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6일 발표된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크게 △국내 배출 오염원 적극 감축 △노약자 등 취약계층 대책 보강 △국외 협력 강화로 요약된다. 정부는 일단 국내에서 감축할 수 있는 미세먼지 오염원을 적극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은 2021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14% 감축하기로 한 반면 이번엔 2022년까지 30%를 감축하기로 해 감축 목표량을 2배로 끌어올렸다.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m³당 26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18μg으로 개선하는 시기도 4년(2026년→2022년) 앞당겼다. 올 6월 시범운영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 일시 가동중단(셧다운)은 내년부터 봄철(3∼6월)로 확대 시행된다. 정부는 6월 셧다운 결과 충남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 2년 동기간 평균 대비 m³당 4μg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 2부제, 조업 중단 등을 실시하는 비상 저감 조치도 수도권에서 충남 및 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점차 적용지역을 넓힌다. 대도시 미세먼지의 주범인 노후 경유차(2005년 이전 생산) 규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조기 폐차 지원 물량을 올해 8만 대에서 연평균 16만 대로 늘리고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화물차의 저공해화 조치를 적극 추진한다. 5년 내 노후 건설기계 3만1000대 저공해화 조치도 완료할 예정이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등을 도입해 친환경차 보급대수도 200만 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대책에는 미세먼지에 취약한 영·유아,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 사업이 포함됐다. 어린이 통학차량의 친환경차량 전환, 학교 실내체육시설·공기정화시설 지원뿐 아니라 심장병·천식환자를 위해 문자 알림서비스를 만들고 홀몸노인 등에게 마스크 등 예방물품을 제공하는 케어서비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60∼80%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추가했다. 정부는 한중일 3국 간 장관급 의제였던 미세먼지를 정상급 의제로 격상할 계획이다. 베이징, 톈진 등에서 진행하던 대기질 공동조사도 한중 협력연구로 전환해 중국 측 책임을 강화한다. 조만간 동북아 6개국 환경협의체(한중일, 몽골, 러시아, 북한)의 미세먼지 협약도 발족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대책은 당초 공약보다 후퇴했다.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9기는 이미 일부 공사가 진행됐다는 이유로 4기만 친환경연료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나머지 5기는 현행 최고환경기준을 적용해 규제하는 대신 계속 건설한다. 또 교육부가 추진하다 실효성 문제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예산이 삭감된 학교별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도입 사업이 특별대책에 포함되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도시대기측정망과 떨어진 강원, 경북 지역 등 학교 1000여 곳에 우선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지역은 오히려 미세먼지가 심각하지 않은 곳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외에 진입을 규제한다는 ‘미세먼지 프리존’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경유가 인상 같은 수송 부문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문제에 대해 “비록 이번 특별대책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조세재정특위에서 발전연료 부문까지 담아 포괄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기상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를 당초 5.7에서 상향 조정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추가 자연지진이 발생하는 등 핵실험의 위력이 당초 우리 정부의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기상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최근 회의에서 6차 핵실험의 인공지진 규모가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최대 6.3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기상청은 3일 낮 12시 29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진행한 핵실험의 인공지진 규모를 5.7로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인공지진의 규모를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면 인공지진 규모가 5.04였던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와 비교해 핵폭발의 위력이 10배 이상 커진다. 기상청 내부에서는 분석 틀에 따라 6차 핵실험의 인공지진 규모가 최대 7.0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6차 핵실험 당시 미국과 중국 기상 당국은 인공지진 규모를 6.3으로 발표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이 북한의 핵실험 위력을 축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기상청은 6차 핵실험 당시 처음에는 5차 핵실험 때보다 폭발력이 ‘9.8배 크다’고 밝혔다가 이후 ‘5, 6배 크기’로 정정하기도 했다. 당시 기상청은 “에너지를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6차 핵실험 인공지진 규모를 당초 발표한 5.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최종 수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북한의 6차 핵실험 위력이 당초 예상보다 더 강력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인근 지질구조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핵실험 직후 함몰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20일이나 지난 23일에도 핵실험장 인근에서 두 차례 자연지진이 일어나자 인근 지역의 단층 활성화에 따른 백두산 분화(噴火) 가능성 등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실험 이후 심상치 않은 북한 단층 기상청은 23일 오후 1시 43분과 5시 29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11시 방향으로 6km 떨어진 지점에서 각각 규모 2.6과 3.2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3일 핵실험 직후 9분 뒤인 낮 12시 38분 규모 4.4의 ‘함몰지진’이 발생한 이후 20일 만에 자연지진이 생긴 것이다. 한때 진앙이 핵실험장 인근인 데다 진앙도 얕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라시나 제르보 사무총장은 이 지진이 핵실험에 따른 ‘2차 지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3일 (핵실험 직후) 발생한 지진과 23일 나타난 지진은 인공지진(man-made)이 아니다”라면서 “주요한 폭발에서 비롯된 지질학적 압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이번 지진이 이전 사태(6차 핵실험)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라며 “(핵실험이) 여전히 (지질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연이은 핵실험이 인근 지역의 단층을 활성화시킨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3일 함몰지진은 붕괴 현상에 동반되는 저주파 대역의 파형이 뚜렷했지만 23일 지진은 전형적인 자연지진의 파형을 보였다”며 “이 에너지가 다른 단층으로 전달돼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지진 전문가는 “6차 핵실험 당시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진동을 느껴 대피소동이 벌어졌다는 뉴스가 있었다”며 “6차 핵실험의 위력이 역대 실험을 훌쩍 상회하는 규모라면 백두산 아래 마그마방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백두산 인근에서 규모 7.0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백두산이 폭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 통용돼왔다.○ 자연지진에 한때 ‘7차 핵실험’ 논란 23일 연이은 자연지진과 관련해 국내외에선 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오후 5시 29분 풍계리 인근에서 지진이 관측된 직후 중국의 지진관측기관인 중국지진대망(CENS)은 “진앙 깊이 0m로 폭발에 의한 지진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매체들은 앞다퉈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했고, 일본 언론도 즉각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하며 속보를 쏟아냈다. 반면 우리 기상청은 오후 6시 26분경 자연지진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파형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시 한번 ‘자연지진이 맞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이날 밤 중국지진대망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초저주파 기록들을 검토한 결과 핵 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혀 기존 발표를 뒤집었다. 일본 기상청 역시 일본 지진 관측 지점에서 흔들림이 관측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상청의 분석이 맞았지만 기상청도 발표 과정에서 규모와 진앙을 번복했다. 애초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5시 방향 20km 지점에서 규모 3.0의 자연지진이 있었다고 밝혔다가 이후 진앙은 핵실험장에서 11시 방향 6km 지점이고, 규모는 3.2라고 수정했다. 기상청은 오후 5시 29분 2차 지진에 앞서 1차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발견했다. 기상청이 이날 오후 1시 43분에도 지진이 있었다며 언론에 통보한 시간은 약 12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2시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외 자료를 재분석해 규모와 진앙을 수정했다”며 “북한의 지진을 관측할 수 있는 국외 지점은 일본 34곳, 러시아 1곳, 중국 5곳인데 일본과 러시아는 실시간으로 자료를 전송해 주는 반면 중국의 관측 자료는 중국 정부가 국외 전송을 막고 있다. 중국 측 자료를 뒤늦게 받아 분석하면서 진앙 등을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1차 지진을 늑장 통보한 데 대해선 “같은 지점에서 연이어 더 큰 지진(2차 지진)이 일어나면 앞선 지진이 묻히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장원재 특파원}
39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해 2015년부터 난임 시술을 받은 박미영(가명·42) 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체외수정(시험관) 시술을 세 번 받은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열 달을 품어 낳은 아이는 단 열흘 만에 유전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건강보험 적용이 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이(44세)까지 시간이 얼마 없어서다. 10월 난임 시술 건강보험 적용을 앞두고 환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신문고, 보건복지부 사이트 등에는 난임 건보 적용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동아일보는 18∼20일 포털사이트 난임·육아카페에 환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단 하루 만에 30여 통의 e메일이 왔고, 사흘 새 100건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환자들은 정부가 세부 정책의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두고 발표한 데 분통을 터뜨렸다. 4년째 임신을 시도하고 있는 최모 씨(39)는 올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말에 정부 지원을 모두 썼다. 앞으로는 건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기존 정부 지원을 다 받은 사람은 건보 혜택 대상이 아니라는 발표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미리 알았다면 정부 지원을 빨리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난임 시술에 대한 정부 지원은 10회로 제한된다. 의료진이나 보건소로부터 혜택에 제한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들었다는 사례도 많았다. 서울의 한 난임 시술 병원에 다닌 36세 여성은 “주치의가 ‘건보가 적용되면 지원 횟수가 새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보건소 담당 직원이 ‘(건보 적용의) 횟수 제한을 두겠느냐. 정부 지원을 9월 30일까지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아 혼선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한국난임가족연합회가 연 공청회에 참석한 한 여성은 “정부가 공청회나 입법예고만 했어도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을 것”이라며 “정책 발표 15일 후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애초 환자 얘기를 듣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정책위원회 논의가 9월까지 이뤄졌고 시행은 10월로 예정돼 어쩔 수 없었다”며 “(난임 환자들 사이에) 잘못된 소문이 돈 것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이나 시술 횟수 제한은 예전에도 있었다”며 “모든 정부 정책 결정에 당사자들을 참여시킬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난임 환자들은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울분을 토한다. 갈수록 만혼이 늘면서 고연령 시술 환자가 늘 텐데 건보 적용이 이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년간 난임 시술을 받은 김모 씨는 “정부가 건보를 적용하면서 시술 병원들을 평가해 수가를 차등화하기로 했다는데, 그 평가기준에 시술 성공률이 들어가 있다”며 “나이 많고 시술 횟수가 많은 환자일수록 임신 성공률이 떨어질 텐데 앞으로 어떤 병원이 중증 난임 환자들을 달가워하겠느냐”고 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국내 TV광고 10편 중 1편이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서울YWCA와 함께 7월 1~31일 공중파 케이블 인터넷 극장 등에서 방영된 광고 343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광고가 37편이었다고 21일 밝혔다. 대부분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드러내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내용이었다. 한 건강식품 광고는 ‘몸매 잘빠졌다’ ‘뒤태 잘빠졌다’는 자막과 함께 여성의 몸매를 클로즈업해 제품과 관계없이 여성을 성적으로 묘사했다. 또 다른 건강식품 광고는 여성이 등교하는 딸에게 옷을 챙겨주고 출근하는 남편에게 가방을 가져다주는 등 고된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모습을 그려 가사노동과 돌봄이 여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표현했다. 한 유제품 광고에선 다이어트를 통해 날씬한 몸매를 만드는 것이 곧 건강함에 척도인 듯 소개해 외모지상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세탁세제 광고는 직장여성이 등장해 이전과는 달라진 시각을 보여주는 듯 보였지만 결국 빨래를 하는 것은 여성의 일이라는 성적 고정관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적발된 성차별적 광고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개선 요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모니터링은 양평원이 서울YWCA와 함께 하는 ‘2017년 대중매체 양성 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여성혐오’ ‘남성혐오(미러링)’ 같은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여성 묻지 마 살해사건은 물론이고 최근엔 성별과 아무 관계없는 사건까지 이슈가 되면 남녀 간 대립이 펼쳐진다. 최근 아이는 내리고 엄마는 태운 채 출발해 공분을 샀던 ‘240번 버스 사건’은 운전사의 잘못이 아닌 걸로 드러난 뒤 엉뚱하게 비난의 화살이 ‘맘충(엄마+벌레)’으로 향해 온라인에서 남녀 간 논쟁이 일었다. 불법촬영(몰래카메라), 데이트폭력 등 새로운 형태의 성폭력도 늘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남녀는 왜 이런 상황에 처했을까.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54)와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30) 등 두 명의 남성을 정부서울청사로 초청해 여혐·남혐 문제와 새로운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녀 간 혐오와 증오, 원인이 뭘까? ▽정재훈 교수=한국에서 남자와 만날 약속을 잡을 때 아이 볼 시간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남자는 가사 돌봄을 안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서 기인한 생각입니다. 남성들의 여성혐오는 이런 ‘가부장제의 부메랑’이에요. 남자에게 기대하는 역할, 취업이나 결혼 같은 것을 해내지 못한 남성들의 분노가 여성에게 향한 거죠. ▽정지우 작가=어느 순간부터 가부장제, 성폭력이 아니라 ‘혐오’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을 주목해 봐야 해요. 예전엔 사회 상층 남성이 사회 하층인 여성에게 수직적으로 폭력을 가했다면 지금은 일부 권력층을 제외하곤 다수의 힘없는 남성이 역시 힘없는 여성을 수평적으로 공격하거든요. 말씀하신 (남성의) 좌절감의 영향이 큰 것이죠. ▽정현백 장관=많은 남성이 여성들에게 자신의 파이를 뺏겼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고시 합격자를 발표할 때면 꼭 ‘여성 합격률이 몇 퍼센트’라고 알려주는데, 이걸 본 다수의 남성은 ‘여성이 저만큼 우리 합격 몫을 뺏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기업 임원으로 올라가면 여성 비율은 2.7%로 떨어지고 여성 고용률이 늘었대도 저임금·임시·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거든요. 여성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한데 말이죠.○ 몰카, 데이트폭력 등 늘어나는 성폭력 ▽정 작가=술자리에서 남편에게 맞는 여성을 보면 대다수의 남성이 나서지 않지만 모르는 남성에게 맞는 여성을 보면 나선다고 합니다. 남성은 자신이 소유한 여성을 폭행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예요. 성관계 몰카를 유포하는 사람, 그걸 보는 사람 모두 영상에 나오는 여성은 이미 남성의 것이기 때문에 남성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결국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전통적 성관념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정 교수=성평등 의식은 미숙한데 너무 우수한 도구(인터넷)가 주어진 거죠. 마치 약자를 위해 출입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에티켓을 배우기도 전에 자동문이 들어온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기득권에 대한 위협이 커질 때 나타나는 최종 반응이 폭력입니다. 이 폭력이 인터넷이란 성능 좋은 장난감을 만나면서 더 다양하고 극단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단순히 때리고 끝나는 물리적 폭력과 달리 이런 폭력은 여성을 평생 쫓아다닙니다. ▽정 장관=가장 큰 문제는 이걸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여성가족부가 여성에 대한 폭력 중 가장 용인할 수 없는 게 무엇이냐고 설문했더니 데이트폭력, 가정폭력은 성희롱보다도 낮은 순위로 나왔습니다. 신종 성폭력이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처벌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젠더폭력방지법(가칭)과 스토킹처벌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성차별적 사회를 개선하려면? ▽정 장관=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입니다. 피임 방법보다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해요. 유엔이 진행한 성평등 캠페인 제목이 ‘HeForShe’였던 것처럼 남성들의 협조 없이 성평등 사회 구축은 불가능해요. 우리 부는 적극적인 ‘말 걸기’를 하려 합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말을 걸고 함께 풀어가는 겁니다. 최근 우리가 발족한 ‘성평등 보이스(boys·voice)’도 그런 목적에서 나온 거고요. ▽정 작가=예전에 남성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100명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편견이다’고 생각하는 남학생이 다수라 놀랐던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우리의 성평등 의식은 깨어 있는지 모릅니다. 다만 사회·문화적 규범이 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남녀가 각자의 입장에서 싸우는 말 걸기가 아니라 각자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는 대화의 시간이 많았으면 합니다. ▽정 교수=‘이행의 계곡’이란 말이 있는데 여성 경제활동률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떨어지다가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다시 출산율이 오르는 현상과 같은 겁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행의 늪’이에요. 그 늪에서 우릴 꺼내줄 것이 성평등 의식이라고 봅니다. 회식만 할 게 아니라 여러 모임을 만들어 이런 얘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나이가 들면 뇌가 노화하고 자연스레 치매 유병률이 올라간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치매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 진료 인원은 40대 이하에서는 10만 명 중 10명에 불과했으나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증가해 50대에는 10만 명 중 158명, 60대 592명, 70대 1470명, 80대 이상은 1780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위험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흔히 치매를 불가피한 질환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예방법을 알고 잘 실천한다면 병을 피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신경을 보호하며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원활히 해 뇌기능을 개선한다. 걷기와 같이 움직임이 적은 운동도 꾸준히 하면 큰 도움이 된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1주일에 3회 이상 숨이 차고 땀이 나는 운동을 하면 인지장애가 생길 확률이 42%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특히 매일 3km 이상 걸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70%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유해산소와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흡연은 신경세포의 퇴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뇌의 아세틸콜린 분비를 촉진해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지만 폭음하면 인지장애가 생길 수 있다. 사회관계에 도움이 되는 선상에서 적당히 마시는 것이 좋다. 직장 생활에서 은퇴한 후에도 머리 쓸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도록 한다. 독서, 글쓰기, 오락과 배움 활동에 열심히 임하면 뇌를 자극해 인지장애를 늦출 수 있다. 서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 하루 일정을 계획해보고 용돈 사용을 기록하거나 장볼 물건을 생각해보는 식으로 생활 속에서 머리 쓸 일을 계속 찾아야 한다”며 “십자말풀이나 끝말잇기, 반대말 찾기같이 혼자 할 수 있는 말놀이를 수시로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식품 섭취도 중요하다. 생선 채소 과일 우유처럼 뇌 건강에 좋은 식품 섭취는 늘리고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 섭취를 줄인다. 혈압·혈당은 주기적으로 확인해 혈압은 140/90mmHg 미만으로 유지하고 혈당을 끌어올리는 흰밥 빵 과자 등은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한다.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는 160mg/dL을 유지한다. 만약 치매가 의심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곧바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60세 미만도 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치매의 70%는 알츠하이머 치매이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혈관성 치매로 약물이나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알츠하이머 치매라도 신속히 대처하면 악화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치료가 얼마나 빨랐느냐에 따라 중증 악화 비율이 20% 가까이 차이 난다고 본다. 치매 초기에는 환자 본인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집안일을 체계화해 반복적으로 쉽게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기로 들어가면 여러 이상행동이 나타나고 일상의 리듬도 깨진다. 이때도 환자가 혼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찾아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혼자 식사하기가 가능하다면 밥을 챙겨주고 혼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함께 옷을 정리하거나 양말을 개는 것처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치매환자는 섬유소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해야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환자 스스로 찾아 먹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가 하루 6∼8잔의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돕고 음식도 4∼6회 정도로 나눠 소량씩 자주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9일 하루 동안 날씨가 ‘널뛰기’를 뛰었다. 이날 올가을 첫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오후 들어서는 북쪽에서 내려온 좁고 긴 비구름대가 남하하며 전국 곳곳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일부 지역엔 우박이 쏟아졌다. 19일 경기 안산, 인천 강화, 충남 홍성 등 일부 지역은 일시적이지만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매우 나쁨’(㎥당 100μg 초과)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8~10일에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 분석 결과 이때 초미세먼지는 국내 요인이 각각 8일 53%, 9일 46%, 10일 80%였다. 반면 19일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남서풍이 불면서 중국 동남쪽 미세먼지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가을 들어 첫 중국발 미세먼지다. 하지만 북쪽에서 남하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늦게 서울 경기북부를 시작으로 돌풍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미세먼지는 금세 걷혔다. 경기 충북 경북에는 우박이 떨어지기도 했다. 중부지방과 경상내륙에도 시간당 20㎜ 내외의 짧고 강한 비가 내렸다. 20일엔 다시 중국 북부지방에서 남동쪽으로 내려오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0일 전국의 미세먼지가 좋음이나 보통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우리나라 20~30대 젊은 여성의 성관계 횟수가 10년 전보다 줄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결혼이 늦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주현 서울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여성 5만 명에게 e메일을 보내 충분히 신뢰성 있는 답을 한 516명을 걸러 2004년의 연구(460명)와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여성의 한 달 평균 성관계 횟수는 10년 전에 비해 20~40% 줄었다. 20대는 2004년 한 달에 5.67회의 성관계를 가졌던 반면 2014년에는 3.52회로, 30대는 2004년 5.31회를 가졌으나 2014년에는 4.18회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0대는 2004년 3.22회에서 2014년 3.69회로 통계상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만혼에서 오는 것이라 봤다. 10년 새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40대는 그대로인 데 반해 20~30대의 성관계 횟수만 줄었다는 것. 실제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2004년 27.5세에서 2013년에는 29.6세로 2.1년이나 늦춰졌다. 젊은 여성들의 성관계 횟수는 줄었지만 첫 성경험의 나이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2004년 평균 21.9세에서 2014년 20.3세로 앞당겨졌다. 하지만 안전한 피임법의 사용은 줄었다. 2004년에는 피임 시 콘돔이나 피임약을 쓴다는 사람이 질외사정법을 이용한단 사람보다 많았으나, 2014년에는 질외사정법을 쓴단 사람이 10명 중 6명에 이르렀다. 이에 연구진은 청소년기 때부터 피임법 등 실질적인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성의학 저널(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17일 공개한 1998∼2015년 세계 초미세먼지 노출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평균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m³당 32.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OECD 35개 국가 중 1위였다. 2위를 기록한 폴란드의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m³당 23.4μg으로 우리나라보다 8.6μg이나 낮았다. 대기 질이 가장 좋은 나라로 꼽힌 아이슬란드(m³당 2.9μg)와 비교하면 한국은 10배 이상 높았다.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평균 인구가 실외 공기 1m³ 안에서 노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양이다. 우리나라는 2000∼2009년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17차례 조사(2014년에는 조사가 없었음) 중 총 12번이나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1998년과 2010∼2012년에도 2위를 차지해 조사 기간 초미세먼지 수준이 가장 나쁜 나라였다. 도시별 노출도 순위에서도 석탄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한국의 충남권 도시들이 대거 상위에 올랐다. 2015년 노출도 조사에서 서산(m³당 38.4μg)이 OECD 국가 주요 도시 중 1위를, 아산(37.8μg)과 천안(35.8μg)이 각각 3위와 7위를 기록했다. 상위 15위 도시 가운데 6곳이 충남권 도시였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주요 생리대 유향(有香) 제품에 쓰인 인공향료 중 일부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상 유독물질이거나 생리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국내 4대 생리대 업체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한 결과 4개 업체 생리대에 쓰인 착향료 원료물질 다수가 피부 과민성·부식성·자극성 등이 높은 물질이었다. 이 물질들은 대부분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EU SCCS)가 접촉성 알레르기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한 업체 생리대에서는 화관법상 유독물질로 분류된 ‘8-시클로헥사데센-1-온’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질안전보건자료란 제품을 만드는 작업자들이 공정과정에서 유해물질 노출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제품에 쓰인 모든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 유해성, 취급주의사항 등을 설명한 자료다. 작업장에는 반드시 비치해야 하지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어서 많은 기업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이 자료에 ‘호흡 독성’이 표기된 것을 두고 제조업체가 처음부터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묵인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생리대는 전(全)성분 공개 대상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표기하지 않았고 착향료 대부분은 피부와 접촉하지 않는 방수면에 쓰여 위험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밝혔다. 유독물질 사용과 관련해선 “기준치 이하로 쓰면 독성이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위해 여부는 유독물질의 사용 여부보다 사용량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기준치는 공장 작업자를 위한 것인 만큼 생리대를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에겐 기준치 이하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업자와 소비자의 제품 노출 빈도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유해성 기준이 필요하다”며 “다만 차별화된 기준을 만들려면 역학 조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달 말까지 생리대에 들어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을, 연말까지 나머지 VOCs 76종을 조사할 계획이다. :: 유독물질 ::화학물질관리법에서 일정량 이상 사용하면 유독하다고 규정한 물질.::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해 악취나 오존·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물질.::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공장 작업자들에게 제품에 들어간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4일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서 A 씨(44·여)가 딸(11)과 아들(7)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10일에는 경기 남양주에서 딸(6)과 아들(4)을 살해한 엄마 B 씨(42)가 자살을 시도하다 남편에게 발견됐다. 올 7월에는 충북 보은에서 산후우울증을 앓는 한 산모가 4개월 된 아들을 질식사시킨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주부 우울증에 희생된 아이들은 올해 들어 알려진 것만 10명이다. 우울증은 2주 이상 우울한 기분과 함께 모든 활동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함이 지속되는 질병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남자 3.0%, 여자 6.9%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다. 여성 우울증의 절반 이상은 3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에 나타나는 ‘주부 우울증’이다. 주부 우울증은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사회활동이 단절되면서 겪는 무기력증에서 비롯된다. 주부 혼자 줄곧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하는 점도 우울증을 심화시킨다. 주부 우울증은 갱년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방치하면 15%가량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생물학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홍나래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뇌 속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해 발생한다”며 “여성은 월경과 출산 전후, 갱년기 때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신경전달 체계에 문제가 생겨 남성보다 우울증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주부 우울증은) 두통이나 어지럼 같은 신체 증상을 보이고 알코올의존증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가정에서 (엄마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자녀를 충동적으로 대하면서 결국 자녀들까지 우울증을 겪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울증 상담은 빠를수록 좋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울증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병원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유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우울증 자가진단을 위한 9가지 설문을 내놓았다(표 참조). 자신이 우울증에 가깝다고 판단되면 다음과 같은 일을 해보면 좋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다 △생활을 잘했을 때 즐긴 활동을 지속한다 △가족, 친구와 지속적인 연락을 유지한다 △짧은 산책이라도 정기적으로 운동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습관을 유지한다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 적응한다 △알코올 섭취를 피한다 등이다.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주부에겐 누구보다 가족이 가장 끈끈한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엄마나 아내가 우울증이라고 판단되면 다음의 일들을 해야 한다. △훈계하거나 간섭하려 하지 말고 잘 들어주며 공감한다 △가능한 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고 전문가를 만나러 갈 때 같이 간다 △약물처방이 된 경우 처방대로 약물을 복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운동과 사회활동을 장려한다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도록 격려한다 △증세가 심한 경우 날카로운 물건 등 자해도구가 될 만한 물건을 치워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4일 서울의 한낮 기온은 30도를 기록해 한여름 같았다. 하지만 아침은 쌀랑할 정도로 서늘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5도로 10월의 평균 기온 수준이었다. ‘이른 가을’이 시작된 올해, 특히 아침이 매우 쌀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전국 45개 관측지점 최저기온(아침 기온)을 집계한 결과 평균 17.0도로 1994년 이래 가장 낮았다. 아침 기온이 낮은 만큼 일교차는 컸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8월 말부터 최근까지 전국 평균 일교차는 거의 10도(9.5도)로 1973년 관측 이래 7번째를 기록했다. 8월 평균 기온이 약 25도이고 10월이 15도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여름과 가을을 오간 셈이다. 아침 기온이 낮은 경기 북부나 강원 지역의 일교차는 더 컸다. 13일 경기 파주의 일교차는 16.9도로 파주 관측 사상 가장 큰 일교차를 보였다. 경기 이천과 강원 태백, 대관령 등도 16~20도의 일교차를 보이며 역대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이렇게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은 평년보다 일찍 내려온 북쪽의 찬 공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 한반도를 덮기 시작한 찬 공기는 야간에 기온을 급격히 떨어뜨려 아침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졌다. 찬 공기와 함께 온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좋아 낮에는 강렬한 햇볕이 비치면서 일교차가 커졌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체온의 균형이 깨지면서 저항력이 떨어져 알레르기 비염과 부비동염(축농증), 편도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손을 자주 씻어 바이러스 및 알레르기 항원과의 접촉을 줄이고 외출 시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아침과 낮 온도에 맞게 탈착하는 게 좋다. 18호 태풍 ‘탈림(Talim)’이 북상함에 따라 주말에는 제주 남해안 일부 지역에 많은 비바람이 예상된다. 남해 동부 먼 바다와 제주 앞바다 및 먼 바다에는 태풍 경보가 내렸다. 예상 강수량은 영남 동해안과 제주도 산지 50~100㎜,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 산간, 영남 남해안 등 30~80㎜, 강원 영서와 영남 내륙, 전남 남해안 5~30㎜다. 남부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주말 동안 구름이 약간 낀 흐린 날씨를 보이겠다.김호경기자 kimhk@donga.com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시중에서 파는 곰팡이제거제 같은 세정제와 방향제 등 4개 제품에 대해 수거권고조치가 내렸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된 위해 우려 제품 15종을 대상으로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위해성 평가를 한 결과, 3곳 업체의 4개 제품이 위해 우려 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거 권고를 받은 제품들은 에코트리즈의 ‘샤움 무염소 곰팡이제거제’와 ‘샤움 무염소 욕실살균세정제’, 헤펠레코리아의 ‘아우로 쉬멜 곰팡이 제거제 No 412’, 방향제인 쌍용씨앤비의 ‘마운틴 스파’ 등 4개다. 특히 에코트리즈와 헤펠레코리아에서 제조한 3개 제품은 올해 1월 위해성 평가에서 수거권고를 받은 뒤 제품 형태를 변경해 재출시했으나 또다시 위해 우려 수준을 초과했다. 이번에 수거권고 조처가 내려진 제품들은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ecolife.me.go.kr)에 제품 정보가 공개된다. 이들 제품을 사용 중이거나 보유한 소비자들은 구매처에서 영수증 없이 환불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해 6¤12월 위해 우려 제품 15종을 제조·수입하는 2668개 업체로부터 제품의 성분과 함량 등을 제출받아 조사했다. 안세창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독성 값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전체 검토대상 733종의 살생물 물질 중 4분의 1 수준인 185종에 대해서만 위해성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독성자료가 없는 살생물 물질은 정부가 직접 독성자료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2010년 4월 경북 문경시 흥덕동 국군체육부대 아파트 건립공사 중 17세기 중반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묘가 발견됐다. 석회를 발라 공기 유입이 차단된 묘 안에는 표정까지 온전한 여인의 미라(사진)가 누워 있었다. 연구기관의 측정 결과 사망 당시 이 여성의 나이는 35∼50세로 추정됐다. 함께 묻힌 깃발에는 ‘아가씨(낭·娘)’란 글자가 선명했다. 미혼이란 뜻이었다. 당시 미라의 유품들을 전시한 박물관 측은 소실(첩)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양반가의 소실로 살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이는 이 여성의 사망원인이 400년 만에 밝혀졌다. 사인은 놀랍게도 과식과 운동 부족 탓에 현대인이 잘 걸린다는 동맥경화였다. 신동훈 서울대병원 해부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 여성 미라의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여성은 이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 유럽인에게서 이런 유전자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동아시아인에게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2012년 유럽 공동연구팀은 5300년 된 미라 ‘아이스맨’에게서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 화제가 됐다. 문경 미라 연구결과는 동아시아인들의 성인병이 반드시 서구적 생활습관에 따른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동맥경화증은 혈관 내부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혈관이 좁아지는 병으로 당뇨, 과도한 열량 섭취, 운동 부족, 복부비만 등 나쁜 음식·생활 습관 때문에 생기고 서구 문화가 도입된 현대 이래 급증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미 400년 전 조선시대 여성의 몸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존재했던 것이다. 연구진은 미라 내부 오염되지 않은 세포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단일염기다형성(SNP·염색체 내 개인마다 다른 부분)이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동아시아인에게서 발견되는 동맥경화증 관련 SNP 7개가 나타났다. 이에 앞서 진행된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여성의 관상동맥 혈관이 두꺼워진 모습과 대동맥 혈관이 석회화된 흔적도 발견됐다. 석회화는 혈관에 칼슘이 쌓여 나타나는데 동맥경화 환자에게서 보이는 특징이다.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병을 일으킨 환경적 요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지만 과거 박물관 측의 분석대로 여성이 양반가의 소실이었다면 평소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신체활동도 적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은주 교수는 “성인병이 현대인의 질병인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 조상에게도 이런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영상의학적 소견이나 물리적 부검만으로 병리학적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연구에 유전자 분석법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 토요일 당번근무를 선 기상청 직원들은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9일 오전 6시 열대저압부로 출발해 오후 9시 태풍으로 발전한 제18호 태풍 ‘탈림(Talim)’ 때문이었다.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올라오는 9월 태풍 경로로 미루어볼 때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10일 새벽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면서 서쪽인 대만을 향했다. 올해 한국은 태풍 소식이 잠잠하다. 7월 ‘난마돌’ 8월 ‘노루’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대부분은 태풍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 영향이 미미했다. 열대성저기압의 다른 이름인 태풍은 대서양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 인도양과 벵골만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으로 불린다. 발생하는 태풍 수는 연평균 11.2개로 그중 2.2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도 2개가 영향을 주긴 했지만 모두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국에는 약간의 비바람만 부는 데 그쳤다. 9월 들어서도 3개가 발생했지만 한국으로는 단 한 개도 올라오지 않고 모두 홍콩(제16, 17호)과 대만(제18호) 쪽으로 향했다. 이유는 평소보다 빨리 내려온 찬 공기 때문이다. 뜨거운 대륙성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고 다른 기류의 유입을 막는 ‘블로킹 현상’을 일으켰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륙고기압이 일찍 서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북쪽 찬 공기가 8월 말부터 한반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8월 13∼28일 평균 최고기온(28.0도)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도나 낮았을 정도다. 9월 들어서는 이 찬 공기가 한반도를 완전히 덮으면서 태풍의 길을 막았다. 올해는 찬 공기가 태풍을 ‘블로킹’한 셈. 기상청은 당초 가을 태풍이 온다면 그나마 9월에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지만 초순이 지난 현재까지 찬 공기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올해 태풍이 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국가태풍센터 강남영 박사는 “지난해에는 9월까지 더위가 이어지며 10월 태풍 ‘차바’가 올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럴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달 31일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자원재활용센터에서는 버려진 TV를 분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품들은 ‘광학필름’ ‘폐가전’ ‘폐LED’ ‘폐PCB’라고 쓰인 자루에 차곡차곡 쌓였다. 재사용할 수 있는 건 다시 쓰고 나머지는 재활용 업체로 보내기 위해서다. 이곳 공장 폐기물의 15%를 차지하는 유리는 잘게 쪼개 벽돌이나 특수 섬유의 원료로 쓴다. 필름이 붙어 있으면 재활용이 어려웠는데, 지난해 이런 유리를 잘게 쪼개 필름을 떼어 내는 ‘폐유리 접착필름 제거 기술’을 개발한 덕에 실질 재활용률(순환이용률)이 2014년 82.0%에서 지난해 93.3%로 크게 올랐다. 당연히 그만큼 매립(폐기)하는 유리의 양도 줄었다. 김재환 파주그린팀 책임은 “신제품 포장 때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보호필름도 원래 접착성분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했는데 접착제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재활용이 가능해졌다”며 “이런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리 비용 높여 재활용 비율 끌어올려 이렇게 재활용 기술 개발에 열심인 이유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원순환기본법’ 때문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에 내던 폐기물 처리 비용에 더해 부담금을 내야 한다. 원래도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 비용을 지불했지만 이제 폐기물 종류·무게별로 추가 금액이 부과된다. 매립 시 kg당 10∼30원, 소각 시 10원이다. ‘버리는 값’이 커지면 자연히 재활용 비율이 늘어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예를 들어 LG디스플레이가 폐유리 1000t을 매립하려다 재활용하면 부담금을 포함해 최소 1000만 원(불연성 사업장폐기물 10원×100만 kg)을 절감하는 셈이 된다. 고인표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처 재활용성평가팀장은 “폐기물을 재활용하면 생산 비용과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자원순환촉진사업 우수 사례로 꼽힌 자동차 부품회사 ㈜한도는 폐유 처리 설비를 개선한 뒤 쓰고 버려지던 절삭 가공유를 전량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생산 효율성이 올라갔고 폐기물 발생량은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모든 지자체·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일부 예외는 있다. 자체 매립시설에 폐기물을 두었다가 3년 이내 재활용한다거나, 자체 혹은 다른 소각시설에서 폐기물을 태워 열에너지를 50% 이상 회수·이용하면 부담금을 감면해 준다.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도서지역 폐기물, 재난·재해 폐기물 등)이나 매출액 12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일 때에도 폐기물처분부담금을 감면 받는다. 기존 폐기물관리법상 유명무실했던 ‘자원순환성과 관리’ 기능이 대폭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자원순환성과 관리란 폐기물을 얼마만큼 줄이고 재활용하겠다고 목표치를 두는 제도다. ‘사업장폐기물 감량화 제도’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었지만 사업자가 재활용 목표치를 자율적으로 정했고 정부 제재수단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시도와 폐기물 다량 배출 사업장(18개 업종 2454곳)의 목표치를 조율한다.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2015년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을 포함한 3개 사업장에서 성과관리제 시범사업을 벌였는데 3곳 모두 그해 순환이용률 목표치를 무난히 넘겼다. 그 밖에 사업장별로 일정 요건(환경성, 경제성 등)을 충족하는 폐기물은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을 평가해 점수가 낮은 제품 업체에는 개선권고를 내리는 ‘순환이용성평가’ 등이 새로 도입될 예정이다. ○ 2020년까지 매립량 3분의 1로 정부는 이런 자원순환기본법의 주요 제도들이 본격 시행되면 쓰레기 매립량이 현재의 3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본다. 폐기물 다량 배출 사업장 2454곳이 연간 내놓는 폐기물 양은 5155만 t. 매립률을 1% 낮추고 재활용률을 1% 올릴 때마다 폐기물 처분 비용은 530억 원씩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축구장 7개에 해당하는 5만 m²의 매립장(10m 깊이)이 하나씩 없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2020년까지 매립량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만든다면 매년 약 7000억 원의 비용을 아끼고 70만 m²의 매립지(10m 깊이)를 줄일 수 있다”며 “이는 8000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 수 있는 면적”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순환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고 천연자원을 덜 이용하게 돼 자연도 보호할 수 있다. 재활용사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정부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안”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폐기물 직(直)매립 제로(zero)화’”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5세 때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국립무용단 정기공연을 봤다. 그전까지 한국무용은커녕 발레도, 리듬체조도 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소녀는 처음 본 공연에서 한국무용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신주혜(가명·18) 양은 “이건 꼭 해야겠다 싶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의 ‘희망플랜’ 사무실에서 만난 신 양은 가방 잔뜩 들어 있는 무용 옷과 도구들을 꺼내 보였다. 신발은 바닥이 닳아 구멍이 나기 직전이었다. 신 양은 “슈즈를 정말 많이 바꿨다”며 “늦게 시작했으니까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희망플랜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함께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마련한 빈곤아동 교육진로 지원사업이다. 신 양은 국립무용단 정기공연을 본 뒤 곧바로 한국무용을 시작했다. 예체능계 진학생 대부분이 초등학교 때부터 전공 분야를 배우는 걸 감안하면 보통 늦은 게 아니었다. 홀어머니 혼자 장녀인 신 양 등 3남매를 키우는 넉넉잖은 살림도 문제였다. 이에 희망플랜에선 신 양의 개인 레슨비를 지원했다. 몇 달간 바짝 준비한 끝에 지역 예술고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실력은 동급생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그래도 위축되지 않았다. 신 양은 “더 내려갈 곳이 없었다. 올라갈 데만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며 “방과 후 몇 시간씩 기본기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하루는 연습실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넓은 연습실 거울에 습기가 가득 차기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올 4월 드디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콩쿠르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값비싼 의상이었다. 신 양이 포기하려 할 때 다시 희망플랜 복지사들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신 양의 의상비를 모아줬다.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고 생애 첫 무대에 오른 신 양은 “어머니가 처음으로 내 춤을 보시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정말 기뻤다”고 했다. 이제 입시를 앞둔 신 양에게 ‘대학에 가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주저 없이 “희망플랜 자원봉사”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다”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내 앞에 있는 게 높은 벽인 것 같아도 막상 부닥쳐 보면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 어떻게든 넘는 방법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알레르기비염 환자인 이모 씨(30)는 요즘 들어 증상이 더 심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출근할 때 마스크를 쓰고 회사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해도 오전 중에는 계속 재채기가 났다. 이 씨는 “연이은 재채기에 머리가 띵할 정도”라며 “환절기라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증상이 심해진 것은 환절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9월에는 알레르기비염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대기 중 꽃가루가 크게 늘어난다. 흔히 꽃가루는 봄철에 많이 날리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가을에 꽃가루를 날리는 꽃도 적지 않다.○ 가을철 알레르기 꽃가루, 봄철보다 많아 알레르기비염은 전체 인구의 10∼30%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도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유병률이 높고 발병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 2008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8.6%가 알레르기비염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맑은 콧물, 발작성의 재채기, 코막힘, 코의 가려움증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하루 1시간 이상 지속되면 감기보다는 알레르기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알레르기비염을 일으키는 항원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꽃가루다. 보통 꽃가루는 봄철에 영향을 미치는 항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환경부와 인하대병원 환경보건센터가 2015년 1년간 서울과 인천, 경기 수원 등 수도권에서 꽃가루 농도를 측정한 결과 4월(m³당 1만5275grains)과 5월(1만3794grains)에 가장 높았다가 점차 낮아진 뒤 다시 8월부터 높아져 9월(9556grains)이 연중 3번째로 꽃가루 농도가 높았다. 특히 9월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의 비율이 오히려 봄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5월에는 소나무와 은행나무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꽃가루가 많지만 가을에는 환삼덩굴 쑥 돼지풀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잡초 꽃가루의 비율이 높았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2015년 알레르기비염 환자수도 9월에 가장 많았다. 꽃가루가 눈에 보일 정도로 날리는 봄철과 달리 가을에는 그렇지 않아 방심하기 쉽다. 환삼덩굴이나 쑥 같은 식물은 8월 초부터 꽃가루를 날리기 시작해 9월에 절정을 이룬다. 잡초류라 도심은 물론이고 도시 근교의 산자락, 공터, 도로변, 하천 주변 등에서 흔하게 자란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알레르기비염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꽃가루 농도 확인하고 오전 외출 피해야 꽃가루는 주로 오전에 날린다. 알레르기비염 환자라면 9월에는 가급적 오전 야외활동을 피하고 오후 3시까지는 창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 기상청 홈페이지() ‘생활과 산업’ 코너에 가면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인하대병원 환경보건센터 홈페이지()에서도 꽃가루에 대한 정보와 수도권 측정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외출 전에 꽃가루 농도가 높다면 방진마스크와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손에 묻은 먼지나 꽃가루가 눈, 코에 들어가지 않도록 눈이나 코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옷을 털고 손과 발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감기나 독감 등 바이러스성 코 질환은 알레르기비염의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바로 세수를 하거나 양치를 하면 좋다. 특히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은 식염수로 코를 세척해주면 약물치료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생활수칙을 지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고 증상을 예방하는 약물을 처방받거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피부반응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항원을 낮은 농도에서부터 높은 농도까지 조금씩 노출시켜 면역력을 키우는 치료법이다. 이건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과거에는 피부에 항원을 주사하는 ‘피하면역 주사 요법’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혀 아래에 항원으로 된 알약을 넣는 ‘설하 면역 치료(SLIT)’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꽃가루에 대해서는 효능이 인정된 만큼 전문가와 상담 후 치료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최근 주꾸미를 날것으로 먹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보건당국이 비브리오패혈증 주의보를 내렸다. 7월 21일 지인이 낚시로 잡은 주꾸미를 날것으로 먹은 A 씨(45)는 부종과 발열, 오한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다가 지난달 28일 결국 숨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10월에는 비브리오패혈증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이므로 수산물을 섭취할 때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은 해수 온도가 15℃ 이상이 되는 5월부터 생기기 시작해 수온이 높은 8월부터 10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2012¤2016년 최근 5년간 비브리오패혈증 환자 수는 모두 274명으로, 9월이 117명으로 가장 많고 8월(56명) 10월(54명) 7월(26명) 순이었다. 특히 간 질환과 알코올중독, 당뇨병 등이 있는 환자가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리면 치명적이다.비브리오패혈증을 피하려면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지 말고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또 어패류는 흐르는 수돗물에 2, 3회 깨끗이 씻고 사용한 조리도구도 깨끗이 씻어 2차 오염을 막아야 한다. 어패류를 구입하면 신속하게 냉장 보관해 식중독균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