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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미세먼지를 많이 들이마시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태어난 뒤 천식 같은 기관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노출 정도와 태아의 기관지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증명된 것은 처음이다. 4일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05∼2006년 첫 설문과 기관지 과민성 및 알레르기 검사 등을 진행한 초등학생 3570명 가운데 1807명을 4년 뒤 추적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첫 설문 당시 초등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7.5세였고, 미세먼지 농도는 거주지역별로 높음과 낮음으로 나눠 평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부가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아이가 태어난 뒤 기관지 과민성을 보일 위험이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에 비해 1.69배로 높아졌다. 기관지 과민성은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담배 연기 등 여러 자극에 기관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로 추후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임신부의 미세먼지 노출 정도는 아이의 천식 여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임신부의 아이는 미세먼지에 적게 노출된 경우에 비해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3.62배로 높아졌다. 아이가 기관지 과민성을 가졌다면 천식 발병 가능성이 4.07배로 더 높아진다. 특히 전체 임신 기간 중 중기(14∼27주)에 미세먼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신 중기는 태아의 기관지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 태아가 미세먼지에 노출돼 일종의 유해산소 부작용인 ‘산화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폐 기능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게 된다. 이미 태아의 기관지 생성이 마무리된 임신 후기(28∼40주)에는 미세먼지에 노출돼도 태아의 천식 발병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특히 더 나쁜 영향을 주는 시기는 성별에 따라 다소 달랐다. 미세먼지 노출이 많았던 임신부가 낳은 아이 중 남자는 태아∼2세, 여자는 4∼5세 때 미세먼지의 영향을 더 받았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라 호르몬 상태나 사춘기 성숙도, 신체가 성장하는 시기 등이 다른 만큼 미세먼지의 영향도 연령별로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유럽의 알레르기 전문 학술지인 ‘알러지(ALLERGY)’ 최근호에 실렸다. 홍수종 교수는 “미세먼지는 임신부뿐 아니라 태아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특히 임신 중기에 최대한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30일 전국 곳곳이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추위는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0.7도, 대관령 영하 4.5도, 철원 영하 3.3도 등을 기록했다. 서울과 수원, 춘천에서는 이날 첫 얼음이 관측됐다. 자동관측기기(AWS)로 측정한 설악산의 비공식 최저기온은 영하 8도로 전국에서 가장 추웠다. 가을이 되면 중국 북부지방의 고기압 영향을 많이 받아 반짝 추위가 찾아오는데, 찬 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다시 평년 기온을 회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호츠크해 부근에 고기압이 위치해 한반도 상공에 머물고 있는 찬 기운이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추위는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온은 서울 4∼13도, 철원 영하 1도∼영상 12도, 광주 6∼15도, 부산 8∼16도 등으로 예보됐다. 다음 달 1일도 전날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요양병원은 국내 ‘실버산업’ 열풍을 타고 2000년대 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다. 과당경쟁에 내몰린 요양병원들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환자 장사’에 열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수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2008년 690곳에서 지난해 1531곳으로 약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형 시설을 갖춘 기업형 요양병원이 많아지면서 병상 수는 2008년 7만6608개에서 지난해 29만467개로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런 증가세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 1000명당 장기요양병원 병상 수는 61.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OECD 평균(49.1개)을 훌쩍 뛰어넘는다. 실버산업 선진국인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요양병원이 많다는 것으로, 국내 요양병원이 공급 과잉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요양병원이 급증한 것은 일반병원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은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의사 2명으로 80명까지 돌볼 수 있다. 병실당 병상 수도 새로 짓는 병의원의 경우 최대 4개까지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6개까지 놓을 수 있다. 일반병원과 달리 환자 1명당 정액수가를 주는 보험체계도 요양병원 비리를 부추기는 제도적 허점으로 꼽힌다. 환자만 유치하면 돈을 벌 수 있기에 요양병원들은 ‘가짜 환자’들을 양산한다. 거처와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자들도 손해 볼 게 없다.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환자의 소득에 따라 병원비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오면 그 차액을 건보공단이 부담한다. 이렇게 요양병원을 이용한 환자들 때문에 건보공단이 최근 5년간 부담한 비용은 2조4025억 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국공립 요양병원은 2017년 말 기준 92곳으로 전체 요양병원의 6% 수준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 요양병원이 과잉 상태인 만큼 국공립 요양병원을 무턱대고 늘리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병원 설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수가체계 개선을 통해 부실 요양병원을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의 본래 취지인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잘하는 곳은 수가를 더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오히려 지원 금액을 낮춰 다른 형태로 기능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철중 tnf@donga.com·김하경 기자}
주말 내렸던 비가 그치면서 이번 주 날씨가 한층 더 쌀쌀해져 당분간 평년보다 3∼7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도 강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29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4도, 강원 철원 영하 1도, 광주 9도, 부산 11도로 예보됐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서울 12도, 철원 11도, 광주 18도, 부산 19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에는 기온이 더 떨어져 서울 2∼11도, 철원 영하 3도∼영상 10도, 광주 7∼14도, 부산 8∼15도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9일과 30일 중부 내륙과 산지의 아침 기온이 0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어는 곳이 있겠다”고 말했다. 31일까지 서울 최저기온은 2도를 기록한 뒤 1, 2도가량 오르겠지만 추위는 주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에는 5km 상공에 영하 25도의 매우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고양시, 의정부시, 수원시 등에 지름 1cm 안팎의 우박이 내리기도 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다문화가족 부문대상 받은 중국 출신 천즈 씨, 중국어 통역하며 한국 적응 도와 “생각지도 못한 대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한 손을 가슴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한 중국 출신 천즈 씨(44·여)는 네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賞)’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고 감격스러워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LG-동아 다문화상’은 우리사회에 잘 정착한 다문화가족과 그들을 도운 숨은 공로자를 발굴해 격려하는 상이다. 다문화공헌상을 받은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당당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힘차게 살아가길 바란다”며 다문화가정을 응원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 시상식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 동아 다문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상환 서울대 교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진 장관은 “열린사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다문화가족들이 잘 안착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다양한 인종이 어울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상을 수상한 천즈 씨는 2006년 남편 김태영 씨(48)를 만나 중국에서 결혼했다. 한국어를 몰랐던 천즈 씨는 남편의 나라로 오면서 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도움을 청할 곳을 몰라 일주일 내내 집에서 지낸 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 수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삶이 달라졌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자 한국직업전문학교에서 요리와 컴퓨터를 배웠다. 2013년부턴 자신처럼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중국어 통역사로 나섰다. 현재는 이주여성 사회적응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우수상을 받은 렛셍희영 씨(29·여)는 모국 캄보디아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했다. 남편 손현수 씨(43)를 만나 2011년 한국으로 왔을 땐 음식과 문화, 생활습관 등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렛셍희영 씨는 좌절하지 않고 서울 성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며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통역을 제공하고 법률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우수상 수상자인 중국동포 김미화 씨(43·여)는 중국에서 남편 백수현 씨(54)를 만나 2004년 중학교 교사 일을 접고 한국에 왔다. 처음엔 건강보험료가 2년 넘게 밀릴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배 속 아이와 남편을 지키기 위해 중국어학원에 이력서를 냈다. 현재는 중국어 강사와 통·번역사, 사회복지사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문화가족상 특별상의 주인공은 필리핀 출신 류희정 씨(39·여)다. 2006년 결혼한 남편 류창문 씨(64)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결혼 초기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 다문화공헌 부문14년간 34개국 1만7861명 무료 진료 ‘다문화 슈바이처’ 다문화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인 하라 미치코 씨(51·여·일본 출신)는 199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다. 시동생의 사업 실패로 많은 빚을 져 전단을 돌리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경기 남양주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접한 뒤 2013년부터 결혼이민자 서포터스 단장을 맡는 등 하라 씨의 삶은 달라졌다. 또 다른 개인부문 수상자인 김정림 씨(46·여·중국 출신)는 누구보다 흥이 넘친다. 하지만 그도 남편의 두 ‘친딸’과 갈등을 겪는 등 타국에서 외롭고 고된 생활을 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해 국립제주박물관 통·번역 및 문화해설사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주글로벌센터’를 세웠다.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2008년 이웃에 살던 몽골인 가족이 불법체류자로 쫓겨나는 모습을 본 뒤 다문화동아리를 만들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열고, 전국 최초로 교육과정에 다문화 이해교육을 도입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가 됐다. 공헌상 단체부문을 수상한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는 2005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로 외국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동안 센터를 거쳐 간 외국인이 34개국 출신 1만7861명에 이른다. 이곳에선 의료인 500여 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단체부문 공동 수상자인 STX복지재단은 2007년부터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 방문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930여 명이 이 재단의 도움으로 모국을 찾았다. 2010년부터는 지역주민과 이주민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주민 다문화 축제를 열고 있다.● 다문화청소년 부문따돌림 극복하고 보디빌더 꿈 쑥쑥 다문화청소년상을 수상한 김승범 군(19·정남진산업고 3학년)의 하루는 오전 6시 헬스장에서 시작된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군은 4년 전부터 트레이너의 꿈을 키웠다. 올해 4월 전국 고교보디빌딩대회 60kg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 군은 어릴 적 작은 체격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근력 운동에 취미를 붙이며 삶이 180도 달라졌다. 처음엔 부모님이 운동을 허락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헬스장에 다닐 돈을 마련했다. 불판을 닦는 것도 근육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김 군을 보며 부모님도 차츰 “그렇게 먹어서 되겠냐”며 닭가슴살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보디빌더가 목표인 김 군은 최근 서울 소재의 한 전문대 스포츠건강학과에 합격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이창민 군(18·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은 다섯 살 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가 중국 출신인 이 군은 중학교 2학년 땐 친구들과 갈등을 겪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대구세명학교로 옮긴 뒤 같은 상황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고속철도(KTX) 기관사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이 생긴 뒤에는 교내 로켓대회에서 두 차례나 입상할 정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올해 6월부턴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히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제3차(2018∼2022년)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에 김 군과 이 군처럼 앞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담았다. 다문화청소년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이중언어 능력을 활용해 이들의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사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선경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다문화가정의 자녀 대다수가 초등학생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도입기’에 머물렀던 정책을 ‘정착기’로 맞춰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가족상 ―대상: 천즈 씨 가족(경기 수원시 중국 출신)―우수상: 렛셍희영 씨 가족(서울 성북구 캄보디아 출신), 김미화 씨 가족(경남 창원시 중국 출신)―특별상: 류희정 씨 가족(경북 영덕군 필리핀 출신)▽공헌상(개인) 하라 미치코 씨(남양주시 다문화가정 서포터 일본 출신), 김정림 씨(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 중국 출신), 임병우 씨(서울 청량고 교사)▽공헌상(단체) STX복지재단(다문화가정 고향 방문 지원),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의료 봉사)▽청소년상김승범 군(정남진산업고 3학년), 이창민 군(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 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박은서 기자 clu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장필규 씨(63)는 10년 전인 2008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하다. 그해 27년간 다닌 식품회사를 그만뒀다. 7년 아래 후배가 중역으로 승진한 상황에서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러자 먼저 몸부터 탈이 났다. 잇몸 수술을 받고 6개월간 요양을 했다. 그의 인생은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당시 아들 둘은 대학생, 아내는 전업주부였다. 자천타천으로 ‘인생 2모작’ 준비를 시작했다. 후배 권유로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강의를 듣고 상담을 받으며 6개월을 보낸 뒤 장 씨는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이 한평생 일해 온 식품산업 분야에 전문성이 있음을 확인하면서다.○ “우리는 노인이 아니라 신(新)중년”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 장 씨는 김치공장의 최고경영자(CEO)로 3년간 활동했다. 이어 농촌진흥청 강소농지원단 민간전문가로 전국을 돌며 농업인을 상대로 컨설팅을 했다. 현재는 서울시 ‘50플러스재단’에서 중장년 취업지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인생 4모작’에 성공한 장 씨는 재취업을 준비 중인 중장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직업은 ‘무직자’가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구직자’입니다. 구직자도 명함을 파야 합니다. 자신의 경력과 커리어를 적은 명함을 돌리며 당당해집시다.” 장 씨와 같은 5060세대는 약 1340만 명에 이른다. 고도성장의 주역인 이들은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 조기 퇴직이라는 삼중고를 겪었다. 현 정부는 고령자, 노인 등 5060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용어를 폐기하고 ‘신(新)중년’으로 이름 붙였다. 다양한 재취업 정책을 통해 고령화시대에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한 시중은행에서 28년간 근무하다 2010년 명예퇴직한 장기명 씨(63)는 퇴직 당시만 해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실적 압박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퇴직 직후 오라는 중소기업이 있었지만 취업을 거부하고 1년간 전국을 돌며 소설을 썼다. 하지만 해방감에서 오는 만족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 씨는 그래도 일이 있어야 자존감이 유지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영리기업에서 일하긴 싫었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와 나누고 싶었다. 마침 서울시와 비영리법인 ‘희망도레미’, 사회적 기업 ‘신나는 조합’이 함께 운영하는 ‘마이크로 크레딧’(무담보 소액대출)을 알게 돼 참여했다. 장 씨는 현재 매달 영세사업장 20여 곳을 직접 방문해 대출 심사를 하고, 재테크와 재무설계를 도와주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한 달 수입은 50만 원 정도지만 만족감은 그 이상이라는 게 장 씨의 설명이다. “젊을 때는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면 은퇴 후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일해야 자존감을 확립할 수 있어요. 내가 남을 도와줄 수 있고, 이 사회가 아직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긍심이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가 10월 31일, 11월 1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2018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중장년일자리센터 등 신중년들을 위해 마련한 재취업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을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일자리 영토 넓히는 청년들 사상 최악의 고용대란 속에 ‘일자리 영토’를 해외로 넓히는 청년도 점점 늘고 있다. 글로벌기업의 싱가포르 지사에서 간부로 일하는 서세나 씨(36·여)는 대학생 시절 그 흔한 해외 경험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그저 평범한 법대생이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에 지쳐 있던 서 씨는 2005년 우연히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 인턴십 모집 공고를 봤다. “이건 나에게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서 씨는 인턴십에 합격한 뒤 CJ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사 신규사업 기획팀에서 5개월간 값진 경험을 쌓았다. 이후 국내 한 핀테크 기업에 합격해 4년을 다녔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처음 출장을 간 싱가포르에서 일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사표를 쓴 뒤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들어가 싱가포르 교환학생으로 현지 경험을 쌓았다. 졸업 후 2011년 한 외국기업의 한국지사에 영업직으로 입사했고, 사내 공모를 거쳐 싱가포르 지사로 발령받았다.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 자신의 소망인 해외취업을 드디어 이뤄낸 셈이다. 해외취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멘토로도 활동 중인 서 씨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어두운 동굴을 헤맬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를 해외 인턴십을 통해 깨달았다”며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각 나라의 문화와 특성을 미리 잘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돕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외에 한국고용정보원, 한국폴리텍대 등이 참가해 다양한 청년정책을 소개한다. 근로복지공단은 공공일자리관 부스를 통해 공단의 청년 채용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 여성가족부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전국 155곳에서 운영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여성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할 계획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이 센터에선 현재 790개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만5000여 명이 수료하고 1만여 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또 지난해 재취업 인턴십을 거친 5958명의 취업률은 97.1%에 이른다.유성열 ryu@donga.com·김하경 기자}
시중에 판매되는 수도꼭지 3개 중 1개는 발암물질이나 중금속 기준치가 초과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한국상하수도협회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온·냉수 혼합 수도꼭지를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54개 제품 중 16개(30%)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나 철, 6가크롬 등 발암물질 및 중금속이 발견됐다. 특히 A수도꼭지 제품에서는 디클로로메탄이 기준치(1L당 0.002mg)의 11.5배나 많은 0.023mg이 검출됐다. 디클로로메탄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에서 2급 발암성물질로 규정한 유독물질이다. 장시간 노출되면 허혈성심질환과 피부자극, 어지럼증 등을 유발한다. 1급 발암성물질인 6가크롬이 기준치를 1.8∼5.8배 초과해 검출된 수도꼭지도 세 개였다. 6가크롬은 아토피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제품에서는 납이 기준치의 31.6배에 달하는 L당 0.0316mg이 검출되기도 했다. 납은 체내에 축적돼 뇌 손상을 일으키거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도꼭지 인증기관을 일원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각종 비리나 과실로 자격이 취소되거나 정지된 어린이집 원장과 교직원들이 최대 2년만 지나면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 비리 척결과 함께 어린이집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받은 ‘보육교직원 자격정지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자격이 정지되거나 취소된 어린이집 교직원은 모두 2652명이다. 이 중 절반에 이르는 1209명은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거나 유용해 자격이 정지된 어린이집 원장이었다. 또 중대 과실과 손해를 입혀 자격이 정지된 보육교사도 340명에 달했다. 하지만 자격 정지 시 최대 2년이 지나면 저절로 자격이 회복된다. 자격이 취소됐더라도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자격 취소 2년 뒤 재교부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자격을 재교부 받은 인원은 2016년 이후 지난달까지 87명이다. 아동학대로 처벌받으면 10∼20년 동안 자격을 재취득할 수 없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평가인증 및 확인점검 점수표’에 따르면 지난해 평가인증을 신청한 전체 어린이집 1만1835곳 가운데 95점 이상(100점 만점)을 받은 우수 어린이집은 8339곳(70.5%)이었다. 하지만 무작위로 2243곳을 선정해 확인 점검을 한 결과 무려 89.4%인 2006곳의 평가 점수가 인증 당시보다 떨어졌다. 95점 이상을 받은 곳은 13.3%(298곳)에 불과했다. 평가인증제는 보육환경과 운영관리, 보육과정 등을 평가해 75점 이상인 어린이집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다. 한국보육진흥원은 2012년 5월부터 평가인증을 유지 중인 어린이집을 무작위로 선정해 인증 당시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에 사는 회사원 A 씨(가상인물·32)는 주말 오전 10시경 느긋하게 일어나 ‘아점(아침+점심)’으로 라면을 먹는 게 습관이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신라면 한 봉지를 끓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오후 2시엔 CGV에서 영화를 보며 달콤팝콘(캐러멜 팝콘)과 콜라를 먹었다. 이날 A 씨는 저녁식사를 하기도 전에 나트륨을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보다 많이 섭취했다. 신라면과 달콤팝콘이 함유한 나트륨은 각각 1790mg과 260.1mg이다. 한국인이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이 하루 평균 389.3mg(2016년 기준)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A 씨가 저녁 전에 먹은 나트륨은 2439.4mg이다. 당도 과한 수준이었다. 팝콘과 콜라에 들어있는 당은 각각 45.1g, 88.5g으로 영화관에서 먹은 당만 133.6g. 당의 1일 기준치 100g을 훌쩍 넘어선다. A 씨가 저녁에 생생우동(나트륨 1760mg)과 감귤주스인 제주사랑감귤사랑(당 11g)까지 먹으면 이날 하루 동안 섭취한 나트륨과 당은 각각 4199.4mg과 144.6g에 달한다. ‘소금과 설탕에 절여진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라면과 탄산음료, 영화관 팝콘과 콜라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식품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0개를 각각 골라 총 177개 품목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라면은 가장 잘 팔린 제품 20개 중 15개가 나트륨 함량이 하루 기준치의 75%가 넘었다. 당과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이수두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라면은 수프를 반만 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당 권하는 사회… 주스 한병 먹어도 하루 기준치 절반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7일 라면과 우동, 칼국수 등 면류 40개 제품과 탄산음료, 커피 등 음료 80개 등 177개 제품의 당과 나트륨 함량을 공개한 이유는 한국인이 이 제품들을 통해 달고 짠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라면 한 그릇으로 1일 나트륨 기준치 80% 섭취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은 신라면 등 라면 2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봉지당 1586mg이었다. 우동 제품 10개에는 평균 1724mg, 얼큰장칼국수 등 칼국수 제품 10개에는 평균 1573mg의 나트륨이 들어 있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의 80%가 채워진다. 조사 대상 라면 중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제품은 진라면 순한맛으로, 한 봉지에 1880mg이었다. 우동류 나트륨 함량 1위인 CJ얼큰우동한그릇 한 봉지엔 1일 기준치가 넘는 2130mg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칼국수 중에선 육개장칼국수가 1890mg으로 가장 짰다. 어쩌다 한 번 먹는 라면과 국수, 별 신경 쓰지 않고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19∼64세 성인 3371명을 조사해 보니 1주일에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는 빈도는 평균 1.2회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4.9%는 주 2회 이상 먹었다. 나트륨을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간장, 된장 등으로도 섭취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빈도다. 특히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4649mg으로 여성(3091mg)보다 많았다. 매일 남성은 기준치의 2배 이상, 여성은 1.5배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층의 라면 소비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는 점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50세 이상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을 조사해 보니 상위 30위 안에는 라면이 없었지만 12∼18세 청소년 사이에선 17위, 19∼29세에선 21위 등으로 순위가 높았다. 젊었을 때부터 짠 음식에 입맛이 적응하면 나이가 들어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팝콘과 콜라만 먹어도 1일 당 기준치 초과 음료의 당 함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식약처는 음료의 당류 평균 함량이 탄산음료 10.9g, 과채음료 9.7g, 발효유(요구르트) 9.7g, 커피 7.3g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탄산음료 중 가장 매출이 많은 코카콜라는 250mL 한 캔의 당 함량이 27g이었다. 과일촌 아침에사과(500mL)는 50g으로 1일 기준치(100g)의 절반이었다. 건강 효능을 표방하는 헬리코박터프로젝트윌 요구르트는 13g의 당을 함유하고 있었다. 커피 제품 중에선 바리스타룰스 카라멜딥프레소가 22g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일주일에 7회 마신다. 탄산음료는 일주일 평균 1회, 과일주스는 0.5회, 액상요구르트 0.9회, 떠먹는 요구르트 0.7회 등이다. 이를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량 1위 제품들에 대입하면 매일 평균 21g의 당을 음료로 섭취하는 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파는 일반팝콘은 개당 당이 0.4g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치즈나 마늘향을 내는 가루를 첨가한 시즈닝팝콘도 개당 당이 5.3g 수준 이었다. 하지만 캐러멜팝콘으로 알려진 달콤팝콘은 개당 당 함량이 평균 56.7g이었다. 영화관에서 파는 콜라는 한 잔에 당이 평균 82.5g 들어 있었다. 달콤팝콘과 콜라를 함께 먹으면 당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당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과일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섭취된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시는 음료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하루 50g)으로 줄이기 위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표시 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이나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스나 양념이 포함된 제품은 미리 뿌리기보다 별도로 덜어서 찍어 먹고, 국물을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가출 청소년을 포함해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에게 1인당 월 20만 원씩 연간 24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소재를 파악하고, 이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실제 돈을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지 않기로 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교육기본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지급 대상은 9세부터 18세까지 취학 연기, 자퇴, 퇴학 등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청소년이다. 교육청 산하 학업중단학생지원센터인 ‘친구랑’에 등록한 청소년 중 심사를 거쳐 지급 대상을 정한다. 최대 지원 인원은 500명이다. 내년 시범 사업 이후에는 대상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시내 학교 밖 청소년은 1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에게 모두 수당을 지급하려면 연간 240억 원이 필요하다. 교육청은 학교와 학교 밖을 넘나들며 청소년들이 학업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일명 ‘브리지(가교) 수당’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더 나아가 수당 지급을 통해 학교를 떠나면 소재 파악조차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을 교육 당국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교육청이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소득이나 학교를 떠난 이유와 상관없이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점이다. 교칙을 어겨 제적이나 퇴학을 당한 청소년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되 실제 돈을 적절하게 썼는지 사용처는 확인하지 않기로 한 점도 논란거리다. 수당은 청소년의 통장으로 바로 입금된다. 그러면서도 교육청 관계자는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대신 청소년과 부모 교육을 철저히 하는 등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했다. 수당은 교재나 도서 구매비, 온라인 강의 수강, 교통비, 식비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수당 지급 취지와 달리 학업과 무관한 유흥 목적으로 쓰더라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런 지적에 대해 조 교육감은 “시범 사업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계속 보완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시교육청의 수당 도입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업무는 여가부 소관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사전에 우리 부와 어떤 협의나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김호경 kimhk@donga.com·김하경 기자}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철새도래지에서 H5형 야생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전북 군산 금광리 만경강 하구에서 8일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 4점을 분석한 결과다. 철새는 대개 10월부터 오기 시작한다. H5 AI 바이러스는 H1부터 H16까지 총 16개 유전형 가운데 H5N1 H5N6 H5N8 등 고병원성이 나타날 수 있는 유전형이다.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의 유전자형 및 고병원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최종 확인까지는 2~3일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6일에는 농가 주변 야생조류 분변에서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지만 저병원성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국립환경과학원은 새만금지방환경청과 함께 만경강 주변 철새 도래지 반경 10km 내 야생조류 분변과 폐사체 예찰을 강화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질병관리본부,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에는 바이러스 검출 정보를 통보해 방역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에 사는 회사원 A 씨(가상인물·32)는 주말 오전 10시경 느긋하게 일어나 ‘아점(아침+점심)’으로 라면을 먹는 게 습관이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신라면 한 봉지를 끓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오후 2시엔 CGV에서 영화를 보며 달콤팝콘(캐러멜 팝콘)과 콜라를 먹었다. 이날 A 씨는 저녁식사를 하기도 전에 나트륨을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보다 많이 섭취했다. 신라면과 달콤팝콘이 함유한 나트륨은 각각 1790mg과 260.1mg이다. 한국인이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이 하루 평균 389.3mg(2016년 기준)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A 씨가 저녁 전에 먹은 나트륨은 2439.4mg이다. 당도 과한 수준이었다. 팝콘과 콜라에 들어있는 당은 각각 45.1g, 88.5g으로 영화관에서 먹은 당만 133.6g. 당의 1일 기준치 100g을 훌쩍 넘어선다. A 씨가 저녁에 생생우동(나트륨 1760mg)과 감귤주스인 제주사랑감귤사랑(당 11g)까지 먹으면 이날 하루동안 섭취한 나트륨과 당은 각각 4199.4mg과 144.6g에 달한다. ‘소금과 설탕에 절여진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라면과 탄산음료, 영화관 팝콘과 콜라 등 한국인이 즐겨먹는 식품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0개를 각각 골라 총 177개 품목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라면은 가장 잘 팔린 제품 20개 중 15개가 나트륨 함량이 하루 기준치의 75%가 넘었다. 당과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이수두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라면은 스프를 반만 넣고 음료는 작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식약처, 120개 제품 당-나트륨 공개▼식품의약품안전처가 17일 라면과 우동, 칼국수 등 면류 40개 제품과 탄산음료와 커피 등 음료 80개 제품의 당과 나트륨 함량을 공개한 이유는 한국인이 이 제품들을 통해 달고 짠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라면 한 그릇으로 1일 나트륨 기준치 80% 섭취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은 신라면 등 라면 2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한 봉지당 1586mg였다. 우동 제품 10개에는 평균 1724mg, 얼큰장칼국수 등 칼국수 제품 10개에는 평균 1573mg의 나트륨이 들어있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의 80%가 채워진다. 조사 대상 라면 중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제품은 진라면 순한맛으로, 한 봉지에 1880mg였다. 우동류 나트륨 함량 1위인 CJ얼큰우동한그릇 한 봉지엔 1일 기준치가 넘는 2130mg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칼국수 중에선 육개장칼국수가 1890mg으로 가장 짰다. 어쩌다 한 번 먹는 라면과 국수, 별 신경 쓰지 않고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19~64세 성인 3371명을 조사해보니 1주일에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는 빈도는 평균 1.2회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4.9%는 주 2회 이상 먹었다. 나트륨을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간장, 된장 등으로도 섭취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빈도다. 특히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4649mg으로 여성(3091mg)보다 많았다. 매일 남성은 기준치보다 2배, 여성은 1.5배 이상 나트륨을 더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의 라면 소비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는 점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50세 이상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을 조사해보니 상위 30위 안에는 라면이 없었지만 12~18세 청소년 사이에선 17위, 19~29세에선 21위 등으로 순위가 높았다. 젊었을 때부터 짠 음식에 입맛이 적응하면 나이가 들어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은 더 높다.●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만 먹어도 1일 당 기준치 초과 음료의 당 함량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식약처는 음료의 당류 평균 함량이 탄산음료 10.9g, 과채음료 9.7g, 발효유(요구르트) 9.7g, 커피 7.3g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탄산음료 중 가장 매출이 많은 코카콜라는 250ml 한 캔당 당 함량이 27g이었다. 웰치그레이프는 46g로 1일 기준치(100g)의 절반에 육박했다. 건강 효능을 표방하는 헬리코박터프로젝트윌 요구르트는 13g의 당을 함유하고 있었다. 커피 제품 중에선 바리스타룰스 카라멜딥프레소가 22g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일주일에 7회 마신다. 탄산음료는 일주일 평균 1회, 과일주스는 0.5회, 액상요구르트 0.9회, 떠먹는 요구르트 0.7, 등이다. 이를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량 1위 제품들에 대입하면 매일 평균 21g의 당을 음료로 섭취하는 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파는 일반팝콘은 1개당 당이 0.4g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치즈나 마늘향을 내는 가루를 첨가한 시즈닝팝콘도 1개당 당이 5.3g 수준이었다. 하지만 캐러멜팝콘으로 알려진 달콤팝콘은 1개당 당 함량이 평균 56.7g이었다. 영화관에서 파는 콜라는 한 잔에 당이 평균 82.5g 들었다. 달콤팝콘과 콜라를 함께 먹으면 당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당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과일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섭취된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시는 음료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하루 50g)으로 줄이기 위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표시 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이나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스나 양념이 포함된 제품은 미리 뿌리기보다 별도로 덜어서 찍어 먹고, 국물을 가능한 적게 먹는 것도 방법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아동수당 수급자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국민이 방대한 추가 서류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중 상위 소득 10%를 제외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수당 신청자 233만 명의 소득·재산 조사를 위해 4972만 건의 자료가 수집됐다. 신청자 한 사람당 평균 21.3건의 자료가 수집됐는데도 신청자 중 22.2%인 51만8000명은 소득과 재산 소명을 위해 57만5000건의 서류를 추가로 냈다. 어떤 신청자는 소명서류를 무려 132건 내기도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신청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가적인 서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아동수당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신청자가 이의신청을 위해 자발적으로 서류를 내기도 한다. 아동수당 신청을 위해 낸 서류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근로소득 서류가 22.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차보증금(14.1%) △금융재산(10.5%) △사업소득(10.3%) △주택 관련 서류(9.5%) 순이었다. 서류 제출은 아동수당 신청자뿐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에게도 큰 부담이다. 받은 서류를 일일이 직접 스캔해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 10만 원인 아동수당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과도한 행정력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에 서울시와 경기도, 대구시는 소득 조사를 위한 행정비용을 줄이고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아동수당을 보편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선별적으로 지급해 국민적 불편을 유발하기보다 아동의 기본권리 보장 취지에 맞춰 보편적 지급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4, 15일 베이징(北京) 등 중국 수도권에서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포함된 대기오염지수가 200을 넘어가는 심각한 스모그가 갑자기 발생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둔화를 피하기 위해 환경오염 규제를 완화한 것이 수도권 대기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맑은 하늘이 계속되던 한국도 16일 갑자기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높아져 한국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은 주말 사이 대기가 갑자기 뿌옇게 변하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16일 베이징시환경보호검측센터에 따르면 ‘공기질량지수(AQI)’가 13일 124로 나빠지더니 14일 206을 기록했고 15일에는 227까지 치솟았다. AQI는 PM2.5 등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종합적으로 계량화한 수치다. 중국은 AQI를 가장 양호한 1급에서 가장 심각한 6급까지 구분한다. 14, 15일의 베이징 대기질은 6급(300 이상) 바로 아래인 5급(200∼300)이었다. 올해 하반기 베이징 지역에서 AQI가 200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그러자 중국 매체들은 “올해 가을·겨울 시기 처음으로 분명한 대기오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 주변 모든 고속도로는 스모그로 앞이 안 보여 일시 폐쇄됐다. 놀란 중국인들은 얼마 전까지 맑았던 베이징 하늘과 스모그가 낀 현재의 베이징 하늘을 비교하는 사진을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 올렸다. 한 중국인은 웨이보에 “베이징 스모그가 늦어진 것이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홍콩 펑황왕(鳳凰網) 소속 매체 다펑하오(大風號)는 12일 “중국이 겨울철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완화했다”며 “베이징과 톈진(天津) 등 수도권에서 스모그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자 경제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환경보호 규정을 완화했다”며 “경제성장을 환경 보호보다 우선순위에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도는 이후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됐고 검색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과 주변 지역의 PM2.5 평균 농도를 지난해 대비 3%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8월 나왔던 5% 감축 목표에서 뒷걸음친 것이자 지난해 발표된 전년 대비 PM2.5 농도 감소 목표(15%)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올겨울에는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철강 생산 및 석탄 사용 대폭 제한 정책을 계속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국내 경기의 부양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기상 조건 악화를 최근 갑작스럽게 발생한 스모그의 원인으로 내세웠다. 차이파허(柴發合) 대기오염방지공공연합센터 부주임은 16일 관영 중국 런민(人民)라디오방송 중국의소리(中國之聲)에 “최근 베이징시 등 지역에 바람이 불지 않고 습도가 높아 PM2.5 농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6일 서울 대전 경기 충북 전북 경북 등 7곳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m³당 36∼75μg) 수준을 보였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치를 보인 것은 6월 25일 이후 113일 만이다. 다만 베이징 등 중국 수도권의 미세먼지가 한국에 직접 유입될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이번 주말 북서 기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려면 대기 상층의 바람이 약해야 한다. 국외 요인으로 인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김하경 기자}

한동안 맑고 쾌청했던 가을 하늘에 올가을 처음 전국적으로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찾아왔다. 올해 초미세먼지 예보기준이 강화되면서 ‘나쁨’ 일수는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5일 초미세먼지 농도(PM2.5)가 경기 남부와 충북, 전북 등에서 ‘나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충북과 전북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일평균 각각 4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39μg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은 일평균 36∼75μg이다. 이날 충북은 한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113μg까지 치솟기도 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 북부, 광주, 경북 등도 오후 한때 나쁨 수준을 보였다. 서울 영등포구는 최대 75μg, 광주 광산구 오산동은 최대 65μg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보인 것은 서울은 6월 25일 이후 112일 만이며 충청권은 7월 22일 이후 85일 만이다. 대개 고농도 미세먼지는 11월경인 늦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나타난다. 하지만 올해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보름 정도 일찍 찾아왔다. 장임석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중국이 최근 2, 3일 동안 고기압권 아래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15일 북서기류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 중국을 비롯한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대기가 정체해 농도가 높아졌다. 올해 3월 초미세먼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10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하는 날이 잦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초미세먼지의 나쁨 기준은 m³당 51∼100μg이었다. 미세먼지 농도는 16일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유입된 미세먼지와 대기 정체로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일부 영남지역은 ‘나쁨’ 수준을 보이겠지만 그 밖의 지역은 ‘보통’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과 호남, 경북 등에서도 오전에 ‘나쁨’이 나타날 수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센터장은 “고농도 미세먼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발생하는데,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대기가 정체되거나 바람이 약해지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설악산에서 올가을 첫 얼음이 관측됐다. 쌀쌀한 날씨는 다음 주 내내 이어지겠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11일 오전 3시 강원 인제군 설악산국립공원 중청대피소에서 얼음이 관측됐다. 당시 중청대피소의 최저기온은 영하 3도, 체감기온은 영하 9도였다. 이날 자동관측기기(AWS)로 측정한 설악산의 비공식 최저기온은 영하 4.1도였다. 이날 공식 최저기온은 대관령 영하 1도, 강원 철원 0.5도, 서울 6.1도였다. 12일은 서울 6∼17도, 대관령 영하 4도∼영상 12도, 광주 7∼19도, 부산 9∼19도 등으로 평년보다 4∼7도가량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14일 기온이 반짝 오르겠지만 다음 주 내내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환경부 등은 10일 붉은불개미 5900여 마리가 발견된 국내 유명 스팀청소기 제작업체의 컨테이너에 보관 중인 청소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 관계자 4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경기 안산시 단원구 소재 스팀청소기 제작업체 A사의 컨테이너 내부를 조사했다. 청소기 1900여 대 중 1300여 대를 하역했을 때 붉은불개미를 발견함에 따라 나머지 600여 대의 비닐포장을 일일이 뜯어 붉은불개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600여 대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났다. 일개미 사체 30여 마리와 함께 한 마리가 산 채로 발견됐으나 발견된 지 얼마 안 돼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당국은 이미 하역 작업을 마친 1300여 대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전수조사가 끝나면 한 달여간 물류센터 주변에 개미를 유인하는 장치를 설치한 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 안산 물류창고에서 발견된 5900여 마리의 붉은불개미 중 자체 번식이 가능한 여왕개미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번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였으며 여왕개미가 되기 전 수정이 되지 않은 암개미인 공주개미가 한 마리 발견됐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한국의 100세 이상 노인 대다수는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민연금 유족연금이나 직역연금 등에 가입한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세 이상 노인이 10만 명을 넘어서는 40년 뒤에는 초고령 연금 수급자가 크게 늘어 연금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국방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세 이상 노인 중 연금 수령자는 99명(2.1%)에 불과하다. 연금 수령자 중 60명은 국민연금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이들이 받는 유족연금은 월평균 21만 8000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일정 비율의 기본연금액에 부양가족연금액을 합한 금액을 유족에게 지급한다. 수령 1순위는 배우자, 2순위는 25세 미만 또는 장애등급 2급 이상 자녀, 3순위는 60세 이상 또는 장애등급 2급 이상 부모다. 유족연금 수령자 대부분은 국민연금 가입자인 자녀가 사망한 뒤 유족으로 지정된 경우다. 현재 100세 노인은 1918년생으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세여서 본인이 직접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다. 100세 이상 연금 수령자 중 유족연금 다음으로 많은 게 주택연금 수령자(20명)다. 주택연금이란 만 60세 이상 국민이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제도다. 이들의 월평균 수령액은 129만 원이다. 직역연금을 받는 100세 이상 노인은 18명이다. 이 중 10명은 공무원연금 수령자로 1인 월평균 137만5000원을 받는다. 군인연금을 수령하는 6명은 매달 평균 78만5000원을 유족연금으로 받고 있다. 나머지 2명은 사학연금 수령자로 수령액(월평균 169만9000원)이 가장 많다. 영농 경력이 5년 이상인 만 65세 이상 국민이 자신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생활자금을 매달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농지연금의 최고령 수령자는 97세로 아직 100세가 되지 않았다. 현재 100세 이상 연금 수령자는 매우 미미해 연금 재정에 압박이 크지 않지만 40년 뒤엔 상황이 급변한다. 지난해 기준 50대 후반(55∼59세) 국민연금 가입자는 267만8000명에 이른다. 40년 뒤인 2058년에는 처음으로 100세 이상 노인이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국민연금 수령자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올해 8월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바닥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국내 100세 이상 인구가 10년 만에 3배에 가깝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걸린 질환은 고혈압과 치매였고, 경기도(969명)와 서울(797명)에 가장 많이 살고 있었다. 인구 대비로는 제주가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 16.4명으로 가장 많았다. 9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국내 거주가 확인된 10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4793명이었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선 1764명이었다. 100세 이상은 10년 뒤 1만 명을 돌파한 뒤 2058년 1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학의 발달로 100세 이상 인구가 증가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100세 인간)’ 시대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치매 등 만성질환 탓에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머무른 적 있는 100세 이상 노인이 1928명으로 전체의 40.2%나 됐다. 이들이 요양시설에 머무른 평균 기간은 6년 11개월이다. 100세 이상의 평균 재산은 1712만 원이었지만 한 해 본인 부담 진료비는 1인당 120만 원 수준이었다. 대다수는 존엄을 지키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단칸방 벽은 곰팡이가 피어 새까맣다. 초가을 날씨에도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와 두꺼운 이불을 깔아둔 상태였다. 4일 제주시 자택에서 만난 오모 씨(101·여)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한숨을 자주 쉬었다. 오 씨는 30여 년 전 남편과 두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지내고 있다. 제주4·3사건 당시 굽은 팔과 다리의 상태가 더 나빠져 지금은 스스로 외출도 못한다. 벽을 짚고 일어서려다 넘어져 다친 적이 있지만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냐”며 병원에도 가지 않고 있다. ○ ‘장수 제주’, 100세 이상 건강점수는 꼴찌 제주는 전국 17개 시도 중 ‘장수 지역’으로 꼽힌다. 100세 이상 인구는 경기도(969명)가 가장 많지만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는 제주(16.4명)와 강원(12.4명), 전남(12.3명)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경남(6명)과 광주(6.1명)는 100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낮은 지역이다. 하지만 지역별 장기요양 등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제 건강 지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100세 이상 중에 장기요양 1, 2등급을 받은 비율은 제주(29.3%)와 강원·대구(각 24.8%) 순으로 높았다. 장기요양 등급 6개 등급 중 1, 2등급은 스스로 거동하지 못할 만큼 심신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반면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하위권이었던 경남과 광주는 장기요양 1, 2등급의 비율이 각각 16.1%와 11.1%로 전국 평균(19.8%)을 밑돌았다. 제주와 강원이 장수 지역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뜻이다.○ 치매환자 866명인데 돌보는 후견인 19명뿐 100세 이상 노인의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질환은 치매다. 지난해 100세 이상 4793명 가운데 866명(18%)이 치매로 병의원을 내원했고 675명은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치매 입원 환자는 한 해 평균 165일을 병원에서 보냈다. 입원 빈도 2, 3위인 폐렴(315명)과 넓적다리뼈 골절(121명) 환자의 평균 입원일수가 각각 16일, 50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치매가 가계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가늠할 수 있다. 중증 치매 환자는 스스로 진료를 받거나 재산을 관리하기 어렵다. 증상이 악화하기 전에 의사결정을 대신해줄 후견인을 두는 게 좋다. 하지만 법원이 100세 이상 노인에게 성년후견인을 지정해준 사례는 최근 5년간 19건에 불과했다.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후견인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독일은 후견법원을 따로 두고 후견인 등록 절차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를 보유한 100세 이상은 총 557명이다. 이 중 251명이 치매 환자다. 매년 전체 교통사고는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100세 이상의 경우 치매 등 질환 정보를 대조해 면허증을 자발적으로 반납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검진 5명 중 1명꼴도 안 받아 65세 이상은 2년마다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3∼2017년 건강검진 수검률은 18.6%에 불과하다. 대다수 노인이 만성질환으로 병의원을 자주 찾는데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고 약을 처방받고 있으니 따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년간 수검률은 강원(27.4%)과 전북(26.4%), 충남(25.2%) 등 농촌지역이 서울(12.7%) 인천(12.8%) 대구(13.8%) 등 도시보다 높았다. 도서 벽지에선 버스 등으로 출장 검진을 벌이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장수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려면 정부가 일반적인 ‘노인’이 아닌 초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정책과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며 “조기 질병 치료뿐 아니라 후견인 제도 활성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인류를 의미하는 호모(Homo)와 숫자 100(Hundred)을 합한 신조어로,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 많은 사람이 100세까지 살게 된 현상을 뜻한다. 2009년 유엔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 처음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