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유재영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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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정치, 사건, 검찰, 법원 담당 취재를 해오다 2014년부터 스포츠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에서도 영웅과 야인의 시대를 취재하겠습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스포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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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1-11~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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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17%
농구7%
문학/출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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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홍길 “한라에서 백두를 수직으로 종주하는 프로젝트 추진”

    “히말라야 산을 오를 때보다 더 떨리고 오금이 저린 10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6좌를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58·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은 2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고 명예도 얻게 해준 히말라야의 은혜에 보답했던 지난 10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네팔 오지의 청소년 교육, 의료 지원과 환경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한 ‘엄홍길휴먼재단’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30일 창립 10주년 행사를 갖는다. 1988년 에베레스트(8848m)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샤르(8400m)까지 16좌를 오르고 은퇴한 엄 대장은 이듬해 재단을 세웠다. ‘히말라야에 진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네팔 오지에 16개 학교(휴먼스쿨) 건립을 ‘제2의 16좌 등정’ 목표로 삼아 사비를 털고 후원자들을 모았다. 그는 “학교 건물만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가방과 교복 등 필요한 것 들을 모두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에 지금도 후원자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네팔 팡보체(4060m)에 첫 학교를 세운 이후 다음 달 8일 둘리켈(1586m) 지역에 14번째 학교 준공식을 갖는다. 15번째 심파니 학교는 낙후된 공립학교를 재건축했다. 엄 대장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 세울 16번째 학교는 유치원에서 중고교, 대학교, 일반인 교육센터 등이 같이 들어서는 ‘종합교육 타운’으로 조성 중”이라며 “많은 비용이 추가로 필요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의 후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2의 16좌 등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엄 대장은 “오로지 먹고사는 데 급급한 오지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고 상급 학교에 진학해 직업을 갖는 꿈을 꾸는 기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뿌듯해했다. 현재까지 지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만 해도 4800여 명에 이른다. 엄 대장은 “지난 10년간은 학교 설립 등 ‘하드웨어’ 구축에 노력했으나 앞으로 10년은 보다 내실 있는 학교 운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휴먼스쿨’을 졸업한 뒤 어떻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지 실태 조사를 벌여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시작한 것을 한 예로 꼽았다. 네팔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건지에 건립한 11번째 ‘휴먼스쿨’을 졸업하고 네팔 국립대 간호학과에 지망하려 했던 프레라나 차우더리 씨는 비싼 입학금과 등록금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려고 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재단이 대학 입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무사히 입학했다. 엄 대장은 “앞으로도 국내 교육 전문가, 아동심리학 전문가 등으로 네팔 지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휴먼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네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은 내년부터는 국내 산악인 지원에도 더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월 산악인 후배인 김창호 대장이 네팔 구르자히말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하고 결심을 했다.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국내 산악인 유가족이나 부상자 가족 지원 대상자(현재 7명)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엄 대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매년 여름 청소년, 대학생들을 상대로 개최했던 비무장지대(DMZ) 평화통일 대장정 횡단 프로젝트를 한라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종단 프로젝트로 추진해 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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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브리핑룸 좌석 단 49개… 美 유력 언론사들 차지

    미국 CNN 방송의 백악관 출입 기자 짐 아코스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해 백악관으로부터 출입 정지를 당했다가 소송을 벌여 다시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최근 연출됐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최고 권력기관 백악관의 언론 취재 시스템은 어떨까. 백악관 출입증을 받은 내외신 기자는 750여 명이다. 하지만 브리핑룸에서 정례 브리핑을 듣거나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의 기자 회견에 직접 참석해 아코스타처럼 바로 앞에서 질문할 수 있는 기자는 많지 않다. 백악관 서쪽 브리핑룸과 기자실 면적은 합쳐서 32평, 브리핑실 좌석은 49개다. 브리핑룸 맨 앞줄은 AP ABC NBC 등이 있고 그 다음 줄에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이 선점하고 있다. 기존 유력 언론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인’이 있는 좌석도 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UPI 통신 기자로 시작해 2010년까지 백악관을 출입한 토머스 헬렌은 중간에 언론사를 몇 차례 바꿨지만 브리핑룸 맨 앞줄 가운데 자리가 지정석이었다. 그는 2013년 사망했지만 지정석에는 ‘토머스 헬렌’이라는 동판이 새겨졌다. 백악관 내에는 출입 기자 등 취재 기자용 공간도 좁고 편의 시설도 거의 없다. 구내식당도 없어 출입 기자는 내부에서 식사를 하려면 도시락 식사를 챙겨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도 한다. 백악관 출입기자증이 없어도 취재는 할 수 있다. 대변인실에 사전에 연락해 신분 확인만 되면 국내외 언론을 가리지 않고 백악관 출입이 허용된다. 백악관 출입증이 있거나 취재 허가를 받았다고 마음대로 백악관 경내를 다닐 수는 없다. 백악관 북서쪽 출입구를 통해 들어와 브리핑룸, 기자실 정도만 안내 직원 없이 다닐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전까지 수십 년째 매일 이뤄지던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은 이틀에 한 번꼴, 한 달에 10∼15회 정도로 줄었다. 다만 현안이 있을 때는 하루에 두 번 하기도 한다. 기존 신문과 방송에 강한 불신과 적대감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때 정례 브리핑을 없애려고 했다가 기자단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유지했다. 아코스타에 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후속 질문을 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백악관은 질문을 허용 받은 기자는 한 개의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규칙을 제안했다. 후속 질문은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붙였다. 기자단은 “후속 질문의 전통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며 백악관이 제안한 규칙에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보였다. 브리핑이나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코스타처럼 설전도 벌이지만 고위 관리들은 비판적인 질문을 받고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한편 청와대에 등록된 국내외 언론 출입 기자는 350여 명. 기자실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나 비서동과는 떨어진 춘추관에 있다. 1층 기자실 좌석은 90여 개, 2층 브리핑실 좌석도 90여 개로 백악관보다 넓다. 지난해 7월부터 청와대는 출입 기자 개인 출석률을 토대로 등록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등록만 하고 나오지 않는 기자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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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앱 통해 사전 필터링-프러포즈… “효율적 만남, 젊은세대에 어필”

    ‘축하합니다. 소중한 인연과 연결되었어요.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의 A 님은 ○○호텔 직원입니다. ○○대학에서 공부했어요.’ 가입자가 100만 명 이상인 ‘정오의 데이트’라는 소개팅 앱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은 후 한 여성에게 ‘프러포즈’(앱에서 관심을 나타내는 용어)한 뒤 이런 메시지가 왔다. 기본 인적 사항과 메일, 비밀번호 등만 등록하면 가입된다. ‘프러포즈’ 하려면 캔디(사탕) 쿠폰 20개가 필요하다. 최소 구매 단위인 30개는 4400원, 72개는 5% 할인해서 1만900원, 325개를 사면 17% 할인해주고 ‘인기’라고 태그가 반짝인다. 325개를 3만9600원에 구입해 한 명에게 캔디 5개씩을 써서 여성 7, 8명의 프로필을 본 뒤 3명에게 각각 20개의 캔디를 사용해 ‘프러포즈’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A 씨가 응답을 해온 것이다. 기자는 A 씨가 호텔에 근무한다고 프로필에 적어 아무래도 사람을 잘 대하고 대화가 잘되겠다 싶어 프러포즈를 했다. 그녀는 요가를 하거나 바다를 쳐다보는 모습 등 6장의 사진도 올렸다. ‘유머 있는’ ‘섬세한’이라고 성격을 소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그녀의 취미와 취향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전에 프러포즈를 한 뒤 저녁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연결이 됐다는 문자메시지가 와서 인사를 건네니 ‘퇴근하셨어요?’라고 답이 왔다. 이날 A 씨와 연결되는 데까지 캔디 약 100개(약 1만3000원)가 들었다. 이런저런 신상을 묻는 문자가 몇 번 오간 뒤 그녀가 “(카카오)톡으로 옮길까요?”라고 제안했다. 앱에서 문자를 나누기는 불편한 것 같다는 그녀의 제안에 전화번호를 교환해 카톡으로 대화를 옮겼다. “저는 회사가 광화문인데 님 회사는 어디세요.” “(기자) 저도 회사가 광화문이에요. 커피 한잔 해야겠네요.” 기자는 미혼이지만 취재를 위해 앱에 가입했다는 말은 하지 못해 A 씨와 만날지를 고민 중이다. 친구나 가족에게 소개받아 이성을 만나던 시절은 각종 소개팅 앱 등장으로 크게 변했다. 앱에서 이성의 사진이나 스타일을 보고 대화를 나눠본 뒤 만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결혼정보업체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10개 앱(게임 앱 제외) 절반이 소개팅이나 데이트를 주선하는 앱이라는 통계(플랫폼 분석업체 ‘앱애니’ 조사)도 있다. 현재 국내에 줄잡아 200여 개 소개팅 앱이 나와 있고, 상위 20개 앱을 합한 한 해 매출액이 1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 특정 학력, 직장 재직 남녀만 환영, 외모 중시, 연인 되면 환불… 앱 전략도 가지각색 ‘스카이피플’은 가입자의 학력과 직업에 제한을 둔다. 대학과 직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직장 이메일을 입력하도록 한다. 특히 남성 회원 가입 조건에 여성보다 세밀한 제한을 뒀다. 나름대로 차별화 전략 덕택에 가입자 수가 18만 명에 이른다. ‘골드스푼’은 가입해 들어가면 자신이 소유한 외제 자동차 사진을 입력하라고 한다. 남성은 전문직, 대기업, 서울 강남 아파트 거주, 외제차 소유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가입이 가능하다. 차량 등록증과 주행 거리 등도 입력하도록 해 외제차 실소유 여부를 확인한다. 인증 심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월 가입자도 1000명으로 제한한다. ‘정오의 데이트’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여성들도 주선한다. ‘페어스’는 가입 시 쿠폰 30개를 지급하고 연인 관계가 성사되면 앱에서 사용한 금액을 전부 환불해준다. ‘크리스천 데이트’나 ‘펫앤러버’ 등은 각각 종교와 반려동물 정보를 중심으로 만남을 주선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소개팅 앱은 효율적이고 친화적인,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만남의 방식”이라며 “선택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데다 예전에는 오랜 긴장과 갈등을 거쳐야만 알 수 있었던 것을 사전에 필터링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술한 소개팅 앱도 확산… 성매매 온상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소개팅 앱 홍보 광고가 넘쳐난다. 그중 스스로 이용자라 칭한 남성이 앱에서 여성을 만나 하루 만에 아찔한 ‘무엇을’ 했다는 소개를 하고 여성의 신체 일부 사진을 첨부해 놓은 글도 있다. 한 사이트에 로그인해 들어가니 2, 3분도 안 돼 심상치 않은 여성들의 문자 수십 개가 무차별로 폭주해왔다. “혼자 사는데, 외로운데 자극적인 대화 원해요.”(36세 서울 송파구 낮술 ○○○) 등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민망하고 외설적인 내용들이다. 응답을 하면 거의 카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를 주고 거기서 대화하자고 유도한다. 앱 운영진은 SNS 아이디를 주는 쪽지는 99% 불법 성매매 또는 ‘피싱’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탈을 막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인증 관리가 허술한 소개팅 앱은 범죄에 악용된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찰과 공조해 소개팅 앱을 통해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한 24명의 여성 미성년자를 적발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6일 소개팅 앱을 광고하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만남을 전제로 회원 가입을 유도해 수억 원을 챙긴 업자를 구속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개팅 앱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6.1%가 소개팅 앱으로는 진지한 만남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특히 여성(74.8%)의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반면 소개팅 앱을 통해 이뤄지는 만남이 괜찮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33.9%였다. 실제 부정적인 시각이 큰 이유에 대해 대체로(83.4%) ‘불건전한 목적’을 가지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라는 의견이 나왔다.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은 새로 등장한 트렌드이긴 하지만 충분하게 신뢰감이 형성되지는 않아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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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물 복 많은 황금돼지해에 출산”… 예비 맘 카페 들썩

    “황금돼지띠 예비맘들 소통해요!!” “안녕하세요. 첫 아가고, 내년 3월에 출산해요. 서울 사시는 황금돼지띠 아가 예비맘들,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내요.” 요즘 임신이나 육아, 출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글이다. 내년 6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해를 앞두고 출산을 앞둔 예비 맘들이 신이 났다. 대박 운이 절로 들어온다는 내년에 자신의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을 여기저기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여기저기 넘쳐 난다. 한 예비 맘이 비슷한 처지의 맘들과 소통하자는 글에는 카카오톡이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를 올려놓고 소통을 하자는 답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내년은 기해(己亥)년. 10개의 천간 중 기(己)는 노란색에 해당해 돼지해 중에서도 길운이 찾는다는 황금돼지해다. 2007년도에도 황금돼지해라며 출산 열풍이 불었다. 당시는 정해(丁亥)년이었다. 정(丁)은 음이자 화(火)에 해당해 그해는 붉은색 돼지해다. 한 풍수학 박사는 “중국에서는 고전명리학의 학설 중 하나인 납음오행(納音五行)에 기초해 정해년을 옥상토(屋上土)로 여겨 황금돼지해로 부른다”며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2007년이 황금돼지해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정확히는 내년이 진짜 황금돼지해”라고 말했다. 60년 전인 1959년 1월 1일 동아일보 2면은 “금년은 기해년(己亥年)이다. 돼지 중에서도 누런 돼지다”라고 보도했다.○ 유통·웨딩업계 ‘특수’ 노릴 준비 재물이 넘치고 큰 복이 온다는 황금돼지해를 앞두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거나 낮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지 모른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황금돼지해 특수를 대비해 이색 상품을 내놓는 등 발 빠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기해년 기념으로 황금돼지 골드바를 출시했다. 골드바 100g 이상을 구매하면 2019년 기해년 실버바 10g도 보너스로 준다. JW중외제약은 지체장애 1급인 류성실 작가의 작품 ‘민들레 홀씨처럼’을 담은 2019년 황금돼지해 달력을 제작했다. 골프 브랜드 젝시오는 돼지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골프공을 출시했다. 새해 기념 선물로 부담스럽지도 않고 복을 전달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SK플래닛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도 골드바와 돼지를 형상화한 순금 장식과 소품들이 속속 상품 리스트에 올라왔다. 아직 열풍이라 할 정도로 팔리는 숫자가 많지는 않다. 순금 3돈(11.25g) 복돼지 소장품은 65만8000원에 팔리고 있고, 순금 1돈(3.75g)짜리 황금돼지 장식이 달린 휴대전화 줄은 21만8000원에 나와 있다. 한국금거래소에서 출시한 1돈짜리 황금돼지 골드바의 가격은 21만2800원. 순금 돼지 10돈(37.5g) 장식물은 207만 원에 나왔다. 시기, 시즌별 영업 마케팅에 가장 민감한 유통업계는 업체별로 ‘황금돼지띠 마케팅’을 기획 중이다. 특정 십이간지가 맞물린 해에 특수를 누린 경험이 있는 데다 내년은 더욱 놓칠 수 없는 황금돼지해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복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돼지를 활용해 디자인 사은품 제작 및 이벤트 등 프로모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황금돼지를 활용한 캐릭터 의류나 가방 등 잡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개별 브랜드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딩업계도 황금돼지해를 맞아 예비 부부 고객이 늘 것으로 보고 채비를 하고 있다. 실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혼인율이 가장 높았던 해가 2007년 정해년으로 혼인 건수가 34만4000건이었다. 몇몇 웨딩업체나 기업에서는 결혼 예식을 계약하면 순금 황금돼지를 선물하고 식대와 부대비용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다. 예비 신랑, 신부 중 1983년이나 1995년 돼지해에 태어난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예식 비용을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기획하는 곳도 있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기들에게 주목하는 유아업계도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와 관련된 볼거리도 새해가 되면 방문객들로 붐빌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이천시 율면에 있는 국내 1호 돼지박물관은 황금돼지해를 맞아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종영 이천돼지박물관 대표는 “6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해를 기념하기 위해 과거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전부터 1970년대 사이 돼지 사육 환경과 전국 분포를 알 수 있는 소장 사진과 자료 등을 공개하는 특별전을 열고, 황금돼지 이미지를 브랜드화한 수제 맥주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7년 정해년 돼지해에 태어난 학생들이 박물관을 많이 방문했는데 진짜 황금돼지해는 내년이라고 말하니 많이 서운해했다”며 “이 학생들이 박물관에 찾아와 순수한 마음으로 돼지들에게 썼던 편지들을 공개하는 페스티벌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동물 복지의 중요성을 더욱 공론화하고 새로운 농촌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돈업계도 황금돼지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내년에도 돼지가 ‘밥상 위의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국산 돼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현재 2019년 한돈 판매 촉진·판로 확대 운영 협력사와 사업별 홍보 협력사를 선정 중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황금돼지해에 걸맞은 마케팅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축산 컨설팅 전문회사인 정피엔씨(P&C)연구소는 최근 ‘돈가(豚價) 전망보고서’를 통해 2019년 돼지 kg당 평균 가격을 올해 4450원보다 0.4% 떨어진 4434원으로 예상했다. 양돈시장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돼지 도축 마릿수를 1721만7000마리로, 내년 돼지 도축 마릿수는 0.7% 증가한 1735만4000마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도축 수가 늘어나면서 kg당 가격은 16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금돼지해, 나라를 지배할 트렌드는? 새해를 맞아 사회를 바라보고 삶을 대하는 시민 의식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감지된다. 내년 황금돼지해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전문 서적들이 서점가에 나오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가 쓴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19’도 그중 하나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 11월 들어 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크다. 영풍문고의 10월 31일∼11월 6일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김 교수는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타인 지향성이 높은 현대 소비자들이 자기 연출에 더욱 빠질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내년 소비 트렌드를 꼽았다. 올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을 트렌드 키워드로 제기한 김 교수는 ‘콘셉트(Concept)’를 2019년 주 트렌드로 들고나왔다. 콘셉트는 어떠한 작품이나 제품, 공연, 행사 등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주된 생각을 말하는데, 결국 소비자들이 이제는 콘셉트를 구매하는 데 열중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업 등이 마케팅을 넘어 ‘콘셉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가 돼지해에 맞춰 내놓은 내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 10가지는 △콘셉트 연출 시대 △1인 마켓 시대(1인 미디어, 1인 쇼핑몰 등 혼자서 하는 사업이나 세일즈) △뉴트로(New-tro), 복고 열풍 △필환경시대(쓰레기 배출량을 반드시 ‘제로’로 해야 한다는 것) △감정대리인(말 대신 감정을 표현해주는 이모티콘처럼 일반화된 감정 서비스) △데이터 인텔리전스(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소한 것까지 판단하는 데이터 지능이 의사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여러 기능이 한곳에 집약되는 곳) △밀레니얼 가족 증가(밥 잘해주는 엄마가 아닌 밥 잘 사주는 엄마로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새로운 가족 탄생) △자기애, 나나랜드(타인의 시선보다는 나 개인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 △매너 있는 소비자,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 등이다. 김 교수는 “돼지는 예부터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기대를 걸게 된다. 서로서로 좋은 해라고 덕담을 나누고 결혼을 서둘러 하고, 돼지해에 맞춰 아이를 낳고 이사를 하고 사업을 하면 결과적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율 반전은 없다? 특히 복과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돼지해에 출산율의 반전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통계를 보더라도 돼지해에는 ‘베이비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2018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국내 인구 5177만8544명 중 실제 1971년 돼지해(신해년)에 태어난 인구가 94만4179명으로 가장 많았다. 2007년 정해년 돼지해에도 앞뒤 해와 비교해 출산율이 반짝 상승했다. 그해 출생아 수는 49만7000명으로 전년도인 2006년 45만2000명보다 4만5000명이 증가했다. 합계출산율도 1.13명에서 1.26명으로 크게 상승했다. 그래서 2007년생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4년에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일부 지역 초등학교에서 교실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07년 이후 출산율은 다시 떨어지다가 2010년 경인(庚寅)년 백호랑이띠(1.23명), 2012년 임진(壬辰)년 흑룡띠 해(1.30명) 등 특정 해에 다시 출산 붐이 일어 출산율이 치솟았다. 그러다가 지난해까지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졌다. 2009년부터 9년 연속 인구 감소세를 보이는 일본도 내년이 황금돼지해인 데다 5월 1일 차기 일왕 즉위도 예정돼 있어 관심이 높다. 왕이 바뀌면 새로운 연호가 사용되기 때문에 원년 베이비를 낳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국내에서는 황금돼지해 변수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저출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위한 국민행복카드 신청 건수가 9만33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만1509건보다 감소한 것이 근거다. 전년 대비 7.9% 줄었다. 대다수 임산부는 50만 원 한도의 진료비 결제가 가능한 국민행복카드를 신청한다. 그래서 신청 숫자는 출생아를 가늠할 수 있는 예고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3분기 신청자 대부분은 이듬해 출산이 예정된 임신부들이다. 신청 건수로만 보면 내년 출산율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젊은 세대들에게 황금돼지띠의 ‘프리미엄’이 임신과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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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 빨대-텀블러-재생 종이 봉투… “일회용 플라스틱 아웃”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카페 ‘보틀팩토리’. ‘빨대 없이 마셔보는 건 어떠세요? 만약 빨대가 필요하시면 카운터에서 스테인리스·유리빨대를 사용해주세요.’ ‘노(No) 플라스틱’ 카페로 알려져 찾아간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천으로 된 잔 받침에 써진 이 문구였다. 한쪽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색깔의 텀블러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기부를 받은 것으로 커피를 들고 나갈 때 빌려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나 빨대를 볼 수 없다. 손님이 커피나 차를 추문하면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담아 제공한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보증금을 받고 카페가 마련한 텀블러나 유리병에 담아준다. 반납하면 다시 돈을 돌려준다. 플라스틱은 한때 기적의 신소재였으나 쉽게 썩지 않는 특성 탓에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으로 버려지면 살상 무기로 변해 미세먼지 못지않게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전 세계적으로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보틀팩토리는 이런 ‘플라스틱 아웃’의 열풍이 우리 생활 주변까지 불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 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6년 98.2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비닐봉지 사용량도 한 해 1인당 420개(2015년 기준)로 압도적이다. 정부는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기로 했다. 8월부터는 커피전문점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생산하는 데 5초, 분해하는 데 500년이 걸린다는 플라스틱을 ‘아웃’시키는 것은 환경운동 차원을 넘어 ‘전쟁’이 되고 있다. 사용을 중단하고, 대체하고, 없애고…. 플라스틱 쓰레기와의 전선은 국내외에서 날로 확대되고 있다. ○ 플라스틱 빨대는 대나무, 쌀로… ‘보틀팩토리’의 사장 이현철 씨(35)는 길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을 보며 걱정하다 2016년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9월 중순에는 홍익대 앞 카페 7곳과 함께 일주일 동안을 ‘유어보틀위크’로 지정해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일절 쓰지 않는 행사도 가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레스토랑 ‘더 피커’. ‘플라스틱, 비닐과 같은 환경에 유해한 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포장 폐기물의 양적 감소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식당 메뉴를 알리고 고객을 끌어야 할 곳에 환경보호 안내판이 먼저 눈에 띄게 해놓았다. ‘플라스틱 포장을 하는 행위는 1초 만에 구매해 25분 동안 소지하기 위해 지구를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소비다’라는 문구도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나 차를 주문하면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담아 준다. 빨대 역시 제공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일자형, ㄱ자형 스테인리스 빨대(3000원)와 대나무 빨대(5000원)를 판매한다. 대나무 빨대는 세척법이 자세히 적힌 설명서를 준다. 빨대 세척솔도 살 수 있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빨대의 평소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종로구 창신동의 꽃신 업체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는 지난해 플라스틱 대신 신발에 사용할 가벼운 소재를 찾다가 우연히 쌀로 만든 빨대를 개발했다. 원료는 쌀과 태국산 타피오카. 빨대가 단단해지도록 설탕과 소금도 들어간다. 몇 시간 동안은 물에 들어가도 형태 변화가 없고, 특유의 플라스틱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단가는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싸지만 기꺼이 친환경 빨대를 쓰겠다는 곳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도 받았다. 김 대표는 “호텔 몇 곳에 납품을 하고 있고, 카페만 해도 100곳에 나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카페에서도 쌀 빨대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6개월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가 되고, 먹어 없앨 수도 있는 쌀 빨대는 100%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5∼6개월이면 생분해되는 천연 봉투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브랜드 ‘닥터로빈’은 자사가 개발한 쌀 빨대를 전국 매장에 보급하고 있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빨대도 제공할 예정이다. 옥수수 빨대는 1년 안에 땅에서 생분해된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삼성전기 등 일부 계열사에서 펼쳤던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의 계열사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사내 식당 등에서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해주던 것을 재생 종이로 만든 봉투로 대체한다. 일회용 숟가락과 포크도 비닐 포장을 없애고 봉투에 바로 담아 주기로 했다. GS리테일은 9월 자사 편의점과 호텔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던 플라스틱 빨대를 모두 종이 빨대로 바꿨다.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종이 쇼핑백을 도입했다. 공공기업도 가세하는 상황이다. 한국조폐공사는 지폐를 만드는 원료로 일반 종이보다 질긴 면펄프로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종이 빨대 개발 계획을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 미세먼지보다 더 무서운 미세 플라스틱 국내외 환경 전문가들이 매우 우려하는 건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대응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통상 5mm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페트병이나 스티로폼 등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서 생긴다. 공업용 연마제나 화장품 등에 쓰기 위해 제조된 것도 있다. 하수 등을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간 미세 플라스틱은 살충제, 수은 등과 반응해 독성 물질이 되고 해양 생물을 거쳐 사람의 체내로 유입되면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오스트리아 환경청과 빈대학의 필리프 슈바블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통합유럽위장병학회에서 “핀란드,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8개국 사람들의 대변에서 10g당 평균 20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두고 객관성 논란이 있지만 최승일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과)는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과 대응 필요성을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있었다. 9월 목포대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판매된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국내로 수입된 프랑스산 천일염 100g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242개가 검출됐다. 국내산 천일염 28개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국내 1인당 연간 평균 소금 소비량이 3.5kg임을 감안하면 최소 연간 500개 이상, 많으면 8000개 가까운 미세 플라스틱이 개인의 몸속에 들어와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공개한 ‘해양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에서는 국내 연안에서 채취한 굴, 게, 지렁이 139개 개체 중 135개 개체(97%)의 내장과 배설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수돗물, 식수원인 한강 자체도 안심할 상황이 못 된다. 지난달 3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담수 내 미세 플라스틱 분포 현황’에 따르면, 한강 1m³당 0∼2.2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최승일 교수는 “우리가 미세 플라스틱을 측정하는 방법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잘게 부서진 것들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세 플라스틱이 몸속 소화기 계통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고 그 이상까지 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에 비춰 우리의 대처나 인식 수준은 아직 미흡한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세 플라스틱 검출 기준이나 환경 기준치도 없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도 미흡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7월 ‘화장품 안전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서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 금지 품목에 포함시킨 정도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홍상희 책임연구원은 “미세 플라스틱 위해성이 너무 늦게 확인되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강조했다. 조경덕 서울대 교수(환경보건학과)는 지난달 30일 ‘2018 환경정책 심포지엄’에서 미세 플라스틱 저감 방안 관련 주제 발표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수 처리장의 미세 플라스틱 처리 공정을 개발하고 동시에 하수처리장, 정수처리장, 지표수에 대해 정확하고 통일된 미세 플라스틱 모니터링 기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흘리는 바다거북이 준 경고 최근 유튜브에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의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길이 12cm의 플라스틱 빨대가 한쪽 코에 박힌 거북을 해안 주변을 탐사하던 연구진이 발견해 빨대를 제거해 주는 장면이었다. 빨대를 빼자 피를 흘리면서 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거북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으로 신음하는 생태계의 대표 피해자가 됐다. 죽은 바다거북의 사체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다. 9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는 자국 해변에서 발견된 1000마리의 바다거북 사체 중 52%의 내장에서 수백 조각의 플라스틱이 나왔다며 플라스틱이 바다거북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은 바다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유엔은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800만 t으로 매년 8.4%씩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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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연구진, 플라스틱 섭취 벌레 발견… 국내선 분해능력 향상 효소 개발

    지구촌의 골칫거리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연구 중에 눈에 띄는 것은 플라스틱을 먹어 분해하는 벌레의 발견이다. 스페인 칸타브리아 생물의학생명공학연구소의 페데리카 베르토치니 박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4월 꿀벌부채명나방(갈레리아 멜로넬라)의 애벌레가 비닐봉지에 구멍을 내고 먹은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애벌레를 비닐봉지에 12시간 넣어두는 실험 결과 봉지의 무게가 원래보다 92mg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벌집을 먹는 데 익숙한 나방의 애벌레가 벌집과 화학 구조가 비슷한 플라스틱과 비닐을 같은 먹이로 여긴 것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앞서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흑갈색 딱정벌레 ‘거저리’의 애벌레(밀웜)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스티렌을 섭취해 생분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애벌레는 먹은 내용물을 이산화탄소와 배설물로 바꿔 배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국내에서는 1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 연구팀이 개량된 대장균을 직접 발효해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폴리에스테르 분해 능력을 기존 대비 32.4% 높인 효소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전 세계 과학계는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속도에 비해 미생물의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여러 생물학적, 화학적 방법을 병행해 플라스틱 분해 속도를 보완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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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끝 참수 정황’ 녹음파일, 터키 정보당국의 작품인듯

    중국 광저우(廣州)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미국 직원들이 올해 5월 집단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집단 두통 등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고도의 음파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청 장비에서 나오는 전파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분교 연구팀 등은 “은밀히 감춰지거나 원격에서 작동하는 초음파가 잘못 작동해 의도치 않게 직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며 “의도적인 음파 공격보다는 도청 장치가 잘못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 사건은 각국의 정보 전쟁에서 도·감청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경각심을 울리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외교 공관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사망한 사건은 언론인 테러로 미국과 사우디 등 관련국 간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주목하게 했다. ○ 언론인 살인 뒤의 정보기관 도·감청 논란 ‘어떻게 녹음했나?’ 카슈끄지는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이후 터키 언론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고문 끝에 참수당한 정황을 녹음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나 어떻게 녹음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카슈끄지의 살해 정황을 최초 보도한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흐는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에 녹음된 파일이 총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에게 맡긴 아이폰과 연동돼 전송됐다는 것이다. 데일리사바흐는 “사우디의 암살팀이 숨진 카슈끄지의 지문으로 애플 워치 암호를 해제해 녹음파일을 삭제했지만 이미 파일이 연동된 뒤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가 애플 워치를 차고 영사관에 들어갔고 그의 약혼자가 카슈끄지의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었지만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영사관에서 파일이 연동된 휴대전화에 고문 등의 정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전송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와이파이에 연결됐다고 해도 총영사관 밖의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기엔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 또 터키는 3세대 애플 워치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구타 고문 등을 하면서 손에는 애플 워치를 차고 있게 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정황들 때문에 터키 언론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면 이는 터키 정보 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을 도·감청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CNN 정보분석가 로버트 베어는 “터키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유선으로 연결한 송신기로 도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는 “터키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알려진 사우디 영사관 내의 음성 파일 등은 도·감청을 통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국가 정보기관의 도·감청과 대응 수준은 ‘능력’이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떠나 국가 간 서로 눈감아 주는 게 관례”라고 했다. ○ 회담과 외교협상 미소 뒤에서는 첩보 정보 전쟁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쓴 것 중 하나는 중국의 첩보 활동 차단이었다. 협상 상대인 북한보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정보를 탐지하는 것을 막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회담장 주변의 호텔과 식당에서 직원을 이용한 정보 탐지 및 도청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무선망을 활용한 간접 도청을 막는 것에도 주의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과 미국 협상단이 움직이는 공간 주변에 반도체 탐지기, 전자장 탐지기, 렌즈 탐지기 등을 갖춘 초소형 첨단 장비가 심어져 있는지를 찾기 위해 이 잡듯 뒤졌다고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5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날 때 워싱턴이 아닌 뉴욕으로 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평양과 바로 연결되는 통신망이 있어 도·감청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것도 한 이유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첩보전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호텔 키,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몰래 칩을 심거나 회담장 안팎에 소형 카메라를 심는 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올해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중국 군 장성들이 손목시계를 이용해 녹음하려다 양측 간 감정이 격해진 일도 있다고 한다. 미 수사 당국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 기업과 공공기관 서버에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CIA, NSA의 막강 도·감청 능력 미국이 정보전에서 구사하는 도·감청 능력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국가안보국(NSA)의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적인 도·감청을 자행한 사실이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의 도·감청 대상은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은 물론이고 한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동맹국 고위 관리의 휴대전화도 비켜가지 않았다. 미국 CIA는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MS의 컴퓨터 운영체제는 물론이고 전원이 꺼진 TV까지 도·감청 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CIA 사이버정보센터의 문건에 따르면 CIA는 일상에서 활용하는 각종 가전제품을 해킹하는 툴을 개발했다. TV, 라디오, 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주변의 소리를 도청하고 화면을 녹음할 수 있다. TV가 꺼진 것처럼 보이도록 해킹해 주변의 소리를 도청한 TV용 악성코드 ‘우는 천사(Weeping Angel)’가 대표적이다. CIA는 또 왓츠앱, 웨이보(微博),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데이터도 가로챌 수 있다. 위키리크스 자료에 따르면 CIA는 자동차 주행 조정 스마트 시스템에도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SA가 2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유타주에 조성 중인 인터넷 클라우드 ‘적란운’ 단지는 전 지구의 이메일, 휴대전화의 정보를 저장하는 용량(제타바이트)을 갖게 된다. 온라인 IT전문매체인 와이어드는 “불법 도·감청 프로그램인 ‘스텔라 윈드’는 이미 2000년대 초 미국 내에서만 3억2000만 통의 전화를 도·감청했다”고 폭로했다. 이마저도 미 정보기관의 도·감청 능력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임종인 교수는 “미국은 도·감청 수준이 높지만 미국의 해외 공관 건물 내외부 벽돌을 자국에서 공수해 쓸 만큼 도·감청에 대한 대응도 철저하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미국대사관을 신축할 때는 자재는 물론이고 건설 근로자도 미국에서 데려와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가 간 도·감청 필요악” 스노든의 폭로 당시 독일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독일 정보기관의 도·감청 실태도 독일 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1998∼2006년 백악관과 주독일 미국대사관 등을 감시해 왔다고 폭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것에 대해 “친구 사이에 염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지만 독일도 결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체면이 구겨졌다. 앞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학살 혐의로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도·감청 자료가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당시 ICTY 재판관으로 밀로셰비치 판결에 참여한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전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도청한 내용이지만 증거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는 재판을 받던 중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의 감옥에서 갑자기 숨졌다. 각국이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비밀리에 도·감청하는 것은 세세히 드러나지 않을 뿐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은밀히 진행하고 들키는 경우 오리발로 일관하기 때문에 도·감청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먼저 파악할 경우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도·감청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필요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편 이 같은 도·감청 전쟁 속에서 한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대응 수준, 위험 인식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서울의 몇몇 정보기관 건물 인근에 외국의 해외 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해당 국가의 도·감청 장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이설 기자}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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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성코드 심어 휴대전화 복사… 전자파 탐지도 피하는 몰카

    도·감청은 국가 정보기관 첩보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도 파고들고 있고 점점 진화하고 있다. 상대방 스마트폰에 악성 코드가 깔리게 한 다음 실시간으로 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위치, 통화 내용, 사진 등 온갖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보안전문업체 ‘프로정보통신’의 이정직 대표는 “휴대전화를 ‘복사’한다고까지 표현한다. 택배나 결혼식 문자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보내 악성코드가 휴대전화에 깔리게 하는데, 요즘은 문자를 볼 때까지 발신 번호를 계속 바꿔가면서 보낸다”고 했다. 보안전문가인 이원업 한국스파이존 이사는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도 자동으로 켜지게 하는 코드도 있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몰카)나 위치 추적기 등도 마찬가지다. 이정직 대표는 “몰카만 해도 얼마 전까지는 세운상가 등에서 맞춤 제작을 했지만 지금은 알아보기 힘들도록 위장이 돼서, 소리 감지 기능이나 화질까지 업그레이드된 완제품들이 나온다. 최근에는 나사 클립처럼 생긴 몰카도 있다”고 말했다. 이원업 이사는 “몰카가 더 무서운 건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등이 보유한 전자파 탐지 장비로는 렌즈를 식별할 수 없는 것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몰카는 특히 모텔 등 숙박업소에 교묘하게 설치돼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남녀의 관계 장면이 담긴 몰카 영상 등이 음성적으로 고가에 팔리고 있어 몰카 기술이 경쟁적으로 진화되는 양상이다. 이 이사는 “점점 ‘리얼리티’가 있는 몰카 영상을 유통했을 때 돈이 되기 때문에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영상 원판 CD가 300만∼500만 원까지 거래되는 등 부르는 게 값이 되면서 몰카가 점점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도·감청이나 몰카 탐지 장비들의 수준이 더 앞서가야 하는데 수사기관이나 지자체들의 예산으로는 따라갈 수 없어 탐지 전문가들의 고가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일상화된 감시의 공포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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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슈끄지 고문끝 참수? 어떻게 녹음했나…정보기관 도감청 전쟁

    중국 광저우(廣州)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미국 직원들이 올해 5월 집단적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집단 두통 등의 증상에 이어 다시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고도의 음파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청 장비에서 나오는 전파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분교 연구팀 등은 “은밀히 감춰지거나 원격에서 작동하는 초음파가 잘못 작동해 의도치 않게 직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며 “의도적인 음파 공격보다는 도청 장치가 잘못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 사건은 각 국의 정보 전쟁에서 도감청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경각심을 울리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외교 공관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사망한 사건은 언론인 테러로 미국과 사우디 등 관련국간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해 주목하게 했다. ● 언론인 살인 뒤의 정보기관 도감청 논란 ‘어떻게 녹음했나?’ 카슈끄지는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이후 터키 언론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고문 끝에 참수당한 정황을 녹음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나 어떻게 녹음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카슈끄지의 살해 정황을 최초 보도한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는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에 녹음된 파일이 총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에게 맡긴 아이폰과 연동돼 전송됐다는 것이다. 데일리사바는 “사우디의 암살 팀이 숨진 카슈끄지의 지문으로 애플 워치 암호를 해제해 녹음파일을 삭제했지만 이미 파일이 연동된 뒤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역할에 의문 제기되면서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가 애플 워치를 차고 영사관에 들어갔고, 그의 약혼자가 카슈끄지의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었지만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영사관에서 파일이 연동된 휴대전화에 고문 등의 정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전송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와이파이에 연결됐다고 해도 총영사관 밖의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기엔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 또 터키는 3세대 애플 워치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구타 고문 등을 하면서 손에는 애플 워치를 차고 있게 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정황들 때문에 터키 언론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면 이는 터키 정보 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을 도감청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CNN 정보분석가 로버트 베어는 “터키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유선으로 연결한 송신기로 도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는 “터키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알려진 사우디 영사관 내의 음성 파일 등은 도·감청을 통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국가 정보기관의 도·감청과 대응 수준은 ‘능력’이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떠나 국가간 서로 눈감아주는 게 관례”라고 했다. ● 회담과 외교협상 미소 뒤에서는 첩보 정보 전쟁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한과 미국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쓴 것 하나는 중국의 첩보 활동 차단이었다. 협상 상대인 북한보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정보를 탐지하는 것을 막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회담 장 주변의 호텔과 식당에서 직원을 이용한 정보 탐지 및 도청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유무선 망을 활용한 간접 도청을 막는 것에도 주의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과 미국 협상단이 움직이는 공간 주변에 반도체 탐지기, 전자장 탐지기, 렌즈 탐지기 등을 갖춘 초소형 첨단 장비가 심어져 있는 지를 찾기 위해 이 잡듯 뒤졌다고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5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날 때 워싱턴 DC가 아닌 뉴욕으로 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평양과 바로 연결되는 통신망이 있어 도·감청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언론은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첩보전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호텔 키,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몰래 칩을 심거나 회담장 안팎에 소형 카메라를 심는 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올해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중국 군 장성들이 손목 시계를 이용해 녹음하려다 양측간 감정이 격해진 일도 있다고 한다. 미 수사당국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국이 미국 기업과 공공 기관 서버에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정보전에서 구사하는 도감청 능력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국가안전보장국(NSA)의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적인 도·감청을 자행한 사실이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의 도감청 대상은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은 물론 한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동맹국 고위 관리의 휴대전화도 비켜가지 않았다. 임종인 교수는 “미국은 도·감청 수준이 높지만 미국의 해외 공관 건물 내, 외부 벽돌을 자국에서 공수해 쓸 만큼 도·감청에 대한 대응도 철저하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미국 대사관을 신축할 때는 자재는 물론 건설 근로자도 미국에서 데려와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의 폭로 당시 독일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독일 정보기관의 도감청 실태도 독일 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1998~2006년 백악관과 주독일 미국 대사관 등을 감시해 왔다고 폭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것에 대해 “친구 사이에 염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비판했지만 독일도 결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체면이 구겨졌다. 앞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학살 혐의로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도·감청 자료가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당시 ICTY 재판관으로 밀로세비치 판결에 참여한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전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도청한 내용이지만 증거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는 재판을 받던 중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의 감옥에서 갑자기 숨졌다. 각국이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 수집을 위해 공공 기관을 비밀리에 도감청 하는 것은 세세히 드러나지 않을 뿐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은밀히 진행하고 들키는 경우 오리발로 일관하기 때문에 도·감청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먼저 파악할 경우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도감청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필요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한국의 도감청 ‘방어’ 미흡 지적도 2015년 국가정보원의 도·감청 논란이 올해 불거지면서 국정원이 이탈리아로부터 해킹 소프트웨어(RCS)를 구입해 운용한 사실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공개됐다. RCS는 다른 사람의 PC나 스마트폰에 피싱 문자, 메일 등을 통해 ‘스파이웨어’라는 악성 코드를 심어 통화 내용이나 이미지 등 각종 정보를 탈취하는 프로그램이다. 원격 조종을 통해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도 있고, PC나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조작할 수도 있다. 한국 정보기관도 정보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몇 대의 감청 장비와 시설을 보유했는지는 기밀사항”이라며 “국방부·검찰·경찰·관세청에는 400여대의 감청 시설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대응 수준, 위험 인식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서울의 몇 몇 정보기관 건물 인근에 외국의 해외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해당 국가의 도감청 장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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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헤는 가을밤… 추억이 반짝반짝, 주말 나들이 코스로 뜨는 천문대

    날씨가 선선해진 가을철 주말 나들이로 천문대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족들의 힐링 코스가 되거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낮에는 맑고 깨끗하게 트인 가을 하늘과 자연을 보고 밤에는 별을 감상하기 위해 찾는다. 지구의 공전으로 하늘에서는 계절마다 바뀌는 별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가을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게 반짝이는 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천문대의 망원경을 통해 가을의 대표적인 별을 찾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가을철 은하계 여권 비자를 받아 볼까 “별나라로 입국하는 여권을 받으세요.”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국립 과천과학관 내 천체관측소에 들어오면 안내와 교육을 맡은 전문 지도관이 불쑥 여권 같은 것을 나눠준다. 실제 여권과 아주 흡사하다. 여기에는 북극성 찾는 법과 계절별 밤하늘 별자리 그림과 정보가 쓰여 있다. 사이사이에 사증(VISA) 페이지가 있다. 다른 나라에 입국하면 심사대에서 사증에 입국 허가 도장을 찍어주듯, 가을밤 별을 보고 가면 ‘가을철 밤하늘’ 사증에 별을 봤다는 도장을 찍어준다. 사증의 도장을 다 채우면 선물도 받을 수 있다. 별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좋은 추억도 만들어 준다. 다른 사증에 도장을 찍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부모를 조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천체관측소에서는 주중, 주말 야간(20시∼21시 30분)에 초등학생 이상 일반인들이 별을 볼 수 있는 ‘코스모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과천과학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별자리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고 별을 직접 관측한다. 한 달에 한 번 지정된 토요일에는 별과 달을 더 정밀하게 관찰하는 공개관측회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관람객들이 직접 망원경을 조작해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실습형 체험이 이뤄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집중도가 높다. 박대영 과천과학관 전시총괄과 전문관은 “모든 관람객에게 개인당 1대씩, 사람의 눈보다 100배가량 잘 보이는 구경 70mm, 초점 거리 700mm 굴절 망원경을 지급하고 사용법을 알려준다. 어린 학생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며 “관람객들은 파손을 걱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귀에 쏙쏙 박히는 ‘눈높이’ 레슨 “토성을 보여 드릴까요.” 좀 더 큰 망원경들이 설치된 천체관측소 2층으로 가면 박 전문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별자리 보기에 앞서 책 등에서 자주 접했던 행성, 토성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직경 203mm, 초점 거리 1400mm짜리 망원경의 스위치 리모컨에 토성의 영문 이름을 입력하니,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춰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망원경이 토성이 있는 하늘 쪽으로 방향을 튼다.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의 300배를 확대한 렌즈로 들여다보니 띠를 두른 토성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덤으로 그 주변 백조자리의 쌍성(이중 별)인 ‘알비레오’가 나란히 빛을 내고 있는 것도 보인다. 가을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무슨 자리에 속하는지, 흔히 알고 있는 북극성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별마다 왜 크고 작게 보이는지 이해하기 쉬운 레슨이 계속 이어진다. 박 전문관은 연두색 빛이 하늘까지 길게 뻗어 나오는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해 가을 하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페가수스(날개 달린 천마) 자리의 별들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2등성 별들인데 잘 안 보이죠? 별들은 등급이 낮을수록 밝기가 좋은 건데, 서울에서는 불빛 때문에 하늘이 파래서 별들이 잘 안 보일 겁니다. 바다에서는 수증기 연무 때문에 별들이 안 보이고요. 그래서 산에서 별이 잘 보이는 겁니다.” 고개를 끄덕일 만한 별 보기 상식을 알려준 박 전문관은 페가수스자리에서 북쪽으로 레이저 포인트를 이동시켜 북극성을 확인시켜 준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북두칠성, 오른쪽으로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도 육안으로 알려준다. 희미했던 별자리 지식이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다. 화제를 다시 바꿔, 화성이 올해 7월 여름철에는 지구에 가장 가까워져 ―3등성만큼 밝아졌다가 가을 접어들어 0등성으로 어두워졌다거나,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와 이웃한 ‘안드로메다은하’가 서로 다가가고 있다는 ‘깨알상식’도 알려주며 흥미를 돋운다.○ 별 보고 잠드는 천문대도 인기 아련하고 멀기만 했던 별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천문대는 서울시내와 근교에도 많다. 서울의 대표적인 곳은 서울 용산구 청파로 나진전자상가에 위치한 과학동아 천문대이다. 서울의 중심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의자에 누워 가상의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인 천체투영관에서는 우주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와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북한산 중턱에 자리 잡은 송암스페이스센터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는 해발 500m 천문대에서 오전, 오후 별자리 수업과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월 중 야간에는 주 관측실인 뉴턴관에서 알비레오와 베가(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직녀성)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보조 관측실인 갈릴레이관에서는 고리 성운, 헤라클레스자리, 안드로메다은하와 함께 달과 토성, 화성을 집중적으로 관측한다. 관람객들은 펜션인 스타하우스에 묵으면서 1박 2일 우주과학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유명한 경기 양평군 중미산천문대 역시 밤에는 별을 관찰하고, 낮에는 삼림욕과 자연 생태 학습을 즐길 수 있는 가을 여행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숙박 시설을 갖추고 당일 별자리 여행 프로그램과 함께 1박 2일 별자리와 태양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달 18일에서 25일까지는 관람객들에게 달을 집중적으로 관측해 보여줄 예정이다. 과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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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들 “업무마비” 몸살… 환경훼손-주민갈등도 증폭

    《올해 태양광발전에 투자하겠다는 사업자들의 허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속도 조절을 하려는 정부와 규제를 풀려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도 투자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태양전지판 설치 과정의 환경 훼손과 안전, 사업부지 주변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없지 않다. ‘청정에너지’로 각광받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은데….》 “평일 야근에 주말, 휴일에도 근무하지 않으면 일처리가 불가능합니다.” 경북 상주시 에너지계 직원들은 올해 들어 매월 수백 건씩 밀려드는 태양광 발전소 설립 신청 업무를 처리하느라 녹초가 됐다. 2016년 144건에 불과하던 태양광 발전 시설 설립 관련 업무 신청 건수가 지난해 2018건으로 14배나 늘었다. 올해 9월까지는 약 1500건이 접수됐다. 전남 신안군은 올해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신청 건수가 이달 초까지 1830건으로 지난 한 해 동안 45건에 비해 41배나 증가했다.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난데없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신청 열풍이 불고 있다. 주로 지자체에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쇄도하는 것은 1000kW 이하 소규모는 기초 지자체, 3000kW 이하는 광역지자체에서 허가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중앙정부에서 허가하는 대규모가 아닌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정부의 전기료 보상 등 지원은 같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 투자로 인한 산림 훼손이나 주민과의 마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사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묻지마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전국에 부는 태양광 발전 투자 열풍 충남에서는 올해 9월까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건수가 405건으로 지난해 16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발전 용량 500∼3000kW 기준). 부여, 보령, 논산, 공주 등에서 신청이 계속 쇄도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 담당 직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담당자들은 야근이 기본”이라고 전했다. 충북도도 2015년 106건, 2016년 185건, 2017년 371건에서 올해는 8월 31일 기준 478건으로 늘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설 관련 조례가 없는 청주시는 2015년 62건에서 올해 27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강원 영월군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수가 지난해 47건에서 올해 4일 기준 154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상동면 고랭지 지역과 주천면 용성리 일대에서 허가 신청이 몰렸다. 상주시 관계자는 “국정 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실에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있으나 태양광 업무가 많아 감사자료 만들 시간조차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년 사이 상주시의 태양광 사업 인·허가 업무 담당 직원이 4명이나 바뀌었다. 현재도 신청이 280건가량 밀려 있는 상황이다. ○ ‘싼 유휴지’ ‘토지 형질 변경’ 이유도 제각각 전남 신안군은 지난해 12월 도시계획조례 개정으로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거리 제한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해안선과 도로에서 1km, 주택에서 500m 거리 내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했으나 개정된 조례에서는 해안선과 도로 100m, 주택에서 50∼100m까지로 바뀌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정부의 태양광 에너지 정책 육성 취지에 부응해 거리 제한을 완화했다”며 “군 지역경제과에는 시설 허가 신청이 하루에 30∼40건씩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일정 기준의 자격과 부지, 사업성 등이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발전소 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충남 지역에서는 땅값이 저렴한 지역이 태양광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산시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김모 씨(59)는 “시설 투자에 비용이 들지만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매달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연금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 영월군 관계자는 “영월군은 면적이 넓은 데다 노는 땅이 많다 보니 태양광 사업의 적지로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시설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관내 해수욕장 주차장 27곳과 쓰레기 매립지 19곳, 채석장 복구 예정지 1곳을 대상으로 입지 조건과 경제성을 분석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했던 지역의 형질 변경이 가능해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은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 육성을 위해 정부가 발전 전력을 비싼 값에 구매해 주는 데다 발전 설비가 있는 땅의 지목을 변경할 수 있는 등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냐, 부동산 투자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환경 오염을 줄이는 태양광 발전 육성을 위해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전기료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자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부동산 투자 기대’는 서울 경기 등 토지 가격이 비싸고 임야나 그린벨트 내에서의 개발 허가가 어려운 지역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남에서 10여 년 전부터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운영 사업을 하고 있는 N태양광 이모 대표(60)는 “수도권은 하루 발전 시간이 경남에 비해 짧아 전기만 생산해서는 타산이 떨어지지만 특별법 등으로 발전 사업 허가와 개발 행위 허가를 받아 잡종지로 지목을 바꾼 뒤 높은 가격에 땅을 팔거나 건축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 훼손 논란과 주민 갈등 부작용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급증하면서 발전 시설에 의한 환경 위험과 주민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시설 부실 시공, 설비 사고, 환경 사업장 폐기물 방치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임야 내 태양광 발전 시설이 흉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태양광 보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 해소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자부가 주로 시공에 따른 안전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환경부는 8월 백두대간, 법정보호지역, 보호생물종 서식지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곳과 경사 15도 이상 지역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피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농어촌 주민은 “외지인들이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환경 문제를 유발하고 수익금만 챙겨갔다”며 반발한다. 현행법은 2000kW 이상 태양광 발전소는 주변 지원 사업을 의무로 하고 있다. 기초지자체에 소규모 투자 신청을 하는 것도 이 같은 의무를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걸로 분석된다. 일부 업자는 주변 지원 사업 의무규정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쪼개 운영하다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이런 반발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 수익을 업자와 현지 주민들이 함께 나누는 공유경제 움직임도 있다. 전남 신안군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소 운영 이익을 주민들과 나누는 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조례는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지을 경우 주민이 설립한 조합이 전체 투자비의 30%를 대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감속, 지자체는 가속 엇박자도 산자부는 6월 26일 일반 부지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공급인증서(REC) 기중치를 기존안(0.7∼1.2)대로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임야 태양광 발전소는 0.7로 축소했다. 가중치가 낮아지면 발전 단가가 낮아져서 한전 등에서 전기를 매입하는 가격이 줄어들어 그만큼 태양력 발전 사업자들로선 손해다. 또 산자부는 ‘일시사용허가제도’를 도입해 사업자가 임야 지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태양광 수명인 20년 동안 토지를 사용한 뒤 임야로 원상복구토록 했다. 일단 산자부는 혼란을 우려해 3개월 유예 기간을 줬다. 이 기간 내에 임야 발전소 허가를 취득하는 사업자는 개정 전 제도 지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최근 상주를 비롯해 인근 경주, 봉화 군위, 영덕, 영천 등에서 허가 신청이 급증한 것은 유예 기간 내에 신청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일시사용허가제도’를 담은 법 시행령은 아직 입법 예고 직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림청 정종근 산지정책과장은 4일 “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를 거쳐 오늘 산림청 자체 심사를 끝마쳤다. 법제처 심사와 차관,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되는데 11월 말 시행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야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허가 신청이 늘어날 여지가 남아 있다. 중앙정부의 감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설 신청 및 허가 건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소규모 발전 설비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서도 투자 증가를 막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개정된 규제 강화 지침이나 법이 모두 시행되지는 않는 것도 태양광 투자 열풍이 지속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침이나 법 시행 전에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태양광 발전 사업 여건이 변화하면서 사업 조건이 까다로워져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재영 elegant@donga.com / 창원=강정훈 / 상주=박광일 기자}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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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 에너지 생산? 부동산 투자?…‘태양광 발전’ 신청 쇄도

    “평일 야근에 주말, 휴일에도 근무하지 않으면 일처리가 불가능합니다.” 경북 상주시청 에너지계 직원들은 올해 들어 매월 수백 건씩 밀려드는 태양광 발전소 설립 신청 업무를 처리하느라 녹초가 됐다. 2016년 144건에 불과하던 태양광 발전 시설 설립 관련 업무 신청 건수가 지난해 2018건으로 14배나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신청 건수가 1028건이다. 올해 9월까지는 약 1500건이 접수됐다. 전남 신안군은 올해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신청 접수 건수가 이달 초까지 1830건으로 지난 한해 동안 45건에 비해 41배나 증가했다.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난데없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신청 열풍이 불고 있다. 주로 지자체에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쇄도하는 것은 1000kw 이하 소규모는 기초 지자체, 3000kw 이하는 광역지자체에서 허가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중앙정부에서 허가하는 대규모가 아닌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정부의 전기료 보상 등 지원은 같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 투자로 인한 산림 훼손이나 주민과의 마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사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묻지마 투자에 의한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전국에 부는 태양광 발전 투자 열풍 충남에서는 올해 9월까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건수가 405건으로 지난해 16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발전 용량 500~3000kw 기준). 부여, 보령, 논산, 공주 등에서 신청이 계속 쇄도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 담당 직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담당자들은 야근이 기본”이라고 전했다. 충북도도 2015년 106건, 2016년 185건, 2017년 371건에서 올해는 8월31일 기준으로 478건으로 늘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설 관련 조례가 없는 청주시는 2015년 62건에서 올해 27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강원도 영월군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수가 지난해 47건에서 올해 4일 기준 154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상동면 고랭지 지역과 주천면 용성리 일대에서 허가 신청이 몰렸다. 상주시 관계자는 “국정 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 실에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있으나 태양광 업무가 많아 감사 자료 만들 시간 조차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년 사이 상주시의 태양광 사업 인·허가 업무 담당 직원이 4명이나 바뀌었다. 현재도 신청이 280여 건 가량 밀려 있는 상황이다. ● ‘싼 유휴지가 있어서, 토지 형질 변경으로 부동산 투자 가치도 있어서’. 이유도 제각각 전남 신안군은 지난해 12월 도시 계획 조례 개정으로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거리 제한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해안선과 도로에서 1km, 주택에서 500m 거리 내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했으나 개정된 조례에서는 해안선과 도로 100m, 주택에서 50~100m까지 줄였다. 신안군 관계자는 “정부의 태양광 에너지 정책 육성 취지에 부응해 거리 제한을 완화했다”며 “군 지역경제과에는 시설 허가 신청이 하루에 30~40건씩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일정 기준의 자격과 부지, 사업성 등이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발전소 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충남 지역에서는 땅값이 저렴한 지역이 태양광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논산시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김 모(59) 씨는 “시설 투자에 비용이 들지만 본격 가동하면 매달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연금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 영월군 관계자는 “영월군은 면적이 넓은데다 마땅히 노는 땅이 많다보니 태양광 사업의 적지로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시설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관내 해수욕장 주차장 27곳과 쓰레기 매립지 19곳, 채석장 복구예정지 1곳을 대상으로 입지 조건과 경제성을 분석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했던 지역의 형질 변경이 가능해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은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 육성을 위해 정부가 발전 전력을 비싼 값에 구매해 주는 데다 발전 설비가 있는 땅, 일례로 임야를 잡종지로 지목 변경하는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냐, 부동산 투자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환경 오염을 줄이는 태양광 발전 육성을 위해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전기료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자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같은 ‘부동산 투자 기대’는 서울 경기 등 토지 가격이 비싸고 임야나 그린벨트 내에서의 개발 허가가 어려운 지역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남에서 10여 년 전부터 태양광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을 하고 있는 N태양광 이모 대표(60)는 “수도권은 하루 발전 시간이 경남에 비해 짧아 전기만 생산해서는 타산이 떨어지지만 특별법 등으로 발전사업 허가와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잡종지로 지목을 바꾼 뒤 높은 가격에 땅을 팔거나 건축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 훼손 논란과 주민 갈등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급증하면서 발전 시설에 의한 환경 위험과 주민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시설 부실시공, 설비 사고, 환경 사업장 폐기물 방치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임야 내 태양광 발전 시설이 흉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태양광 보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 해소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자부가 주로 시공에 따른 안전성 강화에 앞서 초점을 두고 있다면 환경부는 8월 백두대간, 법정보호지역, 보호생물종 서식지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곳과 경사 15도 이상 지역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피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농어촌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수익금만 챙겨갔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은 2000KW이상 태양광 발전소는 주변지원 사업을 의무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에 소규모 투자 신청을 하는 것도 이같은 의무를 피하기 위한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일부 업자들은 주변지원 사업 의무규정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쪼개 운영하다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이런 반발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 수익을 업자와 현지 주민들이 함께 나누는 공유경제 움직임도 있다. 전남 신안군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시행할 예정”아라고 말했다. 태양광·풍력발전소 운영 이익을 주민들과 나누는 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조례는 태양광·풍력발전소를 지을 경우 주민이 설립한 조합이 전체 투자비의 30%를 대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 중앙 정부는 감속, 지자체는 가속 엇박자도 산자부는 6월 26일 일반 부지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공급인증서(REC) 기중치를 기존안(0.7~1.2)대로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임야 태양광 발전소는 0.7로 축소했다. 가중치가 낮아지면 발전 단가가 낮아져서 한전 등에서 전기를 매입하는 가격이 줄어들어 그만큼 태양력 발전 사업자들로선 손해다. 산자부는 또 ‘일시사용허가제도’를 도입해 사업자가 임야 지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태양광 수명인 20년 동안 토지를 사용한 뒤 임야로 원상복구토록 했다. 일단 산자부는 혼란을 우려해 3개월 유예 기간을 줬다. 이 기간 내에 임야 발전소 허가를 취득하는 사업자는 개정 전 제도 지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최근 상주를 비롯해 인근의 경북 경주, 봉화 군위, 영덕, 영천 등에서 허가 신청이 급증한 것은 유예 기간내에 신청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일시사용허가제도’ 내용을 담은 법 시행령은 아직 입법 예고 직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림청 정종근 산지정책과장은 4일 “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를 거쳐 오늘 산림청 자체 심사를 끝마쳤다. 법제처 심사와 차관,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되는데 11월말 시행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야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허가 신청이 늘어날 여지가 남아 있다. 중앙 정부의 감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설 신청 및 허가 건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소규모 발전 설비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서도 투자 증가를 막을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개정된 규제 강화 지침이나 법이 모두 시행되지는 않는 것도 태양광 투자 열풍을 지속케 하는 한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침이나 법 시행 전에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태양광 발전 사업 여건이 변화하면서 사업 조건이 까다로워져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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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프리카, 올 수출 1억달러 ‘국민채소’ 이름값

    18일 찾아간 전북 남원시 운봉읍의 파프리카 비닐하우스는 평소 생각하던 비닐하우스와 달랐다. 면적이 7900m²(약 2400평)가량으로 넓고 높이도 키가 6m까지 자라는 파프리카보다 높아 거대했다. 하우스 안에서는 지게차가 오가며 튼실하게 익은 빨강 노랑 주황색의 파프리카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하우스 규모뿐만 아니라 외부인 통제가 엄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균(菌) 유입을 우려해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아 이날 방문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선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국내에 들어온 지 20여 년밖에 되지 않은 파프리카가 올해 처음 1억 달러(약 1100억 원) 수출을 앞둔 ‘신선 농산물 제1의 수출 제품’인 이유를 일부 알게 하는 현장답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비닐하우스 농장 주인 이정구 씨(37)는 “추석을 전후로 밀려든 내수와 수출 주문량을 맞추느라 지게차에서 내려올 틈도 없다”며 “1박스(5kg)가 4만5000원 정도지만 물건이 좋으면 6만 원까지도 받을 수 있고 수확이 늦어질수록 가격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스마트팜 확대로 도입 20여 년 만에 ‘국민 채소’로 파프리카는 1995년 조기심 씨(현농업회사법인 농산 대표)가 네덜란드산 파프리카 씨를 일본에서 가져와 전북 김제의 약 1.1ha 땅에서 처음 재배한 것이 국내 생산의 시작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파프리카 원조인 네덜란드산과 뉴질랜드산이 장악하고 있던 일본 시장을 점령했다.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공략하면서 우리만의 고급 재배, 생산 기술 노하우가 적잖이 쌓였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스마트팜 보급률이 높아졌다. 노란 빛의 파프리카는 생긴 모습처럼 ‘골든벨’을 계속 울리는 중이다. 이 씨의 농장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비닐하우스 내 10개 온실의 온도, 습도 등이 한눈에 보인다. 복합 환경 제어시스템으로 온실 내 수분과 이산화탄소 농도에 맞는 환기, 난방까지 ‘원 클릭’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모종을 한 흙에도 물과 영양분이 일조량에 맞게 자동으로 투입된다. 파프리카 줄기 곳곳에는 천적 곤충이 담긴 종이팩이 붙어 있다. 종이팩 윗부분의 구멍으로 곤충들이 빠져나와 파프리카를 공격하는 해충들을 잡아먹는다. 파프리카를 해치는 점박이응애, 담배거세미나방, 진딧물 등의 해충을 이들의 천적 곤충으로 잡아낸다.○ 농가 협력으로 품질 향상 파프리카 개별 생산자들이 모여 조합법인이나 생산자협의회 같은 전문 생산단지를 만들어 공동으로 품질 향상, 전문기술 보급 등을 하는 것도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인다. 농림부와 aT 등에 따르면 현재 전문 생산단지는 전국 36곳으로 429개 농가가 가입돼 있다. 같은 단지에서 나온 상품들은 공동 브랜드로 산지 유통업체나 지역 농협의 공동 선별장으로 보내져 출하된다. 남원은 고랭지 지역이어서 여름 작형(作形·수확형) 파프리카를 재배한다. 여름 작형은 보통 1월에 파종해 5월에 꽃이 피고 이후 70일가량 지나면 파프리카가 열려 수확할 수 있다. 경남 진주 함안, 전남 화순 영광 등은 겨울 작형으로 7, 8월에 파종해 11월에서 다음 해 7월까지 수확한다.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 물량은 8900만 달러(약 989억 원)로 국내 신선 농산물 중 1위이며 올해 처음 수출 1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의 44.6%인 3만4842t이 수출됐는데 99%가 일본이다. 일본에서 한국산 파프리카는 2001년부터 경쟁국인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내 한국산 파프리카 점유율은 78.6%. 취재에 동행한 aT 이원기 부장은 “철저한 관리로 6년 연속 일본 수출상품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된 사례가 없다. 게다가 품질도 네덜란드산 파프리카에 근접하고 있고 가격경쟁력도 있어 일본 내 신규 판로 개척에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김덕호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파프리카는 앞으로도 스마트팜 농업을 선도할 품목”이라며 “수출이 더욱 날개를 달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 시장이 일본에 편중되어 있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aT 이필형 수출전략처장은 “제주나 강원을 중심으로 계절을 타지 않고 연중 생산이 가능하도록 해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중국과의 검역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 시장으로도 들어가고 한류 붐이 강한 대만과 동남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한 시장 테스트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씨앗을 모두 네덜란드 종묘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파프리카 작은 씨앗 한 개가 500원가량으로 3g에 45만 원가량 한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싸다. 이수원 춘향골바래봉파프리카 작목회 회장은 “국산 종자가 있지만 품질이 못 미친다”며 “수출 1위국 위상에 걸맞게 국산 종자를 개발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원=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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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콘텐츠 제작-기획 노하우 강의… ‘시네마 꿈나무’ 키운다

    이달 8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영화에 관심이 많고 장래 관련 분야로 진출하려는 꿈을 갖고 있는 대학생 1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색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청춘, 영화 꽃을 핌(film)’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재단’(이사장 이훈규)이 롯데컬처웍스와 마련한 것이다. 의식주 제공 위주의 시혜적 복지 서비스를 넘어서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문화,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해 왔던 아이들과 미래재단이 롯데컬처웍스와 함께 마련한 청년을 위한 세 번째 프로젝트다. 두 곳은 지난해부터 ‘대학생 서포터즈’, 아르바이트 직원을 위한 ‘드리미 장학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콘서트는 철저하게 참석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됐다. 대학생들이 아이들과 미래재단 홈페이지에서 참석 신청을 할 때 궁금한 질문을 미리 내도록 해 강연자들이 더 알찬 정보와 답변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글귀가 쓰인 포토존도 마련해 참석자들이 영화가 주는 감동과 의미를 스스로 찾게 만들기도 했다. MC 박슬기의 진행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의 첫 번째 순서는 ‘영화 프로그래밍’ 롯데컬처웍스의 프로그램 담당자가 나와 상영 시간표 지정, 영화관 이벤트 선정, 영화 개봉이 어떤 과정으로 기획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코너였다. 현업 종사자만 알 수 있는 내용이라 참석한 대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나중에 영화 배급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정기훈 씨는 “영화가 단순히 극장에서 개봉되는 줄만 알았다. 개봉까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알고 영화에 대한 일이 더 흥미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어진 영화 전문기자의 ‘영화 홍보와 언론의 이해’ 강연에서는 관객들에게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되기까지의 과정과 각 매체 등을 통해 영화 홍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생생한 사례들과 함께 전달됐다. 마지막 코너는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 2편 영화 시리즈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과의 대화시간이었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 효과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실제 현장 스튜디오를 보여주며 충실하게 설명해줬고, 참석자들은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김 감독은 자신의 학창 시절과 꿈을 소개한 뒤 ‘신과 함께’의 OST CD를 가져와 학생들에게 선물로 전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미래재단 관계자는 “나중에 영화 분야로 진출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미래재단이 지난해 롯데컬처웍스와 진행했던 사업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이번 무비 토크에도 롯데컬처웍스의 대학생 서포터즈 ‘캐롯’이 참여했다. 올해 3월 선발된 ‘캐롯’ 2기는 롯데시네마,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롯데시네마 이벤트나 영화 홍보 지원, 홍보 콘텐츠 제작에도 함께 한다. 이들은 임직원들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극장 사업과 영화, 공연 비즈니스에 관한 정보와 노하우를 익히고 있다. 10월에는 롯데컬처웍스의 아르바이트 직원인 ‘드리미’들에게 안정적이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꿈을 응원하기 위한 제4회 ‘시(시네마) 드(리미) 장학금’ 공모전이 시행된다.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공모전에 200여 명의 드리미가 지원했고, 이 가운데 28명이 선발돼 장학금을 받았다. 다양한 드리미들이 근무 당시 경험을 글과 에세이, 사진 등으로 털어놓으며 자신도 몰랐던 자기의 재능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아이들과 미래재단은 이 밖에도 어린이양궁교실, 앱개발, 웹툰멘토링, 청소년경제교실, 에코스쿨 등 전문성을 갖춘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아이들과 미래재단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아이들의 꿈을 한꺼번에 이뤄주자는 취지다. 아이들과 미래재단은 2000년 벤처기업가들의 출연금으로 아이들 공부방 지원 사업부터 시작했다. 2004년 이후부터는 기업사회공헌사업(CSR)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과 미래재단의 백동호 경영전략실 선임은 “400여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2만여 명의 개인 후원으로 약 10만 명의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며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비, 장학금, 환경 개선 등을 병행해 지원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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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정화 “나를 내려놓고 우리를 일으킨… 1988년은 내 삶의 하이라이트”

    《“화이팅!”1988년 9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 2.5g의 탁구공을 손에 쥐고 가녀리지만 쨍한 목소리로 기합을 넣던 19세의 어린 탁구 선수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49)이다. ‘현정화표’ 화이팅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알려진 ‘유행어’가 됐다. 그의 인기는 지금의 피겨 여왕 김연아에 버금갈 정도로 뜨거웠다. 현정화 효과로 동네 탁구장은 탁구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정도였다.그는 서울올림픽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다섯 살 위 양영자와 함께 중국의 자오즈민-첸징 조를 꺾고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탁구 최고 자리에 올랐다.》 30년이 흐른 현재도 현정화는 여전히 탁구 테이블 주위에 머물러 있다. 바뀐 건 세월의 흐름에 맞게 국가대표 선수에서 실업 탁구팀 사령탑이 됐다는 것뿐이다. “탁구장에서 보실까요.” 88서울올림픽을 추억해 보고 싶다는 기자의 제안에 현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그에게 녹색 탁구 테이블은 카페 이상으로 편안한 공간이었다. 13일 인천 서구 연희동 한국마사회 탁구훈련장에서 그를 만났다. ○ “영자 언니 덕에 서울올림픽 ‘현정화’가 있었죠” 이야기의 시작은 그가 서울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7년 전인 1981년 9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날은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 발표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이후 종목별로 88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유망주 찾기가 시작됐다. 탁구에선 당시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양영자를 도울 수 있는 후계자 발굴의 성격도 더해졌다. 탁구는 서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했는데, 그 시기에 맞는 어린이 유망주를 찾던 중 제가 보였던 거죠. 남자는 유남규(현 삼성생명 여자탁구팀 감독)였고….” 현 감독은 1979년 초등학교 3학년 때 탁구를 시작해 계성여중 시절에는 이미 전국 대회를 석권하며 동년배 중에선 최고로 인정받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서울올림픽을 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고 지독하게 연습하고 치열하게 게임했던 것 같아요.” 그의 국가대표 선발은 시간문제로 여겨졌고, 1985년 9월 마침내 태극 마크를 달게 됐다. 세계 최강 중국에 맞설 한국 탁구 최고의 여자 복식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후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게 된다. “언니에게 ‘이래라 저래라’ 주문할 나이가 아니어서 제가 한발 더 뛰려 노력했어요. 복식은 번갈아 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언니가 더 편하게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있게 몸을 빨리 피해주는 것도 제 몫이었죠.” 이런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탁구에 눈이 떠졌고 우리가 아는 현정화로 거듭났다. “언니 덕분에 제대로 탁구를 터득한 셈이죠. 특히 언니가 내가 잘 못하는 백핸드에 능숙한 것을 보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내려놓는 ‘마인드’도 배웠어요. 그러면서 진정한 ‘현정화’가 완성된 것 같아요.” 그해 초 현 감독은 자신의 탁구 스타일을 바꿨다. 네트 앞에서 짧고 빠른 스윙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현 감독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이 완성됐다. “1985년에 탁구 스타일을 공격형으로 바꾼 건 힘없는 드라이브 선수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진 속공 플레이로 과감한 승부를 하는 스타일로 바꿨지요.”○ “니들 뭐 하냐” 감독 호통에 정신 번쩍 서울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에서 무난히 결승까지 진출한 양영자-현정화 조. 예상했던 대로 결승전에서 중국을 만났다. 중국은 한국을 교란하기 위해 대회 한 달 전까지 복식조를 정하지 않다가 자오즈민-첸징 카드를 내밀었다. 자오즈민은 서울올림픽 후 당시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 선수였던 안재형 현 남자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결혼했다. 자오즈민과 첸징 둘 다 왼손잡이. 변칙 중에 변칙 스타일이었다. “당시 여자 탁구 세계 1위 허즈리가 나올 것으로 봤어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다른 선수들을 내세운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자기들 꾀에 넘어간 셈이 됐죠. 만약 첸징 대신 오른손잡이가 나왔다면 아마 힘들었을지 몰라요. 자오즈민 조는 발이 빠른 것도 아니고 왼손과 왼손 선수여서 ‘서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체력이 떨어지면 스텝이 꼬이겠다’고 예상했죠. 실제로 결승전에서 자오즈민이 넘어지기도 했어요.” 당시 현 감독은 랠리를 하는 동안 최대한 테이블 양쪽 구석 끝으로 번갈아 찌르는 전략을 썼다. “두 번은 상대의 포핸드 쪽으로 주고, 다음 한 번은 백핸드로 깊게 주면 우리 포핸드 쪽에서 기회가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맞아떨어졌어요.” 한국은 1세트를 21-19로 따냈지만 2세트에서 위기가 왔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약점이 있던 현 감독을 중국이 물고 늘어진 것. “상대가 공격할 때 수비를 하다 바로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 부족했는데 중국이 이를 간파하면서 집요하게 공을 보내더군요.” 서브 리시브마저 다소 흔들렸다. 중국 선수들의 까다로운 스카이서브 구질에 대비해 리시브 적응 훈련을 많이 했지만 이날 2세트에서 첸징은 현 감독이 테이블에서 떨어져 어렵게 공을 받아내도록 변칙적으로 서브를 보냈다. “상대가 서브할 때 눈이 공을 따라가면 놓쳐요. 그것을 안 보고 공이 올 때 탁구공 마크가 안 보이면 회전이 많이 되고, 마크가 보이면 회전이 적은 구질이라는 것을 순식간에 구분해야 하죠. 이런 서브 받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2세트 때는 거리 조절을 하느라 집중력이 잠깐 떨어졌었죠.” 결국 2세트를 내주고 마지막 3세트가 시작되기 전 당시 이에리사 감독은 둘을 불러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감독님이 ‘니들 뭐 하냐’고 그러셨어요. 정신이 번쩍 나더군요. 공격을 안 하고 (수비로) 버티다 점수를 내줬다는 지적이었죠. 언니에게 ‘받기 바쁘게 공격합시다’라고 얘기했어요.”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한국이 3세트에 적극적인 선제공격을 펼치면서 중국을 앞서나간 것이다. “17-9로 앞서면서 속으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슴이 시원하더라고요. 그래도 언니한테는 ‘아직 안 끝났어요’라고 했죠. 올림픽 전에 중국에서는 ‘현정화를 잡아야 된다’고 했는데 ‘끝까지 안 잡힐 거다’, 그런 마음으로 마무리까지 밀어붙였죠.” 결국 경기는 세트 스코어 2-1로 한국팀의 승리로 끝났다. ○ 현정화에게 서울올림픽이란? 일반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얻은 메달, 트로피를 보물처럼 보관한다. 하지만 현 감독은 서울올림픽 금메달 당시 탁구 라켓, 유니폼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는 “박물관에 있을까?”라고 답했고 “서울올림픽 금메달은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어디에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치열한 승부사지만 털털한 성격 탓이다. 현 감독은 자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추억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당시엔 김연아보다 인기가 좋았죠.(웃음) 팬레터, 군사우편도 많이 오고, 특히 여학생들에게서 저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편지를 받았던 기억이 많이 나요.” 현 감독은 서울올림픽이 ‘앳된 현정화’에서 ‘제대로 된 현정화’가 된 계기였다고 했다. “서울올림픽은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죠. 지기 싫어하고 욕심 많던 제가 파트너를 위해 공을 한 번 더 건져내고, 한발 더 뛰고 하는 것에 애착을 느낀 대회였거든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파트너였던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운 것도 서울올림픽을 앞둔 시기여서 이래저래 1988년은 현 감독 인생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현 감독은 “천천히 기억을 좀 더 해 봐야겠다”며 서울올림픽 때의 숨은 에피소드를 되살리려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그는 나중에 한 번 더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다. 서울올림픽 40주년을 맞는 2028년, 현 감독이 공개하는 새로운 얘기가 또 나올지도 모르겠다.인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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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6년 때 개회식 군무 참여… ‘손에 손잡고’ 노래한 기억 지금도 생생

    1988년 9월 17일, 서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다. 서울 삼전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기자는 개회식 행사에 참여하는 행운을 잡았다. 송파구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국내외 관중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윤태웅 군(현 배우)이 당시 굴렁쇠를 굴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넌 뒤 1200명의 삼전초 남녀 학생이 바람개비, 줄넘기, 훌라후프 등을 들고 4분간 ‘새싹’이라는 주제의 무용 공연을 펼쳤다. 기자는 5학년 때부터 2년 동안 오전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용산 효창운동장 등에서 연습을 했다. 지금 학생들이 오후 수업을 빠진다면 부모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겠지만, 그 당시엔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응원이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 배급한 햄버거 점심을 먹고 유행하던 이문세 4집 노래들을 들으며 연습을 가곤 했다. 개회식 피날레 공연인 코리아나의 무대 옆에서 ‘손에 손잡고’를 불렀던 추억은 꿈에도 자주 나올 정도로 생생한 추억이다. 올림픽 직후 당시 조상호 체육부장관이 주는 올림픽 기장을 받았다. 박세직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과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명의의 감사 메달도 목에 걸었다. 당시 조 장관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 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행사가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다. 이어령 서울올림픽 당시 문화부장관과 서울올림픽 장대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전설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가 IOC 집행위원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한다. 이날 한국 스포츠를 빛낸 역대 국가대표 선수 32명은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부른다. 이들 중에는 서울올림픽 남자 복싱 헤비급(91kg)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땄던 백현만 씨가 눈에 띈다. 현재 녹조 수처리 전문기업인 MCE 코리아 해외담당이사로 근무 중인 그는 한국 복싱계에서 전무후무한 최중량급 천재였다. 1984년 대표 선수가 됐고 4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땄다. 변변한 훈련 파트너도 없이 준비했지만 결승까지 진출했다. 미국의 강자 레이 머서를 만나 1라운드 종료 전 RSC패(프로복싱의 TKO와 같은 룰)를 당했지만 중반까지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백 씨는 “서울올림픽 때 계체를 통과하고 생고기를 먹은 게 잘못돼 대회 내내 설사를 했다. 도핑(금지약물 검사) 때문에 약을 못 먹어 몸무게가 87kg까지 빠진 상태로 힘든 경기를 했다. 그래도 유효타를 적중시키는 전략이 잘 들어맞았다”며 웃었다. 그는 서울올림픽 이후 중량급 선수에 관심 있는 복싱 프로모터를 만나지 못해 복싱 스타의 꿈을 접어야 했다. 아쉬울 만도 하지만 백 씨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운아였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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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비 조작 쉽고 인력수요 많아… ‘제2인생’ 준비물로 인기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주요 은행 지점장이었던 김준원 씨(60). 35년 다닌 정든 은행을 떠난 그가 요즘에는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지게차는 화물을 실어 옮기는 특수 차량이다. 평생 사무직으로 일했던 김 씨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현대중장비운전학원. 김 씨는 다른 젊은 실습생들과 오후 내내 실기연습에 매달렸다. 두 달가량 전 이곳에서 난생 처음 지게차 운전석에 앉았던 때에 비해서는 제법 익숙해졌다. 전후좌우 주행은 물론이고 물건을 정확하게 들어올리고 이동해 지정된 위치에 내려놓는 조작이 능숙해졌다. ○ “운전면허밖에 없는 내 존재 알게 한 도전” “노후가 되면 작은 것이라도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이력서에 ‘지게차 운전 기능사’라는 자격을 추가할 수 있다는 행복감, 이런 게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김 씨는 퇴직 후 은행 지점장 출신이라는 경력, 또 주변 시선 때문에 도전을 머뭇거렸다. 퇴직 후에도 은행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1년을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본인 스스로 완전히 백수가 됐다. 제2의 인생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죠.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데리고 근무했던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국가기술자격이라고 해봐야 운전면허증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궁지에 몰리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두 달 전 경기 고양상공회의소를 찾았다. 전국 71개 지방 상공회의소에서는 국내 기업과 연계해 중장년 실업자들의 구인, 구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정보 제공과 상담 등을 하고 국비로 재취업 교육도 해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간 고양상공회의소의 일자리희망센터도 대상자를 선발해 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교육 프로그램 중 물류(창고)관리 양성과정에 지원해 참여 대상자로 선정됐다. 김 씨는 중장비학원에서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시험부터 준비하게 됐다. 학원 실습 비용은 국비로 전액 지원받고 있다. 학창 시절 공부하던 심정으로 준비해 필기시험은 합격했다. 1, 2주 내로 실기시험을 치른다. 김 씨는 “지금은 예전 회사 동료들이 부러워한다. 대부분 퇴직 후 부동산중개업이나 식당을 하는데 만족스럽지 않다고 한다.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따면 버스와 굴착기 운전 자격증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김 씨처럼 고양상공회의소에서 국비 지원을 받고 학원에서 지게차 운전 실습을 받는 실업자는 30명. 이 중 4명은 교육 도중 취업이 됐다. 김 씨와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윤석훈 씨(50)는 “지금 지게차 실습을 같이하고 있는 분들 중에는 대기업 관리직 임원이나 교감 출신도 있다. 아침에 눈 뜨고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들 기뻐한다”며 “나도 물류 공장에서 오래 일을 했지만 지게차 운전 자격증이 있으면 더 많은 곳에서 이력서를 받아줄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50대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 1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달 29일 발간한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사람 중 50대 이상이 6만3929명이다. 전체 취득자(67만7686명)의 9.4%다. 전년 대비 27.2% 증가했다.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 찾기가 최악인 가운데 중장년층은 국가기술 자격증을 따서 재취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50대 이상 남성이 가장 많이 취득하는 것은 지게차 운전 기능사로 7420명이다. 2위 굴착기 운전 기능사(4778명)보다 월등히 많다. 지게차 기능사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장비 조작이 비교적 쉽고 산업 현장이나 유통 업체 등에서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기호 현대중장비운전학원장은 “건설, 물류, 제조업 분야 기계 면허 중 굴착기나 타워크레인, 불도저 등보다 지게차가 다루기 쉽다. 들어올리는 장비 중량은 3t 내외다. 업체들의 인력 수요도 많고 제작과 유통을 직접 하는 개인 사업자들도 필요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자격증 취득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국비 지원 프로그램 대상자가 아닌 개인이 비용을 내고 학원을 다니려면 등록 때부터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학원 입장에서는 수강생 대비 강사나 장비를 적정 수준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를 통해 한 과정당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이 학원에서도 국비 지원을 받는 수강자를 제외하고 120명이 자비 일반과정 등록 신청을 했으나 30명만 ‘합격’했다. 전체적으로 수강자 수는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전문학원 입장에서는 수강률, 시험 합격률, 교육생 만족도 등에 따라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거나 인증기관에 선정돼 저리 대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시험도 만만치 않다. 김 원장은 “일반 운전면허 시험으로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했다. 필기와 실기, 면접시험에서 각각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지만 합격률이 높지 않다. 김 원장은 “업계에서는 지게차 필기시험은 차량 정비사 자격시험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 전기 작업, 안전관리, 유압 등 전문적인 이론이 출제가 되기 때문에 필기시험 합격률은 40%대밖에 안 된다. 실기시험도 4분간의 코스 운전과 화물 적·하차 작업이 까다로워 합격률은 절반을 밑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0, 30대 젊은층도 시험을 얕봤다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중장년층은 재취업에 대한 열의가 높고, 가족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동기가 뚜렷해 공부도 실기 연습도 열심히 해 합격률이 높다”고 했다. 지게차 자격 취득 수요는 점차 늘면서 전문학원도 하나둘 생겨나는 추세다. 서울지역은 소음 민원이 많고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점차 물류 공장 등 인력 수요가 있는 서울 외곽 지역이나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 업계에서 중장년층보다는 20∼40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학원들은 50대 이상 중장년층 교육생들의 취업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 원장은 “중장년층 실업자들은 재취업을 했을 때 이직률이 낮고 업무 능력도 좋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한다”며 “이곳 지게차 운전 교육생들만 하더라도 현직 때 받았던 급여의 20%만 받아도 좋다며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을 따고 취업하면 한 달 보수는 180만∼200만 원가량이지만 대기업은 220만 원가량으로 약간 높다. 주의가 필요한 물품을 운반하는 업체에서는 2, 3개월가량 수습 기간을 거친 뒤 현장에 배치된다. 현장에서 만나본 50대 이상 지게차 운전 기능사 지원자 대부분에게서 마지막 이력서에 기재된 과거의 자신으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에 지게차 자격증 취득에 나선 중장년층은 얼어붙은 취업 시장의 또 다른 단면을 절감하게 했다. 파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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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60 은퇴男들, 지게차 면허 취득 열풍…이유 보니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주요 은행 지점장이었던 김준원(60) 씨. 35년 다닌 정든 은행을 떠난 그가 요즘에는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지게차는 화물을 실어 옮기는 특수 차량이다. 평생 사무직으로 일했던 김 씨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6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현대중장비운전학원. 김 씨는 다른 젊은 실습생들과 오후 내내 실기 연습에 매달렸다. 두 달 가량 전 이곳에서 난생 처음 지게차 운전석에 앉았던 때에 비해서는 제법 익숙해졌다. 전후좌우 주행은 물론이고 물건을 정확하게 들어올리고 이동해 지정된 위치에 내려놓는 조작이 능숙해졌다. ● “운전면허 밖에 없는 내 존재 알게 한 도전” “노후가 되면 작은 것이라도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이력서에 ‘지게차 운전 기능사’라는 자격을 추가할 수 있다는 행복감, 이런 게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김 씨는 퇴직 후 은행 지점장 출신이라는 경력, 또 주변 시선 때문에 도전을 “뭔 중장비 운전이야!” 하며 머뭇거렸다. 퇴직 후에도 은행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1년을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본인 스스로 완전히 백수가 됐다. 제 2의 인생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한 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죠.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데리고 근무했던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국가기술자격이라고 해봐야 운전면허증 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궁지에 몰리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두 달 전 경기도 고양상공회의소를 찾았다. 전국 71개 지방 상공회의소에서는 국내 기업과 연계해 중장년 실업자들의 구인, 구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정보제공과 상담 등을 하고 국비로 재취업 교육도 해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간 고양상공회의소의 일자리희망센터도 대상자를 선발해 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교육 프로그램 중 물류(창고)관리 양성 과정에 지원해 참여 대상자로 선정됐다. 김 씨는 중장비학원에서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시험부터 준비하게 됐다. 학원 실습 비용은 국비로 전액 지원 받고 있다. 학창 시절 공부하던 심정으로 준비해 필기 시험은 합격했다. 1~2주 내로 실기 시험을 치른다. 김 씨는 “지금은 예전 회사 동료들이 부러워한다. 대부분 퇴직 후 부동산 중개업이나 식당을 하는데 만족스럽지 않다고 한다.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따면 버스와 굴삭기 운전 자격증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김 씨처럼 고양상공회의소에서 국비 지원을 받고 학원에서 지게차 운전 실습을 받는 실업자들은 30명. 이 중 4명은 교육 도중 취업이 됐다. 김 씨와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윤석훈(50) 씨는 “지금 지게차 실습을 같이 하고 있는 분들 중에는 대기업 관리직 임원이나 교감 선생님 출신도 있다. 아침에 눈 뜨고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들 기뻐한다”며 “나도 물류 공장에서 오래 일을 했지만 지게차 운전 자격증이 있으면 더 많은 곳에서 이력서를 받아줄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50대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 1위 … 장비 조작 쉽고 인력 수요 많아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달 29일 발간한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지난해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사람 중 50대 이상이 6만3929명이다. 전체 취득자(67만7686명)의 9.4%다. 전년 대비 27.2% 증가했다.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 찾기가 최악인 가운데 중장년층들은 국가기술 자격증을 따서 재취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50대 이상 남성이 가장 많이 취득하는 것은 지게차 운전 기능사로 7420명이다. 2위 굴삭기 운전 기능사(4778명)보다 월등히 많다. 지게차 기능사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장비 조작이 비교적 쉽고 산업 현장이나 유통 업체 등에서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기호 현대중장비운전학원 원장은 “건설, 물류, 제조업 분야 기계 면허 중 굴삭기나 타원크레인, 불도저 등보다 지게차가 다루기 쉽다. 들어올리는 장비 중량은 3t 내외다. 업체들의 인력 수요도 많고, 제작과 유통을 직접 하는 개인 사업자들도 필요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자격증 취득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국비 지원 프로그램 대상자가 아닌 개인이 비용을 내고 학원을 다니려면 등록 때부터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학원 입장에서는 수강생 대비 강사나 장비를 적정 수준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를 통해 인원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 이 학원에서도 국비 지원을 받는 수강자를 제외하고 120명이 등록 신청을 했으나 30명만 ‘합격’했다. 전문학원 입장에서는 수강률, 시험 합격률, 교육생 만족도 등에 따라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거나 인증기관에 선정돼 저리 대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시험도 만만치 않다. 김 원장은 “일반 운전면허 시험으로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했다. 필기와 실기, 면접시험에서 각각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지만 합격률이 높지 않다. 김 원장은 “업계에서는 지게차 필기 시험은 차량 정비사 자격 시험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 전기 작업, 안전관리, 유압 등 전문적인 이론이 출제가 되기 때문에 필기시험 합격률은 40%대 밖에 안 된다. 실기 시험도 4분간의 코스 운전과 화물 적·하차 작업이 까다로워서 합격률은 절반을 밑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0~30대 젊은층도 시험을 얕봤다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중장년층은 재취업에 대한 열의가 높고, 가족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동기가 뚜렷해 공부도 실기 연습도 열심히 해 합격률도 높다”고 했다. 지게차 자격 취득 수요는 점차 늘면서 전문 학원들도 하나둘 생겨나는 추세다. 서울 지역은 소음 민원이 많고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점차 물류 공장 등 인력 수요가 있는 서울 외곽 지역이나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 업계 중장년층보다는 20~40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학원들은 50대 이상 중장년층 교육생들의 취업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 원장은 “중장년층 실업자들은 재취업을 했을 때 이직률이 적고 업무 능력도 좋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한다”며 “이곳 지게차 운전 교육생들만 하더라도 현직 때 받았던 급여의 20%만 받아도 좋다며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나본 50대 이상 지게차 운전 기능사 지원자들 대부분에게서 마지막 이력서에 기재된 과거의 자신으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어언 듯 희끗희끗해진 머리에 지게차 자격증 취득에 나선 중장년층은 얼어붙은 취업 시장의 또 다른 단면을 절감하게 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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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각 사생활 침해 우려에 “밤길 치안 등 크게 개선” 반론 우세

    지방자치단체 폐쇄회로(CC)TV 관제에 대해 인권위원회 등 일부에서 주민들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경산시에서 만난 한 시민은 “관제 요원 모두가 내 부모와 내 자식에게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일을 한다. CCTV 관제로 지역 사회가 정화되는 효과는 분명 크다. 시간이 갈수록 야간에 공공장소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사례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CCTV 기둥에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현장 청소년 계도도 잘되고 있다. 관제를 하면서 시민 의식이 나아졌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표 경산시청 정보통신과(정보보호담당) 계장은 “CCTV가 주택 내부를 비추지 않게끔 각도를 조정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한다. 오히려 농촌 지역 주민들은 ‘왜 우리 지역에는 CCTV가 없느냐.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영남대 인근에서 만난 여대생 정모 씨(23)는 “집에 갈 때 나도 모르게 곳곳의 CCTV를 응시하게 된다. 밤이라도 골목이나 거리에서는 안심이 된다”고 했다. 통합관제센터에 찍힌 CCTV 영상의 저장 기간은 한 달이다. 범죄 수사 등의 목적으로 요청된 영상 열람이나 반출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내부 결제와 반출 시스템 등록 과정을 거쳐 기관에 제공된다. 지난해 4월 경산 농협에서 발생한 권총 강도 사건 당시, 경찰은 경산시 통합관제센터에 영상을 요청해 범인의 이동 수단과 행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거리와 골목, 도로 등 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CCTV는 얼마나 될까. 행정안전부 지역정보지원과가 올해 4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31일까지 전국 공공기관 CCTV는 95만4261대다. 2014년 65만5030대에서 3년간 30만 대가량이 증가했다. 이 중 범죄 예방, 방범용 CCTV가 45만9435대, 시설 관리 및 화재 예방 CCTV가 44만 3542대다. 나머지는 교통 단속, 정보수집용 등이다. CCTV 통합관제센터는 전국 208곳에서 운영 중이다. 경기가 28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은 25곳이다. CCTV는 한 곳을 비추는 고정형이나 10∼15초마다 방향을 바꿔 360도 주변을 촬영하는 회전형이 주로 설치돼 있다. 목적마다 추가 장치가 붙어 있기도 하다. 정 계장은 “도로에 설치된 교통 CCTV의 경우는 고정 혹은 회전형 CCTV 위에 차량번호만 식별하는 별도의 동영상 카메라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차량이 적은 지역에도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의 단서 등을 잡기 위해 CCTV가 늘어나는 추세다. 경산시에서 가장 높은 해발 640m 지대에 위치한 매남4리에서 경북 청도로 향하는 도로는 유동인구가 드물고, 하루 차량 이동이 100대 내에 불과하지만 무단으로 버려지는 폐기 차량과 범죄 차량 단속 차원에서 CCTV가 설치돼 있다. 경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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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묻지마 폭행’ 포착한 매의 눈, 실시간 추적 15분만에 범인 검거

    “새벽에 뭐지?” 지난달 6일 오전 4시 50분경. 경북 경산시청 별관에 있는 ‘경산시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시내 방범용 CCTV 화면을 관찰하던 모니터링 요원 A 씨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시내 중방동 중앙로 19길 골목에 설치된 한 CCTV에서 10대 남학생 두 명이 60대 중반 남성을 바짝 뒤따라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른 새벽 학생들의 행동이 의심스러웠던 A 씨는 관제센터에서 대기 근무하던 경찰관에게 상황을 알리고 계속 주시했다. 이들이 걷는 길의 앞뒤 방향 CCTV 화면을 36배까지 확대하는 순간 학생 한 명이 2단 옆차기로 60대 남성의 허리 쪽을 강하게 걷어차는 모습이 잡혔다. 지팡이를 짚고 오른쪽 다리를 절며 걷던 이 남성은 그대로 고꾸라졌고 둘은 옆길로 도망쳤다. 곧바로 관제센터에서 실시간 경찰서로 신고가 이뤄졌다. 현장으로 경찰차와 119응급차가 출동했다. 쓰러진 남성은 일어나지 못했다. 몇 분 후 두 학생은 CCTV에 자신들이 고스란히 찍히는 줄도 모르고 인근 집에서 점퍼를 걸치고 유유히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행인인 척하고 쓰러진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힐끗 쳐다보는 여유까지 부리며 주변을 누볐다. 하지만 이들은 줄곧 행적을 추적해온 경찰에게 범행 15분 만인 5시 5분 검거됐다. 크게 부상당한 것처럼 보였던 남성은 다행히 얼굴에 찰과상만 입었다. 도로 옆 주택 계단 모서리로 쓰러졌다면 머리를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세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처가 없었다면 묻지마 폭행 사건은 묻힐 뻔했다. ○ 매의 눈으로 범죄 사전 징후 포착 통합관제센터는 전국 시, 군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통합관제란 방범, 어린이 안전, 쓰레기 불법투기 적발, 교통, 재난 및 시설물 안전, 산불 감시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설치된 CCTV를 지자체 관제센터에서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2014년 2월부터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한 경산시는 시 교육청이 설치한 관내 초등학교 CCTV까지 확인하고 있다. 질 높은 모니터링에 따른 범죄 예방 실적이 좋아 서울 시내 통합관제센터 수준에 버금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최근 경찰과 협력을 통한 집중 관제로 노인 폭행과 절도 미수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기여한 모니터링 요원 3명이 지난달 13일 경산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 이어 21일과 24일에도 감사장과 표창장을 받아 경산시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기술을 CCTV관제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경산시 통합관제센터가 운영하는 CCTV는 6월 30일 기준 647개소 1822대. 이 중에는 경산경찰서가 운영하던 CCTV 8대도 포함돼 있다. 근무는 모니터링 요원 40명이 4개조 3교대로 한다. 오전 7시, 오후 3시, 오후 11시에 조별 교대가 이뤄진다. 한 조 10명이 동시에 1800여 개의 CCTV를 모니터링 한다. 경산경찰서는 소속 경찰관 3명을 관제센터로 파견해 3교대로 센터 업무 지원을 한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시의 ‘스마트시티 관제센터’. 모니터링 요원들이 각자의 책상 앞에 놓인 PC 2대의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맡은 구역의 CC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어떤 화면이 나타날지 몰라 근무하는 요원에게 취재를 위한 질문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모니터링 요원들의 시선은 ‘매의 눈’이다. “한 요원이 180개 정도의 CCTV 화면을 실시간 분석합니다. PC 한 대에 9개씩 양쪽으로 18개 화면을 켜놓고 사전 범죄 징후 등을 파악하고, 다음 18개 화면을 관찰하는 식으로 10번을 돌려보길 반복합니다.” 정은표 경산시청 정보통신과(정보보호담당) 계장은 “한 곳만 비추는 고정식 CCTV와 10∼15초마다 방향이 바뀌는 회전식 CCTV 화면이 쉴 새 없이 모니터로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정 계장은 “27만 명가량인 경산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인구당 CCTV 대수를 111명당 1대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3교대로 근무하지만 같은 화면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업무라 눈에 피로가 오고 손목이 뻣뻣해지기도 한다고 한 모니터링 요원은 털어놨다. 정 계장은 “작은 사고나 범죄 징후라도 세밀하게 감지해 막은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경산시 통합관제센터는 2014년 469건에서 지난해 4304건, 올해는 7월까지 5000건의 ‘이상 징후’를 발견해 경찰 등 관련 기관에 연락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실적’을 올렸다. 지난달 11일 새벽에는 영남대 앞 삼거리에서 길가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치려는 젊은 남성들의 서성거리는 움직임을 포착해 절도를 시도하기 직전 경찰이 검거하도록 했다. 또 10대 청소년 세 명이 새벽에 주택가 승용차를 쳐다보는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경찰에 신고해 차량 금품 도난 사고를 막아냈다. 워낙 정밀하게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새벽 시간 범죄 취약 지역인 공원 벤치에 앉은 남성의 손목에 희미하게 수갑이 채워진 화면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경찰이 출동하게 했다. 알고 보니 죄수 연기 연습을 하던 배우였다. 한 번은 초등학생이 학교 계단 난간에서 머리를 철제 봉 사이에 넣었다가 빠지지 않는 장면을 보고 바로 학교에 통보했다. 학교 교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학생 스스로 머리를 빼고 나왔지만 세심하게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으로 기록되고 있다.○ 요주의 지역 ‘핫스폿’ 지정, 지능형 CCTV로 범죄 사각지대 없애 경산시에는 영남대 등 10개 대학이 있다. 외국 유학생들과 인근 진량읍 진량공단에 근무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이 계속 유입되면서 원룸 임대 가구가 크게 늘었다. 경산시는 이곳을 포함한 이른바 ‘핫스폿’ 지역을 설정해 심야(0∼4시) 시간대 모니터링을 더 강화했다. 인적이 드물거나 건물, 구조물들로 가려진 사각 지역 등 육안으로 관찰이 쉽지 않은 곳에는 사람의 비명 소리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포함된 지능형 CCTV가 설치돼 있다. 정 계장은 “10개 대학 주변에는 유흥가뿐만 아니라 원룸촌이 형성돼 있는데 2354가구나 된다. 젊은층과 외국인들, 취객들 사이에서 강력 범죄 등의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통합관제센터 모니터링 요원 이영자 씨는 “특히 원룸촌 같은 지역의 야간 모니터링은 집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과 주변을 동시에 놓치지 않고 봐야 하고, 다른 관제 요원과도 협조해 시간대별로도 360도 각도에서 반복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경산시의 한 공원에 설치된 CCTV의 기둥을 살펴보니 관제요원과 연락을 취해 스피커로 대화할 수 있는 비상호출 버튼이 꽤 아래쪽에 붙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쉽게 누를 수 있도록 1m 밑 높이로 설치된 것. 보이지 않는 작은 배려였다. 경산시는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매년 21억 원씩을 CCTV 설치 사업에 투자했다. 현재 1822대에서 내년에는 2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경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20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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