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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에게 전달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외교장관이 양국의 최대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 이들은 특히 기존 재단을 활용하되 한일 기업들을 배상 주체로 참여시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안을 비중 있게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본 정부나 기업의 사과 문제 등을 놓고 양국 간 입장차가 여전해 돌파구 마련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민관협의회를 통해 도출된 강제징용 배상 해법 등을 하야시 외상에게 전달했다. 기존 재단을 활용한 ‘대위변제’(채무자 대신 제3자가 우선 배상한 뒤 채권자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아 이후 구상권을 행사)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통화에서 “재단과 민간 기업 등을 주체로 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2014년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일본 측은 회담 후 보도 자료에서 “하야시 외상은 일본 측의 일관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는 뜻이다. 유엔 총회를 앞두고 지난주 대통령실이 “흔쾌히 합의가 됐다”고 밝혔던 한일 정상회담도 난기류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일정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답했고, 우리 외교부도 이날 “현재 양국 간에 조율 중”이라고 했다. 뉴욕 현지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약식 회담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민간 통한 징용배상’ 장관급서 日에 첫 제시… 한일정상 논의 주목 한일 외교장관 뉴욕서 심층 논의한일 기업 기금 마련해 배상 진행… 박진, 민간 활용 구체적 해법 전달강제징용 문제 해결 日도 공감대… 日기업들 사과-배상할지 미지수지지율 추락 기시다 운신폭 좁아… 보수층 눈치보며 여전히 소극적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장관급’에서 처음 일본 측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들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마련한 민관협의회 개최를 앞세워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수준으로 언급했지만 이번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일본도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제징용 관련 사과 문제 등을 두곤 일본이 여전히 나서지 않는 데다 지지율 30%를 밑도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입장에서 자국 보수층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강제징용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제징용 배상 해법, ‘장관급’ 첫 의견 전달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2일 광주를 방문해 만난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7월부터 네 차례 열린 민관협의회에서 수렴된 의견들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에게 전달했다. 회담에 배석한 정부 당국자는 “하야시 외상이 진지하게 경청했고,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해법 논의의 핵심은 일본 기업이 사과에 나설지와 배상 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조성에 참여할지다. 피해자들은 민관협의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줄곧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한 피고 기업들의 진심 어린 사과, 나아가 배상과 관련한 직접 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민간 재단을 활용한 재원 조성을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검토하는 기류다. 2014년 이미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정상화해 배상 주체로 내세우고, 책임 있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기금을 마련해 배상을 진행하자는 것. 앞서 민관협의회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도 정부 예산을 투입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에 박 장관은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기존 재단을 활용하되 한일 민간 기업들을 배상 주체로 참여시켜 배상하는 안을 ‘비중 있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기업이 참여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는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설령 일본 기업이 참여하더라도 어떤 명목으로 재원을 출연할지도 민감한 문제다. 배상금이 아닌 단순 기부 형태가 되면 피해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과나 유감 표명 등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일본의 태도도 걸림돌이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1)는 2일 박 장관을 만나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日 여전히 소극적… 좁아진 기시다 입지도 영향 일본 정부는 일단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공식적으론 일본 외무성은 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하야시 외상은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가 ‘진지한 태도’ ‘경청’이라는 표현으로 일본의 기류 변화를 시사한 것과 다소 온도 차를 보인 것. 일본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소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기시다 총리의 국내 정치적 입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일본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1개월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해 ‘위험 수위’인 30%를 밑돌고 있다. 일본 외교에 정통한 소식통은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사자인 기시다 총리로선 대(對)한국 외교로 또 한 번 타격을 입으면 완전히 끝이라는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총회 기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한일 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다만 외교가에선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더라도 일본은 ‘공식 정상회담’이 아닌 ‘잠깐 서서 이야기를 나눈 것’ 등으로 평가 절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뉴욕=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15일 오후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리 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카운터파트인 김진표 국회의장과는 회담과 만찬을 갖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효시키는 등 잇따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한미 관계가 긴장 속에 놓인 가운데 중국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한 리 위원장은 이날 장관급 4명과 차관급 3명이 포함된 65명의 매머드급 수행단을 이끌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의 영접을 받으며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중국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2015년 장더장(張德江) 전 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리 위원장) 방한의 주요 목적은 우리나라 국회 대표와 중국 의회 대표가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한 시점이나 수행단 규모 및 면면 등을 보면 이번 방한이 단순 ‘우호 교류’에 그친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미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각종 법제들을 마련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그 유탄을 맞는 만큼 중국으로선 이번 방한을 호재로 삼을 공산이 크다. 리 위원장이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경계하며 한미 균열을 노리거나 한국에 미중 간 선택을 종용하는 발언들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9일 미 행정부 내 서열 2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도 예정돼 있어 리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대미(對美)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도 높다. 16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하는 리 위원장의 일정도 눈길을 끈다. 두 달 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과 같은 독재 국가가 불공정한 질서를 통해 각국 안보 위협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경고장을 날린 장소여서 리 위원장이 맞불을 놓을지도 관심거리다. 리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논의를 할지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략적 소통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리 위원장이 회담 의사 등이 담긴 친서를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박물관은 이날 한중일 고대 유물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빼 논란이 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측이 문제가 됐던 한국사 연표를 우선 철거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외교 경로를 통해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리 위원장의 방한과 맞물려 한중 갈등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16일(현지 시간) 미국 국무부에서 열리는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사진)이 “미국의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고 그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미 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차관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회의가 5월 한미 정상 간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라며 이렇게 말했다. EDSCG는 확장억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차관 간 ‘2+2 협의체’로 2018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열린다. 확장억제는 동맹이 적대국의 핵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국이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 등으로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신 차관은 “큰 틀에서 북한의 위협을 한미가 어떻게 공유하고 대응책을 마련할지, 확장억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국민을 안심시킬지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도 14일 회의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발표하고 7차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한층 강화된 대응 방안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 차관은 방미 기간 중 미 미사일방어청과 사이버사령부를 방문하고,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략자산을 직접 볼 것이라고 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는 B-1B, B-52 등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들이 대거 배치돼 있다. 이런 가운데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한미는 북한의 선제 핵타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나’라는 질문에 “핵 억제와 관련해 우리는 검증된 정책과 절차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세계 동맹들과의 매우 긴밀한 협력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산가족을 의제로 남북 회담을 공개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북한에 열린 대화를 제안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꺼낸 권 장관은 “한 달에만 이산가족 400여 분이 세상을 떠난다.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는 총 13만3654명이다. 이 중 생존자는 3분의 1 수준인 4만3746명에 그친다. 신청자 평균 연령은 82.4세로 90세 이상은 1만2856명, 80대 1만6179명, 70대 8229명 등 대부분 고령자다. 정부는 이날 오전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권 장관 명의로 북한의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에게 회담 제의를 건네는 통지문을 전달하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통지문 수령 여부를 포함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권 장관은 “북한의 호응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산상봉, 적십자 대신 정부 직접 회담” 정부, 北에 회담 제안 이산상봉 신청자 3분의 1만 생존해결 시급 판단에 정부가 나서“北호응 없어도 문 계속 두드릴것”대남 강경 北, 화답 가능성 낮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담화에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남북회담 형식은 이례적이다. 1970년대부터 이어온 기존의 적십자회담이 아닌 정부 당국자회담이라는 점에서다. 가족 상봉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다급한 현실이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윤석열 정부 5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산가족 1세대 상봉은 영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급함이 깔려 있는 것. 권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1985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21차례 대면 상봉과 7차례 화상 상봉을 통해 2만4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만났지만 앞으로는 이벤트성보다는 상시 상봉을 통해 접점을 확대해 보겠다는 취지다. 또 적십자에 맡겨두기보다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인도적 사안의 대표 격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남북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아 중간에 단절돼 그 피해를 이산가족이 떠안지 않도록 하고, 회담 개최 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방역이나 민간인들의 남북 통행 등 행정적 절차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회담 제안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도 북한이 바로 화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주로 남북관계 해빙기에 집중적으로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대남 비난과 강경 발언을 일삼는 북한이 선뜻 수락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탐탁지 않지만 그렇다고 천륜을 거스르기도 뭐해 딱 잘라 거절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반전의 기회가 충분히 있으리라 봤고 (회담 제안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남북 간 얽힌 현안 중에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당국이 의지와 노력을 보였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며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왜곡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권 장관은 담화 발표 이후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열린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행사에서도 “남북 당국이 나서서 이념과 정치와 체제를 내려놓고 정직하게 이 문제를 직면해서 주저 없이 신속하게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이어 “가족을 강제로 헤어지게 하고, 생사와 소재조차 영영 모른 채 평생을 후회와 그리움 속에서 살도록 만든 것은 가장 참혹하고 잔인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의 이산가족 상봉 시 제공돼 왔던 ‘반대급부’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권 장관은 “대북 쌀 지원 등 현재로선 이런 인도적 문제에 관해 유인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식량난을 겪으면서 인도나 여타 동남아 국가들을 통해 쌀을 수입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잇따른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북 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안을 병행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리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다. 권 장관은 “두 개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감사원의 권익위 감사 재연장과 관련해 “신상털기식 불법 직권남용 감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공포를 이기면서 임기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종료된 지 6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감사를 연장한 주요 사유는 복수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은 법률에 의해 독립성과 임기가 보장된 권익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해 전방위적 사퇴 압박과 표적 감사를 했고, 결국 이정희 부위원장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했다”며 “불법 감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끝까지 민사, 형사, 행정상의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본감사를 2주 연장해 이달 2일까지 진행한 것에 이어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감사를 재연장하기로 했다. 그는 사퇴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퇴를 강요하는 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또 “불법 직권남용 감사로 인해 발생하는 직원들의 불이익은 반드시 좌시하지 않고 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이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주무부처인데도 핵심 보직자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해당 법을 위반해 권익위 주요기능을 훼손했다는 제보가 있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사진)이 이달 말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하는 일정을 우리 정부와 조율 중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내 서열 2위인 해리스 부통령은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미 고위 인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대거 방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현안을 놓고 한미 간 다각도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국장(國葬) 참석 직후 한국에 오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72)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은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을 찾는다. 리잔수 中상무위원장 15일 방한, 미-중 고위급 연이어 한국 찾아 해리스 美부통령 방한 조율미중 고위급 인사들의 연이은 방한이 예고되면서 우리 정부 안팎에선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 위기를 풀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미중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오히려 이들 인사가 상대를 견제하며 우리를 압박할 경우 원치 않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이달 말 방한 시 정부는 우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만큼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당장 법 개정은 물론이고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 개정 가능성 등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이라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미는 윤석열 정부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등 북한 핵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이달 중순 유엔 총회에서 한미 정상이 만나 대북 제재나 반대로 대북 경제협력 프로그램 등을 논의할 경우 이에 대한 추가 소통이 해리스 부통령 방한을 계기로 이뤄질 수 있다.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15일 방한해 다음 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양국 의장 공동언론발표 후 의장 공관에서 만찬을 함께한다. 리 위원장은 양전우(楊振武)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비서장 등 장관급 4명, 차관급 3명 등이 포함된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대동한다. 리 위원장의 방한에선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논의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리 위원장이 회담 의향이 담긴 시 주석의 친서를 갖고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이달 말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하는 일정을 우리 정부와 조율 중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내 서열2위인 해리스 부통령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미 고위 인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대거 방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현안을 놓고 한미 간 다각도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국장(國葬) 참석 직후 한국에 오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72)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은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을 찾는다. 미중 고위급 인사들의 연이은 방한이 예고되면서 우리 정부 안팎에선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 위기를 풀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미중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오히려 이들 인사들이 상대를 견제하며 우리를 압박할 경우 원치 않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이달 말 방한 시 정부는 우선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만큼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당장 법 개정은 물론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 개정 가능성 등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이라도 얻어낼 수 있을진 미지수다. 상원의장을 당연직으로 겸하는 민주당 소속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공화당이 각각 50석으로 가부 동수 상황에서 1표를 행사해 IRA가 통과되게끔 최종 결정하는 ‘타이 브레이커’ 역할을 한 바 있다. 한미는 윤석열 정부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등 북한 핵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이달 중순 유엔 총회에서 한미 정상이 만나 대북 제재나 반대로 대북 경제협력 프로그램 등을 논의할 경우 이에 대한 추가 소통이 카멀라 부통령 방한을 계기로 이뤄질 수 있다.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15일 방한해 다음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양국의장 공동언론발표 후 의장 공관에서 만찬을 함께한다. 리 위원장은 양전우(楊振武)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비서장 등 장관급 4명, 차관급 3명 등이 포함된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대동한다. 리 위원장 방한에선 한중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 논의를 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리 위원장이 회담 의향이 담긴 시 주석의 친서를 갖고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가운데 북한이 5일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일부 개방해 무단 방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북측 수역 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내고자 했지만 북한은 통지문을 받겠다는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날 “황강댐 수위가 현재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방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남측) 임진강이나 필승교 수위 변화는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은 북한의 황강댐 방류가 태풍 대비 차원의 수위 조절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전날 평양에는 141mm, 평성 116.4mm, 원산 131.4mm, 문천 177.6mm 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는 힌남노 북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해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에서 남북 공유 하천에서의 북측 댐 방류 시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해 줄 것을 재촉구하는 통일부 장관 명의의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려 했다”고 했다. 그러나 “북측은 통지문 수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통화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에는 북측의 사전 통보 없는 대규모 방류가 남측의 피해를 더욱 극심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사전통보 촉구 내용과 함께 남북이 상호협력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6월 28일에도 남측에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개방했다. 정부가 사전 통지를 요구하는 협조 요청 통지문을 보냈지만 이 역시 수령하지 않았다. 북한은 2020년 장마철에도 황강댐 수문을 수차례 열어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인근 지역 남측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바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가운데 북한이 5일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일부 개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북측 수역 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내고자 했지만 북한은 통지문을 받겠다는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날 “황강댐 수위가 현재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방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남측) 임진강이나 필승교 수위 변화는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은 북한의 황강댐 방류가 태풍 대비 차원의 수위조절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전날 평양에는 141㎜, 평성 116.4㎜, 원산 131.4㎜, 문천 177.6㎜ 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는 힌남노 북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해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에서 남북 공유 하천에서의 북측 댐 방류 시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해 줄 것을 재촉구하는 통일부 장관 명의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북측은 통지문 수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통화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에는 북측의 사전 통보 없는 대규모 방류가 남측의 피해를 더욱 극심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사전통보 촉구 내용과 함께 남북이 상호협력을 통해 위기상황을 극복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6월 28일에도 남측에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개방했다. 정부가 사전 통지를 요구하는 협조 요청 통지문을 보냈지만 이 역시 수령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2020년 장마철에도 황강댐 수문을 수차례 열어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인근 지역 남측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우려를 전달한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에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미국)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IRA 통과가 중간선거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성과 중 하나였던 만큼 우리 정부가 원하는 IRA 개정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를 환영하며 “전기차와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세액 공제 등을 해주는 ‘반도체육성법’과 IRA를 토대로 미국 중심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미 측 기류를 종합하면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만큼 우리 정부가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1일 미국 하와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3자 회의를 갖고 IRA와 관련해 적극 협조를 당부했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일단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취지로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바이든 “전기차-반도체 美서 만들것”… 마이크론-혼다 잇단 美투자 전기차 보조금 논란 바이든 “도요타-코닝 등도 투자 약속”기업투자 랠리, 인플레법 성과로 과시로이터 “현대차-기아 최대 희생양”美는 “살펴보겠다” 수준 답변만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1일(현지 시간) 10년간 150억 달러를 들여 마이크론 본사가 있는 아이다호주 보이시 주변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마이크론 투자는 미국의 또 다른 승리”라며 “나의 경제 계획의 직접적인 결과로 이번 주에만 퍼스트솔라, 도요타, 혼다, 코닝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 우리는 미국에서 전기차, 반도체, 광학섬유와 핵심 부품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밑바닥부터 중간까지 (공급망을 갖춘) 경제를 건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반도체법,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성과로 미국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랠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이날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대비 17.7% 많은 13만5526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기차 판매량은 4078대로, 103.9%가 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으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보조금이 끊겼지만 전기차 모델 수가 적고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다.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이 8월부터 미국 테네시주 전기차 공장을 가동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5월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투자 결정에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을 뒤집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로이터에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보조금을 받기 위해 공장 신설을 계획했는데, 새 법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미 측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전달하며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를 접견하고 “IRA에 대해 우리 기업의 우려가 큰 만큼, 우리 진출 기업들이 차별 없이 미국 기업들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주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수장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집에 돌아가서 모두 IRA를 숙독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IRA는 전기차에 국한된 법이라기보다는 공급망, 특히 자유주의 국가들 간 공급망 문제를 어떻게 재정립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는 측면이 있다고 미국 측이 강조했다”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 측에서 이처럼 “살펴보겠다”는 수준으로만 답하는 현재 상황이 그만큼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최근 방미한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에 IRA와 관련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 법률인 IRA를 우리 측 요구에 따라 손댈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 판결을 받은 이후 피해자들이 외교부 장관과 마주한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102)는 이날 박 장관에게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 강제징용 때 겪은 숱한 고통을 전하며 “장관이 직접 신경 좀 써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할아버지는 박 장관에게 2018년 대법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동원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언론 보도 사본을 건네 보여주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의 딸은 박 장관에게 “100세 넘어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늘 ‘재판에서도 승소했는데 왜 아직까지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 일본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장관은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해진다”며 위로했고, 추석을 맞아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명절 인사를 하고 싶다며 이 할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1)의 자택을 방문한 박 장관은 할머니로부터 자필 편지를 받았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에 가면 중학교 보내준다고 하기에 갔는데 전부 거짓말이었다”며 “죽도록 일만 했지, 돈은 1원 한 장 받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근로정신대가 뭔지도 몰랐다”며 “결혼해서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남편의 구박을 들었고,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몇 놈이나 상대했냐고 놀렸다”고 울분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흘린 눈물이 배 한 척 띄우고도 남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양 할머니는 또 “돈 때문이라면 진작 포기했다. 나는 일본에서 사죄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며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되겠냐. 나를 얼마나 무시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법원 승소 판결이 난 뒤 몇 년째 우리 정부는 무슨 말 한마디 못 하고 있다”며 “무엇이 무서워서 말을 못 하는 것이냐.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내 말을 전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두 피해자를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두 분의 말씀을 하나도 빼지 않고 귀담아듣고 또 당시의 상황, 또 지금 현재 마음에 담고 계신 이야기를 생생하게 잘 들었다”며 “앞으로 오늘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난 것을 바탕으로 최대한 조속히, 진정성과 긴장감을 갖고 임해 강제징용 문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징용자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판결을 받은 이후 피해자들이 외교부 장관과 마주한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는 이날 박 장관에게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 강제징용 등을 겪은 숱한 고통을 전하며 “장관이 직접 신경 좀 써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할아버지는 박 장관에게 2018년 대법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동원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언론 보도 사본을 건네 보여주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의 딸은 박 장관에게 “100세 넘어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늘 ‘재판에서도 승소했는데 왜 아직까지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 일본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장관은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해진다”며 위로했고, 추석을 맞아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명절 인사를 하고 싶다며 이 할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자택을 방문한 박 장관은 할머니로부터 자필 편지를 받았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에 가면 중학교 보내준다고 하기에 갔는데 전부 거짓말이었다”며 “죽도록 일만 했지, 돈은 1원 한 장 받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근로정신대가 뭔지도 몰랐다”며 “결혼해서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남편의 구박을 들었고,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몇 놈이나 상대했나고 놀렸다”고 울분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흘린 눈물이 배 한 척 띄우고도 남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양 할머니는 또 “돈 때문이라면 진작 포기했다.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며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되겠냐. 나를 얼마나 무시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법원 승소 판결이 난 뒤 몇 년째 우리 정부는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며 “무엇이 무서워서 말을 못하는 것이냐.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내 말을 전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두 피해자를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두 분의 말씀을 하나도 빼지 않고 귀담아 듣고 또 당시의 상황 또 지금 현재 마음에 담고 계신 이야기를 생생하게 잘 들었다”며 “앞으로 오늘 피해자 분들을 직접 만난 것을 바탕으로 최대한 조속히, 진정성과 긴장감을 갖고 임해 강제징용 문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이 2일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직접 만난다. 2018년 10월 배상판결 이후 외교부 장관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박 장관은 2일 오후 일본제철 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 자택과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자택을 방문한다. 이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 김혜옥 할머니(2009년 별세)의 묘소도 참배할 계획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장관의 피해자 방문은 강제징용의 고초를 겪으신 피해자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최대한 조속히, 진정성 있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피해자 면담 자체에 의미를 두는 만큼 그 진정성이 왜곡되지 않도록 이번 장관의 면담을 비공개 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면담에서 외교부와 피해자들이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시민모임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장관이 공식 사과 표명 없이 피해자들의 손을 잡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부 장관은 피해자 의견을 경청하겠다면서 뒤로는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측은 그동안 역사적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며 조속한 현금화 이행을 촉구해왔다. 2018년 배상판결 이후 일본 피고 기업(징용 기업)들이 배상에 응하지 않아 피해자들은 국내 법원에서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양 할머니에 대한 미쓰비시의 상표권 매각명령 재항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의 4차 회의를 5일 개최해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복수의 민관협의회 참석자들은 “정부 협상안을 위한 사실상 마무리 의견 수렴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외교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박 장관은 2일 광주를 방문해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에 따른 일본제철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면담한다. 앞서 박 장관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분들과도 만나 직접 소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부가 마련한 민관협의회도 5일 4차 회의를 열 계획이다. 지난달 9일 이후 약 한 달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 역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불참한 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7월 26일 외교부가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의견서를 제출한 데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 사후 논의가 없었다. 신뢰가 깨졌다”며 반발해 민관협의회 3차 회의부터 불참의사를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 6월 초에 생길 것이다.” 1990년 4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비서실장의 심복이자 소련 문학평론지 ‘리테라투르나야가제타’ 도쿄 특파원 두나이예프가 다가와 귀띔했다. 공로명 당시 주모스크바 영사처장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수교도 맺지 않은 소련과의 정상회담. 몇 차례 노태우 대통령이 정상회담 제의 친서를 보냈지만 철옹성처럼 묵묵부답이던 고르바초프 측에서 반응이 온 것이다. 이 러시아발 ‘빅뉴스’를 서울에서 전보로 받은 최호중 외교부 장관은 즉시 김종휘 외교안보수석에게, 김 수석은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북한과 우호 관계였던 소련이 주모스크바 한국대사관 대신 영사처만 개설한 지 넉 달째 되던 때였다. 당시 주모스크바 영사처 창설 요원으로 부임한 백주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카자흐스탄 대사)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창설 요원들은 처음부터 ‘연내 수교를 이뤄내라’는 특명을 받고 왔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북방 정책’을 추진 중이던 노 대통령은 김 수석의 보고를 받은 즉시 긴급 청와대 수석회의를 소집해 수교 대비 작업을 지시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소련에 “한국과 수교하면 사절단을 철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때라 한국 정부는 ‘태백산’이란 암호명 아래 두 달가량 극비리에 회담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6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가 마주 앉아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후 9월 30일 양국 외교장관들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수교를 합의하는 ‘코뮈니케(공동 성명)’에 서명까지 했다. 이후 12월 고르바초프는 노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이듬해 4월에는 소련 최고지도자로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제주도에서 정상회담을 다시 가졌다. 당시 주역들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소 수교가 고르바초프의 결단과 의지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초대 주모스크바 영사처장에 대사까지 지낸 공 전 외무부 장관은 “한-소 수교는 물론 소련의 민주화, 페레스트로이카(개혁)까지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를 4차례나 만난 김종휘 전 수석도 “한-소 협력이 한중 수교,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총리회담 및 비핵공동선언으로 연결됐다”며 “고르바초프가 당시 미국과 소련 간 한정된 화해 무드를 아시아에 확장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떠올렸다. 수교 당시 노 전 대통령 사회담당 보좌관을 지냈던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는 “소련 정보기관이 수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반대했지만 고르바초프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특히 한국이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걸 보고 한국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고도화함에 따라 전시 뿐 아니라 평시에도 대량살상무기(WMD) 및 사이버역량 등을 더 복합적이고 공세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30일 이 같은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WMD 등을 억제하려면 재래식 군사력을 선제 사용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이(재래식 군사력 사용)를 정당화하려면 북한이 (전면전에 앞서 적용할) ‘전조공격(precursor attack)’에 대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표 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전조공격 및 사이버위협에 대한 레드라인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WMD 사용이 레드라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면서 “레드라인을 어겼을 때 받을 후과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한미를 계속 시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랜드연구소는 주로 미 국방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싱크탱크다. 1971년 베트남 전쟁 관련 국방부 기밀문서(일명 ‘펜타곤 페이퍼’) 작성에 참여한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와 전자기펄스(EMP), 사이버공격의 다양한 양태들을 소개하면서 “이들 무기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면전의 성격을 상당히 바꿔 한미 군사력 및 민간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대참사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모호하지 않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드시 그게 대칭적(symmetric)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미사일 도발에 똑같이 무력 대응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 그는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K-pop이나 드라마, 한국 정부에 관한 선전 등 외부 정보를 잔뜩 담아 비무장지대(DMZ)주변에 있는 마을이 아니라 핵심지역인 평양으로 드론을 사용해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비판적인 논조로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주민들과 그들의 삶을 위한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게 이 구상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베넷 선임연구원과의 1문1답.―북한의 전조공격(precusor attack)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레드라인은. “레드라인이 분명하고 정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다. 그것(레드라인)에 대한 정의는 분명히 만들어져야만 한다. 북한이 정말 공격을 하려해서 전조공격이 이뤄지게 된다면 아마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중에 몇 개는 성공하고 몇 개는 실패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자제해서 아주 적게 공격을 진행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정해야만 한다. 내가 정의하는 레드라인은 ‘WMD를 사용하는 것’이다. WMD 사용은 반드시 레드라인을 넘어가는 행동으로 분명하게 규정돼야 한다.”―북한 사이버 공격의 레드라인이라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한 한미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레드라인을 공식적으로 밝힌 선언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한미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려면 어떤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지 말해줘야 억제될 수 있다. 나는 사이버 공격에 있어서 레드라인은 전기 전력 시스템이나 원자력 발전소 혹은 상수도 체계와 같은 필수 중요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라고 정리하겠다.”―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떤 일이 생기나. “북한에 그 후과가 무엇인지 반드시 설명해줘야 한다. 후과가 반드시 대칭적일 필요는 없다. 보복이란 성격보다 비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아들한테 동생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때렸을 경우 아들이 오히려 가라테나 태권도 수업을 못 가게 한다든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못 누리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란 얘기다. 상대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경우 외부 정보가 밖에서 안으로 유입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했다면 USB에 K-pop이나 한국 드라마, 한국 정부에 관한 선전 등을 넣어서 핵심 지역인 평양에 드론을 사용해서 보내면 된다. 김 위원장이 USB 드라이브의 95%를 수거한다 해도 5%만 침투되면 김 위원장이 정말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길 것이다.”―그런 비대칭적인 보복이 당장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북한이 화학·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면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대칭적인 방법으로 보복할 수 있는 조치가 지금은 없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는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개념을 활용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에겐 그렇게 강력하게 먹힐 만한 수단이 아니다. 북한에 그렇게 도발하면 굉장히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과연 후회할 만한 조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밝힌 ‘담대한 구상’에는 ‘억제’도 있다. 좀더 명확하게 어떤 부분이 억제로 규정돼야 하나.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력 프로그램들이 실제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유도하기에 충분한가. “담대한 구상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바로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노력한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김 위원장이라면 분명히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을 가난하고 나한테만 의존된 상태로 만들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있었지만 북-중 국경을 봉쇄한 조치가 그런 맥락이다. 국경에서 거래를 하는 상인들이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돈을 벌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이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결국 북한 관료들을 돈으로 매수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원하는 대로 북한 관료들을 움직일 수 있고 곧 권력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이들이 가난해야만 말을 잘 듣는 주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김 위원장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이고,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파악한 다음 그걸 바탕으로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조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윤 대통령에게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아주 다양한 청중들이 있기 때문이다.” -억제의 관점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묻겠다. 중국이 계속 반대하는 궁극적 이유가 뭘까. “중국의 목표는 단기가 아니라 장기전으로 한미협력이란 상징에 중대한 위협을 끼치고 균열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당장 오늘이 아니라 10, 20, 30년 이후 미래의 한미협력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점진적으로 압력을 넣어서 윤석열 정부에서 당장 철수하지 않더라도 그 다음 정권이 됐을 때 추가 배치조차 고려하지 않도록 힘을 빼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본다.”―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이 2027년까지 최대 242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했는데 북한 핵역량은 어떤가. “미국에선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추산할 때 과학자들이 실질적으로 증거를 얻을 수 있는 것을 통해 확신하고 언급한다. 영변은 드러나 있다. 안보 업계의 다른 자료들을 보면 우라늄 농축 시설이 북한에서 최소 3~4개 정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영변 핵시설을 통한 핵무기 발전 속도를 보면 영변 이전에 다른 시설이 있었기에 노하우를 습득해서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정부관계자 및 전문가, 군들로 구성된 전략억제 및 전투수행단(Strategic Deterrence & Warfighting Group)을 발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쟁 중 북한이 어떤 방법으로 먼저 공격해올지, 어떤 역량들로 대응해야 할지를 고위급 차원, 전략적 차원에서 우리가 계획을 마련해놓자는 취지에서 제안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핵무기는 대통령의 인가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가 있다. 북한에 20기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결정을 내릴 때 한국의 윤 대통령에게 허가와 동의를 얻어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인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한미 간 어떠한 논의도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런 논의들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국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 전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 조치를 확대했지만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는 이 조치를 적용하지 않겠단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이런 입장을 이미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핵심 장비 수급이 가능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우리 정부, 기업 등의 반발을 우려한 미 행정부가 한국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美, 중국 내 우리 기업 피해 안 보게 조치28일 외교 소식통은 “미 상무부가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취지로 우리 정부에 직접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정부 재량을 발휘해 한국 기업들이 피해 보지 않게 나섰다는 것.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지난달 말 미국의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램리서치와 KLA의 최고경영자(CEO) 등이 “중국으로의 수출 통제 조치가 14nm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장비로 확대된다”는 상무부 공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알려진 바 있다. 당초 중국의 핵심 반도체 업체 SMIC를 대상으로 10nm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 장비를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제한한 바이든 행정부가 그 통제 기준을 14nm 이하로 확대하고 범위까지 중국 전역으로 넓혔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우려를 표시하며 정부에 대응을 촉구해 왔다. 통상 14nm 이하 공정은 첨단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D램의 경우 14nm 이하 공정에서 극자외선(EUV) 장비 적용이 필요하다. 미국은 새 규제에 EUV보다 한 세대 구형 장비인 심자외선(DUV) 장비 등도 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으로부터 이러한 장비들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는 수출 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건 당연히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는 희소식이다.○ IRA 반발 거센 한국 달래기용 해석도미국이 이번에 한국을 배려해준 건 IRA 때문일 수 있다. 미국 내 생산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IRA가 발효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와 관계 부처가 비상이 걸려 강력 대응에 나서자 미국이 다른 쪽에서 우리를 배려해 줬을 수 있단 의미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26일 방한 당시 일부 면담자들에게 “IRA가 한국에서 이렇게 큰 우려 사안인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보는 또 “북미산 조립 요건의 전기차 보조금 부분은 그렇지만 (다른 부분에선) 결국 한국이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IRA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배제하겠다는 목적인 만큼 중국을 통제하면 한국이 시장에서 이득을 볼 기회는 오히려 늘어날 거란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 수출 통제를 하지 않기로 한 이번 조치가 반도체 등 공급망에서 중국은 배제하면서 한국 등 우군들은 확실하게 확보하겠다는 최근 미국의 기조를 반영한 상징적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고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협력대화인 ‘칩4’ 예비회의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당초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 칩4는 추석 연휴 이후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14nm(나노미터) 공정nm(1nm는 10억분의 1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나타낸다. 숫자가 낮을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다. D램의 경우 14nm 이하 공정부터 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요해 첨단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수교 30주년인 24일 축하 서한을 통해 정상 간 만남에 대한 의지를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시 주석을 직접 뵙고 협의하길 기대한다”고 대독한 박진 외교부 장관을 통해 밝혔다. 30년 전 수교 서명식이 이뤄졌던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17호각에서 시 주석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대독으로 축하 인사를 했다. 시 주석은 “나는 중한(한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윤 대통령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을 언급하며 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것. 다만 시 주석은 “(윤 대통령과) 방해를 배제하도록 이끌기를 원한다”고 했다. “방해”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 외교당국은 이날 오후 서울과 베이징에서 동시에 수교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韓中, 서울-베이징 동시 기념행사외교장관, 정상 축하메시지 대독尹, 시진핑 방한 염두에 둔 듯… “직접 뵙고 양국관계 협의 기대”習 “尹과 전략적 소통 강화 원해”… 대화 희망 속 ‘가이드라인’ 제시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축사를 통해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서울과 베이징에서 동시에 개최된 기념행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각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행사에서 축하 서신도 교환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상호 존중의 정신을 강조했고,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방해’를 배제하자며 한중 관계 발전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17호각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 동시에 개최된 기념행사에 각각 주빈으로 참석한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양국 정상의 축하 서한을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의 정신에 기반해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해 양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면서 “양국 교류와 협력을 촉진시키고 국민들 간 우의를 강화시켜 나가기를 기원하며 미래 30년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주석님을 직접 뵙고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방한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베이징에서는 왕 부장이 시 주석의 서한을 대독했다. 시 주석은 “수교 이후 30년 동안 양국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견지하고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배려하며 성실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 왔기 때문에 중한 관계가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고 했다. ‘핵심이익’은 중국이 대만 문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며 ‘중대한 우려’는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면서 써온 표현이다. 시 주석도 “윤 대통령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정상회담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이어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양국은 대세를 잡고 방해요소(장애)를 배제하며 친선을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미국 견제 의사를 드러내며 양국 관계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이 대면 만남을 밝힌 것과 달리 대면 만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시 주석은 “양측이 개방적 호혜적 태도로 역내 안정을 수호하고 국제관계의 기본규칙을 수호하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계속 지켜나가야 할 귀한 경험”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대화 ‘칩4’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념행사에 앞서 오후 6시에는 한중 전문가 22명이 1년간 준비한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공동보고서도 양국 외교장관에게 제출됐다. 이번 30주년 행사는 10년 전 수교 20주년 행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규모로 열리고 차기 지도자 등극을 앞둔 시 당시 국가부주석이 직접 참석한 것과 달리 정상 메시지 대독 및 교환이라는 형태로 치러졌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사드 갈등 등 민감한 현안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축전을 교환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양국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또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여정 담화 뒤 즉각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하고 핵 개발 의사를 지속하겠다고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를 통해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라며 “우리의 국체(國體)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단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밝혔고, 이틀 뒤(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주겠다”고 한 바 있다. 북한은 이러한 제안을 일축하면서 이미 핵·미사일 고도화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웬만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만 윤 대통령 실명을 9차례나 언급하며 ‘말 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면서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지니 이젠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며 “일단 북한의 추가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했다.‘담대한 구상’ 남북 충돌… 北 “어리석음 극치” 대통령실 “무례” 김여정 “尹 자체가 싫다” 원색 비난정부선 “金 발언 선 넘었다” 격앙새정부 초부터 남북 경색 국면北, 한미훈련 맞춰 도발 가능성일각 “긴장 높인뒤 대화 열릴수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어리석음의 극치” “황당무계한 말”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사실상 대남(對南) 총책 역할을 맡은 김여정이 윤 대통령 실명까지 9차례 거론하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 직격하자 우리 정부에선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도 즉각 “매우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직접 언급하며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남북 관계에 극적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조목조목 반박한 건 그만큼 뜯어보고 분석했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비난 수위를 높인 게 협상에 앞서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여정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김여정은 이날 ‘담대한 구상’을 가리켜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까지 언급하며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는 가정부터가 잘못”이라며 7차 핵실험 등 핵개발 강행 의지도 분명히 했다. ‘담대한 구상’을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이라고 매도한 김여정은 윤 대통령을 향해선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라고 비난했다. 또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는 등 막말도 쏟아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면서 언제 그 누구의 ‘경제’와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북한이 윤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담대한 구상’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정부에선 전방위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 맞섰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도 “매우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담대한 구상’은 3대를 이어 폭압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김정은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제안”이라며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온다면 평화의 문은 담대히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北 도발 수위 끌어올릴 듯…극적 대화 가능성도일단 북한이 윤석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북정책 자체에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당분간 긴장 수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에 순항미사일 2발을 쏘며 도발을 재개한 북한이 탄도미사일, 핵실험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22일부터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만큼 북한이 이를 명분 삼아 집중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그동안 협상 국면에 접어들기 직전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전례가 많은 만큼 이번에도 극적인 대화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북한의) 윤석열 정부 길들이기 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도 “‘난 네가 싫어’ 하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것은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북한은 강경하게 거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북한의 대남·대외사업 총괄 격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18일 담화로 윤석열 정부를 향한 말 폭탄 포문을 열었다. 정부 교체기 또는 임기 초만 되면 반복되는 북한의 ‘기선제압성’ 대남 비난이다. 북한 지도부가 새 정부를 향한 위협을 본격화한 건 지난달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승절 69주년’ 연설에서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위험한 시도는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이러한 말 폭탄은 향후 남북이 협상장에 마주 앉을 때를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017년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42일 만에 된서리를 맞았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현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걸고 들며 입부리를 되는 대로 놀려대고 있다”고 주장한 것. 당시 문 대통령이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남북 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지만 핵·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북한의 한국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도발적 언사는 김 위원장 집권 후 그 수위가 고조되는 형국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2003년 5월 “이번 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힘의 논리를 반박하지 못했다”며 섭섭함을 드러냈지만 직접적 비난을 삼갔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취임 3개월 뒤인 1998년 5월 “햇볕론은 반민족적이고 침략적인 것이 본질이며 악랄성과 교활성을 겸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초에는 북한 선전매체나 기관지를 통해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기보다는 대북정책을 비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