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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8월 5∼8일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한다. 서해 직항로를 이용한 방북이 성사되면 7년 만이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등 센터 관계자들은 6일 개성공단에서 맹경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만나 당초 합의한 육로가 아닌 서해 항공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이 여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면담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면담이 성사될 경우 경색된 남북관계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이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이 여사를 초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 여사 방문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민간 방문과 다른 특별한 예의를 갖추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맹 부위원장은 “육로 방문이 불편할 테니 항공기를 이용하라. 남쪽에서 준비가 어려우면 우리가 항공기(고려항공)를 보내줄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여사 측은 7월 방북을 제안했으나 맹 부위원장은 7월에 북한에 여러 일정이 있다며 8월 5일 방북을 제안해 남측이 받아들였다. 이 여사는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 머물며 아동병원, 평양산원, 보육원을 방문하고 묘향산도 찾을 예정이다. 서해 직항로는 김포∼평양 또는 인천∼평양 항로를 말한다. 한국 국민이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한 것은 2008년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100여 명이 공동기도회를 위해 고려항공을 이용한 것이 마지막이다. 그해 10월에 평양의 한 방직공장 준공식을 위해 남측 기업인 등 150여 명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방북했다. 남북 장관급 회담 등이 있을 때 당국에서도 이용했다. 서해 직항로는 대부분 대규모 방북 때 이용됐다. 김 이사는 “방북단 규모는 정부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가 이날 “남북대화를 적극적으로 해 8·15를 계기로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하자 맹 부위원장은 “우리(북한)는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 남녘이 잘해야지, 남녘이 잘하면 왜 (대화를) 못 합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파주=우경임 woohaha@donga.com / 윤완준 기자 }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12∼2014년 A업체로부터 온도 진동 충격 등으로 인한 피해를 측정하는 내부피해계측장비와 전차를 원격 조종하는 전차자동조종모듈 등 80억3000만 원어치를 납품받아 무기 성능을 검사했다. ADD는 내부피해계측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도 ‘양호’ 판정을 내리고 A업체에 11억 원을 부당 지급했다. 또한 허위로 합격판정을 내린 뒤 성능시험 장비를 납품받아 무기를 검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ADD, 국방기술품질원, 각 군을 대상으로 2010년 이후 ‘국방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차자동조종모듈은 7세트를 납품받고도 11세트를 납품받은 것처럼 부풀리기도 했다. 감사원은 국방과학연구소장에게 직원 2명에 대한 징계와 문책을 요구했다. 국방연구·개발 예산은 지난 한 해 2조3345억 원이었다. 감사원은 이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국방력을 약화시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이 개발 중인 중대급 교전훈련장비(MILES)에는 혹한기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1.5V 알카라인 상용전지와 3.7V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해 부실 장비로 인한 훈련 지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해상 표적의 위치를 탐지하는 대함레이더와 항해레이더를 개선한 반도체형 신형 레이더가 개발됐으나 해군은 구형 레이더를 장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국방감사단 감사와 별도로 조직적인 방산 비리를 밝혀내기 위한 특별감사도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은 조만간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민선(民選) 지방자치제가 1일로 성년(20년)을 맞는다. 성년이 됐지만 아직도 지방자치의 본궤도에 오르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을 비롯해 재정 운용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일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잇단 비리는 민선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행정자치부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30일 발표한 ‘지방자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국민은 지방자치제 운영 주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국민의 불만은 지방의원(47.7%), 지자체장(37.3%), 공무원(31.2%) 순이었다. 행자부 등에 따르면 민선 1기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법 처리된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은 1300명을 넘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8∼19일 전국 20세 이상 국민 1002명과 공무원 학자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 정책집단 6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동아일보는 30일 일선 지방정부를 이끄는 17개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성년을 맞은 민선 지방자치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3가지 요인으로 △재정난 △중앙정부의 간섭과 통제 △국민의 무관심을 꼽았다. 광역단체장들은 ‘현재 지자체의 재정이 어렵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7명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그렇다’라는 답변도 10명이나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역대 정부는 출범 초기에 ‘지방분권 확대’를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했지만 후반기에는 분권 의지가 현저히 퇴색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초연금이나 누리과정 등 복지 관련 국고보조사업에 지방비 부담액이 늘어나 지방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행정의 근간인 재정자립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40% 수준”이라며 재정난을 호소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국가발전의 파트너로 인식돼야 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단순 하부 행정기관으로 인식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국민의 무관심”이라며 “지방자치가 성공하려면 국민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로 뽑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전시성 공약사업으로 지방재정이 낭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면서 필요성도 낮고 향후 활용도도 떨어지는 경기장 건설 등으로 부채가 크게 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함께 협조해야 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지나친 권한 이기주의로 중앙정부와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주민이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배혜림 beh@donga.com·우경임 기자}
요즘 서울에서 평양냉면 한 그릇을 먹으려면 1만 원을 줘야 한다. 심지어 1만 원 하던 냉면이 올해 1만2000원으로 오른 곳도 있다. 직장인 양모 씨(37·서울 종로구)는 “물가는 그대로라는데 점심 한 끼 사 먹기가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0%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한쪽에선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다. 특히 서울 지역만 놓고 보면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29일 행정자치부의 지방물가정보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5월과 2015년 5월 서울의 물가를 비교한 결과 농축산물은 평균 3%,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요금은 각각 평균 4%씩 올랐다. 외식비는 평균 5%나 뛰었다. 돼지고기(삼겹살 500g)는 2013년 5월 7752원에서 2년 뒤 1만1815원으로, 감자(1kg)는 2934원에서 4156원으로 각각 4063원(52%), 1222원(42%) 급등했다. 반면 무(1kg)는 805원, 고춧가루(중품 100g)는 2575원 등 각각 27%, 25% 떨어졌다. 농축산물은 항목별로 등락이 엇갈린 탓에 3% 정도 올랐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분야는 외식비. 냉면과 비빔밥은 한 그릇 평균 가격이 8000원을 넘어섰다. 식당 삼겹살 값도 1인분(200g)에 1만4657원으로 올랐다. 김밥 한 줄의 가격도 평균 3000원을 넘어섰다. 서울은 외식비를 측정하는 8개 품목 가운데 냉면 비빔밥 삼겹살 칼국수 등 4개 품목이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개인서비스요금과 공공요금은 각각 4%씩 올랐다. 숙박료(여관 1박 기준)가 4만3182원으로 4% 올랐고 미용료도 1만6273원으로 5% 올랐다. 목욕료 인상폭이 10%로 가장 컸다.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외식비와 개인서비스요금 등이 꾸준히 오르다 보니 서울시민들의 체감물가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범식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대도시 물가가 비싼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높은 사교육비 등은 서울만의 특성”이라며 “외식비나 서비스요금 등 중산층이 민감한 품목이 비싸다 보니 대다수 시민이 서울 물가가 비싸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시 부산시 등 특별시와 광역시가 자치구에 나눠주는 조정교부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는 조정교부금을 지금보다 5000억 원 이상 늘리도록 특별·광역시에 권고하고 이를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김장호 행자부 교부세과장은 “올해 늘어나는 지자체 세수 3조3500억 원 가운데 1조700억 원(32%)이 특별·광역시에 집중된다”며 “사회복지비용 지출에 허덕이는 자치구에는 세수 증대 효과가 미치지 못해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현행 조정교부율을 23.3% 이상으로 올리면 올해 기준으로 2322억 원을 자치구에 더 지급해야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오게 할 ‘서울썸머세일’이 7월 한 달간 열린다.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 쇼핑몰부터 건강 미용, 전시 공연, 음식, 교통, 금융 업종까지 92개 업체가 참여한다. 지난해보다 25%가 늘어난 1509개 매장에서 최고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이 가능하다. 비비고 빕스 등 CJ푸드의 16개 업체가 올해 처음 참가해 먹을거리 관광도 풍성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썸머세일 홈페이지(sale.visitseoul.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르스 여파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건물주들의 ‘월세 인하’ 온정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쇼핑가인 서울 중구 명동 건물주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명동관광특구협의회가 18일 건물주 회원들에게 ‘임차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어려운 국면을 극복하는 데 동참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뒤 건물주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협의회 임원 15명이 임대료를 15∼50% 인하해 주기로 한 것. 서울 중구 명동3길에서 6층 건물(지하 1층 포함)을 2001년부터 임대 중인 이모 씨(61)는 이미 이달 치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아줬다. 이동희 협의회 사무국장은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지만 서로서로 용기를 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인 경동건설도 부산진구 부전동 옛 부산진구청 자리에 지은 주상복합 ‘서면 경동 파크타워’ 상가 임차인들에게 7, 8월 두 달 치 임차료를 20% 경감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체 20개 층 가운데 1, 2층에 상가를 빌린 상인은 모두 18명. 올해 초 입주한 이들은 부동산중개사무소, 편의점, 세탁소, 식당, 휴대전화 대리점, 화장품점, 카페, 네일아트점 등을 하고 있으며 부산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달 초부터 손님이 뚝 끊겨 매출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김정기 경동건설 대표는 “메르스 여파로 중소 상인들이 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여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프리패스 원룸 건물주인 이상기 씨(58)도 이곳에 세 들어 사는 40가구에 7∼9월분 월세를 30% 깎아주기로 했다. 이 씨는 “세입자들이 대부분 저소득층과 대학생인 점을 감안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월세 경감액은 1230만 원에 이른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A 씨(52)는 20일 오후 건물주인 B 씨(61)에게서 “메르스 여파로 장사가 안돼 힘드시죠. 이달 치 월세는 반만 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건물 주인이 이달 월세를 절반만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는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른 세입자 6명에게도 전해졌다. 이들이 한 달간 내는 월세는 약 1600만 원. A 씨는 “메르스 때문에 한동안 장사가 안돼 월세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건물주가 세를 깎아준다는 말에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라며 “문자를 보내고 전화까지 걸어와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자’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 / 부산=조용휘 /청주=장기우 기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던 환자 A 씨(54·여)가 23일 퇴원했다. 함께 감염됐던 A 씨 남편은 18일 먼저 퇴원했다. A 씨 부부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메르스에 걸렸다. A 씨는 입원 중이던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건당국과 병원 측의 부실한 예방조치를 지적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병을 이겨내고 퇴원한 A 씨는 지금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메르스 환자였다’는 주위의 수군거림과 외면, 냉대는 A 씨 부부에게 질병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A 씨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퇴원할 날만 기다렸는데, 퇴원 후가 더 힘든지 정말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A 씨의 절절한 호소를 정리했다. 5일 남편과 함께 보라매병원 음압병실에 입원했다. 1인실 침대에 걸터앉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입원한 지 3, 4일이 지나면서 TV를 켜지 않았다. 다른 환자들의 사망 소식을 보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보지도 않은 채 지워버렸다. 시간은 더 느리게 지나갔다. 평생을 공부하고 일하고 봉사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마음에 분노가 일었다. 간절한 기도로 버텼다. 세탁소에 옷을 맡긴 손님들의 전화가 왔다. 병원에 장기간 입원했다고 설명했지만 “개인사정 아니냐”며 막무가내로 화를 냈다. 결국 메르스 치료 중이라고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있다’는 연락도 왔다. 부부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자 뜬소문이 도는 것이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18일 먼저 퇴원한 남편이 직장에 “출근하겠다”고 전화하자 수화기 건너편에서 침묵이 흘렀다. 다행히 사장님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뒤 출근하도록 해줬다. 남편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두 번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23일 드디어 퇴원했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병실 밖 공기는 상쾌했다. 그런데 아파트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이상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이웃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에 돌아왔지만 외출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 만나기가 두려웠다. 이미 동네에선 메르스 환자가 사는 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엄마, 아빠 당당하시라”고 말했던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같은 동네에 사는 한 동료가 회사에서 “동네 어떤 집에서 메르스 걸렸다니 조심하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튿날 세탁소 청소를 하러 나갔다. 고맙게도 보건소에서 소독까지 해주기로 했다. 상가 골목을 지나던 중 친하게 지내던 한 이웃을 봤다. 그는 못 본 척하고 다른 길로 피해갔다. 완치돼서 항체까지 생겼지만 마치 나 자신이 바이러스가 된 것 같았다. 병실 속 고립보다 사회 속 고립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세탁소 고객들에게 ‘이달 말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다른 데 맡길 테니 찾아갈 날짜 알려주세요’라는 답장이 왔다. 다시 문을 열어도 손님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세탁소 청소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옆 가게 사장님이 비타민C 한 통을 건넸다. “이렇게 건강하게 다시 만나서 반갑소. 이거 드시고 건강 회복하시오.” 눈물이 핑 돌았다. “제가 무섭지 않아요?”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따뜻한 위로까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지방공기업 398곳의 부채가 지난해 3188억 원 줄었다. 부채가 준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지방공기업 결산 결과, 지방공기업 398곳의 부채가 73조647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0.4%(3188억 원) 줄었다고 24일 밝혔다. 부채가 줄어든 곳은 204곳, 늘어난 곳은 189곳, 변화 없는 곳은 5곳이었다. 행자부는 부채 규모가 1000억 원이 넘거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공기업 26곳을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부채중점관리기관의 부채는 51조4000억 원에서 49조9000억 원으로 줄었다. 특히 각 지방 도시개발공사 11곳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라 미분양 소진이나 토지 매각 등으로 부채를 크게 줄였다. SH공사는 내곡 마곡지구 등 분양에 성공하고, 은평뉴타운 위례신도시 등 택지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부채를 1조2128억 원이나 줄였다. 경기도시공사도 2997억 원의 부채를 줄였다. 도시철도공사 가운데는 서울메트로가 유일하게 부채가 줄어들었다. 서울시가 건설부채 상환액 원리금 3000억 원을 예산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도시철도공사 5곳의 부채는 2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직영기업인 상하수도공사 203곳의 부채는 5000억 원이 늘었다. 상수도요금은 원가의 80.6%, 하수도 요금은 원가의 35.2%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공기업의 체질 개선 없이 부채 감축 추세가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유사·중복 기능 조정 등 구조 개혁 등 올해도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 지방공기업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공무원연금공단이 소유했던 서울 강남구 개포공무원아파트 8단지가 민간에 매각된다. 개포공무원아파트 9단지는 2000세대 규모로 재건축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은 24일 개포공무원아파트 매각 및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6월 말 강남 노른자위 땅인 개포공무원아파트 8단지 전체를 공개입찰을 통해 일괄 매각한다. 감정평가액은 1조908억 원. 실물자산이 금융자산으로 바뀌면서 재평가된 금액 5700억 원이 공무원연금 기금에 적립된다. 오원식 공단 주택사업실장은 “연금 지급을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개포 8단지의 기본 용적률은 230%(기부채납 시 250%)이므로 최고 35층까지 지을 수 있다. 현재 690세대인 개포공무원아파트 9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2000세대로 늘린다. 공무원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재건축은 2013년 6월 당시 안전행정부로부터 재건축 승인을 받았고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타당 결정을 내림에 따라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18년 1월부터 철거가 시작된다. 완공은 2020년 말 예정이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용적률 799% 적용…115층 사옥 포함호텔 등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20년간 263조 생산유발 효과양측 “2015년내 협상 매듭…2017년 착공”‘용적률 799%, 최고 높이 571m(최고 115층), 공공기여금 1조7030억 원.’ 현대자동차가 이 같은 내용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터 개발계획이 담긴 최종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양측은 이를 바탕으로 23일 사전협상을 시작했다. 최종 제안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용적률 799%를 적용해 최고 115층짜리 통합사옥을 포함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는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완공될 예정인 555m(최고 123층)의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보다 높다. GBC는 △전시컨벤션센터 △공연장 △숙박시설 △판매시설 △업무시설 △전망대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이다. 도시행정학회는 GBC 건설과 20년간 운영을 통해 132만4000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더불어 262조6000억 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와 서울시 협상의 핵심은 공공기여금(기부)이다. 공공기여금 제도는 서울시가 정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 개선시행에 따른 협상운영지침’에 따라 용적률 상향으로 얻는 개발이익의 일부를 내는 것이다. 지난해 9월 10조5500억 원에 한전 터를 낙찰받은 현대차는 용적률이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250%)에서 일반상업지역(799%)으로 상향된다는 점을 감안해 터 감정가의 36.75%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 1월 서울시에 낸 제안서에서 약 1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측에서 “터의 용도가 바뀌면서 증가하는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반려해 현대차는 터의 가치를 재산정했고 최종적으로 1조7030억 원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창호 서울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단 개발계획팀장은 “양측이 협상을 통해 기여율을 확정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다시 공공기여금을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서울시가 협상을 통해 공공기여율을 확정하면 서울시가 2개의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해 산출한 터 감정가의 평균액을 적용해 기부액을 확정한다.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을 위해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서울시는 코엑스 주변과 한전 터∼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72만 m²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도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 최대한 빨리 인허가를 받고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전협상은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해 올해 사전협상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인허가 과정을 거쳐 2017년 착공이 가능하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결국 돈을 빌려 쓰라는 건데, 가게가 문 닫을 상황에서 어떻게 대출을 받겠습니까.” 서울 중구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2)는 19일 분통을 터뜨렸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탓이다. 메르스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최근 김 씨 가게의 매출액은 지난달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는 실정이다. 김 씨는 “결국 정부가 세금으로 생색내는 것 아니냐. 차라리 저리 융자보다 세금 감면 같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메르스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관련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온도’는 싸늘하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상인 A 씨는 “긴급 금융 지원을 한다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상과 선정 방법을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최저 1.9%, 중소기업청 2.6%, 새마을금고 4.15%(1355개 금고 평균), 관광진흥개발기금 1.5% 등 지원 주체에 따라 금리도 제각각이다. 상인들도 헷갈릴 정도다. 그나마 서울 대형 시장은 사정이 낫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 상인들에겐 이런 정책마저 먼 나라 이야기다. 메르스 환자가 잠복기 때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한 식당은 매출이 평소의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식당 주인은 “도움이 절실한 건 맞는데 무엇을 어떻게 도와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관광업계는 메르스 충격의 피해가 가장 크다. 이달 17일까지 해외 337개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오려던 12만1524명이 일정을 취소하면서 약 2146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들은 시름이 깊다. 수학여행과 단체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광주의 한 여행사 대표 B 씨는 “오늘 마지막 남은 예약마저 취소되면서 이제 남은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는 수학여행은 취소돼도 단체 여행은 일부 남았는데 올해는 말 그대로 ‘전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에 대한 불신은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B 씨는 “정부가 메르스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국민이 안심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미 다 망하고 나서 대출해 준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 C 씨는 “관광진흥개발기금과 같은 여행사들에 대한 융자 프로그램을 거치 기간을 연장하거나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찔끔 지원’ 같은 대책보다 메르스에 대한 오해와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메르스 확산 차단에 역량 집중’(75.4%)을 꼽았다. 이어 ‘메르스 관련 괴담 차단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국민 불안감 해소’(66%)를 요구했다. 이번 조사는 9∼13일 전국 2000여 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송귀동 부산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상인회장은 “우리 지역이 메르스 전염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는 게 가장 절실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우신 / 부산=강성명 기자}

2013년 1월 서울시는 2020년까지 걷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20%로 올리는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은 얼마나 걷기 좋은 도시가 되었을까. 17일 오후 광화문삼거리∼서울역사거리 2.23km 구간을 직접 걸어봤다. 세종대로는 2009년 광화문광장 개방에 맞춰 정비가 끝났다. 정부서울청사부터 세종문화회관을 지나기까지 광화문광장을 따라 걷는 길은 편했다. 보도 폭은 8m로 서울시 전체 평균(3m)의 2.6배나 된다. 하지만 세종대로사거리를 건너 동화면세점 건물 앞부터는 보도 곳곳에 장애물이 나타났다.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바로 옆에는 서울관광안내소가 자리했다. 이어 가로판매대 2곳과 사이사이 가로수를 심었다. 보도 폭은 넓었지만 사각형, 원형 모양 돌화단과 돌의자 등이 어지럽게 배치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코리아나호텔 앞으로 건너가려니 면세점을 드나드는 차량이 보도 위로 다니면서 보행자를 위협했다. 서울시의회가 가까워오면서 보도가 갑자기 좁아졌다. 게다가 보도 한가운데 커다란 은행나무가 서 있어 걸음걸이를 방해했다. 보도 폭을 넓히면서 가로수를 미처 옮기지 못한 탓이다. 최소 보도 폭(1.5m)을 확보하지 못한 서울시내 가로수는 8400그루에 이른다. 덕수궁 앞에서 더플라자호텔 앞으로 건너갔다. 숭례문 방향으로 걷다 보니 가로판매대 오토바이 볼라드(불법 주차를 막기 위한 말뚝) 상점 광고판 등이 뒤엉켜 서 있었다. 보도 폭은 3m이지만 실질적으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은 절반 정도이거나 더 적었다. 숭례문을 지나면서부터 불법주차 차량과 상점 앞 매대 등으로 2, 3명이 엇갈려 걷기도 힘들었다. 실제 사람들이 얼마나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인 ‘워커빌리티(Walkability·보행친화성)’는 도시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가로수길 삼청동길 등 걷기 편한 거리에는 사람이 몰리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서울에 걷기 좋은 길은 손에 꼽힌다. 2014년 서울시민이 느끼는 보행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점. 도심은 이보다 낮은 5.88점이다. 단지 보도가 좁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민이 걸으면서 느끼는 불편함으로는 △보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25%) △이면도로 진입 차량(24.3%) △협소한 보도(21.4%) △보도블록 파손 침하, 보도 위 불법 적치물(7.9%) 순이었다. 거리를 걷기 위해 사람과 차량, 시설물이 자리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도 위 설치된 시설물의 종류는 무려 30개에 이른다. 가로등주 한전주 통신주 신호등주 등 지주(支柱), 환기구 승강기 출입구 등 지하철 시설물, 가로수 띠녹지 등 녹지공간까지 보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 보니 제각각 기준을 가지고 무분별하게 설치했다. 이 때문에 보도를 늘리기보다는 걷기 쉽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들어 시설물 설치할 때 보행친화적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가로(街路) 설계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를 총괄하는 매뉴얼이 없었다. 조재관 서울시 보도정책팀장은 “지난해 8월부터 보도 위 시설물 설치 및 관리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보도를 정비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보도 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73명에게서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직원 2944명 가운데 2183명의 연락처를 확보했고 1744명(15일까지)과 연락이 됐다”며 “이 중 73명이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추가 조사가 진행되면 증상이 나타난 직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스스로 ‘의심 증상이 있다’고 답변한 73명의 명단을 삼성서울병원에 통보했다. 김 기획관은 “아직 메르스 의심 증상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진료상담을 통해 검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과 계약한 용역회사 소속의 환자 이송요원이 메르스 확진 판정(137번 환자)을 받자 전체 비정규직 명단을 넘겨받아 이상 유무 조사에 나섰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잠재적 슈퍼 전파자’로 꼽히는 137번 환자(55·삼성서울병원 응급 이송요원)를 비롯해 일부 환자들이 확진 전 버스와 지하철 등을 탄 사실이 속속 확인되면서 대중교통 이용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용객은 줄어들고 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137번 환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서울대입구역(2호선)에서 일원역(3호선)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했다. 중간에 교대역에서 환승도 했다. 이 구간은 서울 지하철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하나다. 출퇴근 시간은 주로 오전 7시대와 11시대, 오후 8시대와 10시대로 나타났다. 73명(16일 기준)을 감염시켜 슈퍼 전파자로 지목된 14번 환자(35)도 증상이 나타난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 가기 위해 경기 평택에서 서울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을 거치며 23명을 감염시킨 16번 환자(40) 역시 경기 평택에서 대전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했다. 부산의 첫 확진환자로 판정된 뒤 치료를 받다 14일 숨진 81번 환자(61)와 143번 환자(31)는 고속철도(KTX)를 이용했다. 아직 대중교통 이용객이나 직원 가운데 감염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면 증상이 발현되기 전일 가능성이 높다”며 “메르스는 기도 아래서 바이러스가 활동하므로 기침을 통해 가래를 뱉어낼 때 감염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에서는 승객들이 서로 몸을 대고 있는 상황이라 감염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코레일에 따르면 1~14일 KTX 경부선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228만4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7만3085명에 비해 25.8%나 감소했다. 15일 현재 부산도시철도의 하루 평균 이용객도 전년대비 12% 포인트, 지난주 대비 8% 포인트 각각 감소했다.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73명에게서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직원 2944명 가운데 2183명의 연락처를 확보했고 1744명(15일까지)과 연락이 됐다”며 “이 중에서 73명이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추가 조사가 진행되면 증상이 나타난 직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스스로 ’의심 증상이 있다‘고 답변한 73명의 명단을 삼성서울병원에 통보했다. 김 기획관은 “아직 메르스 의심 증상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진료상담을 통해 검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과 계약한 용역회사 소속의 환자 이송요원이 메르스 확진 판정(137번 환자)을 받자 전체 비정규직 명단을 넘겨받아 이상 유무 조사에 나섰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된 의사 정모 씨(51)가 운영하는 서울 강동구 365열린의원이 14일 다시 문을 열었다. 정 씨는 1번 환자를 진료했다가 지난달 2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8일 메르스 확진자 중 두 번째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365열린의원은 이번에 다시 문을 열면서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 보건복지부의 고열·호흡기 환자 진료병원으로 지정됐다. 보건소가 붐비는 데다 진료 거부를 하는 의원이 늘어남에 따른 것이다. 서울 강동구에 따르면 정 씨는 고열·호흡기 환자 진료병원 참여 의사를 묻자 흔쾌히 수락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메르스가 완치돼 항체가 생긴 만큼 우리 의원이라도 진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간호사들도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가족들 역시 “지금까지 해 오던 일 아니냐며 응원했다”고 한다. 이날 재개원식에는 이해식 강동구청장을 포함해 20여 명이 참석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병원 소독이 철저하게 이뤄졌으며 메르스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을 고려해 볼 때 병원 개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안심하고 병원을 찾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 환자)와 직·간접 접촉했던 것으로 추정돼 격리됐던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1565명이 14일 0시 전원 격리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들 가운데 메르스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자가 격리자의 긴급 생계지원이나 피해보상 대책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런 시국에 그 병원에는 무슨 일로 가세요?” 14일 오전 기자가 삼성서울병원에 가달라고 말하자 택시기사가 경계심을 잔뜩 품은 채 물었다. “혹시 병원에서 근무하는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의 상황 설명을 듣고 난 뒤 그는 “손님 입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삼’자만 나와도 솔직히 무섭다”며 “(병원이) 일부 폐쇄됐다니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황 나아질 걸로 기대했는데” 이날 병원은 일주일 전 기자가 찾았을 때보다 더 고요했다. 1층 접수처에는 취재진과 병원 직원만 보였다. 일반 병동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보안직원이 면회객들의 출입을 통제했고 일반 환자들이 쉬던 야외 휴식 공간도 폐쇄됐다. 주말 동안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길 바랐던 사람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오히려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 결정으로 서울 강남 일대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근처에 사는 김원자 씨(60·여)는 “이송요원이 추가 감염되면서 동네에 사는 의사, 간호사들이 전부 기피 대상이 됐다”며 불안해했다. 약국이 모여 있는 주변 한 건물의 관리인인 전수철 씨(64)는 “며칠만 있으면 곧 괜찮아질 거라는 소식에 기대했는데 결국 병원 폐쇄까지 왔다”며 “원래 건물 내 약국들이 일요일에 돌아가며 가게를 여는데 병원 찾는 손님이 끊기다 보니 오늘은 아무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12일 일괄 휴업 종료로 15일 대다수 학교가 정상 등교를 앞두고 있어 학부모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요새 어디 가서 일원동 산다고 하면 죄인 취급 받는다”면서 “(휴교 조치가 끝나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 걱정이고 안 보내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14번 환자에 이어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의 방역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공동특별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그동안 국가방역망에서 사실상 열외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것이 오늘날 큰 화를 불러왔다”며 “정부와 시가 주체가 되는 특별대책반이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삼성서울병원의 전면 폐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악의 상황을 전제한다면 병원 전체가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안전지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전국 병원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 병원 측이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 퇴원 검토안해”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 부분 폐쇄 결정에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신임 이사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설립한 곳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병원 부분 폐쇄는 병원이 메르스 확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라며 “다만 병원 측은 보건당국과 실시간으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병원 20층 VIP 병동에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퇴원도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손가인 gain@donga.com·우경임·강홍구 기자}

김창숙 씨(63·여)가 서울 중구 중림동에 터를 잡은 것은 1975년. 아이 둘을 키우며 평범한 엄마로 살던 그는 지난해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았다. 40년간 살아온 동네를 위한 작은 봉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김 씨의 삶이 바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 방문 중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초 계획대로 고가를 철거하면 북부 역세권이 개발되고 대체 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노숙인도 줄고 청소차 차고지도 이전돼 주변 환경이 개선될 거라 기대했었다. 급기야 김 씨는 4월 15∼22일 자비를 들여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 다녀왔다. “반대를 하더라도 직접 가봐야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틀간 뉴욕 하이라인파크 2.4km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걸어 봤다. 하이라인파크에 올라 탁 트인 허드슨 강을 보는 순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역 고가가 결코 뉴욕 하이라인파크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는 “1930년대에 세워진 하이라인파크는 이미 버려진 철로로 만들었지만 서울역 고가는 하루 평균 통행 차량이 4만6000대나 된다”며 “철로는 사이사이 흙길이 있어 자생적으로 꽃이 자라나지만 고가는 인위적으로 흙을 깔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 조달 문제도 완전히 달랐다.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역 고가와 달리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시가 철로를 철거하려고 하자 1999년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비영리단체가 보존에 나섰다. 비용 1억5000만 달러 가운데 3분의 2를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역 고가에는 세금 380억 원이 들어간다. 또 흙을 깔고 무거운 나무를 옮겨 심어야 한다. 전기로 물을 끌어올려 공급해야 한다. 조성 후에도 유지비용이 상당히 들 수밖에 없다. 김 씨는 “고가를 철거하고 서울역 일대에 380억 원을 투자한다면 훨씬 나은 공원을 만들 수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건물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하이라인파크는 자연스럽게 그늘이 져서 걷다 쉬다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00년 된 과자공장을 개조한 첼시마켓으로부터 유입되는 관광객도 많다. 반면에 서울역 고가는 나무를 심는다 해도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두컴컴한 교각 아래도 그대로 남아 말끔해지기 어렵다. 하이라인파크와 서울역 고가의 차이를 차례로 설명하던 김 씨는 “우리 동네 명운이 걸린 일”이라며 박 시장에게 호소했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내는 동네인데…. 지지와 반대로 나뉘면서 서로 불편해지고 있어요. 시장님, 우리 지역을 살리고 싶다면 고가를 철거하고 대체 도로를 만들어 주세요.”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메르스 확진환자 108명(10일 현재) 가운데 한 명인 A 씨(54·여)는 현재 서울의 한 거점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의 남편도 확진 판정을 받아 함께 입원 중이다. 현재 A 씨는 고열보다 메스꺼움 같은 소화기 계통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씩 상태가 나빠져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확진 판정이 내려지고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A 씨 부부가 초기에 느꼈던 불안감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편이다. A 씨는 오히려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알게 된 이후 확진 판정 전까지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9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 씨는 당시 남편과 함께 겪은 상황을 설명하며 초기 현장 대응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생생하게 전했다. A 씨 부부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27일. 대량 감염을 일으킨 14번 환자가 입원한 첫날이었다. 이후 A 씨 부부는 같은 달 30일과 이달 3일 예약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의 누구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앞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7일 “지난달 29일에야 질병관리본부에서 ‘14번 환자가 메르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 응급실에 있던 환자, 의료진에 대한 격리조치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A 씨 부부는 3일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생업에 종사했다. A 씨는 진료를 받은 지난달 30일 병원 구내식당을 이용했고 1일에는 종로구에서 열린 친목모임에도 다녀왔다. A 씨는 “병원을 오갈 땐 택시를 이용했고 가게에 손님이 많지 않아 접촉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지역사회 감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3일 오후 병원 진료를 받고 온 남편 B 씨에게 처음으로 병원 측의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열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없다”고 응답한 것이 전부였다. 추가 안내는 없었다. 그러나 이날 밤 B 씨에게 발열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체온이 갈수록 높아지자 부부는 4일 0시경 급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 A 씨 부부는 응급실 내 분리된 방에 머물며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1차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병원 측은 자가 격리를 권고했고 A 씨 부부는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5일까지 집에 머물렀던 A 씨는 결국 보건소에서 다시 검체를 채취해갔고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있을 때도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식사를 주지 않아 상당 시간 굶은 채 방치됐다. 결국 자가 격리를 권고받은 딸이 집에서 도시락을 싸다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이동 중에 계속 택시를 탔고 5일 오후 다른 병원의 격리병실로 이동하면서 처음 구급차를 탔다. A 씨는 “언론을 통해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17만 원인 메르스 진단비도 자비로 부담했고 일대일 관리 같은 것도 받지 못했다”며 “(정부의) 지원이 늦어지자 병원도 비용이 많이 드는 메르스 환자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나 보건당국이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더라면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