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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져드는 중국 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주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부유(共同富裕·같이 잘살자)’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집착해 실용주의에서 벗어난 경제 정책과 강한 반(反)서방 의식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미국 등 서방국은 (재정을 풀어) 각종 소비 지원 및 복지 정책을 통해 경기 침체 터널에서 벗어났으나 중국은 여전히 제자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처럼 소비 주도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면 성장이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시 주석의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에 대한 뿌리 깊은 철학적 반대 성향이 중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인 15일 연설에서 “서방은 절대다수 민중 이익에 봉사하는 대신 자본이익 극대화를 추구해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초래했다. 중국은 그런 길을 가지 않겠다”며 반서방 의식을 드러냈다. 부동산 위기가 커진 22일에는 “중국 경제라는 거대한 배는 계속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보였다. 29일 미 블룸버그통신이 설문조사한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5.1%로 전망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1인 지배 체제 강화를 위한) 정치에서 시작된 경직성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 전체가 시 주석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시진핑 리스크’, 中 경제 회복에 최대 걸림돌 [차이나쇼크가 온다]〈中〉 ‘시진핑 리스크’ 경제 회복 걸림돌획일적 제로 코로나-성장보다 분배… 美와 패권 경쟁에 경제 활력 떨어져“투자 얼어붙게 만든건 시진핑 본인”… 10월 ‘3기 경제정책’ 청사진 시험대“공동부유(共同富裕·같이 잘살자)에 대한 집착이 문제의 원인이다.” 중국 경제 위기에 대한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구 언론과 중국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 체제와 경직성이 현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장기 집권을 위해 획일적인 ‘제로 코로나’ 방역,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공동부유 정책, 미국과의 패권 경쟁 등에 과하게 치중하는 바람에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것. 특히 ‘산업화→대도시로의 인구 유입→소비 및 부동산 활황’으로 이어지던 선순환 기조가 깨진 상황에서 내수를 지탱하던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것이 최대 패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시진핑 리스크’는 반(反)소비 주도 성장, 반서방, 반실용 등 ‘3반’으로 집약될 수 있다.● “문제는 시진핑”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맞았을 때 대대적인 소비 장려책을 내놓으며 내수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현 위기 해소를 위한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가계 현금 지원 같은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에 대한 시 주석의 거부감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WSJ는 27일(현지 시간) 진단했다.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내수를 키운다”면서도 양극화와 서민층 민심 이반 등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현금 지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가 안 된다. 싱가포르 매체 롄허조보는 “중국 경제 위기의 뿌리는 정치”라며 “공산당 이데올로기로 자유 시장 경제를 키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2021년 8월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앞세워 부(富)가 집중된 부동산, 빅테크, 사교육 산업을 대대적으로 옥죄었다. 이는 국내외 기업이 중국 투자를 줄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적 제거 목적이 강한 부패 척결 수사로 부유층 자금 또한 상당 부분 해외로 빠져나갔다. 결국 시 주석 본인이 성장 엔진의 중요 축인 투자를 얼어붙게 만든 셈이다.● 유능한 경제 관료 부재 시 주석이 중국 특유의 집단 지도 체제를 무력화하고, 총리에게 경제 전권을 상당 부분 부여했던 과거 지도자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것 또한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장쩌민(江澤民) 주석 시절 주룽지(朱鎔基)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경제 분야에서 상당한 전권을 행사했다. 반면 시 주석 집권 후 1인 지배 체제를 가속화하면서 2인자 총리의 존재감도 옅어졌다. 베이징대 경제학 석박사인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시 주석 집권 1기에는 자신의 색깔을 일부 드러냈지만 2기에는 사실상 ‘식물 총리’로 지냈다. 특히 리 전 총리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6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 빈곤층이 6억 명”이라고 발언해 시 주석의 미움을 샀다. 시 주석이 최대 치적으로 삼는 ‘샤오캉(小康) 사회’(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공개적으로 정면 반박한 것이다. 리창(李强) 현 총리 겸 전 상하이 공산당 서기는 경제 악영향이 불 보듯 한 상황에서 지난해 2분기(4∼6월) 인구 2500만 대도시 상하이를 전면 봉쇄했다. 이로 인해 당시 중국 31개 성(省)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민심은 들끓었지만 충성심을 인정받았다. 문 교수는 “시진핑 체제의 경직성이 중국 최대 장점인 ‘실용주의 탄력성’을 앗아가고 있다”면서 과거 성장을 위해 ‘(쥐만 잘 잡는다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黑猫白猫)’던 중국 지도부의 사고방식이 이제는 ‘무조건 빨간 고양이(赤猫)’ 식으로 경직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중국 경제가 정점에 달해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중국 정점(Peak China)’ 이론이 현시점에 들어맞는다”며 “적절한 경제성장률 및 청년 실업률 유지가 관건이지만 쉽지 않고 미국의 압박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경제 근본 체질을 개선하려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어떻게 제조업에서 과학기술 및 서비스 중심 경제로 나아갈지 10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권 3기 경제정책 청사진이 공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여러 해법이 제시되지만 문제의 본질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멀어지는 중국 정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실용주의로 무장해 국제 표준과 질서를 수용하며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강조되면서 정부가 신뢰를 잃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경제 침체 정도를 가늠하는 통계 데이터 발표조차 중단하면서 신뢰 하락의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중국 국가통계국은 국가경제 성장의 주요 지표인 청년(16∼24세) 실업률 공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청년 실업률이 증가해 6월 21.3%라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자 7월 실업률은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통계국은 “수치 수집이 더 개선되고 최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또 가계 지출 의향을 보여주는 소비자 신뢰도 조사 발표도 중단했다. 소비자 신뢰도는 올 1월 완만하게 반등했지만 2, 3월을 지나며 급락했다. 그러자 4월 조사 결과 공개를 마지막으로 33년 동안 이어온 조사를 중단했다. 올 5월에는 해외나 중국 내 외국 경제 분석기관이 중국의 각종 통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도 했다. 미 워싱턴 유명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중국 자료 접근이 제한되게 됐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에서 생산된 일정 규모가 넘는 사용자 데이터를 타국으로 전송하는 기업에 대한 보안 심사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제의 기본인 통계를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단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위기의 시작’이라고 지적한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청년 실업률을 비롯한 중국의 기본적인 정보 공개의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며 “공개성과 투명성을 통해 형성한 국제 신뢰도가 건전한 국제경제를 지탱한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그럼에도 나는 털고 일어난다(But still I rise).” 27일(현지 시간) 전미체조선수권대회에서 8번째 개인 종합 우승을 한 미국 여자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26)의 유니폼 소매에 새겨진 시인 마이아 앤절로의 시구다. 여자 체조의 ‘살아있는 전설’ 바일스의 2년 만의 이 대회 복귀전이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며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바일스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도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트위스티스’(공중 동작 시 부상 두려움에 휩싸여 몸의 통제력을 잃는 상태)를 겪고 있다고 밝힌 뒤 돌연 기권했다. 당시 그는 “세상이 기대하는 것을 무작정 해내려 하기보다 몸과 마음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바일스가 체육계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일스는 미국 여자 체조 대표 선수들이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당한 성폭력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18년 동료들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그는 2021년 9월 나사르 범죄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나도 성폭행당했다. 체조계가 묵인했다”고 밝히며 동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도쿄 올림픽 이후 2년가량 공백기를 가진 바일스는 “아직 이루고 싶은 목표가 남았다”며 이달 6일 미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US클래식 기계체조 대회에 출전해 압도적 기량으로 여자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복귀했다. 그러곤 3주 만에 전미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다시 한번 역사를 썼다. 여성 및 남성 선수 통틀어 전미선수권에서 8차례 우승한 선수는 바일스뿐이다. 미국 언론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전했다. 바일스는 역대 여성 우승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바일스를 보러 온 팬들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경기장은 전체 1만7562석이 매진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빠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왔다는 10세 소녀 서맨사는 ‘바일스는 내게 (미국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말했다”며 “어린이 팬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바일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앤절로의 시구를 쇄골에 새기기도 했는데 매일 아침 이 시구를 보며 ‘그래 일어나서 할 일을 해야지’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며 “아이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은 좋은 말이라 유니폼에 새겼다”고 밝혔다. 그는 “삶의 고비에서는 휴식기를 갖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한다”며 “체조는 결국 일이고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일본, 네덜란드 등이 동참한 가운데 중국이 규제 시행 직전 반도체 장비 수입을 70% 이상 늘렸다. 25일(현지 시간)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일본, 네덜란드의 수출 규제 시행 직전인 올 6, 7월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49억9000만 달러(약 6조6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9억 달러)보다 72.1% 늘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 기간 중국이 수입한 장비는 네덜란드(30.1%)와 일본(27.5%)산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네덜란드의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노광장비를 대거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달 23일부터 첨단반도체 장비 23개 품목을 수출 관리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네덜란드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 규제를 다음 달 1일 시행한다. FT는 “미국 파트너 국가들의 수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중국의 수입이) 기록적으로 늘었다”면서도 “전체 수입 증가액 중 규제 대상 첨단 장비 비중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은 서방의 규제 대상인 첨단 반도체보다 사양이 낮은 일반 반도체 생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ASML도 지난달 실적 보고에서 “중국 시장의 일반 반도체 생산 수요가 강하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5일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3km 이내 10곳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모두 L당 10Bq(베크렐)을 밑돌아 정상 범위 안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간 일본 정부는 원전으로부터 3km 이내에서 L당 700Bq을 초과하는 삼중수소 수치가 확인되면 방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0개 지점 중 가장 높은 농도가 8.1Bq을 기록했는데 일본 정부 기준과 비교하면 1.16% 수준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고 있는 먹는 물 기준(L당 1만 Bq)과 비교해도 1000분의 1 수준이다. 도쿄전력은 방류를 시작한 전날 원전 반경 3km 이내 10곳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일본은 원전 3km 밖에서도 30Bq을 초과하는 삼중수소 수치가 확인되면 역시 방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연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L당 1Bq 정도라 하루 전부터 시작된 오염수 방류 후 미세하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역시 극미량이라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당 172Bq(L당 0.172Bq)이다. 도쿄전력은 또 이날 오염수 방류구 앞에서 측정한 삼중수소 농도가 L당 207Bq이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같은 수치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정한 방류 기준치(L당 1500Bq)의 7분의 1 수준이고, 한국 삼중수소 배출 기준(L당 4만 Bq)의 0.52%이다. 일본 환경성은 도쿄전력과 별도로 이날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40km가량 떨어진 지점 11곳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한 뒤 27일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수산물 관리를 담당하는 수산청 또한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5k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넙치 등 물고기를 잡아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해 26일 공개하기로 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일일 기자회견에서 “어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상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26∼27일 중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을 후쿠시마 현지 IAEA 사무소로 보내 방류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日원전 3km내 삼중수소 농도, 韓해역보단 높아… “인체 영향 미미” [日 오염수 방류]오염수 방류뒤 10개지점 농도 측정방류전보단 미세하지만 농도 짙어져… 日정부 “기준치 밑돌아” 대대적 강조 日어민들 "어리석은 짓" 여전히 반발25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는 전날에 이어 쉬지 않고 24시간 내내 오염수 방류가 계속됐다. 이날 오염수 방류 후 인근 바닷물 속의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 농도를 처음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방류 후에도 기준치 이하의 삼중수소 농도가 확인됐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후쿠시마 원전 반경 3km 이내 10곳의 지점에서 확인된 삼중수소 농도인 L당 10Bq(베크렐) 이하는 과학적으로는 안전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하지만 미세하게나마 오염수 방류 전보다 삼중수소 농도가 짙어졌다는 것은 숫자로 확인됐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에서도 확인되는데, 후쿠시마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한국 해역 평균 및 계곡물(L당 1Bq)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및 방사성 물질 농도가 안전 기준치를 훨씬 밑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며 자국민과 외국을 설득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의 농도 데이터는 일본의 수산물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홍콩 등을 설득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전했다.● 10개 지점 농도 4.6∼8.1Bq 이날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반경 3km 이내 10개 지점의 바닷물에 포함된 삼중수소 농도는 가장 낮은 곳이 4.6Bq, 가장 높은 곳이 8.1Bq이었다. 10개 지점 중 절반인 5곳에서는 6Bq대가 확인됐다. 같은 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웹사이트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내 6곳에서 측정한 방사성 물질에 이상이 없다며 ‘녹색 신호등(그린라이트)’을 계속 표시했다. 데이터가 예상 내 수준에 있다는 의미다. IAEA에 따르면 바닷물에 희석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비롯해 오염수 이송 파이프의 방사능 측정치(5.6CPS), 오염수 이송 유량(시간당 19㎥), 희석된 오염수의 방사능 측정치(5CPS), 바닷물 이송 펌프 유량(시간당 1만5017㎥), 희석용 바닷물의 방사능 측정치(8.1CPS) 등이 모두 정상 범위 내에 들어왔다. IAEA 측은 “도쿄전력으로부터 제공받은 수치”라면서도 “IAEA가 현장에서 장비 상태 및 작동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전날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방류 모니터링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 운영이 시작됐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도쿄전력 등이 제공하는 실시간 데이터, 외교·규제 당국 간 이중의 핫라인 등을 통해 방류 상황을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日 어민 반발 여전…폐로 등 과제 산적 일본 수산청은 향후 한 달간 매일 후쿠시마 원전 배출구 인근의 4∼5km 해역 두 곳에서 광어 등 어패류를 잡아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겠다고 밝혔다. 첫 결과는 26일 영어와 일본어로 배포된다. 환경성 또한 향후 3개월간 매주 원전 반경 50km 해역 내 11곳에서 해수를 채취해 방사성 수치를 검사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후쿠시마 일대 어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어부 하마노 히토미 씨는 도쿄신문에 “(어민) 모두가 울고 있다. 나라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어 후계자인 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남은 과제도 많다. 일본이 중국 등 주요국 반발에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한 것은 장기 목적인 원전 폐로(閉爐·해체)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소 8조 엔(약 73조 원)에 달하는 폐로 비용 마련, 폐로 과정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원자로 내 녹아내린 ‘핵연료 찌꺼기(데브리)’ 제거는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태다. 올 하반기에 로봇으로 시험 제거에 나설 예정이지만 이미 2번이나 연기된 터라 예정대로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깨진 독에 물 붓기.” 일본이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시작했지만 흘려보낸 오염수의 3분의 2에 달하는 분량의 오염수가 새로 생겨나 방류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방류 당일 일본산 수산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자 어민들은 생계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25일 NHK방송은 내년 3월까지 바다로 방류되는 오염수 양이 총 탱크 30개 분량이지만 새로 발생하는 오염수의 양 또한 약 20개여서 실제 줄어드는 양은 약 10개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탱크 30개에 보관된 오염수 3만1200t(오염수 총량의 2.3%)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빗물, 지하수 등이 원자로로 계속 스며들고 있어 같은 기간 새로 생겨날 오염수 양 또한 약 2만 t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실제 감소하는 오염수의 양은 약 1만1200t(총량의 0.8%)에 그친다. 그렇다고 방류량을 대폭 늘릴 수도 없다. 일본은 방사능 처리시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의 연간 해양 방류치를 22조 Bq(베크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새로 생겨나는 오염수는 원전 폐로(閉爐)에도 걸림돌이다. 일본은 향후 30년간 오염수를 모두 방류한 후 2051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폐로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그러나 신규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 목표를 지킬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한 무장반란 꼭 두 달 만인 23일(현지 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누적된 정규군과의 갈등으로 6월 23일 반란을 일으켰다. 푸틴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이 줄줄이 죽음을 맞은 상황이 재연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를 출발해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오후 6시경 트베리주 쿠젠키노 들판에 추락했다. 당국은 프리고진, 바그너그룹의 공동 창업자 드미트리 웃킨 등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다”며 푸틴 정권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프리고진 전용기, 30초만에 2.4km 추락… “격추” “기체결함” 난무 WSJ “격추라면 공개 처형한 것”“사망자는 대역… 살아있다” 소문도바이든 “탈것 조심하라 했지 않나”푸틴이 추락 배후 가능성 시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따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프리고진의 전용 비행기를 추락시켰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방공망 혹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격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어디엔가 살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사망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23일(현지 시간) 저녁 뉴스에서 사망 사실을 약 30초 분량으로 짧게 전했다.● 반란 실패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 프리고진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 극적이다. 1961년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강도, 폭행 등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1990년 출소했다. 1995년부터 요식업에 진출했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정부 계약을 속속 따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 연회에 음식을 제공했고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이며 히틀러 추종자로 유명한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분쟁국에서 현지의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이권 사업을 따냈다. 이 돈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점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정규군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결국 올 6월 23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를 200km 앞둔 지점까지 800km를 진격해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후 최대 굴욕을 선사했다. 하루 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를 응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두 달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벨라루스, 아프리카 사막지대 등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결국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 항공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운항 고도인 8.5km(약 2만8000피트)에서 약 30초 만에 2.4km(약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 직후 친(親)바그너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푸틴 대통령이 군 사령부에 비행기를 격추하라고 명령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의 격추가 사실이면 일종의 ‘공개 처형’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며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전체의 물자 부족이 심화한 만큼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항공기를 만든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2019년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종종 대역을 썼고 여권도 여러 개라며 신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2019년 추락한 한 군용기의 승객 명단에도 이름이 있었지만 얼마 뒤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인물을 숙청하는 ‘공포 정치’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프리고진 사망 이튿날인 24일(현지 시간),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남부 크림반도에 상륙해 군사작전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프리고진 사망 하루 전인 22일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해임된 사실 또한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그는 시리아 내전 등에서 무자비한 폭격 전술을 구사해 ‘아마겟돈’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프리고진 무장 반란과 연계됐다는 소문이 돌자 자취를 감췄다가 돌연 해임됐다. 이를 두고 러시아 엘리트를 향한 푸틴의 경고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이은 숙청이 사회 분열과 혼란을 고조시켜 결국 푸틴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이미 일부 바그너그룹 조직원은 보복을 거론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한 용병은 텔레그램에 “복수할 것”이라고 썼다. “국방부와 정규군 반역자를 죽여라” “(푸틴 집무실) 크렘린궁으로 향하라”는 댓글도 달렸다. 바그너그룹이 반란 당시 잠시 점령했던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벨고로드는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그럼에도 바그너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으며 러시아군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프리고진 사망 당일 벨라루스 내 몇몇 바그너 기지가 해체됐고 일부 용병은 호송대를 꾸려 벨라루스를 떠났다고 전했다.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CNN에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바그너그룹 활동 지역에서 용병들에 대한 지휘권을 주장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날인 24일 크림반도에 상륙해 군사작전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은 이날 텔레그램에 “크림반도 해안가에 우크라이나군이 상륙해 러시아군과 교전했다”며 “우크라이나 국기를 잠시 게양했고 러시아군 3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상륙 작전을 전개했다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따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프리고진의 전용 비행기를 추락시켰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방공망 혹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격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어디선가 살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사망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23일(현지 시간) 저녁 뉴스에서 사망 사실을 약 30초 분량으로 짧게 전했다.● 반란 실패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프리고진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 극적이다. 1961년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고 1981년 강도, 폭행 등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1990년 출소했다. 1995년부터 요식업에 진출했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정부 계약을 속속 따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 연회에 음식을 제공했고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이며 히틀러 추종자로 유명한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분쟁국에서 현지의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이권 사업을 따냈다. 이 돈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점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정규군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결국 올 6월 23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두에서 모스크바를 200km 앞둔 지점까지 800km를 진격해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후 최대 굴욕을 선사했다. 하루 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를 응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두 달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벨라루스, 아프리카 사막지대 등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결국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 항공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운항 고도인 8.5㎞(약 2만8000피트)에서 약 30초만에 2.4㎞(약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 직후 친(親)바그너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_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푸틴 대통령이 군 사령부에게 비행기를 격추하라고 명령했을 가능성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의 격추가 사실이면 일종의 ‘공개 처형’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 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며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전체의 물자 부족이 심화한 만큼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항공기를 만든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2019년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종종 대역을 썼고 여권도 여러 개라며 신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2019년 추락한 한 군용기의 승객 명단에도 이름이 있었지만 얼마 뒤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주가가 1980년 상장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9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 정체 등으로 재고가 급증한 여파다. 최근 경쟁 브랜드 ‘언더아머’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발표한 가운데 나이키의 실적 부진까지 겹쳐 글로벌 소매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나이키 주가는 주당 101.4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9일 109.69달러였던 주가는 불과 9거래일 만에 7.5% 떨어졌다. 주가는 올해 전체로도 13% 하락했다. 이날 미국 내 주요 나이키 소매점포인 ‘딕스스포팅굿스’가 예상보다 저조한 올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해 투자자 매도세를 촉발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 미국의 매출 전망도 어둡다. 7월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2.5%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4.5%)를 크게 밑돌았다. 최근 미 소비자 또한 중저가 잡화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있다. 나이키는 재고 처리를 위해 대규모 할인에 나섰지만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류비 상승, 재고 소진을 위한 광고비 지출 증가 등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전용기에선 30억 원짜리 ‘파텍필립’, 도착 후엔 36만 원짜리 ‘스와치’ 착용.” 22일 15년 만에 망명 생활을 마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귀국 당시 전용 비행기 안에서 최고급 손목시계 ‘파텍필립’을 착용했으나 수도 방콕에 도착한 후 중저가 브랜드 ‘스와치’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통신 재벌 출신인 탁신 전 총리의 재산을 약 21억 달러(약 2조8350억 원)로 추정했다. 집권 당시 무상 의료 등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통해 주 지지층으로 확보한 서민들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2011∼2014년 역시 총리를 지낸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이날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방콕으로 올 때 기내에서 파텍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 레퍼런스 6300G’로 추정되는 시계를 찼다. 2016년 출시됐고 당시 판매가가 220만 달러(약 29억7000만 원)에 달했다. ‘패션 아이콘’으로도 유명한 미국 흑인 래퍼 제이지 또한 2019년 이 시계를 찼다. 그러나 탁신 전 총리는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에 착륙한 후 찍은 영상에서는 스와치의 ‘미션 투 마스’로 시계를 바꿨다. 스와치와 또 다른 고급 브랜드 ‘오메가’가 협업해 지난해 출시했고 판매가는 270달러(약 36만4500원)다. 출시 직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곳곳에서 이른바 ‘오픈런’을 야기했다. 탁신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은 유명하다. 잉락 전 총리는 2013년 재임 당시 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등 총 4178만 밧(약 16억 원)어치의 보석류를 보유했다고 정부에 신고했다. 이 외 파텍필립, 롤렉스, 카르티에 등 명품 시계 9점, 에르메스 가방 등 391만 밧(약 1억5000만 원) 상당의 잡화 또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01년부터 5년 동안 집권한 뒤 지금까지도 열광적 지지층과 반대파를 동시에 보유해 ‘아시아 최고의 논쟁적 정치인’으로 꼽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74)가 22일 15년 만에 해외 망명 생활을 마치고 전격 귀국했다.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2008년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을 전전했고 수차례 귀국설이 제기됐음에도 실제 귀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딸 패통탄이 이끄는 친(親)탁신계 정당 프아타이당의 집권이 유력해지자 사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귀국을 단행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방콕 끌롱쁘렘 중앙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날 의회에서는 탁신과 가까운 부동산 재벌이며 프아타이당이 추대한 세타 타위신(60)이 총리로 선출됐다. 프아타이당은 올 5월 하원 500석을 뽑는 총선에서 징병제 폐지, 왕실모독제 형량 완화 등 군부가 싫어하는 공약을 내건 전진당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상원 250석을 모두 차지한 군부의 반대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지 못하자 프아타이당은 군부와 손잡고 집권에 성공했다. 탁신 전 총리가 노리는 바가 여기에 있다. 프아타이당과 군부 간 연정 협상에는 그의 사면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그러나 5월 총선에서 태국 국민들은 군부와 탁신계 정당 모두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심판했던 만큼 정치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탁신 지지자 ‘레드 셔츠’ 물결 타이PBS방송 등에 따르면 개인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를 출발한 탁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패통탄 등 가족과 함께 공항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이후 국왕 라마 10세의 초상화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지지층에게는 두 손을 모아 인사하고 손을 흔들었다. 당초 경찰은 귀국과 동시에 탁신을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수갑을 차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탁신은 경찰 조사 이후 대법원에서 8년형을 선고받았고 교도소로 이송됐다. 그는 미얀마에 대한 정부 대출의 불법 승인,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디지털 복권 발행 비리, 국유지 헐값 매입 등 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수감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귀국한 것을 두고 사면 확신에 따른 일종의 ‘정치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거의 모든 언론은 그의 도착 및 수감 과정을 생중계했다. 공항, 대법원, 감옥 인근 등 그가 가는 곳마다 이른바 ‘레드 셔츠’로 불리는 탁신 지지자 등 수천 명이 몰려 그의 귀국을 반겼다. 2010년 친탁신파와 반탁신파의 대립으로 최소 90여 명이 숨진 유혈 충돌이 발생했을 때 탁신 지지자는 프롤레타리아를 상징하는 빨간 옷, 탁신 반대파는 왕을 상징하는 노란 옷을 입어 각각 ‘레드 셔츠’, ‘옐로 셔츠’라는 이름이 붙었다. ● 딸 패통탄 이끄는 정당-군부 공동 집권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상·하원 합동 총리 인준 투표에서는 세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됐다. 세타는 재적 의원 747석 가운데 오후 6시 현재 483표를 얻어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태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산시리의 전 회장으로, 5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입문했다. 프아타이당은 집권을 위해 루암타이상찻당, 팔랑쁘라차랏당 등 군부계 정당 2곳과 손을 잡았다. 프아타이당은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진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고, 왕실모독죄 개헌 또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탁신계 정당과 군부계 정당이 ‘공동 집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은 탁신 전 총리가 귀국을 위해 군부와 사면에 관한 일종의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신을 실각시킨 군부와 자신의 사면을 위해 다시 손을 잡은 격이다. 태국법은 70세 이상 국민이나 그의 가족이 왕실을 통한 사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영국 BBC는 교도소 측을 인용해 “탁신 전 총리가 즉시 왕실에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면까지 과정이 한두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상의 ‘셀프 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20일 방콕포스트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5%가 “프아타이당과 군부 정당의 연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전용기에선 30억 원짜리 ‘파텍필립’, 도착 후엔 36만 원짜리 ‘스와치’ 착용.”22일 15년 만에 망명 생활을 마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귀국 당시 전용 비행기 안에서 최고급 손목시계 ‘파텍필립’을 착용했으나 수도 방콕에 도착한 후 중저가 브랜드 ‘스와치’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통신 재벌 출신인 탁신 전 총리의 재산을 약 21억 달러(약 2조8350억 원)로 추정했다. 집권 당시 무상 의료 등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통해 주 지지층으로 확보한 서민들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2011~2014년 역시 총리를 지낸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이날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방콕으로 올 때 기내에서 파텍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 레퍼런스 6300G’로 추정되는 시계를 찼다. 2016년 출시됐고 당시 판매가가 220만 달러(약 29억7000만 원)에 달했다. ‘패션 아이콘’으로도 유명한 미국 흑인 래퍼 제이지 또한 2019년 이 시계를 찼다.그러나 탁신 전 총리는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에 착륙한 후 찍은 영상에서는 스와치의 ‘미션 투 마스’로 바꿨다. 스와치와 또 다른 고급 브랜드 ‘오메가’의 협업을 통해 지난해 출시됐고 판매가는 270달러(약 36만4500원)다. 출시 직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 곳곳에서 소위 ‘오픈런’을 야기했다.탁신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은 유명하다. 잉락 전 총리는 2013년 재임 당시 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등 총 4178만 밧(약 16억 원)어치의 보석류를 보유했다고 정부에 신고했다. 이 외 파텍필립, 롤렉스, 카르티에 등 명품 시계 9점, 에르메스 가방 등 391만 밧(약 1억5000만 원) 상당의 잡화 또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남부 유럽 기후가 바뀌었습니다. 여름엔 가뭄이 심각하고 겨울에는 너무 따뜻합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스웨덴에서 와인 만들기가 좋아졌습니다.”10여 년 간 스페인 와이너리에서 일하다 최근 스웨덴으로 직장을 옮긴 스페인 출신 이반 사바테 씨가 말했다. 사바테 씨는 프랑스 스페인 같은 유럽의 전통 와인 강국에서 온 동료들과 스웨덴 남부 해안가에 자리 잡은 쿨라베르그(Kullabergs) 와이너리에서 일한다.지구 평균기온이 오르며 유럽 와인 생산지역도 적합한 기후를 좇아 북상(北上)하고 있다. 세계 와인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던 스웨덴이 주요 와인 생산지로 급격히 성장하는 분수령에 서 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 시간) 조명했다.스웨덴기후연구소에 따르면 스웨덴 남부 평균 기온은 지난 30년간 약 2도 올랐다. 이에 따라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이 연간 약 20일 늘어났다. 반면 와인 강국 프랑스와 스페인 와이너리들은 이상기후에 시달리며 맛과 품질에 차질을 빚고 있다. 포도는 뜨거운 햇살과 가뭄에 강하지만 평균기온 자체가 올라간 데다 따뜻한 기간이 늘어나 예상보다 빨리 익는 탓에 품질이 떨어진다. 지독한 가뭄이나 우박 등 빈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스웨덴에 보급된 개량종 포도도 한몫했다. 스웨덴 와이너리들이 주로 재배하는 품종은 서리와 병충해에 강한 청포도 솔라리스다. 1975년 독일에서 개발했으나 더 선선한 스웨덴 기후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스웨덴은 백야 현상으로 여름에 하루 최장 23시간 해가 떠 있어 포도 재배에 유리하다. 솔라리스 재배 와이너리는 대부분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 세계적인 유기농 선호 현상과도 잘 맞물린다.프랑스에서 포도재배학 공부를 마친 후 스웨덴에 와이너리를 차린 에마 베르토 씨는 “스웨덴은 기후도 안정적이고 프랑스보다 전통과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스웨덴은 주로 산미가 높은 화이트와인, 스파클링와인을 생산한다. 2021년 세계 최대 와인 품평회인 오스트리아 ‘AWC 비엔나’ 원스타(별 하나, 3개가 최상)를 수상하는 와이너리가 처음 나오며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스웨덴 와인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 전역 포도밭 면적은 150ha로 100만 ha에 달하는 스페인, 80만 ha 수준인 프랑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웨덴 포도밭 면적이 지난 2년 새 1.5배로 늘었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포도 생산지가 더위를 피해 고도가 높고 바람도 잘 부는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세계 와인 지도가 변한다고 본다. 마르텐 반 알스트 스웨덴국립기상연구소 소장은 “스웨덴 와이너리 성장은 기후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다만 기후변화의 파괴력도 유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킴벌리 니콜라스 스웨덴 룬드대 지속가능과학 교수는 “지구 평균기온이 4도 오르면 피노누아(프랑스 부르고뉴 주요 품종)가 스웨덴에서 잘 자라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지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제조업 재건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반도체법)을 도입한 후 1년 동안 한국 기업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가장 많이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반도체와 전기차, 태양열 발전 등 분야에서 새로 발표된 미국 내 1억 달러(약 1342억 원) 이상의 투자계획 약 110건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외국 기업이 발표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는 총 66건이었고,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이 20건(30.3%)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미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2조8000억 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함께 조지아주에 43억 달러(약 5조7000억 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주요 생산기지가 미국에 자리 잡게 되면서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이 함께 미국 투자에 나선 사례도 많다. 현대차가 지난해 5월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7조3800억 원)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1차 협력사들도 이 지역에 공장 건설 및 증설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아진산업(3억1700만 달러), 세원아메리카(3억 달러), 에코플라스틱(2억500만 달러) 등 투자 규모가 1억 달러가 넘는 업체도 여러 곳 있다. 유럽연합(EU) 기업들은 19건으로 한국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일본(9건) △캐나다(5건) △대만, 인도, 중국(3건) 순이었다. EU는 반도체, 전기차 분야 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유럽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 부동산업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국유기업으로 확산되는 등 중국 경제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에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6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하향 조정하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5.23포인트(1.76%) 하락한 2,525.6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59% 급락했다. 일본 증시는 1.46%, 중국 증시는 0.82%, 홍콩 H지수는 1.47% 각각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전날(15일) 미국 증시도 주요 지수가 1%대 하락하고 영국, 프랑스 증시도 떨어지는 등 주요 글로벌 증시가 모두 내렸다. 중국발 경기 충격 우려에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1.84%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전날보다 6.0원 오른 1336.9원에 마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은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돈 영향이 컸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2.5%로 시장 예상치(4.5%)에 한참 못 미쳤다. 산업생산도 3.7% 상승(시장 예상치 4.6%)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에 이어 국유 부동산 기업 위안양(遠洋·시노오션)이 디폴트 위기에 몰려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실물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6일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을 사들여 2970억 위안(약 54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루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6050억 위안(약 111조 원)을 풀었다. 하지만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경기 침체 모멘텀을 개선하려면 더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국 경제 위기와 관련해 “추가 외생변수가 장기화하고 그 폭이 커지면 우리도 마찬가지고 세계 각국이 경제 전망을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中, 이틀간 165조원 투입 위기진화 안간힘… 韓 ‘금융-수출’ 비상 中 부동산-실물경제 위기 확산英경제기관 “中대책 계속 한발 늦어”IB들, 中성장률 전망 4%대로 낮춰중국 부동산 및 실물경제 위기가 확산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는 한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中 성장 전망 4%대 하향, “내년엔 더 낮아” 최근 중국 경제의 둔화 양상을 반영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 JP모건은 15일(현지 시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4.8%로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 변수를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대형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영국 바클레이스도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내린 4.5%로 제시했다. 일본 미즈호증권 또한 올해 중국 성장률을 5.5%에서 5.0%로 낮췄다. JP모건과 바클레이스는 내년 중국 성장률로 각각 4.2%, 4.0%를 제시했다. 특히 민간 부동산 업체에 이어 국유기업인 위안양(遠洋·시노오션)그룹까지 채무 변제에 실패하면서 업계에선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안양그룹은 13일 만기였던 이자 2094만 달러(약 280억 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부동산 시장이 계속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신탁 상품의 잇따른 디폴트는 ‘부의 효과’(자산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를 통해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5, 16일 이틀에 걸쳐 총 9020억 위안(약 165조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경제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한발 늦게 대책을 내놓자 시장은 정부가 손을 놨다고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청년 실업률 등 불리한 통계의 발표를 돌연 중단하기로 한 것도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포스트 팬데믹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문제를 과장해왔다”며 “결국 그들이 틀렸다는 것이 분명히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감소로 韓 성장률도 ‘빨간불’ 중국 부동산발 위기는 한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올 초만 해도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하반기(7∼12월) 수출 회복을 기대했지만 중국의 경기 부진이 길어지자 국내 실물경제 지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중국 리스크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제 불안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 이탈, 환율 상승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성장 흐름에 올라타 그간 경제 위기를 빨리 벗어났지만 중국이 불황에 빠지면 그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국 경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상저하고(上低下高)’라는 기존의 경기 전망을 고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새 학기와 가을·겨울(FW) 시즌 의류 대목을 앞둔 미국 패션업계가 ‘오래, 자주 입으면 남는 장사’를 내건 ‘애착 아이템’ 마케팅에 나섰다.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미 소비자에게 ‘싸게 사서 유행에 맞게 한 철 입으라’는 마케팅보다 호소력을 발휘한다는 분석이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미 최대 쇼핑몰 체인 ‘콜스’ 마케팅 담당자는 “새 옷을 사면 몇 번이나 입을지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옷 한 벌을 다양하게 활용해 착용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방식으로 가을 마케팅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미국 유니클로’ 격인 SPA 브랜드 올드네이비는 새로 산 옷을 1년 이상 입지 못한 소비자에게 전액 환불해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철 입고 버릴 싼 옷 대신 비싸도 오래 입을 한 벌을 선호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미 시장조사업체 시르카나에 따르면 올 6월 미 여성 운동복 하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격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고가인 125∼150달러(약 16만7000원∼20만 원)짜리 매출은 19% 늘었다. AP는 최저가 의류를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제품 품질과 활용도를 따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200여 점의 옷, 신발, 액세서리 착용 기록을 매일 정리해 온 마케터 제이크 웰시(36)는 AP에 “평소에도 입을 수 있도록 베이지색 대신 쥐색으로 산 결혼 예복은 6년간 44번 입었고, 135달러(약 18만 원)에 산 버켄스탁 슬리퍼는 603번 신었으니 회당 300원꼴”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산불 대비와 구조작업 예산이 부족하다. 물가 인상 정도에 따라 늘린 게 전부다.” “소방호스를 틀었더니 물줄기 대신 물안개가 나오고, 그마저 곧 끊겼다.” 8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13일 기준 최소 96명이 숨진 가운데 당국의 대비 태세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와이 주정부는 “섬의 3분의 2 이상이 극도로 건조해 산불 위험이 높고, 대형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화재 대비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수년간의 경고에도 그간 대형 화재에 대한 별다른 준비 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이번 하와이 화재는 ‘미국 내 100년 만의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 사전 경고에도 “산불 위험성 낮음” 평가 마우이섬 정책위원회는 2021년 7월 ‘마우이 산불 예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운영을 검토해 정책 대안을 권고하는 자문기구다. 이 보고서에는 “마우이섬 전체가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언급과 함께 근래 발생한 대형 산불 사례들이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약 2.9㎢)의 6배가 넘는 면적(4600에이커·약 18.62㎢)을 불태운 산불이 났다. 2020년 7월과 8월에는 각각 4300에이커(약 17.4㎢)와 1835에이커(약 7.43㎢)가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다. 위원회는 또 마우이섬 당국의 산불 진화 작업 예산을 검토한 뒤 “예산이 부족하다. 산불 대응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우이섬 소방안전국이 발표한 5개년(2021∼2025년) 전략 계획에 대해선 “화재 예방을 위해 해야 할 조치가 어떠한 것도 포함돼 있지 않다. 화재 예방 계획을 평가하는 기준도 없다”고 꼬집었다. 2021년 1월 하와이 당국은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자체 평가를 담은 ‘2021 하와이 THIRA’ 보고서에서 “허리케인과 결합된 화재는 특히 위험하다”며 긴급 구조대와 소방관 대응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마우이섬 산불도 허리케인 ‘도라’를 타고 빠르게 번지며 섬 전체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하와이 당국은 이 같은 안팎의 사전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방재청이 지난해 2월 종합방재계획에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을 ‘낮음’으로 평가하며 별다른 대응 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미 CNN은 “하와이 당국이 산불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불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소방호스 물 안 나와 소방관들 맨몸 구조 대비 시스템의 부실은 고스란히 화재 대응 부실로 이어졌다. 특히 마우이섬의 수도 시스템이 화재에 취약해 산불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방관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했던 여러 명의 소방대원은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했지만 수압이 너무 약해 불을 끌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내던지고 불에 갇힌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맨몸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피해가 가장 큰 라하이나로 출동했던 소방관 케아이 호 씨는 “아수라장이었다. 불이 번지는 와중에 집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소방 인력도 크게 부족했다. 하와이소방관협회 보비 리 회장은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 등 3개 주요 섬을 담당하는 상근 소방관이 6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12일 AP통신에 전했다. 그는 “소방차는 13대, 사다리차는 2대에 불과하고 비포장도로용 차량은 전혀 없다. 이는 산불이 인구밀집지역에 도달하기 전에 불길을 잡을 수 없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NYT는 “주민 1418명이 긴급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등 이재민 수천 명이 발생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조달한 식수, 식료품,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96명이지만 피해 지역의 3%만 수색이 이뤄진 상황이라 희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14일 하와이에 200만 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中 부동산 위기, 금융권 확산…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세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11종의 비구이위안 채권 거래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헝다그룹과 중국 신규 주택 판매 1위를 다투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위기가 다른 부동산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금융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돈줄 역할을 하던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 산하 신탁사도 만기가 된 신탁 상품의 상환 중단을 선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가진 금융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중국 국영 ‘위안양’도 디폴트 위기14일 외신에 따르면 컨트리가든의 회사채 9종과 계열사 채권 2종 등 총 11종의 채권 거래가 회사 측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정지됐다. 이들 채권 11종의 총잔액은 157억200만 위안(약 2조8700억 원)이다. 유동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한 상태다. 컨트리가든은 성명에서 “채권자와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상환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영 부동산업체 위안양(遠洋·시노오션)마저 최근 2094만 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부동산업계에 도미노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20.39포인트(0.79%) 하락한 2,570.8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27% 하락한 3만2059.91엔에 장을 마쳤다. 중화권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각각 0.34%, 1.79% 떨어진 3,178.43, 6,423.8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자 로이터통신은 “아시아가 중국발 숙취(hangover)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컨트리가든은 제2의 헝다그룹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도입한 새 조치들 때문에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유동성 위기 빠진 中 최대 금융사문제는 특정 부동산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동산 경기 전반이 가라앉으면서 중국 금융권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財聯社)는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中植系)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신탁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진보구펀(金博股份) 등 3개 회사에 만기를 맞은 상품의 지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 기업들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차이롄서는 “중룽신탁이 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가 모두 3500억 위안(약 64조 원)”이라며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탁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에 투자한 중룽신탁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 끝에 수익 악화에 직면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룽신탁은 작년에도 1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 지분을 매입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않아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중룽신탁에 300만 위안(약 5억5000만 원) 이상을 맡긴 투자자가 1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998년 광둥국제신탁투자 파산 이래 최대 금융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부동산업체들은 주로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신탁업계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다.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중국 당국의 기조에 따라 은행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 신탁업계 규모는 2조9000억 달러(약 3869조 원)로 추산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소방호스를 틀었더니 물줄기 대신 물안개가 나오고, 그마저 곧 끊겼다.”“산불 대비와 구조작업 예산이 부족하다. 물가 인상 정도에 따라 늘린 게 전부다.”“화재 예방 계획이 적정한지 평가하는 기준조차 없다.”8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최소 93명(13일 기준)이 사망한 가운데 소방당국의 대비 태세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와이 주정부는 “섬의 3분의 2이상이 극도로 건조해 산불 위험이 높고, 대형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화재 대비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경고에도 그간 대형 화재에 대한 별다른 준비 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이번 하와이 화재는 ‘미국 내 100년만의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 사전 경고에도 산불 위험성 ‘낮음’ 평가마우이섬 정책위원회는 2021년 7월 ‘마우이 산불 예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마우이섬 전체가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언급과 함께 근래 발생한 대형 산불 사례들이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약 2.9㎢)의 6배가 넘는 면적(4600에이커·약 18.62㎢)을 불태운 산불이 났다. 또 2020년 7월과 8월에는 각각 4300에이커(약 17.4㎢)와 1835에이커(약 7.43㎢)가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다.이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정책과 행정을 검토해 대안을 권고하는 민간 자문기구다.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산불 진화 작업 예산을 검토한 뒤 “예산이 부족하다. 산불 대응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우이섬 소방안전국이 발표한 5개년(2021~2025년) 전략 계획에 대해선 “화재 예방을 위해 해야 할 조치가 어떠한 것도 포함돼있지 않다. 화재 예방계획을 평가하는 기준도 없다”고 꼬집었다.최근 5년 내 또 다른 보고서에도 “허리케인과 결합된 화재는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화재에서 허리케인 ‘도라’가 일으킨 바람은 마우이섬의 불길을 부채질 했다. 하지만 하와이 당국은 이 같은 사전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와이주 방재청이 지난해 2월 발간한 종합방재계획에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을 ‘낮음’으로 평가했다. 미 CNN은 “하와이 당국이 산불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불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소방호스 물 안 나와 소방관들 맨몸 구조대비 시스템의 부실은 고스란히 처참한 화재 대응 부실로 이어졌다. 특히 마우이섬의 수도 시스템이 화재에 취약해 산불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방관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불길이 수도관을 녹이거나 파손시켜 물이 새면서 소방용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이다. 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했던 여러 명의 소방대원은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했지만 수압이 너무 약해 불을 끌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내던지고 불에 갇힌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맨몸으로 불길 속을 뛰어들었다. 피해가 가장 큰 라하이나로 출동했던 소방관 케아이 호 씨는 “아수라장이었다. 불이 번지는 와중에 집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구조했다”고 전했다.소방 인력도 크게 부족했다. 하와이소방관협회 바비 리 회장은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 등 3개 주요 섬을 담당하는 상근 소방관이 6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12일 AP통신에 전했다. 그는 “소방차는 13대, 사다리차는 2대에 불과하고 비포장도로용 차량은 전혀 없다. 이는 산불이 인구밀집지역에 도달하기 전에 불길을 잡을 수 없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NYT는 “주민 1418명이 긴급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등 이재민 수천 명이 발생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아닌 자원봉사자들이 조달한 식수, 식료품,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93명이지만 피해 지역의 3%만 수색이 이뤄진 상황이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우리 정부는 14일 하와이에 200만 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식수, 식품, 담요 등 구호 물품을 현지 대형 한인마트 등을 통해 하와이 주정부에 전달하고 현지 구호단체에 기여금을 지원할 계획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