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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1시경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응급실. 호흡 곤란으로 길에서 쓰러진 A 씨(83)가 실려 왔다. 그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이송 당시 심한 저체온으로 위중한 상태였다. A 씨는 증상 발현 뒤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하고 3일 오전 11시 47분 숨졌다. 사망 전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양성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숨진 30번째 사망자다. 정부가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피해 최소화’로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수정했지만 기저질환자들은 여전히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장기 이식 환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우선 입원시키겠다고 했지만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병상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같은 고위험군 안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고령 중증환자 여전히 사각지대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31명 중 30명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암, 신장질환 등이 있는 기저질환자다. 나머지 한 명은 세 번째 사망자(41)로 남성이다. 전체 사망자 중 60대 이상이 24명이다. 고령자의 피해가 컸다. 이 중에는 대구경북 지역의 병상 포화 상태가 열흘 넘게 지속되면서 입원을 기다리던 중 숨진 환자들도 있다. 일부 사망자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초기 사망자 중 상당수는 감염 경로가 대체로 밝혀졌다. 하지만 최근 사망자들은 언제 누구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았는지 모르는 사례가 많다. 3일 오전 숨진 77세 남성(29번 사망자)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지난달 29일 호흡 곤란으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뇨와 고혈압을 앓았고 내원 당시 폐렴 증세를 보였다.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일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렇게 숨진 환자들은 감염 경로를 밝혀내기도 쉽지 않다. 본인에게 동선을 확인할 수 없고 가족 이외 접촉자를 추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저질환이 있으면 코로나19를 의심하기 어렵고, 상태가 나빠져도 기저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숨은 감염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진 후 사망까지 평균 4일 의심 환자들이 검사나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28일 숨진 14번째 사망자 이모 씨(69·여)는 22일 기침 등 감기 증세를 보였지만 즉시 검사를 받지 못했다. 25일 대구 서구보건소를 찾았지만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고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한 것.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던 이 씨는 감기약을 먹고 버텼다. 하지만 27일 열이 38.5도까지 오르는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날 대구의료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5시경 호흡 곤란을 일으켜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 씨는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저질환자들의 사망을 최소화하려면 이들을 조기에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사망자들은 확진 후 평균 4일 만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치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중증도 분류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반드시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도 분류 기준 명확해야 중증도 분류 과정에서 기저질환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일부터 바뀐 ‘코로나19 대응 지침’에서도 단순 기저질환자는 여전히 ‘경증’으로 분류돼 있다. 물론 65세 이상이거나 당뇨, 만성 간질환, 만성 폐질환, 암 환자, 혈액 투석·장기 이식 환자 등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자가 격리 중인 확진자 중 기저질환자를 찾아내 이송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지역 확진 환자 3601명 중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1241명이다. 대구시는 자가 격리 환자 중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260명을 입원 대상으로 정해 우선 90명을 입원시켰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전화 상담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감기 등 증세가 미미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 전화 상담이나 처방을 받도록 했는데 기저질환자들도 이런 기회를 갖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이 떨어지거나 고령인 환자들은 감염되더라도 열이 안 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놓치는 환자가 없도록 기저질환자 포착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3상 신청을 신속하게 허가함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약은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투여될 예정이다. 박성민 min@donga.com / 대구=장영훈 / 사지원 기자}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만528곳의 개학이 23일로 연기됐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개학을 1주일 미뤘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2주일 추가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앞서 전국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대구는 지난달 29일 교육부와 협의해 개학을 2주 추가 연기한 바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가 개학 연기 결정을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환자 증가세가 꺾이는 데 지금부터 2주가 매우 중요하다.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인지 판단하는 데 1주가 더 필요해 총 3주 동안 휴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23일 이후 추가 개학 연기는 지역에서 상황에 맞게 결정하기로 했다. 수업일수는 개학 연기로 인한 휴업일수(15일)만큼 여름·겨울 방학을 줄여 확보한다. 이후에는 연간 법정 수업일수의 10%(유치원 18일, 초중고교 19일) 이내를 줄이는 한도 내에서 휴업을 늘릴 수 있다. 정부는 또 코로나19 중증환자 이송 요청을 거부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해 의료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지만 일부 시도가 환자 수용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한편 이날 신규 환자가 599명 발생해 국내 총 확진자는 4335명이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42일 만에 4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28명 중 27명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나왔다. 2명은 숨진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망률은 0.5%로 조사됐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 사망률은 3.7%였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기저질환이 있는 50세 이상을 비롯해 임신부, 장기이식 경험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병상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환자 연령대 분포에서는 20대가 29.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최예나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정부가 상태가 위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이송 요청을 거부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불이익(페널티)을 주기로 했다. 중증 환자가 병상이 없어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일부 시도에서 중증 환자 이송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대구에서는 고령자 4명이 입원 병실을 배정받지 못해 자가 격리 중 사망했다.○ 정부, 환자 이송 거부 지자체 ‘경고’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일 “코로나19 환자를 살리는 것은 한 지자체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공동의 책임”이라며 “(지자체가 이송을 거부하면) 적절한 페널티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자원은 ‘공공재’인 만큼 대구경북 지역의 병상 포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정부가 불이익까지 시사한 것은 대구경북의 급증하는 환자를 지역 내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 대구 지역 환자 3081명 중 입원한 사람은 1050명(34.1%)에 그쳤다. 2031명은 아직 자택에서 대기 중이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도 당장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으면 병실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에 따른 ‘자택 대기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체 확진자 중 상태가 중증 이상인 환자는 34명. 19명은 위독하다. 이종구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기존 환자 사례를 보면 발병 후 일주일 안에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중증에 이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발병 초기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들 “대구 환자 받겠다” 다행히 ‘병상 품앗이’에 동참하겠다는 지자체가 조금씩 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지 않은 인천시와 전북도, 강원도는 “정부의 환자 수용 요청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역시 음압병상에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중증 환자를 이송받을 계획이다. 경기도 내 음압병상 112개 중 32개가 비어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대구 중증 환자들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확진자 88명이 발생한 부산시는 병상을 646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이미 대구 중증 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경남도는 공공 의료기관과 대학병원 등 5곳에 병상 약 530개를 마련했다. 울산시는 160개 병상을 확보해 감염 확산에 대비 중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구지역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빛고을전남대병원과 시립제2요양병원에서 대구 환자들을 집중 수용할 계획이다. 충북 충주의료원은 대구 경증 환자 32명을 2일부터 이송받아 치료 중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병상 확보는 신규 확진자 발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병상 확보 계획을 신속히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서울과 경기 등 의료시설이 풍부한 지역에서도 경증 환자 수용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병상 포화 현상이 지속되자 보건 당국은 2일부터 퇴원 기준을 완화했다. 해열제를 먹지 않은 상태에서 발열 증상이 없으면 진단 검사를 받지 않아도 퇴원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증상이 사라진 뒤 48시간 내 2번의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했다. 단, 퇴원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3주 동안 집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48시간 내 음성 판정을 2번 받으면 즉각 격리에서 해제된다. 이종구 교수는 “의료진 감염 우려를 낮추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려면 화상 진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 / 수원=이경진 기자}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전담으로 관리하는 ‘생활치료시설’이 전국에 마련된다. 경증환자가 병원에 몰리면서 입원 기회를 놓친 중증환자들이 병세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걸 막기 위해서다. 환자의 상태를 경증, 중등도, 중증, 최중증의 4단계로 분류해 중등도 이상의 환자만 의료기관에 입원시켜 치료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중증환자의 사망을 막는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 병원 밖에서 경증환자 전담 치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환자 상태별 격리시설을 의료기관과 생활치료시설로 ‘이원화’하기로 결정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데 따른 비상조치다. 방역당국과 의료계는 확진자 중 경증인 80%가량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대구 지역 확진자 2705명 중 1662명(61.4%)이 병상이 없어 자가 격리 중이다. 이 중에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병세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고위험군이 적지 않다.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신장 이식 이력이 있는 75세 남성이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숨졌고, 다음 날에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 격리 중이던 70세 여성이 사망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일에도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86세 여성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들이 입원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하고, 병상 확보 계획이 늦어진 것에 대해 현장과 정부의 판단 착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경증환자를 병원 밖에서 돌보기로 한 것은 한정된 의료 자원을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당장 2일부터는 대구 동구에 위치한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이 생활치료시설로 운영된다. 1인 1실 기준이며, 객실 총 226개 중 200개 안팎을 수용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의료 지원 및 관리를 맡은 경북대병원은 내과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등을 24시간 상주시킬 방침이다. 서울대병원은 4일부터 경북 문경시의 병원 인재원 객실 100개를 생활치료시설로 운영한다. 입소 전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검사를 통해 병원 밖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환자인지 판단할 방침이다. 이미 폐렴 증세 등이 나타난 환자들은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입원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등을 전송받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화상진료를 기반으로 환자 상태를 살피기로 했다.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전담 치료시설을 운영하면 중증환자 치료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구 지역은 병상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대구 인근 지역에서도 수용시설을 찾고 있다”며 “1000실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시설 운영 및 응급이송 매뉴얼 필요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경증환자 격리시설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확진환자를 자가 격리할 경우 가족 간 감염 우려가 크고, 1인 가구나 노인 가구 등은 가족 간 돌봄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도 불가능하다. 병원 밖 격리시설이 경증환자 대비책의 전부는 아니다. 격리시설은 임시방편일 뿐 시나리오별 구체적인 행동요령도 필요하다. 의료진 배치 기준은 어떻게 할지, 응급환자 발생 시 이송 의료기관은 어디로 할지를 명확히 해야 현장의 혼란을 막고, 긴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개 환자가 40∼45명인 병동에 간호사 5명이 항상 대기해야 한다. 2, 3교대 근무라면 그에 따른 의료진 수급 계획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확진자가 아닌 우한 교민들이 머물렀던 격리시설과 달리 새로 마련되는 시설은 확진환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만큼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방호복 등 의료진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환자 폭증→의료진·병상 부족→입원·치료 지연→상태 악화 또는 사망…. 방역 전문가들이 감염병 확산 때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특정 지역에 여러 명의 환자가 발생해도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으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폭증하면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중증환자 치료가 늦어져 상태가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27일 대구에서 숨진 1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의료계에서 대구경북에 병상 확보가 시급하다는 경고음을 계속 울렸지만 정부 대응은 늦었다. 중증환자를 우선 치료한다는 방침도 현장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고위험군 환자도 입원 못해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숨진 A 씨(75)는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됐다. 대구경북 지역 환자가 폭증한 탓에 비어 있는 병상이 없었다. 그는 20여 년 전 신장이식을 받은 70대 고령 환자다. 그런데도 입원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대구 지역 확진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1132명. 절반 이상이 병상이 없어 자가 격리 중이다. A 씨처럼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A 씨의 증상만 보고 그를 입원치료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확진 판정 후 발열 증상만 보였다. 증상만으로 A 씨를 경증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판단 착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마 별도의 산소 공급이 필요 없어 경증으로 분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70대라는 나이와 기저질환을 고려하면 병원에서 의료진이 자세히 경과를 살폈어야 했다”고 말했다. 기존 환자들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확진자들을 치료 중인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폐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상당수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확진 환자는 폐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꼭 실시해 폐렴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즉시 병상을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의료기관을 ‘이원화’하고, 공공 의료원에 병상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 증가 속도만큼 정부가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손장욱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 사회 감염 조짐이 보일 때부터 전문가들이 공공 의료기관을 통째로 비워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해야 한다고 했지만 준비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 임시시설 관리도 필요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집에서 아무 관리 없이 입원만 기다리지 않도록 병원에 가기 전 머무르는 일종의 중간 수용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우한 교민처럼 임시시설에 모은 뒤 의료진이 경과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용이하고, 가족들의 추가 감염도 막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발병 초기에 전염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에서 대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에서는 환자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입원 기준도 세분해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체 환자의 3%가량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으로 보내고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 나머지 80% 정도의 경증환자는 전담 병원이나 임시시설에서 치료하는 등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확진자들의 입원이 늦어지는 것은 병상 부족뿐 아니라 인력도 모자란 탓이다. 기존 환자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보니 새 병상 준비가 지체되는 실정이다. 환자를 이송할 구급대 인력도 모자란다. 대구시는 27일 “병상 약 400개를 확보했지만 이송 가능한 환자는 10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전국 각지에서 의료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존 인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날 울산대병원에선 응급실 의사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마음창원병원에선 의료진 5명이 감염됐다. 대구 지역에서만 현재 의료진 약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장에서 배제된 상태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병상이 마련돼도 의료진이 없으면 의료 공백은 막을 수 없다”며 “의대나 간호대 학생까지 포함해 가능한 의료 자원을 대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 / 창원=강정훈 기자}
25일 오전 경북 경산시에 비상이 걸렸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61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 환자는 이틀마다 혈액 투석을 받아야 했지만 의심 증세가 있어 4일째 병원에 가지 못했다. 급히 병상을 수소문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는 확진 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 그는 18시간을 버틴 끝에 다음 날 오전 4시에야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산시 관계자는 “만성질환에 폐렴까지 악화돼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26일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284명이 늘었다. 총 1261명이다. 그러나 전국의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198개)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민간 비지정 음압격리병상(879개)을 감안해도 환자가 더 많다. 정부는 병상을 추가로 1만 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경증환자를 자가 격리 등의 형태로 병원 밖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병실 이원화’ 정책 필요 최근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증환자는 국가지정 음압병상이나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는 공공의료원 등에서 치료한다는 것.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이원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증환자들은 병실을 찾아 헤매는 반면,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확진 전 의심환자들이 차지하는 등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8시 기준 국가기준 음압병상 가동률은 77.6%.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지원상황실이 병원들에 환자 이송이 가능한지 문의하면 다수 병상이 ‘사용 불가’로 나온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뿐 아니라 다른 질환 환자들도 병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중증도 판단, 입원 배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확진 환자가 대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추가인력 확충 등 병상 가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명확한 병실 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령자나 중증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지정 음압격리 병상이 있는 의료기관이나 상급종합병원에 감염병과 호흡기 전문가 등이 집중돼 있어 중증환자들을 지체 없이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가 격리’ 기준도 보완해야 모든 코로나19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도 무리다. 지나치게 많은 의료진과 시설이 코로나19 환자에 몰릴 경우 다른 질환 환자를 돌볼 여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회복기의 환자들은 자가 격리시켜 경과를 살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상시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조기 퇴원할 경우 접촉자처럼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시키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환자를 입원시키기에는 자원에 한계가 있다”며 “경증 환자는 집에서 머물며 약물을 복용하게 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됐다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일선 병원에선 접촉자가 다녀간 의료기관을 폐쇄하고 의료진을 자가 격리하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병원 내 감염이 심각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 때문에 의료진 격리 기준에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응급 혹은 중증환자를 놓쳐서 발생하는 피해를 따져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할 때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병원 내 감염이 절대 다수였던 메르스보다는 약 76만 명을 전염시킨 신종플루와 비슷하다”며 “전국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을 대비해 병상과 의료진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위은지 기자}

2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5층에 자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원(轉院·병원을 옮기는 것) 지원상황실.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아달라는 긴급 요청이 접수됐다. 호흡 곤란으로 상태가 위중해져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직 의사가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갖춘 전국 29개 병원에 연락해 빈 병상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병상이 없었다. 오후 11시 30분 인천 가천대길병원에서 “26일 오전 10시 이후 입실이 가능하다”는 회신이 왔다. 음압병상 5개 중 4개를 의심환자가 사용 중인데 한 곳을 비울 수 있다는 것. 환자는 약 15시간을 기다린 끝에 26일 오전에야 음압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26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에서 병상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284명 늘어난 1261명. 하루 증가 폭으로 최대다. 첫 환자 발생 37일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이날 12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전국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실은 161개, 병상은 198개다. 하지만 가동률이 이미 100%에 육박하면서 25일 오후 한때 빈 병상이 없는 상태(풀 베드·full-bed)가 됐다. 이날 오후 현재 대구의 경우 환자 710명 중 408명(57.5%)만 겨우 병원에 입원했다. 비교적 경증인 302명은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자가 격리 중이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실 이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지역 환자 증가에 대비해 미리 자가 격리 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경증 환자들이 병원으로 쏟아져 나와 병상 부족이 심각해지지 않도록 정밀한 자가 격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밀접 접촉이 아닌 의료진의 자가 격리 해제 기준을 적절히 완화해 의료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박성민 min@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부는 이번 주를 전국적 확산 차단의 성패를 가를 중대 고비로 보고 있다. 이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꼼꼼한 전수조사와 취약지에 대한 집중 공략이 필요하다. 방역 당국이 21일부터 대구의 입원 폐렴 환자 514명을 전수조사해 코로나19 환자 5명을 새로 찾아낸 것이 좋은 예다. 위험 요소라고 판단되는 타깃을 명확히 정해 샅샅이 훑는 방역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 신천지 전수조사 급선무 가장 시급한 방역 과제는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조사다. 대구경북 이외 지역에서 신천지 신도들의 동선을 따라 확진자가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신천지 측이 1, 2월 중 대구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 타 지역의 신도, 대구교회 신도 중 타 지역을 방문한 고위험군 신도, 그리고 전체 신도 명단을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명단이 확보되는 대로 전국 보건소 및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배포하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측은 이날 오후 신도 21만2000여 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보건 당국은 최근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녀왔거나 의심 증세를 보이는 고위험군부터 검체 검사를 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유증상자, 대구 지역과 연관된 신도, 대구 신도와 접촉한 신도가 1차 검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 지역 신도 9336명 중 증상이 있다고 답한 환자는 1276명(13.7%). 향후 대구 신도의 가족이나 접촉자까지 조사 대상을 넓히면 검사 대상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사 대상이 단기간에 급증하면 진단 키트와 검사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보건 당국의 일일 검사 가능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기는 하다. 현재 전국 77개 기관에서 하루 약 1만50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 실제로는 1만 건 정도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보건 당국은 일일 검사 물량을 2월 말에 1만 건, 3월 말에 1만3000건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단 과부하 우려와 관련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6개 전문가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 가능 의료기관을 추가하고 인력을 중점 배치하면 하루 최대 2만 건까지 검사할 역량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학회는 “검사를 하루 2만 건으로 늘리더라도 모든 여력을 신천지 검사에만 할애할 수는 없다”면서 “검사 물량 중 20∼50%를 신천지 신도 조사에 배정한다면 전수조사에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타깃 정해 집중 공략해야 방역에 성공하려면 ‘숨은 환자’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구 입원 폐렴 환자’와 같이 명확한 타깃을 정해 저인망식으로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부는 공동시설, 특히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 등에서의 집단 발병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 이들의 접촉자가 의료기관이나 시설에서 2, 3차 감염을 유발하는 것이 최근 확진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를 통제하는 게 방역의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확진자로 확인된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 사회복지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각 시도 보건소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회복지사를 격리, 검사하고 감염 사실을 잡아낸 것이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북 칠곡군의 중증장애인 시설도 한 입소자의 어머니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신천지 교인과의 접촉 가능성이 높은 대구경북 지역 요양·단체시설들을 중심으로 저인망식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천지 교인들이 요양보호사로 일하거나, 이들과 접촉한 가족이나 지인 등이 근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요양병원 1560개 가운데 64개가 대구, 120개가 경북에 있다. 특히 이들 시설에는 가벼운 폐렴 증상만 보여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면역 취약 계층이 몰려 있다. 의료진과 간병인, 환자 중 어느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병원 내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또다시 감염 폭증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손덕현 요양병원협회 코로나19 대응본부장은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은 선별진료소 이동이 쉽지 않다”며 “코로나19 검체 채취 키트를 전국 요양병원에 우선 보급해 감염 환자를 신속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각 시설장들이 보호 중인 환자들의 증상 변화를 더 면밀하게 확인해 보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강동웅·사지원 기자}

21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200명을 넘었다. 이날만 103명이 추가됐고 한 명은 사망했다. 대구경북에서 집단 감염을 일으킨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들의 동선을 따라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1일 오후 11시 30분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전날보다 103명 증가해 210명으로 늘어났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감염자(186명) 규모를 넘어섰다. 이날 대전과 부산 경남 충북에서 첫 환자가 나왔다. 충남지역 환자도 우한(武漢) 교민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대전의 20대 여성 환자는 최근 대구를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두 번째 사망자는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입원 중이던 55세 여성이다. 이 병원에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쏟아진 뒤 정신병동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이날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오후 4시경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시간 뒤 숨졌다. 그 후 양성이 확인됐다. 전체 확진자 중 대구경북 환자는 154명, 신천지 교인 또는 접촉자는 133명이다. 이날 추가된 확진자는 대부분 신천지대구교회에 갔거나 31번 환자(61·여)와 접촉한 이들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나온 확진자는 12일, 경남 확진자 4명은 16일 신천지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경남 확진자 2명은 10대 형제(19, 14세)다. 육해공군 모두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 제주 해군부대 군인에 이어 21일 충북 증평군에선 육군 대위가, 충남 계룡시에서는 대구에서 파견 온 공군 중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긴급보고를 받고 신천지 예배 및 장례식 참석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21일 기준 질본 조사에 응한 신천지 교인 4475명 중 544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였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내 신천지 관련 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 또 당분간 집회 목적의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사용도 금지했다. 서울 종로 일대에서 발생한 고령 환자들의 감염 경로가 확인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2차 감염을 일으킨 3번 환자(54)가 6번 환자를 거쳐 노인복지회관을 중심으로 5차 감염까지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연 뒤 감염병 위기 경보를 현재의 ‘경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환자가 집중된 대구와 청도지역은 감염병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군 의료인력 투입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지현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이송해온 직원이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됐다. 직원 A 씨는 발열 증세를 보인 뒤에도 환자 207명을 이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가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과 접촉해온 점을 감안하면 자칫 ‘슈퍼 전파자’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등에 따르면 병원 내에서 환자를 입원실에서 검사 부서나 수술실 등으로 이송하는 일을 하다가 이달 17일 퇴사한 A 씨(36)가 20일 밤늦게 코로나19로 확진됐다. A 씨는 2일부터 발열과 무력감 증상을 느꼈지만 일하는 데 지장이 없다며 환자 이송을 계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2일부터 17일까지 이송한 환자는 207명으로, 이 중 135명은 현재 퇴원한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A 씨가 이송한 환자 중 퇴원자는 보건소가 자가 격리 등 조치를 취해 관리하기로 했고, 아직 재원 중인 72명은 전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A 씨는 13일 상사에게 “개인 사유로 퇴사하겠다”고 밝혔다가 해당 상사의 권유로 당분간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17일 오전 근무 중 증세가 심해지자 사직서를 내고 곧바로 같은 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진료 결과 폐렴 소견이 나오자 의료진은 A 씨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권했다. 하지만 A 씨는 “해외여행을 간 적도,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다”며 거부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A 씨는 이후 20일 오전 다시 이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은평성모병원은 21일 오전 2시 응급실과 외래 병동을 전부 폐쇄하고 오전 5시경 예약 환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분간 외래 진료 및 검사를 중단한다고 알렸다. 병원은 A 씨의 동선을 파악한 뒤 소독 작업을 거쳐 24일 오전 8시경부터 외래 진료와 검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A 씨와 접촉한 직원들에겐 14일간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조사 중이다. 서울 서대문구는 A 씨의 홍제1동 자택과 주변 등을 소독하고 인근 어린이집 8곳에 휴원을 권고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가 확인됐다.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입국한 3번 환자(54)의 바이러스가 서울 강남구의 식당(한일관)과 종로구 명륜교회,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거치며 5차 감염까지 일으킨 것. 국내에서 5차 감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1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3차 감염자인 83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명륜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이때 6번 환자(2차 감염자)도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는 3번 환자(1차 감염자)와 지난달 22일 한일관에서 식사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6번 환자 조사에서 83번 환자는 접촉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회 본당 폐쇄회로(CC)TV 등에서 두 사람의 접촉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 보건당국은 화장실처럼 CCTV 사각지대에서 두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83번 환자는 지난달 28∼31일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이때 29번 환자(82)와 56번 환자(75), 136번 환자(84)도 같은 식당에 있었다. 결국 이들 3명은 모두 4차 감염자가 됐다. 이 중 2명이 자신의 아내에게 바이러스를 다시 옮겼다. 29번과 136번 환자의 부인인 30번(68), 112번 환자(79)다. 3번 환자로부터 시작해 4단계를 거쳐 5차 감염이 일어난 셈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4, 5차 감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4차 감염자(26명)까지만 조사됐다.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8명은 감염차수가 불명확했고, 3명은 미상으로 분류됐다. 앞서 서울 중심인 종로에서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고령 환자들이 잇따라 속출하자 보건당국은 바싹 긴장했다. 특히 고령자 특성상 신용카드 사용이 적고 당사자 기억에 의존해야 해 동선 추적이 어려웠다. 미지의 ‘슈퍼 전파자’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를 밝혀냄으로써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차 감염까지 일으켰다면 전파력이 강해 장기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바이러스는 발병 초기 독성이 강하고 전염 차수가 높아질수록 치명률은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숙주(사람)를 죽이지 않고 계속 생존하려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계속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사망자가 나왔다.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정신질환으로 입원 중이던 63세 남성이다. 그는 19일 새벽 폐렴이 악화돼 숨졌다. 시신에서 채취한 검체를 검사한 결과 20일 양성 반응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사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며 코로나19를 사망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중국 본토 이외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필리핀, 홍콩, 일본, 프랑스, 대만, 이란에 이어 7번째다. 국내 확진 환자는 20일 107명으로 하루 만에 54명이 늘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일일 증가폭으로 최대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신천지교회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경북의 확진자는 70명이다. 정부는 대구 지역으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지역사회 유행이 시작됐다”고 인정했다. 타 지역에서도 최근 대구에 다녀온 이들이 속속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북 전주와 광주에서 각 한 명이 확진됐고, 제주에서는 해군부대 군인이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사망자와 확진자가 발생한 청도대남병원과 신천지의 연결고리를 추적 중이다.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신천지 교인들의 동선과 겹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31번 환자(61·여)가 이달 초 청도대남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천지교회 내 ‘첫 전파자’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방역당국은 31번 환자도 누군가에게 감염된 ‘2차 감염자’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교인들의 증상 발현 시점을 감안하면 감염원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예배에 참석한 1001명에게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1차 조사에서 135명이 의심증세가 있다고 답해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교육청은 유치원 등 모든 학교의 개학을 다음 달 9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감염원 차단과 접촉자 추적에 초점을 맞춘 기존 방역대책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이미 집단 발병이 일어났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을 최소화하고 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피해 최소화’ 전략을 같이 구현할 단계”라고 밝혔다. 지역사회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권역별로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박성민 min@donga.com·김지현 / 대구=명민준 기자}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22명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감염자가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검역과 확진환자 포착, 접촉자 관리에 집중한 방역 대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의 장기 유행에 대비해 지역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이원화’ 서둘러야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기관 특성에 맞는 역할 분담이다. 선별진료 시설이 빈약한 동네의원에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일반환자가 뒤섞이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기도 한다. 증상이 미미한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중증환자들의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도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형병원도 감염병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 환자들이 중증도와 상관없이 큰 병원으로만 쏠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긴급 심포지엄을 열고 “현재 확보된 음압병실에 모든 환자들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병원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역당국도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경증 입원환자는 공공병원이 소화하고 중증환자는 국가 지정 음압격리병동이나 상급종합병원이 치료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환자가 다녀가 폐쇄되는 응급실이 속출하면서 응급의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1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대구에서는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 5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호흡기 환자를 진료하느라 정작 응급환자를 못 보는 응급실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18일부터 사실상 외상환자 진료를 중단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면 지역 응급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전담할 응급실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역별 ‘코로나19 병원’ 지정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양상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이상 ‘팬데믹(대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 ‘메르스 중점 치료센터’로 운영됐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코로나19 환자와 일반환자가 완전히 격리돼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권역별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방역망에서 벗어난 ‘숨은 감염자’를 찾으려면 검사 대상을 넓혀야 한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중소병원도 선별진료소 설치를 권장하고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진단키트가 부족하지 않도록 생산량을 서둘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입국제한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19일 중국 방문자의 입국 제한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 발병 양상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다. 단 일본 크루즈선에서 내린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은 막기로 했다. 러시아는 20일부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다. 현재 37개국이 중국인이나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최지선 기자}

지난달 20일 국내 첫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중국과의 거리, 인적·물적 교류 규모를 감안할 때 초기 방역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이어지면서 낙관하기 힘든 분위기다. 최근 사흘 동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3명이 잇따라 발생한 탓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이 지역사회 전파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병원, 시민이 달라졌다 지난 한 달간 확진자가 이어졌지만 다행히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악몽은 재연되지 않았다. 18일 본보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병원의 위기 대응 능력과 시민의식이 개선된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보고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 29번 환자를 찾아낸 고려대 안암병원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심 환자가 생겼을 때 추가 감염을 막으면서 CT를 찍고, 환자를 즉각 격리시키는 과정을 모의훈련 해온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병원 내 감염 예방수칙이 강화되면서 우려했던 원내 감염은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들도 달라졌다. 마스크 착용과 기침 예절, 손 씻기는 국민 대부분이 아는 필수 예절이 됐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병원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영석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뿐 아니라 보호자 1인 외 면회를 금지한 정책도 예전보다 잘 지켜지고 있다”며 “메르스 학습효과로 국민들의 신종 감염병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는 방역의 큰 허점이 줄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만 선제적 대응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했음에도 확진자의 접촉자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동선을 공개해 추가 감염을 최소화한 부분은 방역 당국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중국 후베이(湖北)성 방문자의 입국 제한이나 접촉자 기준을 증상 발현 하루 전으로 앞당기는 문제는 전문가들의 권고보다 한 발짝씩 늦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 입국에 따른 지역사회 전파 우려는 이미 지난달부터 나왔는데 정부는 이제야 대책을 찾고 있다”며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역할은 사태 수습이 아니라 선제적 통제인데 여전히 뒷북 대응이 많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국면’, 투트랙 전략 필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전국적인 유행 상황으로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외에서 2, 3차 감염자를 통한 유행이 진행되고 국내에서도 (29∼31번 환자와) 유사한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처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언급했다. 사실상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역 대책이 입국 관리 등의 감염원 차단 정책과 함께 숨은 감염자 발굴이라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의심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네 의원이 29, 30번 부부 같은 의심 환자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정부가 명확한 행동지침과 손실 보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위기 단계는 지금부터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역이 실패했다”며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고 일본 등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르면 20일부터 원인 불명 폐렴 환자에 대한 선제적 격리와 코로나19 검사 등 새로운 지침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가급적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는 것을 자제하고 동네 병의원 한곳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전주영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약 한 달 만이다. 그동안 감염자의 해외 유입 차단과 접촉자 관리에 방역의 초점을 맞췄다면, 감염원이 불투명한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것을 인정하고 경계수위를 높인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본격적인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주장도 나온다. 29~31번 환자와 같은 감시망 밖의 환자들이 추가 발생할 수 있고, 약 7만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바이러스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한 달 정부의 초기 방역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숨은 감염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지 않으면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새로운 국면 진입했다” 정부는 감염 경로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29번(82), 30번(68·여), 31번(61·여) 환자와 유사한 감염자가 더 생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이) 2차, 3차 감염자를 통한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는 새로운 유행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입국자 관리와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두 가지 대응체계를 같이 가동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15일까지 닷새 동안 신규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초기 방역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남긴 교훈 덕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속한 접촉자 파악, 진단 시약 보급으로 발병 초기 환자와 2차 감염자를 포착해냈다. 2015년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었던 병원 내 감염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들도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며 감염의 매개가 되지 않도록 힘을 보탰다. 하지만 국내 발병 한 달을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누구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나타나면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한 달 동안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역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방역 대책이 한 발짝씩 늦었다는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제한과 일본 등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네의원 혼선 막아야 전문가들은 일선 의료기관에서의 혼선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숨은 감염자들이 빨리 포착되려면 의심 증세가 있으면 누구라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네의원이 의심 환자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려면 휴원 등에 대한 손실보상방안을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러 병원에서 진찰받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가급적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것을 자제하고, 동네 병의원 한 곳을 지속적으로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한 발짝 늦은 대응도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 문제는 지난달부터 예상됐던 문제인데 이제야 대책을 찾고 있다”며 “중앙수수습본부의 역할은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재난이 되지 않도록 미리 통제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종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잘못됐다”며 “감염병의 유행 양상은 쉽게 속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메시지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7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의 한 내과의원. ‘중국 방문 후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에 바로 들어오면 안 됩니다.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에 전화해 안내를 받으세요’라는 경고문이 병원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가 원내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진료가 시작되는 오후 2시에 맞춰 도착한 환자는 9명. 대부분 50, 60대였다. 마스크를 낀 환자는 5명에 불과했다. 간호사가 마스크를 끼지 않은 환자들에게 다가가 “진료를 하기 전 꼭 착용해야 한다”며 일일이 마스크를 건넸다. A 원장은 “환자가 감기 증상으로 왔다고 하면 서로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마주 보지 않게 고개를 돌려 진료하고 있다”며 “29번 환자(82)처럼 해외 여행력이 없고 증상도 없으면 사실상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 닫는 것 외 환자 막을 방법 없어” ‘방역망 밖 환자’인 29, 30번 환자(68·여)의 등장으로 동네 의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B 원장도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쓰게 하지만 29번 환자 같은 사람이 방문하는 걸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호흡기 관련 진료를 보는 곳은 환자의 해외 방문 이력이나 관련 증상을 자세히 물어본다”며 “그러나 29번 환자처럼 다른 부위가 아파 외과 등 타 과 진료를 받았다면 그곳에서 코로나19 환자를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의사가 1명만 상주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하면 의사는 바로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된다. 2주간 영업을 하지 못할뿐더러 의원 이름도 공개돼 ‘위험한 곳’으로 낙인찍힐 수밖게 없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이제는 어떤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차라리 한 달 동안 병원 문을 닫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네 의원 중에는 중국을 다녀온 뒤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를 무조건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는 ‘진료 거부를 당했다’며 보건소에 신고하기도 한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의원 입장에서는 확진 환자가 다녀가면 최소 2주 동안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 “동네 의원 대응 수준 높일 것” 전문가들은 29번 환자 같은 지역사회 감염이 늘어날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원급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고 대기실에서 여러 사람이 기다리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29번 환자는 동네 의원들이 감시할 수 없는 환자였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중소병원의 대응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17일 브리핑에서 “현장을 이동하면서 검체 채취를 전담하는 조직 운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인플루엔자 시즌이라 폐렴 환자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전문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방호복을 입고 이동하며 진단검사를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검사를 대폭 확대할 수 있게 간이검사 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환자를 선별진료소로 최대한 모이게 해 진료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강동웅·박성민 기자}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82)가 다녀간 곳이다. 병원은 응급의료센터를 폐쇄하고, 29번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6일 만에 코로나19 추가 환자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국내 첫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코로나19 환자 발생 국가 중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곳은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대만 등 6개국이다.○ ‘병원 내 감염’ 우려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가슴 통증을 느껴 15일 낮 12시경 고려대안암병원에 내원해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까지 머물렀다. 코로나19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전혀 없었기에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은 채 응급실 중증구역에 머물다가 내원한 지 4시간이 지나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병원 측이 발 빠르게 대처했지만 결과적으로 4시간가량 응급실에서 노출된 셈이다. 29번 환자는 보건 당국이 가장 우려하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많은 병원이 바이러스에 뚫리는 경우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전체 환자 186명 중 172명(92.5%)이 병원에서 감염됐다. 29번 환자는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실 방문 전 서울 종로구 집 근처 개인의원 2곳을 방문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부 면회객들은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고려대안암병원 관계자는 “당직 간호사들을 동원해 새벽에 응급실 내부를 알코올로 닦아내는 등 자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고령인 29번 환자의 치료 경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 코로나19로 4명이 숨졌는데 일본, 프랑스 환자 역시 모두 80대였다. 현재 29번 환자는 37.5도 정도의 미열 외에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비상’ 정부의 방역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확진 환자 28명은 대부분 감염원이 밝혀졌다. 중국 입국자 12명, 국내 2, 3차 감염 10명, 싱가포르 등 제3국 감염 4명 등이다. 태국에서 감염된 16번 환자(43)의 딸인 18번 환자(21)와 3번 환자(54)의 지인인 28번 환자(31·여)는 질본이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다. 끝내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29번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숨겨진 감염자’가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역사회를 돌아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사회 전파가 확인되면 방역 체계를 크게 손봐야 한다.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현재 중국과 홍콩, 마카오 등 3개국에 한정된 오염지역 지정을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난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본은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확대하는 등 지역사회에 퍼진 ‘숨은 환자’를 찾아낼 계획이다. 또 계절성 독감처럼 현행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에 코로나19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가 적용되면 1년 내내 개인 의원 200여 곳이 인플루엔자 의심 사례를 보고하게 된다. 바이러스가 한 번에 박멸되지 않고 토착화될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다. 한편 16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입국한 한국인 남성 A 씨(44)가 인천공항 검역 과정에서 의심 환자로 판단돼 인천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확진 여부는 17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박성민 min@donga.com·구특교 기자}

12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음압격리병동. 의료진은 3번(54)과 17번 환자(38)의 퇴원 준비로 분주했다. 이들의 마지막 식사가 준비됐다. 간호사가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들고 음압격리병상(음압병실) 앞에 섰다.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그 대신 출입문 옆 작은 문을 열었다. 가로세로 50cm 크기로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크기다. 식사나 생필품을 전달하는 ‘패스박스’다.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이 유행하면 환자를 신속히 격리해 추가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 음압병실이 그곳이다.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최전선이다. 특히 의료진에는 찰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환자의 비말(침방울), 객담(가래) 등을 통해 의료진의 몸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 방호복에 바이러스를 묻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 28명이 발생하면서 음압병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압병실은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환자가 입원하지 않은 격리병동을 살펴봤다.○ 7종 방호장비에 5중 출입문 일반병실과 달리 음압병실에서는 격리병동 밖 간호 스테이션에서 환자 상태를 살핀다. 모니터에는 병실, 음압복도 등 각 구역의 온도 습도 기압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격리병동은 외부보다 기압이 낮다. 병동 안 기압도 다 다르다. 내부 복도, 병실과 복도 사이 공간인 전실(前室), 병실, 병실 안 화장실 순으로 기압이 낮다. 공기를 밖에서 안으로 흐르게 해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공간별로 기압 차를 약 3Pa(파스칼)씩 유지한다. 환자와 마주할 때는 맨살을 노출해선 안 된다. 의료진은 온몸을 둘러싸는(레벨D) 방호장비를 착용한다. 입는 과정도 까다롭다. 우선 보호복의 훼손을 막기 위해 장신구를 제거하고, 방호장비에 구멍이 뚫렸는지 확인한다. 손을 소독한 뒤 장갑을 끼고 전신 보호복을 입는다. 여기에 겉장갑과 덧신, N95 마스크, 얼굴 보호막, 앞치마까지 착용해야 음압병실로 들어갈 수 있다. 음압병실 간호사는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야 한다. 한 번 입을 때 10분이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명지병원은 3개 층에 걸쳐 격리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음압병실까지 들어가려면 총 5개 문을 거쳐야 한다. 탈의실→전실→음압복도→전실→음압병실 순이다. 전실은 혹시나 모를 공기 중 전파를 막고, 음압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공간이다. 각각의 문들은 절대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먼저 열린 문이 닫혀야만 약 10초 뒤 다음 문이 열리는 식이다. 자칫 기압 차가 사라져 공기가 순환하면 바이러스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을 가까이만 대도 문이 열리는 감지센서가 설치돼 있다.○ 창문은 밀폐, 모서리는 둥글게 실제 치료가 이뤄지는 음압병실은 관리가 가장 까다롭다. 환자가 배출한 병원체에 의료진이 노출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병원체를 없애려면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 환자의 머리 위로 환기통로가 설치돼 있다. 환자가 말할 때 나오는 비말이 의료진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송경석 명지병원 시설관리팀장은 “예전에는 환기시설이 천장에만 있었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환자와 의료진 간 감염이 문제가 되면서 개선됐다”고 말했다. 병실 구조와 설계도 일반병실과 다르다. 완치될 때까지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자를 고려했다. 천장 높이는 2.4m, 병상 이동을 위해 출입구 폭은 1.2m 이상으로 설계됐다. 공기가 새어 나가서도 안 된다. 벽 이음매, 창문 등은 모두 밀폐 처리된다. 벽의 모서리는 접히는 곳이 없도록 둥글게 만들었다. 먼지가 끼지 않고 청소하기 쉬운 구조다. 특히 호흡기 감염병 환자들에게는 병실의 멸균 상태가 중요하다. 바닥 오염을 막기 위해 병실 내 각종 집기를 벽걸이 형태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화장실 세면대도 비접촉식 손잡이를 설치해 바이러스가 남지 않도록 했다. 음압병실에서 나오는 과정도 까다롭다. 들어오는 동선에 있는 공간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다른 방으로 나와야 한다. 격리병동에서 나온 물건은 폐기한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사용한 수건이나 환자복은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한다. 의료진이 한 번 입은 방호복도 마찬가지. 폐기할 때도 밀폐용기와 비닐봉투로 이중 포장한 뒤 소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 환자가 가지고 들어간 휴대전화는 예외다. 소독한 뒤 가지고 나올 수 있다. 환자가 입원할 때 입은 옷도 폐기 대상이지만 환자가 원하면 따로 세탁한 뒤 돌려준다. 이곳에서 격리 치료를 받은 3번 환자는 새 옷을 입고 나갔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검토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국가 지정 음압병실은 161개, 병상은 198개(올 1월 기준)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사용 가능한 음압병실이 79개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어느 정도 개선됐다. 하지만 병상이 서울 43개, 경기 28개, 인천 16개 등 수도권에만 87개(43.9%)가 몰려 있다. 지방의 감염병 대응 환경이 그만큼 열악한 셈이다. 정부는 향후 지역별 거점병원을 활용해 음압병상을 900개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기적으로 발병하는 감염병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문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 현재 지정된 격리병동 중에는 건물이 낙후돼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 같은 시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존 병원에 음압병실만 늘리는 것으로는 신종 감염병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기 힘들다”며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어 음압시설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고양=송혜미 1am@donga.com / 박성민 기자}

12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음압격리병동. 의료진은 3번(54)과 17번 환자(38)의 퇴원 준비로 분주했다. 이들의 마지막 식사가 준비됐다. 간호사가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들고 음압격리병상(음압병실) 앞에 섰다.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그 대신 출입문 옆 작은 문을 열었다. 가로세로 50cm 크기로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크기다. 식사나 생필품을 전달하는 ‘패스박스’다.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이 유행하면 환자를 신속히 격리해 추가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 음압병실이 그곳이다.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최전선이다. 특히 의료진에는 찰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환자의 비말(침방울), 객담(가래) 등을 통해 의료진의 몸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 방호복에 바이러스를 묻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 28명이 발생하면서 음압병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압병실은 어떤 구조이고, 어떻게 치료가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직 환자가 입원하지 않은 격리병동 한 곳을 살펴봤다.● 7종 방호장비에 5중 출입문 일반병실과 달리 음압병실에서는 격리병동 밖 간호 스테이션에서 환자 상태를 살핀다. 모니터에는 병실, 음압복도 등 각 구역의 온도 습도 기압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격리병동은 외부보다 기압이 낮다. 병동 안 기압도 다 다르다. 내부 복도, 병실과 복도 사이 공간인 전실(前室), 병실, 병실 안 화장실 순으로 기압이 낮다. 공기를 밖에서 안으로 흐르게 해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공간별로 기압 차를 약 3Pa(파스칼)씩 유지한다. 환자와 마주할 때는 맨살을 노출해선 안 된다. 의료진은 온몸을 둘러싸는(레벨D) 방호장비를 착용한다. 입는 과정도 까다롭다. 우선 보호복의 훼손을 막기 위해 장신구를 제거하고, 방호장비에 구멍이 뚫렸는지 확인한다. 손을 소독한 뒤 장갑을 끼고 전신 보호복을 입는다. 여기에 겉장갑과 덧신, N95 마스크, 얼굴 보호막, 앞치마까지 착용해야 음압병실로 들어갈 수 있다. 음압병실 간호사는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야 한다. 한 번 입을 때 10분이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명지병원은 3개 층에 걸쳐 격리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음압병실까지 들어가려면 층마다 총 5개 문을 거쳐야 한다. 탈의실→전실→음압복도→전실→음압병실 순이다. 전실은 혹시나 모를 공기 중 전파를 막고, 음압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공간이다. 각각의 문들은 절대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먼저 열린 문이 닫혀야만 약 10초 뒤 다음 문이 열리는 식이다. 자칫 기압 차가 사라져 공기가 순환하면 바이러스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을 가까이만 대도 문이 열리는 감지센서가 설치돼 있다.● 창문은 밀폐, 모서리는 둥글게 실제 치료가 이뤄지는 음압병실은 관리가 가장 까다롭다. 환자가 배출한 병원체에 의료진이 노출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병원체를 없애려면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 환자의 머리 위로 환기통로가 설치돼 있다. 환자가 말할 때 나오는 비말이 의료진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송경석 명지병원 시설관리팀장은 “예전에는 환기시설이 천장에만 있었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환자와 의료진 간 감염이 문제가 되면서 개선됐다”고 말했다. 병실 구조와 설계도 일반병실과 다르다. 완치될 때까지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자를 고려했다. 천장 높이는 2.4m, 병상 이동을 위해 출입구 폭은 1.2m 이상으로 설계됐다. 공기가 새어 나가서도 안 된다. 벽 이음매, 창문 등은 모두 밀폐 처리된다. 벽의 모서리는 접히는 곳이 없도록 둥글게 만들었다. 먼지가 끼지 않고 청소하기 쉬운 구조다. 특히 호흡기 감염병 환자들에게는 병실의 멸균 상태가 중요하다. 바닥 오염을 막기 위해 병실 내 각종 집기를 벽걸이 형태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화장실 세면대도 비접촉식 손잡이를 설치해 바이러스가 남지 않도록 했다. 음압병실에서 나오는 과정도 까다롭다. 들어오는 동선에 있는 공간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다른 방으로 나와야 한다. 격리병동에서 나온 물건은 폐기한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사용한 수건이나 환복은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한다. 의료진이 한 번 입은 방호복도 마찬가지. 폐기할 때도 밀폐용기와 비닐봉투로 이중 포장한 뒤 소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 환자가 가지고 들어간 휴대전화는 예외다. 소독한 뒤 가지고 나올 수 있다. 환자가 입원할 때 입은 옷도 폐기 대상이지만 환자가 원하면 따로 세탁한 뒤 돌려준다. 이곳에서 격리 치료를 받은 3번 환자는 새 옷을 입고 나갔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검토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국가 지정 음압병실은 161개, 병상은 198개(올 1월 기준)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사용 가능한 음압병실이 79개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어느 정도 개선됐다. 하지만 병상이 서울 43개, 경기 28개, 인천 16개 등 수도권에만 87개(43.9%)가 몰려 있다. 지방의 감염병 대응 환경이 그만큼 열악한 셈이다. 정부는 향후 지역별 거점병원을 활용해 음압병상을 900개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기적으로 발병하는 감염병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문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 현재 지정된 격리병동 중에는 건물이 낙후돼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 같은 시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존 병원에 음압병실만 늘리는 것으로는 신종 감염병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기 힘들다”며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어 음압시설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양=송혜미 기자 1am@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중국이 하룻밤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집계 기준을 바꾸면서 의료계와 보건당국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늦게나마 코로나19 유행 양상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중국이 내놓는 ‘고무줄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동안 외부로 공표하지 않았을 뿐 중국 정부가 정확한 실태를 숨겨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혼란으로 매일 오전 감염자 공식 집계를 발표해온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늦은 오후에야 수치를 내놓았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확진 환자 급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환자들이 포함돼 ‘착시 효과’가 나타났을 뿐, 신규 환자 발생 추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기존 집계 방식대로 하면 신규 확진자는 1500명가량으로 전날(1638명)보다 오히려 소폭 줄었다. 단, 앞으로 중국 내 숨은 감염자가 더 드러날 가능성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월 말 정점 후 하강’ 등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국내외 낙관론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숨겨진 감염자’ 얼마나 더 있나 13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2일 후베이성 내 신규 확진 환자는 1만4840명, 사망자는 242명 늘었다. 중국이 리보핵산(RNA) 검사 이외에 의료진 판단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를 코로나19 확진 기준으로 확대하자,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폭증했다. 문제는 후베이성 당국이 이를 언제부터 파악하고 있었느냐다. 후베이성이 이날 적용한 임상 진단 기준 확대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내놓은 ‘코로나19 진단 방안’(제5판)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 방안은 4일 발표됐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후베이성이 임상 진단 방식으로 확진 판정을 내린 환자 수를 발표한 것은 이로부터 일주일 후”라며 “그동안 폐렴 증상이 있는 임상 진단 환자가 확진 환자로 계산되지 않았고, 이들 임상 진단 환자의 구체적인 수가 대외에 공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확진 환자 폭증 사실을 알고도 발표를 미룬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중국중앙(CC)TV 등 관영매체들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여론 수습에 나섰다. 퉁자오후이(童朝暉)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병원 부원장은 “(기존 검사를 통한) 폐렴 진단비율도 20∼30%에 불과하다. 70∼80%는 의료진의 임상 진단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왕천(王辰) 중국공정원 부원장은 CCTV에 “코로나19 진단키트 검사의 정확성은 30∼50%에 불과하다”며 확진 판정 기준 확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는 지금까지 후베이성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실제의 20∼50%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새로운 기준으로 확진자를 판단하면 향후 감염자와 사망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도 중국이 아직도 정확한 감염 실태를 숨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역학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교수는 “중국이 중증환자들에 대해서만 확진 판정을 내리고 있다”며 “실제 사망자와 확진자 수에서 10% 정도만 공식 통계에 포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점 시기 예측 불가”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한국 보건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숨은 감염자들이 드러나면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아직 중국에서 매일 약 20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 중이고 경증 환자까지 따지면 규모가 더 크다”며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이날 “이번 바이러스는 어떤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 종결을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날씨가 따뜻해지는 3, 4월이면 전염력이 떨어져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환자가 많다”며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기온과의 관계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는 3월 이후가 국내 코로나19 확장세의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아닌 제3국의 감염병 관리 능력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제2의 우한(武漢)’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접한 중앙아시아와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을 주목한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인들이 관광·사업 목적으로 많이 찾는 라오스, 미얀마 등에서 아직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신종 감염병을 진단할 의료 시스템을 못 갖춘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퍼져 토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