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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8일 항공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호산업이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3곳 중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가장 높은 2조5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조 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에 비해 5000억 원 가량 높은 가격에 베팅한 것이다. 본입찰에 참여한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은 유력한 전략적투자자(SI)를 합류시키지 못하면서 사실상 인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등은 다음 주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가격 면에서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하게 되면 2분기 기준 10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HDC 측이 선정되더라도 인수 가격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우발 채무 등이 발견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격 할인을 요구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본입찰 때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대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언급하면서 인수금액을 낮추려고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기업이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줄여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탓인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전일 종가대비 7.31% 하락한 3만1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대적으로 낮은 입찰가를 써낸 애경산업의 주가는 1.83% 하락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9.6% 상승한 5820원에 마감됐다. 금호산업 주가도 3.02% 올랐다.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자동차 생산량이 빠르게 줄고 있어 성장은 기대하지도 않아요. 이 와중에 한국GM 노동조합의 파업이 내년, 후년까지 반복되면 다 같이 적자 나고 와르르 무너지는 거죠….” 지난달 22일 인천 서구에 있는 공장에서 만난 한국GM 1차 협력업체 A사의 대표 B 씨는 “실적이 몇 년간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등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완성차의 실내 부품을 한국GM에 납품하는 A사는 2016년 300억 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2년 만인 지난해에 약 150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000억 원 이상 줄었다. 2016년 57만9745대였던 한국GM 생산량이 지난해 5월 군산공장 폐쇄 등의 여파로 44만4816대로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GM 노조가 17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파업을 벌인 여파로 10월 누적 기준 생산량(34만1821대)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올해 연간 생산량은 한국GM 설립 첫해인 2002년(29만3897대) 이후 처음으로 40만 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B 대표는 “파업 여파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00억 원에도 못 미칠 것 같다. 자금이 부족해서 수 년 전 인수한 중국 공장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경기 안산시 공장에서 만난 또 다른 한국GM 협력업체 C사의 대표 D 씨는 “9월 파업이 이어질 때 현금 흐름이 완전히 끊겨서 재무담당 임원과 ‘며칠 더 가면 다 죽는다. 급하게 돈 빌릴 길을 찾아라’고 했던 적이 있다.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경영 악화는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303곳)에서도 우수 협력사로 꼽히는 16곳의 합산 영업이익이 2017년 837억 원에서 지난해 357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협신회 관계자는 “파업이 발생한 올해는 전체 협력업체 중 적자 기업이 수십 곳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10일에 2019년 임금협상 단체교섭 중단을 선언했지만 아직 추가 파업은 하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25, 26일 한국GM 노조의 신임 집행부 선거 후 단체교섭이 재개되면 다시 부분·전면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과 2022년부터 인천 부평 2공장의 생산 계획을 요구한 데 대해 사측이 “적자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고 완성차 물량 확보는 생산성을 증명해야 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해외 자본이 대주주인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등은 미국(GM)과 프랑스(르노) 본사 경영진이 전 세계 각 공장에서 만들 완성차 물량을 생산 효율을 따져 배분한다. 실제 올해 5월 미 미시간주 워런에서 열린 GM의 ‘올해의 우수 협력사’ 시상식에서 메리 배라 회장은 글로벌 협력업체 경영진 앞에서 “각 완성차 공장의 추가 물량 배정은 생산 효율성을 증명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배라 회장의 발언을 들었던 D 대표는 “노사 분규가 발생해 당장 생산량이 줄고, 장기적으로는 효율성 하락으로 물량까지 다른 공장에 뺏길 수도 있는 게 한국 상황”이라며 “협력업체는 무슨 죄가 있어서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의 노사 분규가 이어지면 르노삼성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신차 ‘XM3’ 생산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 본사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생산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경영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노조가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인천·안산=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계 투톱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가 반등을 모색하기 위해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효율성이 떨어진 제조 공장은 정리하는 대신 한발 빠른 쇄신 인사와 조직 개편, 시장 맞춤형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의 반등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5일 중국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전시관을 내고 첨단 친환경차를 다수 선보였다고 밝혔다. 중국 수입박람회는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번 전시회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단독 전시관을 각각 마련했다. 총 규모는 1450m²(약 440평)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박람회에 참여한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넓은 전시관을 마련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아차는 전기차 기반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사전 제작 차량)인 ‘퓨처론’을 세계 최초로 중국 수입박람회에서 공개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고 첨단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시장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45’를 전시했고 제네시스는 3월 미국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기반 콘셉트카 ‘민트’를 소개했다. 지난달 31일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자리에 ‘해외 전략통’인 이광국 사장(56)을 승진 임명하고 폭스바겐 출신 스펜 파투쉬카 씨(48)를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영입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이 올해 9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드는 등 부진이 이어지자 일찌감치 임원 인사를 낸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현지 스마트폰에 밀려 점유율이 0%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도 중국 조직을 정비하며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4일 중국 내 무선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별도의 설명회를 열어 11개 지역본부와 사무소를 5개 대구(大區)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소매 매장을 적극 활용하는 유통망 현지화 전략도 내년 1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후 고급 스마트폰을 연달아 출시하며 지난달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 기세를 중국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을 포기하면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1위 전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발 빠르게 개편 전략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미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南京東路) 애플스토어 맞은편에 중국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현지 유통 채널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5G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있던 자체 스마트폰 제조 공장 가동을 지난달 중단하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효율화 작업에도 나선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ODM 비중은 지난해 3%에서 올해 8%까지 늘어나고 내년에는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현지 언론은 조직 개편의 여파로 인원 감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중국 시장에서 인위적인 감원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지민구 warum@donga.com·유근형 기자}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의 최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를 처음 선보였다. 벤츠가 전기차 브랜드 ‘EQ’를 통해 내놓은 첫 번째 양산형 순수전기차인 ‘더 뉴 EQC 400 4MATIC’이 주인공이다. 더 뉴 EQC를 지난달 29일 타 봤다. 처음 마주친 인상은 ‘전기차 같지 않네’였다. 전자장비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BMW의 순수전기차 ‘i 시리즈’와 다르게 더 뉴 EQC는 겉으로 보기에는 청색 계열의 번호판과 헤드램프(전조등)의 푸른 줄무늬만 제외하면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설계돼 길이는 4770mm, 너비는 1980mm, 높이는 1620mm로 현대차의 SUV 싼타페와 비슷한 크기다. 내부에 탑승하니 우선 최근 출시된 벤츠 모델에 적용되는 대시보드(계기판)와 내비게이션의 일체형 화면이 눈에 띄었다. 실내 디자인은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운전대와 좌석 가죽의 질감도 부드러웠다. 경기 포천시에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까지 55km 구간을 주행해 봤다. 운전대 오른쪽에 위치한 주행(D) 중립(N) 후진(R) 기어를 좌우 깜빡이를 켜는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다소 어색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발로 가속 페달을 누르자 더 뉴 EQC는 조용하게 운행을 시작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다르게 출발할 때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도 낯설었다. 전기차를 타면 들린다는 모터 구동 소리도 운전석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더 뉴 EQC는 ‘D+’부터 ‘D--’까지 총 4단계로 운전자가 스스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에너지 회생 모드’가 있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 D+ 단계로 설정해 놓으면 가속 페달을 계속 밟지 않아도 속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단계를 D--까지 내리면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속도가 줄어든다. 시내 도로나 저속 주행 시 계속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다른 전기차는 대체로 에너지 회생 모드가 2단계로 돼 있는데 4단계까지 마련해서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다고 차량이 바로 정지하는 것은 아니고 속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방식이어서 앞차와의 간격이 좁으면 정지 페달을 밟아야 한다. 회생 제동 기능만 믿고 정지 페달을 밟지 않았다가 앞차와 부딪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 더 뉴 EQC는 안정적으로 시속 100km 이상의 속력을 냈다. 속도가 올라가도 차량 내부에서는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정지 상태에서 5.1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한다. 자동 속도 조절과 앞차 간격 유지를 돕는 기능 등은 고속 구간 주행 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벤츠의 자체 음성 인식 시스템도 탑재돼 내비게이션 활성화, 차량 충전 설정 등을 목소리로 조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 번 충전으로 더 뉴 EQC는 309km를 달릴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 모델의 주행 가능 거리가 400km를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 용량은 80kWh로 계열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한다. 급속 충전을 하면 최대 100kW의 출력으로 40분 안에 80%까지 용량을 채울 수 있다. 지난달 22일 공식 출시된 더 뉴 EQC의 가격은 1억500만 원(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이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자동차는 4일 그랜저IG의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그랜저’(사진)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더 뉴 그랜저는 3년 만에 나오는 부분변경 모델로 이달 말 공식 출시 예정이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등 4가지 형태로 출시되며 가격은 트림(선택사양에 따른 등급)에 따라 3294만∼4539만 원이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에 양산 모델 중에서는 처음으로 미세먼지 감지기와 고성능 공기청정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전방 충돌 방지-교차로 대향차(FCA-JT)’ 기술도 현대차 양산 차량 중 처음으로 넣었다. 차량 전장(길이)은 4990mm로 과거 모델과 비교해 60mm 늘어났고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40mm, 전폭(너비)은 10mm 길어졌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가 유럽 시장에서 1년 만에 점유율 8%대를 회복하며 일본 도요타 등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3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9월 유럽연합(EU) 소속 28개국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8.0%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8.6%) 이후 가장 높다. 현대·기아차 측은 “현대차의 코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올해 8월부터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고 기아차의 스포티지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를 앞선 업체는 독일 폭스바겐그룹(20.0%)과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16.5%), 르노그룹(9.7%)뿐이다. 특히 나란히 7.9%의 점유율을 차지한 독일 BMW그룹, 다임러그룹보다 앞섰고 도요타(5.6%)도 제쳤다. 9월까지의 누적 기준으로도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판매량은 79만8070대로 전년 동기 대비 0.7% 늘어났다. 점유율은 6.6%에서 6.8%로 0.2%포인트 올랐다.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에서 4, 5위를 오가고 있다. 9월 유럽 시장 판매량은 현대차가 5만601대(4.05%), 기아차는 4만9410대(3.95%)로 총 10만11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수준이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사업 재도약을 위해 50대 인사를 총괄 임원으로 발탁하고 독일 폭스바겐 출신 연구개발(R&D) 전문가도 영입했다.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국 시장에서 ‘한 박자 빠른 인사’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31일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광국 부사장(56)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현대차 영국판매법인장과 워싱턴사무소장을 거친 대표적인 ‘해외 전략통’이다. 워싱턴사무소장으로 근무할 때 미국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제프 세션스 전 미 법무장관과 현지 현대차 공장의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격의 없이 소통하는 등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사업본부장 재임 기간에는 팰리세이드, 신형 8세대 쏘나타 등의 신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이병호 사장의 뒤를 이어 현대·기아차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중장기 전략을 짜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현대·기아차 중국총괄은 경영진 중에서도 ‘60대 고참급’이 갔는데 이번에는 50대 사장 임명을 통해 변화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의 중국 지역 R&D를 총괄했던 스벤 파투쉬카 씨(48)를 현대·기아차의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파투쉬카 소장은 중국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현지 전문가다. 중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 차량을 개발하는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 시장에서 경영진 변화를 통해 현지 대응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4∼2016년 3년 연속 100만 대를 넘겼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시장 수요 감소 여파로 2017년 78만5006대, 지난해 79만177대로 급감했다. 특히 올해 9월 누적 판매량은 44만345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3월 현대차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현대차그룹은 임원 수시 인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달에 서울 본사의 중국 담당 조직을 현지로 전진 배치했지만 아직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사장급 등 주요 경영진 인사를 통상 11, 12월에 했던 것을 고려하면 정 수석부회장이 예상보다 빠른 대응을 통해 내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즉시 반전을 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고 (어려운 상황이) 곧 정리되리라 본다”면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인사로 공석이 된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장재훈 부사장(55)이 겸직한다. 장 부사장은 정 수석부회장이 등장해 임직원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하며 화제가 됐던 ‘타운홀미팅’을 주재했고, 현대차그룹 내 조직문화 혁신 작업을 이끌고 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포스코에너지가 31일 2030년 매출 7조 원과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1969년 ‘경인에너지개발’로 출발한 국내 최초의 민간 발전사로 2005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됐다.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이날 인천 서구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에서 개최한 5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이러한 내용의 미래 성장 청사진을 발표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우선 발전 사업 확대를 위해 저가의 연료를 확보해 사업비용을 절감하고 국내 신규 발전 사업권 확보와 해외 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또 9월 모기업 포스코로부터 전남 광양시 LNG터미널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가스 관련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LNG터미널을 증설해 보관 시설도 기존 5개에서 7개로 늘릴 예정이며 해외 가스전 개발 사업에도 계열사들과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사내 벤처 제도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LNG 개발부터 보관, 거래, 발전까지 모두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국내 최초 민간 발전사를 넘어 가스와 발전 중심의 글로벌 종합 에너지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모비스는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하는 글로벌 부품업체 순위에서 올해까지 8년 연속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부품업계의 강자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 역할로 선진 업체들이 주도한 기술을 익히고 발전시켰다면 이제는 미래자동차 혁신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리더로 나설 시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들어 가장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자율주행 분야다. 지난해 자율주행 등 전체 연구개발(R&D) 투자비는 800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95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1년까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인력을 기존 600명에서 10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고, 소프트웨어(SW) 설계 분야 인력은 2025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인 4000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차량에 적용하는 후측방 레이더를 독자 개발했고, 차량 주변 360도를 모두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4종 기술도 모두 확보했다. 또 딥러닝(심층 기계 학습) 기반 카메라 센서는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개발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 센서 역시 2020년까지 선행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총 14개의 시험 도로를 설치한 충남 서산주행시험장을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신호와 과속 방지턱, 버스 승강장 등 실제 도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주행 환경을 그대로 옮겨 정밀하게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는 게 가능하도록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제철은 철강 등에서 국내외 기업의 우수 기술을 알리고 협력업체와의 상생 실현을 위한 ‘현대제철 기술박람회(테크쇼)’를 올해까지 4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기술, 성공을 위한 단 하나의 길’이라는 주제로 22∼24일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열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기술박람회 환영사를 통해 “앞으로 협력업체의 제안을 받아 개선품과 대체재를 더 적극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외국산 자재의 국산화를 추진하겠다”면서 “협력사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여 동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11개 사가 증가한 75개 업체가 참여했다. 품질 생산성 환경 안전 에너지 등 총 5개 주제로 제품을 전시했다. 기술박람회에서는 세미나, 구매상담회, 당진제철소 견학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진행됐다. 참가 기업들은 18건의 세미나에서 철강업계의 분야별 최신 연구 동향과 주요 과제 등을 발표하며 동향을 공유했다. 또 참가 기업의 내수 판로 확대를 위한 ‘1 대 1 맞춤형 구매 상담회’를 통해 원하는 담당자를 현장에서 즉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진제철소와 가까운 동국제강 KG동부제철 대한제강 등의 철강업체도 초청해 판로 확대를 모색했다. 이 외에도 철강 분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공장 견학 행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기술박람회를 단순한 행사에서 끝내지 않고 여기서 발굴한 기술을 생산 현장에 적용해 품질과 생산성을 높여왔다. 실제 현대제철은 기술박람회를 통해 소개된 ‘비피시’의 용강 재산화 방지 장치를 당진제철소 현장에 적용해 철강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각국 정부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가운데 카자흐스탄에서 처음으로 승인을 받았다. 내년 상반기(1∼6월)까지 기업결합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노동조합의 반발과 한일 관계 악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카자흐스탄 경쟁 당국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최근 공식 통보했다고 29일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자국 조선업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기업결합 승인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신청을 한 지 3개월도 채 안 돼 이뤄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카자흐스탄에서 직접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없다. 하지만 합병 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3조 원 규모의 육상 원유 생산 플랜트 사업을 수주해 진행하고 있어 경쟁 당국의 승인이 필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올해 3월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4월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사전 논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한국과 중국(7월)에 이어 카자흐스탄(8월), 싱가포르(9월)에 각각 기업결합 신청을 했다. 다음 달 EU에서의 사전 심사를 마무리하고 기업결합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일본 경쟁 당국과도 지난달 기업결합 심사 사전 절차를 시작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절차가 마무리된 카자흐스탄을 포함해 우선 6개국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사실상 무산된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3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큰 변수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경쟁 당국이 자국 1, 2위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하는 안건을 25일 승인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변수가 큰 지역은 EU와 일본이다. EU는 전 세계에서 경쟁법이 가장 까다로운 지역으로 꼽힌다. 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에 선박 건조를 맡기는 대형 고객사도 몰려 있다. 양사의 합병으로 선박 건조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도 있다. 여기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와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단체가 최근 EU 집행위에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예비 협의를 거쳐 본 심사를 하는 방식으로 기업결합 절차를 진행한다. EU 집행위는 사안에 따라 심사 기간을 4∼6개월로 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다음 달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내도 내년 5월에 승인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것도 기업결합 심사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일본 조선업계를 대변하는 사이토 다모쓰(齋藤保)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6월 도쿄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글로벌 점유율 측면에서) 압도적인 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경쟁 당국이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본 경쟁 당국도 기업결합 반대를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만큼 감정적으로만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모든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차분히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아우디코리아가 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신차를 내놓았다. 1968년 ‘아우디 100’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전 세계에서 800만 대 이상 판매된 고급 중형 세단 ‘A6’의 8세대 모델(더 뉴 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사진)로 돌아왔다. A6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시장에서 7만6000대 이상이 팔린 모델이다. 신형 A6를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볼 수 있었다. 첫인상은 ‘깔끔하다’였다. 군더더기 없이 구성된 외부 디자인은 어느 운전자에게나 호감을 살 수 있는 인상을 줬다. 과거 모델과 비교해 더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헤드램프(전조등)와 넓어진 라디에이터(냉각기) 그릴은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 어우러져 한순간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형 A6는 기본형과 프리미엄형 등 2가지 트림(선택사양에 따른 등급)으로 출시됐다. 시승은 남산 둘레길을 20분 정도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운전석에 앉자 3개의 대형 화면이 눈에 띄었다. 계기판(12.3인치)과 주행정보 디스플레이(10.1인치), 실내정보 디스플레이(8.3인치)가 운전자를 중심으로 정면과 우측에 각각 배치돼 있다. 특히 일반적인 차량과 달리 좌석별 온도나 바람세기 등 공조 기능을 실내정보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누를 때마다 진동이 오는 ‘햅틱’ 방식도 적용됐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운전자가 터치 버튼을 제대로 눌렀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넣은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운전자 유리창 앞 그래픽 계기판)도 적용돼 운전자의 안정적인 주행을 도왔다. 시동을 걸고 제동장치에서 발을 떼자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앞으로 움직였다. 서울 남산의 굴곡진 길을 돌 때는 차체가 차선 중앙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균형을 잡아 한쪽으로 쏠림 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운전대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주행 시 발생하는 마찰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공기 저항을 감소시키는 설계와 소음을 줄이는 엔진 및 부품을 통해 소음 발생을 최소화했다”면서 “자체 측정 결과 신형 A6가 다른 완성차 업체의 경쟁 모델보다 소음이 적은 것으로 측정됐다”고 강조했다. 장착된 가솔린 엔진은 252마력으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6.3초에 불과하다. 다만 시내 도로를 주행했기 때문에 속도를 높여보기는 어려웠다. 연료소비효율(복합)은 L당 11.4km다. 아우디코리아는 신형 A6의 디젤 엔진 모델도 향후 선보일 예정이다. 하차 시 이륜차나 보행자가 차량 주변을 지나가면 문이 아예 열리지 않도록 하는 ‘하차경고 시스템’과 360도 카메라로 운전자를 돕는 ‘프리센스 360도’ 등의 안전 보조 기능도 담겼다. 프리미엄 트림에는 차량 안팎의 공기 질을 측정하는 동시에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프리미엄 에어 패키지’도 적용됐다. 신형 A6 기본형의 가격은 6679만7000원이다. 프리미엄형은 7072만4000원으로 기본형보다 약 400만 원 비싸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신사업 분야에서 인수합병이나 합작회사 설립 등 3, 4건의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서 페달 밟기를 중단하면 넘어지기 때문이죠.”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마주친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60)은 미래 투자 계획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날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앞으로 자동차 비중은 50%로 줄고 나머지 30%는 개인항공기,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며 미래 사업 방향을 밝힌 직후였다. 삼성전자 기획팀장(부사장)을 거쳐 2017년 2월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지 사장은 그룹의 미래사업을 발굴하는 전략기술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그룹이 5대 신사업으로 제시한 모빌리티 서비스, 스마트시티, 로보틱스, 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게 그의 일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의 앱티브와 각각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를 투자해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 사장에게 “앞으로 (앱티브보다) 더 큰 투자 건이 나올 수 있냐”고 묻자 그는 “금액 규모를 떠나 앱티브와의 합작회사 설립만큼 의미 있는 투자와 협업이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제시한 비전을 고려하면 향후 개인항공기나 로보틱스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지 사장은 “예전 같으면 2년 넘게 걸릴 투자 건이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에는 3개월도 안 걸린 사례도 있다”면서 “참모 역할만 하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를 준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런 속도전에 맞춰 지 사장은 올해 동남아시아 그랩과 인도의 올라 등 각 지역의 1위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각각 3000억 원 안팎의 투자도 성사시켰다. 지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차량 플랫폼을 직접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이 생긴 영역에 완성차 업체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현대차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차량의 효율적인 관리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택시업계나 플랫폼 업체에 공급하면서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 사장은 “글로벌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 시장은 이미 경쟁이 끝난 분야여서 현대차가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고 영향력을 높이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로보택시 등 탈것의 차별화로 고객과 플랫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지 사장은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지 1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년이 조금 넘는 기간이지만 그는 그룹의 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성장 방정식이던 수직계열화 전략이 ‘정의선 체제’에서는 수평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 사장은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철판부터 엔진까지 다 생산했지만 미래차 시대에는 모든 걸 혼자 하는 방식으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면서 “밖에 있는 기술을 빌려서라도 종합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 점유율 1위 업체와 손을 잡았다. 현대모비스는 23일 미국 라이다 기술 업체 벨로다인에 5000만 달러(약 585억 원)의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라이다 양산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외부 투자 건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양사는 자율주행 3단계(조건부 자동화)용 라이다 시스템을 양산해 2021년 아시아 시장에 적용하고 이후 북미와 유럽 시장 개척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벨로다인은 2005년부터 라이다 제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며 전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이다는 빛(레이저)을 쏜 뒤 반사 신호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센서다. 카메라 및 레이더와 함께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야간이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변 상황을 정밀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 운전 주도권이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3단계부터는 라이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벨로다인과의 협업을 계기로 4단계(고도 자동화)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도 차례대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일본 수입차의 강세와 환경 인증 문제로 고전했던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위축된 수입차 시장이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독일차들은 7월 이후 이뤄진 불매 운동 여파로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반사이익까지 누리면서 올해 4분기(10∼12월)에는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독일 폭스바겐의 고급차 브랜드를 판매하는 아우디코리아는 23일 중형 세단 ‘A6’의 8세대 완전 변경 모델을 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우디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신차를 내놓는 것은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 인증 문제가 불거진 후 4년 만이다. A6는 아우디의 대표적인 인기 차량으로 1968년부터 전 세계에서 800만 대 넘게 판매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7만6000대 이상이 팔렸다. 2014년만 해도 독일차들은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중 7대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독일차 점유율도 쪼그라들었다.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완성차 5개 브랜드의 점유율은 9월 누적 기준으로 57.7%다. 전년 대비 2.5%포인트 줄었다. 2014년과 비교하면 올해 독일차의 점유율은 20%포인트가량 줄어든 것이다. 독일차 브랜드 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만이 독주를 이어왔다. BMW 역시 작년 주행 중 화재 사고의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점유율을 높였던 영향도 컸다. 하지만 아우디코리아가 내놓은 신형 A6는 한국 시장에서 독일차 브랜드의 판매량을 끌어올릴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제프리 매너링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고급 중형 세단 분야에서 신형 A6를 통해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신형 차량의 정부 인증 지연과 물량 확보 문제로 올해 4∼7월 총 3대밖에 팔지 못했다. 올해 9월 기준 누적 판매량도 4763대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런 상황을 A6로 반전시켜 보겠다는 뜻이다. 계열 브랜드인 폭스바겐코리아도 디젤 게이트 등의 여파로 신규 차량 출시가 늦어지면서 올해 9월까지 전년 대비 72% 감소한 3080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1일부터 고급 세단 ‘아테온’을 다시 팔기 시작하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도 판매를 시작하면서 4분기부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일본차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수입차 판매량이 6월 3946대에서 9월 1103대로 3개월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독일 브랜드가 추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월 한 달 기준으로만 보면 독일 수입차 점유율은 70.8%로 불매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6월(55.4%)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 브랜드들이 신차를 연이어 출시할 예정인 만큼 4분기 점유율은 70%를 크게 웃돌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측과 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부분 파업에 나섰다. 노조 내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투쟁 방식으로는 달라질 것이 없다”며 파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3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24일 4시간, 25일 7시간 부분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12만352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실적 저조를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5월 상견례 후 21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노사가 5월 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 임시주주총회를 놓고 물리적 충돌을 빚은 뒤 소송전을 벌이면서 갈등이 커졌다. 노사는 24일 단체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양측 모두 극적 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집행부의 파업 투쟁에 노조 내부에서는 반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자신을 현대중공업 노조 해양분과 대의원이라고 밝힌 김모 씨는 21일 울산조선소 현장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며 “해마다 티격태격 파업하고 고소·고발해 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서 노사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사 분규가 장기화한 데다 다음 달 말 노조 차기 집행부 선거가 있어 조합원 사이에서도 파업을 둘러싼 비판적인 시각이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일본 수입차의 강세와 환경 인증 문제로 고전했던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위축된 수입차 시장이 활기를 띌지 주목된다. 독일차들은 7월 이후 이뤄진 불매 운동 여파로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반사이익까지 누리면서 올해 4분기(10~12월)에는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독일 폭스바겐의 고급차 브랜드를 판매하는 아우디코리아는 23일 중형 세단 ‘A6’ 8세대 완전 변경 모델을 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우디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신차를 내놓는 것은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 인증 문제가 불거진 후 4년 만이다. A6는 아우디의 대표적인 인기 차량으로 1968년부터 전 세계에서 800만 대 넘게 판매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7만6000대 이상이 팔렸다. 2014년만 해도 독일차들은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중 7대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독일차 점유율도 쪼그라들었다. 아우디·폭스바겐·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BMW코리아 등 독일 완성차 5개 브랜드의 점유율은 9월 누적 기준으로 57.7%다. 전년 대비 2.5%포인트 줄었다. 2014년과 비교하면 올해 독일차의 점유율은 20%포인트 가량 줄어든 것이다. 독일차 브랜드 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만이 독주를 이어왔다. BMW 역시 작년 주행 중 화재 사고의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점유율을 높였던 영향도 컸다. 하지만 아우디코리아가 내놓은 신형 A6는 한국 시장에서 독일차 브랜드의 판매량을 끌어올릴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제프리 매너링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고급 중형 세단 분야에서 신형 A6를 통해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신형 차량의 정부 인증 지연과 물량 확보 문제로 올해 4~7월 총 3대만 팔았다. 올해 9월 기준 누적 판매량도 4763대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런 상황을 A6로 반전시켜 보겠다는 뜻이다. 계열 브랜드인 폭스바겐코리아도 디젤게이트 등의 여파로 신규 차량 출시가 늦어지면서 올해 9월까지 전년 대비 72% 감소한 3080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1일부터 고급 세단 ‘아테온’을 다시 팔기 시작하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도 판매를 시작하면서 4분기부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일본차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수입차 판매량이 6월 3946대에서 9월 1103대로 3개월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자동차업계에서는 독일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월 한 달 기준으로만 보면 독일 수입차 점유율은 70.8%로 불매 운동이 시작되기 전엔 6월(55.4%)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 브랜드들이 신차를 연이어 출시할 예정인 만큼 4분기 점유율은 70%를 크게 웃돌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지민구기자 warum@donga.com}
르노삼성자동차가 생산이 종료되는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한 신규 위탁 생산이 결국 무산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노사 갈등 장기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22일 위탁 생산을 추진한 닛산 캐시카이의 후속 모델의 생산 계획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캐시카이 후속 모델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쉽지 않다고 올해 초부터 협력업체에 알려왔지만 닛산과의 최종 협의를 마치고 수주가 불발된 것을 최종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과 닛산이 맺은 연간 10만 대 규모의 로그 위탁 생산 계약은 올해 9월 종료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노사 분규 장기화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점을 추가 계약이 무산된 이유로 꼽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파업을 진행했다. 이 영향으로 올해 9월 기준 르노삼성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4% 줄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시간당 임금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르노-닛산얼라이언스 내 글로벌 46개 공장 가운데 3위로 나올 만큼 높다 보니 생산 물량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인공지능(AI)이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읽고서 자동으로 앞차와의 간격을 맞춰 주행하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다음 달 출시된다.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V80의 등장을 계기로 고속도로 등에서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해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반(半)자율주행 차량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1일 운전자의 성향에 맞춰 부분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머신러닝(심층 기계 학습)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 차량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제네시스 GV80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의 고급차를 중심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방향 전환이나 차선 변경 가능성이 낮은 고속도로 등의 환경에서 운전자가 미리 설정한 속도나 간격을 기준으로 앞차와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다. 레벨 0∼5로 나뉘는 자율주행 기술 중 2단계(부분 자동화)에 해당한다. 여기에 AI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 이번에 공개된 머신러닝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술이다. 운전자의 평소 주행 습관을 차량 내 두뇌 역할을 하는 제어컴퓨터가 센서 등으로 학습한 뒤 별도의 설정 없이도 차량이 앞차와 자동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완성차 업체의 기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술과 다르다. 물론 운전자가 원할 경우 시스템을 해지하면 자가 운전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한국 미국 중국 등에 특허도 출원했다. 김시준 현대·기아차 자율주행상용개발팀 파트장은 “운전자가 처음 1시간 정도 차량을 몰면 주행 형태를 학습할 수 있다”면서 “이후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 개인에게 최적화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구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V80에는 차량이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자가 좌우 깜빡이만 켜면 스스로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살핀 뒤 차선을 바꾸는 ‘2단계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II)’ 기술도 탑재된다. 차선 변경이 끝나면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이 다시 켜지면서 직선 주행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주행 중 곡선 도로에서 차량이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술도 GV80에는 더 진화한 형태로 적용된다. GV80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은 자율주행 2.5단계로 평가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3단계(조건부 자동화)부터 자동차 운전 주도권이 차량 내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GV80을 시작으로 앞으로 출시될 현대·기아차의 양산 차량은 운전자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도권을 절반씩 나눠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4월 자동차 스스로 방향을 움직여 차선을 바꾸거나 유지하는 등의 자율주행 기술을 안전 기준만 충족하면 완성차 업체들이 양산 차량에 적용해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현대·기아차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주행 가능한 자율주행 3단계 차량은 2021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미국 앱티브와 설립하는 합작회사(기업가치 4조8000억 원)를 통해 자율주행 4단계(고도 자동화)가 적용된 차량을 2024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 2, 3단계의 빠른 시장 도입을 주도하고 있고 앱티브는 4, 5단계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만큼 양사의 기술 융합으로 완전 자율주행차의 빠른 상용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차의 등장으로 한국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완성차 생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래차에 필요한 부품 개발에는 뒤처진 탓이다. 국내 부품업계에서는 중소업체들도 미래차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23곳이 미국 국적으로 집계돼 일본과 함께 공동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위 안에 포함된 미국 부품사는 2017년 19곳에 불과했으나 1년 사이에 친환경차나 자율주행 관련 장비·부품을 생산하는 신규 업체가 새로 진입하면서 늘어난 것이다. 중국 기업 역시 6개에서 7개로 늘어 한국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한국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업체는 없었지만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파워텍과 현대다이모스가 합병해 현대트랜시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7개에서 6개로 줄었다. 일정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주요 부품업체들은 이미 선제 구조조정을 통해 내연기관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부품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한국은 새로운 투자를 통해 100위권으로 뛰어 오를 준비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김준규 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중국은 2011년 처음 100대 부품업체 중 1개사가 포함된 뒤 꾸준히 수를 늘리고 있다”면서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100위권으로 진입하면서 한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완성차의 연간 생산량이 2015년 456만 대(5위)를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점도 부품업체들의 연쇄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완성차 생산량은 지난해에는 403만 대로 떨어지며 생산량 기준으로 멕시코에 밀려 7위로 처졌다. 올해 국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400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커 영세 부품업체들의 위기가 현실화될 우려가 높다. 정부는 15일 발표한 미래차 육성전략을 통해 국내 9000여 개 부품사 중 현재 4%에 불과한 자동차 전장업체 비중을 2030년까지 23%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전기장치와 시스템인 전장 부품의 증가에 대비해 중소업체의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2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업계는 ‘나눠주기식’ 정부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2차 협력사 관계자는 “2조 원을 9000여 개 부품사가 나눠 갖는다고 하면 1개사에 2억 원 수준인데 이걸로 어떻게 내연기관 제품만을 만들던 영세한 업체들이 미래차에 대비한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자동차산업협회 등이 5, 6월 전국 33개 부품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55%가 신규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투자 여력 부족’을 꼽았다.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2% 미만인 한국의 영세한 부품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도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대기업과 부품업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정부 R&D 사업을 확대해 생산 과정에서도 협력하도록 촉진하면서 투자 세액 공제 혜택도 기존 3∼7% 수준에서 10%까지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