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이서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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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서현 차장입니다.

baltika7@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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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영화 첫 아카데미상 보인다… 기생충, 6개부문 노미네이트

    지난해 10월 북미 개봉 이후 북미 관객들과 평단을 사로잡은 ‘기생충’의 열풍에 미국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아카데미상까지 흠뻑 빠졌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3일(현지 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에 ‘기생충’의 이름을 올렸다. 아카데미 최종 후보 발표를 앞두고 미국 주요 매체들은 ‘기생충’이 작품 감독 각본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여기에 미술상과 편집상 후보가 추가되며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냈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은 송강호의 남우조연상 후보 지명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최종 후보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같은 쟁쟁한 작품과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알파벳순으로 지명되면서 가장 마지막으로 호명됐다.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와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할리우드 거장 감독들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고 경쟁하게 됐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非)영어 영화로서는 처음이다. 감독상 부문에서 역대 아시아인 수상자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이 유일하다. 리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로 감독상을 두 차례 받았다. 각본상 후보로는 봉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올랐고 편집상 후보로는 양진모 편집감독, 미술상 후보로는 이하준 미술감독과 조원우 세트디자이너가 각각 올랐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열린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이달 5일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기생충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아카데미를 앞두고 주요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감독상 작품상 등을 휩쓸며 수상 가능성을 높여 왔다. 특히 미국 프로듀서조합 작품상, 작가조합상 각본상 후보, 감독조합상 감독상 후보, 배우조합상 캐스팅 앙상블상 등 아카데미 투표권을 지닌 직능 조합이 수여하는 상 후보로 오르며 아카데미 유력 후보로 꼽혀 왔다. 한편 이승준 감독의 세월호 소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도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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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 아카데미 6개부문 최종후보 올랐다

    봉준호 감독(사진)의 영화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 등 모두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인 데다 주요 부문 후보에 거의 대부분 이름을 올려 겹경사를 맞았다. 후보작 발표는 13일 오전 5시 18분(현지 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됐다. 기생충은 미국 각지의 비평가협회를 비롯해 주요 상을 수십 차례 수상하면서 아카데미에서도 주요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지만 6개 후보에 오른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5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쳤다. 기생충이 6개 부문에 후보로 오름에 따라 한국 영화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작품상에는 기생충을 포함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9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2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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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제국 디즈니, 이제 OTT로 승부수

    올해도 디즈니 제국에 ‘포스’가 함께할 수 있을까. 지난해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거둔 성과는 역대급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들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디즈니 작품이 상위 10위 안에 7편이나 포함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킹’ ‘겨울왕국2’ ‘캡틴 마블’ 등 영화 7편이 거둔 수익을 더하면 97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말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 개봉하자마자 단숨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국내에서 이달 8일 개봉한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의 지난해 작품 수익은 지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디즈니에 지난해는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수년간 꾸준히 벌여온 인수합병(M&A)이 꽃을 피운 해였다. 글로벌 흥행작의 면면을 보면 △루커스필름(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픽사(토이스토리4) △마블(어벤져스, 캡틴 마블)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골고루 안배돼 있다. 디즈니가 올해 국내 극장에 처음 선을 보인 작품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1977년 ‘스타워즈’가 세상에 나온 지 42년 만에 ‘스카이워커 사가(saga·대서사시)’를 마무리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지난해 디즈니가 국내 극장가에서 일군 전무후무한 성적을 고려하면 다소 심심한 시작처럼 보인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에서는 대중문화의 신화 같은 존재로 사랑받은 데 반해 국내에서는 시리즈의 최고 흥행 성적이 320만 명(‘깨어난 포스’·2015년)에 그치는 등 마니아들의 작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북미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지난해 말 일제히 개봉한 데 비해 국내에서는 11월 개봉한 ‘겨울왕국2’에 밀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폭스와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올해 ‘더 뉴 뮤턴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폭스 영화들이 디즈니의 우산 아래 본격적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고 ‘뮬란’ 등 실사 영화가 개봉 예정이지만 지난해 수준의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극장을 벗어나 디즈니의 전체 사업을 보면 올해가 한 세기에 이르는 디즈니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이 케이블TV를 해지하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가는 ‘코드 커팅(code-cutting)’을 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거장 감독들과 손잡고 작품성이 뛰어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후발 주자인 애플TV플러스도 드라마 ‘더 모닝쇼’로 올해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도처에서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선보인 OTT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디즈니 디지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조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의 표현처럼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한편 디지털 리더로서 자신의 유산을 굳건히 하는 계기’인 셈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콘텐츠 업계는 지난해 말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봤지만 11월 한 달 만에 2400만 명을 가볍게 넘겼다. 회당 제작비 160억 원 규모의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만달로리안’이 북미 관객들을 끌어들인 마중물이 됐다. 올해는 마블의 시리즈 ‘완다비전’과 ‘팔콘 앤드 윈터솔져’,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핀오프인 ‘몬스터스 앳 워크’가 예정돼 있다. 해외 진출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서유럽, 일본을 시작으로 인도와 동남아, 10월에 유럽과 남미, 내년에 홍콩과 대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2024년까지 디즈니가 목표로 하는 가입자는 최대 9000만 명. 이를 위해 2024년까지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에 투입할 콘텐츠 제작비는 연간 25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출범 석 달째인 디즈니플러스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유료 OTT들이 ‘더 재미있게, 더 편리하게’를 위한 경쟁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작품을 알파벳순으로 나열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없는 데다 ‘만달로리안’을 제외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미국 매체 시넷은 이를 지적하며 질문을 던졌다. “‘만달로리안’ 시청자들에게 이를 대체할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타워즈’뿐인데, (북미에서) 스타워즈를 안 본 사람이 있나?”▼내년 대만-홍콩과 함께 서비스 예상… 통신 3사 물밑협상 치열▼ 한국 팬들은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를 언제부터 즐길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내년 대만 홍콩과 함께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디즈니를 잡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치열한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복수의 업체와 동시에 계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TT 사업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 있기 때문에 통신사가 디즈니플러스를 잡는 것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즈니의 콘텐츠는 각 통신사 인터넷TV(IPTV)에서 볼 수 있지만 경쟁력을 높이려면 디즈니가 자체 제작해 OTT에서만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OTT ‘웨이브’를 만들었고, KT는 최근 OTT 플랫폼을 ‘시즌’으로 개편했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 20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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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급 성적’ 디즈니, 올해 중대 전환점…‘디즈니 플러스’가 성패 좌우

    올해도 디즈니 제국에 ‘포스’가 함께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거둔 성과는 역대급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들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디즈니 작품이 상위 10위 안에 7편이나 포함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킹’, ‘겨울왕국2’ ‘캡틴 마블’ 등 이들 영화 7편이 거둔 수익을 더하면 93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 개봉하자마자 단숨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국내에서 이달 8일 개봉한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의 지난해 작품 수익은 지금도 계속 커지는 중이다. 디즈니에게 지난해는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수년 간 꾸준히 벌여온 인수합병(M&A)이 꽃을 피운 해였다. 글로벌 흥행작의 면면을 보면 △루카스필름(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픽사(토이스토리4) △마블(어벤져스·캡틴 마블)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안배돼 있다. 디즈니가 올해 국내 극장에 첫 선을 보인 작품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1977년 ‘스타워즈’가 세상에 나온 지 42년 만에 ‘스카이워커 사가(saga·대 서사시)’를 마무리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지난해 디즈니가 국내 극장가에서 이룬 전무후무한 성적을 고려하면 다소 심심한 시작처럼 보인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에서는 대중문화 아이콘을 넘어 신화 같은 존재로 사랑받은 데 반해 국내에서는 시리즈의 최고 흥행 성적이 320만 명(‘깨어난 포스’·2015년)에 그치는 등 마니아들의 작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북미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지난해 말 일제히 개봉한데 비해 국내에서는 11월 개봉한 ‘겨울왕국2’에 밀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폭스와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올해 ‘더 뮤턴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폭스 영화들이 디즈니의 우산 아래 본격적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고 ‘뮬란’ 등 실사 영화가 개봉예정이지만 지난해 수준의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극장을 벗어나 디즈니의 전체 사업을 보면 올해가 한 세기에 이르는 디즈니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케이블을 해지하며 OTT서비스로 넘어가는 ‘코드 컷팅(code-cutting)’을,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거장 감독들과 손잡고 작품성 뛰어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후발주자인 애플TV플러스도 드라마 ‘더 모닝쇼’로 올해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도처에서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선보인 ‘디즈니 플러스’가 올해 디즈니 디지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조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의 표현처럼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한편 디지털 리더로서 자신의 유산을 굳건히 하는 계기’인 셈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말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 콘텐츠 업계의 예상치를 비웃듯 11월 한 달 만에 가입자 2400만 명을 가볍게 넘겼다. 회당 제작비 160억 원 규모의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만달로리안’이 북미 관객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마블의 시리즈 ‘완다 앤 비전’과 ‘팔콘 앤 윈터솔져’,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핀오프인 ‘몬스터스 앳 워크’가 예정돼 있다. 해외진출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서유럽, 일본을 시작으로 인도와 동남아, 10월 유럽과 남미, 홍콩 대만은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2024년까지 디즈니가 목표로 하는 가입자는 최대 9000만 명. 이를 위해 2024년까지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에 투입할 콘텐츠 제작비는 연간 25억 달러(약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출범 두 달 째인 디즈니플러스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유료 OTT서비스들이 ‘더 재미있게, 더 편리하게’를 위한 경쟁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알파벳순으로 나열한 직관적이지 못한 정렬방식과 ‘만달로리안’을 제외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미국 매체 씨넷은 이를 지적하며 질문을 던졌다. “‘만달로리안’ 시청자들에게 이를 대체할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타워즈’ 뿐인데, (북미에서) 스타워즈를 안 본 사람이 있나?”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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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의 한마디, 전세계 영화팬 뒤흔들다

    ‘봉준호가 말했다. 미국인들은 글을 못 읽는다고.’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 해외 영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들은 봉 감독의 발언이 외국어 영화를 기피하는 미국 관객이 새겨 들을 만한 내용이라며 ‘짤방(meme)’ 형태로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당신(미국인)들은 왜 하루 종일 SNS는 읽으면서 자막은 못 읽나” “봉준호가 말했다. ‘읽는 법을 좀 배우세요’” 등 미국 중심 사고방식을 스스로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미국 관객들은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해 배타적이다. 이번 수상으로 봉 감독이 지난해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니까”라는 발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열린 시상 장면이 올라온 유튜브 동영상에는 ‘기생충이 1개 부문 수상에 그치다니 여전히 미국 영화제는 지역적’이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봉 감독의 수상 소감에 대해 ‘완벽하게 다듬어진 한 문장으로 미국 관객들의 자막 반감에 대해 외쳤다’고 전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임보미 기자}

    •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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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것은 영화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영화입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 영화 ‘기생충’이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발표했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 끝나자마자 관객석에 있던 할리우드 유명 감독, 배우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 TV 콘텐츠에 대해 시상하는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콘텐츠가 수상한 것은 처음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할리우드 영화계의 높은 벽을 넘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 봉 감독은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지만 세계 영화산업의 심장부 할리우드는 유독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이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어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개봉한 이후 상영하는 곳마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기생충’은 북미에서만 2390만 달러(약 280억 원), 세계적으로는 1억2974만 달러(약 1518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가장 큰 규모다. 극 중에서 기정(박소담)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가 ‘제시카 징글(Jessica Jingle)’로 북미 관객들 사이에서 아카데미 주제가상으로 꼽히는가 하면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골든글로브를 앞두고 열린 ‘기생충’ 파티에 참석해 봉 감독과 송강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기생충’은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북미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골든글로브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4일 열린 전미비평가협회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비롯해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 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서 약 50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시상식을 앞두고 쏟아진 예측 기사에서도 외신은 골든글로브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기생충’의 몫이라고 평가했다.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미국 관객들이 ‘기생충’과 사랑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영화는 가난한 자와 부자,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대를 모았던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다음 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수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골든글로브 감독상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을 만든 샘 멘데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송강호는 기자간담회에서 “골든글로브도 크고 중요한 시상식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오스카다. 봉 감독이 아쉽게 감독상에서 탈락한 불운을 오스카에서 반드시 달성하리라 생각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 전 펼쳐지는 프로모션 캠페인을 ‘선거운동’에 비유하며 “칸의 황금종려상, 한국의 1000만 관객의 선물을 받은 작품이라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즐거운 소동이다. 오스카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한국 영화산업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리우드를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이 수여하는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상은 배우와 감독 등 영화 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8000여 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회원의 일부가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 미국감독조합과 미국배우조합이 수여하는 상이 아카데미 수상의 가늠자가 되는데 ‘기생충’은 미국배우조합의 작품상 격인 캐스팅상 후보에 올라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따낼 첫 외국어 영화로 ‘기생충’을 언급하는 이유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에 예비 후보로 선정됐으며 13일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체 후보가 발표된다.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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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아콰피나 “어머니가 한국계… 한때 ‘김치찌개’라는 예명도 생각”

    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여배우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32·사진)가 영화 ‘더 페어웰’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의 영화 부문에서 한국계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그는 케이트 블란쳇, 에마 톰슨, 아나 데 아르마스, 비니 펠드스타인 같은 쟁쟁한 후보들을 눌렀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여배우 샌드라 오가 아시아계 최초로 진행을 맡은 데 이어 TV 드라마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오는 2006년 TV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적도 있다. 중국계 룰루 왕 감독의 영화 ‘더 페어웰’은 불치병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가족들이 가짜 결혼식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이는 과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아콰피나는 수상 소감으로 “일생의 기회를 준 왕 감독에게 감사하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아버지와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 그리고 하늘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 중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콰피나는 2018년 개봉한 영화 ‘오션스8’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독특하고 유쾌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 갈매기 스커틀 역으로 캐스팅됐으며 마블의 아시아인 히어로물 ‘샹치’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아콰피나’라는 예명은 고교 시절 생수 상표명에서 따서 지었으며 ‘김치찌개’라는 예명도 생각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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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 조작논란에 엑스원 결국 해체… “각 소속사 입장 존중”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을 통해 탄생한 그룹 엑스원(X1)이 투표 조작 논란에 결국 해체했다. 엑스원 멤버들이 소속된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사 9곳은 엠넷과의 회의 끝에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6일 밝혔다. 엑스원은 지난해 8월 정식으로 데뷔한 후 조작 논란으로 활동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소속사들은 “각 멤버 소속사와 (활동에 관한)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협의하였으나 합의되지 않아 해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엠넷은 “엑스원의 활동 재개를 위해 노력했지만 엑스원 해체를 결정한 소속사들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인정했다. 시청자 투표로 데뷔 멤버를 결정하는 ‘프로듀스X101’과 ‘프로듀스48’은 투표 조작 논란으로 제작진이 구속되며 파문이 일었다. CJ ENM은 이에 지난달 30일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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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기생충, ‘할리우드 장벽’ 넘었다…평론가 “아카데미 수상도 기대”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영화입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제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에 관객석에 앉은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 배우들 사이에서 일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상 수상은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 역사 100년 사상 할리우드 영화계의 높은 벽을 넘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영화와 드라마를 아울러 한국 콘텐츠가 골든글로브에서 후보에 오른 데 이어 트로피까지 거머쥔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봉 감독은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지만 세계 영화산업의 심장부 할리우드는 유독 자막을 읽어야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이미 ‘1인치’의 장벽을 뛰어 넘어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첫 개봉한 이후 상영하는 곳마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기생충’은 북미에서만 2390만 달러(약 280억 원), 세계적으로는 1억2974만 달러(약 1518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가장 큰 규모다. 극중에서 기정(박소담)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가 ‘제시카 징글(Jessica Jingle)’로 북미 관객들 사이에서 아카데미 주제가상으로 꼽히거나 핼러윈 코스튬으로 재생산되는 등 관객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입소문을 탔다.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골든글로브를 앞두고 열린 ‘기생충’ 파티에 참석해 봉 감독과 송강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의 영화’로 꼽을 정도였다. ‘기생충’은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북미 평단의 찬사를 함께 받으며 골든글로브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4일 열린 전미비평가협회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기에 앞서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 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서 약 50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시상식을 앞두고 쏟아진 예측 기사에서도 외신은 골든글로브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기생충’의 몫으로 평가했다.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 직후 프레스룸에서 가진 질의응답에서 미국 관객들이 ‘기생충’과 사랑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영화는 가난한 자와 부자,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대를 모았던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다음달 9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골든글로브 감독상은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을 만든 샘 멘데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샘 멘데스와 쿠엔틴 타란티노는 최근 20년 간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감독이라 이들의 수상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생충’이 이들의 작품과 경쟁했다는 것으로도 대단한 기록이지만 외국어 영화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대중적인 성공과 호평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아카데미 수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를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이 수여하는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상은 배우와 감독 등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8000여 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회원의 일부가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 미국감독조합과 미국배우조합이 수여하는 상이 아카데미 수상 여부의 가늠자가 되는데 기생충은 ‘아이리시 맨’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함께 미국배우조합의 작품상 격인 캐스팅 상 후보에 올라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따낼 첫 외국어 영화로 기생충을 언급하는 이유다. 기생충은 이미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2개 부문에 예비 후보로 선정됐으며 13일(현지시간)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체 후보가 발표된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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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자막 장벽 뛰어넘길”…영화 ‘기생충’,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화 ‘기생충’이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TV 컨텐츠에 대해 시상하는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컨텐츠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골든글로브마저 거머쥐면서 한국 영화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제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발표했다. ‘기생충’은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와 더불어 ‘더 페어웰’ ‘레미제라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과 경쟁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자막의 장벽은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며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은 불발됐다. 감독상은 영화 ‘1917’의 샘 멘데스,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받았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2월 9일(현지시간) 예정된 제92회 아카데미 상 수상 여부에도 기대가 모인다. ‘기생충’은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로 선정됐으며 이달 13일 감독상, 각본상 등 전체 부문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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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밀레니얼을 위한 사회주의 다시보기

    ‘자유, 이 얼마나 개 같은 헛소리인가.’ 발칙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류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 밀레니얼을 둘러싼 사회 환경을 진단했다. 호주의 라디오 진행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사회 정치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독자라도 복잡한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숙한 언어로 풀어냈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들여다보기 위해 역설적으로 마르크스식 사회주의라는 ‘케케묵은’ 개념을 끌어들인다. 대다수 사람들이 가난해질 때 현실 정치에서 일어날 수 있는 2016년 미국 대선 사례, 젊은 인력이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하는 기그 이코노미 등 지금 세계 어디서나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저자의 희망처럼 다원성과 공감 능력을 갖춘 밀레니얼이 우울한 현실을 타개할 유일한 혁명세력이 될 수 있을까.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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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팬심 잡아라” 할리우드 스타들의 K-스킨십

    ‘내한(來韓)의 정석.’ 영화 ‘캣츠’의 톰 후퍼 감독이 지난달 소화한 1박 2일 내한 일정을 두고 온라인에서 나오는 영화 팬들의 평가다. “나도 아카데미 회원으로 ‘기생충’의 수상에 한 표를 행사했다”거나 “김연아 선수의 나라에 와서 기쁘다”, “한국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한국 영화 팬들과 한국 문화를 치켜세웠다.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고 ‘톰 감독’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썼다. 영화관에서 일일 티켓 판매도 체험했다. 영화는 비록 혹평을 받았지만 그의 적극적인 행보에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K-민심’을 감동시켰다”며 “‘캣츠’ 예매 운동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지난해 역대 최다 관객을 달성한 한국 영화 시장이 글로벌 흥행을 가늠하는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개봉 전 한국을 찾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한국 음식, 핫플레이스를 적극적으로 즐겨 팬들의 눈길을 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찬사가 형식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고, 자연스럽게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 큰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로 내한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등장해 온몸을 던져 딱지치기와 제기차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로부터 ‘예능계 블루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8년 영화 ‘데드풀2’로 한국을 찾았을 때도 MBC ‘복면가왕’에 깜짝 출연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할리우드와 다른 한국의 독특한 버라이어티 쇼 문화에 대해 사전 설명했으나 레이놀즈 등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촬영을 즐겨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의 ‘먹방’도 팬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사례다. ‘캡틴 마블’로 내한한 배우 브리 라슨은 서울 광장시장의 명물 마약김밥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사진을,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티모테 샬라메는 양념치킨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서울 인사동에서 직접 산 개량한복 바지를 입고 팬 미팅 레드카펫에 등장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4월 ‘아이언맨’ 역할로는 마지막으로 찾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내한 팬미팅에서 앙코르를 하듯 무대 위로 다시 올라와 “진심을 표하지 않고 그냥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예정에 없던 인사를 전해 팬들을 감동시켰다. 반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는 합장 인사를 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행사 예정 시간에 잇달아 지각한 팝 스타 리애나는 팬들의 빈축을 샀다. 해외 스타들의 내한 일정은 1박 2일∼2박 3일에 불과해 방문 전 배급사와 홍보사를 통해 공식 일정을 조율한다. 가끔 배우들이 홍보와 관련 없이 특별히 일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주연 톰 홀랜드가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을 방문해 환아들과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홀랜드는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세계 곳곳의 어린이병원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이 트렌디한 도시로 떠오르면서 한국 구석구석을 즐기는 스타들도 있다. 배우 제이크 질런홀은 영화 ‘옥자’ 때 인연을 맺은 한국 내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한강공원 등 서울 여러 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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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ENM, 프듀 투표조작 사과… “300억 기금 조성해 음악인 지원”

    허민회 CJ ENM 대표는 조작 논란이 불거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 재개를 지원하겠다고 30일 밝혔다. 허 대표는 “두 그룹의 활동을 통해 얻는 엠넷의 이익을 모두 포기하며 이른 시일 안에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J ENM은 순위 조작 관련 프로그램으로 얻은 이익과 앞으로 발생할 이익을 모두 내놓아 음악의 다양성 확보를 지원하는 3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회사 내부에 콘텐츠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된 후 방송 재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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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백두산’ 주연 하정우 “시나리오 잠재력 믿고 즉흥 코믹연기”

    19일 개봉한 영화 ‘백두산’은 재난영화보다는 한 편의 버디 영화(우정을 그린 영화)에 가깝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남한군 대위 ‘인창’ 역의 하정우(41)와 북한 스파이 ‘준평’을 연기한 이병헌의 연기 합이 함께 찍은 첫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다. ‘한반도의 운명을 떠안은 남자’라고 하면 완벽한 히어로를 연상케 하지만 하정우가 연기한 인창은 여기에 허둥대고 긴장하는 인간미를 한 스푼 얹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20일 만난 하정우는 “시나리오에 확장 가능성이 있는 면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재력을 느꼈죠. 그래서 코믹 요소를 많이 살렸어요.” 시나리오에서 단선적이고 진지했던 두 캐릭터가 이들을 만나 천연덕스러운 유머로 다시 태어났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강남역이 무너지고 화산재가 날리는 재난 상황에서도 숨을 돌리며 극 중 인물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장갑차 안에서 수갑을 찬 인창이 준평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애드리브가 가장 잘 살아있는 장면. “병헌이 형이 시나리오와 다르게 수정을 많이 해서 애드리브를 했어요. 저도 덩달아 리액션을 했죠. 그 장면은 촬영하면서 저희뿐 아니라 감독님들도 재미있어 하셨어요.” 그는 이병헌을 가리켜 ‘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병헌이 형은 매 테이크마다 같은 에너지를 쏟아요.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힘도 세서 ‘형 20대 같아요’라고 할 정도였어요. 왜 1등으로 살아남는 배우인지 몸소 체험했어요. 저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병헌이 형 별명요? ‘연기 기계’, ‘연기 알파고’라고 할까요?” 그가 주연을 맡은 ‘신과 함께 1, 2’처럼 이번 작품도 컴퓨터그래픽(CG)이 또 다른 주연이다. 아무것도 없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감정을 잡는 것이 어색할 법한데도 그는 “어느 촬영장이든 블루 스크린이 있을 정도로 제작 환경이 변해서 이제는 익숙하다”고 했다. 오히려 가장 불편했다고 토로한 건 군복과 헬멧, 총으로 무장한 의상. “헬멧에 총까지 들면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현장에서 같은 장면이라도 장갑을 껴야 하나, 헬멧을 벗어야 하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정도였어요.” 내년은 강제규 감독의 작품 ‘보스턴 1947’ 촬영을 위해 호주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해외 촬영 일정이 빠듯하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대로 여전히 많이 걷는 중이다. 제작과 감독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고 있다. 잘되는 일, 기대만큼 되지 않는 일도 있지만 결과에 개의치 않고 늘 유쾌하게 지내려 애쓴다. “힘든 시간도 지나고 보면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PMC: 더 벙커’ 같은 경우 아쉽지만 또 하나의 작품으로 남기 마련이잖아요. 좋은 날이 있으면 슬픈 날, 컨디션 안 좋은 날이 있는 것처럼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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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후배로 동료로 30여년 한길 “눈빛만으로도 通합니다”

    《멜로 영화의 장인 허진호 감독은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에서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군신 관계를 ‘브로맨스’로 그렸다. 신분을 넘어 오랜 기간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캐릭터의 모습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로 30년째 ‘배우’의 한길을 걷는 두 사람과 닮았다. 이들이 ‘쉬리’(1999년) 이후 20년 만에 영화에서 다시 만났다. 》○ 장영실 역 최민식 허 감독이 시나리오를 건네며 그러더군요. 석규와 상의해서 세종과 장영실 배역을 정하라고요. 장영실이 보다 표현할 것이 많은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은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의 생애는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갑자기 역사 기록에서 사라진 장영실. 배우 최민식(57·사진)은 영화 ‘천문’ 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를 스크린에 불러냈다. 오로지 연구밖에 모르는 장인이면서도 유일하게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주군 세종을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따르며 때로는 질투심마저 드러낸다. 1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최민식은 “왕과 신하의 뻔한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는 업적을 만드는 동안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요즘말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마냥 좋기만 했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의견대립도 하고, 격론도 벌이고, 때로는 정말 아이들처럼 미니어처 같은 걸 가지고 천진난만하게 좋아했을 수도 있잖아요.” 영화의 완성에 큰 공을 세운 건 30년간 함께 한길을 걸어온, 눈빛만으로도 이해하는 두 사람의 우정이다. 그는 한석규를 가리켜 “저렇게 변함없는 철학과 자세, 변함없는 톤으로 20대나 50대나 한결같이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표현했다. 이들이 펼치는 연기 대결의 진가는 영화의 막바지에 세종과 장영실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들에서 발휘된다. “탁구 칠 때 서브 넣고 왔다 갔다 하다 스매싱 들어오잖아요. 사전 리허설 없이도 리시브가 됐어요. 이게 궁합이다 싶었죠. 석규 눈만 들여다봐도 슬프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먼저 나왔는데, 석규가 따라서 같이 우는 겁니다. 시나리오에는 ‘우는 장영실’이라는 표현도 없었는데….” 영화 곳곳에는 한석규와 함께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머리를 맞댄 흔적이 녹아있다. 시나리오에는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별을 보며 걷는 장면이 임금과 노비의 신분을 뛰어넘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함께 드러누워 마음속 이상을 터놓는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 한 예다. ○ 세종 역 한석규배우 한석규(55·사진)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년)로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의 모습을 깊이 각인시켰다. 새로운 배역에 욕심을 낼 법도 한데, 그는 왜 영화 ‘천문’에서 또다시 ‘세종’ 역을 선택했을까. “이해하고 익숙해지려면 최소 다섯 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도(李祹·세종의 이름)’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였습니다.”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한석규는 이번 작품을 앞두고 ‘세종을 그토록 백성을 사랑하는 왕으로 만든 것은 누굴까’라는 질문에 매달렸다고 했다. “‘뿌리 깊은 나무’를 찍을 때는 세종이 아버지(태종 이방원)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천문’을 찍으며 다시 생각해보면 세종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멸문지화를 당한 어머니에 대한 마음, 그런 사람이 장영실을 죽였을까요? 어떻게든 (백성들을) 살려보려는 마음으로 만든 게 한글일 텐데요.” 세종과 장영실에 대한 그의 해석과 상상은 달리 보면 30년 지기 배우 최민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20대 초반 대학 선후배로 만난 이들은 드라마 ‘서울의 달’(1994년), 영화 ‘넘버3’(1997년), ‘쉬리’(1999년)를 거쳐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가끔 ‘소년 최민식’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로 돌아가 ‘너 왜 연기를 하니?’라고 묻고 싶다”고 말하는 한석규의 얼굴에 트레이드마크인 천진난만한 미소가 번졌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최민식은 작은 불씨로 시작한 감정을 활활 불태우는 ‘불같은 배우’, 자신은 조용히 감정을 모아 봇물 터지듯 터뜨리는 ‘물 같은 배우’다. 연기 스타일은 물과 불만큼이나 다르지만, 한석규는 서로를 가리켜 ‘같은 상상을 하고 같은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하려는 일은 사실 같아요. 돌고 돌아 ‘사람’이에요. 민식이 형은 그걸 ‘연민’이라고 표현합니다. 측은한 마음, 사람만 들여다보는 사람만 아는 그런 마음. 세종도 그런 마음이 많은 사람이지요.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도 그랬을 겁니다.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그래서 서로 대화하면서 살아있는 걸 느끼는 관계요. 저와 민식이 형처럼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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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식 “허감독이 한석규와 상의해 세종-장영실 배역 정하라고…”

    《멜로 영화의 장인 허진호 감독은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에서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군신 관계를 ‘브로맨스’로 그렸다. 신분을 넘어서 오랜 기간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캐릭터의 모습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로 30년 째 ‘배우’의 한 길을 걷는 두 사람과 닮았다. 이들이 ‘쉬리’(1999년) 이후 20년 만에 영화에서 다시 만났다. 》 ▼ “석규 같은 동료가 옆에 있는 건 존재만으로도 든든” ▼“허 감독이 시나리오를 건네며 그러더군요. 석규와 상의해서 세종과 장영실 배역을 정하라고요. 장영실이 보다 표현할 것이 많은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은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의 생애는 미스터리에 싸여있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갑자기 역사 기록에서 사라진 장영실. 배우 최민식(57)은 영화 ‘천문’을 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를 스크린에 불러냈다. 오로지 연구밖에 모르는 장인이면서도 유일하게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주군 세종을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따르며 때로는 질투심마저 드러낸다. 1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최민식은 “왕과 신하의 뻔한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는 업적을 만드는 동안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요즘말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마냥 좋기만 했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의견대립도 하고, 격론도 벌이고, 때로는 정말 아이들처럼 미니어처 같은걸 가지고 천진난만하게 좋아했을 수도 있잖아요.” 영화의 완성에 큰 공을 세운 건 30년간 함께 한 길을 걸어온, 눈빛만으로도 이해하는 두 사람의 우정이다. 그는 한석규를 가리켜 “저렇게 변함없는 철학과 자세, 변함없는 톤으로 20대나 50대나 한결같이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표현했다. 이들의 펼치는 연기 대결의 진가는 영화의 막바지 세종과 장영실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들에서 발휘된다. “탁구 칠 때 서브 넣고 왔다 갔다 하다 스매싱 들어오잖아요. 사전 리허설 없이도 리시브가 됐어요. 이게 궁합이다 싶었죠. 석규 눈만 들여다봐도 슬프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먼저 나왔는데, 석규가 따라서 같이 우는 겁니다. 시나리오에는 ‘우는 장영실’이라는 표현도 없었는데….” 영화 곳곳에는 한석규와 함께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머리를 맞댄 흔적이 녹아있다. 시나리오에는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별을 보며 걷는 장면이 임금과 노비의 신분을 뛰어넘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함께 드러누워 마음 속 이상을 터놓는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 한 예다. “장영실이 그런 것처럼, 석규 같은 동료가 옆에 있는 건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는 의미입니다. 지금도 ‘형은 왜 연기하려고 그래?’라고 끊임없이 물어요. 그건 사실 본인에게 물어보는 거죠. 진지하면서 성실한 후배, 같이 작품을 안 할 수가 없겠죠?” ▼ “최민식과 같은 상상을 하고 같은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사이” ▼ 배우 한석규(55)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년)로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의 모습을 깊이 각인시켰다. 새로운 배역에 욕심을 낼 법도 한데, 그는 왜 영화 ‘천문’에서 또 다시 ‘세종’ 역을 선택했을까. “이해하고 익숙해지려면 최소 다섯 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도(李祹·세종의 이름)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였습니다.”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한석규는 이번 작품을 앞두고 ’세종을 그토록 백성을 사랑하는 왕으로 만든 것은 누굴까‘라는 질문에 매달렸다고 했다. “’뿌리 깊은 나무‘를 찍을 때는 세종이 아버지(태종 이방원)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천문‘을 찍으며 다시 생각해보면 세종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멸문지화를 당한 어머니에 대한 마음, 그런 사람이 장영실을 죽였을까요? 어떻게든 (백성들을) 살려보려는 마음으로 만든 게 한글일 텐데요.” 세종과 장영실에 대한 그의 해석과 상상은 달리 보면 30년 지기 배우 최민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20대 초반 대학 선후배로 만난 이들은 드라마 ’서울의 달‘(1994년), 영화 ’넘버3‘(1997년), ’쉬리‘(1999년)를 거쳐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가끔 ’소년 최민식‘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로 돌아가 ’너 왜 연기를 하니?‘라고 묻고 싶다”고 말하는 한석규의 얼굴에 트레이드마크인 천진난만한 미소가 번졌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최민식은 작은 불씨로 시작한 감정을 활활 불태우는 ’불같은 배우‘, 자신은 조용히 감정을 모아 봇물 터지듯 터뜨리는 ’물 같은 배우‘다. 연기 스타일은 물과 불만큼이나 다르지만, 한석규는 서로를 가리켜 ’같은 상상을 하고 같은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하려는 일은 사실 같아요. 돌고 돌아 ’사람‘이에요. 민식이 형은 그걸 ’연민‘이라고 표현합니다. 측은한 마음, 사람만 들여다보는 사람만 아는 그런 마음. 세종도 그런 마음이 많은 사람이지요.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도 그랬을 겁니다.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그래서 서로 대화하면서 살아있는 걸 느끼는 관계요. 저와 민식이 형처럼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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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 주연 하정우 “이병헌, 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는 사람”

    19일 개봉한 영화 ‘백두산’은 재난영화보다는 한 편의 버디무비에 가깝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남한군 대위 ‘인창’역의 하정우와 북한 스파이 ‘준평’을 연기한 이병헌의 연기합이 함께 찍은 첫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다. ‘한반도의 운명을 떠안은 남자’라고 하면 완벽한 히어로를 연상케 하지만 하정우가 연기한 ‘인창’은 여기에 어딘가 허둥대고 긴장하는 인간미를 한 스푼 얹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20일 만난 하정우는 “시나리오에 확장 가능성이 있는 면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여러 편의 재난영화를 보셨을 텐데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재력을 느꼈죠. 그래서 코믹 요소를 많이 살렸어요.” 시나리오에서 단선적이고 진지한했던 두 캐릭터가 이들을 만나 천연덕스러운 유머로 다시 태어났다. 덕분에 관객들은 강남역이 무너지고 화산재가 날리는 재난상황에서도 숨을 돌리며 극 중 인물에 더 인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장갑차 안에서 수갑을 찬 ‘인창’이 ‘준평’과 티격태격 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애드리브가 가장 잘 살아있는 장면. “병헌이 형이 시나리오와 다르게 수정을 많이 해서 애드리브를 했어요. 저도 그래서 덩달이 리액션을 했죠. 그 장면은 촬영하면서 저희 뿐 아니라 감독님들도, 그리고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어 하셨어요.” 그는 상대역 이병헌을 가리켜 ‘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병헌이 형은 매 테이크 마다 같은 에너지를 쏟아요.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힘도 세서 ‘형 20대 같아요’라고 할 정도였어요. 왜 1등으로 살아남는 배우인지 몸소 체험했어요. 그래서 저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병헌이 형 별명이요? ‘연기 기계’? ‘연기 알파고’라고 할까요?” 그가 주연을 맡은 ‘신과 함께 1,2’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컴퓨터그래픽(CG)이 또 다른 주연이다. 아무것도 없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감정을 잡는 것이 어색할 법 한데도 그는 “어느 촬영장이든 블루 스크린이 있을 정도로 제작 환경이 변해서 이제는 익숙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가 촬영 때 가장 불편했다고 토로한 것은 군복과 헬멧, 총으로 무장한 의상. “헬멧에 총까지 들면 움직이는 데에 한계가 있거든요. 현장에서 같은 장면이라도 장갑을 끼어야 하나 헬멧을 벗어야하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정도였어요.” 내년은 강제규 감독의 작품 ‘보스턴 1947’ 촬영을 위해 호주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해외 촬영 일정이 빠듯하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대로 여전히 걷는 중이다. 제작과 감독에 대한 관심 역시 놓지 않고 있다. 잘 되는 일, 기대만큼 되지 않는 일도 있지만 그는 결과에 개의치 않고 늘 그답게 유쾌하게 지내려 애쓴다. “힘든 시간도 나중에 지나고 보면 거기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PMC: 더 벙커’ 같은 경우 아쉽지만 속상해도 또 하나의 작품으로 남기 마련이잖아요. 좋은 날이 있으면 슬픈 날, 컨디션 안 좋은 날이 있는 것처럼요.”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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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히틀러 독살을 막던 나치의 ‘기미상궁’들

    스물여섯 살 로자가 끌려간 것은 운 나쁘게도 단지 그 도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영국이 자신을 독살할 것을 두려워한 히틀러는 근처의 여성들을 모아 자신의 음식을 먼저 먹어보게 했다. 로자와 같은 이유로 모인 여성 열 명은 매일 히틀러가 먹게 될 음식을 앞서 먹으며 죽음의 공포와 진수성찬의 희열을 함께 느낀다. 실제 히틀러의 검식관으로 강제 동원됐던 독일 여성 마르고트 뵐크의 인터뷰에서 영감을 얻어 이탈리아 저자가 쓴 소설이다. 히틀러가 시킨 일을 하면 음식을 먹다 독살당하고, 거부해도 죽는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전쟁이 끝나면 나치 추종자로 숨어 지내야 한다. 로자가 머문 병영은 거대한 모순덩어리다. 수많은 살육을 저지른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였다는 사실만큼이나 이율배반적인,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나치 추종자들과 이들을 옭아맨 전쟁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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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주제가상 예비후보 선정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내년 2월 9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국제영화상과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분장, 음악, 주제가, 단편 애니메이션, 라이브액션 단편 등 9개 부문의 예비후보를 17일 발표했다. ‘기생충’과 함께 마티 디오프 감독의 ‘아틀란틱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드 글로리’ 등 총 10편이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AMPAS는 이번 시상식에서 총 91편의 작품을 심사했다. 기생충은 엔딩곡 ‘소주 한 잔’으로 ‘주제가상’ 부문에도 예비후보로 올랐다. 봉 감독이 작사를 맡고, 극중 기택네 장남 기우를 연기한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부른 노래다. 정재일 음악감독의 곡에 요즘 젊은이들의 고달픈 초상을 대변하는 가사를 봉 감독이 직접 썼다. 봉 감독은 국내 개봉 당시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이 노래의 가사를 끝까지 듣는 것을 감상 팁으로 제안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주제가상 부문에는 ‘스피치리스’(알라딘) ‘인투 디 언논’(겨울왕국2) ‘스피릿’(라이온 킹) 등 총 15편이 후보에 올랐다. 외신들은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에서 국제영화상뿐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지만 주제가상은 뜻밖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예비후보에 봉 감독의 ‘옥자’가,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각각 올랐지만 모두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최종 후보작은 내년 1월 13일 발표한다.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작도 함께 공개한다. 시상식은 2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극장에서 열린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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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인은 누구인가… 허를 찌르는 추리의 맛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할란 트롬비가 고풍스러운 저택의 서재에서 피를 흘린 채 발견된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때는 할란의 85세 생일을 기념하는 가족 모임 다음 날. 가족뿐 아니라 할란의 간병인과 가사도우미도 용의선상에 놓인다.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이 등장한다. 미국 개봉 당시 리뷰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평점 97%(100% 만점)를 받은 ‘나이브스 아웃’이 ‘겨울왕국2’의 흥행 열풍 속에서 입소문으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16일 기준으로 약 48만 명이 관람했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 흥미를 갖는 첫 번째 요소는 한자리에 다 모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이다. 탐정 블랑 역에는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가, 작가 할란 역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대령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각각 맡았다. 플러머는 올해 90세다.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번스가 할란의 손자 랜섬을 연기하고 ‘셰이프 오브 워터’의 마이클 섀넌, 넷플릭스 시리즈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캐서린 랭퍼드,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아나 데 아르마스까지 익숙한 얼굴들이 각자 맡은 배역에 맞춰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 설정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아서 코넌 도일의 추리 소설에 나오는 탐정 에르퀼 푸아로나 셜록 홈스의 활약을 연상시키지만 영화는 범인과 죽음의 이유를 모두 알린 채 시작하며 관객의 허를 찌른다. 블랑과 함께하는 관객의 진짜 추리는 여기부터다. 블랑은 증거와 범인, 사망 원인까지도 퍼즐 맞추듯 추리해 나가는데 고전 추리소설의 공식에 익숙한 관객들은 서서히 알쏭달쏭해지기 시작한다. 지목된 범인이 진짜인가. 아니면 여전히 관객은 속고 있는 것인가. 관객들은 자신이 탐정 블랑이 되어 사건을 다시 촘촘히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로 꼽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상징하는 반(反)이민 정책을 비롯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풍자, 추리소설 속 배경에 걸맞게 기묘하게 설정된 할란의 저택을 보는 시각적 재미도 곁들인다. 영화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의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각본의 치밀함에 ‘나이브스 아웃’의 원작 소설을 검색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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