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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젱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 국제안보담당 차관(사진)이 1일 북한이 하루 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반대하는(not in favor)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며 “추가 대북제재가 가능할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한국이 개최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 중인 젱킨스 차관은 이날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yet to see)”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미국)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젱킨스 차관은 “북한은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등 불법적이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다양하게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제재가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그런 사실이 제재의 중요성을 희석(dilute)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북제재 중요성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젱킨스 차관은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을 두곤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끼린 대화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한미 간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했다.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에 대해선 “구체적인 전략자산 전개 계획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북한이 전날(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반대하는(not in favor)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며 “그래서 추가 대북제재가 가능할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젠킨스 차관은 1일 오후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위성발사체 발사에 대해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 대북제재에 대해선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yet to see)”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물론 미국 주도의 의장성명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를 겨냥해선 “문제가 있고, 이를 위해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젠킨스 차관은 “북한은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등 불법적이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다양하게 조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록 제재가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그런 사실이 제재의 중요성을 희석(dilute)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북한에 있어서 대북제재 중요성은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가 “북한의 도발이 잘못됐다는 신호를 보내며 국제사회가 정치적 의지를 갖고 규탄하는 데 힘을 싣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국무부에서 비확산 분야 다자외교를 담당하는 젠킨스 차관은 한국이 개최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에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 중이다. PSI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2002년 12월 북한 화물선 서산호가 스커드 미사일과 화학물질을 예멘에 밀수출하려다가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만큼 북한에 대한 견제와 억제 성격이 강하다. 앞서 젠킨스 차관은 지난달 30일 PSI 고위급 회의 후 기자회견에선 “러시아와 이란, 북한을 포함한 많은 도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젠킨스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핵협의그룹(NCG)의 일본 참여에 대해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한미 간에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했다.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에 대해선 “구체적인 전략자산 전개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종속회사(자회사)들의 내부거래를 실적 계산에서 빼지 않은 회계 처리 오류로 2021년 매출 및 영업이익 등을 2745억여 원 부풀려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공공기관 회계 처리 적정성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153개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지배회사인 한전은 2021회계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내부거래가 불일치한 1359억 원을 제거하지 않았다. 또 한국남부발전주식회사 등 발전자회사 간의 내부거래인 유연탄 교환거래 1386억 원도 제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대상 기관에 포함된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자회사(종속회사) 6곳 중 4곳이 유연탄 교환거래에 관한 내부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한전이 내부거래 불일치 금액 제거 기준에 따라 제거한 359건(6921억 원)을 조사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연결재무제표는 법인이 다르더라도 모기업과 자회사를 한 기업으로 보고 작성한다. 한전이 다른 종속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정대로 종속회사로부터 내부거래 내역을 모두 제출받아 내역과 자료가 일치하는지 보고 해당 내역을 제거한 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전이 원인을 파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원은 한전의 회계 오류 범위가 매출액과 총자산 간 평균 1%로 따지는 표준 중요성 기준 금액에 따라 회계법인이 정한 2800억 원에는 못 미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전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감사원은 한전에 종속회사들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해 오류 재발을 방지하라고 요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겠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에 29일 공식 통보했다. 지난달 정찰위성 1호기 완성 발표에 이어 이달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위성 발사를 위한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한 지 13일 만이다.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7년 만의 북한의 위성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이 일본에 통보한 ‘해상 위협구역’을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위성을 실은 운반체는 이르면 31일 발사된 뒤 서해상을 따라 비행해 필리핀 동쪽 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가 항행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사전에 지정된 조정국에 통보해야 한다는 국제해사기구(IMO) 관련 결의에 따라 지정 조정국인 일본 정부(해상보안청)에 위성 발사를 통보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관련 규정을 준수한 합법적 위성 발사임을 강조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와 IMO 사무국은 통보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북한이 별도 통보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 발사 시 계획을 알려야 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북한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위성 발사 예상 기간 동안 해상에 위협구역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일본 정부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NHK는 “(잔해물 등의) 낙하가 예상되는 해역은 서해 2곳, 필리핀 동쪽 해상 등 총 3곳으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이라며 “해상보안청은 이곳에 항행경보를 내리고, 통행하는 선박에 주의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위성을 실은 운반체는 발사 직후 충남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230∼300km 떨어진 서해 공해상에 1단 추진체, 제주 해군기지에서 서쪽으로 270∼330여 km 떨어진 서남해 공해상에 페어링(위성 보호덮개)을 각각 떨어뜨린 뒤 필리핀 루손섬 동쪽 약 700∼1000km 떨어진 해상까지 날아가 2단 추진체를 낙하시키는 경로로 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7년 전 광명성 4호를 실은 운반체(광명성) 발사 때와 유사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조태용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끝내 발사를 강행하면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북한의 어떤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정부 “北 위성발사 불법… 강행땐 응분의 대가” 대통령실 긴급 NSC상임위 열어“동향 예의주시… 한미일 공조 대응” 국가안보실은 29일 정찰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 공개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해 보고하고,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조 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아닌 ‘발사 예고’를 두고 NSC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압도적 대비태세를 구축하고 북한의 도발 징후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한은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위성 발사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31일 0시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공개한 데 대해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어떠한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예고한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며 “북한이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북한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29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사실상 3년 넘게 외부와 대화를 끊고 한미일을 겨냥한 도발을 해온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북한은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달아 실제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일본 납치자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북한에 납치 생존자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담화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나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 내가 직접 맞선다는 각오로 납북 문제에 임해 왔다”며 “그것을(납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고자 한다”며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했다. ● 北 “日과 만나지 못할 이유 없어”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27일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국민 대집회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대화가 가능하다고 공식 답변한 것. 일본은 1970, 80년대 일본에서 실종된 사람 다수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며 북한에 납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북한은 일본인 13명의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당시 생존해 있던 납북 일본인 5명을 일본으로 귀환시켰다. 현재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치자 부모 세대 중 생존자는 요코타 메구미 모친인 요코타 사키에 씨(87) 등 2명뿐이다.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은 올 2월 “모든 피해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되면 대북 인도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 일본인 납치 관련 북-일 입장 달라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차관급을 내세웠고 양국 간 일본 납북자 문제 관련 입장이 상반된 만큼 실제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박 부상도 “기시다 수상이 ‘전제조건 없는 조일(북-일) 수뇌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며 “말이 아닌 실천 행동으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이미 다 해결된 납치 문제와 우리 국가의 자위권을 놓고 문제 해결을 운운한다”면서 “선행한 정권들의 방식을 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 보려고 시도해 보는 것이라면 오산이고 괜한 시간 낭비”라고도 했다.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고, 북한의 핵무력 강화 등도 일본이 문제 삼지 않아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인 17명이 납북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귀환시킨 5명을 제외한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온 적도 없다면서 납치 사건은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엄마가 왔다!” 29일 오후 9시 반 인천국제공항. 김모 군(11)과 김모 양(8)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조○○, 환영합니다’란 환영 문구를 담은 스케치북을 든 채 초조하게 입국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엄마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단숨에 달려가 안겼다. 엄마 조모 씨는 20일 친정 가족과 태평양 휴양지 괌으로 여행을 떠난 지 9일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괌을 덮친 초강력 태풍 ‘마와르’ 때문에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이 하나둘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29일 오후 8시 45분경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188명을 태운 진에어 LJ942편이 한국 땅에 착륙하자 기내에선 승객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29일 오후 괌 국제공항 운영이 재개되면서 이날 밤 진에어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타고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속속 입국했다.● 고립됐던 관광객, 인천공항으로 속속 입국 28주 차 임신부 정소희 씨(33)도 이날 12일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태교 여행차 괌을 찾았던 정 씨는 “혹시 한국에 못 올까 봐 불안했는데 한국 땅을 다시 밟으니 이제야 고국에 돌아온 실감이 난다”고 했다. 23일이던 귀국 예정일보다 엿새 늦게 도착한 조모 씨(38)는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다”고 했다. 위한솔 씨(35)는 대한항공 KE8422편으로 29일 밤 12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위 씨는 이날 출발 직전 동아일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가족들과 물을 구하러 마트를 돌다가 세 번째 마트에서 허탕을 치고 이동하던 중 탑승 확정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을 받고 다시 울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또 “도움을 준 영사관 관계자와 교민들, 현지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9일 한국인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괌으로 떠난 비행기는 모두 11편이다. 외교부는 30일까지 이 비행기들을 타고 약 2500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늦어도 31일까지는 귀국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이 모두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현지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을 약 34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드디어 ‘괌옥’ 탈출” 괌 현지에선 기존에 예약했던 항공사의 항공편 출발 순서대로 관광객에게 대체 항공편을 배정하고 있다.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귀국 항공편 확정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22일 남편과 함께 신혼여행을 왔던 A씨(32)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눈물이 났다”며 “하루빨리 ‘괌옥’(괌+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는데 30일 오후 5시 항공편으로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또 “하루만 더 버티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다. 괴로웠던 신혼여행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괌에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체 항공편이 확정되지 않은 이들도 있다. 당초 괌 공항이 다음 달 1일 운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항공편을 그 후로 변경한 관광객들은 대체 항공편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현지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다. 어머니 환갑을 맞아 인천 남구에서 가족여행을 왔다는 강모 씨(28)는 “공항 운영 재개 날짜에 맞춰 다음 달 2일 항공편으로 변경했는데 당장 재변경이 안 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며 “공항에 가 대기하고 싶어도 당뇨와 고혈압 증세가 있는 어머니의 몸 상태가 안 좋아 곁을 떠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조금이라도 출발 시간이 빠른 항공편 잔여석을 구하기 위해 괌 공항을 찾아 대기했다. 딸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고립됐다는 권선옥 씨(63)는 “괌 공항에서 대기 명단을 작성한 뒤 간신히 29일 오후 출발하는 잔여석을 얻어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인천=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인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과 태평양도서국(태도국) 14곳은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사촌’입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처리와 방류에 대한 태도국의 기본 입장은 우리와 유사합니다.”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태도국 정상회의’ 개최를 나흘 앞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오염수 방출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있을 때에만 시행돼야 한다는 게 태도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한 뒤 “정부의 우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공조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는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제5차 한-태도국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 정부 전문가 시찰단이 후쿠시마 제1원전 등을 다녀온 뒤 열리는 만큼 시찰단의 현지 방문 내용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 발표 전 최신 상황을 태도국과 공유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정상회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틀을 벗어나 인도태평양 역내 문제에 능동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다자국제회의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태도국과 본격적인 경제안보협력의 첫발을 내딛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박 장관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도국과 한국의 관계가 훨씬 가까워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며 기후변화와 해양수산환경, 인적 교류 등 한국이 태도국과의 협력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구 환경을 잘 보존해 후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회복력(resilience)을 증진시키는 협력 구상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아직은 제한적인 한국과 태도국의 접점을 늘리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지역 개발과 보건 의료, 교육역량 강화 등 태도국이 원하는 수요를 우리가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한다”며 태도국 맞춤형 K노하우와 협력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국민들이 편히 접근할 수 있는 항공 노선이라든지 문화 교류, 관광 등 프로그램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인구 1600명, 여의도 면적 약 90배(259㎢)에 달하는 태평양 섬나라 니우에. 세계 최대의 산호초 섬이 있는 이 나라는 29일 한국과 정식 외교 관계를 맺은 192번째 수교국이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수교국은 코소보, 시리아, 쿠바 등 3곳만 남았다. 주(駐)피지 대사관과 주파푸아뉴기니 대사관만 있던 태평양도서국(태도국) 내 외교공관도 내년까지 1곳을 더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정부가 29일부터 이틀간 개최하는 한-태도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는 이른바 ‘푸른 태평양의 대륙’이라 불리는 이 지역 섬나라들을 끌어안는 첫 발걸음이다. 정부는 한반도와 주변 4강과의 외교에 매몰돼 있던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말뿐 아닌 행동으로 펼치는 무대에 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 2021년부터 미중 영향력 확대 격전지 부상태평양 지역의 풍부한 수산 자원과 미래 에너지 자원과 같은 잠재력을 갖춘 태도국은 일찌감치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했다. 통상 태도국은 태평양 중부·서부와 남태평양에 위치한 14국을 가리킨다. 여기에 프랑스 자치령인 뉴칼레도니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호주, 뉴질랜드까지 총 18곳이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PIF 회원국 전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면적을 합치면 4000만 ㎢로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를 합친 면적을 초월할 정도다. 전 세계 참치 어획량의 70%, 국내 참치 어획량의 약 90%(약 1조 원)가 나오는 핵심 어장이다. 미국과 중국, EU,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태도국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해 공을 들여 왔다. 전통적으로 미국 영향력이 강했던 이곳이 미중 간 격전지로 부상한 건 중국이 솔로몬 제도와 2021년 안보협정을 체결한 이후부터다. 중국은 2018년 시진핑 주석의 파푸아뉴기니 방문 때 중-태도국 정상회의를 열었고 미국은 지난해 9월 워싱턴으로 이들 정상을 초청해 정상회의를 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하순 미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파푸아뉴기니 방문도 예정돼 있다. 뒤늦게 태도국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부도 잰걸음으로 보폭을 좁히고 있다. 2011년부터 3년마다 해오던 외교장관회의를 2년 주기로 단축해 지난해 10월까지 5차례 개최했고 내친김에 첫 정상회의까지 열었다. 태도국과 독자적인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는 일본, 프랑스, 중국, 인도, 미국 정도다. 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태도국과의 접점을 찾고 차별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까다로운 숙제다.● 韓, 기후변화 대응 등 맞춤형 청사진 제시이번 정상회의의 정상 선언은 한국과 태도국 간의 공동 번영을 위한 연대를 확인하고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태도국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사업들을 포함한 여러 가지 행동계획에만 자그마치 54개 협력사업이 포함돼 있다. 50여 가지 사업들은 크게 ‘회복(Resilience)’ ‘강화(Reinforcement)’ ‘재활성화(Revitalization)’ 등 ‘3R’로 분류된다. 회복 분야에서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최전선에 있는 태도국들의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기후변화 예측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태도국들에 기후변화 의제는 국가의 존폐가 달린 예민한 문제이기도 하다. 2021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교장관이 허벅지까지 차오른 바닷물에서 “말뿐인 약속만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수중연설로 기후변화 문제를 호소한 ‘이색 영상’은 이러한 태도국의 절박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는 불법 어업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이나 새마을운동 사업처럼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해 태도국 국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들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재활성화 분야에서는 한국이 강점을 갖는 디지털 분야 장관회의 등을 통해 연결성을 강화하고 한-태도국 간의 직항 노선 복항을 추진하거나 태도국 지역에 외교공관을 추가로 개설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 “표심 잡아라” 일회성 회의로 그쳐선 안 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전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과 같은 굵직한 국제 선거전을 뛰고 있는 정부에 태도국은 면면이 ‘귀한 손님’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태도국 14개국 가운데 12개 국가가 유엔의 정식 회원국으로, 아시아태평양그룹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또 11개 국가가 엑스포 관련 회원국이며 나머지 3곳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가 집중 관리해야 할 ‘표밭’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관건은 한국의 태도국을 향한 관심과 지원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될지다. 한국의 독자적 정상회의가 일회성에 그친다면 역내 사안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정례화된 외교 협의와 50여 개 사업 상황들을 점검해 나갈 플랫폼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2000만 달러(약 265억 원) 규모인 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4∼5년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2배 이상 증액시키고 PIF에 기부하는 협력기금도 획기적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태도국은 한국으로부터 ‘한강의 기적’과 같은 개발 노하우 공유 등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한국의 소프트파워로 외교 지평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

● “엄마가 왔다!”29일 오후 9시 반 인천국제공항. 김모 군(11)과 김모 양(8)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조○○, 환영합니다’란 환영 문구를 담은 스케치북을 든 채 초조하게 입국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엄마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단숨에 달려가 안겼다. 엄마 조 씨는 20일 친정 가족과 태평양 휴양지 괌으로 여행을 떠난 지 9일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21일 괌에 여행을 갔던 아내와 두 딸, 손녀를 이날 오후 10시 24분경 맞이한 곽병우 씨(65)는 “못 돌아올까봐 걱정했는데 살아돌아온 느낌이라 반갑다”며 환하게 웃었다. 8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손녀 김도은 양(2)은 ‘I ♥ GUAM’이라고 적힌 괌 기념 티셔츠를 입은 채 유모차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태평양 휴양지 괌을 덮친 초강력 태풍 ‘마와르’ 때문에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이 하나둘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8시 45분경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188명을 태운 진에어 LJ942편이 한국 땅에 착륙하자 기내에선 승객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29일 오후 괌 국제공항 운영이 재개되면서 이날 밤 진에어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타고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속속 입국했다.● 고립됐던 관광객, 인천공항으로 속속 입국 28주차 임산부 정소희 씨(33)도 이날 12일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태교 여행차 괌을 찾았던 정 씨는 “혹시 한국에 못 올까봐 불안했는데 한국 땅을 다시 밟으니 이제야 고국에 돌아온 실감이 난다”고 했다. 23일이던 귀국 예정일보다 엿새 늦게 도착한 조모 씨(38)는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다”고 했다.위한솔 씨(35)는 대한항공 KE8422편으로 29일 밤 12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위 씨는 이날 출발 직전 동아일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가족들과 물을 구하러 마트를 돌다가 세 번째 마트에서 허탕을 치고 이동하던 중 탑승 확정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을 받고 다시 울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또 “도움을 준 영사관 관계자와 교민들, 현지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29일 한국인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괌으로 떠난 비행기는 모두 11편이다. 외교부는 30일까지 이들 비행기를 타고 약 2500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늦어도 31일까지는 귀국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이 모두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현지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을 약 34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드디어 ‘괌옥’ 탈출” 괌 현지에선 기존에 예약했던 항공사의 항공편 출발 순서대로 관광객에게 대체 항공편을 배정하고 있다.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귀국 항공편 확정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22일 남편과 함께 신혼여행을 왔던 A씨(32)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눈물이 났다”며 “하루빨리 ‘괌옥’(괌+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는데 30일 오후 5시 항공편으로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또 “하루만 더 버티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다. 괴로웠던 신혼여행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괌에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아직 대체 항공편이 확정되지 않은 이들도 있다. 당초 괌 공항이 다음 달 1일 운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항공편을 그 후로 변경한 관광객들은 대체 항공편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현지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다.어머니 환갑을 맞아 인천 남구에서 가족여행을 왔다는 강모 씨(28)는 “공항 운영 재개 날짜에 맞춰 다음 달 2일 항공편으로 변경했는데 당장 재변경이 안 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며 “공항에 가 대기하고 싶어도 당뇨와 고혈압 증세가 있는 어머니의 몸 상태가 안 좋아 곁을 떠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일부 관광객들은 조금이라도 출발 시간이 빠른 항공편 잔여석을 구하기 위해 괌 공항을 찾아 대기했다. 딸과 함께 여행을 왔다가 고립됐다는 권선옥 씨(63)는 “괌 공항에서 대기 명단을 작성한 뒤 간신히 29일 오후 출발하는 잔여석을 얻어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인천=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인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가안보실은 29일 정찰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 공개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한 보고하고,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조 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한은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위성 발사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31일 0시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공개한 데 대해 “북한의 소위 ‘위성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어떠한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예고한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며 “북한이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아버지 혈압약을 구할 수 없어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태평양 휴양지 괌을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다가 초강력 태풍 ‘마와르’ 때문에 발이 묶인 도모 씨(34)는 26일 동아일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노약자 등 지병을 앓고 계신 분들에 대한 외교당국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수도와 전기가 끊긴 채 고립돼 있다면서 “호텔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유일하게 마른 바닥이 있는 화장실에서 이불을 깔고 지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영사관도 태풍에 피해를 입어서 그런지 전혀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식수 떨어져” 악몽 된 신혼여행 23, 24일(현지 시간) 괌을 강타한 마와르는 최고 시속 225km의 강풍을 동반한 ‘슈퍼 태풍’으로 시간당 50mm의 비를 뿌려 괌 국제공항 활주로를 비롯해 많은 호텔, 식당 등이 침수됐다. 강풍으로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전선이 끊어져 광범위한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상하수도 설비도 작동을 멈춰 단수된 지역이 적지 않다. 태풍이 물러난 후에도 국제공항 운영 중단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휴가를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 3200여 명은 현지에 고립된 채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못 챙기는 상황이다. 임신 7개월 차인 아내와 태교 여행을 온 이모 씨(37)는 “체류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내가 두통을 호소하고 배 뭉침 증상도 생기고 있다”며 “식당과 식료품점이 대부분 문을 닫아 미리 챙겨둔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신히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했다. 한 관광객은 “숙소가 물에 잠겨 에어컨도 안 나온다. 지금은 렌터카 안에서 지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혼여행이 악몽이 되기도 했다. 손유경 씨(30)는 이달 20일 결혼 후 괌으로 신혼여행을 왔는데 이제 식수가 거의 떨어졌다고 했다. 손 씨는 “호텔에서 더 이상 숙박 연장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당장 잘 곳도 없다”며 “내일이 오는 게 너무 두렵다”고 했다. 현지 관광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데 방을 나눠 쓸 사람을 찾거나 ‘노숙 중인데 샤워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공항 이르면 30일 재개될 듯 고립이 길어지면서 늘어난 체류 비용도 부담이다. 관광객 김모 씨(29)는 “마트마다 사람들이 몰려 식료품이 동났다. 호텔 식당이 있긴 한데 가족과 밥을 먹으면 최소 40달러(약 5만3000원)는 든다.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더라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나마 문을 연 마트나 편의점에선 신용카드 결제가 제대로 안 돼 현금을 뽑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으러 다니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교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교민 김모 씨(58)는 “생수가 거의 떨어졌는데 수돗물이 안 나온다. 몸을 씻지도 못하고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괌 국제공항은 이르면 30일 다시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26일 “괌 공항청장이 전날(25일) 면담에서 30일 공항 재개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교민단체, 여행사 등과 긴급 지원방안을 협의 중이다. 필요한 분들에게 비상의약품을 전달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여행사들은 괌에서 발이 묶인 여행객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천재지변의 경우 보상할 의무는 없지만 1박에 10만 원 정도 숙박 지원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파크 측도 패키지 고객 70여 명을 대상으로 호텔 숙박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온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이 판결금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재단은 “앞으로 판결금 수령자들을 만나 수령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는 경우 법률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심리적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부금으로 100% 운영되고 있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을 지원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기부금지출내역에는 피해자 직접 지원사업에 대한 비용이 시민단체 운영 및 관리비보다 적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피해자 가족들도 있었다. 또 소송을 내기 전인 11년 전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돈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익사업에 사용하도록 체결한 약정을 근거로 판결금 일부를 기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또 이날 오전 처음으로 정부 해법을 수용한 생존 피해자 1명에게 판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중 판결금을 수령한 피해자는 이에 따라 총 11명으로 늘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아버지 혈압약을 구할 수 없어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태평양 휴양지 괌을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다가 초강력 태풍 ‘마와르’ 때문에 발이 묶인 도모 씨(34)는 26일 동아일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노약자 등 지병을 앓고 계신 분들에 대한 외교당국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수도와 전기가 끊긴 채 고립돼 있다면서 “호텔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유일하게 마른 바닥이 있는 화장실에서 이불을 깔고 지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영사관도 태풍에 피해를 입어서 그런지 전혀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식수 떨어져” 악몽 된 신혼여행 23, 24일(현지 시간) 괌을 강타한 마와르는 최고 시속 225km의 강풍을 동반한 ‘슈퍼 태풍’으로 시간당 50mm의 비를 뿌리며 괌 국제공항 활주로를 비롯해 많은 호텔, 식당 등이 침수됐다. 강풍으로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전선이 끊어져 광범위한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상하수도 설비도 작동을 멈춰 단수된 지역이 적지 않다. 태풍이 물러난 후에도 국제공항 운영 중단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휴가를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 3200여 명은 현지에 고립된 채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못 챙기는 상황이다. 임신 7개월 차인 아내와 태교 여행을 온 이모 씨(37)는 “체류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내가 두통을 호소하고 배 뭉침 증상도 생기고 있다”며 “식당과 식료품점이 대부분 문을 닫아 미리 챙겨둔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신히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했다. 한 관광객은 “숙소가 물에 잠겨 에어컨도 안 나온다. 지금은 렌터카 안에서 지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혼여행이 악몽이 되기도 했다. 손유경 씨(30)는 이달 20일 결혼 후 괌으로 신혼여행을 왔는데 이제 식수가 거의 떨어졌다고 했다. 손 씨는 “호텔에서 더 이상 숙박 연장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당장 잘 곳도 없다”며 “내일이 오는 게 너무 두렵다”고 했다. 현지 관광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데 방을 나눠 쓸 사람을 찾거나 ‘노숙 중인데 샤워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공항 이르면 30일 재개될 듯 고립이 길어지면서 늘어난 체류 비용도 부담이다. 관광객 김모 씨(29)는 “마트마다 사람들이 몰려 식료품이 동났다. 호텔 식당이 있긴 한데 가족과 밥을 먹으면 최소 40달러(약 5만3000원)는 든다.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더라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나마 문을 연 마트나 편의점에선 신용카드 결제가 제대로 안 돼 현금을 뽑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으러 다니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교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교민 김모 씨(58)는 “생수가 거의 떨어졌는데 수돗물이 안 나온다. 몸을 씻지도 못하고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괌 국제공항은 이르면 30일 다시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26일 “괌 공항청장이 전날(25일) 면담에서 30일 공항 재개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교민단체, 여행사 등과 긴급 지원방안을 협의 중이다. 필요한 분들에게 비상의약품을 전달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여행사들은 괌에서 발이 묶인 여행객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천재지변의 경우 보상할 의무는 없지만 1박에 10만 원 정도 숙박 지원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파크 측도 패키지 고객 70여 명을 대상으로 호텔 숙박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3명 가운데 1명이 일본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으로부터 배상금을 받는 ‘제3자 변제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3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뒤 생존 피해자가 이에 동의해 배상금을 수령하는 건 처음이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피해자 A 씨 측은 전날(24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배상금을 수령하겠다”는 최종 의사를 전달했고, 관련 서류를 냈다. 이에 따라 재단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26일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A 씨가 받는 배상금은 원금 1억2000만 원에 지연 이자(1억9000여만 원)를 더한 3억1000여만 원 수준이다. 앞서 A 씨는 그간 다른 피해자 2명과 마찬가지로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가족의 설득으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재단과 함께 피해자와 유가족 한 분 한 분 직접 뵙고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징용판결 15명중 11명이 재단 배상금 받아 생존자 첫 배상금 수령 정부 “남은 4명 설득 계속 노력”일본 피고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중 지금까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배상금을 받게 된 이들은 생존 피해자 1명과 사망한 피해자 10명의 유족들이다. 정부는 3월 6일 일본 피고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피해자 15명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 중 생존 피해자는 김성주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3명이다. 작고한 피해자 12명은 유족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인 채권을 물려받았다. 4월까지는 사망한 피해자 10명의 유족이 재단으로부터 배상금과 판결 지연 이자를 지급받았다. 당시 생존 피해자 3명과 작고한 피해자 2명의 유족은 재단에 내용증명을 보내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배상을 받기로 한 생존 피해자 A 씨가 마음을 바꾼 데는 가족들의 꾸준한 설득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재단에 구두로 “배상금을 수령하고 싶다”고 전달한 A 씨는 가족회의를 열어 구성원 의견을 모은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는 등 한일 관계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A 씨가 입장을 바꾼 배경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재단은 24일 A 씨를 직접 만나 배상금 수령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여전히 정부안에 반대하는 생존자 2명과 피해자 2명의 유족에 대해서 “직접 찾아뵙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가 문정인 전 세종재단법인 이사장이 3월 사임 당일 계약한 세종연구소 부동산 임대사업에 대해 “외교부 승인 없이 체결돼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세종연구소는 외교부에 등록된 국가정책연구재단으로, 최근 자본 잠식에 가까운 재정난을 겪고 있다.외교부에 따르면 문 전 이사장은 3월 14일 경기 성남의 연구소 부지 3만8000㎡에 대해 제조업과 의류 브랜드 사업을 겸하고 있는 A사와 최장 90년 임대계약을 맺고 이곳에 대형복합건물을 짓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연구소 본관을 허물고 짓는 복합건물 옆에 새로운 연구소를 건설하고, 그 사업비 6000억여 원은 A사가 모두 부담하지만 토지 용도 변경을 위한 기부채납용 임대주택 건설비 400억 원은 연구소가 채무를 지는 식이다. 연구소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약이 진행되면 A사와의 협상을 거쳐 연구소가 매년 112억 원의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연구소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산상 중대 변동이 발생할 경우 외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문 전 이사장은 계약 닷새 전인 3월 9일 A사와 “주무 관청(외교부)의 사업 승인 완료 시 공식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그러나 이후 외교부의 승인이 없는 상태에서 본인의 사임이 의결된 3월 14일 계약을 체결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사장이 공석이 되면 일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 판단 아래 이사진 중 개발 사업 쪽에 해박한 변호사 한 명이 ‘도장을 찍어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줘 계약했다”고 밝혔다.문 전 이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떠나는 사람이 꼭 할 필요 있냐’고 했는데 이사들이 ‘외교부에 제출할 준비가 돼 있다, 지금 이 시간까지는 이사장님이시고 지금까지 합의해서 만든 건데 이사장 대행은 날인을 할 수가 없으니 새로운 이사장이 오는 기간까지 기다리면 연구소가 (재정적) 손해를 볼 수도 있어서 날인을 해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에 날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급작스럽게 사임하는 날 날인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해 10월 로펌들과 협의해 계약서의 기본은 있었다. 다만 A사와 임대료 계산일 때문에 합의를 못 본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연구소는 계약한 날짜부터 임대료를 내라고 주장했고 A사는 일반적으로 빌린 땅에 건물이 들어서서 입주하는 순간부터 계산일로 잡아야 한다고 맞섰다는 것이다. 문 전 이사장은 “결국 3~4개월 동안 협의해 필요할 때 A사가 지불보증을 해서 은행에서 연구소가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금융 편의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합의를 보고 재단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반면 외교부는 이 계약이 진행되려면 자연 녹지로 돼 있는 해당 부지의 용도 변경이 성남시로부터 이뤄져야 하고, 외교부의 사업 승인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법적 효력이 없는 계약을 맺은 점을 납득하기 어려운 데다, 연구소에서 사업 승인을 공식 요청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계약서는 외교부의 사전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 전 이사장도 “기본 자산을 매각하거나 용도를 변경해서 임대사업을 하게 되면 외교부 허가를 받는 것이고 계약서는 부대적인 문건으로 제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계약서에는 A사가 연구소의 사전 동의 없이 임차권을 처분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도 제3의 시행법인에 임차권 지위를 이전할 경우 신축 공사비 마련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빌리기 위해 임차권을 담보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제3의 법인을 정해 A사가 임차권을 넘기면 해당 법인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셈이다.이 경우 법인이 부도가 나면 임차권은 금융기관으로 넘어가고, 연구소는 최장 90년간 아무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측과 A사 측 법무법인이 수차례 법률 검토를 통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A사는 ‘외교부 승인 없이 체결한 계약이 무효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등을 질의하자 “내용을 더 파악해 봐야 해서 잘 모른다”고 했다. 시행법인과 관련한 계약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에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를 지낸 장원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64·사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관 출신인 장 사무총장은 12일 코이카가 공고한 신임 이사장 공모 절차에 지원했다. 18일까지 서류를 마감한 코이카는 추후 절차에 따라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이사장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지만 코이카 안팎에선 장 사무총장이 내정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1984년 외무고시 15회로 외교부에 들어와 동북아국장, 주중국 공사, 주스리랑카 대사, 주뉴욕 총영사 등을 거쳤다. 2017년 11월부터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를 맡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협상을 진두지휘했고 2021년 12월부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본 피고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중 지금까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배상금을 받게 된 이들은 생존 피해자 1명과 사망한 피해자 10명의 유족들이다. 정부는 3월 6일 일본 피고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피해자 15명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중 생존 피해자는 김성주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3명이다. 작고한 피해자 12명은 유족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인 채권을 물려받았다. 4월까지는 사망한 피해자 10명의 유족들이 재단으로부터 배상금과 판결 지연 이자를 지급받았다. 당시 생존 피해자 3명과 작고한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은 재단에 내용증명을 보내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배상을 받기로 한 생존 피해자 A 씨가 마음을 바꾼 데는 가족들의 꾸준한 설득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재단에 구두로 “배상금을 수령하고 싶다”고 전달한 A 씨는 가족 회의를 열어 구성원 의견을 모은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는 등 한일 관계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A 씨가 입장을 바꾼 배경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재단은 24일 A 씨를 직접 만나 배상금 수령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여전히 정부안에 반대하는 생존자 2명과 피해자 2명의 유족에 대해서 “직접 찾아뵙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장이 22일 방한해 한국 정부에 “한국이 대만 문제에서 더 나아가면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24일 “중국 외교부 류진쑹(劉勁松)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22일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과의 협의에서 이런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국빈 방미 전 “대만 문제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이런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자 중국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 국장급 협의 다음 날 중국 외교부는 “한국이 중한 관계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새로 부임한 (중국)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곧 양국 간 협의를 거쳐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순서로 보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라고 했다. 양국 안보실장 라인 교류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양국) NSC 간에 중국 정치국원, (우리 정부의) 국무위원 간 채널도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이날 외통위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최근 목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한 북한의 두 일가족과 관련해 소규모 선박을 이용해 탈북하는 이른바 ‘보트 피플’이 집단 발생할 가능성에 정부가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북한 주민들의 동요로 집단 보트 피플 사태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고, 실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귀순과 관련해선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느슨해진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시민단체가 2021년 한 해 동안 기부금 1억5000만여 원을 받아 그해 생존 피해자 양금덕(94) 김성주(94) 할머니 등 피해자 측에 직접 지원한 사업비가 420여만 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이 단체의 관리운영비가 전체 지출액의 약 77%를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24일 확인한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사장 이국언)의 2021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이 단체는 한 해 수입액 1억5554만여 원 가운데 약 6437만 원을 지출했다. 이 중 양 할머니를 대표 지급처로 세운 ‘(피해자) 방문 및 지원사업’에 427만9350원을 썼다. ‘수혜 인원’은 35명이라고 기재했다. 지출액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은 이 이사장을 비롯한 상근직의 인건비(약 3205만 원)가 차지했다. 이어 일본어판 자서전 출간(약 1050만 원)과 관리운영비(약 524만 원), 회원사업비(약 479만 원) 순으로 지출됐다. 피해자 직접 지원은 아니지만 단체 고유의 사업으로 볼 수 있는 구술사업과 연대사업비, 행사진행비는 약 37만∼28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소액이었다. 2021년 잔액은 지출액보다 많은 약 9117만 원으로, 다음 해로 이월했다. 2022년 명세서는 전년과 달리 세부 명세가 없이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 관리운영비와 사업비만 기재돼 있다. 관리운영비는 8599만여 원, 사업비는 2576만여 원으로 각각 지출액의 약 77%, 23%를 차지했다. 사업비 지급처와 관리비 지급처는 모두 공란이었다. 이 단체는 2009년 3월 강제징용 문제 공론화, 피해자 후원과 소송 지원 등을 해오다가 2021년 5월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했다. 세법상 공익법인은 법인세법 39조에 따라 매해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4개월 안에 법인 홈페이지와 국세청에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투명하게 내역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다. 이 단체의 도움을 받은 일부 피해자 가족은 “말은 지원 단체인데 받아 본 게 행사 참여했을 때 갈비탕 한 그릇, 명절에 보내오는 사과 박스가 전부여서 섭섭했다”고 말했다고 피해자 가족과 접촉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이사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별도의 운영 회계 없이 단체는 100% 기부금으로만 운영된다”며 피해자 지원사업 지출에 대해 “세세한 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단체 김정은 사무처장은 이날 통화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명절 선물을 드리거나 방문 시 먹을 것을 사드리고 난방비를 지원했다”면서도 “내부 감사에서도 운영비에 비해 할머니들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비가 적어 보이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사항을 더 정확하게 기재해 줘야 한다는 지적 사항이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부 관리운영비와 사업비 명세, 지급처를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혼자서 상근을 하다 보니 ‘써야지’ 해 놓고 누락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공익법인의 지출액보다 잔액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 외에 우리 사업으로 역사관이나 자료관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누적으로 비축해 둔 돈”이라며 “아직 재원이 많은 단체가 아니다 보니 다른 사업들을 준비하기 위한 금액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해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경찰은 24일 박지원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임 당시 자신의 측근들을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에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 전 원장은 인사규칙을 바꾸며 측근 채용에 개입한 혐의를, 박 전 원장은 연구 경력이 전무한 측근을 고위 연구직에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졌던 인사와 관련해 자체 감사를 실시하던 중 두 전직 국정원장의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를 포착하고 올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규칙 바꾸고, 자격 없는 측근 채용”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의 자택 및 국정원 비서실장실, 기획조정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만 국정원장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며 “국정원은 내부 보안 규정 때문에 자발적 자료 제출에 한계가 있어 동의하에 채용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조모 씨를 전략연 실장직에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조 씨는 친문(친문재인) 성향 단체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기획팀장을 지내고 노무현재단 등에서 활동한 인사로 외교안보나 정보 분야 공직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서 전 원장이 국정원 간부들이 주로 임명됐던 전략연 고위직에 조 씨를 채용하기 위해 내부 인사규칙을 변경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조 씨는 전략연 부원장까지 오르며 5년간 일하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략연을 떠났다. 조 씨는 전략연 부원장 재임 중 심야에 여성을 불러들여 사무실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씨가 2020년 10월∼2021년 12월 임대 목적의 전략연 소유 사무실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전략연에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조 씨의 횡령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은 23일 기각됐다. 전략연 관계자는 “조 씨가 연구위원들의 초과근무수당이나 연구용역에 따른 간접비용 등을 전용했다는 의혹도 있다”며 “전략연 원장이 해외 출장을 갈 때 조 씨가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을 수행 연구원에게 ‘보좌할 때 쓰라’며 건넸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8월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이었던 측근 강모 씨와 박모 씨를 서류심사와 면접 등 정상적 채용 절차 없이 각각 수석연구위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사급 학위자들이 최소 10∼15년의 연구 경력을 가져야 채용되는 고위 연구직이지만 두 사람 모두 박사 학위가 없고 외교안보 경력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 측은 “(측근들은) 박사 학위 등이 필요 없는 일반 연구직에 적법한 채용 절차를 밟아 입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원장 측 변호인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국정원 싱크탱크 전략연, 외부 감시는 미흡 전략연은 외교안보 분야를 연구, 분석하며 전략 및 정책 개발을 담당하는 국정원의 싱크탱크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직제상 산하 기관은 아니지만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국정원으로부터 운영 자금 일부를 지원받는다. 전략연은 특성상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외부 감시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정원 입김에 취약하다 보니 이번 같은 부정 채용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연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인사 청탁이 빈번하게 들어오고 ‘낙하산의 장’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