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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하다.” 교통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두 같았다. 음주단속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낮출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술 한 잔만 마셔도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폭넓게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음주단속 기준 수치를 낮춰도 국민들이 더 이상 이를 ‘규제 강화’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제 남은 일은 정부가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음주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안주석 국회 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은 2일 “18대 국회부터 음주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하자고 발의했지만 번번이 막혔다”며 “의학적으로 술을 마시고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기준이 0.05%라는 반대 논리 탓이었다”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개인마다 음주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과학적 수치에 너무 의존하기보다 인식과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기 아주대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속기준도 강화하고 동시에 방식도 단계적으로 합리화해야 한다”며 “미국과 같이 일자로 걷기, 알파벳 거꾸로 말하기 등 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을 판단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음주단속 기준 강화가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음주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부장은 “한국은 대부분 여럿이 함께 술을 마시고 윗사람이 권하면 거절할 수 없는 음주문화를 갖고 있다”며 “음주단속 기준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술자리 문화까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보도를 접한 누리꾼 등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자의 사연과 단속에 걸린 음주운전자가 아무렇지 않게 풀려나는 단속현장을 다룬 기사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음주운전은 살인을 하겠다고 각오한 행위나 다름없다”(아이디 civi****), “술값은 펑펑 쓰면서 대리운전비는 아깝나”(아이디 doo5****) 등 일부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대다수 누리꾼과 독자들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징역형 등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압도적인 찬성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교통사고에 따른 보행자 사망 문제가 도시와 농촌 모두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도심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처벌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도시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의 절반을 넘거나 육박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372명 중 213명(57.3%)이 보행자다. 대구와 광주는 모두 51.6%에 달하고 울산(48.4%) 인천(47.2%), 부산(42.8%) 경기(42.1%) 지역도 높았다. 농촌지역도 심각하다. 사고 중 차지하는 비율은 도시보다 낮지만 전체 인구를 감안한 수치는 훨씬 높았다. 전남의 경우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가 인구 10만 명당 7.7명에 달한다. 제주 6.8명, 경북 6.4명, 전북 5.7명, 강원 5.5명 등이다. 서울(2.2명) 등 대도시가 2∼3명대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4621명 중 1795명(38.8%)이 보행자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차량에 타고 있다가 사고로 숨진 사람이 인구 10만 명당 2.4명(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5명)보다 낮다. 하지만 보행자 사망은 3.9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명의 3배가 넘는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노인 보행자 사망은 15.5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3.2명)의 5배에 육박한다. 보행자 사망이 감소하지 않는 한 전체 교통사고 피해도 줄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2018년까지 보행자 사망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890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보행자가 많은 주요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현재 최대 시속 60km에서 10km 이상 낮출 예정이다. 제한속도 10km 하향 조정은 동아일보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제시한 실천 방안 중 하나다. 만약 교통사고로 보행자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벌점은 2배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상 15점, 경상 5점에서 각각 30점, 10점으로 늘어나는 것. 벌점 40점이면 면허정지가 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한 번의 보행자 교통사고로 도 면허정지가 될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횡단보도 간격 규정을 현재 200m에서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의 경우 90m, 일본은 100m 거리만 두면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행자 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지역별 보행안전지수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사고가 많은 곳은 예산 지원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도로 가장자리의 전봇대나 가로등, 표지판 등에 차량이 부딪치는 공작물 충돌 사고 100건당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약 13건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통 선진국에 비해 최고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운전자가 차로를 잠깐 벗어나더라도 사고를 내지 않도록 도로 시설을 정비하고, 제한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공작물 충돌 사고가 잦은 도로에는 ‘용서의 도로(클리어 존)’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도로변 공작물 충돌 교통사고 현황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09∼2013년 국내 공작물 충돌 사고 100건당 사망 건수는 12.6건으로, 일본(4.7건)의 2.7배, 영국(2.8건)의 4.5배에 달했다. 영국의 경우 같은 기간 전체 공작물 충돌사고가 6만7162건으로 한국(2만3137건)의 2.9배에 이르지만 사망 사고 건수는 1868건으로 한국(2906건)보다 오히려 36% 낮다. 현행법상 가로등과 표지판은 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안쪽(인도 쪽)에 설치해야 하지만, 인도에 접한 도로상에 세워놓은 곳이 적지 않아 운전자들이 실수로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하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공작물 충돌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클리어 존은 도로와 전봇대, 표지판 등의 사이에 있는 빈 공간으로, 운전자가 음주나 졸음 등으로 한순간 도로를 벗어나도 사고를 내지 않고 다시 도로 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한다. 용서의 도로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제한속도가 시속 70km 이상인 모든 도로에 클리어 존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교통량과 제한속도 등에 따라 구체적으로 클리어 존의 폭이 정해져 있고 클리어 존에 공작물을 설치해야 할 때는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작물의 재질을 부서지기 쉬운 재료로 해야 한다는 등 세부적인 안전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일부 국도와 지방도로에 클리어 존과 같은 접도(接道)가 있긴 하지만 제한속도 등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없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제한속도가 시속 70km 이상인 모든 도로에 클리어 존을 설치할 수 없다면 사고가 잦은 구간에 우선 설치하고, 도저히 여건이 안 되는 곳은 최소한 방호 울타리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도로 가에 설치된 전봇대나 가로등, 표지판 등 공작물에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 100건 당 13명 가까이 사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비율은 교통 선진국에 비해 최고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도로변 시설을 정비하고, 제한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도로 가에는 운전자가 차로를 잠깐 벗어나더라도 사고를 내지 않도록 ‘용서의 도로(클리어 존)’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도로변 공작물 충돌 교통사고 현황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2009~2013년 국내 공작물 충돌사고 100건 당 사망사고 건수는 12.6건으로, 일본(4.7건)의 2.7배, 영국(2.8건)의 4.5배에 달했다. 영국의 경우 전체 공작물 충돌사고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사망사고 건수는 한국보다 36% 낮았다. 2010~2014년 통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기간 국내에서 발생한 공작물 충돌 교통사고는 총 2만2654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111만1151건의 2.0%였지만 사망자 수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1.2%인 2901명에 달했다. 다른 유형의 교통사고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는 뜻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에서 공작물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은 것은 일부 도로에서 규정에 맞지 않게 도로 위에 가로등, 표지판 등이 설치돼 있고 선진국과 같이 도로변에 클리어 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가로등과 표지판은 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안쪽(인도 쪽)에 설치해야 하지만, 도로변과 가까운 도로 상에 세워놓은 곳이 적지 않아 운전자들이 실수로 도로변으로 이동하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공작물 충돌사고를 줄일 수 있는 클리어 존은 도로와 전신주, 표지판 등 사이에 있는 빈공간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제한속도 70㎞/h 이상인 모든 도로에 클리어 존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클리어 존은 운전자들이 음주나 졸음 등으로 한 순간 도로 밖으로 벗어나도 사고를 내지 않고 다시 도로 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용서의 도로’라고도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일부 국도와 지방도로에 클리어 존과 같은 접도(接道)가 있지만 제한속도 등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아직 없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클리어 존 도입으로 도로안전 기준을 선진화하고 운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로변 공작물의 재질 등 구체적인 설치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 “저 그럼 안 걸린 건가요? 감사합니다!” 음주운전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음주가 감지돼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단속 기준인 0.05%보다 낮게 나온 운전자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측정 직전까지 불안해하던 운전자들의 표정은 수치를 보며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바뀐다. 차량에서 내릴 때만 해도 경찰관에게 “다음부터 절대 술 마시고 운전하지 않겠다”고 사정하던 운전자들은 ‘면죄부’를 받았다는 듯 태연히 운전대를 잡는다. 0.05%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 없이 풀려난 운전자들은 ‘이 정도 마시면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한층 용감해진다. 단속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습범’으로 변해 간다.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음주단속 기준이 ‘잠재적 음주사고 가해자’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성 운전자 음주사고도 대폭 늘어 19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강동구 길동 네거리 인근. 편도 3차로의 2개 차로를 막고 경찰의 음주단속이 시작됐다. 유흥가인 이 지역은 밤늦은 시간에도 취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11시를 넘자 집에 가려는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고 음주운전 적발도 속출했다. 11시 30분부터 약 40분 사이에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7명. 이 가운데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하는 3명이었다. 윤모 씨(31)는 3명 중 한 명이었다. 간이 음주측정에서 술을 마신 걸로 나오자 경찰관은 정식 측정을 요구하며 차량을 인도 쪽 길가로 천천히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 씨는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급하게 운전대를 꺾다가 경찰관의 제지를 받았다. 자칫 옆 차로에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갔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찔한 위기를 넘긴 뒤 윤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0.037%였다. 윤 씨는 곧이어 풀려났다. 운전자 김모 씨(31)도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두어 잔만 마셨는데 걸렸다”고 말했지만 말투는 꼬여 있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29%로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다시 운전석으로 향했다. 경찰관이 겨우 설득해 대리운전을 부르게 했다. 이금환 강동경찰서 팀장은 “단속 기준을 낮추거나 아니면 기준에 미치지 않은 음주운전자를 벌점 등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운전자들이 술을 입을 대면 아예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 경각심이 최근 갈수록 둔감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사망자는 583명으로 전년보다 9명(1.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직전 2년 동안 10%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정체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주단속 기준을 0.03%로 낮출 경우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300명가량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비행기나 선박 운전자는 음주단속 기준이 0.03%다. 여성 운전자의 음주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단속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여성 음주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10.3%나 늘어났다.○ 단속기준 낮추자 사망자 4분의 1로 줄어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인다는 건 이미 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16년 전만 해도 일본의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1276명. 당시 1217명의 한국과 비슷했다. 골머리를 앓던 일본 정부는 2002년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낮췄다. 처벌 수위는 높였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3∼0.05%인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만 엔(약 5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했다. ‘과실치사상죄’ 대신 ‘위험운전 치사상죄’를 도입했다. 국민들에게 ‘음주는 과실이 아닌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변화는 빠르게 나타났다. 2002년 음주운전 사망자는 1000명 아래로 내려갔고, 2009년부터는 연간 300명을 밑돌고 있다. 10년 만에 사망자 수를 4분의 1로 낮춘 것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운전 사망자 비율은 6%대에 머물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한국의 음주운전 사망자(583명) 비율은 12.6%에 이른다. 최근에는 음주운전에 비교적 관대했던 나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50년 만에 0.08%인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단속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8%가 기준인 캐나다는 운전 경력이 2년 미만이거나 20세 미만 운전자(0.01%)는 술을 입에만 대도 운전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스페인(0.08%)과 뉴질랜드(0.05%)도 경력 2년 이하 운전자에 한해 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했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 ‘음주운전은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462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5000명 이하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망자 감소 폭이 급감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와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는 오히려 급증하는 등 교통안전의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는 지적이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4년(4762명)에 비해 141명 줄었다. 이보다 앞서 2년간 사망자가 매년 300명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감소 폭이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차량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도 1.9명으로 사상 처음 2.0명 이하로 떨어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1.3명)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유형별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는 65명으로 전년보다 13명(25.0%)나 늘어났다. 어린이 사망자 중에서 보행 중 사망한 비율은 63%에 달한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도 816명으로 전년에 비해 53명(6.9% 증가) 늘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도 지난해 583명으로 전년도(592명)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 여성운전자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32명으로 전년 대비 10.3%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교통안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정체하거나 오히려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교통사고 사망자도 줄었다”며 “그러나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한 ‘세림이법’ 외에 이렇다 할 제도적 개선이 없었기 때문에 감소 폭이 급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반도로에서도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뒷좌석 안전띠만 매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300명가량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불법 명의 자동차인 대포차가 최근 시체 유기나 마약 유통 등 강력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하자 경찰청이 올해부터 전국 16만여 대의 과태료 고액·상습 체납 차량을 수배해 일제 단속을 하기로 했다. 대포차로 의심되는 차량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경찰이 대포차의 운전자를 적극적으로 검거해 대포차 시장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찰은 1만5841명의 이름으로 등록된 16만2128대의 고액·상습 과태료 체납 차량 가운데 밀린 금액이 많은 차량부터 순차적으로 수배해 단속할 예정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하지 않고 운전하는 대포차는 자동차 관리법의 명의 이전 등록 규정을 위반한 차량이다. 이 규정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운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 경찰은 올해 5∼7월 대포차 자진 신고 기간을 거쳐 8∼10월 고속도로 휴게소나 대형 주차장 등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고액 체납 차량은 과태료가 500만 원 이상이다. 고액·상습 체납 차량 대부분은 대포차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차가 아니니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과태료나 범칙금이 운전자 앞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포차가 각종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억 원가량의 빚 독촉에 시달리던 김모 씨(28)가 부산에서 채권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버릴 때 중고 대포차를 이용했다. 이달 필로폰과 대마초를 광주와 부산, 아산, 인천 등 9개 지역에서 거래하다 검거된 폭력 조직 행동대원 등 일당 13명이 마약을 유통시킬 때 사용한 차량도 대포차로 밝혀졌다. 지난해 11월엔 인천의 한 경찰서에서 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던 용의자가 도망쳐 나와 도주 수단으로 대포차를 이용했다. 피해 사례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사채업자들이 대포차를 악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채업자들이 신용불량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빌려준 돈의 5배 이상에 해당되는 중고차 장기 대여(리스) 계약을 신용불량자 가족 등의 명의로 맺게 한 다음 그 차를 사채업자가 인도받는다. 채무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그 차를 대포차로 쓰는 방식을 취한다. 돈을 빌린 신용불량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경찰이 대포차로 의심되는 고액·상습 체납 차량을 전격 수배키로 한 것은 대포차의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대포차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경찰도 대포차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했다. 이전에는 검사와 특별사법경찰관에게만 수사 권한이 있었다. 수배 대상인 16만2128대의 과태료 체납액은 전체 누적 체납액 1조672억 원의 19.4%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차량은 매년 10만 건 이상 추가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약 50억 원의 과태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포차를 실제로 몰고 있는 운전자를 잡지 않으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찰은 기존의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떼 가는 것)나 공매(강제 경매 등으로 파는 것) 조치는 계속하기로 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차량은 흉기로 변한다. ‘설마 걸리기야 하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은 자칫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다. 현행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로는 음주운전의 유혹을 완전히 막기가 어렵다. 하지만 단속에 걸리지 않아도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술을 입에 대기만 해도 운전을 할 수 없도록 단속기준을 0.03%로 낮춰야 하는 이유다. 》“큰딸 먹이려던 손만두가 아직 그대로 있는데….” 이경희 씨(52)는 8일 대전 유성구 자신의 집에서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꿩고기로 만들었다는 손만두를 꺼내 보였다. 부인 이옥선 씨(45)가 연신 “그만 좀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부인 이 씨의 눈도 붉게 충혈돼 있었다. “만두 직접 만든 거야. 내 딸 주려고 내 손으로 내가 만든 거야. 이제 난 어쩌라고….” 울먹이던 아버지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아버지가 만든 꿩고기 만두를 먹고 싶다고 말했던 큰딸은 사흘 뒤 세상을 떴다. 설날이었지만 집 안에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기자가 찾은 오후 7시경 서너 가지 반찬이 안주인 술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씨는 이미 취해 있었다. 큰딸(사고 당시 20세)을 음주운전 차량에 잃은 뒤 이렇게 매일 술로 지새운다. ○ 두달 전 만삭 딸 잃은 이경희씨이 씨는 사고가 난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지난해 12월 30일 큰딸 부부는 오전 2시가 넘어서까지 부모님 집에 있었다. 당시 큰딸은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출산예정일이 올 1월 25일이었다. 이날 이 씨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큰딸 부부를 격려했다.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아이까지 낳은 큰딸은 시댁에서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해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사위한테 이 씨는 “둘째까지 생겼으니 이제 맘 잡고 제대로 잘 살아보라”고 당부했다. 오전 2시 50분경 콜택시를 타고 큰딸 부부는 집으로 향했다. 오전 3시가 조금 지나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큰딸이 근처 대학병원에 있는데 위독하다는 것이었다. 사고는 집 바로 앞 삼거리에서 났다. 큰딸 부부를 태운 택시는 오전 2시 57분 신호위반을 하고 골목에서 삼거리로 나오던 티뷰론 차량에 들이받혔다. 티뷰론 운전자 이모 씨(27)의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5%.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이 10m 이상 튕겨 나갈 정도로 큰 사고였다. 이 사고로 사위도 중상을 입었고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택시 운전사도 아직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내는 집에 남겨두고 막내딸과 응급실로 달려갔지. 큰딸이 눈만 깜빡깜빡하고 있었어. 배 속에 있는 애는 이미 죽었다고 하더라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의사한테 물었지. 가망 있느냐고. 대답이 시원찮았어. 애 아프게 하지 말고 그만두라고 했어. 내가 큰딸의 눈을 손으로 감겨주고 의사가 천으로 얼굴을 덮었지. 그게 마지막이야.” 16일은 큰딸의 49재였다. 어머니 이 씨는 “휴대전화에 있는 큰딸 사진을 보면 지금이라도 전화가 와서 ‘엄마’ 하고 부를 것 같다”고 말했다. 축복 속에 시작한 부부생활은 아니었지만 큰딸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애교가 많아 명절 때면 어두운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도맡아 했다. 만삭의 몸에도 꿋꿋하게 식당과 커피숍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첫째 아들 육아비와 생활비를 벌 만큼 생활력도 강했다. 아버지 이 씨는 “명절 때마다 같이 윷놀이를 하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며 “시집에서 받아주지 않는 세 살배기 손자는 어떻게든 내가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만 안 했으면 이런 사고가 없었지. 술 한잔을 먹었어도 하면 안 돼.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야. 내 딸이 죽으라고 택시 탄 거 아니잖아….” 아버지는 끝내 고개를 떨궜다.○ 34년째 환상통 시달리는 신현종씨왼쪽 다리를 잃은 지 34년이 지났다. 고통은 여전하다. 버스 운전사로 일하던 신현종 씨(64)는 사라진 다리 부분에 참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 다리를 잃었지만 다리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면서 고통까지 느끼는 것이다. 신 씨는 “사나흘에 한 번씩 통증이 심해진다. 이미 사라진 다리를 20cm마다 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라며 “한 다리로 앉아서 펄쩍펄쩍 뛸 만큼 고통이 심하다”고 말했다. 증상은 겨울에 특히 심해진다. 병원에서는 약물중독을 우려해 진통제 복용을 늘리면 안 된다고 권유하지만 이미 약물 때문에 가끔 환각 증세를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병원에서 돌아올 때 붕 떠 있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신 씨는 1982년 4월 12일을 한시도 잊을 수 없다. 당시 김포시 자택 부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관광버스에 부딪혔다. 왼쪽 골반과 다리뼈가 모두 으스러져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버스 운전사는 대구에서 출발해 강화도를 들렀다가 내려오는 중이었다. 강화도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비가 오던 날이라 운전이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버스는 중앙선을 넘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신 씨에게 돌진했다. 신 씨는 버스와 나무 사이에 끼인 채 정신을 잃었다. 사고 당시 신 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혼이었다. 당시 버스 운전사는 수입이 꽤 괜찮은 직종이었다. 하지만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과 함께 꾸린 단란한 가정은 사고로 풍비박산이 났다. 부인은 신 씨의 투병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사고 6개월쯤 지났을 때 어디론가 떠났다. 아이는 할머니와 고모들이 돌봤다. 1년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신 씨에게 남은 건 보험금 3000만 원이 전부였다. 신 씨는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혼자 자란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불편한 몸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을 잡을 수도 없었다. 사고 후 중장비 대여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내 접어야 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조차 받지 않았어요. 그렇게 풀려난 가해자는 1년 정도 경비일을 하다가 다시 버스회사에 취직했습니다. 15년 전쯤 들은 소식으로는 운행 중 음주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해요. 음주운전은 결국 모든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갑니다.” ▼ 뺑소니 30%는 술 때문 ▼사고 내고도 기억 못하거나 음주사실 들통날까 도망쳐지난해 12월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5명을 치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10대 여성 한 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달아난 운전자 권모 씨(26)는 사고 한 시간 뒤 집에서 검거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146%로 면허취소 기준(0.1%)을 넘은 만취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뺑소니 사고 상당수는 음주운전에서 비롯된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뺑소니 사고 5만3081건 중 가해자가 음주 상태로 운전한 사례는 1만5741건(29.7%)에 이르렀다. 뺑소니 운전자 3명 중 1명은 술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사고를 냈거나 음주 사실을 들킬까 봐 두려워 도망친 것이다. 음주와 뺑소니 사고의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4년 경찰대 정철우 경찰학과 교수가 운전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뺑소니 사고를 유발하는 운전자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음주나 범죄 사실 등 불리한 정황을 감추려는 심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격자나 폐쇄회로(CC)TV 등 감시자가 없어서’라는 이유보다 상관관계가 더 높았다. 뺑소니 사고 피해자의 고통은 일반 사고보다 크다. 가해자가 검거되지 않으면 피해 보상을 받을 길도 막막하다. 2014년 발생한 뺑소니 사고는 8771건으로 207명이 숨지고 1만3622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820건(9.3%)은 범인을 잡지 못했다. 뺑소니는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보다 사망할 확률도 10.7% 높다. 병원 이송이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무면허, 무보험보다 음주 사실이 들통날까 봐 두려워 도망치는 경우가 3배나 많다”며 “뺑소니 사고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음주운전을 근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대전=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포=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6년에도 반칙운전을 감시하고 착한 운전을 응원합니다. 2013년 ‘시동 꺼! 반칙운전’으로 시작해 캠페인 4년 차인 올해는 교통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합니다. 현재 약 4700명인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매년 400명씩 계속 줄여 나가면 2020년에는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집니다.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4762명이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5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교통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인구 100만 명당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영국 28명, 독일 40명, 이웃나라 일본이 41명이다. 한국은 2013년 101명에서 2014년 93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2배가 넘는다. 한국이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매년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금보다 2000명 이상 줄어들어야 한다. 2020년까지 앞으로 5년간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00명씩 계속 사망자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국내 교통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마련했다. △음주운전 △도심 제한속도 △안전띠 착용 △고령 운전자 △버스 문화 혁신 등 5개 분야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팀은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는다. (1) 음주단속 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지금까지 통계가 확정된 2010년부터 4년간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인원은 107만7039명. 이 가운데 과거 1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경험이 있는 비율은 41.7%에 이른다. 3회 이상 적발된 사례도 15.6%. 여전히 많은 운전자가 ‘술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현행 음주운전 단속 기준의 심리적 경고 효과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농도 0.05%다. 1980년 음주측정기를 이용한 현장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준은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방울이라도 술을 입에 대면 아예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다. 0.03%로 강화하면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300명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주운전을 살인 예비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최대 10년 징역형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같은 이유로 사면을 제한하고 면허 재취득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교통사고가 나면 음주운전자 과실을 100%로 산정하는 등 강 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도심속도 10km 낮춰 보행자 사고 줄여야 “골목길에서 왜 그렇게 빨리 달리는 거죠?” 한국 생활 20년째인 일본인 다나카 하나코 씨(43·여)는 여전히 한국의 도로가 무섭다. 큰 도로는 물론이고 좁은 골목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차량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설 때마다 다나카 씨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습관이 도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1910명.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0.1%다. 이 중 65.2%(1245명)는 폭 13m 미만의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도로를 보행자와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차량의 전용공간으로 여기는 운전문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도심의 제한속도를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10km만 낮춰도 보행자의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2014년 제한속도를 시속 10∼30km 낮춘 134개 지역의 교통안전도 개선 효과를 평가한 결과 사고 발생은 18.3%, 사상자 수는 26.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시도 2014년 시속 30마일(약 48km)이던 제한속도를 25마일(약 40km)로 낮췄다. (3) 뒷좌석도 안전띠를… 위반땐 범칙금 강화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가 나면 사망률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5배가량 높아진다. 부상 가능성은 18배 이상으로 치솟는다. 그래서 안전띠를 ‘생명띠’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내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5.7%(2016년)에 그치고 있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97%인 독일과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다.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본인뿐 아니라 충돌로 인한 조수석 탑승자 사망률도 7배나 높아진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일반도로에서 승용차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교통 선진국은 10∼20년 전에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다. 전문가들은 뒷좌석 안전띠 착용만 잘 지켜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300명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띠 착용처럼 사망률에 직결되는 법규를 위반했을 때의 범칙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행 고속도로 등에서 안전띠 미착용 범칙금 3만 원은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설문 결과, 전체의 90%가 안전띠 미착용 범칙금을 올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10만 원’이 30%로 가장 많았고, ‘15만 원’도 10%를 차지했다. (4) 7080 안전운전 위해 자격-적성검사 확대 지난해 10월 일본 미야자키 현에서 73세 고령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치매를 앓던 운전자가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지 못하고 700m를 질주한 것이다. 고령자 관리가 세계 최고라는 일본에서 치매환자가 어떻게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을까. ‘75세 이상’으로 정한 인지기능검사 대상에서 해당 운전자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령 기준을 다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층 등 일반 운전자의 난폭운전 등을 단속할 제도는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어느 정도 보완됐지만 부적격 고령 운전자를 가려낼 시스템은 미비하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5년마다 받는 적성검사가 전부다.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적성검사가 고령 운전자의 신체기능과 인지능력 저하를 정확하게 짚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 65세 이상 사업용 버스 운전사를 대상으로 7가지 유형의 자격유지 검사가 실시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격심사를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5세 이상 운전자는 최소 2년마다 치매검사와 인지적성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 사고 잦은 버스회사 관리감독 엄격하게 지난해 10월 인터넷에 한 버스 운전사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운전사는 버스를 몰면서 버젓이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운전사는 신호대기로 정차할 때마다 운전석 왼쪽 거치대에 올려놓은 스마트폰 화면을 쉴 새 없이 ‘터치’했다. 버스 안에서 “졸음, 과속, 전방주시 태만을 주의하자”는 방송이 흘러 나왔지만 운전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배차 간격을 지킨다는 핑계로 승객 안전을 소홀히 하는 사례도 있다. 7일 경기 평택시에서는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지나던 버스와 트럭이 충돌해 트럭 조수석에 타고 있던 어머니와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버스 운전사는 “운행시간표를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신호를 위반했다”고 진술했다. 운전사에게 생명과 안전을 맡긴 버스 승객들은 불안하다. 2014년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버스 사고 사망자는 해외 주요국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프랑스는 버스 사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벨기에는 2명, 스페인 4명, 영국 7명(이상 2011년)에 그쳤다. 한국은 같은 해 152명이 버스 사고로 숨졌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사고를 자주 내는 버스 회사는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전국의 모든 소방관 제복에 태극기(사진)가 부착됐다. 10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소방관 4만1337명의 기동복에 태극기를 붙이는 사업이 지난달 말 마무리됐다. 오른쪽 어깨 아래 3cm에 부착한 태극기의 크기는 가로 8cm, 세로 6.4cm다. 태극기 바로 아래에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KOREA(대한민국)’라고 쓰여 있다. 소방관 기동복은 재난구조 및 훈련 등 야외활동 중에 주로 입는 복장이다. 안전처는 지난해 8월부터 소방관 제복의 태극기 부착을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한 후 지방자치단체별로 기동복에 태극기 부착을 추진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재난현장에 투입될 때만 태극기가 붙은 제복을 입었다”며 “이제는 국내 현장에서 착용하는 제복에도 태극기를 부착해 ‘안전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3월 광복 70주년 및 6·25전쟁 65주년을 맞아 전 장병의 전투복에 태극기 부착을 결정했다. 현재 장병 60여만 명에게 기본색과 위장색 태극기 패치(가로 8cm, 세로 5.3cm 크기) 1개씩이 지급됐으며 기본색 태극기는 평시에, 위장색 태극기는 전시 및 훈련 때 전투복 오른쪽 어깨에 부착한다. 이어 경찰도 기동복에 태극기 부착을 결정했으며 태극기의 위치와 크기, 모양은 군복의 기본색 태극기와 같다. 경찰은 올해부터 태극기가 부착된 새 기동복을 보급한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학교와 학원 통학차량 안전조치를 대폭 강화한 일명 ‘세림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통학차량에 어린 생명이 희생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1일에도 충북 청주에서 여덟 살 어린이가 통학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번에도 아이들의 승하차를 도울 보호자가 따로 없었다. 세림이법으로 보호자 동승이 의무화됐지만 학원이나 체육시설에서 운영하는 15인승 이하 차량은 내년 1월까지 적용이 유예됐기 때문이다. 》 “아이가 (통학차량) 앞으로 지나갔잖아요. 조금만 더 주변을 살펴보면 되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김영철 씨(43)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에서 일어난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세림 양(당시 3세)의 아버지다. 사고를 계기로 통학차량 안전조치를 대폭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마련됐다. 하지만 세림이 사고가 나고 2년 10개월여 만인 1일 청주에서 또다시 통학차량에 치여 8세 어린이가 숨지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피해 어린이는 차량 앞으로 지나가다 사고를 당했다. 차 앞쪽에 ‘보호센서’만 달았어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운전자들에게 호소했다. 김 씨의 절절한 호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세림이법이 시행됐지만 통학차량 관련 어린이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50건이 넘는 통학차량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해 5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동승자 없는 통학차량 3만 대 1일 오후 7시 10분경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근처 태권도학원의 12인승 통학차량이 도착했다. 엄모 군(8)이 내린 뒤 운전자 신모 씨(51)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순간 통학차량 앞으로 지나가던 엄 군이 차량 앞부분에 부딪쳤다. 119구급대가 8분 만에 도착했지만 엄 군은 끝내 숨졌다. 통학차량에는 어린이들의 승하차를 인솔할 동승자가 없었다. 세림이법에 따라 9인승 이상의 통학차량에는 반드시 보호자가 동승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원이나 체육시설에서 운영하는 15인승 이하 통학차량’은 보호자가 타지 않아도 된다. 영세업체가 많다는 이유로 2017년 1월까지 법 적용이 유예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경찰에 등록된 어린이 통학차량은 8만8971대. 이번 사고처럼 내년 1월까지 보호자 탑승 의무가 유예된 통학차량은 3분의 1이 넘는 3만1220대(35.1%)에 이른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안전을 확보하려면 운전자의 주의 의무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통학차량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상관없이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받아야 할 의무교육도 2년에 3시간에 불과해 안전의식 확보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 역시 운전자가 기본적으로 차량 앞에 어린이가 있는지만 확인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차량 사각지대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데 안전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학차량 ‘암행 단속’ 실시한다 비슷한 통학차량 사고가 이어지자 경찰은 이른바 ‘암행(暗行) 단속’을 하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강신명 청장은 2일 경찰관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통학차량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도록 직접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앞으로 통학차량 운전자가 알아챌 수 없는 위치에서 승하차 상황을 촬영해 증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학교나 학원 밀집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단속을 벌이다 보니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승하차 과정에서 통학차량의 불법이 적발되면 해당 시설을 직접 조사할 방침”이라며 “이동식 단속도 강화해 난폭운전을 하는 등 운전 습관이 위험해 보이는 통학차량은 끝까지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 청주=장기우 기자}
앞으로 소방관이 순직하면 광역자치단체장(葬)으로 치른다고 국민안전처가 21일 밝혔다. 개정되는 ‘순직 소방공무원 장례지원조례 표준안’에 따르면 화재를 진압하거나 구조를 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유족의 동의 후에 시나 도가 주관하는 장례로 엄수한다. 교육 또는 훈련이나 현장 출동 때는 소방관서장으로 지낸다. 지금까지 화재를 진압할 때나 구조 업무 중에 숨지는 소방관은 연평균 5.5명이었지만 그에 합당한 장례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순직한 소방관의 장례가 시도 자치단체의 장으로 치러진 적은 현재 2건에 불과하다. 안전처는 이 조례 표준안을 다음 주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 통보할 계획이다. 17개 시도 중 울산, 경기, 전북 지역은 유사한 조례 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순직 소방 공무원의 장례절차에 대한 업무편람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올해 6월까지 접경지역에 주민 대피시설 22개가 추가로 늘어난다. 기존 접경지역 대피소 168개에는 최소 1~2일을 머물 수 있도록 편의시설 등이 마련된다. 1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예산 66억 원을 들여 대북 확성기가 있는 전방 군부대 지역 등에 주민 대피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북한의 지뢰도발에 이어 경기 연천지역에서 포격 도발이 있은 후 주민 안전시설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피소 1개에 들어가는 예산은 6억 원으로 이 중 절반은 국민안전처에서, 나머지는 기초자치단체에서 부담한다. 정종제 안전정책실장은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서 최대 70%를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대피소가 들어설 부지 확보가 어려운 곳은 여유가 있는 학교 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접경지역 대피소는 유사시에 잠깐 몸을 피하는 대피형이 아닌 최소 1~2일을 생활할 수 있는 체류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현재 168개 접경지역 대피소 중 서해 5도에 있는 42개소는 주방과 화장실 생필품 등이 갖춰져 있다. 나머지 126곳 중 27개 시설은 화장실 없고 70개소는 주방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이들 대피소도 예산을 확보해 편의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유사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평소에는 마을회관이나 도서관으로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후방지역의 대피소는 수용률을 280%에서 120%로 낮추기로 했다. 수용률은 대피소의 한 사람당 필요한 공간에서 더 확보해야 해는 공간의 비율을 말한다. 현재 후방지역은 이 기준이 0.86㎡당 1명(잠깐 서서 대기할 수 있는 수준), 전방지역은 1.4㎡당 1명(누울 수 있는 정도)이다. 예를 들어 10명이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의 경우 전방지역의 수용률은 39.2㎡로 전과 동일하지만 후방지역은 24.1㎡에서 10.32㎡로 줄어든다. 그동안 지하철이나 관공서 및 민간 시설 지하주차장 등에 지정돼 있는 2만3365개 대피소의 수용률이 지나치게 넓게 책정돼 있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올해는 대한민국 국군의 전신(前身)인 ‘남조선국방경비대’가 창설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45년 8월 광복 후 휴전선 이남에 주둔했던 미 군정(軍政)은 이듬해인 1946년 1월 15일 한국의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남조선국방경비대를 만들었다. 조선경비대는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 출범 후 한국의 정식 국군으로 재탄생한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광복군 출신 인사들이 조선경비대에 참여함으로써 국군은 북한의 인민군이 가질 수 없는 광복군의 전통을 이어가게 된다.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군은 핵과 미사일이라는 북한군의 가공할 만한 비대칭 전력이라는, 창군 이래 가장 파괴력이 큰 북한의 도발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은 새해 벽두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리 군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및 킬체인(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탐지하고 선제 타격하는 체계) 구축과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우리만의 비대칭 전력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 유사시 아직 작전을 지휘할 권한이 없는 우리 군은 주한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되돌려 받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고질적인 방산비리와 병영 악습 철폐, 정예강군을 위한 국방개혁 등도 우리 군이 앞으로 차질 없이 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 “남한에도 군부대 세워라”… 美군정, 1946년 뱀부계획 가동 ▼‘뱀부(bamboo) 계획을 가동하라.’ 1945년 8월 광복 후 남한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 군정청은 그해 12월 국군의 전신인 남조선국방경비대의 창설 계획인 ‘뱀부 계획’을 추진키로 한다. 뱀부 계획은 군 조직이 아닌 경찰의 예비대 전력(2만5000명)을 구축하는 계획이었다. 미 군정이 경찰 예비대로 한국군 조직을 창설한 것은 북한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정식으로 수립되기 전에 미군이 남한에 정식 군대를 만들 경우 북한을 앞세워 한반도 공산화를 꾀하고 있던 소련의 반발이 불 보듯 했기 때문이었다.광복군의 법통을 잇다 당초 미 군정청의 계획은 2만5000명의 2배인 5만 명의 병력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약 7만 명의 미 24군단 병력으로는 한국에 남아 있던 34만 명의 일본군을 무장해제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광복 직후 북한에서는 군소 군사단체를 규합해 인민군의 전신인 보안대를 창설하는 군사적인 움직임이 있어 미 군정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에 미 군정청 치안국장이었던 로런스 시크 준장은 군정청 내에 국방사령부(통위부)를 발족하고 남한 내 군대조직 편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한다. 국방사령부는 미 군정하에 만들어진 최초의 국방 기구다. 이 기본계획에 따르면 육군은 3개 사단으로 구성된 1개 군단(4만 명)을, 해군은 해안경비대 5000명, 공군은 수송비행대대 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당시 태평양지역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반대에 부닥친다. 맥아더 사령관이 반대한 것은 북한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 군정청 최고 지휘관이었던 존 하지 중장은 대안으로 뱀부 계획을 진행하게 된다. 미 합동참모본부는 1946년 1월 9일 뱀부 계획을 승인한다. 미 군정청은 국방사령부 내에 남조선국방경비대 임시사무소를 만들고 경남 진해에 있던 해방병단(해군의 전신)을 편입한다. 이후 1월 15일 태릉(현 육군사관학교 터)에서 남조선국방경비대가 정식으로 창설된다. 그러나 사실상 군 조직이었던 남조선국방경비대는 국방사령부 내에서 경찰 기능을 맡고 있던 경무국과 함께 있으면서 서로 마찰을 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 군정청은 국방사령부를 따로 독립시켜 국방부로 승격시켰지만 예상대로 소련 측은 이에 반대했다. 결국 미 군정 당국은 국방부를 국내경비부라고 이름을 바꾸게 되지만 이번엔 국방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한국 측 반대에 직면한다. 이후 한국 측의 뜻에 따라 대한제국 시절 군 조직을 뜻했던 ‘통위영(統衛營)’에서 이름을 따 통위부로 이름을 바꾸고 남조선국방경비대는 조선경비대로 이름을 바꿨다. 통위부의 수장에는 광복군 창설의 주역 유동열 장군이 취임했다. 당시 상당수 광복군 출신 인사들은 강대국의 한반도 신탁통치 움직임에 반대해 군정하의 조직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경비대 사령관에 송호성 장군이 임명되면서 이후 조선경비사관학교에 광복군 출신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남정옥 박사는 “당시 조선경비대에 들어갔던 광복군 출신 사이엔 비록 당장은 경찰의 예비대이지만 정부가 수립되면 국군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육·해·공·해병대의 창설 1947년 5월 2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남북 통일정부 수립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되자 미국 내에서는 더 늦기 전에 유럽 재건에 집중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대신 통위부와 조선경비대를 군 조직으로 키우는 작업에 착수한다. 1948년 8월 남한에서의 단독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출범한 뒤 통위부는 비로소 국방부로 이름을 바꾸게 되고 조선경비대는 육군으로 재탄생한다. 초대 국방부 장관은 광복군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 김좌진 장군과 청산리 대첩을 이끌었던 이범석 장군이 맡게 된다. 이후 유 통위부장은 모든 권한을 이 장관에게 넘긴다. 국무총리도 겸했던 이 장관은 미 군정 당국으로부터 정권을 이양받고 미군은 1948년 9월부터 철수를 시작한다. 소련의 통제를 받고 있던 북한은 주한미군이 철수한 틈을 노려 1950년 6·25전쟁을 일으킨다. 창설 당시 육군은 보병 5개 사단으로 병력은 장교 1403명, 사병 4만9087명 등 총 5만490명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부대를 늘려 1950년 6·25전쟁 직전까지 9만5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해군의 출발은 광복 후 결성된 개별 군사조직인 해사대에서 시작됐다. 중국과 독일 등에서 항해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손원일과 일본에서 일등기관사로 활동하다가 귀국한 정긍모가 해사대 조직을 이끌었다. 80명으로 시작한 해사대는 해양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항해술과 군사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해사대는 미 군정 당국의 승인하에 자생적으로 조직된 해방병단에 합류한다. 해방병단은 1946년 1월 남조선국방경비대 출범과 함께 해안경비대로 이름을 바꾼다. 해안경비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해군으로 재발족한다. 해병대 창설은 1948년 10월 군 내 좌익세력이 봉기한 여수·순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상륙작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창설 초기 해병대 규모는 간부 80명과 병사 300명으로 해군기지 경비 임무도 같이 수행했다. 공군의 시작은 1948년 5월 조선경비대 예하 부대로 창설된 항공부대에서 시작됐다. 항공부대는 이후 항공기지사령부로 이름을 바꾸고 같은 해 9월이 돼서야 미 공군으로부터 연락기(L-4) 10대를 인수하면서 비로소 처음 비행기를 갖게 된다. 당시 연락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후방 지역에서 정찰 및 연락 수단으로 쓰던 구형 비행기였다. 우리 항공대원들은 단 한 번의 시승 뒤에 10대의 연락기를 동시에 이륙시키는 데 성공해 당시 미군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항공기지사령부는 육군항공사령부로 재편됐고 이후 1949년 10월 공군으로 독립하게 된다. 공군 창설 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미국에 전폭기를 포함한 항공기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우리의 비행기는 우리의 힘으로 구입하자”는 구호 아래 모금운동을 벌여 당시 3억5000만 원을 모아 캐나다 정부로부터 1950년 5월 훈련기 T-6 10대를 구입한다. 이 T-6 10대는 국민의 애국심과 국가 건설의 뜻을 담아 ‘건국기(建國機)’로 불린다.국군 부대에 숫자 ‘4’가 없는 이유 광복 후 해사대와 같이 자주 독립의 기치를 내걸고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군사 조직 중에는 좌익 성향이 짙은 단체들도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러한 단체들이 국군 창설 과정에서 혼재된 상태로 들어오면서 국군 내 이념 분열의 문제는 한국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숙군(肅軍) 작업에 나선다. 숙군의 직접적인 계기는 1948년 10월 여수에 주둔했던 육군 14연대에 공산세력이 침투해 일으킨 여수·순천 사건이었다.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육군본부 정보국과 헌병사령부는 전군을 대상으로 좌익 척결에 나선다. 남 박사는 “3년이 넘는 6·25전쟁 기간에 부대 단위로 공산군에 항복한 국군이 없었던 것은 전쟁 전에 이 대통령이 단행한 대대적인 숙군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숙군 이후 국군 부대 명칭에 숫자 ‘4’를 넣지 않는 전통도 생겼다. 당시 군에서 발생한 좌익 사건이 ‘4’가 들어간 부대에서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4연대에는 좌익 세력들이 많았다. 여수·순천 사건의 14연대도 4연대의 1개 대대를 기반으로 창설된 부대였다. 당시 4여단의 예하 부대에서는 지휘관들이 월북하는 사건이 많았다고 한다.한미 특수부대의 모체 켈로부대, 육군의 아버지 밴 플리트 장군 한미 양국군 특수부대의 모체는 6·25전쟁 당시 적 후방을 교란하는 역할을 맡았던 8240부대(켈로부대)다. 미 극동사령부 소속의 이 부대는 북한 지역 한국인들이 자생적으로 조직한 유격부대를 흡수했다. ‘울팩’, ‘동키’ 등 30개 예하 부대로 구성된 켈로부대는 3만여 명 규모로 주로 연평도와 백령도 등 남한 서북 도서와 북한의 육지 군사 거점 지역으로 위장 침투해 대북 첩보를 수집하고 주요 군 시설을 파괴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포로나 난민을 구출하는 임무도 맡았다. 이들의 활약상은 미 군사(軍史)파견대(MHD)의 6·25전쟁 기록에도 켈로부대 지휘관들의 인터뷰와 함께 포함돼 있을 정도로 미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게릴라전 때문에 중공군은 전선에 투입돼 있던 2개 사단을 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켈로부대가 펼쳤던 작전은 현재 미 특수전의 교범으로 쓰이고 있다. 6·25전쟁 동안 와해된 한국군의 체제와 군사학교를 다시 정비하는 데는 당시 미8군사령관이었던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역할이 컸다. 그의 건의로 1951년 경남 진해에 육군사관학교가 설립되고 국군 20개 사단을 늘린다. ‘대한민국 육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밴 플리트 장군의 헌신은 한미 우호 증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밴플리트상(賞)으로 이어지고 있다.국군과 용산 6·25전쟁 후 한미는 1953년 상호방위조약을 맺었고,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위치한 서울 용산기지는 주한미군의 핵심 기지로 자리 잡았다. 광복 후 창설된 국방부도 용산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인근 주한미군 용산기지는 그동안 한국 땅이면서도 한국 땅이 아닌 곳이었다. 지리적으로 지대가 다른 곳보다 높고 서울의 한가운데인 요충지에 속해 외국군이 주둔했던 단골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 외국군이 처음 들어온 것은 13세기로 고려 말 당시 몽골군이 한반도를 침략한 뒤 보급기지로 활용했다. 임진왜란 때는 평양전투에서 패한 일본군 병력이, 1892년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 병력 3000명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이후 일본은 러일 전쟁을 앞두고 1904년 이곳에 수만 명의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시설을 지었다. 한일 강제병합 뒤에 일본은 용산 지역에 조선 주둔 일본군사령부와 조선총독부 관저를 짓고 2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켰다. 100년 넘게 우리 땅이 아니었던 용산기지 터는 경기 평택으로 미군 이전이 완료되는 2017년 이후 일부 시설물을 제외하고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南 전투기-전차 화력 우세… 北의 비대칭 무기엔 속수무책 ▼지난 70년간 우리나라는 개인소총도 만들지 못하던 나라에서 87개국에 36억 달러 이상의 첨단무기를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최신예 전차와 전투기 등 우리 군이 보유한 첨단무기를 보면서 북한은 일찌감치 1990년대부터 비대칭 전력으로 눈을 돌렸다.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은 핵무기의 최종 단계인 수소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군도 이에 대비한 비대칭 전력 개발이 절실하다.세계 10위권 방산수출국으로 지난해 12월 말 방위산업체 현대로템의 경남 창원공장. 육군의 차기 핵심 전력인 K-2 흑표 전차를 생산하는 이곳은 연말에도 생산 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각 공정에서 용접 소리와 함께 직원 400여 명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초도 물량 100대 납품을 완료한 현대로템은 올해 우리 고유 기술로 개발한 파워팩(엔진+변속기)이 장착된 K-2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2008년 개발돼 지난해 7월부터 실전 배치된 K-2 전차는 육군의 차기 핵심 기갑 전력으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전차 선진국인 미국 독일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K-2 전차 기술은 2008년 터키로 4억5000만 달러(약 5409억 원)에 수출되기도 했다. 국내 방산업체 한화테크윈의 K-9 자주포는 2014년 3억1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에 이어 올해 인도에 100대 수출(8억 달러 규모)을 앞두고 있다.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 이후 국내 방산 수출 규모는 2억5323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수출 규모는 36억1200만 달러로 14배 성장을 일궈내 방산 수출 세계 10위권 국가가 됐다. 수출품목도 탄약 등 단순 소모품에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호위함 군수지원함 등 첨단무기로 다양해지고 있다. 수출업체는 2006년 45개에서 2014년 137개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출 국가는 같은 기간 45개국에서 2배 가까운 87개국으로 확대됐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우리 방산제품의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88%(2013년 기준) 수준이다. 항공기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사업에 속한다.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경우 1대가 자동차 1000대 수출 효과가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11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필리핀 이라크 페루 등 4개국에 T-50계열 항공기(경공격기 FA-50 포함) 56대를 수출했다. 이제 KAI의 훈련기 수출은 75조 원대 시장인 미국의 고등훈련기(TX) 사업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도 지난해 본격 시작됐다. 방사청은 KAI와 계약을 맺고 2026년까지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KFX 개발에 성공할 경우 최대 180조 원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첨단무기뿐만 아니라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전력을 놓고 비교해도 북한보다 질적으로는 훨씬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전투기의 경우 북한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약 820대로 우리 공군의 2배에 달하지만 대부분 노후한 미그 계열의 전투기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4300대의 전차 중엔 6·25전쟁 당시 사용했던 T-34 전차 등이 포함돼 있어 한국군이 보유한 2400대의 전차 전력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다.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비 시급 문제는 비대칭 전력이다. 북한은 재래식무기 대결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하에 전력의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전략무기에 집중해 왔다. 대표적인 무기가 핵과 미사일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의 성공일 가능성은 낮지만 네 번의 핵실험으로 핵의 소형·경량화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통상 핵탄두를 무게 1t, 지름 90cm 이내로 만들었을 때 소형화를 이뤘다고 본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반응을 유도하는 고성능 폭약 기술도 갈수록 적은 양으로 큰 파괴력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 내에 북한의 핵 기술은 완성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핵 개발과 함께 핵을 실어서 공격할 수 있는 수단도 비대칭 전력으로 개발해 왔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개량된 모델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만 세 번의 사출시험을 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우리 군에 더욱 치명적인 핵 도발 수단이다. 잠수함의 움직임은 정보위성 등 한미 정보자산으로도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은밀하게 한국의 후방지역으로 내려와 원자력발전시설 등을 기습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르면 2, 3년 내 SLBM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북한은 SLBM을 1기만 장착할 수 있는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더 많은 SLBM을 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욱 현실화되는 가운데 우리 군의 대응은 2020년대 중반까지 독자적인 미사일방어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및 킬체인 구축은 우리 군이 주한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는 조건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에 군 당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킬체인에서 정보위성 등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탐지 자산은 ‘눈’에 해당되는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올해 국방예산에서 대북 정찰위성 도입 사업의 예산은 당초 군이 요구한 643억 원의 3.1%에 불과한 20억 원만 통과됐다. 우리 군은 2022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대북 감시능력 확보 계획에도 이미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KAMD 및 킬체인이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되지 않는다면 한미 양국이 2014년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군 안팎에서 수십조 원 예산이 들어가는 이 사업이 기약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우리 군이 반드시 넘겨받아야 할 과제다. 확고한 한미동맹의 연합 전력과 별개로 우리 군은 6·25전쟁부터 한 번도 자국의 전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본 적이 없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한국이 과연 전작권을 가져갈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미국 정부 소식통은 “한국군 내부에 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일한 시각이 전작권 전환의 더 큰 걸림돌일 수 있다”며 “군의 최종적인 완성은 전작권을 갖는 것인 만큼 첨단무기 확보보다 심리적인 동기 부여가 한국군 안에서 결집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의 목표인 정예 강군을 위해 추진 중인 국방개혁도 연기되면서 군이 자리 지키기에 연연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상비 병력을 현재 63만여 명에서 52만여 명으로 줄이는 목표 연도를 2022년에서 2030년으로 8년 늦추기로 했다. 당초 2020년을 감축 목표 연도로 하던 것을 2년 늘린 뒤 또다시 연기한 것이다. 국방개혁은 저출산 등으로 병력자원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정예군으로 군 조직을 줄이는 계획이다. 여기엔 병사뿐만 아니라 장성의 감축도 포함돼 있다. 당초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따르면 60여 개의 불필요한 장성 자리를 없앨 계획이었지만 이 계획이 무산되면서 감축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대전 양상에 맞게 병력 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이 늦어질수록 전체 국방예산 중 3분의 1 이상을 인건비에 쏟고 있는 군 조직의 비효율성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올해 전국 205개 모든 소방서에 전문적인 응급처치가 가능한 ‘전문구급차’가 1대 이상 배치된다고 국민안전처가 5일 밝혔다. 전문구급차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에 반영된 내용이다. 이 구급차에는 전문 응급처치에 필요한 의료기기와 함께 간호사 등 전문 응급인력이 탑승한다. 일반 119 구급차에서는 하기 힘든 기도삽관(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구를 목에 집어넣는 것)이나 심폐소생을 위한 전문 약물 투여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전문구급차 대원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의 지도를 받아 응급처치를 한다”며 “병원에 도착하기 전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통해 생명이 위중한 환자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서로 다른 규격의 전국 119 구급차 1300대도 올해 규격을 통일할 예정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무선 통신 시설이 부족한 섬이나 바닷가 지역, 여객선 등에 이동통신 중계기 150개가 올해 상반기에 추가로 설치된다고 국민안전처가 4일 밝혔다. 해상 조난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휴대폰 등으로 원활하게 연락을 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안전처와 한국해운조합, 유·도선중앙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중계기 설치를 위한 약정서를 체결했다. 2015년 말 현재 전국 도서 및 연안 지역에 설치된 이동통신 중계기는 1740개다.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중계기 설치가 마무리 되면 해당 지역에서 조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기관의 신속한 초동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해상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민관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 “좌측 적 발견! 좌측 적 발견!” 지난해 12월 29일 경기 파주 수색대대 훈련장. 정교성 팀장(28·중사·사진)이 이끄는 육군 1사단 수색7팀은 적 출현 상황 예상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을 진행했다. 수색 작전을 나가기 전에는 항상 수색할 지형과 유사한 곳에서 사전 대비 훈련을 한다. 말없이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이동한 수색대원들은 ‘적 발견’이라는 정 중사의 말에 똑같이 외치며 일사불란하게 대형을 이뤄 임무를 수행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빠짐없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평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 팀장은 지난해 8월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일어난 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 당시 피해를 입은 수색7팀을 이끌었던 인물. 수색7팀은 지난해 사건 전날 이미 부상자 발생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을 했다. 정 중사는 “평소에 부대원들에게 자신이 팀장이라고 가정하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생각하는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며 “부대원 개개인이 팀장과 같은 몰입도를 가질 때 전투력도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복 훈련의 성과는 ‘복명복창’(상관이 명령한 말을 부하가 그대로 따라서 말하는 것)의 생활화로 이어진다. 사건 당시 수색7팀 정찰통신병이었던 최유성 예비역 병장(24)은 정 중사가 외치는 명령을 복명복창하면서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런 훈련의 반복이 지난해 지뢰 도발 사건 당시 안전하게 부상자를 후송하고 대응사격 태세를 유지하게 한 힘이었다. 10여 명의 수색대원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지원 병력이 13분 만에 부상자 김정원, 하재헌 하사를 후송할 때까지 임무를 완수했다. 사고 당시 수색7팀의 대응 모습이 담긴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이 공개된 뒤 국민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8·4 지뢰 도발’ 사건의 ‘숨은 영웅’ 정 중사가 아니었으면 이뤄낼 수 없었던 성과이기도 하다. 정 중사는 아직도 지난해 지뢰 도발 사건 당시가 생생하다. 두 번의 지뢰 폭발 직후 그의 양손은 피범벅이었다. 귀는 멍했다. 자욱한 연기에 적이 근처에 있는지, 어떤 공격이 있었는지 당장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피 묻은 손으로 부상당한 두 하사를 옮겼지만 계속 손이 미끄러졌다. 하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훈련한 대로 두 하사를 응급처치하고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나머지 수색대원들을 추스르며 해야 할 일을 지시했다. 부하들은 그렇게 팀장의 지시를 따라 외치며 급박한 상황에 대처했다. 2009년 임관한 후 줄곧 수색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정 중사는 올해도 DMZ 수색 임무를 자청했다. 정 중사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매일 부대원들과 실전 같은 훈련을 하면서 ‘내가 죽어도 다른 팀원들이 팀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며 “지금도 당시 상황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떠올리며 훈련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육군 1사단 수색대대장 지신웅 중령은 “정기적으로 부사관 등 간부의 능력을 평가하면서 정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래야 부대원들을 강하게 훈련시키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수색7팀 대원이던 이형민 하사(22)와 박준호 병장(24)도 정 중사와 함께 사건 1주일 만에 팀에 복귀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파주=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2017년부터 많은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대형 건물은 반드시 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또 정부기관의 안전조치 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때 처벌도 강화된다. 국민안전처는 이러한 내용 등을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7일 공포한다고 3일 밝혔다. 이 개정안은 공포된 뒤 1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된다. 현재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백화점이나 병원 등 일부 대형 건물들은 책임보험에 들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건물은 책임보험 가입 의무가 없어 사고 발생 시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처는 시행령 등을 통해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대형 건물의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안전사고 대책이 미흡한 시설 등에 대해 안전조치 명령을 내렸을 때 이를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그쳤다. 개정안에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해 이를 활용한 재난대응 절차도 마련토록 했다. 안전처 장관은 매년 재난대비훈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관련 재난 관리 기관에서 세부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광천 나들목(IC)에서 3일 차량 17대가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켜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충남 보령시 천북면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광천 IC 부근에서 승용차 17대가 구간별로 2, 3대씩 추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이모 씨(43)가 숨졌다. 부상자들은 보령 및 예산 지역 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명은 중상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이 일대 고속도로 정체가 30분가량 이어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짙은 안개가 껴 있었다. 이날 충남 지역은 오전 7시부터 가시거리 40~140m의 안개 예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8시 기준으로 보령 지역의 가시거리는 70m, 아산은 40m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제한속도로 운전했는지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정성택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