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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지난해 처음으로 400만 원을 넘었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7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8조3247억 원이었다. 이는 2010년 14조1350억 원의 2배,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69조3352억 원의 40.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체 인구의 13.4%를 차지하는 노인들의 진료비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지난해 425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2년 307만6000원으로 300만 원대를 돌파한 지 5년 만에 400만 원대로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 국민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139만1000원)와 비교하면 세 배 수준이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진료를 받은 질환은 ‘본태성 고혈압(원인을 알 수 없는 고혈압)’으로 지난해에만 262만3000명이 이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어 치은염 및 치주질환(246만9000명), 급성기관지염(199만4000명) 순이었다. 입원으로 이어진 질병 중에서는 노년성 백내장이 20만79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알츠하이머 치매(10만3892명) 폐렴(9만6254명) 등이 뒤를 이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해산 수순에 접어들게 됐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한일 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로 설립됐으며 이듬해 7월 개소식을 열었다. 사실 재단 폐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논의됐다. 지난해 말엔 민간 이사진이 모두 사퇴했다. 최근 관련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일본이 재단을 위해 출연한 10억 엔(약 99억 원)을 정부 예산(양성평등기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여기에 재단 운영을 위한 자금이나 인건비, 건물 임차료가 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현실적인 문제도 겹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속히 재단 해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단 처리와 관련된 세부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련 부처 간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화해·치유재단 정관 33조에 따르면 해산을 위해서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여가부 장관은 외교부 장관과 협의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26일 취임 인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산물인 화해·치유재단 처리 문제는 철저히 피해자 관점에서 하루속히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해산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여러 문제점은 남는다. 우선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2015년 한일 정부는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해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기존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진 않겠다”고 했지만 향후 일본이 일방 파기를 주장할 수 있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번 한일 회담에서 재단의 향방과 달리 10억 엔 반환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고, 이미 생존 피해자 34명(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총 44억 원을 지급한 상태다. 물론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해 이미 지급한 44억 원은 결과적으로 정부 예산으로 잡혀 있다. 10억 엔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전에 정부가 해당 방침을 외교채널을 통해 귀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문제라는 큰 불이 있고, 북-미 관계에 숟가락을 얹고 싶은 일본으로선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깨져봐야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하경 기자}
추석 연휴에도 아이돌봄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지원된다. 응급실은 평소처럼 24시간 진료를 하고 보건소 등 일부 공공의료기관도 문을 연다. 19일 여성가족부는 추석 연휴 출근을 해야 하는 맞벌이 또는 한부모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봄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연휴 기간 전에 아이돌봄 홈페이지에서 신청해야 한다. 공휴일과 야간에는 이용 요금의 50%가 가산된다. 129(보건복지 콜센터)나 120(시도 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전화를 걸면 추석 연휴 기간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응급의료포털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웹사이트 주소가 기억이 나지 않으면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으로 검색하면 된다. 응급실 525곳은 평소처럼 24시간 진료한다. 보건소를 비롯한 일부 공공의료기관도 문을 연다. 복지부에 따르면 명절 당일과 그 다음 날 응급실 이용은 평일의 2.2배, 주말의 1.6배로 증가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9월 30일∼10월 9일)에는 교통사고 환자가 1.5배, 화상 3.0배, 관통상 2.4배로 늘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세, 3세 두 아들을 둔 직장인 A 씨(36)는 아직까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전체 가구 중 상위 소득 10%는 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는데, 맞벌이인 A 씨는 자신이 상위 10% 안에 드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단 기초지자체에 신청서를 내면 수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선뜻 신청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아내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아동수당 수급 대상인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자칫 아내의 소득이 모두 공개돼 세무조사의 타깃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부부 중 자영업자가 있는 집들은 신청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자 동네’일수록 신청률 낮아 17일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초자치단체별 아동수당 신청률’ 통계를 보면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0∼5세 자녀를 둔 가구 중 아직까지 6%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아동수당은 이달 첫 지급된다. 아동수당은 신청한 달부터 수당이 지급돼 이달 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9월분을 받을 수 없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신청률이 낮을수록 이른바 ‘부자 동네’라는 점이다. 전국에서 아동수당 신청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 강남구로 73.4%였다. 이어 서울 서초구(73.7%)가 두 번째로 낮았다. 이 두 지역에선 아동 4명 중 1명의 부모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신청률이 저조한 3, 4, 5위도 서울 용산구(80.6%) 송파구(82.2%) 종로구(82.5%)였다. ‘부자 동네’에서 유독 신청률이 낮은 건 자신의 소득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금융정보 등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신청자의 60여 개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아동수당 신청자에게 추가 증명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부모는 ‘정부가 내 재산을 뒤지게 하느니 차라리 10만 원을 포기하겠다’며 아예 신청 자체를 꺼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세금을 추징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소득과 재산을 조사하는 것은 순수하게 아동수당 수급 판정을 위한 것이지 다른 용도로는 절대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열람은 논란 그럼에도 아동수당 신청 시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열람할 수 있는 신청자의 정보에는 △국세·지방세 과세 정보 △4대 보험·보훈급여 등에 관한 자료 △주택입주권·분양권 정보 △보통예금의 3개월 이내 평균 잔액 △정기예금의 총 납입액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개별공시지가 △개별주택가격 △부동산 등의 거래에 관한 자료 등 26개 정보는 기초연금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은 자료들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70% 노인에게 지급된다. 아동수당과 함께 대표적인 현금성 복지다. 최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나 인사청문회 때도 제공받을 수 없는 자료까지 정부가 무차별 열람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아동수당법을 만들면서 기초연금법보다 열람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더 구체화했다”고 해명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4일 오후 질병관리본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은경 본부장 주재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중간 현황 브리핑을 열었다. A 씨(61)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8일의 첫 브리핑 이후 엿새 만이다. 이 자리에는 메르스 전문가인 김양수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최보율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보건당국이)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확산은 없지 않을까 평가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 학회의) 제안을 방역 당국에서 대부분 적용하고 있어 저희도 힘을 보탠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형식은 중간 브리핑이지만 내용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보건당국이 자화자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보건당국이 ‘적절히 대응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보건당국의 어깨가 하늘로 치솟을 수 있다. 2015년 당시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 사망자는 38명에 달했다. 올해는 확진자 이외에 추가 환자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 결과를 촘촘한 방역 시스템의 승리로 보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다. 오히려 ‘A 씨의 귀국→삼성서울병원 방문→서울대병원 이송→접촉자 관리→감염경로 추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야말로 ‘구멍 숭숭’이다. A 씨는 입국 당시 메르스 의심증상 중 하나인 설사가 심하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검역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방역당국이 설사를 메르스 의심환자 분류 기준에 넣지 않은 탓이다. A 씨가 1시간 40분가량 머문 택시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도 않았다. 택시를 운전사가 셀프 소독하도록 방치하기도 했다. A 씨가 처음 들른 삼성서울병원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2015년과 같이 대규모 확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 보건당국의 대국민 소통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쿠웨이트 보건당국이 ‘자국은 감염지가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감염경로가 미궁에 빠졌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어떤 가정도 추정도 할 수 없다”는 아리송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방역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두고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고 확진자와 확진자의 부인 및 관련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해당 언론사에 항의를 해달라고 했다”며 ‘언론 탓’을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잘못됐고, 무엇을 항의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정작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A 씨의 부인은 11일 동아일보 취재팀에 먼저 연락해왔다. 그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저도 패닉 상태라서 짧게 글을 드린다’며 본인의 심경을 담담하게 전했다. 취재팀의 질문에 즉각 응답했을 뿐 아니라 인터뷰 말미에는 ‘고맙다’ ‘덕분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정말 운이 좋았다. 다음에 또 다른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이번처럼 운이 좋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운을 실력이라고 믿는 것 같다. 메르스 종료 선언 전 부디 이번 대처 과정을 냉정하게 복기하길 바란다. 김하경 정책사회부 기자 whatsup@donga.com}
올해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세계 189개국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톱10에 든 것이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UNDP)이 조사한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은 0.063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10위를 기록했다. 지수가 ‘0’이면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UNDP는 2010년부터 각 나라의 성불평등 정도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생식 건강(모성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여성 권한(여성 의원 비율, 중등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 인구) △노동참여(경제활동 참가율) 등 3개 영역 5개 지표에서 여성 수준과 격차를 고려해 점수를 산정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성 의원 비율은 지난해 16.3%에서 올해 17.0%로, 중등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 비율은 88.8%에서 89.8%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지난해 50.0%에서 올해 52.2%로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1위는 스위스로 0.039를 기록했다. 이어 덴마크(0.040), 네덜란드·스웨덴(공동 3위·0.044), 벨기에·노르웨이(공동 5위·0.048) 순이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4위, 16위로 우리나라보다 성불평등지수가 높았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1위였다. 이어 싱가포르가 12위(0.067), 일본이 22위(0.103)였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A 씨(61)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설사를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해 검역대를 통과했다. 공항으로 A 씨를 마중 나온 부인 B 씨(55)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다른 차를 타고 따로 병원으로 갔다. 이 때문에 A 씨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에 부인 B 씨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남편은 메르스에 걸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억울해했다. 밀접접촉자로 집에 격리돼 있는 B 씨와의 인터뷰는 11, 12일 이틀에 걸쳐 4시간 동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여러 쟁점에 대해 B 씨는 보건당국 발표와는 다른 진술을 해 부실 역학조사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① 왜 부인만 마스크를 썼나 9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A 씨가) 아내분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A 씨의 지인인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부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A 씨가 메르스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자 보건당국 간 혼선이 시작된 지점이다. 하지만 B 씨는 “(남편이) 마스크를 쓰고 나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2년 전 폐렴을 앓은 뒤 면역력이 약해져 공항이나 여행을 갈 때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② 왜 따로따로 병원에 갔나 A 씨가 부인이 몰고 온 차량 대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간 점은 가장 의아한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몸이 불편해 누울 수 있는 넓은 리무진 밴 형의 택시를 불렀고, 지인 의사의 권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씨는 “남편 귀국 전에 ‘공항에 나가겠다’고 문자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 내가 차를 가지고 간 것을 남편이 알지 못했을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미리 예약했는지 (남편을) 만난 지 5분 만에 택시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을 먼 주차장까지 데리고 가 제 차에 태우기보다 택시를 타는 게 빠르고 편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일부러 두 사람이 따로따로 병원에 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동아일보 취재 결과 A 씨가 탑승한 택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밴 형이 아닌 기아자동차의 K9 택시였다. 보건당국의 발표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③ 메르스 감염, 전혀 의심하지 않았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환자 본인은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2번 갔다고 하는데, 비행시간이 10시간인데 어떻게 2번만 갔겠느냐. 이분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A 씨의 ‘거짓말 논란’은 확산됐다. 이에 B 씨는 “남편이 메르스라고 인지했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거나 최소한 마스크는 착용하고 왔을 것”이라며 “메르스의 전형적인 증상인 기침이나 열이 없었고 쿠웨이트의 다른 사람들도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아 본인이 메르스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했다.④ 그렇다면 왜 진료 사실 숨겼나 A 씨는 공항 검역 당시 쿠웨이트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숨겼다면 향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B 씨는 “탈진 상태에서 뭘 숨기겠느냐. 빨리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마지막 문자메시지에서 “자가격리되신 분들께 죄송하다. 힘내시고 잘 견디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온 국민과 관계자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1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와 접촉한 456명(밀접 21명, 일상 435명) 중 11명이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였으나 10명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고, 1명은 추가 검사 중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철중 기자 / 이다해 채널A 기자}

시민들이 별 불편함 없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도 노인에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시력과 근력 등이 떨어지는 탓에 어디를 찾아가기도, 무엇을 작성하기도 쉽지 않다. 노인들이 보다 쉽게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복지환경 디자인 전문가인 전미자 한국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이사장과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들의 조언을 얻어 70대 남성과 함께 △지역 주민센터 △지하철 △병원 등을 찾아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책을 찾아봤다.○ 서류를 앉아서 작성할 수 있다면… 7일 오전 김홍배 씨(73)는 서울 A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았다. 김 씨가 직접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보기로 했다. 해당 서류는 담당 직원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돈을 지불하면 쉽게 뗄 수 있다. 김 씨도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했다. 당장 어떤 창구로 가야할지 헷갈려서다. 각 창구에 붙어있는 안내 표지판의 글씨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여서 20대인 기자가 봐도 쉽게 구별이 안 됐다. 게다가 민원인이 창구에 앉아있으면 표지판이 민원인의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포기하고 대신 서류작성대에서 서식 하나를 채워보기로 했다. 허리를 굽혀 서류작성대 유리 안을 들여다보던 김 씨는 “서류 글씨가 너무 작아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류작성대 위에 있는 돋보기를 이용해 간신히 민원서류를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돋보기의 초점이 맞지 않아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결국 평소 들고 다니는 안경을 꺼내 쓰고, 허리와 목을 구부린 어정쩡한 자세로 서식의 빈칸을 채워나갔다. 평소 이동할 때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닐 정도로 건강한 체력을 갖고 있는 김 씨지만 서식을 채우고 난 뒤 다리와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전미자 이사장은 “공급자 중심 디자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서류작성대는 앉아서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터치스크린, 젊은 사람들은 편하다지만… 주민센터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김 씨는 마을버스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쳤다. 노인의 시야는 보행이 불편해 대개 아래를 향하기 마련이다. 기자가 “이곳에 정류장이 있다”고 알려주자 비로소 김 씨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엔 버스 노선표에 적힌 글씨를 읽지 못했다.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거의 90도 목을 젖혀 올려다봐야 겨우 버스 노선표를 읽을 수 있었다. 지하철도 노인에겐 ‘미로’나 다름없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내려가자 김 씨의 시야에는 상점과 초록색 기둥만 들어왔다. 천장에 목적지를 표시한 안내판이 붙어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표적 역만 표시돼 있어 노선도를 꿰고 있지 않으면 어느 개표구로 가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는 “많은 노인들이 지하철에서 길을 쉽게 잃는다”며 “기둥과 바닥에 안내 화살표를 연속해서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 있는 1회용 교통카드 발매기도 노인이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젊은 사람에겐 편리하기만 한 터치스크린이 노인 세대에겐 무척 낯선 방식이었다. 김 씨는 누를 수 있는 버튼을 한참 찾다가 결국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은 채 ‘신분증 올려놓는 곳’이란 글자 위에 신분증을 놓았다. 다행히 터치스크린이 이를 인식해 무료 승차표가 나왔지만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현금자동인출기 등을 쓰려면 무척 난감할 것 같았다. 전 이사장은 “요즘 은행이나 큰 병원에선 터치스크린을 통해 번호표나 처방전을 뽑게 돼있는데 노인에게 터치 방식은 생소할 뿐 아니라 금방 전환되는 화면을 복잡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큰 글씨에 색깔도 달리해주면…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장소 중 하나인 병원도 노인 친화적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방문한 C 대학병원에선 각 진료과 위치를 안내하는 푯말이 천장에 달려 있었다. 한 화살표에 여러 진료과 위치를 안내하다 보니 젊은 사람도 어디가 어딘지 알기 어려웠다. 바닥에도 별다른 안내표시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너무 작아 노인들이 가고자 하는 층을 찾기 어려웠다. 반면 건국대병원은 2016년 병원 내 표지판의 글씨를 크게 확대하고 진료과마다 번호를 부여했다. 멀리서도 찾고자 하는 진료과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 성동구보건소는 엘리베이터 버튼이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다. 글씨도 커 숫자를 금방 식별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내 비상호출 버튼을 낮은 곳에 달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인이 넘어진 상태에서도 누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급식으로 나온 초코케이크를 먹고 식중독에 걸린 학생이 2161명으로 늘어났다.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된 살모넬라균의 잠복기가 거의 끝나가는 만큼 환자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에 따르면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을 먹고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은 9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55개 급식소에서 2161명으로 집계됐다. 5일 467명에서 8일 2000명을 돌파했지만 9일에는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식중독의 원인균인 살모넬라균의 잠복기가 72시간인 만큼 첫 발생 시점을 고려하면 잠복기가 사실상 끝난 셈이다. 최순곤 식약처 식품안전관리과 과장은 “9일로 식중독 피해는 거의 끝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전북으로 식중독 의심환자가 13개 학교에서 700명이 발생했다. 이어 △부산 10곳 626명 △경남 13곳 279명 △대구 5곳 195명 △경북 5곳 180명 △충북 4곳 122명 △경기 1곳 31명 △울산 2곳 11명 △제주 1곳 13명 △대전 1곳 4명 순이다. 식약처는 현재 식중독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문제 제품과 그 원료에 대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원재료 공급 업체도 추적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제의 식품이 납품된 곳은 총 190곳이다. △학교 169곳 △유치원 2곳 △사업장 12곳 △지역아동센터 1곳 등 184곳은 유통업체 조사 결과를 통해 파악됐다. 6곳은 식중독 신고와 추적조사를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르스 감염자인 A 씨가 출장 중 체류했던 곳은 쿠웨이트다. 체류 기간(22일)과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A 씨는 쿠웨이트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쿠웨이트는 메르스 오염국에서 제외돼 있어 보건 당국이 구체적인 감염 경로 파악에 나섰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 오후까지 쿠웨이트에 머문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해 7일 한국으로 왔다. 쿠웨이트에서는 22일간, 두바이에서는 2시간 37분 머물렀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쿠웨이트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르스 잠복기가 2∼14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바이에서의 체류 시간은 감염 후 증상이 발현하기엔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A 씨는 쿠웨이트에 체류하고 있던 지난달 28일 설사로 현지 의료기관에 방문하기도 했다. 설사는 메르스 감염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쿠웨이트를 감염지로 확신하기 위해서는 추가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쿠웨이트는 2016년 8월을 마지막으로 메르스 환자가 보고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오염국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반면 아랍에미리트(두바이)는 질병관리본부장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중 하나다. 5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A 씨가 쿠웨이트 체류 당시 현지 병원에 방문하면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3월과 5월, 6월 사우디에서는 총 53명이 현지 병원 내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쿠웨이트에 역학조사관을 보내는 등 쿠웨이트와 긴밀하게 협력해 조사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케이크를 급식으로 먹다 식중독에 걸린 학생이 2000여 명으로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 케익’을 먹은 뒤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7일 오후 6시 기준 2112명(52개 집단급식소)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1156명(29개 집단급식소)에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1000여 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북 13곳(700명) △경남 11곳(234명) △부산 10곳(626명) △대구 5곳(195명) △경북 5곳(180명) △충북 4곳(122명) △울산 2곳(11명) △경기 1곳(31명) △제주 1곳(13명) 등이다. 문제의 제품은 학교 169곳과 유치원 2곳 등 총 184곳의 집단급식소 외에도 학교급식소 5곳에 납품된 것으로 추가 파악됐다. 이는 식중독 추적조사와 신고를 통해 파악한 결과다. 또 문제의 케이크를 만든 업체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썹 신뢰성 논란에 다시 불붙고 있다. 해썹은 식품 원재료를 생산하는 단계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전 과정에서 인체 위해요소가 없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해썹 제품을 정부의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식품이 안전하기는커녕 식중독의 원인인 살모넬라균이 나온 셈이다. 해썹 품질 관리 논란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과거 3년간(2015~2017년) 해썹 인증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는 717곳에 달한다. 지난해 ‘살충제 잔류 계란’ 논란 때도 살충제를 사용한 산란계 농장의 59%가 해썹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썹 인증에만 급급해하고 사후관리는 소홀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 수는 2012년 1809곳에서 지난해 6월 4676곳으로 크게 늘었다. 해썹 지정 반납 및 취소업체도 2012년 65곳에서 2016년 254곳으로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장면1. 강원의 한 농촌 지역에 사는 A 씨(73)는 지난해 5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심장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첫 번째 병원에선 원인을 찾지 못했다. 두 번째 병원에선 진단은 했지만 시술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차로 2시간 거리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권역센터)로 옮겼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넘겨 심장 조직이 괴사한 상태였다. A 씨는 현재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지내고 있다. #장면2. 대전 시내에 사는 B 씨(76)는 달랐다. A 씨처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가족이 심근경색을 의심해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곧장 권역센터로 이송된 B 씨는 쓰러진 지 1시간 반 만에 막힌 혈관을 뚫었고, 일주일 후 걸어서 퇴원할 정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응급실 이송 시간 지역별로 8배 차이 A 씨와 B 씨의 여생을 좌우한 결정적인 차이는 ‘골든타임’이다. 급성 심근경색은 발병 후 늦어도 2시간, 뇌경색은 3시간 안에 관련 시술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황진용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016년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분석해 보니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이동 소요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한 지역이 전국 시군구 252곳(구가 있는 도시는 구별 집계) 중 139곳(55.2%)에 달했다.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한 지역은 44.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이송 시간에는 발견이 늦어 신고가 지체되거나 전문성이 없는 일반병원에 들러 허비하는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병원이 멀어서다. 6시간 50분으로 전국에서 이송 시간이 제일 긴 전북 진안군에서 가장 가까운 전북권역센터(익산 원광대병원)까지의 거리는 75km다. 차로 1시간 10분이 걸린다. 발견이 조금만 늦어도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쉽지 않다. 강원 고성군(이송 시간 5시간 32분)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관을 넓히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2시간 거리 안에 1곳도 없다. 반면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곳에선 환자가 2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충남권역센터로부터 30분 떨어진 충남 계룡시는 이송 시간이 51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송 시간이 1시간인 경기 의왕시는 20분 거리 안에 대학병원 4곳이 있다. 급성 질환이 생겼을 때 환자나 가족이 증상을 일찍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하는 비율도 지역 차가 컸다. 황 교수에 따르면 환자가 응급실에 오기 전 자신이 급성 심근경색임을 인지한 비율은 인천이 25.1%인 반면 경남은 2.7%에 불과했다.○ “사각지대 없애고 이송 체계 정립해야” 보건복지부는 4일 이처럼 심각한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뇌심혈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제1차(2018∼2022년)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국 11곳뿐인 권역센터를 14곳으로 늘리고, 사각지대를 보완할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골든타임 준수율이 낮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종합병원을 선별해 응급시술 장비 및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권역센터 확대뿐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는 이송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병원장(심장내과 교수)은 “뇌심혈관 전문병원과 가까운 곳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더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될 때가 있다”며 “병원과 119 구급대 사이의 소통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미 시술을 마친 환자의 후유증을 낮출 수 있도록 조기 재활을 도울 ‘재활상담소’(가칭)와 관련 인식을 높일 ‘심뇌혈관 종합 포털사이트’도 운영할 방침이다. 심혈관 환자가 주 3회 이상 재활치료에 참여하면 재활치료를 받지 않을 때보다 사망률이 47% 줄어든다. 심근경색 재발 가능성도 31%나 낮아지지만 지난해 재활 참여율은 40% 수준에 불과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4대강 보의 녹조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녹조를 해결하려면 보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과 보 수문 개방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 지 오래다. 정부는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16개 보 중 10개 보를 개방하고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일부 구간에서는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개선되고 조류 농도가 감소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보 수문 개방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녹조 줄어도 오염물질은 그대로 녹조는 △영양염류(질소, 인) △체류시간 및 유속 △일사량 △수온 등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보에서도 매년 발령되는 조류경보나 수질예보 날짜 수가 다른 이유다. 네 요소 중에서 일사량과 수온은 날씨에 영향을 받으므로 인력으로 조절할 수 없는 요소다. 반면 유속은 수문 개방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수문을 열면 눈에 보이는 녹조는 대개 완화된다. 문제는 수질이다.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질 기준은 녹조가 아니라 질소와 인 등 유기물에 좌우된다”며 “오염원을 관리하지 않은 채 보만 열었다고 해서 수질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례로 금강 공주보의 경우 보 수문 개방 전인 지난해 7월과 수문 개방 뒤인 올해 7월 평균 남조류 개체수는 각각 3262셀과 1413셀로 나타났다. 물이 흐르자 녹조는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영양염류 척도 중 하나인 총인(T-P)의 양은 각각 0.091과 0.100으로 비슷했다. 게다가 날짜별로 보면 지난해 7월 31일 공주보의 남조류 개체수는 3860셀이었지만 올해 수문을 개방한 7월 30일에는 1만1275셀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저수율이 92.9%에서 14.8%로 뚝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수문 개방만으로는 녹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녹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오염물질 유입 조사를 일부 유역에 한해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선순위를 고려해 상수원 쪽에서 오염물질 유입 조사를 하다 보니 아직 보 지역의 구체적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조 정수 때 발암물질 나올 수도 상수원 지역의 녹조가 심해지면 수돗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녹조를 정수할 때는 ‘총트리할로메탄’이란 발암물질이 나온다. 다만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곳에선 이 발암물질의 생성 가능성이 낮다. 발암물질은 유기물과 염소가 결합할 때 나온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일반적인 정수처리시설보다 한 단계를 더 거쳐 이 유기물을 최소화한다. 일반적인 정수 과정은 ‘응집제 투여→침전→여과→살균’ 순으로 이뤄진다. 고도정수처리장에서는 ‘여과 뒤, 살균 전’ 오존이나 활성탄, 자외선 등을 사용해 유기물을 잘게 부숴 없앤다. 따라서 살균제인 염소와 유기물이 결합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녹조가 발생한 수계의 정수장 35곳을 조사한 결과 총트리할로메탄은 모두 기준치 이내로 검출됐다. 하지만 일반 정수 과정에서는 미처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유기물이 염소와 결합해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낙동강이나 한강 등 웬만큼 큰 곳에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어 문제가 없지만 조그만 저수지에서 일반 정수처리를 통해 물을 마시는 주민들은 위험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문 개방의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 보 수문 개방 시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농민들이다. 논농사를 지을 때 보로 나 있는 취수구를 통해 물을 끌어 쓰는데 수위가 낮아지면 물을 퍼 올릴 수 없다. 수막재배 방식으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경우 그 피해는 더 커진다. 수막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이중으로 비닐하우스를 치고 그 위에 지하수를 뿌려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재배 방식이다. 난방을 해 온도를 유지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4대강 사업 전에는 지하수위가 낮아 관정을 깊게 뚫어야 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 수막재배를 하는 농가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4대강 사업 후 지하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막재배가 늘었다. 그런데 보를 개방하면 다시 지하수위가 낮아진다. 보 수문 개방 때마다 농민들이 반대에 나서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 수문 개방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기보다 ‘대증요법’인 만큼 각 보의 상황과 농민 등 이해당사자들을 고려해 세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주변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는 상류지역은 굳이 수문을 열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녹조 자체가 주변에 얼마나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 개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따져 수문 개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물폭탄’을 내린 비구름이 30일 충청과 남부지방으로 옮겨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 오후 6시부터 30일 오전 7시까지 강수량은 서울 도봉 262.5mm, 경기 고양 200.0mm, 경기 의정부 183.5mm 등을 기록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지하주택 침수 680건, 지하상가 침수 18건과 차량 7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0시 25분경 경기 양주시의 한 주택 앞마당에서 장모 씨(57)가 자신의 집 앞 하천이 범람할 것을 우려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 계단 난간에서 미끄러져 추락사했다. 29일 오후 11시 55분경에는 경기 양주시 장흥면 공릉천에서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급류에 떠내려갔다’는 복수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에 내린 비는 30일 오전 5시경부터 잦아들기 시작해 출근길에는 거의 그쳤다. 호우특보도 해제됐지만 비구름대가 다시 강화되면서 이날 오후 경기 일부 지역과 대전, 충청도, 경북 일부 지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경기 남부와 충청도에서는 시간당 20mm 내외의 강한 비가 내렸다. 전북에는 31일 새벽 예비특보가 발효됐다. 31일까지 충청과 전라도에는 50∼100mm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서는 150mm가 넘는 비가 올 수도 있다. 서울과 경기북부, 강원 영서남부에는 31일 새벽까지 5∼40mm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 경상도 30∼80mm, 제주도(산지 제외) 5∼40mm의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1일에는 강원영동과 전남, 경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곳은 비가 그치면서 주춤했던 기온도 약간 오를 것으로 보인다. 1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31도, 대전 29도 등이다. 한편 제21호 태풍 ‘제비’는 30일 오후 3시 괌 북동쪽 약 600km 부근 해상을 지나 2일 오후 3시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약 1000km 부근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제비’가 일본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태풍은 변화가 심해 한반도에 끼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윤다빈 기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종합해 노후소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논의에 임해주길 바랍니다.”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다층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층체계란 △1층=국민연금과 기초연금 △2층=퇴직급여(퇴직금, 퇴직연금) △3층=개인연금 등으로 구성된 노후소득 보장체계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를 풍족하게 보낼 수 없는 만큼 미리 2, 3층을 쌓아 길어진 노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기초연금제 개선 필요 동아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국민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다층체계를 쌓아올릴지를 두고는 의견이 맞선다. 특히 국민연금과 함께 1층을 받치고 있는 기초연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한쪽은 기초연금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든 제도인 데다 모두 세금으로 나가는 만큼 세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을 확대하고 가입기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조차 노인수당을 포기할 정도로 수당제도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흡수시키고, 국민연금이 소득 재분배 기능과 저소득층 소득보장 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쪽은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완전히 없어지기 힘든 만큼 기초연금을 유지하되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중간소득 이하는 ‘국민연금+기초연금’으로, 중간소득 이상은 ‘국민연금+퇴직연금’ 중심으로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1층이 탄탄하지 않으면 2, 3층도 무너진다는 사실이다. 기초연금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이유다.○ 통합 ‘노후소득 보장위원회’ 신설해야 현재 다층체계에서 2층인 퇴직연금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다. 법적으로 모든 사업장은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중 하나를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노후소득의 일정 부분을 책임져주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전체의 16.8%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대기업이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는 89.7%가 퇴직연금을 도입한 반면 30인 미만 영세사업체의 도입률은 15.4%에 그치고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2층 구조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 중 무려 98.4%가 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갔다. 이를 종잣돈으로 제2의 인생 설계에 나선 것이지만 만약 투자나 사업 등에 실패하면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퇴직급여를 퇴직금보다는 퇴직연금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하고 퇴직연금 전체를 일시금으로 찾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창률 교수는 “스위스는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일부 급여 외엔 무조건 연금 형태로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층체계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후소득 보장위원회’(가칭)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기초연금은 보건복지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어 연금 간 연계 논의가 사실상 힘든 구조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7일 돌봄 공백과 사교육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의 하교시간을 오후 3시경으로 같게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의 ‘더 놀이학교’(가칭) 구상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초등교육 변화 필요성과 쟁점’ 포럼에서 발표된다. 현재 하교시간은 초등학교 1∼2학년은 오후 1시경, 3∼4학년은 오후 2시경, 5∼6학년은 오후 3시 이후다. 초등학교 1학년은 하교시간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빨라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아이가 학원을 전전하는, 일명 ‘뺑뺑이’를 돌 수밖에 없어 사교육 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저학년의 교과학습량은 현재와 같게 유지하되 충분한 휴식시간과 놀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교육적 성과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초등학교 모든 학년이 오후 3시 이후에 동시 하교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이 실현되려면 근무 부담이 커지는 교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초등학교 동시 하교를 교육부와 협의 중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A 씨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진료 전 병원에 붙어 있는 의사의 경력을 습관적으로 살펴본다. 각종 이력이 길게 쓰여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의사의 이력이 풍부하면 진단도 더 정확할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력이 아무리 풍부한 의사라 하더라도 매일 진료를 통해 축적할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인공지능(AI)은 수십 년간 환자를 봐온 의사보다 더 많은 환자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판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의료계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다.○ 의사 못지않게 정확한 AI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AI 의료기기 2건을 허가하면서 의료계의 AI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제이비에스-01케이(JBS-01K)’ 두 의료기기 모두 환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영상을 분석한다. ‘루닛 인사이트’는 폐결절 진단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다.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폐결절이 의심되는 부위와 그 정도를 색깔로 표시한다. AI가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과거 환자들의 영상을 분석하고 병변의 특징을 추출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 다른 AI 의료기기인 ‘JBS-01K’의 작동 원리도 루닛 인사이트와 비슷하다. 기존 뇌경색 환자들의 영상과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유무를 분석해 뇌경색 패턴을 추출하고 학습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뇌경색 유형을 판단한다. 이 AI 기기들의 정확도는 의사 못지않다. 임상시험 결과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한 폐결절 진단 정확도가 94.3%로 의사가 판독할 때의 정확도(89.5%)보다 5%포인트가량 높았다. JBS-01K 역시 의사가 진단하는 뇌경색 유형 일치율(54.0%)과 비슷한 수준(58.3%)을 보였다. 두 기기에 앞서 식약처에서 국내 처음으로 허가를 내준 AI 의료기기는 ‘뷰노메드 본에이지’다. 이름 그대로 뼈 나이를 판독하거나 성조숙증 및 저성장을 진단할 때 활용한다. AI가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과 표준 영상을 비교해 이들의 유사성을 확률로 표시하는 원리다.○ 증상 넣으면 몇 초 안에 치료법 제시 일선 병원 가운데는 선제적으로 업체와 AI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한 곳도 있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용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의사가 의료 영상을 판독해 그 내용을 녹음하면 의료 음성 전사(轉寫) 전문가가 문자로 옮겨 적었다. 하지만 최근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녹음 파일이 AI를 통해 자동으로 문서화된다. AI가 학습을 통해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데다 한글과 영어가 혼용된 경우에도 바로 변환할 수 있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지스’라는 AI 프로그램을 심정지 위험환자를 찾는 데 활용하고 있다. 과거 심정지 환자들의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뒤 병원의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위험 징후를 실시간 포착하는 것이다. 임상시험 결과 심정지 위험을 14시간 이전에 감지하는 확률이 50%를 넘었다. 국내에서 AI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곳은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이다. 환자의 증상과 정보를 ‘왓슨’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면 몇 초 안에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이 화면에 뜬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AI를 활용하면 빠른 시간 내에 자세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료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의 AI 활용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허가받은 의료기기 외에도 현재 식약처에 임상시험을 신청한 AI 의료기기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병을 진단하는 AI 프로그램은 의료기기로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진단에 참고할 수 있는 문헌이나 근거를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은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국민연금 보험료와 수령액은 동전의 양면이다. 소득대체율(가입자의 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면 노후에 받을 돈은 늘지만 젊은 시절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보험료를 덜 올려도 되지만 ‘용돈 연금’으로 전락해 노후가 불안해진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현재 45%에서 2028년 40%로 축소하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되 ‘용돈 연금’조차 손에 쥐지 못하는 사각계층을 국민연금 제도 안으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균 가입기간 짧아 70년 후에도 ‘푼돈’ 신세 17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소득대체율을 45%로 맞추는 ‘노후보장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재정균형안’을 내놓았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연금 전문가 20명 중 절반인 10명은 소득대체율을 40%나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상당수 전문가가 소득대체율을 점차 줄이는 현행 방식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현 소득대체율이 허울뿐이란 지적과 무관치 않다. 소득대체율을 높인들 대다수 은퇴자의 노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45%로 맞추면 월평균 227만 원(최근 3년간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을 버는 근로자가 20세부터 59세까지 40년간 한 달도 빠지지 않고 보험료를 냈을 경우 노후에 월 102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 근로자는 40년간 꾸준히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 첫 취업이 늦고 실업이 잦은 데다 은퇴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들의 평균 보험료 납입기간은 17년에 불과했다. 이들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4%다. 은퇴 전 평균 월급이 227만 원이었다면 연금으로 매달 54만 원을 받는 셈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70년 뒤인 2088년이 돼도 신규 연금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27년에 그친다. 이 경우 실질 소득대체율은 27%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전업주부나 이름만 걸어둔 장기 체납자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18∼59세 총인구 3282만5000명 중 비경제활동 인구와 국민연금 장기체납자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은 45.3%에 이르는 1488만7000명이다. 2050년에도 이 비율은 4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소득대체율 논쟁이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오히려 ‘양극화’ 심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무작정 높이기보다 국민연금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포용하는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금 수급 자격이 주어지는 최소 가입기간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하면 연금 수급자를 10% 이상 늘릴 수 있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기금운용평가단장)는 “국가가 소규모 사업장에 각종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지역가입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노후소득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연금 수령액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과 연동한 ‘균등급여’(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연금)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따라 지급하는 ‘비례급여’를 절반씩 합해 계산한다. 돈을 잘 벌어서 보험료를 많이 냈다면 그만큼 연령 수령액도 커진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은퇴 전에 고연봉을 받은 가입자는 연금이 크게 오르지만 저소득층은 연금 인상 효과가 미미하다. 소득대체율이 45%인 경우 월 468만 원(소득상한액)을 번 가입자는 연금액이 17만 원 늘어나는 반면 월 30만 원(소득하한액)을 번 가입자는 6만 원 오르는 데 그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은 “소득대체율만 올리면 더 오래 안정적으로 일한 고소득자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져 ‘소득재분배’라는 국민연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지금처럼 국민연금을 운영하면 ‘기금 곳간’은 2057년 텅텅 비게 된다. 이후에도 국민연금을 유지하려면 현재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부과식은 매년 필요한 연금만큼 근로세대에게 거두는 것이다. 근로자들에게서 세금처럼 보험료를 거둬 그해 은퇴자들한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동아일보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20명 중 12명이 ‘부과식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어떻게든 적립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7명)보다 많았다. 응답 결과만 놓고 보면 부과식도 하나의 대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과식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제조건으로 ‘안정적 인구구조’를 꼽았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선 보험료를 낼 근로자보다 연금을 받을 은퇴자가 많아 부과식 운영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배준호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출산율 2.03명 내외를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부과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이보다 낮으면 근로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2.03명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2088년까지 이어져 부과식으로 전환한다면 2088년 근로세대가 부담할 보험료율은 37.7%에 이른다. 부과식으로 바꾸면 적립식의 가장 큰 장점인 기금운용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기금운용평가단장)는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을 1%만 높여도 보험료율을 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기금운용 수익으로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대한 적립식을 유지하면서 부과식으로 전환해도 큰 충격이 없을 정도로 제반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적립금을 유지하면서 부과식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는 기금투자수익률, 경제성장률, 출산율 등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들을 2013년 3차 재정추계 때보다 더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그럼에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빨리,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추계 때마다 고갈 시기는 더 빨라지고, 보험료 부담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 3차 추계 당시 예측치는 모두 빗나갔다. 2013∼2017년 5년간 평균 예측치는 투자수익률 6.53%, 경제성장률 4.12%였다. 하지만 이 기간 실제 투자수익률은 5.20%로 예측치보다 1.33%포인트 낮았다. 경제성장률 역시 예측치보다 1.14%포인트 낮은 2.98%였다. 4차 추계에선 2018∼2020년 평균 투자수익률을 4.9%로 예상했다. 3차 추계 때 같은 기간 투자수익률을 7.2%로 예상한 것보다 2.3%포인트나 낮게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장밋빛 전망일 수 있다. 올해 1∼5월 국민연금 투자수익률은 고작 0.49%에 불과했다. 출산율도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출산율 저하는 연금 붓는 가입자가 줄어드는 걸 의미한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기본적으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치를 반영한다. 3차 추계 당시 2015년과 2016년 합계출산율은 각각 1.28명, 1.29명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합계출산율은 1.24명, 1.17명에 그쳤다. 4차 추계에 반영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치는 △2020년 1.24명 △2030년 1.32명 △2040∼2060년 1.38명 등이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1.24명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에 가까운 수치다. 이 때문에 4차 추계 때는 이전과 달리 통계청 수치뿐 아니라 매년 합계출산율이 1.05명인 상황을 가정해 별도의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최저 출산율 기록마저 깨지면 이 예측치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실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출산율이 1.0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 통계청이 새로운 인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 이에 맞춰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새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