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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국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26일부터 실시될 예정이었던 사상 첫 ‘국정감사 분리 실시’가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당초 26일부터 9월 4일까지 1차 국감을 실시하고, 10월 1∼10일 2차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는 통상 10월에 ‘원 샷’으로 20일간 국감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모든 기관에 대한 국감을 몰아서 하다 보니 국감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고, 새해 예산안을 충실하게 심사할 시간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리 국감을 제안했고 새누리당이 공감하면서 6월 여야 원내대표 간에 국감을 분리해 실시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26일부터 1차 국감을 시작하려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25일 본회의를 열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본회의를 열지 못하면 법을 개정할 수 없고 분리 국감도 사실상 물 건너간다. 분리 국감 실시를 제안했던 새정치연합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우선’이라는 당내 기류가 강해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국감 분리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최근 소속 의원 130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약 80%가 국감을 연기하거나 예년처럼 한 차례에 몰아서 실시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거부한다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국감을 실시하겠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그렇다고 단독으로 강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24일 “실제 단독 국감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분리 국감이 무산되면 당장 새해 예산안 심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부터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예산안이 자동 상정된다. 정쟁 때문에 국회가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기는 악습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이 때문에 국회는 당초 2차 국정감사 직후인 10월 13일부터 상임위별로 예산안 상정 등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0월에 한꺼번에 국감을 진행하면 예산안 심사 일정이 촉박해진다. 자칫 예산안 자동 상정 실시 첫해부터 정부 제출 예산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올라가는 씁쓸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 기자}

한때 정치권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혁신이란 말은 개혁보다 어감이 더 강하고 속도감이 느껴진다. 관행과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 탈바꿈을 하겠다는 뉘앙스가 내포돼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대혁신’을 국정 운영의 화두로 던졌다. 새누리당 지도부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입을 모아 ‘보수 혁신’을 외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대책기구 이름을 ‘국민공감혁신위원회’라고 지었다. 정치권에서는 7·30 재·보궐선거 이후 2016년 4월까지 큰 선거가 없는 20개월 동안 여야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혁신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예전만큼 자주 귀에 들리지 않는다. 무게감도 줄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쟁’ 속에 혁신이 매몰돼 가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국가 대혁신의 근간이 될 정부조직법과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등 법안들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구체적인 혁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국민공감혁신위원회는 외부인사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어 아직 닻도 올리지 못한 상태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혁신, 쇄신, 개혁 등의 이름으로 ‘확 바꾸겠다’고 시도한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최근 사례로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영입해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운영했다. 2013년 3월 당시 민주통합당은 정치혁신위원회에서 혁신안을 내놨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뭐가 바뀌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혁신안이 나왔지만 말과 글로 끝났을 뿐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혁신 전문가인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는 “실행이 핵심이다. 혁신은 그냥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을 실행하려면 시기가 중요하다. 너무 급하게 혁신을 하려다가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지만 때를 놓치면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혁신을 이끄는 지도층의 힘이 떨어지면 혁신으로 잃게 되는 것이 있는 사람들의 저항을 이겨내기 어렵다. 한 예로 여야 지도부가 공천 혁신 방안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출범 2년 차이고, 새누리당은 대표가 새로 바뀌었고,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패배 이후 변화를 갈망하고 있어 정치권 혁신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말(言)이 아니라 발(足)로 정치권이 혁신에 나서기를 기대한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13일 국회 본회의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재협상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에 공을 넘겼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할 경제 활성화 법안 등 국정 현안들도 줄줄이 발목이 잡혔다.○ 與 “재협상 불가” vs 野 “여당이 풀어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장우 의원은 “야당이 협상안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며 “친노(친노무현)·강경파들이 문제”라고 비난했고, 유기준 이한성 김용남 의원 등도 “재협상은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국회 몫 4명 가운데 3명을 양보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은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공개 발언을 한 22명의 의원 가운데 ‘정국을 풀기 위해 야당에 양보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의원은 2, 3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야당과 협상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협상이라는 용어를 쓰지 마라. 여야 원내대표 간 기존 합의를 훼손하지 말라는 게 의원들 대다수의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정치는 대화이고, 대화는 항상 해야 한다”며 대화의 통로를 닫지는 않았다. 국회 마비에 대한 여론의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여당에 책임을 넘겼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혁신공감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제는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건 중도파로 분류되는 김성곤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법은 이성으로 만들지만 정치는 가슴으로 하지 않느냐”며 대승적 양보를 촉구했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서 “정치력이 출중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해결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생법안 분리 처리 놓고 여야 신경전 이날 본회의 개최가 무산됨에 따라 18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국조특위 청문회, 경기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대학 특례입학 특별법,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법안 통과 등도 모두 미뤄지게 됐다. 26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1차 국정감사 일정도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관련 합의를 야당이 파기한 만큼 시급한 민생법안을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당장 급한 민생경제 법안을 세월호와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민생법안 연계 처리 얘기는) 단 한 번도 오간 적이 없다”면서 “새누리당이 그런 것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적극 환영한다. 새누리당은 연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일각에는 여전히 ‘선(先)세월호 특별법 처리, 후(後)민생법안 처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단원고생 특례입학, 1차 국정감사 등은 시한이 촉박하고 무산될 경우 여야 모두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18일경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취임 100일 맞는 이완구-박영선 리더십 위기 5월 8일 나란히 선출된 이 원내대표와 박 위원장은 1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두 사람은 ‘대화정치 복원’을 추진했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을 성사시켰다. ‘찰떡궁합’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처리 합의 날짜를 두 차례나 어겼고, 합의 내용이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14일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모두 ‘100일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원내대표’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하면서 정국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회담은 취소됐고, 13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해 열기로 했던 국회 본회의도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치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 새누리당은 1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사실상 합의 파기’로 규정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정치연합이 양당 원내대표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본다.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지만 당장 극적인 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열리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고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13일 국회 본회의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대해서 책임도 져야 한다”며 “정국을 풀기 위해 해드릴 일은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가 마비되면서 주요 법안 처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했던 관광진흥법 등 19개 민생법안 역시 표류가 불가피할 것이다. 18,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할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대입 특례입학 특별법 등도 발등의 불이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 기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1일 의원총회에서 나흘 전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 내용을 추인하지 않고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백지화하고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의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와 세월호 청문회의 18∼21일 개최가 불투명하게 됐다. 여야는 12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절충을 시도할 방침이지만 진통이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합의 파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어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후유증 수습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또다시 당내 강온 갈등의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총에서 4시간 반 동안 격론을 벌였다. 다수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원회의 특별검사 추천권도 관철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재협상을 주장했다. 의총 직후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4시간 반에 걸친) 의원총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바라는 유가족과 국민의 동의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다”며 “박영선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다시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7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추천 절차,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방식 등 11개 항에 합의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조사권 부여, 야당에 특별검사 추천권 부여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이 원내대표와 만나 세월호 특검 추천 절차를 이번에 한해 예외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특검추천위원회 7명 중 여여가 2명씩 4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는 현행 규정을 바꿔 야당이 4명 중 3명을 추천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임의로 법을 바꿀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 추후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비서관 등을 국조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에서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 증인 채택을 함께 합의하는 ‘패키지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합의 정신을 위배한 발목잡기”라고 맞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부정부패 척결의 기본이 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은 8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할 때”라며 “이것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이냐. 정치권 전체가 책임질 일”이라고 비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이재명·손영일 기자}
올해 임시국회가 잇따라 소집되면서 사실상 ‘연중무휴 국회’가 이어지지만 효율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 따르면 10일 현재 올해 222일 중 국회가 열린 날은 170일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임시국회가 올해 1월 3일 끝난 뒤 2월부터 매달 임시국회가 소집됐기 때문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국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제327회 국회가 19일 끝나면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상태다. 9월 1일부터는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려 12월 10일까지 진행된다. 통상 여름 휴식기인 8월에도 올해는 일정이 많다.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18∼21일), 국세청장(14일)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19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이 열린다. 올해 처음으로 국정감사가 분리 실시되면서 26일부터 1차 국감이 시작된다. 수치상으로는 ‘일하는 국회’로 보이지만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다 6·4 지방선거, 7·30 재·보궐선거를 치르느라 5월 이후 법안 처리는 ‘제로(0)’ 상태다. 여야는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13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키기로 다시 합의했지만 야당 내에서 반발이 거세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여야가 7일 논란이 됐던 ‘세월호 특별법’의 주요 내용에 합의하고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3일 만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7일 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추천과 관련해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따르기로 합의했다.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원회에 특검 추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온 새정치연합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특검보가 진상조사위와 업무협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위의 의견이 특검 수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상조사위 구성도 야당의 의견을 수용해 총 17명의 위원 중 여야가 각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협이 각각 2명, 유가족이 3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 조사권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여야는 지난달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특검 추천권과 조사위 구성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를 지키지 못했다. 또 4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다가 증인 채택 문제로 무산된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는 18∼21일 개최하기로 했다. 쟁점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등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는 국조특위 여야 간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안산 단원고 3학년생들에 대해 정원 외 특례입학을 허용한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 학생의 대학입학지원 특별법’도 13일 처리하기로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7·30 재·보궐선거가 끝났지만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정쟁에서 벗어나 ‘불임(不姙) 국회’를 끝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국회 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재·보선 승리에 고무된 듯 새누리당은 주요 현안에 대해 강경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재·보선 패배 뒤처리에 매달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다. 20일까지 문을 열어 놓은 7월 임시국회에서도 현안 처리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7월 임시국회도 법안처리 ‘0’건 우려 5월 8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나란히 여야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오르면서 대화정치 복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실제 두 사람은 매주 월요일 정례회동을 성사시켰고, 7월 11일에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같이 만나는 등 대화정치의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뒤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5월, 6월 임시국회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고 이달 20일까지 열리는 7월 임시국회 역시 법안처리 ‘제로’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재·보선 직전인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이 불발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4일 주례회동 성사도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도 대치가 더 심해지고 있다. 여당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원회에 줘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절대 반대’라는 뜻을 고수했다. 국조특위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다.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여당 내에서 강경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의 무리한 주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3일 “새정치연합은 법과 원칙을 넘는 과도한 요구로 세월호 특별법 및 관련 국조 청문회에 대해 더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이후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내부 문제로 세월호 정국을 타개할 동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국가 대혁신 관련 법안 처리도 요원 이렇다 보니 경제 살리기, 국가 대혁신 관련 법안들도 사실상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청와대는 1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19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정파 이익과 상관없는 민생법안인 만큼 빨리 통과시키자”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야당은 “여야 간 이견이 있어서 통과가 보류된 법안들을 이제 와서 내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예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새정치연합은 의료 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이 ‘세월호 특별법은 잊자’고 하면서 자기들의 뜻만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 대혁신과 관련해 여야 원내지도부는 정부조직법,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을 8월까지 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김영란법’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 정부조직법을 심사해야 할 안전행정위원회, 경제 관련 주요 법안들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를 비롯해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9개는 아직 법안심사 소위원회 구성조차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이 학술대회 참석차 6일부터 일주일간 미국을 방문하는 등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여야 의원들의 외유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눈총을 받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국회가 말로만 ‘특권 내려놓기’를 하는 것보다는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7·30 재·보궐선거는 ‘앞으로 한국 정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정치권에 던지고 있다. ‘11-4’ 재·보선 성적표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나타났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에 따른 반사이익이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환호할 일은 아니다. 동아일보는 1일 정치학자와 전문가 10명에게 이번 재·보선의 의미, 여야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먼저 이들은 참패를 당한 새정치연합에는 “기존의 낡은 틀을 깨라”고 주문했다. 국민에게 책임 있는 ‘대안 정당’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소수 강경파, 운동권의 논리에 빠져 갈수록 민생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새누리당도 선거 결과를 국민들이 현 국정운영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과 민주당이 통합한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를 높이 내걸었다. 하지만 국민은 새정치가 무엇인지 느끼지 못했다. 계파 갈등 등 고질적인 문제점은 전략공천 파문 속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국민에게 보여줄 정체성이 없다 보니 대안적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늘 ‘국민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새정치연합이 정작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선거 기간 내내 국회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에는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국민이 경고해 주십시오’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도 민심을 냉정히 읽어야 한다. 호남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뜻 깊은 승리를 거둔 이정현 의원처럼 ‘진정성’을 보여줄 제2, 제3의 이정현을 계속 충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장철 강원대 교수는 “요즘을 공감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 의원은 주민들과의 공감을 이끌었고, 지역 주민들이 정치개혁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싹을 틔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지역주의 정당정치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 만큼 중선거구제 등 제도개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강경석 기자}

7·30 재·보궐선거 승리로 새누리당 ‘김무성호(號)’가 본격적으로 출항하게 됐다. 재·보선 때문에 미뤄놓았던 당직 개편이 첫 신호탄이다. 31일 윤상현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물꼬를 텄다. 5월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총장으로 임명된 만큼 김 대표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직 개편은 김무성 대표 체제를 정비하는 첫 단추다.○ 사무총장은 PK 출신 배제할 듯 김 대표는 이날 대표 비서실장에 재선의 김학용 의원을 임명했다. 비서실장은 당 대표의 의중을 전달하는 노른자위 자리다. 김 의원을 발탁한 배경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의 혁혁한 공(功)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다음 관심은 당 조직과 인사를 주무르는 사무총장 인선이다.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은 위상이 큰 만큼 청와대와의 소통 창구 역할도 맡아야 한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인 윤 총장이 이날 “최선을 다했고 소임을 다했다”며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김 대표는 후임 인선에 부담을 덜게 됐다. 김 대표는 이번 주말까지 주변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주초 당직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그동안 “소외감을 느껴온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주요 당직 인선에서 김 대표의 출신 지역인 부산·경남(PK) 출신 인사는 가급적 배제하면서 지역 안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총장 후보군은 3선급에서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TK) 출신인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 수도권에서는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병) 등의 이름이 나온다. 경남 통영-고성의 이군현 의원은 PK 출신이지만 친이(친이명박)계와의 화합 차원에서 물망에 오른다. 일부 인사에 대해선 전대 과정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돈다. 하마평이 끊이지 않는 유승민 의원은 “총장직 제안이 온 적이 없고 할 뜻도 없다”고 밝혔다. 호남과 청년층을 배려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도 관심의 대상이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성태 조해진 의원(이상 재선)과 안형환 전 의원은 사무부총장 등 당직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경제 살리기’와 당 내부 혁신 강력 추진 김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 살리기와 새누리당 혁신 방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재·보선 유세에서 꾸준히 ‘경제 살리기’를 강조해 민심을 파고들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새 경제팀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당정청 협의를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의 관계는 당분간 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수평적 당청(黨靑)관계를 만들 기반은 마련됐지만 지금은 경제 살리기, 국가 대혁신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힘을 모을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협력은 하되 수동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혁신과 관련해서는 공천제도 개혁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당원이 주인인 당을 만들겠다”며 상향식 공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이준석 당 혁신위원장과의 영상대담에서도 “(앞으로) 절대 전략공천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한 측근은 “억울한 사람이 없는 공천제도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의 남자’가 야당의 안방에서 철옹성 같은 지역주의 벽을 깼다. 7·30 재·보궐선거 전남 순천-곡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새누리당 계열 정당이 광주 전남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한 것은 처음이다. 호남권 전체에선 1996년 15대 총선 이후 18년 만이다. 재·보선 선거구 15곳 가운데 새누리당은 11곳에서 승리해 압승했다. 이로써 안정적 과반인 158석을 확보하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 3곳을 포함해 4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최대 이변을 만들어낸 이정현 의원은 “호남에 예산 폭탄을 안기겠다”는 공약을 던지며 바닥 민심을 흔들어 놓은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의 승리로 경제 활성화와 국가대혁신을 내건 여권의 국정운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경제를 활성화시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달라는 국민의 뜻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재·보선에서 패배한 새정치연합은 내부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선거 패배 책임론 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31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당 쇄신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목소리가 커지며 야권 내부는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 심판론에 너무 매달린 데다 권은희 전략공천 파문 등을 겪으며 역풍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으로서도 인사 파동,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 수사 등 악재가 많았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지면서 ‘야당 심판’으로 바뀐 셈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공천에 대한 반발을 효과적으로 당내에서 관리하고 제어하지 못한 것, 권은희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패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6곳 중 새누리당은 5곳에서 승리했다. 서울의 유일한 선거구인 동작을에선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인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꺾었다. 야권의 대선후보군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는 이번에 새누리당 정치 신인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역대 재·보선은 정치 거물들의 복귀 무대였다는 점에서 ‘재·보선의 철칙(鐵則)’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권은 수도권 선거구 3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며 바람을 일으키려 했지만 경기 수원정(영통)에서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만 당선되는 데 그쳤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 기자}

“내가 너를 어떻게 믿느냐?”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불쾌한 것은 물론이고 혈기왕성한 나이라면 주먹질이 오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은 인격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같이 무서운 단어인 ‘불신(不信)’이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미친 영향이 크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세월호 안에서 기다리다가 304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대참사의 트라우마가 국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사고를 미리 막지 못했고, 침몰하는 배를 지켜보면서도 승객을 구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졌다. 해경은 책임을 피하려고 “‘탈출하라’고 방송했다”는 허위 문서까지 만들었다. 탐욕 때문에 안전을 소홀히 한 기업, 정확하지 않은 뉴스를 전한 언론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수사기관들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추적하고 있다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이미 오래전에 숨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검경이 서로를 믿지 못해 핵심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바람에 유 전 회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날려버렸다. 이렇다 보니 DNA를 분석하고 지문까지 확인했지만 여전히 ‘유 전 회장이 정말 사망한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민 10명 중에 6명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국민이 정부도, 언론도, 기업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럴 때 아파하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정부가 잘못한 점은 날카롭게 따져 책임을 묻고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이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치가 불신을 더욱 조장하는 형국이다. 신뢰를 얻으려면 적어도 공개적으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런데 여야 원내 지도부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다. 협상 과정에서 여야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아의 대치가 길어지고 있어 8월까지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유병언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약속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정치인을 꼽은 국민은 0.8%에 불과했다. 단연 꼴찌다. 정치인을 포함해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치인을 가장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신뢰 회복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새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15명의 국회의원들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유세 기간에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공약부터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게 순서일 듯하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7·30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8일 여야는 자체 판단한 선거 판세를 점검하며 막판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대상 15곳 중 8곳을 우세 및 경합우세로 보고 막판 승기 다지기에 주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우세 및 경합우세가 6곳이지만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지지층이 결집해 반전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추악한 야합 심판 vs 세월호 무능 응징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새누리당은 ‘민생경제’를, 새정치연합은 ‘무능정부 심판론’을 각각 내걸었다. 막판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표심을 잡기 위한 프레임 전쟁이 불붙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경제팀 출범과 관련해 “강력한 경기부양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정치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추악한 뒷거래’로 규정해 여권 지지층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새누리당이 원내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경제활성화 정책과 국가대혁신을 위한 법안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적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 정부와 검경(檢警)의 무능,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새누리당의 소극적 태도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무능 정부’ 심판론으로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려는 포석이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접전 지역인 경기 김포에서 최고위 회의를 주재하며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려줘야 집권세력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층 잡기 위한 막판 프레임 전쟁 여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난타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종북(從北)연대’를 거론하며 야권의 추가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견제했고, 새정치연합은 소속 의원들을 세월호 특별법 대응팀에 배치하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경기 평택을 유의동 후보사무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데 이어 ‘반바지’ 유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제히 흰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에 빨간 카우보이모자, 빨간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것. 추가 단일화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1차로 단일화한 동작을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통합진보당 후보와 손잡은 김종철 노동당 후보와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결국 제2차 종북연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경기 김포의 김두관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수원을 중심으로 전국을 오가며 후보 단일화 효과 확산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의원들은 재·보선 지원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협상독려팀’으로 나눠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안 공동대표도 오전 부산으로 내려가 해운대-기장갑 윤준호 후보를 지원 유세한 뒤 오후에는 김포로 올라와 김 후보의 선거운동에 힘을 보탰다.장택동 will71@donga.com·고성호·손영일 기자}

7·30 재·보궐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을 맞아 여야 지도부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야권연대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선거 막판에 이뤄진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비판했고, 야권은 “새누리당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 새누리당, “경기 부양 위해선 과반 의석 필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7일 남성역, 남성시장, 태평백화점 등 서울 동작구 일대를 샅샅이 누비면서 나경원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경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원내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경기 평택과 수원을 돌면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지원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강력 비판하며 ‘지역일꾼론’ 부각에 주력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정치연합 서울 동작을 기동민 전 후보 사퇴에 대해 “패륜 공천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전략 공천한 후보를 사퇴시킨 것은 더 가혹한 ‘2차 패륜’”이라며 “야당의 야합 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표차로 심판해 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 후보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동작에서 태어난 후보”라고 소개했다. 또 수원정(영통) 임태희 후보에 대해서는 “경제선거구에 경제전문가를 내보낸 것”이라며 ‘지역 참일꾼’임을 강조했다. ○ 새정치연합 “변화 거부 세력 표로 혼내야” 새정치연합은 27일 김한길 공동대표는 경기 김포, 박영선 원내대표는 수원을 시작으로 수도권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텃밭인 전남 순천으로 달려가 서갑원 후보 동행 유세를 펼쳤다. 안 대표는 순천 아랫장 유세에서 “꼭 서갑원을 당선시켜 새로운 순천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주승용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낙선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국회의원보다는 국무위원(장관)이 되는 것이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에 달려간 것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지지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강력한 경고음을 울려줘야 집권세력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제대로 변화할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집권세력을 표로 혼내달라”며 심판론을 폈다. 정의당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진 서울 동작을은 지도부가 유세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문재인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개인’ 자격으로 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고문단으로 활동하기로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배상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손해배상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며 “국가가 일단 (보상·배상액) 전액을 대납해주고 나중에 받자고 (세월호 특별법을) 설계하고 있는데 일반사고에 비해서는 상당히 특별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재단과 기념관 설립, 세제 혜택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소한 천안함 피해자들보다 더 과잉 배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사법의 기본체계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국가가 먼저 배상해 준 뒤 (사고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소송절차도 법원에 가서 받는 절차보다 훨씬 간편한 특례 절차를 하는 걸로 돼 있는데 이것만 해도 특혜성이 있다”며 “새로운 손해배상 체계가 처음 생기는 것인데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주 의장의 발언을 집중 성토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는 것이 어떻게 특혜냐”고 반문하면서 “(주 의장 발언은)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적폐, 반사회적 패륜”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한정애 대변인도 “세월호 특별법의 주된 내용인 진상규명, 진실을 밝히겠다는 내용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층 일각에서는 “주 의장의 발언은 국가 배상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22일 야권 단일화 승부수를 던졌다. 노 후보는 이날 지역 선거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4일까지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사퇴하고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 시한을 정해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자고 새정치연합에 최후통첩한 것이다. 24일은 사전투표 실시일(25, 26일) 하루 전날이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측은 “두 후보의 단일화는 지역 주민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재·보선 구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노회찬, “24일까지 단일화 실패 땐 후보 사퇴” 노 후보는 “나는 내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새정치연합 후보가 응하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나라도 물러나서 단일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에 미온적인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압박하는 한편 후보 사퇴라는 배수진을 쳐 향후 정치적 명분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노 후보의 제안은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자신이 기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동작을에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노회찬밖에 없다”며 “승산도 없는 게임에 박원순 시장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철저히 잘못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동작을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자니 기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 단일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단일화 제안을 거부하자니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앙당과 기 후보 캠프는 또다시 서로에게 결단을 떠넘기고 있다. 당내에선 동작을과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출마한 경기 수원정의 단일화 ‘빅딜’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천 대표는 23일 오전 11시 수원에서 하려던 기자회견을 하루 연기했다. 야권 연대 논의에 다시 불이 붙자 새정치연합의 대응책을 지켜보며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충청권에서 유세 맞대결 여야 지도부는 22일 충청에서의 유세 대결로 하루를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전 대덕의 정용기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 추진과 회덕 나들목 신설 공약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새누리당의 총선·지방선거 공약이었다”며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 주시면 국민과의 약속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울산 남을, 부산 해운대-기장갑을 잇달아 방문해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경기 수원을 거쳐 충남 서산-태안을 찾아 조한기 후보 유세전을 펼쳤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안 대표는 서산터미널 유세에서 “조 후보는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아는 후보다. 국회로 보내 새로운 서산-태안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1층에서는 본관 전면 안내실 개소 행사가 열렸다. 1975년 국회의사당 건립 이후 줄곧 국회의원 전용 출입구로 이용됐던 문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뜻 깊은 일이라고 국회 측은 설명했다. 이어 국회 본관에서 제66주년 제헌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귀빈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국회사무처 직원들 사이로 울분에 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껍데기 보여주기는 이제 그만하라!” “웃지 말고 아이들, 유가족 얼굴 좀 보고 가라. 제헌절이 뭐 하는 날인가!” 나흘째 단식농성을 벌이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 맺힌 절규였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등한시하면서 전시성 행사에 매달리는 이중적인 국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은 입법부인 국회로서는 생일 같은 날이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다 끝내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는 21일부터 30일간 7월 임시국회를 열고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혁신’이 국정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만들자는 공감대 속에 ‘해피아’ ‘철피아’ 등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민관 합동 범국민위원회 설치도 추진 중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5월 30일 취임 직후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필요한 법을 제정 및 개정하고, 국민의 마음을 모으며 혁신을 주도해야 할 국회만 유독 변화의 무풍지대(無風地帶)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회는 5, 6월 임시국회 기간에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불임(不姙) 국회’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국회 혁신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기초선거 정당 공천’ 문제도 결국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고, 겸직 금지를 핵심으로 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흐지부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 혁신의 골격이 될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유병언법’에 대한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국민을 대변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득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원래 인사 문제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하루 만에 임명 강행에서 사퇴로 오락가락하자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핵심 권한인 인선이 ‘널뛰기’를 한 배경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초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임명 강행에 무게를 뒀으나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전방위로 압박하자 박 대통령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에 분위기 반전 새누리당은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를 열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A 의원은 새누리당 B 의원에게 “정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해 추가로 폭로할 게 있다. 정 후보자를 사퇴시키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메시지는 이후에도 2, 3차례 전달됐다고 한다. 당시 야당은 정 후보자의 신상 문제와 관련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인사의 증언을 녹취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 낙마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인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도 야당이 관련자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전해들은 B 의원은 청와대에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했다. 당시 청와대는 “특정인의 주장일 뿐이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15일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사실상 공식화하자 야당은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날 교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16일부터 ‘인사청문회 시즌2’를 시작하겠다”며 “정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계속 제기해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압박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한 라디오에서 “정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제보들이 있다”며 “교문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정 후보자에게 더 큰 압박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입에 담기 싫은 내용’에 대한 각종 설(說)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2시간여 뒤 정 후보자는 결국 사퇴했다.○ 여당도 청와대에 잇단 문제 제기 청와대 내에서는 당초 정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해 정 후보자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동정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은 임명 강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한 이후에도 자칫 ‘검증 국면’의 늪에 빠져 국정동력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잇단 문제 제기도 박 대통령이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15일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 당시 “지도자는 결국 인사로 평가받는다”며 “현재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 부분을 잘 헤아려 달라”고 총대를 멨다. 김무성 대표도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인사가 쉬운 것이 아니더라. 본인도 가족도 그렇고(고사하는 일이 많고), 결국 사람 찾기가…”라며 정 후보자와 관련해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공식 회동이 끝난 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5분가량 독대를 하면서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속 깊은 얘기를 나눴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오전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 도중 당직자의 메모를 전달받은 뒤 정 후보자의 사퇴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 보도자료를 내기에 앞서 김 대표에게 ‘사퇴 방침’을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도 막판까지 고심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에 여당 지도부마저 등을 돌리자 정 후보자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특히 정 후보자 측은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입에 담기 싫은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이날 이른 아침 측근들에게 “야당이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해도 일단 야당이 문제를 삼으면 사람들은 사실이라고 믿고, 가족들도 큰 상처를 받는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장관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퇴 보도자료에서 “다 설명 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야당이 이미 제기했거나 추가 폭로할 내용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계속 고심하고 있는 데다 정 후보자도 물러날 뜻을 비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진사퇴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 후보자는 오전 9시가 넘어 ‘사퇴 보도자료’를 문체부에 넘겼다. 박 대통령은 오전 11시경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하는 것으로 ‘2기 내각 인사 파동’을 일단락 지었다.○ 인적 쇄신에 발목 잡힌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석 달 만인 이날 2기 내각을 출범시켰지만 정 후보자의 사퇴로 빛이 바랬다. 세월호 참사 11일 만에 정홍원 국무총리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시작된 ‘세월호 인적 쇄신’은 박 대통령에게 ‘악몽’이었다. 국무총리 후보자들이 도덕성 문제와 자질 시비로 잇달아 낙마하자 사의표명 60일 만에 정 총리를 유임하는 사상 초유의 선택을 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지명자(총리 및 장관급) 중 낙마한 인사는 정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4명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가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떨어진 국정동력은 더 힘을 잃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집권 2년 차의 한 분기를 국정 공백 상태로 날려버린 것도 뼈아프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또다시 대통령의 측근들이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면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도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통령의 인식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고성호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 취임한 첫날을 돌아보는 대목에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스스로 굉장히 엄숙해지더라.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져 마음의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런 탓인지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인연을 맺어가고 싶냐”고 묻는 대목에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그동안 애증(愛憎)을 떠올리며 5초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어 “나는 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정치 인생의 반을 바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기간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인사)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우던 태도에 비해 한발 물러선 모습이었다. ―대통령께 김 실장 교체를 건의할 생각이 있나. “더 이상 내가 뭐라고 얘기하는 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만, 스타일이 바뀌면 된다.” ―어떻게 바꿀 수 있다고 보나. “(김 실장과 나는) 너무나 잘 아는 사이다. 내가 평의원이었던 시절엔 (김 실장과) 소통이 안 됐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다. 과거 좋았던 사이이기 때문에 수시로 연락해서 의견 교환도 하고 서로 대화하면 다 풀릴 일이다.” ―오늘 낮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하면서 진솔한 얘기는 많이 나눴나. “앞으로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정청 회의를 좀 자주 하자고 얘기가 됐다.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들, 그리고 야당하고도 자주 만나야 한다는 데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내가 야당과 대통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박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앞으로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있나. “지금은 그런 ‘핫이슈’가 없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도 사실 대화 부족이었다. 모든 건 대화하면 다 풀리게 돼 있다.” ―당청관계 어느 정도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는데…. “작은 갈등을 두려워하면 일이 안 된다. 서로 잘하려고 격돌하는 거 아니겠나. 부부간 소통도 싸움이다. 그동안은 그런 시도조차 없었다. 그런 말도 못하면 우리가 왜 국회의원 해야 하나.” ―최근 친박(친박근혜) 주류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선 당시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박 대통령을 만들었다. 소위 친박 실세라는 사람들이 진정 대통령을 위한다면 뒤로 물러나 앉는 게 정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잘 안 되잖아. 그러니까 나머지 사람들이 우리도 열심이 뛰었는데 우린 이게 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냐. 나는 대선 총괄책임을 맡았던 사람이다. 대선을 성공시킨 나를 비박(비박근혜)이라고 하면 뭐가 되느냐. 친박 실세란 사람이 전화 걸어 만나자고 해서 의견이라도 물어봐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친박, 비박의 구분이 쉽게 없어질까. “우선 국민이 듣기 싫어한다. 없어져야 한다. 언론이 붙인 용어다. 나 스스로 비박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언론에선 비박 좌장이라고 부르지 않나.” ―7·30 재·보궐 선거 승리 조건은…. “4석 이상만 얻으면 승리라고 생각한다. 의석 과반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잘하면 더 많이 얻을 수도 있다.” ―야당이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한 것은 어떻게 보나. “잘못된 공천이다. 법 위반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나. “우선 대통령 임기 1년 5개월 됐는데 대권 운운하는 거 자체가 시기상 맞지 않다. (손을 저으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당 대표를 성공적으로 잘 끝낼까 생각뿐이다.” ―언제쯤 마음을 정할 생각인가. “(웃으면서) 2년 임기 채우고 난 뒤지.” ―임기 2년인 만큼 2016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 공천을 주도하나. “분명히 총선 공천은 내가 주도한다.”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전부 행사하지 않고 전부 돌려줄 거다. 상향식 공천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의) 공천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다. 내가 (공천 탈락) 2번이나 당한 사람 아니냐. 완벽한 상향식 공천은 오픈프라이머리다. 야당과 협의해서 법을 바꿔야 한다.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확립하겠다.” ―가장 신경 쓰는 정부 정책이 무엇인가. “(품속에서 전당대회 당일 연설문을 꺼내며) 이게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다 쓴 것이다. 듣는 사람들은 지겨웠을지 모른다. 그래도 지겹더라도 얘기를 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정치권에서 자꾸 표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표(票)퓰리즘에 빠져 과잉복지를 내세우는 게 제일 큰 고민이다. 정치권에서 가계부채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각에) 가면 잘할 것이다. 이제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국회에서부터 법을 만들어 해결해줘야 한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신임 대표(사진)는 15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 강행 기류에 대해 “전당대회에 올인(다걸기)하다 보니까 정보가 부족해 얘기를 할 수가 없다”며 “이완구 지도부가 알아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청와대는 정 후보자의 문제점이 오해와 과장이라고 판단해서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당이 국회 모독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선 “사실 거기(정 후보자 문제)에 대한 판단은 물어보고 알 정도다. 잘 모르겠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인사(人事)가 잘못돼 지난 1년 반 그 소중한 시기를 놓쳤다”고 비판한 뒤 “지금 수출은 어느 정도 되는데 내수가 엉망이다. 야당과 합의해서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인사 논란의 표적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내가 챌린저(당권 도전자)일 때하고, 당 대표로서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미 대통령이 같이 일하겠다고 결정한 이상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비주류 좌장’으로 불려온 그는 ‘친박(친박근혜) 주류’에 대해 “그동안 밥 한 끼 먹자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자기들끼리 모여 속닥속닥(하는 것이)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차기 대권 출마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내 마음으로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내가 또 ‘아니다’라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