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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오랫동안 장사하셨던 자리예요. 가뜩이나 ‘이태원 집단감염’으로 이미지도 안 좋은데 무슨 개업이냐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지만 청년들한테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잖아요.” 6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 있는 한 건물. 1층에 ‘24시간 순댓국집’이란 간판을 단 가게는 일꾼들이 오가며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89m²(약 27평) 남짓한 가게는 이미 기존 장식이나 기구는 다 거둬낸 뒤 깔끔한 철제 인테리어 소품 등을 들이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간판을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한국민 사장(28)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원래 새벽 시간까지 손님들이 많이 찾던 가게였어요.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손님이 끊겨버렸어요. 집단감염에 오후 10시 영업제한으로 타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에 맞춰 가볍게 술 한잔하는 곳으로 바꿔 창업하려고요. 어떻게든 코로나19도 끝날 테고, 이태원도 살아나지 않겠어요?”○ 청년들이 되살리는 이태원 희망 한때 ‘유령동네’ 소리까지 들었던 이태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태원은 지난해 5월 관련 확진자가 300명 가까이 발생하는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후 방문객이 크게 줄자 상인들이 ‘영업제한을 풀어달라’며 연일 집단시위를 벌일 정도로 상권은 존폐 위기까지 겪었다. 하지만 최근 20, 30대 젊은 청년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며 이태원은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 4∼6일 둘러본 이태원은 이제 더 이상 휑한 동네가 아니었다. 몇 발자국마다 최근에 문을 연 세련된 매장을 마주칠 수 있었고, 곧 입점할 업소를 단장하는 공사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대부분 20평(66m²) 안팎의 소담한 가게들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이태원엔 개성 있는 소규모 업소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 용산구청 뒤편 골목 등은 초창기 이태원 분위기가 물씬 풍길 정도”라고 전했다. 올해 2월 이태원 ‘우사단길’에 디저트카페를 연 박진오 씨(27)는 “코로나19로 전체적으로 유동인구가 줄어든 건 맞지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은 꽤 된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매장을 찾아간 5일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박 씨는 “가게 간판도 없지만 오히려 숨어 있는 느낌을 줘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며 환히 웃었다. 올해 초 이태원에 곡물음료를 전문으로 한 ‘B 카페’를 낸 임성엽 씨(33)는 “코로나19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이들을 타깃으로 했다”며 “일종의 ‘쇼룸’ 성격으로 가게를 내고 온라인 고객들에게 다가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 또다시 청년들 내모는 일 없어야 비싼 상권이던 이태원에 젊은 청년 창업가들이 몰리는 건 왜일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때문이었다. 상권이 무너지며 이 일대 평균 월세가 내려갔고, 권리금 없이 나온 매장이 많았다. 큰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로선 ‘도전’해 볼 여지가 생긴 셈이다. 용산구청 인근에 ‘N 카페’를 낸 김건우 씨(29)도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좋은 기회라 여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의 이태원 청년 러시는 한때의 불꽃처럼 금방 꺼져 버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급한 불을 끄느라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지만 상권이 회복돼 다시 월세 등이 올라가면 이 열기를 되살린 청년들은 또다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 이태원 상인도 “과거 이태원만의 개성이 사라졌던 이유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났기 때문”이라며 “청년들이 똑같은 아픔을 느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워도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며 “정부 등이 건물 지분을 매입해 점포가 퇴출되지 못하게 하거나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줘서 영세 상인을 내쫓지 못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오승준 기자}

“새벽 1시건 2시건 상관없어요. 24시간 ‘밀착 마크’해 줍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접촉이 안 될 뿐 실제 수업량은 더 늘어나도록 보장합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유명 입시컨설팅학원은 최근 전북에 사는 고교 3학년 A 군과 상담하며 이렇게 홍보했다. 이 학원은 A 군 같은 지방 학생들이 적지 않게 등록해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서울에 오진 않는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상담을 받고 강사가 짜주는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수업을 듣는다. 학원 관계자는 “9월 수시모집 마감 때까지 24시간 내내 ‘들들 볶아 주겠다’고 하면 학생들도 반가워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다. 방역수칙에 따라 운영을 중단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가 오히려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줌 수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지방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많다. 다만 심야 수업은 서울시 조례 위반 소지가 있는 데다 불안한 학부모의 심리를 노린 상품들이 늘어나 주의가 필요하다.○ “새벽 2시에 줌 수업하기도” 동아일보가 1, 2일 줌 수업을 하는 대치동 입시학원과 컨설팅학원 10곳에 문의했더니, 8곳이 “학부모 요청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에도 ‘줌 수업’을 한다”고 안내했다. 한 논술학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지방 학생은 10%가 안 됐는데 지금은 50%를 넘는다”며 “주로 일대일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B학원에 따르면 줌 수업 신청자들은 대부분 심야시간을 선호한다고 한다. 직접 가서 듣는 학원이 오후 10시쯤 끝나 그 이후 수업받길 원한다. B학원 관계자는 “자정 이후는 물론이고 새벽 2시에 수업을 듣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수업 방식에 학부모나 학원 모두 만족하는 눈치다. 중3 자녀를 둔 어머니 김모 씨는 “맞벌이라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확인이 어려웠는데, 심야 줌 수업은 퇴근 뒤 챙겨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사는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들도 학원을 오가는 불편이 없어 더 좋아한다”고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에 지장이 많았다. 줌 수업은 대면 수업이 끝난 뒤 ‘버리는 시간’에도 가능해 학원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줌 수업이 인기를 끌며 해외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도 늘어났고, 해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도 많아졌다. 올해 국내 의대에 진학한 A 씨(19)는 “지난해 베트남 국제학교에 다니며 줌으로 대치동 C컨설팅학원 수업을 들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C학원 대표는 “요즘 유학반은 해외에 체류하며 국내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가 70%고, 수강생 약 50%가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며 “과거에 방학 때 대치동에서 단기 특강을 받던 수요가 온라인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 “적절한 수업인지 잘 따져봐야” 하지만 온라인이라 해도 심야에 진행하는 수업은 법을 어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2008년 학생 건강권 보장을 위해 오후 10시 이후 교습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개인 과외 역시 2017년부터 오후 10시 이후엔 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 위반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제보가 없으면 비대면 수업을 일일이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자녀의 학습 부족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파고드는 ‘불필요한 수업’도 많다고 조언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최근 중학생이 컨설팅학원 수업을 받기도 하는데 입시 정책 변화 추이를 볼 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줌 수업도 질적으로 천차만별이다. 향후 입시 정책과 자녀 성향 등을 신중하게 판단해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오승준 ohmygod@donga.com·조응형 기자}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실종 당시 함께 있었던 A 씨의 휴대전화에서 사망과 관련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찾은 A 씨 휴대전화에서 사망 원인 등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혈흔 및 유전자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손 씨가 실종된 4월 25일 오전 7시 2분경 전원이 꺼진 뒤 한 번도 다시 켜지지 않았다. A 씨가 오전 3시 37분경 부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로는 사용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 김모 씨(63)에 대해 법 최면 조사를 실시했으나 정확한 위치와 날짜를 기억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1일 동아일보와 만나 “지난달 11, 12, 14일 중에 주운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며 “손 씨의 실종 지점 인근에 있는 피크닉장에서 발견한 것 같다. 휴대전화는 앞면은 깨끗했고 뒷면에 금이 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주웠을 당시 주변에는 빈 소주 페트병과 캔 맥주 등 쓰레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김 씨는 2주 넘게 휴대전화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오른쪽 팔을 전치 3주가 나올 정도로 다쳐 치료하느라 휴대전화의 존재를 잊어버렸다”며 “A 씨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뒤 내가 주울 때까지 약 2주가 빈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습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법률대리인은 1일 자신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유튜버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담당 변호사가 한 방송사 부장과 형제다. A 씨 측에 유리한 내용을 방송하려고 거래했다”고 주장했다.김윤이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실종 당시 함께 있었던 A 씨의 휴대전화에서 사망과 관련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찾은 A 씨 휴대전화에서 사망 원인 등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혈흔 및 유전자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손 씨가 실종된 지난달 4월 25일 오전 7시 2분경 전원이 꺼진 뒤 한번도 다시 켜지지 않았다. A 씨가 오전 3시 37분경 부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로는 사용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 김모 씨(63)에 대해 법 최면 조사를 실시했으나 정확한 위치와 날짜를 기억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1일 동아일보와 만나 “11, 12, 14일 중에 주운 거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며 “손 씨의 실종 지점 인근에 있는 피크닉장에서 발견한 것 같다. 휴대전화는 앞면은 깨끗했고 뒷면에 금이 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주웠을 당시 주변에는 빈 소주 페트병과 캔 맥주 등 쓰레기들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김 씨는 2주 넘게 휴대전화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을 하다가 오른쪽 팔이 전치 3주가 나올 정도로 다쳤다”며 “치료에 신경을 쓰느라 휴대전화의 존재를 잊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A 씨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뒤 내가 주울 때까지 약 2주가 비는 만큼 중간에 다른 사람이 습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씨의 법률 대리인은 1일 자신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유튜버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담당 변호사가 한 방송사 부장과 형제다. A 씨 측에 유리한 내용을 방송하려고 거래했다”고 주장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은 이 전화기를 공원 잔디밭에서 주워 2주 넘게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미화원의 정확한 습득 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환경미화원 B 씨가 A 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경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B 씨를 상대로 법 최면 수사를 실시했다”고 31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 씨는 5월 11일을 전후로 공원에 있는 잔디밭 어딘가에서 휴대전화를 주웠다고 기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동료들에 따르면 당시 휴대전화를 습득해 환경미화원 사무실의 개인물품을 보관하는 사물함에 넣어두었다가 이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동료 C 씨는 “마침 그 직후에 B 씨가 팔 등이 아파서 병가를 내는 등 개인적인 일로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B 씨가 해당 휴대전화의 존재를 다시 떠올린 건 30일쯤이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이 분실된 휴대전화를 습득해 공원안내센터에 가져다주는 걸 보고 기억이 났다고 한다. B 씨는 바로 사물함에서 해당 휴대전화를 찾아 센터에 전달했다. C 씨는 “주운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공원에 있는 잔디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며 “경찰에게 관련 사안을 아는 대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B 씨로부터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는 곧장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관계자는 “30일 B 씨가 ‘얼마 전 공원에서 주웠다’며 휴대전화를 가져왔다. 기종이 언론에 보도된 A 씨의 휴대전화 기종과 같아 바로 경찰에 알렸다”며 “B 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업무로 복귀하면 함께 휴대전화 발견 경위 등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환경미화원 B 씨 진술의 사실 관계와 정확한 습득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법 최면 수사를 실시하는 한편, 한강공원에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추가로 분석하고 있다. 또 A 씨 휴대전화는 물론 B 씨의 것도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휴대전화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및 혈흔 감식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A 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은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법인은 31일 홈페이지에 “수차례 멈춰달라고 부탁드렸는데도 인터넷 등에서 지속적으로 위법행위가 이어지고 있어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미 A 씨와 그의 가족 등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협박 등 위법행위와 관련된 자료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김윤이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몇 명이서 오셨어요? 방 잡아뒀는데 같이 한 잔 더 해요.” 토요일이던 5월 29일 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대뜸 또래 여성들에게 말을 걸었다. 여성들은 거절 의사를 내비쳤지만 계속 함께 술을 마시자며 채근했다. 여성들이 재빨리 지나쳐가자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른 여성들에게 향했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클럽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들이 즉석 만남을 시도한 장소는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큰길이었다. 이때는 오후 10시 15분경으로 방역수칙에 따라 주점이나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시점이었다. 최근 주말이나 휴일 심야에 서울 강남 등 번화가 거리들이 대형 클럽을 방불케 하는 ‘야외 용광로’로 바뀌고 있다. 오후 10시 이후 유흥시설의 영업금지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몰려나와 북새통을 이룬다.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보니 길에 모여드는 것이지만, 일부는 5명 이상 모여 술을 마시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가장 핫(hot)하다’고 지목한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거리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이후 인파가 많아 쉽게 지나가기도 어려웠다. 강남역에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까지 500m 정도 되는 길이 축제라도 열린 듯 시끌벅적했다. 한쪽에선 승용차 스피커로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채 젊은 남녀 20∼30명이 거리낌 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32)는 “주말엔 차를 가져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이들이 자주 보인다. 거리 전체가 울릴 정도”라고 전했다.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방역수칙은 다소 뒷전인 모습도 보였다. 마스크를 내린 채 캔 맥주를 들고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많았고, 골목 곳곳에서 예닐곱 명씩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가도 뜨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한 20대 남성은 “친구랑 셋이서 놀러 왔다. 10시까지만 마시게 하니까 아쉬워서 좀 더 시간을 보내다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클럽 등에서 벌어지는 즉석 만남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대체로 “숙박업소를 예약해뒀으니 함께 가서 술을 마시자”는 제안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있다가도 즉석 만남을 시도할 땐 마스크를 내리는 이들이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1)는 “파티 룸 형태로 된 방을 하나 빌렸다. 10시 이후 말을 걸면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모 씨(21·여)도 “10시에 술집은 문을 닫았지만 더 놀고 싶어서 (같이 놀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웃었다. 거리에서 만난 20대들에 따르면 이들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애용한다고 한다. 모텔 등 상주직원이 있는 숙박업소는 방역수칙 탓에 단체로 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유 숙박은 소유주와 직접 소통해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 한 20대 남성은 “앱에선 ‘4인 이하 가능’이라 표기해두지만 실제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은모 씨(28)는 “약속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술 취한 이들이 마구잡이로 다가와 2차를 제안했다. 갑자기 마스크까지 내리고 가까이 다가와 불편했다”고 전했다. 인근 빌딩에서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 씨(84)는 “벌써 이런 지 꽤 됐다. 방역수칙을 어기는 모습을 자주 보지만 다들 혈기왕성한 데다 술에 취해 제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야외 음주 현장은 민원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방역기동반이 나가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시 순찰이 어려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윤태 기자}

배우 박용기 씨(59·사진)가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씨를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이날 0시 20분경 서울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주변 사거리에서 잠실대교 남쪽 방향으로 우회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사고를 당한 보행자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박 씨를 불러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박 씨는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박 씨는 동료 배우 및 개그맨 등과 함께 2008년 9월부터 2010년 5월까지 3회에 걸쳐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극배우 출신인 박 씨는 영화 ‘투사부일체’와 ‘가문의 위기’, KBS 드라마 ‘아이리스’ 등에 출연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배우 박용기 씨(59)가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씨를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이날 오전 0시 20분경 서울 송파구 지하철2호선 잠실역 주변 사거리에서 잠실대교 남쪽 방향으로 우회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사고를 당한 보행자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박 씨를 불러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박 씨는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박 씨는 동료 배우 및 개그맨 등과 함께 2008년 9월부터 2010년 5월까지 3회에 걸쳐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극배우 출신인 박 씨는 영화 ‘투사부일체’와 ‘가문의 위기’, KBS드라마 ‘아이리스’ 등에 출연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서울 서초경찰서가 지난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사실을 인지한 직후 서울경찰청에 발생 보고만 한 차례 했다는 해명과 달리 수사 상황까지 하루 동안 세 차례 보고를 한 사실이 28일 밝혀졌다.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새벽 차관 지명 전 이용구 변호사가 고위 공무원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감지했다. 이를 최종 확인한 같은 달 9일 사건 발생 보고와 택시기사 S 씨의 경찰 출석 일정, S 씨가 이 차관에 대한 처벌 불원서를 작성한 사실까지 순차적으로 서울경찰청에 통보했다. 경찰 내부 규정상 시도경찰청 보고 및 수사지휘 대상인데도 서울경찰청은 26일 “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실무진 사이에서만 참고용으로 발생 사건 통보만 했다”고 해명했는데, 법조계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차관을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초경찰서 C 경사를 불러 윗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쩐지 알려진 사람처럼 대하더니’ 뒷말”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A 경위는 지난해 11월 6일 금요일 오후 11시 반경 발생한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보고를 다음 날인 7일 오전 근무 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경위를 비롯한 서초경찰서 관계자들은 주말이 지난 9일 월요일 이 차관의 신원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초서에서는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S 씨의 112 신고에 따라 이 차관의 서울 서초구 모 아파트 자택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생활안전과 직원 등을 중심으로 폭행 사건의 당사자인 이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라는 사실이 파악됐다. 일부 현장 출동 경찰관을 중심으로는 “어쩐지 좀 알려진 사람처럼 행동하더니…”라는 말까지 오갔다고 한다. A 경위 등은 같은 달 9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B 경위에게 이 변호사에 대한 사건 기록과 개요를 보고하고,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을 비롯한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B 경위는 A 경위와 연락하면서 추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B 경위와의 업무 연락 과정에서 S 씨가 9일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까지 서울경찰청에 전달했다. B 경위는 경찰 조사를 받은 S 씨가 폭행 사건 처리 담당자인 C 경사에게 “이 차관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사실도 통보를 받았다. 특히 서초경찰서 형사 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당시 이모 형사과장이 S 씨의 경찰 출석 전에 인터넷에 ‘이용구 변호사’를 검색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사건을 처리하는 일선 담당자 외에도 수사 상황을 총괄하는 이 과장이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 때문에 계속 나온다.○ 시도청장 보고 대상인데 “실무진 통보” 해명만 경찰에 출석한 S 씨는 “블랙박스에 폭행 영상이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 경사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여러 상황 속에도 C 경사가 이 차관의 신원을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서초파출소가 최초 보고한 이 차관의 ‘운전자 폭행’ 혐의는 ‘단순 폭행’ 혐의로 축소됐으며, 양측이 합의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됐다. C 경사의 윗선 간부들은 이를 그대로 결재했다. 일각에선 “적어도 9일 오전부터 이 차관의 존재를 인지한 상황에서 사건이 종결된 건 모종의 외압이 작용했거나 피의자가 이 차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건이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걸 수수방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향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B 경위 등을 기점으로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이 서울경찰청 윗선이나 경찰청 등에 보고됐는지, 또 서초경찰서 고위 간부 등이 제3의 경로를 통해 이 차관 사건 처리에 대한 외압을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변호사 범죄 등은 시도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하는 주요 사건이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26일 “실무자 사이에서만 참고용으로 통보되었을 뿐 관련 내용 보고서가 생산된 사실이 없고, 지휘 라인으로 보고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고도예 yea@donga.com·조응형·장관석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불거진 다음 날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서초경찰서를 다녀간 사실이 28일 밝혀졌다. 이 차관은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를 찾은 적이 없던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있었지만 뒤늦게 경찰서 방문 행적이 드러난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7일 오전 11시 12분쯤 서초경찰서 형사당직팀 사무실을 찾았다. 전날인 6일 오후 11시 30분경 택시기사 S 씨에 대한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2시간 만이다. 이 차관이 서초경찰서를 찾은 이유는 택시 안에 놓고 온 유실물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당시 서초서 내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 차관이 자신의 짐만 찾아간 채 경찰과 접촉한 사실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방문 시점이 피해자 조사 전이고 담당 형사도 퇴근 후였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택시기사 S 씨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갔다. 사건 발생 직후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초파출소 경찰이 블랙박스 SD 카드를 꺼내 영상을 확인하려했지만 재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전용 뷰어를 내려받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틀어줬고 S 씨는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1월 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이 차관은 S 씨에게 “사람에게 손을 댄 것은 처음이다. 얼마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합의금을 제시하며 영상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블랙박스 전용 뷰어라는 게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인데 경찰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했더라면 이 변호사가 차관이 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했다.유원모 onemore@donga.com·조응형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22)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손 씨와 함께 있었던 A 씨에 대해 범죄를 의심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경찰청은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에선 손 씨의 사망에서 범죄와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실체적인 진실을 찾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이 손 씨와 관련해 공식 수사 결과를 내놓은 건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5일 이후 32일 만이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수사 미흡’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A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7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A 씨 가족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와 전자기기 포렌식 작업 등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손 씨의 시신 발견 전에 3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발견 뒤에 4회 더 조사받았다. 법 최면 수사(2회)와 프로파일러 면담(1회)도 포함됐다. A 씨와 A 씨 아버지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A 씨의 데이터 사용 기록 등을 확인했으나 특이점은 없었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종 당시 A 씨가 입은 의류를 감정했으나 혈흔이나 DNA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이후 행방이 묘연한 A 씨의 휴대전화도 계속해서 수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누나를 비롯해 4인 가족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태블릿PC, 차량 블랙박스 등 7대의 기기를 포렌식했으나 데이터 삭제 기록 등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전 4시 40분경 낚시꾼들에 의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된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강력 7개 팀 등을 투입해 폐쇄회로(CC)TV 영상 126개와 당일 한강 출입차량 193대 등을 분석하고 있다. 7개 그룹 16명의 목격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와 현장 조사, 법 최면 등 23회에 걸친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해당 사건에 쏟아지는 관심 등을 고려해 그간 제기된 의혹 중 24개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해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손 씨 아버지인 손현 씨(50)는 이날 경찰 발표에 대해 “경찰은 해명을 하지 말고 해결을 해주길 바란다”며 “수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구구절절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 애가 왜 물에 들어갔는지 설명이 필요한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손 씨 유족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을 지적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해왔다. A 씨가 손 씨의 사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22)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손 씨와 함께 있었던 A 씨에 대해 범죄를 의심할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경찰청은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에선 손 씨의 사망에서 범죄와의 관련성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실체적인 진실을 찾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이 손 씨와 관련해 공식 수사결과를 내놓은 건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5일 이후 33일 만이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수사 미흡’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A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7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A 씨 가족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와 전자기기 포렌식 작업 등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손 씨의 시신 발견 전에 3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발견 뒤에 4회 더 조사받았다. 법 최면 수사(2회)와 프로파일러 면담(1회)도 포함됐다. A 씨 부모도 합쳐서 3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A 씨와 A 씨 아버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A 씨의 데이터 사용내역, 기지국 접속 정보 등을 확인했으나 특이점은 없었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종 당시 A 씨가 입은 의류를 감정했으나 혈흔이나 DNA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이후 행방이 묘연한 A 씨의 휴대전화도 계속해서 수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누나를 비롯해 4인 가족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태블릿PC, 차량 블랙박스 등 7대의 기기를 포렌식했으나 데이터 삭제 내역 등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전 4시 40분경 낚시꾼들에 의해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된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4, 25일 이틀간 신고 됐던 실종자 63명 가운데 남성의 소재는 모두 파악했다. 실종자가 아닌 사람 중에도 물에 들어간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추가 목격자 등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서초경찰서는 강력 7개 팀 등을 투입해 폐쇄회로(CC)TV 영상 126개와 당일 한강 출입차량 193대 등을 분석하고 있다. 7개 그룹 16명의 목격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와 현장 조사, 법최면 등 23회에 걸친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해당 사건에 쏟아지는 관심 등을 고려해 그간 제기된 의혹 가운데 24개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해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손 씨 아버지인 손현 씨(50)는 이날 경찰 발표에 대해 “경찰은 해명을 하지 말고 해결을 해주길 바란다”며 “수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 애가 왜 물에 들어갔는지 설명이 필요한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손 씨 유족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을 지적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해왔다. A 씨가 손 씨의 사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그룹홈(공동양육시설)에 온 아이에겐 여러 사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빚 대물림 같은 부담도 그중 하나죠. 여기 온 아이라면 그런 위험도 함께 껴안아야죠. 그게 어른들의 책임 아닐까요.” 서울에서 그룹홈을 운영하는 김영화 씨(58)는 지난달 15일 규영이(가명·12)의 엄마가 됐다. 3월 22일 법정후견인을 신청해 정식 보호자 자격을 얻었다. 규영이를 괴롭히는 빚의 사슬을 끊어주기 위해. 규영이는 지난해 12월 29일 혼자가 됐다. 아빠가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다섯 살 때 떠난 엄마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 규영이는 올해 3월 5일 김 씨의 그룹홈에 합류했다. 겨우 안식처를 얻었지만 규영이는 빚의 망령에 쫓기고 있었다. 아빠 빈소에서도 빚 독촉을 했던 채권자는 규영이의 초등학교까지 찾아왔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 “1200만 원을 내 놓으라”고 다그쳤다. 결국 보다 못한 김 씨가 나섰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도움을 받아 법정후견인부터 맡았다. 후견인이 되면 빚 조사부터 상속포기 신청까지 대신 할 수 있다. 센터도 법적 절차를 무료로 대리하기로 했다. 이상훈 센터장은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다”고 말했다. 후견인 자처해 빚 독촉 막고, ‘빚 대물림’ 차단 무료 법률지원도 “무작정 쏘아붙이는데 정말 놀랐어요. 하물며 그 어린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혼자서 아무 대꾸도 못 했을 걸 떠올리면 마음이 아립니다.” 서울의 한 공동육아시설(그룹홈) 시설장인 김영화 씨(58)는 3월 11일 전화 한 통을 받고 손이 덜덜 떨렸다. “규영이(가명) 아비한테 돈 빌려준 사람이다. 아빠가 죽었으니 애가 갚아야 한다. 어떻게든 받아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규영이가 그룹홈에 온 지 딱 1주일 만이었다.○ “어른은 아이의 불행을 외면해선 안 돼”김 씨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규영이를 다독이며 그간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다. 그 ‘아저씨’는 지난해 12월 아빠의 장례식장에도 나타나 대뜸 빚을 갚으라고 했단다. 며칠 전엔 학교까지 찾아와선 협박했다. 규영이는 그때마다 영문도 모른 채 당하기만 했다. “여기 온 지 겨우 일주일 된 애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알아보니 규영이를 잠깐 보호했던 먼 친척을 괴롭혔던 모양이에요. 그걸 생각하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맡아줄 이도 없이 홀로 남겨진 아이가 아버지 재산이 얼마인지, 빚이 얼마인지 뭘 알겠어요. 어른이 나서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 입장은 무시한 채 어디든 들이닥치는 채권자를 막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김 씨는 큰 고민 없이 진짜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관련법을 알아본 뒤 3월 22일 곧장 규영이의 법정후견인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달 15일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김 씨에 따르면 그룹홈에는 그 아저씨가 보낸 소장도 날아왔다. 원금 1200만 원에 다 갚을 때까지의 연이자 12%도 지불하라는 독촉이었다. 하지만 든든한 지킴이가 생긴 규영이는 이제 더 걱정할 게 없다. 김 씨는 규영이가 아빠의 재산보다 더 많은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한정승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은 빚 독촉장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 수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 지켜주지 않으면 규영이는 성인이 된 뒤에도 빚의 굴레에서 시달릴 수 있습니다. 이제 제가 ‘엄마’가 돼주기로 한 이상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사실 규영이는 처음 그룹홈에 왔을 때 거의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최근 하굣길에 규영이는 마중 나온 김 씨의 손을 잡고 조용히 속삭였다. “기도했어요, 저에게 더 많은 용기를 달라고.”○ 주택상담사가 빚 독촉장 발견해 도와일곱 살 유민이(가명)는 아직 미성년인 형과 누나가 있다. 삼남매는 지난해 뜻도 제대로 모르는 ‘빚’의 수렁에 빠질 뻔했다. 그들을 구한 건 한 구청 직원의 세심한 눈 덕분이었다. 지난해 6월 유민이 아빠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약 1500만 원이 남아 있었다. 엄마는 삼남매와 함께 살고 있긴 하지만 이혼한 상태라 법적 책임이 없었다. 빚은 아이들에게 대물림됐다. 법정대리인인 엄마가 해결하면 될 문제였지만 안타깝게도 정신이 온전치 않았다. 경계성 지적장애를 지닌 엄마는 법원 서류가 날아와도 그저 방구석에 쌓아만 뒀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꼼짝없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였다. 다행히 지난해 8월 삼남매의 반지하방을 찾은 윤정선 상담사(48)가 이 서류를 발견했다. 구청 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그는 임대주택 상담차 방문한 것으로 이쪽 분야에 밝지 못했다. 자신이 책임질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윤 상담사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엄마에게 이게 무슨 서류냐고 물었더니 고개만 가로저었어요. 읽어봤더니 이대로 두면 아이들한테 큰일 나겠구나 싶었죠. 당장 법률지원단체에 요청해 관련 서류들을 준비해줬어요. 근데 엄마는 ‘너무 어렵다. 그만두겠다’는 거예요. 그때마다 같이 가자고, 내가 다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잡아끌었어요.” 현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유민이 삼남매를 위해 무료로 법적절차를 돕고 있다. 윤 상담사는 “담당 업무는 아니지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이런 아이들을 우리가 돕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느냐”고 했다. 센터 측은 “지난해 7월부터 이런 어려움에 놓인 아동 24명을 도와왔다. 하지만 여전히 애들한테 미안할 뿐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어려움에 빠뜨려서야 되겠느냐”고 답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조응형 기자}

“할머니, 이거 봐요. 여기 내 이름이 있네. 이게 뭐야?”지난해 1월 8일. 서울에 사는 우진이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법원 직인이 찍힌 서류라 조심스레 열어 보다 할머니 정모 씨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의 빚을 우진이가 갚아야 한다는 내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영문도 모르는 우진이는 천진한 얼굴로 고개만 갸웃거렸다.○ 친모가 어린 자식에게 빚 떠넘겨서류상 우진이가 갚을 돈은 2300만 원. 폐지 주워 생계를 잇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정 씨로선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할머니는 어떻게든 손자가 뒤집어쓴 굴레를 벗겨주고 싶었다. 박카스 한 박스 사들고 알음알음 찾아간 법무사. 사정 끝에 최소비용 50만 원만 받고 일을 맡아주기로 했다.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 금액도 정 씨에겐 감당이 쉽진 않았다. 정 씨는 “우진이를 위해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해 모은 쌈짓돈을 다 털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상속포기를 신청한 뒤에도 난관은 이어졌다. 법률상 상속을 포기하려면 친권자가 나서야 했다. 우진이를 떠난 뒤 10년 넘게 연락 없는 엄마 송모 씨의 인감증명서와 동의서가 필요했다. 법원은 “해당 서류가 없으면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할머니는 애가 탔다. 아무리 수소문해도 송 씨 행방을 알 길 없었다. 우진이 손을 부여잡고 서류상 주소지인 충북 청주에도 찾아가봤다. 집주인은 “한 달 전쯤 이사 갔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정 씨를 도왔다. 우진이의 딱한 사정을 알고 송 씨의 친권을 일시 정지하는 법적 절차를 밟아줬다. 길고 긴 상속포기 소송은 13개월 만인 올해 2월 25일 마무리됐다. 이제 우진이는 빚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할머니는 마음의 빚이 남았다. 공동 채무자였던 형 백주환(가명·22) 씨에게 우진이 몫의 빚까지 넘어갔단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빚이란 게 무섭습디다. 불쌍한 우리 애 살리려 급한 불을 끈 건데, 그렇게 달라붙어 옮겨갈 줄 누가 알았겠어? 얼굴도 모르지만 우진이랑 형제라는데. 그쪽 생각하면 두 발 뻗고 잘 수가 없네요. 자꾸 죄스러워서 눈물만 쏟아져.”○ 있는지 몰랐던 동생 빚 떠안은 청년 “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 이게 뭐예요?” 3월 10일 주환 씨는 창백한 표정으로 아버지 백모 씨(48)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버지는 다르지만 친모인 송 씨가 낳은 남동생 우진이가 상속을 포기했다는 법원 서류였다. 그 바람에 주환 씨 역시 존재도 몰랐던 외할머니의 빚을 모두 떠안았다는 내용이었다. 주환 씨는 지금껏 동생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 엄마란 사람 역시 세 살 때 사라진 뒤 생사도 몰랐다. 다만 주환 씨 몸엔 엄마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송 씨가 담뱃불로 자기 자식의 다리를 지진 자국이다. 백 씨는 그제야 가슴을 쳤다. “실수했구나 싶었어요. 사실 지난해 1월 제가 법원 통지를 받았거든요. 애 엄마가 상속을 포기해 빚이 넘겨졌단 거였죠. 근데…, 차마 주환이한테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 애를 워낙 학대해 엄마 얘기만 꺼내도 낯빛부터 변하는데. 어떻게든 혼자 조용히 해결해 보려 했던 건데. 이 지경이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 주환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남보다 못한 엄마, 더구나 본 적도 없는 외할머니. 그 빚을 왜 내가 갚아야 한단 말인가. 그나마 아직 실낱같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진이와 달리 주환 씨는 성인이라 ‘특별한정승인’ 소송을 해볼 수 있다. 특별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빚을 인지한 시점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하면 재산을 넘는 부채는 상속받지 않도록 구제해 주는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빚을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가능성은 50%는 된다고 본다”고 했다.‘빚의 사슬’… 사촌까지 상속포기 신청해야 면책 美-英선 상속집행자가 알아서 정리입법조사처 “친족 빚 확인 어려워 현실에 맞게 법개정 서둘러야”“물려받은 빚을 포기하시려면 자녀와 배우자뿐 아니라 형제자매, 사촌까지 모두 함께 법원에 상속 포기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최근 한 법률 상담 사이트에 한 상속 전문 변호사가 띄운 안내 글의 일부다. 이 문장만 봐도 ‘빚의 대물림’이란 사슬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현행 민법은 1순위인 자녀와 배우자를 시작으로 사촌 등 총 4순위에 걸쳐 상속인을 규정하고 있다.반면 미국과 영국 등은 미성년뿐 아니라 성인도 원칙적으로 빚을 물려받지 않는다. 개인이 생전에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을 처분할 집행자를 선임해두면 그가 알아서 재산 가운데 빚을 정리한다. 만약 유언을 남기지 않고 갑작스레 숨지더라도 사망신고 뒤 법원이 집행인을 지정해 재산에서 빚을 처분해준다. 주환 씨나 우진이처럼 얼굴도 모르는 가족의 빚을 덜컥 떠안을 가능성이 없다.국회입법조사처의 김성호 조사관은 “친족에게 빚이 자동으로 대물림되는 현행 민법에선 망자의 빚을 조사하고 처분할 의무를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반면 미국은 그 책임을 법원이 지정한 집행자가 진다”며 “현대사회에선 먼 친족이라면 빚이 있는지조차 확인이 어렵다. 현실에 맞춰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역시 지난해 11월 가족공동체가 해체된 현대사회에서 현행 상속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짚었다.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배인구 변호사는 “생전에 재산과 부채를 처분하는 방안을 마련해놓는 ‘유언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미국은 시민의 95%가 유언을 남겨 재산은 물론이고 부채까지 처분할 방안을 미리 마련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행정비용도 줄고 상속인이 뒤늦게 빚을 떠안을 위험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조응형·김수현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의 양말에 묻은 흙이 강가에서 10m 떨어진 강바닥 지점의 흙과 유사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이 같은 감정 결과를 국과수로부터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국과수는 토양 입자가 빛을 굴절하는 정도, 알루미늄 규소 칼륨 등의 원소 조성비 등을 기준으로 양말과 강바닥 흙이 표준편차 내에서 서로 유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경찰은 손 씨가 머무른 곳을 중심으로 총 7곳의 토양을 채취해 13일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 양말에서 나온 것과 유사한 흙 성분이 나온 곳은 사건 당일 목격됐던 신원 미상의 남성이 걸어 들어간 지점과 10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은 경찰에 “오전 4시 40분경 한 남성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 시간이 새벽으로 어두워 오차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지난달 24, 25일 이틀간 서울청에 접수된 실종자 63명 중 지난주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던 남성 6명을 모두 생존한 채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분석 결과가 ‘수중 오염’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어 사건 정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 진술을 종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 씨가 흙을 직접 밟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25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선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주최한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은 이날 “경찰 수사가 미흡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시간이 지나갔다”며 “보다 공정하고 치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진사는 16일 개설된 온라인 카페로 25일 현재 가입자 2만 명을 넘겼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한 누리꾼이 작성해 퍼뜨린 A4용지 123쪽 분량의 ‘한강사건 보고서’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우진이(가명) 엄마는 백일도 안 된 애를 버리고 떠났어. 그런 애한테 있는지도 몰랐던 외할머니 빚을 갚으라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란 족쇄로 빚만 떠안겼다. 우진이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다. 키도 할머니 정모 씨(77)만큼 자라 듬직하다.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 할머니. 묵묵히 따라나서 할머니를 돕는 맑고 착한 아이다. 지난해 우진이는 하마터면 큰일을 치를 뻔했다. 열한 살짜리가 자칫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외할머니인 강모 씨가 2019년 6월 숨지며 빚만 잔뜩 남긴 탓이었다. 우진이를 버린 생모 송모 씨(41)는 기별도 없이 자기만 상속을 포기해버려 빚이 자식들에게 넘어왔다. 가족의 인연은 이미 끊어졌다. 하지만 빚의 악연은 질기게 들러붙었다. 채권자는 우진이를 ‘공동 채무자’로 설정해 4600만 원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우진이와 할머니는 그때 알았다. 함께 빚을 짊어진 형제가 있다는 걸. 엄마라 부른 적도 없는 이가 낳은 ‘형’이 있다는 걸. “1년 소송해서 겨우 빚 상속을 피했어. 어린 것을 빚쟁이로 만들 수야 없잖아. 그런데 뭔 놈의 법이 그렇답니까. 그 빚이 고스란히 형한테 갔대. 거기는 또 뭔 죄를 졌다고. 우리 잘못도 아닌데 괜히 걱정되고 미안합디다.” 국내 민법은 ‘당연 승계주의’ 원칙을 갖고 있다. 누군가 사망하면 재산이나 빚이 혈연을 타고 대물림된다. 본 적 없는 엄마건, 존재도 몰랐던 형제건 상관없다. 서류상 가족이면 빚은 기어코 따라붙는다. 배인구 변호사는 “가족의 해체가 흔해진 21세기에 친족이란 멍에로 빚을 물려받는 현행 민법이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본 적 없는 외할머니, 떠나버린 엄마… 내가 왜 그 빚을?”“할머니, 이거 봐요. 여기 내 이름이 있네. 이게 뭐야?”지난해 1월 8일. 서울에 사는 우진이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법원 직인이 찍힌 서류라 조심스레 열어 보다 할머니 정모 씨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의 빚을 우진이가 갚아야 한다는 내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영문도 모르는 우진이는 천진한 얼굴로 고개만 갸웃거렸다.○ 친모가 어린 자식에게 빚 떠넘겨서류상 우진이가 갚을 돈은 2300만 원. 폐지 주워 생계를 잇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정 씨로선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할머니는 어떻게든 손자가 뒤집어쓴 굴레를 벗겨주고 싶었다. 박카스 한 박스 사들고 알음알음 찾아간 법무사. 사정 끝에 최소비용 50만 원만 받고 일을 맡아주기로 했다.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 금액도 정 씨에겐 감당이 쉽진 않았다. 정 씨는 “우진이를 위해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해 모은 쌈짓돈을 다 털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상속포기를 신청한 뒤에도 난관은 이어졌다. 법률상 상속을 포기하려면 친권자가 나서야 했다. 우진이를 떠난 뒤 10년 넘게 연락 없는 엄마 송모 씨의 인감증명서와 동의서가 필요했다. 법원은 “해당 서류가 없으면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할머니는 애가 탔다. 아무리 수소문해도 송 씨 행방을 알 길 없었다. 우진이 손을 부여잡고 서류상 주소지인 충북 청주에도 찾아가봤다. 집주인은 “한 달 전쯤 이사 갔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정 씨를 도왔다. 우진이의 딱한 사정을 알고 송 씨의 친권을 일시 정지하는 법적 절차를 밟아줬다. 길고 긴 상속포기 소송은 13개월 만인 올해 2월 25일 마무리됐다. 이제 우진이는 빚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할머니는 마음의 빚이 남았다. 공동 채무자였던 형 백주환(가명·22) 씨에게 우진이 몫의 빚까지 넘어갔단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빚이란 게 무섭습디다. 불쌍한 우리 애 살리려 급한 불을 끈 건데, 그렇게 달라붙어 옮겨갈 줄 누가 알았겠어? 얼굴도 모르지만 우진이랑 형제라는데. 그쪽 생각하면 두 발 뻗고 잘 수가 없네요. 자꾸 죄스러워서 눈물만 쏟아져.”○ 있는지 몰랐던 동생 빚 떠안은 청년 “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 이게 뭐예요?” 3월 10일 주환 씨는 창백한 표정으로 아버지 백모 씨(48)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버지는 다르지만 친모인 송 씨가 낳은 남동생 우진이가 상속을 포기했다는 법원 서류였다. 그 바람에 주환 씨 역시 존재도 몰랐던 외할머니의 빚을 모두 떠안았다는 내용이었다. 주환 씨는 지금껏 동생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 엄마란 사람 역시 세 살 때 사라진 뒤 생사도 몰랐다. 다만 주환 씨 몸엔 엄마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송 씨가 담뱃불로 자기 자식의 다리를 지진 자국이다. 백 씨는 그제야 가슴을 쳤다. “실수했구나 싶었어요. 사실 지난해 1월 제가 법원 통지를 받았거든요. 애 엄마가 상속을 포기해 빚이 넘겨졌단 거였죠. 근데…, 차마 주환이한테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 애를 워낙 학대해 엄마 얘기만 꺼내도 낯빛부터 변하는데. 어떻게든 혼자 조용히 해결해 보려 했던 건데. 이 지경이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 주환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남보다 못한 엄마, 더구나 본 적도 없는 외할머니. 그 빚을 왜 내가 갚아야 한단 말인가. 그나마 아직 실낱같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진이와 달리 주환 씨는 성인이라 ‘특별한정승인’ 소송을 해볼 수 있다. 특별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빚을 인지한 시점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하면 재산을 넘는 부채는 상속받지 않도록 구제해 주는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빚을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가능성은 50%는 된다고 본다”고 했다.‘빚의 사슬’… 사촌까지 상속포기 신청해야 면책 美-英선 상속집행자가 알아서 정리입법조사처 “친족 빚 확인 어려워 현실에 맞게 법개정 서둘러야”“물려받은 빚을 포기하시려면 자녀와 배우자뿐 아니라 형제자매, 사촌까지 모두 함께 법원에 상속 포기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최근 한 법률 상담 사이트에 한 상속 전문 변호사가 띄운 안내 글의 일부다. 이 문장만 봐도 ‘빚의 대물림’이란 사슬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현행 민법은 1순위인 자녀와 배우자를 시작으로 사촌 등 총 4순위에 걸쳐 상속인을 규정하고 있다.반면 미국과 영국 등은 미성년뿐 아니라 성인도 원칙적으로 빚을 물려받지 않는다. 개인이 생전에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을 처분할 집행자를 선임해두면 그가 알아서 재산 가운데 빚을 정리한다. 만약 유언을 남기지 않고 갑작스레 숨지더라도 사망신고 뒤 법원이 집행인을 지정해 재산에서 빚을 처분해준다. 주환 씨나 우진이처럼 얼굴도 모르는 가족의 빚을 덜컥 떠안을 가능성이 없다.국회입법조사처의 김성호 조사관은 “친족에게 빚이 자동으로 대물림되는 현행 민법에선 망자의 빚을 조사하고 처분할 의무를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반면 미국은 그 책임을 법원이 지정한 집행자가 진다”며 “현대사회에선 먼 친족이라면 빚이 있는지조차 확인이 어렵다. 현실에 맞춰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역시 지난해 11월 가족공동체가 해체된 현대사회에서 현행 상속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짚었다.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배인구 변호사는 “생전에 재산과 부채를 처분하는 방안을 마련해놓는 ‘유언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미국은 시민의 95%가 유언을 남겨 재산은 물론이고 부채까지 처분할 방안을 미리 마련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행정비용도 줄고 상속인이 뒤늦게 빚을 떠안을 위험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조응형·김수현 기자}

여덟 살 하정이(가명)는 아빠 엄마가 없다. 하지만 아이는 갚아야 할 빚이 5000만 원을 넘는다. 빚이 뭔지도 모른 채. 서울 금천구에 사는 하정이는 2019년 자신을 홀로 키우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장애로 거동조차 불편한 하정이의 외할아버지(69)는 손녀딸을 돌보려 곧장 법정 후견인 자격을 취득했다. 모진 세상, 가여운 손녀. 어떻게든 하정이를 지켜주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그해 겨울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정이에게 ‘물려받은’ 빚이 있다고 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엄마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썼던 것. 매달 100여만 원씩 이자까지 더해지며 금액은 점점 불어났다. “세상에 그런 법이 있는지 어찌 알았겠어요. 기초생활수급자에 몸까지 불편한 마당에. 딸 명의로 독촉장이 쏟아져도 그저 내가 책임지면 되겠거니 했지요…. 이제 초등학교 입학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한테 빚이 웬 말입니까.” 하정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제 ‘개인파산’뿐이다. 기한 안에 상속을 포기하는 법적인 절차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져 빚을 갚을 책임을 면해도 5년 동안 신용불량이란 꼬리표가 달린다. 한국 사회에서 빚의 대물림에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대법원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성년자 78명이 파산을 신청했다. 올해도 3월까지 빚더미에 깔린 아이 2명이 파산 신청서를 냈다. 법의 허점이 하정이 같은 어린이를 파산으로 내몬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민법은 ‘미성년자가 빚을 물려받으면 친권자나 후견인이 인지한 시점부터 3개월 안에 상속포기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프랑스나 독일은 별다른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미성년자는 재산보다 큰 빚은 물려받지 않도록 법이 보호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지난해 11월 “법정대리인이 상속포기 및 한정승인 신청을 하지 않으면 미성년에겐 개인파산만 남는다. 신용불량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라는 제안은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늦게나마 국회에선 10일 미성년자가 상속 재산보다 큰 빚은 물려받지 않게 하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상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은 “파산을 신청한 미성년자는 전체 빚더미 아동 중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아이에게 빚까지 대물림하는 단순 승계주의를 고수하는 현행법은 개정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석달 지나면 빚 상속포기 못해… 法 모르는 아이들 보호장치 없어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엄마부터 위로했던 아이예요. 엄마를 지켜주겠다면서. 그런데 1억 원 넘는 빚을 물려받았단 걸 알고 절망했어요. 지난달 결국 ‘엄마,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해’라고 하더군요.” 지난달 20일 오후 3시경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 지부. 공단 소속 정경원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정 변호사가 담당하는 유철이(가명·18)의 개인파산 재판 담당 판사였다. 유철이는 별세한 아버지의 빚과 관련해 제때 상속포기 신청을 하지 못해 빚을 떠안았다. 판사는 “우리가 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정말 개인파산뿐이냐”며 안타까워했다. 정 변호사는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다 답했다. “…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판사도 변호사도 속상한 재판판사가 사적 감정까지 내비친 속내를 정 변호사가 모를 리 없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11일 유철이의 파산 신청서를 접수시킬 때까지 수백 번 고민하고 다른 방법이 없는지 찾아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 길밖에 없었다. 유철이는 지난해 4월 20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심근경색이었다.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기울어진 사업을 되살리려 밤낮으로 애쓰다 변을 당했다. 가장을 잃은 집안은 난파선처럼 파도에 휘몰려 다녔다. 같은 해 9월 8일. 숨진 남편에게 빚이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유철이의 어머니 도모 씨(52)가 정 변호사를 찾았다. 현행 민법은 부채를 지닌 이가 숨지면 직계비속·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대물림하도록 돼 있다. 이혼 상태였던 어머니 대신 유철이가 아버지 빚 1억3600만 원을 물려받았다. 문제는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었다. 빚을 포기하거나 빚을 제외한 재산만 물려받으려면, 상속 사실을 안 지 3개월 안에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민법 1020조는 ‘미성년 상속인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 씨가 정 변호사를 찾아온 건 이미 5개월이나 지난 뒤였다. “법은 아이가 몰랐다는 사실을 배려해주지 않아요. 친권자인 어머니가 빚이 자녀에게 대물림됐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상속 포기 신청을 할 수 없는 시점이었죠. 아이는 자기 뜻과 무관하게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고교생이 무슨 수로 1억 원이 한참 넘는 돈을 갚을 수 있겠어요. 빨리 파산신청을 해주는 수밖에요.” 사회생활도 해보지 못한 청소년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재판. 관계자들은 모두가 마음이 아렸다. 담당판사가 정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달 28일 담당판사는 법원 공보관을 통해 이런 뜻을 전해왔다. “개인파산이 받아들여져 면책까지 된다 해도 한국신용정보원에 파산 정보가 통보됩니다. 5년간 금융거래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곧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청년에게 그런 제약은 엄청난 굴레가 될 게 뻔했습니다. 자꾸만 마음이 쓰였습니다.”○ “법 몰라 자식을 수렁에 빠뜨려”“남편이 죽기 전부터 삶은 ‘지옥’이었어요. 제 명의로도 돈을 빌려 빚이 수천만 원까지 불어났거든요. 방법이 없어서 이혼까지 했던 거였는데. 저 힘든 건 괜찮아요. 하지만 자식까지 빚의 수렁에 빠뜨리게 될 줄이야….” 엄마는 유철이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정 변호사가 “개인파산 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을 때 그대로 까무러치기도 했다. 빚도 이혼도 모두 자기 잘못 같았다. 2018년 빚에 시달리다 남편과 헤어진 도 씨는 지금도 빚에 허덕인다. 매달 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70만 원이 넘는다. 월세방 얻을 여력이 안 돼 친정 식구들 집을 전전하기도 했다. 새벽 3시 우유배달을 하고, 아침이면 식당에서 주방 일을 했다. 몸이 부서질 듯했지만, 아이만은 건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의 빚이 유철이에게 대물림됐다는 소식에 세상이 무너졌다. 제대로 먹지 못해 한 달 만에 체중이 7kg 가까이 빠졌다. 병원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내려 치료약까지 먹어야 했다. “평생 가정주부로만 살아서 그런 법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누가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속 포기든 뭐든 했겠죠.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빚을 갚을 방법을 찾으려고 변호사를 찾아간 건데, 애가 개인파산을 해야 한다니 청천벽력이었어요. 유철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엄마가 몰라서 이 지경을 만들다니.” 도 씨는 지난해 11월 유철이의 개인 파산을 신청하며 대리인 자격으로 ‘지급 불능 경위서’를 작성했다. 꾹꾹 눌러 쓴 경위서에는 아들을 향한 마음의 빚이 가득했다. ‘아들은 (개인 파산 소식을 듣고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비를 걱정하며 어떻게든 국립대학에 가겠다고 합니다. 엄마인 저로서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부재가 제일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합니다.’○ 빚에 치여 꿈마저 쪼그라든 아이올해 고3 수험생이 된 유철이는 겉으로는 의젓하고 담담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도 씨가 “유철아, 엄마가 법을 몰라서 네가 개인파산을 하게 됐다”고 전하자 오히려 엄마를 위로했다고 한다. “대뜸 ‘괜찮다’고 했어요. 자긴 그냥 집 근처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 된다고. 그럼 집세도 안 들고 학비도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겠다고요. 군대도 좀 일찍 갔다 오면 낫지 않겠냐고도 했어요. 다만 엄마 혼자 두는 게 제일 걱정이라면서요.” 다행히 성실한 유철이는 무난히 국립대에 갈 성적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유철이가 꿈을 ‘국립대’로 잡은 건 사정이 있다. 유철이는 파산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즉시 복권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신용정보원에 기록이 5년 동안 등재된다. 이럴 경우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며, 전월세 보증금 대출도 어렵다.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을 스스로 꿈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그 덤덤하던 애가 지난달 20일 결국 울음을 터뜨렸어요. 아빠 돌아가신 지 1주기를 맞아 성묘를 갔었는데, 갑자기 ‘엄마,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하더군요. 부모가 자식을 지켜줘야 하는데, 오히려 궁지로 내몬 게 아닌지. 너무 괴롭고 미안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단 생각만 들어요. 우리 유철이 어떻게 살려야 할까요.” 유철이의 방에는 키 작은 장롱 하나가 있다. 유철이가 어릴 때부터 써오던 것이다. 장롱 한구석에는 유철이가 어린 시절 삐뚤삐뚤 쓴 낙서가 새겨져 있다. 정 변호사는 “빚의 대물림이 아직 세상에 나가보지도 못한 아이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을 새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조응형 기자}

“고등학교 3학년인 저는 고1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꾸준히 생활비를 보태 왔습니다. 언니는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교를 다닙니다. 만약 파산면책결정이 난다면 우리는 아마 지금처럼 열심히, 아니 더 열심히 살 것입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조민영(가명) 씨는 열여덟 살이던 2019년 ‘채무증대 및 지급불능 경위서’를 쓰던 때를 아직 잊지 못한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이 서류는 개인이 법원에 파산과 면책을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일종의 진술서다. 성실하게 살았지만 불운에 의해 빚을 떠안았고, 형편상 갚기가 어렵다는 걸 명확하게 드러내는 게 ‘작성 요령’이다. 민영 씨가 이런 경위서를 써야 했던 건 어머니가 2016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며 남긴 빚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는 이미 집을 떠나 안 보고 산 지가 오래됐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카드 빚과 대부업체 대출은 원금 약 1500만 원에 이자 약 3500만 원이 더해져 5000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도저히 갚을 여력이 없어 법률구조공단에 자문해 경위서를 썼어요. 기억나던 시절부터 살아온 삶을 줄줄 쓰다 보니까 너무 착잡했어요. 제가 봐도 답이 안 보이더라고요. 다른 또래 친구들은 이런 삶을 안 살 것 같은데….”○ 미성년자에게 더 불리한 현행법민영 씨는 이 빚을 피할 방법이 없었을까. 민법은 빚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상속받지 않는 ‘상속포기’나 물려받은 재산의 범위에서만 빚을 갚는 ‘한정승인’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고인 사망 뒤 3개월 안에 법원에 신청해야 효력이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점은 2016년이었고, 남긴 빚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19년이었다. 게다가 당시 민영 씨가 성인이 아니었던 점이 불합리하게 작용했다. 민법은 ‘특별한정승인’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상속인 본인이 빚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을 경우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한정승인을 인정해준다. 하지만 민영 씨는 빚을 물려받을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이 적용을 받지 못했다. 법정대리인인 아버지가 빚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아버지는 부인의 빚이 두 딸에게 상속됐다는 내용의 체납 고지서를 여러 차례 받았다. 민영 씨는 “아버지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냥 집에다 쌓아만 뒀다고 한다”며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같은 게 있는 줄도 모르셨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어머니가 남긴 빚이 있고 이를 갚아야 한다는 것도 언니의 통장이 전부 압류되면서부터였다. 황당한 심정으로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갔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미 상속포기 등의 신청 기한을 한참 넘겼습니다. 개인 파산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결국 민영 씨는 고3이던 2019년 10월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어른이 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돼 버렸다. “늘 어려웠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어른이 되면 열심히 벌어서 지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도 했고요. 그런데 갑자기 몰랐던 빚더미에 깔려 버린 거죠.”○ “엄마 구하러 오던 구급대원 되는 게 꿈”민영 씨의 꿈은 119구급대원이다. 현재 응급구조학과 2학년에 다니며 소방공무원 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고3 때 파산 결정을 받은 민영 씨는 앞으로도 3년 동안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한다. 면책됐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이 되는 데 걸림돌은 없지만 여전히 대출도 신용카드 발급도 할 수 없다. 그런 민영 씨가 구급대원이 되려 하는 건 빚을 남긴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엄마는 간경화로 많이 아프셨다. 한 달에도 여러 차례 구급차를 불러야 했다고 한다. 민영 씨는 “그럴 때마다 5분도 안 돼 달려와 주는 구급대원들을 보며 감명받았다”며 “1초라도 빨리 사람을 살리러 달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 경위서에 ‘어려운 형편이지만 좌절하지 않겠다’고 썼어요. 희망까지 내려놓고 싶지 않았거든요. 2년 전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힘들지만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50만 원 정도씩 가계에 보태고 있어요. 장학금으로 학비도 마련하고 있고요. 신용불량자다 보니 학자금 대출이 안 되거든요. 아이들이 부모의 빚에 짓눌리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파산하는 기분은, 겪어 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 獨-佛은 민법으로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佛, 미성년자 별도 보호장치‘재산<빚’ 경우 물려받지 않게 규정獨, 성인 된 시점 재산만큼만 상환 빚더미에 깔린 아이들이 해외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개인파산을 신청할 필요조차 없다. 일단 영국과 미국 등은 빚이 자연적으로 유족에게 승계되지 않는다. 한국처럼 ‘당연 승계주의’ 원칙을 갖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다. 누군가 사망하면 재산이나 빚이 자녀와 조손, 형제·자매 등에게 대물림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민법은 미성년자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빚더미에 앉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 장치를 마련해뒀다. 프랑스는 법 제정 때부터 미성년자에 한해 물려받은 재산보다 빚이 더 클 경우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만들었다. 독일은 미성년자가 빚을 물려받아도 성인이 된 시점에 가진 재산만큼 갚으면 된다. 1998년 개정된 독일 민법은 “상속된 빚에 대한 책임은 미성년자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가진 재산으로 한정된다”고 새로이 규정했다. 하지만 국내 민법은 미성년 상속인을 위한 보호 장치가 없다. 아이의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이 부채를 인지한 시점부터 3개월 안에 상속포기 신청 등을 하지 않으면 빚을 물려받은 것으로 본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미성년일 때 빚을 상속받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빚을 물려받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현행 민법에는 이들을 보호할 만한 법 조항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입법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반대 의견은 물론이고 다수 의견까지 만장일치로 “채무를 상속한 사람이 미성년인 경우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가 남아있다. 당연승계주의를 취하는 다른 국가들은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10일 대표 발의한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는 이런 문제점을 고치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송 의원 등은 “현행법은 미성년 상속인이 상속채무를 부담하고 성년이 돼도 구제받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승인을 했더라도 미성년자는 한정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적시했다 김성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대법원이 입법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하루빨리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늘 함께 등산을 다니다가 오늘만 몸이 안 좋아 혼자 보냈는데,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20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모 씨(62)는 얼이 빠진 듯 황망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금천구 시흥동에서 5t 대형트럭이 건물로 돌진해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건물 앞 횡단보도에서 김 씨의 부인 문모 씨(60)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 씨는 “날씨도 안 좋아서 (부인에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 혼자 갔다가 이 사달이 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일 오전 11시 1분경 시흥동의 한 도로에서 식품을 운반하던 5t 대형트럭이 마주 오던 1t 화물차와 충돌한 뒤 인근 5층 규모의 건물 1층과 맞붙어 있는 과일가게를 덮쳤다. 충돌 약 5초 뒤 강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과일가게 주인 등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대형트럭 운전자는 얼굴 등에 화상을 입었으며, 건물의 부동산중개사무소와 미용실 등에 있던 시민들이 부상당했다.○ 충돌 직후 대형 폭발이 화재로 이어져 사고 직후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화에 나섰다. 오전 11시 43분경 큰 불길이 잡혔고, 오후 2시 12분경 완전히 진화됐다. 현장에는 소방 136명을 포함해 경찰과 구청 관계자 등 166명과 소방차 39대 등 차량 54대가 동원됐다. 소방당국은 대형트럭이 충돌한 직후 건물옆 가스배관이 손상되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건물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편에 있는 카페 외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대형트럭이 과일가게를 들이받고 약 5초 뒤에 강한 폭발이 발생했다. 건물 앞 4차로 도로 건너편에 있는 해당 카페의 유리창이 박살 날 정도로 큰 폭발이었다. 이후 대형트럭이 들이받은 건물은 순식간에 거센 불길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사고 건물 옆 건물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황재국 씨(62)는 “가게 안에 있다가 폭발 소리에 놀라서 뛰쳐나왔다”며 “뭔가 강한 압력이 느껴지면서 가게 유리창이 깨졌고, 파편이 튀는 바람에 얼굴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건물을 들이받은 대형트럭을 운전한 40대 운전자는 얼굴과 왼팔 등에 화상을 입었으나 의식은 온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CCTV 영상에서도 운전자는 폭발 약 30초 뒤에 조수석 쪽 문을 열고 트럭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잡혔다. 운전자는 사고 경위에 대해 “운행 중 골목에서 갑자기 화물차가 튀어나와 이를 피하려다가 건물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t 트럭 운전자는 팔 부위를 다쳤으나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입건할 예정”이라며 “일단 현재로선 두 차량 모두 과속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어느 차량이 먼저 중앙선을 침범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 “성실하던 가게 주인이 참변 당해” 이 사고로 문 씨와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여성 김모 씨가 목숨을 잃었다. 소방 관계자는 “CCTV 영상 확인 결과 사망자 가운데 1명은 과일가게 앞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정확한 사인이 차량 충돌인지, 화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 씨의 남편 김 씨는 “등산을 간다며 집을 나선 부인이 연락이 닿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한 장례식장에 사고를 당한 미확인 시신이 안치돼 있단 얘기를 듣고 둘째 딸과 함께 달려와 부인을 확인했다. 이후 장례식장에 도착한 문 씨의 첫째 딸과 막내 아들은 하염없이 통곡했다. 인근 주민들은 과일가게에 있다가 사고를 당한 김 씨를 “밤낮없이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자 씨(60)는 “과일가게를 하면서도 겨울에는 매일 오후 10시까지 뻥튀기와 풀빵 노점상을 할 정도로 성실했다”며 “몇 달 전에 가게를 내놓았는데, 권리금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속상해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과일가게를 연 지 2년 정도 됐다. 보통 오후에 문을 여는데 오늘 따라 일찍 나와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오승준· 조응형 기자}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 멤버였던 배우 리지(본명 박수영·29·사진)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박 씨를 18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씨는 18일 오후 10시 12분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영동대교 남단 교차로 인근에서 만취한 채 자신의 차를 몰고 가다가 앞서가던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는 추돌사고를 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비교적 가벼운 접촉 사고로 택시운전사와 박 씨 모두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박 씨는 동승자 없이 혼자 운전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음주운전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했으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소속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도 19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소속사는 “발생해서는 안 될 일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행동이다.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본인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애프터스쿨로 데뷔한 박 씨는 2018년 5월 계약 만료 뒤 소속사를 옮기고 주로 연기자로 활동해왔다. 올해 3월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받은 악플 메시지를 올리는 등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