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원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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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재원 기자입니다.

jawon1212@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과학일반57%
산업23%
우주/천체7%
경제일반7%
동식물3%
인물/CEO3%
  • 자기 키 100배 높이 훌쩍… 지형 뛰어넘는 로봇 개발

    미국 과학자들이 자기 키의 100배 높이를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는 로봇을 개발했다. 울퉁불퉁한 바위 지형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어 바퀴로 이동하는 로버(탐사로봇)를 대신해 달 탐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엘리엇 호크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제자리에서 32.9m를 뛰어오를 수 있는 키 30cm, 무게 30g의 소형 로봇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7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로봇보다 뛰어난 점프력이다. 각국 로봇 연구자들은 점프 실력이 뛰어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자연에서 힌트를 찾고 있다. 주위에 위협이 나타나면 초속 5m의 빠른 속도로 뛰어올라 순식간에 사라지는 거품벌레가 대표적이다. 이 벌레는 자기 키의 100배가 넘는 700mm를 제자리에서 뛰어오른다. 하지만 몸속에 축적된 에너지만큼만 뛰어오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점프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은 스프링 4개와 모터, 고무밴드로 이뤄졌다. 이 중 근육 역할을 하는 모터가 여러 번 회전하며 스프링에 장력을 높인다. 점프에 필요한 에너지를 여러 번에 걸쳐 스프링에 축적하는 원리다. 스프링의 크기를 키워 에너지 저장량을 늘리고 대신 작은 모터를 써서 전체적인 무게를 줄였다. 로봇은 중력의 315배에 이르는 힘으로 초속 9m 속도로 날아오른다. 달에서는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로봇이 최대 125m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또 한 번 뛸 때마다 옆으로 약 0.5km를 이동할 수 있어 험준한 달 지형 탐사에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팀은 또 항공기를 대체해 지구에서 지형 탐사에 사용하거나 지진이나 쓰나미 피해자를 구조하는 구난용 로봇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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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부처 통합연구시스템, 해킹 대비도 없이 운영

    올해 1월부터 운영된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이 해킹 테스트 등 사이버 보안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시작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종합 감사 결과에 따르면 IRIS 구축 사업을 추진한 KISTEP은 보안 사안들에 대한 점검 없이 이 시스템을 운영했다. 사업 수행계획서에 따라 외부 보안 전문가를 투입해 개인정보 영향평가와 SW보안 약점 진단, 모의해킹, 보안 취약점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공공기관 해킹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업수행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IRIS는 부처와 전문기관별로 각기 다른 연구과제 관리규정과 시스템에서 오는 불편,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연구자 중심의 연구개발(R&D) 관리시스템 혁신’의 일환으로 2017년 6월부터 범부처 프로젝트로 추진해 오다 지난해 11월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1월부터 공식 운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주의’ 조치를 내리고 보안 약점 진단이 실시될 수 있도록 이행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KISTEP에 통보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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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생대 익룡들도 형형색색 ‘깃털옷’ 입었었네

    백악기까지 하늘의 지배자였던 익룡(翼龍)이 붉은색과 파란색의 깃털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비행을 위한 것은 아니고 체온 조절이나 의사소통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의 오랜 논란이던 익룡의 깃털 존재 유무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리아 맥너마라 아일랜드 코크대 고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브라질 북동부 아라리피 분지에서 찾아낸 익룡의 두개골 화석에서 깃털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1일 공개했다. 익룡은 약 2억30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 공룡과 함께 살아온 척추동물로 ‘피크노파이버’라는 머리카락처럼 생긴 털이 몸체를 덮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털은 공룡이나 새가 가진 깃털과는 형태가 달라 깃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2018년 중국 난징대 연구팀이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네이멍구자치구 내 화석 유적지에서 익룡의 깃털 화석을 찾아 분석했더니 공룡과 같은 구조의 깃털을 네 종류나 가졌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후 익룡의 깃털 존재 유무를 두고 설왕설래를 이어왔다. 코크대 연구팀이 찾은 익룡 두개골 화석은 약 1억1300만 년 전에 살았던 ‘투판닥틸루스 임페라토르’라는 익룡 종의 것이다. 몸길이가 약 6m, 무게 10kg인 이 익룡은 머리 크기의 5배에 이르는 거대한 볏이 특징이다. 이 볏 아랫부분에서 짧고 빳빳한 머리카락 같은 깃털과 현존하는 새에서 발견되는 가지처럼 갈라진 옅고 부드러운 깃털의 흔적이 발견됐다. 전자현미경으로 두 깃털을 분석했더니 서로 다른 형태의 멜라노좀도 발견됐다. 멜라노좀은 색소를 만들어내는 세포 소기관으로 특정 색깔마다 형태가 달라 색깔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다. 연구팀은 “익룡 깃털이 여러 색을 가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맥너마라 교수는 “익룡 화석에서 발견된 특징은 새의 조상이 포함된 수각류 공룡이나 현존하는 새에게서만 발견되는 특성”이라며 “깃털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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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에만 있는 ‘산개나리’, 복원 10년 만에 유전 다양성 4.8배

    1919년 일제강점기 때 북한산에서 처음 발견된 산개나리는 천연기념물 제388호로 지정된 한반도 토종식물이다. 높이가 약 1m까지 자라며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개나리와 달리 잎 뒷면에 뽀송뽀송한 솜털이 있다. 열매가 ‘연교’라는 한약재로도 쓰인다. 하지만 30년 전 인공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소나무숲으로 일조량이 줄면서 그 터전을 잃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산개나리를 멸종 취약종으로 분류했다. 산림청은 2012년 북한산국립공원의 축구장 8개 면적(약 6만1040m²)에 특별보호구역을 조성했다. 현장조사가 진행된 8일 북한산에는 산개나리가 만개해 있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산개나리 복원 연구팀은 10년째 산개나리 복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연구자들과 함께 북한산도봉사무소에서 20분가량 산을 오르자 산개나리 자생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그루도 되지 않는 산개나리들이 소나무들에 밀려 가파른 경사면에 간신히 붙어 있었다. 그마저도 일조량이 부족해 노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초록색의 잎만 덜렁 달려 있는 개체가 많았다. 한심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북한산 자생 산개나리는 10년 안에 자취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개나리는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 생육 상태가 불량해지고 열매를 맺지 못하자 멸종위기로 몰렸다. 산개나리의 번식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종자를 활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보통 나무와 달리 산개나리는 가지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무성증식’을 한다. 동일한 개체를 대량 번식하는 쉽고 빠른 방법이지만 군락의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병해충과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한 임업연구관은 “북한산 외에 강원 정선이나 경북 의성, 전북 임실 지역에 일부 산개나리가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대부분 멸종 직전”이라고 말했다. 북한산은 그나마 산개나리 자생지가 일부 남아 있고 최초 발견지역이라는 점에서 복원사업에서 상징성을 띤다. 북한산 산개나리 특별보호구역은 자생지와 복원지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자생지를 벗어나 맞은편 복원지에 들어서자 화사하게 꽃잎을 펼친 산개나리 군락이 나타났다. 자생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열매를 맺는 등 한눈에 봐도 생육 상태가 좋아 보였다. 복원 사업팀은 2012년 북한산 4개 지역에 각각 40그루씩 총 160그루를 심었다. 이 중 71그루가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임효인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생존율이 44% 정도로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 지역에서 산개나리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한산 산개나리의 유전적 다양성 지표는 0.09에서 0.43으로 4.8배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전국에서 수집한 산개나리 중 북한산 집단에서 유래한 총 32개 유전자형을 확보해 다시 북한산 복원지에 심었다. 식물의 생육 정도를 나타내는 개화량은 2015년 이전까지 100개 미만이었는데 2019년 약 280개, 지난해에는 약 300개로 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아직 안정적인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유전적 다양성 지표는 0.7 정도 돼야 안정선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한 임업연구관은 “북한산 복원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서 다른 지역에도 복원지를 늘릴 계획”이라며 “산개나리가 건강하게 자라는 서식지 환경에 대한 연구도 함께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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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기초적이고 호기심에 기반한 과학 연구가 없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은 더욱 나빴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기초과학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유엔은 2022년인 올해를 ‘세계 기초과학의 해’로 지정하며 그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진단검사, 역학 모델링, 바이러스 기초분석 등 인류가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 도구들이 모두 기초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기초연구 진흥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기초과학의 해와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11일부터 15일까지를 기초과학진흥주간으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기초과학 투자가 생산성도 높여”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장기적 생산성 성장을 위해 혁신이 중요하다”며 “혁신은 연구개발(R&D)과 직결되지만 R&D 투자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생산성이 수십 년 동안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IMF는 이 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기초과학 연구가 응용 연구보다 국가의 생산성을 더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개발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 외에도 경제활동 재개로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또 “기초과학 분야 연구 성과는 특정 제품이나 국가에 얽매이지 않고 광범위하게 오랫동안 지속된다”며 “기초과학 연구 논문에 대한 인용이 출판 8년 후 정점을 이룬다는 점에서도 그런 특성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 기초과학, 국민과 공감대 만든다한국도 기초과학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5년간 R&D 예산 내 기초연구 분야 예산 증가율은 81%로 같은 기간 69%에 그친 공학 분야에 비해 높다. 2017년 1조2600억 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올해 2조5500억 원까지 늘어났다. 기초연구 지원 과제 수는 2016년 1만2092개에서 지난해 2만4000개로 1만 개 이상 증가했다. 국내 기초과학 연구의 대표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도 2011년 설립돼 피인용 상위 1% 논문 비중이 3.82%인 세계 19위 연구기관으로 성장하는 등 관련 성과를 내고 있다.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장(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2020년 코로나19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작한 성과가 대표적이다. 김 단장은 당시 국제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최첨단 장비에 대한 투자와 IBS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1일부터 5일간의 기초과학진흥주간 동안 기초과학 유공자를 시상하고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각계각층의 논의를 들어보는 포럼을 연다. 200여 편의 기초과학 영상 콘텐츠도 국립중앙과학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혁신을 선도하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초과학에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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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만 개 초미세 실험실서 7분이면 “분석 끝”… 백신 개발 신기원 ‘활짝’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백신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화학’에 공개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 실험실 수만 개를 만들어 각각에 백신 후보 물질을 넣고 대량 분석하는 원리다. 연구를 이끈 니코스 하차키스 화학과 교수는 “백신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미래 전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의 팬데믹(대유행)에 대응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 미래의 감염병, 더 빠른 백신 기술 확보가 관건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에 불과한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공간을 4만 개 만들었다. 이 공간에 백신 후보 물질들을 각각 넣고 동시에 효능을 분석했다. ‘DNA 나노기술’로 불리는 이 기술은 초미세 공간에서 나노입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전기적으로 양(+)전하를 띤 나노입자를 이용해 음(―)의 성질(음전하)을 띠는 DNA를 끌어당겼다 놨다 하는 원리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실험실에서 백신 후보물질의 DNA 분자를 조작할 수 있어 다양한 분자를 합성하고 분석할 수 있다. 약 7분이면 4만 개에 대한 분석이 끝난다. 나노 크기의 실험실에서 분석이 이뤄지기 때문에 필요한 재료나 에너지 사용도 크게 줄어 개발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적용해 후보물질 발굴 속도도 더욱 높였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백신 개발 속도는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는 새로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을 빠르게 채택해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백신 개발 전체에서 후보물질 발굴은 여전히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백신 개발은 크게 후보물질 발굴과 동물시험, 임상시험, 허가와 시판 등 네 가지 과정을 거친다. 앞으로의 감염병에 대응할 핵심은 백신 개발 속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해 653억 달러(약 75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 중 약 40%를 백신 기술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백신 개발까지 보통 4년이 필요했지만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326일이 걸렸다. ○ 조기 예측과 진단 기술도 진화 중 과학계와 기업들은 미지의 감염병인 ‘질병X’의 발생을 조기에 파악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를 뛰어넘는 다음 질병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기생충 등 인간이 감염될 수 있는 병원체 약 1400종 중 하나가 언제든 더 심각한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열대 지방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약 160만 개나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산림 개간 같은 인간 개발 활동으로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실제 감염병의 발생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지난 반세기 동안 매년 평균 1, 2개씩 새로운 전염성 바이러스가 발견돼 확산됐고, 최근에는 연평균 3건으로 늘었다. 캐나다 스타트업 블루닷은 뉴스 보도와 각국 여행기의 비행 패턴, 정부 보고서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알고리즘이 감염병 발발 신호를 포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2019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앞서 코로나19 발병을 감지했다. 블루닷은 최근에는 비식별화된 개인 의료정보와 같은 데이터를 결합해 더 강력한 감시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도 이런 기술이 결합된 국제공동 조기경보 시스템을 지난해 3월 구축했다.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변이 발생도 파악할 수 있다. 진단 기술의 진보도 일어나고 있다. 기존보다 더 적은 시료로도 더 빠르게 검출결과를 도출하는 기술이나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한 진단 기술 등이 개발돼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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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기반 스마트마이닝 기술 활용해 국내 지질자원 연구개발 집중할 것”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에는 일반 차량보다 6.2배 더 많은 금속이 들어간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지질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제적인 경쟁질서와 공급망 재편이 추진되면서 주요 산업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 자립화가 각국의 숙제로 떠올랐다”며 “연구원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이자 취지였지만 한동안 소홀했던 지질자원 탐색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제21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지질연은 국가전략자원과 에너지를 확보하고 국토를 보전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이 원장은 “북한 핵 실험과 최근 발생한 한반도 지진에 대한 연구가 늘면서 지질연이 지진 연구기관이라는 인식이 커졌지만 국내에서 지질자원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는 지질연 한 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국의 자원 확보 전쟁은 해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며 지능화하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를 중심으로 자체 공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최근 배터리 원자재 채굴 회사와 광산을 인수하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이 원장은 “최근 세계 자원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가장 첫 단계가 자원 탐사와 이를 뒷받침할 첨단 탐사기법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텅스텐에 대한 대대적 지질자원 조사 이후 단 한 번도 국내 지질자원에 대해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며 “한국은 자원빈국이라는 인식에 갇혀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는 유사시 자체적으로 충분히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공급처로 재평가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자 희소금속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이 고함량으로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질연 연구팀은 2007년 전국 2만5000개 지점에 대한 미량원소 36개의 화학성분 자료를 조사한 결과 강원 태백과 경북 봉화의 297km², 충북 단양과 제천의 104km²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높은 함량의 리튬을 확인했다. 강원 인제 양양 춘천과 충남 천안에서는 니켈이 많이 발견됐다. 강원 화천 평창 정선 영월, 경북 문경, 전북 무주 등에서는 코발트가 집중 발견됐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도 2011년 충북 충주와 강원 홍천에서 국내에서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광맥이 발견됐다. 현재 각국은 자원 탐사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첨단 과학기술을 쏟아붓고 있다. 이 원장은 “지질연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협력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자원량 예측 플랫폼 개발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자원 탐사에는 드론이나 사물인터넷(IoT) 원격탐사 등 이른바 스마트마이닝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들은 해외 자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이 원장의 예측이다. 최근 자원 탐사는 지구 밖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2021년 ‘우주자원의 탐사 및 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지질연은 지난해 9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우주자원 활용기술 개발을 위한 다자 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달이나 화성의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한 기술을 민간과 공공이 함께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 원장은 “지속적으로 자원 탐사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겠다”고 말했다.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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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테나 뻗고 우주 환경 테스트… 한국형 달 궤도선 8월 발사 ‘이상無’

    지난달 2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에 설치된 전자파시험 체임버의 육중한 문이 열렸다. 3층짜리 건물만 한 체임버 내부에는 사각뿔 형태 스펀지 수만 개가 벽과 천장, 바닥에 잔뜩 깔려 있었다. 이 스펀지의 정체는 음파나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다. 체임버 한가운데로 8월 1일 발사를 앞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이 위용을 뽐냈다. 가로 1.82m, 세로 2.14m, 높이 2.29m로 소형차 크기에 무게가 678kg에 이르는 달 궤도선에는 팔을 쭉 뻗은 듯 4m에 이르는 긴 안테나가 붙어 있었다. 안테나는 KPLO가 달로 향하는 동안 지구로부터 명령을 받고 달에서 관측한 자료를 지구로 보낸다. 발사 때 접힌 상태로 우주로 올라간 뒤 펼쳐진다. 안테나가 전개된 KPLO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태윤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안테나가 작동하지 않으면 우주에서 길을 잃거나 관측 자료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이날 작동시험은 중요하다”고 했다. ○ 막바지 전자파 시험 한창인 KPLO 이날 위성시험동에서는 안테나를 전개한 KPLO의 전자파 시험이 진행됐다. 장비나 시스템이 전자기 방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외부의 전자기 방해로부터 제대로 동작하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다.KPLO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2030년 발사할 예정인 한국형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는 착륙 후보지 49곳의 약 90%에 달하는 44곳을 실제로 촬영해 착륙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자료를 만들 예정이다. 유일한 외산 탑재체인 NASA의 섀도캠은 달 극지역의 충돌구 속에서 햇빛이 들지 않는 지점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다. KPLO에는 인류가 보낸 달 궤도선 가운데 처음으로 광시야편광카메라인 ‘폴캠’이 실린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폴캠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인 편광을 활용해 달 표면의 입자 크기나 티타늄 분포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의 입자 크기와 티타늄 분포를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성공 판가름하는 9번의 궤도 변경 기동 관제 시뮬레이션 7월까지 지속 이날 공개된 KPLO는 실제 모든 탑재체들을 장착한 비행모델(FM)이다. 달에 실제로 가는 탐사선이라는 뜻이다. 신현진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시험이 끝나고 태양전지판을 조립하면 높이 3.1m, 길이 6.3m 형태가 된다”며 “이후 KPLO가 기계적으로 잘 조립돼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정렬시험 등을 4월 중 완료하면 발사장으로 이동 전 모든 준비가 끝난다”고 말했다. KPLO 관제실도 공개됐다. 한국 첫 달탐사선의 발사부터 달 도착 후 관측 임무까지 모든 운용이 이뤄지는 핵심 시설이다. 관제실 안 대형 스크린에는 달의 모습과 달 궤도 관련 데이터들이 빼곡했다. KPLO 발사 때 관제부터 시작해 탑재체를 제공한 기관의 요청을 받아 데이터를 주고받고 처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곳이다. 발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관제실에서 특히 신경 쓰는 것은 궤도 변경 기동이다. KPLO는 연료를 아끼고자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법인 달 궤도 전이 방식을 활용한다. 달 궤도 진입 전까지 총 9번의 기동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KPLO는 자칫 우주 미아 신세가 된다. 7월까지 매월 70명의 연구원이 발사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예정이다. KPLO는 아직 개발 모델명으로 불리고 있다. 4월 말 국민 공모에서 선정된 정식 명칭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KPLO는 5월 말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7월 초 인천공항에서 화물용 비행기에 실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로 이동한다. 이후 한 달간 기능 점검을 하고 8월 1일(한국 시간) 오전 8시 33분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달로 향할 예정이다. KPLO는 4개월 반가량 비행을 거쳐 올해 12월 말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2023년 12월까지 매일 12바퀴 달을 돌면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KPLO의 성공은 누리호를 통한 독자 우주발사체 확보와 맞물려 한국 우주 기술 수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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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암 대신 얼음 뿜는… 명왕성 ‘얼음 화산’ 발견

    태양계 왜소 행성인 명왕성에 얼음 조각을 분출하는 얼음 화산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켈시 싱어 미국 남서연구소 연구원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호가 보내온 명왕성 표면에 마치 화산재가 쌓인 것처럼 얼음 입자들이 쌓여 봉우리와 언덕 같은 지형이 형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30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공개했다. 얼음 화산은 얼음 상태의 물과 질소, 암모니아를 분출하는 화산으로 토성 최대 위성 타이탄 등 일부 행성에만 발견되는 특이 지형이다. 지각 내부의 뜨거운 열이 분출될 때 곧장 얼어붙으면서 생긴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명왕성에 얼음 화산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했다. 태양계 가장 외곽을 돌고 있는 명왕성은 태양에서 가장 멀어질 때의 거리가 약 74억 km에 이른다.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283도∼영하 228도로 추정된다. 연구팀이 뉴호라이즌호가 초기 관측 이후 계속해서 보내온 지표면 사진과 지질 성분 자료, 지형도를 분석한 결과 명왕성에서 하트 모양을 띠고 있는 스푸트니크 평원에서 최고 높이 7km, 너비가 10∼150km에 이르는 얼음 화산들이 발견됐다. 지구에서 가장 큰 화산인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에 버금가는 규모의 얼음 화산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명왕성의 다른 지역과 달리 운석 충돌구가 없고 지형들이 겹쳐 있는 점을 보면 얼음 화산이 최근 수백만 년 동안 형성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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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강해지는 누리호 타고… 우리 탐사선, 소행성 ‘아포피스’ 간다

    2029년 4월 14일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는 국내 첫 독자 소행성 탐사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계 기관에 따르면 아포피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기정통부 1, 2차관실에서 신청했다. 3차관실 격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심사해 내달 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5월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아포피스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파괴의 신 ‘아포피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지름은 370m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 한 크기다. 이 소행성은 2004년 처음 발견된 이후로 꾸준히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정한 2000여 개의 지구 위협 소행성 중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24일마다 태양을 공전하는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 정지궤도 안쪽인 약 3만1600km까지 접근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포피스는 탐사에 적합한 지구 위협 소행성소행성은 태양계가 처음 형성될 때의 환경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돼 우주 과학자들은 소행성을 태양계의 화석으로 보고 있다. 소행성에는 희토류나 희귀광물이 많아 미래 자원의 보고로도 꼽힌다. 일부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연구가 필요하다. NASA는 향후 100년 내에는 아포피스와 지구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만에 하나 충돌한다면 한 개 대륙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지구 위협 소행성 중에서 아포피스가 탐사 목표로 꼽힌 것은 탐사선의 ‘속도증분’이 초속 6km 이하로 탐사에 적합한 유일한 소행성이자 2029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접근하는 소행성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속도증분은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 소행성과 동일한 속도로 동행비행(랑데부)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를 뜻한다. 속도증분이 낮을수록 탐사선에 필요한 연료 소모가 적어 소행성 탐사에 적합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한국 과학자가 시작한 첫 탐사 과기정통부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는 올해 2월 아포피스 탐사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선 사업 기간 1단계(2024∼2027년)에는 아포피스 탐사선과 관련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탐사선은 구조계와 열제어계, 궤도제어계, 원격측정계 등으로 구성돼 최대 무게가 534kg, 크기는 가로 194cm, 세로 174cm, 너비 176cm로 소형 냉장고 크기다. 탐사선의 임무 수명은 21개월 정도다. 아포피스 탐사에 맞는 지상시스템도 독자 개발한다. 국내 우주탐사 지상시스템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심우주 탐사를 위한 안테나 설계기술, 탐사선 궤도관리 기술 등을 개발한다. 아포피스 탐사에 필요한 속도증분을 구현하기 위해 누리호 3단 발사체의 4단 확장을 위한 상단 개조와 탐사선과의 인터페이스용 4단 킥모터 체계 종합 등도 추진한다. 2단계(2028∼2030년)는 아포피스 탐사선을 발사하고 심우주 항행 운영제어와 아포피스 관측을 추진한다. 운영 시나리오에 따르면 탐사선은 2027년 10월 17일 발사된다. 같은 달 21일 지구 중력권을 탈출해 2028년 10월 23일 아포피스에서 100만 km 떨어진 지점에 도달한다. 2028년 12월 19일과 2029년 1월 1일 아포피스에 접근하고 2029년 1월 16일 6개월간의 동행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동행비행은 소행성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관측하는 비행이다. 문홍규 천문연 우주탐사그룹장은 “한국 최초로 과학자들이 시작한 소행성 탐사 임무”라며 “우주탐사 정책목표 수립과 탐사기술 확보, 우주탐사 국가 대열 진입의 의의도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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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 시대, 발등에 떨어진 산불… 첨단 소방기술로 대응한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는 해마다 초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한반도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불탄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꼽는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산불 대응에서도 첨단기술로 화재에 대응하는 ‘스마트 소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공지능(AI)과 결합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새로운 산불 감시관으로 떠오른 게 한 예다. 2013년부터 미 서부 전역에 800여 대가 설치된 AI 산불 감시 카메라는 화재 발생 사실을 소방관과 인근 주민에게 곧바로 전달한다.○ 예측 시스템 산불 피해 확산 방지 효과 뛰어나 미 서부 숲에서 활용되는 AI 산불 감시 시스템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와 오리건대가 공동 개발해 주 정부에 납품한 것이다. 최근 4년간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 화재 1000여 건을 조기에 진화하고 인명 피해를 막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효과를 톡톡히 본 이들 주 정부는 올해 말까지 AI 산불 감시 카메라를 1000대로 늘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지난해부터 산불 발생 예측에 컴퓨터 모델링 분석 기법을 도입했다. 이상 기상 조건 때문에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조기에 위험 지역을 파악하면 소방인력과 자원을 빠르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에 따르면 모델링 기법을 도입한 뒤 발생한 산불의 95%가 4ha(헥타르) 이상 번지지 않고 조기에 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산불 데이터를 활용해 취약한 지역의 지도를 작성하거나 산불 확산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으로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진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지난 동해안 산불에서 인명 피해가 한 건도 없었던 것도 예측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드론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작은 불씨도 감지하는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실은 드론이 날아다니며 산불 감시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처음 도입된 뒤 야간 운용이 어려운 헬기를 대신해 불씨 확산 상황을 파악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데 200차례 투입됐다. 동해안 산불에서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한 야산에서 드론이 불씨를 확인하고 신속히 진압해 화재 확산을 막았다. 경북소방본부는 이런 드론을 19기 보유하고 있다.○ 인공강우, 로봇까지 첨단기술 총동원 기후변화로 나무가 말라붙으면서 산불이 발생할 환경이 쉽게 조성되고 있다. 미국 전국합동화재센터에 따르면 2011∼2020년 연평균 전 세계에서 6만2805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2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이른다. 동해안 산불은 발화부터 진화까지 213시간 43분이 걸린 사상 최장 시간 산불로 기록됐다. 각국이 산불 대응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유다. 인공강우 기술은 조만간 적용될 대표적 기술로 꼽힌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물방울이 맺히게 하는 구름씨앗을 뿌려 비를 내리게 하거나 강우량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중국에선 2017년 내몽골에서 발생한 산불을 인공강우로 진화했다. 미국기상연구대학연합(UCAR)에 따르면 37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는 로봇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로봇회사 ‘하우앤드하우’는 소방 로봇 ‘터마이트 RS3’를 개발했다. 로스앤젤레스 소방당국에서 활용하는 이 로봇은 1분에 9500L의 물을 뿜어내는 강력한 물대포를 가졌다. 기존 소방 호스의 10배 속도다. 그런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0∼2019년 발생한 산불 원인의 36%가 입산자 실화로 나타났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연구사는 “국내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고의나 실수로 발생한다”며 “개개인이 조심하면 현재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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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집 경찰관에 관한 ‘TMI’… 잠재적 범죄자의 일탈행동 막는다

    미국 시카고대 과학자들이 2017년 뉴욕 경찰들과 협력해 범죄 심리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2017년 11월과 2018년 1월 사이 약 3주 간격으로 뉴욕시 69개 주거 지역 중 39개 지역에 사는 주민에게 그들의 이웃에 사는 경찰이 좋아하는 음식, 스포츠팀 등 개인정보를 담은 우편물을 발송했다. 3개월 뒤, 우편물을 발송한 주거지역의 범죄율이 우편을 발송하지 않은 나머지 30개 지역에 비해 최소 5%에서 최대 7% 감소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아누즈 샤이 시카고대 행동과학과 교수는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내용을 담은 논문을 공개하면서 “익명성 뒤에 숨은 잠재적 범죄자가 개인정보를 통해 이웃인 경찰을 이해하게 되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범죄 행위를 들킬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범죄율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익명성을 약화시키는 다양하고 간단한 심리 전략만으로 범죄를 줄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 익명성 부작용 해결책으로 제시된 휴리스틱 연구팀은 “익명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얼마나 아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 점을 활용하면 익명성의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익명성은 자유롭고 진실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말과 행동에 대한 개인의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의 악성 댓글이나 전화 상담원에 대한 언어폭력이 익명성 뒤에 숨은 대표적 일탈 행위다. 행동분석학자들은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휴리스틱에 주목했다. 행동경제학에서 나온 이 용어는 인간은 복잡한 과제를 간단한 판단으로 단순화해 합리적 근거 없이 판단한다는 개념이다.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증명해주는 근거로 쓰이고 있다. 자신이 타인과 느끼고 있는 유대감을 합리적 근거 없이 타인도 동일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현실에선 마주친 적이 없는 연예인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현상이 대표적 사례다. 휴리스틱은 어떻게 익명성의 부작용을 줄일까. 자신이 누군가를 아는 만큼 그도 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익명성이 보장될 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사회적 관계에서의 휴리스틱 실험으로 입증 이런 특성은 샤이 교수팀이 뉴욕시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성인 남녀 16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설문 참가자에겐 거주지역과 결혼 여부, 직업 유무 등 개인 신상을 묻고 이 정보를 자신이 전혀 모르는 한 사람에게만 공유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이들을 다시 2개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다른 사람의 정보를 알려주고 나머지 그룹에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에게 ‘상대가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반응은 엇갈렸다. 다른 사람의 정보를 제공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상대방이 나를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또다른 1014명에게 본인 정보 중 맞는 내용 4개와 틀린 내용 1개를 말하게 한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과연 거짓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느끼는지 물었다. 그 결과 정보를 제공받은 그룹은 41.1%가, 그렇지 않은 그룹은 33.3%가 거짓이 드러날 것 같다고 답했다. 과학자들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익명성은 위협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옥스퍼드대, 스위스 루가노대 연구팀은 올해 1월 휴대전화 번호와 간단한 기타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개인을 식별해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왓츠앱’에 등록된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4만 명 중 15%가 실제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고 닉네임과 사용자의 행동과 관련된 위치나 시간 정보만으로 개인을 52%까지 식별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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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96만 명 유전체 연결…역대 최대 규모의 ‘인류 가계도’ 나왔다

    약 10만 년 전 고대 인류부터 현생 인류까지 인류의 가계도를 그린 ‘유전체 족보’가 나왔다. 지금까지 개별 데이터로 축적된 3609개의 인간 유전체 샘플을 통해 약 2696만 명에 달하는 인류 족보의 완성본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총 2억4500만 회 이상의 유전적 변이를 거쳤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길 맥빈 영국 옥스퍼드대 빅데이터연구소장 겸 통계유전학과 교수팀은 “인류 모두의 조상을 추적하는 중요 단계를 밟았다”며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4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연구 결과는 인류 진화 역사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전 세계 개개인이 서로 어떻게 유전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밝히고 개인 맞춤형 질병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0년간 축적된 인간 유전체 연구 집대성생물은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다. 세포핵의 염색체에는 유전 정보를 담은 DNA가 들어 있다.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는데 염기의 배열순서(염기서열)에 따라 생명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유전체는 DNA의 염기서열 전체를 밝힌 것이다. 유전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전적 변이를 겪는다. 세대를 거듭하며 후손에게 전달된 유전체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나무가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형태의 가지로 뻗어가며 자라는 것과 유사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점에 착안해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인류의 뿌리를 알아내려 시도하고 있다. 지역별 혹은 시대별 유전체 분석을 통해 과거의 변화도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밟은 인류는 누구인지 등과 같은 역사적 난제를 풀 수 있는 단초가 된다. 1990년 시작된 인간유전체 프로젝트(휴먼 게놈) 등 지난 30년간 인간 유전체 연구가 활발해지며 관련 샘플도 충분히 확보됐다. 이번 연구에도 215개 종족, 총 3609개의 인간 유전체 샘플이 포함됐다. 샘플에서 확인된 유전적 변이만 641만2717회에 달한다. 문제는 각기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엄청난 양의 인간 유전체 연구 데이터들을 한데 묶고 처리하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유전체 샘플 채취법이나 분석법, 고르지 않은 품질 등을 해결하는 것도 난제였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하나의 가계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만을 토대로 유사한 변이를 보이는 유전체를 연결지었다. 가계도상 비어 있는 연결고리는 추론을 통해 잇고, 데이터에 입력된 위치정보를 활용해 조상들이 언제 어디서 살았는지 추정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인간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8곳에 축적된 데이터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인류 가계도를 그렸다. 그 결과 8개 집안으로 흩어져 있던 2695만8720명의 인류가 한 집안을 이뤘다. 이들은 총 2억4563만1834회의 변이를 겪었지만 유전적 연결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전적 특징의 시간적, 지리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것을 포함해 유라시아로 이동한 후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로 퍼진 점 등 인류 진화 역사의 주요 사건들도 재현해 냈다. 연구팀은 “유전체 데이터 품질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며 “현생 인류 개개인의 유전적 연관성을 밝히는 가계도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에 도움… 다른 생물 가계도에도 적용인류의 가계도는 의학 연구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질병이 있는 환자의 유전체와 비교해 염기서열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낼 수 있다. 염기서열이 달라져 변이가 생긴 단백질을 밝혀내 질병의 원인이나 약물 효능 등을 따지는 것이다.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이른바 ‘정밀의학’도 유전체 분석이 밑바탕이 된다. 연구팀은 유전체 데이터를 추가 확보해 가계도에 지속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인간 이외의 다른 생물에도 적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박테리아부터 오랑우탄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진화의 역사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집단유전학자인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현재 수준에서 가장 완벽한 유전체 정보에 가깝다”며 “상당히 혁신적인 유전학 분석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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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부처럼 자극 강도 따라 반응 다른 전자소자 개발

    모자나 안경을 쓰면 피부에 약한 자극이 주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자극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반면 강한 자극에는 계속 고통을 느낀다. 피부의 이런 특성을 모사한 전자소자가 개발됐다. 인공 피부나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의 강종윤 본부장과 윤정호 선임연구원팀은 사람의 피부처럼 약한 자극에 쉽게 적응하고 위험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전자소자는 외부 자극에 따라 은 입자의 양을 조절해 뇌에 전달하는 생체 신호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은 입자는 전기 자극에 쉽게 이동하는 성질을 가진다. 약한 전기 자극이 주어지면 적은 양의 은 입자가 이동해 실선 형태의 약한 필라멘트가 형성되고, 자극이 계속되면 백열전구의 필라멘트처럼 발열이 발생해 전기 회로가 끊어지는 원리다. 이 특성을 활용해 시간이 지나면 흐르는 전류의 양을 줄여 추가 신호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반면 강한 자극이 계속되면 많은 양의 은 입자가 이동해 두껍고 강한 필라멘트가 형성된다. 이 경우 발열이 발생해도 전기회로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이달 4일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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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싱게임도 자율주행 시대? 인공지능, 인간 게이머 압도

    차량 두 대가 시속 300km 속도로 직선 도로를 달리다가 180도로 꺾인 커브 길에 진입한다. 두 차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더니 이 중 한 대가 재빠른 가속과 정지를 반복하며 다른 한 대를 제치고 빠르게 코너를 빠져나갔고, 곧 결승선을 통과했다. 현란한 움직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박진감 넘치는 주행은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인 포뮬러원(F1)을 그대로 옮긴 레이싱게임 ‘그란투리스모(GT)’에서 이뤄진 것이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조작한 차량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조작한 차량을 꺾은 연구였다. 피터 워먼 미국 소니AI 총괄이사 연구팀은 AI가 바둑이나 체스와 같은 보드게임,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이어 레이싱게임에서도 인간을 압도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0일 공개했다. 게임은 반복 학습과정을 거쳐 지식을 강화하는 AI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적합한 분야다. 바둑, 체스, 장기 같은 보드게임의 경우 한 수를 둘 때마다 생기는 경우의 수가 AI의 학습재료가 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최선의 수를 판단한다. 영국 AI기업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4-1로 인간을 압도했다. 2019년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스타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더 복잡한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인간을 이겼다. 연구팀은 ‘GT 소피’라 이름 붙인 AI 레이서에 그란투리스모 경주트랙 3개를 학습시켰다. 충돌 없이 레코드 라인을 따라 빠르게 운전하면 GT 소피에게 보상을, 라인을 벗어나거나 속도를 줄이면 벌칙을 부여했다. 가속과 제동, 추월, 진로가 차단됐을 때 대체 경로를 찾는 방법 등도 총 20대의 게임기에서 동시 학습했다. 그 결과 GT 소피는 학습한 지 약 이틀 만에 게임 내에서 상위 5%에 속했다. 9일간 모두 약 4만5000시간을 학습한 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간 레이서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인간 레이서 4명이 한 팀을, AI 레이서 4명이 한 팀을 이뤄 자동차 총 8대가 호각을 다퉜는데 GT 소피팀이 104점을 획득하며 승리했다. 점수는 레이서의 최종 순위에 따라 합산한 것으로 인간 팀은 52점을 얻는 데 그쳤다. GT 소피와 인간 레이서 3명이 펼친 일대일 대결에서도 모두 GT 소피가 승리했다. GT 소피는 아직 부족한 점도 존재한다. 인간 레이서는 수동 변속기 조작이 가능한 반면 GT 소피는 자동 변속기만 사용한다. 또 직선 주로에서 ‘슬립 스트림’을 뒤차에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슬립 스트림은 고속 주행 중인 자동차의 기압이 낮아진 상태의 영역을 말한다. 이 공간에 뒤차가 진입하면 공기 저항이 작아진다. 소니는 GT 소피를 향후 그란투리스모 게임 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확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워먼 총괄이사는 “GT 소피는 자율항법이나 기초 AI 연구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공학, 무인항공기, 자율주행차 같은 실제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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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호, 새 설계 적용해 다시 쏜다… 발사시기는 1∼2개월 늦춰질 듯

    지난해 10월 21일 첫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보완할 설계 변경안이 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3단 엔진의 헬륨 탱크 내 고정장치를 비행 중 이탈이 없었던 1, 2단의 헬륨 탱크 내 고정장치와 유사한 원리로 고정해 비행 중 이탈을 막는 설계 변경안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3단 엔진 헬륨 탱크에 적용될 새 고정장치는 구조 분석을 완료하고 제작에 돌입했다. 2차 발사 때 실릴 성능 검증용 위성 개발의 상세 일정이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이라 2차 발사 시기도 그 무렵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 기계 구조를 이용한 설계 변경누리호는 1.5t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 투입을 목표로 개발된 3단형 우주발사체다. 독자 기술로 확보한 75t급 액체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는 1단 엔진과 75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2단 엔진, 7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3단 엔진으로 구성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한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 안에 장착돼 탱크 내부 압력을 유지하는 헬륨 탱크의 고정장치가 비행 중 풀렸다. 누리호 비행 때 최대 4.3G(G는 표준 중력 가속도 단위·1G는 지상에서의 중력)의 가속도가 발생하는데 이때 부력(浮力)을 고려하지 않고 고정장치를 설계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이탈한 헬륨 탱크가 산화제 탱크 내부를 돌아다니며 충격을 줬고, 결국 연료를 태우는 역할을 하는 산화제가 누설되며 3단 엔진이 애초 계획된 521초보다 46초 짧은 475초에 일찍 꺼졌다. 항우연 연구팀은 조사 결과 발표 후 즉각 설계 변경안 도출에 착수해 약 3주 만에 결과를 내놨다. 기다란 실린더 형태의 산화제 탱크 벽을 이용해 헬륨 탱크를 단단히 고정하는 1, 2단 엔진처럼 3단 엔진도 기계의 구조를 이용해 고정한다는 계획이다. 전영두 항우연 발사체체계종합팀장은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는 동그란 공 형태로 헬륨 탱크의 하부를 고정장치로 잡고 있는 구조”라며 “1차 발사 때 3단 엔진의 경우 헬륨 탱크 하단부와 고정장치 간의 마찰력으로 고정하는 원리였다면 설계 변경안은 기계 구조를 이용해 고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새로운 설계를 펜에 비유했다. 가령 펜을 주먹으로 꽉 쥐고 있다가 펜을 훅 잡아당기면 펜이 빠질 수 있다. 반면 펜 끝에 걸쇠를 만들면 훅 잡아당겨도 걸쇠가 손에 걸려 빠지지 않는다. 전 팀장은 “걸쇠가 부서지지 않는 이상 고정장치는 풀리지 않는다”며 “이미 구조해석을 통해 걸쇠가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산화제 탱크 모든 부분 보강…설계 변경안 적용 공정 까다로워항우연 연구팀은 헬륨 탱크 고정장치 외에 누리호가 비행할 때 3단 엔진 산화제 탱크에서 약할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들을 보강하는 설계도 완료했다. 하지만 설계 변경안을 현재 제작 중인 누리호 2·3호에 적용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누리호 2호는 3단 엔진 장착을, 3호는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 제작을 마친 상태다. 전 팀장은 “산화제 탱크 안에 들어가 작업해야 하는데 3단 엔진은 크기가 작고 복잡하게 설계돼 작업공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헬륨 탱크 고정장치가 산화제 탱크 아랫부분에 있다는 점도 작업을 까다롭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현재 3단 엔진 장착을 마친 2호보다 그나마 작업이 수월한 3호부터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누리호 2차 발사는 새 설계를 적용한 제품의 제작과 시험, 교체 작업의 난도를 고려하면 당초 예정일인 5월 19일보다 1∼2개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변수는 2차 발사 시 실을 180kg의 성능 검증용 소형 위성의 제작 일정이다. 아직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안전한 발사와 신속한 발사의 절충점을 찾는 게 최대 과제다. 전 팀장은 “누리호 2차 발사 시점의 윤곽이 이달 중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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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감염자, 백신 맞으면 슈퍼면역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후 백신을 맞으면 ‘슈퍼면역’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백신을 맞고 코로나19에 걸려도 슈퍼면역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미크론 변이로 국내에서 확진자 규모가 폭증하는 가운데 슈퍼면역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늘면 코로나19가 자연스럽게 풍토병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피커두 타페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분자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에 2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국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이 대학 관계자 10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백신 접종자 42명과 감염 이력이 있는 백신 접종자 31명, 돌파 감염을 경험한 백신 접종자 31명 등 3개의 그룹으로 나눠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알파와 베타, 델타 변이에 샘플을 노출시켜 면역 반응을 검사했다. 그 결과 감염 이력이 있고 이후 백신을 맞은 그룹의 중화항체 역가(항체를 희석시켜도 면역 반응을 보이는 농도)는 백신만 접종한 그룹에 비해 10.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파, 베타,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각각 16.9배, 32.8배, 15.7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중화항체 역가는 중화항체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돌파 감염을 경험한 접종자의 경우 백신만 접종한 그룹보다 각각 6배, 11.8배, 17배, 8.5배 높았다. 이 연구는 오미크론이 등장하기 전에 진행돼 오미크론은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오미크론에 의한 감염에서도 유사한 면역 증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경증 반응을 보이다가 곧 슈퍼면역을 얻고 감염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이 백신을 맞아도 뛰어난 면역 증강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타페스 교수는 “감염 후 백신을 맞든, 백신을 맞은 후 돌파 감염을 겪든,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얻게 된다”고 했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돌파 감염도 늘고 있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 9860명 중 48.4%에 해당하는 4774명이 2차 접종을 마쳤다. 타페스 교수는 “오히려 오미크론 확산이 코로나19의 풍토병화를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감염자가 늘면서 백신을 맞지 않고도 자연면역을 얻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코로나19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도 항체 면역이 지속된다는 분석을,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네이처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체내에 형성되는 기억 B세포가 장기 면역력 형성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타페스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거의 대부분 슈퍼면역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슈퍼면역을 가진 사람이 늘면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전염성이 약 2배 강하지만 증상이 경미한 점도 풍토병화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4일(현지 시간) 이사회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마지막 변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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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베이거스에 뜬 우주선, 조종사 없이 활주로 따라 자율비행

    5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햇빛이 쏟아지는 야외주차장에 작고 하얀 항공기 한 대가 등장했다. 높이는 사람 키를 조금 넘는 2m, 길이는 약 9m, 날개폭은 7m 정도인 이 항공기는 주차장을 활주로 삼아 방금 막 착륙을 마친 듯했다. 1980∼2000년대 활약한 우주왕복선의 축소판처럼 생긴 이 아담한 항공기의 정체는 미국 우주기업 ‘시에라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다. 길이 3km의 활주로만 있으면 지구 어디든 이착륙이 가능하다. 시에라스페이스는 7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드림체이서의 실물 모델을 전시했다. CES가 열린 55년 동안 우주선 실물이 전시된 것은 처음이다. 존 로스 시에라스페이스 전략 및 사업개발 부사장은 동아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림체이서는 미래 우주왕복선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민간 우주기업들에 사업 기회의 장으로 열리는 지구 저궤도(LEO)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등장한 민간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는 우주인과 화물을 400∼500km 상공의 지구 저궤도로 실어 나르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4호가 떠 있다.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드래건처럼 현재 ISS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우주화물선은 캡슐 형태다. 하지만 드림체이서는 우주에 화물을 내려놓고 대기권에 진입한 뒤 항공기처럼 날다가 활주로에 착륙해 귀환하는 방식이다. 2011년 퇴역한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왕복선들도 같은 방식으로 귀환했다. 로스 부사장은 “드림체이서는 짧은 시간에 비행기처럼 부드럽게 착륙해 비싸고 민감한 과학 장비 같은 화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왕복선은 지구로 귀환할 때 공기와의 마찰로 생기는 수천 도의 고열을 견뎌야 한다. 값비싼 소재가 사용되는 이유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운용된 나사의 우주왕복선에 투입한 비용만 1740억 달러(약 208조4520억 원)에 이르는데 상당수가 부품 교체에 들어갔다. 로스 부사장은 “드림체이서는 크기를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우주왕복선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왕복선은 동체가 커질수록 ISS와 도킹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 넓어지고 비용도 늘어난다. 드림체이서의 동체는 기존 우주왕복선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약 5500kg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드림체이서는 15∼30회 재사용할 수 있다. 드림체이서는 자율비행 시스템을 채택해 조종사가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을 태우거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추진제와 연료, 소모품이 모두 무독성이며 비행에 특별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에라스페이스는 향후 5인승 우주왕복선도 개발할 계획이다. ○CES에 한자리 차지한 우주기업들 올해 CES에 등장한 우주기업은 시에라스페이스뿐만이 아니다.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을 의미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가전과 IT 제품 분야에 한정돼 있던 CES가 우주 기술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일본 전자 엔터테인먼트 기업 소니는 통신위성 기술 개발을, 독일 전동기기 기업 보쉬는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는 센서 시스템 ‘사운드시’를 개발하고 있다고 이번 CES에서 공개했다. 미국 우주관광기업 ‘제로지’는 이번 CES에서 가상현실(VR) 기기로 20∼30초간 무중력을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개조한 보잉 727기를 활용해 한 사람당 7500달러(약 897만 원)를 받고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두산과 한컴인스페이스도 우주테크 분야 참여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측은 “우주 탐사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지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화성과 달의 생명체 발견에서부터 일기 예보, 위성시스템, 장거리 통신에 이르기까지 우주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라스베이거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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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미래 100년 이끌려면 정부 조직부터 대개혁해야”

    한국이 새로운 100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려면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공학계의 제안이 나왔다. 산업 대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인 지능화 혁신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창조적 파괴와 재조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공학한림원은 21일 이 같은 제안을 담은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총서 ‘새로운 100년 산업혁명 추월의 시대로 가자’를 발표했다. 공학한림원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5년마다 산업 발전을 위해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를 담은 정책 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총서는 공학계 석학,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1200여 명의 의견을 반영했다. 공학한림원은 총서에서 “부처별 종적인 정보 흐름과 엄격한 기능적 분업을 기반으로 한 정부 조직은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시대에 효용성이 떨어진다”며 “미래지향적 산업정책 거버넌스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과기정통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해체하고 미국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OSTP)과 유사한 국가산업미래전략실(가칭)을 청와대에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가최고혁신책임자(NCIO)와 국가최고기술책임자(NCTO)제도를 도입해 최고 민간 전문가가 범부처 R&D의 총괄과 기획, 조정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과학기술출연연구기관과 이를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출연연이 연구 주제 설정과 실행에 자율성을 갖게 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산하기관장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과 각 출연연구소의 신설 폐지 합병에 대한 권한을 갖도록 해 실질적으로 출연연을 경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학한림원은 또 교육 대혁신을 위해 인구절벽 시대와 고령화, 20대에 초점을 맞춘 기존 대학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는 평생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지식 기반 사회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대학에 자율성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교육관료가 주도하고 입시제도에 묶여 있는 대학 정책은 인구절벽 시대에 맞지 않고 지식기반 사회에 필요한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학한림원은 현재 대학이 학생들을 교육해 사회에 진출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있고 창의적 도전적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는 실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한국은 미래 100년의 선발자가 될지, 추격자가 될지, 아니면 추락할지 기로에 있다”며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제도 혁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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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리안… 소부장 국산화… 과학계 빛낸 연구

    지난해 2월 발사된 세계 최초의 해양 환경 감시용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세에 대응한 기술 자립에 기여한 연구 등이 지난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10대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2020년도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성과’를 22일 발표했다. 먼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사업단이 개발한 천리안 2B호는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초기 운영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해 정지궤도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의 소부장 공세에 대응하는 기술 자립에 기여한 연구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재분석연구부가 개발한 전고체 전지 기술이 꼽혔다. 이 기술은 1mm 이하 두께의 전지를 구기거나 잘라도 정상 작동하도록 해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전지의 활용성을 높였다.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전자파 흡수 특성이 뛰어난 맥신 나노 신소재와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구리와 알루미늄 합금의 강도와 연성, 전도도를 함께 끌어올린 기술도 소부장 기술자립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우수 연구성과에 꼽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이 개발한 초고속전자회절 장치도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됐다. 초고속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의 운동을 세계 최고 성능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모이고 있는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가 개발한 도로와 사물, 사람을 이해하는 지능로보틱스 인공지능(AI) 핵심기술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데이터 공유센터가 구축한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데이터온’이 성과로 꼽혔다. 2014년부터 선정된 우수성과는 과학과 기술, 경제, 사회, 인프라적 가치, 연구기관 임무 부합성 등을 따져 심사한다. 우수성과로 선정된 단체와 연구자에게는 과기정통부장관상이 수여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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