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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과 1시간 40분가량의 회동에서 내놓은 비핵화 메시지의 핵심은 미국의 ‘동시 행동’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등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였으니,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 등의 조치로 화답해 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며 최근 국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화 제스처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번 회동에서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 미국이 원하고 있는 북핵 리스트 공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말’만 있었을 뿐 ‘행동’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수석 협상가’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고, 청와대가 북-미 간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그 내용과 반응에 비핵화 협상의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처음으로 비핵화 시간표 언급한 김정은 청와대에 따르면 특사단은 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 10분까지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과 만났다. 정 실장은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김정은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자세하게 공개했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에 북-미 간 70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0년 말까지 비핵화 실현 의지를 내비친 것인데,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김정은은 “풍계리 (핵실험장은) 갱도 3분의 2가 완전히 붕락해서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며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폐쇄)도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완전히 중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해 왔는데, 이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실장도 “이런 조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좀 인색한 데 따른 어려움을 (김정은이)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시간 벌기용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김정은이 특사단을 통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동시 행동’ 꺼냈지만 새 협상카드는 없어 그러면서 김정은은 ‘진짜 의도’를 공개했다. 김정은은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동시 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나서면 미국이 원하는 핵 리스트를 줄지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김정은은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 동맹은 약화된다’ 또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 하는 것들은 종전선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 없이 종전선언이 먼저 이뤄질 경우 “한반도가 김정은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정은이 직접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 역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관련국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고, 북한도 이런 우리의 판단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종전선언이 있어야 북한은 확실한 체제 보장을 받았다고 여기고, 비로소 후속 비핵화 조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백악관이 바라는 북핵 리스트, 핵심 핵 시설의 폐기, 국제사회의 검증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이미 발표한 기존의 조치들만 강조했다. ○ 靑 통해 주고받은 워싱턴-평양 메시지가 관건 결국 앞으로의 상황은 청와대를 가운데 두고 워싱턴과 평양이 주고받은 메시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한미 정상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한 메시지가 있었고, 그걸 정 실장이 (김정은에게) 전달했다”며 “오늘(6일) 오후 8시 정 실장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하며 김 위원장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무산되는 등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양측 모두 대화의 끈은 여전히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서로에게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북한은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대화 테이블만 마련돼도 추가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0년 말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북-미 평화협정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김정은이 비핵화 완료 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종전선언 등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동시 행동’ 없이는 핵시설 신고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70년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 등 특사단은 전날 방북해 김정은과 1시간 40분가량 면담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20년 12월까지는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라며 “(신고와 검증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마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특사단에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된다’는 우려들은 종전선언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선제적이며 선의의 조치’라고 스스로 규정하면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채택해야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선을 그은 것. 정 실장은 “미국에 전할 북한의 비공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사단이 4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전했고,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전해 달라며 화답했다는 것. 한 소식통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8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며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밝힌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함께 (비핵화를) 이뤄낼 것(get it done)”이라고 했다. 한편 남북은 이달 18∼20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방북에 이어 이달 말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조기 종전선언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에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chief-negotiator)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최강욱 변호사(50·사진)가 임명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최 변호사가 신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7일부터 출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임 김종호 비서관은 최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직기강비서관은 청와대 내부 감찰과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최 변호사는 1994년 군 법무관으로 임관했고 2005년 전역 뒤 진보 진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고, 최근에는 채널A ‘외부자들’ 등의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이 5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 일정 및 비핵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이날 오후 늦게 돌아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특사단에 어떤 카드를 내놓았느냐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방북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앞서 정의용 실장 등 5명의 특사단은 이날 오전 7시 40분경 특별기를 타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9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순안공항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영접을 나왔고, 고려호텔로 이동한 특사단은 20여 분 동안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했다. 이어 김정은과 만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이 오전에 곧바로 특사단을 만났다는 점에서 우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려던 메시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사단이 김정은에게 건넨 문 대통령의 친서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의 적극적인 협력과 비핵화 및 종전선언 관련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정은은 이번 면담에서도 ‘선(先)종전선언 후(後)비핵화 조치’를 굽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비핵화 협상은 당분간 계속 공회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4일 김용국 군축 및 평화연구소장 명의의 소논문을 통해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종전선언부터 채택하여 전쟁 상태부터 끝장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의 첫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만찬을 마친 특사단은 이날 오후 8시 40분경 평양을 떠나 오후 9시 50분경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특사단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 결과,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 등을 밝힐 예정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사진)이 5일 부동산 폭등과 관련해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며 서울 강남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규제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 폭등으로 정부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빗발치는 상황에서 장 실장이 또 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장 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장 실장이 보유한 아파트 1채 가격은 20억 원을 넘어섰다. 장 실장은 또 “고가 주택이나 상가에 대한 지역 차이는 시장에서 작동해서 가는 것이기에 정부가 다 제어할 수 없고 반드시 제어해야 할 이유도 없다”며 “세계 최고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맨해튼 한가운데 또는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등 배우들이 사는 주택 가격을 왜 정부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장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발언에 대해선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예를 들어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부동산 투기에 대해 “투기는 단기적인 시세차익만 노리는, 집 없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해서 돈을 버는 것”이라며 “투기가 생기는 경우에는 분명하게 세금을 부과해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신 장 실장은 중산층,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주거 정책을 강조했다. 장 실장은 “국민의 실거주를 위한 수요는 반드시 시장에 맡겨야 될 이유가 없다”며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중산층, 서민의 주택은 정부가 다 30년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와 관련해 “거시적으로 본다면 지금 상황을 ‘경제 망했다’ ‘위기’라고 하는 건 지나친 정도가 아니라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물론 (경제성장률) 3%를 넘어가는 성장을 못 한 건 아쉬운 게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적정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처음으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현장을 찾아 생활 밀착형 SOC 투자와 ‘포용 국가’로의 의지를 재차 밝혔다. 청와대는 도서관, 어린이집, 박물관 등 생활 SOC를 확대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은평구에 있는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찾아 “그동안 우리는 대규모 SOC 위주의 정책을 펼쳐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서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공공 투자도 지역 밀착형 SOC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 SOC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지역에 대한 투자”라며 “(생활 SOC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고 공존하는 포용 사회, 포용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의 4대강 사업, 대규모 아파트 건설 등 토목·건설 위주의 SOC보다는 지역 맞춤형 소규모 SOC 사업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주민체육센터, 도서관 신축 및 노후 도서관 리모델링, 공공 의료기관 신설, 전통시장 개·보수 등을 생활 SOC 사업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에 총 8조7000억 원의 예산을 생활 SOC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실생활에서 손쉽게 접하게 되는 여가, 건강, 안전, 환경 등과 관련한 우리 동네 인프라”라며 “내년에 지방자치단체 예산까지 포함한 12조 원을 통해 22개 부처 149개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4일 특사단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이달 말 유엔총회 기간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약 50분간 통화하고 특사단 방북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두 정상은 이달 말 회담에서 비핵화 이행과 종전선언 채택 등을 논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이후 84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사단 방북계획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특사단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이 비핵화 대화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 방북 결과를 나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특사단 귀환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 등 5명의 특사단은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통해 전한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아동·노인수당 확대와 사회 안전망 확충 등 ‘포용국가’ 구상을 통한 복지 재정지출 확대 방침을 밝혔다. 집권 2기를 맞아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보편적 복지로 고용·소득쇼크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달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기초연금과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연금 액수가 인상되고 아동수당이 새로 지급되기 시작한다”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포용국가 정책들이 실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을 포함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국정 기조로 분명히 못 박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자유주의는 성장의 수혜층이 소수에 그치고 다수가 배제되는 구조지만, 반대로 포용적 성장은 두루 많은 사람들에게 성장의 결과가 배분되는 성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정책 방향에 계층별 맞춤형 복지 정책 확대를 통해 포용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복안이다. 정부가 나서 취약계층의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을 지원하는 포용적 성장은 필연적으로 정부 재정 지출의 확대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당장 9월부터 지급되는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은 222여만 명이 신청했고, 500여만 명에게 지급되는 노인기초연금은 이달부터 월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오른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세수(稅收)를 현실적으로 예측하여 늘어나는 세수에 맞게 사업계획을 세웠다”며 “국민의 세금을 곳간에 쌓아두는 대신 경제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쓰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양극화 악화를 막고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선 과감한 확대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올해 예산의 경우에도 세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세수 예측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 불거진 갈등설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 등은 기재부가 세수 예측을 너무 낮춰 올해 적극적인 사회복지 예산 집행을 못 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7월 5일·문재인 대통령) “첫눈이 오면 (탁현민 행정관을) 놓아주겠다.”(7월 1일·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최근까지 청와대 메시지에는 시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달라지고 있다. “직을 건다는 각오”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 등의 직설적인 표현이 부쩍 늘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라는 집권 2기 기조와 악화된 경제 지표에 대한 답답함과 질책이 문 대통령의 메시지 톤까지 바꿨다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원래 문 대통령은 연설문 등에서 시, 속담, 역사적 사례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해 왔다. “청중의 입장에서 연설문을 써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7월 한-인도 비즈니스포럼 연설문에서 “제 딸도 한국에서 요가 강사를 한다”며 양국 간 친밀감 강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총괄해온 신동호 연설비서관은 아예 시인 출신이다. 감성과 서사(敍事)를 강조하는 신 비서관과 역사적 사실을 선호하는 문 대통령의 성향이 만난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5명의 삶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독립의 뜻을 강조했다.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지난해 5·18광주민주화항쟁 기념사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뒤로 한 편의 시(詩)를 연상시키는 메시지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명해지고 직설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며 ‘한반도 주인론’을 꺼내들었다. 또 갈등설이 불거진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직을 건다는 결의”를 당부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규제 혁신 분야에서는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7월 의료기기 규제 혁신 행사에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는 “현장은 규제 혁신을 간절히 기다린다”며 국회의 입법을 촉구했다. 이런 변화는 탄핵과 촛불의 후폭풍이 남아 있던 집권 1기와 달리 2기부터는 ‘문재인 정부만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관련 입법에 뜻을 모으지 못하는 여당에 대한 아쉬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들어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메시지가 변한 이유”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중 열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 일정 논의 등을 위해 5일 평양으로 대북 특별사절단을 보낸다. 3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특사 파견이다. 청와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는 등 북한 비핵화 협상의 논의가 막힌 상황에서 특사 파견으로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오늘 오전 우리 쪽은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5일 문 대통령의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고 북측은 오후에 특사를 받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며 “대북 특사는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남북 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쪽에서만 (특사 파견을) 생각한 것은 아니며 남북 모두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협의했다”며 “이 시점에서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산되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더는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등 미국 백악관의 기류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이 특사 파견으로 돌파구를 열기로 합의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번 특사단은 북-미 대화 문제, 비핵화 문제를 풀어 간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직후인 5월 26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과 이번 특사 파견이 비슷한 성격이라는 의미다. 한편 두 번째 대북 특사단의 규모와 구성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속성 등을 고려해 첫 대북 특사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3월 대북 특사단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대북 특사단은 평양에서 1박 2일 동안 머무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만났다. 하지만 이번에 김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개인정보 등을 활용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하며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의료기기,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세 번째 규제혁신 현장 행보다.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데이터 규제혁신은 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혁신성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활용도는 높이되 안전장치를 강화해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다루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앞으로 주민등록번호, 이름, 전화번호 등을 삭제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가명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하며 활용수단 법제화 하루 앞서 열린 정부 합동 데이터 경제 활성화 브리핑에서 정윤기 행안부 국장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개선이 아니라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안전하게 조치된 정보(비식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불명확했던 개인정보의 활용 전제조건을 법제화해 혁신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취지다. 2016년에 제정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은 법적 근거가 약하고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유야무야됐다. 정부가 2년 만에 개인정보 활용 정책을 손본 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 경쟁력’ 때문이다. 데이터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촉매가 되는 ‘데이터 이코노미(경제)’는 세계적 추세지만 국내 데이터 활용도는 정보기술(IT)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 능력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데이터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에 대한 기업의 활용도는 1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27위다.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가명정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의 비식별 조치를 거친 ‘익명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식별자)뿐 아니라 분석 자료로 의미 있는 요소(속성값)까지 가공하는 바람에 실제 산업과 통계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가명정보는 식별자 삭제 또는 암호화로 주체를 알아볼 수 없게 하는 대신 속성값은 그대로 남겨 산업 활용도를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정부는 개인정보의 재식별을 막기 위해 3중의 보안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가명정보 생성 과정에서 식별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고 정보 결합은 엄격한 보안시설을 갖춘 국가 지정전문기관에서만 맡도록 했다. 가명정보 이용 과정에서 고의로 누구의 정보인지 재식별할 경우 전에 없던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해 엄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통계나 학술연구 등에 쓸 수 있던 가명정보 활용 범위도 시장조사 등 상업 통계나 산업적 연구로 확대한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적은 사물위치정보(무인차, 드론)도 사전 동의를 면제한다. 이 밖에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산업에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대기업에 비해 데이터 활용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데이터 가공과 관리도 지원한다. ○ “입법 서둘러야” vs “자본에 굴복” 비식별 정보의 상업적 활용에 물꼬를 튼 정부 방침에 산업계는 환영했다. 벤처기업협회는 “금융 교육 의료 데이터의 클라우드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 벤처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빅데이터 융합 마케팅 및 컨설팅이 고도화된 외국 업체들에 우리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데이터 활용 입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기업들이 활용하는 것은 국민의 정보기본권 침해이자 데이터 자본 논리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입법을 올해 안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한다. 청와대도 규제개혁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국회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 1호 법안인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이 여야 협상 결렬과 여당 일각의 반대로 8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해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신속한 후속 조치로 규제혁신 효과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회의 빠른 개혁 입법을 촉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규제혁신에 대한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확실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입법 물꼬가 터지면 후속 입법도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동진·최고야 기자}

정부가 9월에 열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 대신 대북 특별사절단을 5일 평양에 보내기로 한 것은 결국 북-미 간 날 선 신경전 속에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비핵화 협상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문제의 진전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에 정부가 다시 남북을 통해 북-미를 이끄는 ‘선순환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북핵 특사단’, 文 친서 들고 김정은 만나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특사 파견 배경에 대해 “아무래도 중요한 시점에, 조금 더 남북이 긴밀하게 농도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서 특사가 평양에 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쪽과 북쪽 모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해왔고, 이 시점에서는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4일 방북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밝히며 북-미 간 이견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남북이 ‘특사 카드’를 통해 상황 변화를 노리는 것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북한에 미국의 비핵화 관련 의견을 전달하고, 북한의 요구 사안을 다시 미국에 전달하는 ‘비핵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단순히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한다기보다는 북-미 문제나 비핵화 문제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7월 6일 세 번째로 평양을 찾아 1박까지 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 귀국’ 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이 누굴 만나느냐’는 질문에 “저희들이 내심 생각하는 바는 있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통상 최고 지도자의 면담 직전까지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한 북한 전문가는 “특사단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관리들만 만난다면 의제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中 양제츠 방한 가능성도 올해 정부는 ‘대북 특사 등 북한과 사전 접촉’→‘남북 정상회담’→‘북-미 대화 촉진’으로 이어지는 ‘중재자 패턴’을 반복해 왔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3월 5일 방북한 특사단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 워싱턴에 전달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일궈냈다.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출렁이던 5월 25일에는 김영철 부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이튿날 ‘깜짝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며 결국 북-미 간 싱가포르 선언을 견인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이미 한 차례 만났고, 이제 비핵화의 디테일 싸움에 돌입한 상황에서 중재 역할은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앞선 상황보다 현재가 훨씬 엄중하다. (특사단이) 비핵화에 대해 진전된 결과를 가져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가 다녀온 뒤에 그 결과물을 가지고 (미국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청와대도 특사단의 결과물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사단 파견을 기점으로 정체돼 있던 남북미중의 ‘비핵화 4자 시계’가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미가 다시 움직이게 된 만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조만간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이정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30일 첫 개각을 계기로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 이른바 ‘문재인 라인업’에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2년 대선 패배 뒤 움츠렸던 문 대통령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대권 재도전에 나섰는데, 당시 문 대통령 곁을 지켰던 핵심 당직자들 중 정권 교체 뒤 두 명의 도지사를 배출한 데 이어 이날 개각으로 장관만 세 명이 나오게 된 것. 당시 김현미 비서실장은 지난해 조각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았고,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문재인 정부 첫 개각의 신데렐라가 됐다. 김 장관과 유 후보자는 나이(56세)도 같고 국회의원 지역구도 같은 경기 고양시에 두고 있지만 정치 스타일은 다르다. 날카로운 이미지인 김 장관은 당료 시절엔 주로 공보 업무를 하다가 나중엔 정무 및 전략기획에 실력을 보였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유 후보자는 10년 넘게 대변인 등을 맡으며 당내외 소통 업무를 주로 맡았다. 양승조 당시 사무총장은 2016년 총선에서 4선에 성공했고, 올해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에 당선됐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2016년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정권 교체 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거쳐 전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도 2016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패했지만 정권 교체 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맡았고 지난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고 있다. 당시 핵심 당직자 중 유일한 원외(院外)였던 김성수 대변인은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현재 핵심 상임위 중 하나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다. 함께 가다 지금은 반대 진영에 선 인물도 있다. 당시 김관영 조직사무부총장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으로 탈당했고, 현재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공인회계사 시험에 모두 합격한 김 원내대표의 전문성과 정무 감각을 아꼈던 문 대통령은 그가 탈당할 때 주변 측근들에게 “김관영만큼은 붙잡을 수 없느냐”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아, 이게 정말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고민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56)은 30일 청와대 발표 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국회의원 당선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교육 현장 경험이 없다는 등)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잘하려고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2001년 교육부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후 첫 여성 부총리 후보자로 이날 개각의 ‘신데렐라’가 된 데 대한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유 후보자는 여권의 대표적인 공보 전문가로 통한다. 당과 대선 캠프 등에서 공식 대변인만 10여 차례 맡았다. 장점인 소통 능력을 살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교육계 안팎의 이견과 갈등을 풀라는 게 핵심 임무인 셈이다. 유 후보자는 온화한 인상과 달리 강성 운동권 출신이다. 성균관대 81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같은 당 민병두 의원과 함께 급진 운동권인 제헌의회파(CA) 진영의 핵심으로 활동하며 여장부라는 평을 들었다. 여권 관계자는 “한번 마음먹으면 독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교육부의 무사안일주의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서울 송곡여고에 다닐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부친이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과로사를 했는데 당시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문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유 후보자는 고 김근태 전 의원(GT)과 인연을 맺으며 정치에 발을 들였다. 처음엔 김 전 의원 후원회 사무국장을 거쳐 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연을 맺은 것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되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한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를 당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프를 꾸리면서 핵심 참모조직인 ‘광흥창 팀’에 “유은혜를 가장 먼저 영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친문(친문재인)이라기보단 GT계로 분류되던 유 후보자 영입 지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유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아 대선 승리를 도왔다. 유 후보자는 2012년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발을 들인 뒤 약 6년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다수의 교육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고교 무상교육 △고교 학점제 등 문재인 정부 주요 교육 정책의 뼈대를 구축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 경험이 없어 교육 개혁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56)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김근태 국회의원 보좌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박성진 psjin@donga.com·한상준·박은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으로 유남석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13기·사진)을 지명했다. 이 소장의 임기는 다음 달 19일까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유 후보자는 대법원 산하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 및 수석부장 연구관으로 근무했다”며 “유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실력과 인품에 대해 두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유 후보자는 서울북부지법원장, 광주고등법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의 창립 회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2기)를 추천하기로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와 국회의원 해외 출장 지원 등과 관련해 “더 이상의 비리, 부패로 국민에게 좌절과 실망을 줘서는 안 되며 정부도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취임 후 첫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혁신 목표는 분명하다. 모든 공적인 지위와 권한을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하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적발된 공공기관들의 채용 및 입찰 비리를 언급하며 “몇몇 공공기관은 국민의 편이 아니었고 오히려 특권과 반칙의 온상이 되었다”면서 “공공기관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스스로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질타했다. 피감기관의 국회의원 해외 출장 지원에 대해서는 “피감기관에도 적지 않은 잘못이 있다. 출장 지원, 과도한 의전 제공 등은 피감기관 차원에서도 금지되고 문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한 것은 집권 2기 국정 과제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해 공공기관들이 앞장서 달라는 의미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책임을 철저하게 묻겠다”며 과거의 잘못이 다시 재연될 경우 직접 기관장을 문책하거나 경질할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의지가 일선 공무원까지 공유되거나 관철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면서도 “과거의 오명을 씻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겠다는 의지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 정책 방향에 공공기관이 혁신으로 뒷받침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혁신 방향과 관련해 “한마디로 공공성을 회복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 교통, 의료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공공기관들이 경제적 이익보다는 사회 공공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일자리 문제, 소득 양극화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한 공공기관의 노력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데이터와 시설, 장비의 공유를 통해 혁신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는 370여 명의 공공기관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의 부채가 지난해 500조 원에 이르는 가운데 방만 경영 효율화 방안에 대한 지적 없이 일자리 창출 등 공공성을 강조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정원은 2013년 27만 명에서 올 2분기(4∼6월) 현재 32만 명으로 늘어난 상태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올 5월 통계청이 실시해온 가계소득동향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조사 방식으로 통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재직 중이던 강 청장의 제안대로 조사하면 소득계층 간 양극화 문제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소득통계 문제로 통계청장을 교체했다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 조사 방식 재설계 제안 동아일보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강 청장은 올 5월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시는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에 논란이 제기되던 시기다. 당시 강 청장은 보고서에서 “기존 가계소득 조사는 보완이라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우니 향후 지속될 수 있는 조사를 신속히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런 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청의 공식 지표와 강 청장 자신이 재가공한 지표를 비교하며 통계청의 통계에서 소득 감소폭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통계청은 올 1분기 1∼3분위(소득 하위 60%) 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지난해 1분기보다 3.0∼12.8%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 청장은 통계청의 집계 방식은 퇴직금과 자녀가 주는 용돈 같은 감소폭이 큰 비경상소득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를 제외하고 가처분소득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 가처분소득 산정 때는 비경상소득을 넣지 않는다는 게 강 청장의 주장이다. 이런 제안에 따라 가처분소득을 다시 구하면 1분위의 가처분소득 감소폭은 2.3%로 크게 줄어든다. 3분위 소득은 종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는 효과가 생긴다. 국가 통계 업무를 담당하는 당국의 한 관계자는 “통상 처분가능소득은 자녀 용돈과 퇴직금 등 비경상소득을 총소득에 포함시켜 산출한다”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처분가능소득을 산출할 때도 비경상소득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비경상소득을 가처분소득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외국은 퇴직금 같은 개념이 없어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황 전 청장은 원래 말 안 듣는 사람”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27일 이임식에서 “올 때도 갑작스럽고 갈 때도 갑작스럽다”고 했다. 그가 사전 예고 없이 경질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황 전 청장은 재직 당시 정부와 마찰이 다소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계법에 따르면 통계청 자료는 유관 정부부처라도 공표 전날 낮 12시 전에는 제공할 수 없다. 보낼 때도 관계기관에만 보낸다. 예를 들어 고용동향은 고용노동부, 산업활동동향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내는 식이다. 황 전 청장은 이런 원칙을 칼같이 지켰다고 한다. 유관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황 전 청장은 번번이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박사 말 안 듣는 거 모르고 앉혔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해진다. 또 청와대가 1분기 가계소득동향 쇼크 발생 후 노동연구원과 보사연에 분석을 요구할 때도 황 전 청장은 통계청 데이터가 이미 연구원들에게 넘어간 이후 사후에 보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통계청 데이터가 주요 자료로 활용됐는데도 황 전 청장은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관가에서는 황 전 청장이 소득통계 논란 때문에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돌고 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 / 한상준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갑작스러운 방북 취소로 남북이 이달 안에 열기로 합의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가 사실상 어렵다는 신중론이 정부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남북 경협 준비의 ‘전초기지’인 연락사무소의 개소를 강행하면 한미 공조가 삐걱거려 우리 정부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靑, “北 입장 기다리는 중”이라며 기류 변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개성공단 내에 설치하려던 연락사무소 개소 시기에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변화된 기류를 소개했다. 그는 “연락사무소 개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 등 순조로운 일정 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으니 그에 맞춰서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우리 정부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북쪽과 같이 상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북쪽이 (사무소 개설과 관련해) 이런 상황 변화, 정세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직 공식적인 논의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남북이 ‘8월 개소’에 합의한 뒤 실무 준비를 해왔지만 폼페이오 방북 취소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만큼 북측과 다시 협의할 필요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앞서 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연락사무소 개소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미국도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조속한 개소에 방점을 찍었었다. 청와대가 “(북측의 반응을)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가 방북을 취소한 지 사흘째인 27일까지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을 때에는 곧바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폼페이오의 취소를 예견하지 못했으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달 내 연락사무소 개소는 어려워졌다”며 “개소 일정에 대한 북한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데, 북한도 여러 사정이 있어 단기간에 연락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목되는 시진핑 방북 여부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주인론’을 강조했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됐다”며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며칠 내”라는 표현까지 넣으며 개소 임박을 예고한 것. 하지만 북-미가 냉기류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중재자 입지는 급속히 위축되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청와대는 상황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소가 9월 중순 이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폼페이오 방북 무산으로 북한도 백악관의 진의 파악에 나선 데다, 이번 문제가 단순히 북-미 간의 문제를 넘어 중국까지 포함된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폼페이오 방북 취소로 꼬인 ‘한반도 대화 스텝’을 풀 수 있는 고리는 다음 달 북한 9·9절을 기점으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 여부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는 시 주석에게도 부담인 만큼 방북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다른 고위급을 평양에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경색된 대화 국면이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곧 단행할 개각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의장(58·공군사관학교 30기·사진)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이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면 이양호 전 장관(1994∼1996년) 이후 24년 만에 공군 출신 국방수장이 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7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검증을 거쳐 새 국방부 장관 후보로 정 의장을 최종 낙점했다”며 “육군 중심 문화를 탈피하고, 국방 개혁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의 거취를 놓고 고심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주 교체를 최종 결심하고 정 의장 외에 이순진 전 합참의장,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 등을 후보군으로 두고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정 의장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국군기무사령부 해편(解編) 등 군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 창군 이래 첫 문민(文民) 장관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후보들 가운데 일부는 장관직 제의를 고사해 정 의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정 의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공군참모총장에 임명됐고, 정권 교체 뒤인 지난해 8월 합참의장에 취임했다. 정 의장이 지난해 합참의장 임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문 대통령은 예전부터 정 의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정 의장을 합참의장으로 임명한 뒤에도 좋은 평가가 이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의장은 2015년 공군참모총장 시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신중론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방위 소속 의원이었다. 청와대는 개각 발표 시점과 대상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6개 부처를 대상으로 한 ‘중폭 개각’이 예상된다. 국방부를 비롯해 교육, 산업통상자원, 환경, 고용노동, 여성가족부가 대상으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또는 여성가족부 장관 중 하나로 입각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정애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 여성 의원의 입각이 유력한 것은 ‘여성 장관 30%’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반도와 주변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주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하면서 북한 비핵화 논의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북-중, 남북 정상회담 등 연쇄 ‘빅 이벤트’의 출발점이던 폼페이오의 방북을 돌연 중단시킨 것은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과 이를 부추기고 있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 메시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런 북한과 경협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워싱턴과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도 “미국 주도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협조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일각에선 당장 이번 주 예정됐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사실을 알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음을 인정하며 현재로선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 성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무역에 대해 터프해진 우리의 방침 때문에 과거와 달리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며 다음 달 초 평양 방문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사실상 겨냥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가길 기대한다”면서도 그 시점을 “중국과 우리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로 못 박기도 했다. 비핵화 이슈를 레버리지 삼아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인 만큼 한동안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따뜻한 안부와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곧 만나길 고대한다”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여지는 남겨 놨다. 문 대통령은 26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팀 핵심 멤버를 청와대로 소집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및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지만 폼페이오 방북 취소 결정 후 사무소 개소 시점을 놓고는 다소 신중해진 기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부가 상황 인식을 위해 긴밀히 소통·협의하고 있다”며 “그런 구도 속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분위기는 강경하다.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 결정에 대해 “옳은 일이다. 북한은 평화적 비핵화 의도는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진행하면 한미 공조 균열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