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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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71wook@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미국/북미30%
국제일반22%
국제정세15%
인사일반10%
유럽/EU7%
아시아5%
일본5%
국제정치2%
러시아2%
중국2%
  • [단독]스토킹 가해자 81% 접근-연락금지 안지켜...피해자 보호 '구멍' 

    지난해 12월 A 씨는 다툰 후 여자친구 B 씨 집을 찾아가 온몸에 기름을 뿌린 뒤 라이터를 들고 “분신하겠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협박했다. B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은 A 씨에게 ‘피해자 인근 100m 이내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 씨는 이틀 뒤 경기 시흥시 피해자 집을 다시 찾아갔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100m 이내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등 사법당국이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리는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이 대놓고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위치 추적을 도입하고 유치장 구금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가해자 감시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접근·연락 금지 통보하자마자 접근 동아일보 취재팀은 19일 대법원 판결 검색 시스템을 통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이 법에 따라 형이 확정된 공개 판결문 156개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사법당국이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내린 가해자 57명 가운데 해당 조치로 스토킹 범행을 멈춘 가해자는 3명(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6명(80.7%)은 조치 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거나 협박하는 등 범행을 이어갔다. 8명(14.0%)은 판결문상 범행 지속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어기고 범행을 이어나간 비율이 스토킹을 멈춘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접근·연락 금지 통보를 받자마자 어긴 가해자도 상당수였다. 지난해 11월 C 씨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자 문자메시지 수천 통을 보내고 여자친구 직장 앞을 찾아가며 스토킹을 했다. 법원은 C 씨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화, 메시지 전송 금지’ 조치를 내렸다. C 씨는 통보를 받은 지 1분 만에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 반성, 연락 중 하나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지인들이 피해를 볼 것’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D 씨는 올 2월 피해자 집에서 말다툼을 하다 다리미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며 피해자를 위협했다. 출동한 경찰이 긴급응급조치 중 하나인 ‘접근 금지’를 결정했지만 D 씨는 경찰이 떠나고 30분 만에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자해하며 협박했다.●“가해자에게 위치 추적 기기 부착해야”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 재발을 막으려면 경찰의 가해자 위치 추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경우 사후 조치는 가능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6월에도 경기 안산시에서 스마트워치를 받은 피해자가 60대 남성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가해자들도 경찰이 지켜보지 않는 걸 알고 있기에 스스럼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가해자에게 추적 장치를 착용하도록 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해야 한다”고 했다.구속영장 없이 한 달까지 가해자를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1~7월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4호 500건 중 검찰 청구를 거쳐 법원에서 최종 승인된 건 221건으로 절반이 채 안 됐다. 지난달에도 서울 은평경찰서가 옛 여자친구를 5개월간 스토킹하다가 흉기로 협박한 남성에 대해 잠정조치 4호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스토킹 범죄자 중 구속 송치된 비율은 전체의 5.6%에 불과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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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당역 살해범, 이달 3일도 피해자 근무지 조회… 경찰 “계획범죄”

    ‘신당역 스토킹 살인’의 범인 전모 씨(31·구속)가 사건 발생 최소 11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 씨는 이달 3일 피해자인 전 동료 역무원 A 씨(28)의 근무지 정보를 확인했으며, 14일 범행 전 A 씨가 과거에 살았던 동네를 두 차례 찾아가 A 씨와 닮은 여성을 미행했다. 경찰은 전 씨의 혐의를 징역 10년형 이상에 처해지는 ‘보복살인’으로 변경했다. 19일에는 전 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범인, 피해자 닮은 여성 미행도18일 경찰에 따르면 전 씨가 범행을 미리 계획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 씨는 범행 11일 전인 이달 3일 지하철 6호선 구산역 역무실에서 자신을 ‘불광역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을 통해 A 씨 근무 일정을 확인했다. 또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전 씨는 14일 오후 2시 반 집을 나선 뒤 구산역 근처를 찾아가 2시간 이상 일대를 배회했다. A 씨는 구산역 인근에서 거주지를 옮긴 뒤였지만 전 씨는 이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전 씨가 당시 범행에 쓰인 흉기를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피해자의 예전 집 앞에서 기다리던 전 씨는 A 씨와 외모가 닮은 여성을 7분가량 미행하기도 했다. A 씨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 그는 오후 6시경 구산역 역무실에서 다시 A 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했다. 이어 다시 A 씨의 옛집 인근을 배회하다가 오후 7시경 일회용 승차권을 끊어 지하철을 타고 범행 장소인 2호선 신당역으로 이동했다. 전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한 결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범행과 관련된 행적을 교란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씨는 앞선 14일 오후 1시 20분경 자신의 집 근처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예금 전액인 1700만 원을 인출하려고 했지만 인출 한도가 초과돼 실패했다. 전 씨는 ‘부모님께 드리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범행 뒤 도주를 준비하려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 보복살인 혐의 적용전 씨는 범행 당일 오후 3시경 정신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 등에서 “평소 우울증세가 있다. 범행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을 감경받는 것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은폐 등을 미리 준비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17일 전 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태블릿PC와 외장하드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전 씨의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살인) 혐의로 변경했다. 전 씨는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에 대해 합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 씨에게 내려질 수 있는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살인)에서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늘어난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전 씨의 이름과 얼굴 공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추모 이어져17, 18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당역 10번 출구와 범행 현장인 화장실 앞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추모객들은 “스토킹처벌법 강화하라” “더 이상 슬픈 죽음이 없도록 연대하겠다” 등의 글을 종이에 써 붙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민욱 씨(45)는 “두 딸을 가진 엄마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찾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모 씨(26)는 “피해자가 또래 여성이라 더 안타깝다”며 “스토킹 가해자를 사전에 피해자와 확실히 분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17일 추모제를 열고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정부는 구조적 폭력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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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질랜드 ‘가방속 아동시신’ 살해혐의 40대女 울산서 검거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중고로 판매된 여행가방에서 아동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숨진 아동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40대 여성을 15일 울산에서 붙잡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울산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시경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한국계 뉴질랜드 국적 여성 A 씨(42)를 체포했다. A 씨는 2018년경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친자녀인 7세 남아와 10세 여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뉴질랜드 경찰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공조 수사를 요청해 옴에 따라 국내 체류 기록과 진료 기록, 전화번호 등을 통해 A 씨를 추적해 왔다. 경찰은 A 씨가 울산에 있다는 첩보를 최근 입수하고 머무르는 곳을 알아내 잠복수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입국 후 서울 등지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초부터 울산 지인 집에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검거 당시 별다른 저항 없이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고 한다. 이날 울산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인계되면서는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 안 했어요”라고 3차례 되풀이했다. 현지 매체 ‘NZ(뉴질랜드)헤럴드’ 등에 따르면 김미진 오클랜드 한인회 부회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 씨가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2017년 이후 우울증이 심해졌으나 (주변의)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부에서 한 가족이 온라인 중고 경매를 통해 산 여행가방 2개에서 아동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아동들의 어머니가 한국에 있다고 보고 한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서울고검에 A 씨의 긴급인도구속을 명령했다. 긴급인도구속은 범죄인 인도 청구가 뒤따를 것을 전제로 범죄인을 체포 및 구금하는 것을 뜻한다. A 씨가 체포됨에 따라 뉴질랜드 당국은 양국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이날부터 45일 이내에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야 한다. 이후 법무부의 청구서 검토와 서울고검의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 법원의 범죄인 인도 재판을 거쳐 A 씨의 송환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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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차례 스토킹에도 영장 기각… 고소한 女역무원 보복살인

    《또 영장 기각 뒤 ‘스토킹 살인’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전 직장 동료 전모 씨(31)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약 3년 동안 전 씨의 스토킹과 협박에 시달리던 피해 여성은 지난해 10월 전 씨를 경찰에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하며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경찰이 전 씨를 긴급 체포하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올 1월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지만 스토킹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전 씨는 재판 선고일 하루 전 피해 여성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법원과 수사기관의 소극적 조치가 스토킹을 막지 못하고, 결국 보복 범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에서 여성 역무원이 근무 중 흉기에 찔려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입사 동기로 3년여 전부터 여성을 스토킹하던 같은 회사 직원 전모 씨(31)였다. 피해자가 불법 촬영과 스토킹을 이유로 2번이나 고소했음에도 법원은 용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했다. 이를 두고 ‘막을 수 있었던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망으로 스케줄 파악해 범행”서울 중부경찰서는 15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A 씨(28)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전 씨는 전날 오후 7시 50분경부터 역사 내 화장실 앞에 숨어 A 씨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지난해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된 후 직위 해제됐지만 공사 직원 신분을 유지하던 전 씨는 내부망을 통해 A 씨가 오후 6시부터 야간근무에 투입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망으로는 개인 연락처, 구내전화를 비롯해 근무지 정보, 근무 형태, 담당 업무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전 씨는 A 씨가 역내 순찰을 하다 오후 8시 56분경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자 곧장 흉기를 휘둘렀고, A 씨는 화장실 비상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 신고를 접한 다른 직원과 시민이 달려가 현장에서 전 씨를 제압했다. 하지만 오후 9시 7분경 심정지 상태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에서 전 씨는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흉기도 미리 준비했고, 범행 당시에는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 씨가 범행 당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위생모를 착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3년여 동안 스토킹…최근까지 합의 종용A 씨와 전 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A 씨의 가족들은 ‘A가 3년여 전부터 전 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 씨는 A 씨에게 300차례 이상 전화를 하고 메시지 등을 남기며 계속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전 씨는 A 씨에게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A 씨는 불법 촬영과 협박 등의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직위 해제된 전 씨는 이후에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내 인생 망치고 싶냐, 합의하자”, “원하는 조건이 뭐냐. 다 맞춰주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20여 건 보냈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올 1월 전 씨를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다. 전 씨는 총 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검찰은 지난달 18일 그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전 씨는 15일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 씨는 범행 당일에도 법원에 두 달 치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이전에도 반성문을 지속적으로 낸 것으로 확인됐다. 아버지와 한동안 소원했던 A 씨는 사건 발생 직전 화해했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5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A 씨 큰아버지는 “3일 전 아버지에게 ‘1년간 아빠를 오해했어요. 정말 미안해요’라고 보냈다는데 그게 마지막 편지가 됐다”며 “서울 한복판 지하철역 안에서 정복을 입은 직원이 근무 중에 살해당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통해했다.○ 영장 기각, 신변보호 중단 후 보복 살인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전 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올 2월에도 스토킹을 당해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40대 여성이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한 후 풀려난 범인의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 유사한 일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사건 관계자는 “전 씨가 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점이 영장 기각에 참작됐다고 본다”고 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첫 고소장을 제출한 다음 날부터 한 달 동안 신변보호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에는 신변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 등은 A 씨가 거절했다. A 씨가 원치 않아 신변보호 기간도 연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올 1월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을 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 가능성, 잠재적 위협까지 수치화해 신변보호 조치를 경찰이 선제적으로 판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관계 부처에 긴급 지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퇴근 후 사건 현장을 찾아 “법무부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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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질랜드 가방속 아이 시신’ 모친 추정 여성 울산서 검거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중고로 판매된 여행가방에서 아동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숨진 아동의 어머니인 40대 한국계 뉴질랜드 여성을 15일 한국에서 붙잡았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울산 중부경찰서는 15일 오전 1시경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A 씨(42)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이는 뉴질랜드와 한국 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뉴질랜드 경찰이 한국에 범죄인 송환 요청을 했고, 국내 법원이 A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해 이뤄진 조치다. 경찰은 뉴질랜드 경찰의 공조 요청에 따라 A 씨를 추적하던 중 울산에 A 씨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으로 A 씨의 신병을 넘길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고, 앞으로 서울고등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심사 결정을 통해 인도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현지 언론 ‘NZ(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뉴질랜드 경찰은 A 씨의 본국 송환을 요청했으며, 송환이 끝날 때까지 한국 경찰에 A 씨를 구금할 것을 요청했다.앞서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부에서 한 가족이 온라인 중고 경매를 통해 여행가방 2개 등을 샀다. 여행가방에는 여자 아이(10)와 남자 아이(7)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현지 경찰은 아동들의 어머니가 한국에 있다고 보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을 통해 한국 경찰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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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n번방 주범 ‘엘’ 특정중… 공범 추적”

    미성년자를 협박해 사진, 영상 등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 메신저로 유포한 이른바 ‘제2 n번방’ 사건 피해자가 최소 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주범 ‘엘(가칭)’ 외에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공범 수사에 진척이 있다고 밝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7명으로 (피해 시점 기준) 대부분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진 6명에서 1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김 청장은 이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일부 공범 추적에 진척이 있다”며 “(엘의 신원도) 특정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범행 수법과 관련해 김 청장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나 텔레그램 운영 방식이 n번방과는 달랐다”고 했다. 엘은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추적단 불꽃’을 사칭하거나 여성인 척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성착취물 수백 개를 제작했다. 대화명을 수시로 바꾸고 채팅방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 엘이 유포한 영상물을 시청한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n번방 사건 이후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 시청한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김 청장은 “(아직 시청한) 피의자의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올 1월 피해자의 신고 후 8개월이 흐른 뒤에야 본격 수사에 나섰다는 ‘늑장 수사’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에서 (초기 수사가 미흡했던 점을) 인지하고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하루빨리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측에도 수사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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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제2 n번방 주범 ‘엘’ 소재지 특정, 공범 수사도 진척”

    미성년자를 협박해 사진, 영상 등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 메신저로 유포한 이른바 ‘제2 n번방’ 사건 피해자가 최소 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주범 ‘엘(가칭)’ 외에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공범 수사에 진척이 있다고 밝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7명으로 (피해 시점 기준) 대부분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기존 알려진 6명에서 1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김 청장은 이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일부 공범 추적에 진척이 있다”며 “(엘의 소재도) 특정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범행수법과 관련해 김 청장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나 텔레그램 운영 방식이 n번방과는 달랐다”고 했다. 엘은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추적단 불꽃’을 사칭하거나 여성인 척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성착취물 수백 개를 제작했다. 대화명을 수시로 바꾸고 채팅방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 엘이 유포한 영상물을 시청한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n번방 사건 이후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 시청한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김 청장은 “(아직 시청한) 피의자의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피해자가 올 1월 신고한 지 8개월이 흐른 뒤에야 본격 수사에 나섰다는 ‘늑장 수사’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에서 (초기 수사가 미흡했던 점을) 인지하고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하루빨리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측에도 수사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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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상 인근 보수-반일단체 심야 충돌… 4시간 대치

    추석 연휴 중이던 11일 밤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보수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반일단체가 정면충돌했다. 1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후 10시경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회원 10여 명이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며 기습 집회를 열었다. 신자유연대 회원들이 소녀상 앞으로 걸어가자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단체 ‘반일행동’ 회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두 단체가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신자유연대 회원 1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두 단체 사이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접촉을 차단했지만 이후에도 두 단체는 스피커를 통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대치를 이어갔다. 신자유연대 측은 “집회 신고를 했는데 반일행동이 방해한다”고 주장했고, 반일행동 측은 “소녀상 테러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맞섰다. 두 단체의 대치는 4시간여 동안 이어지다 신자유연대 측이 12일 오전 2시 10분경 해산하면서 마무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찰관을 밀친 반일행동 회원 1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또 현장에서 채증한 증거를 바탕으로 두 단체의 집회와 소음 등이 규정을 위반했는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소녀상 앞에선 2020년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과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진 이후 보수와 진보 단체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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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상’ 인근서 심야 정면충돌…보수-반일단체 4시간 대치

    추석 연휴 중이던 11일 밤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보수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반일단체가 정면 충돌했다. 1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11일 밤 10시경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회원 10여 명이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며 기습집회를 열었다. 신자유연대 회원들이 소녀상 앞으로 걸어가자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단체 ‘반일행동’ 회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두 단체가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신자유연대 회원 1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두 단체 사이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접촉을 차단했지만 이후에도 두 단체는 스피커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대치를 이어갔다. 신자유연대 측은 “집회 신고를 했는데 반일행동이 방해한다”고 주장했고, 반일행동 측은 “소녀상 테러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맞섰다. 두 단체의 대치는 4시간여 동안 이어지다 신자유연대 측이 12일 오전 2시 10분경 해산하면서 마무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찰관을 밀친 반일행동 회원 1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또 현장에서 채증한 증거를 바탕으로 두 단체의 집회와 소음 등이 규정을 위반했는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소녀상 앞에선 2020년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과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진 이후 보수와 진보 단체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 wook@donga.com}

    •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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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데미상 수상’ 농아인 배우 코처, 고려대의료원 홍보대사 위촉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농아인 배우 트로이 코처(54)가 고려대의료원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고려대의료원은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7일 코처에게 위촉패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코처는 앞으로 2년간 홍보대사로서 농아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료 환경 개선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그는 위촉식에서 “농아인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코처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코다’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시상을 배우 윤여정이 맡았다. 그는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의 홍보대사 위촉식 참석을 위해 6일 방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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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너라도 살아서 나가” 내보냈는데… 구조된 엄마의 오열

    “○○야, 너라도 살아서 나가. 수영 잘하잖아.” “엄마,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6일 오전 물이 급격하게 들이차던 경북 포항시 남구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가족에 따르면 수영을 할 줄 알았던 아들 김모 군(15)은 이 말을 남기고 헤엄쳐 입구 쪽으로 향했다. 수영을 못하는 엄마는 아들을 보내고 죽음을 각오한 채 천장 모서리 배관 위에 엎드려 있다가 오후 9시 41분경 14시간 만에 구조됐다. 천장과 배관 사이에 형성된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 덕분이었다. 하지만 실종자 중 두 번째로 늦게, 17시간 만에 발견된 아들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병원서 ‘우리 아들’만 찾은 엄마7일 포항시 북구 포항의료원에는 전날 사망한 채 발견된 실종자 7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같은 날 극적으로 구출된 김모 씨(52)의 아들 김 군의 빈소도 차려졌다. 전날 구조된 김 씨는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져 저체온증에 시달리면서도 “우리 아들 어디 있어?”라며 연신 아들을 찾았다고 한다. 가족들도 먼저 헤엄쳐 나간 김 군이 당연히 생존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김 군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병원을 찾아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아내에게 직접 전해야 했다. “당신이 마음을 단디(단단히) 먹어야 우리 아(아이) 마지막을 볼 수 있다.” 청천벽력 같은 남편의 말을 들은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고 한다. 김 군은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엄마를 유독 따르던 ‘껌딱지 아들’이었다. 김 군 빈소를 찾은 친구 최모 군(15)은 “어머니가 드라이브를 가든, 장보러 가든 같이 따라가던 아들이었다”고 기억했다. 6일 새벽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옮기라는 관리사무소 방송이 나왔을 때도 엄마가 걱정됐던 김 군이 먼저 따라가겠다며 나섰다고 했다. 6일 김 군과 함께 냉천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최 군은 “오전 9시에 보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 계속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며 마지막 문자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빈소를 찾은 친구 정모 군(15)은 “노래방 가는 걸 참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형, 차 못 갖고 나가겠다” 마지막 전화김 군보다 1분 먼저 발견된 서모 씨(22)는 올 3월 해병대에서 갓 전역한 예비역 병장이었다. 서 씨는 독도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형이 두고 간 차를 물려받았는데 6일 이 차를 옮기러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 서 씨의 어머니는 “차 포기하고 그냥 올라와”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들의 답은 끝내 오지 않았다. 서 씨의 고모에 따르면 서 씨는 사망 직전 형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어 “형, 차를 못 갖고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독도의 기상이 악화되며 서 씨의 형이 동생의 빈소에 갈 수 없게 되자 경북경찰청은 독도에 헬기를 급파해 형을 데려왔다. 서 씨는 전역 후 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성실함을 눈여겨본 회사 측이 이달부터 정직원 전환을 결정한 상태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병대에서 함께 근무한 A 씨는 “힘들 때 끝까지 웃고 견디며 군 생활을 잘했던 친구였다”고 전했다. 이날 포항의료원에는 40년을 해로한 남모 씨(71)와 권모 씨(65) 부부의 빈소도 마련됐다. 빈소에선 노부부의 아홉 살 손자와 여섯 살 손녀가 “할아버지랑 할머니를 살려내요!”라며 울음을 터뜨려 지켜보던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권 씨의 동생은 “화장실 두 개짜리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아직 공사 중이라) 입주도 못 한 상태에서 이렇게 됐다”며 흐느꼈다. 일부 유족은 “막을 수 있었던, 정말 어이없는 사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 씨의 고모는 “관리사무소에서 ‘차를 빼라’고 방송하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포항=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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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라도 살아서 나가” “엄마, 키워줘서 고마워요”…안타까운 사연들

    “김OO야, 너라도 살아서 나가. 수영 잘하잖아.” “엄마,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6일 오전 물이 급격하게 들이차던 경북 포항시 남구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가족에 따르면 수영을 할 줄 알았던 아들 김모 군(15)은 이 말을 남기고 헤엄쳐 입구 쪽으로 향했다. 수영을 못하는 엄마는 아들을 보내고 죽음을 각오한 채 천장 모서리 배관 위에 엎드려 있었다가 오후 9시 41분경 14시간 만에 구조됐다. 천장과 배관 사이에 형성된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 덕분이었다. 하지만 실종자 중 두 번째로 늦게, 17시간 만에 발견된 아들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병원서 ‘우리 아들’만 찾은 엄마7일 경북 포항 북구 포항의료원에는 전날 사망한 채 발견된 실종자 7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전날 극적으로 구출된 김모 씨(52)의 아들 김모 군(15)의 빈소도 차려졌다. 전날 극적으로 구조된 김 씨는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지며 저체온증에 시달리면서도 “우리 아들 어딨어?”라며 연신 아들을 찾았다고 한다. 가족들도 먼저 헤엄쳐 나간 김 군이 당연히 생존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김 군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병원을 찾아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아내에게 직접 전해야 했다. “당신이 마음을 단디(단단히) 먹어야 우리 아(아이) 마지막을 볼 수 있다.” 청천벽력과 같은 남편의 말을 들은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고 한다. 김 군은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엄마를 유독 따르던 ‘껌딱지 아들’이었다. 김 군 빈소를 찾은 친구 최모 군(15)은 “어머니가 드라이브를 가든, 장보러 가든 같이 따라가던 아들이었다”고 기억했다. 6일 새벽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옮기라는 관리사무소 방송이 나왔을 때도 엄마가 걱정됐던 김 군이 먼저 따라가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6일 김 군과 함께 냉천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최 군은 “오전 9시에 보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 계속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며 마지막 문자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빈소를 찾은 친구 정모 군(15)은 “노래방 가는 걸 참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형, 차 못 갖고 나가겠다” 마지막 전화 김 군보다 1분 먼저 발견된 서모 씨(22)는 올 3월 해병대에서 갓 전역한 예비역 병장이었다. 서 씨는 독도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형이 두고 간 차를 물려받았는데 6일 오전 이 차를 옮기러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 서 씨의 어머니는 “차 포기하고 그냥 올라와”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들의 답은 끝내 오지 않았다. 서 씨 고모에 따르면 서 씨는 사망 직전 형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어 “형, 차를 못 갖고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 씨는 전역 후 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성실함을 눈여겨 본 회사 측이 이달부터 정직원 전환을 결정한 상태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병대에서 함께 근무한 A 씨는 “힘들 때 끝까지 웃고 견디며 군 생활을 잘했던 친구였다”고 전했다. 이날 포항의료원에는 40년을 해로한 남모 씨(71)와 권모 씨(65) 부부의 빈소도 마련됐다. 빈소에선 노부부의 아홉 살 손자와 여섯 살 손녀는 “할아버지랑 할머니를 살려내요”라며 빈소에서 울음을 터트려 보는 이들이 눈시울을 적혔다. 권 씨의 동생은 “화장실 두 개짜리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아직 공사 중이라) 입주도 못한 상태에서 이렇게 됐다”고 흐느꼈다. 일부 유족들은 “막을 수 있었던, 정말 어이없는 사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 씨의 고모는 ”관리사무소에서 ‘차를 빼라’고 방송하지만 않았다면 이럴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포항=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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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 배관위 엎드려 숨쉴 공간 확보… 14시간 버텨

    “아이고. 나온다, 나온다!” 6일 오후 8시 15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11호 태풍 힌남노가 퍼부은 폭우로 실종된 7명의 생환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주민들은 전모 씨(39)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너 나 할 것 없이 탄성을 질렀다. 이날 오전 7시 41분 포항남부소방서에 첫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12시간 34분 만에 첫 생존자가 극적으로 구조된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전 씨는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에 전 씨는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천장에 달린 파이프를 잡고 숨 쉴 공간을 확보한 뒤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오후 늦게 배수펌프 가동 소리와 구조대 소리를 들은 전 씨는 “살려 달라”고 계속 소리쳤고,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오후 7시 10분경 외부로 연결된 창문을 통해 전 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상의를 벗은 채 밖으로 나온 전 씨는 들것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을 찾은 전 씨의 회사 동료는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첫 생존자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주차장 입구에서 구조 현장을 지켜봤다. 1시간 반가량이 지난 오후 9시 41분경 다시 주민 김모 씨(52·여)가 구조됐다. 밖으로 나온 김 씨는 “너무 추워, 너무 추워”라고 말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고 두 팔로는 몸을 꼭 감싸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대가 지하주차장에 있는 물을 일정 수준 퍼낸 후 구명보트를 타고 들어갔는데, 김 씨가 주차장 천장 모서리 부분 배관 위에 엎드린 채 있었다”고 구조 상황을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생존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적 같은 일”이라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수색 및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포항=김화영 기자 run@donga.com포항=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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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박사논문, 다른 교수 논문과 9개문단 똑같아

    “역경과 역전을 통해 후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주역을 연구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08년 2월 발표한 박사 논문에서 ‘주역(周易)’을 설명한 문장이다. 이 문장은 앞서 2005년 온라인 지식 거래 사이트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보고서와 띄어쓰기가 잘못된 부분까지 같았지만 인용 표시는 없었다. 이를 포함해 김 여사의 논문 중 주역을 설명한 59개 문장이 이 보고서와 동일했지만 인용 표시는 없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그 밖에도 김 여사의 박사 논문에는 숙명여대 구연상 교수의 2002년 논문과 똑같은 문단이 9개에 달했지만 역시 인용 표시가 안 돼 있었다. 논문 제목의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표기해 논란이 됐던 학술지 논문(2007년)의 10개 문단은 2006년 한 언론사가 쓴 기사와 문장 및 문단 순서가 거의 같았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진보 성향 14개 교수 단체로 이뤄진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의 박사 논문 860문장 중 220문장이 (다른 글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김 여사 논문 4편에 대한 표절 의혹을 검증한 국민대는 박사 학위 논문과 2007년 논문을 포함한 학술지 논문 2편을 검증한 결과 “표절이나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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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프 잡고·배관에 엎드려 버텨…포항 주차장 실종자 2명 ‘기적 생환’

    “아이고. 나온다, 나온다!” 6일 오후 8시 15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11호 태풍 힌남노가 퍼부은 폭우로 실종된 7명의 생환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주민들은 전모 씨(39)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너나할 것 없이 탄성을 질렀다. 이날 오전 7시 41분 포항남부소방서에 첫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12시간 34분 만에 첫 생존자가 극적으로 구조된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전 씨는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에 전 씨는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천장에 달린 파이프를 잡고 숨 쉴 공간을 확보한 뒤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오후 늦게 배수펌프 가동 소리와 구조대 소리를 들은 전 씨는 “살려달라”고 계속 소리쳤고,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오후 7시 10분경 외부로 연결된 창문을 통해 전 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상의를 벗은 채 밖으로 나온 전 씨는 들것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을 찾은 전 씨의 회사 동료는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첫 생존자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주차장 입구에서 구조 현장을 지켜봤다. 1시간 반 가량이 지난 오후 9시 41분경 다시 주민 김모 씨(52·여)가 구조됐다. 밖으로 나온 김 씨는 “너무 추워, 너무 추워”라고 말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고 두 팔로는 몸을 꼭 감싸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대가 지하주차장에 있는 물을 일정 수준 퍼낸 후 구명보트를 타고 들어갔는데, 김 씨가 주차장 모서리 부분 배관 위에 엎드린 채 있었다”고 구조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생존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적같은 일”이라며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수색 및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강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포항=김화영 기자 run@donga.com포항=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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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교통 ‘출근길 대란’ 없었지만…서울 주요도로 통제에 시민들 불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동해안을 빠져나간 가운데, 출근 시간대 서울 도심 주요 도로 통제가 지속되며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다만 대중교통은 모두 정상 운행된 데다 일부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출근 시간을 늦추면서 우려했던 수준의 ‘출근길 대란’을 벌어지지 않았다. 6일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올림픽대로(가양대교~동작대교) 구간, 강변북로(마포대교~한강대교) 등 서울 10개 주요 도로의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취재팀이 오전 8~9시 사이 동작, 마포, 영등포, 종로 등 주요 도심 출근길을 확인한 결과 차량 진입이 막힌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주변의 정체가 심했다. 특히 동작구 일대는 올림픽대로로 진입하려는 차들과 현충로에 지체된 차들이 뒤섞이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이날 자동차를 타고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을 찾은 시민 A 씨는 “평소엔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오늘은 2시간 30분이 걸려서 왔다”라며 “차가 막힐 걸 우려해서 일찍 나오긴 했지만 막혀도 너무 막힌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모두 정상 운행하면서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시민 불편은 거의 없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김모 씨(26)는 “매일 아침 8시까지 회사로 버스 타고 출근하는데, 오늘 출근길도 평소와 다름없었다”라고 했다. 일부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출근 시간을 늦추면서 평소보다 대중교통 수요가 줄어든 점도 출근길 대란을 피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회사 지침에 따라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한 직장인 박모 씨(26)는 “출근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버스 안 승객도 별로 없고 길도 거의 막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이날 오전 11시 35분 강변북로(한강대교~한강철교 북단)와 동부간선도로(성수JC~군자교), 내부순환도로(마장~성수JC) 3개 주요 도로의 일부 구간 통제가 해제됐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김윤이기자 yunik@donga.com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이소정기자 sojee@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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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앗 채취용” 대마 재배 허가받아… 30억어치 빼돌려 불법유통

    당국의 허가를 받아 대마초를 재배한 뒤 환각 성분이 있는 잎을 빼돌려 불법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경북의 한 야산에서 대마를 대규모로 재배해 불법 유통한 30대 A 씨 등 일당 4명과 이를 구입해 흡연한 13명 등 총 17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주범 A 씨 등 2명은 구속됐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대마초 약 29.3kg(시가 29억 원 상당)은 지난해 전체 국내 대마 압수량(49.4kg)의 절반 이상으로, 약 9만7000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양이다. 대마초 10kg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재배 중의 대마 691주도 압수했다. 지역 선후배 사이인 A 씨 일당은 대마 종자를 채취하겠다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1월∼올해 6월 야산 3006m²에 대마를 재배했다. 대마 종자는 환각 성분이 거의 없어 건강기능식품 등을 만드는 데 쓰이며 마약류관리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일당은 지자체가 파종과 수확 시 점검하지만 정확한 재배 상황을 파악하진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점검 전 대마잎 약 30kg을 미리 따 숨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빼돌린 대마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도권 일대에서 팔아넘겼다. 경찰은 대마 재배 허가 후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고 보고 주무 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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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착취물 추적단까지 사칭…텔레그램 ‘제2 n번방’ 가해자 최소 8명

    경찰이 미성년자를 협박하고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한 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엘’(가칭)을 추적 중인 가운데 범죄에 가담한 인물이 적어도 8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공범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있다. 경찰은 2019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해 유포했던 조주빈 일당의 ‘n번방’과 비슷한 수법으로 보고 전담팀까지 꾸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엘’과 성착취물 유포…“3년 전보다 진화”2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주범 ‘엘’이 활동했던 텔레그램 방 중 하나를 분석한 결과, ‘엘’이 만든 성착취방에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성착취 영상 유포 등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최소 8명이었다. ‘엘’은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활동가 ‘불꽃’(전 추적단 불꽃)이 피해자 보호와 경찰 수사를 위해 임의로 붙인 이름이다. 이들 중에는 스스로 “엘과 같은 방에 있었다”고 밝힌 사람을 포함해 ‘엘’이 만든 영상을 다른 방에 올리거나, 또 다른 성착취방을 만들어 운영한 정황이 확인된 사람도 있었다. ‘엘’과 이들은 약 5000명의 이용자가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 성착취 피해자의 영상을 유포하는 방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엘’은 텔레그램방에 스스로 성착취를 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면서도 “나는 절대 안 잡힌다. 잡힐 수가 없다. 내가 잡히면 다크웹이라는 데가 있으면 안 된다”고 자신했다. 다크웹은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이 안 되는 음성적 웹 공간인데, ‘엘’은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처럼 자신은 텔레그램을 통해 동영상을 유포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박사’ ‘갓갓’ 등 자신의 활동명을 딴 고정 채팅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유포했던 2019년 ‘n번방’과는 달리 ‘엘’은 대화명을 수시로 바꾸고 여러 채팅방을 옮겨 다녔다. ‘n번방’을 파헤쳐 공론화했던 불꽃의 원은지 에디터(대안미디어 ‘얼룩소’ 소속)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범죄 수법이 n번방 때보다 더 진화했다”며 “텔레그램 닉네임을 수차례 세탁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탈퇴 뒤 잠적…경찰 ‘늑장 수사’ 논란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여성만 6명이고 유포된 영상물도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엘’은 ‘추적단 불꽃’이나 ‘최은아’라는 이름을 사용해 피해 여성들을 안심시킨 뒤 “텔레그램에서 당신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퍼지고 있다. 가해자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끌면 (가해자에게) 바이러스를 심겠다”고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 여성과 무려 8시간 가까이 대화하면서 자신의 텔레그램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전송받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엘’은 지난달 30일 오후 6시경 갑자기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수사팀을 확대해 ‘엘’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늑장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불꽃에 따르면 피해 여성 중 한 명은 올 1월 경찰에 피해 신고를 했다. 유포 정황이 있는 디지털 성착취범죄는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서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수사를 했고 8개월이 지났지만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착취물이 유포된 정황이 없어서 일반 수사팀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엘’ 등이 여러 공범과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범행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 인력을 6명에서 35명으로 증원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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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8회 장한 고대 언론인상’ 시상식 개최

    고려대 출신 전·현직 언론인 모임인 고려대언론인교우회(회장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는 지난달 31일 고려대에서 ‘제28회 장한 고대 언론인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김진오 CBS 사장(60), 김병직 문화일보 발행인(57), 추승호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55)이 상을 받았다. 행사에는 정진택 총장과 전·현직 고려대 언론인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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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교사 “식판 맞아도 참는다”… 교권침해 3년간 6128건, 고발 14건뿐

    《교권침해 당해도 참는 교사들 스승이라는 이유로 제자의 무례를 견뎌야만 하는 걸까. 최근 충남 홍성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들고 교단에 선 교사 뒤에 드러눕는 영상이 퍼지면서 ‘교권 침해’가 만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자가 던진 색연필이나 식판에 맞았다는 교사도 있다. 이 같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전국의 유초중고교에서 해마다 2000건 넘게 발생하고 있지만 2019년 개정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청이 학생이나 학부모 등 가해자를 고발한 건 최근 3년을 통틀어 14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교사 A 씨는 학생들의 불법 촬영으로 고통을 받았다. 학생들은 출근해 계단을 오르는 A 씨의 치마 속과 수업 중인 뒷모습 등을 몰래 스마트폰으로 촬영했고 메신저를 통해 돌려 보기까지 했다. A 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혼자 끙끙 앓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제보했다. 충남 홍성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들고 교단에 드러눕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면서 교권 추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권침해(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 없이는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교권침해에 끙끙 앓는 교사들2019년 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벌어진 경우 학교장 등이 교원의 치유 및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교사에 대한 폭행 등 형법상 범죄, 성폭력 범죄, 불법 영상물 촬영·유포 등이 발생하면 관할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학생이나 학부모를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에 따르면 2019∼2021년 이 법을 근거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학생이나 학부모를 고발한 건 총 14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교육부가 전국에서 집계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건수는 6128건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형법 위반 행위가 명백한 사안만 고발하기 때문에 건수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교가 학부모와의 마찰, 소송 등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올 7월 자율배식 중 동급생과 다투는 6학년 학생을 타이르다 학생이 짜증을 내며 던진 식판에 얼굴을 맞았다. 피가 흐르고 상처가 났지만 학부모는 면담에서 “아이가 우리의 말도 안 듣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지 않으며 일이 커지는 걸 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B 씨는 “제자에게 맞았다는 자괴감을 떨치기 어려웠는데 참는 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학부모 민원 들어오면 교사 탓”피해를 입은 교사가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 C 씨는 올 3월 수업을 방해하는 5학년 학생을 타이르다 학생이 던진 색연필에 머리를 맞았다. 학생을 꾸짖자 이후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가 학생에게 소리 지른다”며 민원을 냈다. 이 학교 교감은 C 씨를 불러 ‘주의하라’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D 씨는 “올 6월 여학생을 성추행한 남학생에 대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기 위해 남학생 학부모에게 연락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신고하겠다’는 말과 함께 폭언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현재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야 그나마 교권 침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창립된 서울교사노동조합은 “학생에 대한 교원의 생활지도권한을 명시한 생활지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보위에서 결정이 나기 전까지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학생과 교사를 분리할 제도적 근거라도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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