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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5건 중 4건은 배터리가 문제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6월 1차 조사에선 운영관리 미흡을 문제 삼았던 것과 다른 결론이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6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8월부터 10월 사이 발생한 화재 사고 중 충남 예산군, 강원 평창군, 경북 군위군, 경남 김해시에서 발생한 것은 배터리 이상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신재생에너지 운영에 필수적이다. LG화학이 생산한 제품에서 난 화재가 3건(예산, 군위, 경남 하동군), 삼성SDI가 제조한 제품에서 난 화재는 2건(김해, 평창)이다. 조사단은 이 중 하동에서 발생한 화재는 배터리가 아니라 외부로 노출된 충전부에 이물질이 닿아서 발생한 화재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발화 지점 배터리가 불에 타 원인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고 사업장과 동일한 시기 및 모델 등으로 설치된 유사 사업장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내용에 대해선 기업의 소명 의견을 듣고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 배터리업계 “다른 데이터로 분석, 인과관계도 오류” 하지만 LG화학, 삼성SDI는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부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SDI는 조사단 결과가 맞다면 같은 배터리가 쓰인 다른 곳에서도 화재가 발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배터리가 쓰인 해외 사업장에선 화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배터리가 발화 지점이라고 하더라도 발화 원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도 했다. 휘발유가 있다고 저절로 불이 붙지 않는 것처럼 배터리는 가연성 물질일 뿐 점화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사단은 또 평창 화재는 배터리가 충전 상한을 초과하거나 방전 하한보다 낮은 전압에서 운용된 기록이 있다며 이를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상하한 전압은 배터리 제조사가 성능을 보증하기 위해 설정한 것일 뿐이지 그간 운용은 안전 전압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SDI는 “조사단이 분석했다고 밝힌 배터리 전압 데이터는 실제 화재 현장이 아니라 삼성SDI가 제공한 다른 현장의 표본에서 나온 데이터”라며 분석이 기초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 때 나타나는 용융(물체가 녹아 섞이는 현상) 흔적이 발견됐다고 지적했으나 LG화학은 인과관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나도 배터리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배터리 안에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몇 건 표본 분석으로 제품 결함 결론은 비약” 기업이 정부 사고 조사결과 발표에 반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현장의 관리 부실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모양새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2017년 8월부터 1년 9개월간 23건의 ESS 사업장 화재가 발생하자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6월 조사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ESS 설비에 대한 부실한 보호·운영·관리 체계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에도 화재가 발생하자 조사단은 추가로 조사했고 이번에는 배터리가 문제라고 결론을 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같은 배터리를 썼는데, 관리가 잘되는 건물 지하에 설치된 ESS나 관리 책임자가 수시로 점검하는 대형 사이트에는 불이 나지 않았다”며 “태양광은 ESS 관리가 부실한 사이트가 적지 않은데 정부 발표는 관리 문제를 놓쳤다”고 했다. 이번 조사 대상인 5개 화재 사건 중 4곳이 태양광, 1곳이 풍력 발전에 사용된 ESS였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는 20만 대 이상의 완제품으로 테스트해 원인을 규명했는데, 이번 조사처럼 몇 건의 조사로 배터리 결함으로 모는 것은 방법상 문제가 있다”며 “해외에서 쓰인 같은 배터리에는 왜 불이 안 났는지도 규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로 기업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 화재와 관련해 충당금 3000억 원을 설정해 지난해 4분기(10∼12월)엔 275억 원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해외 영업에도 악영향을 주진 않을지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임현석 lhs@donga.com / 세종=최혜령 / 지민구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낸 가운데 중국 정부 지원을 받은 글로벌 1위 업체 CATL은 8000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에 따르면 CATL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연간 순이익 최대 예상치를 2018년 대비 45% 늘어난 49억2000만 위안(약 8364억 원)으로 제시했다. CATL 측은 “중국의 친환경자동차 산업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늘고 생산 비용이 줄어들면서 순이익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CATL은 2018년 처음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올라선 뒤 빠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는 중국 정부 자국산 배터리가 적용된 친환경차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연구개발(R&D) 예산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CATL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CATL은 3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에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2년 간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CATL이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건과 법적 분쟁 영향 등으로 비교적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배터리 부문에서 LG화학은 45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SK이노베이션도 3091억 원의 적자를 봤다. 증권가에선 삼성SDI 역시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서 50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배터리 3사가 일시적인 비용 부담 증가로 적자 폭이 커진 만큼 올해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 폭도 줄어드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중견기업 에코프로비엠으로부터 4년간 고성능 배터리 양극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올해 해외 배터리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만큼 안정적인 소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3일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 기간은 이달 1일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다. 총 계약금액은 2조7413억 원이다.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에 니켈 비중을 80% 수준으로 높인 고성능 양극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등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료가 필요하다. 양극재에서 니켈 비중이 높아지면 가격이 가장 비싼 원료인 코발트 투입량은 줄어드는 만큼 생산 단가를 낮추면서 주행거리가 더 긴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충북 청주시에 생산 거점을 둔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에 납품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올해 1분기(1∼3월) 중 경북 포항에 양극재 전용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2만6000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1∼6월) 중 헝가리 코마롬과 중국 창저우의 신규 공장에서 각각 7.5GWh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또 2022년부터는 헝가리 2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이 시작된다. 이러한 대규모 해외 생산 계획에 대비해 고성능 양극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의 공장 신설 결정을 자사의 신성장동력 발굴이 국내 소재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결과로 소재 업체과도 협업에 나서는 ‘낙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새해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한 패널 제조사 삼성,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유리를 생산하는 코닝정밀소재도 지난달 희망퇴직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LCD 업계의 감원은 중국발 LCD 저가 공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 탓이지만 산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겹쳐 국내 제조업 전반에 인력 감축 기조가 확산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코닝정밀소재는 지난달 30일 5년 이상 근무한 생산 및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공고했다. 퇴직자에게는 계약연봉의 약 3∼4년 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회사는 6주간 신청을 받고 다음 달 13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마칠 계획이다. 코닝정밀소재 측은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 환경에 변화가 생긴 만큼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코닝정밀소재가 최대 300명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연간 300억 원 이상 절감한다는 것이다. 삼성과 코닝은 1995년 ‘삼성코닝정밀소재’를 공동 설립하고 합작사업을 벌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2014년 관계를 청산했다. 현재 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충남 아산공장에서 LCD 기판유리 등을 생산해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공급한다. 코닝정밀소재는 2010년 만해도 LCD 시장 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67%에 이르는 등 최고 알짜 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4년 무렵 LCD 수익성 악화가 시작되자 영업이익률이 점차 하락해 2018년 22.3%로 떨어졌다. 직원 수는 같은 기간 4000여 명에서 2900여 명으로 줄었고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되면 2500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10월 LCD 생산직 인력을 대상으로 1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 당시 3000여 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조직과 임원을 기존보다 25% 줄이는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추가 희망퇴직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조3594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9월 대형 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다. LG화학은 LCD 유리기판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관련 사업 매각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한국의 대형 LCD 패널 생산량은 중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업체의 추가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대신 판매 가격이 높은 고수익 패널에 희망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대부분 정리하고, 1분기(1∼3월) 중 중국 광저우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아산에 약 13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퀀텀닷(QD·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계 일각에선 주요 제조업계 전반으로 인력 감축 기조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조업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해 수십 명의 인력을 내보냈고,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한 일부 완성차 업체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생산량 감소 폭이 커지면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지민구 warum@donga.com·임현석 기자}
SK에너지가 총 1조 원을 투자한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시설인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기존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준공했다고 2일 밝혔다. 회사는 2개월간 VRDS의 시범 운전을 거쳐 다음 달 말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생산 설비를 가동하면 SK에너지는 저유황유를 하루 4만 배럴씩 생산해 공급하게 된다. SK에너지는 VRDS 가동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달 1일부터 글로벌 선사들을 대상으로 선박들이 대기오염 물질인 황의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춘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스크러버(탈황장치)를 달도록 하는 환경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SK에너지는 IMO 규제 시행에 대비해 2018년 1월 저유황유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친환경 사업 모델 혁신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조현준 효성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면서 “숲속의 고객을 보고, 그 숲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기업으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고객사의 의견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경영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효성은 아시아와 유럽, 북·중남미, 아프리카 등 국내외에 114개 사업장을 두고 있다. 35개 해외 제조 법인과 57곳의 무역 거점을 기반으로 생산·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우선 효성은 아시아 지역에서 인도, 베트남 등의 현지 생산 체계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계열사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9월부터 연간 1만8000t의 스판덱스(신축성이 뛰어난 합성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인도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인도 현지에서 스판덱스는 속옷과 기능성 의류 등의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효성은 현지 시장 점유율을 기존 60%에서 70% 수준까지 높일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주의 미쓰비시 초고압 변압기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약 2조 원 규모의 미국 전력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테네시주 공장은 올해 상반기(1∼6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 고객사 공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베트남에는 타이어 고무에 들어가는 섬유보강재인 ‘타이어코드’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효성화학 역시 동남아시아의 이불솜, 돗자리 등의 생산 소재로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수요 확대에 따라 베트남의 생산 공장을 2배 수준으로 늘리는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의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은 조 회장의 핵심 경영 전략이다. 조 회장은 2017년 1월 취임 뒤 각국 최고위급 인사들과 직접 접촉하는 등 ‘글로벌 세일즈’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효성TNS가 8000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현지 농촌 지역에 보급하는 사업을 포함해 여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SK그룹은 최고경영진의 발언 없이 일반 시민과 임직원 등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파격적인 신년회를 여는 것으로 새해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신년회 진행 형태부터 변화를 주겠다는 취지다. 실제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2일 열린 신년회에서 최태원 회장은 의례적인 신년사를 하지 않고 SK그룹 사옥 근처 식당 직원과 기관투자가, 청년 구직자 등이 내는 의견을 경청하기만 했다.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혁신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형 지주회사 SK㈜는 13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미국 물류업체 ‘벨스타 슈퍼프리즈’에 각각 250억 원씩 총 5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SK㈜는 2017년 중국 물류센터 운영 업체인 ESR 투자를 시작으로 물류 시장에 진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으로 SK㈜가 보유한 ESR의 지분 가치는 2년 만에 2배로 뛰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선 SK그룹 계열사들이 모빌리티 분야의 제품을 대규모로 전시했다. 국내 에너지·화학 기업 중 유일하게 CES에 참여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첨단 배터리 소재, 친환경 윤활유 제품, 차량 내장재 등을 전시관에 선보였다. SKC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동박과 차량 내장재용 친환경 폴리우레탄 등을 소개했다. SK그룹이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가칭 ‘SK유니버시티’로 준비한 사내 교육 플랫폼 ‘마이서니(mySUNI)’는 17일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마이서니는 최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성원의 미래 역량을 키우고 축적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탄생했다. 마이서니는 사내 교육 기능 외에도 임직원들이 미래 산업을 전망하고 필요한 역량을 직접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직원들이 대학 강의 시간표를 짜듯이 스스로 진로에 맞게 과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프로젝트 수행, 포럼 참여 등 다양한 학습 방식도 적용됐다. SK그룹은 우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사회적 가치, 리더십 등 8개 분야의 450개 강의를 연말까지 개설할 예정이다. 강의는 국내외 교육 콘텐츠 전문 개발 업체, 연구기관, 경영 컨설팅 기업 등과 함께 개발한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KT&G가 글로벌 담배 업체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다.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판매를 필립모리스의 전 세계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KT&G는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필립모리스와 이 같은 내용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KT&G는 4종의 릴 제품을 필립모리스에 공급하고, 필립모리스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이를 판매하게 된다. KT&G는 릴을 필립모리스에 공급하면 일정한 로열티를 받는 형태로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최초 계약 기간은 3년이지만 성과가 좋으면 장기적인 협업 체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사는 이날 구체적인 출시 예정 국가와 판매 목표를 밝히지 않았지만 담배 업계는 유럽과 중동 지역을 KT&G의 1차 수출 대상 지역으로 꼽는다. 필립모리스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0여 개국에 전자담배 판매·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KT&G는 아이코스(IQOS)라는 브랜드명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해 온 필립모리스와 경쟁 관계에 있지만 해외 진출을 위해 협업을 선택했다. KT&G는 연말까지 공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20여 개국에 추가로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필립모리스는 글로벌 판매 제품군을 다양하게 구축하는 차원에서 KT&G의 손을 잡았다. 양측의 협업 논의는 1년간 이어지다가 이번에 결실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KT&G와 필립모리스는 릴의 해외 판매 시 제품명에 아이코스를 함께 넣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글로벌 선두주자인 필립모리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계기로 글로벌 담배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SK이노베이션이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이동 수단에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를 공급하는 등 배터리 사업 확장에 나선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미래차 개발에 도전하는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개념 친환경 이동 수단을 선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9일 사내 보도 채널을 통해 “회사의 신성장 동력이자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와 소재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매출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0’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부터 다수의 전자·IT 업체까지 미래 이동 수단 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SK이노베이션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가 우버와의 협업으로 CES 2020에서 실물 모형을 공개한 개인용 비행체(PAV)다. 업계에선 현대차와 우버가 전동 형태의 PAV를 양산하기 위해 가벼운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만큼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5월 전기차 외에 새로운 이동 수단 시장으로 사업을 넓힌다는 뜻을 담아 ‘비욘드 EV’라는 신사업 전략을 세우고 배터리의 확장성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김 사장은 CES 2020 개막 둘째 날이던 8일(현지 시간) 현대차 전시관을 찾아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양측은 전시관에 마련된 PAV 실물 모형 등을 함께 둘러보며 미래 이동 수단 관련 사업 계획을 자연스럽게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들어갈 배터리 50만 대 분량의 공급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협업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사내 보도 채널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친환경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짜는 별도 조직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의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C-레벨팀’을 조직해 중장기 경영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SK종합화학이나 SK인천석유화학 등 일부 자회사들의 사명 변경도 공식적으로 추진된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강하게 적용되는 아프리카 초원의 먹이사슬에서 일시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생각이 없다”면서 “안정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삼성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퀀텀닷(QD·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 제품 양산을 통한 ‘초격차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새해 경영 체계를 갖췄다. 23일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조직개편을 통해 QD 디스플레이 사업을 전담하는 ‘QD사업화팀’을 신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13조1000억 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시에 QD 디스플레이 양산 시설인 ‘Q1’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 실무를 담당할 ‘C프로젝트’라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QD사업화팀은 기존 TF의 기능을 확대해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고객사 대상 마케팅 등 내년 초로 예정된 QD 디스플레이 양산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QD사업화팀장으로는 최주선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미주 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겸직하다가 20일 사장단 인사에서 내려놓은 생활가전사업부장에 이재승 개발팀장(부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전자의 각종 플랫폼을 총괄할 차세대플랫폼센터장에는 정의석 부사장이 선임됐다. 노태문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장으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은 김경준 부사장이 맡는다. 무선사업부의 콘텐츠 서비스 담당인 서비스사업팀장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서 서비스사업팀장을 맡은 구글 출신의 이원진 부사장이 겸임한다. 차세대 TV 개발을 주도했던 최용훈 부사장은 VD사업부 개발팀장으로 이동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7개 주요 계열사는 곧 컴플라이언스(준법) 조직을 강화, 신설하는 내용의 추가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적 외부 감시 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다음 달 초 출범을 앞둔 가운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계열사별로 마련하자는 취지다.지민구 warum@donga.com·허동준 기자}

한국 기업인들이 미래 사업 구상을 위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집결했다. 전 세계 3000여 명의 정치·경제 지도자가 모이는 다보스포럼에서 경영 성과를 소개하고 미래 전략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3일(현지 시간)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공식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해 “경영의 목표와 시스템을 주주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바꾸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참석한 행사의 주제는 ‘아시아 시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최 회장이 다보스포럼의 공식 행사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SK그룹 관계자는 “WEF 측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대표적 기업인으로 최 회장을 꼽아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 등장하는 첨단 기술들을 활용하면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개인에게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1일부터 열린 올해 다보스포럼의 공식 주제는 ‘화합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황창규 KT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도 경제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100여 명으로 구성된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 정기회의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는 국내 기업인 중 황 회장만 IBC 정기회의에 초청됐다. 2017년 이후 3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정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인사들을 만나 수소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다보스포럼에 앞서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CEO 총회’에 참석해 ‘수소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과 안전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24일 차세대 디지털 혁신과 관련한 다보스포럼 공식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해 ‘5세대(5G) 이동통신’을 주제로 연설한다. 5G가 산업 현장 곳곳에 도입되면 생산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황 회장은 지난해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서도 5G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목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3년 연속으로 다보스포럼을 찾았다. 한국 기업 중 현대차, SK, 한화그룹은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다보스포럼 행사장 주변에 별도 전시관을 내고 글로벌 정·재계 지도자들을 맞이하며 사업 현안을 논의했다. 다보스포럼은 24일 막을 내린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감소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조직 개발 전문 업체 SGI지속성장연구소가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중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 1조 원 이상이면서 영업이익이 1조 원 이상인 업체는 1998년 4곳에서 2010년 22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11곳까지 줄었다가 2017, 2018년에 18곳으로 회복했다. 매출액 1조 원을 넘는 기업들의 연도별 총 영업이익은 1998년 9조 원에서 2010년 85조 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등락을 반복하며 60조∼70조 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에는 총 영업이익이 119조 원으로 집계됐지만, 삼성전자(44조 원)와 SK하이닉스(21조 원)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신경수 SGI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늘어나는 인건비, 낮은 생산성 등으로 대기업 내실이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각국 정부가 연초부터 자국 차량용 배터리 산업 육성·지원 정책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중국에 이어 유럽 기업의 도전장까지 받게 된 국내 업계는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중국 매체 시나닷컴 등에 따르면 먀오웨이(苗圩) 공업신식화부 부장(장관)은 최근 한 민간 포럼에 참가해 “올 7월 1일로 예정됐던 친환경차 보조금 일부 삭감 조치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변칙 지원 정책을 2017년부터 펴왔으나 지난해 6월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보조금을 줄였으며 올해 말 완전 폐지할 예정이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민간 업체의 자립을 위해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전기차 내수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타격이 크자 방침을 뒤집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BYD는 정부 지원과 탄탄한 내수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했고 지난해 각각 1, 4위에 올라섰다. 중국 기업이 보조금을 먹고 쑥쑥 크는 동안 한국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일본의 파나소닉은 차별화 정책의 피해를 봤다. 먀오 부장의 발언대로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이 지속될 경우 내년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기대했던 한국 배터리 3사는 또다시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중국뿐만 아니라 배터리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유럽 주요국도 대규모 예산을 편성해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배터리 산업 육성에 쓰일 32억 유로(약 4조1280억 원)의 보조금 예산을 7개 회원국 17개 기업에 지급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EU 집행위는 민간 기업의 출자금까지 더하면 배터리 산업에서만 총 82억 유로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대형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다임러, BMW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한중일 기업에서 생산한 배터리 수입을 줄이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U 탈퇴 절차를 밟고 있는 영국 정부도 2025년 차량용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우선 2억7400만 파운드(약 411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최근 ‘배터리산업화센터(BIC)’ 설립에 착수했다. BIC는 영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기술 개발과 직원 교육을 담당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 영국 EU 등과 달리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무역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어 직접 예산과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배제했다”며 “그 대신 펀드 조성을 지원하거나 연구기관을 통해 기초 기술을 발굴하도록 국책 과제를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은 물론이고 공정 경쟁을 중요하게 여기는 EU조차 노골적으로 정부 지원책을 내놓는데, 한국 정부만 너무 얌전해 불공정한 시장에서 자력으로 뛰게 만든다”고 토로하고 있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중국 배터리의 기술력은 한국의 85% 수준이지만 보조금 지원이 계속되면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배터리 소재·부품사부터 대형 업체까지 생존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바일 산업 위주였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여하며 영역을 넓힌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에 이어 올해 MWC에서도 모빌리티가 주요 화두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기아차는 다음 달 24∼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0’에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시관을 차린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MWC에 참여하는 것도 기아차가 최초다. 기아차는 이번 MWC에서 자율주행·전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사업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PBV는 승객 운송, 물류 등 용도에 맞는 맞춤형 이동 수단을 의미한다. 기아차는 전통적인 차량의 형태를 벗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PBV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6∼9일(현지 시간) ‘CES 2020’에서 도시를 날아다니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서비스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현대차가 CES, 기아차는 MWC로 역할을 나눠 각각 전시관을 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MA 주최로 1987년부터 열린 MWC는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모바일 신제품이나 새로운 통신 기술을 발표하는 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MWC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차량에 이동통신을 접목해야 자율주행·커넥티드카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MWC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온 것이다. 올해도 기아차 외에 독일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BMW,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MWC에 전시관을 내고 첨단 이동 수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모바일 축제’로 불렸던 MWC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것에 대해 기존 ICT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월 CES 2020에서도 현대차,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가 선보인 미래형 도심 이동 수단이 관람객과 미국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MWC에서 ‘V60 씽큐’와 ‘G9 씽큐’ 등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하며 혁신을 대내외에 알리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MWC가 아닌 별도의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S10·폴드 후속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박람회에서 단순히 가전·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바뀌는 미래 일상을 어떻게 제시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사진)이 신입사원 700여 명과 만나 즉석 질의응답을 하는 등 격의 없이 소통하는 행사를 가졌다고 16일 밝혔다. 최 회장은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입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공동체 행복 추구를 위해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어 달라”고 주문했다. SK그룹 회장과 신입사원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행사는 올해로 42년째를 맞았다. 특히 SK그룹은 올해 중앙 무대와 객석의 간격을 기존 7m에서 2m로 좁히고 최 회장을 포함해 모든 참석자가 캐주얼 차림으로 행사에 들어오도록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경영진과 신입사원들의 대화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춰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무대에 올라 즐겨 찾는 맛집과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등에 대한 신입사원들의 즉석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이르면 7월부터 여성 등기임원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제도 시행 대상 기업 143곳 중 116곳이 여성 등기임원을 새로 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가결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에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 이사로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사회는 사내외 이사(등기임원)로 구성된다.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되며 처벌 조항은 없다. 동아일보와 CEO스코어가 2018년 기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 143곳을 조사한 결과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27곳뿐이었다. 여성 등기임원이 2명 이상인 기업은 삼성전자, 에쓰오일, OCI, 지역난방공사 등 4곳이었다. 전체 등기임원 1064명 중 여성 등기임원 수는 3%인 32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대부분은 사외이사(27명)였다. 오너 일가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회장은 “최근 해외 기업이 투자를 단행할 때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추세”라며 “여성 등기임원 의무화는 국내 기업 경영진의 다양성 확보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효율성,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경영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간 기업들이 등기임원이 될 만한 여성 고위급 임원을 덜 키웠고 결과적으로 경영진의 다양성을 떨어뜨렸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근 기업이 자발적으로 여성 임원을 확대하는 추세인데도 여성 등기임원 선임이 의무화된 건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서동일 dong@donga.com·지민구 기자}

지난해 12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인 크래들에 들어서자 로비에 전시된 네 다리로 걸어 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회사의 사무실이지만 일반 자동차 모델은 전시돼 있지 않았다. 엘리베이트는 크래들이 미국의 여러 스타트업과 협력해 만들고 있는 미래 이동 수단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인간 중심의 모든 이동 수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이 되겠다.” 김창희 크래들 부소장은 완성차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내고 자동차 대신 엘리베이트를 전시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이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엘리베이트가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서 공개되자 외신들은 “현대차그룹이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CES 2020에선 우버와 손잡고 4, 5명이 탈 수 있는 개인용 비행체(PAV)의 실물 모형을 공개하며 2028년 상용화하겠다고 밝혀 새로운 항공 모빌리티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정의선표 혁신’ 최전선 기지 크래들 현대차그룹이 혁신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대전환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친환경차, 차량 공유 서비스 등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IT 기업과의 협업은 물론이고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다. ‘100년 라이벌’로 불리는 독일 완성차 업체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7년부터 미국 마운틴뷰,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등 4곳에 크래들을 세웠다. 서울에도 ‘제로원’이라는 이름으로 거점을 마련했다. 크래들과 제로원은 ‘자동차 회사가 제조업에 머물면 안 된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뿌리를 내리며 갖춰진 혁신의 최전선 조직이다. 크래들과 제로원은 기술력과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현지 스타트업을 발굴해 그룹과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조직이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에너지 등이 1차 투자 대상이다. 윤경림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전략부장(부사장)은 “과거 자동차 회사는 회사 내부 역량을 핵심으로 수직화된 협력업체들과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이동 수단과 새로운 서비스는 내부 역량만으론 안 된다. 외부 투자를 통해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크래들은 글로벌 4개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2017년 11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1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했고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근무하는 직원은 20명이지만 올해 말까지 4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AI 전문 조직 ‘에어랩’의 연구 인력이 연내 실리콘밸리 크래들 사무소에 합류하면 인원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의사 결정 빨라지고 투자 단위 커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2018년 9월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현대차그룹은 의사 결정 구조가 확연히 달라졌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한 외부 투자 확대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취임 직후 의사 결정 절차를 최소화하도록 조직 개편을 단행한 정 수석부회장은 1년 만인 지난해 9월 미국의 자율주행기술기업 앱티브와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총 20억 달러(약 2조3400억 원)로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분야에서 외국 기업과 함께 조 단위 투자에 나선 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빅뉴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2018년부터 지역 1위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그랩(동남아시아)과 올라(인도)에 각각 3000억 원 안팎의 투자를 했다. 크로아티아 고급 전기차 업체 리마츠에도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은 지난해 10월 동아일보와 만나 “예전 같으면 2년 넘게 걸릴 투자 건이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에는 3개월이 채 안 걸린 사례도 있다”며 달라진 현대차의 의사 결정 속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달 2일 신년사를 통해 5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전체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마운틴뷰=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스타트업이 가진 새로운 기술과 현대모비스의 생산 능력이 만나면 혁신적인 자동차 부품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지난해 12월 4일(현지 시간) 만난 류시훈 모비스 벤처스 실리콘밸리 센터장은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나서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친환경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 자동차 부품사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도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조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2018년 11월 실리콘밸리에 투자 거점인 모비스 벤처스를 세웠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크래들이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관련 부품 기술 발굴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의 사무소를 마련한 것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크래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면 모비스 벤처스는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찾는 데 주력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의 콘티넨털과 보쉬, 일본 덴소, 아이신 등은 수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나 투자 거점을 지어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실리콘밸리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중국의 유력 스타트업들이 모인 선전에 두 번째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을 열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점유율 1위 업체인 미국 벨로다인에 5000만 달러(약 585억 원)의 지분 투자를 할 때 실무를 주도한 것이 모비스 벤처스다. 현대모비스는 벨로다인과 함께 자율주행 3단계(조건부 자동화)용 라이다 시스템을 양산해 2021년부터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류 센터장은 “벨로다인은 기술을 제공하고 현대모비스는 양산을 맡아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비스 벤처스는 앞으로 차량의 주요 주행 정보와 길 안내 그래픽을 운전자의 시야에 크게 비춰 주는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우선 투자할 계획이다. 류 센터장은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우수한 스타트업을 먼저 발굴하려는 글로벌 부품사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모비스 벤처스는 더윽 간결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춰 신속하게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서니베일=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매출액 1조 원이 넘는 이른바 ‘슈퍼기업’ 수가 2012년부터 사실상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각종 산업 규제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조직개발 전문업체 SGI지속성장연구소가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중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 1조 원 이상의 기업은 외환위기이던 1998년 당시 83곳에서 2018년에는 2배 이상인 197곳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1조 원 이상 기업 수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2003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늘어났다. 하지만 2012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매출액 1조 원 이상 기업들의 합산 매출액도 1998년 375조 원에서 2012년 1255조 원까지 오른 뒤 이후에는 연평균 성장률 1% 미만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2018년엔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합산 실적(1283조 원)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2012년 이후 6년간 슈퍼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액 성장은 0.4%에 그쳤다”며 “사실상 성장판이 닫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CXO연구소는 지난해 슈퍼기업의 수와 합산 매출액도 2018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슈퍼기업들이 반도체, 전자기기, 자동차 등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산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혁파할지 해법을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획부터 출범까지 직접 주도한 새로운 사내 연구·교육 플랫폼의 이름이 ‘마이서니(MySuni)’로 확정됐다. SK그룹은 마이서니에 대학 수준의 체계적인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담을 계획이다. 13일 SK에 따르면 지난해 ‘SK유니버시티(University)’라는 가칭으로 불렸던 신규 사내 연구·교육 플랫폼의 공식 이름이 마이서니로 결정됐다. 서니는 SK그룹을 넘어선 교육기관임을 나타내도록 만든 명칭으로 최 회장도 직접 여러 의견을 내면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생 자원봉사단 이름이 ‘SK서니(Sunny)’라는 점도 고려됐다. 마이서니는 이달 하순부터 공식 출범을 알리고 자체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마이서니의 책임자로 내부 인재개발(HR) 전문가인 조돈현 사장을 승진 임명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7월부터 SK유니버시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SK경제경영연구소, SK아카데미 등 사내 연구·교육 기능을 통합하는 형태의 신규 프로그램 사업을 준비했다. 추진위에서 6개월의 준비 작업을 거쳐 탄생한 마이서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기반이 되는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부터 빅데이터 가공·분석, 사회적 가치 확산 사업까지 오프라인 강의 및 온라인 강좌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최 회장은 마이서니 준비 과정에서 글로벌 기술·경영 분야의 유력 인사를 접촉하며 자문을 하는 등 차별화한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구성원들이 마이서니 등을 통해 1년에 200시간 이상을 학습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인사제도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이 신규 사내 연구·교육 플랫폼 출범에 주력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만족감을 느끼며 일하려면 스스로 업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자기계발 수단까지 갖춰져야 구성원이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최 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인적자본을 강화하는 데에 SK그룹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강조하며 사내 연구·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SK가 마이서니 출범에 앞서 조직문화의 참고사례로 삼은 기업 중 한 곳은 디즈니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1963년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쇼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사내 교육 기관 ‘디즈니 유니버시티’를 설립했다. 디즈니 유니버시티는 환경미화원, 안내원을 포함해 전 세계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모든 구성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재미’를 중심으로 한 사내 교육을 최소 6개월 동안 진행한다. 디즈니는 또 사내 미술학교를 운영해 콘텐츠 제작자를 재교육하고 있다. 경영계는 디즈니가 197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각각 시장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내 교육 기관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간 덕분에 다시 세계 최고의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지난해 10월 CEO 세미나에서 디즈니의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역량을 높이는 것이 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올해부터는 ‘행복 경영’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