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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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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재원 기자입니다.

jawon1212@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과학일반57%
산업23%
우주/천체7%
경제일반7%
동식물3%
인물/CEO3%
  • 천리안… 소부장 국산화… 과학계 빛낸 연구

    지난해 2월 발사된 세계 최초의 해양 환경 감시용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세에 대응한 기술 자립에 기여한 연구 등이 지난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10대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2020년도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성과’를 22일 발표했다. 먼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사업단이 개발한 천리안 2B호는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초기 운영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해 정지궤도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의 소부장 공세에 대응하는 기술 자립에 기여한 연구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재분석연구부가 개발한 전고체 전지 기술이 꼽혔다. 이 기술은 1mm 이하 두께의 전지를 구기거나 잘라도 정상 작동하도록 해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전지의 활용성을 높였다.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전자파 흡수 특성이 뛰어난 맥신 나노 신소재와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구리와 알루미늄 합금의 강도와 연성, 전도도를 함께 끌어올린 기술도 소부장 기술자립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우수 연구성과에 꼽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이 개발한 초고속전자회절 장치도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됐다. 초고속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의 운동을 세계 최고 성능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모이고 있는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가 개발한 도로와 사물, 사람을 이해하는 지능로보틱스 인공지능(AI) 핵심기술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데이터 공유센터가 구축한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데이터온’이 성과로 꼽혔다. 2014년부터 선정된 우수성과는 과학과 기술, 경제, 사회, 인프라적 가치, 연구기관 임무 부합성 등을 따져 심사한다. 우수성과로 선정된 단체와 연구자에게는 과기정통부장관상이 수여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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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년 걸리는 단백질 구조 해독, AI한테 맡겼더니 몇 분만에 끝

    인공지능(AI)으로 단백질 구조 해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연구가 1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혁신적인 연구 성과에 선정됐다.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와 백민경 박사후연구원(사진)이 7월 사이언스에 공개한 논문이다. 사이언스는 1996년부터 매년 그해 최고의 혁신 연구 성과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한국인 연구자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몇 분 만에 단백질 구조 해석 뚝딱, 생명공학 혁신 길 열어 단백질은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생체 분자로, 구조에 따라 매우 다양한 특성과 기능을 갖는다. 단백질 구조 해독이 생명과학 연구와 신약 개발에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이 실험을 통해 직접 수백에서 수천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단백질의 구조를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대 수십 년의 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하다. 베이커 교수와 백 연구원은 짧게는 수 분에서 길어야 몇 시간 안에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해독하는 AI ‘로제타폴드(RoseTTAFold)’를 개발했다. 과학자들이 실험으로 사전에 밝힌 단백질 구조를 해석한 결과와 로제타폴드가 분석한 결과가 90% 이상 일치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홀든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은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고, 판도를 바꿀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사이언스는 편집진이 뽑는 최고의 혁신 연구 성과 외에 독자를 상대로 온라인 투표도 진행하는데, 여기서도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가 38.9%의 지지로 1위에 올랐다. 이 연구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인류가 50년 넘게 풀지 못한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화학자 존 켄드루는 1957년 X선을 활용해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의 구조를 밝혔다. 인류가 처음으로 구조를 해독한 단백질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X선과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10만여 종의 단백질 구조를 해독했다. 하지만 이는 수십억 종의 전체 단백질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 컴퓨터 모델을 활용한 해독을 시도해 왔지만 정확도가 신통치 않았다. 로제타폴드는 세 종류의 AI로 구성된다. 미지의 단백질이 주어지면 단백질 데이터베이스에서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을 찾는 AI와 단백질 내부에서 아미노산들이 연결되는 형태를 예측하는 AI, 입체 구조를 제시하는 AI가 서로 협력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각 AI가 제시한 결과를 개선하며 정확도를 높인다.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백 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단백질 구조 해독에 대한 인류의 개발 역사에서 정점을 찍은 것이 최근의 AI를 활용한 방법”이라며 “밝혀진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미궁 속의 단백질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독할 수 있다”고 말했다.○AI에 분석 맡기고 백신 개발에 집중 가능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이 복잡한 사슬 구조로 연결된 형태다. 사슬이 꼬이고 얽히며 접히는 현상이 일어나고 복잡한 입체 구조를 형성한다. 과학자들은 AI에 이런 복잡한 구조 해독을 일임하면 백신이나 치료제 등 다른 응용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연구원은 “로제타폴드가 단백질 간 결합 형태를 예측한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신약 개발 플랫폼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이 분야는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7월 백 연구원의 로제타폴드 논문이 사이언스에 발표된 날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2’ 연구 논문이 경쟁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을 정도다. 딥마인드는 ‘알파폴드2’가 98.5%의 예측 정확도로 36만5000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해독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네이처는 로제타폴드 논문을 의식해 알파폴드2 논문 발표를 서둘러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백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CASP)에 등장한 알파폴드2를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두 팀 모두 선의의 경쟁을 통해 만든 AI의 코드를 학술지를 통해 공개하고, 분석한 단백질 구조 데이터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이언스 독자 투표에서 올해 최고의 연구 성과 2위로 뽑힌 연구는 34.3%의 지지를 받은 고대 퇴적물 속 인류의 DNA 연구였다. 스페인 연구팀이 현생 인류와 공존하다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위장관 안에 현대인과 같은 유익균을 갖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고대 인류와 현생 인류 간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들이 다수 나왔다. 3위는 26.8%의 지지를 받은 생체 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사용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에만 결합하는 효소를 이용해 원하는 DNA 부위를 정확히 자르는 유전체 교정 기술로 2012년 등장해 빠른 속도와 높은 정확도로 생명과학의 판도를 바꿀 신기술로 주목받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시력을 개선시켰다는 연구 등 올해 인체 적용 성공에 대한 조짐이 보였다는 평가다. 이 밖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개발과 전자의 ‘무거운 형제’ 같은 입자로 고에너지 양성자 입자를 충돌시킬 때 만들어지는 뮤온에 대한 새로운 측정법, 환각제를 이용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화성의 지진 관측, 감염병 치료에 필요한 단일클론항체 개발, 핵융합에너지의 발전이 혁신 성과 후보에 올랐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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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 경쟁 심할수록 협력해야”

    “과학기술 없인 외교도 불가능합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의 살 길입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외교부 주최로 열린 ‘글로벌기술외교포럼’에서 만난 민원기 외교부 과학기술협력대사는 “과학기술이 국민의 삶을 좌우하고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외교 현장에서도 핵심 화두가 되는 시대가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10월 취임한 민 대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이사회 의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공지능전문가그룹(AIGO) 의장 등을 역임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정책 전문가다. 현재는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을 맡고 있다. 과학기술협력대사는 정식 외교관 신분은 아니지만 정부의 대외 과학기술 협력 활동을 지원하고 국제사회 과학기술 현안에 대한 전략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2011년 처음 신설된 뒤 2013년부터 공석이었다가 과학기술 외교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며 8년 만에 부활했다. 미국 상원은 6월 인공지능(AI)과 양자과학 등 중점 과학기술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2500억 달러(약 297조5000억 원)를 투입하는 ‘혁신경쟁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올해 초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제조업과 기술 자립화를 천명했다. 다른 나라들도 연구개발(R&D)과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우주과학 등 핵심기술에 대한 강력한 보호주의를 펼치고 있다. 민 대사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을 서로 끌어들이려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이 가진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국제적인 협력을 담당할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국가 간 과학기술 협력도 강조되고 있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과학 강국들이 손을 잡은 대표적인 국제 협력의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중국이 과학기술 협력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에 공동으로 협력하기로 선언했다. 민 대사는 “과학기술은 최근 주요 외교 무대에서 빠지지 않는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며 “한국에 대해 기후대응과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비롯해 과학기술 전반의 협력을 요청하는 국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과 협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은 전략기술 개발은 경쟁하고 나머지 부분은 글로벌 협력 방안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민 대사는 강조했다. 그는 “국가 간 기술 경쟁부터 타국 정부의 핵심기술 지원 정책까지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전략적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과기협력대사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민 대사는 “AI나 정보통신 분야 협력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제가 대사직을 맡게 됐지만 향후 우주기술이나 바이오 등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오면 또 다른 사람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선도 기술을 알리고 글로벌 과학 협력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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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0m 바닷속 탐사, 자율주행 로봇에 맡겨라

    수심 4000m의 심해 해저를 누비는 자율주행 탐사로봇(로버)이 개발됐다. 한 번 바다에 들어가면 1년간 혼자 힘으로 심해를 유영한다. 바다 수온과 산소 농도, 해저 퇴적물을 장기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이전까지 정량화한 적이 없는 심해 탄소 순환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스미스 주니어 미국 몬터레이베이수족관연구소 연구원팀은 심해 자율주행 로버 ‘벤틱Ⅱ’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4일 공개했다. 지구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바다는 지구의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탄소는 물에 잘 녹아 바다의 탄소 전환 속도는 매우 빠르다. 바닷물에 섞여 있는 탄소량은 대기의 50배에 이를 정도다.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탄소의 약 23%를 흡수해 대기권에서 탄소 농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심해 퇴적물은 바다로 흡수된 탄소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 심해저에는 이런 탄소를 흡수한 유기물이 퇴적물로 쌓인다. 과학자들은 바닷속 수천 m 아래에서 일어나는 이런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려 시도해 왔다. 하지만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다 밑은 빛이 들지 않고 산소가 거의 없는데 온도는 낮고 압력은 매우 높다. 이런 심해 환경을 견디는 모니터링 장비를 개발하는 일은 과학자들에겐 큰 도전 과제였다. 해수에 부식되거나 전력 공급 문제로 장비를 장기간 바다로 투입하지 못해 주로 단기간의 관측에 머물렀다. 연구팀이 개발한 자율주행 로버는 길이 2.6m, 너비 1.7m, 높이 1.5m의 소형차 크기로 차체가 티타늄과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강한 압력과 부식에도 문제가 없다. 최대 6000m의 수심도 견딜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하루에 휴대전화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평균 2W 수준의 전력을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추가 전력 공급 없이도 한 번 바다에 들어가면 1년간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버는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해저까지 자유낙하를 한다. 부력 때문에 수심 4000m 정도의 해저에 도달하는 데만 약 2시간이 걸린다. 해저에 도착하면 로버에 달린 센서가 해류를 파악하고 이동에 유리한 해류를 감지하면 탐색을 시작한다. 고무바퀴가 달려 있어 심해 퇴적물을 부드럽게 밟으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로버 전면에 달린 카메라가 해저를 촬영하고 수온과 산소 농도를 기록한다. 탐사할 목표 지점에 도착하면 차량은 멈추고 투명 체임버를 퇴적물 속에 박는다. 퇴적물에 포함된 생명체의 산소 소비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동물과 미생물은 유기물을 소화하며 산소를 사용하고 특정 비율로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며 “동물과 미생물이 사용하는 산소의 양을 아는 것은 탄소 순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석은 통상 48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그동안 식물성 플랑크톤이 뿜어내는 ‘형광물질’도 측정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숫자는 탄소를 흡수하는 유기물의 양과 직결된다. 로버는 수 km 구간에서 10m 간격으로 이런 조사 과정을 반복한다. 연구팀은 “심해에서 탄소가 언제, 얼마나 흡수되는지 정량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해 자율주행 로버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을 마쳤다. 2015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225km 떨어진 몬터레이베이수족관연구소 연구 사이트에서 심해 탐색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유기물의 양이 늘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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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맞이부터 우주탐사까지… 로봇의 담당 업무는 끝이 없다

    전기차 한 대가 충전소에 들어와 멈춰 서자 바퀴 달린 로봇 한 대가 차 가까이 다가섰다. 로봇은 차량 충전구를 찾아 문을 열고 곧바로 갖고 있던 충전기를 꽂는다. 전기차 충전기는 무거운 케이블이 달려 있어 어른도 다루기 불편하지만 로봇에겐 별 제약이 없어 보였다. 충전이 끝났다는 알람과 함께 로봇은 충전기를 부드럽게 빼냈다. 현대자동차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전기차 충전 로봇의 운용 시나리오다. 이 로봇은 차량 충전 중 벌어질 감전사고를 미연에 막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중점 신사업으로 로봇을 꼽고 다양한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박상인 현대차 로보틱스랩 팀장(사진)은 “로보틱스랩은 사람이 하는 위험한 일을 대신하고 사람과 함께 일상생활이나 일터에서 활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사람을 위한 기술개발’을 철학으로 하고 있다”며 “핵심 기술 확보에서 신사업의 씨앗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모빌리티로 확대되는 로봇기술들현대차는 올해 초 완성차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약 60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와 수소차,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등의 신사업 분야를 육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분야가 로봇이다. 2018년 로보틱스팀을 신설한 데 이어 2019년에는 핵심 기술 개발을 총괄할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12월 처음 성사시킨 인수합병(M&A)이 미국의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점도 상징성이 크다. 박 팀장은 “로봇 기술의 진보를 통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미래 모빌리티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충전로봇도 그런 로봇 중 하나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 보급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려면 다양한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산업공학 등이 복합된 로봇 기술은 이를 뒷받침할 안성맞춤의 종합기술인 셈이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공개한 차량 운전대를 접어 앞좌석 전면에 수납하는 기술과 차량 바퀴가 90도 꺾이며 제자리 회전을 하는 기술도 로봇 기술에서 파생했다. 로보틱스랩은 자동차를 넘어 다른 분야로도 로봇의 활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랜 공을 들인 분야로 흔히 웨어러블(입는) 로봇으로 불리는 관절 로봇과 서비스 로봇이 손꼽힌다. 올해 8∼10월 부산 수영구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의료용 로봇 ‘에이치 멕스’와 손님 응대 서비스 로봇 ‘달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멕스는 하반신 마비 환자를 보조하는 착용형 로봇으로, 걷다가 앉거나 걷기 위해 일어서는 것을 돕는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달이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실내를 돌아다니다가 사람을 만나면 얼굴을 인식해 나이와 성별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주제와 말투로 응대한다. 이 밖에도 우주 탐사에 쓰일 로보틱스 기술 개발을 준비하는 등 향후 우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로봇 기술 확보에 몰리는 기업들해외 완성차 회사들도 로봇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도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비롯한 다양한 로봇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포드는 자동차 생산라인에 다양한 로봇을 투입하는 한편 별도로 택배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 봇’ 시제품을 내년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완성차 회사 외에 삼성전자와 네이버 랩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 일반 테크기업들도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로보틱스 시장은 지난해 277억 달러(약 32조7000억 원)에서 2027년 741억 달러(약 87조5000억 원)로 연평균 1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 팀장은 “로봇 산업은 현재의 자동차만큼 초대형 시장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존재하는 분야”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최근 집중하는 분야로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을 꼽았다. 로봇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도 핵심 기술이다. 현대차도 로봇 운용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작인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들어간 경비 로봇도 개발했다. 이 로봇은 기아 광명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퇴근한 새벽 시간 경비를 맡고 있다. 디자인 분야도 최근 연구개발 경쟁에서 불꽃이 일고 있다. 박 팀장은 “로봇은 기술의 산물이고, 기술은 디자인을 통해 일상에 구현된다는 점에서 서로 뗄 수 없는 개념”이라며 “단순히 외형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필요한 소리, 촉감, 인간 행동에 대한 반응 정도 등을 인간 친화적으로 디자인하려는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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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인사이트]초경량 산소통 - 극저온 탱크… 누리호가 띄운 첨단산업 기술들

    《영국의 우주발사체 전문기업인 ‘리액션엔진스(Reaction Engines)’는 수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발사체 엔진 내부의 열 관리와 냉각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토대로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수명 연장과 충전시간 단축에 도움을 주는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우리 손으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를지난달 우주로 쏘아 올렸지만 일각에선 우주개발에 대해 냉소적인 분위기도 여전하다. 1년에 몇 차례 발사하지도 않는 위성 발사를 위해 오랜 시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발사체 기술을확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누리호 같은 우주발사체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극한소재, 기계공학, 화학, 전자, 컴퓨터 등의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기술과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우주기술은 실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으로 이어져 이미 상상 이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 등산복에서 반도체·단열재까지… 활용도 높은 우주기술 우리가 즐겨 입는 의류에도 우주기술이 숨어 있다. 등산복 소재로 유명한 ‘고어텍스’는 화학 기업과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합작품으로 등장했다. 1957년 미국 듀폰사의 연구원 빌 윌리엄 고어는 전선 내부의 발열 작용으로 생기는 습기를 발산하는 ‘불소수지막(PTEE)’ 소재를 개발했고 나사는 이 기술을 1969년 인간을 최초로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11호의 전선 제조에 활용했다. 고어 연구원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의류, 신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익스팬디드PTEE’를 개발했고 오늘날 고어텍스의 효시가 됐다. 다양한 환경에서 모양이 변형됐다가 일정 온도가 되면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형상기억합금도 아폴로 11호에 처음 사용됐다. 아폴로 11호에 장착된 안테나가 평소에는 접혀 있다가 적정 온도가 되면 지름 2.7m의 안테나로 펼쳐지는 데 활용된 것이다. 우주기술로 파생된 형상기억합금 기술은 이후 일상생활에 활용돼 1980년대 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 출시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치아 고정용 의료용 철사, 안경, 항공기 등의 분야에 쓰이고 있다. 우주 개발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나사는 1976년 이후에만 2000개 이상의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거나 기술 이전했다. 나사의 유명한 ‘스핀오프(SpinOff)’ 전략이다. 우주발사체와 우주탐사선 열전달 시스템에 쓰이는 ‘전열관(히트파이프)’은 반도체 냉각장치로 응용되며 오늘날 고성능 전자기기가 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우주환경에서 급격한 온도 변화로 발사체나 우주선의 전자 시스템 오류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한 기술이다. 이후 반도체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생기는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오늘날 의료 진단에 없어서는 안 될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도 아폴로 프로젝트 때 활용된 디지털 영상처리 기술에서 파생됐다. 현재 도심의 고압 가스배관, 해저 송유관, 화학공장 내벽 등 다양한 곳에서 최고 성능의 단열재로 사용되는 ‘에어로젤 단열재’ 기술도 나사의 케네디우주센터로부터 시작됐다. 나사는 우주의 극한 온도와 대기 재진입, 극저온 연료와 산화제를 관리하기 위해 1990년대 초 실리카 기반의 에어로젤 단열재를 개발했고 1996년 우주발사체 X-33의 극저온 액체수소와 액체산소 공급 장치 재료로 사용됐다. 드론과 항공기 산업, 자동화 기계 산업 등에서 활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1996년 유럽우주국(ESA)이 쏘아올린 발사체 ‘아리안5’가 폭발한 원인이 컴퓨터 프로그램 ‘버그’로 알려지면서 나사는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를 면밀하게 판단하는 ‘IKOS 분석기’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는 2009년 나사의 발사체 아틀라스 5호에 활용됐고 2013년 나사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현재 소형 드론과 대형 항공기, 다양한 산업 자동화 기계 등에 쓰이는 컴퓨터 프로그램 점검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누리호 참여로 국내 기업도 우주기술 산업화 물꼬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국내 300여 개 기업들도 각자 확보한 기술력을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누리호’의 고압 탱크를 납품한 압력용기 제조회사 이노컴이다. 이노컴은 누리호 개발 참여로 축적한 기술력을 소방관이 쓰는 산소호흡기통에 적용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통에 탄소튜브를 감아 높은 압력을 견디는 강성을 갖도록 하는 기술로, 누리호의 고압 탱크와 산소호흡기통에 동일한 원리로 쓰이는 기술이다. 이노컴 측은 “경량화와 강성 유지력 등 기존 제품을 뛰어넘는 연구가 아직 필요하지만 누리호 사업 참여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했다”며 “우주발사체 산업을 선도하는 스페이스X가 요구하는 수준의 고압탱크를 납품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과 경험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극저온 환경에 견디는 부품을 개발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도 “액체산소를 다루는 극저온 부품들을 개발하면서 확보한 기술력으로 천연가스 채굴이나 압축기 장비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누리호에 쓰인 다양한 밸브 기술을 이 같은 분야에 충분히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누리호 1단 엔진부에 장착되는 연료와 산화제 탱크 표면 소재의 두께는 2mm에 불과하다. 초경량, 극저온, 고압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탱크 제조 기술은 액체나 증기, 가스 등을 보관하거나 운송하는 장치 산업에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기술연구소 우주탐사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누리호 개발에 국내 기업이 참여하면서 국내 기계·장치 산업을 포함해 전자 산업까지 진일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누리호 발사는 국내 산업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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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호 3단 엔진 왜 멈췄을까?” 원인 다각적 분석

    우리 힘으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발사됐지만 미완의 성공에 그쳤다. 발사 당일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고도 700km까지 올라갔지만 3단 엔진의 연소시간이 목표한 시간보다 모자라 위성을 궤도에 정상 속도로 투입하지 못했다. 3단에 설치된 7t급 액체 엔진의 연소가 조기에 종료된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추정에 머물고 있다. 엔진의 연소가 조기 종료되기 전 산화제 탱크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신호가 포착됐고, 엔진 출력이 기준치 이하로 감소해 엔진이 스스로 멈췄다는 정도가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누리호 3단의 산화제 탱크 압력 저하 원인으로 가압시스템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을 꼽고 있다.○3단 엔진 출력 감소로 자동 정지 누리호는 1.5t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지구저궤도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2010년부터 개발이 추진됐다. 독자 기술로 확보한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는 1단 엔진을 비롯해 2단 엔진(75t급 액체엔진 1기), 3단 엔진(7t급 액체엔진 1기)으로 구성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누리호는 비행 당시 3단 엔진의 출력 부족으로 연소가 조기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출력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가속도도 감소했고 이상 징후를 파악한 관성항법유도장치(INGU)가 3단 엔진을 자동으로 정지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INGU는 누리호에 설치돼 비행을 컨트롤하는 컴퓨터다. 전문가들은 엔진 출력 감소 원인으로 꼽힐 수 있는 요소가 무수히 많아 종합적인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엔진 연소압이 감소했거나 공급되는 추진제(연료, 액체산소)의 양이 일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항우연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은 추진제가 일정하게 공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22일 오전 진행된 ‘누리호 1차 발사 퀵리뷰’에서 계측된 일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단 엔진 연소 당시 산화제(액체산소) 탱크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단 엔진 연소 구간은 중력이 거의 없어 산화제를 엔진으로 보내려면 3∼4기압의 압력이 가해져야 하는데 이보다 압력이 떨어지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누리호 3단부 산화제 탱크의 가압시스템은 산화제 탱크 내부에 충전된 헬륨가스가 압력을 높이도록 구성된다.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산화제가 누설됐거나 충분한 압력으로 공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가압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면 산화제 문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가압시스템이 정상이라면 산화제가 비정상적으로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다양한 데이터 분석 필요… 이르면 다음 주 원인 나올 듯 누리호 시험 발사 실패 원인 분석은 원격송수신장치인 ‘텔레메트리’를 통해 수집한 초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누리호에는 총 5개의 텔레메트리가 있는데, 개별 데이터를 발사 시퀀스에 따른 시간대에 맞춰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마쳤다. 1000종에 이르는 상세 계측데이터는 현재 분석을 위해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각 담당 부서에 전해졌다. 각 부서에서 분석 후 통합 회의를 통해 이르면 11월 첫 주에는 좀 더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우연은 당초 3단에 설치된 7t 액체 엔진의 오작동과 결함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지상에서 이뤄진 7t 액체 엔진 연소 시험에서 단 한 차례도 같은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8월까지 총 93회, 누적 연소시험 1만6925.7초에 이르는 연소시험을 진행했다. 다만 실제 우주환경에서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엔진 오작동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3단 엔진에 생긴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기초 분석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며 “이 작업이 진행돼야 정확한 원인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라 탱크 문제로 판명되면 엔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3단 엔진의 가압시스템 설계 변경이 필요할 경우 내년 5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3단 엔진 연소 시험과 단 분리 인증 시험을 새로 거치는 데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항우연 연구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 구성을 준비해 원인을 더 정확히 규명하고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발사체는 시험 비행을 통해 기술적 보완을 거치게 된다”며 “어떤 우주발사체든 여러 번의 발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여러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고 말했다. 누리호는 약 6873억 원을 들인 고도화사업을 통해 내년 발사 외에도 2027년까지 네 차례 추가 발사가 예정돼 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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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오래가는’ 재활용 리튬이온 배터리 미국서 개발

    전기자동차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로 인한 환경오염은 또 다른 골칫거리다. 매립할 경우 폐배터리에서 나온 전해액과 전극에 사용한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소각할 경우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는 지난해 275개에 머물렀지만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2025년 연간 3만1695개, 2030년 10만7520개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대 기계공학과 얀 왕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명을 33∼53% 끌어올리고 환경오염 영향을 줄인 재활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줄’을 통해 16일 발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폐배터리를 파쇄한 다음 포장재와 내부의 알루미늄, 구리선, 플라스틱을 각각 분리하고 남은 물질을 용해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런 방식으로 음극 소재로 쓰인 흑연과 탄소, 양극 소재로 쓰인 니켈과 망간, 코발트가 각각 분리된다. 연구팀은 양극 소재에서 추출된 3종의 중금속을 같은 비율로 혼합한 다음 다공성 미세구조를 형성했다. 리튬이온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재활용해 만든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와 유사한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보이면서 더 긴 수명을 가진다”며 “최대 1만1600번 충전과 방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2015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스타트업 ‘배터리 리소스’를 설립했다. 2022년에는 1만 t 이상의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공장의 문을 연다. 이번 기술 개발에는 왕 교수팀 외에도 미국 에너지부와 자동차회사 포드로 구성된 미국 배터리 개발 컨소시엄 ‘USABC’, 미국 배터리 회사 ‘에이123 시스템스’ 소속 연구자들도 참여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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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호 엔진 조기종료, 산화제탱크 압력 감소탓”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1일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전문가들은 75t급 엔진 4기를 하나의 엔진처럼 동작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 등을 높이 평가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 교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매우 고난도이고 1, 2단 분리까지 성공한 것만 해도 매우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사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정부는 성공 기준으로 ‘모형 위성을 고도 700km에 초속 7.5km로 투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모형 위성은 초속 6.7km로 분리된 뒤 45여 분 만에 호주 남부 해상에 추락했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모형이 아닌 실제 위성이었으면 대형 사고가 난 것”이라며 “매우 아쉽지만 이번 발사는 성공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주발사체는 목표 궤도에 위성을 투입했는지가 관건이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높은 고도에서 3단 엔진 가동을 처음 시도한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성공에 근접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항우연 관계자에 따르면 엔진 조기 종료 원인이 산화제 탱크의 내부압력 감소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화제를 엔진으로 보내려면 3∼4기압이 가해져야 하는데 압력이 떨어지며 공급이 원활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압력 하강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엔진 자체 문제와는 큰 관련 없어 보인다는 해석이다. 3단 엔진 연소 시간도 목표했던 521초보다 46초가 아닌 59∼61초 모자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초기 분석 결과로 내주 중 상세 데이터 확인 후 수치가 변동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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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호 엔진 4기 묶는 기술 등 큰 성과” vs “모형 아닌 실제 위성이었다면 대형사고”

    독자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1일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75t급 엔진 4기를 하나의 엔진처럼 동작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 등에서 성공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 교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매우 고난도고, 이를 포함해 중대형급 발사체를 발사하고 1,2단 분리까지 성공한 것만 해도 매우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리호 개발 목적을 아직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정부는 누리호 발사 성공의 기준으로 모형 위성을 고도 700km에 초속 7.5km의 속도로 투입할 수 있는 지를 제시해왔다. 하지만 모형 위성은 그보다 못한 초속 6.7km속도로 분리된 뒤 45여 분만에 호주 남부 해상에 추락했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모형 위성이 아닌 실제 위성이었으면 대형 사고가 난 것”이라며 “매우 아쉽지만 이번 발사는 성공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주발사체 발사는 성공 또는 실패의 문제”라며 “목표 궤도에 위성 투입을 투입했는지 봐야하며 애매모호하게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3단 로켓은 그렇게 높은 고도에서 엔진 가동을 처음으로 오랜 시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난제”라며 “성공에 근접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엔진 연소가 조기 종료된 원인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연료 주입 가압시스템과 터보펌프 밸브 등 부품 오작동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로 추정 불가능한 부품 고장으로 판명 날 경우 내년 5월 2차 발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발사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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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나필락시스-콜드체인… 코로나 용어 너무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낯선 단어들이 갑자기 당연한 상식처럼 사용되고 있다. 잠시라도 발표를 놓치면 단어의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동아사이언스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9일 한글날을 맞아 ‘쉬운 의과학용어 쓰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실시한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에 쓰이는 의과학 용어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이렇게 답했다. 감염병 위기에서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고 감염을 예방하려면 새로운 용어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조사는 8월 5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남성과 여성 각각 500명, 또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로 250명씩 설문에 응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방역당국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2월 5일 진행한 시민참여형 브리핑과 6월 17일 상반기 백신 접종 계획 브리핑, 7월 5일 안전 예방접종 특집 브리핑에서 쓰인 용어 중 사용 빈도가 높은 상위 10개 용어에 대해 인지도와 이해도를 물었다. 백신을 맞은 후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면역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백신을 저온에서 유통하는 체계인 ‘콜드체인’,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항체인 중화항체를 만드는 능력인 ‘중화능’, 환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값인 ‘감염재생산지수’ 등이다. 이 10개 용어 각각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평균 41.8%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은 용어 자체를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용어를 접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평균 21.3%는 용어의 의미를 모른다고 했다. 용어를 이해한다고 한 응답자 중 평균 19.3%는 용어가 어렵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숙지한 사람은 소수에 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중요한 방역 정책과 개인의 안전을 결정하는 민감한 시기에 새로운 개념의 과학적 지식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용어 선택과 순화에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한글학회장)는 “정부 당국에서 담당 관리가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유전체는 이해가 상대적으로 쉬운 우리말 용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8월 개정된 생명공학육성법에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정보를 뜻하는 용어를 ‘유전체’로 통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만 해도 유전체라는 말 외에도 외국어에서 온 ‘게놈’ ‘지놈’ 등이 같이 사용되고 있었다. 당시 용어 전환을 주도한 강창원 KAIST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쓰는 공문서가 전부 유전체라고 표기하기 시작하며 용어가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이광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권위 있는 학회나 조직의 해석, 정부의 규정 등이 있어야 좀 더 이해가 쉬운 용어들을 선택하거나 순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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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종률 높이자 바이러스 더 강해졌다… “백신 무력화 변이 나올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궤도에 오르면서 30일 0시 기준 1차 접종률은 76%, 접종 완료자 비율은 49.0%에 이른다. 하지만 확진자 규모는 매번 요일별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는 싱가포르나 최초로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한 이스라엘 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확진자 규모가 수그러들지 않는 핵심 원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감염력이 월등한 델타 변이(인도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 급증세가 꺾이지 않는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와 개인 면역 시스템에 의해 ‘선택압’을 받으며 변이하고 있으며 선택압은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쉬운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변이가 발생해 백신을 무력화하는 형태로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거리두기·치료제라는 선택압으로 변이 등장 선택압은 생물들이 서식처에서 살아남도록 만드는 압력이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갖는 개체의 선택적 증식을 유도하는 생물적, 화학적, 물리적 요인을 모두 포괄한다. 바이러스학자인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바이러스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변이한다기보다 선택압이 가해지면 변이 확률이 늘어나고, 여러 방향으로 변이한 바이러스 중 생존에 유리한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혈장 치료법이나 렘데시비르를 장기적으로 투여한 환자에게 변이가 더 자주 일어나는 것도 치료제라는 선택압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전까지 취했던 거리 두기라는 선택압은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높이는 형태로 변이를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체에 감염된 뒤 체내에서 복제, 증식하는 바이러스의 양을 늘려 감염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감염력은 바이러스 복제의 효율과 관계가 있다”며 “단위 시간당 생산량이 많으면 배출되는 바이러스 양이 늘어 쉽게 전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이러스의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변이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돈 밀턴 미국 메릴랜드대 공중보건대 교수팀은 영국 유래 알파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43∼100배 더 많이 증식했다는 분석을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 9월 16일자에 공개했다. 앞서 7월에는 루징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연구원팀이 인도 유래 델타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1000∼1260배 더 많이 증식했다는 분석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했다. 바이러스량 증가는 공기전파 가능성과 독성을 높인다. 코나 입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이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밀턴 교수는 “변이들은 계속해서 공기를 통해 전염시키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바이러스가 빨리 늘어나면 그만큼 숙주세포에서 다른 장기들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져 독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새로운 선택압은 ‘백신 접종률’… 미접종자 빨리 줄이는 게 관건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이 새로운 선택압으로 작용해 백신을 회피하는 변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러스의 체내 침투를 아예 막는 백신의 면역 반응은 선택압 중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선택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송 교수는 “개인별로 면역 반응이 다르지만 다양한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변이를 일으킬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도 “전 세계 70억 인구 중 백신 접종자 약 30억 명과 자연면역을 얻은 감염자 약 2억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구에서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바이러스가 변이할 수 있는 범위가 있으며 예측하긴 조심스럽지만 면역 회피를 위한 변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변이의 범위나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DNA 구성물질인 뉴클레오타이드가 3만 개에 달한다. 이 중 한 개가 변이한다고 해도 바이러스의 감염력이나 독성 등 전체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 또 변이는 단독이 아니라 보통 여러 부분에서 일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자를 빠르게 줄여 변이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변이는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날 때만 발생한다”며 “백신을 맞게 되면 증식되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면역 회피 능력을 가진 변이에 대한 빠른 대응도 필요하다. 송 교수는 “백신 접종과 함께 효능을 떨어뜨리는 변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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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A 남기고 사라진 매머드, 시베리아에서 볼 수 있을까

    1만 년 전만 해도 시베리아와 북미 일대를 누비고 다녔던 초대형 포유동물 매머드는 현재는 멸종해 더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지금도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단골 캐릭터로 등장할 만큼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랑을 받고 있는 사라진 거대 동물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머드 사체에서 추출한 DNA와 최근 급진적 진보를 이루고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본래의 서식지에 매머드를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6년 안에 첫 번째 매머드 새끼를 탄생시키는 게 목표다. 과거에도 매머드를 복원하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최근 등장한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매머드 복원 사업 벤처 등장미국 생명공학기업 컬라슬은 이달 13일(현지 시간) 매머드 복원 사업을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컬라슬은 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인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와 인공지능(AI) 기업 ‘하이퍼자이언트’ 등을 창업한 사업가 벤 램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처치 교수는 2017년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제183회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차대회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2년 안에 매머드-코끼리 잡종 배아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컬라슬은 복제양 돌리나 복제 개를 만드는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매머드 복원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시베리아 툰드라에 묻혀 있는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잘 보존된 세포를 분리한 뒤 핵을 떼어내고 매머드와 DNA 구성이 99.6% 일치하는 아시아코끼리 난자에 넣어 매머드의 수정란을 만든다. 그런 다음 인공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켜 키운다는 계획이다. 코끼리를 대리모로 쓸 수도 있지만 멸종 위기종인 코끼리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 인공자궁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컬라슬은 매머드의 생존을 위해 최신 생명공학기술인 유전자가위 기술도 도입한다. 아시아코끼리가 취약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갖고, 추위에 견디는 두꺼운 지방과 다리에는 수북한 털이 자라도록 유전자 교정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밀렵꾼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통해 상아도 없애기로 했다. 처치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태어난 매머드는 상아만 없을 뿐 덥수룩한 털과 10cm의 두꺼운 지방층 등 고대 매머드를 고스란히 닮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매머드 복원은 난제, 한국도 시도했지만 성과 없어과학자들은 시베리아 툰드라에 150만 구 이상의 매머드 사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사체에서 얻은 세포 속 DNA만 잘 보존돼 있다면 복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매머드 복원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과학자 이언 월머트나 일본 과학자 아키나 이라타니도 2010년대 초부터 복원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이들은 복제견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체세포 복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컬라슬과 다르게 코끼리 암컷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방법을 써왔다. 2006년 논문 조작 사건으로 과학계에서 퇴출당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2011년 러시아 연방 사하공화국의 북동연방대 연구팀과 매머드 복원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시베리아에 가 매머드 사체 세포에서 핵을 추출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과학연구 넘어 돈 되는 복원사업 목표과학계에선 매머드 복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공자궁에 100kg에 가까운 태아를 2년 가까이 유지해야 하는 등 기술적 난관이 존재하며 태어날 생명체가 매머드가 아닌 털과 지방이 많은 코끼리에 가까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폴 크뇌플러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세포생물학과 교수는 “1만 년 동안 파괴되지 않은 세포를 추출하는 것 자체도 어렵고 세포 안의 DNA도 손상 없이 온전하기 힘들다”며 “5년에 1개가 배출되며 이전에 성공한 적 없는 코끼리 난자를 채취하는 일이나 암컷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것 역시 실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컬라슬의 복원 사업에는 이미 부자들이 투자에 나섰다. 벤처캐피털인 드레이퍼 어소시에이트와 윙클보스캐피털, 미국 포브스가 꼽은 2021년 억만장자 2378위에 오른 토머스 툴이 이미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만 1500만 달러(약 177억 원)에 이른다. 유전학과 생물학, 화학공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10여 명도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컬라슬은 빠르면 4년, 늦어도 6년 안에 매머드 복원을 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컬라슬은 매머드 복원이 과학적 도전에만 머물지 않고 영리 추구로 이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램 공동설립자는 “플라스틱 처리에서부터 탄소 흡수 등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며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도 지방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 대응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내놨다. 램 공동설립자는 “매머드는 과거 북극 지역의 초지를 유지해 건강한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복원이 된다면 초지를 되살려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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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획기적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 효능 논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6월 승인한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사진)이 효능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의사협회지(JAMA)와 영국의학저널(BMJ),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등 유력 학술지를 통해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부작용과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두카누맙은 미국의 다국적 생명과학기업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들이 불안이나 불면증, 기억력 감소 같은 증상을 치료하는 데 그친 반면 아두카누맙은 임상시험에서 인지능력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치료제 속 항체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단백질 침전물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뇌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원리다. 승인 후 미국에서 2주 동안 약 200만 달러(약 23억 원)의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아두카누맙의 효능 논란은 개발사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으로 2건의 임상 3상을 진행하다 2019년 3월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다 돌연 같은 해 10월 1건의 임상 3상을 재분석한 결과 기억과 사고력, 일상 행동 능력의 감소를 22%까지 늦추는 효능이 있다고 발표하며 혼란을 줬다. 손유리 서울부민병원 신경과 과장은 “같은 데이터를 놓고 다르게 분석해 FDA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베타아밀로이드만 제거해 치료가 가능한지도 의학계에서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BMJ는 “알츠하이머 질환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역할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많다”며 “아두카누맙 승인은 환자나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불확실성을 가져오며 이 논쟁을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부작용 문제도 제기된다. 항체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뇌에 염증이나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손 과장은 “두통이나 현기증, 어지럼증, 구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별한 증상 없이 부작용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FDA도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4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1회 투여에 4321달러(약 500만 원)가 든다. 1년 동안 투여할 경우 5만6000달러(약 6500만 원)가 필요하다.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에이즈 치료제처럼 지속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주기적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이 치료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초의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제라는 점에서 여전히 환자들의 기대는 크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진단을 받은 한 국내 환자는 “원인 치료제란 점에서 기대된다. 빨리 사용해 보고 싶다”고 했다. 아두카누맙의 국내 승인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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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속 쓰레기만 꿀꺽

    일본 남코사가 1980년 내놓은 아케이드 게임 팩맨은 동그란 몸과 큰 입만 가진 게임 캐릭터가 유령을 피해 미로를 오가며 먹이를 먹어 치우는 게임이다. 폭력적이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중독성이 있어 한때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팩맨처럼 몸속을 다니며 몸에 해로운 유해 물질만 찾아서 먹어 치우는 동그란 캡슐을 개발했다. 물속을 누비며 오염물질을 삼키거나 사람의 장속 대장균을 잡아먹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스테퍼노 사카나 미국 뉴욕대 화학과 교수와 윌리엄 어빈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름이 수 μm(마이크로미터·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동그란 몸집에 작은 구멍을 통해 물질을 먹어 치우는 ‘세포 모방체’ 캡슐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9일 공개했다. 생물의 세포는 ‘아데노신삼인산(ATP)’이라는 분자에서 에너지를 얻어 세포막을 통해 물질을 흡수하고 내뱉는다. 이런 과정을 ‘능동수송’이라고 하는데 세포막을 경계로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질이 이동한다. 세포는 이런 방식으로 포도당, 아미노산과 같은 영양분을 막 안으로 흡수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부산물을 세포 밖으로 배출한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세포 외에 이런 기능이 인공적으로 구현된 적은 없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능동수송을 모방한 인공 구조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에 그쳤다. 최시영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스스로 물질을 흡수하며 내뱉을 수 있어야 하고, 원하는 물질만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세포를 모사한 구조체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와 닮은 구조를 가진 캡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지름이 약 8μm인 적혈구와 형태와 크기가 비슷하다. 캡슐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물질을 흡수하고 내뱉는다. 연구팀은 캡슐에 작은 펌프 기능을 집어넣었다. 빛에 반응하는 촉매를 넣어 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캡슐 내부가 진공 상태가 되면서 바깥의 물질을 끌어들이는 원리다. 반대로 빛이 없으면 물질은 그대로 캡슐 안에 갇힌다. 필요에 따라 화학반응을 반대로 유도하면 캡슐 안 물질은 외부로 빠져나간다. 연구팀은 “캡슐이 흡수한 물질은 수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며 “캡슐 구멍의 형태에 따라 원하는 물질만 흡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물에 캡슐을 풀어 넣고 불빛을 쪼인 결과 캡슐이 불순물을 흡수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대장균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캡슐이 대장균을 삼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세포를 모방한 캡슐이 팩맨처럼 다양한 물질을 삼킬 수 있다”며 “향후 캡슐을 수질 정화나 몸속 대장균을 제거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몸속에 필요한 약물을 전달하는 전달체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 몸속에서 활용되려면 독성 시험은 물론이고 위치 추적까지 가능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여러 캡슐을 활용하려면 캡슐 간 통신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당장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영양분을 삼키는 세포 기능을 구현한 캡슐을 아주 작게 만들었고, 표면에 작고 정교한 구멍을 뚫어 물질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까지 구현하는 등 뛰어난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며 “지금까지 찾아보기 어려운 획기적인 연구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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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냉매’ 프레온가스 퇴출해 오존층 보존… 기온 1도 상승 막았다

    한때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로 쓰이던 프레온가스(CFC)는 독성 없는 ‘꿈의 냉매’로 불렸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태양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각국은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여 오존층 파괴 물질 규제에 관한 국제 기후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했다. 프레온가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대체 물질을 개발해 사용을 독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선진국에서는 1996년부터, 개발도상국에서도 2010년부터는 사용이 완전 금지됐다. 의정서는 7월 현재 세계 197개국이 참여한 사상 최대의 전 지구적 협약으로 확대됐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몬트리올 의정서야말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단일 국제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1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2100년까지 기온이 최대 1도 상승하는 상황을 저지했다는 영국 랭커스터대 환경센터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의정서의 과학적 성과를 조명했다.○ “의정서 없었다면 재앙 맞았을 것”오존층은 사람 몸에 직접 닿으면 해로운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해 지표면에 닿는 것을 막는다.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해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단백질과 세포의 DNA가 손상돼 성장이 멈추고 생명을 잃는다. 식물들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식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오존층이 유지돼야 식물들이 잘 자라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도 잘 흡수할 수 있다.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여기에 착안해 오존층이 파괴된 정도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감을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오존층 파괴 정도에 따른 유해 자외선의 지표면 유입을 계산했다. 그런 다음 유해 자외선 양에 따라 식물에 미치는 손상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활용해 광합성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산출했다. 연구팀은 의정서가 채택되지 않았을 경우 2099년까지 이산화탄소 3250억∼6900억 t이 더 배출됐을 것이란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40억 t임을 감안하면 약 10∼20년 치가 추가로 배출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연구팀은 “이는 지구 기온 약 0.5∼1도를 추가로 상승시킬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며 “의정서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재앙적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최근 몬트리올 의정서의 과학적 효과를 소개한 보고서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유엔은 “의정서가 없었다면 오존층 파괴 물질만으로 2070년까지 지구 기온이 평균 2도 이상 상승했을 것”이라며 “이미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350억 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대체 물질 개발, 전 지구적 공동 대응 시급 이런 성과는 의정서 채택 이후 오존층을 보호하고 프레온가스 대체재를 개발하기 위한 각종 연구지원기금이 조성된 결과로 평가된다. 1991년 첫 기금이 조성된 이후 약 39억 달러(약 4조6000억 원)가 모였고 지금까지 약 8600개 연구를 지원했다. 각국은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동시에 대체 물질을 개발하고, 개발에 성공한 뒤에는 기존 오존층 파괴 물질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레온가스는 소화기용 분말 약제로 사용하는 할론가스와 함께 가장 먼저 금지 물질에 포함됐다. 프레온가스의 대체 물질로 쓰는 수소화염화불화탄소(HCFCs)도 2차 규제 물질로 분류해 2030년까지 퇴출할 예정이다. HCFCs는 오존 파괴 정도는 낮았지만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산화탄소의 2000배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존층 파괴 물질 금지에 이어 의정서에 또 한번 기대를 거는 이유다. 몬트리올 의정서 이후 등장한 후속 기후대응 협약과의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둔 1997년 교토 의정서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는 내용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전 지구적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달 12일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년부터 2040년 사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IPCC 보고서 총괄주저자로 참여한 이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9일 기상청의 IPCC보고서 관련 브리핑에서 “하루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온난화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며 “여전히 2100년까지 1.5도 이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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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묘해진 도핑에 더 집요해진 검사기술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대표 선수들은 ‘러시아’라는 국호 대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어색한 단체명을 앞세우고 있다. 2017년 일부 종목 선수들의 도핑 스캔들에 국가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러시아 국가 자격으로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걸 제한했기 때문이다. 도핑은 의도적으로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전문가들이 하루 3교대로 돌아가며 올림픽 기간 내내 약 6000개의 선수 시료를 분석한다. 금지 약물 복용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소변검사다. 체내 대사 과정을 통해 배출된 소변에는 약물 중 분자량이 작은 화학물질들이 녹아 있다. 소변에 유기용매를 섞은 뒤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소변과 유기용매가 두 층으로 분리된다. 이를 영하 30도의 냉각 장치에 넣으면 소변만 언다. 여기서 유기용매를 떼어 휘발시키고 용매에 녹아 있는 금지약물 성분을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C-MS)’ 등을 통해 확인한다. 복용이 금지되는 약물 지정은 갈수록 늘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르면 스포츠 선수들이 먹거나 맞아서는 안 되는 금지 약물이 1999년 40여 종에서 올해 800여 종으로 늘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와 비교해도 300종이나 추가됐다. 과거에는 마약이나 흥분제 같은 분자량이 작은 합성 화합물 정도가 금지 약물로 지정됐지만 기술 진화로 과거에 잡아내기 어려웠던 약물들을 적발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지 약물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람 몸의 단백질 구조와 유사한 고분자 화합물이 늘고 있고 도핑 검사에 걸리지 않는 운동 능력 향상용 유전자 및 혈액을 몸에 주입하기도 한다. 뇌의 특정 부분을 전기로 자극해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뇌 도핑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고분자 화합물은 성장호르몬제다. 특정 단백질(항원)이 몸속에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는 단백질(항체)이 달라붙는데, 약물로 복용한 다양한 단백질(항원) 항체가 혈액과 반응할 경우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낸다. 적혈구만 수혈받아 산소 운반 능력을 극대화시켜 지구력을 높이는 수혈 도핑도 잡아낸다. 도쿄 올림픽에 전문가로 파견된 손정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장은 “도핑 기술을 추격하는 방식이 아닌 선수의 신체 상태와 변화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잡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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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돔도 온난화 때문이었네… 극지방 체력 약해져 더운공기 못 식혀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고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여름 서울은 39.6도, 강원 홍천은 41도까지 올라가며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2018년에 맞먹는 역대급 폭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8년과 올해 폭염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열돔 현상’을 공통적으로 꼽는다.○고기압 뚜껑에 뜨거운 공기 갇혀 열돔 현상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의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이는 현상이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차면서 운동장이 찜통이 됐다고 보면 된다. 태양빛을 받아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면 더운 공기는 위쪽으로, 찬 공기는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대류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상승하던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에 가로막혀 갇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 열돔 현상이 나타난다.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돔 지붕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연구에 따르면 열돔 현상은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고도 5∼7km의 대류권 하층과 고도 10∼11km의 상층에 모두 고기압이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 고기압은 주위보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은 곳으로 무거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하강 기류가 발생한다. 고기압권 상층과 하층에 있는 공기가 내려오면서 압축효과가 생겨 기온이 올라간다. 순차적으로 비구름이 밀려나면서 햇빛이 지면에 더 많이 도달하고, 지면 공기는 더 뜨겁게 달궈진다. 이렇게 달궈진 더운 공기는 가벼워지면서 상층으로 올라가지만 고기압에 눌려 갇히게 된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열돔 현상의 원리를 압력밥솥에 빗대기도 한다.○태풍 북상해야 열돔 사라질 것 최근 한 달간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40∼50도에 이르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11일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낮 최고기온이 56도까지 올라가는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상학자들은 이 폭염의 원인도 열돔 현상으로 지목했다. 멕시코만에서 이동한 고기압과 서태평양고기압이 만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지역의 찜통더위는 대류권 하층에 자리한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에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겹쳐지면서 발생한 열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에 발생한 열돔 현상이 사라지려면 상층부에 자리한 고기압이 해소돼야 한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태풍 같은 열대성 저기압과 부딪혀야 한다”며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는 8월 초 전까지는 열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열돔 현상이 장기화하는 원인을 ‘블로킹 현상’에서 찾고 있다. 대류권 상층과 하층에 형성된 고기압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을 뜻하는 기상학 용어다. 블로킹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연 상태에서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 열 교환이 이뤄지며 급속도로 뒤섞이고 공기 흐름도 빨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라 극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인 극지방과 저위도 지역의 기온 차가 줄고 있다. 공기 순환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지면서 공기 흐름도 느려지는 것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물살이 약해지면 모래가 쌓이는 것처럼 대기 흐름이 약해지면서 공기가 쌓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러 기상학자가 열돔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는 이유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이전에도 열돔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 강도는 별로 세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열돔 현상은 정식 기상학 용어 아냐 열돔 현상은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지만 정식 기상학 용어는 아니다. 정식 예보에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관련 연구들이 많이 나와야 기상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인정받을 수 있고 예보에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열돔 현상의 발생 원인이나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대륙과 해양의 온도 차가 클수록 열돔 현상이 강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나타나고 사라질지 예측불허다. 기상학자들은 열돔 현상 역시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한 사례라고 보고 연구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 교수는 “기상학 연구 투자가 너무 적다 보니 열돔 현상을 연구할 연구자조차 국내에 없다”며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명인 센터장도 “열돔 현상에 따른 폭염은 국가가 예보부터 피해 복구까지 챙겨야 하는 법정재난에 해당한다”며 “폭염의 원인과 피해를 정리하는 연구가 없다면 현재 대응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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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력밥솥’ 같은 열돔 현상, 태풍 북상하는 8월 초까지 지속된다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이 나고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 여름 서울은 39.6도, 강원 홍천은 41도까지 올라가며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2018년에 맞먹는 역대급 폭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8년과 올해 폭염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열돔 현상’을 공통적으로 꼽는다.●고기압 뚜껑에 뜨거운 공기 갇혀열돔 현상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의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이는 현상이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차면서 운동장이 찜통이 됐다고 보면 된다. 태양빛을 받아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면 더운 공기는 위쪽으로, 찬 공기는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대류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상승하던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에 가로막혀 갇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 열돔 현상이 나타난다.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돔 지붕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연구에 따르면 열돔 현상은 기상현상이 일어나는 고도 5~7km의 대류권 하층과 고도 10~11km의 상층에 모두 고기압이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 고기압은 주위보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은 곳으로 무거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하강기류가 발생한다. 고기압권 상층과 하층에 있는 공기가 내려오면서 압축효과가 생겨 기온이 올라간다. 순차적으로 비구름이 밀려나면서 햇빛이 지면에 더 많이 도달하고, 지면 공기는 더 뜨겁게 달궈진다. 이렇게 달궈진 더운 공기는 가벼워지면서 상층으로 올라가지만 고기압에 눌려 갇히게 된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열돔 현상의 원리를 압력밥솥에 빗대기도 한다.● 태풍 북상해야 열돔 사라질 것최근 한 달간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 40~50도에 이르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11일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낮 최고 기온이 56도까지 올라가는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상학자들은 이 폭염의 원인도 열돔 현상으로 지목했다. 멕시코만에서 이동한 고기압과 서태평양 고기압이 만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지역의 찜통 더위는 대류권 하층에 자리한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에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겹쳐지면서 발생한 열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에 발생한 열돔 현상이 사라지려면 상층부에 자리한 고기압이 해소돼야 한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과 부딪혀야 한다”며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는 8월 초 전까지는 열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열돔 현상이 장기화하는 원인을 ‘블로킹 현상’에서 찾고 있다. 대류권 상층과 하층에 형성된 고기압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을 뜻하는 기상학 용어다. 블로킹 현상은 지구 온난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연 상태에서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 열 교환이 이뤄지며 급속도로 뒤섞이고 공기 흐름도 빨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라 극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인 극지방과 저위도 지역의 기온차가 줄고 있다. 공기 순환이 순환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지면서 공기 흐름도 느려지고 있는 것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물살이 약해지면 모래가 쌓이는 것처럼 대기 흐름이 약해지면서 공기가 쌓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러 기상학자들이 열돔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는 이유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이전에도 열돔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 강도는 별로 세지 않았을 것으고 추정하고 있다. ● 열돔 현상은 정식 기상학 용어 아냐 열돔 현상은 최근 신문과 방송에 많이 사용되는 용어지만 정식 기상학 용어는 아니다. 정식 예보에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관련 연구들이 많이 나와야 기상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인정받을 수 있고 예보에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열돔 현상의 발생 원인이나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대륙과 해양의 온도차가 클수록 열돔 현상이 강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나타나고 사라질지 예측불허다. 기상학자들은 열돔 현상 역시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한 사례라고 보고 연구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 교수는 “기상학 연구 투자가 너무 적다보니 열돔 현상을 연구할 연구자조차 국내에 없다”며 “국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 분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도 “열돔현상에 따른 폭염은 국가가 예보부터 피해 복구까지 챙겨야 하는 법정재난에 해당한다”며 “폭염의 원인과 피해를 정리하는 연구가 없다면 현재 대응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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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혈, 눈꺼풀 사진으로 3초 만에 진단한다

    사람의 눈꺼풀을 찍은 사진을 분석해 빈혈을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도 판별이 가능하며 검사 결과도 2, 3초 만에 나와 원격의료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등 활용 범위가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레고리 제이 미국 브라운대 응급의학공학과 교수팀은 눈꺼풀 사진으로 진단하는 예측 모델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15일 소개했다. 빈혈은 혈액 속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부족해지면서 신체 각 조직에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어지럼이나 두통 같은 가벼운 증상에서 방치할 경우 부정맥 심부전 같은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5% 이상이 빈혈을 앓고 있다. 문제는 빈혈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어 채혈검사 없이는 알아채기 힘들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빈혈을 앓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눈꺼풀 결막이 창백해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눈꺼풀 결막은 눈꺼풀 안쪽에 있는 결막으로 눈꺼풀을 아래로 내렸을 때 보인다. 연구팀은 빈혈 환자 142명의 혈액 속 적혈구 수치 정보와 눈꺼풀 결막 사진을 수집했다. 그런 다음 눈꺼풀 결막 색상에 따른 적혈구 수치를 비교해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별도로 빈혈 환자 202명의 눈꺼풀 결막 사진을 예측 모델에 넣어 분석한 결과 72%의 정확도로 환자를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예측 모델의 정확도는 채혈검사보다는 떨어지지만 채혈이 어려운 상황이나 의료 상황이 열악한 곳에서 조기 진단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을 이용한 진단기술은 최근 국내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김성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사진만으로 피부암과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을,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팀은 고혈압 환자를 가려내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들 기술은 모두 조기 진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 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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