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7일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 화재는 인근 잔디에 붙은 작은 불이 유증 환기구를 통해 저장탱크 내부로 옮겨붙은 게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저유소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할 유증기 회수 장치는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공사 측이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증기 회수 장치는 탱크 내에 있는 유증기를 다시 액체로 만들어서 유증기가 실외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유증기 회수 장치 설치 의무 규정 없어 저유소는 수백만 L의 유류를 저장하고 있어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휘발유 440만 L가 보관돼 있던 저장탱크에 소화액을 분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은 266만 L의 휘발유를 태우고 화재 발생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경 꺼졌다. 이번에는 저장탱크 1개에서만 화재가 발생했지만, 화재가 더 커졌다면 경기 북부 일대 유류 보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고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화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고양저유소에는 유증 환기구만 있고 유증기 회수 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아 외부에서 발생한 불씨가 환기구를 통해 저장탱크로 옮겨붙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주유소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 유증 환기구에 불이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수 장치를 함께 설치한다”며 “저유소 같은 대용량 유류 저장소에 회수 장치가 없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휘발유가 증발하면 유증기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회수해서 액화시켜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방법상 이 장치 설치에 대한 의무 조항은 없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유증기 제거 장치 설치 시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 대비 효율도 낮다”고 말했다○ 11년에 한 번만 정밀 안전점검 저유소에 대한 안전 점검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전문가가 저유소 유류탱크를 개방해 실시하는 정밀진단은 11년에 한 번씩 하도록 돼 있다. 안전점검은 송유관공사 측이 매년 1회 자체 검사를 해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는 게 거의 전부다. 사실상 ‘셀프 점검’에 의존해 화재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유소 8곳 가운데 저장용량이 가장 큰 판교저유소(약 3억1300만 L)는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있다. 국가중요시설은 적에 의해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되면 국가안보 및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을 뜻한다. 이에 따라 판교저유소는 정부 지침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점검을 받고, 민관군 합동훈련인 을지연습 때 화재 대비 훈련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고양저유소를 포함해 나머지 저유소 7곳은 저장 유량이 기준(1억5000만 L)에 미치지 못해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되지 않는다. 고양저유소는 2014년 이후로 외부 정밀 진단을 받지 않았다. 정태황 한서대 교수(항공보안시스템 전공)는 “저유소를 국가중요시설로 지정하는 기준을 낮춰 대부분의 저유소가 철저한 안전점검을 받도록 하거나, 현행 11년 단위의 외부 검사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공기 오염 심각하지 않아” 이번 화재로 저유소가 있는 경기 고양시 화전동 일대에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연기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순희 씨(64·여)는 “어제(7일) 하루 종일 목과 눈이 아프고 어지러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1km 떨어진 한국항공대는 사고 당일 기숙사 등에 “문과 창문을 닫으라”는 방송을 계속 내보냈고 일부 야외 체육 강의는 휴강했다. 하지만 실제 주변 공기 오염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기는 화재 발생 3시간 뒤 서울 마포구를 거쳐 6시간 뒤 경기 하남, 8시간 뒤 강원 횡성, 12시간 뒤 강원 강릉까지 이동했다. 연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서울 서대문구, 경기 양평 등의 대기측정소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나 이산화질소(NO₂) 농도는 화재 전후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하경 / 고양=윤다빈 기자}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A 씨(40·여)는 요즘 유행하는 아이들 장난감인 슬라임, 이른바 ‘액체괴물’을 버릴 때마다 고민이다. 딸이 취미로 슬라임을 직접 집에서 만들면서 그만큼 버려야 하는 슬라임의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액체 상태와 비슷한 점액질로 돼 있다 보니 쓰레기통에 버리기에는 영 꺼림칙하다. 물을 일반 쓰레기통에 따라 버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이나 종이 등 분리배출 대상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세면대나 싱크대에 물과 함께 흘려보내면 끈적끈적한 성분에 배관이 막힐 수도 있다. 궁여지책으로 A 씨는 슬라임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 슬라임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한 형태에 말랑말랑한 감촉의 슬라임을 만지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주된 이유다. 만들기도 쉽다. 물풀과 붕사 가루, 물 등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섞으면 된다. 여기에 작은 스티로폼 구슬이나 반짝이 가루, 플라스틱 모형 등을 넣으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슬라임을 갖고 논 뒤 버릴 때다. A 씨처럼 물에 흘려보내다가는 자칫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물풀은 미량의 폼알데하이드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 물질은 수질오염 물질로 지정돼 있다. 슬라임에 넣는 재료가 무궁무진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미지수다. 붕사 가루는 환경에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액체를 빨아들여 젤리 상태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붕사는 슬라임이 물에 흘러들어가도 쉽게 풀어지지 않도록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 하더라도 물속에서 녹거나 분해되기보다는 오히려 미세플라스틱처럼 잘게 쪼개져 수중에 떠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수 배관으로 바로 흘러들어가는 세면대나 싱크대의 물과 달리 변기 물은 정화조를 거쳐 1차 여과된 뒤 오수 배관으로 흘러 들어간다. 하지만 잘게 쪼개진 슬라임까지 걸러낼 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슬라임도 환경에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올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슬라임 14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나 가습기살균제에서 문제가 됐던 성분인 CMIT/MIT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조경현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슬라임을 물에 버리면 그 안에 있던 프탈레이트와 같은 환경호르몬이 물에 녹아나와 수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부제 역할을 하는 CMIT/MIT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할 경우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슬라임을 버릴 때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평평한 곳에 펴 말린 다음 잘게 쪼개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다. 슬라임을 제조해 판매하는 김나영 츄이샵 대표는 “슬라임에 수분이 많다보니 그냥 버리면 썩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무게도 있기 때문에 슬라임을 폐기할 때는 꼭 말려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슬라임(Slime)::점액질 형태로 끈적끈적하고 말랑한 촉감의 장난감. 일명 액체괴물로 불린다. 미국 공포영화에서 연출 도구로 사용한 뒤 1970, 80년대 장난감 회사들이 슬라임을 생산하면서 대중화됐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25호 태풍 ‘콩레이’가 빠르게 북상하면서 당초 예상한 남해상보다 더 위쪽인 부산을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6일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지만 7일은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간 강도의 중형급 태풍 콩레이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약 35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30km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까지 제주 한라산 어리목에는 320.5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강풍까지 동반해 제주에선 오후 6시 이후 모든 항공기가 결항했다. 선박 운항 역시 전면 중단됐다. 또 한라산과 지리산 등 9개 국립공원 탐방로의 입산이 통제됐다. 콩레이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바람을 따라 빠르게 동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예상보다 30km가량 더 북쪽으로 지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일 오전 6시경 서귀포 동북동쪽 약 70km 해상을 거쳐 남해상으로 접근한 뒤 경남 통영을 지나 부산 부근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6일 오후 6시경 독도 남서쪽 약 60km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 산지 최대 400mm, 남부지방과 강원 영동 80∼150mm 등이다. 지역에 따라 돌풍과 함께 시간당 30∼50mm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비는 6일 오후 3시경 서쪽 지방부터 차차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인 7일에는 중국 북부지방에서 내려온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21도, 광주 23도, 부산 25도 등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먼 산에 단풍/물드는 사랑.”―안도현의 ‘단풍’ “해마다 색동옷 입고 파도타기를 하는 듯/점점이 다가오는 너에게 어떤 색깔을 선물해야 고맙다고 할까.”―반기룡의 ‘단풍’ 단풍을 소재로 한 시(詩)들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10월, 가을을 맞아 전국 산천이 붉게 물들고 있다. 보통 산 전체를 기준으로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물들었을 때 첫 단풍, 80%가 물들면 절정이라고 한다. 올해는 지난달 27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10월 1∼12일 오대산 치악산 지리산 월악산, 15∼19일 북한산 계룡산 팔공산, 24일부터 무등산과 남부 지방에 각각 단풍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전국이 붉게 물드는 10월 강원 인제군 설악산은 가을 단풍의 대표 주자다. 태백산맥 중 가장 높은 대청봉(해발 1708m)에서 단풍 잔치가 시작돼 18일경 산 전체가 붉게 물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령과 미시령을 경계로 외설악, 내설악, 오색지구 등에서 단풍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은 단풍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속리산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재임 당시인 553년 창건됐다. 경내에는 국내 3대 불상전 가운데 하나인 대웅보전을 비롯해 금강문 사천왕문 등 역사적인 건물이 보존돼 있다.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 복흥면 경계에 위치한 내장산(763m)은 예로부터 가을단풍이 유명해 조선시대 8경 중 하나로 불렸다. 내장사에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이어진 단풍터널이 대표적이다. 내장산 우화정은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맑은 호수와 단풍이 일품이다. 호수 주변에는 단풍과 수양버들, 산수유 등이 자란다. 광주와 전남 담양, 화순군 경계에 있는 무등산(1186m)은 산세가 유순하고 둥그스름한 모습이다. 산 정상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등 3개 바위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이 주변에 기암괴석과 원효사 등 사찰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무등산은 가을단풍과 함께 백마능선의 억새풀로도 유명하다. 경남 창녕군 화왕산(756m)과 관룡산(739m)은 자하골 계곡 아래 도성암 등 암자와 정자가 단풍과 조화를 이룬다. 이 부근에 사적 제65호인 목마산성과 우포늪 생태공원, 목포늪 등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영남과 호남에 걸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은 지리산둘레길부터 피아골, 뱀사골로 이어지는 단풍길이 일품이다. 단풍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지역 사과, 오미자 등 특산품도 구입할 수 있다. 수도권에도 단풍을 즐길 명소가 곳곳에 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은 연못 향원지 주변에 단풍나무가 많아 고궁과 단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북한산(836m)은 우이령길과 서울둘레길 등이 단풍 명소로 손꼽힌다. 경기 이천시 설봉공원은 단풍 구경과 함께 이천의 명물 쌀과 도자기 행사를 만날 수 있다. 설봉공원 내 도자테마파크에선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양평 용문산(1157m)은 장군봉 백운봉 주변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용문사 대웅전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도 빼놓을 수 없다. 수령이 110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고 둘레가 14m, 높이가 62m에 이르는 고목이다.○ 올해 단풍, 고온으로 평년보다 다소 늦어져 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물들기 시작한다. 특히 9월 중순 하루 평균 최저기온에 따라 시기가 달라진다. 평균기온이 오르면 첫 단풍과 단풍 절정 시기도 늦어진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지난달 중·하순과 이번 달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평년보다 기온이 다소 높아 단풍 시기가 약간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단풍 시기와 관련해 최근 10년간(2008∼2017년) 9, 10월의 평균기온이 1990년대(1991∼2000년)에 비해 각각 0.6도와 0.8도 상승했다. 1990년대에 비해 최근 10년간 첫 단풍 시기는 설악산과 내장산에서 각각 1일, 3일 늦어졌다. 단풍 절정 시기도 지리산이 3일, 월악산과 무등산에서 4일 늦게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첫 단풍이 시작된 설악산은 지난해(9월 22일)보다 5일 늦었다. 지난달 11∼20일 하루 평균 최저기온이 8.7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도보다 2.4도 높았던 탓이다. 설악산을 제외한 나머지 산 역시 첫 단풍 예상 시기가 대부분 평년에 비해 1∼4일가량 늦다. 10월에는 대부분 단풍이 시작된다. 오대산이 1일 시작됐고 △치악산 8일 △월악산 12일 △북한산 15일 △한라산 19일 △내장산 21일 △무등산은 24일 단풍이 물들 것으로 보인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중부지방은 지난달 말부터 이번 달 19일 사이에, 남부지방은 이번 달 12일부터 24일 사이에 단풍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김하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63·사진)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조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한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한 학자로 보 철거 등 4대강 재(再)자연화가 본격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단국대 교수 시절인 2014년 한 언론 기고에서 “4대강 사업은 자연의 가치를 도구적으로만 이해하는 토건세력들에 의해 이뤄졌다”며 “건설비 22조 원에 앞으로 늘어날 천문학적 경제적·생태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4대강은 재자연화가 답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조 후보자는 내정 발표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대강 재자연화는 가치의 문제로 전문가, 학자로서 주장한 것”이라며 “앞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많은 이해당사자의 다른 가치를 잘 조화해 나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내정 전 또 다른 언론 기고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방침을 두고 ‘악마의 유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조 후보자는 영국 서식스대에서 도시지역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당시 5년 동안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음료수나 몸속에 흐르는 피에 조그마한 플라스틱이 떠 있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래도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싶으세요?” 3일 ‘2018 세계리더스보전포럼’이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믈라티 위즈슨 양(18)은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자란 그는 13세인 2013년 ‘바이 바이 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BBPB)’이란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비닐봉투 소비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위즈슨 양이 비닐봉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자란 환경 때문이다. 위즈슨 양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해양오염이 심각하다.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비닐을 소각하거나 아무데나 버렸고, 결국 상당량의 비닐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중학교에 들어간 위즈슨 양은 각자 가방을 갖고 다니면서 왜 비닐봉투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현재 40여 국가가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는 실천하는데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BBPB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위즈슨 양은 한국 정부가 11월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165m² 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지하는 데 대해 적극 찬성했다. 그는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건 분명 좋은 시작점”이라면서 “다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민과 산업계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선 플라스틱 산업이 430억 달러(약 48조 원)에 달해 정부가 쉽게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BBPB 설립자로 활발히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위즈슨 양은 정부 규제가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언론 캠페인과 교육 캠페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정부가 20초짜리 TV 광고 등을 통해 왜 비닐봉투 사용이 나쁜지,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2만여 명의 학생과 논의해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위즈슨 양은 교육을 통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주인공이다. 그는 “정글 한가운데 위치한 학교에서 대안교육을 받으며 어떻게 하면 환경 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비닐봉투 사용을 줄인 시민이나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도 비닐쓰레기를 줄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위즈슨 양은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나 상점에는 세금을 적게 물리는 방안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며 “발리에선 물건을 구입한 뒤 자신의 가방에 넣어 가는 소비자에게 도장을 찍어준다. 일정 개수 이상의 도장을 모으면 10% 할인쿠폰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비닐봉투 사용 억제는 매일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하나의 생활습관이 돼야 한다”며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너무 늦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제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음료수나 몸속에 흐르는 피에 조그마한 플라스틱이 떠있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래도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싶으세요?” 3일 ‘2018 세계리더스보전포럼’이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멜라티 위즈슨 양(18)은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자란 그는 13세인 2013년 ‘바이 바이 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BBPB)’이란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비닐봉투 소비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위즈슨 양이 비닐봉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자란 환경 때문이다. 위즈슨 양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해양오염이 심각하다.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비닐을 소각하거나 아무데나 버렸고, 결국 상당량의 비닐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중학교에 들어간 위즈슨 양은 각자 가방을 갖고 다니면서 왜 비닐봉투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현재 40여 개 국가가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는 실천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BBPB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위즈슨 양은 한국 정부가 11월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165㎡ 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지하는 데 대해 적극 찬성했다. 그는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건 분명 좋은 시작점”이라면서 “다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민과 산업계 등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선 플라스틱 산업이 430억 달러(약 48조 원)에 달해 정부가 쉽게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즈슨 양은 정부 규제가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언론캠페인과 교육캠페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정부가 20초짜리 TV광고 등을 통해 왜 비닐봉투 사용이 나쁜지,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야한다는 생각에 2만여 명의 학생과 논의해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위즈슨 양은 교육을 통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장본인이다. 그는 “정글 한가운데 위치한 학교에서 대안교육을 받으며 어떻게 하면 환경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비닐봉투 사용을 줄인 시민이나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도 비닐쓰레기를 줄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위즈슨 양은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나 상점에 대해 세금을 적게 물리는 방안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며 “발리에선 물건을 구입한 뒤 자신의 가방에 넣어 가는 소비자에게 도장을 찍어준다. 일정 개수 이상의 도장을 모으면 10% 할인쿠폰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비닐봉투 사용 억제는 매일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하나의 생활습관이 돼야 한다”며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너무 늦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25호 태풍 ‘콩레이’가 당초 예상과 달리 우리나라 남해상을 지날 것으로 전망된다. 6, 7일 태풍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비가 오고 강풍이 불 것으로 보여 피해가 예상된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괌 주변에서 발생한 콩레이는 중심기압 920hPa(헥토파스칼), 강풍 반경 400km의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발달했다. 2일 오후 3시 현재 시속 14km의 속도로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1000km 부근 해상을 지나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3일부터 5일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 북서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5일 오후부터다. 일본 오키나와 서북서쪽 약 350km 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한반도로 향하기 때문이다. 6일 오후 3시경에는 서귀포 남서쪽 약 170km 부근 해상에 도달하고 7일 오후 3시경 부산 동북동쪽 약 300km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속도가 빨라지면 좀 더 북상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4일에서 5일 사이에 상대적으로 찬 해수를 지나면서 태풍 강도가 조금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5일이 지나야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는 제주도와 경남 해안에 위치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4일 오후부터 조금씩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5일에는 태풍이 북상하면서 태풍 앞쪽에 생기는 구름대의 영향을 받아 충청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 이어 6일과 7일에는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콩레이는 산의 이름으로 캄보디아가 제출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지난해 처음으로 400만 원을 넘었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7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8조3247억 원이었다. 이는 2010년 14조1350억 원의 2배,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69조3352억 원의 40.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체 인구의 13.4%를 차지하는 노인들의 진료비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지난해 425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2년 307만6000원으로 300만 원대를 돌파한 지 5년 만에 400만 원대로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 국민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139만1000원)와 비교하면 세 배 수준이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진료를 받은 질환은 ‘본태성 고혈압(원인을 알 수 없는 고혈압)’으로 지난해에만 262만3000명이 이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어 치은염 및 치주질환(246만9000명), 급성기관지염(199만4000명) 순이었다. 입원으로 이어진 질병 중에서는 노년성 백내장이 20만79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알츠하이머 치매(10만3892명) 폐렴(9만6254명) 등이 뒤를 이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해산 수순에 접어들게 됐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한일 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로 설립됐으며 이듬해 7월 개소식을 열었다. 사실 재단 폐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논의됐다. 지난해 말엔 민간 이사진이 모두 사퇴했다. 최근 관련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일본이 재단을 위해 출연한 10억 엔(약 99억 원)을 정부 예산(양성평등기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여기에 재단 운영을 위한 자금이나 인건비, 건물 임차료가 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현실적인 문제도 겹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속히 재단 해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단 처리와 관련된 세부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련 부처 간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화해·치유재단 정관 33조에 따르면 해산을 위해서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여가부 장관은 외교부 장관과 협의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26일 취임 인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산물인 화해·치유재단 처리 문제는 철저히 피해자 관점에서 하루속히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해산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여러 문제점은 남는다. 우선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2015년 한일 정부는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해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기존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진 않겠다”고 했지만 향후 일본이 일방 파기를 주장할 수 있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번 한일 회담에서 재단의 향방과 달리 10억 엔 반환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고, 이미 생존 피해자 34명(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총 44억 원을 지급한 상태다. 물론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해 이미 지급한 44억 원은 결과적으로 정부 예산으로 잡혀 있다. 10억 엔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전에 정부가 해당 방침을 외교채널을 통해 귀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문제라는 큰 불이 있고, 북-미 관계에 숟가락을 얹고 싶은 일본으로선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깨져봐야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하경 기자}
추석 연휴에도 아이돌봄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지원된다. 응급실은 평소처럼 24시간 진료를 하고 보건소 등 일부 공공의료기관도 문을 연다. 19일 여성가족부는 추석 연휴 출근을 해야 하는 맞벌이 또는 한부모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봄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연휴 기간 전에 아이돌봄 홈페이지에서 신청해야 한다. 공휴일과 야간에는 이용 요금의 50%가 가산된다. 129(보건복지 콜센터)나 120(시도 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전화를 걸면 추석 연휴 기간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응급의료포털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웹사이트 주소가 기억이 나지 않으면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으로 검색하면 된다. 응급실 525곳은 평소처럼 24시간 진료한다. 보건소를 비롯한 일부 공공의료기관도 문을 연다. 복지부에 따르면 명절 당일과 그 다음 날 응급실 이용은 평일의 2.2배, 주말의 1.6배로 증가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9월 30일∼10월 9일)에는 교통사고 환자가 1.5배, 화상 3.0배, 관통상 2.4배로 늘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세, 3세 두 아들을 둔 직장인 A 씨(36)는 아직까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전체 가구 중 상위 소득 10%는 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는데, 맞벌이인 A 씨는 자신이 상위 10% 안에 드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단 기초지자체에 신청서를 내면 수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선뜻 신청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아내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아동수당 수급 대상인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자칫 아내의 소득이 모두 공개돼 세무조사의 타깃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부부 중 자영업자가 있는 집들은 신청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자 동네’일수록 신청률 낮아 17일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초자치단체별 아동수당 신청률’ 통계를 보면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0∼5세 자녀를 둔 가구 중 아직까지 6%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아동수당은 이달 첫 지급된다. 아동수당은 신청한 달부터 수당이 지급돼 이달 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9월분을 받을 수 없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신청률이 낮을수록 이른바 ‘부자 동네’라는 점이다. 전국에서 아동수당 신청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 강남구로 73.4%였다. 이어 서울 서초구(73.7%)가 두 번째로 낮았다. 이 두 지역에선 아동 4명 중 1명의 부모가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신청률이 저조한 3, 4, 5위도 서울 용산구(80.6%) 송파구(82.2%) 종로구(82.5%)였다. ‘부자 동네’에서 유독 신청률이 낮은 건 자신의 소득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금융정보 등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신청자의 60여 개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아동수당 신청자에게 추가 증명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부모는 ‘정부가 내 재산을 뒤지게 하느니 차라리 10만 원을 포기하겠다’며 아예 신청 자체를 꺼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세금을 추징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소득과 재산을 조사하는 것은 순수하게 아동수당 수급 판정을 위한 것이지 다른 용도로는 절대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열람은 논란 그럼에도 아동수당 신청 시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열람할 수 있는 신청자의 정보에는 △국세·지방세 과세 정보 △4대 보험·보훈급여 등에 관한 자료 △주택입주권·분양권 정보 △보통예금의 3개월 이내 평균 잔액 △정기예금의 총 납입액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개별공시지가 △개별주택가격 △부동산 등의 거래에 관한 자료 등 26개 정보는 기초연금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은 자료들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70% 노인에게 지급된다. 아동수당과 함께 대표적인 현금성 복지다. 최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나 인사청문회 때도 제공받을 수 없는 자료까지 정부가 무차별 열람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아동수당법을 만들면서 기초연금법보다 열람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더 구체화했다”고 해명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4일 오후 질병관리본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은경 본부장 주재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중간 현황 브리핑을 열었다. A 씨(61)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8일의 첫 브리핑 이후 엿새 만이다. 이 자리에는 메르스 전문가인 김양수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최보율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보건당국이)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확산은 없지 않을까 평가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 학회의) 제안을 방역 당국에서 대부분 적용하고 있어 저희도 힘을 보탠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형식은 중간 브리핑이지만 내용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보건당국이 자화자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보건당국이 ‘적절히 대응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보건당국의 어깨가 하늘로 치솟을 수 있다. 2015년 당시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 사망자는 38명에 달했다. 올해는 확진자 이외에 추가 환자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 결과를 촘촘한 방역 시스템의 승리로 보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다. 오히려 ‘A 씨의 귀국→삼성서울병원 방문→서울대병원 이송→접촉자 관리→감염경로 추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야말로 ‘구멍 숭숭’이다. A 씨는 입국 당시 메르스 의심증상 중 하나인 설사가 심하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검역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방역당국이 설사를 메르스 의심환자 분류 기준에 넣지 않은 탓이다. A 씨가 1시간 40분가량 머문 택시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도 않았다. 택시를 운전사가 셀프 소독하도록 방치하기도 했다. A 씨가 처음 들른 삼성서울병원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2015년과 같이 대규모 확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 보건당국의 대국민 소통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쿠웨이트 보건당국이 ‘자국은 감염지가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감염경로가 미궁에 빠졌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어떤 가정도 추정도 할 수 없다”는 아리송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방역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두고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고 확진자와 확진자의 부인 및 관련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해당 언론사에 항의를 해달라고 했다”며 ‘언론 탓’을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잘못됐고, 무엇을 항의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정작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A 씨의 부인은 11일 동아일보 취재팀에 먼저 연락해왔다. 그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저도 패닉 상태라서 짧게 글을 드린다’며 본인의 심경을 담담하게 전했다. 취재팀의 질문에 즉각 응답했을 뿐 아니라 인터뷰 말미에는 ‘고맙다’ ‘덕분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정말 운이 좋았다. 다음에 또 다른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이번처럼 운이 좋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운을 실력이라고 믿는 것 같다. 메르스 종료 선언 전 부디 이번 대처 과정을 냉정하게 복기하길 바란다. 김하경 정책사회부 기자 whatsup@donga.com}
올해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세계 189개국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톱10에 든 것이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UNDP)이 조사한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은 0.063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10위를 기록했다. 지수가 ‘0’이면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UNDP는 2010년부터 각 나라의 성불평등 정도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생식 건강(모성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여성 권한(여성 의원 비율, 중등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 인구) △노동참여(경제활동 참가율) 등 3개 영역 5개 지표에서 여성 수준과 격차를 고려해 점수를 산정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성 의원 비율은 지난해 16.3%에서 올해 17.0%로, 중등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 비율은 88.8%에서 89.8%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지난해 50.0%에서 올해 52.2%로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1위는 스위스로 0.039를 기록했다. 이어 덴마크(0.040), 네덜란드·스웨덴(공동 3위·0.044), 벨기에·노르웨이(공동 5위·0.048) 순이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4위, 16위로 우리나라보다 성불평등지수가 높았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1위였다. 이어 싱가포르가 12위(0.067), 일본이 22위(0.103)였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A 씨(61)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설사를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해 검역대를 통과했다. 공항으로 A 씨를 마중 나온 부인 B 씨(55)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다른 차를 타고 따로 병원으로 갔다. 이 때문에 A 씨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에 부인 B 씨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남편은 메르스에 걸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억울해했다. 밀접접촉자로 집에 격리돼 있는 B 씨와의 인터뷰는 11, 12일 이틀에 걸쳐 4시간 동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여러 쟁점에 대해 B 씨는 보건당국 발표와는 다른 진술을 해 부실 역학조사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① 왜 부인만 마스크를 썼나 9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A 씨가) 아내분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A 씨의 지인인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부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A 씨가 메르스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자 보건당국 간 혼선이 시작된 지점이다. 하지만 B 씨는 “(남편이) 마스크를 쓰고 나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2년 전 폐렴을 앓은 뒤 면역력이 약해져 공항이나 여행을 갈 때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② 왜 따로따로 병원에 갔나 A 씨가 부인이 몰고 온 차량 대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간 점은 가장 의아한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몸이 불편해 누울 수 있는 넓은 리무진 밴 형의 택시를 불렀고, 지인 의사의 권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씨는 “남편 귀국 전에 ‘공항에 나가겠다’고 문자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 내가 차를 가지고 간 것을 남편이 알지 못했을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미리 예약했는지 (남편을) 만난 지 5분 만에 택시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을 먼 주차장까지 데리고 가 제 차에 태우기보다 택시를 타는 게 빠르고 편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일부러 두 사람이 따로따로 병원에 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동아일보 취재 결과 A 씨가 탑승한 택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밴 형이 아닌 기아자동차의 K9 택시였다. 보건당국의 발표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③ 메르스 감염, 전혀 의심하지 않았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환자 본인은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2번 갔다고 하는데, 비행시간이 10시간인데 어떻게 2번만 갔겠느냐. 이분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A 씨의 ‘거짓말 논란’은 확산됐다. 이에 B 씨는 “남편이 메르스라고 인지했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거나 최소한 마스크는 착용하고 왔을 것”이라며 “메르스의 전형적인 증상인 기침이나 열이 없었고 쿠웨이트의 다른 사람들도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아 본인이 메르스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했다.④ 그렇다면 왜 진료 사실 숨겼나 A 씨는 공항 검역 당시 쿠웨이트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숨겼다면 향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B 씨는 “탈진 상태에서 뭘 숨기겠느냐. 빨리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마지막 문자메시지에서 “자가격리되신 분들께 죄송하다. 힘내시고 잘 견디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온 국민과 관계자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1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와 접촉한 456명(밀접 21명, 일상 435명) 중 11명이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였으나 10명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고, 1명은 추가 검사 중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철중 기자 / 이다해 채널A 기자}

시민들이 별 불편함 없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도 노인에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시력과 근력 등이 떨어지는 탓에 어디를 찾아가기도, 무엇을 작성하기도 쉽지 않다. 노인들이 보다 쉽게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복지환경 디자인 전문가인 전미자 한국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이사장과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들의 조언을 얻어 70대 남성과 함께 △지역 주민센터 △지하철 △병원 등을 찾아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책을 찾아봤다.○ 서류를 앉아서 작성할 수 있다면… 7일 오전 김홍배 씨(73)는 서울 A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았다. 김 씨가 직접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보기로 했다. 해당 서류는 담당 직원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돈을 지불하면 쉽게 뗄 수 있다. 김 씨도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했다. 당장 어떤 창구로 가야할지 헷갈려서다. 각 창구에 붙어있는 안내 표지판의 글씨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여서 20대인 기자가 봐도 쉽게 구별이 안 됐다. 게다가 민원인이 창구에 앉아있으면 표지판이 민원인의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포기하고 대신 서류작성대에서 서식 하나를 채워보기로 했다. 허리를 굽혀 서류작성대 유리 안을 들여다보던 김 씨는 “서류 글씨가 너무 작아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류작성대 위에 있는 돋보기를 이용해 간신히 민원서류를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돋보기의 초점이 맞지 않아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결국 평소 들고 다니는 안경을 꺼내 쓰고, 허리와 목을 구부린 어정쩡한 자세로 서식의 빈칸을 채워나갔다. 평소 이동할 때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닐 정도로 건강한 체력을 갖고 있는 김 씨지만 서식을 채우고 난 뒤 다리와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전미자 이사장은 “공급자 중심 디자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서류작성대는 앉아서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터치스크린, 젊은 사람들은 편하다지만… 주민센터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김 씨는 마을버스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쳤다. 노인의 시야는 보행이 불편해 대개 아래를 향하기 마련이다. 기자가 “이곳에 정류장이 있다”고 알려주자 비로소 김 씨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엔 버스 노선표에 적힌 글씨를 읽지 못했다.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거의 90도 목을 젖혀 올려다봐야 겨우 버스 노선표를 읽을 수 있었다. 지하철도 노인에겐 ‘미로’나 다름없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내려가자 김 씨의 시야에는 상점과 초록색 기둥만 들어왔다. 천장에 목적지를 표시한 안내판이 붙어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표적 역만 표시돼 있어 노선도를 꿰고 있지 않으면 어느 개표구로 가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는 “많은 노인들이 지하철에서 길을 쉽게 잃는다”며 “기둥과 바닥에 안내 화살표를 연속해서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 있는 1회용 교통카드 발매기도 노인이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젊은 사람에겐 편리하기만 한 터치스크린이 노인 세대에겐 무척 낯선 방식이었다. 김 씨는 누를 수 있는 버튼을 한참 찾다가 결국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은 채 ‘신분증 올려놓는 곳’이란 글자 위에 신분증을 놓았다. 다행히 터치스크린이 이를 인식해 무료 승차표가 나왔지만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현금자동인출기 등을 쓰려면 무척 난감할 것 같았다. 전 이사장은 “요즘 은행이나 큰 병원에선 터치스크린을 통해 번호표나 처방전을 뽑게 돼있는데 노인에게 터치 방식은 생소할 뿐 아니라 금방 전환되는 화면을 복잡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큰 글씨에 색깔도 달리해주면…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장소 중 하나인 병원도 노인 친화적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방문한 C 대학병원에선 각 진료과 위치를 안내하는 푯말이 천장에 달려 있었다. 한 화살표에 여러 진료과 위치를 안내하다 보니 젊은 사람도 어디가 어딘지 알기 어려웠다. 바닥에도 별다른 안내표시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너무 작아 노인들이 가고자 하는 층을 찾기 어려웠다. 반면 건국대병원은 2016년 병원 내 표지판의 글씨를 크게 확대하고 진료과마다 번호를 부여했다. 멀리서도 찾고자 하는 진료과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 성동구보건소는 엘리베이터 버튼이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다. 글씨도 커 숫자를 금방 식별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내 비상호출 버튼을 낮은 곳에 달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인이 넘어진 상태에서도 누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급식으로 나온 초코케이크를 먹고 식중독에 걸린 학생이 2161명으로 늘어났다.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된 살모넬라균의 잠복기가 거의 끝나가는 만큼 환자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에 따르면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을 먹고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은 9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55개 급식소에서 2161명으로 집계됐다. 5일 467명에서 8일 2000명을 돌파했지만 9일에는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식중독의 원인균인 살모넬라균의 잠복기가 72시간인 만큼 첫 발생 시점을 고려하면 잠복기가 사실상 끝난 셈이다. 최순곤 식약처 식품안전관리과 과장은 “9일로 식중독 피해는 거의 끝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전북으로 식중독 의심환자가 13개 학교에서 700명이 발생했다. 이어 △부산 10곳 626명 △경남 13곳 279명 △대구 5곳 195명 △경북 5곳 180명 △충북 4곳 122명 △경기 1곳 31명 △울산 2곳 11명 △제주 1곳 13명 △대전 1곳 4명 순이다. 식약처는 현재 식중독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문제 제품과 그 원료에 대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원재료 공급 업체도 추적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제의 식품이 납품된 곳은 총 190곳이다. △학교 169곳 △유치원 2곳 △사업장 12곳 △지역아동센터 1곳 등 184곳은 유통업체 조사 결과를 통해 파악됐다. 6곳은 식중독 신고와 추적조사를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르스 감염자인 A 씨가 출장 중 체류했던 곳은 쿠웨이트다. 체류 기간(22일)과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A 씨는 쿠웨이트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쿠웨이트는 메르스 오염국에서 제외돼 있어 보건 당국이 구체적인 감염 경로 파악에 나섰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 오후까지 쿠웨이트에 머문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해 7일 한국으로 왔다. 쿠웨이트에서는 22일간, 두바이에서는 2시간 37분 머물렀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쿠웨이트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르스 잠복기가 2∼14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바이에서의 체류 시간은 감염 후 증상이 발현하기엔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A 씨는 쿠웨이트에 체류하고 있던 지난달 28일 설사로 현지 의료기관에 방문하기도 했다. 설사는 메르스 감염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쿠웨이트를 감염지로 확신하기 위해서는 추가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쿠웨이트는 2016년 8월을 마지막으로 메르스 환자가 보고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오염국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반면 아랍에미리트(두바이)는 질병관리본부장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중 하나다. 5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A 씨가 쿠웨이트 체류 당시 현지 병원에 방문하면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3월과 5월, 6월 사우디에서는 총 53명이 현지 병원 내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쿠웨이트에 역학조사관을 보내는 등 쿠웨이트와 긴밀하게 협력해 조사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케이크를 급식으로 먹다 식중독에 걸린 학생이 2000여 명으로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 케익’을 먹은 뒤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7일 오후 6시 기준 2112명(52개 집단급식소)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1156명(29개 집단급식소)에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1000여 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북 13곳(700명) △경남 11곳(234명) △부산 10곳(626명) △대구 5곳(195명) △경북 5곳(180명) △충북 4곳(122명) △울산 2곳(11명) △경기 1곳(31명) △제주 1곳(13명) 등이다. 문제의 제품은 학교 169곳과 유치원 2곳 등 총 184곳의 집단급식소 외에도 학교급식소 5곳에 납품된 것으로 추가 파악됐다. 이는 식중독 추적조사와 신고를 통해 파악한 결과다. 또 문제의 케이크를 만든 업체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썹 신뢰성 논란에 다시 불붙고 있다. 해썹은 식품 원재료를 생산하는 단계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전 과정에서 인체 위해요소가 없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해썹 제품을 정부의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식품이 안전하기는커녕 식중독의 원인인 살모넬라균이 나온 셈이다. 해썹 품질 관리 논란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과거 3년간(2015~2017년) 해썹 인증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는 717곳에 달한다. 지난해 ‘살충제 잔류 계란’ 논란 때도 살충제를 사용한 산란계 농장의 59%가 해썹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썹 인증에만 급급해하고 사후관리는 소홀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 수는 2012년 1809곳에서 지난해 6월 4676곳으로 크게 늘었다. 해썹 지정 반납 및 취소업체도 2012년 65곳에서 2016년 254곳으로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장면1. 강원의 한 농촌 지역에 사는 A 씨(73)는 지난해 5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심장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첫 번째 병원에선 원인을 찾지 못했다. 두 번째 병원에선 진단은 했지만 시술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차로 2시간 거리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권역센터)로 옮겼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넘겨 심장 조직이 괴사한 상태였다. A 씨는 현재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지내고 있다. #장면2. 대전 시내에 사는 B 씨(76)는 달랐다. A 씨처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가족이 심근경색을 의심해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곧장 권역센터로 이송된 B 씨는 쓰러진 지 1시간 반 만에 막힌 혈관을 뚫었고, 일주일 후 걸어서 퇴원할 정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응급실 이송 시간 지역별로 8배 차이 A 씨와 B 씨의 여생을 좌우한 결정적인 차이는 ‘골든타임’이다. 급성 심근경색은 발병 후 늦어도 2시간, 뇌경색은 3시간 안에 관련 시술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황진용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016년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분석해 보니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이동 소요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한 지역이 전국 시군구 252곳(구가 있는 도시는 구별 집계) 중 139곳(55.2%)에 달했다.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한 지역은 44.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이송 시간에는 발견이 늦어 신고가 지체되거나 전문성이 없는 일반병원에 들러 허비하는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병원이 멀어서다. 6시간 50분으로 전국에서 이송 시간이 제일 긴 전북 진안군에서 가장 가까운 전북권역센터(익산 원광대병원)까지의 거리는 75km다. 차로 1시간 10분이 걸린다. 발견이 조금만 늦어도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쉽지 않다. 강원 고성군(이송 시간 5시간 32분)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관을 넓히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2시간 거리 안에 1곳도 없다. 반면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곳에선 환자가 2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충남권역센터로부터 30분 떨어진 충남 계룡시는 이송 시간이 51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송 시간이 1시간인 경기 의왕시는 20분 거리 안에 대학병원 4곳이 있다. 급성 질환이 생겼을 때 환자나 가족이 증상을 일찍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하는 비율도 지역 차가 컸다. 황 교수에 따르면 환자가 응급실에 오기 전 자신이 급성 심근경색임을 인지한 비율은 인천이 25.1%인 반면 경남은 2.7%에 불과했다.○ “사각지대 없애고 이송 체계 정립해야” 보건복지부는 4일 이처럼 심각한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뇌심혈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제1차(2018∼2022년)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국 11곳뿐인 권역센터를 14곳으로 늘리고, 사각지대를 보완할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골든타임 준수율이 낮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종합병원을 선별해 응급시술 장비 및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권역센터 확대뿐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는 이송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병원장(심장내과 교수)은 “뇌심혈관 전문병원과 가까운 곳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더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될 때가 있다”며 “병원과 119 구급대 사이의 소통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미 시술을 마친 환자의 후유증을 낮출 수 있도록 조기 재활을 도울 ‘재활상담소’(가칭)와 관련 인식을 높일 ‘심뇌혈관 종합 포털사이트’도 운영할 방침이다. 심혈관 환자가 주 3회 이상 재활치료에 참여하면 재활치료를 받지 않을 때보다 사망률이 47% 줄어든다. 심근경색 재발 가능성도 31%나 낮아지지만 지난해 재활 참여율은 40% 수준에 불과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