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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지난해 4월 벤처기업 투자자 동문 200여 명과 창업을 희망하는 재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결심하더라도 초기 자금 확보가 어려운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행사다. 재학생 창업(준비)자 80여 명이 창업 아이템을 소개했고 즉석에서 투자자의 자금 유치 의향서를 받기도 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서로 믿을 수 있는 동문 간 투자로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동문까지 총동원해 재학생에게 창업을 장려하는 토대는 1999년 설립한 ‘연세대 창업지원단’이다. 2002년 창업지원단은 산하에 학생창업벤처센터를 두고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이곳을 거쳐 창업한 425개 기업 가운데 16개는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26개 창업 강좌를 개설해 1300여 명의 학생이 수료했다. 현재 학생창업팀 54개가 회사 설립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창업 건수도 2015년 15건, 2016년 31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재학 중 창업을 하면 ‘창업 휴학’(최대 3년)과 ‘일반 휴학’(최대 2년)을 더해 5년까지 휴학할 수 있어 졸업 부담을 줄인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장은 “최근 기술보증기금이 연세대를 비롯한 5개 대학에 벤처투자기금 3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금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됐다”며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 지난해 학부생들로 이뤄진 16개 팀이 창업했고,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재학생인 정보산업공학과 06학번 김동호 씨(30)는 지난해 4월 사업자 금융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정보기술(IT) 벤처를 창업해 5년 정도 운영하다 덩치가 커지자 전문경영인을 둔 다음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김 대표는 “학교 창업지원센터가 업계 관계자들을 소개해줘 초기 자금을 펀딩 받을 수 있었다”며 “센터에서 쌓아놓은 네트워크가 창업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창업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도 있다. 화장품 업체 ‘에이프릴스킨’의 김병훈 대표(29·경영학과 07학번)는 지난해 매출 350억 원을 올렸다. 직원은 100명이 넘는다. 사업자등록을 마친 2014년 10월 천연비누 판매를 시작으로 이제는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화장품을 판매한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에 학교 창업지원센터가 투자자들을 소개해주고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등 많은 뒷받침을 해줬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황하람 기자 }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용학 연세대 총장(64·사회학과 교수)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90분 동안 창업이라는 말을 스무 번 넘게 꺼냈다. 사학 명문이라는 연세대 졸업생에게도 ‘취업 절벽’이 남의 일만은 아닌 현실이라는 고민이 짙게 묻어났다. 김 총장은 “대학은 이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발굴하고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명문대가 누리던 특권을 내려놓고 다양한 도전의 길을 학생들에게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1일 모교의 수장이 된 이후 그가 거둔 성과와 느낀 소회, 그리고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 ‘사람 책’ 꽂힌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김 총장은 창업을 장려하는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끄러운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책에 집중하는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줄 멘토들을 만날 수 있는 창업 네트워크의 산실이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김 총장은 “혼자 책에 집중하며 공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학문적으로 궁금할 때 책을 찾아 도서관에 들르듯, 창업하고 싶은데 모르는 게 있을 때 ‘사람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창업 멘토들을 만날 수 있는 도서관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촌캠퍼스 학술정보관(도서관) 1층 쉼터를 창업 멘토링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5월에 문을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현업 종사자나 창업 선배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생에게 창업이란 곧 벤처기업이다. 김 총장은 성공하는 벤처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대학이 열대우림 같은 환경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학이 씨앗(연구) 하나에 열매(성과) 하나를 거두는 농경사회였다면, 미래의 대학은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씨앗이 뿌려져 다양한 도전이 결실을 맺는 열대우림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열대우림에선 어떤 씨앗이 떨어져 어떤 열매를 맺을지 모르듯 아이디어가 자생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는 것이 목표다. 가장 큰 바람이라면 연세대생이 세운 연 매출 2조 원짜리 벤처기업을 보는 것이다.”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학년 학생이 소규모 프로젝트 연구팀을 꾸리면 2개월간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대학원생에게는 인문대, 공대, 의대 등 학문 경계를 허무는 융합형 연구 아이디어를 모집해 23개 팀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창의력은 네트워크에서 비롯돼” 사회연결망 이론의 대가답게 김 총장은 창의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연결성을 중시하는 교수법을 강조한다. 혼자 책만 보며 공부하지 말라는 주장과도 통한다. 창업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야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이 미리 수업 내용을 공부해 강의실에서는 토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을 95개 열었다. 김 총장은 “예를 들어 수업에서 ‘가짜 뉴스’를 토론한다고 하면 학생들은 최근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관련된 이론적 접근법은 무엇이고 이를 근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해 와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들에게도 전 세계의 대학과 연결되는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김 총장은 “연세대 교수가 올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강좌가 전 세계 무크 인기 강의 10위 안에 들었다”며 “교수는 세계의 학생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강의를 고민하고, 학생은 전 세계 석학들이 올린 강의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학기부터는 고려대와 함께 ‘시그니처 클래스 프로그램’을 띄운다. 양교의 ‘스타’ 교수가 강좌를 함께 열어 고려대생, 연세대생이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기업윤리 관련 강의를 여는 식이다. 공동 교재도 개발하고 있다. 김 총장은 “궁극적으로 두 학교의 이런 ‘몸부림’은 대학 교육의 위기와 연관돼 있다”며 “입시 시스템이라는 경직된 교육 문화 탓에 대학 신입생이 고등학교 ‘4학년’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바꿔 보고자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C 정신 담은 경영철학 김 총장의 이 모든 구상은 ‘3C’라는 경영철학에서 나온다. 3C는 기독교(Christianity), 창의성(Creativity), 연결성(Connectivity)의 영어 머리글자를 땄다. 기독교를 앞세운 것은 연세대 설립자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의 창립정신을 본받자는 취지다. 김 총장은 “조선 말 세브란스 의학교(연세대 의대의 전신)에서 백정의 아들을 1호 양의(洋醫)로 배출한 것처럼 사회공헌이 으뜸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국내 대학 처음으로 학교 사회공헌 조직을 총괄하는 글로벌사회공헌원(院)을 개교기념일인 4월 10일 발족한다. 연간 예산 100억 원이 넘는 의료원, 복지관, 청년문화원 등의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합 운영한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지식과 창의력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인성(人性)”이라며 “윤리의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한국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교육기관, 연세대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문과대 100주년기념홀에 노래 한 곡이 울려 퍼졌다. 가사는 윤동주 시인의 ‘눈오는 지도’.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한 밴드의 이름도 ‘눈오는 지도’다. 윤 시인의 서정적 시구(詩句)에 기타와 건반 등이 더해져 소박하고 잔잔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한(恨)의 정서를 담은 노랫말 앞에 공연장 분위기도 숙연해졌다. 윤 시인의 시로 노래를 만들어 미국에서 활동하는 밴드 눈오는 지도가 시인 탄생 100주년, 서거 72주기를 기념해 한중일 순회공연차 한국을 찾았다. 밴드는 리더 겸 작곡가인 한은준 씨(49)가 2005년 미국에서 교포를 중심으로 결성했다. 버클리대 음대 출신인 이지연 씨(29)가 보컬로 합류했고 유학생 중심으로 드럼과 건반 베이스기타 등 객원 멤버들이 꾸려졌다. 특히 이번 순회공연에는 국악기 연주자인 신희선 씨(31)와 건반의 최자연 씨(42),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김효영 씨(35)가 동행했다. 눈오는 지도는 공연 때마다 “왜?”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많은 시인 중에 왜 윤동주인지, 밴드명이 왜 눈오는 지도인지, 왜 자비를 들여 활동을 하는지 등이다. 리더 한 씨는 윤 시인의 팬다운 답변을 내놨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을 모르고 사는 이 시대에 부끄러움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마다 각자의 잘못된 ‘하늘’을 두고 잘못 없는 듯 뻔뻔하게 살고 있잖아요.” 눈오는 지도를 밴드 이름으로 정한 이유도 궁금했다. 윤 시인의 작품 중 비교적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씨는 “눈오는 지도가 무슨 의미인지, 시에 나오는 ‘순이’가 누구인지 명확한 해석이 없었다”며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비를 들여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멤버들은 “그저 윤동주의 시와 삶이 좋아서”라고 입을 모았다. 보컬 이지연 씨는 “수능에 나와야 시를 읽는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시어를 제대로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한다”고 말했다. 베이시스트 김효영 씨는 “혼란한 시국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인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눈오는 지도는 윤 시인의 작품에 멜로디를 입힌 ‘별 헤는 밤’, ‘자화상’, ‘서시’ 등을 비롯한 14개 곡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2007년 발매한 1집에 이어 올해 2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이들은 16일 중국 지린(吉林) 성 룽징(龍井) 시, 19일 일본 도쿄(東京)의 릿쿄(立敎)대, 25∼26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과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박찬우 의원이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당선 무효형인 벌금 200만 원,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아 최종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서울동부지법(부장판사 이상윤)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최명길 의원(56)에게 이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무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이모 씨(48)에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을 부탁하고 2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윤도근)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국당 박찬우 의원(58)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박 의원은 2015년 10월 충남 홍성군 용봉산에서 열린 새누리당 충남도당 당원 단합대회에서 선거구민 750명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두 의원은 모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최고야 best@donga.com / 천안=지명훈 기자}

서울의 한 사립대 정치외교학과는 올해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았다. 졸업예정자가 50명 가까이 되지만 지난해 앨범 제작에 필요한 최소 인원 5명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졸업생들은 “취업을 못 해 갈 곳이 없는 마당에 졸업앨범은 사치”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가의 졸업시즌이지만 취업한파로 인해 훈훈했던 풍경이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 취업난 때문에 졸업식장에 나타나지 않는 학생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생활을 추억할 수 있는 앨범조차 찬밥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상황이 어렵기는 재학생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이 선배에게 챙겨주던 졸업선물을 놓고 소송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졸업식도, 졸업앨범도 사치” 학생들이 졸업앨범을 포기하는 이유는 일단 비용이다. 보통 5만∼8만 원 상당의 앨범 비용은 기본. 여기에 의상과 메이크업 등 촬영 준비에 드는 돈도 만만찮다. 졸업식을 앞둔 대학생 권모 씨(26)는 “학자금 대출만 해도 수천만 원을 갚아야 하는데, 옷과 구두 메이크업 비용 써 가며 졸업앨범을 어떻게 찍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경제학과 졸업예정자인 성모 씨(25)도 졸업앨범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 입사할 곳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웃으면서 졸업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며 “신청 기간이 언제였는지, 사진 촬영을 언제 진행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갔다”며 씁쓸해했다. 성 씨의 머릿속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매달 50만 원씩 용돈을 받는 취준생(취업준비생) 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졸업앨범 신청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연세대는 최근 3년 동안 졸업앨범 신청자가 300∼400명씩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서강대는 올해 졸업생 약 1300명 가운데 500명 정도만 앨범을 신청했다. 지난해에는 700명가량이 신청했다. ○ 졸업선물 때문에 얼굴 붉히는 선후배 장기 불황으로 졸업생은 물론이고 재학생들도 취업한파 영향에 놓이면서 각자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되자, 선후배들이 돈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민망한 일도 일어나고 있다. 후배들이 돈을 모아 졸업생에게 기념반지를 선물하는 관행이 남아있는 일부 학교나 학과에서는 법적 소송 얘기가 오갈 정도로 문제를 겪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런 단체 졸업선물이 사라졌지만 선후배 관계가 밀접한 학과에서는 관행 폐지 여부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최근 지방의 한 대학 간호학과 1학년 학생들은 졸업반지 문제로 선배들과 마찰이 불거져 변호사에게 법률상담을 받았다. 선배들이 후배들과 상의 없이 졸업반지를 주문한 뒤 후배들에게 비용을 강제로 내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간호학과 1학년 학생 A 씨는 “후배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먹튀’라고 부른다. 많게는 10만 원씩 내라는 경우도 있어 고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대 유아교육과도 졸업반지로 선후배 간 갈등을 겪었다. 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선배들이 후배에게 반지 비용을 강제 할당했다”는 내용의 폭로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글을 올린 후배는 “선배가 찾아와 반지 값을 내라며 욕설을 했다”면서 “선배가 근무하는 유치원에 후배들이 실습을 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공갈·협박죄로 고소하려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학과는 현재 졸업반지 비용 모금을 중단한 상태다. 대학가의 졸업풍경은 갈수록 더 삭막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끝없는 취업 한파에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누릴 수 있었던 낭만이나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탓에 작은 금전적 갈등조차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극단적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이호재 기자}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를 찾은 주부 이모 씨(33)는 우유 코너에서 한참 서성거리다 빈 장바구니 그대로 돌아섰다. 한 병(900mL)에 4500원인 무항생제 우유와 팩에 든 아기용 멸균 우유 중 뭘 살지 고민하다 둘 다 선택하지 않은 것. 이 씨는 “생후 14개월 된 아들이 얼마 전부터 생우유를 먹기 시작했는데, 구제역에 오염됐을까 봐 어떤 우유를 사야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양천구의 한 백화점 식료품 매장을 찾은 주부 김모 씨(36)는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를 피하기 위해 집유 지역을 확인한 뒤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확산으로 우유를 사 먹어도 괜찮은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극히 낮고, 고온 가열하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설명이지만 불안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서 가족과 함께 장을 보던 주부 박연지 씨(37)는 장바구니에 1L짜리 멸균 우유 두 팩을 집어넣었다. 박 씨는 “어른들은 큰 문제 없겠지만 7세, 5세 된 어린 딸들이 걱정돼 멸균 우유를 샀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의 비전문적인 의견들이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60∼65도 사이에서 살균 처리한 저온 살균 우유는 위험하다거나, 백신을 맞은 소의 우유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형우 농촌경제연구원 축산팀장은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는 전부 살균 처리돼 안전에 전혀 이상이 없다”라며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때문에 공포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고교 동창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사업가 김모 씨(47)가 횡령과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2개 업체에 “중국산 보조배터리를 저렴하게 넘겨주겠다”고 속여 선금 58억2000만 원을 가로챘다. 또 회삿돈 23억3000여 만 원을 쇼핑과 유흥비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업체들의 배상신청을 받아들여 김 씨에게 피해업체 2곳에 2억175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이미 실형 3회, 벌금 2회 등 사기전과가 있고, 사기와 횡령 범행은 누범 기간 중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며 “피해액이 크고 상당부분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부장검사 1심 선고에서 김 전 부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키즈카페가 위험하다”제2의 동탄 사태 우려#.4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뽀로로파크 철거 현장의 발화가 문제였는데요.동아일보가 서울 주요 복합시설의 키즈카페 6곳을 둘러본 결과화재 대비가 극도로 취약했습니다.#. “천장의 제연기가 잘 안 보이네요.”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쇼핑몰의 키즈카페를 둘러본 양성훈 소방기술사(40·한빛안전기술단 부장)의 말#. 제연기는 연기와 유독가스를 빨아들여 외부로 배출합니다.화재의 사망 원인이 대부분 유독가스여서인명 피해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하죠.이 키즈카페의 제연기는 커다란 미끄럼틀에 가.려.져.있.었.습.니.다.#.“복합 쇼핑몰은 먼저 건물을 짓고이후 개별 매장마다 인테리어를 한다.새로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기존 화재 안전시설을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다”양성훈 소방기술사#.키즈카페는 특히 가연성 소재를 많이 사용하기에더 위험합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인테리어에 이용하다 보면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하거든요.#.송파구의 한 키즈카페는 비상구 3개 중 1개의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원래 열어 놓는데 손님들이 비상구로 드나들면서 일시적으로 문을 잠궜다”해당 키즈카페의 해명#. 카페 직원들의 소방안전 교육도 부실합니다.대부분 정직원이 아니라 알바생이거든요.취재진이 찾은 키즈카페 6곳 중 4곳의 아르바이트생들은“소방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했죠.#. 이용객에게 화재 대피 요령을 미리 고지한 가게도6곳 중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직원 소방교육을 왜 시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몇 개월 일할 알바생에게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무신경한 대답이 대부분이었죠.#. 엄마들은 아이들의 ‘천국’이라 여겼던 키즈카페가 ‘지옥’으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떱니다.“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시설이 있는지가 키즈카페의 유일한 선택 기준이었다.이제 안전시설 여부부터 살펴야겠다”학부모 A씨#.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조차 아직 파악되지 않은 키즈카페.“대형 쇼핑몰 내 키즈카페들은 쇼핑몰의 소방안전 시설만 믿고 자체적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는다.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동탄 화재는 안전규정 미비로 인한 전형적 인재였습니다.제 2의 동탄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우리 어린이들을 화마 위험에서 서둘러 보호해야겠습니다.원본: 최고야-이호재 기자기획-제작: 하정민 기자-김유정 인턴}

“천장에 있는 제연기가 절반이나 가려졌네요.” 6일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쇼핑몰의 키즈카페를 둘러보던 양성훈 소방기술사(40·한빛안전기술단 부장)가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연기는 불이 났을 때 연기와 유독가스를 빨아들여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다. 화재 때 부상 및 사망의 원인이 대부분 유독가스인 점을 감안하면 인명 피해 예방의 가장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이날 확인한 키즈카페의 제연기는 커다란 미끄럼틀 놀이시설에 가려져 구멍이 막혀 있었다. 양 기술사는 “복합 쇼핑몰은 먼저 건물이 지어진 후에 개별 매장마다 인테리어를 한다”라며 “새로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기존 화재안전시설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위험한 경우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초기 진화에 중요한 소화기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소화기를 계단 아래쪽 구석이나 식탁 아래로 밀어 둔 것이다. 양 기술사는 “기준에 맞춰 소화기를 비치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 두면 없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대형 키즈카페도 걱정” 엄마들 불안감 확산 최근 들어 대형 쇼핑몰은 영화관을 비롯해 식당 병원 상가 등 다양한 매장으로 구성됐다. 키즈카페로 불리는 어린이 놀이시설도 빠지지 않는다. 주택가 소규모 키즈카페에 비해 크고 놀이시설도 많아 이용객이 늘고 있다. 4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난 곳도 키즈카페였다.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인명 피해가 크게 났다. 키즈카페에 가연성 소재가 특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대형 키즈카페도 비슷하다. 본보 취재진이 5, 6일 서울의 대형 쇼핑몰에 있는 키즈카페 6곳을 둘러봤다. 비상시 피해를 키울 수 있는 위험 요인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송파구의 한 키즈카페는 비상구 3개 중 1개의 문이 잠겨 있었다. 화재가 났을 때 계단을 통해 신속하게 이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당 키즈카페 관리자는 “원래 열어 놓는데 손님들이 비상구로 드나들면서 문을 잠그는 경우가 있다”라고 해명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인테리어에 활용하다 보니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등 불이 잘 붙는 가연성 소재가 다른 매장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키즈카페에는 화기를 사용하는 주방이 함께 있었다. 영등포구의 또 다른 키즈카페는 소화전 앞 공간을 유모차나 짐수레를 보관하는 곳으로 쓰고 있었다. 키즈카페를 찾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천국’이라 여겼던 키즈카페가 자칫 ‘지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5일 송파구의 한 키즈카페에서 만난 학부모 배모 씨(29)는 “평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시설이 있는지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었다”라며 “이제는 소화기 같은 소방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큰 건물 안에 입점한 키즈카페라 안전할 거라고 믿었는데 화재 시 비상구가 열리지 않을 걸 생각하니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대피 안내와 직원 교육도 부실 키즈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소방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정식 직원보다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취재진이 찾은 키즈카페 6곳 중 4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소방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키즈카페 아르바이트생은 “탁 트인 공간이라 불이 날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용객에게 화재 대피 요령을 미리 고지하는 곳은 아예 없었다. 은평구의 한 키즈카페에서 만난 한 부모는 “한 달에 3, 4회 이용하는데 직원들이 대피 요령 같은 걸 알려준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의 키즈카페에서 만난 김모 씨(37)는 “혹시 몰라 소화기와 비상구 위치를 확인해 봤는데 놀이기구에 가려 제대로 찾기가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일부 키즈카페는 비용 등의 문제로 소방 안전교육을 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보인다. 한 키즈카페 관계자는 “보통 몇 개월 일하지도 않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일일이 소방 교육을 하기에는 비용이 부담된다”라고 말했다. 빠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전국적으로 키즈카페가 늘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대형 쇼핑몰 내에 입점한 키즈카페 중에 소방시설법과 다중이용업소 관련 특별법 모두를 충족하는 소방안전시설을 갖춘 곳은 드물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형 쇼핑몰 내 키즈카페의 경우 쇼핑몰의 소방안전 시설만을 믿고 소방안전설비를 스스로 갖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중이 운집하는 장소인 만큼 자체 시스템을 갖추도록 감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최고야 best@donga.com·이호재 기자}

#"알바는 노예가 아니다"절규하는 乙들-설립 4년 맞은 알바 노조-# '망한 망원동 맥도날드 꾸미기' (망망꾸)"여러분을 '망망꾸' 행사에 초대합니다."#2013년 아르바이트생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알바노조가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입니다.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맥도날드가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으로 갑자기 문을 닫자임금을 받지 못한 이 가게 알바생들을 위한 행사를 한다는 내용이죠.#이들은 지난달 10일 가맹점주의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적은 종이와 알록달록한 풍선으로 매장의 외관을 덮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도 포스트잇을 붙이며 이들을 응원했죠. 행사 1주일 만에 가맹점주는 "알바생에게 밀린 급여를 모두 주겠다"고 두 손을 들었죠. #알바 노조는 '노조'라면 먼저 떠오르는 무겁고 엄숙한 이미지를 배격합니다.젊은이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표현하되 망망꾸 행사처럼 이를 발랄하고 젊은 감각으로 담아내죠. #알바 노조는 산하에 영화관, 맥도날드, 편의점(설립 예정) 등 3개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모두 젊은이들이 많은 사업장이죠. #. 이중 영화관은 여성 노동자 차별이 가장 심각한 곳인데요.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영화관은 여성 알바생이 눈 화장을 제대로 하지 않고 특정 브랜드의 빨간 립스틱을 바르지 않으면 '꼬질이 벌점'까지 매깁니다. #. "여성 알바생에게 화장을 강요하고 안경 착용을 금지하는 등 차별 규정을 폐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용윤신 알바 노조 사무국장#지난해 11월 만들어진 맥도날드 알바노조는 맥노예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임금 꺾기, 부당 해고 등의 문제가 많은 맥도날드 알바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있죠.#곧 설립 예정인 편의점 알바 노조는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하는 많은 편의점 알바의권익 향상에 힘쓸 계획입니다.#. "알바 노조가 설립된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임금꺾기 근절, 주휴 수당 지급, 여성 알바생 차별 철폐 등 현안이 많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이가현 알바노조 기획팀장#.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수많은 알바들을 위해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알바 노조늘 응원합니다!!!원본 | 최고야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 · 이고은 인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문재인 안경’이라 불리는 안경 브랜드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 ‘린드버그’라는 브랜드로 안경테 하나에 70만∼150만 원의 고가(高價)지만 최근 30∼5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문 전 대표의 안경(테)은 이 브랜드의 ‘모르텐’이라는 제품이다. 백화점 가격은 72만∼80만 원 수준이다. 2012년 총선 전부터 문 전 대표가 쓰고 다닌 이 안경은 최근 ‘문재인 대세론’과 함께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에서 4년 전보다 2배로 늘어난 약 1만2000개가 팔렸다. 최근 “덴마크 본사에서 한국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찌라시(사설정보지)에 돌 정도로 주목을 받게 됐다. 문 전 대표 외에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도 린드버그 안경을 쓴다. 국내에는 정식 계약을 맺은 수입업체가 없어 중국 상하이의 아시아지부에서 파견한 직원 1명이 판매관리를 한다. 전국 70여 개 안경점에서만 팔고 있다. 2002년 국내에 처음 린드버그를 들여온 서울 한 백화점의 안경점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안경으로 알려진 이후 매출이 종전보다 7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여러분을 ‘망망꾸’ 행사에 초대합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조직된 알바노조가 지난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공지다. 망망꾸는 ‘망한 망원동 맥도날드 꾸미기’를 줄인 말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맥도날드가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으로 갑자기 문을 닫게 되면서 임금을 받지 못한 알바생들을 위해 준비한 행사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알록달록한 풍선과 피켓을 붙여 문을 닫은 매장 바깥을 꾸몄다. 지나가던 주민들도 포스트잇을 붙이며 이들을 응원했다. 행사 일주일 만에 가맹점주는 미지급한 알바생 급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짓눌린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2013년 조직됐다. 이들의 활동은 무겁고 엄숙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일반적인 노조활동과는 조금 다르다. 망망꾸 행사처럼 이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 을(乙)’들의 절규를 발랄하고 젊은 감각으로 담아낸다. 이가현 알바노조 기획팀장은 “설립 4년 차지만 아직 임금꺾기 근절, 주휴수당 지급, 여성 알바생 차별 철폐 등 이뤄가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알바노조는 산하에 영화관, 맥도날드, 편의점(설립 예정) 등 3개 조직을 두고 있다. 모두 젊은이들이 많이 일하는 알바 사업장이다. 영화관 알바노조를 담당하는 용윤신 사무국장은 “영화관은 여성 노동자 차별이 가장 심각한 곳”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영화관의 경우 알바생들에게 ‘꼬질이 벌점’이라는 것을 매긴다. 여성 알바생이 눈 화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정해 놓은 특정 브랜드의 빨간 립스틱을 바르지 않으면 주는 벌점이다. 용 사무국장은 “여성 알바생에게 화장을 강요하고 안경 착용을 금지하는 등 차별 규정을 폐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알바생들 사이에서는 ‘맥노예’라는 말이 있다. 맥도날드의 노예라는 뜻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맥도날드알바노조가 설립됐다. 이들은 맥도날드 본사와 알바생에 대한 임금꺾기, 부당해고 등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편의점 알바노조 설립도 준비 중이다.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근무환경 등에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최 대변인은 “다리가 아파 카운터에 앉아 있는 알바생에게 점주가 폐쇄회로(CC)TV를 보고 전화해 일어나라고 지시하는 어이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며 “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당연한 듯 무시하는 점주들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떡 공장에서 떡실신 했다.’ 농담 같은 표현이지만 간호학과 학생 이모 씨(35)에게는 현실이었다. 지난해 2월 그는 떡 공장에서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다가 정말로 실신할 뻔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라 비싼 전공서적 구입비라도 벌어보려 시작한 알바였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알바 구하기가 힘들었던 이 씨가 어렵게 찾아낸 곳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떡 공장. 시급은 6300원. 설 명절을 대비한 일주일 단기 알바였다. 하루 5, 6시간을 근무한 2일 차까지는 할 만했다. 문제는 3일 차부터 일어났다. 오전 9시에 출근한 이 씨는 공장 관계자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오늘 집에 갈 생각 하지 마라.” 일거리가 많다는 뜻의 농담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에 시작한 찰떡 포장이 밤늦도록 끝나지 않았다. 바람 떡, 콩 시루떡, 팥 시루떡 등을 붙잡고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다음 날 오전 3시 30분. 이 씨는 18시간 30분 동안 일했다. 20대 알바생들이 중간에 항의했지만 공장 관계자는 “잔업이 다 끝날 때까지는 못 간다”며 붙잡았다. 이 씨는 “한 푼이라도 벌고자 이를 악물고 견뎠다”며 “나보다 어린 학생들이 노동 착취를 당하는 모습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또 “심지어 유통기한이 다 된 떡을 재포장하기도 했다. 사회의 썩은 부분을 목격한 씁쓸한 알바였다”고 말했다.인권 비웃는 ‘나쁜 알바’ 취업 전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을 울리는 나쁜 알바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노동을 착취하고 성희롱과 폭행, 인권유린까지 일삼는 파렴치한 고용주가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과 알바생 등 고용시장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을(乙)의 절규가 그치지 않는 이유다. 신모 씨(27·여)는 2년 전 겪은 끔찍한 기억 때문에 PC방 근처에 가지 않는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신 씨는 사장으로부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시간 감시를 당했다. 카운터에서 실수로 물이라도 엎지르면 곧바로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미친 ×, 정신 못 차리냐”는 욕설이 들려왔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사장과 손님들의 성희롱이었다. 중년의 남자 사장은 “우리 알바생 힘들지?”라며 어깨와 허리를 은근슬쩍 만져댔다. 사장이 또 다른 여대생의 엉덩이를 만지는 걸 본 적도 있다.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사장이 입을 맞추려고 달려든 날 그 여대생은 펑펑 울며 PC방 알바를 그만뒀다. 신 씨는 “당장 생활비가 급해 참기만 했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 자격증 취득 조건을 빌미로 노동을 착취하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과 대학원 졸업생이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하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병원 등에서 일정 기간 수련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수련생을 뽑는 병원보다 지원자가 훨씬 많아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도권 한 대형병원의 수련생 모집에서 40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대학원 심리학과 졸업생 A 씨는 수련 기간 3년간 거의 매주 7일 근무를 했다. 심리 검사와 병원 내 수련생 필수 활동인 그룹 스터디, 슈퍼비전(수련생 감독관에게 평가·지도를 받는 과정), 논문 조사·발표 등을 병행하려면 주 5일 근무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거의 매일 야근했지만 시간외 수당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여름휴가 3일 동안은 집에서 일만 했다. A 씨가 이렇게 일해서 번 돈은 한 달에 고작 100만 원 남짓이다. A 씨는 “병원은 갑(甲)이고 자격증이 필요한 수련생은 을(乙)이기 때문에 참는 수밖에 없다”며 “지방 병원은 무급 수련생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하소연도 못 하는 청소년 알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얕잡아 보는 나쁜 사장들 탓에 청소년 알바생의 인권 유린은 더욱 심각하다. 고등학생 염모 군(18)은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고깃집에서 숯불을 나르는 알바를 했다. 한여름에 매일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하는 것보다 참기 힘들었던 건 술 취한 손님들의 폭행과 욕설이었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며 뺨을 때린 적도 있다. 얼굴과 옷에 침을 뱉어도 화를 낼 수 없었다. 음식점 사장은 염 군이 맞는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했다. 몰래 뒷문으로 나가 눈물을 훔치는 염 군에게 사장은 “돈을 벌고 싶으면 다 참아야 한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염 군은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최저 시급도 받지 못했다. 함께 일한 대학생 형들은 시급을 6500원 받았지만 염 군은 5500원을 받았다. 청소년 알바생에 대한 노동 착취는 심각한 수준이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실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청소년 알바생 대상 부당행위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한 결과 최근 5년간(2012∼2016년) 총 792개 업소에서 1622건이 적발됐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38%), 최저임금을 고지해주지 않고(20%), 임금대장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19%) 순으로 많았다. 일반음식점(41%)이 가장 많았고 커피전문점(19%), 패스트푸드점(9%), PC방(8.5%) 등이 뒤를 이었다.“알바 착취 사업주 엄벌해야” 최근 알바 구직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알바생들의 알권리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기업평판정보’ 서비스를 도입했다. 알바 구인 공고가 뜨면 실제로 일을 해본 근로자들이 해당 업체에 대한 평가 글을 공유해 악덕 사업주나 유해 환경 등에 대한 사전 정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르바이트 구직 포털 알바몬은 2015년부터 임금 체불 사업주 명단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840여 개 체불 사업주 명단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알바생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연주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상담부장(노무사)은 “알바생이 노동청에 임금 체불을 신고할 경우 체불 금액의 전부를 다 받아내는 경우는 드물다”며 “사업주들이 대충 합의하고 끝내자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엄격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바생들에게 피해 구제 방안 등 노동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희원 고용노동연수원 사이버교육팀장은 “어린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의 권리가 뭔지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나 공익 교육시설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대학생 이모 씨(24)는 최근 학교 근처 ‘IT전당포’를 찾았다. 얼마 전 20만 원을 빌리며 맡긴 갤럭시S7 스마트폰을 되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씨의 스마트폰은 없었다. 용돈이 궁해 두 달간 5만 원가량의 이자를 내지 못하자 전당포에서 경매로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돈을 갚지 못하면 경매에 넘기는 게 대출 조건이었다”며 “하지만 미리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소모 씨(25)도 지난해 여름방학 때 디지털카메라를 전당포에 맡겼다가 낭패를 봤다. 추석 연휴와 대출 만기일이 겹치는 바람에 뒤늦게 전당포를 찾았지만 카메라는 이미 경매에 넘어간 상태. 빌린 돈에 20만 원을 더 내고서야 겨우 카메라를 찾을 수 있었다.○ ‘월 이자율 2.3%’의 유혹 아르바이트 자리가 부족한 방학 기간에 정보기술(IT) 기기를 맡기고 소액을 대출해주는 IT전당포를 찾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대학생들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태블릿PC 등을 맡기고 20만∼40만 원씩 소액 대출을 받는다. 전당포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자율 2.3%를 ‘합리적인 금리’라고 홍보하지만 이는 연간 이자율이 아닌 월 이자율이다.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법정 최고금리인 27.9%다. 또 계약 과정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통보 없이 물건을 경매 처분해 버리기도 한다. 금융거래 정보나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IT전당포. 기자가 태블릿PC 한 대를 직접 감정받았다. 구입 2개월 남짓 된 아이패드의 감정가는 40만 원. 월 이자는 2.325%로 첫 달 이자는 9300원이다. 1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면 갚을 돈은 50만 원이 넘는다. 전당포 관계자는 “한 달이라도 이자를 내지 않으면 바로 경매로 처분한다”고 강조했다. 이자 외에도 ‘감정료’라는 명목의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 감정가의 2% 수준으로 40만 원을 대출받을 경우 80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대출 첫 달 내야 할 돈은 원금의 10% 의무 상환액(4만 원), 이자(9300원), 감정료(8000원) 등을 합친 5만7300원. 또 다른 IT전당포에서는 부피가 비교적 큰 노트북 컴퓨터나 디지털카메라를 맡길 경우 보관료로 1만, 2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법정 최고금리에 포함되지 않는 감정료와 보관료 명목을 따로 만들어 꼼수로 추가 이익을 보고 있었다. 한 푼이 아쉬운 대학생들은 손쉽게 돈을 가질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서울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A전당포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20∼29세 고객의 계약이 연평균 286건으로 전체의 20.7%를 차지했다. 금융 거래 경험이 적은 일부 학생은 ‘월 이자 2.3%’를 연이자로 오인하기도 한다. IT전당포에서 만난 대학생 손모 씨(23)는 “방학이라 아르바이트가 끊겨 용돈이 필요해 120만 원짜리 카메라 렌즈를 맡기러 왔다”며 “2%대 이자면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한 달에 이자가 몇천 원밖에 안 되니 새 학기 시작되고 알바를 구해서 금방 갚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00곳 중 84곳이 불법 영업”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대출도 등장했다. 그만큼 대출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인터넷 전당포’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고 전자제품을 택배나 퀵서비스로 보내면 대출금을 계좌로 이체해 준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면 바로 대출 가능 금액을 알려주고 제품을 가지러 오는 출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업체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수도권 소재 인터넷 전당포 1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84곳이 법정 최고금리 이상을 요구해 불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체 약관이나 계약서를 사용하는 93개 전당포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기재했거나, 법정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한 계약서를 사용했다. 일부 인터넷 전당포는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IT전당포 업체명이 적힌 사업자 등록증과 대부업 등록증을 제시하며 상대를 안심시킨 뒤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는 것이다.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는 최근 이런 수법을 반복한 일부 누리꾼을 강제퇴출 조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용대출이 불가능한 대학생을 위한 합리적인 금융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경제 불황으로 정규직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일자리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현재 소지품이라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부업 피해를 구제받기 힘든 상황인 만큼 대학생을 위한 합리적 소액대출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최고야 best@donga.com·이호재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정과 이에 따른 ‘벚꽃 대선(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대남전단(삐라)이 최근 서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북에서 부는 계절풍을 타고 서울에 떨어진 전단에는 김정은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과 함께 박 대통령 탄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민감한 이슈가 담겨 있다. 31일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설 연휴 서울 연세대 캠퍼스 주변과 홍제동 인근 야산 등 서대문구 일대에서 삐라 200여 장이 발견됐다. 삐라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 주장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도배돼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강남구 도곡역 근처 양재천과 타워팰리스 인근에서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내용의 삐라 수백 장이 발견됐다. 인근 건물 관리인 김모 씨(36)는 “하늘에서 눈처럼 삐라가 떨어졌다”며 100여 장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지난달 초·중순에는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영등포구 국회 일대에서도 발견됐다. 삐라가 서울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북한에서 삐라를 담은 풍선을 날려 보내면서 적당한 때에 터지도록 타이머를 달아 위치를 정교하게 조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북한군 비무장지대 방송요원 출신인 주승현 전주기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방부, 국회 같은 곳을 정교하게 조준한 것이 눈에 띈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 팍팍한 시기를 이용해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시국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남남 갈등을 조장할 만한 정치 이슈도 삐라에서 눈에 띈다. 지난달 28일 강북구 수유동 주택가 인근에서 발견된 삐라에는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 조작, 2015년 치욕적인 위안부 합의’라는 문구를 적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일협정과 등치시켜 우리 사회 내 이에 동조하는 일부 세력의 동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다수다.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리적 특성상 삐라는 다음 달 초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11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는 북쪽에 대륙성 고기압이 생겨 북풍이 불기 때문에 남쪽에서 북한으로 삐라를 살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이 계절적 이점을 이용해 우리의 국론 분열을 꾀하고 있다”며 “3월부터 삐라 살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말에 대북 선전용 확성기 40대를 추가 설치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대북심리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최고야 best@donga.com·정동연 기자}

결혼 4년 차 주부 김모 씨(34)는 설을 경기 수원시 친정집에서 보냈다. 시댁이 대전이라 멀지는 않지만 지난해 추석 때 시댁에서 남편과 심하게 싸운 뒤 ‘명절 보이콧’을 선언했다. 결혼 후 줄곧 시어머니와 경제적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김 씨는 명절에 종교적 문제로 차례지내는 것을 거부하면서 고부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김 씨는 30일 “남들 보기엔 좋지 않을지라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고민하다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가족 간 갈등이 터질 확률이 높은 명절 부작용을 피하려고 각자의 본가에서 명절을 쇠는 부부가 늘고 있다. ‘명절이혼’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갈등이 심해지자 명절을 아예 배우자와 따로 보내는 고육책이자 특단의 조치인 셈이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주부 윤모 씨(37)도 친정어머니와 설을 지냈다. 외동딸인 윤 씨는 결혼 후 홀어머니가 명절에 혼자 지내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시댁에서 시어머니가 남편의 누나 내외를 보고 가라며 붙잡는 데에 불만이 컸다. 이번에도 쓸쓸하게 보낼 어머니가 걱정된 윤 씨는 남편에게 설 연휴를 각자 보내자고 선언했다. 결혼 17년 차인 김상훈 씨(57)는 아내에게 각자 설을 쇠자고 먼저 제안했다. 부모가 계시는 경남 창원까지 멀기도 한 데다 오가는 내내 시댁 불만을 토로하는 아내와 자꾸 다투는 것이 싫어 ‘나 홀로 귀성’을 택한 지 올해로 2년째다. 가족 간 갈등이 증폭되는 명절 기간 사소한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명절 동안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명절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2014년 7737건에서 2015년 8491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622건으로 급증했다. 이배영 한국부모교육연구원장은 “각자 명절을 따로 보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부부애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심리 치료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서울∼부산 KTX 표 다수 보유.’ 설 연휴 고속철도(KTX) 기차표 예매 시작 직후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이처럼 행선지별 기차표를 팔겠다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23일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따르면 10일부터 하루 평균 100여 건의 KTX 암표 판매 글이 등록됐다. 기차표를 구입한 가격 그대로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웃돈을 얹어 팔면 불법이다. 중고나라 사이트의 자체 모니터링팀이 적발한 불법 암표 판매는 22일까지 총 344건.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지난해 설(413건)이나 추석(379건) 때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절 기차표 등 구하기 어려운 티켓이나 한정판 제품을 사재기해 웃돈을 붙여 되파는 사람들을 ‘리셀러(reseller)’라고 한다. 판매 수법이나 유통 경로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단속을 비웃고 있다. 적발해도 처벌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암표 판매는 단속보다 한 수 위다. 정보기술(IT)을 통해 막아도 번번이 뚫린다. 코레일은 지난해 추석부터 스마트폰 앱으로 예매 시 타인에게 기차표를 양도하는 ‘선물하기’ 기능을 막았다. 그러자 최근 명절 표를 예매한 코레일 아이디를 통째로 거래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실제로 중고나라에 기차표 판매 글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처를 남기자 15분 만에 전화가 왔다. 판매자는 “상하행 각각 시간대별로 갖고 있다”며 “입금이 확인되면 표를 예약한 코레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문자로 보내겠다”고 했다. 이어 “연휴가 끝나면 비밀번호를 바꿔 다시 아이디를 회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차표는 보통 정상 가격보다 1만∼2만 원가량 비싸다. 온라인 예매 후 프린트한 티켓을 스캔한 뒤 파일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한 판매자는 “스캔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인쇄해 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친절히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표를 구매하는 사람 이름으로 승차자 이름을 바꾼 PDF 파일을 보내준다”는 안내문까지 버젓이 내걸었다. 기차 암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적발해도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가 KTX 불법 암표 판매에 과태료를 부과한 실적은 전무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에 강제로 개인정보 수집을 요청할 수 없어 과태료 부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차표와 함께 리셀러의 주요 타깃 중 하나가 인기 공연의 티켓이다. 지난해 11월 판매된 영국 인기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티켓은 23, 24일 이틀간 각각 1분 만에 4만5000석이 매진됐다. 예매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티켓 매물을 판다는 글이 2400여 개 올라왔다. 15만4000원짜리 스탠딩석 표는 6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일부 리셀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마땅치 않다. 1973년 마련된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암표 매매를 ‘경기장, 역 등의 장소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파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온라인 암표로 팔리는 것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힘들다. 법무법인 송담의 신현호 변호사는 “현행 법률로는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리셀러 단속이 어렵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김배중 기자}
20일 전국 곳곳에 폭설이 내리면서 도로는 물론이고 하늘길과 바닷길 통행까지 마비됐다. 수도권에서는 지하철 고장이 잇따르면서 땅속 혼잡도 극심했다. 이날 오전 5시 20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 서울 방향 2km 지점에서 고모 씨(58)가 운전하던 25t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졌다. 이어 뒤에서 오던 김모 씨(40)의 22t 화물차 등 총 5대가 추돌했다. 이 사고로 김 씨가 숨지고 5명이 경상을 입었다. 강원 원주시 소초면에서는 마을 주민 19명이 타고 가던 25인승 버스 1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왼쪽으로 넘어져 최모 씨(65)가 숨졌다. 오후 3시 20분경 강원 삼척시 원덕읍 월천교 위에서는 미끄러진 승용차를 뒤따르던 관광버스가 추돌했다. 승용차 탑승자 김모 씨(75) 등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강원 지역은 고성 47cm 등 영동 일대에 많은 눈이 내려 미시령 등 일부 도로가 통제됐다. 특히 동해대로 국도 7호선은 한때 8km 이상의 구간에서 정체가 나타나면서 사실상 도로 전체가 마비됐다. 동해고속도로 6개 나들목의 진입도 통제됐다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됐다. 고성과 양양 앞바다에서는 소형 어선 8척이 조난당했다. 7척은 구조했지만 1척은 찾지 못해 해경이 수색하고 있다. 10cm 안팎의 눈이 내린 수도권은 도로뿐 아니라 땅속 상황도 아수라장이었다. 오전 6시 30분 인천 부평구 지하철 1호선 동암역에서 용산행 급행열차가 갑자기 멈춰 서 승객 300명이 뒤따라 온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오전 7시 15분에는 인천 서구 인천지하철 2호선 검단오류역에 전동차가 고장으로 멈춰 서 하행선 9개 구간 운행이 25분 동안 지연됐다. 서울에서도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신설동역 사이에서 전동차가 고장 나 30여 분간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이날 여객선 73개 항로 106척의 발이 묶였고 항공도 15개 노선의 24편이 결항됐다. 한편 토요일인 21일에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에 강추위가 닥친다. 23, 24일 최저기온이 전국적으로 영하 11도까지 내려가 추위가 절정에 이른 후 차츰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최고야 best@donga.com /속초=이인모 기자}

임기를 마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를 방문해 자신이 기증한 ‘리퍼트나무’ 앞에서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나무는 2015년 3월 흉기 피습사건으로 부상당한 리퍼트 대사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은 계기로 같은 해 4월 학교 측에 기증했다.연세대 제공}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이 1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특검은 최 전 총장이 이화여대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 남궁곤 전 입학처장(56) 등과 함께 정 씨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검은 최 전 총장을 상대로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확인된 최 씨와의 잦은 교류가 부정 입학 등 학사 비리와 관련이 있는지 집중 추궁했다. 최 전 총장은 2015, 2016년 학교 총장실에서 최 씨를 만나고 수십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특검 수사로 드러났다. 이런 정황에 비춰 최 전 총장이 정 씨에게 각종 특혜를 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은 이날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학과 교수(54)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교수는 최 전 총장의 측근이다. 특검은 또 2015년 정 씨가 입학한 뒤 이화여대가 교육부의 재정 지원사업 9개 중 8개 사업에 선정되는 데 최 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교육부와 이화여대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구속된 김 전 학장은 정 씨가 장학생이 될 수 있도록 학사관리 내규를 바꾸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학장이 만든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내규 개정안은 2016년도 입학생과 재학생 가운데 실기 우수자에게 최종 성적을 최소 B학점 이상 주도록 하고 있다. 또 입학 때 ‘C급 대회 실적’(전국체육대회 등 3위 이상)만 있어도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내규 개정안은 정 씨의 입학 이후인 2015년 9월 만들어졌으나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김준일 jikim@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