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43

추천

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문학/출판30%
역사21%
정치일반10%
문화 일반10%
사회일반10%
칼럼7%
검찰-법원판결3%
인사일반3%
산업3%
만화3%
  • [책의 향기]신사도 이어온 유럽처럼… 선비정신의 부활을 꿈꾼다

    유럽이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근대화한 데 비해 아시아 나라들은 대개 그렇지 않았던 ‘분기’의 원인에 대해 수많은 연구와 해석이 있다. 독일 튀빙겐대 한국학과 교수 등을 지낸 역사학자인 저자는 영국의 신사(젠트리)와 조선의 선비 계층의 비교를 중심으로 그 양상과 원인을 살폈다. 저자에 따르면 신사도는 기사도에서 연원을 찾아야 한다. 서양 중세 초기 영주의 아들이지만 영지를 상속받지 못한 이들이 곳곳에서 약탈과 폭력을 일삼았다. 여기서 기사 계급이 생겨났다. 혼란을 보다 못한 교황청은 ‘여성을 못살게 굴지 말라’ ‘상인의 재물을 약탈하지 말라’ ‘싸움은 기사들끼리만 하라’ 등의 지침을 내렸다. 기사도의 탄생이다. 기사계층은 16세기 들어 신형 화기가 발달하고 군사적 효용성이 사라지면서 몰락했다. 그러나 기사도는 신사도로 이어졌다. 영국의 향촌 지주층이면서 대부분 작위를 보유하지 못한 젠트리 계층에는 원래 기사들도 일부 포함됐다. 저자는 미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클라크가 2007년 펼친 도발적인 가설을 소개한다. 영국에서 젠트리를 비롯한 중산층이 하층보다 자녀를 훨씬 많이 낳았고, 이것이 영국 사회를 역동적으로 바꿔 산업혁명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젠트리의 자녀들은 신분이 격하돼도 인내심과 근면성, 독창성 등 부모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유지했다. 허점도 적지 않은 주장이지만 설득력이 있다. 젠트리는 인클로저 운동(농경지를 양을 방목하는 목장으로 바꿈) 등을 거치며 자본가로 성장했고, 이들의 가치관인 신사도는 공교육에 스며들면서 근대적인 시민의식과 교양으로 계승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젠트리에 비해 경제 활동이 적었다. 조선 후기에 들면 선비들의 상당수가 농민이었지만 이들은 유럽의 부르주아와 지향점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부르주아는 사업을 통해 큰 부자가 되길 꿈꿨지만 선비는 농사와 약간의 부업을 통해 자립하는 것까지만 바랐다. 성리학은 재물의 양이 한정돼 있다고 보고, 개인이 큰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으려 했다. 선비들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선한 본성을 회복하기만 하면 사회의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봤다. 조선 후기에 이르며 선비들도 새로운 시각을 내놓았다. 실학자인 혜강 최한기(1803∼1877)는 ‘운화(運化)의 기(氣)’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적 용어로는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적 관찰과 분석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 늦은 자각이었다”고 탄식한다. 조선이 망한 뒤 유학자 김택영(1850∼1927)은 서얼 차별 등 성리학적 폐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저자 역시 ‘성리학 근본주의’가 당쟁과 금서를 통한 사상의 탄압, 쇄국정책 등의 폐단을 낳았다고 본다. 하지만 선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물질적 욕망을 절제하는 청아한 인품을 가졌고, 자연의 고마움을 알았고,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함부로 착취하지도 않았다. 선비들에게 인간의 삶은 천지자연의 일부였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전통은 거의 단절됐지만 과거 의병운동처럼 지식인과 시민들이 연대해 민주화를 쟁취한 데서 선비정신의 계승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선비의 미덕을 계승해 미래로 가는 실마리를 얻어야 한다는 쪽이다. “유교 자본주의는 동아시아의 현주소가 아니라 앞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의 꿈”이라는 것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400년 전 조선통신사 행렬 모습 한눈에

    말을 타거나 가마에 오른 그림 속 조선 사신들. 표정이 하나같이 의기양양하다. 인조 2년(1624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 행렬을 그린 이 그림(인조2년통신사행렬도)은 가로 길이가 10m에 가깝다.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 관련 원본 고문헌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이 개최하는 전시 ‘400년 전, 9.84m의 통신사행렬도를 만나다’는 기록유산 등재 기록물 64건(124점) 가운데 중앙도서관이 소장한 24건(36점) 전부를 선보인다. 전시물은 ‘동사록(東사錄)’ ‘부상록(扶桑錄)’ 등 통신사들이 사행을 기록한 서적이 대부분이다. 사신단이 일본 관리나 문사로부터 받은 시문을 모아 두루마리로 제작한 ‘동사창수집(東사唱酬集)’도 볼 수 있다. 등재유산은 아니지만 함께 전시하는 ‘영남호남연해형편도’는 1700년대 경상도와 전라도 해안 방어 상황을 담은 가로 8.14m 군사지도다. 도서관 측은 “선린 외교와 일본의 무력 침략 가능성에 대비한 국방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졌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13일에는 한태문 부산대 교수의 강좌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되다’도 열린다. 4일부터 선착순 100명까지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접수한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인자 자리 내려오니 서민들만 찾아와”

    “김 중위님과 연락이 끊어져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고 화물열차를 타고 왔어요.” 지난달 23일, 92세로 별세한 김종필 전 총리와 아내 고(故) 박영옥 여사가 결혼 전이던 1951년 1월. 1·4후퇴 즈음 대구에 있어야 할 박 여사가 서울 육군본부 청사 앞에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가슴이 뭉클했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 전 총리의 유작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스노우폭스북스·1만6800원·사진)가 3일 발간됐다. 앞서 나온 ‘김종필 증언록’과 같은 회고록 성격은 아니다. 김 전 총리가 우리 사회나 위인들의 삶에 대한 생각, 후배 정치인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주가 됐다. 2016, 2017년 김 전 총리가 구술한 내용을 이덕주 전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이 정리했다. 정치판에서 ‘2인자’ 자리를 오르내린 김 전 총리는 세상인심에 대해 “인정이란 언제나 서민들의 것인가 보다”라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1인자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자 김 전 총리는 1968년 5월 30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독대한 김 전 총리는 “각하, 제가 (1인자를 제치고 집권한 이집트의) 나세르입니까”라며 항의했다. 정계에서 물러나자 찾아오는 손님들이 바뀌었다고 한다. 권력깨나 있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졌고, 평범한 서민들이 집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김 전 총리는 “그들에게는 아전인수나 아부도 없고, 음모나 중상도 없으며, 분에 넘치는 욕망도 없었다”며 “평범한 시민들과 격의 없는 담소를 즐겼던 그때가 가끔 그립다”고 썼다. 김 전 총리의 내면과 개인적 면모가 드러나는 글이 많이 담겼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그중 하나다. 정치인 아버지를 둔 탓에 평범하게 살지 못했던 딸 예리 씨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예리가 대학생이던 시절 제가 총리를 했기에 경호원들이 멀찍이에서 항상 따라다니니 친구나 남학생들 누가 좋아했겠습니까….”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서 46일간 갇혀 있을 때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아흔 살이 넘어서도 오전 3시쯤 깨면 한바탕 책을 읽고 다시 잠들었다며 “책을 읽지 않은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라고 했다. 2016년 한 언론 보도로 논란이 일었던 육영수 여사에 대한 언급에 관해서는 책에 담지 않았다. 김 전 총리가 미국에 유학한 동안 아내가 첫아이를 낳고 먹을 게 없어서 굶었는데, 숙모인 육 여사가 자기 식구들에게만 밥을 먹였다고 말했다고 당시 보도됐다. 책에는 “아내 곁에 육영수 여사가 있어서 임신 9개월의 아내를 두고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고만 나온다. 김 전 총리는 “나는 정치적으로 대개 보수의 입장에 서 왔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 왔다”며 “보수가 늘 보수 그대로 있으면 연못이 썩는다”고 조언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내서도 ‘빅데이터 인문학’ 시대 활짝 열린다

    회전 스캐너가 1000년 이상 축적된 행정 의료 선박의 입출항 기록, 지도, 계약서 등 이탈리아 베네치아 국가기록보관소의 온갖 고문서를 자동으로 스캔한다. 문자 인식 알고리즘이 이를 디지털화해 거의 잊혀졌던 과거의 ‘사건’ 약 100억 건을 살려낸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연구진의 ‘베네치아 타임머신’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과거 베네치아의 시대별 사회적 네트워크가 재구성됐다. 과거가 살아난 것이다. 또한 2010년 공개된 ‘구글 엔그램 뷰어’는 500년간 발간된 800만 권의 책을 순식간에 검색해 특정 단어가 사용된 빈도의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준다.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문학 연구의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다. 국내에도 ‘빅데이터 인문학’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 원문이 구축된 근현대 신문과 잡지를 통해 단어에 담긴 개념의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가 성과를 내고 있다. 잡지 데이터를 분석해 근대 한국인의 ‘제국(帝國)’에 대한 인식을 살핀 허수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연구도 그중 하나다. 그의 논문 ‘어휘 연결망을 통해 본 제국의 의미’는 19세기 말부터 1942년까지 발간한 잡지 가운데 전산화된 19종의 기사 1100만 어절에서 ‘제국’을 키워드로 3098건의 용례를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1896∼1910년에 ‘제국’은 대체로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강대국을 가리켰던 데 비해, 1920∼1933년에는 문화주의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맥락에서 사용한 경우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제국을 가리키던 ‘아(我) 제국’, ‘우리 제국’이 1934∼1942년에는 일본 제국을 가리키는 용어로 변한 것도 특징이다. 허 교수는 동아일보 기사를 분석해 1970, 80년대 한국의 ‘민중’ 개념에 관한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국문학계에도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가 꾸준히 나온다. 이재연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초과정부 교수의 논문 ‘생활과 태도’의 부제는 “기계가 읽은 ‘개벽’과 ‘조선문단’의 작품 비평어와 비평가”다. 두 잡지에 실린 작품 평에 자주 나오는 단어, 특정 비평가와 함께 등장하는 비평 용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염상섭(1897∼1963)이 ‘태도’라는 비평 용어를 다채롭게 활용해 창작 방식 전반을 평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기존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지점이다. 근대 작가들의 잡지 투고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근대 문학의 거목’ 춘원 이광수(1892∼1950)가 통념에 비해 영향력이 적은 것으로 나왔다. 빅데이터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빅데이터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미국 영국이 디지털 인문학을 선도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앞서가고 있다. 대만은 1830∼1930년 신문·잡지·단행본·교과서·문집을 망라하는 1억2000만 자가량의 데이터베이스를 2008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물결 21’ 작업을 하고 있다. 고려대팀은 2000∼2013년 발간된 국내 4개 신문의 기사 5억9200만 어절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에서는 특정 단어의 출현 빈도와 공기어(共起語·함께 등장하는 단어)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신문 빅데이터에 드러난 북한의 모습, 한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변화를 추적한 논문이 나왔다. 1946년 이후 동아일보 기사에 대한 시스템 구축도 최근 마무리됐다. 한림대 한림과학원은 1900∼1930년대 잡지의 원문을 분석해 민족, 계급 등에 대한 개념의 형성과 의미 변천을 연구하고 있다. 근대 잡지 25종의 디지털화와 어학적 분석, 웹페이지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송인재 한림과학원 교수는 “대만 일본 등의 연구진과 협력해 동아시아 국가별 개념의 역사를 상호 비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성공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민주주의의 역설

    재선에 실패한 민주주의국가 정치인과 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진 독재자 표정의 차이는 뭘까. 독재자는 집권 시 자신의 몰락을 고려하지 않는다. 실권은 불의의 습격을 당한 것이기에 그들의 표정은 어리둥절하다. 그러나 민주주의국가의 정치인은 언론과 여론에 의해 평소 비판을 받기에 재선 실패에도 대체로 뚱한 표정일 뿐이다. 정치사상, 국가론, 대표제론을 연구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인 저자는 이 같은 대비는 체제에 적용해 봐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민주국가에서는 항상 사회 문제가 심각하고, 체제가 위기에 처했다며 경고하는 언론이 있다. ‘미친’ 지도자가 나라를 벼랑으로 이끌어 가면 투표로 그를 해임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길게 보면 안정된 민주국가에서는 실수가 발생해도 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런 민주주의 체제가 오래 정착되면, 체제에 대한 ‘자만’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실수가 고착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수를 더 이상 저지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위안은 특유의 현실 안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되풀이된다. 민주국가는 ‘최악의 사태가 설마 일어나겠어?’라는 안이함에 무모해질 때가 있다. ‘민주주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게 어때?’라는 생각에 나태해지기도 한다. ‘자만의…’는 이를 바탕으로 제1차 세계대전부터 최근까지 민주국가가 겪은 전쟁과 경제 공황 등 위기와 대처를 살핀 책이다. 1933년은 암울했던 해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집권했고, 1차대전 뒤 민주국가로 출발한 나라 대부분이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간 상태였다. 문제는 1929년 발생한 경제대공황의 수렁이었다. 볼셰비즘과 파시즘은 단호하게 대응했다. 소련의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은 유권자들과 타협하느라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 소련의 국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반면 민주국가의 대응은 지리멸렬했다. 일단 너무 느렸고, 정권 교체에 따라 변덕스러웠다. 그러나 1933년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적극적인 불황 대책 법안을 통과시켰다.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하고 달러를 평가절하해 미국 경제를 부양했다. 그는 독재자보다 훨씬 적은 권한을 가졌음에도 국민을 ‘유도하고 구슬리며 매혹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저자는 민주주의 체제가 언제나 번영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항상 속으로 곪아가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대체로 위기를 피하는 데는 미숙하고, 회복하는 데는 능숙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만이 드러난 것이라고 저자는 봤다. “어쨌든 자신들이 선택한 결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남아 있지 않은 한, 누가 그런 인물(트럼프)에게 권력을 위임했겠는가?”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을 뽑는 것도, 그 대통령을 민주주의 제도를 활용해 끌어내리는 것도 국민들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그렇게 ‘실패하면서 성공하는’ 역설 속에서 작동하는 체제라는 것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실무자까지 무더기 처벌 권고 논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27일 전현직 공무원 등 130명에 대해 무더기 수사의뢰·징계 권고를 의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퇴직자를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 등 26명을 수사의뢰 권고, 104명을 징계 권고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년도 스토리공모대전 심사위원 배제사건 등은 감사를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 등과 공모해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하는 등 가담 정도가 중한 공직자 △위법한 지시가 이행되는 걸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동조, 실행한 정황이 상당한 산하 공공기관장 및 임원을 수사의뢰 권고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징계 대상자에는 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이들도 포함됐다.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른 자’도 징계 권고 대상에 올랐고, 직급으로는 사무관급이나 실무자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는 “고위직과 하위직 모두 포함됐으며, 대상자를 가릴 때 직급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장차관부터 실무자까지 특검, 감사원, 진상조사위 등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무더기 처벌 권고가 나오자 문체부 내에서는 상당한 반발 기류가 일고 있다. 한 문체부 간부는 “당시로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권력의 지시를 공무원들이 거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인데도, 그런 상황이 완전히 무시됐다”며 반발했다. 또 다른 간부는 “공무원에게는 소속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 의무’도 있다. 위법한 지시인지 그때는 불분명했을 수도 있는데 문체부를 자꾸 ‘부역자’처럼 매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 고위 간부들은 27일 진상조사위 전원위원회에서 징계 권고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이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공무원이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게 현실적으로는 이해되는 점도 없지 않지만 법적으로 부당한 지시는 거부해야 하고 공직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건의 규모와 지속된 기간을 볼 때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진상조사위 권고가 그대로 수사의뢰나 징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충분한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명-음향 등 스태프 ‘52시간 적용’ 관건

    “문화콘텐츠 분야는 정말 특수한 업종이 많다.일부 업종은 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이 있고, 거의 안 하고 쉬는 기간도 있다. 이런 곳은 특례업종으로 (재)지정해야 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방송 영화 등 문화콘텐츠 분야를 특례 업종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적절한 법령 해석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콘텐츠 제작업계에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영화계 초미의 관심사는 제작 현장 인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조명, 음향 등 스태프가 주 52시간 근로제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다. 제작 현장에서 방송사·제작사에 직접 고용된 인력은 연출자를 비롯해 최대 5명 정도다. 나머지는 조명, 음향, 차량팀 등 도급이나 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스태프가 절대 다수다. 형식적으로는 개인 사업자인 이들이 실질적으로 방송사의 통제 아래 있는지 등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쟁점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비가 얼마나 큰 폭으로 증가하느냐가 여기에 달려 있는데 정부 어느 부처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근로기준법상 재량근로 대상인 ‘방송 프로그램·영화 등의 제작사업에서 프로듀서나 감독의 업무’ 범위도 모호하다는 반응이다. 재량근로는 근로시간 배분과 업무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하고 사용자와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촬영 현장에는 메인 연출자·감독 외에도 조연출, 라인프로듀서(비용 인력 등 제작관리 실무), 조명감독, 미술감독 등 프로듀서와 감독의 직함을 갖는 이가 허다하다. 문체부는 7월 중 1차로 관련 가이드라인을 낼 계획이지만 “사례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자세한 유권 해석은 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전현직 공무원 등 130명 무더기 수사의뢰 징계 권고 논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27일 전현직 공무원 등 130명에 대해 무더기 수사의뢰·징계 권고를 의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퇴직자를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 등 26명을 수사의뢰 권고, 104명을 징계 권고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년도 스토리공모대전 심사위원 배제사건 등은 감사를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 등과 공모해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하는 등 가담 정도가 중한 공직자 △위법한 지시가 이행되는 걸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동조, 실행한 정황이 상당한 산하 공공기관장 및 임원을 수사의뢰 권고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징계 대상자에는 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이들도 포함됐다.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른 자’도 징계 권고 대상에 올랐고, 직급으로는 사무관 급이나 실무자 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는 “고위직과 하위직 모두 포함됐으며, 대상자를 가릴 때 직급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장차관부터 실무자까지 특검, 감사원, 진상조사위 등의 조사를 받은데 이어 무더기 처벌 권고가 나오자 문체부 내에서는 상당한 반발 기류가 일고 있다. 한 문체부 간부는 “당시로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권력의 지시를 공무원들이 거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인데도, 그런 상황이 완전히 무시됐다”며 반발했다. 또 다른 간부는 “공무원에게는 소속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 의무’도 있다. 위법한 지시인지 그 때는 불분명했을 수도 있는데 문체부를 자꾸 ‘부역자’처럼 매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 고위 간부들은 27일 진상조사위 전원위원회에서 징계 권고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이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공무원이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게 현실적으로는 이해되는 점도 없지 않지만 법적으로 부당한 지시는 거부해야 하고 공직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건의 규모와 지속된 기간을 볼 때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진상조사위 권고가 그대로 수사의뢰나 징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충분한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 2018-06-28
    • 좋아요
    • 코멘트
  • “획수 따져 이름 짓는 건 일본식… 우리 조상들은 뜻 중시했다”

    “대법원 인명용 한자 가운데 옛날 같으면 이름에 쓰지 않았을 기상천외한 한자가 가득하다. 지금까지 내 눈을 거쳐 간 조선시대 사람 이름이 수만 개가 넘을 텐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글자가 한둘이 아니다.”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전통 작명(作名)에 관한 연구 컬로퀴엄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자를 상용하는 일본의 인명용 한자는 2999자, 중국은 따로 제한이 없으나 대개 ‘통용규범한자표’에 수록된 8105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8142자로 오히려 더 많다. 원인은 여전히 성행하는 ‘작명법’ 탓이다. 이름에 쓰일 한자의 획수와 오행(五行)으로 운명의 길흉을 따지는데 당사자의 사주(四柱)까지 더하면 그 복잡함 탓에 막상 쓸 수 있는 글자가 몇 자 안 된다. 여러 작명법을 다 적용하면 아예 쓸 수 있는 글자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장 연구원은 “20세기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획수를 따져 이름을 짓는 일이 없었고, 이름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관념도 희박했다”며 “사주와 오행도 전통 작명 방식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조선시대 국왕의 작명 과정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기록돼 있다. 왕자가 태어나면 신하들이 이름 후보 세 가지를 담아 정명단자(定名單子)라는 것을 올리고 왕이 낙점했다. 중국 황제나 선대 임금의 이름과 겹치지 않는지, 역사 속 악인과 겹치지 않는지, 음과 뜻이 좋은지 등을 고려했다. 일례로 헌종의 정명단자에는 후보로 환(s), 희(熙), 광(炚) 등 3글자가 올라왔는데, 음과 더불어 ‘밝게 비추다’(明照) 등의 뜻만 쓰여 있다. 장 연구원은 “사대부 가문 역시 의미 있는 이름을 선호했다”며 “이름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생각하는 고명사의(顧名思義)야말로 전통 작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전통 작명’이라며 철학관과 작명소가 성행한다. 자녀 수가 적은 요즘, 부모들은 작명을 ‘전문가’로 불리는 이에게 맡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작명법을 소개한 책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특정 이름을 두고 “양(陽)으로 치우쳐 균형을 잃었고, 오행에서 물과 불이 싸우고 있다. 일하다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라는 식으로 마치 이름을 잘못 지으면 비명횡사할 것처럼 겁을 준다. 현대에 많이 사용하는 작명법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 시기 작명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에서 유행하던 구마사키 겐오(熊崎健翁·1881∼1961)의 작명법이 도입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 영향은 작명법에 그대로 남아있다. 작명법에서는 “성의 획수에 태극수 1을 더해 삼재(三才) 중 천재(天才)가 구해진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1을 더하는 것’이 바로 일본식 작명법의 잔재다. 구마사키는 보통 한자로 4글자인 일본식 이름 가운데 잇단 두 자의 획수를 더하거나 네 글자 모두의 획수를 더한 수를 5격(格)이라며 따지는 방법을 창안했다. 일본의 성 두 글자의 획수를 더한 게 ‘천격(天格)’이다. 이 작명법은 창씨개명으로 일본식 4글자 이름을 짓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광복 후 한국식으로 3글자의 이름을 짓게 되자 천격을 구하는 데 성이 한 글자 모자랐다. 그러자 작명가들이 성의 획수에 1을 더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장 연구원은 “획수를 계산하는 작명은 모두 구마사키 이론의 아류에 불과하다”며 “이름은 뜻이 좋고 부르기 쉬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 100호 맞았다

    1993년 12월 창간한 종합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가 통권 100호(2018년 가을호) 발간을 맞아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 황해문화는 인천의 시민문화재단인 새얼문화재단이 발행한다. 인문교양지로 100호를 내는 일도 드물고, 지역에서 창간해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황해문화는 연속 기획 ‘대안을 찾는 사람들’(통권 20∼48호), ‘통일을 준비한다’(통권 29∼60호)로 주목받았고, 계간지로는 처음으로 창작 만화를 싣는 참신한 시도를 했다. 지난해 겨울호는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실어 ‘미투’ 운동 확산에도 일조했다. 황해문화는 “지역 문제를 전국적, 세계적 시각에서 조명하고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의식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는 잡지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평했다. 29, 30일에는 100호 발간 기념 국제 심포지엄 ‘통일과 평화 사이, 황해에서 말한다’가 인하대(인천 남구 인하로)에서 열린다. 마크 셀던 미국 코넬대 교수, 개번 매코맥 호주국립대 태평양아시아사학과 교수,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 이시하라 괴 일본 메이지가쿠인대 교수 등 해외 저명 학자가 참석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름 잘못 지으면 비명횡사? “전통 작명에선 획수·오행·사주 안써”

    “대법원 인명용 한자 가운데 옛날 같으면 이름에 쓰지 않았을 기상천외한 한자가 가득하다. 지금까지 내 눈을 거쳐 간 조선시대 사람 이름이 수만 개가 넘을 텐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글자가 한둘이 아니다.”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전통 작명(作名)에 관한 연구 콜로키움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자를 상용하는 일본의 인명용 한자는 2999자, 중국은 따로 제한이 없으나 대개 ‘통용규범한자표’에 수록된 8105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8142자로 오히려 더 많다. 원인은 여전히 성행하는 ‘작명법’ 탓이다. 이름에 쓰일 한자의 획수와 오행(五行)으로 운명의 길흉을 따지는데 당사자의 사주(四柱)까지 더하면 그 복잡함 탓에 막상 좋은 이름이라고 쓸 수 있는 글자가 몇 자 안된다. 아예 쓸 수 있는 글자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장 연구원은 “20세기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획수를 따져 이름을 짓는 일이 없었고, 이름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관념도 희박했다”며 “사주와 오행도 전통 작명 방식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조선 국왕의 작명 과정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기록돼 있다. 왕자가 태어나면 신하들이 이름 후보 세 가지를 담아 정명단자(定名單子)라는 것을 올리고 왕이 낙점했다. 중국 황제나 선대 임금의 이름과 겹치지 않는지, 역사 속 악인과 겹치지 않는지, 음과 뜻이 좋은지 등을 고려했다. 일례로 헌종의 정명단자에는 후보로 환(?), 희(熙), 광(炚) 3글자가 올라왔는데, 음과 더불어 ‘밝게 비추다’(明照) 등의 뜻만 쓰여 있다. 장 연구원은 “사대부 가문 역시 의미 있는 이름을 선호했다”며 “이름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생각하는 고명사의(顧名思義)야말로 전통 작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날도 ‘전통 작명’이라며 철학관과 작명소가 성행한다. 자녀수가 적은 요즘, 부모들은 작명을 ‘전문가’로 불리는 이에게 맡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작명서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특정 이름을 두고 “양(陽)으로 치우쳐 균형을 잃었고, 오행에서 물과 불이 싸우고 있다. 일하다 뇌출혈로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라는 식으로 마치 이름을 잘못 지으면 비명횡사할 것처럼 겁을 준다. 현대에 많이 사용하는 작명법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 시기 작명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에서 유행하던 구마사키 겐오(熊崎健翁·1881~1961)의 작명법이 도입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 영향은 작명법에 그대로 남아있다. 작명법에서는 “성의 획수에 태극수 1을 더해 삼재(三才) 중 천재(天才)가 구해진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1을 더하는 것’이 바로 일본식 작명법의 잔재다. 구마사키는 보통 한자로 4글자인 일본식 이름 가운데 잇단 두 자의 획수를 더하거나 네 글자 모두의 획수를 더한 수를 5격(格)이라며 따지는 방법을 창안했다. 일본의 성 두 글자의 획수를 더한 게 ‘천격(天格)’이다. 이 작명법은 창씨개명으로 일본식 4글자 이름을 짓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광복 후 한국식으로 3글자의 이름을 짓게 되자 천격을 구하는데 성이 한 글자 모자랐다. 그러자 작명가들이 성의 획수에 1을 더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장 연구원은 “획수를 계산하는 작명은 모두 구마사키 이론의 아류에 불과하다”며 “이름은 뜻이 좋고 부르기 쉬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지하 태풍 대피소가 도둑들 눈엔 출입구?

    보통 사람이 건물 도면을 본다면 먼저 ‘정문이 어디인가’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둑은 다른 방식으로 건물에 들어가는 방법을 찾는 데 힘을 쏟는다. 튼튼한 나뭇가지가 닿아 있는 다락 창문, 다른 집 지하실과 연결된 지하 태풍 대피소, 잘 빠질 듯한 방충망 같은 것을 찾는다. 도둑들의 눈에 보이는 건물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건축 전문 블로거가 범죄와 건축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 분야 ‘선구자’는 1870년대 미국에서 수없이 은행을 턴 도둑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1878년 사망)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수법은 마치 여러 명이 작전을 짜 절도 행각을 벌이는 ‘떼도둑 영화’의 전범과 같다. 건축학도였던 레슬리는 잘나가는 건축가 행세를 하며 파티에서 만난 월가 기업가와 금융업자를 속여 은행의 설계도를 확인했다. 이어 실물 크기의 건물 모형을 만들고 초 단위로 동선을 짜 일당들과 절도 리허설을 한 뒤 도주로를 확보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저자는 오늘날도 어떤 도둑들은 화재 대피로의 위치와 개수만 보고 건물의 내부 구조를 거의 맞히거나, 구글 스트리트 뷰를 보고 침입 동선을 짠다고 말한다. 저자의 시야는 개별 건물에서 도시로 확장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1990년대 ‘은행 강도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은 원인 중 하나는 수많은 고속도로였다. 범죄자들은 고속도로 출입구 근방의 은행을 털고 경찰 헬기가 나타나기 전 순식간에 사라졌다. 1976년 프랑스 니스에서는 도둑들이 땅굴을 파고 배수관을 거쳐 은행을 털기도 했다. 저자의 말처럼 도둑들은 “2차원적 평면 및 사물 속에 존재하는 3차원적 배우”였던 셈이다. 재치 있지만 과장됐다 싶은 표현도 많다. “도둑은 건축물의 새로운 사용 방법을 찾아내는 ‘공간 설계의 적극적인 참여자’이고, 그들이 침입하려는 건물과 건축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범죄를 미화하거나 그 수법을 가르치는 건 아니다. 논픽션 버전으로 영화 ‘도둑들’이나 ‘오션스’ 시리즈를 보듯이 읽으면 적당하겠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참전용사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 있어”

    “평창에서 출발한 설국열차가 평화열차가 되어 달려가고 있으며, 한반도에는 평화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목숨을 걸고 참혹했던 전쟁에 뛰어든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새에덴교회에서 17일 열린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평화 기원예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에덴교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은 2007년부터 12년째 6·25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을 초청해 보은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흥남철수작전과 장진호전투에 참전했던 용사들, 가족·유가족 등 45명이 초청됐다. 흥남철수작전의 책임 지휘관이었던 고(故)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당시 미군 10군단장)과 에드워드 포니 대령(상륙작전 참모장)의 유족, 193척의 함정과 수송선을 지휘했던 제임스 도일 제독(상륙기동부대 사령관)의 유족, 끈질긴 설득으로 10만 명의 피란민 구출을 성공시켰던 미군 제10군단 민사부 고문·통역관 현봉학 박사의 유족 등이 초청됐다. 흥남철수작전에 미국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로 참전했던 로버트 러니 예비역 해군 제독(91) 부부도 한국을 찾았다. 러니 제독은 “그때 흥남부두는 중공군들로 완전히 포위됐지만 선장님의 결단과 많은 이들의 희생 속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무사히 1만4000여 명을 거제도까지 피란시킬 수 있었다”며 “이 자리에 온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러니 제독은 흥남 피란민의 아들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흥남철수작전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다. 17일 예배에는 흥남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몸을 실었던 14세 소녀(김영숙)가 ‘할머니 수녀’가 된 모습으로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러니 제독의 손을 꼭 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찬송가를 부르며 춤을 췄다. 이번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축하 서한을 보내 와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새에덴교회가 미국 정부의 신성한 의무를 대신 해줌으로써 미국 전쟁 영웅들의 사기를 높여줬다”며 “미국 국민을 대표해 새에덴교회와 소강석 목사님께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축전을 보내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값진 생명과 젊음을 바치신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참전용사와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16일 입국한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은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평택 미8군기지, 판문점과 도라산전망대, 전쟁기념관 등을 둘러본 뒤 21일 출국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선 왕실 기록 창고 ‘장서각’ 100주년 맞아

    조선 왕실 서고로 시작해 오늘날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속하며 한국학 자료의 보고(寶庫)로 자리 잡은 장서각이 ‘藏書閣(장서각)’이라는 현판을 내건 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장서각의 역사에는 격동의 현대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윤진영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장에 따르면 장서각의 기원은 고종이 건립하려 했던 대한제국 황실도서관이다. 고종은 홍문관, 집옥재 등에 흩어져 있던 서적을 1908년 인수관(仁壽館)으로 옮기고, 이듬해 ‘제실(帝室)도서’라는 이름으로 황실도서관을 세우려 했지만 경술국치로 끝내 이를 이루지 못했다. 왕실 도서는 일제강점기에도 꿋꿋이 보존됐다. 1911년 6월 ‘이왕직도서고’가 설립돼 적상산사고본(赤裳山史庫本) 조선왕조실록 등을 인수하며 왕실서고의 명맥이 이어졌다. 1915년 창경궁의 명정전 뒤편에 4층 서고건물을 지었고, 1918년에야 장서각 현판이 내걸렸다. 현판 글씨는 고종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광복과 6·25전쟁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장서각 도서는 광복 뒤 미 군정하에서 구(舊) 왕궁사무청이 관리를 맡았다. 6·25전쟁 당시 적상산사고본 실록이 북한군에 의해 북으로 반출됐고, 적지 않은 전적(典籍)이 부산 피란 중 화재로 소실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장서각은 1950년 낙선재의 한글소설류, 1964년 칠궁(七宮·임금을 낳은 후궁 7명의 신주를 모신 사당) 소장 자료, 1969년 봉모당(奉謨堂·정조가 역대 임금의 어필 등을 보관토록 한 곳)과 보각(譜閣)의 자료를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왕실도서 자료관으로서 위상을 갖게 됐다. 윤진영 실장은 “오늘날 장서각은 왕실 고문서 5300여 점을 비롯해 국보 3점, 보물 29종,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종 등 약 16만 책의 고문헌을 소장하고 있다”며 “조선 건국까지 멀게는 600년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 기록문화의 정수”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문화예술계 여성 58% “성폭력 피해”

    문화예술계 여성 종사자 10명 가운데 6명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은 19일 “문화예술계 종사자 설문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2478명)의 57.7%(1429명)는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1240명 가운데 84명(6.8%)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별조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만들어 3월 12일부터 100일간 운영됐으며 이날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가해 유형으로는 ‘음란한 이야기·성적 농담을 하는 것’(41.4%)과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38.9%) 등 언어적 폭력이 많았지만, ‘예술 활동과 상관없이 신체접촉을 하거나 요구’(34.7%),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21.5%) 등 신체적 폭력도 상당했다. 가해자로는 선배 예술가, 기획자·감독 등 상급자, 대학교수, 강사 등이 지목됐다. 조사단은 특별 신고·상담센터에 175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으며, 총 36건을 조사해 그 중 일부를 가해자 소속 기관에 징계를 권고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학생에게 키스를 해 성추행 논란이 인 대학교수, 직원이나 배우 지망생을 상습 성추행했다고 지목된 대표이사·광고감독·단역배우 등이 수사 의뢰 대상이다. 직원을 상습 성추행한 한 영화배급사 이사에게는 손해배상 및 특별 인권교육 수강이 권고됐다. 사건 발생 뒤 재발 방지 대책이 미흡한 한 예술계 대학은 감독기관에 감사를 의뢰했다. 조영선 조사단 단장은 “피해 신고 건수가 예상보다 적고, 법적 시효가 지난 사건의 신고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문화예술계가 여전히 피해자가 바로 신고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적 지원 배제, 표준계약서에 예방조치 포함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이우성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문체부 내 전담 기구 신설과 예술가의 지위·권리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리 동네 여가 천국” 구청 문화센터의 재발견

    정보기술(IT) 업계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김정석 씨는 최근 “의무적으로 정시에 퇴근하라”는 회사의 방침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구청 문화센터를 찾았다. 그는 “우선 수영 강습에 등록했고, 앞으로 중국어 교실과 미술 수업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도서관이나 각종 문화원, 복지관, 수련관, 주민자치센터, 체육관 등 공공시설의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는 사람도 늘어났다. 적은 비용으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공 문화시설은 그동안에는 노인, 주부 등이 주로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퇴근이 빨라진 직장인들의 활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발표한 국민여가활성화 기본계획에서 “생활밀착형 지역 여가 공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시설의 개장 시간을 늘리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가 ‘주 52시간 시대’를 맞아 앞장서 준비해야 할 일이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여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예술을 통한 자원봉사협회(VSArt)’는 공연장, 박물관, 극장에 가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들의 외출을 돕는 ‘오늘밤 외출합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움이 필요한 회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작품에 대한 정보가 발송되고, 예산과 취향을 고려해 볼 작품이 결정되면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을 대신 해준다. 자원봉사자는 자신의 차량으로 회원을 극장 등에 데려다줬다가 공연이 끝난 후 집까지 데리고 온다. 2012년에만 6만7000명이 이 서비스의 도움을 받았다. 미국 뉴욕시에는 ‘웃음 의사’ 제도가 있다. 공인된 교육을 받은 ‘병원 광대’가 병원에 오래 머무르는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여가 성격의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공공 일자리와 연계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체부는 “취약계층의 여행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성별, 연령, 장애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 여가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콘텐츠 창작-창업, 글로벌진출 날개 달아드립니다”

    ‘헬로키티’를 탄생시킨 기업 ‘산리오’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팀장, 세계적 공유 오피스·커뮤니티 플랫폼 ‘위워크’의 한국지사장…. 평소 만나기 쉽지 않은 글로벌 기업의 연사로부터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와 조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은 19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CKL스테이지에서 ‘2018 창창한 콘페스타’를 연다. 슬로건 ‘창작과 창업, INSIGHT의 창을 열다’처럼 콘텐츠 창작과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던져주기 위한 행사다. 행사는 릴레이 강연과 토크 콘서트, 다양한 현장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시작되는 강연은 영화 ‘부라더’ ‘김종욱 찾기’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을 연출한 장유정 감독이 문을 연다. 장 감독은 ‘발상의 시작부터 콘텐츠의 완성까지’를 주제로 강연한다. 뒤이어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세계적 플랫폼 기업 ‘위워크’의 매슈 샴파인 한국지사장이 연사로 선다. 샴파인 지사장은 위워크의 창업 초기 맴버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 홍콩, 호주 등의 시장 진출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위워크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기업이 글로벌 확장을 할 때 준비할 점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의 강연(‘누구나 한 번은 창업하는 시대’)에 이어 마지막 연사로 마사후미 산리오 해외사업본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팀장이 나선다. 그는 ‘세계 최대 캐릭터 기업, 비즈니스로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캐릭터 콘텐츠를 살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강연한다.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콘텐츠 토크 콘서트’도 영화 ‘1987’ ‘화이’의 장준환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드라마 작가 백미경 씨, 영화배우 최희서 씨,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함께 진행한다. 행사는 일러스트레이터 노상호 씨가 드로잉을 시연하는 ‘콘텐츠 라이브 박스’(오후 8시), 염동균 작가의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드로잉 라이브 퍼포먼스와 바닐라어쿠스틱의 라이브 공연(오후 8시 반)으로 이어진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창창한 워크숍’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신상훈 MD디자이너가 ‘갖고 싶은 디자인, 사고 싶은 디자인’를 주제로 강연한다. 콘진원은 이번 행사에 대해 “창업에서 글로벌 확장과 연결의 중요성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이미 2월부터 10회에 걸쳐 각 분야 전문가가 출연하는 ‘창창한 콘서트’를 열어왔다. 총 87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플랫폼, 인공지능(AI), 모바일 동영상, 캐릭터, 웹툰, 블록체인, 패션 등 7가지 주제로 콘텐츠 분야의 트렌드를 짚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달빛 조깅-수제맥주 만들기… “길어진 저녁, 취미 공유”

    “저녁‘만’ 있는 삶 되는 거 아냐?”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는 시간은 많아지는 반면 연장근로 수당이 줄어들어 호주머니는 가벼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가비는 소득 변화에 따른 변화 탄력성이 매우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은 “재정 악화 시 문화·여가비 지출을 줄일 계획”(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여가활동 조사 결과 가구당 월평균 여가비 지출은 2006년 14만2000원에서 2016년 13만6000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일찍 퇴근해 집에서 TV만 봐야 할까? 주머니가 가벼우면 그에 맞게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찾기 마련. 최근 변화하고 있는 여가 문화의 키워드를 살펴봤다.○ 여가의 공유경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전상면 씨(3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프립’을 활용해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취미인 서핑과 스노보드를 함께 즐긴다. 초보자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지만 따로 강습비를 받지는 않는다. 전 씨는 “단체로 하면 혼자 할 때보다 교통, 숙박, 식음료 비용을 2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나만 아는 서울 명소 함께 즐기기’ ‘달빛 아래 함께 조깅하기’ ‘수제 맥주 만들어 마시기’ 등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취미 공유’가 유행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실비 정도만 내고, 자신이 가진 기술과 유용한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가르치는 이들도 그것을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라고 생각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여가 활동을 할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이어주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은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숙박에 더해 여행자에게 여러 체험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트립’은 2016년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까지 전국에 약 200개가 운영 중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에서 시할머니와 함께 동양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은비 씨(32)도 “직업이라기보다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그림을 계속 그리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가 산업의 롱테일 경제학 오래 한 우물을 파는 취미 활동보다는 저렴한 1회성 체험을 다양하게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권민지 씨(27)가 최근 서울 성동구에 연 지하 작업실에는 손님이 매번 바뀐다. 권 씨는 ‘3개월에 얼마’ 같은 식으로 수강료를 책정하지는 않는다. 손님들은 그때그때 일정 비용을 내고 3시간 동안 ‘아무거나’ 만들면서 놀다 간다. 마카롱 만들기, 플라워박스 만들기 등을 해봤다는 직장인 김다예 씨(33)는 “학원에 등록하면 한 번에 30여만 원이 나가는데 막상 끝까지 다니기도 힘들다”며 “이런 활동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 데다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가 산업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롱테일’ 경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여가 산업 규모는 약 226조 원으로 우리 경제의 11%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외식,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돼 있다(2013년 여가백서).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사람 사이의 연결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수요자를 찾기 힘들었을 특이한 취미 산업도 힘을 얻을 수 있다. 2004년부터 주 5일 근무가 시행됐지만 국민들의 여가 경험이 기대한 만큼 다양해지지는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족 단위의 여행 비용이 만만치 않고 ‘여가 경력’, 즉 놀아본 경험이 적었던 탓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여 년 동안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 1인 가구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 등에서 비싼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조종엽 기자}

    • 2018-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저녁만 있는 삶?’…주머니 가벼워진 직장인들의 여가 활용법

    “저녁‘만’ 있는 삶 되는 거 아냐?”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는 시간은 많아지는 반면 연장근로 수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호주머니는 가벼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가비는 소득변화에 따른 변화 탄력성이 매우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민 열 명 중 세 명은 “재정 악화 시 문화·여가비 지출을 줄일 계획”(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여가활동 조사 결과 가구당 월 평균 여가비 지출은 2006년 14만2000원에서 2016년 13만6000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일찍 퇴근해 집에서 TV만 봐야 할까? 주머니가 가벼우면 그에 맞게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찾기 마련. 최근 변화하고 있는 여가 문화의 키워드를 살펴봤다. ●여가의 공유 경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전상면 씨(3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어플리케이션 ‘프립’을 활용해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취미인 서핑과 스노보드를 함께 즐긴다. 초보자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따로 강습비를 받지는 않는다. 전 씨는 “단체로 하면 혼자 할 때보다 교통, 숙박, 식음료 비용을 20%이상 아낄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나만 아는 서울 명소 함께 즐기기’ ‘달빛 아래 함께 조깅하기’ ‘수제 맥주 만들어 마시기’ 등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취미 공유’가 유행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실비 정도만 내고, 다시 자신이 가진 기술과 유용한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가르치는 이들도 그것이 ‘부업’이나 ‘아르바이트’이라고 생각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여가 활동할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이어주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은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숙박에 더해 여행자에게 여러 체험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트립’은 2016년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까지 전국에 약 200개가 운영 중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에서 시할머니와 함께 동양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은비 씨(32)도 “직업이라기보다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그림을 계속 그리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가 산업의 롱테일 경제학 오래 한 우물을 파는 취미 활동보다는 저렴한 1회성 체험을 다양하게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권민지 씨(27)가 최근 서울 성동구에 연 지하 작업실에는 손님이 매번 바뀐다. 권 씨는 ‘3개월에 얼마’ 같은 식으로 수강료를 책정하지는 않는다. 손님들은 그때그때 일정 비용을 내고 3시간 동안 ‘아무거나’ 만들면서 놀다 간다. 마카롱 만들기, 플라워박스 만들기 등을 해봤다는 직장인 김다예 씨(33)는 “학원에 등록하면 한번에 30여 만 원이 나가는데 막상 끝까지 다니기도 힘들다”며 “이런 활동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데다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가 산업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롱테일’ 경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여가 산업 규모는 약 226조 원으로 우리 경제의 11%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외식,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돼 있다(2013년 여가백서).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사람 사이의 연결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수요자를 찾기 힘들었을 특이한 취미 산업도 힘을 얻을 수 있다. 2004년부터 주5일 근무가 시행됐지만 국민들의 여가 경험이 기대한 만큼 다양해지지는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족단위의 여행비용이 만만치 않고, ‘여가 경력’ 즉 놀아본 경험이 적었던 탓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여 년 동안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 1인가구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 등에서, 비싼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7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두 번의 정상회담… 그리고 냉전이 시작됐다

    모든 일은 여기서 시작됐다.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에 구체적 북핵 폐기 일정과 방법이 빠지면서 북핵 문제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자른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금 알려줬다. 이 매듭의 시작은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지만 복잡하게 얽혀 버린 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둘러싼 연합국의 협상이다. ‘20세기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이라는 부제처럼 얄타회담과 포츠담회담을 비롯해 1945년 2∼8월의 긴박한 순간을 다룬 책이다. 1980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해 동유럽, 파리,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저자는 소련 붕괴와 냉전의 종식을 다룬 ‘빅브러더를 타도하자’(1997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0시 1분 전’(2008년)을 출간했다. 2012년 출간된 이 책은 냉전의 기원이 소재다. 건강이 매우 나쁜 미국 대통령(루스벨트)과 영국의 고집쟁이 총리(처칠), 소련의 독재자(스탈린)가 1945년 2월 4일 크림반도의 얄타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은 최종 승전 뒤 유럽의 국경과 전후 배상 문제를 논의한다. 협상을 주도한 건 전쟁에서 가장 피를 많이 흘린 소련의 스탈린이다. 책에는 수백만, 수천만 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안이 얼마나 경박하게 결정되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1944년 처칠은 모스크바에서 스탈린을 만나 발칸 지역에서 소련과 영국이 행사할 영향력의 퍼센트를 휘갈겨 적은 메모를 스탈린에게 건넸고, 스탈린은 몇 초 동안 이를 살펴본 뒤 승인한다. 얄타회담에서 처칠은 폴란드의 서쪽 국경을 논의하면서 독일 동부의 나이세강 서쪽 지류와 동쪽 지류의 차이를 몰랐다. 두 지류 사이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정도 크기의 땅에 독일계 주민 270만 명이 살고 있었다. 상황을 모르는 건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루스벨트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독일계 주민들은 모두 추방됐다. 한반도 문제는 협상의 지렛대로만 등장한다. 루스벨트는 얄타회담에서 처칠을 뺀 채 스탈린과 단독 회담을 갖고 영국을 제외한 미국, 소련, 중국이 한반도를 신탁통치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만찬장의 코스 요리부터 정상들의 썰렁한 농담까지 꼼꼼하게 재현했다. 의전과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회담 숙소에 큰 침대를 원하는 처칠 총리를 위해 영국 선발대는 “미국 대통령도 더블베드를 받았으니 대영제국의 지도자가 더 작은 침대에서 잘 수 없다”며 소련을 설득한다. 승전을 앞두고 벌인 협상은 동맹이 냉전의 라이벌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미국과 소련은 일본에 먼저 결정타를 날리려고 경쟁한다. 미국이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하자 스탈린은 대일본전 참전을 서두르고 1945년 8월 9일 2차대전의 마지막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친다. 극동으로 진격한 소련군은 한반도까지 내려오다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38선 이북에서 멈춘다. 소련의 참전이 조금 늦었더라면, 미 육군 대령 두 명이 미소 점령의 경계선을 38선 대신 압록강, 두만강으로 제안했더라면 오늘날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