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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아래 손잡이를 열고 놓아주세요.’ 7일 찾은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밑에는 가로세로 약 1m 크기의 손잡이가 달린 문이 있었다. 2009년 12월 국내에 처음 생긴 ‘베이비박스’다. 이날 교회 안 영아 임시보호소에서는 지난달 태어난 아이 3명이 곤히 자고 있었다. 베이비박스가 없었다면 길에 유기될 수도 있었던 아이들이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면 24시간 상주하는 교회 직원들이 즉시 아이를 보호하면서 아이를 두고 간 부모를 만나 직접 양육하도록 최대한 설득한다. 그럼에도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없으면 보육원이나 다른 가정으로 입양을 보낸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산모가 익명으로 아이를 낳고 아이의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는 ‘비밀출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가 사라지도록 국가가 ‘위기의 산모와 아이’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밀출산제가 아이 양육을 포기하도록 조장하거나 부모가 누군지를 알아야 하는 아이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밀출산제는 아이를 분만한 병원에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는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면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산모는 병원 이용을 꺼려 출산 위험이 커지고, 태어난 아이를 베이비박스로 보내거나 유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비밀출산제를 함께 도입하면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산모가 양육을 포기하면 바로 지자체 등이 개입할 수 있다. 실제 상당수 선진국에선 출생통보제와 비밀출산제를 함께 시행하면서 베이비박스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지난해 2월 비밀출산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위기 산모를 위한 상담소와 긴급영아보호소 등을 설치하는 내용의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를 주도했다. 이 법안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밀출산제 도입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밀출산제를 허용하면 오히려 정부를 믿고 아이 양육을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익명으로 자녀를 출산한 만큼 자녀가 성장한 뒤에도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점도 논란거리다.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다. 현재 비밀출산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선 지금도 아동의 친부모 알 권리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산모가 동의해야만 자녀가 친모가 누군지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프랑스의 비밀출산제가 자녀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2014년 비밀출산제를 합법화한 독일은 산모가 가명으로 출생 등록을 했더라도 자녀가 16세가 되면 친모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송효진 연구위원은 “산모의 익명성과 부모가 누구인지 알 자녀의 권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두 가지가 조화될 수 있게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국내에 비밀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위기에 처한 산모들이 아이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함께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생통보제아이의 출생 사실을 부모가 신고하는 게 아니라 분만 병원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 미국 독일 영국 호주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비밀출산제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임신부가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병원 이용을 기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한 요건을 거쳐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출생 등록을 하는 제도.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13일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오랫동안 이어진 지역 간 물 분쟁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얽혀 있는 물 분쟁을 조정하는 게 이날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등 4개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기존 수계별관리위원회는 물 이용 부담금 징수와 관리가,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개인의 피해 구제가 주된 역할이라 물 분쟁을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재 물 분쟁이 가장 첨예한 곳은 낙동강 유역이다. 대구시의 취수장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는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만큼 취수장을 구미공단 위쪽 상류로 옮기길 희망하고 있다. 반면 경북 구미시는 물 부족과 수질 악화를 이유로 취수장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부산시의 남강댐 물 사용을 둘러싼 갈등도 25년째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부산시가 대체 취수원을 요구하자 1994년 정부가 경남 진주시의 남강댐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두 지자체 간 갈등은 시작됐다. 이달 5일 부산시가 남강댐 물 사용을 포기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부산시민들에게 어떻게 맑은 물을 공급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낙동강에는 울산의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 이슈가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이 생긴 뒤 연중 8개월 이상 물에 잠기면서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댐 수위를 낮추면 침수를 막을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울산시민들에게 공급할 물이 부족해질 수 있어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환경부와 문화재청, 낙동강 유역 지자체들은 올 4월 낙동강 물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동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유역물관리위원회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낙동강 물 분쟁 해소를 위한 종합 대책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환경부 송호석 물정책총괄과장은 “영산강·섬진강 유역과 금강도 수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는 수질 개선부터 수자원 배분 등 물 분쟁 해소를 위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앞으로 모든 어린이집은 3년마다 정부의 ‘품질평가’를 받는다. 평가를 거부하면 최대 운영정지 처분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신청한 어린이집에 한해 평가를 실시하던 평가 인증제를 의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정 영유아보육법이 12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우선 지금까지 평가를 한 번도 받지 않았거나 평가 인증 유효기간이 지난 어린이집 6438곳(전체 어린이집의 17%)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등급은 A∼D 네 단계다. 평가 등급은 아이사랑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하루 3번 양치질로 충치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불소 성분이 들어간 치약을 쓰는 게 좋다. 잇몸에 염증이 있다면 염화나트륨이나 초산토코페롤 등이 함유된 치약을 골라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구강보건의 날(6월 9일)’을 앞두고 치약과 구강청결제의 올바른 선택법과 사용법을 담은 안내문을 7일 발표했다. 치약의 주성분에 따라 그 효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치약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치약의 주성분은 제품 뒷면에 나와 있다. 충치 예방에는 불소 성분이 효과적이다. 불소 함량이 높을수록 충치 예방 효과도 높다. 잇몸 염증 예방에 효과적인 치약 성분은 염화나트륨, 초산토코페롤, 염산피리독신, 알란토인류 등이 있다. 치아 표면이 세균으로 뒤덮여 생긴 치태를 제거하는 데에는 이산화규소, 탄산칼슘, 인산수소칼슘이 함유된 치약이 효과적이다. 치약은 한번에 칫솔모 크기의 절반에서 3분의 1정도만 짜서 써도 충분하다. 6세 이하 어린이는 이보다 적은 완두콩 크기만 써도 된다. 치약을 짠 뒤에는 물을 묻히지 않고 칫솔질을 해야 한다. 물을 묻히면 불소 등 치약 성분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구강청결제로 입안을 헹굴 때는 30초 정도 머금고 있어야 한다. 가글 후 30분간 음식물을 먹지 않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안이 쉽게 건조해지는 노인들은 에탄올이 들어간 구강청결제를 피하는 게 좋다. 에탄올이 들어간 구강청결제는 음주 측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운전 전에 사용할 경우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구강청결제에는 에탄올 함유 여부가 표시돼 있다”며 “표시 사항을 확인한 뒤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6일 밤 12시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 호우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모두 발령된 가운데 7일 오후까지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호우특보와 강풍특보는 7일 동해안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7일 오후 3시경 서해안 지역부터 서서히 그칠 것으로 예보했다. 오후 6시 무렵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그친다. 단, 강원 동해안 지역은 8일 오전 6시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비는 최대 초속 20m의 강풍을 동반해 강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태풍은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므로 작은 태풍급 바람이 부는 셈이다. 남해안 지역은 7일 오전 바닷물이 불어나는 만조 시간과 강수 집중 시간이 겹쳐 저지대 침수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금강과 영산강 보의 운명을 판가름할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국가위원회)’가 이달 13일 공식 출범한다. 환경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담은 ‘물관리기본법 시행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국가위원회는 지금까지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쪼개져 있던 물 관리 업무를 통합하기 위한 민관 합동 심의기구다. 위원회는 30명 이상 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의 절반 이상은 반드시 민간 위원으로 채워야 한다. 이렇다 보니 민간 위원들의 성향이 향후 금강과 영산강 보 철거 여부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국가위원회 의결은 재적 위원의 과반 이상 출석, 출석 위원의 과반 이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기획재정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환경부 장관 등 공공위원 15명은 확정됐지만 최소 15명, 최대 35명까지 위촉할 수 있는 민간 위원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간 위원 후보자 140여 명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이들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자 중에는 금강과 영산강 보 5개 중 3개를 철거하자고 제안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한 일부 전문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첫 회의를 열어 보 철거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세종=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는 국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학 참사로 꼽힌다. 2011년 5월 ‘원인 불명의 폐손상’ 환자 6명으로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현재 정부에 신고된 것을 기준으로 6422명까지 늘었다. 이 중 1407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질환, 태아 피해, 천식에 걸린 피해자들에게 정부 예산(구제 급여)을 지원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일 가능성이 낮거나 간질성 폐질환, 폐렴, 기관지 확장증에 걸린 피해자들은 기업 분담금과 정부 출연금(특별구제계정)을 지원받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나 기업 분담금을 지원받은 피해자는 전체 신고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정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94년 처음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 정부가 판매를 중단할 때까지 17년간 약 1000만 개가 팔렸다. 기업들은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면서 그 유해성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화학제품의 안전 관리가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었던 데다 법률에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기업이 등록만 하면 판매할 수 있는 공산품이었다. 지금처럼 살생물질 관리에 대한 법률과 담당 부처도 없었다.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법률에는 기업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막을 근거가 없었다. 기업들은 이런 사각지대를 악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다. 일부 기업은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묵인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불거지자 보고서를 조작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몇몇 대학 교수는 뒷돈을 받고 기업들에 유리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가족이나 건강을 잃고서도 그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영구치가 거의 다 자란 중학교 1학년생(만 12세)들의 평균 충치 개수가 1.84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개)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만 5, 12세 아동 4만1670명의 구강 건강 실태를 조사한 ‘2018년 아동구강 건강 실태 조사’를 2일 발표했다. 아동의 유치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 모두 빠진 뒤 영구치로 바뀌는데, 만 5세와 12세는 각각 유치 및 영구치 상태를 측정하기 적절한 연령이다. 영구치는 평생 써야 하는 치아라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만 12세 아동의 영구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 같은 나이대 미국 아동의 평균 충치 개수는 0.4개, 일본은 평균 0.8개로 한국보다 크게 적었다. 국내 12세 아동 가운데 현재 충치를 앓고 있거나 충치 치료 경험이 있는 비율은 56.4%로 집계됐다. 2015년 조사(54.6%) 및 2012년 조사(57.3%)와 비슷한 수준이다. 어린 나이인데도 잇몸 건강이 좋지 않은 아동도 있었다. 잇몸 염증 상태를 측정하는 검사에서 12세 아동의 12.1%가 출혈을 보였다. 치석이 있는 아동도 6.6%였다. 다만 치과 진료가 필요하지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비율은 15%로 조사돼 2015년 조사(25.3%)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직을 꿈꾸는 저소득층 청소년이 100명 중 1명으로, 저소득층이 아닌 또래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중학교 1∼3학년 학생 391명에게 장래 희망 직업군 1, 2순위를 설문한 조사에서 나왔다. 보사연에 따르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 60% 이하인 저소득층 학생 가운데 고위 공무원과 기업 임원 등 ‘공공 및 기업 고위직’을 희망 직업군 1순위로 꼽은 비율은 1.15%에 그쳤다.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 가운데 이 직업군을 택한 비율은 저소득층 학생의 4배가 넘는 4.81%였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률 및 행정 전문직’을 1순위로 고른 저소득층 학생도 100명 중 1명꼴(1.2%)이었다. 반면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 100명 중 8명(7.85%)은 법률가나 행정 전문직을 꿈꿨다. 소득 격차로 학생들의 장래 희망마저 양극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희망 직업 순위도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다. 먼저 소득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학생이 1순위로 꼽은 희망 직업군은 연기자나 가수, 운동선수, 공연 기획자, 디자이너 등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였다. 저소득층과 그렇지 않은 학생 모두 30%가량이 이 직업군을 택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희망 직업군은 의료인, 사회복지사, 종교인 등이 포함된 ‘보건·사회복지·종교 관련직’(16.9%)인 반면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교사나 교수 등 ‘교육 전문가’(15.6%)였다. 소득 격차에 대한 성인들의 인식도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이 지난해 성인 3873명을 설문한 결과 ‘한국의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85.4%였다. ‘성공하려면 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 답변 역시 80.8%나 됐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는 인식도 컸다. ‘일생 노력하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56.5%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은 38.2%에 그쳤다. 나머지 5.3%는 중립이었다.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사회에 아노미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등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동아일보의 ‘닥터헬기 소리가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동참한 시민들과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 등 1000여 명이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이같이 외치며 일제히 빨간 풍선을 터뜨렸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제17회 서울시의사의 날’ 행사를 청계광장에서 열면서 소생 캠페인 참여를 위해 풍선 터뜨리기 퍼포먼스를 했다. 풍선 터뜨리기 퍼포먼스는 동아일보가 닥터헬기 소음에 대한 시민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했다.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는 닥터헬기가 이착륙하면서 내는 소리의 크기가 풍선이 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시민들은 풍선을 터뜨리면서 소생 캠페인 취지에 적극 공감했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박정호 군(14·서울 영등포구)은 “풍선을 터뜨려 보니 소리를 참을 만했다”면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려면 당연히 닥터헬기 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이후에는 청계광장에서 을지로4가역 인근 배오개다리까지 청계천을 따라 4km 거리를 왕복하는 걷기대회가 이어졌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서울시의사회가 1000만 서울시민의 건강을 항상 지키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타이어 파손 위험이 있으니 급정거하지 마세요.’ ‘병해충 증가로 농산물 피해 가능성 있으니 방역에 유의하세요.’ 기상청은 다음 달 1일부터 폭염 시 예상되는 피해와 대응 요령을 산업별로 세분한 ‘폭염 영향 예보’를 시행한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 여름을 계기로 폭염 관련 정보를 국민이 알기 쉽게 개선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지금까지 기상청이 제공하는 폭염 정보는 낮 최고기온에 따라 획일적으로 발령하는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에 그쳤다. 폭염 영향 예보는 기온뿐 아니라 과거 폭염 피해 사례와 지역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 수준을 평가한다. 그 결과를 △관심은 녹색 △주의는 노랑 △경고는 주황 △위험은 빨강 등 4단계로 나눠 지도에 표시한다. 일명 ‘폭염 신호등’이다. 또 폭염으로 예상되는 피해와 대응 요령을 △보건 △축산 △수산양식 △농업 △산업 △교통 등 6대 분야로 나눠 안내한다. 예컨대 축산업의 경우 관심 단계에선 축사 환기만 하면 되지만 주의 단계에선 산란계 칼슘 보충을, 경고 단계에선 축사 내 강제 송풍과 물 뿌리기를 당부하는 식이다. 폭염 영향 예보는 매일 오전 11시 30분경 발표하며,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당신 자녀가 들고 있는 USB메모리(휴대용저장장치)가 담배일 수 있습니다.’ 이르면 이달 말 전국 학교와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청소년의 흡연율을 급상승시킨 주범인 미국 전자담배 ‘쥴(JUUL)’의 국내 출시(24일)를 앞두고 보건당국은 ‘쥴의 공습’을 막아낼 금연대책을 이달 말 발표한다. 이번 금연대책은 미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쥴이 국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7일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신종 전자담배가 나왔다는 걸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학교를 통해 전체 학부모에게 쥴의 모양 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쥴은 손가락 정도 길이(9.6cm)의 몸체에 ‘포드’라고 불리는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액상형 전자담배다. 2015년 5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다. 출시 2년 만에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가 됐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전자담배 4개 중 3개가 쥴 제품이다. 문제는 쥴이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청소년들이 피우기 쉽도록 제작됐다는 데 있다. 쥴은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원통형 흡입구가 없다. 얼핏 보면 USB메모리로 착각하기 쉽다. 가로 9.6cm, 세로 1.5cm, 두께 0.5cm에 불과한 데다 냄새나 연기가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 화장실은 물론이고 교실에서까지 쥴을 피워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쥴은 ‘성인 흡연자를 위한 대체재’를 표방하고 있지만 미국 보건당국은 쥴을 청소년 흡연율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고교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학생 전자담배 흡연율도 3.3%에서 4.9%로 올랐다. 불과 1년 만에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고교생이 212만 명에서 362만 명으로 150만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어른들이 쥴을 보고도 전자담배인지 몰라 청소년 흡연을 방치한 것을 흡연율 급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후 부랴부랴 쥴의 특징을 교사와 부모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 예방 수칙으로 ‘교사와 부모가 전자담배의 다양한 모양과 종류를 숙지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보건당국이 쥴의 국내 상륙에 맞춰 대책을 내놓은 것도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국내 흡연자들은 입소문으로 쥴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비흡연자 상당수는 쥴을 봐도 전자담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금연 교육을 할 때마다 쥴을 보여주면 대다수가 USB메모리나 샤프심통인 줄 안다”며 “적지 않은 청소년들은 이미 쥴이 담배인 줄 알지만 이를 지도해야 할 어른들이 모르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쥴에 끼우는 포드 1개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담배 1갑과 맞먹는다. 니코틴은 특히 청소년의 뇌 성장에 치명적이다. 이 센터장은 “전자담배는 더 해로운 일반 담배를 피우는 ‘관문’ 역할을 하기도 해 아예 처음부터 접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중증 천식 환자인 정동일 씨(45)의 소원은 숙면이다. 그는 밤마다 의자에 기대 30여 분씩 쪽잠을 잔다. 기침이 멈추지 않는 천식 발작 때문이다.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는 7년째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비가 와 습도가 높아지기만 해도 숨쉬기가 버겁다 보니 멀리 여행을 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천식을 앓은 뒤 정 씨 가족의 여행지는 가까운 산이나 수목원이다.○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중증 질환자들의 고통 체육대학 출신인 정 씨는 학창시절 역도 선수를 할 만큼 건강했다. 하지만 10년 전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고 대상포진을 앓은 뒤 나타난 천식 증상은 열흘 만에 급속히 악화됐다. ‘상세 불명의 중증 천식.’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내려진 최종 진단명이다. 정 씨는 “웬만한 약은 다 써 봤고 온갖 치료를 다 받았다”며 “지금까지 약값과 병원비로 거의 1억 원은 썼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고주파 열을 이용해 기관지 근육을 넓히는 ‘기관지 열 성형술’도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매일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을 복용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치료법이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고통이 워낙 크다 보니 그는 한때 우울증까지 앓았다. 정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완치가 어려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도 매 순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한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매일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천형(天刑)과 같은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삶의 질은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만큼이나 낮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신약만 기다리는 환자들 희귀난치성 질환인 루푸스 환자들도 평생 약으로 증상을 다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루푸스는 전신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 회장이자 자신도 루푸스 환자인 김진혜 씨(42·여)는 3월 루푸스 합병증인 말초혈관 장애가 생겨 왼쪽 손목에 정상 혈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한 지 1개월 반이 지났지만 그의 왼손 끝은 멍이 든 것처럼 시퍼렜다. 김 씨는 “루푸스 환자들이 합병증으로 몸이 서서히 망가지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중증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 루푸스 환자들은 평생 부작용이 큰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야 하는 것 역시 큰 고통이다. 스테로이드는 당장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지만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김 씨는 “스테로이드 부작용 중 하나인 ‘무혈성 골괴사’(뼈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괴사하는 증상)로 젊은 나이에 인공관절을 심은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당장 죽지 않는다고 약값 경감 제도 배제 이렇다 보니 중증 질환자들은 부작용이 덜한 신약을 쓸 수 있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13년 루푸스 신약인 ‘벤리스타’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50년 만에 새로 나온 약이다. 2016, 2017년에는 중증 천식 신약인 ‘누칼라’와 ‘싱케어’가 국내에 들어왔다. 지난해 8월에는 20년 만에 나온 중증 아토피 피부염 신약인 ‘듀피젠트’가 국내에 출시됐다. 이 네 개의 약은 모두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덜하면서 치료 효과는 뛰어나다. 하지만 현재 이 신약을 쓰는 환자는 극소수다. 주사제인 신약을 맞으려면 회당 100만∼200만 원, 연간 2000만 원가량이 들기 때문이다. 이 신약들은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비싼 신약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위험분담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가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해당 제약사가 수익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나눠 지는 제도다. 하지만 그 적용 대상은 기대 여명이 2년 미만인 질환으로 제한돼 있다. 죽음에 비견될 만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중증 질환자들은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서울아산병원 조유숙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소수지만 기존 약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중증 환자들에게는 이런 신약이 꼭 필요하다”며 “최소한 이런 환자들은 신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약값을 낮추거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김호경 kimhk@donga.com·공태현 채널A 기자}

동요를 부르는 시간인데도 아이들 노랫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창문 밖 새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였다. 지난달 30일 찾은 강원 정선군 여량어린이집의 황량한 풍경이다. 이곳은 여량면의 유일한 보육시설인데도 원아가 5명뿐이었다. 저출산과 이농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2층짜리 어린이집 건물은 설립자인 고재하 원장(73)의 집과 같은 울타리를 쓰고 있었다. 새마을지도자였던 고 원장은 1976년 아이 맡길 곳이 없는 고향 마을을 위해 집안 대대로 농사짓던 땅에 농촌 탁아소를 열었다. 농촌 탁아소가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으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당시 정부는 농어촌 보육 환경을 개선하려고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을 세우면 건축비 일부와 인건비를 지원했다. 군청 직원의 간곡한 부탁에 고 원장은 흔쾌히 땅 절반과 사재를 출연해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을 세웠다. 하지만 어린이집 정원(76명)을 채운 기간은 짧았다. 폐광과 저출산, 이농 현상이 겹치면서 1994년 4000명이 넘던 여량면 인구는 올해 2052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여량면을 관통하는 도로 신호등은 한낮에도 노랑 점멸신호만 깜박거렸다. 차량 통행과 인적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어린이집 2층 교실은 3년 전부터 비어 있다. 고 원장은 “앞으로도 원아가 늘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며 씁쓸해했다. 지난해 여량면의 전체 출생아는 1명이었다. 여량어린이집은 원아 감소로 정부 지원금이 줄면서 적자를 보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학부모한테 돈을 걷을 수도 없어 적자는 고 원장의 사비로 메우고 있다. 그동안 월급을 정부가 정한 대로만 받아와 모아둔 돈도 별로 없다. 원장 가족이 거액의 월급을 받아 사회적 공분을 산 일부 사립유치원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고 원장이 어린이집 문을 닫지 못하는 건 어린이집을 폐원하고 사회복지법인을 해산하면 모든 재산이 국고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이 열악한 농어촌 보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협력한 게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이다. 정부는 적은 예산으로 공공성을 확보한 어린이집을 늘릴 수 있었고, 설립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학부모였다. 정부와 설립자, 학부모 모두 ‘윈윈’했지만 저출산 쇼크로 이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달라진 현실을 인정하기보다 ‘사회복지법인은 개인 재산이 아니다’라는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국가가 아이 보육을 책임지는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농어촌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이 설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현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면 보육 공백을 최소화하되 폐원 시 개인 재산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저출산 쇼크의 부담을 정부 정책을 따른 개인에게 떠넘긴다면 정책 신뢰도 역시 급격히 추락할 수밖에 없다. 김호경 정책사회부 기자 kimhk@donga.com}

이르면 8월부터 남은 음식물을 돼지먹이로 재활용하는 게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이런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3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양돈 농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상 폐기물로 관리되는 남은 음식물은 돼지먹이로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남은 음식물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산시키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이에 농식품부 장관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확산을 우려해 환경부에 요청하면 남은 음식물의 돼지먹이 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와 멧돼지만 걸리는 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돼지 및 멧돼지가 이 병에 걸리면 폐사율이 100%에 이른다. 사람에게는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국내에서 발병한 사례는 없지만 지난해 8월 중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와 교류가 잦은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가로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개정안은 입법 예고 등을 거쳐 이르면 8월부터 시행된다. 환경부 성지원 폐자원에너지과장은 “남은 음식물을 가축먹이로 재활용하는 농가에 대한 관리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이르면 다음 달부터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배란 테스트기’를 살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내용의 ‘의료기기 허가 신고 심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29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17일 정부가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한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금까지 배란 테스트기는 약국처럼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를 한 곳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배란 테스트기는 소변 속 특정 호르몬 농도를 측정해 가임기 여성이 정확한 배란 시기를 확인하는 간이 검사 도구다. 측정 방식이 거의 동일한 임신 테스트기는 현재 약국뿐 아니라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살 수 있지만 배란 테스트기는 의료기기 판매업 규정에 묶여 있었다. 식약처는 행정예고 기간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6월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강원 정선군 여량면은 인구가 2000명 정도인 작은 농촌 마을이다. 이곳의 유일한 보육시설인 여량어린이집은 정원이 67명이지만 현재 원아는 5명에 불과하다. 저출산과 이농 현상으로 원아 수가 감소하면서 1994년 설립 이후 올해 원아 수가 가장 적다.○ 사재로 적자 메우는 농어촌 어린이집 “정부 말만 믿고 고향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사재를 털어 어린이집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후회스럽네요.” 지난달 30일 만난 여량어린이집 설립자인 고재하 원장(73)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원아 감소로 지원금 수입이 줄면서 ‘만성 적자’지만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처지다. 이 어린이집은 법적으로 고 원장이 세운 ‘사회복지법인 은혜원’ 소유라 폐원하고 법인을 해산하면 ‘빈손’으로 나와야 한다. 농어촌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상당수가 이처럼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지만 폐원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폐원 시 모든 재산이 국가로 귀속돼서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1392개(2017년 기준)에 이른다. 10곳 중 7곳이 농어촌(53%)과 지방 소도시(20%)에 있다. 1990년대 정부가 건축비용 일부와 인건비 지원을 약속하며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설립을 적극 장려한 데 따른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에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원장과 교사 월급은 정부가 정한 만큼만 받을 수 있다. 학부모에게 추가 보육료도 걷지 못한다. 오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각종 지원금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하지만 2000년대 저출산으로 농어촌 아이들이 급감하면서 운영난이 시작됐다. 정부가 90%를 지원하던 교사 인건비는 2005년 이후 30∼80%로 줄었다. 나머지 인건비와 운영비는 원아 수만큼 지급하는 보육료(1명당 22만∼45만 원)로 충당해야 하는데 원아 수가 크게 줄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졌다. 고 원장은 2017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두 명 중 한 명을 그만두게 했다. 지난해에는 적자를 메우려고 만기가 2년 남은 화재보험을 해약했다. 그는 정부가 원장 인건비를 지원하는 상향 연령(70세)을 넘어 3년째 월급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저출산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손실을 설립자인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퇴로’ 열어줘야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전남 나주시의 세지어린이집은 지난해 3월 휴원했다. 휴원 직전 원아는 7명이었다. 이 법인의 김광근 대표이사는 “원아가 최소 12명은 돼야 유지가 가능하다”며 “어린이집 원장인 아내 월급을 다시 운영비로 쓰면서 버텼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연합회에 따르면 원아 10명 이하인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32곳, 원아가 11∼20명인 어린이집은 142곳이다. 이 어린이집 대부분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지만 ‘퇴로’가 없는 상태다.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다른 복지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리모델링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사회복지사업법에선 법인 해산 시 남은 재산을 설립자가 처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법이 개정돼 법인 해산 시 남은 법인 재산은 모두 국가로 귀속된다. 자신이 사는 집까지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한 일부 원장은 법인을 해산하면 집에서조차 나와야 할 처지다. 올해 3월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폐원 시 설립자가 어린이집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법 개정에 소극적이다. 김종필 행복나눔보육행정연구소장은 “저출산으로 아동 수가 급감해 도저히 운영할 수가 없는데도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정선=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치료를 위해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리산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정도섭 씨(64)는 최근 생업을 접고 서울로 올라왔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2차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정 씨는 2017년 5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고 1차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달 암이 재발했다. 2차 항암 치료제 가운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약은 ‘키프롤릭스’라는 주사제뿐이다. 앞으로 18개월간 일주일에 이틀씩 병원에 입원해 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치료와 생업을 병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신약만 기다리는 암 환자들 만약 매주 입원해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면 정 씨가 치료와 생업을 병행할 수도 있다. 실제 ‘닌라로’라는 먹는 항암 치료제가 있어 이를 사용하면 꼭 입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 먹는 항암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만 매달 수천만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정 씨는 “먹는 약을 쓰면 일을 할 수도 있는데, 보험이 되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희귀난치병인 다발성 골수종은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고 오로지 약물 치료만 가능하다. 더욱이 재발률이 70∼80%일 정도로 높아 다른 암보다 치료 기간이 길고 약값 부담이 크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들이 신약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택시 기사 한영학 씨(62)는 지난해 1월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고 1차 항암 치료를 마쳤다. 지난달 다시 운전대를 잡았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재발할 경우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있을지도 걱정이다. 한 씨는 과거 심근경색을 앓았다. 2차 항암 치료제인 키프롤릭스는 드물지만 심혈관 부작용이 있다. 이런 부작용이 없는 신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약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그는 2차 항암 치료를 받게 된다면 부작용을 감수하거나 치료 효과가 적은 다른 약을 써야 한다. 현재 암 환자는 전체 진료비와 약값의 5%만 내면 된다. 나머지 95%는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치료와 의약품에는 ‘5%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비급여 가운데 다발성 골수종 항암제처럼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신약 나와도 ‘대체제’ 있으면 무용지물 정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2014년 ‘위험분담제’를 도입했다. 고가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해당 제약사가 수익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제약사와 정부가 나눠 지는 제도다. 통상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신약의 효과와 경제성 평가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환자가 적은 희귀질환 치료제나 약값이 매우 고가인 경우 효과가 좋더라도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신약을 쓰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폐해를 줄이고자 제약사의 환급을 조건으로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위험분담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서도 널리 시행하고 있다. 현재 18개 신약에 위험분담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적용 범위는 환자나 의료진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위험분담제를 적용하려면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이면서 △대체제가 없고 △환자의 기대여명이 2년 미만인 질환 등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대체제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더 좋은 신약이 나와도 기존 약이 있다면 위험분담제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다발성 골수종 2차 항암제 3가지 중 한 가지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바로 이 규정 때문이다.○ “환자 중심으로 제도 개선해야” 의료진도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치료하는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더 좋은 약이 있는 걸 알면서도 가격 때문에 환자에게 사용하지 못하는 건 의사로서 굉장히 괴롭다”며 “필요한 약을 제때 쓰지 못하는 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들이 신약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위험분담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와 의료계의 이 같은 요구를 알면서도 위험분담제 확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선뜻 제도 개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4년 도입 당시에도 위험분담제가 확대되면 약값이 불투명해진다는 반대 의견이 많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위험분담제 ::고가 신약에 우선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제약사가 건보 적용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환급하는 제도.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낮거나 입증되지 않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2014년 도입했다.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이고 △대체 약제가 없으며 △환자의 기대여명이 2년 미만인 경우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적용된다. 김호경 kimhk@donga.com·유주은 채널A 기자}

“배관을 세척하니 확실히 더 맑아졌네요.” 지난달 17일 경기 양주시의 한 아파트단지 가정집을 방문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주방 수도꼭지에서 나온 수돗물의 탁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0.12NTU. ‘먹는 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탁도 기준치(1NTU)의 8분의 1에 불과했다. 탁도는 잔류염소, pH, 철, 망간과 함께 수돗물의 수질을 나타내는 5대 지표다. 탁도가 낮을수록 물에 이물질이 없고 맑다는 뜻이다.○ 수돗물 불신 씻어내는 ‘워터 닥터’ 수자원공사 직원들은 측정에 앞서 방문 가정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아파트 옥내 배관을 세척했다. 현관문 옆에 설치된 수도계량기를 떼어낸 뒤 얼음을 채운 호스를 연결하고, 호스 반대쪽은 고압의 공기를 쏴주는 기기에 꽂았다. 기기 전원을 켜자 호스 속 얼음이 총알처럼 배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얼음을 고압으로 밀어 넣어 배관에 붙어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원리다. 세척 작업은 불과 1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세척 전 0.45NTU였던 수돗물 탁도가 세척 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실 세척 전 수돗물도 끓이지 않은 채 그대로 마셔도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수자원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정을 방문해 옥내 배관을 세척하는 ‘워터 닥터’ 사업을 벌이는 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2014∼2016년 3년간 경기 파주에서만 시행하던 이 사업은 2017년 경기 양주, 지난해 경기 동두천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양주, 동두천, 전남 나주와 경남 거제 등 4곳에서 시행한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수질관리 역량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국민은 10명 중 1명 미만이다. 2017년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국민 1만2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 결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7.2%에 그쳤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11개 회원국의 평균(51%)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이 41.7%로 가장 많았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깨끗하게 정수한 수돗물이라도 배관을 거치면서 수질이 나빠진다’고 믿는 것이다. 국내 수돗물의 품질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수자원공사는 유네스코가 세계 최초로 실시하는 ‘수돗물 국제인증제도’를 평가하는 기술자문사로 선정됐다. 우수한 수질관리 역량을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국내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300개 항목에 대한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만 가정으로 공급된다. 내년에는 검사 항목이 500개로 늘어난다. 반면 호주의 수돗물 검사 항목은 255개다. 미국과 일본도 각각 104개, 77개에 불과하다. 국내 수돗물이 선진국에 비해 훨씬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정수 처리 기술도 발전을 거듭해 국내 전체 정수장 10곳 중 4곳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오존과 숯 등을 활용해 기존 정수처리시설에서 걸러내지 못하는 불쾌한 냄새나 맛, 미생물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다.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 비율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질 결과 알려주니 수돗물 신뢰도 ‘껑충’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이렇게 생산한 수돗물을 깨끗한 상태로 각 가정 수도꼭지까지 공급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와 협력해 노후 상수도관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9년부터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수질을 검사해주는 ‘수돗물 안심 확인제’도 시행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질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곳도 있다. 수자원공사가 2014년 국내 최초로 파주시에 조성한 ‘스마트워터시티(SWC)’가 대표적이다. 수돗물이 아파트 물탱크에서 옥내 배관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수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아파트단지 전광판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자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주민이 사업 이전 1%에서 현재 36.3%로 크게 늘었다. 상당수 주민들이 매일 수질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떨쳐낸 것이다. 환경부는 파주시 사례를 토대로 2017년부터 세종시에 SWC를 만들고 있다. 아파트단지가 완공된 뒤 수질 관리에 각종 ICT 설비와 기술을 접목한 파주와 달리 세종 SWC는 도심 설계 단계부터 ICT 설비와 기술을 적용했다. 내년 완공되는 세종 SWC에서는 투명한 수질 관리로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높여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환경부의 목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가 파주 SWC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수질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이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결혼도 하기 전에 비싼 집값과 취업난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청년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층 주거특성과 결혼 간의 연관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44%가 ‘내 집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8, 9월 20, 30대 미혼남녀 3002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가능 여부는 부모의 경제력에 큰 영향을 받았다. 부모의 경제 수준을 상중하 세 그룹으로 나눴을 때 소득이 가장 낮은 ‘하’ 그룹에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49.8%로 가장 높았다. 부모의 경제 수준이 중간인 그룹은 44.5%, 가장 소득이 높은 그룹은 33.4%에 그쳤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집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취업 여부와 거주지에 따라서도 답변에 차이가 났다.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답한 미취업자는 49.7%였지만 취업자는 이보다 6.7%포인트 작은 43.0%였다. 거주지별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가 47.1%로 가장 높았다.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역시와 그 외 지역은 각각 41.8%, 39.1%였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