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혁

권오혁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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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회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공기를 살아있는 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hyu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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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운동 내세운 실검 순위 왜곡… 외국선 볼수없는 한국만의 현상

    “‘법대로조국임명’ 운동 효과가 꽤 좋은 듯합니다.” 2일 친문(친문재인) 성향 이용자들이 주로 드나드는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승리를 자축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7일째 이어지고 있는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검색어(실검) ‘운동’에 대한 상황 공유였다. 이날 오전 네이버 실검 순위에는 ‘법대로조국임명’이 5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양대 포털 순위 상황을 중계하며 “네이버에 집중합시다”라고 주문하는 이용자도 나왔다.○ 실검 밀어올리기가 온라인 시민운동? 연일 이뤄지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실검 장악 운동에 포털들과 이들이 모여 만든 자율 심의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이 당황하고 있다. 실검 장악을 주도하는 측에선 스스로의 행위를 ‘온라인 시민운동’이라 칭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클리앙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시작된 실검 장악 운동은 △8월 27일 ‘조국힘내세요’ △8월 28일 ‘가짜뉴스아웃’ △8월 29일 ‘한국언론사망’ △8월 30일, 9월 2일 ‘법대로임명’ 등의 검색어로 이어지고 있다. ‘띄어쓰기 마라’ ‘로그인부터 하라’에 이어 ‘검색 결과 중·상위 글을 클릭하라’ 등 지령도 정교해졌다. 7일째인 2일엔 새로운 검색어를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온라인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실검 순위를 의도적으로 올리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검이 여론전에 이용될 가능성은 2013년 11월 일부 누리꾼이 네이버에서 ‘박근혜부정선거인정’ 검색어 순위를 의도적으로 급상승시키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KISO 산하 검색어검증위원회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이용한 여론 환기 등의 ‘운동’은 상업적 어뷰징(abusing)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업적 어뷰징은 특정 제품이나 회사의 광고 단어를 실검에 올리는 걸 뜻한다. KISO 관계자는 “드루킹 사례처럼 아이디를 여러 개 사서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로 조작한 게 아니라 현재처럼 다수의 개인이 입력하면 노출을 제외할 수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 실검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도 했다.○ 한국만의 현상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특히 포털 실검 민감도가 크다. 정치 여론 지형도가 몇몇 포털 위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조작에 이어 이번처럼 실검 순위 조작이 반복되면 온라인 여론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의 경우 실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영미 유럽권이 주로 사용하는 구글은 메인 화면에 검색창만을 띄우고 있다. 2007년 5월 ‘100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접었다. 일본 대표 포털인 야후저팬은 자체 실검 순위 대신 트위터의 실검 순위 데이터를 제공받아 5위까지 노출하고 있다. 야후저팬 관계자는 “포털 자체의 검색 순위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편이다. 향후에도 자체 검색 순위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포털인 바이두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첫 화면은 검색창만 보여준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결과 화면 우측에 급상승 검색어가 10위까지 뜬다. 다만 이들 검색어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이날 오전 실검 순위에 올라온 홍콩 시위 관련 검색어는 ‘조슈아 웡(홍콩 시위 학생 지도부) 체포’가 유일했다. 한 중국인은 “중국은 온라인 검열이 심해 바이두의 실검 순위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실검 여론전은 단순히 실검 경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 여론을 장악하기 위해 일부 커뮤니티는 게시글마다 특정 머리말 설정, 특정 기사 추천, 특정 댓글 등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포털이 국민 전체의 여론을 대변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실검 관련 논란은 국내에서 특정 포털이 정보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플랫폼 자체를 틀어막아서는 안 되겠지만, 더 이상 실검이 여론의 지표는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도쿄=김범석 /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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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시장 빨간불” 美-유럽-호주로 눈돌리는 K뷰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해외 직구 등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주력으로 삼았던 중국 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전문기업 뉴에이본을 이달 인수했다. 4월 뉴에이본의 지분 100%를 1450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LG생활건강은 14일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뉴에이본은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서 연간 7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뉴에이본을 발판 삼아 북미, 남미, 유럽 시장에 차례로 진출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6월 호주 멜버른에 이니스프리 매장을 오픈했다. 편집숍이 아닌 정식 매장을 연 것은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이 호주를 주목한 것은 화장품 수요에 비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최근 스킨케어 위주로 호주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다른 브랜드도 앞다퉈 호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대형 화장품 브랜드들이 미국, 호주,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 것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2016년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소비자가 상당수 이탈한 데다 일본, 태국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여기에 중국 자체 브랜드가 잇달아 생기면서 기초 화장품 중심의 한국 브랜드에 타격이 됐다. 실제로 27일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의 화장품(스킨) 카테고리 월간 판매 순위에는 한국 브랜드가 한 곳도 없었다. 태국 브랜드가 선두였고 2, 3, 4, 6위는 모두 일본 브랜드가 차지했다. 5, 7위는 중국 국내 브랜드였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기초 화장품은 일본, 중국 등에 이미 밀린 상태”라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 판도가 급격히 변하면서 한국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올리브영, 롭스 등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와 온라인 등에서 기초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로드숍 위주의 대형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지난해 매출은 4873억 원으로 2016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이니스프리나 네이처리퍼블릭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올리브영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의 60%가량은 모두 화장품 관련 수익이다. 대형 브랜드의 부진은 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1104억 원으로 전년(1703억 원)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대기업 브랜드들은 ‘시장 다변화’와 함께 프리미엄 라인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기초 화장품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프리미엄 제품 시장은 여전히 우위에 있는 만큼 고급화 전략으로 맞설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후’와 ‘숨’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한 LG생활건강의 중국 시장 매출액은 2015년 2934억 원에서 지난해 7633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427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프리미엄 라인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중화권 모델을 최초로 기용한 것도 이 같은 현지 전략 중 하나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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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인치항”… 직선제-자치권 확대 요구로 진화한 홍콩시위

    “우리는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보호하는 예전의 평화로운 홍콩으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18일 홍콩 현지 시위 현장. 이름을 내털리라고만 밝힌 홍콩 여성은 본보에 이렇게 호소했다. 홍콩의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가 올해 6월 9일 100만 명 참가로 본격화된 이후 19일로 71일째를 맞았다. 2014년의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이 지속된 74일 기록 돌파는 시간문제다. 내털리 씨의 바람과 달리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어떤 식으로 끝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22년간 가속화된 ‘중국화’에 대한 공포가 시위를 통해 폭발하고 사회 분위기를 송두리째 바꾸면서 홍콩에 적용해온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한다. 홍콩 사태는 이제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떠올랐다. 주말 시위가 충돌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고 중국 정부가 대응하고 나서면서 미중 갈등 전선도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주의 확대 요구로 새 국면 시위의 과격화 및 경찰과의 충돌이 몇 주째 이어지면서 중국의 무력 개입 위협으로 수세에 몰렸던 시위대는 18일 170만 명이 참가한 시위를 평화롭게 끝내면서 새로운 동력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 20대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된 시위대는 학교가 개학하는 다음 달 2일부터 집단 수업거부를 예고했다. 여전히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셈이다. 18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민간인권진선(陣線)은 31일에도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31일은 5년 전인 2014년 보통(직접) 선거안이 부결된 날이다. 민주 보통선거를 이행하고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은 홍콩 사람이 다스린다)을 진짜 실천해야 비로소 홍콩이 현재의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은 현재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8일 시위대도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국회인 입법회 의원의 두 가지 직접선거 도입을 요구했다. 6월 홍콩인을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반중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고 더 나아가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권 확대 요구로 진화하고 있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그 성격 자체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전을 홍콩 대체 도시로” 압박 중국은 170만 명의 시위가 한창이던 18일 오후 홍콩과 맞닿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를 글로벌 금융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선전시를 홍콩의 금융 허브 기능을 대체하는 도시로 육성해 홍콩의 위상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무력 개입 경고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홍콩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이날 선전시를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 시범구’로 지정하고 광범한 개혁 조치를 통해 20세기 중엽까지 글로벌 벤치마크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글로벌 기업의 본사, 지사 설립을 장려하고 해외와 홍콩의 인재를 유치하는 등 홍콩을 겨냥한 조치들이 두드러졌다.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홍콩 대신 선전을 ‘중국식 사회주의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마카오 광둥성을 연결하는 거대 단일 경제권인 “웨강아오(粵港澳) 다완취(大灣區·Great Bay Area) 개발 계획에서 홍콩을 소외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홍콩=권오혁 특파원}

    •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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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홍콩 10분거리 집결 무장병력 시위진압 훈련 영상 공개

    중국은 17일 홍콩서 10분 거리인 광둥(廣東)성 선전(深(수,천))시에 집결한 1만2000명 규모의 무장경찰과 공안(경찰)들이 합동으로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홍콩에 무력 개입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폭도들을 퇴치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전했다. 이날 일제히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무장경찰들이 소총을 시위대를 향해 겨냥하며 장전했다. 장갑차와 물대포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훈련도 벌였다. 군견들이 시위대를 공격해 물어뜯는 모습을 연출한 훈련 장면도 공개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홍콩 시위대와 만나 문제를 해결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고를 일축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재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장 급한 임무는 폭동과 혼란을 멈추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도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취소할 수 있다”는 미국 의회의 홍콩 시위 지지 움직임에 대해 “홍콩 경찰의 법 집행을 폭력적인 진압으로 왜곡했다.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인대는 “홍콩에서 발생한 폭력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인대가 홍콩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전국인대는 홍콩 시위를 홍콩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홍콩=권오혁 특파원}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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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개입 빌미 주지 말자”… 홍콩, 평화-이성-비폭력 ‘화이비 집회’

    “중국 무장병력이 들어오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파괴되는 겁니다.”(반정부 시위 지지자 캔더스 람 씨·35) “병력이 오진 않을 겁니다. 중국 정부는 병력 투입 시 일국양제가 무너진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홍콩 정부 지지자 라이모 씨·65) 시위가 벌어진 현지에서 본보와 만난 홍콩 시민들은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에 대한 찬반과 상관없이 중국의 직접 무력 개입은 홍콩에 약속한 일국양제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데 생각이 일치했다. 중국의 직접 개입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공포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이 홍콩에 연일 무력 진압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18일 수많은 홍콩 시민이 천둥, 폭우를 뚫고 거리로 나왔다. 최근의 잇따른 폭력 충돌 사태와 달리 시위대가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이날 밤까지 대체로 평화롭게 행진하면서 ‘우산의 물결’을 이뤘다. 올해 6월 홍콩 시민 200만 명이 참가한 평화 시위를 주도했던 홍콩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은 오후 빅토리아공원에서 11주째 집회를 시작했다. 주최측은 이날 시위에 170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10만 명 규모 집회만 허용하고 거리 행진을 불허해 시위대들은 도착 순서에 따라 빅토리아공원에 15분 정도 머문 뒤 홍콩정부청사와 입법회(국회)가 있는 에드머럴티, 센트럴, 완차이 등으로 흩어졌다. 주최 측은 이를 ‘흐르는 물(流水·유수)’식 집회라고 불렀다. 시위대는 홍콩 경찰의 무력 진압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최근 잇따른 폭력사태로 홍콩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갈리고 중국에 즉각 개입 명분을 줄 것을 우려한 듯 이날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를 반복해 강조했다. 이날 밤 홍콩정부청사 인근에서 자신을 상하이(上海)에서 온 여행객이라고 밝힌 붉은 옷차림의 중국 본토인 남성이 홍콩 경찰을 지지하고 몰래 시위대의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한때 시위대에 포위됐다가 일부 시위대의 도움으로 큰 폭력사태 없이 인근 지하철역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기자들에게 “시위대에게 맞았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무력 진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행진을 불허했음에도 시위대를 막지는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시위 진압용 물대포차 2대를 홍콩경찰학교에 대기시킨 모습이 본보에 포착됐다. 홍콩 시위대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진압 과정에서 중국 본토인들이 사용하는 푸퉁화(普通話)를 쓰는 홍콩 무장경찰 영상, 시위 현장에 등장한 홍콩 주둔군 번호판을 단 구급차 사진 등을 근거로 중국군이 이달 초부터 홍콩 경찰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무력 진압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콩 시위대에 ‘백색테러’를 자행할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본토인들이 조직적으로 홍콩에 대거 들어간 정황도 포착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0명의 20∼40대 남성 중국인이 17일 일부 흰색 옷을 입고 홍콩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홍콩=권오혁 hyuk@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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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무력진압 공포에도…홍콩 시민들 폭우 뚫고 ‘우산 물결’

    “중국 무장병력이 들어오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파괴되는 겁니다.” (반정부 시위 지지자 캔더스 람 씨·35) “병력이 오진 않을 겁니다. 중국 정부는 병력 투입시 일국양제가 무너진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홍콩 정부 지지자 라이모 씨·65) 시위가 벌어진 현지에서 본보와 만난 홍콩 시민들은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에 대한 찬반 여부에 상관없이 중국의 직접 무력개입은 홍콩에 약속한 일국양제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데는 생각이 일치했다. 중국의 직접 개입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공포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이 홍콩까지 불과 10분 거리에 무장경찰과 장갑차, 물대포 등 병력을 집결시켜 연일 투입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18일 열린 대규모 반중 반정부 시위는 홍콩 사태의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다. 무력진압에 대한 공포에도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천둥 폭우를 뚫고 거리로 나왔다. 시위대가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평화롭게 행진하면서 이날 시위는 ‘우산의 물결’을 이뤘다. 톰 아우 씨는 “우리는 중국 개입에 대한 공포를 무릅쓰고 시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6월 200만 명 홍콩 시민이 참가한 시위를 주도했던 홍콩 민간인권진선(陣線)은 오후 빅토리아공원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100만여 명이 참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경찰은 10만 명 규모 집회만 허용하고 거리 행진을 불허해 시위대들은 도착 순서에 따라 빅토리아공원에 15분 정도 머문 뒤 홍콩정부청사와 입법회(국회)가 있는 에드머럴티, 센트럴, 완차이 등으로 흩어졌다. 주최 측은 이를 ‘흐르는 물(流水·유수)’식 집회라고 불렀다. 시위 주최 측은 중국의 즉각 개입 명분을 줄 것을 우려한 듯 이날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를 반복해 강조했다. 목적지인 센트럴의 차터로드에 도착한 시위대에게는 “평화롭게 해산해달라”고 요청했다. 반중 홍콩 매체인 빈과일보 창립자 지리 라이 씨도 시위 현장에서 “비폭력 시위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경찰도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무력 진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시위 진압용 물대포차 2대를 홍콩경찰학교에 대기시킨 모습이 본보에 포착됐다. 홍콩 시위대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진압 과정에서 중국 본토인들이 쓰는 보통화를 쓴 홍콩 무장경찰 영상, 시위 현장에 등장한 홍콩 주둔군 번호판을 단 구급차 사진 등을 근거로 중국군이 이달 초부터 홍콩 경찰을 위장하는 방식으로 무력진압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홍콩 시위대에 ‘백색테러’를 자행할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본토인들이 조직적으로 홍콩에 대거 들어간 정황도 포착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0명의 20~40대 남성 중국인들이 17일 일부 흰색 옷을 입고 홍콩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홍콩 시위대들은 앞서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동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대량으로 인출해 ATM을 비우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홍콩=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201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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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軍 “통제불능땐 비상사태 선포”… 트럼프 “아무도 죽지 않길”

    홍콩의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대가 6월부터 시위를 벌인 이후 처음으로 중국 본토인들을 감금하고 폭행하면서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 중국 본토인에 대한 첫 폭력 행사 시위대는 13일 밤(현지 시간) 홍콩국제공항에서 선전시 출신의 남성 쉬(徐)모 씨 주변에 몰려들어 전선을 묶을 때 사용하는 케이블 타이로 두 손을 묶고 폭행했다. 시위대는 이 남성이 중국 신분증과 홍콩·마카오통행증(중국인이 홍콩·마카오를 여행할 때 발급받는 허가증명서)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비밀공안(경찰)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나는 공안이다. 시위대인 척했다’라고 쓰인 팻말을 그의 목에 걸었다. 쉬 씨는 감금 4시간여 만에 구급차에 실려 공항을 떠났다. 14일 새벽에는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환추(環球)시보 기자 푸궈하오(付國豪) 씨가 가방 안에 ‘나는 홍콩 경찰을 사랑한다’고 적힌 티셔츠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당했다. 시위대는 그의 머리에 물을 붓기도 했다. 두 사람의 신원이나 행동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쉬 씨에 대해 “공항에 사람을 마중하러 온 선전시 주민”이라고 했지만 공안인지 아닌지는 밝히지 않았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였던 그는 구급차에 타자마자 눈을 떴다. 푸 씨는 폭행 당시 시위대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너희가 나를 때려도 된다”며 폭행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14일 푸 씨를 “진짜 남자”라고 치켜세우고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영상을 공개해 중국인들의 분노를 유도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두 사람에 대한 폭행을 “테러리즘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했고 중국의 홍콩연락판공실도 “테러리스트들의 폭력 행위와 같다”고 규정했다. ○ 중국인 폭행 이후 “비상선포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중국 부대의 홍콩 접경 집결 사실을 확인한 것도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동남부 지역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戰區)는 14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 거리인 56km밖에 되지 않는다”며 위협했다. 동부전구는 “푸궈하오 폭행 뒤 우리는 7가지 상식을 알아야 한다”며 무력 개입 근거들을 공개해 중국인 폭행 사건이 병력 투입의 명분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인터넷에 나돌던 이 글은 오후에 삭제됐다. 민감한 내부 정보여서 검열을 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홍콩과 맞닿은 선전시 축구경기장에 군용트럭과 장갑차 등 500대 이상의 무장 경찰 차량이 집결한 위성사진도 14일 공개됐다. 선전시 현지 소식통은 “무장 경찰과 군부대가 집결해 유사시 바로 투입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선전시와 홍콩을 잇는 다리 통제 등 개입의 직접적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이 경고 차원에서 무력 개입을 시사하고 있지만 아직은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홍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평화적으로 해결돼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홍콩 문제에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무력 개입에 반대 메시지를 낸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이 상륙수송선거함(이달 말)과 미사일순양함(다음 달)의 홍콩 입항을 요청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당 정치국원이 13일 뉴욕에서 전격 회동한 것도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미중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혀 홍콩 사태가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지도부의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에 중국 고위 인사가 해외를 방문하지 않았던 전례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홍콩=권오혁 특파원}

    •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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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반중 반정부 시위대, 中 본토인 첫 폭행…중국군 “10분이면 홍콩 도착” 위협

    홍콩의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대가 이달 6월부터 시위를 벌인 이후 처음으로 중국 본토인들을감금하고 폭행하면서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국 본토인에 대한 첫 폭력행사 시위대는 13일 밤(현지 시간) 홍콩국제공항에서 광둥(廣東)성 선전(深¤)시 출신의 남성 쉬(徐)모 씨 주변에 몰려들어 전선을 묶을 때 사용하는 케이블타이로 두 손을 묶고 폭행했다. 시위대는 이 남성이 중국 신분증과 홍콩·마카오통행증(중국인이 홍콩·마카오를 여행할 때 발급받는 허가증명서)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비밀공안(경찰)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나는 공안이다. 시위대인 척했다’는 팻말을 그의 목에 걸었다. 쉬 씨는 감금 4시간여 만에 구급차에 실려 공항을 떠났다. 14일 새벽에는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환추(還球)시보 기자 푸궈하오(付國豪) 씨가 가방 안에 ‘나는 홍콩 경찰을 사랑한다’고 적힌 티셔츠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당했다. 시위대는 그의 머리에 물을 붓기도 했다. 두 사람의 신원이나 행동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쉬 씨에 대해 “공항에 사람을 마중하러 온 선전시 주민”이라고 했지만 공안인지 아닌지는 밝히지 않았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였던 그는 구급차에 타자마자 눈을 떴다. 푸 씨는 폭행 당시 시위대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너희가 나를 때려도 된다”며 폭행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14일 푸 씨를 “진짜 남자”라고 치켜세우고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영상을 공개해 중국인들의 분노를 유도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두 사람에 대한 폭행을 “테러리즘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했고 중국의 홍콩연락판공실도 “테러리스트들의 폭력 행위와 같다”고 규정했다. 테러리즘 규정은 중국이 무력 개입을 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군, “10분이면 홍콩에 도착”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중국 부대의 홍콩 접경 집결 사실을 확인한 것도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 동부전구(戰區)는 14일 “선전시에서 10분이면 홍콩에 도착할 수 있고 홍콩에서 통제 불가능한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 정부가 비상을 선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12일 홍콩과 맞닿은 선전시 축구경기장에 장갑차 등 500대 이상의 무장경찰 차량이 집결한 위성사진도 14일 공개됐다. 선전시 현지 소식통은 “무장경찰과 군부대가 집결해 유사시 바로 투입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선전시와 홍콩을 잇는 다리 통제 등 개입의 직접적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이 경고 차원에서 무력 개입을 시사하고 있지만 아직은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홍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평화적으로 해결돼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홍콩 문제에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무력 개입에 반대 메시지를 낸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당 정치국원이 13일 뉴욕에서 전격 회동한 것도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미중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혀 홍콩 사태가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지도부의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기간에 중국 고위 인사가 해외를 방문하지 않았던 전례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집회 표현의 자유는 홍콩 시민들과 우리가 공유해온 핵심 가치이며 보호돼야 한다”고 중국에 자제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은 불만을 표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이 상륙수송선거함(이달 말)과 미사일순양함(다음 달)의 홍콩 입항을 요청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부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홍콩=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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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홍콩시위는 공공연한 살인행위”… 무력진압 명분쌓기 나서

    홍콩의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대가 13일 공항에 바리케이드를 쳐 세계 여행객들의 출국을 막고 나서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홍콩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지도부가 6월 이후 10주째를 맞은 홍콩 시위에 대한 성격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 끝에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한 뒤여서 중국에 무력 개입 구실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홍콩국제공항 출국장 통로를 점거해 여행객들의 출국을 물리적으로 저지해 공항을 마비시켰다. 전날인 12일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해 200여 편의 항공편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가 13일 오전 6시(한국 시간 오전 7시)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지만 불과 10시간여 만에 또다시 출발 항공편이 전면 취소된 것이다. 홍콩국제공항 측은 오후 4시 반 이후의 출국 체크인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1924년 개장 이후 95년 만에 벌어진 홍콩국제공항 폐쇄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특히 시위대는 짐을 옮기는 공항 카트를 일렬로 배치해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형식으로 통로를 막고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향하는 걸 몸으로 막았다. 출국을 원하는 여행객들과 시위대가 언쟁을 벌였고 일부 여행객은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출국장으로 향했다. 시위대로 위장한 경찰이란 의심을 받은 남성이 두 손이 묶여 억류당하자 소방대원이 이 남성을 끌어내려다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홍콩 시위에 대한 인식을 강경하게 높여 왔다. 그동안 “용납할 수 없는 폭력 행위”로 비판했지만 7일 처음으로 정권 교체 운동을 가리키는 ‘색깔혁명’으로 규정했다. 12일에는 “테러리즘 출현 조짐”으로 수위를 높였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3일 평론에서 “이미 테러리즘 색채를 분명히 띠는 공공연한 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노골적인 표현을 썼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죽음으로 이끌 심연으로 밀어 넣을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테러리즘 규정은 중국 당국이 무력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언론, 기업, 기관들이 이미 중국의 병력 투입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무력 개입에 반대하던 중국 환추(環球)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선전(深(수,천))시에 무장경찰이 집결하는 것이 무슨 신호인지 깨닫지 못한다면 시위대는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현재 전·현직 지도부의 비공개 정책 결정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의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말은 중국 당국이 무력 개입 여부를 결정할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현지 소식통은 “실제 무력으로 개입하면 홍콩에 본사를 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홍콩을 떠나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이 아시아 금융의 허브 지위를 잃으면 중국의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펀드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은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사건)이 있다면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이 잠재적인 블랙스완”이라며 “홍콩에서 상황이 더 악화되면 세계 경제에 진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정부는 무력 개입에 우려를 표시했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을 지냈던 크리스 패튼은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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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난 시위대 공항 점거하자… 中 “테러리즘, 무자비하게 퇴치”

    수천 명에 이르는 홍콩의 반중(反中)·반정부 시위대가 12일 오후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등 홍콩 사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홍콩국제공항은 1924년 개장 이후 95년 만에 처음 시위로 폐쇄됐다. 중국 정부가 10주를 넘어선 홍콩 시위를 이날 처음으로 “테러리즘”이라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을 강조해 계엄령이나 병력 투입 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시위대는 9∼11일 3일 연속 홍콩공항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초 12일엔 시위가 예정돼 있지 않았으나 전날인 11일 밤 홍콩 도심 침사추이 경찰서 밖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총, 빈백건을 발사해 여성 시위 참가자가 중상을 입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된 이 여성은 오른쪽 눈 안구와 각막이 파열돼 실명 위기에 빠졌으며 코뼈, 턱뼈도 골절됐다. 이에 격분한 시위대가 12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100만 명이 공항을 점거해 항의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했다. 일부 시위대는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처럼 안대나 헝겊으로 한쪽 눈을 가리거나 “깡패 경찰들아, 우리에게 눈을 돌려 달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7시경 대부분 철수했고 수백 명만 남았다. 앞서 11일 홍콩 지하철 콰이퐁역 내에서는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플랫폼에 있던 승객이 이마를 다치는 등 강경 진압이 이어졌다. 홍콩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2m 이내에 있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밍(明)보는 시위대가 침사추이 경찰서에 벽돌과 화염병으로 보이는 물체를 던졌으며 경찰 1명이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12일 경찰의 화상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10일 화염병 투척에 대해 “과격 시위는 이미 심각한 폭력 범죄로 변했고 테러리즘 출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홍콩은 이미 중요한 고비에 이르렀다. 무자비하게 사정 봐주지 않고 강력 퇴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10일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선전시로 집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돌았다.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공식 계정에 “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심각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 안전 관련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며 전격적인 투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한국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2일 공항 운항이 중단된 이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 항공편 10편 전부와 외국 항공사 13편 대부분이 결항했다. 이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던 여행객 1004명은 공항 외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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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의 홍콩,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닮아…견딜수 없다면 홍콩 떠나야”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한 지하철 역 입구에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여전히 신분을 감추려는 듯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먼 발치에서 본보 기자를 보자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다가왔다. “대만은 홍콩처럼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뷰를 위해 인근 공원으로 함께 걸어가는 10여 분 동안 그는 미행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연방 뒤를 돌아봤다. 홍콩 퉁뤄완 서점 주인있던 람윙키 씨(64)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도부를 다룬 책을 출판한 뒤인 2015년 11월 중국 선전(深¤)에서 중국 당국에 붙잡혀 5개월 동안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모처에 5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홍콩으로 돌아온 뒤 이를 폭로했다. 람 씨의 서점 동료 4명도 각기 다른 곳으로 억류됐다. 람 씨처럼 언제든 중국 당국의 억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의 공포는 올해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규정한 ‘범죄인 인도법’을 추진을 반대한 홍콩 대규모 시위의 원동력이었다. 람 씨는 홍콩 정부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올해 4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대만으로 사실상 망명했다. 정치적 망명 관련 법이 없는 대만은 람 씨에 대한 체류 기간을 두 달씩 연장해주고 있다. 그는 계속되는 홍콩의 시위와 홍콩 정부의 진압에 대해 “1980년 한국의 광주민주화운동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젊은이들이 죽임을 당할 수 있고 이는 시간문제”라고 우려하면서 “홍콩인들은 저항하거나 시 주석의 의사에 따라 통제당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홍콩인은 저항할 수 있지만 시 주석의 권력이 너무 강해서 홍콩의 장래는 너욱 나빠질 것이다. 마지막 출로는 홍콩을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람 씨는 올해 12월 대만에서 퉁뤄완 서저믈 다시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람 씨와의 일문일답. ―금서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홍콩에는 금서의 개념이 없다. 소위 금서라는 개념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홍콩 출판인들이 생각하는 자유이고 인권이다. 금서는 중국 본토에만 있는 말이다.” ―억류 상황을 설명해달라. “고문은 없었다. 하지만 2015년 11월 재판도 없이 어딘지도 모르는 건물의 독방으로 끌려가 혼자 갇혔다. 중국 중앙에서 나온 특별안건수사팀 소속이라는 자들은 우리가 출판한 ‘지도자’ 관련 서적이 지도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안보를 위반했고 국가정권을 전복하려 했다는 죄명을 열거하며 내 행동이 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내가 갇힌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이는 너무 큰 정신적 압박이 됐다.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벽이 매트로 둘러싸여 있고 천장도 높아 자살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자살을 막기 위한 장치로 볼 때 이전에 누군가 자살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신이 붕괴될 정도로 공포가 커졌다.” ―그들이 중국 본토의 당신 서점 독자 정보를 요구했다고 들었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우 이상한 게 억류된 뒤 나를 취조하면서 컴퓨터로 서점의 주문자료를 보여주며 그들과 관계, 그들이 어떤 책을 주문했는지 물었다. 그 자료는 모두 비공개이고 홍콩에는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법이 있다. 이 자료를 유출하는 것은 불법이다. 홍콩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그들이 홍콩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서점의 컴퓨터 내부 자료를 복제한 것이었다. 나를 억류한 자들은 홍콩에 나를 돌려보내면서 나를 감시하기 위해 GPS 추적기가 설치된 전원을 끌 수 없는 휴대전화를 주기도 했다.” ―최근 많은 홍콩인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홍콩을 떠난다 “시위에 참가한 홍콩의 많은 젊은이들이 대만으로 피신해온다고 들었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직면한 것은 홍콩 정부가 아니라 중국 본토 정권이다. 이 문제는 3, 5년이 아니라 10년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견딜 수 없다면 떠날 권리가 있다. 안전하지 않은 곳(고향)을 위해 다음 세대를 희생할 필요가 없다.” 타이베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타이베이=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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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베이징 北근로자 ‘편법 체류연장’… 제재 무력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영업하는 일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피해 불법으로 중국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중국 내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1개월마다 북한에 다녀오는 방식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했지만, 최근 베이징의 일부 식당에서는 북한에 돌아가지 않고도 다녀온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이다. 노동비자나 공연비자 없이 식당에서 일하거나 공연하는 것은 편법으로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당국의 묵인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방북 이후 중국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9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는 해외 북한 노동자에 대한 비자 신규 발급 및 비자 연장을 금지했다. 중국은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올해 12월 22일까지 북한 식당 종업원 등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체류 기간 1개월 연장 방식으로 이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힘닿는 대로 돕겠다”고 약속한 뒤 제재의 구멍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북한 인민보안성의 참사(차관급)가 방중해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을 만났다. 공안은 비자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이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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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시진핑 ‘한미 진출前 北시장 선점’ 지시… 中, 관광투자 잰걸음

    중국이 북한을 관광하는 중국인에 대해 사상 첫 여행자보험을 적용하고 북-중 접경인 동북 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에 이어 베이징시(市)도 평양에 경제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북-중 양국이 경제협력을 대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여서 눈길을 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5일 “시 주석 지도부가 중국 기업들에 ‘한국이나 미국이 진출하기 전에 1년 내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뿐 아니라 미국과 무역·안보 등 전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관광산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유의 하나이다. 한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앞서 북한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경제가 낙후된 동북 3성 지역 경제를 장기적으로 진흥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잠재적 시장을 중국에 뺏길 수도 있다. 중국은 대형 보험기업인 A사를 통해 처음으로 북한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여행자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15일 북한을 찾은 방북단 약 40명 가운데는 A사의 투자 기업들도 대거 포함됐다. 이 투자 기업들은 중국의 호텔 체인, 항공, 해운, 항만, 물류, 농업 분야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북한 관광 확대는 물론이고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 및 추가 투자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행자보험 문제는 북한 관광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4월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북한 황해북도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로 사망했지만 북한에 여행자보험이 도입되지 않아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정도였다. 또 북-중 접경인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에 이어 베이징시가 경제사무소를 평양에 설치하면 북한과 투자와 경제협력을 협의하는 중국 기업들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방북 때 “북한이 합리적인 안보와 발전의 우려를 해결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며 경제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당시 중국 경제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허리펑(何立峰) 주임뿐 아니라 무역과 중국 기업 관리를 담당하는 중산(鐘山) 상무부장도 이례적으로 북-중 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 대북 제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중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간 교류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 겸 신문사 사장(외교부 신문국 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10∼13일 평양을 방문해 북-중 매체 간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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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中, 北관광 본격 확대… “여행자보험 계약 체결” 보험사-투자기업 방북

    중국 대형 보험사와 북한 당국이 북한을 관광하는 중국인에 대해 처음으로 여행자보험을 적용하는 등 중국의 대북 관광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또 베이징시(市)가 평양에 경제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방북 이후 북-중 경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중국 대형 보험사 A기업 관계자와 투자 기업의 고위 관계자 등 약 40명이 15일 방북했다”며 “이들은 북한 당국과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국제적 수준의 여행자보험 적용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A기업은 지난해 미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회사다. 북한에서는 여행자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여행 중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북한과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관광 확대의 걸림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북-중 접경지 동북 3성인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이 대북 투자 및 협력을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중국 기업들을 돕는 경제사무소를 이미 평양에 설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시도 추가로 평양에 경제사무소를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중 양국이 여행자보험을 적용하고 경제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북-중 경제 협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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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中, 4월부터 대북 비료 무상원조 재개

    중국이 올해 4월부터 대북 비료 무상 원조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0, 21일 방북 선물 보따리에 대북 무상 원조와 관광 등 무역 대폭 확대가 포함될 것임을 예고했다. 19일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올해 4월 중국은 339만9616달러(약 40억 원) 상당의 무상 원조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요소 비료(257만4913달러)와 인산이암모늄(비료 성분·77만9238달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4월에만 북한에 비료 335만4151달러(약 39억5000만 원)어치를 지원한 것이다. 해관총서는 원조 액수만 공개했다. 4월 요소 비료의 원조량은 약 7580t일 것으로 추정된다. 해관총서는 4월 무역액만 공개했으나 5월에도 비료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무상 원조에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4월 무상 원조 품목에는 자전거(4만2037달러)와 안전모(3428달러)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 자전거와 공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북-중 무역액도 크게 늘어났다. 4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2275만642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77만4270달러보다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4월 대북 수출도 크게 늘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매년 북한을 여행하는 중국인이 약 20만 명이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인 관광객이 보통 3일의 북한 여행에 360달러를 쓴다고 했다. 2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북한이 매년 7200만 달러(약 847억 원)를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셈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올해 79차례 정제유 불법 환적을 통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연간 취득 정제유 상한선(50만 배럴)을 초과했기 때문에 대북 정제유 공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보류(hold) 조치로 미국에 제동을 걸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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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산혁명 진압 ‘홍콩의 철녀’… 강경노선 치닫다 궁지에 몰려

    “캐리 람의 퇴진을 요구합니다. 그는 행정장관에 맞지 않는 인물입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지도자 조슈아 웡 씨(22)가 17일 출소해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웡 씨는 “우리는 시위를 통해 홍콩인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람 장관의 억압에 침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며 “(람 장관이) TV에 나와 눈물을 흘릴 때 홍콩인들은 정부 청사와 입법회(의회) 앞 시위에서 피를 흘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산혁명 당시 법원의 해산 명령에 불복한 혐의로 징역 2개월 형을 받아 5월 수감됐지만 형기를 다 채우지 않고 풀려났다. 웡 씨의 조기 석방이 홍콩 당국의 화해 제스처인지 일반적인 절차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위가 16일 대규모 시위를 기점으로 정권 퇴진운동으로 바뀌며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홍콩 범죄인을 중국에 보내 재판을 받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7일 입법회 인근에서 만난 얼빙 벨로로스 씨(37)는 “많은 홍콩인들이 (람 정부의) 퇴진을 원한다. 관련 부서, 경찰, 입법회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시위에는 2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약 748만 명의 홍콩 인구 중 약 27%가 시위에 참여한 셈이다. 람 장관이 이날 밤 뒤늦게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의 사실상 폐기를 설명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캐리 람 당신은 우리 어머니가 아니다. 퇴진하라’는 문구와 람 장관을 거짓말쟁이 독나방으로 표현한 사진과 모형이 시내 곳곳에서 보였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중국 중앙정부는 행정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법에 따른 통치를 계속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람 장관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결국 여론에 밀려 사퇴시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로 3년이나 남았지만 홍콩 매체들은 벌써 ‘레임덕(지도력 공백)’ 현상을 예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람 장관이 15일 법안 중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사과하지 않고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여 시민들을 화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람 장관은 정무국장을 맡았던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해 ‘홍콩의 철의 여인’이라 불리며 중국 지도부의 신임을 얻었지만 결국 이런 성향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람 장관은 친중파 선거인단이 장악한 간접선거를 통해 행정장관에 당선된 뒤 친중 정책을 펼쳐 홍콩의 중국화, 일국양제(一國兩制) 약화에 대한 우려를 불렀다. 시민 천모 씨(19)는 “홍콩이 중국화하면 우리는 자유를 잃을 것이다. 그래서 싸우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홍콩을 통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홍콩은 홍콩이고 중국은 중국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시 주석의 사생활 관련 책을 출판하려던 홍콩 서점 퉁뤄안 관계자 5명이 실종된 사건도 홍콩이 중국의 통제권에 놓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에게 공포를 더했다. 17일 취재진이 찾은 서점은 철문이 닫힌 채 굵은 쇠줄이 감겨 있었다. 하지만 ‘빨리 돌아오라’ 등의 응원 메시지가 주변에 많이 붙어 있었다. 한편 미국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을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홍콩 시위와 관련해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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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톈안먼 사망 2000명 추산… 中당국 은폐시도는 희생 컸다는 반증”

    “1989년 민주화운동(톈안먼 시위)은 중국에서 시민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한 진정한 기점이었습니다.” 톈안먼(天安門) 시위의 주역이었던 왕단(王丹·50·사진) 씨는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하루 앞두고 3일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왕 씨는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부 21명 가운데 한 명으로 단식 농성을 주도했다. 그해 6월 4일 중국 정부의 무력진압 이후 1990년대 ‘정부 전복 음모’ 혐의 등으로 총 7년간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현재 미국에서 민주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톈안먼 시위가 오늘날 중국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자 “정치문화 면에서 중국의 민주화를 위한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중국 민주화의 장애요소로 “개인과 국가가 너무 가까웠다”며 ‘시민사회가 발전할 공간이 없었던 정치문화’를 꼽았다. “당시 개인은 자신을 국가의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자신의 모든 희망을 걸었어요. 이런 정치문화가 개인과 국가의 거리를 없애고 국가권력이 너무 쉽게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나쁜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는 “톈안먼 시위에 대한 피의 진압이 (그때까지의) 개인과 국가 관계를 철저히 바꿨다”고 말했다. “1980년대 진보적으로 보였던 정부가 통치하기 위해 폭력적인 치국(治國)의 옛 길로 돌아가자 정부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고 1990년대 정치에 대한 냉담을 낳았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왕 씨는 “(이 때문에) 최소한 국가(정부)는 이데올로기로 정치적인 동원을 하기가 어려워졌고 개인과 국가의 거리가 천천히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맞은 느낌은…. “올해 기념활동을 더 크게 잘하자는 것 외에 특별한 소감이 없다. 30년 동안 내게는 매일이 기념일이었고, 이는 하루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순진했지만 공산당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우리는 나라가 더 좋게 변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그래서 그 희망을 행동으로 실현하기를 바랐다.” ―당시 무력진압으로 인한 희생자 수가 정확하지 않다. “당국은 최대한 사상자 수를 감추려 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사상자가 매우 많다는 걸 증명한다. 단지 수십 명이 사망했다면 감출 필요가 없다.” 중국은 당시 군경을 포함해 24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왕 씨는 “2000여 명 사망, 1만 명 이상 부상이라는 추산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젊은이들은 톈안먼 시위를 잘 모르는데….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톈안먼 시위가 역사에서 잊혀질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 민주화가 이뤄지면 톈안먼 시위는 역사에 공정하게 기록될 것이다.” 중국은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앞두고 기념행사는 물론이고 소셜미디어, 인터넷에서 관련 언급 자체를 강력하게 검열하고 있다. 최근 취재진이 톈안먼 광장을 찾았을 때 보안 검사 과정에서 기자의 거류증(비자)을 본 공안(경찰)은 “목적이 취재인지 관광인지 알 수 없다”며 사실상 출입을 막았다. 평소에는 외신 기자들이 톈안먼 광장을 출입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톈안먼 시위를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로 지칭하며 “신(新)중국 성립 70년 만에 이룬 엄청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 경로가 완전히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도 2일 “정부가 혼란을 안정시키기 위해 과감한 (진압)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도부의 현재 인식을 드러낸 말이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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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젊은이들, 톈안먼 시위 잘 모르는데…” 시위 주역 왕단의 대답은

    “1989년 민주운동(톈안먼 시위)은 중국에서 시민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한 진정한 기점이었습니다.” 톈안먼(天安門) 시위의 주역이었던 왕단(50·王丹) 씨는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하루 앞두고 3일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왕 씨는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부 21명 가운데 한 명으로 단식 농성을 주도했다. 그해 6월 4일 중국 정부의 무력진압 이후 1990년대 ‘정부전복음모’ 혐의 등으로 총 7년간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현재 미국에서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톈안먼 시위가 오늘날 중국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자 “정치문화 면에서 중국의 민주화를 위한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중국 민주화의 장애요소로 “개인과 국가가 너무 가까웠다”며 ‘시민사회가 발전할 공간이 없었던 정치문화’를 꼽았다. “당시 개인은 자신을 국가의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민중을 위해 복무해야 했고 국가에 자신의 모든 희망을 걸었습니다. 이런 정치문화가 개인과 국가의 거리를 없애고 국가권력이 너무 쉽게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나쁜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는 “톈안먼 시위에 대한 피의 탄압이 (그때까지의) 개인과 국가 관계를 철저히 바꿨다”고 말했다. “1980년대 진보적으로 보였던 정부가 통치하기 위해 폭력적인 치국(治國)의 옛 길로 돌아가자 정부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고 1990년대 정치에 대한 냉소를 낳았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왕 씨는 “(이 때문에) 최소한 국가(정부)는 이데올로기로 정치적인 동원을 하기가 어려워졌고 개인과 국가의 거리가 천천히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맞은 느낌은…. “올해 기념활동을 더 크게 잘하자는 것 외에 특별한 소감이 없다. 30년 동안 내게는 매일이 기념일이었고, 이는 하루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순진했지만 공산당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우리는 나라가 더 좋게 변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그래서 그 희망을 행동으로 실현하기를 바랐다.” ―당시 무력진압으로 인한 희생자 수가 정확하지 않다. “당국은 최대한 사상자 수를 감추려 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사상자가 매우 많다는 걸 증명한다. 단지 수십 명이 사망했다면 감출 필요가 없다.” 중국은 당시 군경을 포함해 24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왕 씨는 “2000여 명 사망, 1만 명 이상 부상이라는 추산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젊은이들은 톈안먼 시위를 잘 모르는데….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톈안먼 시위가 역사에서 잊혀질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 민주화가 이뤄지면 톈안먼 시위는 역사에 공정하게 기록될 것이다.” 중국은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앞두고 기념행사는 물론이고 소셜미디어, 인터넷에서 관련 언급 자체를 강력하게 검열하고 있다. 최근 취재진이 톈안먼 광장을 찾았을 때 보안 검사 과정에서 기자의 거류증(비자)을 본 공안(경찰)은 “목적이 취재인지 관광인지 알 수 없다. 톈안먼지구관리위원회에 먼저 신청하라”며 사실상 출입을 막았다. 평소 외신 기자들이 톈안먼 광장을 출입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에서 “톈안먼 사건은 정치적 혼란이었으며 정부가 혼란을 안정시키기 위해 과감한 (진압) 조치를 취했다”며 무력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 지도부의 현재 인식을 드러낸 말이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톈진=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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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베이징 다싱新공항 ‘동북아 듀얼허브’ 야심

    “베이징 다싱(大興)신공항은 기존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과 함께 세계적인 ‘듀얼 허브 공항’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남쪽으로 46km 떨어진 다싱신공항 건설 현장. 이곳에서 만난 장루(張茹) 다싱공항 건설지휘부장은 “장기적으로 (세계 최대 수준인) 연간 1억 명의 승객을 처리하는 공항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4년 착공한 이 공항 건설은 다음 달 30일 준공을 완료하고 9월 30일 개항한다.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신공항 건설에 800억 위안(약 14조 원)을 쏟아부었다. 철도 등 공항 주변 인프라까지 포함하면 최대 3000억 위안(약 51조 원)이 투입됐다. 본보·채널A 취재진이 직접 들어가 본 공항 터미널 내부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중앙 터미널을 중심으로 탑승구가 5개의 팔 형태로 뻗어 나간 독특한 모습의 외관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다. 공항 측은 오렌지색 지붕의 터미널이 “날개를 편 봉황을 형상화했다”고 소개했다. 공항 설계는 ‘신속한 환승’에 초점을 맞췄다. 공항 관계자들은 “82개 탑승구 모두 중앙 터미널에서 600m 이내에 있다. 이동하는 데 8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본보가 입수한 신공항 자료에 따르면 국제선과 국내선의 환승 시간은 각각 45분, 30분으로 인천공항(70분, 40분)보다 짧았다. 다싱신공항 등 중국의 ‘공항 굴기(崛起)’가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 공항 위상을 크게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베이징의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공항은 환승 전문 공항으로 설계됐다”며 중국이 의도적으로 서우두공항에서 취항하던 장거리 노선을 다싱공항으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과 미주로 가려는 한국과 일본 승객들이 인천이 아니라 다싱공항에서 환승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환승하고 유럽, 미주로 이동하는 한국 여행객은 현재 전체 관광객의 3, 4%에 불과하지만 다싱신공항 개통 이후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천에서 환승해 미국으로 향하던 중국 여행객 대부분도 환승 공항으로 다싱공항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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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생산 줄이고 매장 문닫고… 한국 기업들 ‘차이나 엑소더스’

    지난달 31일 오후 중국 톈진(天津)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점은 내부 매장이 모두 철수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앞서 롯데는 이날 오후 10시 반까지 마지막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폐쇄 상태였다. 인부들만 건물 밖에 걸린 간판을 제거하느라 분주했다. 문화센터점은 톈진에 남았던 롯데백화점의 마지막 점포다. 톈진 시민 궈잉 씨(38·여)는 “쾌적한 쇼핑 환경은 매우 좋았지만 중국의 쇼핑몰 시장이 커지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도태된 것 같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아쉬울 건 없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여성은 “가격이 너무 비쌌다”고 전했다. 이 점포를 끝으로 롯데백화점은 톈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지점도 6∼8월에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랴오닝(遼寧) 선양(瀋陽) 지점도 철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롯데백화점은 2017년 700억 원의 영업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104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롯데백화점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잇따라 발을 빼거나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 침체와 소비 환경의 급격한 변화,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삼중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는 공장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베이징현대의 베이징 제1공장을 이달 또는 다음 달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도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1공장의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신규 자동차 허가를 제한하면서 베이징 지역 자동차 판매가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공장 신설 등으로 과잉설비 문제가 심각해졌고 경쟁력 있는 신차 투입도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량이 적은 상태에서 대규모 시설을 유지하려면 감가상각 등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아예 운영을 중단하고 친환경자동차 등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위해 다른 생산라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도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유일한 빕스 매장을 닫으면서 중국에서 빕스 사업을 접었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8곳의 비비고 점포도 하반기에 모두 문을 닫는다. 곧 대형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미국) 등 중국에 진출한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독점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결과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삼성전자 등에 수십억 달러의 벌금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박한진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급변하는 중국 산업 정책의 지향점과 무게중심을 빨리 파악해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제품의 수요와 특성을 분석해 중국에 남을지 제3국으로 옮겨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구조조정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톈진=권오혁 특파원}

    •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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