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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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6-01-10~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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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과 어울리지 않던 ‘악바리’, 연극밖에 모르는 악바리 됐죠”

    “받은 트로피는 부모님 댁으로 보냈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트로피였다. 수상 후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신유청 연출가(39)는 “얼떨떨하기만 하다”고 했다.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의문도 생겼고, 창피한 마음이 차오를 때도 있었다. 결국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트로피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연극판에 몰두하고 있다. “요즘엔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작업한 ‘우리’가 상을 받았다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난해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와 ‘와이프’로 제5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을 수상한 신 연출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연극 인생이 참 신묘막측하다”고 했다. 학업 경쟁이 싫어 도망치듯 택한 연극이었다. 계원예고 진학 후에도 “악바리 기질 말고는 연극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당시 1학년 학생 모두가 우러러보던 3학년 조승우, 최재웅 선배의 뮤지컬 ‘돈키호테’의 스태프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공연 당일 크게 지각해 선생님과 선배에게 불호령을 들었고, 이후 공연장에 발도 붙이지 못했다. 연극과 겉돌던 그에게 ‘그날’은 갑자기 찾아왔다. 당시 계원예고에서 연극을 가르치던 김달중 연출가의 제안으로 연극 ‘우리읍내’ 배우로 발탁돼 얼떨결에 무대에 섰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좋든 싫든 연극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전까지 그냥 악바리였다면 그날부터 나는 연극을 해야만 하는 악바리가 됐다”고 떠올렸다. “연기, 글쓰기, 디자인에 재능이 없고 성실하지도 않다”는 그에게 선택지로 남아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연출가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2007년 데뷔했지만 작품이 거의 없는 암흑기를 대학로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그는 4, 5년 전부터 조금씩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는 결실을 냈다. 그는 “동아연극상을 계기로 연출가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자리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신 연출은 수상 발표 며칠 뒤 10년 넘게 곁을 지키던 반려견 ‘풀리’에게 큰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풀리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 덕인지 그는 받은 상금의 일부를 급하게 수술비로 지출했다. 신 연출은 “인생이 늘 좋을 수만은 없으니 안 좋은 일도 함께 왔던 것 같다. 겸손하게 인생을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4월 인간의 죄의식을 다룬 2인극 ‘언체인’의 세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 선보일 작품도 방향은 한결같다. “세상을 압축한 연극을 보고 관객, 제작진이 함께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 좋아요. 인간 냄새가 짙은 작품이라면 뭐든 도전해 보려고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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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도 운동도… #집에서 함께해요

    “코로나로 다들 운동 못가시죠? 저도 수업을 못하고 있어요. 한 시간 수업하는 것처럼 온몸 구석구석 할 수 있는 운동을 알려 드릴게요.” 34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강하나 스트레칭’의 강하나 씨(36·여)는 27일 ‘홈트족들 모두 모여!’라는 제목의 ‘홈(home) 트레이닝’ 동영상을 올렸다.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스트레칭 강사로 일하는 강 씨는 신체 부위별 스트레칭 법을 알려주는 20∼30분짜리 콘텐츠를 주로 올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시중 헬스클럽, 문화센터 등이 운영을 중단하자 실제 수강생에게 개인트레이닝(PT)을 해주듯 50분짜리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강 씨는 “수강생과 구독자를 위해 수업 내용 그대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집에서 단시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고강도 운동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는 ‘운동 못한 지 두 달쯤 되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몸도 무거웠는데 영상대로 따라하니 몸이 가뿐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따라할 수 있는 ‘위드 미(With Me)’ 콘텐츠가 인기다. 그동안 공부, 운동, 화장, 출근 준비 같은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던 유튜버들이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자 위드 미 콘텐츠를 통해 ‘랜선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부쩍 많아진 콘텐츠는 ‘스터디 위드 미(study with me)’다. 중간,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이나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영상을 많이 올렸다. 하지만 개강이 미뤄지거나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온라인 강좌를 듣고 과제를 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온다.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는 27일 ‘개학이 미뤄져도 공부는 미룰 수 없으니까’라는 제목으로 학생 6명이 24시간 릴레이로 공부하는 영상을 올렸다. 조회 수는 18만 회를 기록했다. 대학생 이수민 씨(22·여)는 “집에서 공부하려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온라인 강의도 자꾸 미루게 된다”며 “연고티비 공부 영상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콘텐츠를 틀어놓고 함께 공부하면서 리듬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1000번 젓는 ‘수플레’ 같은 ‘쿡 위드 미(cook with me)’ 콘텐츠도 열풍이다. 달고나 커피는 설탕 우유 커피가루를 수백∼수천 번 저어 생긴 거품을 우유나 물에 타 먹는 것으로 올 초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인기가 높아졌다. 달고나 커피나 수플레는 원래 핸드믹서로 거품을 만드는데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다 직접 젓는 일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외국인들도 ‘dalgona coffee’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며 동참하고 있다. 과자 등을 굽는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자도르’의 김자은 씨(34·여)가 6일 올린 ‘오조 오억 번 저어 만든 달고나 커피’는 30일 현재 조회 수가 426만 회다. 김 씨는 “열흘 전까지만 해도 40만 회 정도였는데 최근 해외 유입자가 급증했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이 많아지면서 적은 재료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영상이 확실히 조회 수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가 올린 계란 노른자를 수백 번 저은 뒤 커피 위에 올려 마시는 ‘에그 커피’ 영상도 일주일 만에 조회 수가 47만 회를 넘었다. 위드 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유튜브는 아예 ‘위드 미’ 콘텐츠를 엮어 소개하는 ‘#집에서 함께해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유튜브 코리아 채널에는 ‘#집에서 함께 요리해요’, ‘#집에서 함께 운동해요’, ‘#집에서 함께 음악 들어요’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소개됐다. 온라인에서는 마스크 확보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의 실제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유행이다. 간접경험 위드 미 콘텐츠인 셈이다. 가정에서 마스크를 확보해 가족에게 제공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마가장(마스크 가장)’ 콘텐츠는 마스크 구매 사진과 함께 “제가 마가장이라 오늘도 마스크 구하러 다닌다”는 글이 올라온다. ‘마집(마스크를 파는 집)’은 마스크 구매처에 맛집처럼 길게 줄이 늘어선 상황을 빗댔다. 인기 유튜버 ‘허팝’의 마스크 구매 경험담을 다룬 동영상은 조회 수 56만 회를 기록했다.김재희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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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고의 격정, 랜선 너머로 전할 것”

    “‘땅고(Tango)’는 하나의 심장과 네 개의 다리로 추는 춤이죠.”(오인영·오딜·46·여) 약 100년 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만에서 탄생한 탱고는 거장 피아졸라를 거치며 세계적인 춤이 됐다. 공교롭게 그가 사망한 1992년 개봉한 영화 ‘여인의 향기’는 다시금 탱고 붐을 일으켰고 지금도 전 세계 ‘밀롱가’(탱고 공연장 또는 모임)에서는 격정적 스텝이 멈출 줄 모른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탱고 스텝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밀롱가를 벗어난 탱고가 펼쳐진다. 국내 톱클래스 탱고 마스터 오인영 선해석(호세루이스·41)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31일 관객과 만난다. ‘탱고의 웜홀’을 거쳐 안방 관객들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초대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26일 만난 두 사람은 “밀롱가를 벗어나 온라인 관객 앞에서 춤을 추는 건 처음이다”라며 “심장으로 교감하는 탱고의 격정을 랜선 너머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최고의 댄스 파트너이자 배우자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탱고를 배우며 만났다. 프로댄서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2009년 신혼여행 대신 아르헨티나로 탱고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젊은 탱고’ 붐을 일으킨 하비에르 로드리게스를 사사했다. 이후 이들은 탱고 마스터로 활약하며 아르헨티나 유명 밀롱가와 한국, 유럽, 아시아에서 활약 중이다. 오인영은 “요즘 댄스홀이 다 문을 닫아도 부부는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웃었다. 다수의 관객과 만나는 이번 공연은 유럽·미국식 탱고와 다른 아르헨티나 정통 탱고를 알릴 기회다. 선해석은 “흔히 고개를 격렬하게 돌리는 유럽식 탱고를 떠올리지만 정통 탱고는 서로의 상반신, 심장을 맞댄 채 시선을 고정하며 추는 춤”이라며 “초 단위로 달라지는 스텝과 눈빛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탱고는 남성 댄서의 ‘리드’와 여성 댄서의 ‘팔로’가 만들어내는 즉흥적 장르다. 이 때문에 여성이 수동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에 선해석은 “팔로는 ‘제안을 받아 결정한다’는 뜻이라 사실 주도권은 여성에게 있다. 완전히 다른 개성을 지닌 두 남녀가 미묘하게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이 탱고의 어려운 점이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탱고 본고장에 ‘K탱고’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15년 넘게 탱고를 추며 한국인 발에도 맞는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슈즈브랜드 ‘오딜(Odile)’을 만들었다. 지금은 해외 유명 댄서도 즐겨 찾는 신발이 됐고 아르헨티나와 유럽에 연간 1000켤레 이상 수출한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 유일의 탱고 오케스트라 ‘띠에라’ 연주에 맞춰 세계 최고 권위의 아르헨티나 메트로폴리탄 탱고대회 파이널리스트 펠린과 미겔도 함께 무대에 선다. 오인영은 “한국을 ‘아시아의 부에노스아이레스’라 할 정도로 한국인은 탱고의 격정과 잘 맞는다. 탱고를 잘 몰라도 격정과 스릴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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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남자다움’이 뭐길래

    ‘자고로 남자라면 김보성 같은 의리는 필수’부터 ‘대장부는 술도 즐길 줄 알아야 하고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명제까지. 최근에도 ‘내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네 아름다움을 갖고 싶다’는 BTS의 노래 ‘상남자’가 인기를 끈 걸 보면 남자다움은 꽤나 매력적인 서사다. 하지만 사회에서 주입하는 획일적 남성다움은 현대사회에 큰 병폐를 낳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저자는 남자다움을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가정폭력 자살 성폭력 여성혐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봤다. 호주 출신의 칼럼니스트이자 ‘GQ’ ‘보그’ 등의 발행인을 지낸 저자가 살면서 남자들이 맞닥뜨릴 만한 회사 가정 사회 속의 많은 남자다움에 대해 풀어냈다. 남자다움을 학습한 남자들이 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역사적 이유를 비롯해 섹스로봇, 포르노, 반(反)페미니스트, 우는 남자 등 최근 사례를 곁들였다. 남성호르몬, 노화 등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곁들여 흥미진진하다.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남자다움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저자는 말한다. 남성성을 페미니즘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대다수 남자도 사회로부터 ‘남자라는 생각’을 강요받고 산 일종의 피해자이기 때문. 저자는 “남녀 간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많은 직종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자동화 혁명도 성 대결의 종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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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치 제작비가 상금… 시작부터 파격의 ‘동아연극상’

    ‘최초, 최고(最高), 파격.’ 1964년에 창설된 동아연극상은 국내 최초의 연극상이다. 동아연극상이 해마다 선택한 작품은 그해 최고의 연극이 됐다. 무명과 신인을 가리지 않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변화와 파격의 정신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동아연극상을 거친 연극인들은 연극계 중추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56회째를 맞은 동아연극상은 국내 최고 권위에 엄정한 심사로 정평이 나 있다. 엄혹하던 시기에도 사회비판적 작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쌀 한 가마에 3000원 하던 때에 상금 30만 원을 걸고 제1회 참가작을 공모한 일은 연극계의 화제이자 동력이었다. 이 금액은 당시 한 해 내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첫 회 대상은 동인(同人)제 극단의 선두주자인 극단 실험극장의 ‘리어왕’이 차지했다. 이낙훈 나옥주가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실험극장은 대상과 작품상을 7회나 받아 최다 수상 극단이 됐다. 김아라 씨는 ‘사로잡힌 영혼’(28회)으로 연출상 부문 첫 여성 수상자였고, ‘가모메’(50회)의 다다 준노스케 씨는 외국인으로는 처음 연출상을 받았다. 동아연극상은 숨은 원석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요람이었다.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1968년 11세에 ‘학마을 사람들’(5회)에 출연해 최연소 특별상을 받았다. 연출가 김정옥 임영웅 이상우 김석만 김광림, 배우 백성희 장민호 신구 박근형 박정자 등이 이 상을 거쳤다. 배우 신구는 “가족이 배우 일을 못마땅해했는데 동아연극상을 받고 나니 인정해줬다. 그때 쌓은 내공과 힘으로 지금까지 버틴다”고 말했다. 동아연극상은 대학 연극계와 번역가 등으로도 외연을 넓혀왔다. 고려대극예술연구회와 연희극예술연구회가 대학극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상(22회)을 받았다. 성수정 번역가는 국내 번역극을 활성화한 공로로 역시 특별상(51회)을 수상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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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교총 “교회를 감염 온상 지목” 총리사과 요구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25일 “정부는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했다”며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실제 감염 위험이 있는 여타 시설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22일 주일에 공무원과 경찰까지 동원해 예고 없이 교회를 방문,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는 이들을 감시하고 방해한 건 교회에 대한 불신과 폭력 행위”라며 “총리는 교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와 불공정한 행정지도를 사과하고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중도 성향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이날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나이트클럽과 술집 등 유흥 시설은 수수방관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회를 억압하는 건 이율배반”이라며 “한국 교회에 대한 억압과 위협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 총리는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보름간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시설 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법이 정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경고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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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친 이름 적힌 ‘백지광고 감사장’ 보니 감격”

    “이거 기분이 참… 묘하네요.” 아버지 이름이 적힌 ‘감사장’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던 김재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7)의 첫마디였다. 동아일보는 100주년을 맞아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감_백년인연’의 첫 순서로 연극 연출가인 김 교수를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박물관에 초청했다. 이날 김 교수에게 19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당시 익명으로 후원금을 보낸 그의 아버지(고 김태용) 이름이 적힌 감사장과 기념메달이 전달됐다. 45년 만이다. 그는 “며칠 전 아버지 기일에 맞춰 형제들이 모였다. 감사장과 메달을 보여주면 오래전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 것처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3년 무대에 올린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평생 동아일보만 구독하며 백지광고까지 냈던 아버지를 그렸다. 작품 속 아버지는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평범하면서도 양심적으로 살고자 했던 소시민으로 그려졌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50회 동아연극상 3관왕을 비롯해 국내 대표적 연극상을 다수 수상했다. 이날 김 교수는 신문박물관 해설사를 따라 신문에 나온 한국 현대사를 돌아봤다. 그는 전시 마지막 부분 아버지 실명이 적힌 감사장과 기념메달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저 이것 좀 찍어갈게요”라며 휴대전화를 꺼냈고 수차례 플래시를 터뜨렸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말로만 전해 듣던 메달과 감사장을 실물로 접하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미디어 라운지로 이동한 김 교수는 자신의 생일인 1973년 1월 31일자 지면과 독자들의 백지광고가 가득 찬 1975년 2월 24일자 지면을 출력했다. 이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으로부터 액자에 담긴 감사장, 메달, 동아일보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한국의 새’ 기념품을 전달받았다. 그가 또 한 번 놀란 건 지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 이름이 실린 1995년 2월 지면 출력본을 건네받았을 때다. 당시 퇴직한 교사 명단 중 아버지 이름 ‘김태용’이 작게 실렸다. “와, 이런 게 있었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초청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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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가 된 36세 춤꾼

    4분. 누구든 그의 팬으로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 리아킴(36·김혜랑)이 유튜브에 올린 평균 4분짜리 춤 영상에 세계인은 춤바람에 빠져든다. 구독자 1990만 명의 유튜브 채널 ‘1MILLION Dance Studio’(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수석안무가이자 공동대표인 리아킴. SM JYP YG 등의 안무 트레이너로 이효리 소녀시대 트와이스 박재범 선미 I.O.I 등의 안무로 이름을 알렸다. 스트리트댄스 세계대회 로킹, 파핀 부문 챔피언이기도 했다. 그가 최근 자신의 삶과 춤에 대한 철학을 담은 사진집 ‘Reality, No Reality’(열린책들)를 펴냈다. 18일 그의 춤 공간인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리아킴은 “(책에는 나의) 일 몸 패션 아름다움 미래를 담았다”고 했다. 이 5가지 키워드로 그를 풀어봤다. 일=그의 일이자 정체성은 춤이다. 하지만 춤꾼들 사이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란다. “실력은 인정받아도 ‘인싸(인사이더)’는 아닌 것 같다. 춤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장르를 혼합하는 ‘마이 웨이’를 고집하기 때문인 듯하다.” 유튜브라는 춤판을 통해 일터는 확장됐다. “가수가 앨범을 내고 디자이너가 런웨이에서 옷을 선보이듯 유튜브 영상은 일종의 내 컬렉션이다.” 몸=몸 단련은 춤꾼에게 필수다. 햄버거 피자는 삼가고 채소와 신선식품 위주로 먹지만 초콜릿만큼은 끊지 못했다. 배가 부르면 금세 지쳐서 소식(小食)한다. 발레까지 섭렵한 그의 몸은 아이솔레이션(Isolation·목 어깨 가슴 골반을 따로따로 분리시키는 동작)에 특화돼 로봇춤의 ‘대가’ 소리를 듣는다. 멋=춤 출 때의 패션에는 다 계획이 있다. 영상 속 모든 의상에는 치밀한 계산이 녹아 있다. “연습하다 갑자기 춤추는 듯한 영상에도 스타일링이 있다. 뭘 입었느냐에 따라 춤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미=그는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을 파괴하고 싶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보다는 진솔한 자기 모습이 더 중요하다 믿는다. 인기를 더 얻을지 몰라도 나 자신을 잃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잣대에 맞춰야 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생긴 확신이다. 꿈=그가 꿈꾸는 미래는 누구나 쉽게 춤을 즐기는 세상이다. 어린이부터 직장인까지 더 많은 수강생을 가르칠 생각이다. “상상 속에만 있고 현실화되지 않은, 본능적이면서 인간적인 춤을 언젠가 구현하고 싶다.”▼스튜디오엔 세계 각지서 온 구독자들로 활기… 언어의 장벽 넘어 치유의 힘 발산▼“외국에서 온 수강생이 저를 보자마자 껴안고 울어요. 아무 말 하지 않고 토닥여주고 나서 수업을 시작하죠. 하하.”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는 아시아 남미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채널 구독자의 출신지는 50개국이 넘는다.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이유는 하나, 리아킴과 함께 춤을 추고 싶어서다. 그의 댄스 수업을 들은 약 2만7000명 중 70%가량이 외국인이다.리아킴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춤이라는 예술에는 분명히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을 시도했거나 우울증이 있거나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우연히 유튜브에서 리아킴을 접하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한 외국인 수강생은 그의 영상을 보고 ‘인생은 생각보다 아름답다. 이렇게 활기찬 세상도 있구나’라고 깨달아 춤추기 시작했다. 우울증도 극복했다.한 달에 6번 정도 춤을 가르치는 리아킴은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날과 클래스가 있는 날의 활력은 천지 차이”라며 “팬들은 제게 고맙다고 하지만 같이 춤출 때마다 제가 더 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타들을 더욱 빛나게… “케이팝 안무의 핵심은 가사”▼리아킴의 안무는 스타를 ‘힙’하게 만든다.노랫말에 따른 직관적 안무와 동작은 팬들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스타의 시그니처 안무가 된다.트와이스의 ‘TT’, 마마무의 ‘힙(Hip)’, 선미의 ‘가시나’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아이오아이(I.O.I)의 ‘너무너무너무’ 등이 대표적이다.“한국 음악시장에서 가사는 안무의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하는 그는 안무를 소화할 그룹,개인 멤버의 신체적 매력, 표정, 생김새 등에서도 안무 요소를 찾는다. 리아킴이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노래를 수없이 들은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양준일Dance with Me, 아가씨’ 무대를 함께 꾸민 양준일(왼쪽)과 리아킴.리아킴은 “아티스트들이 제 안무에만 맞춰 춤추는 반면 양준일 씨는 안무를 계속 재해석하면서 더 훌륭한 무대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댄스 브레이크를 넣은 것도 두 사람의 공동 아이디어다.마마무리아킴(왼쪽)과 마마무 멤버,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댄서가 노래 ‘힙(HIP)’에 맞춰 춤추고 있다.덜 과격하다는 이유로 첫 안무가 퇴짜를 맞자 리아킴이 직접 마마무의 소속사를 찾아가 “다시 짜겠다”고 한 뒤 현재의 거칠고 과격한 안무가 탄생했다.트와이스리아킴이 안무한 ‘TT’가 담긴 트와이스 앨범 ‘TWICEcoaster : LANE 1’.그는 솔로가수 선미와 트와이스를 애제자로 꼽았다. 특히 멤버 모모에 대해 “아이돌 중 가장 춤을 잘 춘다”고 했고 “멤버 정연을 많이 혼내 미안하다”고 말했다.아이오아이리아킴이 안무한 ‘너무너무너무’가 담긴 아이오아이 미니 앨범.리아킴은 “아이돌 그룹은 춤의 해당 부분을 소화하는 각 멤버를 상상하고 매력을 찾아내 동작을 만든다”고 말했다.선미솔로 가수 선미의 ‘가시나’ 앨범. 리아킴은 애제자 선미에 대해 “카리스마 한 방이 있는 가수다.보기에도 너무 여리여리하고 말랐는데 실제로도 체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무대에만 올라가면 이를 악무는 아티스트다”라고 했다.}

    •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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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발레단, 자가격리중 日 다녀온 단원 해고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기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단원을 해고하는 등 정단원 3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정단원을 해고한 것은 국립발레단 사상 처음이다. 국립발레단은 이날 징계위원회를 열고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때에 일본 여행을 다녀온 나모 씨(28)를 해고했다. 자가 격리 기간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나 씨가 이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지침을 어긴 사실이 알려졌다. 같은 기간 특강을 한 김모 씨(33)와 이모 씨(29)에 대해서는 각각 정직 3개월과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앞서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14, 15일 대구 공연을 마친 뒤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 단원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국립발레단 측은 “엄중한 시기에 국립 단체로서 물의를 일으켜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한다. 발레단을 쇄신하는 기회로 삼고 기강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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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연일 텅빈 객석… 연극-무용-독립영화 집단실업 위기[인사이드&인사이트]

    “2월에 취소된 공연 회차만 409회, 극단 400개 이상이 피해를 봤습니다. 현재까지 추산한 피해액만 45억 원입니다. 3월이 지나면 더 늘어나겠죠.”(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 “무대에 출연진만 여섯 팀이 올라오는데 관객은 10명도 안됐어요. 바이러스 걱정하며 무대에 서느니 관객이 아예 없는 게 속 편할 지경입니다.”(이철진 무용수)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던 연극, 무용 등 기초예술계와 독립영화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무용수, 제작진은 ‘집단 실업’에 처했다. 소극장을 운영하는 극단들은 대관료를 지불하기조차 버겁다. 독립영화계는 개봉 날짜를 미루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개봉하고 있다.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이번 사태를 피해 올 하반기로 상영 일정을 변경하면서 몇 달 뒤에는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긴급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예산 편성과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예술인들이 혜택을 받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초예술계는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더 큰 규모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긴급지원책 정비와 예술계 계약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연 매출, 추락 또 추락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연극의 해’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미투 등으로 홍역을 치른 연극계를 살리기 위해 21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당장 살아남는 것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연극 생존의 해’가 됐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지금 같은 위기에서 연극의 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배우, 스태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에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5주 사이 공연 예매건수와 매출액은 곤두박질쳤다. 2월 2주 차 공연 전체 예매건수는 13만6831건에서 3월 2주 차에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4만4183건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연극은 3만6847건에서 1만5844건으로, 무용도 5503건에서 345건으로 크게 줄었다. 무용 공연은 3월 2주간 딱 두 편만이 무대에 올랐다. 매출액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연극은 5억6000만 원 수준에서 1억5000만 원대로, 무용은 3억4000만 원대에서 1200만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집계에서 누락된 일부 취소 표와 소극장 공연 상황을 감안하면 하락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배우, 제작진은 당장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극배우는 “3, 4월 잡혀있던 차기작 연습과 공연이 모두 무기한 연기됐고 5, 6월 공연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장 소일거리, 아르바이트를 찾아나서는 배우도 많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은 “연극계는 평소에도 워낙 힘들지만 이번엔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제작감독, 무용수 다수가 프리랜서여서 경제적 타격에 상당히 민감하다. 공연 회차를 줄이더라도 공연을 올리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고 했다. 소극장 운영자들도 수익을 포기한 지 오래다. 당장 대관료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긴급지원이나 대출을 알아보는 이가 많다. 최윤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은 “다수 소극장 공실률이 10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월세를 마련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연 기획, 제작, 연습까지 평균 두 달 정도를 잡는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실제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까지 최소 석 달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 사무국장은 “여름인 6, 7월까지 6개월 넘게 수익이 없는 소극장도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 없는’ 독립영화계 독립영화들은 하루 극장 관객 수가 4만∼5만 명으로 떨어진 최악의 상황에서도 개봉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등 3관왕에 오른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예정대로 이달 5일 개봉했다. ‘찬실이는…’의 배급사 찬란의 이지혜 대표는 “개봉을 코앞에 두고 며칠 동안 개봉 일정을 끝까지 고민했다. 개봉을 미룬 50여 편의 상업 영화들이 하반기 한꺼번에 극장에 몰리면 독립영화는 상영관을 구하기 더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영화관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신작 개봉까지 크게 줄어든 것도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있다. 영화관들의 휴관으로 인한 어려움도 크다. 평소에도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휴관으로 인해 상영관을 잡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의 독립영화관 중 임시휴관을 결정한 곳이 많다. 대구 중구의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은 지난달 20일부터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고, 동성아트홀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3주간 휴관한 뒤 이달 12일부터 문을 열었다. 전북 유일 예술영화 전용관인 전주 디지털 독립영화관도 이달 9일부터 잠정 휴관했다. 독립영화 ‘기억의 전쟁’은 당초 35개 상영관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결국 절반 수준인 17개관에서 개봉했다. 배급사 시네마달 관계자는 “이길보라 감독이 현재 상황을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개봉을 미루고 싶어도 마케팅 비용 지출이 끝난 상태라 어쩔 수 없다. 차라리 4, 5월까지 영화를 계속 상영하는 장기전도 생각 중이다”고 했다. 제작 중이거나 제작을 앞둔 영화 촬영 일정이 연기되면서 일자리도 대폭 줄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프리프로덕션(사전제작) 일정이 연기되면서 스태프 일자리가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광고촬영 같은 부업마저 뚝 끊겼다”고 했다. 송창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지역 일정, 행사도 모두 취소되면서 조연, 단역급 연기자는 일거리가 없어 대리운전, 퀵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 공연계 시스템 정비 목소리도 “매일 지원금 문의 전화만 50통씩 옵니다.” 코로나19 관련 공연예술분야 지원 정책을 안내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코로나19 전담창구’에는 요즘 매일 수십 통씩 전화가 걸려온다. 문체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이 약 15개의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급한 불이라도 꺼보려는 예술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문체부는 긴급 생활안정자금 융자, 창작준비금 지원, 예술단체 대관료 지원, 소규모 공연장 방역물품 지원을 내놓았다. 서울문화재단은 ‘2020 서울예술지원’ 사업의 심의 일정과 지원금 교부를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 관계자는 “피해보전, 대관료 지원을 긴급한 사안으로 판단했다. 총 피해액은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메르스 사태 당시 시행한 ‘1+1티켓’(티켓 한 장을 사면 정부 지원으로 두 장을 주는 정책) 등 사태가 진정된 후 공연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스스로 예술 활동과 피해 내용을 증빙해야 하는 절차부터 심사까지 막막함을 호소하는 예술인이 많다. 신청이 폭주하면서 접수 절차만 4주가량이 걸린다. 한 극단 예술감독은 “융자 지원의 경우 신용도 심사와 서류절차까지 다 끝나야 하기 때문에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약서를 뒤늦게 작성하거나 구두계약만 체결하는 공연계의 고질적 관행도 지원을 어렵게 만든다. 황승경 연극평론가는 “주·조연 배우는 물론이고 음악, 무대감독급 제작진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공연 후에 작성하는 일도 많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작진, 배우 등 예술인에게만 집중된 지원 대상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로 ‘성균소극장’ 관계자는 “소극장들은 벌벌 떨면서 공연을 강행하거나 무기한 휴업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공연이 취소되면 피해를 보는 건 마찬가지인데 지원책은 예술인들에게 편중돼 아쉽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 없이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로 국공립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티켓 수익은 내지 못하더라도 예술인이 무대에 설 수 있고 관객들은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다. 자체 기획공연을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한 경기아트센터는 “최근 연극 ‘브라보, 엄사장’ 생중계는 실시간 접속자를 비롯해 조회수가 7000회를 넘었다”고 밝혔다. 네이버를 통해 공연 생중계를 진행한 최정호 아르코예술기록원 과장은 “이번 사태로 공연 생중계, 영상 아카이브 작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윤 pep@donga.com·김재희 기자}

    •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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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일본 작은 산골마을에 IT기업인 모인 이유는

    일본 도쿄(東京)에서 600km 떨어진 도쿠시마(德島)현. 공항에서 차로 다시 1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가미야마(神山) 산골 마을에는 언제부턴가 정보기술(IT) 기업인이 모여든다. 시냇물에 발 담근 채 노트북으로 일하고, 해먹에 누워 프로그래밍 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광통신망, 쾌적한 업무 환경을 마음에 들어 했다. 무엇보다 “마을에 설레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 고즈넉한 지방 소도시가 IT 종사자들에게 이토록 매력적인 마을로 진화한 비결은 뭘까.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서 지역 문제를 다뤄 온 저자는 개방적인 분위기, 해외 교류, 지방재생 정책 등을 꼽았다. ‘왜 이곳으로 왔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 공동주택 이야기 등을 소개했다. 도농 격차 심화, 농촌 인구 이탈로 고심하는 한국에도 솔깃한 해법이 될 수 있어 보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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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에게 신문은 세상을 읽는 생존수단”

    “아버지는 그 시절에 맨날 동아일보만 봤다. 우리도 ‘소년 동아일보’만 구독해줬고 달마다 ‘월간 신동아’도 빼먹지 않으셨지.”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의 1막 5장. 극 중 형은 아버지 손에 항상 들려 있던 신문을 떠올리며 동생 ‘재엽’에게 이 대사를 던진다. 작품 속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구독했던 동아일보는 세상을 읽는 그의 눈이자 정체성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 ‘알리바이 연대기’는 김재엽 연출(47·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100% 실화에 기초한 자전적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평생 구독자였던 아버지(고 김태용) 덕분에 이 작품을 쓸 수 있었다”며 아버지 사진을 어루만졌다. 김 연출의 작품은 2014년 제50회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하며 2대에 걸친 인연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평생 한 번도 신문을 바꾸지 않으셨어요. 믿음과 신뢰가 있었으니까요.” 김 연출은 “‘알리바이 연대기’를 집필하면서 아버지 병 수발을 들며 임종까지 지켰다. 대구경북 지역에 평생 사시며 꿋꿋하게 동아일보만 고집했던 아버지의 애정은 각별했다”고 회고했다.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으로 백지광고 사태가 났을 때 아버지가 익명으로 후원금을 보내셨더라고요. 워낙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고, 검소하셔서 어디 돈을 보내거나 후원할 분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후원 감사 메달’까지 집에 보관하셨던 걸 보면 그만큼 특별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평생 한번도 신문을 안바꾸셨죠” ▼ 김재엽 연출은 작품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동아일보)신문에 다 나온 겁니다. 인제 사람들 다 아는 거예요” “아버지, 이거 ‘동아’일보지요? ‘동쪽’ 할 때 ‘동’ 자, ‘아세아’ 할 때 ‘아’ 자, 맞지요?” 등 아버지와 형의 실제 발언을 대사로 썼다. 작품은 2014년 동아연극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연극대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상 등 그해 연극상을 휩쓸었다. 김 연출도 ‘소년동아’를 보고 자랐다. 그는 “요새 웹툰 보는 아이들처럼 ‘강가딘’ ‘돌배군’ 등 연재만화를 좋아했다. 마당에서 신문을 가져오면 매일 누나와 이불 속에서 신문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한자, 학습섹션, 책 소개, 직업군 인터뷰까지 빠짐없이 읽은 뒤에도 늘 ‘지면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했다. TV에 아는 인물이나 특정 이슈가 나오면 아버지는 “저분이 저 때 어떤 일이 있었냐면” 하고 아들에게 스크랩해 둔 연관 기사를 건넸다. 김 연출은 “재일교포로 태어나 한국사회에 적응해야 했던 아버지에게 신문은 세상을 읽는 생존 수단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문화부 기자나 PD를 꿈꾸던 김 연출은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해 우연히 ‘문우극회’ 활동을 하며 연극에 발을 들였다. ‘혜화동 1번지’ 동인을 거쳐 현재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대표를 맡고 있다. “10년은 연극에 매진해야 동아연극상 수상작이 될 만한 작품이 하나 나오는 것 같았다”는 그는 용산 참사를 다룬 ‘여기, 사람이 있다’ 공연 후 1년간 독일로 떠났다. 베를린 예술대학 방문교수로 지내며 겪은 자전적 이야기는 귀국 후 연극 ‘생각은 자유’로 재탄생했다. 그가 만난 재독 간호사들의 삶은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가 되어 2017년 무대에서 피어올랐다. 자전적 경험을 시대적 상황과 연결시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김 연출은 “남성성에 대한 반성을 담아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소외된 어머니와 누나, 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요즘 어머니를 열심히 인터뷰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동아연극상은 군사정권 시기에 검열 받을 만한 사회비판적 작품에도 상을 주는 전통과 힘이 있었다. 재정적으로 상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연극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고마워했다. 본보에는 “아버지께 평생 신뢰감을 준 것처럼 진실의 무게를 가진 보도를 계속 부탁한다”며 “동아 100년 역사가 가진 정체성과 다양성이 둘로 나뉜 한국사회의 틀을 깨버릴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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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이야기 하는게 연극… 지금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에 욕심 생겨”

    올해 1월 그의 연기상 수상 소식에 곳곳에서 축하 인사가 잇따랐다. 지인 가운데 일부는 데뷔 34년 차 배우 강지은(53)이 “상을 늦게 받은 것 아니냐”고 했다. 동료들의 농담 섞인 반응은 상을 받을 만한 이가 드디어 수상했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1987년 연극 ‘비’로 데뷔해 30년 넘게 줄곧 연극 무대를 지킨 강지은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5일 만났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상에 너무 기뻤다. 연극 준비 작업만으로도 힘들 때가 많은데 ‘연극하느라 애쓴다’고 상을 받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감칠맛 나게 표현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연극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에서 맡은 어머니 배역이 호평을 받아 수상으로 이어졌다. 희생하는 전통적 어머니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 가정을 보듬으며 생명력과 희망까지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작 ‘해방의 서울’에서는 시대에 굴복한 친일 배우 ‘지화정’을 매력적으로 그렸다. ‘철가방 추적 작전’에서는 비행 청소년을 몸소 뒤쫓는 교사 ‘봉순자’로 변신했다. 그는 “사람이 모여서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게 연극이다. 보는 사람들이 멀게 느끼는 남 얘기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에 눈길이 가고 욕심이 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형 연출가의 최근 작품에 모두 출연할 정도로 박 연출가의 극단 골목길과 ‘케미’가 좋다. 그는 “배우, 연출가 등 단원 모두가 연기, 표현력을 포착하는 능력이 빨라 서로 신뢰한다”고 했다. 박 연출가가 직접 집필한 작품에서 보여주는 정확한 지향점도 그가 골목길을 선호하는 이유다. 강지은은 2002년부터 서울시극단에서 10년 넘게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원하는 작품과 역할보다는 고전 희곡 작품이 먼저였다. 답답한 유럽풍 드레스를 자주 입어 힘들 때도 있었고, 연극에 대한 근본적인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그는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지금, 여기의 얘기가 고팠다”고 했다. 강지은은 요즘 고등학생 시절을 종종 떠올린다. “설명할 수 없는 울렁이는 마음”만 안고 김포공항 인근 집에서부터 버스를 탔다. 무대가 펼쳐지는 광화문 마당세실극장과 대학로 소극장을 찾았다. “그 시절 암전된 무대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설렜어요.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좋았던 제 초심을 돌아보고 나이를 더 먹어도 거침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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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귀여운 자동차, 여성의 ‘자유’에 시동 걸다

    캐나다 출신의 연극계 거장 로베르 르파주는 가족사를 다룬 자신의 작품에 대해 “소문자 h로 된 역사(history)를 탐구함으로써 대문자 H로 시작하는 역사(History)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정설’로 여겨지는 하나의 ‘History’ 안에 무수히 많은 인간, 사건들의 ‘history’가 담겨 있고, 이를 조명할 때 비로소 진정한 ‘History’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들의 역사(Herstory)’를 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남성 서사로 덧칠된 역사(History) 안에 감춰졌던 ‘2등 시민’ 여성들의 목소리를 100가지 물건을 통해 되짚는다. 영국 우스터대와 버밍엄대에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한 두 저자는 역사 속 여성의 삶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재정립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집필했다. 이들이 역사 속에서 끄집어 낸 100가지 물건은 상징물, 그림, 기록, 기구, 유품 등으로 다양하다. 이 물건들을 여성의 몸, 사회적 역할 변화, 미의식과 소통, 정치 등 총 8가지 분야로 나눴다. 각 물건에 얽힌 짤막한 소개와 함께 물건의 역사적 의의가 술술 읽힌다. 전반부에는 남성이 여성을 타자화하고 억압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사용한 ‘잔소리꾼 굴레’는 여성의 입에 재갈을 물리듯 채우는 도구다. 가부장적인 규범에 맞지 않게 ‘불손한’ 말을 하는 여성의 입에 채웠다. 물을 마실 수도 없게 혀를 고정시킨다. 오늘날 여성 억압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코르셋은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용도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나 15세기까지만 해도 코르셋은 속옷이 아니었다. 뻣뻣한 소재로 만들어져 일을 하기 불편했고, 노동하지 않는 상류층 여성의 기품을 상징하는 의류였다. 이후 극도로 졸라매는 방식이 개발되며 건강을 해치는 수준이 됐다. 훗날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페티시(fetish)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18, 19세기 영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아내를 사고파는 관행이 있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판매가 이뤄지거나 광고 포스터로 제작돼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아내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지만, 판매가 성사되면 변호사를 통해 영수증을 작성했다. 가난한 계층에게는 아내 판매가 일종의 이혼이었다.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이혼을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1700년부터 1857년까지 남편과의 이혼에 성공한 여성은 여덟 명뿐이었다. 책은 여성 억압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성이 스스로 권리를 어떻게 쟁취했으며 여성사의 의의도 강조한다. 자동차 ‘미니(MINI)’는 여성이 가정 공간을 벗어나게 한 혁신이다. 남성 전유물이던 자동차가 더 작고 저렴하게 보급되며 여성도 이동의 자유가 생겼다. 1990년 잡지 ‘오토카’에서 100인의 전문가도 20세기 가장 의미 있는 차로 미니를 택했다. 미니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잇따라 여성 소비자에게 눈을 돌렸다. 여성 운전자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오늘날 ‘여성의 공간지각력이 부족하다’는 통설을 반박하는 과학적 연구가 있음에도 여성 운전자에 대한 농담과 비판은 여전하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나라에서는 여성을 위해 ‘특별하게’ 넓은 주차공간을 제공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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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의 ‘자가용 격리’… 영화도 자동차 극장에서

    “뭐 보러 오셨어요?” “‘인비저블맨’ 9시 반 한 장요.” 3일 오후 8시 반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 내 잠실자동차극장 매표소 앞에는 영화 시작 1시간 전부터 차량 7대가 늘어서 있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미국 공포영화 ‘인비저블맨’ 표를 사기 위한 차량들이었다. 공영주차장을 가득 채운 자동차들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영화 ‘정직한 후보’가 한창 상영 중이었다. 자동차극장 티켓 가격은 차량 한 대당 2만2000원. 탑승자 수에 관계없이 차량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두 명이 올 경우 일반 영화관 티켓(1인당 약 1만1000원) 가격과 비슷하다. 5분 사이에 ‘인비저블맨’ 티켓 5장이 팔려나갔다. 정신없이 손님을 받던 자동차극장 매표소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월을 기점으로 손님 수가 전달보다 20%가량 늘었다. 극장에 약 100대의 차량이 들어가는데 매일 60∼70대는 찬다. 오늘도 60대 넘는 차량이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약 2시간을 운전해 남편, 강아지와 함께 잠실자동차극장에 온 직장인 남정화 씨(43)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영화관이 폐쇄되는 사태를 보면서 무서워서 영화관은 못 가겠다. 내 차를 타면 사람들과 접촉할 일도 없으니 안전하겠다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문화생활 방식을 빠르게 바꿔 놓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집, 자동차에서 즐긴다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는 자동차극장과 상반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2일 오후 8시 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아트레온 CGV에서 올해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조조래빗’의 상영관에는 127석 중 단 18석만 찼다. 관객 모두 마스크를 쓰고 옆자리는 비워 둔 상태였다. 이날 극장을 찾은 직장인 이모 씨(31·여)는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왔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도 ‘1917’을 시작 10분 전에 예매했는데도 자리의 3분의 1이 채 안 찼다. 관객이 거의 없으니 영화관이 오히려 바깥보다 안전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일 전체 관객은 5만9895명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5일도 6만5530명으로 6만 명을 겨우 넘겼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신작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 연기, 영화관 폐쇄를 비롯해 뮤지컬, 연극, 전시 등이 ‘올 스톱’되면서 문화 콘텐츠를 ‘자가 격리’된 상태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극장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다. 치량 500여 대를 수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극장인 경기 파주시 자유로자동차극장은 이용자의 증가세가 확연하다. 윤혜정 자유로자동차극장 운영실장은 “자동차극장은 기존 고객이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방문한 고객이 대폭 늘었다. 고객 거주지도 경기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도 손님이 온다”고 말했다.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도 급증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인 왓챠플레이는 코로나19의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된 2월 23일 하루 시청 시간이 1월 중순에 비해 약 14% 늘었고, 3월 1일에는 약 37% 늘었다.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 역시 이용자 수가 늘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앱마인더’가 전국 만 20∼59세 스마트폰 이용자 1만여 명의 로그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월 첫째∼셋째 주와 2월 첫째∼둘째 주 사이 넷플릭스 앱 이용자 수는 92만 명에서 104만 명으로 늘었다. 지상파 3사 연합 OTT 플랫폼인 웨이브도 지난달 18∼25일 영화 단건 구매 건수가 5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7% 증가했다. 전염병을 다룬 콘텐츠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컨테이젼’과 ‘감기’가 대표적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를 만진 요리사와 악수한 미국 여성이 감염돼 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내용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깜짝 놀랄 만큼 닮았다. 컨테이젼은 왓챠플레이에서 2월 한 달간 가장 많이 본 영화였다. 2013년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도시를 폐쇄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감기’도 2월 8번째로 많이 본 영화였다. 드라마로는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체르노빌’이 1위였다.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극한 직업’, ‘미드소마’, ‘돈’이 2∼5위를 차지했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컨테이젼과 감기는 50위권 밖의 영화들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청 시간이 급증했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 순위가 뛰었는데 전염병 공포를 다룬 ‘괴물’의 상승폭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6일 기준 인기 콘텐츠는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이바이 마마!’, ‘연애의 참견’ 순이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즐긴다 공연계에도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가 확산하고 있다. 공연 기관, 제작사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티켓 판매 등 수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배우, 무용수, 제작진의 노력을 살리자는 취지다. 팬들은 생중계, 녹화중계 등을 시청하며 갈증을 달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공연 지원 사업인 ‘창작산실’ 선정작들을 네이버 공연전시판을 통해 꾸준히 소개해 왔다. 6일에도 무용 ‘히트&런’을 무관중 생중계했고,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을 선보인다. 경기아트센터 역시 12일 개막 예정이었던 연극 ‘브라보 엄사장’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작품 연출가인 박근형 씨도 무관중 생중계는 처음이다. 공연 중계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공연 영상화 사업, 아카이브 작업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연 팬들은 “화면으로 보면 무대의 매력이 반감하지만 ‘내 방 1열’에서 조금이나마 갈증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김재희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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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 자동차에서 즐긴다…접촉 없는 여가생활 찾아나선 사람들

    “뭐 보러 오셨어요?” “‘인비저블맨’ 9시 반 한 장이요.” 3일 오후 8시 반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 내 잠실자동차극장 매표소 앞에는 영화 시작 1시간 전부터 차량 7대가 늘어서 있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미국 공포영화 ‘인비저블맨’ 표를 사기 위한 차량들이었다. 공영주차장을 가득 채운 자동차들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영화 ‘정직한 후보’가 한창 상영 중이었다. 자동차극장 티켓 가격은 차량 한 대당 2만2000원. 탑승자 숫자에 관계없이 차량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두 명 이상 올 경우 일반 영화관 티켓(1만 1000원) 가격과 비슷하다. 5분 사이에 ‘인비저블맨’ 티켓 5장이 팔려나갔다. 정신없이 손님을 받던 자동차극장 매표소 직원은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월을 기점으로 손님 수가 전달보다 20% 가량 늘었다. 극장에 약 100대의 차량이 들어가는데 매일 60~70대는 찬다. 오늘도 60대 넘는 차량이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약 두 시간을 운전해 남편, 강아지와 함께 잠실자동차극장에 온 직장인 남정화 씨(43)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영화관이 폐쇄되는 사태를 보면서 무서워서 영화관은 못 가겠다. 내 차를 타면 사람들과 접촉할 일도 없으니 안전하겠다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문화생활 방식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집, 자동차에서 즐긴다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는 자동차극장과 상반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2일 오후 8시 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아트레온 CGV에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조조래빗’의 상영관에는 127석 중 단 18개석만 찼다. 관객 모두 마스크를 끼고 옆 자리는 비워 둔 상태였다. 이날 극장을 찾은 직장인 이 모씨(31·여)는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왔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도 ‘1917’을 시작 10분전에 예매했는데도 자리의 3분의 1이 채 안 찼다. 관객이 하나도 없으니 영화관이 오히려 바깥보다 안전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일 전체 관객은 5만9895명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5일도 6만5530명으로 6만 명을 겨우 넘겼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신작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 연기, 영화관 폐쇄를 비롯해 뮤지컬, 연극, 전시 등이 ‘올 스톱’되면서 문화 콘텐츠를 ‘자가 격리’된 상태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극장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인터넷 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다. 치량 500여 대를 수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극장인 경기 파주시 자유로자동차극장은 이용자의 증가세가 확연하다. 윤혜정 자유로자동차극장 운영실장은 “자동차극장은 기존 고객이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방문한 고객이 대폭 늘었다. 고객 거주지도 경기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도 손님이 온다”고 말했다.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도 급증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인 왓챠플레이의는 코로나19의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된 2월 23일 하루 시청 시간이 1월 중순에 비해 약 14% 늘었고, 3월 1일에는 약 37% 늘었다.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 역시 이용자 수가 늘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앱마인더’가 전국 만 20~59세 스마트폰 이용자 1만여 명의 로그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월 첫째~셋째 주와, 2월 첫째~둘째 주 사이 넷플릭스 앱 이용자 수는 92만 명에서 104만 명으로 늘었다. 지상파 3사 연합 OTT 플랫폼인 웨이브도 지난달 18~25일 사이 영화 단건 구매 건수가 5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7% 증가했다. 전염병을 다룬 콘텐츠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컨테이전’과 ‘감기’가 대표적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전은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를 만진 요리사와 악수한 미국 여성이 감염돼 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내용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깜짝 놀랄 만큼 닮았다. 컨테이젼은 왓챠플레이에서 2월 한 달 간 가장 많이 본 영화였다. 2013년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도시를 폐쇄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감기’도 2월 8번째로 많이 본 영화였다. 드라마로는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체르노빌’이 1위였다.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극한 직업’, ‘미드소마’, ‘돈’은 2~5위를 차지했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컨테이전과 감기는 50위 밖의 영화들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청 시간이 급증했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 순위가 뛰었는데 전염병 공포를 다룬 ‘괴물’의 상승폭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6일 기준 인기 콘텐츠는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이바이 마마!’, ‘연애의 참견’ 순이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늘 한국의 톱 10 콘텐츠’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즐긴다 공연계에도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가 확산하고 있다. 공연 기관, 제작사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티켓 판매 등 수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배우, 무용수, 제작진의 노력을 살리자는 취지다. 팬들은 생중계, 녹화중계 등을 시청하며 갈증을 달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공연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선정작들을 네이버 공연전시판을 통해 꾸준히 소개해왔다. 6일에도 무용 ‘히트&런’을 무관중 생중계했고,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을 선보인다. 경기아트센터 역시 12일 개막 예정이었던 연극 ‘브라보 엄사장’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작품 연출가인 박근형 씨도 무관중 생중계는 처음이다. 공연 중계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공연 영상화 사업, 아카이브 작업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연 팬들은 “화면으로 보면 무대의 매력이 반감하지만 ‘내 방 1열’에서 조금이나마 갈증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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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국경 넘나들며, 보고싶은 콘텐츠 더 싸게 더 빨리…

    거주지는 한국, ‘인터넷주소(IP주소)지’는 인도, 아르헨티나, 미국, 일본…? 인터넷상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남들보다 더 싸게, 더 먼저 콘텐츠를 즐기려는 ‘콘텐츠 유목민’이 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서비스하는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가별 가격, 콘텐츠 공개 범위, 공개 시점에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유목민들은 실제 거주지와 상관없이 IP주소를 옮겨가며 영상, 게임, 음악 콘텐츠를 소비한다. 대학생 송모 씨(23)의 IP주소지는 인도 뉴델리다. 그는 최근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싸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가상사설망(VPN)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서비스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인도로 IP주소를 옮기고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실제 국내에서 8690원(부가세 포함)인 월정액 이용료는 인도에서 약 2100원(129루피)으로 떨어진다. 6명까지 사용 가능한 ‘가족 요금제’로 결제하면 1인당 약 500원에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송 씨는 “약관상 안 되는 행동인 데다 번거롭지만 더 싸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용료가 저렴한 아르헨티나 등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국가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이용료가 각국의 광고 단가, 동영상 수익구조, 물가 수준을 고려해 책정되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OTT 업체 간 저가 경쟁도 이용료 인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남보다 일찍 본다는 만족감도 콘텐츠 유목민을 유인한다. 직장인 이모 씨(34)는 넷플릭스를 켜기 전 매번 IP주소지를 일본으로 옮긴다. 이용료에는 큰 차이가 없어도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일본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먼저 볼 수 있어서다. 일부 콘텐츠는 한국 페이지에도 공개되지만 다른 이용자보다 더 빨리 최신 해외 콘텐츠를 시청하는 쾌감을 즐긴다. 이 씨는 “해외 콘텐츠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를 거쳐 국내에 공개되려면 최소 2, 3주 더 걸린다. 실시간으로 따끈따끈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콘텐츠 유목민은 영상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게임이나 음원 서비스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모 씨(33)는 “제작사에 따라 한국에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내용만 좋다면 인터넷 국경을 뛰어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IP주소지 변경은 더 정확한 검색 결과를 찾으려는 사람이나 외국어 학습을 위해 현지어 콘텐츠를 찾는 이에게도 유용한 수단이 된다. 역으로 한국의 콘텐츠에 갈증을 느끼는 해외 거주자들도 IP주소지를 한국으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IP주소지 변경은 약관을 위배하는 편법이나 사기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측은 유료 서비스 약관에 ‘사용자는 국가를 허위 기재하지 않고, 액세스 제한을 우회하는 시도를 하지 않기로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배한 사례를 적발하면 계정을 차단하는 ‘접근 제한 조치’를 취한다. 결제금액 손실 등 불이익도 따른다. 넷플릭스도 저작권을 이유로 우회 접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편법임은 분명하지만 ‘콘텐츠 국경’이 점차 희미해지는 시대에 수억 명의 소비자를 일괄 제재하기는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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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상 받았으니 무대를 제대로 지켜야죠”[무대를 날다, 놀다]

    《연극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네 인생을 무대 위에 펼쳐내며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 제56회 동아연극상 수상자의 인터뷰, 에세이를 싣습니다. 연극인의 치열한 고민과 땀 냄새를 전합니다.》 “며칠 전 삼킨 임플란트(치아)를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기적적으로 찾았습니다. 상도 받고 치아도 찾은 이날을,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올 1월 제56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배우 성노진(48)의 수상 소감은 좌중을 크게 웃겼다.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밥을 먹다가 빠진 임플란트를 삼켜버린 그는 치과를 찾았다. 의사는 새 의치(義齒)를 권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후 매일 오전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시상식 날 변기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그것’을 찾았다.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성노진은 “말썽을 일으킨 임플란트를 치약으로 잘 닦아 보관하다 지금은 다시 잇몸에 끼웠다. 두 가지 기적이 한꺼번에 일어난 그날은 연기를 하다 지칠 때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성노진은 선천적으로 치아와 잇몸이 약했다. 그의 주치의는 “배우를 하기엔 하관이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소리치며 대사를 뱉거나 어금니를 꽉 깨물며 힘쓰는 연기를 할 때 남들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내야 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의사의 잔소리는 오히려 연기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했다. 장기공연과 연습을 마친 뒤에는 습관처럼 병원을 찾아 무너져 내린 잇몸을 치료했다. 고교 연극반 단원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지 약 30년. 그는 마침내 극단 골목길의 연극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에서 ‘창호’ 역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모든 권위를 내려놓은 가부장의 절망과 한탄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가 작품에서 빛나거나 연기가 탁월해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꾸준히 무대에 올랐던 것이 플러스알파가 돼 인정받지 않았을까요.” 한없이 몸을 낮추던 그도 수상 이후 주변의 반응을 묻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동아연극상의 ‘미덕’이라고 표현했다. “술자리에서 후배 하나가 ‘동아연극상 받은 선배 처음 봤다’며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요. 저를 잘 모르던 선배들도 ‘너 조명도 달고 망치질도 하더니 연기도 하네’라며 제가 배우라는 걸 아셔서 좋습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친 동아연극상에 제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어깨도 쫙 펴지죠.” 연극은 끝이 없고, 연극을 정의하기도 힘들다는 그도 ‘늘 하던 대로’라는 연기 지론만큼은 확고했다. 그는 지난달 막을 내린 초연작 ‘마트료시카’에 이어 6월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연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적어도 ‘동아연극상 (받은 거) 맞아? 왜 연기를 저렇게 하지’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죠. 저는 늘 하던 대로 무대를 지킬 겁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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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극복 힘 보탤게요” 기업-연예인 줄잇는 기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계각층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 인사들이 앞장서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배우 전지현은 1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억 원을 기부했고 가수 황치열도 이 단체에 5000만 원을 전달했다. 배우 김수현과 정해인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1억 원을 기탁했다. 가수 아이유는 거주 중인 서울 서초구에 3000만 원을 전달해 방역물품 구매에 힘을 보탰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김혜수 정우성, 방송인 강호동도 나눔에 동참했다. 그룹 슈퍼주니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마스크 1만 개를 기부했고 멤버 은혁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1억 원을 쾌척했다.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과 웬디 역시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1억 원을 기탁한 데 이어 팬클럽 아미는 4월 콘서트가 취소되자 환불받을 콘서트 티켓 금액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의 통 큰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8일 성금 20억 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넥슨은 대한적십자사에, 네이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성금 20억 원을 기탁했다. 넷마블과 코웨이도 각각 10억 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하이트진로는 대구경북 지역에 방역 물품과 성금 등 총 12억 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도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을 통해 1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또 3∼5월 판매 차량 1대당 10만 원의 기부금을 적립해 10억 원 이상 누적되면 추가로 기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더본코리아는 전국 1480여 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2개월 치 로열티를 전액 감면하기로 했다. 임시 휴업한 매장에서 발생한 폐기 식자재 비용도 본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한편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서울 소재 대학에서도 대구경북 지역 주민을 위한 대학생 모금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고려대 게시판에서는 학우들의 자발적인 기부 모금이 시작돼 1일 오후까지 약 400만 원이 모였다. 고려대의 한 학생이 “대구 의료시설에 보내질 기부금을 모금하자”고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 모금에는 150명 이상이 참가했다. 연세대 커뮤니티 ‘세연넷’에서도 기부금 모금 운동이 펼쳐져 1일까지 약 770만 원이 모였다. 대학생 자원봉사단체 ‘십시일밥’의 성균관대 지부도 지난달 25일부터 소외계층 학우에게 마스크를 기부하기 위한 ‘성균관대학교코로나19펀딩’을 진행해 약 400만 원을 모금했다. 유근형 noel@donga.com·김기윤·전채은 기자}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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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기의 대문호 유년기 모습은?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눈먼 자들의 도시’ ‘수도원 비망록’ 등을 남긴 환상 리얼리즘의 거장, 주제 사라마구가 소년의 눈으로 돌아갔다. 2010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필한 유년기 회고록이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20세기 초 포르투갈 리스본과 아지냐가의 풍경이 잔잔하게 묻어난다. 책에는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단어와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던 문학 소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인터뷰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독자들이 알기 바란다”고 밝혔듯 저자의 사상적, 정신적 원천으로 향하는 에세이다. “늘 풍경 속에 들어가 있었다”는 한 소년의 모습은 1920년대 포르투갈 골목길과 강변을 따라 유려한 필체로 묘사된다. 그를 길러낸 부모의 모습과 이웃들의 얘기도 초상화처럼 남아 있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던 건 아니다. 전쟁, 쿠데타를 겪으며 그가 느낀 두려움, 상처도 보인다. 매번 등장인물과 상황이 달라지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세기의 대문호라지만 타지에서 자란 한 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옮긴이는 원작의 가치를 “소년기의 기억이 우리 삶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찾았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한 소년 안에서 우리 모두의 유년기 모습을 발견할지 모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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