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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습죠. 사람 성질머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의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적용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24일 AP통신은 19일부터 9일간의 첫 해외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막바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만 남은 상황에서 여태껏 기자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갖는 기자회견을 갖지 않은 까닭이죠. 남은 순방기간에 열릴지도 미정입니다. 게다가 워싱턴에서는 아침마다 올렸던 날선 트위글도 시차 탓인지 외국에 나와서는 잠잠합니다. 물론 트위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외국 정상의 환대에 감사한다”는 수준입죠.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반(反)테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중재 등 굵직한 국제 현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때는 미리 준비된 자료만 침착히 읽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즉흥 발언을 즐기는 평소 그답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런 행보는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러시아에 기밀 유출 의혹 등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국내 문제를 의식해 적극적인 발언을 꺼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기질이 어디 갈까요. 국방, 경제, 기후문제 등에서 첨예한 이해상충을 보이고 있는 유럽 정상들과의 만남에서도 트럼프가 욱하는 기질을 자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해외 순방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 순방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있습니다. 아비그로드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4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친구인 미국이 했던 일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제공한 테러 정보를 러시아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지목한 것이지요. 앞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관리들에게) 이스라엘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직접 부인했지만 미국의 최우방인 이스라엘조차 트럼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G7 회의까지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갑니다. 해외 순방 중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연달아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장면이 화제가 되고, 우방국이 자신을 의심하며, 미국 현지 언론들은 그가 돌아가자마자 순방 성과를 두고 들들 볶을 것이 뻔합니다. 귀국하는 그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당신이 평화를 건설하는 올리브나무가 되는 게 내 소망입니다.” 24일 오전 8시 반(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만나 30여 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눈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 가지가 그려진 메달을 트럼프에게 주며 스페인어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을 맹비난하고 무작정 이스라엘 편을 들면서 중동에서 긴장을 키우고 있는 트럼프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각성하라”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통역을 통해 교황의 말을 알아들은 트럼프는 “우리는 평화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고 이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황이 올리브나무 메달과 함께 트럼프에게 교황청이 2015년 발간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관련 회칙인 ‘찬미 받으소서’를 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칙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개발을 전 세계 국가에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려는 등 반(反)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에게 훈계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건넨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는 “읽어보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난민, 기후변화, 인권 등의 문제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던 두 ‘국제적 거물’의 역사적 첫 만남은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의 비공개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교황청은 “화기애애했다”고만 전했고 트럼프는 헤어질 때 악수하면서 “오늘 말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과 만난 뒤 트위터에 “우리 세계의 ‘평화’를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굳세어졌다”고 올렸다. 기자들에게는 “교황과 함께 있었던 건 영광이었다. 환상적인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설전을 벌이던 이들이 첫 오프라인 만남에서 의외로 친근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국제적 영향력이 막대한 교황과 트럼프가 난민, 기후변화 등 세부 이행 방법에는 대립할 수 있지만 국제평화라는 보편적 가치에서는 공감대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는 교황을 만날 때 여성 신자들이 전통적으로 착용하는 소매가 긴 검은색 드레스와 검은색 베일인 만티야를 써 예의를 갖췄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교황이 엄격했던 드레스코드 대신 편안한 옷차림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이 멜라니아에게 스페인어로 “남편에게 어떤 음식을 주느냐”고 묻자 “피자”라고 답해 교황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면담 전 사진기자들에게 포착된 교황의 얼굴은 경직돼 있었다. 교황이 국가 정상을 만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에 만남이 이뤄진 점은 둘의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당초 트럼프는 이탈리아 방문 계획을 일찌감치 정했지만 지난달 중순까지 “교황을 만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교황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측에서) 회동 제의가 온 바 없다”면서도 “어느 정상이든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교황은 손을 내밀었으나 트럼프가 거절했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자 백악관이 부랴부랴 바티칸에 SOS를 쳐 급히 일정이 잡힌 것이다. 교황청은 “뒤늦게 백악관에서 제안이 왔고, 이미 잡힌 교황의 다른 일정 때문에 이른 아침밖에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가톨릭 전문매체인 크룩스(CRUX)가 전했다.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한 뒤 멕시코 장벽 건설을 비롯한 반난민 공약을 발표하고 환경보다 경제를 앞세우는 태도를 보이자 교황은 이를 비판했고, 트럼프가 맞받아치며 두 사람은 앙숙이 됐다. 지난해 2월 교황이 멕시코 장벽 건설 계획을 비판하며 “(트럼프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개신교인인 트럼프가 “종교지도자가 한 개인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히며 설전을 벌였다.황인찬 hic@donga.com·윤완준 기자}

‘나를 사랑한 스파이’ ‘007 죽느냐 사느냐’ 등 007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로저 무어가 숨졌다고 영국 BBC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향년 90세. 무어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오늘 돌아가셨다. 짧지만 강렬했던 암과의 싸움에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3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한 무어는 007 시리즈 7편에 출연하며 이 시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991년부터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맡는 등 인도주의적 봉사활동에도 힘썼다. 그는 새로운 007 상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대 007로 명성을 날린 숀 코너리에 이어 짧았던 2대 조지 레이전비를 거쳐 3대 007을 맡게 된 그는 강한 남성미에 부드러우면서 여성에게 섹스 어필을 하는 007 스타일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본드 걸이 더욱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대 코너리의 강한 힘과 첩보 능력 등 남성미에 더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남 이미지를 확립한 것이다. 무어는 1927년 영국 런던 스톡웰에서 경찰인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육군에서 대위로 복무하고, 왕립연극학교를 졸업한 뒤 1953년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마지막 본 파리’(1954년) ‘크로스플롯’(1969년)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1973년 코너리가 제임스 본드 역에서 은퇴한 뒤 ‘007 죽느냐 사느냐’를 통해 주연 자리를 넘겨받게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007 마니아들은 다소 동요했지만, 무어는 이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년) ‘문레이커’(1979년) 등으로 명성을 얻었다. 8∼14탄에 출연한 그는 ‘원작자가 가장 원했던 배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58세였던 1985년 007 주연을 티머시 돌턴에게 넘겼다. 당시 무어는 “영원히 본드로 사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다. (본드 역을 내려놓은 뒤에도) 사람들은 종종 내게 ‘미스터 본드’라고 불렀는데 난 괜찮았다”며 본드 역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 영화 ‘퀘스트’(1996년)의 에드거 돕스 경 역을 연기했다. 또 그는 인도주의 활동 공헌을 인정받아 1999년에 대영 제국 훈장 3등급을, 2003년에는 대영 제국 훈장 2등급을 받았다. 황인찬 hic@donga.com·김수연·김윤종 기자}

21세기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중국이 한국을 통과해 북극을 지나 유럽과 북미에 닿는 북극항로인 ‘일도(一道)’의 개발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23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후안강(胡鞍鋼) 중국 칭화대 국정연구원 원장은 “중국이 추진하는 (실크로드) 전략의 전체 명칭은 ‘일대일로일도’”라며 “여기서 일도는 북극항로 개발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후 원장은 “일도란 북극해와 연접한 태평양과 대서양의 운수 항로로 동북항로와 서북항로, 두 가지가 있다”면서 “동북항로는 동북아와 서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 항로로 동쪽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 서쪽으로는 서북유럽 북부 해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 다롄(大連) 항을 출발해 북극을 경유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항로다. 후 원장은 서북항로에 대해선 “동북아와 북미를 잇는 최단 해상 항로”라면서 “서북항로는 동북항로에 비해 지형이 복잡하고 해수면이 1년 중 9개월간 빙하에 덮여 있으며 봄가을에는 빙하가 떠다녀 여름철에만 운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일도’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북극에 에너지와 지하자원이 풍부한 점 △항로 인근 한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점 △일대일로에 비해 해적을 만나거나 난민 문제가 발생하기 어려운 점 △운송 시간을 줄이면서도 항로 대상지가 북미와 유럽이라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선적할 수 있는 점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설계자 중 한 명인 리시광(李希光) 칭화대 교수도 “‘일도’란 용어는 아직 공식 문서에는 담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전략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자신의 콘서트장이 한순간에 생지옥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리아나 그란데(24·사진)는 사건 후 트위터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고통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이어 “마음 깊은 곳에서 매우매우 미안하다. 도저히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적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외모와 가창력을 겸비한 그는 2013년 싱글 앨범 ‘더 웨이(The Way)’가 더블 플래티넘(200만 장)을 기록하며 가수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발표한 3집 ‘데인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이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최고 가수 반열에 올랐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앨범 제목을 딴 월드투어 콘서트 가운데 하나로 열렸다. 그란데가 9월 서울 잠실 올림픽보조경기장 사용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그의 첫 내한공연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뒤 “미치광이를 잘랐다”며 떠벌리고 다닌 사실이 알려지자 코미 전 국장의 아버지가 나서서 “진짜 미친 사람은 트럼프”라며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코미 국장의 아버지인 브라이언 코미(86)는 20일 노스뉴저지닷컴에 기고한 칼럼에서 “난 트럼프가 미치광이(nuts)라고 확신한다. 그가 수용소(institution)에 산다고 생각했다”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미쳤지만 지금은 진짜 미쳤다”고 일갈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지방의원을 지낸 그는 CNN 인터뷰에선 “트럼프가 즉각 탄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코미의 격앙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미치광이로 불렀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하루 만에 나왔다. 전날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해임한 다음 날인 10일 백악관을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일행에게 “내가 막 FBI국장을 해임했다. 그는 미쳤다. 정말 미치광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런 트럼프의 발언은 코미 전 국장 해임이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막기 위한 조치였음을 방증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20일 “(당시 트럼프와) 그 문제(코미 국장 해임)는 건드리지 않았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FBI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처벌이 임박한 단계는 아니지만 심문이나 소환장 발부 등보다 적극적인 단계로 진척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게다가 해임 후 침묵하던 코미 전 국장이 이달 말 직접 공개 증언에 나선다고 상원 정보위원회가 19일 밝힘에 따라 러시아 스캔들 폭풍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법무팀이 가능성을 낮게 보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에 대비한 연구에 조심스레 착수했다고 CNN이 19일 보도했다. 또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이 러시아 스캔들 특별검사로 임명된 다음 날부터 특검 대비 체제에도 들어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뒤 측근에게 “트럼프의 주의력 지속 시간은 12초”라며 개탄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0일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가 회동에 대한 준비 부족을 드러냈으며, 나토와 큰 상관없는 북한 문제를 꺼내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을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지휘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사진)는 연방수사국(FBI) 역사에서 전설로 꼽힌다. 2001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무려 12년간의 FBI 국장 재임 기간은 존 에드거 후버(48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뮬러의 후임자가 최근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국장이다. 뮬러 특검은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 논리에만 집중하는 외골수이자, 강골(强骨) 수사관으로 유명하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임기 10년을 꽉 채운 그에게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연장을 부탁해 2년 더 근무했을 정도다. 2001년 상원 인준을 찬성 98, 반대 0표로 통과한 그는 2011년 임기 연장 투표 또한 찬성 100, 반대 0표로 ‘연속 퍼펙트’를 기록했을 정도로 여야에 적을 찾기 힘들다. 트럼프 정부가 그를 특검에 지목하자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최고의 진실함으로 공직에 봉사한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뮬러 특검은 이번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코미 전 국장과도 친분이 깊다. 2004년 부시 행정부가 법원이 불법으로 규정한 ‘도청 재인가’를 추진하려 하자 코미 당시 법무장관 대행과 함께 동반 사퇴를 불사하며 도입을 막아낸 사례는 유명하다. 뮬러 특검은 FBI 퇴임 후 2014년부터 로펌 윌머헤일에서 일해 왔다. 이 로펌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뮬러 특검은 17일 성명을 통해 “(특검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네덜란드 국왕이 지난 21년 동안 민간 항공기 부기장으로 ‘깜짝 부업’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화제다. 18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50·사진)은 최근 네덜란드 일간 텔레흐라프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두 번 네덜란드 국적 항공사 KLM의 부기장으로 여객기를 조종해 왔다고 직접 밝혔다. 국왕이 이따금 비행기를 몬다는 사실은 알려졌으나 정기적으로 여객기를 조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항공조종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기장과 달리 부기장은 기내 방송을 통해 승객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고, 항공사 제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국왕을 공항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거의 없어 20년 넘게 비밀이 유지됐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내게 있어 비행은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취미다. 땅에 있던 근심 걱정을 하늘까지 데려갈 순 없다. 비행은 나에게 가장 큰 안식”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2013년 즉위한 뒤 초등학생과 함께 네덜란드 전통 놀이를 즐기는 ‘왕의 놀이’란 날을 만들었고, 올 4월 50세 생일에는 자신과 생일이 같은 150명을 왕궁으로 초대해 함께 생일파티를 여는 등 유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메모를 남긴 것은 트럼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미래에 대한 대비 차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CNN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은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그 요청(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 중단)을 받았을 때 ‘간담이 서늘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전했다. 뉴욕 연방 검사 출신으로 2013년 9월 FBI 국장에 오른 코미는 꼼꼼하고 철두철미하지만 평소 고위 관료들과의 대화를 일일이 ‘보험용’으로 남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코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는 메모를 남기지 않았고, 독대도 거의 없었다”며 “만나는 사람이 진실하지 않거나 그 상황이 비정상적인 경우 메모를 남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코미에게 트럼프는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었거나 대화의 전후 정황이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와 코미의 반전이 심한 인간관계도 회자된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해 대선을 11일 앞둔 시점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밝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순풍을 달았다. 언론들은 정보기관 수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며 ‘코미가 트럼프에 줄을 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FBI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조여 오자 9일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사실을 언론에 먼저 알리거나, 12일 NBC 인터뷰에서 “코미가 내(트럼프)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고 밝히며 코미 전 국장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하며 ‘팩트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선전 포고를 했다. 이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이 측근을 통해 대화 내용을 담은 메모의 존재를 밝히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전 세계를 강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워너크라이(WannaCry)’로 불리는 신종 랜섬웨어의 코드와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범죄단 ‘래저러스(Lazarus)’의 과거 해킹 사이에 유사성이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구글 연구원 닐 메타가 이날 트위터에 래저러스의 보안장벽 우회 프로그램인 ‘캔토피’ 2015년 버전 코드가 워너크라이의 2월 샘플에서 발견된 뒤 각국 보안 전문가들이 북한 연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과 유럽의 보안 관리들도 로이터통신에 “배후를 밝히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도 “북한 소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워너크라이 개발자가 래저러스가 의심받도록 고의적으로 ‘가짜 코드’를 심었을 가능성도 있다. 톰 보서트 미국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15일 “범죄자나 외국에서 개발된 것일 수 있다”며 “7만 달러(약 78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해커에게 건네졌으나 자료 복구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2일부터 급속히 확산된 워너크라이에 감염된 컴퓨터는 약 150개국에서 30만 대에 이른다. 우리 군 당국은 이번 랜섬웨어 공격에 대비해 14일 오후부터 정보작전 방호태세인 ‘인포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북한 등 적대 세력이 랜섬웨어 공격에 편승해 군내 인터넷 및 인트라넷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퍼부을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국내 기업 12곳이 이번 해킹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 신고는 14일 4곳, 15일 5곳에 이어 이날 3곳이 추가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피해가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랜섬웨어 사태는 일반인의 ‘온라인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15일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던 가족사진 중 100여 장을 추려 전문업체에 인화를 주문했다. 김 씨는 “구식처럼 보이겠지만 클라우드(인터넷 서버)에 저장하는 것보다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인화 전문업체인 찍스(zzixx) 관계자는 “15일 하루 주문이 평소보다 25%가량 늘었다”며 “랜섬웨어 공격이 우려되자 사진파일을 인화하려는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증가할수록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탈(脫)디지털’ 생활이 대안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킹 등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는 2014년부터 3년간 8215건에 이른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기술 발달과 함께 악성코드 등으로 정보가 한순간에 훼손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사진을 출력하고 자료를 스크랩하는 옛 방식도 불안감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김배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을 방문한 러시아 관리들에게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논란에 대해 “내게 그럴 절대적 권리가 있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후 논란이 거세지자 백악관 참모진과 러시아 측은 ‘가짜 뉴스’ 운운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주류 언론의 의혹 제기에 맞불을 놓는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대통령으로서 러시아와 테러 및 비행 안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으며, 그것은 내가 가진 절대적 권리(absolute right)”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러시아가 IS와 테러에 대한 싸움에서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다음 날인 10일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IS 관련 기밀 정보를 유출했고, 이 때문에 정보를 제공한 중요한 정보원이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WP에 이 사안을 확인해준 전·현직 관리들은 이 정보는 미국과 정보공유협정을 맺은 한 파트너가 제공한 것인데, 내용이 너무 민감해 동맹국 간에도 공유를 제한하고 심지어 미 행정부 내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는 1급 정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의 한 동맹국이 IS의 테러 음모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라브로프 장관과 공유한 것은 동맹국이 이 정보를 수집한 지역인 시리아 도시에 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한 IS의 항공기 테러 관련 정보가 오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한 뒤 러시아 내통 의혹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보 유출 의혹까지 더해지자 파장은 거침없이 확산됐다. 이러자 미국과 러시아 당국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 면담에 배석했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함께 15일 성명을 내고 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성명에서 “(러시아 외교장관과) 구체적인 테러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정보) 소스나 수단, 공개되지 않은 군사행동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보도된 스토리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외교부의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또 하나의 가짜 뉴스일 뿐”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러시아와의 정보 공유 사실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해당 정보의 기밀 여부, 정보 공유의 적절성 등을 놓고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유한 정보가 기밀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인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내아들 배런(11·사진)을 연간 학비만 3만8590달러(약 4300만 원)에 달하는 메릴랜드 주의 명문 사립학교에 전학시킬 계획이라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3일 보도했다. 배런은 아버지가 1월 백악관에 들어온 뒤에도 엄마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뉴욕에서 지내왔다. 7월부터 백악관 생활을 시작하는 배런이 다닐 학교는 ‘세인트 앤드루 이피스커플 스쿨(St. Andrew’s Episcopal School)’로 중학교 과정인 6학년에 등록할 예정이다. 당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 딸이 다녔던 워싱턴 명문 ‘시드웰 프렌즈 스쿨’에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빗나갔다. 배런의 학교는 기독교 계열로 인종, 종교, 연령 등 각종 차별을 배제하는 다양성 교육을 강조해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차별적 정책을 펴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는 배치된다. 전체 학생 수는 580명 정도이고, 교사 한 명당 학생 수는 약 7명이다. 배런과 함께 워싱턴에 상주하게 될 멜라니아 여사는 대외 활동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전망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은 조건이 없고, 매우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항상 여행 중이다. 배런 곁에 부모 중 누군가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난 배런과 항상 함께한다”고 애틋한 모정을 드러냈다. WP는 “멜라니아가 대통령 부인이 된 뒤 공식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왔지만 자녀, 가족이 주제인 행사에는 적극적이었다. 그가 ‘엄마들의 최고사령관(Mom in chief)’이 될 수도, 그냥 배런 엄마로 남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고급 호텔방 같은 독립된 라운지를 독차지하다가 BMW 7시리즈 세단을 타고 비행기가 있는 계류장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탑승은 가장 먼저, 혹은 가장 나중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고 별도의 탑승계단까지 제공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이 같은 ‘VIP 터미널’이 15일 문을 연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프라이빗 스위트’라 명명된 이 고급 터미널은 보안컨설팅회사 개빈 드 베커&어소시에이츠가 2200만 달러(약 248억 원)를 들여 화물터미널을 개조해 만들었다. 파파라치와 다른 승객의 눈길을 피해 터미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며, 13개의 호텔방 같은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각종 음료와 간식이 비치돼 있으며 소파, 평면TV, 욕실, 유아실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까지 갖춰져 있다. 운영사 대표인 개빈 드 베커 씨는 “고객 중 10%는 유명 연예인, 나머지는 대기업 임원이나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주인공 같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내야 한다. 연회비 7500달러(약 850만 원)를 내고 이용할 때마다 국내선은 2700달러(약 300만 원), 국제선은 3000달러(약 340만 원)를 내야 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세계 언론들은 이번 대선이 촛불시위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이룬 한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탄핵 반사 효과를 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북한 문제, 정경유착 척결, 일자리 창출 같은 난제들 때문에 정국이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공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약 4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며 “최근 놀라운 변화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선전 속에 (2위를 달리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부터 유권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인증샷을 찍고 공개할 수 있게 된 점도 막판 선거 판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CNN은 8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는 북한 문제가 아닌 투명성과 부패 단속이 됐다”며 “많은 유권자가 문 후보를 ‘깨끗한(clean)’ 후보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의 말을 인용해 “프랑스처럼 한국 유권자들도 새 정치 질서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20%가 넘는 부동층의 향방에도 관심을 표시했다. WP는 “2012년 대선 때보다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 유권자가 늘었다. 또 4명 중 1명 이상의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막판 변수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지면에 실린 사설에서 “중도우파의 표심이 어느 한 후보(홍 후보나 안 후보)에게 쏠린다면 역전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신화통신은 “문 후보의 우세가 분명하지만 한국 역대 대선에서 투표 전에 역전이 발생한 선례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광밍(光明)일보는 7일 ‘한국 국민이 변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후보가 “40% 전후 지지율로 18주 동안 여론조사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가 “공개적으로 한국이 미국에 ‘아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고, 유권자의 감정에 응답하는 모습이 젊은이의 공감을 크게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가 재벌과 권력기관 개혁, 북한과의 유연한 대화, 임기 중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문 후보에 대한 관영 매체의 호감은 문 후보가 사드 배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두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중국 매체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선 “집권 이후 어떤 정책을 보일지 불명확하다”거나 “국민의당 실력이 다른 정당에 미치지 못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서는 “허튼소리를 지껄이는 후보자가 인상을 깊게 남겨 대선의 최대 다크호스가 됐다”고 소개했다.황인찬 hic@donga.com·윤완준 기자}

“쿠슈너 부동산에 투자하세요. 미국 영주권이 당신 손에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의 가족기업인 ‘쿠슈너 컴퍼니스’가 6일 베이징에서 중국 부호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미 의회에서 비자 기준 강화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 사위 가족들이 먼저 나서 “비자 제도가 강화되기 전에 막차를 타라”며 뭉칫돈 긁어모으기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꼬집었다. 이날 베이징 리츠칼턴호텔에서 열린 쿠슈너 컴퍼니스의 미 뉴저지 고급 주상복합 투자설명회에선 쿠슈너의 누나인 니콜 쿠슈너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50만 달러(약 5억7000만 원)를 투자해 (투자이민비자) EB-5를 받아 미국으로 오라”고 홍보했다. 한 담당자는 “낡은 규정(기존 비자 제도)이 개선되기 전에 빨리 투자하라”고 독려했다. 미국은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EB-5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일명 ‘황금비자’로 불리는 이 제도가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파는 것과 같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의회가 기준을 135만 달러(약 15억3000만 원)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쿠슈너 일가는 기준이 엄격해지기 전 중국 현지에서 투자 독려에 나서는 장삿속을 발휘한 것이다. 쿠슈너가 백악관에 입성하며 이 회사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공사(公私) 간에 이해충돌이 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윤리 변호사였던 리처드 페인터는 “마치 투자하면 쿠슈너 일가가 비자를 모두 내어줄 것처럼 암시를 하고 있다. (설명회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 충돌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6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 백악관 국방사무소(White House Military Office) 임대계약이 마무리 단계라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대통령의 지휘통제를 위한 필수 시설이라고 설명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부동산 임대 수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며 비판하고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5일 그동안 각종 설화(舌禍)와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 후 석 달여 동안 134회나 소송을 당했다고 법원 기록을 분석해 보도했다. 앞선 3명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26회), 빌 클린턴(15회), 조지 W 부시(7회) 전 대통령 등의 피소 횟수를 합한 48회의 3배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이민 행정명령, 개인 사업과 관련된 소송에 주로 시달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트럼프 쇼크’가 5·9대선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은 비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문제를 넘어 한미동맹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 것인가.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한미동맹 및 사드 배치 논란의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면합의 밝히라는 문재인약정서 2급비밀… 美동의 없이 일방공개 못해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드 문제는 경제 문제가 됐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만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 측은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약정서를 공개해 이면 합의 의혹을 해소하자고 주문했다. 군 당국은 사드 비용 부담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는 ‘미국은 미국 군대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한국은 미국에 부지·전기 등 기반시설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미국이 비용 부담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비준 등을 이유로 이 문제를 가져가서 공식 논의하게 되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새 정부에 대한 ‘기선 제압’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란 지적을 제기한다. 장광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내 여론 달래기용’이라고 이미 말했는데 국회가 다시 쟁점화할 필요가 있느냐”며 “국회에서 논의하면 미국이 SOFA 규정에도 없는 비용 부담을 더 강하게 요구할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약정서 공개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3월 사드 배치 문제를 공식적으로 협의하는 공동실무단을 출범시키며 만든 약정서를 2급 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동의가 없는 한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것. 한국 정부가 트럼프 요구에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약정서를 공개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약정서는 문구 하나하나를 당시 백악관의 최종 승인을 받아 작성된 것”이라며 “미국도 ‘사드 청구서’를 보낼 근거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한국이 감정적으로 약정서를 공개했다가는 미국이 공격할 빌미만 제공하고, 향후 대미 협상력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셰일가스 수입하자는 홍준표트럼프 요구 수용 전제… 담판용 카드론 미흡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에 대항할 카드로 내놨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가스 중 일부를 미국 수입으로 대체해 사드 비용 분담 문제를 상쇄한다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부담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 전략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카드’는 정부가 올해 1월 이미 쓴 카드다. 정부는 1월 미국산 셰일가스를 비롯해 대미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20년간 연간 280만 t의 셰일가스를 미국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는 민간기업인 SK E&S와 GS에너지도 각각 220만 t, 60만 t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매년 들여올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으로 줄어드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2019년 기준 약 2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무역 적자가 일부 해소되는 셈이지만 에너지 수입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드 비용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담판용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수입의 5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셰일가스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에너지는 장기 계약이기 때문에 가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럴바엔 사자는 유승민문제는 가격… UAE 2조, 카타르는 7조원 들어 현재까지 사드 구매를 결정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로 파악된다. UAE는 2011년 말 미 정부와 사드 2개 포대의 구매 계약을 대외군사판매방식(FMS)으로 체결하고, 장비 인도 절차를 밟고 있다. 카타르도 2개 포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도입(구매)을 추진하면 미국은 적극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015년 3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미사일을 쏠 능력과 의지를 갖춘 적대국들이 있는 한국과 중동은 사드를 시급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UAE는 발사대 10여 대와 탐지레이더(AN/TPY-2) 2대, 요격미사일 100여 기 구입에 19억6000만 달러(약 2조2300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2개 포대에 레이더 1대와 요격미사일 50여 기, 후속 군수 지원을 추가해 도입 가격이 65억 달러(약 7조4000억 원)로 치솟았다고 한다. ● 국회비준 필요하다는 안철수조약 아닌 ‘이행행위’… 비준 대상인지 불분명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비용 요구 발언 직후 “우리가 부담할 일 없다. 원래 체결된 합의대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미 당국이 이미 합의한 만큼 재협상은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드 비용을 문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현실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재차 사드 비용 문제를 언급하자 안 후보 측도 태도를 바꿨다. 안 후보 측 김근식 정책대변인은 “1조 원 이상을 (사드 비용으로) 공식적으로 달라고 하고,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 간 합의를 파기함에 따라 새로운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냥 넘어갈 순 없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미 측이 사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설령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더라도 소급 적용될 수 없다. 미 측 요구를 한국 정부가 수용한다고 해도 이것이 국회 비준 대상인지도 분명치 않다. 헌법 60조 1항에는 국회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한해 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미 측의 사드 배치는 한미 간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이행 행위’이지 조약이 아니어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게 외교안보 당국의 의견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동맹국에 무기를 배치하고 나서 비용을 받아간 전례가 없다”며 “우리가 국회 비준 얘기를 먼저 꺼내기보다는 차분히 지켜보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도로 가져가라는 심상정돈 문제로 배치 번복땐 동맹 단절까지 각오해야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미국이 사드 비용 분담을 고집할 경우 “돈 못 내겠으니 사드 가져가라고 해야 당당한 대한민국”이라는 과격한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적 이해만 따져 사드 배치를 번복할 경우 외교 안보적으로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 핵위협을 억지할 한미동맹의 상징인 사드 배치를 ‘돈 문제’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사드 외 다른 대안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용에 관한 이견 때문에 한미 양국이 결정한 북한 핵·미사일 대응 조치가 번복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안보적 자충수라는 지적도 있다. 또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드 철수는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할 주요한 협상카드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로 한미동맹의 핵심 합의가 번복되는 걸 확인한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대한(對韓) 군사 압력의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실장은 “사드 배치 번복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동맹관계 단절까지도 각오해야 할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관련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문병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황인찬 기자}

100일 전 취임날 밤 워싱턴의 축하 무도회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졌던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가 다시 울려 퍼졌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음악과 함께 등장한 곳은 워싱턴이 아닌 ‘희미한 소똥 냄새가 난다’(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스트벨트’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의 한 귀농박람회장이었다. 턱시도가 아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빨간 모자를 쓴 약 7000명의 저소득층 지지자들 앞에 서서 “워싱턴의 오물들로부터 100마일(약 161km) 떨어져서 더 황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이날 그가 서 있을 곳은 워싱턴의 힐턴호텔에서 열리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행사였다. 2월 일찌감치 기자단 만찬 불참을 통보했던 그는 이날 “CNN과 MSNBC 방송은 ‘가짜 뉴스’다. 부정직하고 무례한 사람들”이라고 주류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어 “할리우드 배우들과 워싱턴 언론인들은 호텔 방에서 서로를 위안하고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군중, 더 나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40% 안팎의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0일간의 기록은 매우 흥분되고, 생산적이었다”며 “주류 언론은 우리 성과를 언급하길 거부하지만 나의 취임 첫 100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유에스에이(USA)’를 외치는 지지자들 앞에서 닐 고서치 대법관 인준, 주식시장 호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 등을 취임 후 성과로 줄줄이 열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간을 (대선 기간인) 1년 전으로 돌린 듯했다. 그가 과거 해리스버그를 ‘(러스트벨트 중에서도) 녹슨 곳, 전쟁터’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곳’이 됐다고 말한다”고 비꼬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체육관 내에서 몇몇이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끄집어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대통령이 빠진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썰렁했다. 1924년부터 대통령이 꾸준히 참가해 온 이 행사에 불참했던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암살범의 총격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로’ 불참하자 고위 관료들도 발길을 돌렸고, WP의 유명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정도가 행사장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코미디언 하산 민하지가 “트럼프가 오전 3시에 트위터를 하는 이유는 그 시간이 모스크바는 오전 10시로 한창 일할 때이기 때문”이라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한계가 있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전미총기협회(NRA) 총회에 미 대통령으로선 34년 만에 참가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와 총기 규제 완화 등 논쟁적 정책들을 강행할 것을 약속했다. 뉴욕타임스가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대규모 감세 정책을 통해 최소 6000만 달러(약 684억 원)의 절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는 등 ‘셀프 감세’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납세 내용을 숨기며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여러 일을 겪으며 좀 유연해진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남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유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평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지난달 29일 영국이 감당하기 힘든 대가를 요구하는 내용의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가이드라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6월 8일 영국 조기 총선 이후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에서 쓸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발제 4분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될 만큼 이견이 없었다. EU 정상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영국에 사는 EU 시민 320만 명의 주거권 보장 △600억 유로(약 75조 원)에 이르는 EU 분담금 지급 △북아일랜드 경계 문제 해결 등 세 가지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 내용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先) 이혼, 후(後) 협상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30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EU를 떠날 때 무역협정과 탈퇴 조건에 합의하는 것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탈퇴 목표 시점인 2019년 3월까지 영-EU FTA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져야 비로소 EU가 원하는 이혼합의금을 낼 수 있다는 이른바 ‘선 합의 후 지급’ 입장을 분명하게 강조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이어 “‘안 좋은 협상을 하느니 아예 협상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해 순순히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메이 총리의 강경 대응 방침이 나오기 하루 전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영국은 4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의 이른바 이혼합의금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이 브렉시트 협상과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영국이) 생각하는 건 환상”이라며 견제구를 날려 영국의 계획대로 협상이 이뤄지기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황인찬 기자}
미국과 중국의 비핵화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유엔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나섰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27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르 특별보고관이 내달 3∼8일 북한을 방문해 어린이를 포함한 장애인 인권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길라르 보고관은 “북한 장애인들의 현실과 장애인 관련 법률, 정책 등을 직접 확인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2016년 북한이 비준한 장애인 협약도 중요 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양과 황해남도 지역을 둘러본 뒤 마지막 날 평양 고려호텔에서 방북 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유엔은 2004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하고 그의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은 이를 포함해 어떤 특별보고관의 방문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자신이 약자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알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강경해진 대북 압박을 피해 보려는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레르엉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아세안 회의에서 미국과 남한의 연합군사훈련을 문제 삼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고 AFP통신이 27일 보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2년째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처형, 사위의 대통령 취임식에 몰래 참석한 장인과 장모, 수십 년째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는 처남까지. 안갯속처럼 비밀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처가가 최근 화제다. 이들의 신비주의에는 대통령 친인척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미국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혹시 모를 처가의 이권 개입에 대한 감시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와 남성잡지 GQ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의 취임 100일이 다 되도록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으로 가지 않고 뉴욕에 머무르는 것이 친정 식구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멜라니아 여사는 아들 배런(11)과 함께 트럼프 타워 58층에 살고 있는데 멜라니아의 부모도 이 건물에서 함께 살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의 하나밖에 없는 두 살 연상의 언니 이네스(49)는 트럼프 타워에서 걸어서 수분 거리인 트럼프 그룹 소유의 200만 달러(약 23억 원)짜리 고급 주택에서 살고 있다. 뉴욕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가장 살가운’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특히 언니 이네스는 멜라니아 여사의 둘도 없는 단짝이다. 자매는 어릴 적 각각 모델과 디자이너의 꿈을 품고 고향인 슬로베니아의 노보메스토를 떠나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쳐 뉴욕에 입성하며 10여 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언니는 2005년 트럼프와의 결혼식 때 유일한 신부 들러리로 나섰을 정도다. 퍼스트레이디의 측근 중 측근인 이네스는 대선 기간은 물론 현재까지 공개 석상에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다. 집요하게 그를 쫓아다니는 파파라치의 앵글 공세도 피하고 있다. 12년 전인 2005년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가장 최근 모습일 정도다. 트럼프의 장인 장모인 빅토르(73)와 아말리아(72)도 노출을 꺼린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찍힌 사진을 통해 이들이 사위의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됐을 정도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복오빠인 데니스(50)는 더 독특하다. 데니스는 지난해 5월 영국 데일리메일을 통해 세상에 처음 얼굴이 알려졌다. 멜라니아는 한때 “내게 이복형제는 없다”고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까지 했다. 슬로베니아에서 살고 있는 데니스는 당시 “(부모가 어릴 적 이혼해) 한 번도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을 보지 못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들과 피자를 먹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후 사연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소극적인 백악관 안주인 역할에 머물고 있는 멜라니아 여사는 친정 식구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면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며 입을 닫고 있고, 친정 식구들 스스로도 노출을 기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부인인 이바나가 회고록을 준비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와 트럼프 사이에서 태어난 이방카 등 자녀들이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 연예매체인 인퀴지터는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멜라니아의 특성이 주변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아들 배런도 외가의 특성을 따라 은둔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