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군사적, 경제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미 ABC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해왔다”며 “대통령은 보고된 많은 대안이 있으며, 때가 되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미국인과 동맹국의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있다”며 “핵전쟁에 참여하길 원치 않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적 옵션을 열어넣고 강력한 경제 제재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차단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군사(옵션)이 한 종류, 경제(제재)는 다른 종류”라며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주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을 제재하고, 북한을 들른 선박 항공기가 180일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발표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외국 금융기관은 미국과 북한 중 누구와 거래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둘 다는 안 된다.”(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새로운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대외 무역과 해외금융 거래를 통한 물자와 돈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북 경제 봉쇄 작전’을 재무부에 지시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재무부는 북한과 상품, 서비스, 기술 분야의 중요한 거래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규정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가 아니라 건설과 에너지, 정보기술(IT)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정상 무역 거래를 한 외국의 기업과 개인에 대해 미국이 제재의 회초리를 든다는 점에서 이란을 핵합의 협상장으로 끌어낸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미국 금융시스템의 벽을 높여 정상적 달러 거래로 위장한 북한의 외화벌이를 막고, 선박과 항공기 출입을 차단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부품 등을 비롯해 물자를 조달하는 ‘화물 세탁’ 루트를 차단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핵심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미 재무부는 북한 교역에 관여한 외국 금융기관의 미국 내 금융계좌를 동결할 수 있다. 정상 거래를 가장한 북한의 돈세탁 네트워크를 차단해 북한의 자금줄을 조일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금융 분야에 대해 과거 이란에 대해 적용한 것보다 더 광범위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규정했다”며 “중국 유럽 등의 은행이 북한과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미국 내 사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대외 교역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중국 은행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2016년 11월 북한 은행이 미국에 계좌를 트지 못하게 막아 자금줄 차단에 나섰지만, 북한은 중국 싱가포르 등에 위장회사를 세우고 미국 은행을 통해 돈세탁을 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갔다. 미 재무부는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비슷한 제재를 가해 북한의 비밀자금 2500만 달러를 묶는 데 성공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무기와 금수품 밀거래 등을 위한 ‘화물 세탁’은 물론 정상적인 물자 수출과 수입 루트도 차단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됐다. 6개월 내에 북한을 들른 선박이나 항공기는 물론 이들 선박의 화물을 옮겨 실은 배도 미국에 들어올 수 없게 막았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또 북한 수출입에 관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교통 건설 에너지 금융서비스 어업 정보기술(IT) 제조 의료 광물 탄광업이나 북한 내에 공항이나 항구를 소유, 운영하는 사람까지 제재할 수 있다. 사실상 모든 북한과의 비즈니스를 막는 것이다. 에너지업도 포함돼 북한의 유류 조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올 6월까지 유엔 제재 결의에서 금지하고 있는 석탄, 철 등을 수출해 2억7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제3국을 경유해 석탄 등을 수출하는 ‘화물 세탁’ 수법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중동과 아프리카가 무기 거래나 외화벌이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과 거래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있다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은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치킨 게임’처럼 조성하고 있는 한반도 긴장 국면이 그야말로 건드리면 터질 듯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쪽의 우발적 행동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은 2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트럼프가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북한 매체들이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면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한 공개 반발이다. 김일성 이후 북한 김씨 일가 최고지도자가 자신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도발 의사를 밝힌 것은 김정은이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밝힌 초강경 대응 조치는) 아마 태평양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강력 제재, 즉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2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교역하는 금융기관은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시키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조업 에너지 정보기술(IT) 분야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류에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할 것”이라며 “범죄를 저지르는 깡패 정권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기관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위터에선 “김정은은 자기 인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죽이는 일을 개의치 않는 미치광이(mad man)가 분명하다. 그는 전례 없는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북-미가 말 폭탄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위협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간에 전쟁불가론을 설파하면서도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한 대북 제재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독자 제재 조치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을 지지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1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오전 10시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시간이 임박하자 총회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자 대사는 N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했다”고 밝혔다. 북한대사가 빠져나간 자리 뒤에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말단급 직원 1명이 남아 고개를 숙이고 메모를 하거나 굳은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단 앞에 설치된 프롬프터의 원고를 보며 특유의 손가락 제스처와 표정을 바꿔가며 41분간 첫 연설을 이어갔다.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거친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간 지친 듯 마른 침을 삼키며 숨을 고르기도 했다. 연설 도중 6번의 박수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야 김정은을 지칭한 ‘로켓맨’ 표현을 연설문에 넣었다고 CNN은 전했다. 이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엔 연설을 경청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피곤한 듯 머리를 감싸 쥐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태열 유엔 주재 대사 등 6명의 대표단이 자리를 지켰다. 유엔본부 주변은 일찍부터 교통 체증이 시작됐다. 각국 정상이 탄 차량이 경찰차와 앰뷸런스를 앞뒤에 세우고 도로를 질주하면 일반 차량은 물론이고 보행자들의 통행까지 차단됐다. 거리 곳곳도 통제됐다. 중국의 파룬궁 탄압을 비판하는 노란 티셔츠 차림의 시위대가 몰려들자 취재기자 전용 출구인 47번가 유엔본부 출입구 길목이 갑자기 차단되기도 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데뷔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이자 ‘악(惡·wicked few)’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켜 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혀 필요할 경우 무력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유엔을 중심으로 외교 경제적 압박과 제재의 강도를 높여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한 점에서 기존 ‘최고의 압박과 개입’ 대북 정책을 재차 강조했다는 평가다. ‘완전한 파괴’ 발언에 대해 고든 창 미국 동북아 전문가는 2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국어판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것은 미국이 수십 년간 지켜 온 군사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을 공격할 경우를 가정한 최후의 수단을 언급한 것이란 설명이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슷한 맥락에서 ‘북한 마지막 날’을 언급했고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북한 파괴’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등 군사력 강화와 한반도 전략자산 배치 등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후원국을 끌어들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2375호를 이행하고 대북 원유 공급 축소나 중단 등 새로운 제재를 이끌어 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연설에서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도 돼 있고, 의지도 능력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길 희망한다. 그게 유엔이 하는 일이며, 존재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유엔 제재에 찬성한 중국과 러시아에 감사한다”고 했다가 “일부 국가가 북한 정권과 교역을 할 뿐 아니라 물품 공급, 무기, 금융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해 두 나라가 협조하지 않으면 은행과 기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병행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회원국에 “우리는 더 많은 걸 해야 한다”며 “김씨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모든 국가가 힘을 모아 고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세계 각국의 대북 외교 고립 공동 작전을 확대할 방침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 정상 외교를 이어가며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1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난 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은 안보리를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한편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근원적 포괄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오찬 정상회동을 한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문병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말 그대로 북한을 ‘극도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했다. 이제까지 내놓은 대북 발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6차 핵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전략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최후통첩으로 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언 곳곳에서 북핵 폭주 저지를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등 참여해 준 모든 나라에 감사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모든 나라가 북한이 호전적인 행동을 멈출 때까지 북한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를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라고 재정의했다. “모든 책임감 있는 국가의 지도자는 자신의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며 자국을 앞세우는 행위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어 “동맹국들과 세계에 영원히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면서도 “더 이상 이용당할 수는 없다. 나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말해 북핵 위기 타개를 위한 국제공조를 요청하면서도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타국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주권(sovereignty)’이라는 개념을 수차례 강조하며 다양한 국가들이 각자의 주권을 지키며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가치와 문화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화합(harmony)’을 이루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국가 간 충돌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미국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빛나 다른 나라들에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우리는 우리 방식의 삶을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해 극도의 개입주의 정책은 지양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견지해 온 ‘미국 우선주의’ 안보관에 의미 있는 변화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의 유엔 분담금 축소를 공언하는 등 다자외교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 온 그가 북한과 이란 저지를 위해 미국 일방주의와 함께 국제사회 공조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일종의 ‘투 트랙’ 행보를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더 세련된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설명하고 나선 것은 핵·미사일 완성과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북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들과의 외교적 압력과 제재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군사적 옵션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북한이 핵심 의제로 등장한 것도 오랜만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데뷔 연설이 ‘전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단에서 돌발적인 정치 발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를 위해 이번 연설에선 텔레프롬프터(연설 원고를 모니터로 보여주는 장치)를 적극 활용하며 또박또박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나갔다. 하지만 특유의 손짓 등 강렬한 제스처를 구사해 전 세계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북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듣다 연설 도중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박정훈 / 뉴욕=박용 특파원}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감염병 확산을 막자는 KT의 제안에 유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브로드밴드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작업반(Working Group)’이 출범했다. 브로드밴드위원회는 2010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유네스코(UNESCO)가 함께 주도해 설립된 유엔 산하의 비(非)상설 국제기구다. 이번 총회에는 황 회장을 비롯해 인텔, 시스코, 노키아, 에릭손,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국제기구 대표, 학계 인사 등 브로드밴드위원회 위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KT는 황창규 KT 회장(64)이 지난해부터 각국 정부와 통신사에 제안했던 ‘휴대전화 로밍 데이터를 이용한 검역시스템’의 아이디어가 국제기구 차원의 의제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작업반에는 KT와 인텔 등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재단, 케냐,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의 관련 기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총 10개 기관이 참여하기로 했다. 작업반은 첫 과제로 전 세계 다양한 감염병 확산방지 사례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올 4월 KT가 한국 정부와 시작한 ‘스마트 검역정보 시스템’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한다. KT가 케냐 보건당국·통신사와 추진하는 ‘로밍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방지 모델’도 연구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활동 기간은 1년으로 내년 브로드밴드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운영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KT는 2014년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을 계기로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질병재해 차단 시스템 구축을 이끌어왔다. 가축 운반 트럭의 위치정보를 토대로 전염병 전파 경로를 예측할 때 로밍데이터를 활용하면 해외 발병 전염병의 국내 전파 경로까지 추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각국이 이런 빅데이터 검역 시스템 구축에 공조한다면 국가 간 감염병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글로벌 공동 보건 대응책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에볼라와 메르스, 지카 등 글로벌 감염병으로 전 세계에서 사회적 손실이 연간 600억 달러(약 67조8000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감염병 발생 지역을 방문한 여행자의 로밍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관리에 활용하는 스마트검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감염병 우려국을 방문하거나 경유한 통신사 고객들은 귀국 후 감염병 예방 및 신고요령을 문자메시지(SMS)로 전달받는다. 황 회장은 1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속가능한 투자’를 주제로 열린 ‘유엔 민간부문포럼 2017’에 참석해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민간기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행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황 회장은 “글로벌 전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는 한국의 국격을 한 단계 올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신동진기자 shine@donga.com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코넬텍은 뉴욕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뉴욕이 실리콘밸리부터 서울까지 전 세계의 기술 센터들과 경쟁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13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루스벨트아일랜드에서 열린 코넬텍(Cornell Tech·코넬대 공대) 새 캠퍼스 준공식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와 혁신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1년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뉴욕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130억 원)를 내걸고 혁신적인 공대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코넬텍은 그 결실이다. 1만4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에는 이날 빌 더블라지오 현 시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뉴욕의 거물 정치인이 총출동했다. 2013년 선거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을 맹렬히 공격했던 더블라지오 시장도 이날은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850만 뉴요커를 대신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우리의 경쟁력엔 공백이 있었다. 우리는 기술 경쟁에서 지고 있었다. 다른 쪽이 우세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실제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감이 고조됐다. 핵심 산업인 금융 패션 미디어 법률 회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서부의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한 기술기업과 혁신적인 서비스에 밀린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반성의 결과로 세워진 캠퍼스 중앙엔 이 학교에 1억 달러를 기부한 블룸버그 전 시장의 두 딸의 이름을 딴 ‘에마 앤드 조지나 블룸버그센터’가 들어서 있다. 연구실과 강의실로 이용되는 이 건물에는 독립된 교수 연구실이 없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벽을 허문 것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수 연구실이 없는 캠퍼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실이 한곳에 입주한 공간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브리지’로 불리는 건물엔 연구실 외에 미국 금융회사인 씨티그룹, 투자회사인 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 이탈리아 제과회사인 페레로 등이 입주했다. 코넬텍 입주 1호 기업인 투 시그마의 앨프리드 스펙터 기술이사는 “직원들이 대학의 아이디어들과 연결돼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퍼스 옆엔 세계 최고층 패시브 하우스(친환경 건물)인 26층짜리 기숙사가 들어섰다. 내년에는 각종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할 수 있는 고급 호텔도 문을 연다. 300명의 학생과 30여 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학사과정은 기술 혁신과 창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컴퓨터공학 경영학 법학 전공자들도 제품 개발과 창업을 경험하는 ‘스튜디오’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언어교정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피치업을 공동 창업한 일라이자 브루스(26·코넬대,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는 “대도시인 뉴욕은 고객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사와 기업가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코넬텍에 부지를 제공하고 캠퍼스 준공식에 맞춰 통근용 페리 선착장까지 만들었다. 작은 섬이 전철, 버스, 자동차, 트램(케이블카) 외에 배까지 다니는 교통 요지가 된 것이다. 코넬텍엔 지금까지 6억8300만 달러가 투자됐다. 뉴욕시와 코넬대는 2043년까지 투자를 계속해 학생 수를 2000명으로 늘리고, 8000개 일자리와 23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1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루즈벨트아일랜드. 1만4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에 뉴욕의 거물 정치인이 총출동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빌 드 블라지오 현 뉴욕시장,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건 이날 열린 코넬텍(Cornell Tech·코넬대 공대)의 새 캠퍼스 준공식이었다. “코넬텍은 뉴욕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뉴욕이 실리콘밸리부터 서울까지 전 세계의 기술 센터들과 경쟁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이날 코넬텍 준공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와 혁신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서울까지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그는 2011년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뉴욕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130억 원)를 내걸고 혁신적인 공대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코넬텍은 그 결실이다. ● “이대론 미래 없다” 뉴욕의 반성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감이 고조됐다. 뉴욕의 핵심 산업인 금융 패션 미디어 법률 회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서부의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한 기술기업과 혁신적인 서비스에 밀려 쇠퇴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뉴욕엔 없는 혁신적인 공대가 필요하다는 처방도 나왔다. “우리의 경쟁력엔 공백이 있었다. 우리는 기술 경쟁에서 지고 있었다. 다른 쪽이 우세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뉴욕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블룸버그 시장의 진단과 처방이 옳았다고 인정했다. 2013년 선거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을 맹렬히 공격했던 드 블라지오 시장도 이날은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850만 뉴요커를 대신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 교수연구실도, 칸막이도 없앤 캠퍼스 캠퍼스 중앙엔 이 학교에 1억 달러를 기부한 블룸버그 전 시장의 두 딸의 이름을 딴 ‘엠마앤조지나 블룸버그센터’가 들어서 있다. 연구실과 강의실로 이용되는 이 건물 내엔 독립된 교수 연구실이 없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벽을 허문 것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수 연구실이 없는 캠퍼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실이 한곳에 입주한 공간을 마련한 것도 코넬텍 캠퍼스의 특징이다. ‘브리지’로 불리는 건물엔 연구실 외에 미국 금융회사인 시티그룹, 투자회사인 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 이탈리아 제과회사인 페레로 등이 입주했다. 코넬테크 입주 1호 기업인 투 시그마의 앨프레드 스펙터 기술이사는 “직원들이 대학의 아이디어들과 연결돼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 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퍼스 옆엔 세계 최고층 패시브 하우스(친환경 건물)인 26층의 기숙사 건물이 들어섰다. 내년에는 각종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수 있는 고급 호텔도 이곳에 들어선다. ● 30여년 투자로 ‘2조 일자리 엔진’ 가동 300명의 학생과 30여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코넬텍의 학사과정은 기술 혁신과 창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컴퓨터공학 경영학 법학 전공자들도 제품 개발과 창업을 경험하는 ‘스튜디오’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개교 이후 5년간 코넬텍 졸업생이 만든 회사는 38곳이다. 이 회사 중 95%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언어교정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피츠업을 공동 창업한 일리자 브루스(26·코넬대,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생)는 “대도시인 뉴욕은 고객은 물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사와 기업가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코넬텍에 부지를 제공하고 캠퍼스 준공식에 맞춰 통근용 페리 선착장까지 만들었다. 작은 섬이 전철, 버스, 자동차, 트램(케이블카) 외에 배까지 다니는 교통요지가 된 것이다. 코넬텍엔 지금까지 6억8300만 달러가 투자됐다. 뉴욕시와 코넬대는 2043년까지 투자를 계속해 학생 수를 2000명으로 늘리고, 8000개 일자리와 23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사흘 만에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자 미국과 국제사회는 ‘모든 옵션’을 거론하며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원유 공급 차단’이라는 최후의 제재 카드를 다시금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한 뒤 즉각 성명을 발표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천장이 아니라 바닥”이라며 추가 대북 제재를 경고했다. 15일 오후(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한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 또는 감량(현재는 연간 400만 배럴·60만 t)을 목표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도 그들 자신만의 직접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이런 무모한 미사일 발사를 참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국의 원유 차단은 과거에도 사용된 적이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며 중국만 발휘할 수 있는 이 강력한 수단을 포기하거나 거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2013년 72시간 대북 원유공급을 차단했던 사례를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을 일축하고 당시 원유 공급 중단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것처럼 중국이 독자적으로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영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공급 전면 중단 조치가 나오기 매우 어렵다”며 “중국이 대국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대중 압박에 가세했다. 로스 장관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미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이지만 북한 문제와 우리가 더 나은 무역정책을 갖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논리적인 충돌이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강력한 대중 압박을 그만두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9일 시작되는 제72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은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대북 제재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보리가 역대 최고 강도의 대북 제재를 내놓은 직후인 데다 유엔총회 일정을 고려하면 곧바로 추가 제재 논의를 시작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에서는 대북 군사적 옵션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인 13일 “미군은 북한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했으며, 옵션을 갖고 있다”며 “나는 제시된 계획과 옵션에 매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캘리포니아를 공격할 능력을 갖춘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같이 살고 싶지 않다”며 “우리 군은 우리가 지시하는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핵부대의 최고사령관인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도 14일 “북한 6차 핵실험은 수소폭탄 실험인 것으로 보이며 그들이 2년 이내에 미 본토를 타격할 핵무기를 확보한다 해도 놀랄 일은 결코 아닐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14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EU 의회는 이날 “더 이상 북한 국민이 우리 영토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개별 국가에 맡겨 놓았던 북한 노동자 신규 고용을 EU 차원에서 처음으로 금지한 것이다. EU는 이미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를 모두 추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주성하 기자}

15일 북한 김정은이 또다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 너머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고강도 도발을 감행했다. 수소폭탄급 6차 핵실험(3일)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3일 만이자 지난달 29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후 17일 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열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7분경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770km 고도까지 치솟은 뒤 일본 상공을 지나 3700여 km를 날아가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지난달 29일 도발 때처럼 정상 각도(35∼45도)로 쐈지만 사거리는 1000km가량 더 늘어났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최장 비행거리다. 군은 괌 앤더슨 기지를 겨냥한 대미(對美) 무력시위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화성-12형이 유력하지만 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쐈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군은 도발 6분 만에 현무-2A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쏴 응징 의지를 과시했다. 1발은 목표물에 명중했지만 1발은 발사 수초 후 추락했다. 전날(14일) 통일부의 대북 인도 지원 방침 발표 이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겐 북한이 우리와 동맹국을 향해 도발해 올 경우 조기에 분쇄하고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단호하고 실효적인 대응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은 북한이 쓰는 대부분의 원유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강제 동원된 북한 노동자의 최대 고용주”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스스로 직접적 조치를 취해 무모한 도발을 참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한미일 3국의 요청으로 15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초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3국을 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한국 방문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0, 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하는 길에 한중일 3국을 들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18∼22일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에 대해 처음으로 “또 하나의 매우 작은 스텝(걸음)에 불과하다. 렉스(틸러슨 국무장관)와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해) 의논했는데, 큰 건(big deal)은 아니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예고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며 중국의 철저한 이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 의회는 중국 은행 12곳의 명단을 행정부에 통보하며 강력한 독자 제재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안보리 결의에 대해 “궁극적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앞으로 더 밀어붙여야 한다. 대통령은 (이번 제재가) 그 과정의 한 부분이며 작은 스텝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중국 은행 퇴출을 포함한 조치를 검토 중인가’라는 질문에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으며 이는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모든 국가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더 크고 적극적인 역할을 맡길 희망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중국 기업과 은행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가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마셜 빌링즐리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도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무역과 금융 거래를 줄이는 강력한 조치로 경제적 고통을 북한에 주지 않으면 (미국의) 단독 제재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은행들이) 더 제재를 회피하면 긴급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한파이자 대북 강경론자인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국 금융기관 중 1위인 공상은행을 비롯해 농업은행, 건설은행, 초상은행, 단둥은행, 다롄은행, 교통은행, 진저우은행, 민생은행, 광둥발전은행, 하시아은행, 상하이푸둥은행 등 12곳의 제재 명단을 전달했다. 2005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은 미국의 파상 공세에 대비해 먼저 매를 드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적 세탁 방식을 통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물자 공급까지 차단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빌링즐리 차관보는 청문회에서 위성사진과 지도를 직접 보여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한 북한 선박들의 석탄 밀수출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파나마 등 선적의 북한 선박이 중국 항구를 출발한 뒤 선박 추적 장치를 끄고 북한에서 석탄을 실은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석탄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홍콩특별행정구정부 상무경제발전국은 홍콩에 등록된 선박 기업들이 북한의 불법행위에 연관됐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FT는 “수백 대의 선박이 홍콩에 기반을 둔 회사에 관리되고 대부분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일부는 북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가운데 제72차 유엔 총회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막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개막식에 참석해 “세계는 핵무기 확산부터 글로벌 테러, 지구온난화부터 불평등까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내년 9월17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기는 ‘사람을 근본으로 : 지속가능한 지구 상 모든 사람들의 평화와 품위 있는 삶의 추구’는 주제로 국제 평화, 인권, 안전 등 9개 분야 172개 의제에 대한 토의가 진행된다. 특히 북한 핵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핵무기 확산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총회 새 의장으로 취임한 미로슬라프 라이차크 슬로베니아 외무장관은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 폐기를 향한 첫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며 20일 열리는 핵무기금지조약 서명식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일반토의 기간엔 각국 정상의 연설과 회담 등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규탄과 대응 방안도 면밀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일반토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국가 원수 90명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정부 수반 37명,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196명의 수석대표가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기조연설에서 북한 문제 등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도 22일 기조연설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총회 기간에 만나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9월 미국 뉴욕 도심은 촬영장으로 바뀐다.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톡톡 튀는 모델들과 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기자 및 블로거들의 취재 경쟁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띈다. 8일(현지 시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주최로 한국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콘셉트 코리아’ 패션쇼가 열린 맨해튼 서쪽 스카이라이트 클라크슨스퀘어 주변 거리가 특히 그랬다. 쿵쾅거리는 빠른 비트의 리듬과 함께 콘셉트 코리아 패션쇼가 시작되자 은발의 노모델이 손주뻘의 젊은 모델들을 이끌고 런웨이로 걸어 나왔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캣워크를 딛는 그의 걸음은 젊은 모델처럼 힘이 있진 않았으나, 기품 있고 당당했다.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 창업주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이자 현역 최고령 모델 메이 머스크(69)였다. 뉴욕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와 함께 세계 4대 패션 거점도시로 꼽힌다. 상업적 성격이 강해 한 브랜드의 쇼케이스가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허사가 되니, 모델도 아무나 쓰지 않는다. 머스크는 그런 깐깐한 시장에서 50년 넘게 버텼다. 일에 대한 열정과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패션업계의 평가다. 그는 최근 젊은 모델도 눈에 들기 어려운 세계 최고의 모델 에이전시인 IMG와 계약까지 했다. 쇼가 끝나고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머스크는 소녀처럼 상기돼 있었다. 이날 소개한 한국 패션 브랜드 그리디어스(GREEDILOUS)의 박윤희, 라이(LIE)의 이청청 디자이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할 수 있어 특별했다”며 즐거워했다. 또 “젊은 디자이너들이 불러준다면 계속 무대에 서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장남 일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곧바로 “노(No) 일론”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워킹맘이자 싱글맘으로 갖은 고생을 하며 세계적 기업인을 키워냈는데, 할 말이 왜 없을까. 아들의 명성이 도움이 될 텐데도 그는 “패션에 대해 물어 달라. 더구나 지금은 뉴욕 패션위크 아닌가”라며 입을 다물었다. 백발의 노모델은 패션쇼는 물론 인생의 런웨이에서도 끝까지 주인공이었다. ‘누구 엄마’보다 ‘모델 메이’로 봐 달라는 주문처럼 들렸다. 억만장자 아들을 두고도 런웨이를 누비는 은발 모델 얘기나 ‘아들보다 날 봐 달라’는 엄마의 주문. ‘엄마 친구 아들’ 얘기가 신화처럼 돌고 ‘공부 잘하는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장모의 아들, 신용불량자 아들은 내 아들’이라고 한탄하는 드라마 대사까지 등장하는 한국의 현실과는 꽤 거리가 있다. 한국에는 자식의 성공에 다걸기를 하고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이 많다. 자식들도 부모에게 물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지난해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올려 촛불 민심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자식만은 번듯하게 잘 키워야 한다는 ‘가시고기 엄마들’의 헌신 덕분에 한국이 이만큼 먹고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친 엄마의 노년은 초라해지기 쉽다. 자식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집 얻어주느라 현금성 자산은 남아나지 않는다. 미국 중장년층의 금융자산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건 부동산 수익률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의 ‘누구 엄마들’에게도 한때 자신만의 행복한 런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런웨이를 돌려준다면 노년에도 은발의 메이 머스크처럼 당당해지지 않을까.박용 뉴욕특파원 parky@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관련 결의안 최초로 회원국들의 대북 석유 수출을 제한하는 조항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출은 현재 수준으로 동결됐으며 휘발유와 중유 등 정제유는 연간 200만 배럴로 수출이 제한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11일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모든 석유 정제품의 공급과 수출을 연간 합계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공급은 현 수준에서 동결하며, 액화천연가스(LNG)와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출은 전면 차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당초 미국이 제안한 초안에는 전면적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이 들어가 있었지만 주말 동안 중국 러시아와 물밑 협상 끝에 동결로 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이 압록강 밑 송유관으로 공급하는 50만 t 등 대북 원유 지원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되지만 북한 정제유 수입량은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된다. 원유까지 포함했을 때 북한의 전체 유류 수입의 약 30%가 이번 제재로 줄어들게 되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원유 수입량도 제한될 가능성이 열렸다. 또 최종 제재안은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 금지 조항을 애초 미국이 제시한 초안 그대로 합의했다. 섬유는 석탄 등에 이어 북한의 주력 수출상품 가운데 하나로 연간 수출액이 약 7억5200만 달러(약 85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밖에 북한의 해외 노동자에 한해 신규 비자는 허용해주지 않고 기존 비자는 연장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섬유 및 해외 노동자 제재로 10억 달러의 외화벌이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종안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여행 금지 및 자산 몰수 등의 조치가 빠졌으며 공해상의 북한 선박 강제검색 조항도 강도가 완화됐다. 유엔 안보리는 11일(현지 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공식 표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안에 원유 금수 조치가 없고 김정은 자산 동결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안보리의 반응과 조치는 반드시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안정 보호, 평화적 방식을 통해 정치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신진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은 석유를 넣어 역대 최강 제재의 명분을 얻었고, 중국은 원유 공급 금지를 막아 체면을 차렸다.’ 11일(현지 시간) 미국이 제시한 유엔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최종안에 대해 유엔 외교가에선 ‘패자를 만들지 않는 협상’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미중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막판 정치적 타협안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4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해 “최고 강도의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며 원유 공급 차단을 밀어붙였다. 회의 막판엔 추가 발언을 요구해 ‘11일 표결’까지 못박았다. 헤일리 대사가 일주일 시한을 전격 제시한 건 미국 측 실무진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원유 공급 차단과 김정은 제재라는 초강경 제재가 담긴 결의안 초안을 공개하고 8일 저녁엔 미중 간의 합의인 ‘블루 텍스트’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리 표결을 요청하는 강수를 뒀다.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동시에 회원국이 표결을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은 이와 함께 중국 은행과 기업을 상대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로, 국방부는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 검토 카드로 중국과 러시아를 밀어붙였다. 유엔 무대에서 두각을 보인 정치인 출신 헤일리 대사는 네오콘의 기대주로 떠오르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번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원유 공급 차단까진 이르진 못했지만, 석유류를 처음으로 유엔 제재에 올려놓아 단계적 원유 공급 차단의 길을 텄다.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가 통과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국제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대북 제재를 외면했다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중국은 미국이 초안에서 요구한 원유 전면 차단과 김정은 제재라는 초강경 조치를 배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나름대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진일보한 반응과 필요한 조치를 하는 데 찬성한다”며 “우리는 안보리 회원국이 충분히 협상한 기초 위에서 공동인식을 달성하고 대외적으로 단결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9절을 계기로 추가 도발에 나설 징후가 포착되면서 8일 한반도 주변국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 옵션을 사용하게 되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했다.○ 9·9절 추가 도발의 고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통일부 등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시험장 등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잇달아 대책회의를 열고 추가 도발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3일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9일엔 5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등 9·9절을 전후해 도발을 집중해 왔다. 정부는 북한이 올해도 9·9절(정권수립일)과 10·10절(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의 도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북이) 서두르고 있다”며 “특히 김정은이 속도를 강조하고 다그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 완성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증명하기 위해 고각(高角) 발사 대신 정상각도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6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기술 완성을 주장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ICBM 추가 발사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미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사거리를 증명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ICBM급 화성-14형 실전배치를 위해 양강도의 구형 지하 미사일발사대 보수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다만 11일 원유 공급 중단 등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정은이 도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이 부분 원유 중단에 합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력과 명분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트럼프 “군사옵션 사용하면 북한에 슬픈 날 될 것” 강경 대치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과 미국은 이날도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사바 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정상회담 직후 북핵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군사적 길을 가고 싶진 않지만 그건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군사 옵션을 사용하게 된다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 군사력이 지금보다 더 강한 적은 없었다. 나는 과거 정부와 달리 협상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는다”며 현 단계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25년간 역대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 대화, 또 대화했지만, 북한은 합의 다음 날 곧바로 핵 개발을 계속했다”고 말한 뒤 “(북핵 문제)를 해결할 다른 뭔가가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위협 직후 미국 본토 및 미국령을 향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미 인터넷 매체 뉴스맥스가 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백악관 국가안보팀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이같이 지시했다. 북한의 위협이 대통령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 취임식에 참석한 뒤 연합뉴스와 만나 “국방부는 매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며 “한국이 그런 상황(북한의 도발)을 혼자 직면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동맹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반면 북한의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도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강점과 식민지 지배가 계속되는 한 우리 민족은 언제 가도 불행과 재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정부가 북한의 자금 세탁을 도운 중국 업체를 추가로 적발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했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ZTE)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 연방정부 수사관들이 북한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 중국 기업들을 찾아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정부는 ZTE의 운영 방식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기업으로부터 자료들을 넘겨받았고, 이를 토대로 추적한 끝에 북한과 연계된 중국 업체들을 적발해낼 수 있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올 6월까지 유엔 제재 결의에서 금지하고 있는 석탄, 철, 아연 등을 수출해 2억7000만 달러(약 3040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중국 당국이 석탄 수출을 막자 최근 동남아로 수출국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확대되면서 북한이 이를 피해 가는 것도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북한 정보기관이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을 무대로 운영 중인 다국적 외화벌이 조직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피해 중동과 아프리카를 무기 거래나 외화벌이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시리아의 스커드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패널은 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 등과 관련해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시리아의 핵과 생화학무기 담당 정부기관인 과학연구리서치센터와 연계됐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김수연 기자}
“더 많은 제재가 북한의 태도를 반드시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들이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돈줄을 끊을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5일(현지 시간) 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기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의 목표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쓰이는 돈줄을 차단하는 데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돈줄 차단을 위한 구체적인 추가 수단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4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11일 표결에 부칠 것을 제안하면서 중국 등 북한 원유 공급처를 차단하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원유 공급을 차단할 경우 북한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여 표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