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가 최대 5000원까지로 높였던 택시 호출 서비스 요금을 최대 2000원까지로 낮췄지만 택시업계가 계속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택시단체들은 공적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 택시요금이 실질적으로 카카오의 손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 등을 통한 문제제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오후 4시부터 카카오택시(카카오T)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0~5000원’에서 ‘0~2000원’으로 재조정했다. 돈을 더 내면 카카오 택시를 쉽게 잡는 기능인 스마트 호출엔 지난달 30일부터 최대 5000원의 탄력 요금제가 적용됐었다. 이전까지는 주간 1000원, 심야(오전 0~4시) 2000원 일괄 요금이었지만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수요가 몰리지만 택시 운행은 충분치 않은 심야 시간대 등에 추가적인 호출료를 적용하고 이 가운데 60%는 택시기사가 가져갈 수 있게 해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사실상의 요금 인상으로 간주돼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최대 요금을 2000원으로 낮추는 등 사실상 요금인상을 백지화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료가 주간에는 1000원을 넘지 않도록 해 기존과 최대한 비슷하게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호출료를 둘러싼 논란은 표면적으로 진화됐지만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최대 2000원의 호출료 부과도 실질적으로는 택시 요금을 높이는 것이다. 시민들이 택시 운임과 서비스 요금을 따로 구분지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택시요금 결정권이 카카오의 손에 쥐어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택시단체는 카카오 가맹택시의 경우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뿐만 아니라 길에서 택시를 잡아탄 승객이 낸 요금에서도 수수료를 떼 가는 구조나 콜 몰아주기 의혹 등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양 측 갈등이 이어지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택시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택시단체가 꾸준히 민원을 제기하면서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택시 운임은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서비스 사업자가 부과하는 ‘서비스 요금’은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플랫폼 중개사업자는 운송플랫폼 이용 요금을 정할 때 국토부 신고 절차만 밟으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마트 호출료의 경우 중개 요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요금을 부과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권한도 없다”면서도 “사회적인 논란이 크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T가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전력 관리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7년 대비 35%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16일 KT는 AI를 활용해 IDC 내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 제어하는 ‘AI IDC 오퍼레이터’를 KT 목동IDC2센터에 시범 적용하고 앞으로 KT의 전 IDC에 순차 적용한다고 밝혔다. 항온·항습이 중요한 IDC에서 AI 솔루션을 활용하면 수동으로 개별 장치를 조절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KT는 이 기술을 통해 올해 목동·분당·강남 IDC에서 1300만kWh(킬로와트시)의 소모전력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규 IDC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절감 신기술을 적용하고 태양광 에너지·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마지막 편인 오늘은 유아용 카시트를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자동차는 사람과 사물이 물리적으로 이동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참 편리한 동반자이지만 낮지 않은 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방어운전을 기본으로 주의 깊게 운전한다면 위험성을 낮출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고 가능성을 ‘0’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이런 위험 속에서 아이들은 더 취약한 처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보다 신체가 작고 약한데 차량은 오랫동안 성인을 기준으로 설계돼 왔습니다.저 역시 자주 두 아이를 차에 태우는 운전자로서, 카시트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취재했던 내용으로 오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카시트에 대한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이소픽스가 적용돼 있든 아니든, 시판되는 어떤 카시트를 써도 제대로만 쓴다면 충분한 안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오착용 사례가 많기 때문에 어떤 카시트를 쓸 지 고민하는 것보다 제대로 장착·이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로 요약됩니다.● 사고가 들이닥쳤을 때… 뒷좌석 카시트는 괜찮습니까?10년 가까이 운전 하면서 가장 아찔했던 일을 지난해에 경험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끝단에서 잠원고가차도로 빠지는 길. 앞서서 빠진 차가 비상등을 미리 켜지도 않고 갑작스레 차를 세웠습니다.과속을 하지도 한눈을 팔지도 않고 있었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앞차가 정차하고 나니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습니다.급히 제동해서 차를 세우면 설혹 추돌하더라도 크게 다칠 사고로 이어지진 않을 것 같았는데 당연히 확신할 순 없었습니다.그때 머리를 스친 생각은 뒷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카시트 안전벨트를 얼마나 잘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차에 영·유아가 탄다면 카시트를 잘 장착하고 아이들이 싫어해도 카시트 안전벨트를 잘 채우는 것은 운전자의 당연한 의무입니다.하지만 카시트 안전벨트의 어깨 부분을 제대로, 강하게 조일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는 때때로 카시트를 불편해하는 아이들과 타협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느슨하게 안전벨트를 채워놓으면 아이들이 팔을 빼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앞차는 생각보다 빨리 가까워졌습니다. 직전에 옆 차선을 살폈을 때 바로 옆과 앞에는 차가 없었고 오른쪽 뒤쪽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있었던 상황을 생각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으며 오른쪽 차선으로 차를 틀어서 사고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앞 차의 운전자는 길을 잘못 빠졌다는 생각으로 차를 세웠겠지만 운전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하지만 누구의 잘못이 크건 간에 사고가 나면 저와 가족들 역시 작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됩니다. 결국 나의 안전은 내가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사고를 피했고 카시트도 비교적 잘 채워놨다는 것을 나중에 눈으로 확인은 했지만, 그때의 경험 이후로는 ‘카시트 안전벨트는 강하게 체결한다’는 원칙을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사고에 준하는 급제동이나 실제 추돌 사고가 벌어지면 막연하게 ‘카시트에 앉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아이들이 안전해 질 수 없다는 것을 아찔한 경험으로 직접 느꼈기 때문입니다.● “카시트, 제대로 설치할 수 있다면 아이소픽스 아니어도 무관” 이런 카시트 안전 문제와 오착용 문제 등에 대해서 완성차 제조사에 문의를 해봤습니다만… 쉽게 답을 얻기는 어려웠습니다.완성차 기업은 직접 카시트를 생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고와 안전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입니다.안전에 대한 문제는 누구도 쉽사리 책임질 수 없습니다. ‘이 정도면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제가 궁금했던 문제들은 결국 현대차의 사내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지금은 별도로 분사한 카시트·유아용품 기업 ‘폴레드’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안전에 대한 취재는 저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식적인 충돌 안전 테스트를 할 때 폴레드의 카시트를 이용하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검증된 곳으로 판단하고 카시트에 대한 의문을 직접 물어 봤습니다.이 폴레드 측에서 거듭 강조한 것이 바로 ‘카시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하게 이용하느냐란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정확한 이용은 크게 보면 카시트 장착과 카시트 안전벨트 착용 두 가지인데요.차량 안전벨트를 이용하지 않고 차량 구조물에 직접 카시트를 고정하는 ‘아이소픽스(ISOFIX)’ 방식에 대한 의견은 카시트 장착 문제와 연결됩니다.차량의 안전벨트를 이용해서 고정하는 카시트와 아이소픽스 방식 모두 “제대로만 이용한다면 카시트 안전 확보에 충분하다”는 것이 폴레드의 설명이었습니다.그렇다면 아이소픽스 같은 기술은 왜 도입된 것일까요. 안전벨트를 이용해서 고정하는 카시트는 그동안 오장착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차량 안전벨트를 이용하는 카시트는 통계에 따라서는 제대로 장착한 경우가 30%에 불과할 정도로 오장착 비율이 높은 반면 아이소픽스는 90% 이상이 제대로 장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장착하기 편리할뿐더러 정확하게 장착했는지 여부를 이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 아이소픽스의 장점입니다.아이소픽스 방식이 아니라 안전벨트를 이용하는 카시트를 쓰는 경우에는 사용설명서의 지침에 따라서 정확하게 장착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절반 가까이는 안전벨트 제대로 안 채우는 것으로 판단”저의 아찔한 경험을 먼저 말씀드린 것은 카시트 안전벨트 착용 측면에서 실제 이용자들이 카시트의 안전벨트를 제대로 안 채우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폴레드에서도 보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영·유아용 카시트가 주로 활용하는 5점식 안전벨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안전벨트, 특히 어깨벨트 부분인데요.카시트 구매 고객들의 사진이 포함된 후기 등을 통해서 분석한 바로는 △느슨한 착용 △한 팔만 착용 △두 팔 다 미착용 등의 오착용 사례가 많게는 50%에 이른다고 합니다.이런 상태로 사고가 나게 된다면 벨트는 아이의 상반신을 제대로 잡아줄 수 없습니다.그러면 사고 시에 큰 힘으로 아이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머리, 목, 가슴 부위에 큰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강한 충돌에서는 카시트에서 아이가 튕겨져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어깨벨트를 지나치게 느슨하게 착용하거나 아이가 아예 두 팔을 다 빼버린 상황을 가정하면 사고 시에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여기에 대한 폴레드 측의 답변은 “어깨를 완전히 뺀 상황 등은 계측이 힘들기 때문에 심각한 오착용 상황에서의 사고 관련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카시트를 제대로 이용했을 때보다는 카시트나 안전벨트를 아예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 훨씬 가까운 결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였습니다.카시트에 앉힌다고 해서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고 정확하게 장착하고 안전벨트를 제대로 채워야 성인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 충돌안전 테스트에서는 ‘완전밀착’ 상태로 실험”현대차를 비롯한 제조사들의 충돌 실험에서 ‘더미’라고 불리는 인체 모형을 활용합니다. 어린이 충돌안전 평가를 위해서는 국내와 유럽에서 모두 6세와 10세 기준의 더미로 테스트가 이뤄집니다. 6세 어린이 모형의 경우 카시트에 앉히고 5점식 안전벨트를 채울 때 200N(뉴턴)의 힘으로 잡아당겨서 어깨벨트를 고정한다고 합니다.쉽게 말하면 어린이 모형을 카시트에 최대한 밀착시켜서 충돌 안전도를 테스트한다는 것인데요.이건 결국 소비자들이 여러 종류의 차량 안전도 테스트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을 누리려면 상당히 강하게 어깨벨트를 조여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이런 점 때문에 카시트 제조사에서는 사고 위험을 감지했을 때 카시트의 안전벨트를 미리 조이는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합니다.폴레드에 따르면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안전벨트를 조이는 기술(프리 세이프)을 최초로 적용한 카시트로 실제 충돌 테스트를 했을 때 머리는 33%, 가슴은 21%가량 상해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사고 위험을 감지했을 때 다른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안전벨트를 강하게 조인다는 신기술 개발 방향은 결국 ‘카시트의 좋고 나쁨보다는 얼마나 잘 체결·착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안전벨트 밀착은 타협 불가… 뒤보기는 오래할수록 좋아”카시트의 안전벨트를 제대로 조이긴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너무 싫어하고…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없을까요.이 문제는 뾰족한 답이 잘 안 보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카시트 안전벨트를 제대로 채우는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계속 인식시키는 것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한국의 부모님들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이 문제에서 다소 관대하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아직은 카시트 문화가 덜 정착된 것에 따른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뒤보기 카시트의 경우 만 1세까지의 이용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체 사이즈에 맞는 카시트로, 더 오랫동안 뒤보기를 할 수만 있다면 계속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아이들이 크면서 뒤보기를 싫어하는 것이 문제일 뿐, 영·유아를 사고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에 뒤보기가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역방향 카시트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정책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를 줄인 사례()가 있습니다.일반적인 형태의 카시트를 사용할 연령이 지난 다음에 쓰게 되는 ‘부스터 카시트’의 경우 차량의 안전벨트가 아이의 목을 지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사고 시에 고정되는 안전벨트가 탑승자의 목 위를 지난다면 상반신을 고정시켜서 보호해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이 앞으로 꺾이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안전벨트가 아이의 목이 아니라 어깨와 가슴을 지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부스터 카시트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2019년 1월부터 최근까지 2년 반 동안 자동차 분야를 취재했고 지난해 5월 23일부터는 주말마다 휴일차담을 연재했습니다.휴일차담은 오늘 마지막 편까지 모두 50개의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만났습니다.자동차 분야의 다채로운 측면을 최대한 충실한 이야기로 매주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린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마음처럼 잘 해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기에 그동안 이야기를 계속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카시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은 막을 내리지만 앞으로도 동아일보에서는 자동차와 자동차 산업에 대한 더 좋은 기사들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저도 새롭게 취재하게 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좋은 기사와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1년 넘는 기간 동안 휴일차담에 과분한 호응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여당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이 유발하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중점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의 ‘갑질’을 부각하고 소상공인 보호를 강조하면서 적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1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OT)’을 열어 플랫폼 기업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국정감사에서 공동으로 문제 제기에 나서기로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민주당이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를 계기로 갑(甲)의 횡포로부터 을(乙)을 지키겠다는 모토를 내걸고 출범한 조직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는 당내 민생기구로 우원식, 홍익표, 윤관석 등 민주당 의원 74명이 포함돼 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자 이 문제를 주요 국정감사 과제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발 사회 갈등의 중재를 내세웠지만 거대 플랫폼 기업의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랫폼의 문제를 ‘갑을 관계’로 보고 택시기사,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 플랫폼 종사자, 소비자 등 약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규제 공백, 소상공인 및 플랫폼 노동자의 희생 속에 어느새 경제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이슈를 확산하기 위해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 경영진 다수를 국정감사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쿠팡 경영진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세부 조율을 거쳐 원내지도부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플랫폼을 겨냥한 규제 입법 움직임에 IT, 스타트업 업계에선 혁신을 저해하고 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온라인 이용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영세한 자본으로 신사업에 도전하는 IT 기업, 스타트업까지 갑(甲)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與 “요금 일방인상 등 플랫폼 횡포 규제”… IT업계 “혁신 저해 우려” 與을지로위 ‘플랫폼 횡포’ 규제 착수 “과거 문제가 됐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하청구조보다 더 심각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도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한 것은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는 데 비해 관련 법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 등 부작용을 부각하면서 내년 3월 대선까지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수수료 등 곳곳서 갈등…플랫폼에 규제 메스 과거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로 갈등을 빚자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는 등 사안별로 개입한 사례는 있어도 이번처럼 모든 영역의 플랫폼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상공인, 플랫폼 종사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도 많아져 내년 대선 전까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가맹점주들은 독립 점주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요구에 따라야 하면서도 책임은 오롯이 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을지로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다루려고 하는 플랫폼 경제 관련 현안은 크게 10가지다. 이 중에서 플랫폼이 오프라인의 소상공인, 전문직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현안이 7개로 가장 많다. 을지로위원회가 각 산업계에서 문제 제기를 받은 플랫폼 영역은 교통(택시) 배달 숙박 패션 부동산 안경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이다. 소상공인 등 기존 산업계 측은 플랫폼 기업이 특정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뒤 우월적인 지위에서 불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를 우려하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을지로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쿠팡은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를 먼저 노출시키는 ‘아이템 위너’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을 출혈경쟁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면서 기존 산업계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택시 기사와 법인 사업자가 모인 4개 단체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가 ‘스마트호출’의 이용료를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올린 것을 두고 “승객 입장에선 요금 인상과 다르지 않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 밖에 플랫폼 운영사나 협력업체 직원의 근로 환경 개선, 구글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의 이용자 피해,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등도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스타트업 혁신까지 죽일 수도”플랫폼 확산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규제 입법부터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갈등은 업종이나 이해관계자마다 입장이 크게 갈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 내에서도 구글 등 해외 빅테크 기업,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 영세 스타트업 등마다 상황이 다르다. 성급한 규제로 자칫 혁신의 불꽃이 꺼지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IT·스타트업 업계에선 민주당의 국정감사, 입법 전략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 신중하게 접근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만 고려하고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12일 첫 오리엔테이션(OT) 행사에서부터 소상공인 단체 등만 초청하고 실이용자(소비자)나 플랫폼 운영사 측의 이야기는 청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T 기업과 스타트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 등은 을지로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안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마련해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T 업계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혁신 스타트업까지 갈등이 빚어졌다는 이유로 제재하는 것은 신사업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플랫폼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플랫폼 경제‘승강장’을 뜻하는 플랫폼과 경제를 합친 말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 삼아 상품 및 서비스를 거래하는 활동.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존 산업구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독과점 등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정부도 플랫폼 기업 규제 논의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규제의 주도권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12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플랫폼 기업 규제와 관련해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각각 국회 상임위원회에 발의돼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공정위를 중심으로 한 정부 발의 안으로, 온라인 플랫폼 상거래에서 공정거래 질서 확보 등이 골자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사업자 사이에 계약서 교부를 강제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내용 등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위의 의견을 수렴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은 상거래뿐 아니라 검색,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활동에서 종합적인 규제를 내세우고 있다. 법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등의 용어를 정의하고 방통위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각종 거래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공정위 안은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대해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방통위 안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플랫폼 규제권한을 누가 갖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기관은 최근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조사·시정 권한을 방통위에 부여한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 측은 ‘중복규제’라며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앱 마켓 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라며 IT 전문성을 가진 방통위가 규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방통위는 올 6월부터 민관학 합동 정책 협의체인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플랫폼 규제 입법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말까지 관련 보고서를 낼 계획인 협의체 내부에서는 일본의 사례 등을 참고해 별도의 플랫폼 규제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SK텔레콤이 2분기(4∼6월)에 5G 가입자 증가와 미디어·커머스 등 ‘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성장으로 396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활동이 크게 늘면서 국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2개 분기 연속으로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SK텔레콤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3966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4조81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이동통신 분야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한 3조216억 원, 영업이익은 21.7% 증가한 3284억 원이었다. 2분기 말 기준 5G 서비스 가입자가 770만 명으로 전 분기 대비 96만 명 증가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사업이 안정화된 결과다. 미디어·융합보안·커머스 등을 포함하는 ‘뉴 ICT’ 분야 매출은 1조57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 증가했다. 미디어 사업은 인터넷TV(IPTV) 가입자 순증 등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이 8.7% 증가한 9971억 원을 나타냈고 영업이익도 4.9% 늘어난 6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융합보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증가한 3698억 원, 3.1% 감소한 286억 원이었다. 11번가와 SK스토아로 꾸려진 커머스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한 2110억 원이었다. SK텔레콤보다 먼저 실적을 발표한 KT(4758억 원)와 LG유플러스(2684억 원)의 영업이익까지 합산하면 국내 통신 3사는 2분기에 총 1조140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5G 가입자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는 기업의 비대면 업무 확대로 트래픽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 회선 매출이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신 3사가 저마다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 분야에서도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KT의 경우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미디어·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의 매출 증가세가 지속됐고 LG유플러스도 솔루션과 인터넷 데이터 사업(IDC)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사업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성장과 더불어 통신 사업에서도 시장 안정화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당분간 통신사들의 호실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LG유플러스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와 국내 통신사 독점 제휴를 체결하고 요금제 연계 서비스를 선보인다. LG유플러스는 10일부터 5G·LTE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에게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3∼6개월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 고객들은 국내 음원을 포함해 전 세계 178개국에서 제공 중인 약 7000만 곡의 음원을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178개국에서 1억65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정혜윤 LG유플러스 IMC담당(상무)은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장점인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T가 5G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2분기(4∼6월)에도 지난 분기에 이어 4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10일 KT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4758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38.5% 늘어난 수치다. KT는 1분기(1∼3월)에도 44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2분기의 매출은 6조2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KT는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미디어·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의 매출 증가세가 지속됐고, 5G, 초고속인터넷 등 기존 주력 사업도 우량 가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G 가입자 확대로 무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1조7885억 원을 나타냈다. 2분기 말 기준 5G 누적 가입자는 501만 명으로 후불 휴대전화 가입자의 35%를 차지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는 기업들의 비대면 업무 확대로 트래픽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 회선 매출이 4.2% 성장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전기자전거 서비스의 분당 이용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최대 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택시 호출을 포함해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 달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본요금 1500원(15분 기준)에 이후 분당 100원을 부과했던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 등에서는 다음 달 6일부터 기본요금 200원(0분)에 분당 150원을 받는다. 30분을 쓴다면 요금이 기존 30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카카오T 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1만여 대의 전기자전거를 운행 중이다. 사실상의 요금 인상으로 고객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들의 이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단거리 이용이 많은 상황을 감안해 요금제에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대리기사 호출, 퀵·택배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의 탄력 요금제로 변경한 바 있다. 또 최근 신규 법인을 통해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고 전화 호출 시장에도 진입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성 확보에도 나서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전기자전거 서비스의 분당 이용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최대 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택시 호출을 포함해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달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본요금 1500원(15분 기준)에 이후 분당 100원을 부과했던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 등에서는 다음달 6일부터 기본요금 200원(0분)에 분당 150원을 받는다. 30분을 쓴다면 요금이 기존 30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또 경기 안산시와 대구, 부산, 광주, 대전에서는 기본요금 300원(0분)에 1분당 요금 140원으로 바뀐다. 마찬가지로 30분을 이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용요금이 기존 30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카카오T 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1만여 대의 전기자전거를 운행 중이다. 사실상의 요금 인상으로 고객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들의 이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단거리 이용이 많은 상황을 감안해 요금제에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대리기사 호출, 퀵·택배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의 탄력 요금제로 변경한 바 있다. 또 최근 신규법인을 통해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고 전화 호출 시장에도 진입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성 확보에도 나서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제가 그동안 경험해 본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지난주부터 오래간만에 휴일차담을 재개했습니다만… 최근 저의 취재 영역이 자동차에서 IT분야로 바뀌면서 휴일차담은 이번 주와 다음 주 정도가 마지막 연재일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2년 반 동안 자동차 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 여러 종류의 차를 타본 경험을 편하게 한번 정리해 보려는 생각인데요.제 마음대로 여러 브랜드의 장점을 조합해 볼 수 있다면 이 브랜드의 이런 장점만은 꼭 쓰고 싶다는 것을 편하게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차의 주행 성능과 승차감이 뛰어난지, 어떤 브랜드의 내·외장 디자인이 가장 매력적인지… 이런 핵심적인 영역을 비교해 보려는 것은 아닙니다.이런 영역은 각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가격’이라는 변수와 무관하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차가 좋더라’고 쉽게 얘기하기 힘들기도 합니다.오늘의 이야기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가 가진 특징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편하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파워트레인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장점이 뚜렷차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파워트레인입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과 변속기를 얘기하는 개념입니다.전기차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자면 어떻게 동력을 발생시켜서 구동계통으로 전달하느냐의 문제 전반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내연기관차냐 전기차냐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냐… 내연기관차라면 몇 기통에 배기량이 얼마나 되는 엔진에 어떤 변속기를 물렸느냐는 문제 등이 있을 텐데요.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가진 장점이 가장 뚜렷해 보입니다.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배터리 전기차(BEV)의 배터리를 모두 가진 개념의 차인데요.내연기관과 배터리 각자의 능력만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외부 전력을 이용해 배터리 충전도 할 수 있는 차입니다. 도심의 짧은 거리 주행 정도는 배터리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으면서 내연기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주행거리 측면에서 제약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실제로 경험해 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존보다는 배기량과 출력을 줄인 내연기관에 배터리의 힘이 더해지는데 기대 이상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내연기관차와 이질감이 별로 없으면서도 나름대로 친환경을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장점입니다.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내연기관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가진 특징을 모두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합니다.그런 만큼 제조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차량 공간 측면에서도 조금 불리합니다.● 변속레버는 ‘컬럼식’에 한 표파워트레인을 얘기한 김에 변속레버 조작 방식을 이어서 얘기해보겠습니다.기계식·전자식 기어봉, 버튼식, 다이얼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속기를 조작하는 차를 타봤습니다만…저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가 주로 선택하고 있는 칼럼식 변속레버의 장점이 확실하다고 느꼈습니다. 변속레버를 운전대 오른쪽에 방향지시등처럼 배치하는 방식인데요. 어차피 수동 변속기가 거의 사라진 시대에 운전가 선택할 변속 옵션은 전진(D), 후진(R), 주차(P) 정도가 거의 전부입니다.이런 변속을 위해서 매번 고개를 오른쪽 아래쪽으로 크게 돌릴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 칼럼식 변속레버를 써보면 알 수 있습니다.오른속으로 레버를 위로 치면 후진, 아래로 치면 전진, 엄지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면 주차. 단순합니다.조금만 손에 익으면 시선을 돌릴 이유도 손을 멀리 가져갈 필요도 없이 변속이 가능합니다.후발주자인 테슬라도 이런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메르세데스벤츠가 이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른 이유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토홀드 활성화 방법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장점메르세데스벤츠의 차를 시승하면서 편리했던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오토홀드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입니다.오토홀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아서 차를 정차시키고 난 뒤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스스로 제동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인데요.대부분의 브랜드는 버튼을 눌러서 이 기능을 켜놓으면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을때 이 기능이 자연스레 활성화되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좀 다른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데요.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한번 더 꾹 밟아주면 오토홀드 상태로 전환됩니다.버튼을 눌러서 오토홀드 기능을 켜고 끄는 일반적인 방식이 가진 단점은 주행을 끝내고 주차장에 들어왔을 때 느낄 수 있습니다.전·후진을 반복해서 차를 주차해야 할 때 오토홀드 기능이 켜져 있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버튼을 찾아서 기능을 따로 꺼줘야 합니다.또 오토홀드가 꺼진 상태로 도심 주행을 하다가 불편함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로 버튼을 찾아서 다시 켜줘야 합니다.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방식은 발을 한 번 더 밟아주면 되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메르세데스벤츠의 파워트레인이나 기본기 등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실제로 시승을 해 볼 때마다 이런 오토홀드 방식과 칼럼식 변속레버의 편리함은 꽤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참고로, 경찰에서는 오토홀드 기능이 도심 접촉사고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얘기를 하니 독자 여러분들도 주의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오토홀드가 켜진 것으로 알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앞차를 추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볼보와 현대차저는 시승을 할 때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최대한 충분하게 써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실제 활용도가 높은 편이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기능인데 브랜드별로 차이가 꽤 느껴지는 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각 브랜드에 물어보면 어느 브랜드의 기술이 더 뛰어난지 보다는 각 브랜드의 원칙과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그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아무튼, 저는 국내에서 운전을 한다면 볼보와 현대차의 ADAS를 적절히 섞어서 쓰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우선 ‘파일럿 어시스트’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볼보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걸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그 직후부터 계속 경고하다가 기능을 꺼버립니다. 물론 어렵지 않게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성가실 정도로 경고하고 또 경고합니다.어떻게 보면 불편합니다. 하지만 운전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안전일 수밖에 없습니다.때로는 운전자 스스로 방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볼보가 가진 “운전대 놓지 마세요”라는 원칙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현대차그룹의 ADAS는 전반적으로 볼보에 비해 꽤 관대한 편인데요. 조금 느슨하게 경고하는 편이고 국내 고속도로 주행에 최적화된 느낌입니다.지도 정보와 연동해 속도 단속 구간에서는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기술 등은 장거리 운전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사실, 제가 경험해 본 거의 모든 브랜드가 상당히 믿을만한 ADAS로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운전을 도와주는 것 같았습니다.운전자가 ADAS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문제에 대해서도 볼보와는 다른 방식으로 엄격하게 대응하는 브랜드가 많았습니다.운전자가 차의 경고를 무시하면 해당 주행에서는 다시 기능을 켤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방식입니다.안전과 직결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가 공을 들이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거의 편차가 없다는 생각입니다.사실,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혹은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고 이름 붙인 기능들도 자율주행이 아니라 이 ADAS에 해당하는데요.저는 테슬라의 방식은 종종 꽤 위험한 상황을 빚어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이런 기능에 대한 테슬라의 작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제가 다른 칼럼(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10&oid=020&aid=0003353040)에서도 지적한 바 있으니 함께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테슬라’가 압도적 테슬라 얘기를 시작했으니 ‘소프트웨어’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요즘 차는 빠르게 IT 기기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달리는 스마트폰이 될 시점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인데요.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테슬라의 강점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듯 합니다.테슬라의 모델S를 짧게 시승해 본 기간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테슬라코리아에서 시승차를 인도받으면서 속도 제한을 푸는 걸 보면서부터 ‘다른 차들과는 전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원격으로 최고 속도를 포함해 차의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기존의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여전히 차가 중심에 있고 그 위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계속 추가하는 것 같은 기존의 브랜드와는 달리 잘 설계된 소프트웨어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는 것이 테슬라에서 받은 인상입니다.실제로 테슬라는 다양한 종류의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서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차의 기계적인 성능까지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은 기존의 브랜드에게는 충격에 가까운 개념입니다.주변을 지나가는 차가 승용차인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지, 트럭인지까지를 화면으로 보여주는 테슬라 차량의 놀라운 특징은 기존 휴일차담(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3&oid=020&aid=0003331362)을 통해 다시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마세라티의 배기음과 현대 고성능차 ‘NGS’ 버튼도 큰 재미 차를 타면서 톡톡 튀는 재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고성능을 앞세운 차들이 주는 재미가 적지 않은데요.배기음 측면에서는 마세라티라는 브랜드가 주는 강렬함이 실제로도 상당했습니다.마세라티 브랜드 안에서는 낮은 가격대인 스포츠 세단 ‘기블리’를 타보면서 중후한 배기음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는데요.공회전 상태와 저속에서도 충분히 ‘크르릉’ 소리를 내고 속도를 높여도 과하게 커지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왜 마세라티라는 브랜드에서 그렇게 소리를 강조하는지 고개를 끄덕일 만했습니다.이 차에서는 작은 버튼으로 가속·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파워 풋 페달’ 기능도 눈에 띄었습니다.운전석 위치와 스티어링 휠 위치만이 아니라 페달의 위치까지 조절을 할 수 있다면 운전가가 원하는 자세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고성능 브랜드로 ‘N’을 내세운 현대차에도 꽤 재미난 기능이 있었습니다. N 브랜드의 차량이 갖고 있는 NGS(N Grin Shift) 버튼인데요.제가 타본 벨로스터N의 경우 이 버튼을 누르면 20초 동안 추가적인 가속력을 쓸 수 있었습니다. 보통 도로에서 실제로 얼마나 활용성이 있겠습니까만…20초라는 한정된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동그란 원으로 보여주는 이미지까지 만화영화 같은 재미를 주는 기능입니다.● AMG의 ‘원맨-원엔진’, 롤스로이스의 ‘에포트리스 도어’… 비싼 차들만의 ‘플렉스’상당히 비싼 차들을 시승할 때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도 있습니다.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차 라인인 AMG의 경우 엔지니어 한 명이 AMG 엔진 하나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고 제작을 마치면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을 해당 엔진에 새기는 ‘원 맨-원 엔진’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8기통 엔진을 눈으로 확인해보면 엔지니어의 이름이 쓰여 있는 배지를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AMG 차량들은 가격이 상당한데, 그만큼 특별한 차를 타고 있다는 ‘감성’을 공략하는 부분이겠습니다.고급차의 대명사 같은 롤스로이스는 앞문과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인 뒷문이 유명한데요.‘뉴 고스트’를 시승하면서는 문손잡이를 계속 당기고만 있어도 천천히 문이 열리고, 손으로 직접 문을 밀 때도 내부의 모터가 슬며시 힘을 보태주는 ‘에포트리스 도어’가 기억에 남습니다.문을 힘껏 닫지 않아서 조금 덜 닫혔을 때, 차가 알아서 문을 꽉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 도어’는 판매 가격이 1억 원이 안 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하지만 이런 ‘에포트리스 도어’와 같은 개념은 가장 싼 차의 가격도 수 억 원대인 롤스로이스이기에 적용 가능한 개념 아닐까 싶습니다.고속으로 주행해도 바퀴 한 가운데에서는 ‘RR’이라는 로고가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이른바 ‘스피닝 휠캡’ 같은 장치도 당연히 탐이 나는 기술입니다. ●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며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세계’ 오늘의 휴일차담은 아무래도 저의 개인적인 인상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저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수 있습니다.변속 레버만 해도 여전히 기계식이든 전자식이든 기어봉의 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다이얼 혹은 버튼 방식이 좋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문제에서도 테슬라의 도전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하는 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실제로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들이 저마다 다른 철학으로 서로 다른 디자인과 성능의 차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의 공세가 더 거세지는 모양새인데요. 그만큼 다양한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이겠습니다.이런 경쟁으로 ‘자동차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성능과 다양한 부가기능 그리고 가격 측면에서도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겠지요.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마지막 휴일차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겠다고 외치는 자동차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엔 메르세데스벤츠가 2025년부터 새 모델은 모두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볼보도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머지않은 미래에 전기차가 전 세계의 도로를 장악할 것 같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는 15억 대쯤 된다.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는 200만 대를 조금 넘겼다. 보급 속도가 더 빨라져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모두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전환 속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차는 전기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이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전기차는 잘 갖춰진 전력 시스템을 요구한다. 한국 같은 나라라면 큰 문제가 없다. 2030년 전기차 300만 대 보급 계획을 세운 한국은 그에 걸맞은 전력 인프라를 준비할 능력과 자원이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상황은 다르다. 전기차 충전을 위한 인프라와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이 모두 열악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15억 대 자동차 가운데 7억 대 가까운 차량이 아시아와 남미, 중동 등 이른바 신흥시장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신흥시장에는 여전히 ‘가성비’ 좋은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지역이 많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한 이런 지역에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를 보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기차가 결국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도 봐야 한다. 2030년 국내에 30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됐을 때 충전을 위한 주발전원은 석탄화력과 원자력 순서일 것으로 분석된다. 탄소 배출 문제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유리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전기차 비중이 점차 커져 충전을 위한 전력 생산에 더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의 공존이 최적의 대안일 수 있다. 최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라는 기술이 주목받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기로 주행하지만 배터리 충전에 내연기관을 쓰는 기술이다. 충전 역할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회전수를 고정할 수 있는 엔진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충전 인프라로 인한 제약은 전기차보다 훨씬 작다. 볼보나 메르세데스벤츠처럼 비싼 차를 파는 자동차 기업이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외치고 있다는 점에도 힌트는 있다. 볼보는 연간 100만 대에 못 미치는 차를 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도 200만 대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들 브랜드의 주요 시장은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차를 생산해 더욱 다양한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도요타 같은 대중 브랜드는 꽤 먼 미래에도 여전히 많은 양의 내연기관차가 판매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화 통화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이른바 ‘전화콜’ 시장에 카카오가 본격 진입하려 하자 대리운전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대리운전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CMNP는 전화콜 업계 1위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함께 신규 법인인 ‘케이드라이브’를 최근 설립하고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았다.카카오는 2016년 모바일 앱 대리호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하루 평균 30만 콜, 연간 3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리운전 시장에서 모바일 앱의 비중은 20% 정도에 그친다. 전화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전화콜이 여전히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시장에 진입하기로 하면서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이 커졌다. 이들은 전국 수천 곳의 소규모 대리운전회사 운영자와 전화콜 상담원 등이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한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가 배달콜 사업을 넘어서 우량 배달음식점을 직접 인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플랫폼의 사업 혁신이 아니라 자본의 골목상권 침탈”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5일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전화콜 시장의 만족도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화통화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이른바 ‘전화콜’ 시장에 카카오가 진입하려 하자 대리운전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가 모바일 앱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기존 사업을 뛰어넘어 전화콜 사업까지 진입하는 것은 일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4일 대리운전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CMNP는 최근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신규 법인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고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았다. ‘1577 대리운전’은 전화콜 업계 1위 서비스였기 때문에 기존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가 전화콜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운전 업계는 2016년에 이미 ‘카카오T’를 통해 모바일 앱 대리호출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가 전화콜 시장에 뛰어들지만 않으면 공존이 가능할 것으로 봐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을 기준으로 국내 대리운전 시장은 하루 평균 30만 콜, 연간 3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은 20% 정도에 그치고 전화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전화콜이 여전히 80%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20·30대의 젊은 운전자와 여성 운전자는 카카오 모바일 콜에 대한 선호가 크지만 4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전화콜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시장에 진입하기로 하면서 결국 전국 수천 곳의 소규모 대리운전회사 운영자와 전화콜 상담원 등이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내비게이션 앱 ‘T맵’에서 ‘1800-0030’이라는 전화번호를 이용해 전화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 역시 대리운전 업계가 반발하는 대목이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가 배달콜 사업을 넘어서 우량 배달음식점을 직접 인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플랫폼의 사업 혁신이 아니라 자본의 골목상권 침탈”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전화 대리업체 코리아드라이브와 안정적인 협력 모델을 운영해보고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일부 지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전화콜 시장의 만족도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넷마블이 세계 3위의 모바일 소셜 카지노 게임 업체 ‘스핀엑스’를 21억9000만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인수한다.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2일 넷마블은 스핀엑스의 지주사 ‘레오나르도 인터랙티브 홀딩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소셜 카지노는 카지노에서 할 수 있는 슬롯머신, 포커 등을 온라인·모바일로 옮겨 사이버 머니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게임을 말한다. ‘스리 매칭 퍼즐’ 장르와 함께 가장 많은 글로벌 이용자가 즐기는 캐주얼 게임 장르로 꼽힌다. 2014년 홍콩에서 설립된 ‘스핀엑스’는 모바일 소셜 카지노 장르 매출 기준 세계 3위 기업이다. ‘캐시 프렌지’ ‘랏처 슬롯’ 등의 게임으로 지난해 49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승원 넷마블 대표는 “소셜 카지노 장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주력 장르인 역할수행게임(RPG)에 더해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게 됐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이 두 달여 만에 다시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2월 중순부터 자동차팀 대신 특별취재팀에 파견돼 일 하면서 5월 말부터는 휴일차담을 쓰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연재를 기다리셨던 독자분이 있다면 죄송할 따름입니다.이 기간에 저는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떠오른 K팝 아이돌의 세계를 취재했습니다.자동차와 조선, 철강 같은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을 취재하다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이는 ‘K팝’을 취재하면서 느꼈던 뜻밖의 사실을 오늘 휴일차담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한국의 전통 제조업이 성장했던 방식과 K팝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은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K팝이 한국 전통 제조업과 닮았다?K팝 아이돌에 대한 취재는 2021년 바로 지금, 세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게 만든 K팝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습니다. 전 세계가 열광한다는 K팝,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 아이돌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 것인지, 우리는 익숙해 보이는 아이돌이라는 세계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이런 궁금증이 취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현장 취재가 쌓여가고 그 세계를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한국적이다’는 느낌이었습니다.너무 화려하고 글로벌해 보여서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던 이 산업도 실은 한국의 현재를 일궈낸 전통 산업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낮 기온이 섭씨 35℃를 넘나드는 요즘 날씨에도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만드는 제철소의 용광로에서는 두꺼운 방화복을 입은 직원들이 뜨거운 쇳물이 나오는 구멍인 출선구를 열고 닫는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한국의 이런 주요 제조업에서는, 서구의 기술이 직접 혹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전해졌지만 이를 따라잡으려는 치열한 노력으로 이들 못지않게 발전했거나 심지어는 넘어선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가 대표적입니다. 포스코는 출발부터 신일본제철의 지원으로 첫 용광로를 지었습니다. 포스코에는 이 이후에도 일본의 제철소에 견학을 갔던 직원들이 각자 구역을 나누고, 눈으로 직접 본 모습을 화장실에 모여서 그려 맞추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키워 왔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통해 11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뽑히는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긴 침체기를 지나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산업, 조선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72년 울산의 어촌마을에서 시작한 이 산업은 숨 막히는 여름에도 용접복과 귀마개, 방진마스크, 용접용 마스크까지 쓰고 두꺼운 철판을 용접 했던 수많은 근로자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과거의 강자 일본을 조선업 변방으로 밀어내고 지금 자리까지 왔습니다. 무섭게 추격하는 것 같은 중국은 이런 용접의 손길 하나하나에서 한국에 뒤쳐진다고,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용접된 자리를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조선업의 심장인 울산과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K팝을 우뚝 세운 것도 피·땀·눈물천연자원도 원천기술도 없이 교육열과 성실성으로 무장한 사람의 힘으로 산업화에 성공했던 한국의 역사는 사실 진부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K팝 같은 신산업이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이끄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본 모습은 뜻밖이었습니다.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현란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 그리고 이런 모습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 오디션에 나서서 열심히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이런 K팝 아이돌의 세계는 한국의 짠내 나는 과거와 전혀 다를 것 같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방탄소년단(BTS)의 노래 ‘피땀눈물’이 얘기한 것처럼 K팝의 무대 뒤에는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이 세계 뛰어드는 많은 10대들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데뷔에 이르기 위해 겪어야 하는 험난한 과정과 합숙훈련.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영상을 뽑아내기 위해 끝없이 군무를 반복하면서 밤을 새는 것이 일상화된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 국내·외 팬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새벽잠마저 줄여가며 SNS 활동에 나서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 앨범을 최대한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포토카드와 사진집이 중심이 되는 소장용 종합 선물세트로 엮어낸 연예 기획사.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강남에서 사교육을 받는 모습…스포트라이트 비치는 무대 뒤로 겨우 한발 더 들어가 봤을 뿐인데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파스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모두가 그동안 한국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팝 음악이라는 장르는 당연히 한국에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서구에서 직접 그리고 일본을 통해서도 전해진 이 음악도, 과거에는 일본의 J팝이 훨씬 더 영향력 있었지만 지금은 K팝의 위상과 견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밖에서 가져온 것을 사람의 힘으로 발전시켜서 세계적인 산업으로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한국 산업과 K팝이라는 산업이 비슷한 대목입니다.● “쉬지 않고 개선하고 경쟁하는 사람들”뒤늦게 시작해서 기존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리에 이를 때까지 절박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자동차 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차그룹으로 대표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결국 해외의 선진 기술을 사람들의 성실한 노력으로 따라잡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는 명예회장으로 한발 물러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잘 다룬 책(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쓴 자서전이 없습니다)으로 평가받는‘ 정몽구의 도전’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합니다.1980년대 중반에는 미쓰비시 출신의 아라히 고문을 영입했다. 현대차 경영진은 아라히 고문에게 전권을 줬다. 아라히 고문은 울산공장에 내려가 이것저것 지적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간부들은 정강이까지 찼다. 신도철 기아차 부사장이 전하는 일화 하나. “일본 미쓰비시 본사에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대차 직원들이 파견됐다. 낮에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슬쩍슬쩍 훔쳐본 뒤 밤에 담당자들을 데리고 나와 술을 사줬다. 이 가운데 몇 명은 미쓰비시 본사로 들어가 낮에 눈여겨봤던 자료들을 복사하곤 했다.” 현대차의 스승이었던 미쓰비시는 200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기술을 전수해줬던 현대차에 SOS를 요청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쓰비시는 아직 현대차 주식 100만 주 가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장낙용 부사장이 달려갔을 당시 미쓰비시는 현대정공에 파제로 신형 설계도를 주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미쓰비시는 한국의 RV수요를 감안할 때 1995년에 가서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정공은 그래서 파제로 신형이 아닌 구형을 받아야 했다.1970년대부터 시작됐던 현대차와 일본 미쓰비시의 제휴 관계 그리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갤로퍼 생산과 관련한 얘기입니다.맨바닥에서 시작했던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저런 설움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차 산업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왔습니다.미쓰비시로부터의 종속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됐던 첫 국내 개발 엔진, 알파 엔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현순 두산그룹 고문(전 현대차 부회장)은 미국 GM에서 근무하다가 1984년 현대차에 입사해 엔진 국산화 프로젝트에 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현순 부회장 같은 분의 힘만은 아닙니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의 심장인 남양연구소에서 일하는 수많은 연구원들의 땀방울이 모여서 현재의 한국 자동차 산업을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독일 BMW 출신으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도 일을 시키면 밤을 지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해답은 찾아오는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2019년 기자 간담회에서 비어만 사장은 한국의 엔지니어들에 대해 “쉬지 않고 개선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독일과 비교해 경쟁심이 강하고 타인보다 잘 하려고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생산 및 연구개발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GM(한국GM)이나 르노(르노삼성차) 같은 기업이 한국의 생산능력보다는 연구개발 능력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연구 인력이 해외에 비해 훨씬 헌신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건 한국의 많은 산업이 이런 노력을 통해서 ‘패스트 팔로우’할 수 있었다는 점만큼은 사실이겠습니다.K팝 산업 역시 아이돌 그룹 멤버 각자는 물론이고 연예기획사와 다양한 역할을 하는 스태프들이 최대한의 상품성·효율성을 위해 밤낮 없이 일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그 뒤에는 성공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일종의 벤처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좁은 내수 시장, 체질화된 글로벌 지향글로벌 시장 공략을 체질화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78만여 대, 해외에서 295만여 대의 차를 판매했습니다. 해외 판매가 국내의 3배를 훌쩍 넘어섭니다. 이런 해외 판매를 기반으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국내·외 자동차 생산량에서 세계 5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5000만 인구가 가지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해외 시장 공략으로 넘어선 셈입니다. 중국, 북미, 인도, 러시아, 남미, 유럽 등 전 세계가 공략 대상이었습니다. 현재의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형은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내수 시장만을 공략하는 기업은 국내 시장을 독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규모의 경제’에서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K팝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H.O.T.’의 등장 이후 끊임없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결과가 현재 BTS의 성과로 이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96년 ‘H.O.T.’의 데뷔 이후 25년의 세월 동안 많은 아이돌 그룹이 저마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북미 등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때로는 큰 성과가 없었고 그래서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계속 도전해 왔기에 ‘유튜브 시대’에 국경 없이 팬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을 때 K팝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유명 프로듀서(PD)인 신사동 호랭이는 “K팝은 음악과 가사, 앨범의 지향점 등 모든 부분에서 체질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 지 오래됐다”고 이야기합니다.상당한 규모의 내수 시장을 우선시하는 일본과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는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후발주자 특유의 유연성, 앞으로도 힘 발휘할까지금 K팝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열풍에 가까운 현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기세가 대단하다는 점은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유니버셜뮤직이나 소니뮤직 같은 글로벌 음원·음반 유통기업도 한국의 연예기획사와 손을 잡고 K팝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어떨까요. K팝의 위상에 비하면 몇 발자국 뒤처진 것 같습니다. 내연기관의 완성도에서는 독일 자동차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고 전기차의 혁신성에도 미국 테슬라를 뒤에서 쫓아가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제가 K팝과 자동차 산업 양쪽에서 본 재미난 장점은 후발주자 특유의 유연성입니다. K팝 산업에서는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한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유연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K팝은 ‘아티스트를 찍어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K팝 산업 내부에서는 ‘보는 음악’ 시대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역할은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호감 가는 외모의 멤버들이 아크로바틱한 수준의 칼군무를 선보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인 상황에서 과거 팝 음악의 밴드 같은 모습을 기대할 필요도 없고 그러기도 힘들다는 유연한 생각이겠습니다. 음악적으로는 특정한 장르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고 대신에 노랫말에서는 누구로부터도 거부당할 이유가 없도록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이나 폭력, 마약 같은 소재를 철저히 피하는 전략도 눈에 띕니다.‘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건전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라면 어느 지역의 학부모들도 K팝을 듣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K팝이 보수적인 중동 지역에서마저도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영어뿐만이 아니라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콘텐츠를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서 제공한다는 점도 K팝의 유연성, 적극성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 역시 최근의 산업 급변기에 꽤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기술을 열심히 따라잡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기술을 모두 놓치지 않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처럼 강력한 내연기관 경쟁력을 내세우거나 일본 도요타처럼 하이브리드기술을 선점했다는 강점에 기댈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채택한 전략일 수 있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예상보다 일찍 밀어닥친 전기차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결과로 연결되는 모양새입니다. 도요타처럼 거대한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전환에 얼마나 느리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면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차량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꼽히는 디자인 부문에서는 해외의 검증된 인력을 스카우트해서라도 결과물로 보여주는 방식도 모두 과거와는 다른 유연성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수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의 전통 산업과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세계무대에서 증명하고 있는 K팝 산업 모두,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한 시점입니다. 오늘 휴일차담의 내용과는 별개로, 2021년 K팝의 현재가 궁금하신 독자 분들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장기간의 취재를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해서 구현한 ‘99℃ : 한국산 아이돌’ 시리즈 보도(original.donga.com)를 일독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 강남구의 K팝 아카데미에서 만난 박지민 군과 햄버거를 먹던 5월 16일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진지한 눈빛으로 춤 동작을 반복하던 모습이 신기해 왜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보느냐는 표정과 함께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서”라는 말이 돌아왔다. 한국에는 이제 전혀 다른 세대가 자라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 팬의 열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자라나는 10대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10대들인 것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해 3월부터 넉 달 동안 K팝 아이돌과 연습생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이달 20일부터 5편으로 보도된 기사에는 지민이가 아이돌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힘든 일들이 담겨 있다. 밤 12시까지 뮤직비디오를 찍던 아이돌 그룹 멤버가 다리에 쥐가 나자 촬영 일정이 늦어지는 것이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에선 기자도 코끝이 찡했다. 이런 치열한 세계에 들어서는 문 자체도 아주 좁다. 올해 2월 데뷔한 그룹 트라이비의 리더 송선은 9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스물네 살에야 비로소 데뷔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기나긴 연습생 생활은 노래 한 곡을 똑같이 따라 부르기 위해 두 달 내내 입 모양까지 흉내 내는 강도 높은 훈련을 동반한다. 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99°C: 한국산 아이돌’ 시리즈에 많은 독자들이 격려를 보내주었다. 성공한 아이돌의 화려한 군무보다 아이돌이 되기 위한 연습생들의 고뇌와 땀방울에 더 큰 공감이 더해진 것 같다. BTS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노래 ‘피 땀 눈물’에서 외쳤던 것처럼, 어려움을 알면서도 도전에 나서고 자신의 도전에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진리가 K팝 세계만의 것일 리는 없다.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 모두가 결국 ‘K팝 아이돌’이라는 생각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계 최고가 되려고요.” 강남의 K팝 아카데미에서 춤과 노래를 배우는 초등학생 박지민 군은 “왜 아이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취재가 끝나고 맛있는 저녁을 먹자고 할 때마다 매번 햄버거를 고를 정도로 평범한 어린이였지만 꿈은 원대했습니다. 별 것 아닌 말 같지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세계 최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어린 세대의 눈에 한국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은 공부도 스포츠도 아닌 K팝 아이돌인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K팝과 BTS를 즐기면서 BTS의 성취를 자연스러운 일로 보고 자라나는 어린 세대는 10대 시절부터 세계 최고를 꿈꿀 수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안정된 삶보다 세계 최고를 꿈꾸는 아이들셈 해보면 지민이는 저보다 26살이 어립니다. 제가 청소년이었던 시절에 한국은 문화적으로 세계는커녕 아시아의 중심이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 속에서는 그렇습니다. 서구의 팝 음악과 일본의 J팝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꼈던 세대. 저 역시 소니의 워크맨으로 비틀즈를 들으며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H.O.T.’를 필두로 한 아이돌 그룹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적어도 저희 세대에서는 국내에서의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민이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은 전혀 다른 듯 합니다. 생각해보면 지민이가 경험하고 있는 한국은,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BTS와 블랙핑크에 전 세계의 팬들이 열광하는 그런 나라입니다. 그런 지민이를 보면서는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 오랫동안 최대의 과제였던 ‘흙수저 국가’ 한국이 이제는 경제적으로 제법 살만한 나라가 된 결과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만이 목표인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일까, 하는 생각입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 넉 달 동안 지민이를 포함해 다양한 K팝 아이돌의 세계를 취재했습니다. K팝 아이돌과 그 옆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취재를 바탕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 고민하고, 실제로 기사를 쓰는 작업이 네 달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물은 지난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동아일보 지면에 모두 5편에 걸쳐 보도됐습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이 디지털 저널리즘에 최적화된 보도를 위해 별도로 구축한 공간 ‘디오리지널’(original.donga.com)에서도 지면 보도와는 조금 다른 구조로 6편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팀장인 저를 포함하면 취재 기자만 해도 4명이 함께 한 이번 취재는 2021년 바로 지금, 세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게 만든 K팝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가 열광한다는 K팝,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 아이돌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 것인지, 우리는 익숙해 보이는 아이돌이라는 세계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는 결국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져 있는 K팝 아이돌의 이야기로 구현 됐습니다.● K팝 아이돌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 그 중심에는 아이돌로 살고 있거나 살았던 사람, 살려는 사람의 이야기가 놓여졌습니다.이야기 사이사이에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K팝의 상황이 섞여 들었지만 독자 여러분들의 호응이 컸던 것은 아무래도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송선은 9년의 연습생 생활 끝에 데뷔한 ‘트라이비’의 리더입니다. 한국 나이로 올해 스물 다섯. 일부 K팝 팬 사이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것으로 꽤 알려진 멤버입니다. 싱글 2집 앨범 활동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기나긴 연습생 생활에 대한 질문과 취재가 이어졌지만 정신없는 활동 기간을 보내고 있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그에게서 미묘하지만 작지 않은 변화를 느낀 것은 실제 보도 직전이었습니다. 싱글 2집 활동 기간을 끝내고 사흘의 짧은 휴가까지 다녀온 송선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기가 흘렀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연습생 생활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과 자신의 개인적인 얘기를 새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던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가 유일한 취미 활동이라는 점도 이해가 됐습니다. 늘 연습실과 숙소만을 오고가면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나 연습생에게는 취미 활동에서도 선택지가 별로 많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송선은 최고의 자리에 섰던 여자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이자 배우인 유리(권유리)의 이종사촌입니다. ‘유리 언니’에 대한 송선의 얘기는 그리 길지 않았고 기사에 실리지도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왕래도 많았고 언니랑 실제로 많이 친해요. 그렇지만 나이 차이가 꽤 나기도 하고 일 얘기는 거의 안 하거든요. 그냥 가족인 거죠. 언니가 활동하던 때는 제가 어릴 때라 사실 잘 기억은 안 나요. 힘들겠지만 버텨야 한다는 얘기를 해준 건 맞는데, 언니를 통해서 제가 올라가는 걸 원하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어쩌면 송선이라는 사람을 여기까지 이끌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대’라는 곳이 목적지인 사람들 돈 때문일까? 인기를 누리는 것이 그렇게 좋은 걸까? 익히 알던 것처럼, 아이돌로 성공하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텐데 이 세계에 뛰어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결국은 수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무대에 대한 열망이 핵심에 놓여 있다는 생각입니다. K팝 세계의 사람들은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이 세계에는, 실패나 다른 것들을 걱정하기 보다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사에 소개되지 못했던 신민경 씨 같은 사람을 통해서도 이런 모습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자신의 7번째 소속사에서 여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던 그는 1집 활동으로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끝냈습니다. 데뷔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몇 차례의 음악방송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좌절도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델 활동 등을 하기도 했던 신 씨는 최근 음원 사이트인 ‘소리바다’가 진행하는 ‘잊혀진 가수 발굴 프로젝트’(야매프로듀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잠시 그 막을 열어봤지만, 반짝이는 보석이 있다는 것을 맛만 보고 닫아야 했던, 무대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겠기에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삶을 다시 꿈꾸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상품’인 세계를 취재한다는 일 K팝 아이돌의 현재를 이야기기 위해 이번 취재는, 지금 현재의 아이돌을 직접 들여다보고 그 결과를 핵심에 놓으려 했습니다. 과거에 어떤 그룹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의 모습과 생각을 그대로 전하려는 목표. 이런 목표를 위한 취재는 생각보다 혹은 생각했던 것처럼,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사람이 곧 상품인’ 세계를 취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른바 ‘빅4’로 부르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는 아이돌 그룹을 직접 노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대외 활동을 하는 관계자와의 만남마저도 비보도 전제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든 과정 끝에 섭외된 아이돌 그룹은 ‘T1419’와 ‘트라이비’였습니다. 남자 아이돌 그룹과 여자 아이돌 그룹의 특징이 꽤 다른 상황에서 남녀 아이돌 그룹을 섭외한 셈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까지 겹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현장 취재에 협조해 준 두 팀과 소속사에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K팝 아이돌의 세계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자는 취재 의도에 공감해 줬기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하는 생각합니다.● 2021년 현재, K팝 아이돌의 기록히어로콘텐츠팀이 꾸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앞서 말씀드린 초등학생 지민이와 송선,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뮤지컬 배우로 새롭게 날고 있는 진태화 씨, 그리고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팬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신인 아이돌 그룹 ‘트라이비’와 ‘T1419’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으로서의 K팝, 원조 아이돌 그룹 ‘H.O.T.’ 출신 토니안과 유명 프로듀서(PD) 신사동 호랭이가 들려주는 K팝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덧붙었습니다. 5편의 이야기는 ‘99℃:한국산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묶였습니다. 뜨겁게 살고 있지만, 늘 마지막 1℃를 더 요구 받고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의 K팝 아티스트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해외 독자들이 K팝 아이돌을 많이 궁금해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완전한 버전의 영문 기사를 동시 보도했습니다. 해외의 K팝 팬들이 영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이번 기사를 직접 추가 번역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것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기사에서 어떤 것을 보고 또 생각할 것인지는 결국 읽는 분들의 몫 아닐까 싶습니다. 긴 이야기가 보도되는 동안 큰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히어로콘텐츠는 동아일보가 지켜온 저널리즘의 가치와,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계속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동차는 교통수단이다. 편리한 이동의 도구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차를 전혀 다른 목적에 쓴다. 굉음을 내면서 경주용 트랙을 도는 차를 떠올려 보자. 이 차의 운전자는 연료통을 다 비우고도 어딘가로 이동하지 않는다. 이런 차는 운전하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을 위한 기계다. 이런 차들에는 M, N, R, AMG 같은 글자가 붙기도 한다. BMW, 현대차,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와 나란히 대응되는 알파벳들. 이들 브랜드가 자신들의 고성능차에 심어놓은 일종의 표시다. 재미를 주는 운전이나 모터스포츠를 위한 고성능차는 일반 차량과 겉모습이 비슷해도 전혀 다른 차다. 성능을 높인 엔진으로 차가 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제동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속에서도 매끄럽게 코너를 돌 수 있는 조향 성능과 장시간 거친 운전을 버틸 수 있는 차량 뼈대 설계도 필요하다. 이런 차들은 운전자의 몸을 좌석으로 밀어붙이는 가속력, 격한 코너링 성능, 온몸을 두드리는 진동과 엔진 소리로 운전자를 자극한다. 만화에서처럼, 버튼을 누르면 짧은 시간 동안 더 폭발적인 가속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차도 있다. 고성능차에는 자동차 기업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극한적인 여건에서도 운전자의 계산을 벗어나지 않는 차를 만드는 것이 오랫동안 자동차 기업의 핵심적인 연구개발 과제였다. 모터스포츠의 뿌리가 깊은 유럽에서는 ‘일요일 경주에서 우승하고 월요일에 차를 팔아라(Win on Sunday, Sell on Monday)’는 말이 유명하다. 차의 품질은 경주에서 증명하라는 얘기다. 한국 도로를 달리는 고성능차 앞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 가격 비싼 고성능차의 넘쳐나는 성능을 어디에서 뿜어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유럽에는 일부 구간에서 속도 제한을 없앤 고속도로가 있지만 국내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110km가 고작이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경기 용인과 강원 인제, 전남 영암 등에 자리 잡은 경주용 트랙이 고성능차 성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한정된 장소다. 그래도 자동차 기업들은 고성능차 개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운전에서 재미와 스릴을 찾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 그리고 일반 차량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주행 성능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고성능차 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고성능차 브랜드로 N을 내세운 현대차는 14일 아반떼N을 공개했다. 이미 여러 종류의 N 모델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준중형 고성능차를 내놨다는 게 꽤 상징적이다. 이 차가 내건 ‘일상의 스포츠카’라는 구호에서 차를 이동수단 그 이상으로 대하는 사람이 국내에서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힌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미래차는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를 가리키는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Service, Electrification)’로 요약된다. 우버 같은 기업은 차량공유를 사업화했고 전기차는 큰 물결로 자리 잡았다. 차량 통신 기술도 이미 일반화됐다. 가장 더딘 것은 바로 자율주행이다. 차는 여전히 운전자가 필요하다. 제한된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은 많은 기업이 선보였다. 그럼에도 실제 생활에서의 자율주행차 등장은 왜 이렇게 더딘지,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를 알려면 자율주행차 앞에 어떤 과제가 놓여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을 수 있다. “비행하는 자동차가 레벨5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먼저 상용화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2년 전 얘기다. 레벨5 자율주행은 총 6단계(레벨0∼5)인 자율주행 기술의 최종 단계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수준. 도로 위엔 너무 많은 장애물과 변수가 있어서 도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수많은 돌발 상황을,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은 자율주행 실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다.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는 인도 같은 나라의 도로 위는 하늘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문제, 차량이 운전자 상해와 보행자 상해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딜레마도 익히 알려진 문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제로화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비용과 효용의 문제도 있다. 승용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얼마 정도의 가격이어야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운전자도 이동하려고 차를 몰고 가는 것이라면,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정도일까. 기술의 상용화에는 ‘가성비’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에 쓰이는 라이다 같은 부품은 값이 비싸다. 그래서 자율주행은 상업주행 차량에서 먼저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컨테이너를 싣고 미국을 횡단하는 대형 트럭은 운전자라는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두 차량에만 사람이 타고 뒤따르는 차량에서는 운전자를 없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바로 군집주행이다. 자율주행은 택시 서비스의 혁명을 부를 수도 있다. 이 대목에도 과제는 있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들의 반발이라는 사회적 이슈다. 최근 나오는 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3단계(레벨2) 자율주행 기술에 해당한다. 운전대에서 일시적으로 손을 뗄 수 있지만 전방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돌발사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최종 단계에 이를 수 있는 시점은, 전방을 보지 않아도 되는 단계(Eyes Off·레벨3)와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Mind Off·레벨4)를 거치면서 조금씩 눈에 보일 듯하다. 전문가들은 ‘레벨3’에만 도달해도 자율주행의 문은 연 것으로 평가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