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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7일 논란이 됐던 ‘세월호 특별법’의 주요 내용에 합의하고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3일 만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7일 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추천과 관련해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따르기로 합의했다.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원회에 특검 추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온 새정치연합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특검보가 진상조사위와 업무협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위의 의견이 특검 수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상조사위 구성도 야당의 의견을 수용해 총 17명의 위원 중 여야가 각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협이 각각 2명, 유가족이 3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 조사권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여야는 지난달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특검 추천권과 조사위 구성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를 지키지 못했다. 또 4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다가 증인 채택 문제로 무산된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는 18∼21일 개최하기로 했다. 쟁점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등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는 국조특위 여야 간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안산 단원고 3학년생들에 대해 정원 외 특례입학을 허용한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 학생의 대학입학지원 특별법’도 13일 처리하기로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7·30 재·보궐선거가 끝났지만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정쟁에서 벗어나 ‘불임(不姙) 국회’를 끝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국회 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재·보선 승리에 고무된 듯 새누리당은 주요 현안에 대해 강경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재·보선 패배 뒤처리에 매달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다. 20일까지 문을 열어 놓은 7월 임시국회에서도 현안 처리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7월 임시국회도 법안처리 ‘0’건 우려 5월 8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나란히 여야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오르면서 대화정치 복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실제 두 사람은 매주 월요일 정례회동을 성사시켰고, 7월 11일에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같이 만나는 등 대화정치의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뒤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5월, 6월 임시국회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고 이달 20일까지 열리는 7월 임시국회 역시 법안처리 ‘제로’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재·보선 직전인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이 불발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4일 주례회동 성사도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도 대치가 더 심해지고 있다. 여당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원회에 줘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절대 반대’라는 뜻을 고수했다. 국조특위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다.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여당 내에서 강경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의 무리한 주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3일 “새정치연합은 법과 원칙을 넘는 과도한 요구로 세월호 특별법 및 관련 국조 청문회에 대해 더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이후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내부 문제로 세월호 정국을 타개할 동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국가 대혁신 관련 법안 처리도 요원 이렇다 보니 경제 살리기, 국가 대혁신 관련 법안들도 사실상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청와대는 1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19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정파 이익과 상관없는 민생법안인 만큼 빨리 통과시키자”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야당은 “여야 간 이견이 있어서 통과가 보류된 법안들을 이제 와서 내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예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새정치연합은 의료 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이 ‘세월호 특별법은 잊자’고 하면서 자기들의 뜻만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 대혁신과 관련해 여야 원내지도부는 정부조직법,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을 8월까지 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김영란법’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 정부조직법을 심사해야 할 안전행정위원회, 경제 관련 주요 법안들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를 비롯해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9개는 아직 법안심사 소위원회 구성조차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이 학술대회 참석차 6일부터 일주일간 미국을 방문하는 등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여야 의원들의 외유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눈총을 받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국회가 말로만 ‘특권 내려놓기’를 하는 것보다는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7·30 재·보궐선거는 ‘앞으로 한국 정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정치권에 던지고 있다. ‘11-4’ 재·보선 성적표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나타났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에 따른 반사이익이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환호할 일은 아니다. 동아일보는 1일 정치학자와 전문가 10명에게 이번 재·보선의 의미, 여야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먼저 이들은 참패를 당한 새정치연합에는 “기존의 낡은 틀을 깨라”고 주문했다. 국민에게 책임 있는 ‘대안 정당’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소수 강경파, 운동권의 논리에 빠져 갈수록 민생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새누리당도 선거 결과를 국민들이 현 국정운영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과 민주당이 통합한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를 높이 내걸었다. 하지만 국민은 새정치가 무엇인지 느끼지 못했다. 계파 갈등 등 고질적인 문제점은 전략공천 파문 속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국민에게 보여줄 정체성이 없다 보니 대안적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늘 ‘국민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새정치연합이 정작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선거 기간 내내 국회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에는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국민이 경고해 주십시오’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도 민심을 냉정히 읽어야 한다. 호남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뜻 깊은 승리를 거둔 이정현 의원처럼 ‘진정성’을 보여줄 제2, 제3의 이정현을 계속 충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장철 강원대 교수는 “요즘을 공감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 의원은 주민들과의 공감을 이끌었고, 지역 주민들이 정치개혁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싹을 틔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지역주의 정당정치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 만큼 중선거구제 등 제도개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강경석 기자}

7·30 재·보궐선거 승리로 새누리당 ‘김무성호(號)’가 본격적으로 출항하게 됐다. 재·보선 때문에 미뤄놓았던 당직 개편이 첫 신호탄이다. 31일 윤상현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물꼬를 텄다. 5월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총장으로 임명된 만큼 김 대표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직 개편은 김무성 대표 체제를 정비하는 첫 단추다.○ 사무총장은 PK 출신 배제할 듯 김 대표는 이날 대표 비서실장에 재선의 김학용 의원을 임명했다. 비서실장은 당 대표의 의중을 전달하는 노른자위 자리다. 김 의원을 발탁한 배경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의 혁혁한 공(功)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다음 관심은 당 조직과 인사를 주무르는 사무총장 인선이다.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은 위상이 큰 만큼 청와대와의 소통 창구 역할도 맡아야 한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인 윤 총장이 이날 “최선을 다했고 소임을 다했다”며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김 대표는 후임 인선에 부담을 덜게 됐다. 김 대표는 이번 주말까지 주변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주초 당직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그동안 “소외감을 느껴온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주요 당직 인선에서 김 대표의 출신 지역인 부산·경남(PK) 출신 인사는 가급적 배제하면서 지역 안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총장 후보군은 3선급에서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TK) 출신인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 수도권에서는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병) 등의 이름이 나온다. 경남 통영-고성의 이군현 의원은 PK 출신이지만 친이(친이명박)계와의 화합 차원에서 물망에 오른다. 일부 인사에 대해선 전대 과정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돈다. 하마평이 끊이지 않는 유승민 의원은 “총장직 제안이 온 적이 없고 할 뜻도 없다”고 밝혔다. 호남과 청년층을 배려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도 관심의 대상이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성태 조해진 의원(이상 재선)과 안형환 전 의원은 사무부총장 등 당직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경제 살리기’와 당 내부 혁신 강력 추진 김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 살리기와 새누리당 혁신 방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재·보선 유세에서 꾸준히 ‘경제 살리기’를 강조해 민심을 파고들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새 경제팀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당정청 협의를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의 관계는 당분간 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수평적 당청(黨靑)관계를 만들 기반은 마련됐지만 지금은 경제 살리기, 국가 대혁신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힘을 모을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협력은 하되 수동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혁신과 관련해서는 공천제도 개혁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당원이 주인인 당을 만들겠다”며 상향식 공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이준석 당 혁신위원장과의 영상대담에서도 “(앞으로) 절대 전략공천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한 측근은 “억울한 사람이 없는 공천제도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의 남자’가 야당의 안방에서 철옹성 같은 지역주의 벽을 깼다. 7·30 재·보궐선거 전남 순천-곡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새누리당 계열 정당이 광주 전남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한 것은 처음이다. 호남권 전체에선 1996년 15대 총선 이후 18년 만이다. 재·보선 선거구 15곳 가운데 새누리당은 11곳에서 승리해 압승했다. 이로써 안정적 과반인 158석을 확보하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 3곳을 포함해 4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최대 이변을 만들어낸 이정현 의원은 “호남에 예산 폭탄을 안기겠다”는 공약을 던지며 바닥 민심을 흔들어 놓은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의 승리로 경제 활성화와 국가대혁신을 내건 여권의 국정운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경제를 활성화시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달라는 국민의 뜻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재·보선에서 패배한 새정치연합은 내부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선거 패배 책임론 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31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당 쇄신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목소리가 커지며 야권 내부는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 심판론에 너무 매달린 데다 권은희 전략공천 파문 등을 겪으며 역풍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으로서도 인사 파동,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 수사 등 악재가 많았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지면서 ‘야당 심판’으로 바뀐 셈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공천에 대한 반발을 효과적으로 당내에서 관리하고 제어하지 못한 것, 권은희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패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6곳 중 새누리당은 5곳에서 승리했다. 서울의 유일한 선거구인 동작을에선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인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꺾었다. 야권의 대선후보군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는 이번에 새누리당 정치 신인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역대 재·보선은 정치 거물들의 복귀 무대였다는 점에서 ‘재·보선의 철칙(鐵則)’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권은 수도권 선거구 3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며 바람을 일으키려 했지만 경기 수원정(영통)에서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만 당선되는 데 그쳤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 기자}

“내가 너를 어떻게 믿느냐?”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불쾌한 것은 물론이고 혈기왕성한 나이라면 주먹질이 오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은 인격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같이 무서운 단어인 ‘불신(不信)’이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미친 영향이 크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세월호 안에서 기다리다가 304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대참사의 트라우마가 국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사고를 미리 막지 못했고, 침몰하는 배를 지켜보면서도 승객을 구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졌다. 해경은 책임을 피하려고 “‘탈출하라’고 방송했다”는 허위 문서까지 만들었다. 탐욕 때문에 안전을 소홀히 한 기업, 정확하지 않은 뉴스를 전한 언론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수사기관들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추적하고 있다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이미 오래전에 숨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검경이 서로를 믿지 못해 핵심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바람에 유 전 회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날려버렸다. 이렇다 보니 DNA를 분석하고 지문까지 확인했지만 여전히 ‘유 전 회장이 정말 사망한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민 10명 중에 6명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국민이 정부도, 언론도, 기업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럴 때 아파하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정부가 잘못한 점은 날카롭게 따져 책임을 묻고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이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치가 불신을 더욱 조장하는 형국이다. 신뢰를 얻으려면 적어도 공개적으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런데 여야 원내 지도부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다. 협상 과정에서 여야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아의 대치가 길어지고 있어 8월까지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유병언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약속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정치인을 꼽은 국민은 0.8%에 불과했다. 단연 꼴찌다. 정치인을 포함해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치인을 가장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신뢰 회복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새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15명의 국회의원들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유세 기간에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공약부터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게 순서일 듯하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7·30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8일 여야는 자체 판단한 선거 판세를 점검하며 막판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대상 15곳 중 8곳을 우세 및 경합우세로 보고 막판 승기 다지기에 주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우세 및 경합우세가 6곳이지만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지지층이 결집해 반전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추악한 야합 심판 vs 세월호 무능 응징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새누리당은 ‘민생경제’를, 새정치연합은 ‘무능정부 심판론’을 각각 내걸었다. 막판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표심을 잡기 위한 프레임 전쟁이 불붙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경제팀 출범과 관련해 “강력한 경기부양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정치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추악한 뒷거래’로 규정해 여권 지지층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새누리당이 원내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경제활성화 정책과 국가대혁신을 위한 법안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적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 정부와 검경(檢警)의 무능,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새누리당의 소극적 태도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무능 정부’ 심판론으로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려는 포석이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접전 지역인 경기 김포에서 최고위 회의를 주재하며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려줘야 집권세력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층 잡기 위한 막판 프레임 전쟁 여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난타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종북(從北)연대’를 거론하며 야권의 추가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견제했고, 새정치연합은 소속 의원들을 세월호 특별법 대응팀에 배치하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경기 평택을 유의동 후보사무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데 이어 ‘반바지’ 유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제히 흰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에 빨간 카우보이모자, 빨간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것. 추가 단일화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1차로 단일화한 동작을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통합진보당 후보와 손잡은 김종철 노동당 후보와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결국 제2차 종북연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경기 김포의 김두관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수원을 중심으로 전국을 오가며 후보 단일화 효과 확산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의원들은 재·보선 지원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협상독려팀’으로 나눠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안 공동대표도 오전 부산으로 내려가 해운대-기장갑 윤준호 후보를 지원 유세한 뒤 오후에는 김포로 올라와 김 후보의 선거운동에 힘을 보탰다.장택동 will71@donga.com·고성호·손영일 기자}

7·30 재·보궐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을 맞아 여야 지도부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야권연대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선거 막판에 이뤄진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비판했고, 야권은 “새누리당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 새누리당, “경기 부양 위해선 과반 의석 필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7일 남성역, 남성시장, 태평백화점 등 서울 동작구 일대를 샅샅이 누비면서 나경원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경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원내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경기 평택과 수원을 돌면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지원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강력 비판하며 ‘지역일꾼론’ 부각에 주력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정치연합 서울 동작을 기동민 전 후보 사퇴에 대해 “패륜 공천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전략 공천한 후보를 사퇴시킨 것은 더 가혹한 ‘2차 패륜’”이라며 “야당의 야합 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표차로 심판해 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 후보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동작에서 태어난 후보”라고 소개했다. 또 수원정(영통) 임태희 후보에 대해서는 “경제선거구에 경제전문가를 내보낸 것”이라며 ‘지역 참일꾼’임을 강조했다. ○ 새정치연합 “변화 거부 세력 표로 혼내야” 새정치연합은 27일 김한길 공동대표는 경기 김포, 박영선 원내대표는 수원을 시작으로 수도권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텃밭인 전남 순천으로 달려가 서갑원 후보 동행 유세를 펼쳤다. 안 대표는 순천 아랫장 유세에서 “꼭 서갑원을 당선시켜 새로운 순천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주승용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낙선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국회의원보다는 국무위원(장관)이 되는 것이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에 달려간 것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지지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강력한 경고음을 울려줘야 집권세력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제대로 변화할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집권세력을 표로 혼내달라”며 심판론을 폈다. 정의당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진 서울 동작을은 지도부가 유세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문재인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개인’ 자격으로 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고문단으로 활동하기로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배상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손해배상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며 “국가가 일단 (보상·배상액) 전액을 대납해주고 나중에 받자고 (세월호 특별법을) 설계하고 있는데 일반사고에 비해서는 상당히 특별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재단과 기념관 설립, 세제 혜택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소한 천안함 피해자들보다 더 과잉 배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사법의 기본체계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국가가 먼저 배상해 준 뒤 (사고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소송절차도 법원에 가서 받는 절차보다 훨씬 간편한 특례 절차를 하는 걸로 돼 있는데 이것만 해도 특혜성이 있다”며 “새로운 손해배상 체계가 처음 생기는 것인데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주 의장의 발언을 집중 성토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는 것이 어떻게 특혜냐”고 반문하면서 “(주 의장 발언은)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적폐, 반사회적 패륜”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한정애 대변인도 “세월호 특별법의 주된 내용인 진상규명, 진실을 밝히겠다는 내용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층 일각에서는 “주 의장의 발언은 국가 배상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22일 야권 단일화 승부수를 던졌다. 노 후보는 이날 지역 선거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4일까지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사퇴하고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 시한을 정해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자고 새정치연합에 최후통첩한 것이다. 24일은 사전투표 실시일(25, 26일) 하루 전날이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측은 “두 후보의 단일화는 지역 주민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재·보선 구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노회찬, “24일까지 단일화 실패 땐 후보 사퇴” 노 후보는 “나는 내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새정치연합 후보가 응하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나라도 물러나서 단일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에 미온적인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압박하는 한편 후보 사퇴라는 배수진을 쳐 향후 정치적 명분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노 후보의 제안은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자신이 기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동작을에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노회찬밖에 없다”며 “승산도 없는 게임에 박원순 시장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철저히 잘못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동작을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자니 기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 단일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단일화 제안을 거부하자니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앙당과 기 후보 캠프는 또다시 서로에게 결단을 떠넘기고 있다. 당내에선 동작을과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출마한 경기 수원정의 단일화 ‘빅딜’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천 대표는 23일 오전 11시 수원에서 하려던 기자회견을 하루 연기했다. 야권 연대 논의에 다시 불이 붙자 새정치연합의 대응책을 지켜보며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충청권에서 유세 맞대결 여야 지도부는 22일 충청에서의 유세 대결로 하루를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전 대덕의 정용기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 추진과 회덕 나들목 신설 공약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새누리당의 총선·지방선거 공약이었다”며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 주시면 국민과의 약속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울산 남을, 부산 해운대-기장갑을 잇달아 방문해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경기 수원을 거쳐 충남 서산-태안을 찾아 조한기 후보 유세전을 펼쳤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안 대표는 서산터미널 유세에서 “조 후보는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아는 후보다. 국회로 보내 새로운 서산-태안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1층에서는 본관 전면 안내실 개소 행사가 열렸다. 1975년 국회의사당 건립 이후 줄곧 국회의원 전용 출입구로 이용됐던 문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뜻 깊은 일이라고 국회 측은 설명했다. 이어 국회 본관에서 제66주년 제헌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귀빈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국회사무처 직원들 사이로 울분에 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껍데기 보여주기는 이제 그만하라!” “웃지 말고 아이들, 유가족 얼굴 좀 보고 가라. 제헌절이 뭐 하는 날인가!” 나흘째 단식농성을 벌이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 맺힌 절규였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등한시하면서 전시성 행사에 매달리는 이중적인 국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은 입법부인 국회로서는 생일 같은 날이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다 끝내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는 21일부터 30일간 7월 임시국회를 열고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혁신’이 국정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만들자는 공감대 속에 ‘해피아’ ‘철피아’ 등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민관 합동 범국민위원회 설치도 추진 중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5월 30일 취임 직후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필요한 법을 제정 및 개정하고, 국민의 마음을 모으며 혁신을 주도해야 할 국회만 유독 변화의 무풍지대(無風地帶)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회는 5, 6월 임시국회 기간에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불임(不姙) 국회’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국회 혁신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기초선거 정당 공천’ 문제도 결국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고, 겸직 금지를 핵심으로 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흐지부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 혁신의 골격이 될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유병언법’에 대한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국민을 대변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득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원래 인사 문제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하루 만에 임명 강행에서 사퇴로 오락가락하자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핵심 권한인 인선이 ‘널뛰기’를 한 배경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초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임명 강행에 무게를 뒀으나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전방위로 압박하자 박 대통령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에 분위기 반전 새누리당은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를 열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A 의원은 새누리당 B 의원에게 “정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해 추가로 폭로할 게 있다. 정 후보자를 사퇴시키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메시지는 이후에도 2, 3차례 전달됐다고 한다. 당시 야당은 정 후보자의 신상 문제와 관련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인사의 증언을 녹취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 낙마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인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도 야당이 관련자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전해들은 B 의원은 청와대에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했다. 당시 청와대는 “특정인의 주장일 뿐이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15일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사실상 공식화하자 야당은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날 교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16일부터 ‘인사청문회 시즌2’를 시작하겠다”며 “정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계속 제기해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압박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한 라디오에서 “정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제보들이 있다”며 “교문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정 후보자에게 더 큰 압박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입에 담기 싫은 내용’에 대한 각종 설(說)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2시간여 뒤 정 후보자는 결국 사퇴했다.○ 여당도 청와대에 잇단 문제 제기 청와대 내에서는 당초 정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해 정 후보자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동정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은 임명 강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한 이후에도 자칫 ‘검증 국면’의 늪에 빠져 국정동력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잇단 문제 제기도 박 대통령이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15일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 당시 “지도자는 결국 인사로 평가받는다”며 “현재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 부분을 잘 헤아려 달라”고 총대를 멨다. 김무성 대표도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인사가 쉬운 것이 아니더라. 본인도 가족도 그렇고(고사하는 일이 많고), 결국 사람 찾기가…”라며 정 후보자와 관련해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공식 회동이 끝난 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5분가량 독대를 하면서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속 깊은 얘기를 나눴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오전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 도중 당직자의 메모를 전달받은 뒤 정 후보자의 사퇴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 보도자료를 내기에 앞서 김 대표에게 ‘사퇴 방침’을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도 막판까지 고심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에 여당 지도부마저 등을 돌리자 정 후보자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특히 정 후보자 측은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입에 담기 싫은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이날 이른 아침 측근들에게 “야당이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해도 일단 야당이 문제를 삼으면 사람들은 사실이라고 믿고, 가족들도 큰 상처를 받는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장관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퇴 보도자료에서 “다 설명 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야당이 이미 제기했거나 추가 폭로할 내용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계속 고심하고 있는 데다 정 후보자도 물러날 뜻을 비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진사퇴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 후보자는 오전 9시가 넘어 ‘사퇴 보도자료’를 문체부에 넘겼다. 박 대통령은 오전 11시경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하는 것으로 ‘2기 내각 인사 파동’을 일단락 지었다.○ 인적 쇄신에 발목 잡힌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석 달 만인 이날 2기 내각을 출범시켰지만 정 후보자의 사퇴로 빛이 바랬다. 세월호 참사 11일 만에 정홍원 국무총리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시작된 ‘세월호 인적 쇄신’은 박 대통령에게 ‘악몽’이었다. 국무총리 후보자들이 도덕성 문제와 자질 시비로 잇달아 낙마하자 사의표명 60일 만에 정 총리를 유임하는 사상 초유의 선택을 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지명자(총리 및 장관급) 중 낙마한 인사는 정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4명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가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떨어진 국정동력은 더 힘을 잃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집권 2년 차의 한 분기를 국정 공백 상태로 날려버린 것도 뼈아프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또다시 대통령의 측근들이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면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도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통령의 인식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고성호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 취임한 첫날을 돌아보는 대목에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스스로 굉장히 엄숙해지더라.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져 마음의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런 탓인지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인연을 맺어가고 싶냐”고 묻는 대목에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그동안 애증(愛憎)을 떠올리며 5초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어 “나는 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정치 인생의 반을 바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기간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인사)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우던 태도에 비해 한발 물러선 모습이었다. ―대통령께 김 실장 교체를 건의할 생각이 있나. “더 이상 내가 뭐라고 얘기하는 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만, 스타일이 바뀌면 된다.” ―어떻게 바꿀 수 있다고 보나. “(김 실장과 나는) 너무나 잘 아는 사이다. 내가 평의원이었던 시절엔 (김 실장과) 소통이 안 됐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다. 과거 좋았던 사이이기 때문에 수시로 연락해서 의견 교환도 하고 서로 대화하면 다 풀릴 일이다.” ―오늘 낮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하면서 진솔한 얘기는 많이 나눴나. “앞으로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정청 회의를 좀 자주 하자고 얘기가 됐다.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들, 그리고 야당하고도 자주 만나야 한다는 데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내가 야당과 대통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박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앞으로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있나. “지금은 그런 ‘핫이슈’가 없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도 사실 대화 부족이었다. 모든 건 대화하면 다 풀리게 돼 있다.” ―당청관계 어느 정도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는데…. “작은 갈등을 두려워하면 일이 안 된다. 서로 잘하려고 격돌하는 거 아니겠나. 부부간 소통도 싸움이다. 그동안은 그런 시도조차 없었다. 그런 말도 못하면 우리가 왜 국회의원 해야 하나.” ―최근 친박(친박근혜) 주류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선 당시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박 대통령을 만들었다. 소위 친박 실세라는 사람들이 진정 대통령을 위한다면 뒤로 물러나 앉는 게 정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잘 안 되잖아. 그러니까 나머지 사람들이 우리도 열심이 뛰었는데 우린 이게 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냐. 나는 대선 총괄책임을 맡았던 사람이다. 대선을 성공시킨 나를 비박(비박근혜)이라고 하면 뭐가 되느냐. 친박 실세란 사람이 전화 걸어 만나자고 해서 의견이라도 물어봐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친박, 비박의 구분이 쉽게 없어질까. “우선 국민이 듣기 싫어한다. 없어져야 한다. 언론이 붙인 용어다. 나 스스로 비박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언론에선 비박 좌장이라고 부르지 않나.” ―7·30 재·보궐 선거 승리 조건은…. “4석 이상만 얻으면 승리라고 생각한다. 의석 과반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잘하면 더 많이 얻을 수도 있다.” ―야당이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한 것은 어떻게 보나. “잘못된 공천이다. 법 위반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나. “우선 대통령 임기 1년 5개월 됐는데 대권 운운하는 거 자체가 시기상 맞지 않다. (손을 저으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당 대표를 성공적으로 잘 끝낼까 생각뿐이다.” ―언제쯤 마음을 정할 생각인가. “(웃으면서) 2년 임기 채우고 난 뒤지.” ―임기 2년인 만큼 2016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 공천을 주도하나. “분명히 총선 공천은 내가 주도한다.”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전부 행사하지 않고 전부 돌려줄 거다. 상향식 공천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의) 공천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다. 내가 (공천 탈락) 2번이나 당한 사람 아니냐. 완벽한 상향식 공천은 오픈프라이머리다. 야당과 협의해서 법을 바꿔야 한다.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확립하겠다.” ―가장 신경 쓰는 정부 정책이 무엇인가. “(품속에서 전당대회 당일 연설문을 꺼내며) 이게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다 쓴 것이다. 듣는 사람들은 지겨웠을지 모른다. 그래도 지겹더라도 얘기를 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정치권에서 자꾸 표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표(票)퓰리즘에 빠져 과잉복지를 내세우는 게 제일 큰 고민이다. 정치권에서 가계부채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각에) 가면 잘할 것이다. 이제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국회에서부터 법을 만들어 해결해줘야 한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신임 대표(사진)는 15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 강행 기류에 대해 “전당대회에 올인(다걸기)하다 보니까 정보가 부족해 얘기를 할 수가 없다”며 “이완구 지도부가 알아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청와대는 정 후보자의 문제점이 오해와 과장이라고 판단해서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당이 국회 모독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선 “사실 거기(정 후보자 문제)에 대한 판단은 물어보고 알 정도다. 잘 모르겠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인사(人事)가 잘못돼 지난 1년 반 그 소중한 시기를 놓쳤다”고 비판한 뒤 “지금 수출은 어느 정도 되는데 내수가 엉망이다. 야당과 합의해서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인사 논란의 표적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내가 챌린저(당권 도전자)일 때하고, 당 대표로서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미 대통령이 같이 일하겠다고 결정한 이상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비주류 좌장’으로 불려온 그는 ‘친박(친박근혜) 주류’에 대해 “그동안 밥 한 끼 먹자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자기들끼리 모여 속닥속닥(하는 것이)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차기 대권 출마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내 마음으로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내가 또 ‘아니다’라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새로 구성된 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직후 김 대표와 5분간 독대했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따로 불러 대화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독대에서 향후 당청(黨靑) 관계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문제에 대한 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사전 조율설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날 김 대표는 미리 청와대 인왕실 입구에 서서 기다리다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김 대표와 악수를 하며 “축하한다. 고생 많으셨다”고 말한 뒤 참석자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 조만간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도 새 지도부가 출범하고 해서 같은 시기에 같이 출범을 하게 되면 처음부터 호흡을 맞추기가 좋을 수도 있다”고 평가한 뒤 “호흡을 맞춰 국가적으로 큰 과제인 경제 회복과 국가 혁신을 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진심’을 강조하며 주요 국가과제에 대한 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 해소 등을 언급한 뒤 “나는 개인 욕심이 없다.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인사난맥상을 집중거론하며 김기춘 실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잘 협조해주고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 보자, 젊은 청년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서비스 산업과 관련된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 같이 좀 잘해 나가자 그런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과거 수출진흥확대회의처럼 대통령이 일자리 늘리는 회의를 주도해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기업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투자해 외국으로 빠져나간 일자리가 많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말씀드렸지만 우리 모두는 ‘풍우동주(風雨同舟)’”라며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대통령 잘 모시고 잘하겠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당 새 대표에 비주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선출됐다. 2년 임기의 ‘김무성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친박 주도의 당 리더십과 함께 수직적 당청(黨靑) 관계가 재편되는 등 여권의 권력 지형이 근본적으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는 선거인단(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쳐 총 5만270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3만8293표를 얻은 2위의 서청원 의원과는 1만4413표 차였다. 김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모두 1위를 차지해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서 의원을 앞섰다. 김태호 의원은 총 2만5330표를 얻어 3위로 약진했다. 이어 4위 이인제 의원(2만782표), 5위 홍문종 의원(1만6629표), 6위 김을동 의원(1만4590표) 순이었다. 하지만 여성 후보자 중 최다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는 당규에 따라 김을동 의원이 최고위원이 됐고, 원조 친박(친박근혜) 홍 의원은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단은 이번에 선출된 5명과 당연직인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으로 구성됐다. 김 대표는 조만간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게 된다. 지역과 세대를 배려하는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의 ‘맏형’ 역할을 해온 서 의원이 득표율에서 김 대표에게 8.1%포인트 뒤지면서 당권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고, 친박계 중진 홍 의원이 최고위원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친박계의 퇴조가 확연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와 같은 친박 진영의 독주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비주류로 분류돼온 김 대표와 김태호 의원, 이 의원이 최고위원에 합류하게 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 체제’는 위기에 몰린 여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은 친박계 주류와의 갈등을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당장 보름 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궐선거에서 적어도 4곳 이상에서 승리해 과반 의석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새 대표 체제의 숙제다. 김 대표는 이날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며 “풍우동주(風雨同舟)라는 표현처럼 어떤 비바람이 불더라도 우리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서 의원은 “(김 대표) 옆에서 경륜과 경험을 쏟아서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가 잘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전당대회장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경선 과정에서 주고받은 서운한 감정은 모두 잊고,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함께 사퇴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직후만 해도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는 ‘어렵더라도 정 후보자를 안고 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청문회 당일 폭탄주 회식’ ‘사무실 무상 임대’ 논란 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2.3%였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13일 채널A의 ‘논설주간의 세상보기’에 출연해 정 후보자와 관련해 “가능한 한 낙마하는 분들이 적었으면 한다”며 “이 문제는 대통령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월요일(14일) 동료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와 가족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불법비자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김 후보자 임명이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고 정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은 14일이다. 국회가 이때까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수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야당이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후보자의 문제점이 몇 가지 더 있다”며 추가 의혹 폭로를 예고했다. 여당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기류 변화는 없다’며 정 후보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는 11일 오전 회의를 열고 정 후보자와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참석을 거부해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야당은 두 후보자 모두에게 부적격 결론으로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요구했고 우리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간사 김태년 의원은 “자격 없는 분을 올려놓고 ‘한 사람이라도 살려 달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맞섰다. 여권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강행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결론을 낸 상태다. 여론도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59.7%인 반면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에 불과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 내부의 평가도 악화되고 있다. 일부 여당 교문위원들 사이에서는 “명백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보다 정 후보자가 더 심각하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발언을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며 아직은 정 후보자를 옹호하고 있다. 정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대통령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정을 정상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주말에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당의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은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되지 않은 또 다른 의혹이 있다고 압박했다. 김태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결단하거나 정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의혹을 추가로 공개해 사실상의 청문회를 계속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정 후보자를 겨냥해 “위증은 가장 큰 결격 사유”라며 “정치 공세가 아니라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절대 불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당 대표들도 공격에 가세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하자투성이 후보자들을 지켜보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출항조차 못한 채 침몰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후보자의 전력과 행태가 낯 뜨겁다”고 꼬집었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10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끝으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해 사실상 박 대통령의 결심만 남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큰 문제가 없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김 후보자를 더이상 옹호하기는 어렵다’는 부정적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김 후보자가 이르면 11일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교육부 장관 후보 후임자를 물색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 문제를 마무리한 뒤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인사 파동’ 국면의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야당의 임명 재고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해 불통(不通) 논란을 불식하고 야당과 대화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정 후보자에 대한 기류는 복잡하다. 음주운전 전력과 정치 편향적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 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문회 위증 논란에 휘말린 정 후보자에 대한 싸늘한 시선도 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로써 8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 후보자, 정 후보자를 제외한 5명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7·30 재·보궐선거’다. 15석을 새로 뽑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보선이다. ‘미니 총선’을 넘어 ‘준(準)총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재·보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당은 과반 의석을 지키기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야당은 여당의 과반 의석을 무너뜨리고 선거를 통해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공천 전쟁’도 뜨겁다. 이른바 ‘동지’라는 사람들끼리 날을 세웠고, 상대방의 후보가 누구인지 보면서 공천을 정하는 ‘눈치작전’, ‘돌려막기’가 횡행했다. ‘어느 실세가 누구를 밀고 저 사람은 어떤 이유 때문에 안 된다’라는 등 온갖 설이 나돌았다. 선거에서 후보 공천은 정당의 본질적 기능이다. ‘정당법’에도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지향하는 만큼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굳이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렇더라도 ‘왜 한여름 휴가철에 준총선을 치러야 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재·보선 대상 15석 중 5석은 각종 범죄로 의원직을 잃어서 실시되는 ‘재선거’이다. 범죄자가 된 5명의 의원과 그들을 공천한 정당 때문에 국민은 짜증을 감수하며 다시 투표장을 찾아야 한다. 선거 관리에만 46억여 원의 혈세가 들어간다. 정작 이런 원인을 제공한 정당과 당사자들이 국민에게 사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원인 제공자가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반성론이 정치권 내에서 잠시 나오기는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나머지 10석은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포기하면서 실시되는 ‘보궐선거’다. 이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조차 없어 보인다. ‘또 하나의 정치적 선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의 불편과 혈세 낭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재선거나 다를 것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을 하겠다는 뜻을 가진 사람이라면 애초에 국회의원에 도전하지 않은 것이 맞다. 정치는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각 정당이 선거 전략에 집중하더라도, 한편으로는 대규모 재·보선이 치러지게 된 것에 대해 국민에게 미안한 척이라도 하는 게 정치적 도의에 맞을 것이다. 다시 정당법에 있는 정당의 정의를 살펴보자.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가장 앞에 있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