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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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4~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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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PC통신3%
기타3%
  • 15세 첼로 영재 한재민, 제네바콩쿠르 3위

    첼리스트 한재민(15·사진)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28일(현지 시간) 열린 제75회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첼로 부문 3위를 차지했다. 로즈마리위게닌 특별상도 함께 수상했다.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의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이 입상한 건 1971년 정명화가 1위를 한 후 50년 만이다. 올해 콩쿠르의 본선 진출자 중 최연소를 기록한 한재민은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과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를 연주했다. 1위는 일본의 우에노 미치아키(26), 2위는 캐나다의 브라이언 챙(24)이 각각 차지했다. 한재민은 3등 수상으로 상금 8000프랑(약 1024만 원)을 받았다. 부상으로 2년간 해외 콘서트 투어를 하고 제네바 프로무지카사와 2년간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는 기회를 갖는다. 한재민은 “콩쿠르에 참여하며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연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금호영재 출신인 한재민은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영재로 입학했다.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수상한 한국인으로는 작곡가 조광호(2013년), 피아니스트 문지영(2014년), 작곡가 최재혁(2018년), 퍼커셔니스트 박혜지(2019년)가 있다. 1939년 창설된 제네바 국제콩쿠르는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첼로 등 8개 부문이 매년 번갈아 가며, 작곡 부문은 2년마다 각각 개최된다. 만 29세 이하 연주자가 참여할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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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의인류학자가 죽음을 만나는 법[책의 향기]

    멕시코에서는 ‘죽은 자들의 날’이라는 명절이 있다.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망자의 영혼을 기리는 행사인데, 퍼레이드 형식으로 즐겁게 이뤄진다. 멕시코인들은 죽음의 가치를 인정하고 삶의 또 다른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8년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코’에 잘 반영돼 있다. 멕시코 이외의 나라들에 이 문화가 낯설게 다가오는 건 죽음이란 것이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을 일상적으로 겪는 이에겐 죽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해부학적 지식을 활용해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법의인류학자인 저자는 “내가 죽음과 맺은 관계는 편안한 우정”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죽음의 여러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죽음을 향해 느끼는 혐오를 잠시 잊어보자고 제안한다. 저자가 기억하는 최초의 죽음은 대개 그렇듯 조부모였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숨졌다. 장례식 날 저자는 “할아버지가 잘 계시는지 확인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조문실로 향한다. 저자는 그 앞에 잠시 멈춰 할아버지가 살았던 순간을 떠올리고 기억을 간직한다. 그러곤 할아버지의 피부색을 살피고 시계의 태엽을 감아드리고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가 신뢰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준 순간부터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는 해부학 수업을 들으며 죽은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느꼈다. 신체 기증자를 위해 해마다 열리는 장례식과 감사 예배는 죽음의 또 다른 가치를 생각하게 했다. 법의인류학자가 되어서는 법정에서 시신이 절단된 방식, 횟수를 증언하면서도 유족의 고통을 고려해 말을 고민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한 저자는 죽음을 둘러싼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자신의 죽음을 직접 준비할 권리, 신원 미상의 시신에 대해 국가 등이 끝까지 신원을 확인해줄 의무 등이 필요하단 말이다. 죽음을 공포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죽음이 남긴 이야기를 따라가며 죽음을 느껴보길 권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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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가들에게 영감을 준 지역… 그곳엔 예술혼이 있었다

    대구에서 태어난 서세옥(1929∼2020)은 광복 후 서울로 왔다. 그때 성북동 소나무들을 보고 ‘꼭 성북동에 집을 갖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후 성북구 월곡동, 돈암동 등지에서 거주했던 그는 1970년대 초, 성북동 언덕에 25평(약 82.6m²)짜리 집을 짓곤 ‘손으로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집’이란 의미로 ‘무송재’라 이름을 붙였다. 성북과 서세옥은 서로의 수식어였다. 그는 이곳에서 작품을 만들고 정원을 거닐며 사색하는 조선시대 선비 화가의 삶을 꿈꿨다. 한국 문인화의 마지막 세대로 불렸던 그는 별세 전까지 이곳에서 활발히 작업했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사람 혹은 군상을 그린 대표작 ‘인간’ 시리즈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작가에게는 영감을 주는 환경이 있다. 지역 미술관들이 예술가의 공간에 대한 흔적을 짚은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구립미술관은 12월 5일까지 ‘화가의 사람, 사람들’ 전시에서 서세옥과 그를 중심으로 한 성북의 근현대 작가들 작품 25점을 조명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은 11월 6일까지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을 열고 전남 진도 출신인 손재형의 서예 입문기부터 완숙기까지를 보여주는 40점을 선보이고 있다. ‘화가의 사람, 사람들’에서는 서세옥이 성북동에 살며 교류하고 영향을 받은 김용준 김환기 장승업 등 7명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스승 김용진의 수묵화, 서세옥을 아우라 칭했던 변관식의 산수가 그려진 선면도 등 서세옥 컬렉션 12점도 포함됐다. 김경민 성북구립미술관 학예사는 “서세옥 컬렉션은 작가가 자신의 예술 세계에 자양분이 된 작품을 모은 것이라 후배나 친구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유족으로부터 3342점을 기증받은 성북구립미술관은 서세옥 기획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세옥의 선배이자 20세기 서예와 문인화를 이끈 소전 손재형(1903∼1981)은 할아버지 손병익과 진도로 귀향 온 학자 정만조에게 한학과 서예를 배웠다. 함께 서당을 다닌 이는 한국 서화계를 대표하는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이었다. 이태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소전은 18세 때 상경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예에 두각을 보였다. 그 기반엔 자연스레 서예를 접한 진도의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희의 세한도를 가져온 자’, ‘박정희 대통령의 서예 스승’으로 손재형을 설명하던 문구를 잠시 잊고 서예가로서 그를 재평가할 수 있다. 당시 서예계를 주도하던 김돈희, 오세창의 서풍을 익히던 ‘전통 계승의 시기’, 광복 후 ‘소전체 정립 시기’, 60세 이후 ‘원숙한 기량의 시기’를 감상할 수 있다. 사군자, 수묵 산수화 등 여러 문인화도 전시돼 있다. 함께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에서는 신안 출신인 김환기의 ‘무제’, 고흥 출신인 천경자의 ‘화혼’, ‘만선’, 화순 출신인 오지호의 ‘풍경’ 등 전남에 뿌리를 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측은 현대문학 가운데 김환기가 장정한 60권을 모두 구매해 일부를 선보이고 있다. 천경자, 오지호, 조선대 교수를 지낸 임직순이 그린 각종 책의 표지화와 삽화도 전시한다.광양=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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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북동 터줏대감’ 서세옥, ‘진도 출신’ 손재형…예술가와 공간의 흔적

    대구에서 태어난 서세옥(1929~2020)은 광복 후 서울로 왔다. 그때 성북동 소나무들을 보고 ‘꼭 성북동에 집을 갖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후 성북구 월곡동, 돈암동 등지에서 거주했던 그는 1970년대 초, 성북동 언덕에 25평(82.6㎡)짜리 집을 짓곤 ‘손으로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집’이란 의미로 ‘무송재’라 이름을 붙였다. 성북과 서세옥은 서로의 수식어였다. 그는 이곳에서 작품을 만들고 정원을 거닐며 사색하는 조선시대 선비 화가의 삶을 꿈꿨다. 한국 문인화의 마지막 세대로 불렸던 그는 별세 전까지 이곳에서 활발히 작업했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사람 혹은 군상을 그린 대표작 ‘인간’ 시리즈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작가에게는 영감을 주는 환경이 있다. 지역 미술관들이 예술가의 공간에 대한 흔적을 짚은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구립미술관은 12월 5일까지 ‘화가의 사람, 사람들’전시에서 서세옥과 그를 중심으로 한 성북의 근현대 작가들 작품 25점을 조명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은 11월 6일까지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을 열고 전남 진도 출신인 손재형의 서예 입문기부터 완숙기까지를 보여주는 40점을 선보이고 있다. ‘화가의 사람, 사람들’에서는 서세옥이 성북동에 살며 교류하고 영향을 받은 김용준 김환기 장승업 등 7명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스승 김용진의 수묵화, 서세옥을 아우라 칭했던 변관식의 산수가 그려진 선면도 등 서세옥 컬렉션 12점도 포함됐다. 김경민 성북구립미술관 학예사는 “서세옥 컬렉션은 작가가 자신의 예술 세계에 자양분이 된 작품을 모은 것이라 후배나 친구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유족으로부터 3342점을 기증받은 성북구립미술관은 서세옥 기획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세옥의 선배이자 20세기 서예와 문인화를 이끈 소전 손재형(1903~1981)은 할아버지 손병익과 진도로 귀향 온 학자 정만조에게 한학과 서예를 배웠다. 함께 서당을 다닌 이는 한국 서화계를 대표하는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이었다. 이태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소전은 18살 때 상경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예에 두각을 보였다. 그 기반엔 자연스레 서예를 접한 진도의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희의 세한도를 가져온 자’, ‘박정희 대통령의 서예 스승’으로 손재형을 설명하던 문구를 잠시 잊고 서예가로서 그를 재평가할 수 있다. 당시 서예계를 주도하던 김돈희, 오세창의 서풍을 익히던 ‘전통 계승의 시기’, 광복 후 ‘소전체 정립 시기’, 60세 이후 ‘원숙한 기량의 시기’를 감상할 수 있다. 사군자, 수묵 산수화 등 여러 문인화도 전시돼있다. 함께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에서는 19점을 만날 수 있는데, 전남 출신 작가들의 아카이브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미술관 측은 신안 출신인 김환기의 현대문학 장정 60권을 모두 구매해 일부를 선보이고 있다. 고흥 출신의 천경자, 화순 출신인 오지호, 조선대 교수를 지낸 임직순이 그린 표지화와 삽화를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져 모두 9권을 구했다.광양=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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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것을 기억하며 칠하고 새기다

    “제가 왜 종이를, 나무를 파낼까요? 고민해봤더니 저는 사랑하는 무언가가 낡아 버려지는 걸 두려워하더라고요. ‘아 나는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으려고 계속해서 새기는 중이구나’ 깨달았어요.” 이지은 작가(47)는 자신이 조각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소멸을 두려워하는 태도’는 그의 집착에서 시작됐다. “아쉬운 마음이 생기면 굳이 제 손으로 칠하고 새기면서 대상을 체화시키고 싶었어요. 참선하듯, 기도하듯 간절히 남기고 싶은 거죠.” 소멸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지은의 작업 활동은 끝내 ‘태도’가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지은의 작품은 들이는 시간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 예컨대 작품 ‘쓸모없는 사전’(2020년)이 그렇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는 백과사전에 집중했다. 사전마저 버리면 과거를 기억할 고리가 끊기겠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는 어릴 적 선물 받은 30권짜리 백과사전 중 제1권의 11쪽부터 640쪽까지 있는 모든 문항을 각각 다른 색으로 칠했다. “버리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은 꼬박 1년이 걸려 완성됐다. 이후 색칠한 문단 모양을 모티브로 해 육면체의 각 면을 깎아 9개 목조작품 ‘생각 허물기’를 만들었고, 그 목조작품의 모든 면을 종이에 대고 색칠해 54점의 프로타주 작품 ‘매만지고 문지르기’를 탄생시켰다. 주변에서는 작가를 걱정했다. ‘왜 칠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때마다 작가는 “나도 모르겠어. 칠하고 싶고, 다 칠해야만 왜 칠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답했다. 1권을 마무리 짓고 난 뒤에는 ‘그저 즐거웠다. 그럼 충분하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는 남은 29권을 보고는 “나는 돈을 포기했나 보다. 앞으로 29년간 갖고 놀 장난감 하나 생겨 기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난스레 웃었지만, 별 볼일 없는 현상을 관심 있게 보려 하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중노동 같아 보이는 작업 활동 속에서 작가 또한 의미를 찾아나간다. ‘너’라는 한 글자를 81개의 서체로 종이에 새겨낸 작품 ‘너 안에 내가’(2021년)가 그랬다. “보통은 마음에 드는 서체만 계속 쓴다. 다수가 싫어 해도 단 한 명을 위해 남아 있는 어떤 폰트도 있다. 작업을 위해 싫어하는 폰트로도 조각해봤는데, 문득 ‘내가 싫어하는 부분도 결국 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이지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하찮고 무의미하게 평가되던 것들의 가치를 되묻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이지은의 예술관 그 자체다. “누구나 다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된장찌개를 먹고 ‘와, 예술이다’ 하는 것처럼 누군가 심혈을 기울이고 시행착오를 겪어내면서도 정성을 비췄을 때 그 안에 예술이 있는 거죠. 그렇다 보니 관객이 제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반추하며 ‘이것도 예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전시는 31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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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일상도 예술 되길…소멸 두려워하는 마음이 태도가 됐죠”

    “제가 왜 종이를, 나무를 파낼까요? 고민해봤더니 저는 사랑하는 무언가가 낡아 버려지는 걸 두려워하더라고요. ‘아 나는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으려고 계속해서 새기는 중이구나’ 깨달았어요.” 이지은 작가(47)는 자신이 조각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소멸을 두려워하는 태도’는 그의 집착에서 시작됐다. “아쉬운 마음이 생기면 굳이 제 손으로 칠하고 새기면서 대상을 체화시키고 싶었어요. 참선하듯, 기도하듯 간절히 남기고 싶은 거죠.” 소멸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지은의 작업 활동은 끝내 ‘태도’가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지은의 작품은 들이는 시간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 예컨대 작품 ‘쓸모없는 사전’(2020년)이 그렇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는 백과사전에 집중했다. 사전마저 버리면 과거를 기억할 고리가 끊기겠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는 어릴 적 선물 받은 30권짜리 백과사전 중 제1권의 11쪽부터 640쪽까지 있는 모든 문항을 각각 다른 색으로 칠했다. “버리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은 꼬박 1년이 걸려 완성됐다. 이후 색칠한 문단 모양을 모티브로 해 육면체의 각 면을 깎아 9개 목조작품 ‘생각 허물기’를 만들었고, 그 목조작품의 모든 면을 종이에 대고 색칠해 54점의 프로타주 작품 ‘매만지고 문지르기’를 탄생시켰다. 주변에서는 모두 작가를 걱정했다. ‘왜 칠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때마다 작가는 “나도 모르겠어. 칠하고 싶고, 다 칠해야만 왜 칠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답했다. 1권을 마무리 짓고 난 뒤에는 “그저 즐거웠다. 그럼 충분하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는 남은 29권을 보고는 “나는 돈을 포기했나보다. 앞으로 29년간 갖고 놀 장난감 하나 생겨 기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난스레 웃었지만, 별 볼일 없는 현상을 관심 있게 보려하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중노동 같아 보이는 작업 활동 속에서 작가 또한 의미를 찾아나간다. ‘너’라는 한 글자를 81개의 서체로 종이에 새겨낸 작품 ‘너 안에 내가 있다’가 그랬다. “보통은 마음에 드는 서체만 계속 쓴다. 다수가 싫어해도 단 한 명을 위해 남아있는 어떤 폰트도 있다. 작업을 위해 싫어하는 폰트로도 조각해봤는데, 문득 ‘내가 싫어하는 부분도 결국 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이지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하찮고 무의미하게 평가되던 것들의 가치를 되묻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이지은의 예술관 그 자체다. “누구나 다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된장찌개를 먹고 ‘와, 예술이다’하는 것처럼 누군가 심혈을 기울이고 시행착오를 겪어내면서도 정성을 비췄을 때 그 안에 예술이 있는 거죠. 그렇다보니 관객이 제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반추하며 ‘이것도 예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전시는 31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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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옷 1t… ‘죽음’을 기억하다

    올해 5월, 전시 제목을 의논하던 한국인 큐레이터에게 프랑스 작가는 ‘4분의 4’를 제안했다. “지금 나는 생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면서. 큐레이터는 “한국에서는 4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기피한다”고 했다. 작가는 되레 더 흥미로워했다. 두 달이 지난 7월, 작가는 갑작스레 눈을 감았다.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1944∼2021)다. 그의 첫 유고전을 담당한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그때는 장난인 줄 알고 웃어넘겼는데 볼탕스키는 어렴풋이 죽음을 인지했던 것 같다”고 했다. 볼탕스키의 세계 첫 유고전이 된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는 이렇게 마련됐다. 제목으로 4분의 4(4/4)를 생각했던 작가는 슬래시(/)보다 점(.)이 좋다는 해맑은 이유로 최종 제목을 4.4로 정했다. 전시하려던 작품도 총 44점이었다. 날개 달린 천사 조각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설치 작품 ‘천사’(1984년)는 작가가 직접 들고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사망으로 이번 전시에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43점이 진열됐다. 작가는 별세 직전까지 1년간 작품 선정, 공간 디자인까지 모두 맡았다. 양 큐레이터는 “1점은 작가님의 영혼이 채워 주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볼탕스키는 평생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랑스가 나치에서 해방된 직후 유년기를 보낸 그는 유대인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겪으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경험했다. 작가가 두려움에 저항한 방식은 ‘기억’이었다. 그는 기록되지 않은 사람을 주목했다. 제단이나 종교적 구조물 위에 얼굴 사진을 걸어 놓은 ‘기념비’(1986년), 반투명 커튼에 영정사진처럼 93명의 얼굴을 각각 인쇄한 ‘인간’(2011년)은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사용된 사진은 수용소 희생자의 것이 아니라 신문 부고에 나왔거나 학급 학생들이 단체로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통해 사적인 기억과 역사를 이어 놓은 것이다. 그는 설치 작품의 크기를 매번 전시 장소에 맞춰 정했다. 이번 전시장의 한쪽 벽면 가득 옷이 늘어져 있는 ‘저장소: 카나다’(1988년)는 한국의 중고 옷 1t으로 제작했다. 익명의 옷가지들은 사라진 생명이 ‘살았던’ 시절을 상기시킨다. 개성도 추억도 없는, 죽음 자체를 대변하는 700kg가량의 검은 옷더미 ‘탄광’(2015년)과 165일의 전시 기간 동안 매일 하나씩 꺼지며 흘러가는 시간을 가시화할 ‘황혼’(2015년)도 마찬가지다. 탄광에 사용한 재료도 한국의 중고 옷이다. 전시장에 맞춰 제작한 설치 작품은 매 전시가 끝난 후 폐기한다. 그는 “오브제는 파괴되더라도 오브제가 있었다는 희미한 기억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 왔다. 작품은 물질적 실체는 유한하지만 구전으로 계승되는 신화처럼 대를 이어가며 남는다. 일본 데시마섬에서 진행되고 있는 ‘심장소리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8년부터 각국 사람들의 심장박동 소리를 수집해 왔다. 지금도 섬에 오는 사람들의 심장박동 소리를 모으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야기에 끌려서라도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작품을 이어가길 바란 것이다. 볼탕스키는 장난기가 많았다. 양 큐레이터는 “볼탕스키는 어떤 전시건 개막 이틀 전에 ‘전면 취소하자’며 큐레이터들을 당황시켰다고 한다. ‘이 지역에 유명한 스시집이 있던데 거길 못 가서’ 같은 이유를 들었다”고 했다. 그와 10년 넘게 작업해 온 프로덕션 팀원 2명은 이번 전시로 내한한 내내 울었다고 한다. 그의 부재가 컸던 것이다. “죽음이란 떠나기 위해 공항에 가는 것”이라던 볼탕스키. 전시에서는 생전 녹음된 그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두운 공간을 메우고 있는 그 소리에서, 누군가의 헌옷더미 속에서, 과거 인물의 흐릿한 사진 속에서 관객은 현재 자신의 모습과 가까이 머물고 있는 죽음의 의미를 생각할 것이다. 내년 3월 27일까지. 무료.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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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소리, 헌옷더미, 흐릿한 사진…죽음을 이야기하던 작가의 흔적

    올해 5월, 전시 제목을 의논하던 한국인 큐레이터에게 프랑스 작가는 ‘4분의 4’를 제안했다. “지금 나는 생의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면서 말이다. 큐레이터는 “한국에서는 숫자 4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되레 더 흥미로워했다. 두 달이 지난 올해 7월, 작가는 갑작스레 눈을 감았다.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1944~2021)의 첫 유고전을 담당한 양은진 큐레이터는 “그때는 장난인 줄 알고 웃어 넘겼는데 볼탕스키는 어렴풋이 죽음을 인지했던 것 같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세계 첫 유고전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전시하려던 작품 또한 총 44점이었다. 날개 달린 천사 조각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설치 작품 ‘천사’(1984년)는 작가가 직접 들고 올 예정이었다. 작가의 사망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43점이 진열됐다. 작가는 별세 직전까지 1년간 작품 선정, 공간 디자인까지 모두 맡았다. 양 큐레이터는 “1점은 작가님 영혼이 채워주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볼탕스키는 일평생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나치에서 해방된 직후 유년기를 보냈다. 유대인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겪으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소외를 경험했다. 작가가 그 두려움에 저항한 방식은 ‘기억’이었다. 잊히는 것을 겁나 한 작가는 기록되지 않은 사람을 주목했다. 제단이나 종교적 형태 구조물 위에 얼굴 사진을 걸어놓은 작품 ‘기념비’(1986년), 반투명 커튼에 영정사진처럼 93명 얼굴을 각각 인쇄해 놓은 작품 ‘인간’(2011년) 등은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사용된 사진은 실제 수용소 희생자가 아닌 신문 부고나 단체 학급 사진 등이다. 사진을 통해 사적인 기억과 역사를 이어놓은 것이다. 5개 공간으로 나누어 작품을 배열한 이번 전시는 대형 공간에 작품을 쏟아내는 작가의 이전 전시 방식에 비해 웅장함은 부족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장소에 맞게 가변크기로 제작됐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전시장 한쪽 벽면 가득 옷이 늘어져있는 설치 작품 ‘저장소: 카나다’(1988년)는 프로덕션 팀 ‘에바스튜디오’의 자문 하에 한국의 중고 옷 1t을 공수해 재제작했다. 익명의 옷가지들은 사라진 생명이 ‘살았던’ 시절을 상기시킨다. 개성도 추억도 없는, 죽음 자체를 대변하는 700kg가량의 검은 옷더미 ‘탄광’(2015년)과 165일의 전시 동안 매일 하나씩 꺼지며 흘러가는 시간을 가시화한 ‘황혼’(2015년) 등도 마찬가지다. 재제작 작품은 매 전시가 끝난 후 폐기된다. 흔적을 중시하는 그가 작품의 자취를 손수 지운다는 것이 의문일 수 있다. 그는 “오브제는 파괴되더라도 오브제가 있었다는 희미한 기억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왔다. 작품은 물질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구전으로 계승되는 것은 신화처럼 대를 이어가며 남는다. 일본 테시마 섬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의 ‘심장소리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8년부터 전 세계인의 심장박동 소리를 수집했다. 설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에 끌려서라도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작품이 기억되고 이어지길 바란 것이다. 삶과 죽음을 다루지만 인간 볼탕스키는 “미술가는 삶을 유희하는 것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왔던 것처럼 재치있었다. 양은진 큐레이터는 “볼탕스키는 어떤 전시건 전시 이틀 전에 전면 취소하자며 큐레이터들을 당황시켰다고 한다. 이유는 ‘이 지역에 유명한 스시집이 있던데 그걸 못 먹어서’ 따위다”라고 했다. 이 때문인지 그와 10년 넘게 일해 온 프로덕션 팀원 2명은 이번 전시로 내한한 내내 울었다고 한다. 볼탕스키가 전시장 어디쯤에 앉아있고, 어떤 대사를 할지 가장 잘 알았던 사이였기에 그의 부재가 컸던 것이다. 볼탕스키는 예술가로서의 모습만 기억할 수 있도록 팀원에게 죽음에 가까워졌을 즈음 자신의 공간에 출입을 금했다고 한다. “죽음이란 떠나기 위해 공항에 가는 것”이라던 볼탕스키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생전 녹음된 그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두운 공간을 메우고 있는 그의 심장소리에서, 누군가의 헌옷더미 속에서, 과거 인물의 흐릿한 사진 속에서 관객은 현재 자신의 모습과 가까이 머물고 있는 죽음의 존재를 반추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내년 3월 27일까지. 무료.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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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AF 역대 최다 판매-방문객… “젊은 컬렉터 늘어”

    13일부터 닷새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역대 최고 매출, 최다 방문객을 기록했다. 5일간 판매액은 650억 원, 관람객은 8만8723명이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판매액(310억 원)은 두 배 이상으로, 관람객은 7%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매출의 절반가량인 350억 원은 개막 첫날인 VVIP 입장 당일 이뤄졌다. 이날에만 5000여 명이 방문했으며 방탄소년단의 RM과 뷔, 전지현, 이병헌 이민정 부부, 소지섭 등 연예인도 다수 참석했다. 올해는 VVIP 제도를 신설해 약 3000명(동반 1인 가능)에게 작품을 우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존 갤러리와 인연이 없는 젊은 컬렉터를 흡수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는 “2019년부터 MZ세대가 미술시장에 관심을 보인다는 걸 감지했다. 갤러리들 또한 MZ세대의 취향에 맞게 덜 무겁고 밝은 작품을 많이 내세운 것 같다”고 밝혔다. 여러 화랑 대표들도 “매년 오던 기존 컬렉터가 아닌 처음 보는 30, 40대 컬렉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작품을 투자 대상으로만 대하는 현상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었다. 10년 넘게 갤러리를 운영해 온 한 대표는 “순수미술이라기보다는 인테리어용 작품을 사거나 이우환 박서보처럼 기존 시장에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의 미래 가치를 묻는 고객이 많았다. 자신만의 기준 없이 ‘우선 사고 보자’는 분위기라면 언젠가는 거품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굵직한 글로벌 화랑들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국내 원로 작가의 작품이 화랑마다 반복해서 나왔던 이전과 달리 작품이 다양해졌다는 평도 많았다. 올해 행사를 통해 서울의 아트페어에 처음 참여한 독일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와 미국 뉴욕의 ‘글래드스톤’ ‘투팜스’는 서울 분점을 개관하겠다고 밝혔다. 키아프는 내년부터 3대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함께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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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톰과 제리 추상화-젤리 캐릭터-돼지 풍자화… 캐릭터, 시대를 담다

    캔버스에 뛰노는 캐릭터들이 시선을 한순간에 사로잡는다. 캐릭터로 각자의 세계를 캔버스에 펼치는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편하고 즐겁게 감상하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낙서의 미학, 조지 모턴 클라크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영국 작가 조지 모턴 클라크(39)는 “손맛이 좋다”는 이유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추상화로 재해석한다. 미키마우스, 톰과 제리, 도라에몽, 호빵맨…. 일그러졌지만 익숙한 동서양 대중문화 속 캐릭터가 캔버스에 담겼다. 경기 양평군 구하우스미술관에서 다음 달 28일까지 열리는 ‘Myths, Heroes & Mad Scientists’ 전시에서 신작 24점과 설치작품 1점을 볼 수 있다. 추상화가로 자신을 정의하는 작가는 “캐릭터는 추상화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그릇이다. 추상화 형식을 더해 캐릭터 이면의 의미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설치작품 ‘The Favored Refugees’는 난민 문제를 은유한다. 회화 작품에서 움직이던 캐릭터들이 튜브를 타고 해변에서 놀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오브제들은 뒤엉키고 부서져 있다. 1만5000원.○ 캐릭터와 소통한다, 김명진 재기발랄한 캐릭터들, 이를 돋보이게 하는 산수화 같은 흑백 공간은 작가의 이력을 대변한다. 김명진(43)은 대구예술대 동양화과를 다니다가 1998년 자퇴했다. 그 후 15년간 동화책 일러스트, 타투이스트, 페인트공으로 일했다. 2013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관 전시를 한 후 그림에서 손을 떼려 했으나 서울 종로구 갤러리가이아와 인연이 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전시 ‘Edgewalker’에서는 신작 13점을 포함해 회화 20점을 선보인다. 그가 연구해 만든 6개의 캐릭터는 소시지나 젤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기보다는 캐릭터를 보면 반갑다”는 그는 작업할 때 작품 속으로 들어가 대화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캐릭터에게 ‘그 신발 비싸지 않아?’라며 물어보는 식이다. 그는 “어릴 때 말도 안 통하는 사물과 대화하면서 스케치북을 넘어 벽, 바닥에도 낙서하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무료.○ 한국적 팝아티스트 한상윤 일본에서 풍자화를 전공한 한상윤(36)은 2009년부터 12년째 돼지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현대인의 물질적 욕망을 비판하기 위해 그렸지만, 지금은 관객이 풍자로 인한 웃음이 아닌 행복한 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나마갤러리에서 26일까지 열리는 전시 ‘PIG POP―Doni&Dona’에서는 파블로 피카소, 미켈란젤로, 자크루이 다비드의 명화를 오마주한 작품 3점을 포함해 회화 33점을 볼 수 있다. 작품 속 돼지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있는 컵, 코카콜라 병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어렵게 느껴지던 명화를 편하게 전환시킨 것이다. 고가 브랜드의 가방을 들거나 옷을 입은 돼지는 사치스러운 현대인을 떠올리게 한다. 팝 아티스트로 불리는 그는 “만화 캐릭터를 쓰면 ‘팝아트’라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팝아트는 시대성을 담아야 한다. 절대 ‘쉬운 미술’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황토 등을 혼합한 분채, 광물을 갈아 만든 석채 같은 한국적 재료로, 한국 돼지를 통해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한국적 팝아트’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10월 26일까지. 무료. 양평=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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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서의 미학… 캐릭터가 뛰노는 캔버스

    캔버스에 뛰노는 캐릭터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순간에 사로잡는다. 미키마우스, 도라에몽, 호빵맨 등 일그러진 동서양의 대중문화 캐릭터가 영국 작가 조지 몰튼 클락의 캔버스에 모습을 비춘다. 김명진은 이름 모를 행성에서 행복하게 부유하는 빨간색 젤리맨, 살구색 소시지맨 등 6개의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한상윤은 2009년부터 12년째 돼지 캐릭터를 그리며 시대상을 반영한다.●낙서의 미학, 조지 몰튼 클락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조지 몰튼 클락(39)은 “손맛이 좋다”는 이유로 페인팅의 길을 걸었다. 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추상화로 재해석한다. 정제되지 않은 선은 ‘낙서의 미학’으로 표현되곤 한다. 대략적인 스케치는 하지만, 순간의 느낌에 따라 캔버스에 옮겨온다. 전시 4개월을 앞두고는 2점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을 모두 폐기하고 새로 그렸다. 추상화가로 자신을 정의하는 작가는 “캐릭터는 추상화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그릇이다. 점차 캐릭터 형태를 더 추상화해 캐릭터 이면의 의미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작가가 3일간 한국에 머물며 작업한 설치작품 ‘The Favored Refugees’도 난민 문제를 은유한다. 회화 작품에서 움직이던 캐릭터들이 튜브를 타고 해변에서 놀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오브제들은 뒤엉키고 부서져 서로 섞여있다.●캐릭터와 소통한다, 김명진재기발랄한 캐릭터들, 그를 돋보이게 하는 산수화 같은 흑백 공간과 낙서 같은 배경작업은 작가의 이력을 대변한다. 김명진(43)은 1998년 대구예술대 동양화과를 다니다 자퇴했다. 그 후 15년의 공백 기간 동안 동화책 일러스트, 타투이스트, 페인트공으로 일했다. 2013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관 전시를 한 후 손을 떼려했으나 갤러리가이아와 인연이 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차츰 우울증을 극복하며 전작에 비해 작품이 밝아지고 있기도 하다. 2달간 연구해 만들어낸 6개의 캐릭터는 실제 소시지나 젤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가가 꿈속에서 만나 우유를 나눠준 어린 양도 캐릭터가 됐다.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기보다는 나는 마냥 캐릭터가 반갑다”는 작가는 작업을 하며 관객의 시선이 아니라 작품 속으로 들어가 대화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작품에 공산품을 그려 넣은 것도 같은 이유다. 관객도 캐릭터에게 ‘그 신발 비싸지 않아?’ 식으로 물어봤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작가는 “어릴 때 말도 안 통하는 사물과 대화하면서 스케치북을 넘어 벽, 바닥에도 낙서하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한국적 팝아티스트 한상윤일본에서 풍자화를 전공한 한상윤(36)은 현대인의 물질적 욕망을 비판하기 위해 돼지를 그렸지만, 지금은 “관객이 풍자로 인한 웃음이 아닌 행복한 웃음을 지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자크 루이 다비드의 ‘성 베르나르 협곡’을 오마주한 작품 3점도 볼 수 있다. 작품 속 돼지들은 코카콜라를 들고 있다. 해석을 해야 할 것 같은, 어려운 느낌을 주는 명화를 편하게 전환시키는 것이다. 행복한 그림이라지만 그는 여전히 작품에 현대 사회를 보는 작가의 시선을 담는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을 들고 있는 돼지는 사치스러운 현대인들의 맵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팝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이유다. 작가는 “최근 만화 캐릭터를 쓰면 ‘팝아트’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팝아트라는 건 시대성을 담아야 한다. 절대 ‘쉬운 미술’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분채, 석채 등 한국적 재료로, 한국 돼지를 통해 한국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국적 팝아트’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양평=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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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 삶의 감정, 한 폭 그림에 담았죠”

    어두운 숲에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그의 앞으로 어슴푸레한 빛들이 다가오자 여자는 손을 뻗어 본다. 반딧불 같은 빛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정령이다. 그리움이 담겼지만 쓸쓸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포근함에 가깝다. 최근 서울 강남구 예화랑에서 만난 김원숙 작가(68·사진)는 ‘Forest LightsⅠ’(2016년)을 보며 “슬프고 돌이키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전 ‘In the Garden’을 열며 “내 예술세계는 삶이라는 뜰 안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앞에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느낌을 얹게 된다. 그의 회화와 조각 85점은 날렵하지 않다. 부드러운 형태와 현란하지 않은 색채는 어딘가 묘연한 느낌을 준다. 바라보다 보면 캔버스 속 장면이 부르는 옛 기억에 아련해지다가 끝내는 따뜻한 감정이 인다. 한마디로 김원숙의 작품은 편안하다. 인간 김원숙도 마찬가지다. 작가로서의 입지를 고민하기보다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다. “내게 현대미술은 다소 난해했다”는 김원숙은 자신의 일상과 책에서 얻은 감흥을 직관적으로 그린다. 그는 “그림은 관람객을 주눅 들게 하면 안 된다”며 “예술은 소통이기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비평보다도 ‘나도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친구 생일날 저런 그림 오려서 한마디 써주고 싶다’는 날것의 생각들이 자신에겐 더 소중한 피드백이라고 했다. 노스탤지어풍의 그림은 재미 화가로 살아온 작가의 인생을 반영한다. 작가는 1971년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한국 교육 방식에 한계를 느껴 1년 뒤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경제적 지원을 받을 상황이 못 됐던 작가는 장학금을 많이 주던 일리노이주립대에 입학했고 미국에서 화가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이주자로서의 삶도 50년이 되어 간다. 아직도 한글 책을 읽는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망각하고 있던 꿈과 어린 시절을 그려낸다. 이번 전시는 ‘김원숙 예술대학’을 기념하며 열리는 귀국전이기도 하다. 김원숙은 2019년 남편 토머스 클레멘트 씨와 함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 1200만 달러(약 144억 원)를 기부했다. 학교는 곧바로 작가의 이름을 딴 예술대학 ‘Kim Won Sook College of Fine Art’를 만들어 화답했다. 6·25전쟁이 낳은 혼혈의 고아였던 남편이 의료기기 발명가 겸 사업가로 성공한 뒤 거액의 돈이 생겼는데 그것이 기쁘기보다는 두려워 기부했다고 한다. 김원숙은 50년가량의 화가 인생을 되돌아보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속적인 기준의 성공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제3의 잣대보다도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자식들 자전거도 사줬으니 이게 성공이 아니면 뭐냐”는 것이다. 그는 40년 전 한국에서 혼혈아 2명을 입양해 키웠다. 현재 51세 아들은 사업을 하고 48세 딸은 초등학교 교사다. 부부는 2015년 약 10억 원을 들여 입양 후 친부모와 자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전시는 30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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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어느날 갑자기 영혼이 사라진다면

    어느 날 버스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은 열여덟 살 한수리와 열일곱 살 은류. 낯선 남자의 부름에 눈을 떴는데, 깨어난 곳은 응급실이다. 사람들은 물음에 대답도 않는다. 이윽고 이들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육체를 바라본다. 자신을 영혼 사냥꾼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는 수리와 류에게 “육체와 영혼이 분리됐다. 사흘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저승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영혼이 없는 상태로 깨어난 이들의 육체는 영혼이 빠져나오기 전과 다름없이 생활한다. 수리의 육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스트레칭을 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한다. 그런 수리의 영혼은 육체에 서운함을 느끼며 “영혼 없는 육체는 감정도, 원하는 것도 없는 삶일 것”이라 말하지만, 정작 영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음을 깨닫는다. 반면 류는 육체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없다. “그냥 날 데려가라”고 말하는 류는 영혼 사냥꾼의 질문에 따라 조금씩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며 스스로 짊어지고 있던 삶의 무게를 되돌아본다. 소설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영혼으로 남은 주인공들을 따라가며 진짜 ‘나’를 되찾으려고 고투하는 과정과 영혼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는 말에 착안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영혼은 결국 마음인데, 마음 없이 반응할 수 있게 된 사회상을 짚고자 한 것이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과 같은 쉽게 떠올려 볼 법한 질문에 답을 제시한 전작 ‘페인트’(2019년)와도 결을 같이한다. 페인트는 지금까지 3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5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출판사 창비가 내놓은 한국형 영어덜트(young adult) 시리즈 ‘소설Y’의 첫 작품이다. 영어덜트 소설은 대개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모든 세대를 겨냥한다. 창비는 국내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는 시대에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나에 이어 천선란의 ‘나인’, 박소영의 ‘스노볼 1, 2’가 출간될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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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도… 자코메티… 리움에서 다시 피움

    2m가 넘는 키의 앙상한 여인상. 우두커니 고요 속에 서있는 여인은 가만히 어딘가를 응시할 뿐인데도 숭고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스위스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상 ‘거대한 여인 Ⅲ’(1960년)이다. 팬데믹으로 지난해 2월 휴관에 들어갔다가 8일 재개관하는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는 이 작품과 더불어 도입부에 전시된 미국 조각가 조지 시걸의 ‘러시아워’(1983년) 등 세계적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폐쇄적이란 지적을 받은 리움은 시민과 상생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는 차원에서 상설전을 무료로 운영키로 했다. 재개관을 기념한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도 무료다. 전시는 가히 걸작들의 향연이다. 상설전 236점, 기획전 131점을 합쳐 총 367점의 세계적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국 고미술 상설전’에는 총 160점(국보 6점, 보물 4점 포함)이 전시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고 이병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집한 고미술품들이다. 고려청자, 조선 분청사기·백자, 조선시대 그림·글씨, 금속공예, 불교 미술품 등을 4개 층에 나눠 전시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이 가운데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 ‘군선도’와 전 세계 약 160점만 전하는 고려불화 중에서도 최고 가치를 지닌 걸작으로 평가되는 ‘아미타여래삼존도’, 고려 말∼조선 초 제작된 ‘나전 국화당초문 팔각함’ 등이 단연 눈길을 끈다. 고려청자 47점, 분청사기 및 백자 50점이 전시되는데, 이 중 전면을 상감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둥근 항아리 모양의 ‘청자상감 국화모란문 호’는 처음 공개된다. 흙을 선으로 긁어내는 분청사기와 박서보의 ‘묘법 No. 14-81’을 함께 전시하는 등 분청사기·백자 기법을 연결한 현대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이색적이다. ‘현대미술 상설전’에는 총 76점이 전시되는데 이 중 60% 이상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검은색의 세계를 살펴보는 ‘검은 공백’, 빛이나 움직임을 통해 다른 감각을 자아내는 ‘중력의 역방향’, 예술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생경한 존재들을 다룬 ‘이상한 행성’의 3개 주제로 구성됐다. 이불을 비롯해 최만린, 최욱경, 이승조, 일본 작가 나와 고헤이, 미국 작가 댄 그레이엄의 화제작들을 볼 수 있다. 4년여 만에 열리는 기획전에는 국내외 작가 51명의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작품 131점이 전시된다. 7개 섹션으로 구성된 기획전의 시작은 오스트레일리아 조각가 론 뮤엑의 ‘마스크 Ⅱ’(2002년). 자신의 얼굴을 대형 가면으로 만들어 눕혀 놓은 이 작품은 내 모습은 과연 어떠한지를 반추케 한다. 신체를 붓 삼아 행위의 흔적을 화폭에 담아낸 프랑스 작가 이브 클랭의 회화 ‘대격전’(1961년), 자동차에 치여 생을 마감하는 기계인간을 표현한 백남준의 설치미술 ‘로봇 K-456’(1964, 1966년) 등은 인간 존재와 이를 둘러싼 관계, 가치들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은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를 주제로 이달 8일부터 12월 12일까지 기획전을 연다. 야금은 광석 채굴과 불로 금속을 다루는 과정, 결과물을 통칭하는 용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금속 작품을 통해 한국미의 독창성을 탐구하는 전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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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임권택 감독 한국인 첫 수상자 선정

    임권택 감독(87·사진)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을 위해 두드러진 활동을 한 아시아 영화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인 수상자는 임 감독이 처음이다. 임 감독은 1962년 영화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후 ‘서편제’(1993년) 등 약 60년간 102편의 영화를 꾸준히 만들며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한국인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았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역대 수상자로는 일본의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201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2019년)이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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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 너머를 좇는 ‘찰나의 사냥꾼’, 세상에 없는 풍경을 찍다

    사진작가는 현실의 한순간을 쫓는 사냥꾼으로 표현되곤 한다. 무릇 사진이란 눈앞에 펼쳐진 것을 그대로 찍어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사진가들은 실존 너머를 찍기도 한다. 10월, 서울 곳곳에서 ‘비현실적 사진전’이 펼쳐진다. 원성원 작가(49)는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5일부터 11월 13일까지 열리는 전시 ‘들리는, 들리지 않는’에서 사진을 콜라주해 세상에 없는 풍경을 내보인다. 작품당 평균 1500∼2000장의 사진을 층층이 겹쳐 한 화면에 많은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그는 인간을 나무에 빗댄다. 원 작가는 “흰 가지 하나로 존재감을 비치는 나무에서는 ‘인싸’(인사이더)를, 서로 간 거리를 지키며 스스로 꽃피우는 나무에서는 ‘아싸’(아웃사이더)인 자신을 각각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과 안성기 송강호 같은 톱스타의 사진을 찍어온 박상훈 작가(69)는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화양연화’(31일까지)를 열고 있다. 주제는 평범한 꽃이다. 그는 꽃 한 송이를 확대해 들여다봄으로써 경이로운 생명력을 관찰했다. 디지털 작업으로 사진 속에 아침 이슬을 표현했다. 그는 “행복한 순간을 느끼게 해 준 꽃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건물들의 창과 문, 이름을 지워 점, 선, 면으로 도시를 재현한 작품도 볼 수 있다. 박찬민 작가(51)의 ‘We Built this City, 우리가 만든 도시’ 전시(종로구 갤러리진선·24일까지)다. 사진 속 건물들은 도식화된 디자인처럼 보여 어느 도시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 그는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도시의 풍경을 보면 안도감이 든다. 몰가치적인 도심 속 삶에 대한 비판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도시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빌딩도 풍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로 불리는 스웨덴의 에릭 요한슨(36)은 2019년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신작 11점을 더해 ‘Beyond Imagination’ 전시(영등포구 63아트·내년 3월 6일까지)로 돌아왔다. “내가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은 화가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캔버스 위에 색을 퍼뜨리고 나는 사진을 배치한다”는 그는 상상의 장면을 스케치한 뒤 오브제나 장소를 찍어 포토샵으로 조합한다. 작품당 100∼300개의 레이어(층)가 있다. 연간 8점 내외의 신작을 만든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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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감독 첫 사진展 “찰나의 만남… 참 홀가분”

    영화감독 박찬욱(58)이 사진작가로 대중 앞에 섰다.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1일 시작된 개인전 ‘너의 표정’을 통해 2013년부터 최근까지 찍은 사진 30점을 소개했다. 이날 만난 박찬욱은 “관람자가 어떤 사진 앞에 섰을 때 사진 속 피사체와 일대일로 대면하며 피사체의 표정, 그걸 보는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상상해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그에게 일종의 해방구 같은 역할을 한다. 그는 영화를 찍을 때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운 후 촬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우연성에 기댄다. 그는 “이어폰을 끼고 크게 음악을 들으면서 미친 듯이 돌아다닌다. 그러다 딱 마주치는 찰나의 만남,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누른다”고 했다. 그는 “영화는 여럿이 함께한다는 점이 참 행복하지만, 한없이 힘들 때도 있다.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 겁먹고 영화감독 일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에 비해 사진은 참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영화 일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 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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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따뜻한 글 읽으면 체온도 올라간다

    인류는 오랜 진화를 통해 다양한 기후 환경에 적응해왔다. 저자는 이 사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인류 진화는 체온 조절을 위한 여정이었다는 것. 털이 없어지고, 불을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고, 집을 짓고,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교류하는 일련의 변화가 체온 조절을 위한 선택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 저자는 인간의 감정, 관계, 언어 등이 체온과 기온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그는 폴란드에서 80명의 학생을 모아놓고 각기 다른 글을 읽힌다. 하나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묘사한 글이고, 다른 하나는 유능하고 냉철한 사람에 대한 글이다. 글을 읽힌 뒤에는 현재 실내 온도를 추정해보라고 한다. 그 결과 앞선 글을 읽은 사람들이 후자보다 실내 온도를 평균 2도 높게 추정했다. 또 온라인 게임에서 소속감 혹은 소외감을 느끼게 한 뒤 손가락 체온을 재보았는데,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의 체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0.4도 낮았다. 이는 물리적 온도는 사회적 온도를 인지하는 데 영향을 주고, 사회적 온도 또한 물리적 온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보여준다. 저자는 실제 기온이 내려가면 사람들이 매물로 나온 집을 더 많이 계약한다는 연구 결과를 들며 심지어 집을 잘 파는 능력도 체온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통상 집의 제1과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로부터 자신과 주변을 보호해주는 체온 조절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비대면이 늘어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에 인간이라는 종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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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작가로 돌아온 박찬욱 “영화와 달리 사진은 우연성에 기대죠”

    영화감독 박찬욱(58)이 사진작가로 대중 앞에 섰다.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1일 개인전 ‘너의 표정’이 시작됐다. 이날 만난 박찬욱은 “영화인이라는 정체성도 있지만 사진가로서의 정체성을 따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여럿이 함께한다는 점이 참 행복하지만, 한없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에 겁먹고 영화감독 일을 포기했죠. 영화과에 가고 싶었지만 못 간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그에 비해 사진은 참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요. 영화 일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인 것 같습니다.” 박찬욱은 영화보다 먼저 사진을 공부했다. 처음 손에 쥔 카메라는 아버지의 카메라였다.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는 차츰 사진을 손에 익혔다. 작품은 조금씩 세상에 공개됐다. 그는 2016년 영화 ‘아가씨’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엮어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를 냈다. 이듬해부터는 서울 용산구 CGV 아트하우스 ‘박찬욱관’ 입구에 ‘범신론’이란 제목으로 넉 달마다 사진을 교체해 전시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그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찍은 디지털 카메라 작품 30점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첫 갤러리 개인전이다. 2019년 국제갤러리의 ‘오! 라이카, 오프 더 로드’ 사진전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어온 박찬욱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의 동생 박찬경 작가에 이어 국제갤러리 소속 작가로 합류했다. 전시 기간은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와도 시기가 맞아 팬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전시의 제목 ‘너의 표정’은 피사체의 표정을 의미한다. 박찬욱은 “관람자가 어떤 사진을 앞에 두고 섰을 때 그 사진 속 피사체와 일대일로 대면하면서 그 사물의 표정, 그리고 그걸 보는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상상해보셨으면 한다”고 했다. 영국 런던 클럽에서 찍은 작품 ‘Face 188’(2017년)은 등받침에 요철 여러 개가 튀어나온 의자들이 죽 늘어서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마치 공연 대기 중인 동료들이 긴장 속에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처럼 다가온다. 그는 “서로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속삭임 같은 게 귀에 들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소품 하나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박찬욱답게 사진에서도 여러 감각이 느껴진다. 박찬욱은 “영화를 만들 때 질감이 느껴지는 소품을 사용하려했기에 영화를 보다 그 소품이 나오면 냄새가 느껴진다. 사진에서도 질감이 느껴지는 소품들을 담았고 관람객도 이를 고스란히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 작품 ‘Washington, D.C.’(2013년)를 보면 벨벳 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미국에서 영화 ‘박쥐’를 상영할 당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눌 때 대기실에 놓였던 소파다. 그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소파의 벨벳이 자신을 더 환대해주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가만히 작품을 바라보다보면 그의 카메라 안에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풍경, 정물이 전부다. 이것이 박찬욱에겐 세상과 교감하는 방식이다. 그는 “모든 사물을 초상사진 찍는 기분으로 찍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답고자 하지 않은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미의 범주를 반문한다”고 했다. 이어 “인물이 화면 안으로 들어와 만들어내는 감정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아직까지는 사람의 표정은 찍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찬욱에게 일종의 해방구 같은 역할을 한다. 그는 영화를 찍을 때 사전계획을 철저히 세운 후 촬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우연성에 기댄다. “이어폰을 끼고 크게 음악을 들으면서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두리번거려요. 그러다 딱 마주치는 찰나의 만남,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누릅니다.” 하나의 피사체 앞에서 두 세 번 찍고 또 다른 만남을 찾아 떠나는 식이다. 그는 “의도화되고 복잡한 레이어를 가지고 있어 설명 가능한 것이 영화라면, 단순하고 독자적인 완결성이 있기에 보는 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사진”이라며 “잠시 멈추어 바라본다면 발견할 수 있는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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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 걸고 핥은 달고나에 확실히 ‘오징어’ 됐죠”

    “(작품에서 제가) 확실히 오징어가 되긴 했죠.(웃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게 현실인가 싶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49)는 29일 화상으로 진행된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성된 영상을) 처음 보고 한참 웃었다”며 “되게 많은 걸 벗어던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박해수(40)도 이날 화상으로 만났다. ‘오징어게임’은 23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세계적인 열풍이 부는 만큼 주인공 성기훈 역의 이정재와 조상우 역의 박해수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실직 후 이혼하고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한 중년 남성 기훈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이정재에겐 “이정재가 제대로 망가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영화 ‘암살’ ‘관상’ ‘신세계’ 등에서 무게감 있고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 해 온 만큼 180도 변신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는 “생활연기를 한 것이지 망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악역이나 강한 역할밖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풀어진 듯한 캐릭터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던 차에 황동혁 감독님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제안해주신 거죠.” 그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작품 설정에 매료됐다. “어른들이 어린 시절 하던 게임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드라마 속 6개 게임 중 가장 어려웠던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 그는 “1.5∼2m 정도 되는 높이에 강화유리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고 ‘마음껏 뛰라’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며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졌고 초반엔 징검다리 간격이 넓어서 뛰기 어려웠다”고 했다.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달고나 핥는 장면’을 두고는 “감독님은 ‘막 핥아 달라’고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라며 웃었다. 기훈을 연기하며 슬픈 점도 있었다. 기훈은 황 감독이 쌍용차 해고자를 참고해 설정한 인물. 그는 “마음이 많이 무겁고 아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라는 기훈의 대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이러면 안 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작품의 대성공을 두고는 “이런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시기가 잘 맞았다”고 했다. 박해수도 “시나리오 안에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극단적인 게임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있어 굉장히 잘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엄청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상우는 극중에서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 입학한 ‘쌍문동의 자랑’이지만 고객 돈으로 선물 등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빚을 지고 한순간에 추락한다. 실제 자신과 많이 다른 상우 역을 위해 그는 명문대 출신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이 갖는 자격지심과 박탈감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 박해수는 “그들에게도 경쟁사회에서 대다수가 갖는 일반적인 박탈감이 있더라. 그걸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해수는 6개 게임 중에선 줄다리기가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줄다리기를 하는 반대쪽은 지게차로 묶어놓고 촬영했는데 그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했다. “편집이 마무리된 후 황 감독님이 ‘해수 아니면 안 되는 캐릭터’라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많은 분들에게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는데 ‘잘하고 있다. 네 연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어서 너무 감사해요. 삶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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