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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SK LG CJ그룹이 함께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드42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대기업들이 특정 스타트업 공동 투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모빌리티 분야에서 첫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코드42는 1일 대기업 5곳으로부터 총 3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가 150억 원을 투자했고 SK텔레콤과 LG전자, LG유플러스, CJ가 나머지 150억 원을 출자했다. 각 사의 코드42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코드42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올해 3월 설립한 코드42는 현대자동차로부터 20억 원을 투자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4월 송 대표를 직접 만나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등 코드42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추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평가된 코드42의 기업 가치는 최소 1000억 원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뛰었다. 코드42의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에서도 드디어 수천억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가진 자율주행 분야 스타트업이 등장한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 대표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분야 전문가가 모인 코드42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유모스(UMOS)’를 2021년 출시할 예정이다. 코드42는 유모스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과 배달 로봇, 드론, 전동 킥보드 등을 활용한 차량 호출 및 공유, 음식 배달, 이동형 상점과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코드42는 최근 모빌리티 업계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차두원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을 최근 정책 담당 총괄로 영입하며 구체적인 사업 설계에 돌입했다. 송 대표도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택시업계 등을 두루 만나면서 자체 플랫폼 사업의 방향성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드42의 유모스를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미국 앱티브(APTIV)와 함께 4조8000억 원을 들여 설립하는 합작회사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유모스 등의 플랫폼에 적용해 서비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장 진입을 노리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번 투자가 자체 기술력을 높일 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CJ는 스마트 물류 영역에서 코드42와의 협업을 모색하기로 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코드42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계기로 주요 대기업이 모빌리티 분야의 스타트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 및 이해관계자 간 갈등 문제로 모빌리티 기업 중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 등 소수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는 미국으로 넘어가 투자를 받기도 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현대차그룹 등의 코드42 투자 결정을 통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자동차는 이제 ‘공유’만 챙기면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유력 소프트웨어(SW) 업체와 합작회사를 세워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평가다. 미래자동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른바 ‘CASE(Connected·연결, Autonomous·자율주행, Shared·공유, Electric·전기)’ 중 공유 분야를 제외하면 대규모 투자나 외부 협업으로 주요 전략의 뼈대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연결 분야에서는 2016년부터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시스코와 차량 내 통신망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고, 전기 쪽에서는 올해 유럽 내 고성능 전기차 업체와 초고속 충전 기업에 각각 지분 투자를 진행하면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의 공유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옛 현대차 서비스센터에서 열린 ‘제로원데이’ 행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공유 플랫폼 투자 계획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 (대규모)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을 직접 방문해 앱티브(APTIV)와 자율주행 SW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기업가치 4조8000억 원) 설립 계약을 맺은 직후 나온 발언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영조 사장이 이끄는 전략기술본부를 중심으로 해외 승차 공유 업체에 투자해 왔다. 올해 3월 승차 공유 업체인 그랩(동남아시아)에 2843억 원을 투자해 지분 1.41%를 확보한 데 이어 5월에는 올라(인도)에 3384억 원을 투자했다. 올라의 기업가치가 약 7조 원임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의 보유 지분은 5% 미만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경쟁 업체인 도요타와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그랩, 올라, 미국 우버와 같은 글로벌 승차 공유 업체의 대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는 이들 승차 공유 플랫폼에 차량을 대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지분이 미미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그랩이나 올라와 높은 수준의 협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자구책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연대해 자체 승차 공유 플랫폼을 육성하거나 국내 대형 모빌리티 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택시회사를 인수한 뒤 직접 기사를 고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에 6월 50억 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 사례다.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지 않은 스타트업을 통해 국내 승차 공유 시장에 첫발을 내민 셈이다. 현대차가 20억 원을 초기 투자한 스타트업 코드42도 승차 공유 서비스 등을 포함한 통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스타트업에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사업 초기 단계의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 투자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자체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나 쏘카 등 기존 국내 대형 모빌리티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는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과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인천을 떠나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승객이 비상구 문손잡이를 건드린 탓에 회항한 뒤 다시 출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9일 아시아나항공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27일 오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프놈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OZ739편 여객기는 이륙 30여 분 만에 회항했다. 비행기 좌측 날개 쪽 비상구 좌석에 앉은 남성 A 씨(61)가 갑자기 비상구 문손잡이를 잡아당기면서 시스템에 오류가 떴기 때문이다. A 씨의 돌발 행동에도 기압 차이 때문에 비상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안전 규정에 따라 회항을 결정했다. 항공기는 안전 착륙을 위해 서해 상공을 돌며 연료를 모두 쓴 뒤 오후 11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내렸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A 씨를 인천공항경찰단에 넘겼다. 항공기는 주유 등의 준비를 마친 뒤 다시 승객을 태우고 다음 날 오전 3시 30분 프놈펜으로 향했다. 이번 회항 조치로 승객 181명이 불편을 겪었고 아시아나항공은 연료비 손실을 봤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손실 금액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비용을 문제를 일으킨 승객에게 청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경찰단은 A 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호기심에 그랬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동국제강은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해 철강 산업을 책임질 이공계 대학생 장학 사업을 16년째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강 산하 송원문화재단은 2004년부터 지역 인재를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재단은 장학생 전원에게 대학 졸업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졸업 후 동국제강 취업 희망 시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장학생마다 같은 학교 출신의 동국제강 임직원을 멘토로 지정해 현업에서의 실무 소개 등 실질적인 진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초중고교생 장학금을 신설해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 재단은 부산 지역에서 협약을 맺은 5개 고등학교 학생과 부산 남구 지역 복지센터에서 선발한 초·중등학생을 포함해 90명에게 올해 45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동국제강은 2012년 ‘주니어 사원’이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하면서 차별화한 채용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4학년 1학기 재학 중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합격한 주니어 사원은 핵심 임직원의 조언을 받으면서 동국제강의 해외 사업장으로 견학을 떠난다. 복귀 후에는 현업에 배치돼 약 5주간 연수를 진행한다. 4학년 2학기 강의가 시작되면 주니어 사원은 모두 학교로 돌아가 남은 학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회사에는 1주일에 하루만 출근하면 된다. 이 기간에는 회사에서 학업 지원비가 지급되며 연말 연구과제 발표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은 끝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최종 합격자를 가르는 일반적인 인턴 제도와는 다르게 학업과 근무를 병행할 수 있고 정규 채용을 보장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2017년부터 ‘대학생 럭스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착색아연도금강판) 브랜드인 럭스틸을 적용해 실제 건축물을 디자인해 출품하는 체험형 공모전이다. 공모전에 1차로 선발된 참가자들은 럭스틸의 생산 과정과 시공 방식, 사례 견학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후 최종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대상으로 선정된 팀의 작품은 설계 그대로 시공에 들어간다. 1회 공모전 대상 작품은 1년 6개월 동안 공사를 거쳐 동국제강 부산공장 경비동에 설립됐다. 회사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모든 기업들이 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던 1980년대에도 일찌감치 부산에 그룹 연수원을 지었고 이후 충북 옥천군, 대전 유성구에 육성 센터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 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GS칼텍스는 단순히 지원자의 학력 등 눈에 보이는 ‘스펙’이 아니라 직무 능력을 핵심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한 뒤 육성하고 있다. 우선 GS칼텍스는 서류전형과 필기전형(직무능력검사 및 한국사 시험), 1차면접, 최종면접 단계를 거쳐 인재를 채용한다. 회사는 2016년부터 서류 접수, 면접에 이르기까지 지원자의 학점이나 어학성적 등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 형태의 이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필기전형에 포함된 직무능력검사 역시 직무 수행과 유사한 상황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해결하는 유형의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빠른 시간 내 많은 문제를 정확하게 풀도록 한 기존 형태와는 달라진 방식이다. 1차 면접은 프레젠테이션과 인성 관련 질의로 구성된다. 프레젠테이션은 GS칼텍스가 자체 개발한 직무상황 중심의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인성 면접은 면접관이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지원자에게 질의를 하는 형태다. 특히 GS칼텍스는 최종 면접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주관한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면접 위원으로 참석해 지원자의 인성과 직무 적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최종 선발된 GS칼텍스의 신입사원은 4주 동안 입문 연수를 받는다. 교육 과정 대부분을 사내 강사가 맡는다. 경영진 특강과 CEO 간담회를 통해 신입 사원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이후 2개월간 현장 근무를 실시한 뒤 현업에 투입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임직원의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 공정 및 재무관리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2017년부터는 ‘디자인 씽킹’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들이 직접 해외 혁신 사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GS칼텍스는 임직원이 다양한 시도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SBT’ 프로그램이다. SBT는 임직원 스스로 외부 환경 변화를 바라보면서 사내에서 시도하고 싶은 사업 주제를 선정해 직접 도전하는 제도다. 임직원 투표와 경영진 심사를 통해 최종 선발된 팀은 실제 사업화에 도전하게 된다. 지난해는 3개 팀이 블록체인과 물류 자동화 등을 주제로 해외 각국을 다니며 전문가 인터뷰, 선진 기업 견학, 콘퍼런스 참석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GS칼텍스 조직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인재”라며 “이를 위해 채용부터 업무 능력 향상에 이르기까지 구성원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요새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넘어서 ‘뉴뉴노멀’의 시대다. 부품·소재 국산화는 대기업에 책임을 묻거나 단기간에 하나의 처방으로 극복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주최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전략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여러 논의가 오간 끝에 이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기업은 대책이 있다고 한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들어가면서 어떤 품목이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우리 기업이 대책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조강연을 맡은 권평오 KOTRA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뉴노멀’이 됐는데 최근에는 정세 불안까지 더해져 ‘뉴뉴노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일방주의’ 통상 정책이 장기화하면 가장 피해를 입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고, 심지어 전통 제조강국인 독일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특정 시장에 치우친 수출 구조는 대외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11월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오늘 당정청이 소재·부품 특별 조치법을 논의했다. 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 산업별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소재·부품 국산화가 더딘 측면에는 대기업의 의지 부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해 정치권은 대기업 의지 부족을 말하지만 이는 기업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특정 국가, 특정 회사에 의존하면 단가 협상력이 떨어지는데 이걸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다. 제품의 기술력이나 특허 면에서 일본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것”이라며 “국가 간 협정과 합의를 존중하는 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종호 NH-아문디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머리를 맞대 국산화가 꼭 필요한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에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처럼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원인이 어떻든 간에 이번을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 논의가 시작됐으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협력업체)이 소재·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수요가 있는 대기업과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도 대기업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할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대기업이 구매해주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상무)을 비롯해 기업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여기 스타트업 행사장 맞아? 왜 이렇게 힙(Hip·새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하지?” 현대자동차가 26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옛 서비스센터에서 연 스타트업과 예술가의 협업 축제인 ‘제로원데이 2019’에 참석한 취업준비생 김모 씨(24)는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놀랐다. 그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내려 현대차가 제공하는 전동 킥보드를 타고 평소라면 20분 걸릴 거리를 약 7분 만에 도착한 길이었다. 현대차는 용산역과 5호선 마포역에 협업한 스타트업 슈어모빌리티의 전동 킥보드 ‘제트(ZET)’ 등을 배치해뒀다. 제로원은 창의인재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현대차의 지원 아래 지난해 3월 서초구 강남대로에 문을 연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제로원데이 행사는 예술가와 개발자, 스타트업 관계자 등 다양한 창의인재들이 참여해 프로젝트와 사업모델을 일반에 선보이고 소통하는 자리였다. 올해 행사의 주제인 ‘모든 것의 무경계(Borderless in Everything)’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산업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한계 없는 만남과 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큰 주제 아래의 세부 주제는 △평평한 세계(Flat World) △멀티 휴머니티(Multi Humanity) △유동하는 모빌리티(Liquid Mobility) 등이었다. 자율주행기술로 움직이는 모의주행 기기부터 전동 킥보드, 증강현실(AR) 기반의 게임과 예술품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현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했다. 당장 사업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참신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행사라는 것이다.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에 나선 설원희 현대차 미래혁신기술센터장(부사장)은 “자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만이 미래 성장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은 물론이고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 센터장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2000년대 초반 새로운 무선통신기술을 개발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선도했지만 이를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실패하며 미국 애플과 구글에 선두 자리를 내준 사례를 언급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융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스타트업계 관계자 등 모두 2000여 명이 참석했다.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관람객들은 요리, 그림, 바느질, 목공까지 다양한 창작 활동에 참여하고 전문가들의 작업도 볼 수 있다. 지민구 warum@donga.com·김도형 기자}

“요새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넘어서 ‘뉴뉴노멀’의 시대다. 부품·소재 국산화는 대기업에 책임을 묻거나 단기간에 하나의 처방으로 극복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주최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전략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은 여러 논의가 오간 끝에 이런 결론에 합의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정부가 정책이 있다면 기업은 대책이 있다고 한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들어가면서 어떤 품목이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우리 기업이 대책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조강연을 맡은 권평오 KOTRA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뉴노멀’이 됐는데 최근에는 정세 불안까지 더해져 ‘뉴뉴노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일방주의’ 통상 정책이 장기화하면 가장 피해를 입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고, 심지어 전통 제조강국인 독일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특정 시장에 치우친 수출 구조는 대외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11월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오늘 당정청이 소재 부품 특별 조치법을 논의했다. 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 산업별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소재 부품 국산화가 더딘 측면에는 대기업의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소재 부품 국산화에 대해 정치권은 대기업 의지 부족을 말하지만 이는 기업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특정 국가, 특정 회사에 의존하면 단가 협상력이 떨어지는데 이걸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다. 제품의 기술력이나 특허 면에서 일본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것”이라며 “국가 간 협정과 합의를 존중하는 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소재 부품 국산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종호 NH-아문디 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머리를 맞대 국산화가 꼭 필요한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에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처럼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원인이 어떻든 간에 이번을 계기로 소재 부품 국산화 논의가 시작됐으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협력업체)이 소재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수요가 있는 대기업과 연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도 대기업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대기업이 구매해주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상무)을 비롯해 기업인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중소기업계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주 52시간제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해 달라고 간청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서도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정치권에 보완 입법을 촉구한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고용정책 간담회’에서 “기업은 주 52시간제 등 노동 규제로 매우 지쳐 있다”며 “경제 상황과 기업 준비 등을 고려해 도입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19일 고용노동부가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은 주 52시간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용 국회 환노위원장(자유한국당)은 “외환위기 때보다 ‘죽겠다’는 기업이 많은데 고용 정책이 주된 원인”이라며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현장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설훈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과 임서정 고용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도 탄력근로제(현행 3개월)와 선택근로제(현행 1개월)의 최대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려 달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호경 kimhk@donga.com·지민구 기자}

중소기업계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에게 주 52시간제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예정대로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정치권에 보완 입법을 촉구한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고용정책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등 노동 규제로 매우 지쳐있다”며 “경제 상황과 기업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19일 고용노동부가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은 주 52시간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용 국회 환노위원장(자유한국당)은 “요즘 외환위기 때보다 ‘죽겠다’는 기업이 많은데 고용정책이 주된 원인”이라며 “특히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현장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국회 환노위 간사단과 임서정 고용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도 탄력근로제(현행 3개월)와 선택근로제(현행 1개월)의 최대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려달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완성차 업체는 주간 연속 2교대를 통해 주 52시간 제도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 부품업체들은 부품 주문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주 52시간 제도 보완 입법 추진으로 경제 생태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미국 GM 노동조합이 사측에 한국GM의 자동차 물량을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구하는데 어떻게 함께하겠습니까.” 24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만난 노조 핵심 관계자는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의 미국 GM 근로자들과 연대 계획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GM지부가 사측에 카허 카젬 사장 퇴진과 생산 물량 확보를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연 직후였다. 이 관계자는 “UAW가 한국의 금속노조를 통해 한국GM 노조와의 연대 투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물량 배정 경쟁 등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까지 연 한국GM 노조가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파업 명분을 쌓을 수 있는 미국 GM 노조와의 연대도 거부하면서 한국에서의 생산물량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한국GM 노조는 9∼11일에 2002년 창사 이후 첫 전면 파업을 진행한 뒤 부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생산 거점은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이다. 기존에 생산했던 아베오와 캡티바는 단종됐다. 그 대신 GM 본사는 부평 2공장이 올 4분기(10∼12월)부터 트랙스(연간 7만5000대)를 생산하도록 물량을 배정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단체교섭에서 사측에 “2022년부터의 생산 계획을 제시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GM 공장에서 수입해 판매하기로 한 쉐보레 브랜드의 콜로라도 및 트래버스도 부평 2공장 등 국내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은 자사 차량의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정해철 한국GM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노조 내부에서 GM 수입차 불매운동 전략이 거론된 것은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의 국내 생산을 사측에 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한국GM의 사측 관계자는 “물량 배정은 미국 GM 본사 경영진이 국가별 공장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며 “공장 생산량을 늘리려면 생산성을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신설 연구법인인 한국GM테크니컬센터코리아(TCK) 소속 직원들에게 전체 GM 사업장과 지역 법인, 개인 평가 등을 종합해 성과급 지급을 결정하는 ‘팀(TEAM)지엠’ 제도 도입을 요구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로베르토 렘펠 TCK 사장은 “팀지엠을 반영한 단체협약에 다음 달까지 합의해야 추가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인천=지민구 warum@donga.com / 변종국 기자}

끝까지 안 따고 버텼습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고3 때부터, 대학 새내기, 군 입대 전후, 취업 전후 등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끝내 외면했습니다. 만 18세가 넘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취득한다는 운전면허! 저는 당당하게 14년 넘게 따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귀찮았습니다. 운전면허 딸 시간에 다른 취미 생활이나 공부를 하는 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니어서 문제겠지요.) 또 생각보다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버스 메트로 워킹(이른바 BMW)에 익숙했기에 운전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면허를 취득하는 것을 아주 번거롭게 여겼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도 의외로 많더군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5월 공개 석상에서 “아들(대학생)은 운전면허도 딸 생각을 안 합니다”라고 수줍게(?) 가정사를 고백했었지요. 그러다 올해 1월. 마침내 저의 ‘노 라이센스’ 삶을 포기해야 할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자동차 업계를 담당하는, 산업1부 자동차팀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죠. 발령 직후 업무지시를 받다가 저는 수줍게 고백했습니다. “선배, 저… 면허가 없어요.” 면허 없는 자동차 담당 기자라. 가끔 있었다고는 하지만, 흔치는 않습니다. 자동차의 ‘A to Z’를 취재하고 기사화해야 하는데, 운전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치명적이겠죠. 결국 저는 1호 업무지시를 받습니다. “일단 면허부터 따자.” 선배의 지시에 저는 스리슬쩍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서서히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3월. 본격적이 운전면허 학원 등록에 앞서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이제 술집에서도 주민등록증 대신 운전면허증을 내보일 생각을 하면서(현실은 주민등록증을 확인조차 않습니다만) 말입니다. 따끈따끈한 사진을 들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운전면허 학원에 찾아갔습니다. 입학 상담을 받는데, 수강료가 77만 원이라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 ‘이 돈이면 마실 수 있는 술이 몇 잔인데…’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결제를 마쳤습니다. 보험료와 운전면허 필기시험 접수비까지 포함하니 80만 원이 훌쩍 넘어가더군요. 아, 운전면허 종류요? 고민이 많았지만, 저는 비교적 쉽고 빠르게 딸 수 있는 ‘2종 보통(자동변속기)’을 선택했습니다. 2종 보통은 일반적으로 ‘아반떼’처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승용차로 시험을 봅니다. 자동 변속기여서, 운전(D) 중립(N) 주차(P) 후진(R) 4~5개로만 나뉘는데요. 변속기 손잡이로만 위, 아래로 쓱쓱 올리거나 내리면 차량 기어 상태를 바꿀 수 있는 거죠! 반면 1종 보통은 업무용이나 창업용 푸드트럭으로 자주 쓰이는 트럭으로 시험을 봐야 합니다. 수동 변속기여서 기어 상태를 바꾸는 게 비교적 번거로운 편입니다. 변속기를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복잡하게 바꿔야 하거든요. 사실 학원 등록 전에 수줍게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 분계 물어봤습니다. “2종 보통 운전면호로는 운전할 수 없는 차량이 있나요?” 그랬더니 조심스럽게 답변을 주시더군요. “12인승 스타렉스나, 수동 변속기 차량인 ‘벨로스터 N’ 정도밖에 안 떠오르네요.” 그래도 살짝 불안해서 법령을 찾아봤습니다. 2종 보통의 경우 10인승 이하의 자동차와 적재 중량 4t 이하의 화물자동차까지 몰 수 있다고 나오네요. 또 2종 보통 운전면허가 있으면 ‘원동기장치 자전거’도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원동기장치 자전거가 뭐냐고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요새 도심에서 공유 서비스로 유행하고 있는 ‘전동 킥보드’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네요. 한 마디로, 전동 킥보드도 2종 보통 이상의 운전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다는 것이겠죠. 아무튼 결론을 내리면 1종 보통 운전면허는 꼭 수동 변속기 차량을 타고 싶다거나, 11인승 이상의 차량을 몰 계획이 아니라면 일상생활에서 2종 보통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또 어떤 운전면허가 좋다, 나쁘다는 것보다는 본인의 필요성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는 점. 기억해 둘만한 지점인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1종 보통 면허가 있다고, 2종 보통 운전자를 놀리거나 깔보기 없기!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게 됐는지를 차근차근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17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에는 보관돼 있는 자전거들 사이로 전동킥보드(스쿠터)가 여러 대 주차돼 있었다. 이 전동킥보드는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인 ‘제트(ZET)’를 통해 서비스된다. 제트는 지난달 제주지역에서 전동킥보드·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서울의 가산디지털단지·독산역 주변에서도 전동킥보드 40여 대를 배치해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기자가 직접 제트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운전면허 및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니 스마트폰 화면에 사용 가능한 전동킥보드가 어디에 있는지 표시됐다. 가장 가까운 전동킥보드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계기판에 초록색 불이 들어오면서 사용 가능한 상태로 바뀌었다. 준비했던 안전모를 착용하고 주행해 봤다. 속도를 최대치까지 올리자 퇴근길 역에서 나와 걷는 직장인들을 금세 따라잡았다. 느낌상으론 꽤 빠른 것 같아 봤더니 애걔, 겨우 시속 15km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개인형 이동수단의 최대 시속을 25km로 제한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제주도는 최대 속도를 시속 20km, 교통이 복잡한 서울은 이보다 느린 15km로 설정했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로 30분 동안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 도로 4.5km를 달렸다. 차도로 달리다 보니 차량과 부딪힐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사실 기자는 운전면허를 딴 지 몇 달 안 된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인도로 주행할 수 없다. 사고 위험 때문에 현대차는 이용약관을 통해 사용자가 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했다. 물론 이용요금에 포함된다. 주행을 마치고 지하철역 주변 자전거 거치대에 전동킥보드를 세운 뒤 앱을 통해 반납 처리하니 주행 시간·거리, 가격 등이 나왔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은 시범 서비스 지역이라 요금은 아직 결제되지 않았다. 정식 서비스가 이뤄지는 제주에서는 10분당 요금이 2000원이다. 제트는 완성차 생산만 했던 현대차가 첫 번째로 선보인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다. 서비스 기획부터 앱 설계까지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작업을 현대차가 도맡아 했다. 전동킥보드·자전거 서비스를 하는 제트는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교통 체증을 해결할 ‘라스트마일’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1마일(약 1.6km), 즉 라스트마일 구간을 차량 없이 이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기존의 차량 제조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모든 이동 수단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인도에서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뒤 추진한 혁신 작업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서 수익 사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교통이 촘촘하게 연결된 수도권 지역에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거주해 수요가 떨어지는 데다 서비스 출시 초기여서 보험료 등 운영비 부담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차량 호출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도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성을 고려해 전동킥보드 기기 양산과 플랫폼 구축을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한국닛산이 세단인 ‘8세대 뉴 맥시마’를 전국 공식 전시장에서 판매한다고 17일 밝혔다. 맥시마의 신규 부분 변경 모델 출시는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뉴 맥시마는 ‘플래티넘’ 단일 트림(선택 사양에 따른 등급)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4580만 원이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닛산이 한국 시장에서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인피니티 브랜드를 포함한 닛산의 지난달 국내 시장 판매량은 115대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6월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닛산은 7월 6세대 알티마 시승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한국닛산은 당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신차 출시를 통해 철수설 불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허성중 한국닛산 대표는 “뉴 맥시마 출시는 한국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모비스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 용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주제는 반려동물 자율주행 공유 친환경 등 8가지다. 현대모비스는 1차 서류 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종 4팀의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 기준은 창의성과 시장성, 실용성 등이다. 최우수상(1팀)에는 장학금 300만 원이 지급된다. 참가 접수는 다음 달 14일까지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31개 공장 직원들이 임금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 GM에서 12년 만에 노사 분규가 발생하면서 이미 파업이 진행 중인 한국GM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 사측과 4년 전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15일(현지 시간) 오후 11시 59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UAW는 미국 자동차 항공우주 농업기계 분야를 대표하는 노조로, 한국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처럼 상급단체 역할을 하며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다. UAW에 가입된 GM 노조원은 4만6000여 명이다. 미국 GM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GM은 이틀 동안 이뤄진 파업 탓에 일평균 3억 달러(약 357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부품 생산 공장 등이 멈추면 GM의 캐나다·멕시코 조립 공장 가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GM 노사 갈등은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측이 공장 4곳의 폐쇄를 발표하면서 고조됐다. 실제 GM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6년 997만 대에서 지난해 838만 대까지 줄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깊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GM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이자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로 생산시설에서만 4만9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트위터를 통해 GM과 UAW를 향해 “만나서 합의하라”고 촉구한 것도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GM 노사가 다시 양보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이번 미국 GM의 파업이 한국GM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M 본사가 미국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하면 한국GM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노조의 파업 장기화는 GM 본사에 엄청난 타격인 만큼 사측이 양보를 해서라도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5년 연속 적자가 난 상황이어서 타결이 급할 게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한국GM 노조(조합원 8000여 명)는 추석 연휴 전인 9∼11일 사흘간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18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사측은 노조의 전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1만 대, 매출 손실은 2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GM 노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하면 상대적으로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GM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인천 부평구, 경남 창원시 공장을 방문한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판매량 확대에는 관심이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은 계속 폐쇄할 것”이라면서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본사에 (구조조정) 빌미를 제공할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31개 공장 직원들이 임금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 GM에서 12년 만에 노사 분규가 발생하면서 이미 파업이 진행 중인 한국GM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 사측과 4년 전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15일(현지 시간) 오후 11시59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UAW는 미국 자동차 항공우주 농업기계 분야를 대표하는 노조로 한국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처럼 상급단체 역할을 하며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다. UAW에 가입된 GM 노조원은 4만6000여 명이다. 미국 GM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GM은 이틀 동안 이뤄진 파업 탓에 일평균 3억 달러(약 357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부품 생산 공장 등이 멈추면 GM의 캐나다·멕시코 조립 공장 가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GM 노사 갈등은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측이 공장 4곳의 폐쇄를 발표하면서 고조됐다. 실제 GM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6년 997만 대에서 지난해 838만 대까지 줄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깊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GM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이자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로 생산 시설에서만 4만9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트위터를 통해 GM과 UAW를 향해 “만나서 합의하라”고 촉구한 것도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외신들은 GM 노사가 다시 양보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이번 미국 GM의 파업이 한국GM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M 본사가 미국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하면 한국GM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노조의 파업 장기화는 GM 본사에 엄청난 타격인 만큼 사측이 양보를 해서라도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5년 연속 적자가 난 상황이어서 타결이 급할 게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한국GM 노조(조합원 8000여 명)는 추석 연휴 전인 9~11일 사흘 간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18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사측은 노조의 전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1만 대, 매출 손실은 2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GM 노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하면 상대적으로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GM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 인천 부평구·경남 창원시 공장을 방문한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판매량 확대에는 관심이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은 계속 폐쇄할 것”이면서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본사에 (구조조정) 빌미를 제공할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지민구기자 warum@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한국과 일본 기업이 양분한 세계 수소전기자동차(FCEV) 시장에 전통의 자동차 강국인 독일 업체까지 뛰어들며 치열한 싸움을 예고하고 나섰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각국의 새로운 수소전기차 모델과 신기술이 대거 공개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BMW그룹은 12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개막한 ‘제68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사전 제작 차량)인 ‘i 하이드로젠 넥스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BMW는 2022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5’를 기반으로 한 첫 양산형 수소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독일 완성차 업체 중 수소 연료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모델의 구체적인 양산 계획을 공개한 것은 BMW가 처음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수소를 연료로 쓰는 ‘GLC F-CELL’을 지난해 11월 출시했지만 플러그를 꽂아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어 순수 수소전기차는 아니다. 벤츠는 아직 순수 수소전기차 양산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차량이 빨아들인 산소를 탱크에 담긴 수소와 결합해 동력으로 삼는 수소전기차의 양산에 성공한 완성차 업체는 한국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 혼다 등 3곳뿐이다. BMW 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3사는 그동안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차량 양산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주요국 정부가 전기차 충전 시설과 보조금 확대에 주력하면서 수소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최대 주행 거리(600km 안팎)와 충전 시간(3∼6분)에서 수소전기차가 전기차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이 증명되면서 독일 완성차 업체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최근 출시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400km 안팎, 완전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장거리 주행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수소전기차 양산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전기차 양산에 나서려면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장에서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현대차 도요타 혼다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현대차는 아우디(폭스바겐그룹), 도요타는 BMW, 혼다는 지엠(GM)과 각각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동맹을 맺으며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글로벌 경쟁은 내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개막에 맞춰 새로운 수소전기차 모델 공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도쿄 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지칭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홍보에 나섰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수소전기차 1만 대 이상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도요타 등에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모토 운트 슈포트’의 평가에서 넥쏘가 만점(100점)에 가까운 95점을 얻으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중국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넥쏘 홍보에 나서는 등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넥쏘 판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공급은 아직 국내 시장에 집중돼 있으나 내년 수소연료 트럭 출시를 계기로 유럽 등 해외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모터쇼의 주인공은 고성능 자동차가 아니라 친환경차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10일(현지 시간) 언론 공개 행사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제68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를 둘러본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행사를 이렇게 한 줄로 요약했다. 대형 전시관을 마련한 세계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화면을 통해 차량 주행 성능과 고출력 엔진에 대한 언급 대신 ‘탄소 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 같은 단어와 영상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참여한 현대자동차도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을 방문한 것도 현대차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1∼6월) 유럽 시장에서만 2만3000여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아 전기차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도 유럽 완성차 업체들처럼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초고속 충전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전기차 콘셉트카(사전 제작 차량) ‘45’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45는 1974년 선보인 국산 1호 콘셉트카인 ‘포니 쿠페’의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외관은 다이아몬드 형태로 내부는 나무와 섬유, 가죽 소재 등을 활용해 가정집 같은 느낌을 냈다. 레이싱 전용 전기차인 ‘벨로스터 N ETCR’도 처음 선보였다. 세계 1위의 자동차 브랜드 독일 폭스바겐은 ‘MEB 플랫폼’으로 만든 첫 양산형 전기차 ‘ID.3’를 공개하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은 전기차의 뼈대와 주요 부품 등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놨다. 기본 플랫폼에 다른 부품이나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형태의 차량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운전자가 ID.3를 살 때 각각 다른 배터리 용량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MEB 플랫폼을 적용해 가능한 선택이다. ID.3는 77kWh 용량 배터리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55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11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고객 인도는 내년 2분기(4∼6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가격은 3만 유로(약 3900만 원) 수준이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2028년까지 70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날 최대 주행거리가 700km에 이르는 세단형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 EQS’를 공개했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역시 첫 순수 전기차 ‘뉴 MINI 쿠퍼 SE’를 선보였다. 1897년 처음 시작돼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로 꼽히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보기술(IT)과 전자·전기 기술이 더해진 미래차가 등장하면서 자동차 업체도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CES)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실제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한국의 기아차와 쌍용차를 비롯해 일본의 도요타·마쓰다·닛산, 프랑스 푸조, 스웨덴 볼보 등은 불참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완성차 업체의 각종 첨단 기술은 CES를 통해 소개되고, 개별 모터쇼는 각 지역별 시장 특성에 맞춘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프랑크푸르트=김도형 dodo@donga.com / 지민구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친환경 자동차 전략이 유럽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면서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9위에서 5위로 껑충 뛰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업체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면서 친환경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시장 조사 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1∼6월) 기준 6.5%로 지난해보다 2.4%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순위도 지난해 9위에서 테슬라(미국), BYD(중국), 르노닛산(프랑스-일본), 상하이자동차(중국)에 이어 5위로 급상승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4만5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성장한 배경에는 공을 들이고 있는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인 코나와 니로 등을 앞세워 올 상반기에 유럽 시장에서만 2만3000여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7000여 대)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규모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중국 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중국 전용 중형 세단인 라페스타의 전기차 모델과 셀토스 중국형 모델인 KX3의 전기차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강력한 친환경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유럽은 중국에 이어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지역인 만큼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유럽의 전기차 분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다.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인 ‘리막(리마츠)’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했다. 9일에는 독일 뮌헨에 위치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업체인 ‘아이오니티’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이오니티는 2017년 11월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그룹 등 독일 완성차 3사와 미국 포드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합작사다. 초기 투자 기업 4곳 외에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에 투자 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다른 4곳과 똑같이 아이오니티의 지분 20%를 확보할 예정이다. 아이오니티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아이오니티는 현재 유럽 14개국 고속도로망에 350kW(킬로와트) 초고속 충전기를 갖춘 140여 개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했다. 2020년 말까지 충전소를 유럽 24개국 400여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이오니티의 초고속 충전기로 3분 충전하면 1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상품본부 부사장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과 유럽 전역에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에 동참하는 것을 계기로 확고한 친환경차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날 에너지 기업 OCI와 전기차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북미 지역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에서 폐배터리 활용 ESS 실증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