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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8시경(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각자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시내 호텔을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샹그릴라 호텔과 김 위원장이 투숙한 세인트레지스 호텔 사이 거리는 불과 570m. 곧이어 두 정상이 각각 탄 전용차 캐딜락 원과 벤츠가 수십 대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차로 10여 분 거리인 싱가포르 최남단의 센토사섬으로 향한다. 회담장은 센토사섬의 최고급 호텔인 카펠라에 마련되어 있다. 전날부터 한층 강화된 교통 통제는 밤 12시경 절정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차례로 카펠라 호텔에 도착한 뒤 오전 9시 호텔 내 회담장 앞에 마련된 공간에서 전 세계 언론을 향해 첫 포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싱가포르 도착 때 인민복 차림이었던 김정은은 이날도 인민복을 고집할 듯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인민복을 입었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9시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며 “상견례 행사에 이어 통역만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대일 단독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두 정상이 악수를 한 뒤 함께 산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정상회담 전 친교 산책을 갖고 두 사람이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대화나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것처럼 깜짝 이벤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어 오전 9시 15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회담이 시작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만큼 두 정상의 모두발언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무게를 둔다면 김 위원장은 관계 정상화에 기초한 새로운 북-미 관계와 북한 체제 보장에 핵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의 일대일 단독회담은 약 45분간 진행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미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일대일 단독회담에 대해 “상대를 더 잘 알게 되는 만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단독회담 뒤 북-미 양측 참모들이 함께 참석하는 확대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회담 전날 오후 늦게 구체적인 회담 시간과 방식을 밝힌 것은 양측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적인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 이어 업무 오찬이 진행된다. 오찬 메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해온 ‘햄버거 회담’이 실현될 수도 있다. 백악관은 업무 오찬 이후 오후 4시경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참석한 공동 기자회견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쳐 공동 선언문 등을 채택할 경우 두 정상이 나란히 단상에 서서 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7시경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만찬은 성사되지 않을 듯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추가 이벤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싱가포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첫 장거리 비행은 한 편의 스파이영화 같은 연막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10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출발한 비행기는 모두 세 대.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위해 어느 비행기에 탑승했는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날 새벽에 가장 먼저 출발한 것은 방탄전용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이동식 화장실, 음식, 경호용 무기 등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항공 일류신(IL)-76 수송기였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다롄(大連) 방문 때도 동행했던 비행기다. 이어 오전 8시 39분에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의 CA122편이 베이징(北京)을 향해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원과 같은 보잉 747 기종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였으며 현재도 중국 최고위층이 이용하는 비행기다. 비록 중국에서 빌린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으로 맞춘 것이다. 이 비행기는 이미 8일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한 차례 ‘예행연습’을 마쳤다. 해당 항공기는 오전 4시 18분(현지 시간)에 베이징을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가 다시 이륙해 한 시간가량 중국 내륙 쪽으로 비행했다. 이후 항로는 더 ‘은밀’해졌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경 베이징 인근에서 갑자기 편명을 CA61로 바꾸고 목적지도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변경했다. 이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중국 대륙을 종단하기 시작했다. 이륙 후 항공기가 편명과 목적지를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항로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9시 반경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로 보이는 고려항공 IL-62 비행기가 순안공항에서 이륙했다. 참매 1호의 비행은 항공기 비행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 24’가 오전 11시 40분경 “고려항공의 IL-62기가 중국에서 남하하는 것이 포착됐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세 대의 비행기는 각각 1, 2시간 시차를 두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비슷한 경로로 싱가포르로 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 위원장이 혹시 모를 격추를 우려해 철저하게 중국 내륙 항로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처음엔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했을 것이란 주장과, ‘비행 안전’을 위해 중국에서 빌린 비행기를 탔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참매 1호의 비행거리는 1만 km에 달하지만 1995년 단종된 노후 기종이고 북한 조종사들의 장거리 비행 경험이 적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비행기들은 순차적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정은 전용차 등을 운반하는 수송기가 낮 12시 반(현지 시간) 가장 먼저 도착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비행기의 항속거리가 4000km에 못 미친 탓에 광저우(廣州)에 들러 중간 급유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 2시 반 에어차이나기의 창이공항 착륙 모습이 각국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현지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속보로 “오후 2시 35분에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전용기라는 체면보다는 중국이 제공한 항공기라는 안전을 선택한 것. 이후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공항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이를 공식화했다. 한편 참매 1호는 오후 3시 45분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을 태우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전용기까지 동생에게 내어주는 치밀한 연막작전을 편 끝에 둘 다 안전하게 싱가포르 땅을 밟은 것. 참매 1호에 김여정을 태운 것은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비행기에 타지 않는 것처럼 위험을 분산시킨 조치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안전성이 높은 중국 비행기를 타는 실용적 선택을 했다. 북-중 관계의 긴밀함을 대내외에 과시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이 탄 비행기가 중국 영공을 진입했을 때부터 줄곧 J-11 등 중국 주력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뤄 호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중국 전투기의 작전 반경 등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을 태운 비행기가 중국을 진입해 벗어날 때까지 전투기 편대가 최소 3차례 이상 교대하며 호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손효주 기자 / 싱가포르=윤완준 특파원}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7일(현지 시간) 급히 미국을 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깊이 있게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시간 기준으론 8일 하루에 미일, 중러 정상회담이 모두 진행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8일 오전 3시)을 한 지 15시간 뒤(오후 6시경)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아베 총리는 4월 미국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50여 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 일본인 납북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절박감이 작용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7일 오후(현지 시간)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는 최종적으로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일 간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틀림없이 그것(납치 문제)을 논의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일본 외무성은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맞춰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을 싱가포르에 파견한다. 한편 시 주석은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사회의 어떤 변화에도 중러는 서로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등 각 영역에서 시종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중러는 상호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을 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세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략 안보 및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한 체제 보장 등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 등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에 의견을 모으는 등 미국을 견제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9, 10일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도 참석한다. 시 주석은 8일 푸틴 대통령을 위해 처음으로 만든 국가 우의 훈장을 푸틴 대통령에게 수여했고 톈진(天津)으로 고속철도를 같이 타고 가는 등 친밀감을 대외에 과시했다. 한편 중러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주요 7개국(G7) 회의에 러시아가 다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등에 책임을 물어 G7의 전신인 ‘G8 회의’에서 쫓겨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G7 복귀’ 카드를 꺼낸 것은 중러 연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발 무역전쟁 때문에 ‘반(反)트럼프’ 기조가 거세지는 G6(G7 중 미국 뺀 나머지 6개국)의 불만을 희석시키려는 이중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캐나다 퀘벡에서 막이 오른 G7 정상회의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필요하다면 (미국을 제외한) 6개국 합의에 서명하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이란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 파리=동정민 특파원}
중국 광저우(廣州)의 미국총영사관 직원 마크 렌지 씨와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구슬이 마루에 부딪혀 튀기고는 잡음을 내며 굴러가는 소리 같기도 한 이 소음은 렌지 씨 부부는 물론이고 세 살짜리 아들까지 괴롭혔다. 부부는 신경을 건드리는, 이 알 수 없는 소음에 대해 이웃에게 물어봤지만 그 이웃도 모른다고 했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한 달 뒤 부부는 극심한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미국총영사관의 의사가 진통제와 수면제를 처방해줬지만 효과가 없었다. 지난달 렌지 씨 부부는 이웃인 영사관 직원이 소음으로 인해 자신들과 같은 증상을 겪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희미하고 불분명하지만 이상한 소리 때문에 이 직원이 가벼운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TY)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렌지 씨 부부 등 피해 사례 2건이 확인됐고 이들은 6일 밤 미국으로 돌아갔다. 앞서 지난달 귀국한 영사관 직원까지 합치면 3건의 피해가 확인된 것이다. 미 국무부는 광저우에 의료팀을 급파해 영사관 직원 170여 명을 대상으로 피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영사관 직원을 타깃으로 한 음파 공격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독성 물질을 이용한 공격, 감시 장치에서 발생한 소음, 박테리아 중독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 “증상의 정확한 성격이 무엇인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남중국해, 대만, 무역 문제 등에서 전방위로 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충돌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관련 부처가 조사했지만 원인, 단서 및 어떤 조직과 개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광저우 총영사관 직원들이 증언한 소음과 이로 인한 증상은 2016년 주쿠바 미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음파 공격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사관 직원들은 지속적인 음파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으며 이로 인해 어지러움, 두통, 이명, 시각 및 청각 저하,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가벼운 뇌손상” 판정을 받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쿠바대사관 직원 대부분인 24명을 철수시키고, 보복성 조치로 미국 내 쿠바 외교관 17명을 추방했다. 쿠바 정부는 관련성을 부인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베이징(北京)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3차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주중 북한대사관이 김 위원장의 13일 베이징 방문을 준비하는 동향이 있다”고 전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에 베이징을 경유하면 시 주석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2일의 북-미 정상회담이 하루 연장된다면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경유하는 시점도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밤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김 위원장도 10일이나 늦어도 11일에는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과 귀국 동선에서 중국 경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IL-62)는 싱가포르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지만 방탄 전용차 등을 싣고 갈 고려항공 수송기(IL-76)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갈 때 중국을 거쳐 갈 가능성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9, 10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이 칭다오를 방문해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지역 안보-경제 협력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크렘린궁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외교담당 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칭다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얼마나 발전하든 영원히 패권도 확장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중국처럼 거리낌 없이 세계를 향해 이렇게 선언할 수 있나? ‘미국은 영원히 패권도 확장도 추구하지 않겠다’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지난달 31일 베이징 외교부 브리핑룸에 울려 퍼졌다. 미군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출신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가 전날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날카롭게 반격한 것이다. 급격히 부상 중인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부터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확언한다. 여기에는 “중국의 꿈은 동아시아 각국,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꿈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팡장산(方江山) 부총편집인·지난달 18일 베이징 개최 한중일 포럼 발언)는 중국의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중국이 추구하는 꿈과 세계의 꿈이 같다는 생각은 세계와의 공통 이익을 바탕으로 세계에 기여하겠다는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으로 이어진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는 물론 남미까지 진출해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21세기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중국의 이 이념을 구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정말 말처럼 쉽게 중화민족의 부흥을 꿈꾸는 중국몽(夢)과 세계의 꿈을 일치시킬 수 있을까. 이달 1일 저녁 중국의 대표적 국제정치학자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의 강연장을 찾았다. 그는 민족주의에 대해 말했다. “중국을 예로 들면, 10억여 인구의 국가를 (하나로) 응집하려면 마르크스주의나 공산주의 이상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5000년의 강대한 역사가 더 설득력 있다. 이래야 중국을 다른 나라와 분리시키고 중국인인 우리가 우리 나라를 열렬히 사랑할 수 있다.” 개혁개방을 표방한 중국이 힘이 세지는 와중에 왜 그토록 민족주의를 강조하는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민족주의를 강조할수록 다른 국가들과 공통 이익을 추구하기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 왕 원장은 인류운명공동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류운명공동체를 하려면 아태 지역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 동아시아에서 시작해야 하나? 아니면 아시아에서 시작해야 하나? 또 미국을 배제하고 한국 일본 동남아와 같이 하면 미국이 급해진다. 미국인을 몰아내려는 것이냐고. 그래서 ‘너희(미국)도 들어와’ 하면 캐나다는 포함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문제들도 (해결) 못 하는데, 인류운명공동체는 아직 요원하다.” 이상은 좋지만 중국이 인류운명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의 어려움을 왕 원장은 꿰뚫어 봤다.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섬들을 최근 빠른 속도로 군사화하는 것에 일부 동남아 국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인프라 건설을 반기면서도 막대한 빚을 떠안거나 항만 같은 핵심 시설을 중국에 내줘야 한다는 주변 국가들의 걱정도 존재한다. 중국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아시아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돼가고 있다. 한반도 영향력을 둘러싼 미중 신경전 역시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주한미군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수록 더욱 격화될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아니라 진짜 평화 발전의 비전을 보여줄 때 한국 등 주변 국가들도 중국의 꿈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3일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29주년을 맞아 자신의 명의로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을 패권 경쟁 상대로 인식하면서 최근 대(對)중국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1989년 6월 4일 당시) 톈안먼 광장 주변의 평화로운 시위대는 폭력적으로 진압당했다”며 “우리는 무고한 생명의 비극적인 희생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수감 중 간암이 발병해 사망한 중국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남긴 말까지 인용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류가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으로 밝힌 바와 같이 ‘6월 4일의 영령들은 아직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2년 연속 현직 국무장관 명의로 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맞아 성명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대부분 국무부 대변인과 부대변인이 관련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톈안먼 사태 25주년이던 2014년에만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이 이번 성명을 통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백악관에서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면담 자리에서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상회담에서는)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에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며 폼페이오 장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화 대변인은 톈안먼 사건은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적 사건”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이 매년 성명을 통해 (톈안먼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이유 없이 비난하며 내정에 간섭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불만을 표시하고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즉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중국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했다는 것이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문제로 다시 정면충돌했다.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대만과의 군사 협력도 재차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무역 제재를 강행할 경우 미중 무역 합의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은 한반도 문제를 제외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기지화하는 것은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협박과 강요가 목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 섬들에 미사일, 전자 교란기를 배치하고 인공섬을 조성하는 것은 시 주석이 2015년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섬인 스프래틀리제도를 군사기지화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동은 시 주석의 광범위한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국이 이달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중국을 초청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은 중국이 영토 주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섬들에 대한 미군의 군사 행동을 예고한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대해 “비교적 작은 결과였지만 중국이 계속 기존 질서를 뒤엎으려 하면 더 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허레이(何雷)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중장)은 매티스 장관 발언 2시간여 뒤 “남중국해 섬들과 암초들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라며 “남중국해 섬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의 주권 범위에 있다. 어떤 다른 국가도 함부로 지껄이며 중국의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중국해를 실제 군사화하는 자들이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있다고 부르짖는다”며 “이는 중국 안보의 안정을 깨뜨리는, 중국 주권에 대한 도발이자 남중국해 군사화의 근원이다. 중국 정부는 필요한 조치와 수단을 취해 결연히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이 올해 하반기 남중국해에 적군의 통신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레이더 설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아세안 국가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들 것”이라며 “일대일로 협력 국가들이 (이 프로젝트로 인해) 엄청난 빚을 지게 되면 (이들의) 정치적 행동에 대한 자유를 제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만에 방어 무기와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 대만이 충분히 자위력을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바꾸려는 어떤 노력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만 통일을 추진하는 시 주석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군력을 증강해 해로를 보장하고 각국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이 지역의 주권을 지켜낼 수 있도록 공동 군사훈련과 해병, 공군, 해양경비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전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달 말 방중할 예정이다. 중국 상무부는 3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이 2일부터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과 벌인 무역 협상 결과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를 내놓으면 협상에서 달성한 모든 경제 무역 성과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북-러 간 잇단 접촉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있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측의 만남이 싫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을 겨냥한 셈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북-러가 정상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만남의 목적이 무엇일까”라며 “긍정적인 만남이었다면 나는 좋아할 것이고 부정적인 만남이었다면 나는 기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긍정적인 만남이었을 것”이라고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여러분이 알다시피 나와 시진핑 주석은 좋은 관계를 많이 맺고 있다”며 “그는 대단하고, 매우 훌륭한 남자(guy)”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도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회담 뒤에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그걸 좋은 회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서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과 회담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입장문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12일 열기로 한 것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올바른 길에서 중요한 한발을 내디딘 것이어서 중국은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 평화, 번영의 신(新)시대를 여는 데 적극적으로 공헌하기를 원한다”며 북한 문제에 개입할 것임을 내비쳤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중국을 경유할 때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마침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9, 10일) 참석을 위해 8일 방중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1일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싱가포르로 가는 도중 중국을 경유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 방중한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전날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조러(북-러) 최고 영도자(지도자) 사이의 상봉 실현에 합의를 봤다”며 “양국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인 올해 고위급 왕래를 활성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두 정상 간의 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외교장관의 방북은 9년 만이다. 북-러 정상회담을 급히 진행하기 위해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러 양측은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하루빨리 만나자”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푸틴 대통령이 9, 10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SCO 정상회의 참석차 국빈 방중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칭다오는 북한과 가까워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이동하기에도 수월하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가는 도중 경유할 가능성이 있는 남부의 충칭(重慶), 광저우(廣州) 등도 정상회담 지역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러 정상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해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망했다. 시 주석까지 가세한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돼 3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중국에 더는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준 상태여서 중국에서 이런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장소는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베이징의 러시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러시아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1일(현지 시간) “그런(북-러 정상) 회담이 열릴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과 시간은 앞으로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며 “(회담 장소로) 베이징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서자 잠잠해지는 듯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 미국이 기습적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핵심 이익을 수호하겠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국제 관계에서 매번 태도를 바꾸고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은 위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스럽게 제멋대로 나오면 중국은 반드시 결연히 힘 있는 조처를 통해 정당한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도 29일 오후 11시 반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미국이 어떤 조치를 내놓든지 중국은 국민 이익과 국가 핵심 이익을 수호할 자신감과 능력,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이익’은 중국이 남중국해, 대만, 티베트 등 영토주권과 관련해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분야에만 써온 표현이어서 중국의 반발 강도를 보여준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에 대해 강력한 견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날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미 국무부가 로봇, 항공 등을 전공하는 중국 대학원 유학생의 미국 비자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봇과 항공은 중국이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올라서겠다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의 핵심 분야다. 통상 미국은 비자 발급 시 최대 기간을 보장해 왔다. 익명의 국무부 관계자는 AP통신에 미 상무부의 감독 대상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서 연구원이나 관리자로 근무하는 중국인이 비자를 발급받고자 할 경우 특별 신원조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침도 전달됐다고 밝혔다. 조회 절차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 조치는 다음 달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미중 무역전쟁 ‘휴전’ 약속을 깨고 29일 성명을 통해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다음 달 15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미국으로 보내는 건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2주 앞둔 상황에서 최소한 합의문 초안에는 도장을 찍어야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판문점 실무접촉 등을 거치면서 북한은 미국이 들고 나온 ‘트럼프식 비핵화 모델’에 큰 틀에선 합의한다는 사인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영철이 29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당초 이날 떠나려던 미국행 항공편 예약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중국이 북-미 간 급속한 비핵화 논의에 긴장해 김정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영철, 베이징서 ‘미국행 항공편’ 세 번 바꿔 김영철은 29일 오전 9시 45분(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모습으로 등장해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최근 북-미가 협상에 속도를 냈고, 오전에 베이징에 도착한 만큼 이날 오후 미국행 항공편에 탑승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러나 김영철이 베이징에 도착한 뒤 일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초 이날 오후 1시 25분 워싱턴행 중국국제항공 비행기 탑승객 명단에 김영철의 이름이 있었지만 ‘30일 오후 1시 뉴욕행’으로 바꾼 데 이어 ‘30일 오후 10시 35분 뉴욕행’으로 예약이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29일 밤에는 마지막 예약마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 미국 행 비행기는 하루에 3편(워싱턴 1편, 뉴욕 2편)이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오후 7시 반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영철이 29일 오후 이미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김영철은 이날 공항에 도착해 몇몇 중국 측 인사들을 만난 뒤 중국 측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아무튼 김영철은 미국에서 우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가동한 북-미 실무접촉팀이 각각 의제, 의전 메시지를 (워싱턴 등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김영철-폼페이오가 이를 총괄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가질지도 관심사다. 김영철에 앞서 워싱턴을 방문한 최고위급 북한 인사였던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군복을 입은 채로 2000년 10월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만났다.○ 비핵화-체제 보장 간극 좁힌 듯 김영철의 방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는 물론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대표되는 미국 측 요구에 근접한 김정은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날 통화에서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Complete and Permanent Dismantlement·CPD)’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기존 ‘CVID’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의 첫 단어들을 합친 것으로 더 강경한 비핵화 요구로 볼 수 있다. 비핵화 문턱은 높이는 모양새지만 북한의 체제 보장과 관련해선 북-미가 간극을 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CVID에 대한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 보장(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며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정확히 이런 논의를 했고 협상 이후에도 (계속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과의 대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추가 대북제재가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김영철의 미국행에는 강지영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지원, 민간 교류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과 홍콩 핑궈(蘋果)일보가 29일 “중국 관영 매체인 베이징(北京)청년보 산하의 파즈(法制)만보 기자 40여 명이 새로 임명된 사장의 숙청 행위에 저항해 올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언론 통제를 시행 중인 중국에서 기자들이 언론 탄압을 이유로 집단행동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쉰은 “베이징에서 10여 년 만의 최대 규모 사표 사태”라고 평가했다. 파즈만보는 고위 관료들의 부패나 권력 남용,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을 조명하는 심층 탐사보도로 유명한 매체다. 파즈만보의 편집위원 주순중(朱順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라이벌이었으나 숙청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가 다롄(大連)에서 재직하던 시절 주도해 세웠던 건축물이 그의 숙청 이후 철거됐다는 기사를 지난해 8월 위챗(한국의 카카오톡 격)의 한 채팅방에 올렸다. 누군가 이를 당에 신고했고 언론 통제 담당인 당 중앙선전부가 숙청을 시작했다. 올해 1월 파즈만보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펑량(彭亮)이 숙청을 주도했다. 총편집인 왕린(王林)이 교체됐고, 주순중을 지지하던 집행총편집인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주순중은 치료를 명목으로 휴가를 가야 했다. 이 기사를 취재한 것으로 보이는 심층보도부는 폐지됐고 부서원들이 회사를 떠났다고 핑궈일보는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치명적 제약에 처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 빨리 난관을 돌파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2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중국과학원 원사(院士·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 및 14차 중국공정(工程)원 원사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과학자 1300여 명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시 주석은 “(첨단 과학기술의) 자주혁신 능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며 “(핵심 기술) 혁신 주도권과 발전 주도권을 확실히 손에 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날 ‘치명적 제약’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첨단과학 분야의 기초기술 부족과 함께 미국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 발전을 견제해 왔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중국의 산업이 세계 경제 가치 사슬의 고점으로 올라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이 강성하고 부흥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 발전을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과 도전과 사명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 정부 차원의 첨단 과학기술 굴기를 미국이 견제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미중 간 하이테크 패권 경쟁’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중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마찰이 다소 완화됐으나 올해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를 미국이 억제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게 중국 측 시각이다.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는 정보기술(IT), 자동화기기, 로봇 등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제조 2025’ 분야 산업에 지원과 보조금을 집중 배정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런 행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이달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각각 열린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제조 2025’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 4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관세 폭탄도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에 집중됐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정조준해 미국 시장에서 몰아내는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하자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ZTE가 문을 닫을 위험에 처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시 주석의 하이테크 패권 경쟁 선언 하루 뒤인 29일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다음 달 15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달 열린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측이 타협하면서 관세 부과 계획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중 무역공세를 계속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백악관은 또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 취득과 관련된 중국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투자 제한 및 수출 통제 강화 방안을 6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WTO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소송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주성하 기자}
중국 베이징(北京)시 정부 부비서장을 비롯해 중국 지방 고위 관료들이 5월 한 달 새 최소 6명이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비정상적 죽음이 연달아 일어났다”며 “5월의 저주”라고 표현했다. 베이징시 부비서장인 왕샤오밍(王曉明)은 21일 낮 12시경 업무 회의를 마친 뒤 건물에서 몸을 던져 사망했다. 중국 공안(경찰) 측은 왕샤오밍의 병원 진단 기록 등을 토대로 왕샤오밍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밝혔다. 업무 회의가 끝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톈진(天津) 농상(農商)은행 회장이자 이 은행의 공산당 위원회 서기인 인진바오(殷金寶)는 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살했다. 톈진 농상은행은 이달 초 중국의 반(反)부패 사정기관인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순찰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장쑤(江蘇)성 젠후(建湖)현 당 위원회 조직부 부부장 청완둥(成萬東)이 23일 연수 교육을 받던 도중 자살했다. 장시(江西)성 상라오(上饒)시 광펑(廣豊)구 부구장 겸 공안국장 정진처(鄭金車)는 24일 지역 시민센터에서 자살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당 위원회 선전부 부부장과 저장성 취저우(衢州)시 당 위원회 서기 겸 감찰위 주임의 자살 및 자살 시도 소식도 올랐다. 중국에선 지난해 11월 부패 혐의 조사를 앞두고 자살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의 장양(張陽) 등 부패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는 고위 관료들이 조사가 두려워 자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2년 집권 뒤 기율위원회를 내세워 대대적인 사정을 벌여 왔다. 올해 3월에는 무소불위의 감찰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반부패 캠페인을 전방위로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관영 매체가 25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한반도 안보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어 방송인 관영 중국국제TV방송(CGTN)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다”며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말하는 핵심 이익은 중국의 국가안보와 주권과 관련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를 뜻한다. 실제로 왕 부주석이 이렇게 발언했다면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만, 티베트 문제 등 중국의 영토 주권 문제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돼 온 중국의 핵심 이익에 한반도 문제를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전환을 뜻하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왕 부주석은 실제로는 “한반도 문제는 확실히 중국의 이해(利害)와 관련된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희망한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어 통역이 “이해”를 “핵심 이익(core interests)”으로 잘못 번역했고 중국 관영 매체가 이를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중국의 외교 사령탑을 맡고 있는 실세다. 왕 부주석이 핵심 이익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이해와 관련 있다고 발언한 것도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자국 이해와 결부시켜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다. 왕 부주석의 발언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6·25전쟁의 정전협정 당사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한반도 문제에도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로서 개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 종전선언, 평화협정 과정에서 중국 배제(차이나 패싱)=중국의 이익 침해’로 간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미중의 4자 협의 체제로 풀어야 한다는 중국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중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가 25일 본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회담 취소가 “한반도에 커다란 불확실성과 위험을 준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매체들은 27일 북-미 정상회담 준비 재개 움직임과 깜짝 남북 정상회담을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동시통역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 지지하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굳건히 지지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이달 하순과 다음 달 중순 중국 동북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선양(瀋陽) 등에서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는 열차의 운행이 대거 중단된다는 공고가 공개되자 홍콩 언론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중국 방문설이 제기된다’는 관측을 보도했다. 25일 홍콩 둥팡(東方)일보 등은 중국 철도 관련 부서가 이달 27, 28일과 다음 달 12, 13일 랴오닝성 단둥, 다롄(大連), 선양 및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등을 출발해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들의 운행이 중단된다고 공고했다고 전했다. 둥팡일보는 “민감한 시기에 열차 운행이 중단돼 김 위원장의 3차 방중 준비가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3월 하순 1차 방중 때 특별열차를 이용해 단둥 선양 등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에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공고는 18일경에 나왔다. 중국이 그렇게 일찍 미리 예고하는 것은 그동안의 김 위원장 방중에서 보여준 중국 측의 관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27일 단둥에서 대규모 통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으나 동북지역에서 기차역에 들어갈 때 짐 검사를 두 번 하는 등 경비가 강화된 동향이 있다고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사진)이 중국 담당인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과 함께 26일 오후 고려항공 항공기를 타고 베이징을 떠나 평양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24일 방중한 ‘북한 고위급 인사’가 김창선으로 보인다. 베이징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을 논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김창선이 미국 측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논의하려고 싱가포르로 가려다 북-미 간 관련 접촉이 무산돼 귀국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이) 당연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중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사진)는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격려를 받았다고 여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김 위원장을 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 교수는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김정은이 결정한 것”이라며 “분명 (이런 결정을 한 데는) 김 위원장이 다롄 회담과 북-중 관계 개선으로 북한이 더 강력한 지위를 갖게 됐다고 여긴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으로부터 나온 리비아식 해법 등 일련의 발언들을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스 교수의 얘기다. 하지만 스 교수는 “다롄 회담이 없었더라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 교수는 ‘김 위원장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 시 주석이 영향을 미쳤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북-미가 한반도 문제로 대화하지 않으면 비핵화 희망이 사라지고 그러면 중국은 (북-미 간 극한 대립으로) 겪은 지난해의 어려움을 다시 겪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결코 북-미 정상회담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 교수는 “시 주석이 방북하거나 김 위원장이 다시 방중할 가능성 모두 있다”고 말했다. ‘북-중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에 공동 대응하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재의 북-중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함께 대항하는 동맹국이 아니다. 그런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며 “북-중은 이제 막 관계 회복을 시작했다. 단지 국내외에 대한 중대한 정책 결정을 서로 알리는 것이다. 현재 북-중 관계가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 그렇게 아주 좋지는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과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북-미 양측의 여전한 대화 의지에 주목한 반면 일본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회담 취소를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고 북한도 계속 미국과 (테이블에) 앉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보인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양측이 최근 얻은 긍정적인 진전을 소중히 여기고 인내심을 유지하고 선의를 보이면서 대화 협상을 통해 상대의 우려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중국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숨기려는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워싱턴의 결정이 한반도를 교란시켰다”며 비판했다. 환추시보는 “제멋대로 불쾌함을 드러내는 것은 잠시 통쾌하지만 그 후과는 불확실하다”며 “회담 취소 결정은 미국 정부가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는 국제 여론을 강화시켜 미국의 국제 신용과 이미지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해 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게 된 건 유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 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기회가 되는 정상회담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귀국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북한과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미일 관계는 한층 더 긴밀해질 가능성이 있다. 회담 취소는 아베 총리에게 좋은 소식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미 간 중개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외교적으로 큰 타격”이라고 전했고 도쿄신문은 “문 대통령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 시설을 파괴하면서 모든 약속을 지켰다”며 북-미 정상회담 불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정상들의 주문도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결정이 한반도 비핵화로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문제이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과정은 이미 시작됐고 비핵화 목표를 위한 과정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북-미 회담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가져올 합의를 바란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장원재 / 파리=동정민 특파원}

중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 열릴 예정이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상황에서도 북-미 양측이 여전히 대화 의지를 나타낸 데 주목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고 북한도 계속 미국과 (테이블에) 앉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보인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양측이 최근 얻은 긍정적인 진전을 소중히 여기고 인내심을 유지하고 선의를 보이면서 대화 협상을 통해 상대의 우려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워싱턴의 결정이 한반도를 교란시켰다”며 비판했다. 환추시보는 “제멋대로 불쾌함을 드러내는 것은 잠시 통쾌하지만 그 후과는 불확실하다”며 “회담 취소 결정은 미국 정부가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는 국제 여론을 강화시켜 미국의 국제 신용과 이미지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 시설을 파괴하면서 모든 약속을 지켰다”며 북-미 정상회담 불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긴장 완화의 진전을 이루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담이 취소돼 유감”이라고 말했다.북-미 회담 취소되기 까지●북한 담화△5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발표△5월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미 정상회담 재고 최고지도부에 건의하겠다” 담화 발표△5월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취소 발표●다롄 회동△5월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중국 방문.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동.△5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중국 배후설 제기△5월 22일/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을 방문 이후 북한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며 재차 중국 배후설 제기●비핵화 조건△5월 8일/ 김정은, 시 주석과 회동 후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바란다”고 발표△5월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 핵무기 미국 테네시로 가져갈 것, 대량살상무기와 핵능력 폐기” 등 ‘리비아식 핵 폐기’ 공식화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