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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는 다양한 재료를 끓는 육수에 넣어 익혀 먹는 중국 탕 요리다. 패션잡지에서 일하는 저자는 이 훠궈에 단단히 빠져 있다. 서울은 물론이고 중국과 홍콩의 웬만한 훠궈 음식점을 모두 섭렵했다. 훠궈에 대해 박식하다는 의미로 주위에선 ‘훠선생’이라 불린다. 그는 훠궈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안다. 재료를 넣을 땐 두부, 감자, 무, 연근, 죽순 순으로 넣어야 한단다. 팽이버섯, 시금치, 양상추, 치커리 같은 연한 채소는 살짝 데쳐서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훠궈를 찍어 먹는 소스를 잘 만드는 비법도 추천한다. 다진 파, 고수, 마늘, 땅콩가루, 태국고추, 굴 소스, 설탕 등을 고루 넣어야 한단다. 언뜻 보면 요리책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러나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새벽 퇴근 후 홀로 24시 훠궈 음식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새벽에 출출한 배를 채우는 사람들은 서로를 의식한다. 그는 “무엇을 하다 온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편의점의 차가운 음식이 아닌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말한다. “훠궈를 끓일 때면 조금 따스해진다”는 말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민음사 세미콜론이 지난해 3월부터 펴내고 있는 ‘띵’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다. 음식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에세이 시리즈는 이미 고등어, 치즈, 해장 음식, 프랑스식 자취 음식 등 다양한 음식을 소개했다.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 고(故) 박완서 작가의 10주기에 맞춰 낸 ‘엄마 박완서의 부엌’처럼 절절한 글도 있다. 시리즈를 읽다 보면 침이 고이다가도 어느새 저자들이 풀어놓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면도 주인공이 된다. 띵 시리즈 중 하나로 작가 윤이나가 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라면은 1봉지씩 포장돼 있어 누구든 자신의 취향에 맞게 끓여 먹을 수 있다는 것. “냄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물이 천천히 끓을 때도, 남의 집에서도, 조건이 조금 다르거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나를 위한 라면을 맛있게 끓일 수 있다”는 윤이나 말엔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묻어 있다. 작가 김훈이 2015년 펴낸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에서 “슬프다, 시장기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고 라면에서 비극을 찾았다면, 윤이나는 라면에서 희망을 본다. 음식은 각자에 의해 다르게 해석된다. 날마다 새로운 음식들이 나오고 소개되니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에세이의 조건을 다 지닌 셈이다. 꼭 작가만 기록하란 필요도 없다. 지금이라도 일기나 블로그에 오늘 먹은 음식과 단상을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 언젠가 누군가 침 흘리며 보는 ‘맛있는 책’을 엮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탈리아 군용정찰기 중에 지브리라는 게 있거든. 스튜디오 지브리로 하고 싶어.” 1985년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이름을 짓기 위한 회의에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렇게 말했다. 미야자키는 ‘gibli’라고 알파벳으로 써서 참석자들에게 보여줬다. 다른 이가 “이봐, 정확한 발음은 기블리 아닌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미야자키는 “이탈리아 친구가 지브리라고 했다”고 우겼다. 사실 이 알파벳의 정확한 발음은 기블리가 맞다. 하지만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이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전설의 스튜디오는 지금도 지브리로 불린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탄생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 책 저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자 3인방 중 한 명이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곁에서 제작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애니메이션 잡지를 만들다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에 참여했고, 현재는 이곳 대표이사다. 그만큼 스튜디오 지브리의 비사(비史)를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는 저자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설립 과정과 제작 뒷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놓았다. 1985년 지브리는 제대로 된 자본금 없이 빚더미에서 출범했다.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을 정도였다. 설립자들은 일본 도쿄(東京)의 부동산을 전전하다 겨우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가장 먼저 만든 작품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성 라퓨타 제국과 그 성을 날아다닐 수 있게 하는 전설의 돌을 둘러싼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1986년)다. 모험극으로 성공했지만 지브리는 기존의 성공 코드를 답습하지 않는다. 요괴와 어린이가 교류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의 ‘이웃집 토토로’(1988년)로 지평을 넓혀간다. 귀여운 캐릭터 토토로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토토로 인형이 불티나게 팔렸다. 저자는 “토토로는 두 팔을 들어 만세를 부르고 싶을 만큼 지브리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고 환호한다. 지브리는 매혹적인 캐릭터와 풍부한 색감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아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건 ‘천재성’이다. 초등학생 치히로가 신들이 찾는 목욕탕에서 기이한 일들을 겪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에 등장하는 캐릭터 가오나시는 3분 만에 탄생했다. 미야자키는 회의 도중에 가면을 쓴 요괴처럼 생긴 기묘한 캐릭터를 쓱쓱 그려냈다. 그 캐릭터가 목욕탕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스토리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저자는 “놀라운 집중력”이라고 평가한다. 지브리가 오랜 시간을 버텨 온 건 콘텐츠뿐만 아니라 조직의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열악한 애니메이션 업계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스태프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당시에는 흔치 않던 직장 내 어린이집도 지었다. 여성 스태프에겐 넓은 화장실을 제공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책 말미에는 3인방이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여기서 미야자키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소수 정예라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소수정예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스스로 천재임에도 공동 작업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가 30년 넘게 지브리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원동력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라클모닝 인스타그램엔 18일 현재 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30만 개가 넘는다. 해 뜨기 전부터 달리기를 하거나 새벽 독서를 한 뒤 인증사진을 올리는 이가 많다. 시계를 찍어 기상 시간을 공유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자주 언급하는 책이 이른 아침 일어나 생활 습관을 다잡는 법을 다룬 ‘미라클 모닝’(한빛비즈)이다. 이 책은 2016년 2월 출간 직후 연말까지 10만 부가 팔려 그해 한국에서 출간된 자기계발서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이 됐다. 이후 매년 2만∼3만 부씩 팔렸다. 그러다 최근 다시 판매량이 급증해 지난해 12월부터 약 석 달 사이에 3만 부가 팔렸다. 출판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를 이유로 본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대학생과 재택근무가 늘어난 직장인들이 망가진 일상을 가다듬기 위해 아침 습관을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출간 이래 이 책의 구매자는 30대가 40%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존에 15%였던 20대 독자 점유율이 25%로 급상승했다. 유소영 한빛비즈 기획1팀장은 “20대들은 자신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따라하는 젊은 세대가 이 책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소개한 ‘마지막 몰입’(비즈니스북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 책은 지난달 23일 출간된 이후 3만 부가 팔리며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정진 비즈니스북스 홍보1팀장은 “보통 자기계발서는 20대 구매율이 15% 정도인데 이 책은 25%에 달한다”며 “이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는 20대가 많다”고 했다. 전체 자기계발서 판매량 역시 강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 15일까지 자기계발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 늘었다. 최근 5년(2017∼2021년) 같은 기간을 비교해도 가장 높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코로나19가 이어지는 한 자기계발서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모든 것이 완벽한 젊은 백인 부부가 있다. 남편 데이비드는 훤칠한 외모의 실력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부인 아델은 미모에 막대한 재산까지 있다. 어느 날 부부의 삶에 흑인 여성 루이즈가 들어온다. 루이즈는 데이비드와 뜨거운 불륜을 저지르는 동시에 아델과 따뜻한 우정을 나눈다. 삼각관계가 무르익어 갈 때쯤 서서히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난다. 넷플릭스의 영국 심리 스릴러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 직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세계 넷플릭스 TV쇼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에도 오르며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총괄 프로듀서 스티브 라이트풋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핵심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눈 뒤에’라는 뜻의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 우리가 밖으로 보여주는 것 너머에 숨겨진 비밀을 다뤘다는 것이다. 라이트풋은 “각자의 삶을 사는 방식은 자신 외에 어떤 타인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사람도 사실은 아주 힘든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라이트풋은 드라마에 대해 “항상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했다. 그의 말처럼 주인공들은 겉으론 행복한 척하지만 실상은 붕괴 직전이다. 데이비드는 아내의 숨겨진 비밀을 모른 채 정신과 약 복용을 강요한다. 아델은 마약에 빠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 외톨이 주부로 산다. 루이즈는 싱글맘의 팍팍한 현실을 잊기 위해 데이비드와 위험한 사랑을 나눈다. 드라마는 영국 여성 작가 사라 핀보로가 2017년 펴낸 동명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드라마 역시 활자로 표현된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영상으로 잘 옮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트풋은 “원작에 표현된 인물들의 내면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며 “원작자도 드라마에 아주 만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제작진은 야경증(night terror)에 시달리는 루이즈의 꿈을 영상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루이즈가 겪는 감정 상태에 따라 매번 색다른 꿈에 맞춰 세트장을 여러 개 만들었다. 행복한 꿈을 꾸는 장면은 밝게 연출한 세트장에서, 불행한 꿈을 꾸는 장면은 어두운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 작품을 연출한 감독 에리크 리크테르 스트란은 “(제작진은) 루이즈의 악몽이 펼쳐지는 음울하고 미스터리한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냈다”며 “어떤 꿈은 그야말로 호러에 가깝고 또 다른 꿈엔 반전이 있다”고 했다. 각각의 꿈이 루이즈가 겪은 감정과 경험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끝으로 갈수록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후반부에선 누가 제정신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 라이트풋은 “누가 악당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내가 정말 좋아했던 부분”이라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캐릭터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충격적이라고 평가받는 반전에 대해 라이트풋은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은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4 대 1로 이겼다. 알파고의 승리 비결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수많은 바둑 기보 데이터를 학습한 끝에 알파고는 이세돌보다 몇 수 위가 됐다. 알파고는 바둑 관련 데이터를 어디서 수집했을까. 데이터 수집 시 저작권이나 프라이버시 등을 침해할 소지는 없을까. AI 기술 발달에 따른 법적 문제를 다룬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사회평론)를 10일 펴낸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알파고가 바둑 데이터를 수집할 때 해당 데이터를 작성한 사람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 보통 정보기술(IT) 기업은 소프트웨어인 크롤러나 스파이더를 이용해 인터넷에 퍼진 데이터를 수집한다. AI는 이 데이터로 학습을 한다. 만약 AI가 공익에 이바지하는 일을 수행하면 공적 이용에 해당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무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면 저작권 분쟁 여지가 생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저작권법을 개정해 AI가 학습하기 위해 데이터 사본을 만드는 행위를 적법하도록 했다. 반면 우리는 관련 법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AI가 학습하기 위해 데이터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추상적”이라며 “우리나라도 데이터 이용 조건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분야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AI가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선 더 많은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AI의 공공 빅데이터 학습을 활성화해야 국내 IT 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공 데이터가 많이 공개될수록 AI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 판결에도 AI가 도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판결문을 공개하고 이를 AI가 학습한다면 기초 수준의 판결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 판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법원 판결문은 전체의 0.003%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AI는 판결문과 사건 관련 서류를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전제하에 판결문 공개를 늘리면 법률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모든 것이 완벽한 젊은 영국인 부부가 있다. 남편 데이비드는 훤칠한 외모를 지닌 실력파 정신과 의사다. 부인 아델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은 부자다. 하지만 어느 날 부부의 삶에 흑인 여성 루이즈가 들어온다. 루이즈는 남편과 뜨거운 불륜을 저지르고, 부인과는 따뜻한 우정을 나눈다. 삼각관계가 무르익어 갈 때쯤 서서히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난다. 넷플릭스의 심리 스릴러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 직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2위를 차지했다.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에도 오르며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의 제작을 지휘한 총괄 프로듀서 스티브 라이트풋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핵심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눈 뒤에’라는 작품의 제목이 의도했듯 우리가 밖으로 보여주는 것 너머에 숨겨진 비밀들을 다뤘다는 것이다. 라이트풋은 “개인이 삶을 사는 방식은 자신 외에 그 어떤 타인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사람도 사실은 아주 힘든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라이트풋은 드라마에 대해 “항상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했다. 이 말처럼 주인공들은 겉으론 행복한 척하지만 속사정은 망가지기 직전이다. 데이비드는 매일 출근 전 아델에게 항정신성 약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남편이다. 아델은 마약에 빠져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 외톨이 주부로 산다. 루이즈는 싱글맘으로 사는 팍팍한 현실을 잊기 위해 데이비드와 위험한 사랑을 나눈다. 드라마는 영국의 여성 작가인 사라 핀보로(49)가 2017년 펴낸 동명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이 소설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드라마 역시 활자로 표현된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영상으로 잘 옮겼다는 평가다. 라이트풋은 “원작에서 표현된 인물들의 내면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며 “원작자도 드라마화에 아주 만족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제작진은 야경증(Night terror)에 시달리는 루이즈의 꿈을 영상화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루이즈가 겪는 감정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르게 꾸는 꿈에 맞춰 세트장을 여러 개 만들었다. 행복한 꿈을 꾸는 장면은 밝게 연출한 세트장에서, 불행한 꿈을 꾸는 장면은 어두운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 에릭 리츠터 스트랜드는 “(제작진들은) 루이즈의 악몽이 펼쳐지는 음울하고 미스터리한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냈다”며 “어떤 꿈은 그야말로 호러에 가깝고, 또 다른 꿈엔 반전이 있다”고 했다. 또 “각각의 꿈이 루이즈가 겪을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반영했다”고 했다. 드라마는 끝으로 갈수록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누가 제정신인지 알 수 어렵다. 라이트풋은 “누가 악당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내가 정말 좋아했던 부분”이라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캐릭터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충격적이라고 평가받는 반전에 대해 라이트풋은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사실 기분 좋다”고 했다.스티브 라이트풋 총괄 프로듀서 인터뷰―원작 소설 작품을 드라마화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레프트 뱅크 픽처스(Left Bank Pictures)에서 연락이 와서 각색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원작을 읽어보니 굉장히 재밌고 대단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시리즈로 꼭 각색하고 싶었다. 과정 자체는 아주 단순하고 원활하게 진행됐다. 나와 안젤라 러매나가 원작을 6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각본을 썼다. 그리고 나서 에릭 리히터 스트랜드 감독이 연출을 멋지게 해줬다.” ―원작자는 영상화된 작품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나. “원작자인 사라 핀버러도 시리즈에 아주 만족한 것 같다.”―아무래도 성인을 대상으로, 심리스릴러를 만들 땐 시청층이 한정적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본격 ‘성인용 스릴러’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선보이는데 부담되진 않았나. “그런 부담감은 별로 없었다. 그런 것보다는 원작을 잘 살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밖으로 갈등이 드러나기보단 내면 안에서 심리를 묘사하는 데 치중했다. 내면 묘사에 대해 소설과 달리 영상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원작자인 사라 핀버러가 이미 대단한 공을 들여 멋진 원작을 창작했기 때문에 원작에서 표현된 인물들의 내면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실제로 화면으로 그 부분이 잘 표현 됐기를 바란다!”―특히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인 야경증을 꿈의 모습으로 영상화할 때 유의했던 점은 어떤 것 있나. “꿈을 표현할 때 핵심은 루이즈가 꿈으로 얼마나 크게 영향을 받고 삶이 지옥같이 변하는지 잘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감독인 에릭과 협업하며 꿈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공포스러우면서 동시에 루이즈의 내면을 잘 반영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누가 미쳤고, 누가 제정신인지 알 수가 어렵다. 그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처럼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누가 악당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원작에서 내가 정말 좋아했던 부분이다. 마지막까지 응원하는 캐릭터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인종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백인 여성인 아델은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부를 지녔다. 반면 흑인인 미혼모인 루이스는 그녀의 삶을 동경하면서 그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원작에서는 루이즈와 아델이 모두 백인이기 때문에 처음 각본 작업을 할 때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시리즈에서 인종이나 계층과 같은 주제가 나타나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 원작과 시리즈의 핵심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삶을 사는 방식은 자신 외에 그 어떤 타인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사람도 사실은 아주 힘든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이야기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관한 것으로, 항상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반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결말”이라는 평가부터 “소름 돋는다” 등 평가가 엇갈린다.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원작의 결말이 정말 좋았고 독특해서 늘 시리즈에서 이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이 사실 나는 기분 좋다. 사람들이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시리즈가 그런 관심을 이끌어 냈다면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에릭 리츠터 스트랜드 감독 인터뷰―인물들의 내면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드라화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꿈 영상을 찍는 부분이 어려웠을 것 같다. 가장 유의하며 촬영했던 지점은 무엇인가. “스티브의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루이즈의 악몽이 펼쳐지는 음울하고 미스터리한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시즌에 걸쳐 비주얼과 톤 측면에서 꿈이 발전해나가는 양상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었다. 어떤 꿈은 그야말로 호러에 가깝고, 또 다른 꿈은 반전과 뜻밖의 요소도 있는 스토리를 들려준다. 각각의 꿈이 루이즈가 이를 겪을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반영해서 꿈이 아닌 현실의 삶과도 직접 연관되도록 했다. 스튜디오 세트장을 만들고 꾸밀 때 세 단계로 구성을 했다. 루이즈가 엄마를 찾는 첫 번째 꿈 장면에서는 창문과 햇빛도 있고 여러 면에서 실제 집처럼 느껴진다. 그 다음으로 검은 복도의 미로에서 아담을 찾으러 뛰어다니는 장면은 복도를 어둡게 해놓고 촬영했다. 마지막으로 데이비드와 아델이 불에 타는 꿈을 꾸는 장면의 경우, 세트장을 마치 불에 타서 까맣게 된 듯한 느낌이 나게 해놓고 촬영했다. 각각의 꿈에 대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스튜디오에 사운드트랙까지 마련해서 배우들이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이호재기자 hoho@donga.com}

“중고등학생들도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을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김영란 전 대법관(65)은 10일 전화통화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책은 출판사가 2014년부터 펴내고 있는 청소년 교양시리즈. 지난해 7월 출간된 동명의 성인 대상 대중서적에 삽화를 싣고, 문장을 쉽게 바꿔 청소년도 읽기 쉽게 만들었다. 영국 대헌장, 프랑스 인권선언, 미국 독립선언서, 독일 바이마르 헌법, 대한민국 헌법 등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녹아 있지만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는 ‘판사의 꽃’으로 불리는 대법관 출신이다. 지금은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다. 최고 수준의 법률 전문가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는 2019년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쉽게 풀어 쓴 대중 비평서 ‘판결과 정의’(창비)를 냈다. 대중 서적을 활발히 펴내다 청소년 도서까지 내고 있는 것이다. 왜 법률 전문서적이 아닌 청소년 도서를 썼을까. 그는 “법률 전문가들이 판결에 대한 해설과 이론서를 많이 쓰지만 보통 사람들이 읽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또 “청소년이 읽을 수 있으면 일반인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어렵게 취급되는 법에 대해 눈높이를 낮춰 소개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출판사 편집자에게 들은 푸념이 떠올랐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소개된 책들이 연달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현상을 보며 이 편집자는 “출판사들이 대중에게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방송인 유재석은 책을 써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지만 굳이 어려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전문가들의 생각을 이해한다. 호기심이 커진 독자들이 책을 사보기도 한다. 유재석의 눈높이 덕분에 새 독자들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쉽게 인터넷 검색을 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책은 지식을 얻는 가장 좋은 길이다. 인터넷에 부정확한 정보가 많이 떠도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책엔 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저자를 섭외하고, 저자의 초고를 확인하고 고치는 출판사들의 노력 덕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돈을 주고 책을 산다. 그러나 책이 꼭 어렵게 쓰여야 할 필요는 없다. 책에 대한 높은 장벽은 독자를 서점에서 떠나게 할 뿐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 중에는 김 전 대법관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출판사 편집자들이 청소년 도서나 대중 서적을 쓸 전문가를 더 많이 찾아냈으면 좋겠다. 김 전 대법관 역시 “청소년 도서를 쓰기로 한 건 출판사가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이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되지 않아야 책 읽는 시대가 다시 온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할아버지 오두막에서 잠을 잘 때마다/난 늘 그 곁에 앉아 있곤 했지/밖은 추웠어/난 할아버지에게 묻곤 했지/내가 들은 소리의 정체에 대해/꼭 누군가 말하는 소리처럼 들렸거든/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별들이 수군대는 소리라고….’(‘말하는 별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힘든 시절이다. 단절되고 고립된 시기에 위로를 건네는 건 자연이다. 여전히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별과 달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프리카 소수 민족의 시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시들은 아프리카의 소수민족이 구전으로 읊어왔던 것이다. 이 소수민족은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아프리카 남부의 칼라하리 사막 부근에서 살고 있다. 수렵과 채집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특히 산족은 수풀 속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의 ‘부시먼’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언어학자인 채록자가 1860, 70년대 말로 전해지던 시를 모아 남겼다. 한국의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인 역자가 이 중 일부를 골라 묶어냈다. 시는 자연과 마주한다. “그는 비의 머리카락을 만들어/부드럽게 흘러내리게도 했지/비에게 두 다리를 만들어주고는/든든한 기둥처럼 흐르게도 했지…(‘비를 부르는 무당’)”라며 인간에게 지대한 역할을 미친 비를 조명한다. “한때 나무의 재였던 너희들은/이제 은하수가 될 거야/그래서 별들을 데리고 뱅뱅 돌아라…(‘은하수를 만든 소녀’)”라며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의미를 부여한다. “해가 뜨기 직전에/신기루가 나타나면/사람들은 말하지, 그건/토끼라고/토끼의 신기루라고…(‘안개와 토끼’)”하며 신비로운 자연현상에 상상력을 더한다. “지금 이곳의 현실이 각박하면 각박할수록, 내 안에 영혼 같은 건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상해갈수록 이 시들을 떠올리게 된다”는 추천사가 와 닿는다면 오늘은 아프리카의 시를 읽어보자. 팍팍해진 마음이 조금 다독여질지도 모르겠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표절 논란 이후 6년 만에 복귀한 소설가 신경숙(58)의 신작 장편소설이 초반 인기를 끌고 있다. 창비에 따르면 신경숙이 5일 출간한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사진)는 10일까지 엿새 동안 1만5000권이 팔렸다. 2008년 출간돼 현재까지 250만 권이 판매된 신경숙의 대표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는 출간 후 같은 기간 동안 4만8000부가 나갔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교보문고 3월 첫째 주 한국소설 부문 3위에 올랐다. ‘엄마를 부탁해’ 역시 출간 첫째 주 교보문고 한국소설 부문 3위였다. 2013년 출간 첫째 주 교보문고 한국소설 부문 1위에 오른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에는 미치지 못한다. 신경숙의 신작 소설이 사랑 받는 건 충성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영 창비 한국문학2팀장은 “서점에서 추가 주문이 이어져 6쇄를 찍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판매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유명 작가의 신작은 충성 독자 때문에 초반에는 많이 판매된다”며 “1, 2개월 지나면 판매량이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초기 판매량으로 성공을 단정할 순 없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구를 지키면 무료로 문학잡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창비는 최근 ‘클럽 창작과 비평’ 네 번째 기수 회원을 모집하며 이런 홍보 문구를 앞세웠다. 클럽 창작과 비평은 창비가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1966년 창간 이후 문학계의 담론을 이끌던 문학잡지 ‘계간 창작과 비평’의 영향력을 되살리기 위해 2019년부터 운영해 지금까지 5500여 명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문학잡지를 읽고 서로 감상을 나누기 위해 이 모임에 참가한다. 1일 활동을 시작한 네 번째 기수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제출하는 등 환경보호 미션도 수행한다. ‘독서랑 환경이 무슨 상관?’ 혹은 ‘1만5000원짜리 문학잡지를 무료로 읽기 위해 부가활동까지 할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덕에 이번 기수 대부분인 1500명이 환경보호 미션에 참여했다. 강서영 창비 홍보부 기획홍보팀 과장은 “참여자 중 20대가 60%, 30대가 30%가량을 차지한다”며 “환경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문학잡지의 새로운 독자로 유입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문학잡지들이 20, 30대를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련된 편집을 중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클럽 창작과 비평처럼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미션을 주고 이를 달성하면 메모지나 노트 등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엔 문학평론가나 작가와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했다. 문학잡지가 택하는 주제 역시 젊어졌다. 민음사의 문학잡지 ‘릿터’는 지난달 펴낸 최신호에서 유튜브 내러티브를 다뤘다. 유튜브 세계에서 어떤 이야기가 흥하고 망하는지를 분석했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어린이 영상 등 유튜브 콘텐츠의 성공 요인도 따져봤다. 순문학을 다루던 기존 문학잡지와는 다른 행보다. 릿터는 민음사가 1976년부터 만든 ‘세계의 문학’을 2015년 폐간한 뒤 2016년부터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펴낸 격월간 문학잡지다. 주제로 유튜브를 선정한 것도 20, 30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박혜진 민음사 문학2팀 차장은 “릿터의 주 구독자인 20, 30대들은 삶과 밀착한 주제를 다뤄야 호응한다”고 했다. 문학잡지가 젊은층을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건 위기의식 때문이다. 1970, 80년대에 각종 사회적 논의를 이끌던 문학잡지의 파급력은 급격히 작아진 지 오래됐다. 과거 평론가와 작가만의 공간이었던 문학잡지들이 독자 친화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문학잡지 문화가 아예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출판사들 스스로 충성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2015년부터 은행나무가 펴내고 있는 문학잡지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은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문학잡지를 함께 읽는 서포터스를 올해부터 모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성이 창비 계간지출판부장은 “문학잡지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클럽 창작과 비평을 운영한 이후 젊은 독자가 늘어났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구에는 정체 모를 외계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이들과 싸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군인들이 모인다. 전선은 북대서양의 한 지역. 전쟁은 109일간 이어진다. 오랜 싸움 끝에 결국 인간은 외계 생명체를 지구 밖으로 몰아낸다. 인간은 다시 지구를 되찾는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군인 이안은 곧바로 전쟁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 전쟁 중 죽은 동료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다친 채 홀로 남은 이안. 그녀 앞에 지구를 떠나지 않은 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외계 생명체와 교감하던 이안은 어릴 적 자신이 당했던 범죄를 기억해낸다. 이안은 그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 천선란의 SF(공상과학) 소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중 일부다.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은 여성의 시선에 과학적 상상력을 더한 SF 소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전쟁이라는 사회 문제에 여성 주인공의 개인적 상처를 녹여낸 독특한 작품을 내놓았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이 소설집은 매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기획됐다. 소설을 쓴 작가 5명은 모두 여성이다. 그동안 남성 SF 작가들이 보여준 시선과 사뭇 다르지만 매력적이다. 치밀한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하기보단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따뜻한 시선으로 상상력을 펼친다. 박해울의 ‘요람 행성’엔 새로운 개척지인 요람 행성이 등장한다. 각종 문제로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시대. 지구 대신 인간들이 살 요람 행성을 개척하던 주인공 리진은 미지의 생명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구인들은 행성에 살고 있던 생명체를 무참히 죽이고 있었다. 요람 행성의 생태계도 파괴하고 있었다. 리진은 자신의 임무인 행성 개척을 계속 해나갈까. 육아, 고령화 문제도 다룬다. 박문영의 ‘무주지’에 나오는 무주지는 여러 명과 동시에 사귈 수 있는 다자연애가 가능한 새로운 땅. 일부일처제는 이곳에서 유효하지 않다. 자유롭게 연애하고 아이는 공동으로 키운다. 그러던 중 연음과 기정은 자신만의 아이를 키우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남십자자리’(오정연)에 나오는 일명 ‘양로행성’엔 노인들만이 살아간다. 양로행성에 출장 온 미아는 이곳에 사는 할머니 해리와 가까워진다. 미아는 해리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루카의 ‘2번 출구에서 만나요’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외계신호를 분석하는 연구원을 꿈꾸는 주인공 알리는 사춘기 시절 엄마와 크게 싸웠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알리는 엄마를 이해해 보려 노력한다. 어느 날 외계행성에서 메시지를 받은 알리. 과연 이 메시지와 엄마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과거 SF는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2019년 장편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초엽의 성공 이후 20, 30대 여성들이 SF를 찾고 있다. 여성 작가들의 새로운 상상력이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젊은 날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58)은 신작 출간을 앞두고 3일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6년 전 표절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그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표절 논란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의도적으로 표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신경숙은 “제 작품을 따라 읽어준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어떤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며 복귀를 앞둔 심정을 드러냈다. “(독자에게)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했다. 심중의 말을 정확히 다 표현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는 표절 논란 이후 6년의 칩거 기간에 대해 “30여 년 동안 써 온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경숙은 5일 그의 8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를 출간한다. 그는 신작에 대해 “그동안 제 작품을 따라 읽어주셨던 독자 한 분 한 분께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제 손 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신경숙이 작품을 단행본으로 낸 건 2013년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를 낸 후 8년 만이다. 장편소설 단행본은 2010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이후 11년 만이다. 앞서 신경숙이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 건 2015년 6월 표절 사태 직후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튜브로 진행됐다. 그는 목이 긴 검은색 스웨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안색은 창백했다. 복귀 심경을 묻자 그는 연필을 만지작거리고 잠긴 목을 풀기 위해 커피와 물을 마신 뒤 답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만큼 복귀 심경을 다시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게 됐다”며 말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신경숙은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가겠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마음이다.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신작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고향인 J시에 혼자 남은 아버지를 화자인 ‘나’가 5년 만에 찾아가며 시작된다. 한국전쟁, 4·19혁명 등 한국 현대사를 겪은 아버지의 인생을 딸이 들여다본다. 신경숙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아버지, 현대사 속 고통받은 아버지, 가족으로서의 아버지, 개인적인 사연 가진 아버지,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을 썼다”며 “아무 이름 없이 한 세상을 살다 가는, 또 살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출간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 25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의 형제 격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신경숙은 어머니가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어머니 역할을 조명한 ‘엄마를 부탁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며 “이번 작품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가족 이야기로 복귀 논란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해마다 3월이면 신학기를 맞아 1년 중 책이 가장 많이 팔린다. 하지만 지난해는 예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개학이 연기돼 ‘3월 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책 판매량을 보면 2016∼2019년 내내 3월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반면 지난해는 12월(10.1%)이 가장 많았고, 3월(9.6%)은 두 번째였다. 올해는 초등학교 1, 2학년이 매일 학교에 가는 등 지난해에 비해 등교 수업이 늘어나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은 “지난해 3월에는 코로나로 서점을 찾는 이들이 줄어 매출이 줄었지만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구매 등이 늘어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며 “올해는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특히 올해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서점 매출이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박숙경 대리는 “지난해 코로나를 겪으며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데 익숙해졌다. 앞으로도 이런 구매 습관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신학기답게 수험서 등 각종 학습서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올 들어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대비서 ‘2021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이투스북)와 공무원 시험 수험서인 ‘선재국어 나침판 실전 모의고사’(에스티유니타스)가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해커스어학연구소) ‘ETS 토익 정기시험 기출문제집 1000’(와이비엠) 등 토익 수험서도 인기다. 공부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도 각광받고 있다. 올바른 공부 습관을 기르고 각종 시험에 대비하는 팁을 모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공부의 기술’(웅진지식하우스)이나 아동들의 수학 공부법을 정리한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블루무스)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다산북스) 등 학생 대상 수필도 많이 팔리고 있다. 서점들은 신학기 특수를 기대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반디앤루니스는 초중고 참고서를 일정액 이상 구매하면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알라딘은 대학 교재를 일정액 이상 사면 에코백이나 텀블러 등을 제공한다. 서점이 직접 제작한 제품으로 차별화해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서점 안에 함께 들어선 문구점 매출도 지난해보다 느는 추세다. 교보핫트랙스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판매한 필기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최윤영 교보핫트랙스 팀장은 “올해는 신학기 특수에 따라 문구 매출도 큰 폭으로 늘 것 같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젊은 날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58)은 신작 출간을 앞두고 3일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6년 전 표절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그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표절 논란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의도적으로 표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신경숙은 “제 작품을 따라 읽어준 독자 분들을 생각하면 어떤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며 복귀를 앞둔 심정을 드러냈다. “(독자에게)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했다. 심중의 말을 정확히 다 표현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는 표절 논란 이후 6년의 칩거 기간에 대해 “30여 년 동안 써온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경숙은 5일 그의 8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를 출간한다. 그는 신작에 대해 “그동안 제 작품을 따라 읽어주셨던 독자 한 분 한 분께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제 손 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신경숙이 작품을 단행본으로 낸 건 2013년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를 낸 이후 8년 만이다. 장편소설 단행본은 2010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이후 11년 만이다. 앞서 신경숙이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 건 2015년 6월 표절 사태 직후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튜브로 진행됐다. 그는 목이 긴 검정색 스웨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안색은 창백했다. 복귀 심경을 묻자 그는 연필을 만지작거리고 잠긴 목을 풀기 위해 커피와 물을 마신 뒤 답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만큼 복귀 심경을 다시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는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게 됐다”며 말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신경숙은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가겠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마음이다.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신작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고향인 J시에 혼자 남은 아버지를 화자인 ‘나’가 5년 만에 찾아가며 시작된다. 한국전쟁, 4·19혁명 등 한국현대사를 겪은 아버지의 인생을 딸이 들여다본다. 신경숙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아버지, 현대사 속 고통 받은 아버지, 가족으로서의 아버지, 개인적인 사연 가진 아버지,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을 썼다”며 “아무 이름 없이 한 세상을 살다 가는, 또 살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출간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 25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의 형제격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신경숙은 어머니가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어머니의 역할을 조명한 ‘엄마를 부탁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며 “이번 작품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가족 이야기로 복귀 논란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동아일보와 함께 운영하면서 영랑시문학상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국내 대표 문학상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승옥 전남 강진군수(65·사진)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부터 동아일보와 함께 영랑시문학상을 운영하면서 문학상의 위상이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됐다는 것. 이 군수는 “군민들도 강진이 낳은 대표 문인을 기리는 상의 위상이 높아진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강진은 영랑 김윤식 선생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영랑시문학상은 영랑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해부터 동아일보와 강진군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회장(75)이 “영랑 선생의 시문학 정신을 드높이는 데 써 달라”며 9000만 원을 강진군에 기탁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강진에 연고가 없지만 영랑을 존경하는 마음에 상금을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수는 “지난해에는 영랑실버시인학교를 운영했는데 올해부턴 청소년 대상으로도 시인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시를 배운 청소년들 가운데 제2, 제3의 영랑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8회 영랑시문학상 본심에 오를 후보작이 선정됐다. 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을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앞서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신달자 시인)는 올해 운영 요강과 심사위원 위촉 및 심사 기준을 확정하고 예·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예심 위원인 김경복 문학평론가, 문현미 신동옥 시인은 등단 20년 이상 된 시인이 2019, 2020년 출간한 시집을 대상(기존 수상작 제외)으로 올 1월부터 15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 중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마종기 시인의 ‘천사의 탄식’ △안상학 시인의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윤제림 시인의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이영춘 시인의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이다(이상 작가명 가나다순). 곽 시인의 ‘푸른 용…’은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 시를 만난 유년의 기억과 매일 10편씩 시를 쓰겠다고 결심한 스무 살의 다짐을 되새기며 김소월, 윤동주 시에 대한 사랑을 풀어냈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한국 서정시의 문법을 충일하게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마 시인의 ‘천사의 탄식’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살고 있는 시인이 해외에서 쓴 시 54편을 묶었다. 해외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살아가며 느낀 일과 고국을 그리는 외로움 등을 담았다. “시선이 애잔한 동시에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시인의 ‘남아 있는…’은 1962년생으로 환갑을 앞둔 시인이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는 시선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소회도 녹였다. “흐름에 휩쓸려 사라진 듯 보이는 이들을 담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윤 시인의 ‘편지에는…’은 인간다움에 대해 천착한 시인의 시선이 오롯이 담겼다. 담벼락에 붙은 광고 쪽지, 스쳐가는 뉴스의 사회면 기사 한 꼭지, 농담과 오해로 점철된 나날의 대화를 주목한다. “이야기꾼으로 천연덕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인의 ‘오늘은 같은…’에는 일상에서 시를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시인의 면모가 담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감염병 시대의 풍경부터 철학·종교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가 담겼다. “예민한 촉수를 놓지 않는 미덕이 돋보인다”는 평이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다섯 작품을 읽는 기쁨은 아름다운 언어를 대면하는 설렘이었다”며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개성과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본심은 18일이며, 시상식은 다음 달 30일 전남 강진군 영랑 생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해였던 2019년, 국내 독립운동사를 다룬 박사학위 논문 6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다시 말하면 국내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려는 신진 연구자가 6명 배출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100주년 반짝 특수’ 성격이 있었다. 2019년을 전후해서는 관련 연구자가 거의 배출되지 않았다. 이 분야 학문 후속 세대의 명맥이 거의 끊겨 가는 양상이다.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중견 학자들은 “신진 연구 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뚝 끊긴 신진 연구자 이계형 국민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국내 독립운동사 박사학위 논문 추이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6년 0편, 2017년 2편, 2018년 1편 등 미미하다. 지난해 발표된 근대사 박사학위 논문은 총 14편이었는데, 이 중 국내 독립운동사를 다룬 것은 2편뿐이다. 1980년대에는 매년 10여 명씩 쏟아졌던 독립운동사 신진 연구자가 일 년에 한두 명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독립운동사 연구가 누적되면서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학문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생겨 인기가 떨어졌다. 대학들이 역사를 비롯한 인문 분야를 축소하면서 교수 채용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2010년대 들어서는 교수의 퇴직과 함께 사학과를 폐과하는 대학이 속속 생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한 서울 사립대 사학과 교수는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신진 연구자가 너무 없다 보니 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만 해도 장학금을 줘야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기존 연구자들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아직 연구되지 않은 내용이 많은데, 이대로 학문 후속 세대가 끊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 교수는 “3·1운동도 이미 연구가 많이 이뤄져서 더 발굴할 내용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국에서 3·1운동이 일어난 곳과 일어나지 않은 곳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지도자의 유무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연구는 여전히 미진하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곳은 전국 약 3000개 면 중 3분의 2 정도다. 이 교수는 “똑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때인 장날을 통해 3·1운동이 전파됐는데, 왜 어떤 곳에선 사람들이 참여했고 어떤 곳에선 참여하지 않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외 독립운동사 연구도 속도가 안 나긴 마찬가지다. 이 분야는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 걸쳐 방대한 해외 자료를 찾고 연구해야 하는 영역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해외를 무대로 한 독립운동사 박사학위 논문은 최근 5년간 2편(2018년, 2019년 각 1편)에 그쳤다.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기성 연구자들의 연구는 틈틈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신예 학자들의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독립운동사에서 생활사로 그렇다면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이 몰리고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운동사에서 생활사로 관심이 옮겨 갔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박성순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영웅 중심적 서술은 과거 독립운동사의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때 필요했던 관점이다. 독립운동사의 기본적인 뼈대가 선 지금은 실제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었던 대중적 기반에 대한 물음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근대사 학계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다만 연구가 끊기는 분야가 생기지 않도록 신진 연구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이 교수는 “신진 연구자들이 학문에 집중할 수 있는 현실적 토양이 마련돼야 젊은 연구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이호재 기자}

누구나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사진을 찍기 위해 무거운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찍은 사진은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지난달 23일 보도사진 에세이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시공아트·오른쪽 사진)을 펴낸 김경훈 로이터통신 사진기자(47·왼쪽 사진)는 24일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사진기자가 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SNS가 보편화되면서 사진을 찍고 유통시키는 일이 쉬워졌기 때문. 김 기자는 “이젠 시민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역사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2019년 한국 국적의 사진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폐쇄 조치로 국경 앞을 떠돌던 중남미 이민자(캐러밴)들이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김 기자는 ‘모두가 사진기자가 된’ 대표적 사례로 인종차별 반대운동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를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들었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흑인 플로이드가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플로이드가 등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에 엎드려 있고, 백인 경찰관이 무릎으로 그의 목을 누른 사진은 과잉 진압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진을 찍은 건 현장에 있었던 17세 소녀 다넬라 프레이저. 소녀가 스마트폰으로 찍고 SNS에 올린 사진은 미국을 뒤흔들었다. 김 기자는 일제강점기에 스마트폰과 SNS가 있었으면 역사적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한다고 했다. 1923년 김상옥 의사는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다. 은신처가 발각되자 쌍권총을 들고 수백 명의 일본 경찰들과 추격전을 벌였다. 당시 이 사건은 활자로 기사화됐지만 현장을 담은 사진은 없었다. 김 기자는 “만약 그 시절 조선 민중의 손에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이 일이 더 알려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사진의 대중화가 긍정적인 효과만 불러온 건 아니다. 2016년 페이스북엔 한 공항에서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엄마의 사진이 올라왔다. 온라인에서는 이 여성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엄마와 아기는 행정상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이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답하고 있는 찰나의 순간이 잘못 해석돼 퍼졌던 것. 김 기자는 “시민들도 사진 윤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우주에서 한 미지의 행성이 발견된다. 행성의 이름은 드라운. 중력은 지구의 40배에 달한다. 아무 장비도 없이 행성에 착륙했다간 중력에 눌려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이 행성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은 건 탐사선 크웸블리호를 이끄는 돈그래머 선장. 선장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미지의 행성을 탐험해 나간다. 행성 탐험에 숨겨진 여러 비밀을 파헤친다. 이 소설은 저자가 1971년 발표한 작품. 미국 하버드대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사립 고등학교 천문학 교사로 일한 저자의 해박한 과학지식이 리얼리티를 높인다. 처음 출간된 뒤 50년이 지났지만 탄탄한 이야기 전개 덕에 지금도 술술 읽힌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공상과학(SF) 영화 ‘승리호’다.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선 선원들이 각종 사건을 겪는 이야기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선원들이 각종 음모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송중기 김태리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2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한국에서 선보인 적 없는 우주 SF 영화를 높은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승리호 선원들이 음모에 맞서 싸우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극 후반에 등장하는 부성애가 신파라는 평도 있다.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만 따져 보면 온도의 임무와 승리호 중 어느 쪽이 승자일까. 영화끼리 비교해보자. 2014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SF 영화 ‘인터스텔라’를 선보였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에도 탄탄한 줄거리 덕에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의 이론적 기반이 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는 이들도 생겼다. 과연 승리호를 본 뒤 과학 공부를 시작한 이들이 있을까. 18일 한국에서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SF 소설 공모전으로서 의미가 있다. 다만 당선작보다 눈길이 가는 건 박상준 초대 한국SF협회장의 심사평이다. 그는 ‘아이디어에 앞서 기본기부터 다지자’라는 심사평을 통해 “예심을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들에 비해 글 쓰는 기본기가 아쉽다는 점이었다”며 “SF 소설은 문장, 구성, 인물 등 문학작품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건들이 우선 일정 수준에 올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응모작의 질이 아쉽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SF 장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대작을 바라는 건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SF 열풍이 식지 않으려면 작품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 건 필수다. 소설이건 영화건 “한국 SF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차기작들이 여럿 나오기를 바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좋은 와인의 기준이랄 것을 콕 찍어 말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몇천 원짜리 와인을 가장 맛있다고 하는 이도 있고, 고급 식당에서 파는 수백만 원짜리 와인을 꼽는 이도 있다. 취향에 따라 단 와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신 와인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와인의 순위는 여전히 존재한다. 과연 좋은 와인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세 가지 조건을 꼽는다. 첫 번째는 좋은 땅에서 포도를 재배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오랫동안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조건은 생산자의 의지다.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포도 농사를 시작하고,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으로 만드는 오랜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자신이 없으니 그냥 값싼 와인이나 만들자”는 생각을 하지 않고 버티는 생산자만이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와인에 매료돼 프랑스로 건너갔다. 와인 산지를 3년간 여행하고 유명 양조가들을 배출한 생테밀리옹 와인 양조학교에 입학해 고등기술 자격증을 땄다. 한국에 돌아와 와인 수입 회사에 다니는 등 와인 업계에서 15년간 일한 전문가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이제 막 와인의 세계에 입문한 초보자에게는 꼭 알아두어야 할 와인들을 추천한다.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에게도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는 팁을 알려준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