그는 스스로를 ‘조직 문화에 취약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실력으로만 승부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 그는 책에 도배 일을 ‘비교적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썼다. “도배는 꼼수를 쓰면 도배지가 우는 등 바로 결과가 드러나요. 성과를 포장할 수도 없죠. 결과가 좋으면 태도나 과정은 문제 되지 않아요. 노력한 만큼 기술이 늘고 성장하는 재미도 있죠.” 그는 도배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공유하고 싶어 2019년 말부터 자신의 ‘도배 일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글을 올린 지 5개월 후 궁리출판사로부터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주 5일제 시대에 주 6일 일하는 그에게는 난감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곧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공사장 가림막 너머의 세상을 알리고 싶었다. ‘막노동’ ‘험한 일’로 뭉뚱그려지는 도배사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주변에서 받은 질문들도 이런 편견에 뿌리박힌 것들이었다. “아직도 그 일 하니?” “몸 쓰는 일 하니까 몸 많이 좋아졌겠네?” 그는 황금 같은 일요일을 고스란히 책 집필에 투자했다. “도배 일을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도배는 한번 배우면 평생 가는 가치 있는 기술인데도요. ‘몸 좋아졌겠다’는 사람들에겐 반대로 묻고 싶어요. ‘머리 쓰는 일 하시니까 머리 많이 좋아지셨겠네요’라고요.” 그는 책에 “몸이 점점 닳아가는 느낌이다. … 늘 무릎에 멍이 들어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어 헐겁던 반지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썼다. 책이 나온 지금도 그를 따라다니는 질문이 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왜 도배사를 하느냐” “학벌이 아깝지 않느냐”는 것. 그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하건 발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체돼 회의만 느끼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도배는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거든요. 제가 하는 일이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선택한 ‘그런 일’이 아니라는 것,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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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현대 계급은 주택의 유무로 나뉜다

    A와 B는 직장 동료다. 이름 난 직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비슷한 월급을 받고 있다. 임금과 직업의 사회적 지위가 같은 A와 B는 언뜻 ‘같은 계급’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럴까. 호주 시드니대 사회학과 교수와 정치경제학과 교수, 호주국립대 사회학부 교수로 구성된 저자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A가 부모에게서 받은 돈으로 대출 없이 산 서울의 아파트는 최근 5년 새 10억 원이 올랐다. 자산이나 대출 여력이 없던 B는 같은 기간 돈을 모으며 집 살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 아파트 값 때문에 B의 꿈은 물 건너 갔다. 자산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가 된 두 사람을 같은 계급이라고 한다면 A는 불쾌해할 수도 있다. 저자들은 현대 사회의 계급을 5가지로 나눈다. 아래에서부터 홈리스, 임차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주택 소유주, 대출이 없는 소유주, 주택을 포함해 다각화된 자산으로 소득을 얻는 투자자다. 이들은 임금은 정체된 반면에 자산 가치는 크게 오른 만큼 주택이 핵심인 자산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계급을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과 임금, 교육이 계급을 결정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임차인에서 주택 소유주로 가는 사다리가 끊긴 이동 불가 시대가 됐다고도 진단한다. 그나마 사다리를 이어주는 건 자녀가 자산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에 부모가 해주는 증여와 양도다. 저자들은 이를 ‘엄마 아빠 은행’이라 표현한다. 심화될 대로 심화된 자산 인플레이션에다 ‘엄마 아빠 은행’의 도움도 받지 못해 집을 포기해버린 상당수 밀레니얼 세대를 두고 저자들은 ‘미래의 불발’이라는 용어로 애통해한다. 호주 교수들이 전 세계적인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을 분석해 지난해 5월 영국에서 먼저 출간한 이 책은 마치 한국만을 분석해 쓴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집값 상승으로 분노하는 한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벼락거지’가 된 원인을 사회학적, 정치경제학적으로 짚어준다. 다만 원인을 명확하게 알았다고 해서 분노가 누그러질지는 의문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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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서 150년전 대형화장실 유적 첫 발굴

    조선시대 궁궐에서 사용되던 공중 화장실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자취)가 처음 발견됐다. 15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이 화장실엔 현대식 개별 정화시설이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2019년부터 경복궁 동궁(세자의 거처 및 직무공간, 각종 지원 시설이 있던 곳) 남쪽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근정전 동쪽 지역에서 화장실 하부 구조물을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구조물은 길이 10.4m, 너비 1.4m, 깊이 1.8m의 좁고 긴 직사각형으로, 석조 구덩이 형태였다. 해당 지역에 있던 각종 전각의 도면을 기록한 경복궁배치도(1888∼1890년)와 북궐도형(北闕圖形·1907년) 등의 문헌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 시설은 당시 궁녀와 하급관리, 군인들이 쓰던 공중 화장실이었다. 토양 분석에서 기생충 알 다량과 오이속, 들깨씨앗 등이 검출된 점도 화장실이었음을 뒷받침했다. 연구소 측은 “터에서 발견된 소뼈 등을 이용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화장실은 1868년 경복궁 중건 당시 만들어져서 20여 년 동안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헌 기록과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이 화장실은 총 4, 5칸으로 구성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화장실이 1칸에 2명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던 점을 고려할 때 한 번에 최대 10명이 사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 주목할 점은 화장실 하부 구조에 분변의 발효 및 침전 등을 위한 정화수를 유입하는 입수구와 오수를 배출하는 출수구가 있다는 것. 각각 높이를 달리해 설치된 입수구와 출수구 등은 개별 화장실마다 설치된 현대식 정화조 구조와 비슷하다. 바닥과 벽면을 돌로 만들고, 틈새는 진흙으로 메워 분뇨가 새거나 토양에 스며들지 않도록 한 것 역시 현대식 정화조와 비슷한 부분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현대식 정화조 시설 관련 기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구 터의 토양 분석을 통해 당시 식생활을 분석하는 등 궁궐 사람들의 생활사를 복원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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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실 수놓은 모란 “풍요와 번영 기원했다”

    모란 향기가 바람에 실려 콧속으로 파고든다. 전시장 바닥을 밟자 모란이 하나둘 피어난다. 비밀의 모란 정원 같은 전시장 곳곳엔 모란 무늬를 담은 조선왕실 유물 120여 점이 자리 잡았다. 모란 무늬가 사용된 가구, 의복 등 유물을 통해 조선 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특별전 ‘안녕, 모란’이 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조선 왕실은 왕실의 번영과 풍요를 기원하는 뜻에서 생활 곳곳에 모란 무늬를 사용했다. 왕실의 위엄과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혼례복 등 혼례용품은 물론이고 병풍, 가마 등 장례용품에도 모란꽃 무늬를 애용했다. 전시 유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모란 무늬가 수놓인 활옷(궁중 여성 혼례복)이었다. 창덕궁에서 발견된 후 1980년대부터 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온 이 옷은 보존 처리 작업을 거쳐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주인을 알 수 없는 이 활옷에는 옷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종이심이 들어 있었는데, 조사 결과 1880년에 작성된 과거 시험 답안지로 드러났다. 낙방한 이들의 답안지를 재활용한 것. 전시장에선 혼례용품과 장례용품 외에도 장신구 상자 등 생활용품, 허련의 모란 그림 화첩 등 18, 19세기에 활동한 화가들의 모란 그림도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실제로 모란향이 퍼져 관객들이 모란에 빠져들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올봄 창덕궁 낙선재 뒤뜰 화계(花階·계단식 화단)에서 모란 향기를 포집한 다음 이를 재현한 합성향료를 만들어 활용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모란 정원을 만들고, 새소리와 빗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벽면과 바닥에 흐르는 모란 무늬 영상과 살랑이는 바람은 조선왕실 모란꽃 정원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휴식하는 듯한 효과를 준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를 통해 시간당 100명, 일일 최대 1000명까지 관람 가능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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