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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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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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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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동아]NGS 검사 기반 정밀의료 시대 열리다

    개인의 유전자를 정밀 분석해 질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환자마다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하는 정밀의료가 가능해지면서 개인 맞춤형 의학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가 있습니다. NGS는 주로 암유전자 분석과 그에 따른 처방 선택에 활용되고 있는데요. 암이라는 게 원래는 정상이던 유전자에 후천적으로 변이(DNA 서열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가 생겨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암조직의 DNA 분석은 해당 암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브로카(BRCA) 유전자 검사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BRCA 유전자의 변이 유무가 여성이 평생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확률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NGS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 검사로 이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모든 환자들에게 같은 약을 처방했던 과거와 달리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도 이러한 기술혁신에 부응해 2017년 3월 국가보험이 적용된 병원에서의 NGS 유전자 분석시대를 열었습니다. 환자부담금이 기존의 50% 수준인 저렴한 비용으로 140개의 유전자를 분석을 할 수 있어 NGS 검사에 대한 일반 환자의 접근성이 좋아졌습니다. 2017년 8월 현재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과 같은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진단검사 전문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해 보험 적용이 가능한 최종 검사 기관으로 선정된 22개의 병원에서 NGS 장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입니다. 현재 NGS 시장의 선두주자는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일루미나’인데요. 이 두 기업은 의료기기로 등록된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구 시장에서는 대량의 샘플을 분석하여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루미나의 대용량 분석 장비가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 시장은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의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 ‘Ion S5 시스템’이 우세합니다. 검사 기관에서는 소규모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신속 정확하게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적은 양의 샘플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소형 장비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정밀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의 정밀의료는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한국인의 암 발생률 및 사망률을 기반으로 실제 암 환자들의 유전체 정보 분석 및 데이터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임상시험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 역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 정밀의료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처방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암치료제 적용 확대 등을 추진하는 제도가 보완돼야 합니다. 물론 더 많은 유전정보 기반의 처방이 가능한 최신 암치료제의 개발과 승인이 절실합니다. 최신 표적치료제가 더 많은 환자들에게 보다 저렴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비로소 NGS 유전자 검사의 가치가 발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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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의료진 지나치기 쉬운 ‘정상수치 이상’, AI는 콕 집어내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김모 씨(60). 수술 뒤 급성신장손상이 발생했다. 수술 직후 혈액검사에서 신장 기능 수치는 dL당 1mg으로 정상(1.4mg 이하)이었다. 만약 이 수치만 보고 퇴원이 결정됐다면 김 씨는 다시 병원 신세를 져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 개발한 ‘급성신장손상 감시 인공지능(AI) 시스템’ 덕분에 김 씨는 곧바로 추가 치료를 받았다. 이 시스템이 김 씨의 신장 수치는 정상이지만 주치의에게 급성신장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AI 시스템이 김 씨의 6개월간 혈액검사 결과를 분석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급성신장손상 환자를 상대로 국내 처음으로 AI 기술을 도입해 임상에 활용한 결과 치료 회복 가능성이 70%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컴퓨터가 환자의 신장 기능 상태를 파악해 의료진에 알려주고, 그에 따른 치료 효과를 측정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진호준 교수팀은 2014년 6월 병원 의료정보팀과 함께 ‘급성신장손상 감시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두 교수팀은 AI 시스템 도입 이전인 2013년 1월부터 1년간 찾아온 입원 환자 2만1554명과 시스템 도입 뒤 2014년 6월부터 1년간 찾아온 입원 환자 2만5000여 명을 분석했다. 이들 입원 환자 중 AI 시스템 도입 전 급성신장손상이 발생한 환자(1884명)와 도입 이후 환자(1309명)의 주요 지표를 분석한 결과 시스템 도입 이후 신속 치료가 이뤄진 환자가 4.29배 늘었다. 또 급성신장손상의 회복 가능성은 70%나 높아졌다. 반면 급성신장손상이 상당히 진행돼 투석을 요구하는 중증 신장 손상을 유발할 위험은 시스템 도입 이후 14% 감소했다. 이 AI 시스템은 환자의 최근 6개월간 혈액검사 수치를 분석해 입원 후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 즉시 감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급성신장손상을 진단하게 한다. 또 신장 손상 정도를 3단계로 분석해 주치의에게 바로 알려주고 신장내과 협진까지 연계시켜 준다. 급성신장손상은 신장 세포가 손상돼 신장 기능이 약화되는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투석을 해야 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급성신장손상의 사망률은 50%에 이른다. 김세중 교수는 “기존엔 급성신장손상을 간과하지 않으려면 의사가 직접 환자의 이전 신장 기능 검사 결과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며 “이 때문에 환자의 신장 기능 악화를 조기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연간 입원 환자가 40만여 명에 달해 과거 검사 결과 대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AI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입원 환자 전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AI를 질환 진단에 활용하면 병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위험이 줄어들고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대학병원들이 의료용 AI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뷰노 등 국내외 소프트웨어 업체와 함께 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대장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뇌파를 이용해 뇌전증 발생 지점을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설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진료과별로 각기 다른 환자의 입력 정보를 통일해 조기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연세의료원은 아토피와 당뇨병, 수면장애 등을 진단하거나 치료법을 제안하는 소프트웨어를 100건 이상 개발한다는 목표로 ‘한국형 왓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의료용 AI 개발은 주로 진단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미 구글의 ‘텐서플로’처럼 무료로 공개돼 누구나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또 슈퍼컴퓨터급의 서버를 아마존 등으로부터 대여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핵심은 양질의 의료용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국내 병·의원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개방성이 낮아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대한의료정보학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관건은 데이터”라며 “의료용 AI가 발전하려면 표준화된 환자 데이터를 충분히 쌓아 활용할 수 있도록 법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AI 시스템은 초기 단계인 진단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입원 환자의 신장 손상을 미리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지침을 해당 의사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장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미국 신장질환 저널(American Journal of Kidney Diseases)’ 최신호에 발표됐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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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의사 부족과 싸우는 외상센터… 9곳중 전담의 20명 채운곳 ‘0’

    최근 늦은 밤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김모 씨(30)는 길을 가다가 부딪친 사람과 싸움이 붙었다. 급기야 상대방은 칼을 꺼내 김 씨의 심장 부위를 찔렀다. 쓰러진 김 씨는 급히 인근의 A대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쏟아진 피가 심장 주위를 압박해 심장이 멈춘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날 마침 외상센터엔 심장 담당 흉부외과 의사가 당직을 선 덕분에 김 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목숨을 건졌다. 외상센터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 흉부외과 전문의 중 심장 담당과 폐 담당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는데, 마침 그날은 심장 담당 전문의였다”며 “환자가 정말 운이 좋았다. 사실 병원으로선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부상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권역외상센터가 심각한 인력난과 싸우고 있다. 높은 업무 강도로 전담 전문의 인력을 제대로 갖춘 센터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다발성 골절, 출혈 환자를 병원 도착 즉시 치료할 수 있도록 한 외상 전용 전문치료기관이다. 가천대길병원,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원주기독병원, 부산대병원,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9곳이 운영 중이다. 2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권역외상센터 현황에 따르면 을지대병원의 전담 전문의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외상센터는 최소 20명의 전담 전문의를 둬야 한다. 단국대병원과 전남대병원도 전담 전문의가 각각 11명뿐이었다. 특히 단국대병원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4곳은 외상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1명에 불과했다. 단국대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도 1명뿐이었다. 가천대길병원 목포한국병원 부산대병원은 전담 전문의가 18명으로 다른 외상센터에 비해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기준치에는 못 미쳤다. 부산대병원은 외상센터 중 가장 많은 13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중증외상 환자를 900명이나 치료했다. 아주대병원은 두 번째로 많은 100병상을 갖고 있다. 나머지 센터는 모두 외상 중환자실 병상 20개와 외상 입원실 병상 40개 등 모두 60개 병상을 두고 있다. 전담 전문의를 20명 두게 한 건 병상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 인원이 20명이라는 판단에서다. 을지대병원은 전담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다른 병동에서 파견한 지원 전문의가 외상센터 당직을 대신 맡고 있다. 이진석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 부센터장은 “지원 전문의는 본인이 다음 날 외래나 수술이 잡힌 경우가 많아 외상 진료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외상센터 내 부족한 인력을 겨우 메워 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해 이직하거나 외상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통 한 달에 8∼10일 정도 당직을 서야 하고, 당직 다음 날에도 출근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박찬용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부센터장은 “정부가 전담 전문의들에게 매달 1000만 원을 지원한다지만 이 중 100만 원을 교육비로 떼고 세금을 제하면 월 실수령액은 500만∼600만 원 수준”이라며 “정부 지원금도 5년간 한시적이어서 지원이 끊기면 외상센터를 유지할 수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간호사나 보조 인력의 이직이 잦은 것도 문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과 교수는 “간호사 1명이 중증 환자 1명을 돌봐야 정상인데 한국은 통상 병원마다 간호사 1명이 중증 환자 2, 3명을 돌본다”며 “업무 강도가 높아 간호사 이직률이 30∼40%나 될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의료진에 대한 재정 지원뿐 아니라 간호사 인력 확충에도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은 5년마다 갱신되는 응급의료기금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5년 뒤에 지원이 끊기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 외상 관련 수가를 분석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수가를 더 인상할 수도 있다. 외상 외과 전문의도 꾸준히 양성하겠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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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72시간의 저체온 요법 사투… 84명의 신생아를 살리다

    김모 씨(30)는 최근 동네 산부인과 병원에서 38주 만삭으로 14시간 산통 후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태어난 아기는 울지 않았고 피부는 창백했다. 사지는 축 늘어졌다. 인근 종합병원으로 급히 보내진 아기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인공호흡기와 모니터를 달고 차가운 매트 위에서 72시간 동안 저체온 요법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입원 2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아기를 살려낸 저체온 요법은 저온의 패드를 이용해 신생아의 체온을 33.5도로 낮춰 3일 동안 온도를 유지한 뒤 서서히 체온을 다시 높여주는 치료법이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인경, 윤영아 교수팀이 2012년부터 5년간 김 씨 아기처럼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으로 입원해 저체온 치료를 받은 신생아 환자 102명을 18개월까지 관찰한 결과 82.4%인 84명이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저체온 치료가 뇌신경 보호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 결과는 최근 열린 대한신생아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의사와 부모가 알아야 할 요법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태아의 뇌에 혈액이나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심한 뇌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선진국에서 신생아 1000명당 1∼4명이 발생할 정도로 많다. 이를 방치하면 사망률이 15∼25%에 이르고 생존하더라도 30∼50%는 뇌성마비, 간질, 발달지연 등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뇌에 저산소증이 생기면 대개 연쇄 반응으로 2차 뇌손상이 뒤따른다. 즉, 뇌의 염증 반응에 이어 뇌가 붓고 뇌세포가 죽는 등 심각한 뇌손상을 입는다. 설혹 아기가 생존하더라도 후유증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 저체온 요법은 몸을 차갑게 해서 뇌에 생긴 염증을 막아 뇌의 2차 손상의 진행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체온 요법은 성인 치료에는 상대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심정지로 산소공급이 중단된 뒤 심장 활동은 회복됐지만 치명적인 뇌손상으로 인한 혼수상태를 보이는 환자에게 많이 사용된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외국에서는 2005년부터 신생아 저체온 요법을 시작했고 2010년에 이미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의 표준 치료법으로 도입돼 널리 사용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신생아 치료에 도입된 지 불과 5년 정도밖에 안 돼 의사나 부모가 이런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골든타임 6시간 내에 치료받아야 신생아 저체온 요법은 성인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성인에겐 환자의 체온을 24시간 동안 32∼34도 정도로 낮췄다가 점차 높이지만 신생아는 33.5도에서 72시간 동안 유지한다.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은 아직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아 태어날 때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담당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가 먼저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의 상태를 파악해줘야 한다. 만약 아기가 태어날 때 △호흡을 힘들게 하거나 △입술과 피부가 푸른빛을 띠는 청색증이 있거나 매우 창백한 경우 △몸이 축 늘어져 힘이 없거나 △팔다리를 움찔거리는 경련을 보이면 일단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치료 골든타임인 6시간 내에 바로 큰 병원으로 가서 저체온 요법을 받아야 신생아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경학적 후유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치료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출생 후 6시간이 지나면 돌이키기 어려운 2차 뇌손상이 진행돼 저체온 요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성 교수는 “현재로서는 저체온 요법만이 신생아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방법이다”라며 “환자가 발생하면 속히 치료가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6시간 이내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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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친구 많을수록 골다공증 위험 높다”

    친구가 없는 사람보다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골다공증(뼈엉성증)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이례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면 운동량도 많아 뼈 건강이 좋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스트레스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교류 인원은 4명까지가 적절하다는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은 서울, 경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여성 1846명을 대상으로 ‘좋은 일 또는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교류 인원)이 최근 1년간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셜네트워크 인원(교류하는 사람의 수)과 골밀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31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류 인원이 1명일 때는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평균 47.8%였다. 이어 4명일 때는 최저점인 36%까지 떨어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교류 인원이 5명으로 더 늘어나자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42.1%로 다시 올랐다는 점이다. 6명일 때는 그 확률이 55.2%까지 치솟았다. 교류 인원이 1명일 때보다 6명일 때 골다공증 위험이 더 컸던 것. 염 교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활발하면 그만큼 활동력도 증가해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예측을 뒤엎는 결과”라며 “친구가 많으면 장점도 있지만 친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에는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친밀도 조사를 병행했다. 그러자 교류 인원이 6명이라도 친밀도가 낮은 경우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 반면 같은 인원과 교류해도 친밀도가 높으면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30∼45%로 낮았다. 염 교수는 “친밀도가 낮은 상태에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본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친밀도가 높지 않은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얘기하려 할 때 심적 부담을 갖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사회적인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장 부위에 있는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뼈를 만드는 세포의 기능을 막아 뼈 건강을 악화시킨다”며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숫자보다는 만나면 좋고 행복한 관계가 많을수록 노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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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억세게 운좋은 ‘폐이식 수술’ 50대 환자 살린 3번의 행운

    대한민국에서 지금 이 남자보다 더 ‘행복한 환자’가 있을까. 주인공은 김상훈 씨(53). 고난도의 폐 이식 수술을 받기까지 그에겐 뜻하지 않은 행운이 연이어 찾아왔다.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1억 원가량의 수술비를 지원받게 됐고, 국내 시립병원 사상 처음으로 폐이식팀이 구성됐다. 여기에 4일 만에 나타난 폐 기증자까지…. 죽음을 앞둔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27일 서울시 보라매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김 씨는 “빨리 회복해 위암과 대장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 곁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달 8일 13시간 동안 폐 이식 수술을 받은 그의 걱정은 오로지 어머니 건강이었다. 그는 다음 주에 퇴원할 예정이다. 일용직 근로자로 그날그날 생활비를 마련해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김 씨는 3년 전 호흡이 힘들어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특발성 폐섬유화증’. 원인을 모른 채 폐가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질환이다. 휴대용 산소 호흡기가 없으면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다. 올해 들어 폐 기능이 갑자기 악화된 김 씨는 담당 의사로부터 폐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비용만 1억 원 가까이 들어 김 씨로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죽음을 기다리고 말겠다는 체념을 하고 있을 때 첫 번째 행운이 찾아왔다. 김 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과 동작구보건소의 도움으로 ‘구(區) 안전망 강화 사업’ 취약계층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1억 원에 가까운 수술비 전액을 지원받게 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동작구에는 폐 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그런데 두 번째 행운이 찾아왔다. 서울대병원에서 폐 이식을 전공한 흉부외과 황유화 교수(37·여)가 3월 보라매병원으로 옮기면서다. 병원은 김 씨를 수술하기 위해 황 교수를 중심으로 호흡기내과와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중환자 진료팀 등으로 폐이식팀을 꾸렸다. 국내 시립병원으로서는 첫 시도였다. 지난달 26일 보라매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폐 이식 가능 병원 승인을 받아 냈다. 일사천리처럼 일이 진행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폐 기증자를 찾는 일이었다. 이 와중에 김 씨의 상태는 이달 4일 급속히 악화됐다. 김 씨는 인공심폐기(에크모)에 의지해야 했다. 병원에선 폐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은 기증자를 찾기까지 최소 한 달가량을 예상했다. 김 씨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때 믿을 수 없는 세 번째 행운이 찾아왔다. 김 씨가 인공심폐기를 단 지 불과 4일 만에 폐 기증자가 나타났다. 김 씨에게 찾아온 놀라운 행운이 결코 우연만은 아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체계와 한 단계 높아진 공공의료 서비스 같은 사회적 시스템이 장기기증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이뤄낸 의미 있는 결과이다. 황 교수는 “장기 이식 수술에서 가장 어려운 부위가 폐”라며 “폐 기증자가 나타나도 실제 폐를 이식할 수 있는 확률은 15∼20%에 불과하다. 김 씨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수술을 받게 돼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 김 씨는 호흡재활 치료와 면역억제제 복용 등 통원 치료를 받으면 된다. 김 씨는 “폐 이식을 받고 무사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관리에 유념해 다시 찾은 행복을 잘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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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일종… 전문가 도움 받으면 효과적으로 성장 가능”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피의자 A 양(17)이 자폐성장애질환인 아스퍼거 증후군인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를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아스퍼거 증후군, 정확하게 무엇인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일종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란 사회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즉,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 ‘볼펜 있어요?’라고 물으면 ‘있어요’라고 대답하고는 그냥 가 버릴 수 있다. 볼펜을 빌려 달라는 뜻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대개 국내 인구의 1% 전후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 추정된다.” ―주요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말을 잘하지만 사회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대화를 잘 이어가기 힘들다. 눈 맞춤이나 표정,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어려워한다. 타인과 잘 공유되지 않는 관심사를 추구하며 변화를 싫어한다. 또 자신만의 규칙이나 스케줄을 고집하며 소리 빛 등 특정한 감각에 대해서 너무 예민하거나 둔감하다. 지나치게 쉽게 불안해하거나, 강박적이거나, 틱이나 주의집중력 장애 등을 함께 가진 경우도 많다.” ―범죄인이 되기 쉽나. “아니다. 일반 인구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높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그 진단을 가진 사람이 모두 그 사람과 유사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고립되기를 원하나. “아니다. 대부분 친분을 맺고자 하는 욕구를 많이 느끼지만 관계를 시작하고 지속하는 기술이 서툴고, 타인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비언어적 의사소통, 표정, 행동이 내포하는 메시지 등)를 잘 읽지 못해 실제 관계가 지속되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오는 감각적인 자극(소리, 냄새, 촉감 등)을 견디기 어려워해 사회활동을 잘 못하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나. “아니다. 아마 영화나 드라마 등의 픽션에서 가장 많이 드러난 오해일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도 모든 희로애락을 똑같이 느낀다. 다만,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명료하게 구분해서 말로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것은 좀 어려울 따름이다. 어떤 감정은 조금 약하게, 어떤 감정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강렬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본인 혹은 부모가 노력하면 완치되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노력과 눈물로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니다. 주변에서 특성 자체를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도와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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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분 진료 ‘신뢰 바이러스’ 널리 퍼지길”

    “3년 전 외래에서 70대 할머니를 진료하다가 마침 그날 그분의 남편이 지병으로 사망한 걸 알게 됐어요. 손이라도 꼭 잡고 위로해 드리고 싶었는데…. 뒤에서 기다리는 환자들 때문에 약 처방만 해주고 ‘3개월 뒤에 오세요’라고만 했어요. 그땐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20일 오후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외래에서 만난 임재준 교수(48)는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초진 환자 오래 보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2015년 3월부터 서울대병원 최초로 초진 환자 15분 보기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4개월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임 교수는 “교과서에는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청취하고 신체 검진 등을 통해 환자를 진단하라고 돼 있지만 3분 진료로는 불가능했다”며 “15분 진료를 통해 후배들에게 가르친 대로, 또 제가 배운 대로 환자를 봤고 그러다 보니 자긍심도 높아졌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아니) 환자가 검사를 덜 받아도 됐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월, 수요일에는 기존 외래 진료를 하고, 목요일 오후엔 초진 환자를 대상으로 15분 진료를 한다. 원래 없던 진료를 새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병원에선 임 교수에게 진료 공간과 간호사를 지원해줬다. 평소엔 환자를 1시간당 10∼15명 정도 보지만 15분 진료 때는 1시간에 3, 4명만 본다. “꼭 무의촌(無醫村)으로 멀리 떠나 진료하는 것만이 의료봉사인가요. 평소 시간을 내서 환자를 추가로 진료하는 것도 일종의 의료봉사가 아닐까요.” 임 교수의 15분 진료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다른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결핵 환자들이다. 이들은 질환의 경과에 대해 속 시원한 설명을 듣고 싶어 굳이 다시 임 교수를 찾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의사랑 대화하는 게 처음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돼 속이 너무 시원하다’며 고마워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15분 진료에 동료 의사들도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선천성 질환이 많은 소아정형외과, 소아심장, 소아신경 분야 동료들의 관심이 많다고 한다. 선천성 질환은 진단이 어려워 오랫동안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꼭 15분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며 “시간이 더 걸릴 때도 있고 덜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환자랑 여유 있게 대화하는 것”이라며 “‘긴 진료’가 ‘행복 바이러스’처럼 다른 대형병원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적정한 수가를 책정해 15분 진료를 해도 병원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많은 병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의사들이 자기 욕심만 차린다고 삐딱한 시각으로 보는 환자도 있는데, 서로 대화가 부족해 생긴 오해”라며 “15분 진료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환자 오래 보기 전도사로서 많은 병원이 동참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9월부터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알레르기내과, 신경외과, 유방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신경), 소아청소년과(심장), 소아청소년과(신장) 등 11개 과에서 15분 진료 보기 시범사업을 1년 동안 펼친다(본보 7월 20일자 A1면 참조).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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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서울대병원 ‘3분 진료’ 깨기… 환자 15분 본다

    종합병원에서 3시간을 대기하고도 의사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묻지 못한 채 3분 만에 눈치만 보며 쫓겨나다시피 진료실을 나서야 하는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이 환자당 평균 진료시간 3분을 5배로 늘려 ‘15분 진료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9월부터 11개 과(科)에서 초진환자를 대상으로 ‘15분 진료 보기’를 1년 동안 시범적으로 시행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지금까지 진료 교수가 개인 의지로 진료 시간을 늘린 적은 있지만 병원이 직접 15분 진료를 공식화한 것은 국내 종합병원 가운데 처음이다. 하루 외래 환자 수가 9000∼1만 명 정도 되는 종합병원의 평균 진료 시간은 현재 3분이다. 15분 진료 보기를 시범 실시하는 과는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알레르기내과 신경외과 유방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신경) 소아청소년과(심장) 소아청소년과(신장) 등 11개 과다. 성인 환자뿐 아니라 소아 환자의 진료 시간을 늘리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초진환자 진료 시 시간당 환자 3명을 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료하겠다”며 “소아과는 특히 희귀 난치성 환아가 많아 외래에서 더 오랫동안 진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가 차분하게 오래 진료하면 환자 정보를 더 많이 알 수 있어 그만큼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는 진료비까지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서울대병원은 1년간 시범사업 이후 내부 평가를 통해 어린이병원과 내과, 외과 등으로 ‘15분 진료’를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종합병원도 서울대병원의 실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이들 병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윤도흠 연세대 의료원장은 “15분 진료는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며 “종합병원이 경증 외래 환자로 수익을 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만약 수가만 제대로 책정된다면 우리 병원도 15분 진료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15분 진료 실험’의 수혜 환자는 시범 실시 기간 하루 50여 명으로 예측된다. 서울대병원을 찾는 전체 초진환자 500여 명 중 15분 진료에 참여하는 11개 과의 환자는 약 10%다. 이 병원에서 2년 반 동안 본인 의지로 매주 목요일 오후 환자 1인당 15분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환자의 병력이나 기존 검사 이력, 영상검사 결과 등을 살펴보고 신체 검진과 청진을 하는 등 기본 진찰만 해도 15분이 금방 지나가지만 환자 대부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15분 진료 환자들의 평균 진료비는 15만6272원(검사비 7만8919원 포함)이었다. 반면 진료시간이 짧은 환자들의 평균 진료비는 20만4005원(검사비 16만1866원)으로 15분 진료 환자보다 검사비로 두 배 이상을 썼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진료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의료 수가도 이에 맞춰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3분 진료 시 수가는 2만6700원으로, 이 중 환자가 1만8000원에서 2만 원가량을 부담한다. 15분 진료 시 예상 수가는 9만3000원 정도다. 진료시간이 늘어도 부담률을 크게 낮춰 환자가 실제 내는 비용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다음 달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수가를 결정할 예정이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대병원의 ‘환자 15분 진료’ 참여 교수호흡기내과(임재준) 내분비내과(김정희)알레르기내과(강혜련) 신경외과(김용휘 김치헌)소아정형외과(조태준) 소아청소년과·심장(김기범)소아청소년과·신경(채종희) 소아청소년과·신장(하일수)유방외과(문형곤)피부과(정진호) 산부인과(김석현)}

    •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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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동아]‘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환자 ‘삶의 질’ 높인다

    어렸을 때 맞은 주사의 안 좋은 기억은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병원 가기를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치료 때문에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입니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완치의 개념이 없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르죠. 인슐린 주사를 맞는 당뇨병 환자는 적게는 하루에 1번, 많게는 하루에 4번까지 주사를 맞습니다. 통증 외에도 냉장 보관의 어려움, 타인의 시선 등 환자들이 느끼는 주사의 부담감은 상당히 큽니다. 주사 치료에 대한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최근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근육에 약물을 주입해 천천히 혈액으로 방출되도록 하거나 분자 구조를 키워 신장에서 배설을 지연함으로써 약효 기간을 늘리는 치료제입니다.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1주일에 한 번’ 주사로 혈당을 조절하는 치료제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릴리의 ‘트루리시티’라는 치료제가 그것입니다. 당뇨병 주사 치료제라고 하면 흔히 인슐린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트루리시티의 성분은 ‘GLP-1 유사체’입니다. 이는 식사를 하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입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을 억제합니다. 처음 개발 당시에는 하루에 2회씩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분자 구조를 키워 배설을 지연시키는 기술을 활용해 지금은 1주일에 1회로 투여 주기가 길어졌습니다. 당뇨병 환자들로선 치료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천식 질환 환자는 그동안 흡입형 치료제부터 경구용 치료제, 패치형 치료제까지 여러 투여 경로를 활용한 약물을 투여해 왔습니다. 이 중 천식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치료제는 흡입형 제제입니다. 문제는 환자가 이를 늘 소지해야 하고, 흡입기 용량 조절이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이들에게도 희소식이 있습니다. 한독테바는 지난해 월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싱케어’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상용 허가를 받았습니다. 천식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한 싱케어는 올해 말 국내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 다발성경화증(애브비·바이오젠의 ‘진브리타’), 혈우병(녹십자의 MG1121A), 성장호르몬(한독·제넥신의 GX-H9) 주사제 등도 ‘효과는 오래, 투여주기는 길게’ 유지하는 장기 지속형 개발이 한창입니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질환 치료에서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여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 likeday@donga.com}

    •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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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한]서울대병원 죽어야 산다 Ⅱ

    “후배가 이렇게 병원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되겠어? 긍정적인 기사도 많은데 말이야!” 지난번 이 칼럼을 통해 ‘서울대병원 죽어야 산다’라는 제목으로 서울대병원의 내부 이기주의를 지적했더니 한 노교수는 후배인 나에게 이렇게 호통쳤다. 물론 동문으로서, 또 개인의 얼굴을 보면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름값만 앞세워 온 서울대병원의 문제를 잘 지적했다’ ‘속이 후련하다’ 같은 내부 교수 응원과 독자 격려도 많았다. 그 후 3주가 지났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싶었는데 기대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물이 있었다. 우선 이비인후과, 외과 등의 과 간 비협조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갑상선암센터가 두 곳이었던 문제는 협의를 통해 올해 안에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환자들은 더 이상 어느 갑상선암센터로 가야 할지 헷갈리지 않아도 된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서울대치과병원에 갈 때 가까운 곳이지만 ‘앰뷸런스’를 타야만 하는 환자의 불만은 9월부터 해결된다. 병원이 치과 의사를 고용해 환자가 굳이 치과병원에 가지 않고도 원내에서 해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 교수가 자신의 진료실을 옮길 수 없다며 버티는 바람에 가로막혔던 수술실 확장 공사는 10월에 시작된다. 또 병원과 치과병원 사이에 지하통로를 만들어 휠체어나 침상 이동만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니 그렇게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합의를 통해 바로 실행에 옮겨지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울대병원 시스템이 이렇게 유연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과거엔 각 과 사이의 알력으로 인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날 칼럼 덕분에 남아 있던 문제까지 한 번에 정리된 듯하다”며 “또 학연과 지연을 따지던 세대가 정년퇴임 등으로 물러난 것이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하여튼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이런 변화는 참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의 생태문화를 ‘파괴의 문화’라고 한다. 서울대병원도 이번 기회에 더 파괴적인 변화로 나가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환자에게 불편한 시스템이 여전히 많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가 가장 대표적이다. 하루 외래 환자를 200∼300명이나 보는 교수도 있다. 환자와 눈을 마주칠 틈도 없다. 평소 의료진에 대한 불신 때문에 큰 병원을 찾아가 ‘최고 명의’에게 하소연을 하고 진단을 받아보려는 환자가 많지만 이들의 기대는 ‘3분 진료’에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개인 의지로 2년 반 동안 초진 환자를 15분 동안 진료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임재준 호흡기내과 교수는 “단지 의사의 설명을 듣고 싶어 불편함을 무릅쓰고 찾아온 환자도 많다”면서 “상대적으로 긴 진료 덕에 환자 궁금증이 풀리고 의사는 더 정확한 진찰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의사 개인의 의지로 환자들을 진료한 결과다. 수익만 따지지 않는 병원 측의 인내도 이런 진료 시간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서울대병원은 지하 1층에 2018년 12월 완공 계획으로 첨단외래센터를 짓고 있다. 병원 측은 그곳에 환자가 움직이는 ‘셀프서비스’가 아닌 의료진의 ‘풀서비스’ 개념의 완전히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환자가 뒷전에 밀려 있던 서울대병원에 새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사람이 움직이고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면 서울대병원은 진정한 최고의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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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동아]관상동맥질환 치료, ‘약물방출풍선’ 주목

    한국인 사망 원인 2위인 관상동맥질환은 무더위에서도 잘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관상동맥질환의 치료법엔 흔히 스텐트라는 금속그물망이 사용됩니다.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 속에 삽입 된 스텐트가 혈관 속에서 지지대 역할을 해서 혈관을 넓히는 방법이죠. 터널을 팔 때 지지대를 안 세우면 무너지는 원리와 같아 혈관 속에도 지지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지지대가 없이 막힌 혈관을 확장하는 약물방출풍선시술이 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풍선확장술입니다. 사실 스텐트가 개발(1980년 후반)되기 이전인 1960년 후반부터 사용되던 방법인데요. 풍선확장술은 혈관 속에 풍선을 삽입해 넓힌 뒤 다시 빼내는 방법입니다. 몸 안에 아무런 이물질도 남기지 않는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지만, 지지대가 없어 시술 뒤 혈관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지대를 세우는 원리로 등장한 스텐트나 약물방출스텐트가 가장 보편적인 시술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하지만 스텐트 시술도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몸에 혈전이 형성될 가능성을 높이거든요. 금속그물망과 같은 이물질을 몸속에 계속 남겨두게 되면 그곳에 핏덩어리인 혈전이 만들어 집니다. 혈전이 혈관을 다시 막으면 재시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스텐트 시술 후 1년 이상 항혈전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재협착이나 혈전을 줄이기 위해 녹는 스텐트가 2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습니다. 녹는 스텐트는 시술 후 1년간 혈관을 지탱하면서 서서히 녹아 없어집니다. 다만 아직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기존 금속 스텐트에 비해 스텐트 혈전증 발생 비율이 2,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녹는 스텐트의 두께가 더욱 얇아지면 혈전 발생 비율도 획기적으로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녹는 스텐트 또한 완벽하지 못하다보니 혈전제를 단기간만 복용하는 풍선확장술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인 약물방출풍선의 등장으로 재협착 발생 위험을 크게 줄였습니다. 즉 풍선에 재협착을 줄이게 하는 약물을 부착해 동맥이 막힌 부위에 나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러 임상 연구에 의해 약물방출풍선과 약물방출스텐트의 재협착률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약물방출풍선의 가장 큰 특징은 몸 안에 어떤 이물질도 남기지 않아 혈전의 위험성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하는 기간을 4주로 줄였습니다. 약물 복용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게 된 것이죠. 국내에서는 2009년 처음 허가받은 비브라운 코리아의 시퀀트 플리즈라는 약물방출풍선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 외에도 바이오트로닉의 판테라 룩스, 메드트로닉의 인팩트 등이 출시됐습니다. 이러한 약물방출풍선술은 현재 직경 2.5mm(±0.25) 정도의 작은 혈관에서 발생한 질환에 주로 사용됩니다. 최근엔 보다 큰 혈관에서 발생한 신생 병변에서도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풍선확장술이 다시 따뜻한 의료기기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했을 때, 스텐트만 생각하기 이전에 또 하나의 옵션으로 약물방출풍선을 고려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상동맥중재시술의 첫 번째 솔루션이 될 약물방출풍선의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likeday@donga.com}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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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인생/의사기자의 팩트 차트]가슴성형

    ‘나도 가슴 해볼까?…’상당수 여성들이 한번쯤은 마음에 품었을 생각이다. 수술 과정의 통증,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수술 부작용 소식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잖은 여성들이 유방성형의 유혹에 시달린다. 얼굴보다 건강한 몸매를 더욱 중요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유혹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10 여년 전만해도 가슴성형은 눈, 코 성형을 한 여성들이 다음으로 시도하는 성형으로 인식돼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 등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점차 주부나 직장인들의 비율이 높아져 이젠 직업이나 계층의 구분 없이 상당수 여성들의 관심사가 되는 듯 하다. 가슴이 빈약한 여성들은 풍만해 지기 위해, 너무 큰 여성들은 거대유방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적당한 크기를 가진 여성일지라도 출산 후 처지고 탄력 잃은 가슴을 교정하기 위해 유방성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 성형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보형물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최신 보형물은 정말 안심할 수 있는 것일까? 나이들면 수술 부위가 변하는건 아닐까? 수유엔 지장이 없을까? 수술후 통증이 너무 심하다는데?… 상당수 여성들이 갖고 있을 궁금증을 국내 유방 성형 전문가로 꼽히는 순천향대병원 서울병원 성형외과 심형보 교수와 엠디클리닉 이상달 원장의 도움말을 통해 풀어본다.Q. 이물질인데 유방암 위험은 없나? A. 이 질문은 뜨거운 감자에 속한다. 유방 보형물과 관련된 림프종(ALCL, 역형성 큰세포림프종)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이 특수한 림프종은 미국인 3만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이며 특징적으로 표면이 매우 거친 재질의 ‘텍스처 보형물’을 사용한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에 식약처는 텍스처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에게서 역형성 큰 세포 림프종이 드물게나마 발생한다는 사실을 의사가 환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다행히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이나 중동인, 미국 내 거주하는 아시아인에게는 발생한 적이 없다. 비교적 예후도 좋은 편이며 림프종으로 생긴 피막을 제거하는 것으로 완치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방하려면 수술 후 정기적인 초음파 진단이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초음파 진단 등은 유방암 진단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유방암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Q. 시술 통증은 어느 정도인가? A. 유방성형은 흔히 수술후 통증이 매우 심한 성형수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통증은 시술하는 의사에 따라 차이가 크다. 같은 수술을 받아도 병원에 따라 몹시 아플 수도, 별로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주로 수술 도중 이루어지는 외상의 정도에 달려있다. 조직 손상이나 출혈이 거의 없을수록 통증이 적다. 일반적으로 2,3일 정도 불편하고 그 다음부터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이 요즘 수술의 추세이다. 보형물 종류에 따라서는 조직 구축(딱딱해짐)이나 피막(염증으로 인해 유방 보형물 주위에 만들어진 염증 막)을 예방하기 위해 3¤6개월 간 마사지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Q.나이 들면 오래전 시술한 가슴보형물이 어떻게 되나? A. 유방성형 보형물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평균 수명을 가지고 있다. 대략 10¤20년 정도다. 오래되면 외피가 약해져 파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파열되지 않은 보형물을 단지 오래됐다고 해서 반드시 제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파열되면 보형물을 제거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보형물이 파열돼도 유방 형태의 변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모른채 수년간 방치할 수 있다.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 시에 초음파 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다. Q.가슴성형 후 출산이나 수유에는 지장이 없나? A.유방성형술은 출산이나 수유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수술 후 기본적인 관리는 필수적이다. 최근 유방 보형물이 파열돼 모유 수유할 때 실리콘이 섞여 나와 큰 충격을 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실리콘 겔 보형물 8개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수유 직전에는 반드시 초음파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Q. 유방 보형 수술 말고 간편한 유방 성형술도 있다던데? A.유방성형술은 최근 들어 가격이 내렸지만 500만~8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보형물 수술 이외에 유방 성형 방법으로는 지방이식술이 있다. 복부나 허벅지의 지방을 채취해 지방세포를 분리한 다음, 가슴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유방보형술 처럼 비용이 비싼 편이며, 최근에는 정제하는 방법들이 발달해 지방종이나 석회화 등의 부작용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지방생존률은 10~50%로 그리 높지 않은 게 흠이다. 또 많은 경우 지방괴사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지방괴사로 인해 가슴이 작아지는데에 그치지 않고 혹이나 염증, 유방암 검진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가슴에 필러를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주로 하얄루론산 (HA) 필러가 대표적이다. 주로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고가인데다가 일년 정도 지나면 거의 다 사라지는 것이 문제다. 이 역시 초음파 상 낭종 형태로 보여 유방검진에 장애요인이 된다. 30만원 정도 드는 1회 유방 성형술이라고 부르는 방법도 있다. 아주 잠시 뉴욕에서 유행했던 적이 있다. 식염수를 가슴에 주사하는 방법이며 안전하고 간편하지만 하룻밤 지나면 식염수가 다 빠져버리는 허무한 시술이다. 그 외에는 비용이 지나치게 낮다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국내에 승인되지 않는 제3세계 불량 보형물을 사용해 원가를 낮추었을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한다. ▼ 유행타는 보형물…부작용 주의, 최신제품이 최선은 아니다 ▼유방성형 시 사용하는 인공 보형물도 유행이 있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보형물 표면처리를 거칠게 한 일명 텍스처드(textured) 보형물의 사용이 감소하고 표면돌기 크기가 작은(200마이크론 이하) 비교적 매끄러운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을 사용하는 경향이다. 그 이유는 표면이 거칠수록 세균이 부착될 면적이 증가해 균이 뭉친 덩어리인 바이오필름(BIOFILM) 형성이 쉽게 이루어지며, 바이오필름은 장액종, 이중 캡술, 구형구축 등 온갖 부작용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거의 모든 보형물 제조회사에서 현재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 사용이 허가된 마이크로텍스쳐 보형물 회사로는 멘토, 모티바, 세빈, 유로실리콘, 폴리텍, 벨라젤 등이 있다. 최근에 사용하는 보형물 중엔 내부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해 외부에서 간단히 스캐너로 보형물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도 있다 칩 속에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어서 장차 보형물의 파열, 염증 정도 등의 모니터링이 간단하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2,3년 내엔 환자의 해부학적 상태를 3D로 분석해 3D프린터로 보형물을 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환자 개개인 맞춤형 보형물이 되는 것이다. 미용목적의 가슴확대 수술은 20세기 초반부터 시행됐다. 당시는 공업용 실리콘, 스폰지, 등을 삽입해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와 같은 가슴보형물이 이용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당시 다우코닝사에서 제조한 보형물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파열되었을 때 액상형 실리콘 내용물이 흘러나와 사용이 중단됐다. 이후 주로 사용된 보형물은 식염수 보형물이다. 그 후 실리콘 겔(일명 ‘코히시브 젤’)이 2007년부터 한국에서 시판되면서 붐이 일기 시작했다. 1세대 코젤은 표면이 매끈한 ‘스무스형 원형’ 보형물인데 촉감도 실제 가슴과 유사해 기존 식염수 보형물을 대체하게 됐다. 국내의 경우 1세대 보형물을 겨드랑이 접근법으로 가슴 근육 밑에 위치시키는 확대술이 보편화 되어 있다. 대신 수술 뒤에 피막 형성이나 구형구축(공모양으로 딱딱해짐)을 줄이기 위해 3~6개월 정도 마사지가 필수였다. 2009년도엔 마사지가 필요 없는 2세대 코젤 보형물이 나왔다. 보형물 표면처리를 거칠게 처리한 보형물이다. 2013년에는 일명 3세대 코젤로 불리는 물방울형 보형물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보형물을 삽입하면 유두 위쪽은 얇고, 유두 아래쪽은 봉긋해져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유방아래의 우글거림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물방울 형태가 유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충전된 실리콘이 원형 보형물에 비해 다소 단단한게 단점이다. 최신 보형물들이 본인에게 반드시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최신의 유행과 신제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미국 FDA와 같은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사용허가 여부, 10년 이상의 장기간 사용내역과 임상결과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의학 건강 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

    •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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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번엔 남편이… 신성일 폐암3기

    국민배우 신성일 씨(80)가 폐암에 걸려 투병 중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신 씨는 기침이 심해 26일 국내의 한 종합병원에서 폐 조직 검사를 받은 결과 1개의 종양이 발견되는 등 폐암 3기로 진단받았다고 신 씨 측 관계자가 밝혔다. 병원 측은 당장 수술보다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에서 폐암 3기는 5년 생존율이 평균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좋은 표적 항암제들이 개발되고 있어 본인에게 맞는 항암제를 찾아 치료를 잘하면 생존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신 씨는 27일부터 방사선 치료에 들어갔다. 앞으로 당분간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신 씨 지인에 따르면 신 씨는 치료에 들어가면서 “수많은 영화를 찍으면서 절벽에서 떨어질 뻔하거나 진짜로 목매어 본 적도 있을 만큼 현장에서 죽음을 많이 겪어 봤다”면서 “생존율 같은 통계적인 것은 믿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 씨는 1982년부터 담배를 끊었을 뿐만 아니라 경북 영천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폐암 진단에 대해 주변에선 적잖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엄 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이 폐암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의사들이 남편이 삶의 의지가 강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있다. 내가 유방암을 극복했듯이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신 씨 측은 “병원에서도 고령이지만 워낙 체력이 좋고 평소 운동과 식습관 관리를 잘했다”면서 “나이에 비해 젊은 편에 속해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숲 속 등 맑은 공기에서 산다고 폐암이 예방된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면서 “유전적인 요인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채널A 인기 건강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했던 부인 엄앵란 씨(81)가 2015년 12월 프로그램 녹화 중 유방암이 발견되자 옆에서 극진히 간호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또 2016년 2월엔 엄 씨가 신 씨의 도움을 받아가며 투병하는 과정이 채널A의 휴먼 다큐멘터리 ‘한 번 더 해피엔딩’에 자세히 소개되면서 많은 유방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엄 씨는 암 재발을 막는 호르몬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자택에서 요양하고 있다. ‘한국의 알랭 들롱’으로 불린 신 씨는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해 수많은 주연을 맡았고 영화상을 수상했다. 신 씨는 2013년 당시 76세의 나이로 20년 만에 다시 영화 ‘야관문’의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명예조직위원장을 맡는 등 영화계 발전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김윤종 기자}

    •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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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동아]유방암-전립샘암 치료 주목받는 표적항암제

    암 치료를 위한 항암제들은 계속 발전돼 오고 있습니다. 암 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를 비롯해 최근엔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 세포를 찾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도 등장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암은 악성흑색종과 폐암, 방광암 정도로 제한돼 있습니다. 매년 미국에서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라는 학술대회가 열립니다. 전 세계 3만 명이 넘는 의료진들 암 관련 논문들을 발표하고, 더 나은 암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는 큰 자리입니다. 올해도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됐는데요. 최근 국내 대표적인 암 치료 연구학회인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주목할 만한 표적항암제 연구를 두 가지 소개했습니다. 유방암의 표적항암제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의 임상 결과와 전립샘암의 표적항암제 아비라테론(제품명 자이티가)의 임상 결과입니다. 이들 암은 대표적인 여성암과 남성암으로 꼽힙니다. 먼저, 유방암 치료제 올라파립의 임상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유방암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는데요. 바로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입니다. 졸리는 유방암 예방을 위해 양쪽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유방암은 유전적인 요소가 있는 암입니다. 졸리의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사망했는데,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중 하나인 BRCA 유전자 변이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졸리는 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가 있음을 알고 암 예방을 위해 수술을 선택했지요. 유방암 치료제 올라파립은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 결과, 이 약으로 치료된 환자들은 기존 표준 치료제로 치료된 환자보다 유방암 진행률이 42%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정아 교수는 “BRCA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은 치료가 어려운 유방암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이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라파립은 난소암 치료제로 국내에 출시됐으나, 아직 유방암 치료에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라파닙은 난소암 치료 시 하루 8알 복용하는데, 한 달 약값은 약 740만 원 정도로 비쌉니다. 전립샘암은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가 되고, 그 상태가 심해지는 경우 환자의 생존 기간은 1, 2년 정도입니다. 전립샘암 환자에게는 암에 대한 고통 없이 하루를 더 평안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립샘암 치료제 아비라테론의 경우 전립샘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33개월까지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진행 생존기간이란 암의 진행 없이 살아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아비라테론은 국내에 출시됐으나, 아직 보험급여는 받지 못했습니다. 이 약은 하루 4알씩 복용하는데, 한 달 약값은 약 450만 원입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 강진형 교수는 “유방암과 전립샘암은 여성과 남성에서 유병률이 각각 1, 3위를 차지하는 암으로, 장기간 암과 싸워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들은 각각의 유방암, 전립샘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에도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약 5000건의 암 치료 관련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전 세계 의료진이 암 치료와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방증이 되겠지요. 암 치료를 위한 새 치료제들의 등장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져 더 많은 암 환자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likeday@donga.com}

    •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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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한]서울대병원, 죽어야 산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9개월 만에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그리고 유가족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백남기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는 여전히 병사로 보고 있으며 그 소신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 병원의 모 교수는 “서울대병원엔 500여 명의 교수가 있는데 마치 국회의원 500명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수 개개인을 설득하기가 만만치 않음을 내비친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대병원에는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500명이 있는 듯한 시스템이 많다. 얼마 전 서울대병원 2층 수술실 확장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 5층에 위치한 교수실을 비우기로 했다. 그런데 일부 교수가 못 나가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수술실 확장 계획이 난관에 부딪쳤다. 또 있다. 2011년 개원한 서울대 암병원은 외과가 진료하는 ‘갑상선센터’와 이비인후과가 진료하는 ‘갑상선구강두경부암센터’가 별도로 있다. 환자를 위한다면 이 두 개의 센터를 한 개의 센터로 통합하고 두 과가 협업을 하는 것이 옳다. 한 병원에 갑상선암을 보는 센터가 두 곳인 경우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정작 암병원 내에 있어야 할 유방센터는 공간이 부족해 멀리 떨어져 있다. 유방암 진료를 위해 암병원을 찾은 많은 환자들은 다시 반대편 건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각 과들의 협력이 안 되니 환자들의 불편만 커진다. 실력 있는 병원이니 그런 정도의 불편함은 참고 견디라고? 오죽했으면 병원을 옮긴 기자의 의대 후배도 있다. 이 후배의 아버지는 폐암 때문에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결국 강남S암병원으로 옮겼다. 이 후배는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는 검사와 진료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동선이 너무 많아 환자가 힘들었는데 S암병원은 환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게 시스템을 만들어 치료받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과 간의 협력도 어려운데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치과병원의 협업은 오죽하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바로 옆 치과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갈 때도 ‘앰뷸런스’를 타야 한다. 의료법 규정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병원 간 이동은 앰뷸런스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4만 원 정도’의 앰뷸런스 사용료는 고스란히 환자 부담이다. 왜 항상 환자가 이동해야 하나.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가 환자를 위해 찾아가는 시스템 만들기가 왜 힘들까? 서울대병원의 최근 환자 수는 전년 대비 10%나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신뢰도 추락, 신축공사 불편, 의료진 위주의 행정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환자들이 외면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노사협상까지 앞두고 있다. 임금협상을 두고 병원 측과 노조의 견해차가 워낙 커 자칫 파업이라도 벌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제2의 백남기 사태를 막기 위해 ‘의사직업윤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의사의 교육과 연구 및 진료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위원회가 문제 의사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취지는 좋은데 ‘국회의원’ 500명이 있는 집단에서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다. 서울대병원이 국가 대표 의료기관으로 거듭나려면 환골탈태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은 죽어야 산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치료할 곳이 없는 국민의 마지막 희망이 되는 국민 ICU(중환자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 말이 빈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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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서울대병원 내 ‘백남기 위원회’ 세운다…역할은?

    서울대병원이 소속 의료진의 직업윤리 위반 여부를 심사할 ‘의사직업윤리위원회(가칭 백남기 위원회)’를 세우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의 진단서에 사인(死因)을 일반적 지침과 달리 ‘병사(病死)’로 기재해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환자를 진료한 의사 개인과 의료인 집단의 전문적인 견해가 충돌할 때, 집단의 판단을 우선해 적용할 수 있는 의사직업윤리위원회를 구성해 7월 초 첫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권고 형식으로 해당 의사에게 통보되지만, 따르지 않으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등 인사 조치를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성을 띤다. 백 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해 9월 백 씨가 사망하자 3년차 전공의 A 씨에게 “사인을 ‘병사’로 기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백 씨가 2015년 11월 14일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 직사(直射)에 따라 의식을 잃은 뒤 사망했으므로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에 따라 ‘외인사(外因死)’로 기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외인사로 적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1월 중순 백 씨의 유족이 “병원이 사인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 한 달이나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자 ‘의사직업윤리위원회’ 신설을 논의해왔다. 신경외과 소위원회 및 전체 교수회의를 거쳐 소송을 담당하는 의료윤리위원회가 검토한 결과 의사직업윤리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 내에서는 이를 ‘백남기 위원회’로 불러왔다. 위원회는 서울대병원 교수 8명과 외부의 법학·철학·사회과학자 4명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과 교육인재개발실장은 당연직 위원이고, 위원장은 위원 12명이 호선으로 선출한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이 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분기마다 정례회의를 개최하되 긴급한 사안이 생기면 수시로 특별회의를 연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위원회는 의료적 판단뿐 아니라 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환자와의 갈등, 선후배 의료인 간의 충돌 등 다양한 윤리적 사안에 대해 심사하게 된다”며 “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윤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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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한]‘강제입원율 1위’ 불명예 벗으려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려면 다른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명이 추가로 2주 내 동의해야만 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지난달 30일 시행됐다. 정신질환자의 억울한 입원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다 보니 시작부터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다른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왕진을 와야 하는 상황이라 인력 부족이 큰 걸림돌이다. 복지부는 어쩔 수 없는 경우 같은 병원의 의사 두 명이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뒀다. 가까스로 숨통은 트이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신건강복지법에는 강제입원 논란 때문에 우리가 잘 몰랐던 중요한 내용이 숨겨져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근거를 만든 것이다. 개정법은 그동안 강제입원 절차 개선을 통한 ‘억울한 입원’의 최소화와 함께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재활을 돕는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정신보건법이 1995년에 제정돼 벌써 22년이 흘렀고, 장애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돼 36년이나 됐지만 지금까지 그 어디에도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를 위한 복지서비스의 근거는 없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정신질환의 낙인과 편견은 컸지만,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정신질환 해결책을 환자나 가족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조차 충분치 않았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관련법이 이제야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장애인의 경우 수많은 관련 단체들이 인권 또는 사회적인 권익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를 통해 장애인 지원 정책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공공기관에서 전 직원의 3.2% 이상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거나,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총 구매액의 1% 이상 사도록 하는 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그늘에 묻혀만 있었다. 오히려 ‘정신질환자=위험인물=범죄자’로 연결하는 ‘지나친 편견’으로 말미암아 정신질환자의 복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철저히 배제됐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당뇨병과 고혈압처럼 적절한 치료와 지원 및 관리를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얼마든지 영위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기 때문에 그냥 놔두는 사람들이 있다. 조현병은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진 이들도 많다. 정신질환의 낙인으로 환자를 방치하는 경우가 참 많은 이유다.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사회적 편견과 싸우면서도 동시에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그러다 보니 결국 강제입원이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제입원율은 67%로 독보적인 세계 1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와 더불어 말이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은 모두 강제입원율이 10%대에 불과하다. 이번 개정 복지법엔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입원 대신 집과 병원 사이 중간 개념의 주거시설을 만들어 치료 및 직업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학교나 사업장 같은 곳에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지원 사업(조기 발견,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을 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이 정신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님비 현상의 극복이 가장 큰 난관이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신질환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이겨내지 못하면 강제입원율 1위의 불명예는 결코 벗을 수 없다. 자살률 1위의 부끄러운 타이틀과 함께 말이다.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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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동아]필름으로 파우치로… 보다 편리하게 ‘정량복용’하세요

    대개 ‘약’이라 하면 으레 물과 함께 삼키는 알약이나, 아이들을 위한 가루약을 많이 떠올리기 쉬운데요. 어린 시절 감기에 걸리면 어머니는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자식을 위해, 약을 숟가락으로 곱게 빻아 물에 갠 후 입에 넣어주시곤 했습니다. 빳빳한 목 넘김과 쓴 맛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알약 복용을 꺼리게 하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등장한 어린이용 감기 시럽제형은 달달한 향과 맛이 이전 감기약과는 사뭇 달라, 정량을 먹고 나서도 계속해서 맛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럽제형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약의 제형은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편의성을 고려해 꾸준히 변화해 왔습니다. 즉 물에 타서 녹여 마시는 ‘발포 타블렛 제형’이 나오고, 젤리처럼 씹어서 먹는 츄어블정, 혀에서 녹여먹는 필름형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발포 타블렛 제형은 대표적으로 바이엘의 비타민 제품인 ‘베로카’가 등장한 이후 많은 비타민제에서 채택되고 있습니다. 또 츄어블정은 보통 어린이 영양제에 많이 활용되어 오던 것이 요즘에는 물 없이 복용이 간편한 장점을 살려 일양약품의 멀미약 ‘보나링’,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어린이 해열제 ‘타이레놀’과 같은 일반의약품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필름형은 SK케미칼의 ‘엠빅스S’처럼 발기부전 치료제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갑 속에 넣어 보관할 수 있는데다가 물 없이 침으로 녹여 복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가방에 휴대하다가 언제 어디서나 쭉 짜먹기만 하면 되는 길쭉한 모양의 파우치 제형도 등장했습니다. 파우치 제형의 원조 격은 위장약 보령제약의 겔포스 입니다. 병에 든 시럽제의 위생적인 보관을 위해 파우치 형태로 1975년에 개발한 것인데요. 그 결과 파우치 형태가 위장약의 대표적인 제형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출시되는 대부분의 위장약이 파우치 형태로 나왔습니다. 보관이 간편하고 물 없이 복용하는 장점 때문에 최근엔 멀미약인 ‘노보민 시럽’, 해열제 ‘챔프 이부펜시럽’ 및 감기약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에도 파우치 제형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또 대원제약의 ‘콜대원’은 감기약으로는 처음으로 짜먹는 파우치 형태를 도입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각형태의 파우치가 아니라 얇고 길어진 포장으로 상단부를 간단히 절개해 짜먹기 편하게 만들었는데요. 마치 어린이 요거트 제품을 연상시켜 더욱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위산분비 호르몬을 억제하는 성분을 가진 ‘트리겔’은 동일한 형태의 얇고 긴 짜먹는 파우치 포장을 적용했습니다. 짜먹는 파우치 형태는 기존 시럽제 포장과 비교해 또 하나의 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게 정량 복용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시럽제를 복용할 때마다 눈금이 그려진 컵을 사용할 필요 없이, 간단히 정량만을 복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짜먹는 제형뿐만 더욱 다양한 장점을 가진 제형들이 개발되어 기존 제형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보다 편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복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likeday@donga.com}

    •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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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인생/의사기자의 팩트차트]발기부전 치료제… “쑥스러워 말고 제대로 알그라∼”

    중년 남성들의 관심사이며, 생활의 퀄리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게 성기능이다. 질병적인 상태는 아니라해도 나이가 들수록 잠자리의 자신감이 줄어들면서 남성들은 ‘비아그라’ 등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해 솔깃해한다.질병이라 부를 정도로 심각한 발기부전을 겪는 남성은 병원을 찾아가지만, 상당수 잠재적 ‘발기부전 후보자들’은 인터넷이나 술자리에서 떠도는 미확인 정보와 지식에 의존해 발기부전 치료제의 세계를 기웃한다. 장기복용해도 부작용은 없는지, 효과는 어느정도 있는건지, 처방은 어떻게 받는건지… 이 분야의 국내 전문가인 미스터비뇨기과 은종운 원장과 서울탑비뇨기과 조규선 원장의 도움말을 토대로 자세히 알아봤다.적정 용량만 복용하면 큰 문제없어발기부전은 잠자리뿐 아니라 자신감 하락, 대인관계 위축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실제로 이 문제로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으며, 2000년 180억 원하던 치료제 시장은 현재 800억 원 규모로 4배 넘게 늘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기존 오리지널 약의 제네릭(복제약) 제품만 240여종. 이들 약들은 알약, 필름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 240여 가지 발기부전 치료제는 사실 성분으로 분류하면 비아그라, 시알리스, 자이데나, 엠빅스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2012년 비아그라의 특허만료와 2015년 9월 시알리스의 특허만료로 인해 제네릭들이 50¤60개 회사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약들이 많아 보일 뿐이다. 비용도 싼 것은 1알에 2000원도 있다. 대부분은 1알 당 5000원대로 형성돼 있다. 1알에 1만 5000원 하던 약들이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절반 이상 저렴해 진 것이다.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꼭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대개는 전립샘질환 등 상담을 같이 받을 수 있는 비뇨기과에서 약 처방을 많이 받지만 사실은 어느 동네의원을 가도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비보험이기 때문에 병원에 한번 갈 때 마다 1만 5000원 정도의 진료비가 든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대개 4알 또는 8알 정도로 해서 포장돼 판매 되고 있다. 환자의 상태나 필요에 따라서 포장 단위로 처방을 받는데 처방 약 개수엔 제한이 없다.예전엔 중국산 등 가짜 비아그라를 불법으로 싸게 구입해서 문제가 됐지만 지금 쏟아지는 발기부전 치료제들은 가격이 저렴해 가짜 비아그라는 거의 사라졌다. 대개 30분에서 1시간 전에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혀에 녹여 복용하는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도 마찬가지. 다만 지갑 속에 소지하기가 간편하고 물 없이 복용할 수 있어 많이 찾는다.발기부전 치료제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가슴 두근거림, 근육통 등이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일시적이고 심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심각한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는 복용금지다. 흔히 약화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등은 실제 약물에 의한 것보다는 중금속 오염 등이 확인되어 식약처 등에서 단속하고 있는 가짜 약에 의한 경우다. 대개 환자는 원인 파악 없이 일반 동네 의원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은데 발기부전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도플러 초음파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환자 부담의 경우 5만¤10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부담될 수 있다.은 원장은 “갑자기 체중이 늘거나, 운동부족, 현대인의 복잡한 생활에서 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성 파트너와의 소통의 문제로 인해 발기 부전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작정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환자 각각 상태에 따라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혈액검사에서 남성호르몬부족이 관찰되면 갱년기치료의 일환으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발기부전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약물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자가주사요법, 더 나아가서는 음경보형물수술이 시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약물을 자주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지는 않을까? 아직 임상적으로 발기부전 약물에 대한 내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오히려 약을 복용하면 원활한 성생활이 가능하고 젊음을 되찾은 느낌을 갖게 되며 자신감까지 얻게 되어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 다만 환자가 나이가 많이 들거나 질병으로 발기 기능 조직이 노화될 경우 약의 효과가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은 원장은 “적정 용량을 초과하지 않고, 너무 빈번하게 사용하지만 않으면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즉 1주에 2,3회 정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간혹 환자들이 의존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조 원장은 “의존성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후 치료제를 중단하고 싶다면 충분한 효과가 있을 때 용량을 서서히 줄여서 복용하고 그 효과와 심리적인 안정을 확인해가면서 중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고산병과 심장병에도 효과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청와대에서 고산병 치료제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유명세를 치렀던 약들도 있다. 당시 구입 품목을 보면 ‘비아그라’ 60정과 비아그라 제네릭 등을 304정을 구입했다. 청와대 측은 “아프리카 순방 시 고산병을 대비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비아그라는 해발 2000¤3000m 정도의 상대적으로 낮은 고산지대에 갈 때 고산병 예방 목적으로 처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 산악인들은 높은 산을 등반할 때 비아그라를 챙겨간다. ‘높은 산을 등반하는데 왜 비아그라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쉽지만 임상시험에서 비아그라가 혈액 산소공급 저하로 인한 저산소증을 억제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물론 고산병 예방 전문약으로 ‘아세타졸정’도 있다. 이는 3000m 보다 높은 고산지대에 갈 때 주로 복용한다.또 비아그라는 현재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원래 비아그라는 심장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려다가 나온 제품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 비아그라는 폐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폐동맥 고혈압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편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유럽에서 간문맥고혈압 임상2상 시험을 실시 중이다. 간문맥 고혈압은 간경변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며 간기능이 저하되어 간문맥의 혈압이 높아지고 간과 다른 소화기관 사이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또 요즘은 시알리스나 그 제네릭 제품 중엔 다른 제품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소용량(5mg)의 발기부전 치료제도 나왔다. 매일 복용하면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전립샘비대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기다. 따라서 전립샘비대증과 발기부전이 같이 온 중년이나 노년들에게 많이 처방이 되고 있다.생활습관을 교정하자발기부전 치료제는 발기부전을 간편하게 치료할 방법으로 큰돈을 안 들이고 대응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약이 만능도 아니고 건강에 해로운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만 복용한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발기부전 치료에 도움이 되는 생활수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금연이다. 하루 한 갑씩 1년을 꼬박 피웠을 때 1담배년이라고 한다면, 30담배년이 되면 발기부전은 물론 심혈관계에 문제가 발생한다. 음경이 발기한다는 것은 음경동맥이 크게 확장되면서 순식간에 다량의 혈류가 음경 해면체 안으로 들어가 스펀지와 같은 해면체 내에 혈액이 꽉 차는 것. 이 같은 발기 상태가 지속되려면 해면체 안으로 들어온 혈액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음경정맥이 오래도록 압박돼야 한다. 그런데 체내로 흡수된 니코틴은 음경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일부의 혈액을 유출시켜 음경의 탄력성은 떨어지면서 발기력은 약해진다.그리고 적당한 술이다. 성생활의 활력을 불어넣고 좀 더 분위기를 고조 시키는 것으로 적당한 술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발기를 저해한다. 체내에 과다하게 알코올이 흡수되면 음경을 팽창시키는 신경 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을 초래해 음경의 발기를 방해한다. 신경 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음경이 팽창하지 않으며, 동맥을 통해 공급되는 혈류 양도 준다. 또 혈류가 새어나가는 동맥을 막지 못해 들어오는 혈류마저 다시 그대로 빠져나가게 만들어 결국 발기가 되지 않는다.운동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정력증진방법이다. 운동은 꾸준히 할수록 효과적이며, 적어도 중년의 남성이 하루에 200칼로리 이상 소모하는 운동(3.2km를 활발히 걷는 정도의 운동량)은 발기장애의 가능성을 절반이하로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근육 운동은 근육통, 수면장애, 심박수 상승, 그리고 젖산 농도의 변화 등으로 만성 피로가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발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은 원장은 “적당한 걷기나 산책이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서 “매일 저강도 운동이 부담된다면 주 2, 3 회 정도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의 시간을 할애해 운동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많은 남성들은 정력을 보강한다며 여러 가지 보양음식을 챙겨먹는다. 그러나 고단백, 고칼로리 위주의 보양 음식은 오히려 성인병을 불러일으켜 발기부전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고등어 청어 같은 등푸른 생선과 채식 위주의 자연식이 발기부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인스턴트 음식에 많이 들어있는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염분, 설탕은 혈관을 노화시켜 발기부전의 원인 중 하나인 동맥경화를 유발한다.우후죽순 제품경쟁… 원리는 비슷발기부전치료제의 원리는 비슷하다. 음경 속에 있는 혈관이 확장되어야 발기가 되는데 이러한 혈관 확장을 막는 ‘PDE-5’라는 효소를 억제해 발기를 유지시킨다. 2017년 5월 기준으로 비아그라의 제네릭(복제약)은 76개 품목, ‘시알리스(복용 후 효과가 36시간 지속)’의 제네릭은 167개 품목에 달한다. 작명 경쟁도 치열하다. 대웅제약 ‘누리그라’, CJ헬스케어 ‘헤라그라’, 동구 바이오 ‘자이그라’, 삼진제약의 ‘해피그라정’ 등은 모두 오리지널 약 비아그라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 제품들은 처방약 시장에서 선방했다. 2015년에 각각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비아그라 제네릭인 ‘팔팔’을 내세웠다. 짧은 단어 안에 건강한 성기능을 강조하고 발기의 지속시간이 오래간다는 의미를 전달한 이름이다. 이외에도 신풍제약의 바로필정, 삼익제약의 발탁스정, 한국프라임제약의 보그라정, 진양제약의 프리그라정 등도 비아그라 성분의 제네릭 제품이다. 시알리스를 성분으로 한 제넥릭 제품도 재미있는 이름을 쏟아내고 있다. 종근당의 ‘센돔’은 발음상 ‘센놈’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작명이다. ‘센돔’은 영어의 ‘센트럴(Central)’과 스위스의 가장 높은 산 이름인 ‘돔’의 첫 음절을 결합했다. 한미약품은 시알리스 제네릭인 ‘구구’로도 재미를 보고 있다. 숫자 ‘99’와 한자 ‘오랠久’의 의미를 담아 ‘99세까지 오래’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일동제약은 ‘토네이드’, 휴온스는 ‘이팔정’, 안국약품은 ‘그래서산’, 메디카코리아는 ‘예스그라’, 대화제약은 ‘설레구강’, 한국휴텍스는 ‘뉴씨그라’, 씨엠지제약은 ‘제대로필’, 삼진제약은 ‘해피롱구’, 넥스팜제약은 ‘일나스정’, 셀트리온제약은 ‘타올라스’, 서울제약은 ‘불티움정’, 영일제약은 ‘발그레정’, 대웅제약의 ‘타오르정’, 미래제약의 ‘오굳구강용해필름’, 현대약품의 ‘아작스정’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오리지널 제품인 자이데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로 가격인하를 택했다. 자이데나는 2005년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개발된 오리지널 제품. 지난해 초 가격을 최대 67% 인하하면서 매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현재 판매량은 66% 증가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제품인 SK케미칼의 엠빅스(Mvix)는 남성을 상징하는 형용사의 ‘M과’ 빅토리, 빅(Victory, Big)의 발음을 ‘vix’로 형상화한 것이다. 필름형도 발매돼 인기를 끌고 있다.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  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의학 건강 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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