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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매우 유익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저자의 이 같은 말은 화를 돋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테리오파지’로 불리는 바이러스 집단은 박테리아 병원균을 파괴하는 등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준다. 연간 30억 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며 지구 온난화 억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기도 한다. 저자는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명예교수이자 40년간 감염병 전문가로 활동한 전문의. 그는 박테리아, 고세균류, 곰팡이는 물론이고 학자에 따라 미생물로 치지 않는 바이러스까지 미생물로 분류한 뒤 이를 “우리의 친한 친구”라고 말한다. 인간의 장에 있는 약 40조 개로 추정되는 박테리아는 음식물 소화에 필수적이다.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그러나 미생물은 인류 최대의 적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세계에서 550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 ‘반점투성이 괴물’로 불린 천연두는 18세기 유럽인 중 매년 4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인류를 구하기도 죽이기도 하는 ‘병 주고 약 주는’ 미생물 이야기를 의학적 과학적 지식 없이도 술술 읽힐 정도로 쉽게 풀어냈다. 위장 내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을 이식하는 ‘대변 세균요법’처럼 인간의 독창성과 미생물의 결합이 이뤄낸 놀라운 결과 및 인류를 구할 미생물의 미래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오르면서 세금 폭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내를 남편이 다독인다. 아내 입에 과일을 넣어주며 염려 말라는 남편. 아내에게도 자녀에게도 다정하기만 하다. 얼마 후 아내는 크게 놀란다. 종부세 고지서에 5000만 원이 찍혀 있었던 것. 과세대상 물건 목록을 살펴본 아내는 기절할 지경이 된다. 남편은 아내도 모르는 집을 한 채 더 갖고 있었다. 남편이 소유한 또 다른 집 앞에서 잠복하던 아내는 봐서는 안 될 광경을 보게 된다. 문제의 집에서 낯선 여성이 나오더니 “왔어요?” 하며 자신의 남편을 반갑게 맞이한다. 남편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채널A와 SKY가 공동 제작한 부부 토크쇼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29일 오후 11시 채널A와 SKY에서 사건의 진실을 동시에 공개한다. 실제 부부가 출연해 갈등을 터놓는 ‘속터뷰’에서는 막내 MC 송진우와 그의 일본인 아내 미나미가 출연한다. 미나미는 “바지는 찢어져 있고 옷에 껌이 붙어 있었다”며 남편의 술버릇을 폭로한다. 이어 “○○ 같은 것도 붙어 있더라”라고 하자 최화정 홍진경 안선영 등 MC들은 “진짜 최악”이라며 질색한다. 작정하고 나온 미나미의 폭로와 이에 맞서는 송진우의 설전도 공개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제언론인협회(IPI)는 한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 120명의 통신내역을 무더기로 조회한 것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자의 취재원 보호 권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IPI는 ‘기자의 통신 기록에 접근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태롭게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25일(현지 시간) 내고 “외신을 포함해 22개 언론사 기자 120명의 통신 자료에 접근한 공수처의 관행에 대해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가 설명도 없이 기자들의 통화 기록을 방대하게 수집했다. 이는 부패 혹은 불법 행위에 대한 정보를 가진 취재원이 기자에게 제보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공수처의 임무가 고위층 부패 척결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스콧 그리핀 IPI 부국장은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 자료 조회는 민주주의적 규범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수사관은 언론인이 연관된 모든 형태의 통신 기록에 접근하기 전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PI는 120개국 언론인과 미디어 경영인 등이 참여한 단체로 1950년 결성된 후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 탄압 사례를 언급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노모의 장례를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형제들은 막걸리를 걸치며 이야기를 나눈다. “엄니만 살아계시면 내가요. 참말로 잘할 수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깊이 후회한들 엄마가 살아올 리 없다. 그런데 노모가 살아온다. 아들들이 재산 문제로 술상까지 뒤엎으며 몸싸움을 벌이던 깊은 밤, 엄마가 돌아왔다. 좀비가 돼서. 27일 개봉하는 영화 ‘효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 세상 불효자들의 소원을 실현시킨다. 엄마가 하필 좀비가 돼 돌아온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연극계에서 관록 있는 배우 연운경이 “어으으” 하는 소리 외엔 별다른 대사가 없는 ‘좀비 엄마’역을 맡아 열연했다. 전북의 한 시골마을에 모여 사는 다섯 형제는 배우 김뢰하 정경호 이철민 박효준 전운종이 맡아 맛깔 나게 그렸다. 다섯 형제는 “인자 효도를 시작해보자”며 좀비를 극진히 모신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이들은 “엄니한테 인마 좀비가 뭐여 좀비가” 등의 대사를 진지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최근 좀비물 속 좀비들이 초고속으로 뛰어다니며 살육을 일삼는 것과 달리 ‘엄마 좀비’는 느리다. 사람을 해치지도 않는다. 힘도 없고 몸도 굳은 데다 잘 걷지 못하는 건 생전 노인일 때나 좀비일 때나 다를 게 없다. 아들들은 생전 노모를 피했듯 좀비 엄마를 점점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과연 자신들이 장담했듯이 좀비로 돌아온 엄마에게 못 다한 효도를 다할 수 있을까. 이훈국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효도는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촌스러운 소재로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다”라며 “대중에게 효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좀비물 형식을 빌렸다”고 말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연출한 이 감독의 작품답게 연극의 장점을 녹인 것은 물론, 웹툰 같은 느낌과 영화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설 연휴 극장가를 양분할 대작 ‘해적: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동방예의좀비극’을 표방한 영화 ‘효자’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까.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노모의 장례를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들들은 막걸리를 걸치며 이야기를 나눈다. “엄니만 살아계시면 내가요. 참말로 잘할 수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깊이 후회한들 엄마가 살아올 리 없다. 그런데 이 영화, 죽은 엄마가 살아온다. 아들들이 재산 문제로 술상까지 뒤엎으며 몸싸움을 벌이던 깊은 밤, 돌아온다. 좀비가 돼서. 엄마가 살아온다면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효도할 수 있을까. 영화 ‘효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 세상 불효자들의 소원을 실현시킨다. 엄마가 하필 좀비가 돼서 돌아온다는 참신한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이 증폭된다. 영화를 연출한 이훈국 감독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년 전 시나리오를 쓸 당시만 해도 서양문화인 좀비와 한국문화의 간극이 굉장히 컸다”라며 “좀비라는 소재를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녹여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연극계에서 관록 있는 배우 연운경이 ‘어으으’하는 소리 외엔 별다른 대사가 없는 ‘좀비 엄마’역을 소화해냈다. 전북의 한 시골마을에 모여 사는 다섯 형제 역을 맡은 이들은 김뢰하 정경호 이철민 박효준 전운종 등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신스틸러들. 이들은 “엄니한테 인마 좀비가 뭐여 좀비가” “좀비가 아니라 엄니여” 등의 대사를 진지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감초 배우들이 보여주는 억지로 웃기려하지 않는 절제된 코믹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할 또 다른 이유다. 이들은 좀비를 엄마로 인정하고 “인자 효도를 시작해보자”며 못 다한 효도에 돌입한다. 맛있는 음식에 예쁜 옷에…. 효도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엄마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어으으” 할 뿐이다. 최근 좀비물 속 좀비들이 초고속으로 뛰어다니며 살육을 일삼는 것과 달리 ‘엄마 좀비’는 느리다.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는다. 힘도 없고 몸도 굳은데다 잘 걷지 못하는 건 생전 노인일 때나 좀비일 때나 다를 게 없다. 아들들은 점점 엄마가 부담스러워진다. 이들은 과연 그들이 장담했듯이 다시 살아 돌아온 엄마에게 끝까지 효도할 수 있을까. 이 감독은 “효도는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촌스럽고 식상한 소재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라며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효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좀비물 형식을 빌렸다”라고 말했다. 좀비 엄마가 등장할 때 긴장감은 고조되고 공포감도 극대화된다. 평범한 한국 시골 마을과 ‘서양 귀신’ 좀비의 기묘한 조합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상영시간 내내 킥킥거리게 된다. 그러다 영화 후반부 가슴이 먹먹해진다. 죽어서도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징한 장면에선 울게 될지도 모른다. ‘병맛스러움’과 긴장감, 웃음과 슬픔을 모두 아우르는 이 문제적 작품은 설 연휴 직전 개봉한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연출한 이 감독 작품답게 연극의 장점은 물론 웹툰과 영화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설 연휴 극장가를 양분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작 영화 ‘킹메이커’와 ‘해적: 도깨비 깃발’ 사이에서 ‘동방예의좀비극’을 표방한 이 작품이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까. 27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967년 제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전남 목포. 야당인 신민당 김운범 후보(설경구) 관계자들이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의 지휘 아래 여당 선거운동원으로 위장한다. 이들은 앞서 여당 후보가 주민들에게 나눠준 와이셔츠 등을 거둬들인다. 이른바 ‘줬다 뺏기’. 여당 후보에 대한 민심은 급격히 악화된다. 김 후보 측은 거둬들인 물품에 ‘신민당’ 문구를 새긴 뒤 주민들에게 다시 나눠주며 표를 얻는다. 서창대가 짜낸 각종 전략에 “목숨을 바쳐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명연설이 더해져 김운범은 3선에 성공한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킹메이커’는 김운범과 그의 곁에서 기상천외한 선거 전략을 펼치는 서창대의 이야기를 다룬 정치 드라마다.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을, 서창대는 ‘선거판의 여우’로 불린 전략가 고 엄창록 씨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다. 설경구는 18일 인터뷰에서 “DJ는 누구나 아는 존경받는 인물이어서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다”며 “극 중 이름도 원래 실명 그대로였는데, 변성현 감독에게 바꾸자고 계속 요청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의 큰 뼈대는 실화를 옮겨왔다. 당내 비주류 김운범은 서창대의 전략에 힘입어 1970년 신민당 경선에서 주류 김영호를 꺾고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파란을 일으킨다. 실제 제7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YS와 DJ의 경선을 바탕으로 했다. 여기에 엄창록의 승리 전략과 당내 뒷이야기를 상상으로 풀어내 영화적 긴장감을 살렸다. 설경구는 1960, 70년대 당시 DJ의 연설 제스처는 물론이고 특유의 말투까지 적절히 모사해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재창조했다. 그는 “모사만 할 순 없는 노릇이어서 나와 DJ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했다”고 했다. 서창대는 선거에서 김운범을 수차례 승리로 이끌지만 번번이 그와 부딪친다. 서창대는 대의를 이루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일단 이겨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인물. 반면 김운범은 정도(正道)를 고집해 그와 대립한다. ‘독재 타도’란 큰 목표는 같기에 손을 잡지만 이들의 동행에는 늘 불안함이 도사린다. 김운범에게 빛을 비추는 반면 서창대는 어둠에 갇힌 것처럼 표현해 두 사람의 관계를 은유하는 등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대선 후보 경선 당일 각 후보 진영의 치열한 심리전과 심리적 우위를 보여주기 위해 삼각 계단을 배경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감각적인 미장센도 눈에 띈다. 약 50, 60년 전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같은 연출력 덕분에 세련미가 넘친다. 다만 서창대의 다소 원초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김운범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그려지는 등 영화가 DJ와 진보 진영을 미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DJ의 정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논란은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 청와대 ‘이 실장’(조우진)의 대사를 통해 여야가 생각하는 정의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비교적 합리적인 캐릭터로 묘사되는 이 실장은 서창대를 향해 “당신의 대의가 김운범이면 나의 대의는 각하”라고 말한다. 이선균은 “영화는 선거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보신다면 누군가를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봉준호 감독(53·사진)이 차기작으로 미국 제작·배급사 워너브러더스의 공상과학(SF) 영화를 선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19일(현지 시간)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봉준호 감독이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SF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화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작은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올해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인 소설 ‘미키7’이다. 소설은 얼음세계를 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애슈턴은 이 책을 공식 출간하기도 전에 봉 감독에게 원고를 보냈다. 봉 감독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배우 캐스팅 등 영화 제작 절차가 일부분 시작됐다. 영화 주인공은 ‘바바리안’, ‘테넷’, ‘트와일라잇’에 출연한 영국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맡는다. 패틴슨은 올해 3월 개봉할 예정인 ‘더 배트맨’에서 배트맨을 연기해 차세대 배트맨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봉 감독은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그의 과거 각색 경험 등을 놓고 볼 때 영화 내용은 소설과 다소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제작에는 봉 감독의 제작사인 오프스크린과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할리우드 제작사 플랜B도 참여한다. 플랜B는 배우 윤여정이 출연해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를 제작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967년 총선을 앞둔 전남 목포. 김운범 신민당 후보(설경구) 측 관계자들은 김운범의 참모 서창대 지휘 아래 여당인 민주공화당 선거운동원으로 위장한다. ‘가짜 여당 사람’들은 여당이 주민들에게 살포한 와이셔츠와 고무신 등을 거둬들인다. 이른바 ‘줬다 뺏기’ 전략. 여당에 대한 주민들의 민심은 악화된다. 김 후보 측은 거둬들인 물건에 ‘신민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띠를 새로 두른다. 이를 다시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돈 하나 들이지 않고 금품을 주고 민심까지 얻은 것. ‘선거 천재’ 서창대가 짜낸 각종 전략에 목숨 바쳐 민주주의를 지키겠는 김운범의 명연설이 더해지면서 김운범은 6대에 이어 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킹메이커’는 정치인 김운범과 그의 그림자로 불리며 기상천외한 선거 전략을 펼쳤던 참모 서창대 이야기를 다루는 정치 드라마다. 가명을 내세웠지만 김운범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을, 서창대는 그의 선거 전략가였던 고 엄창록 씨다.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설경구는 “DJ는 누구나 아는 존경 받는 인물이어서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다”라며 “역할 이름도 원래는 김대중이었는데 변성현 감독에게 이름이라도 바꾸자고 계속 요청했다. 이름을 바꾸니 조금 나아지긴 하더라”라고 말했다. 영화의 뼈대는 실화 그대로다. 극중 당내 비주류였던 김운범은 서창대의 전략에 힘입어 1971년 신민당 경선에서 당내 주류이자 40대 기수론 선두주자였던 김영호를 꺾고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파란을 일으킨다. 실제 제7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의원과 DJ의 맞대결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되 베일에 가려진 엄창록의 승리 전략과 당내 뒷이야기 등은 상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살려냈다. 설경구는 큰 부담감을 호소한 것과 달리 DJ가 1960~70년대 합동연설대회 등에서 연설할 때의 제스처와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특유의 말투 등 약간의 모사를 가미해 DJ를 그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냈다. 그는 “DJ를 모사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라며 “나와 DJ의 중간지점에서 타협해 만든 캐릭터가 김운범”이라고 했다. 극중에서 서창대는 수차례 김운범을 선거에서 승리로 이끌지만 두 사람의 소신은 번번이 부딪힌다. 서창대의 소신은 “돈을 벌든 표를 벌든 다를 바 없다. 대의를 이루려면 일단 이겨야 한다”는 것. 그러나 김운범은 “우리는 정치인이지 장사치가 아니다. 정의가 바로 사회 질서”라며 정도를 고집해 그와 대립한다. “독재를 타도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목표는 같기에 두 사람은 손을 잡지만 이들의 동행엔 불안함이 도사린다. 김운범에게는 빛이 비추는 반면 서창대는 어둠에 갇힌 것처럼 표현해 두 사람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등 영화에는 빛과 그림자을 활용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대선 후보 경선 당일 치열한 심리전과 누가 누구의 심리를 압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계단을 활용한 장면 등 영리한 연출력이 빛나는 장면도 있다. 멀게는 60년 전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같은 세밀한 연출력 덕분에 어떤 영화보다 세련미가 넘친다. 다만 서창대의 다소 원초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김운범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그려지는 등 영화가 DJ를 미화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DJ의 정치 일생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과 맞물리면서 이같은 논란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 후반부 당시 군사정권의 청와대 ‘이실장’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이 내뱉는 대사로 각 진영이 생각하는 정의는 다를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실장은 서창대를 향해 “당신의 대의가 김운범이면 나의 대의는 각하”라고 말한다. 당시 여당이나 청와대 인사들 역시 극단적인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배우 이선균은 최근 화상인터뷰에서 “대선과 개봉 시기가 겹치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는 뜨거운 머리싸움, 선거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직접 보신다면 누군가를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어떤 작품을 찍든 경계하는 건 ‘내 역할이 작품보다 앞서 나가지 않나’ 하는 거예요. 작품 안에서 잘 녹아들고 있는지 늘 고민하죠.” 26일 개봉하는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의적단 두목 무치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32)은 18일 화상인터뷰에서 고민과 경계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작품과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과함과 덜함의 중간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넘어가는 시기를 배경으로 무치의 의적단과 해랑(한효주)이 이끄는 해적단이 협력해 고려 왕실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연기한 무치는 ‘고려 제일검’으로 통할 만큼 검술 실력이 뛰어나지만 허당끼 가득한 캐릭터다. 의욕만 앞세우다 걸핏하면 실수하고 굴욕적인 몸 개그로 진지함과 유쾌함 어리숙함, 뻔뻔함을 넘나든다. 강하늘은 “무치를 과하게 표현하면 만화 캐릭터처럼 될 것 같았다”며 “허당인 모습을 연기할 때도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되는 것처럼 보여주며 중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출연하는 한효주, 해적단원 막이 역의 이광수와 오랜 친구 같은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2014년 관객 866만 명을 모은 손예진 김남길 주연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 편이다. 당시 산적 두목 역할을 맡았던 김남길은 카리스마와 허당미 사이에서 줄을 타는 코믹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강하늘은 “나는 김남길 선배를 따라갈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 역할에 온전히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몸 개그를 비롯해 검투 장면 등 각종 액션 장면을 소화하면서도 별다른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다. “보호대를 착용하면 하나도 안 아파서 아픈 척 연기하는 게 저한테는 어렵더라고요.(웃음)”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제작비만 235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수중 장면과 드넓은 바다 등 볼거리가 풍부한 데다 유쾌한 이야기와 절제된 유머까지, 오락 영화의 장점을 두루 갖춘 만큼 얼어붙은 극장가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최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잘되는 걸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작품이면 어려운 시기에도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는구나 싶어서요. 개봉하지 못한 다른 한국 영화도 마음 놓고 개봉할 수 있도록 이번 영화도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사람은 0%인 사람보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현명할까. 주변을 의식하거나 갖가지 고민을 하느라 짓눌렸던 잠재력은 0.05%의 농도일 때 폭발할 수 있을까.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노르웨이 철학자이자 의사인 핀 스코르데루의 ‘0.05% 예찬론’을 직접 실험해 보는 이들의 이야기다. 와인을 두 잔가량 마신, 취함과 취하지 않음의 경계선이 인간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검증해 보는 내용이다. 중년의 코펜하겐 고교 교사 4명의 수업은 하나같이 ‘노잼’.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들이 술을 마시자 수업 분위기는 180도 바뀐다. 각종 자료를 동원하고 자신감까지 더한 수업에 학생들은 빠져든다. 약간의 취기는 소심한 언변을 유창하게 만들고 교실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진다. 교사들은 0.05%를 넘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만의 농도’를 찾아 나선다. 역사교사 마르틴(마스 미켈센)에게 최적의 농도는 0.1%. 열정 없는 수업으로 학부모로부터 항의까지 받았던 그는 일약 인기 교사가 되고 소원했던 아내와의 관계도 회복한다. 젊은 시절의 활력과 자신감을 되찾은 이들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영화는 적당한 음주는 인간에게 마법 같은 힘을 주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걸 부각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적당한 음주’에 한해서다. 이들이 혈중알코올농도 최고치를 실험해 본다며 짐승처럼 술을 퍼마신 다음 날의 결과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음주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다뤘지만 무게 추는 음주가 인생에 얼마나 밝은 빛을 비추는지에 조금 더 기울어져 있다. 술과 인생을 깊이 있게 고찰한 이 영화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영화상을 받는 등 해외 유명 영화제를 휩쓸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할리우드 판으로 리메이크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혈중알코올농도별로 취한 상태를 세밀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는 관전 포인트. 마스 미켈센이 선보이는 해변 음주 댄스신은 적당한 술이 인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평소 주당이 아니더라도 내 안에 숨은 창의력과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낮술’을 마시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19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클라이밍짐, 스포츠경기장, 피맥펍까지…. 팬데믹 시대 영화관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 내에 자리한 클라이밍짐 ‘피커스(PEAKERS)’. 곳곳에서 “아” 하는 탄식과 “나이스”를 외치는 환호가 번갈아 터져 나왔다. 바닥에 앉아 클라이머가 암벽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내는 소리였다. 암벽 높이 및 경사별로 구역은 4개로 나뉘었다. 가장 높은 암벽은 높이가 6m에 가까웠다. 평일임에도 70명 안팎이 암벽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CGV는 7일 이 영화관 지하 4층 359석 규모의 상영관 두 곳을 개조해 만든 클라이밍짐을 개관했다. 층고가 높은 상영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시설을 찾다가 클라이밍짐으로 바꾼 것. 탁 트인 층고 덕에 개관 일주일 만에 젊은 클라이머의 도심 속 성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6053만 명, 영화관 전체 매출은 5845억 원에 그쳤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관객 2억2668만 명, 매출 1조9140억 원과 비교하면 너무나 저조한 수준이다. 여기에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되면서 영화관 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영화관들이 앞다퉈 영화 관련 시설을 조금씩 비워내고 레저·휴식 관련 시설을 선보이는 것은 코로나와 OTT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6일 “코로나 시대 이전의 틀에 갇혀 영화관을 영화만 보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위기의식을 갖고 여러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메가박스는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 내 상영관 한 곳을 실내스포츠 경기장으로 개조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몬스터짐 아레나’가 바로 그것. 경기용 무대와 조명, 전광판 등을 갖춘 이곳에서 주짓수, 폴댄스, 팔씨름, 보디빌딩 등 각종 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 덕분에 극장을 찾는 스포츠 마니아의 발길도 늘었다. 상영관을 별도로 개조하지 않고 탈바꿈한 곳도 많다. CGV 왕십리는 같은 건물에 있는 결혼식장과 제휴해 상영관을 결혼식 현장 생중계용으로 빌려준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 있는 하객 수가 제한된 것에 착안했다. CGV 여의도 등에선 상영관에서 경제·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는 ‘사이다경제: 사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시네마 역시 지난해 대형 스크린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 명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팝업 트래블 라이브’를 진행하는 등 영화관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매표소가 있는 영화관 로비도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서대문구의 메가박스신촌은 기존 매점 한편을 개조해 ‘피맥펍’을 마련했다. 로비에 캠핑 의자와 테이블을 가져다놓고 관객들이 영화 관람 전후 생맥주와 피자를 즐기며 영화관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했다. 롯데시네마도 서울 광진구의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로비에 오픈스튜디오를 열었다. 1인 유튜버 등 영상 제작자에게 촬영 및 생중계를 위한 각종 전문 장비가 설치된 공간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다. 메가박스 측은 “고객이 일단 영화관 건물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영화관을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교복을 입은 좀비들이 온몸을 기괴하게 꺾으며 빠른 속도로 몰려다닌다. 그들의 활동 무대는 고등학교. 학교발 감염으로 추정되는 좀비 바이러스는 도시 전체로 확산된다. 도시는 ‘좀비 떼’에 쑥대밭이 되고 공권력은 마비된다. 28일 공개되는 올해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티저 영상만으로도 “세계 1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학교와 좀비의 결합이라는 설정 자체가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작은 2009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네이버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다. 웹툰을 연재한 주동근 작가(39)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및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한 세계관이 여러 나라 사람들과 공유된다는 게 신기하다”며 “영상화를 목표로 삼고 웹툰 작가로 달려온 지 13년 만에 큰 결실을 보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 속 학생들은 바이러스가 퍼질 대로 퍼진 학교에 고립돼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주 작가는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지만 재난 앞에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좀비물의 배경으로 학교를 선택한 것에 대해선 “이질감 없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한국적인 좀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학교라는 공간이면 내가 생각한 판타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주 작가의 웹툰 데뷔작인 원작은 작품이 연재되는 매주 수요일이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거의 매번 올라갈 정도로 인기였다. 흥행성이 입증되자 10곳에 가까운 제작사 등에서 영상화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학교가 있는 시 단위 지역을 무대로 대규모 경찰력과 병력이 투입되는 설정의 좀비 블록버스터인 만큼 막대한 제작비가 걸림돌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스타 감독 이재규를 통해 드라마란 새 옷을 갈아입게 됐다. 주 작가는 “넷플릭스와 협업한다는 이야기를 이 감독님에게서 전해 듣고 놀랐다”라며 “190여 개국에 공개될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건 꿈같은 일”이라고 했다. “작품을 연재할 때 일주일에 6일을 집 밖에 아예 안 나가고 거의 울며 작업했거든요. 오랜 고생과 긴 기다림 끝에 큰 보상을 받는 것 같아요.” 평소 이 감독 팬이었던 그는 “원작자 입장에서 따로 부탁한 건 없다. 감독님 작품을 좋아해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감독님이 재해석한 ‘지금 우리…’는 어떤 재미를 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공개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웹툰은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살상 장면 등 잔인한 요소가 많아 정작 청소년에겐 열람이 금지됐다. 드라마 역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는 “잘된 결정”이라고 했다. “표현 수위를 낮추면 좀비물의 매력이 반감되는 만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영상화되면 수위에 한계가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된 후 그런 걱정은 사라졌어요.” 그는 ‘지금 우리…’ 이후 ‘강시대소동’을 선보였고 현재는 외계인을 믿는 사이비 종교를 다룬 ‘아도나이’를 연재 중이다. “저는 장르물에 진심입니다. 좀 더 신선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장르도 개척하고 싶고요. ‘이 작가 작품은 재밌더라’ 정도의 인상은 남기고 싶어요. 다른 작품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교복을 입은 학생 좀비들이 온몸을 기괴하게 꺾어대며 빠른 속도로 몰려다닌다. 그들의 활동 무대는 고등학교. 학교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좀비 바이러스는 도시 전체로 확산된다. 도시 곳곳에도 좀비 떼 출몰이 이어진다. 도시는 쑥대밭이 되고 공권력은 우왕좌왕하던 끝에 마비돼버린다. 28일 공개 예정인 올해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최근 티저 예고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세계 1위 드라마가 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설정 자체가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것. ‘K좀비’의 매운맛을 전 세계에 제대로 보여줄 드라마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이 드라마 원작은 2009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네이버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 이 웹툰을 연재한 주동근 작가(39)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및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한 세계관이 여러 나라 사람들과 공유된다는 게 신기하다”라며 “영상화를 목표로 삼고 웹툰 작가로 달려온지 13년 만에 큰 결실을 보게 돼 행복하다. 게다가 그 결과가 넷플릭스여서 보람이 아주 크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경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다. 학생들은 바이러스가 퍼질대로 퍼진 학교에 고립돼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주 작가는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지만 재난 앞에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웹툰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좀비물 배경으로는 흔치 않은 학교를 택한 것에 대해선 “이질감 없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한국적인 좀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학교라는 공간이면 내가 생각한 판타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주 작가의 웹툰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당시 웹툰이 연재되는 매주 수요일이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거의 매번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인기였다. 소재와 이야기의 흥행성이 입증되자 연재가 시작된 이후 10곳에 가까운 제작사 등에서 영상화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물론 학교가 있는 시 전체를 무대로 대규모 경찰력과 병력이 투입되는 설정의 좀비 블록버스터인 만큼 막대한 제작비가 걸림돌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스타 감독 이재규 감독이 2015년쯤 이 작품을 드라마화하기로 했다. 주 작가는 “넷플릭스에서 투자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이 감독님께 전해 듣고 놀랐다”라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될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건 정말 꿈만 같다”라고 했다. “작품 연재 당시에 일주일에 6일을 집 밖에 아예 안나가며 거의 울면서 작업했다. 오랜 고생과 긴 기다림 끝에 큰 보상을 받는 것 같다”라고 했다. 평소 이 감독 팬이었던 그는 “이 감독님이 웹툰을 재밌게 읽으셨다고 하셔서 원작자 입장에서 따로 부탁드리거나 한 건 없다”라며 “이 감독님이 재해석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또 어떤 재미를 줄까 하는 마음으로 영상이 공개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의 웹툰은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잔인한 장면이 많아 정작 청소년에겐 열람이 금지됐었다. 드라마 역시 살상 장면이 반복적·자극적으로 표현됐다는 이유 등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주 작가는 “잘 된 결정”이라고 했다. “수위를 낮추는 건 좀비물의 매력을 잃고 시작하는 것인 만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영상화되면 표현 수위에 한계가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것으로 결정된 이후 그런 걱정은 바로 사라졌어요.” 그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후 ‘강시대소동’을 연재했고 현재는 외계인을 믿는 사이비 종교와 이 종교를 파헤치는 기자 이야기를 다룬 ‘아도나이’를 연재 중이다. “저는 장르물에 진심인 편이예요. 좀 더 신선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장르도 개척하고 싶고요.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할지는 모르지만 ‘이 작가 작품은 재밌더라’는 정도의 인상은 남기고 싶어요. 그때까지는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작품을 만들 때마다 작품이 나라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더 신경 쓰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문화 외교사절’이란 마음가짐으로 차기작 제작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12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주최로 열린 제18회 한국이미지상 시상식 현장에서다. 한국이미지상은 한국 문화를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쓴 개인과 단체에 수여한다. 이날 황 감독은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 이미지 디딤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황 감독은 한국이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외 일정상 시상식에 불참한 황 감독은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황 감독은 시상식에 앞서 연구원 최정화 이사장과 가진 인터뷰 영상을 통해 “20∼30년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일들로 사회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며 구상 중인 차기작 장르에 대해 밝혔다. ‘한국 이미지 징검다리상’은 ‘오징어게임’ ‘지옥’ 등 세계를 강타한 K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이를 전 세계에 유통한 넷플릭스에 돌아갔다. 이 상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과 세계의 가교 역할을 한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에 주어진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영상을 통해 밝힌 수상 소감에서 “한국 창작자들이 만든 탁월한 이야기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나가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지속적으로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주춧돌상’은 성악가 조수미에게, 한국 이미지를 세계에 알린 20세 미만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새싹상’은 도쿄 올림픽 양궁 2관왕 김제덕 선수에게 각각 돌아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스크린에 옮겨진 세계적인 브랜드 ‘구찌’ 가문 이야기는 긴장감이 넘친다. 청부 살인과 구찌 가문의 몰락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뻔히 아는데도 결말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다. 올해 85세의 노장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표본을 남기겠다며 작정하고 만든 모양새다. 영화는 197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20대 여성 파트리치아로 분한 팝의 아이콘 레이디 가가는 파티에서 패션계의 왕족 구찌 가문의 마우리치오(애덤 드라이버)를 보자마자 반해 버린다. 마우리치오 역시 저돌적이지만 귀여운 파트리치아에게 푹 빠진다. 마우리치오의 아버지로, 구찌 가문의 역사 그 자체인 로돌포(제러미 아이언스)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도 못 알아보고 “그림 정말 비싸겠다”고 말하는 파트리치아를 탐탁지 않아 한다. 소규모 트럭운송사업을 하는 집안의 딸이고, 돈을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 등 마음에 들지 않는 것투성이다. 결국 마우리치오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 허락도 없이 결혼식을 올린다. 구찌 가문의 비극이 움트는 순간이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20대의 파트리치아가 구찌 집안에 입성한 뒤 변해가는 모습이다. 사랑스럽고 순수했던 그는 남편을 부추겨 구찌를 차지하려는 탐욕으로 일그러진다. 마우리치오의 삼촌이자 구찌 최고경영자 알도(알 파치노)와 알도의 아들인 파울로(재러드 레토)의 지분을 빼앗으려 거짓말과 이간질에 공권력 동원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가가는 20대부터 40대의 파트리치아를 모두 다른 사람처럼 연기한다. 눈빛의 강도까지 조절하며 한 사람이 괴물이 돼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표현한다. 순수한 여성에서 희대의 악녀로 바뀌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가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스타 이즈 본’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는 배우임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결국 이혼당한 그가 선보인 광기 어린 연기는 압권이다. 가가는 이탈리아 북부 출신인 파트리치아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식 영어 억양을 6개월간 연습했다. 살을 찌우고 실제 파트리치아가 살던 이탈리아 지역 곳곳을 다니며 그녀에 대해 취재하는 열의를 보였다. 알 파치노와 그의 아들 파울로로 분한 레토가 서로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는 연기 대결은 영화관에서 박수를 치고 싶게 만들 정도다. 과거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가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한 데 대해 고개가 끄덕여진다. 러닝타임은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요즘 추세에 역행하는 158분에 달한다. 구찌 가문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구찌가 전문 경영인 체제로 넘어간 1990년대까지의 장대한 서사를 속도감 있게 압축해 긴 시간이 금세 간다. 명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대결이 몰입감을 높이는 데다 최상류층의 화려한 의상, 1980년대 뉴욕의 명품 패션쇼, 로마 뉴욕 알프스의 저택과 휴양지 등 볼거리가 풍부해 158분이 짧게 느껴진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으로 열연한 배우 오영수(78·사진)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올해 79회를 맞은 이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영화 ‘기생충’(2020년), ‘미나리’(2021년)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데 이어 오 씨가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면서 한국 콘텐츠 및 배우가 3년 연속 골든글로브 수상 기록을 세웠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9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오 씨의 수상을 알렸다. ‘깐부 할아버지’로 불리는 오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다”라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의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 작품상, 배우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한국 작품과 배우로는 처음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연극만 200여편 ‘조미료 안 치는 배우’… 美드라마 출연 백인들 제치고 영예수상 소식에도 대학로 연습실 지켜… “이제 세계 속 우리 아닌 우리 속 세계” 10일 오전 11시 골든글로브 홈페이지에 익숙한 얼굴을 담은 사진이 나타났다. 치아를 훤히 드러낸 채 밝게 웃는 백발의 동양인, 오영수(78)였다. 그의 머리 위에 TV드라마 남우조연상 수상자라는 영어 문구가 선명했다. 오 씨는 올해 골든글로브의 개인 수상자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 백발의 배우, 세계의 중심에 서다 ‘오징어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은 오 씨는 이날 ‘더 모닝 쇼’의 빌리 크루덥과 같은 시리즈의 마크 듀플라스, ‘석세션’의 키런 컬킨, ‘테드 래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쟁자들은 모두 미국 드라마에 출연한 백인 배우였다. 오 씨는 이날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고 밝혔다. 오 씨는 ‘오징어게임’에서 목숨이 걸린 구슬을 기훈(이정재)에게 건네며 “우린 깐부잖아”라고 말해 ‘깐부’라는 단어를 대유행시켰다. 그는 아이처럼 게임을 즐기다가도 사람들이 서로 죽이려 하자 “그만해!”라고 절규하는가 하면 충격적인 반전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날 그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축하 전화가 너무 많이 와 정신이 없다. 연극 ‘라스트 세션’에 프로이트 역으로 출연 중이라 평소처럼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3월의 눈’을 함께 작업한 손진책 연출가는 “오영수는 조미료를 안 치는 배우라 매 연기마다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현재 그와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번갈아 맡은 신구는 “골든글로브 후보로 지명됐는데 들뜨지 않더라. 수십 년간 쌓인 내공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에 함께 출연한 이병헌도 인스타그램에 “프론트맨입니다, 브라보!”라고 올렸고 이정재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생님과 함께한 장면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세계무대에서 큰 감동을 만들어냈다”며 축하했다.○ 50여 년 연기에 헌신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지난해 12월 오 씨를 후보로 지명하며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중 한 명이다. 오징어게임에서도 가장 놀라운 존재로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1967년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1987년부터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50여 년간 ‘피고지고 피고지고’, ‘템페스트’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백양섬의 욕망’에서 앙젤로 역으로 동아연극상 남우주연상(1980년)을 수상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오징어게임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력과 긴 시간 연기에 기울인 헌신을 아울러 상을 수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되자 HFPA가 수상자 인종 안배에 노력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턴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은 인종차별, 스폰서 논란으로 배우 감독 제작자가 불참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매년 시상식을 생중계하던 미 NBC도 이번에는 중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골든글로브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수상자가 순차적으로 공지됐다. 극영화 부문 작품상은 ‘파워 오브 도그’에 돌아갔고 제인 캠피언 감독은 이 영화로 감독상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니콜 키드먼(‘빙 더 리카르도스’), 남우주연상은 윌 스미스(‘킹 리처드’)가 수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든을 코앞에 둔 노배우 오영수(78)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HFPA)는 9일 오후 6시(현지시간)부터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각 부문별 수상자를 공지하며 오영수가 TV 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골든글로브 측은 수상 소식을 전하며 “오영수는 그의 모국인 한국에서 존경받는 연극배우지만 주요 시상식 후보로 오른 건 골든글로브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오영수는 이날 함께 후보에 오른 ‘더 모닝 쇼’의 빌리 크루덥과 같은 시리즈의 마크 듀플라스, ‘석세션’의 키에란 컬킨, ‘테드 래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79회째를 맞는 이 시상식에서 한국인 배우가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실제로 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수상 직후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 속의 세계’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골든글로브 측은 지난달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오영수에 대해 “1963년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우리의 상상과 세계를 장악해버린 시리즈(‘오징어게임’)에서도 가장 놀라운 존재로 등장했다”라고 소개했다. 한편 ‘오징어게임’의 주연 이정재가 후보에 올랐던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드라마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오징어게임’ 역시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의 영예는 ‘석세션’이 안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수십 년간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사람이 있다. 고기를 먹는 동생들을 비난하며 “사체 따위는 먹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그의 직업, 자기모순의 절정이다. 살생을 혐오하는 이의 직업은 ‘두더지 사냥꾼’. 저자는 시인이자 정원사다. 정원 일이 끊기는 겨울엔 들판과 농장 곳곳을 돌며 두더지를 잡는다. 농경지를 헤집어놓는 두더지는 농부들의 주적. 영국의 전통 직업인 두더지 사냥꾼들은 두더지의 습성을 이용해 돈을 번다. 먹고살기 위해 두더지 사냥꾼이 된 채식주의자 저자는 변명해본다. “인생은 좀처럼 우리의 기대만큼 단정하고 깔끔하지 않다.” 그는 가장 인도적으로 두더지를 잡겠다며 스스로와 타협한다. 두더지를 직접 죽이는 대신 덫을 놓아 스스로 죽게 하는 방법이다. 그는 곧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냥꾼이 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선언한다. 더는 두더지를 잡지 않겠다고. 저자는 에세이 초반부에 두더지 사냥꾼을 그만두기로 한 ‘중대 결심’을 툭 던져놓고 답은 마지막에 알려주는 식으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두더지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60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자연에서 배운 것들을 말한다. 두더지를 잡던 겨울과 더불어 열여섯 살 때 집을 나온 뒤 홈리스로 살며 한없이 걸어야 했던 이야기 등을 소설처럼 풀어냈다. “계절은 대략 시속 3km의 속도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만일 내가 계속 북쪽을 향해 걸었더라면 나의 계절은 영원히 봄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외로움을 담담하게 담아낸 문장들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시인답게 삶과 자연에 대한 고찰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초연하게 담아냈다. 두더지와 자연, 인생, 전원에서의 일상이라는 섞이기 어려운 주제들을 맛깔나게 버무렸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황유원은 노시인의 초연함과 고단함, 회한이 배어든 영어 문장을 한국어의 섬세함을 살려 번역했다. 문학적 번역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경험을 오랜만에 할 수 있는 건 이 책의 큰 장점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배우 최민식(사진),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과 손잡고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가제)를 제작한다. 디즈니플러스는 6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작되는 새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했다. 범죄 액션물인 ‘카지노’는 카지노 왕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민식은 이 작품으로 2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공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디즈니플러스는 ‘카지노’를 포함해 내년까지 아태 지역에서 50개가 넘는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분명 2차원(2D)인데 4차원(4D)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주택가 골목을 누비는 차량의 엄청난 속도감과 충돌할 때의 충격이 관객석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보는 내내 심장이 뛴다. 영화 ‘특송’은 돈이 되는 것은 무조건 배송하는 특송업체를 배경으로 한다. 주로 의뢰받는 배송물은 물건이 아닌 사람. 거액을 받고 수배자 등 주로 쫓기는 이들을 폐차 처리된 차량으로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 준다. ‘기생충’의 주역 박소담이 에이스 배송기사 은하 역을 맡았다. 그는 묘기에 가까운 카레이싱 실력으로 모든 추격을 따돌린 뒤 배송 임무를 완수한다. 배송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은하는 어느 날 배송 사고에 휘말리며 ‘반송 불가 수하물’격인 남자아이를 떠맡게 된다. 이들은 악질 경찰이자 깡패 우두머리인 경필(송새벽)과 그 일당을 따돌리기 위한 추격전을 거듭한다. 영화의 백미는 러닝타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추격 장면. 와이어캠을 활용해 공중 및 다각도 촬영으로 담아낸 덕에 질주하는 차에 함께 타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클럽음악을 연상시키는 빠른 비트의 음악은 추격에 가속도를 붙여 짜릿함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2D영화마저 관객 체험형 영화로 만드는 한국 영화 촬영 기술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다. 빌라가 밀집한 한국의 전형적인 주택가를 추격전의 주무대로 활용해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였다. 대로, 주차타워 등 추격전 배경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생충’에서 박소담의 과외 제자 역을 소화했던 정현준이 박소담과 함께 도망치는 서원 역을 맡았다. 그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절제된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 신동’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서원을 지키기 위해 박소담이 시니컬한 표정으로 선보이는 각종 액션도 수준급이다. 검은 돈 300억 원을 차지하기 위해 은하와 서원을 뒤쫓는 송새벽의 연기 역시 압권이다. 그는 극도의 악랄함에 약간의 어벙함을 양념처럼 섞어 독창적인 악당 캐릭터를 완성했다. 후반부 ‘저게 말이 돼?’ 싶은 장면이 몇몇 있긴 하다. 그러나 범죄 오락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몰입도를 높인 덕에 ‘영화적 허용’으로 관대하게 넘기게 된다. 12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