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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부처와 업계 반발 등으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입국장 면세점에 대해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규제 혁신 드라이브의 연장선상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외여행 3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관계부처는 입국장의 혼잡 등 예상되는 부작용 대응 방안까지 포함해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입국장 면세점과 관련해 “관계 부처는 중소·중견 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세청을 중심으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 계획이 곧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국민의 지속적인 설치 요구에도 부처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규제 혁신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라는 문재인 정부 2기 국정 과제와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경제와 국민 생활의 크고 작은 불합리와 평등을 바로잡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해 “일부 보도대로라면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 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두 달이 넘도록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이 13일 열린다. 정부는 북한과 물밑 조율을 통해 ‘평양 정상회담’으로 의견을 좁혔고, 고위급 회담에서 ‘8월 말 9월 초’의 세부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9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유엔총회에 함께 가는 방안까지 논의하려고 한다. ○ 11년 만에 평양행 열리나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 및 장소, 방북단 규모 등에 대해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며 (남북 간) 여러 채널을 통해 회담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9일 북측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지만 그 전후 남북이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라인 등을 가동해 회담 일정에 대해 상당 부분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합의한 ‘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당겨 ‘연내 종전선언’을 촉진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9·9절 전후, 늦어도 9월 중하순 유엔총회 전에는 정상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평양 회담에 무게를 두고 북측과 이미 장소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국빈 대접’을 받는 모양새가 서로 이상하고, 평양에서 열병식을 한참 준비하는 상황에서 평양행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논의 끝에 평양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 간의 신뢰, 그리고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판문점 혹은 원산 개최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한 것(평양 회담)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장소를 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세부 일정에 대해선 아직 합의를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만나자고 요구했지만 북측이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시기는 13일 만나봐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 등 정상 간 합의문도 논의할 듯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정상회담 일정뿐만 아니라 정상이 만나 합의할 비핵화나 종전선언 회담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위급 회담에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참여한 것에 대해 “비핵화 문제, 남북 정상회담 문제, 4·27 합의 내용에 대해서 가장 적임자”라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북한은 고위급 회담에서 철도 문제 등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자고 압박할 듯하다. 대표단 5명 중 김윤혁 철도성 부상(철도),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도로),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개성공단) 등 경제인사가 3명이다. 이에 정부는 조속한 종전선언 추진으로 대화 방향을 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치에 별 성과가 없는 데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건까지 터진 상황에서 남북만의 경협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변인은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미국 쪽과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해 나가고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다음 달 중하순으로 예정된 유엔 총회의 남북 정상 동시 참석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열고, 연내 종전선언 발표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북단의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12일 브리핑에서 말했다. 청와대는 이미 북측과 물밑 협상을 통해 정상회담의 시점과 장소를 논의했고, 13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은 8월 말 또는 다음 달 초 평양 개최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김정은의 유엔 총회 참석을 설득할 계획이다. 이미 북한이 올해 유엔 총회에 장관급 인사가 기조연설에 나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다음 달 말까지 다시 한번 여러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 정상이 유엔 총회에 나란히 참석해 평화와 비핵화의 의지를 밝힌다면 김정은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더 나서라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3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는 남측 수석대표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 수석대표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각각 나선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부가 북한산 석탄 반입 혐의가 확인된 선박 4척을 입항금지 조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 채택 이후 금수품 운송에 이용된 선박 4척을 11일부로 입항 금지 대상으로 지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위조 및 허위 신고로 북한산 석탄이 반입된 것을 공식 확인한 뒤 하루 만에 입항금지 조치를 내린 것. 입항금지 선박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시점(2017년 8월) 이후 한국에 반입한 혐의가 확인된 스카이에인절,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 등 4척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밀반입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한다. 관세청이 10일 발표한 국내 3개 수입업체의 북한산 석탄 및 선철 반입 경위는 물론이고 앞으로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한 당국자는 “북한산 석탄 반입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이르면 이번 주 유엔 대북제재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조사 결과를 미국 측과는 공유했다. 미국 측은 우리 조사나 조치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의 댓글 조작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면서 청와대도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받은 데다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인배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조사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9일 백 비서관과 송 비서관에게 이번 주말 특검 사무실로 나오라고 통보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에서 (소환을) 요청하면 피하지 않고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진 것은 경찰이 발견하지 못했던 김 씨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특검이 발견하면서부터다. 이 USB메모리를 통해 특검이 김 씨와 김 지사가 여러 차례 만났고, 각종 서류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한 사실을 밝혀내자 청와대의 기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김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진두지휘로 규제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진보 진영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9일에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불화설을 겨냥한 폭로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9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규제 혁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에 필수적인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 준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규제 혁신의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진보 진영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이 있었다”며 “그 한 당사자를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짧게 조우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이 바쁘시겠다’ ‘수고가 많으시다’는 인사말에 예상외의 답이 돌아와 조금은 놀랐다”고 적었다. 박 전 의원이 언급한 인물은 장 실장으로 추정된다. 박 전 의원은 “대화를 모두 복원할 순 없지만 기억에 남는 강한 워딩은 이런 것”이라며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 ‘밖에 나가 인터넷 언론사라도 만들어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더러 행간이 보였던 그 갈등설이 꽤 심각한 상태까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요 며칠 사이 외화된(겉으로 드러난) 바로 보면 균형추가 이미 기운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들이 조직적 저항에 나서면서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친기업으로 옮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 부총리의 삼성그룹 방문과 관련한 ‘구걸’ 논란 역시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부처들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완전히 틀린 추측이다. 장 실장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박 전 의원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일자리 창출 계획 발표와 함께 청와대가 규제 혁신 드라이브에 나선 가운데 진보 진영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정례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봉합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다시 터져 나온 불화설로 결국 경제라인 재정비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길 것”이라며 “지능형 반도체와 뇌과학기술 등 미래 원천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혁신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자율주행차 등 8대 선도 사업과 플랫폼 경제에 5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는 올해 관련 예산인 3조 원에서 67% 증가한 수준이다. 김 부총리는 “하반기에 중요한 규제 몇 개가 풀리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는 메시지가 시장에 나갈 것”이라며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 부문 과제도 규제 완화 우선순위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차기 회담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13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딱 한 달 앞둔 9일 북측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다시 중재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날 오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명의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통지문을 보냈고, 정부는 이를 수락했다. 북측 대표단 명단 통보는 없었다. 통일부는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에 박선원 국가정보원장 특보의 참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1월 9일, 3월 29일, 6월 1일에 이어 올해 네 번째다. 최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이행의 선후(先後)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높이기 위해 이미 합의한 ‘가을 평양회담’이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과 북-미 2차 정상회담 등을 견인하기 위해 이달 말 ‘여름 평양회담’이 열리거나 판문점에서의 원포인트 회담 가능성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준비 시한이 촉박하긴 하지만 8월 평양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기류를 전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연설에 기존 평화와 공동 번영 등의 메시지를 넘어서 새로운 남북, 북-미 관계를 제시하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9월 유엔총회 종전선언과 관련해 활발한 접촉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미국은 부정적 기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다음 달 정권 수립일을 앞두고 평양 김일성광장 등지에서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이 포착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전략무기의 모습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는 가운데 병력과 장비가 평양에 집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70주년인 만큼 대규모 열병식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북-미 정상 간에 2차 회담 얘기까지 오가는 만큼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고 생방송도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앞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때처럼 이번에도 비교적 조용히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손효주 기자}
2015년 1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극심한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었다. “현 체제로는 2016년 20대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었던 것. 이런 문 대통령을 돕고자 그해 12월 10일 6명의 원외 인사들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윤건영 당 대표 정무특보, 차성수 금천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당 쇄신의 활로를 열기 위해 불출마를 택했다. 한 여당 의원은 7일 “당시 구청장 출신 3명은 왜 포함됐는지 의아했는데, 이번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보고 그 의문이 풀렸다”며 “2015년 불출마 6인은 결국 친문(친문재인) 핵심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불출마 6인의 재발견’이란 말도 나온다. 구청장 출신 3인은 모두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고, 김 전 구청장과 민 전 구청장은 각각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과 자치발전비서관에 임명됐다. 이로써 윤건영 국정상황실장까지 포함하면 불출마 6명 중 3명이 청와대에 함께 근무하게 됐다. 차 전 구청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수석을 지내 이번 비서관 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 친문 인사는 “청와대 안의 문 대통령 복심이 윤 실장이라면 바깥의 복심은 양 전 비서관”이라며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호철아’라며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서 이 6명을 주목하는 것은 채 2년이 남지 않은 21대 총선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구청장 출신 3인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윤 실장과 이 전 수석, 양 전 비서관도 출마만 결심한다면 공천은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이 전 수석을 제외하면 이들은 각각 서울, 경기, 광주에 기반을 두고 있어 현역 의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 6명은 “문 대통령을 위해 20대 총선에 나서지 않았다”는 나름의 명분까지 있다. 특히 현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양 전 비서관의 거취도 관심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전 비서관은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것이지 정치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만약 양 전 비서관이 총선에 출마해 지역구 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혁신은 금융 분야와 신산업의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물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를 방문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은산(銀産)분리 완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본격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정보기술)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선 산업 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를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에 비유하며 “제 때 규제 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붉은 깃발법은 1865년 증기자동차 최고 속도를 마차에 맞추도록 한 조례로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규제의 사례로 꼽힌다. 그러면서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의료기기 규제 혁신 현장 방문에 이은 두 번째 현장 행보에서 시민단체 등 지지층의 반대에 정면으로 맞서며 속도감 있는 혁신성장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의당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토론회를 열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문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 초청받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제윤경 의원이 행사에 불참하면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이들은 당내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민주당 방침으로 비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경제성장의 물줄기를 정부와 국회가 함께 열기를 바란다”며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폭염 대책으로 7, 8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 대책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부터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전기요금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미 지원 방안과 규모, 절차 등에 대한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가정마다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우선 7월과 8월 두 달간 가정용 전기요금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확대 등 전기요금 부담 감경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부터 시행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누진제 폐지 청원이 계속되는 등 폭염 대책을 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나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도 적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과 누진제 수준을 외국과 비교해 국민께 충분히 알리고, 또 국민 여론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덧붙였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이날 업무에 복귀한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활력을 위해 실사구시적인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며 “우선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6일 업무에 복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성은 ‘민생’과 ‘규제 혁신’이었다.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서민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 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하반기 국정 운영의 중심 과제로 삼겠다는 점을 재차 분명히 한 것. 이날 문 대통령이 지시한 전기요금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라는 집권 2기 국정 운영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많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 활력은 국민의 삶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특히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과 소득 능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아우르는 포용 성장이라는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 창출과 민생 경제 활성화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그 방법으로 문 대통령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적 과감한 실천”을 강조했다. 진보·보수라는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달라는 의미다. 이는 7월 인도 삼성전자 신공장을 방문하는 등 하반기 들어 계속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기업 친화적 행보와도 닿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면담에서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것은 사실상 재계 전체에 대한 당부”라며 “이를 위해 정부도 규제 혁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규제 혁신을 재차 강조하며 하반기에도 ‘혁신 드라이브’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모든 경제팀이 힘을 모아 더욱 분발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날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이라는 개념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도서관, 체육·교육·문화시설 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생활 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주기 바란다”며 “이는 과거 방식의 토목 SOC와 달리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밝혔다. 건설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일자리 등 각종 경제지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SOC 투자를 확대하되 과거 4대강 공사, 대규모 아파트 건설 등 토목·건설 분야의 SOC 투자는 피하겠다는 의미다. 여권 관계자는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토건 사업이 아닌 국민이 실생활에서 원하는 분야에 예산을 집행해 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물론 경기 부양, 삶의 질 개선 등 여러 목적이 담긴 지시”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주 연속 하락해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최저치인 60%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3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60%를 기록했다. 6월 둘째 주 79%를 기록한 뒤 7주 연속 하락해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이 불거졌던 2월 둘째 주에 63%를 기록했다. 이후 반등해 70% 선을 유지하다 지난주 62%로 하락한 데 이어 이번 주 최저치를 찍은 것. 한국갤럽은 “6·13지방선거 이후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계속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탈원전, 난민 등 구체적 문제들이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정의당은 4%포인트 오른 15%를 기록해 11%에 그친 자유한국당을 추월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7%포인트 하락한 41%를 기록해 지난해 대선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현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새로운 사령부’의 설치를 지시한 것은 그간 누적된 기무사의 문제들이 해체 수준의 재탄생 없이는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령부 체제 유지, 국방부 본부 체제로 변경, 외청(外廳)으로 변경 등 기무사 개혁위원회의 세 가지 권고안 중 군 안팎에서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됐던 ‘사령부 유지안’을 택한 것은 장관 견제, 문민 통제 등 기무사 본연의 역할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 사령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의 보고 과정에서 불거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진실 공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직속 부하(이 사령관)가 국회 공개석상에서 장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항명이자 하극상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새로운 사령관을 임명해 기무사 해체 및 재편 과정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비(非)육사, 민간 출신이 중심이 된 기무사 개혁을 주문하며 앞으로 국방개혁 과정에서 군의 주류인 육사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비육사 출신인 남영신 신임 사령관(56·학군 23기)을 임명하며 “신속하게 (기무사에) 비군인 감찰실장을 임명해 조직 내부의 불법과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과 남 신임 사령관에게 “기무사 댓글공작 사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 불법행위 관련자를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 군 스스로 과거 기무사의 잘못된 행위들을 완전히 뿌리 뽑으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남 사령관은 문 대통령이 지시한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과 함께 기무사의 조직과 기능, 임무를 해체 수준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주도하게 됐다. 창설준비단 단장으로는 기무사 개혁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신경철 예비역 육군 준장 등이 거론된다. 1950년 육군 특무부대로 출발해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를 거쳐 1991년 현재의 이름을 얻었던 기무사는 27년 만에 다시 명칭이 바뀌게 됐다. 여기에 인력, 조직도 대폭 축소되지만 군 통수권 보좌 기능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개혁위가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에 대해 ‘원칙적 폐지’를 권고했지만 통수권자의 요구 시 응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단 것도 이를 고려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송 장관의 거취도 관심사다. 청와대가 유임이나 경질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송 장관 흔들기’를 문건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본 것 같다”며 “송 장관에게 기무사 개혁 등 국방개혁을 계속 맡기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기무사 문제보다 더 큰 것은 국방개혁을 이끌어 갈 동력이 송 장관에게 있느냐는 점”이라며 “당장이 아니어도 추후 개각 과정에서 장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새 국군기무사령관에 남영신 육군 특전사령관(56·중장·사진)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무사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현재의 기무사를 해편(解編·풀어서 엮다)하여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고 지시했다. 현재의 기무사를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군 방첩·정보 조직으로 재편성하라는 의미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문 대통령은 어제(2일) 기무사 개혁위원회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기무사 개혁안을 건의받았다”며 “(기무사를 대체할) 새로운 사령부 구성을 위해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 구성’과 ‘사령부 설치의 근거 규정인 대통령령 제정’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무사는 사령부 지위는 유지하지만 명칭, 규모 등은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송 장관의 거취에 대해선 “지금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민관 합동수사본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수사가 끝나면 송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리비아에서 한국인 1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돼 억류된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출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휴가 중인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를 공개하며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안전과 귀환을 위해 리비아 정부 및 필리핀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것은 지난달 6일 납치 직후지만 그동안 납치 사실이 정부 요청으로 엠바고(보도유예) 상태였다. 또 김 대변인은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는 수에즈 운하를 거쳐 리비아 근해로 급파돼 현지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한 줄기 소나기가 기다리고 있다’ 등 문학적 표현을 대거 사용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납치된 국민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청와대가 정보보다 유려한 미사여구에만 신경 썼다”는 비판도 나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경질도 유임도) 모두 열려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거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파문과 관련해 송 장관의 경질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8월로 달이 바뀌자 갑자기 청와대가 교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 개각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이날 송 장관 경질설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맞거나 틀리다고) 확인해 드릴 게 없다. (송 장관 경질 여부를 포함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기무사 문건 관련 조사는 지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통상 주요 인사의 경질설이 돌면 각종 브리핑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부인해 왔다. 그런데 이날은 송 장관의 경질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민관 합동수사본부의 기무사 문건 수사 결과에 따라 송 장관의 교체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문이 최초로 불거졌을 때 “송 장관의 거취와 관련이 없다” “국방부가 처리할 것”이라던 청와대의 스탠스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렇게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진 것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이어 발견된 67페이지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 자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부 자료에는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국회 무력화 방안, 언론 통제 계획 등 민감한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송 장관은 이 세부 자료는 4개월 동안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3월 16일 송 장관에게 이 자료를 보고했지만, 송 장관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4월 30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과 회의를 하며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은 기무사의 과거 정치 개입 사례 중 하나로 보고했지만, 세부 자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세부 자료가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송 장관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여기에 송 장관과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 등 기무사 인사들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하극상 논란도 송 장관의 경질론을 부채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각종 구설에 휩싸였던 송 장관을 엄호해 왔지만 이젠 더 엄호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민관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청와대가 송 장관을 교체한다는 시나리오가 이전보다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송 장관의 경질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것 역시 송 장관의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송 장관이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앞으로 지시에 영이 서겠느냐”며 “송 장관이 국방개혁안 보고를 마쳤기 때문에 새로 임명되는 장관이 강력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맞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송 장관 측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방개혁의 닻이 이제 막 올랐고, 관련 법 개정 등 할 일이 산적한 만큼 자진 사퇴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장관 측 관계자는 “기무사 개혁과 국방개혁을 끝까지 성공시키겠다는 것이 장관의 일념”이라고 강조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청와대는 북한이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ICBM 개발 소식은 한반도 평화 모드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될 수 있는 만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북한의 여러 동향에 대해 한미 정보기관에서 유심히 보고 있고,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이 실제로 ICBM 개발 공장을 가동 중인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은 북한의 ICBM 개발을 사실로 인정할 경우 남북 간 판문점 선언은 물론이고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물까지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여러 정보를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북한이 ICBM 개발 공정을 언제부터 재개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또는 6월 북-미 정상회담 전후 재개된 것이라면 김정은이 ‘이중 플레이’를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미국에 파견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비핵화 로드맵 등을 논의했다. 서 원장은 박선원 특보와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인사들과 만났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개성연락사무소 설치 문제 등에 대해 백악관이 흔쾌히 동의를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며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한 백악관 설득에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지만, 이번 북한의 ICBM 개발 건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북-미가 종전선언을 놓고 비핵화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을 제안했으나 김정은이 거부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정은이 종전선언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중국을 포함한 4자 선언이 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비핵화 조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김정은이 중국의 개입을 경계하는 미국의 ‘약점’을 꼭 집어 4자 종전선언을 고집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트럼프가 종전선언 제안했지만 “중국 없이 안 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30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미 3국으로 제안했으나 김정은이 중국이 제외된 종전선언 체결에 부정적이었고 그래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달 초 평양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직후 외무성 성명을 내 “종전선언을 빨리 발표하는 것은 조미 사이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라며 촉구했는데 이 역시 4자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이라고 한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3자’ 또는 ‘4자’로 주체가 명기됐던 종전선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5월 22일 백악관 회담을 통해 급격히 ‘3자’로 균형추가 기울었다. 실제로 한미는 싱가포르에서 ‘3자 종전선언’을 심도 깊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이 국제법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집중 검토했다고 한다. 정전협정 이후 60여 년간 미국이 만들었던 대북 압박용 법안이나 정책이 종전선언과 충돌하지 않는지, 한미 동맹과 대북 군사적 옵션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살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전체적인 틀로 봤을 때 종전선언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종전선언문 가안까지 작성 청와대는 종전선언문 가안까지 마련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 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 후 바로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어 선언문 가안을 마련해 놨었다”고 전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 정상들이 마음만 먹으면 비핵화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서 “법적 절차가 얽혀 있는 평화협정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에서 가능성을 열어놨던 3자 선언을 트럼프 면전에서 거부한 것은 결국 중국의 강한 입김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외교채널을 동원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도 종전선언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국회에 출석해 “중국의 참여는 종전선언이란 합의에 무게를 더하는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외교가에선 미국이 비핵화 과정에 중국의 개입을 어느 정도 용인할지가 비핵화 및 종전선언 논의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본격 개입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면 비핵화의 결과로 이어질 평화협정의 당사국이 되고, 그만큼 동북아의 새 질서를 짜는 데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그러나 종전선언 논의가 늦춰지면 비핵화 조치도 지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전술적 선택’을 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신고 및 검증을 조기 수용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중국의 참여를 받아들이는 중재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에 중국이 들어오면 중국도 향후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책임을 지게 되며 대북제재 유지의 의무도 더 커진다”면서 “중국 배제론이 아닌 활용론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호프집 대화’가 연출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해 “침소봉대(針小棒大), 의도적 흠집 내기”라며 화살을 야당과 언론에 돌렸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30일 청와대 자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에 출연해 26일 문 대통령과 일반 시민들의 호프집 대화에 아르바이트생 배준 씨(27)가 참석한 일을 설명했다. 배 씨는 지난해 3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만나 저녁을 함께했고,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일반 시민들의 ‘호프집 대화’에도 참석했다. 고 부대변인은 “‘연출이 들통났다, 의도적으로 거짓말했다’고 꼬집는 부분은 한 명의 취업준비생 때문이었다. 이 청년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라며 배 씨 섭외 경위를 소개했다. 이어 “그 청년이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해서 취업준비생으로서 고충이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자 참석했다”며 “한 사람 참석을 가지고 전체를 다 연출했다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가 아닌가, 의도적 흠집 내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987년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가 2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박 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는 장례 이틀째인 29일 조문객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경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빈소를 찾았다. 조 수석은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선생님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버지였다. 사적으로는 제 후배의 아버님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저를 격려해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박종철 열사의 혜광고, 서울대 1년 선배다. 오전 11시 30분경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오후에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상준 정무특보 등 부산시 간부들이 조문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아버님, 참으로 고단하고 먼 여정이었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화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비보를 듣는 순간부터 아버님은 아들을 대신해, 때로는 아들 이상으로 민주주의자로 사셨다”며 “그해 겨울 찬바람을 가슴에 묻고 오늘까지 민주주의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셨다”고 추모했다. 이어 “박종철은 민주주의의 영원한 불꽃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버님 또한 깊은 족적을 남기셨다”고 덧붙였다. 검경 지휘부도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방명록에 “박정기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뜻, 박종철 열사가 꾸었던 민주주의의 꿈을 좇아 바른 검찰로 거듭나 수평적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라고 적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방명록에 “평생을 자식 잃은 한으로 살아오셨을 고인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인이 평생 바라셨던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거듭나겠다”라고 썼다. 1987년 당시 박종철 열사의 시신을 급히 화장하려는 경찰에 맞서 부검을 지시해 고문 사실이 알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최환 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은 28일 오전 9시경 빈소를 조용히 다녀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도 28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고인은 1954년 부산시 수도국 근무를 시작으로 이후 33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1987년 1월 14일 막내아들인 박종철 열사를 잃은 뒤 민주화운동가로 변신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앞장섰으며 400여 일간 국회 앞 천막농성을 통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뤄냈다. 발인은 31일 오전 7시. 고인은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한 뒤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먼저 묻힌 아들 곁에 안장된다.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 / 한상준·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