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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기여율은 5년에 걸쳐 월 소득의 7%에서 9%까지 높아지고,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1.9%에서 1.7%까지 낮아진다. 첫 연금 수령 나이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늦춰져 2033년에는 65세로 지금보다 5년 늦어진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의 수익비가 현재 2.08배에서 1.48배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에도 선배들은 개혁 피해 직급별 연금수령액 감소 폭은 조금씩 다르다. 고위직 연금은 많이 줄고 하위직은 적게 줄어드는 구조다. 재직 기간 30년을 기준으로 직급별 월 연금수령액을 따져 봤다. 1996년 임용돼 20년간 재직한 공무원은 앞으로 10년을 더 다니게 된다. 9급 공무원이 6급으로 퇴직한다고 가정하면 첫 달 연금수령액은 193만 원으로 7만 원(3%)가량 줄어든다. 7급은 243만 원에서 232만 원으로 11만 원(5%) 감소한다. 5급은 더 줄어든다. 30년 재직하고 2급으로 퇴직할 경우 현행 302만 원에서 22만 원(7%) 줄어든 280만 원을 받는다. 이들이 퇴직하는 2026년에는 62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이때 지급률은 1.74%까지 낮아진다. 수익비는 △9급 2.44배 △7급 2.47배 △5급 2.35배다. 후배 공무원에 비하면 연금 삭감 폭이 훨씬 적어 나이 든 공무원들은 개혁의 칼날을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06년 임용된 공무원은 앞으로 20년을 더 다닌다. 9급 공무원의 첫 달 연금수령액은 현행 169만 원에서 153만 원으로 16만 원(9%) 깎인다. 7급은 26만 원(13%)이 준 177만 원을 받게 된다. 5급은 현행 257만 원에서 213만 원으로 44만 원(17%)이 줄어든다. 이들은 내년부터 임용되는 공무원보다 삭감 비율이 더 높다. 2009년, 2015년 두 차례 연금 개혁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은 “2009년 개혁 당시 전체 공무원 가운데 1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56%)은 빠져나가고 10년 이하 재직한 공무원만 깎였다”고 말했다.○ 신규 임용 공무원은 소득재분배 효과 개정안이 시행된 뒤 임용되는 공무원 간에 소득재분배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9급 공무원은 첫 달 수령액이 현행 137만 원인데 134만 원으로 3만 원만 준다. 반면 7급은 173만 원에서 157만 원으로 16만 원(9%) 줄고, 5급은 205만 원에서 177만 원으로 28만 원(14%) 준다. 각각 6급, 4급, 2급으로 퇴직할 때를 가정한 얘기다. 수익비는 △9급 1.60배 △7급 1.48배 △5급 1.42배다. 현재 공무원연금을 받는 사람 39만 명(유족연금 포함)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금수령액이 동결된다. 지급률은 1.9%가 유지된다. 앞으로 새로 유족연금을 받게 되면 퇴직연금의 70%가 아닌 60%만 받는다. 퇴직 공무원 가운데 재취업으로 연금이 전액 삭감되는 대상도 확대된다. 지금은 퇴직 후 공무원으로 재임용될 때만 연금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론 선출직에 당선되거나 정부 전액 출자·출연 기관에 재취업한 공무원이 월 715만 원(전체 공무원 월평균 소득의 1.6배) 이상을 받으면 재직하는 동안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퇴직 공무원의 근로·사업 소득이 전년 평균 연금액(223만 원)보다 많으면 최대 절반까지 연금을 깎는다. 또 내년부터 공무원과 5년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한 배우자는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 비공상 장해연금이 신설돼 업무가 아닌 일로 장애가 발생해도 공상 장해연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10년만 보험료를 납부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 납부 기간 20년 규정은 공무원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기 위해서였으나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있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이철호 기자}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총파업 찬반투표와 총파업에 참여한 공무원 2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행자부는 21일 “총파업 주동자 22명을 근무지 이탈과 집단행동을 금지한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들을 포함한 39명은 소속 지방자치단체에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고발 및 징계 대상에는 이충재 위원장 등 전공노 간부들이 포함됐다. 이에 전공노는 성명서를 통해 “연금 개악 반대는 정당한 생존권 투쟁이다. 정부는 징계 요구 및 검찰 고발을 즉각 철회하라”고 반박했다. 전공노는 지난달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24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지부별로 동참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20년까지 법의관을 단계적으로 늘려 직접 변사 현장에서 검안(檢案)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외부에 의뢰하는 촉탁부검도 폐지한다. 행정자치부는 각종 범죄와 재난·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는 등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역량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285명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전문인력은 2020년까지 113명 늘어나 398명이 된다. △부검 인력(법의관·법의조사관) 80명 △유전자분석 인력 23명 △사고조사 인력 10명 등이다. 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연간 3만8000명에 이르는 변사자를 직접 현장에서 검안하고, 365일 상시 부검한다. 법의관 부족으로 외부에 의뢰했던 촉탁부검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또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5개 지방연구소마다 재난·사고대응팀을 운영해 24시간 현장 출동체계를 갖춘다. 지난해 국과수의 부검·유전자분석·약독마약분석 등 감정 처리 실적은 34만8117건으로 2010년에 비해 26%나 증가했다. 매년 감정 의뢰가 4.7%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는 매년 39.9%씩 늘었다. 서중석 원장은 “예전과 달리 유족이 적극적으로 부검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고, 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교통사고 감정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직원 1인당 감정 건수는 960건에 달한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3월 광주 서구는 직원 760명에게 성과상여금을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그러나 노조가 이를 다시 회수해 균등 지급하려다가 갈등을 빚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공무원 성과상여금 나눠먹기가 적발되면 개인의 성과금을 모두 환수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는 경고를 한다. 행정자치부는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보완한다고 21일 밝혔다. 1999년 공무원 성과상여금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 만에 법령 손질에 나선 것. 공무원 성과상여금은 각 공무원의 성과 등급(S·A·B·C 4개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보수다. 이를 균등 배분하면 이듬해 성과상여금을 줄 수 없도록 행자부 예규(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를 시행령으로 높여 법적으로 제재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개인 성과금 환수와 기관 경고도 새로 추가된다. 또 연 1회 정기적으로 지자체를 대상으로 성과상여금 차등 지급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지자체 감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계획이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총파업 찬반투표와 총파업에 참여한 공무원 2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행자부는 21일 “총파업 주동자 22명을 근무지 이탈과 집단행동을 금지한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들을 포함한 39명은 소속 지방자치단체에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고발 및 징계대상에는 이충재 위원장 등 전공노 간부들이 포함됐다. 이에 전공노는 성명서를 통해 “연금개악 반대는 정당한 생존권 투쟁이다. 정부는 징계 요구 및 검찰 고발을 즉각 철회하라”고 반박했다. 전공노는 지난달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24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지부별로 동참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여기는 호박밭이었고, 저기는 발전기를 돌리던 곳이었고….” 김장환 전 명동상가번영회장(86·현 중구문화원장)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쳐다봤다. 호박밭과 발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대신 높다란 건물만 솟아있었다. 서울 한가운데 32만2816m²의 땅, 상점 3311개가 영업 중인 곳. 연간 외국인 관광객 850만 명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 명동에서 옛 모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의 명동을 만든 사람들이 김장환 전 회장을 포함해 박윤근 전 부회장(86), 심대섭 명동의류 회장(84), 권태성 현 명동친목회장(76) 등이다. 이른바 ‘명동 원로’다. 1982년 ‘명동 되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은 평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모여 모닝커피를 마신다. 15일 이들이 모인 자리에 함께하며 명동의 어제와 오늘을 들어봤다. 1960년대 명동에 문화예술인이 모여들었다. 고급 양장점이 유행을 선도했다. 그러나 1970년대 서울의 재개발 붐이 일면서 명동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민주화 시위로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상가는 아예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때 명동 되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직접 동남아 시장을 둘러보고, 건축가와 함께 스티로폼으로 명동 모형을 만들었지. 도시계획법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옆 건물만큼 높여라, 밝은 색상으로 통일해라 이러면서 명동이 만들어진 거야.”(김장환) “우리나라 최초로 전선을 땅에 묻었고 느티나무를 심었어. 왜 남의 가게 앞 땅을 파냐며 항의가 쇄도했지.”(박윤근) 이렇게 명동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1990년대 강남상권에 밀려 주춤했지만 2000년대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명동은 다시 우뚝 섰다. “국립예술극장 되찾은 거, 그건 꼭 이야기해야지.”(박윤근) 문화가 사라진 명동은 한계가 보였다. 1995년부터 명동 상인 사이에서 옛 국립극장 되찾기 운동이 일어났다. 관(官)이 시킨 것도, 예술인이 먼저 나선 것도 아니었다. 국립극장을 허물고 10층짜리 사옥을 짓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명동 상인이 자발적으로 서명을 시작한 것이다. “1만 명 서명을 들고 안 찾아간 사람이 없어.”(김장환) 고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스님, 고건 전 서울시장, 김종필 전 국무총리, 남궁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 정대철 고흥길 전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장면 박사가 저격당한 곳이라) 역사성이 있어. 그거 사야 혀”라고 해 예산 4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어 명동 부동산 중개인이 나섰다. 감정가 840억 원짜리 건물을 8차례 유찰시켜 395억 원까지 떨어뜨렸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국립극장은 되살아났다. 이들은 벌써 33년째 아침마다 명동의 미래를 놓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토론을 한다. “명동과 남산이 연결돼야 쇼핑과 관광이 연계된다. 지하철역에서 곤돌라 타고 남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다.”(김장환) “기업형 노점상이 늘면서 세금 내고 임차료 내는 입점 가게들이 어려움이 많다.”(권태성) “국립예술극장에서 연극만 하니 젊은 고객이 안 온다.”(심대섭) 이들이 기억하는 명동의 최전성기는 언제일까. “명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 전성기야. 늘 화려하게 부활하곤 했지.”(권태성)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2주째 표류하고 있다. 국민·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사퇴까지 겹치며 연금 정국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최근 차례로 본보 인터뷰에 응한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논란만 증폭되는 현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두 교수는 국회 공무원연금 실무기구의 여야 간사를 맡아 최종 합의안 도출을 이끌었다. 김용하 교수는 “지급률 1.7%는 국민연금 지급률(1%)에다 퇴직금(0.4%)과 국민연금보다 높은 보험료(0.3%)가 반영됐다.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70년간 재정 절감 효과도 333조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개혁보다 강도가 세다는 것이다. 김연명 교수도 “공무원연금 기능을 훼손하지 않고 재정 절감을 이뤄낸 안”이라고 평가했다. 꼬일 대로 꼬인 연금 정국의 해법은 명확했다. 김용하 교수는 “지금이라도 여야가 통과시키자고 하면 처리된다”고 말했다. 김연명 교수는 “공무원단체는 ‘공적연금 강화’를 이유로 대타협기구에 들어왔고,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려면 이들도 명분이 필요했다”며 “이걸 ‘야합’이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청와대가 이런 역사적 가치를 내던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여야 합의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각각 여당과 정부, 야당과 노조를 대표해 활동한 두 교수는 각 진영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김용하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현금 거래, 국민연금은 어음 거래인데 이걸 등가로 놓고 ‘안 된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공무원연금을 먼저 처리하고 국민연금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논의하면 된다. 정부가 (즉각 선을 긋기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교수는 “연금 지급 시기를 65세로 늦췄다. 85세까지 산다고 하면 25년 받을 걸 20년만 받으니 20%를 삭감한 셈이다. 그리스에 비하면 공무원단체 건전하다”며 “다만 국민의 시선이 왜 차가운지 반성해야 한다. 부정부패 막는 데 앞장서고, 행정서비스를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에 성찰하지 않으면 앞으로 번번이 개혁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19일 취임 6개월 오찬 기자단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표류와 관련해 “(공무원연금법) 처리가 무산된 것도 그렇지만, 합의안의 수준도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지 못하고, 지급률을 천천히 내리는 것 등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공무원단체라는 협상대상이 있으니 적정선에서 합의를 보는 것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5월 28일까지는 합의안이 처리될 것이라 믿는다”며 “이제부터 본연의 업무인 인사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사퇴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안되면 그만두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공무원이 오랫동안 근무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며 “지금 20년 정도 근무한 사람은 65세 정년까지, 15년 근무한 사람은 70세 정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이날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는 속도에 맞춰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황서종 인사처 차장은 19일 출범 6개월 브리핑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연계해 정년연장을 방안을 연구하는 용역이 6월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야가 최종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따르면 첫 연금 수령 시기를 2022년 61세에서 3년에 1세씩 연장해 2033년에는 65세가 된다. 인사처는 △시간선택제 연계 △임금피크제 연계 △퇴직 후 재임용 등 세부 방안을 설계해 올해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주한 영국대사관에 가로막혀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 170m가량이 다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1884년 영국대사관이 들어선 지 131년 만에 덕수궁 돌담길 1.1km를 모두 걸을 수 있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14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저에서 덕수궁 돌담길 회복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덕수궁 돌담길은 영국대사관 부지 70m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연결도로 100m 등 모두 170m 정도가 단절돼 있다. 영국대사관 후문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철문이 세워져 있고 폐쇄회로(CC)TV 등이 설치돼 있다. 양측은 MOU 체결에 따라 다음 달 영국 보안기술자의 현장조사를 거친 뒤 개방에 필요한 조치를 협의한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영국대사관과 구체적 협의를 거쳐 개방이 결정되면 폭 3∼6m, 연장 170m 규모의 보행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덕수궁 수문장과 영국 근위병이 순회 경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영국대사관은 “이번 MOU는 덕수궁 돌담길 개방을 위해 서울시와 계속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헤이 대사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거론하며 “대사관 직원 안전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종 개방 여부는 앞으로 협의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 3개 이상의 동(洞)을 묶어 시·구청에서 하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대동(大洞)이 경기 시흥시에 처음 문을 열었다. 행정자치부는 13일 경기 시흥시 대야·신천 대동 개청식을 열었다. 대야·신천 대동은 마을자치과 복지협력과 안전생활과 등 3과 41명으로 구성돼 현장밀착형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 새로운 대동은 대야동 평생학습센터 건물에 새로 들어서고 기존 신천동 주민센터는 그대로 유지된다. 비어 있는 대야동 주민센터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활용할 계획이다. 대야·신천동 주민은 모두 7만8000명. 대야·신천동은 시흥시 전체 기초수급자의 26%가 몰려 있어 각종 복지서비스 수요가 많다. 과거 대야·신천동 주민센터는 주민등록 인감 민방위 같은 기초업무만 수행했으나 앞으로 원스톱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새로 제공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지난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원이 1만 명 넘게 늘었다. 1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중앙부처 소속 국가직 공무원 정원은 전년보다 6382명 늘어난 62만2108명이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직 공무원은 29만5669명으로 전년보다 4263명이 늘었다. 지난해 국가·지방직 공무원을 합친 정원은 91만7777명으로 전년 대비 1만645명 증가했다. 2008년 구조조정으로 국가·지방공무원 정원이 당시 88만2499명까지 줄었으나 이후 6년 만에 3만5278명이나 늘었다. 지난해는 2008년 이후 가장 증가폭이 컸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과 복지 분야 공무원 확충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경찰과 사회복지공무원이 각각 4000명과 1700명 늘었고, 소방공무원은 700여명 증가했다. 국가·지자체공무원 외에 교육자치단체(6만7988명), 사법부(1만7729명), 헌법재판소(284명), 선거관리위원회(2792명), 입법부(3993명) 소속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공무원 정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만9000명 수준이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남성 공무원도 여성 공무원과 동일하게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됐다. 인사혁신처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육아휴직 대상은 자녀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일 경우다. 지금까지 여성 공무원은 자녀 1명당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지만 남성 공무원은 최대 1년까지만 할 수 있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등을 구하다가 다치거나 숨진 의사상자와 유족에게도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국가유공자처럼 가산점이 부여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의사상자는 708명이다. 또 금품을 수수하거나 성범죄를 저질러 조사나 수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에 대해 직위해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비위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중·징계 의결 등 절차를 거치거나, 혐의가 입증돼 기소가 됐을 때에만 직위해제가 가능하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공무원 인재개발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공무원 교육훈련법’에서 ‘공무원 인재개발법’으로 법안 명칭을 바꾸고, 국가 공무원 교육을 총괄하는 중앙공무원교육원을 국가인재개발원으로 개편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청소년 복합 문화 공간인 ‘구로 청소년 문화의 집’이 14일 문을 연다. 서울 구로구 궁동 부일로에 자리한 구로 청소년 문화의 집은 면적 1181㎡,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어린이나 노인과 달리 전용 공간이 부족했던 청소년을 위해 대강당, 체력단련실, 북카페, 시청각실, 동아리실, 밴드실, 교육실, 놀이치료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을 갖췄다. 구로구는 지난해 12월 한양인재개발원과 구로 청소년 문화의 집 운영에 관한 위탁 협약을 체결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K-pop 댄스, 난타, 성장 요가, 동요교실 등의 문화체험 △청소년운영위원회, 방송 기자단 등의 청소년 자치 △박물관으로 떠나는 문화예술여행 △어르신음악단, 성인 노래교실, 요리교실 등의 지역주민 개방 프로그램 등 모두 19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직장을 그만두고 6년째 아이 둘을 키우며 사는 전업주부 한모 씨(39)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올해 3월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백화점에 갔다. 기필코 마음에 드는 옷에 지갑을 열겠노라. 결혼 전에는 시간만 나면 쇼핑을 했다. 이젠 백화점에 가도 어느 매장에서, 어떤 옷을 골라야 할지 현기증이 난다. 원피스 한 벌이 눈에 띄기에 쭈뼛쭈뼛 매장에 들어섰다. 직원이 힐끗 쳐다보더니 다른 고객을 안내하기에 바빴다. 옷들을 뒤적여 원피스를 찾아냈다. 가격표를 보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분주히 돌아갔다. “이거 사이즈 좀 주세요.” “66은 입으셔야겠네요.” ‘오늘은 나를 위해 돈을 쓰겠다’고 다짐하며 탈의실로 들어갔지만, 엉덩이와 아랫배가 꽉 끼어서 볼품이 없었다. “좀 작네요.” “더 큰 사이즈는 없어요.” 둘째를 낳고 직장을 그만둔 지 6년째. 여자에겐 외모가 명함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운동으로 다져진 날씬한 몸매에 명품 가방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얼굴을 한 여자. 그건 바로 그 여자의 사회적 지위를 말해 주는 명함이다. 진짜 명함이 없으면 더욱 그러하다. 회사 다닐 땐 “팀장님”이었는데 이젠 “아줌마”라고 불린다. 차림새가 헐렁하면 더욱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힐끗거리며 훑어보던 백화점 직원의 표정도 왠지 주눅 들게 했다. 나를 본 순간 오랜만에 쇼핑을 나온, 펑퍼짐한 여자가 결국엔 아무것도 사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직장에 다닐 때는 일찍 일어나 몸단장하는 일이 스트레스였다. 지금은 하루 종일 거울 한 번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애들 씻기고, 챙겨 먹이고, 집 치우고, 빨래를 돌린다. 애들 오면 다시 씻기고, 챙겨 먹이고, 뒷정리하고, 숙제를 봐 준다. 둘째를 낳고 몸무게가 늘기 시작하더니 결혼 전보다 10kg이나 불어났다. 출산 후 머리카락이 빠져 그냥 질끈 동여매고 산다. 아이가 긁힐까 봐, 해로울까 봐 손톱을 기르지도 매니큐어를 바르지도 않는다. 거칠어진 피부, 잔주름이 신경 쓰여 피부 관리실을 예약했지만 포기했다. 아이 둘을 맡기고 2시간을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길을 걷다 보면 치마를 입고, 머리를 찰랑이며, 손톱을 기르고, 목걸이를 길게 늘어뜨린 채 유모차를 미는 여자를 만난다. 아이는 다른 사람이 키워 줄 테고, 틈틈이 피부 관리와 손톱 관리를 받을 만큼 부유하다는 뜻이다. ‘팔자 좋은 소수’라며 지나치다 ‘내가 자기 관리를 못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감이 든다. 첫째 입학식 날이 다가왔다. 결국 옷은 사지 못했다. 내 몸에 맞는 사이즈가 없거나, 비쌌다. 옷만 사서 될 일인가. 옷에 맞춰 가방도 들어야 하고 구두도 신어야 하는데, 내 몸에 그리 많은 돈을 쓸 엄두는 나지 않았다. 둘째를 임신하고 회사 다닐 적에 입던 임산부용 정장 원피스를 꺼냈다. 당시 들고 다니던 명품 가방도 꺼내 먼지를 털었다. 유행이 지났지만 딱히 대안이 없었다. 아이 교실에 들어갔다. 눈이 저절로 커졌다. 다들 세련돼 보였다. 꾸미지 않은 몇몇 엄마가 오히려 두드러져 보였다. 아이가 하굣길에 “엄마 창피해. 데리러 오지 마” 해서 펑펑 울었다던 친구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뭘 알겠느냐”며 웃어넘기라고 위로했었는데, 내 차림새에 신경이 쓰여 선생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사진은 어떻게 찍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열심히 살았다. 자신감을 갖자’며 마음을 다독였지만 자꾸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입학식 날 이후,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에 들여보내고 인근 공원을 뛴다. 쉽지 않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또는 다니기 위해, 이제는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여전히 ‘예뻐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아이 둘을 재워 놓으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내 또래인 아이 엄마, 탤런트 김희선이 여고생 교복을 입고 나오는 드라마를 봤다. 군살도 기미도 없이 예뻤다. 드라마가 끝난 뒤 양치질을 하며 세면대 거울을 보는데 코끝이 시큰해진다. 분주한 일상에 치여 살다 ‘나는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에 불쑥 서러워질 때가 있다. 오늘따라 남편의 늦은 귀가에 불안한 생각이 든다. 잠든 아이들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나는 작아지고 아이들은 크고 있다. 조금 위로가 됐다.■ 엄마도 예뻐야 한다고요?“TV를 보다 보면 한숨이 나와요. 아이도 잘 키우면서 외모도 잘 가꿔야 하고요. 게다가 돈도 못 버느냐는 무언의 압력이 있죠. 엄마한테 요구하는 게 진짜 많은 것 같아요.” (강모 씨·39)“‘배 나온 게 더 예쁘다’는 남편 한마디에 거울 속 내가 예뻐 보이더라고요. 엄마가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면 ‘외모 스트레스’는 덜할 테죠.” (민모 씨·43)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키 165∼170cm, 몸무게는 50∼55kg. 30대 주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매다. 건국대 산업대학원 차주현 씨가 석사 논문인 ‘30대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라이프스타일이 외모 관심도 및 미용 관심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2014년)에서 출산 경험이 있는 30대 전업주부와 워킹맘 150명씩 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출산 후 급격한 체형 변화를 겪게 되면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관심도도 그만큼 높아진다. 설문 대상 여성들에게 자기 외모에 대한 만족도(5점 만점)를 물어본 결과 워킹맘(2.77점)이 전업주부(2.69점)보다 다소 높았다. 외모에 대한 관심도와 미용 관리에 대한 관심도는 전업주부(각각 3.12점, 2.90점)가 워킹맘(각각 3.02점, 2.85점)보다 높게 나왔다. 구체적인 외모 관리 내용을 보면 전업주부와 워킹맘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전업주부들의 경우 돈이 많이 드는 옷 구매와 피부 관리 대신 미용실 출입과 화장품 구입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 관리를 위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두 집단 모두 ‘체중 조절 및 체형 관리’였다. 전업주부의 40%, 워킹맘의 39.3%가 이를 1순위로 꼽았다. 2순위 행동은 전업주부의 경우 머리 모양 변화(33.3%), 워킹맘은 패션 스타일 변화(23.3%)였다. 외모 관리를 위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분야도 전업주부는 미용실 이용(31.3%), 워킹맘은 의상 구입(44.0%)이었다. 피부관리실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업주부(12.7%)가 워킹맘(27.3%)보다 낮았다. 차 씨는 결혼과 출산 이후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줄어 외모 관리가 어려워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선 외모를 강조하다 보니 (예쁘지 않으면)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봐 염려하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주부가 오히려 외모 관리에 관심이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15년 전 그날 배 속의 마실라가 태어났다.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비 지리뇽 필로멘 씨(51)에게는 떠올리기조차 힘겨운 순간이다.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살던 필로멘 씨의 집에 이슬람 반군이 들어와 그의 남편에게 총을 쐈다. 함께 있던 친척들도 모두 총격에 쓰러졌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안은 채 그는 혼자 살아남았다. 그는 감정을 삭이며 당시의 아픔을 담담히 털어놨다.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던 전쟁이었어요.”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근처 ‘더 마실’에서 만난 필로멘 씨는 능숙하게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그는 용산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카페 ‘더 마실’의 커피 맛을 책임지는 바리스타다. 2005년 코트디부아르의 종교·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건너왔고 2013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고국을 무사히 탈출했지만 타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는 녹록지 않았다. 한국선교회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한국에 왔지만 생계를 꾸리고 아이를 키울 일이 막막했다. 필로멘 씨는 모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에선 일을 찾을 수 없었다. 생활고에서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학살 트라우마’ 탓에 우울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들 마실라(15)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것에 절망감도 깊어졌다. 이때 용산지역자활센터를 소개받아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도움을 거절했다. “마실라만 학교에 다니게 해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고민 끝에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한 것이 지난해 11월. 이제는 단골손님이 생길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갖게 됐다. 현재 바리스타 양성 교육장인 ‘커피의 품격 사업단’의 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혜정 용산구 주무관은 “처음 만났을 때는 말을 전혀 안 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지만 바리스타 일을 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2000년 코트디부아르는 40년간의 독재가 끝나고 선거가 실시됐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두고 북쪽 이슬람 반군과 남쪽의 기독교 정부 세력 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내전을 피해 코트디부아르를 탈출하는 난민 행렬이 이어졌다. 최근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선이 잇따라 전복돼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필로멘 씨는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어느 지역에서든 사람이 죽어간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극한 고통에서 살아남으면, 극한 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멍한 상태가 돼요. 아직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희망은 피어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오산중학교 축구부에서 활약 중인 아들 마실라는 장래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를 꿈꾼다. 아들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이 번졌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뒤따른다. 그래도 이해 집단에 맞서고 국민을 설득해 개혁을 성공시켜야 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2015년 대한민국 정부는 이 책무를 다하고 있을까. 지금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에서 ‘공적연금 강화’로 전략을 바꾼 노조에 말려 개혁의 골든타임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 과정을 돌이켜 보면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받는 돈을 깎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여론이 선회해 석 달 뒤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비록 폐기됐지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직접 발의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은 장기 표류할 공산이 크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 이후 여야는 사분오열됐다. 내각을 이끄는 국무총리는 공석인데 부총리도, 주무 장관도 나서지 않는다. 청와대도 책임이 크다. 지난해부터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당이 나서 달라”고 줄곧 요청해 왔고 의원 입법까지 이끌어 냈다. 그런데 최종 합의안이 나오자 “개혁의 폭과 속도가 당초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만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인기를 잃지 않는 개혁이 어디 있겠나. 청와대가 뒷짐을 지고 있는데 정부가 앞에서 뛸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최종 합의안이 나온 다음 날인 3일 오후 3시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은 “국가적 과제에 대해서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상호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낸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브리핑했다. 이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지만 주무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 정부 안팎 “靑 안나서는데 누가 앞장서 뛰겠나” ▼정부의 무기력한 모습은 공무원연금법이 당초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입법으로 추진될 때 이미 예상됐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제도를 바꾸려면 공무원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만 한다는 2007년 단체협약을 이유로 공을 국회로 넘겼다. 국회 논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연계되는 ‘여야 담합’을 지켜봐야만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의견을 낼 때마다 노조가 항의하지 않으면 여야 의원이 호통을 치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무원연금개혁특위(연금특위)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강화 내용이 함께 논의된 것은 지난해 말 국회 사회적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가 출범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복지부는 소득대체율 인상 등 공적연금 강화에 따른 재정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보험료율을 두고 혼선을 빚어 여야 정쟁의 빌미가 됐다. 복지부는 연금특위가 활동 시한을 하루 앞둔 2일 전격적으로 소득대체율 50%로의 인상을 합의안에 올린 사실도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았다. 문 장관은 “실무 기구에 복지부가 참여하지 않아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연계되는 것을 우려해 실무 기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극적 대응 전략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장관은 2일 뒤늦게 국회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이미 화살은 떠난 뒤였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예 존재감이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사회부총리는 교육, 사회, 문화 부문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며 국무총리 부재 시에는 경제부총리에 이어 2순위로 총리를 대행한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수혜자 중 상당수가 교사들인데도 교육부 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부총리는 올해 2월부터 9개 부처 장관들을 매달 소집해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주요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회의인데 연금 개혁은 한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 황 부총리 개인적으로도 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선 발언조차 한 적이 없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황 부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지역구 관리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 부총리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불발된 다음 날인 7일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에 있는 모교인 인천중학교를 찾아 일일교사 체험을 하고 지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민감한 이슈인 연금 개혁에는 아예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 금배지 지키기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남윤서 기자}

공무원·국민·군인·사학연금 등 이른바 4대 연금의 지속성에 대한 논란과 운용 부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돈을 내는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4대 연금에 대한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4대 공적연금에는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다. 특히 불투명한 미래 계획,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커지는 구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 운용 등은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대 공적연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연금 운용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 문제들부터 손대야 한다”고 말했다. ① 기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 목표가 없다 “적립금 규모가 500조 원 가까이 되는 국민연금에 명확한 장기 ‘재정 관리 로드맵’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서 근무하며 국민연금과 관련된 리서치를 담당했던 A 씨는 “정부나 국민연금공단에 적립금을 계속 쌓을지와 중·장기적인 적립금 활용 방법 등을 포함한 공식적인 재정 목표가 없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뚜렷한 재정 목표는 연금의 안정성, 예측 가능성과 직결된다. 그런 만큼 재정과 가입자 규모가 클수록 명확한 재정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4대 공적연금 중 가입자와 재정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조차 재정 목표가 없다. 적립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를 담은 재정 목표가 없다는 건 재정 목표를 세우는 작업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7일 “국민연금 적립금의 예상 고갈 시점(2060년)은 나와 있지만 재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토론, 합의 과정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지만 지난해 말 기준 약 15조7100억 원의 적립금이 있는 사학연금 역시 명확한 재정 목표가 없다. 2021년까지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정도를 예측해 놓은 수준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마찬가지다. 두 연금은 적립금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처럼 장기 재정 목표를 수립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연금에는 기본적인 재정 계획조차 없다.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 재정 목표는커녕 ‘수입과 지출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맞추겠다’ 식의 목표도 없다”며 “구체적인 균형 맞춤 원칙 정도는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합의 과정에 젊은 세대 참여시켜야 연금의 재정 목표를 마련하는 작업은 연금 가입자 간의 합의 과정이다. 문제는 4대 공적연금 모두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걷을 수 있거나 쌓아놓을 수 있는 돈(보험료와 적립금)은 줄어들고, 지급액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가 이어진다면 결국 미래세대는 어떤 연금에 가입하든 정도 차만 있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민연금의 경우도 현재 전망처럼 2060년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를 20%(현재는 9%) 이상으로 올려야만 지급이 가능하다. 또 향후 연금의 심각한 재정 부실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 보조금이 투입될 수 있는데, 이 역시 해당 시점의 국민이 내는 세금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4대 공적연금의 재정 목표 수립 과정에는 이른바 ‘2030 세대’ 등 젊은층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래의 짐’을 직접 감당해야 할 세대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추계센터장은 “공적연금의 재정 목표를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에 젊은 세대가 참여하는 건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자기중심적 결정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③ 전문인력 부족한 구조 공적연금의 재정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금이나 재정 전문가보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풍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이사장을 지낸 14명 중 기금 운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금융 전문가 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공단도 거의 고위 관료가 이사장을 맡아 왔다. 사학연금관리공단의 경우 최근 10년간 이사장을 지낸 4명 중 1명만 금융 전문가고, 나머지는 모두 고위 관료 출신이다. 공무원연금공단도 전통적으로 이사장은 고위 관료 출신이 맡았고, 2008년 이후 상임이사도 9명 중 5명이 행정자치부(행안부, 안행부) 출신이다. 공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우수한 기금 운용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처우가 어렵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 김 교수는 “지금처럼 일반 직원보다 약간 더 높은 처우를 해주는 식으로는 우수 전문인력을 유치해 운용 노하우를 배우고, 젊은 운용 인력을 양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4대 공적연금 중 기금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의 경우도 운용 전문인력 수가 200명 수준으로 적립금 규모가 작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1000명)와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65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공단 안팎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이나 대체 투자를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도 지금 인력 수준으로는 이런 투자에 과감히 나서기 힘들고, 나선다고 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이세형 turtle@donga.com·우경임·김수연 기자}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에 따라 대체 고가도로 건설이 추진된다. 이로써 서울역 철로 위를 지나는 인도와 차로가 각각 생기는 셈이다. 서울시는 7일 “대체도로를 포함한 북부 역세권 개발을 위해 코레일과 협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 민간사업자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는 2008년 코레일과 함께 중구 봉래2가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센터와 광장 8개를 조성하는 내용의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기본 구상안’을 발표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좌초됐다. 이를 다시 추진하면서 북부 역세권을 관통하는 대체 고가도로를 신설키로 한 것. 길이는 현재 고가도로(938m)의 절반(410m)이다. 이날 발표된 계획은 지난달 17∼19일 열린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 현장시장실에서 수렴한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당시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대체도로 건설’을 요구하며 현장시장실 개최를 거부했다. 서울역 주변 용산구 청파동과 마포구 공덕동 지역에는 봉제사랑방을 만들어 디자이너 소통 공간을 만드는 등 봉제산업 발전 방안도 마련했다. 용산구 서계동은 9월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해 이른 시일 내 노후화된 주택 지역을 개발할 예정이다. 중구 중림동에 있는 청소차 차고지는 올해 말까지 다른 지역으로 분산 이전한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을 통해 남대문시장 상인과 봉제공장 업주들의 반발을 달래면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와 함께 지역 재생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쟁점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를 핵심으로 하는 공적연금 강화 방안이다. 이날 표현의 명기 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퉜듯이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의 기류도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적연금 강화 부분을 제외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합의 내용은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6일 본회의가 무산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앞으로 본회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가 합의한 공적연금 강화 부분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면 이미 합의된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유지될 수 없다는 생각을 내비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명목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 방안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기존 합의안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이 7일 선출될 새정치연합의 신임 원내대표와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국민소득 명목소득대체율 50%’를 국회규칙에 명기해야 한다고 고집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뜻을 철회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문 대표가 이 발언을 철회할 명분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표는 6일 밤 전격적으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불발의 책임을 청와대, 즉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결국 민심의 향방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더 옹호할지, 아니면 공적연금 강화를 더 지지할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쉽다. 무력감을 느낀다”며 당황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하루 종일 국회에서 대기하던 이 처장은 오후 9시가 넘어 국회를 나섰다. 그는 “공무원연금이 아닌 국민연금으로까지 (논란이) 번지면서 인사처가 어떻게 개입할 여지가 없게 됐다. 팔을 비틀린 채 잡혀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미래 세대를 위한 중립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우리 세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뜻을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