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차장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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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부터 죽음까지, 보건복지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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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5-16~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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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폭염 등 새로운 재난도 대비를”

    “국가의 성장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재난의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재난구호 시스템은 달라진 게 별로 없습니다.” 14일 서울 마포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송필호 회장은 “새로운 형태의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비가 미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뿐 아니라 기후변화,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희망브리지는 1961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재난재해 구호모금 단체다. 민간 모금을 체계적으로 이끌고, 의연금품 지원이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아일보 등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설립됐다. ‘동일 피해, 동일 지원’을 원칙으로 60년 동안 약 1조5000억 원의 성금을 모아 5000만 점 이상의 구호물품과 의연금을 이재민에게 전달했다. 재난 재해가 발생하면 이재민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희망브리지다. 반세기 넘게 쌓아 온 노하우도 남다르다. 옷가지를 챙기지 못한 이재민을 위해 2007년 세탁기와 건조기를 3대씩 갖춘 구호 차량을 국내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달부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감염병이나 가축 전염병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방역구호 차량 운영을 시작했다. 송 회장은 “하반기부터는 재해 재난을 겪은 이재민들의 트라우마를 줄이기 위한 심리지원 버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포항·경주 지진 등 대형 재난을 잇달아 겪으면서 정부의 재난 대응 역량도 높아졌다. 하지만 송 회장은 “‘재난 행정’은 커졌을지 몰라도 현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현장 대응에도 여력이 없는데 윗선 보고를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구태는 여전하고, 여러 재난이 겹치는 복합재난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난의 피해는 발생 당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이나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의 트라우마는 평생 지속된다. 희망브리지가 ‘재난 사후관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송 회장은 “마을공동체가 다시 회복되고, 이재민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확장된 의미의 재난 구호”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특히 기후변화가 초래할 재난을 우려했다. 미국과 호주에선 대형 산불이 매년 반복되고, 올 초 미국 남부 지역에선 이례적인 한파가 덮쳐 도시가 마비됐다. 한반도에선 2018년의 기록적인 폭염이나 지난해 두 달 동안 이어진 장마가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송 회장은 “최근 100년 동안 세계의 지표 온도가 평균 1.4도 올랐는데, 한국은 1.8도나 상승했다”며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 장마 등을 단순한 기상이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강력해지는 자연 재난은 자연이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며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미래 재난의 변수 중 하나로 북한을 꼽았다. 백두산 분화나 기후변화 등의 자연 재난뿐 아니라 노후 원자로, 북한 주민의 기아 문제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는 의미다. 송 회장은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더라도 인도적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발 재난에 대비할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집무실에는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다. 송 회장은 “코로나19를 겪는 선진국이나 10년 전 대지진을 겪은 일본의 사례에서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재난 재해 극복에 한계가 있다”며 “환난상휼의 정신을 가진 시민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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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암환자협의회 개소…“암환자 권익 위해 노력”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암환자협의회는 암 환자들의 권익과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결성된 단체다. 그동안 요양병원 암 환자 강제 퇴원,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문제 등을 제기해 왔다. 김성주 암횐자협의회 대표는 “환자 중심의 의료 전달 체계가 제도로 정착돼 암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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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취 몸살앓던 하천의 깜짝 변신… 막히지 않는 ‘다중 여과망’ 덕분”

    경기 수원시를 지나는 서호천은 수년 전까지 각종 하수와 악취로 몸살을 앓았다. 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5등급까지 떨어졌다. 물 속이 보이지 않고 인체에도 치명적인 수준이다. 사람도 동물도 찾지 않던 서호천의 수질은 2017년 2등급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멸종 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됐고, 서식하는 수생식물은 31종에서 185종으로 늘었다. 서호천의 수질 개선은 환경부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효과다. 수원시는 하천에 유입되는 하수 속 오염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하천 유역 11곳에 설치한 합류식 하수관거 월류수(CSOs) 처리 시설의 효과가 컸다. 빗물에 쓸려오는 오염원과 하수를 걸러주는 시스템이다. 시스템 시공을 맡은 곳은 하수 처리 전문기업인 피앤아이휴먼코리아(이하 P&I)다. 서호천에는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커튼월(Curtain Wall) 공법’이 적용됐다. 흘러온 오수를 전처리조에서 1차로 걸러낸 뒤 여러 겹의 방사형 여과망이 설치된 여과조에서 오염원을 추가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여과망의 틈은 갈수록 작아져 큰 오염원부터 차례로 걸러진다. 전국 350개소에 P&I의 여과 및 저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수원의 삼성전자 주변 부지도 그중 하나다. 커튼월 공법의 장점은 여과망이 쉽게 막히지 않아 퇴적물을 자주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여과형 하수 처리 시설의 가장 큰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대신 여과 면적이 여과망 수에 따라 배로 늘어난다. 홍봉창 P&I 대표는 “기후 영향이 크고 정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생물학적 처리나 2차 오염 우려가 있는 화학적 처리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P&I는 환경신기술 등 3건의 신기술을 인증받았다. 지난해에는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16년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은 2015년 빗물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하천의 수질을 개선시키는 ‘스펀지 시티’ 사업을 시작했다. 들쭉날쭉한 강우량에 대비할 수 있는 저류(貯留) 기술을 필요로 했다. 이미 일본에서만 60개 이상의 저류조 생산 기업이 진출해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 상하이시 환경과학원의 하수처리 전문가들이 수십 차례 국내 시설을 방문해 성능을 점검했다. 하지만 P&I는 일본 기업보다 기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공법은 박스 형태의 구조물을 쌓는 방식이라 내구성이 떨어졌다. 지면에 도로도 내지 못했고 내부 청소도 어려웠다. 반면 P&I의 저류조는 벌집 모양으로 벽을 끼워 맞추면 돼 설치 기간도 짧고 퇴적물 처리도 용이했다. 홍 대표는 “현재 청소로봇 개발이 거의 끝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며 “수질 검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I의 저류 기술은 생활용수가 부족한 도서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인천 덕적도 등에 P&I의 저류조가 설치돼 있다. 홍 대표는 “해수 담수화로 바닷물을 활용하거나 콘크리트 저류조를 설치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설 관리가 어렵다”며 “P&I의 저류조는 설치가 쉽고 시공 기간이 짧아 섬 지역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공장 등 오염원이 확실한 곳보다 일반 도로나 하천은 오염 관리가 더 힘들다. P&I가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도 이런 비점(非點) 오염원 관리가 시급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P&I의 기술만으로 오염원을 100% 없앨 수는 없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자연의 정화 능력을 되찾아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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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풍, 폐수 없는 제련소 세계 첫 도전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는 최근 건물 4층 높이의 거대한 설비가 들어섰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가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무방류(ZLD·Zero Liquid Discharge) 시스템’이다. 세계 제련소 중에서 상압(常壓)식 증발농축 방식의 무방류 시스템을 설치한 곳은 석포제련소가 처음이다. 영풍은 폐수 방류로 인한 낙동강 오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도 배출 허용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폐수를 정수해 방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방류 시스템은 이달 중 최종 점검을 마친 뒤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된다. ○ 세계 4위 제련소의 ‘폐수 제로(0)’ 선언 석포제련소는 1970년 설립된 국내 첫 아연 제련소다.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4위 규모다. 영풍 자회사의 총 아연 생산량은 세계 1위(점유율 9.2%)다. 이 같은 눈부신 성장에는 명암이 있었다. 석포제련소는 국내 제련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끈 효자 기업이지만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가 낙동강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영풍은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 2019년 세계 최고 물 관리 기업인 수에즈워터테크놀로지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설치를 끝내고 현재 시험 운영 중이다. 설치 비용만 320억 원이 투입됐고, 매년 운영비로 92억 원이 들어간다. 기존 정수 방식보다 연간 운영비가 18억 원가량 늘어난다. 무방류 시스템은 긴 원통 모양의 증발농축기(evaporator) 3기와 불순물을 고체로 농축하는 결정화기(crystallizer) 1대로 구성된다. 먼저 1차 정수를 거친 폐수를 끌어와 100∼110도의 고온에서 끓인다. 이때 발생한 깨끗한 수증기는 액화돼 공업용수로 재사용한다. 남은 불순물은 반복되는 농축 과정을 거쳐 딱딱한 케이크 형태로 수거된다. 하루 약 2000t의 폐수가 깨끗한 물과 17t가량의 고체 폐기물로 바뀌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로 배출되는 물질은 하얀 수증기가 전부다. 색깔 탓에 오염 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성분은 환경 기준치 이하라는 게 영풍 측 설명이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문만기 석포제련소 부장은 “현재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 허용치는 m³당 8ppm인데, 무방류 시스템에서 배출되는 양은 0.03ppm 수준이라 기준치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 ○하루 2000t 수자원 절약 무방류 시스템의 또 다른 장점은 수자원 재활용이다. 무방류 시스템이 개발된 것도 미국 텍사스주 등 물이 귀한 지역에서 수자원을 아껴 쓰기 위해서였다. 석포제련소는 하루 1만∼1만5000t의 물을 낙동강에서 끌어다 쓴다. 하루 2000t을 재사용하면 그만큼 취수량을 줄일 수 있다. 4인 가족 1700가구가 하루에 쓰는 양이다. 특히 수량이 부족한 갈수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전통적인 굴뚝산업에 속한 기업들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영풍도 오염 물질이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석포제련소 지하에 침출수 차단 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공장과 하천 사이에 지하 암반층까지 약 2km 길이의 차수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2023년까지 총 43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영민 석포제련소장(부사장)은 “무방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1차 지하수 차단 시설 설치가 끝나는 올해 말쯤에는 오염원 감소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낙동강 수질오염 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말했다.봉화=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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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기술주-2차전지 등 장기 중점… 삼성자산운용, ETF 26개 추천

    삼성자산운용은 연금투자에 관심이 높은 고객을 위한 코덱스(KODEX) 상장지수펀드(ETF) 26개를 추천했다. 연금투자가 가능한 코덱스 ETF 101개 중 지수의 대표성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섹터를 고려해 26개를 추린 것이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위해 국내외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도 상당수 포함됐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선물(H), 미국 나스닥100선물(H) 등이다. 미국 FANG플러스(H)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외에도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표 기술주 10곳에 투자하는 ETF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05.7%다. 국내 시장에서는 주로 정보기술(IT), 헬스케어, 2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이 깊은 펀드 10개를 추천했다. 최근 주목받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된 펀드도 2개 포함됐다. 200ESG는 코스피200에서 ESG 성과가 우수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탄소효율그린뉴딜ETF는 탄소효율성(매출 대비 탄소배출량)이 우수한 기업에 주목한다. 분산 투자를 위해 금(金), 리츠, 인프라 등 대체 자산 및 신흥국 시장과 관련된 펀드도 추천한다. 골드선물(H)ETF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 상장된 금 선물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다. 차이나 항셍테크는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30곳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TRF는 선진국 주식 30%, 국내 채권 70%를 담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다. ETF를 활용한 연금투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개인연금은 연금저축펀드로 ETF에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ETF로 납입이 가능하다. 두 가지 모두 저율과세 혜택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6개 상품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담은 ‘한 권으로 끝내는 KODEX ETF 연금투자 가이드북’을 KODEX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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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누고 떠나는 아름다운 마지막… ‘유산기부’ 법 제정 절실

    차은혜 씨(21)는 지난해 국제구호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에 1억 원의 유산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국내 최연소 유산기부자다. 갓 성인이 된 그에겐 당연히 기부할 재산이 마땅치 않았다. 차 씨는 30년 동안 납부하는 생명보험의 보험금 수익자를 기아대책으로 지정하는 형식으로 유산을 기부할 계획이다. 차 씨의 기부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부모님은 기아대책 고액 후원자 모임인 필란트로피클럽 회원이다. 어머니는 유산기부를 약정한 헤리티지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차 씨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기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인이 되면 꼭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英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 최근 이처럼 유산을 법정상속권자가 아닌 공익법인 등 제3자에게 기부하는 유산기부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보편적인 문화는 아니다. 유산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각종 세제혜택 등 유산기부를 활성화시킬 제도적인 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체 기부금 중 유산기부 비중이 0.5%에 불과하다. 반면 영국은 33%, 미국은 9%에 이른다. 공익을 위해 부(富)를 나누겠다는 부호(富豪)들의 솔선수범과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다. 영국도 20여 년 전까지는 유산기부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변화를 이끌어낸 건 사회의 리더들이었다. 금융컨설팅회사 핀스버리의 롤런드 러드 창업자는 2011년부터 재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감면해주는 ‘레거시10(Legacy10)’ 캠페인을 전개했다. 억만장자 기업인들의 동참이 이어졌고,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 등 유력 정치인들도 뜻을 함께했다. 눈여겨볼 점은 영국 정부의 노력이다. 상속세 세수(稅收)가 줄어들 것이 뻔했지만 입법을 주저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경제적 타당성 평가와 국민 여론조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레거시10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했다. 줄어든 세수가 민간으로 흘러가 노숙자, 이민자, 빈곤계층 등 지원에 쓰이면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복지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영국 정부의 판단이었다. 그 결과 영국에서 유산기부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선택지가 됐다. 유산기부자는 평균적으로 재산의 20%가량을 3∼4개 단체에 나눠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파운드(약 15만6000원)씩 소액을 기부하기도 한다. 꼭 큰돈이 아니더라도 능력껏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택하는 것이다.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자선협) 사무총장은 “영국은 변호사와의 세제 상담 등을 포함한 유언장 작성 캠페인이 유산기부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며 “생을 마감할 때 배우자와 자녀, 친구, 그 다음으로 자선단체를 떠올려 달라는 슬로건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정부, 국회가 논의 앞장서야 최근 국내에서도 자산가들의 통 큰 기부가 화제가 됐다.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이들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설립한 글로벌 자선단체이자 자발적 기부 운동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219, 220번째 회원이 됐다. 이 같은 문화가 확산되려면 제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2019년 자선협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6.3%가 ‘유산기부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상속세 감면 등 유산기부법이 제정됐다고 가정했을 땐 긍정 답변이 두 배인 51.6%로 높아졌다. 총유산에서 기부하고 싶은 자산의 비중은 10∼19%를 선택한 응답이 17.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한국형 레거시10 제도 도입 법안(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반대로 상임위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현금이나 부동산을 기부하면 기부 금액의 일부를 본인이나 유족이 연금처럼 돌려받는 ‘기부연금’ 제도도 19대 및 20대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가계자산의 75%가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에선 기부연금이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자의 선의만으로 기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들이 사망자의 재산 중 일부를 본인 몫으로 주장할 수 있는 유류분(遺留分) 반환 청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선협 설문조사에서도 ‘가족이 유산기부에 동의할 것 같다’는 응답은 49.9%에 그쳤다. 유산기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족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이유다. 김호경 밀알복지재단 특별후원팀장은 “유산기부는 결국 개인의 기부가 아닌 가족이 함께하는 기부인 만큼 자녀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세제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가족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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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건강 앱으로 마음 방역 하겠다”

    이달 초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우울했던 경험을 털어놓는 방이 만들어졌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경험이나 불안감에 힘들었던 순간을 숨기지 말고 서로 공유하며 위로를 주고받자는 취지였다. 별다른 홍보가 없었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1700여 명이 모였다. 3시간 가까이 대화가 이어질 만큼 다채로운 우울증 극복기가 오갔다. 방 개설을 주도한 이는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31)다. 5년 전 모바일 정신건강 플랫폼 ‘트로스트’를 개발한 청년 창업가다. 그는 대학 시절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1년간 학내 심리상담센터를 다녔던 경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남들이 알거나 기록이 남는 것이 두려워 치료나 상담을 꺼리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우울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며 “정신건강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로스트(Trost)는 독일어로 ‘위안’이라는 뜻이다. 익명으로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해 고민 키워드를 선택하면 상담사를 추천해준다. 현재 등록된 상담사는 90여 명. 상담사 소개와 고객 리뷰 등을 보고 상담사를 선택할 수 있다. 비용은 1회 1만5000원부터 6만 원까지 다양하다. 채팅과 전화상담만 해오다가 최근에는 대면상담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한 달에 약 2000건의 상담이 이뤄진다. 트로스트는 상담 연결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도 그중 하나다. 24시간 상담창구를 열어 내담자가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분석한다. 김 대표는 “고객의 위기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더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20대(55.5%)와 여성층(83.5%)이 트로스트의 주 고객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엔 30, 40대 남성 이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요 상담 키워드로 우울, 불안, 자존감 상실을 꼽는 이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의 일환으로 트로스트를 이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사내 상담시설이 있어도 회사의 눈치가 보여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익명으로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기관 및 기업 35곳이 사용 계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직원의 심리 상담 및 정신건강 관리가 이직률을 낮추는 등 기업 생산성 향상과 이어지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휴마트컴퍼니는 최근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4만여 명의 고객 상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빅데이터 및 AI를 활용해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열리면 트로스트도 유력한 서비스 후보군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용자의 60%는 트로스트를 통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경우”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마음 방역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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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30분씩 게임 하세요” 약 대신 게임 처방 받는 세상 [박성민의 더블케어]

    비 오는 도심의 사거리, 주행 신호를 기다리며 1차로에 멈춰 있는데 맞은편에서 트럭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달려온다.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잠시 후 산산조각 난 차량 앞 유리와 바람 빠진 에어백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안도감을 느낀다. 실제 상황은 아니다. 교통사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구현한 장면이다. 가상현실(VR) 콘텐츠 기업인 스튜디오코인이 교통사고 환자의 심리 치료를 위해 개발했다. VR기기를 착용하면 실제 운전석에 앉은 것처럼 느껴진다. 도로 종류와 혼잡도, 사고 시간과 날씨, 상대 차종 등 13가지 항목을 선택하면 환자가 겪은 사고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환자들에게 처방하려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 현재 전남대병원과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데, 2023년 의료기기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김새론 대표는 “보행자 사고 등 다양한 사고 상황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상담 치료에 노출 치료를 병행하면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게임, VR로 치료를?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다섯 번, 하루 25분씩 꾸준히 이 게임을 하셔야 합니다. 미션을 통과한 뒤에 경과를 살펴보죠.” 머지않아 병원에서 약 대신 이런 처방을 들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약 대신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아 건강을 관리한다. 게임 외에도 VR로 불러낸 가상 공간에서 공황 장애나 치매 환자들의 치료를 도울 수도 있다. 질병 및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앱, 게임, VR 등을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27억 달러(약 3조686억 원)에서 2025년 6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합성화학물,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도 불린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만성 질환을 관리하고 우울증, 수면장애, 약물 중독 등의 치료를 돕는다.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병원 방문이 힘든 고령 환자들의 예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의료비 부담 낮추고, 치료 효과 높여” 미국에선 2017년 약물중독 치료용 앱 ‘리셋(reSET)’이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엔 소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돕는 컴퓨터 게임 ‘엔데버Rx’가 나왔다. 악당을 잡고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을 하며 뇌의 특정 신경회로를 자극하는 원리다. 임상실험 결과 엔데버Rx를 사용한 아동의 3분의 1가량은 증상이 뚜렷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치료제의 장점은 병원 밖에서 생성되는 환자 데이터를 이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교수는 “만성 질환자가 병원에 덜 방문하면서도 건강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며 “병원 중심의 고비용 의료 체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능을 미심쩍어하는 시선도 있지만 사용자가 점차 늘면서 유효성을 검증한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리셋을 개발한 페어 테라퓨틱스가 2018년 선보인 리셋-오(reSET-O)는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중독 치료를 돕는 앱이다. 지난해 11월 환자 351명의 앱 사용 전후 6개월씩의 병원 이용 형태를 조사한 결과 외래 진료와 응급실 방문 횟수가 줄었고, 환자 한 명당 2150달러의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우울증 환자가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치료를 썼을 때 증상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치료제 사용군의 연평균 재발 횟수는 0.6회, 증상 재발 기간은 22일이었던 반면 사용하지 않은 집단에서는 각각 2회, 84일로 편차가 컸다. ● 인허가 규제 정비 서둘러야 한국은 언제쯤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쯤 첫 디지털 치료제가 승인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헬스케어 스타트업 뉴냅스가 국내 첫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 VR을 활용해 뇌손상 후 발생한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뉴냅 비전’이다. 의료와 정보기술(IT)에 강점이 있는 만큼 제대로 ‘판’만 깔아지면 선두 주자들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게 산업계와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빅씽크테라퓨틱스는 강박장애(OCD) 환자의 인지행동 치료를 돕는 디지털 치료제 ‘오씨프리’를 개발해 이르면 다음 달 미국에서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 김성태 DTx팀 부장은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 노출됐을 때 강박 행동을 멈추도록 알람을 줘서 환자가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도록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되려면 인허가 등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는 인체에 직접 투약하는 기존 약물보다 안전하다”며 “기존 약물을 검증하는 잣대를 디지털 치료제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디지털 치료제의 버전이 바뀔 때 임상 시험을 생략하는 등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 기존 약물 ‘대체재’ 아닌 ‘보완재’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의사들이 기존 약물 대신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려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집에서 혼자 써야 하는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가 사용을 거부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험 적용 여부와 의료수가(酬價)를 어떻게 책정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수가가 비싸고 보험이 안 되면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2019년 1~10월 리셋-오 앱을 사용한 환자는 1265명에 그쳤다. 미국의 오피오이드 중독 추정자(약 200만 명) 규모를 고려하면 업체의 기대에 못 미친 결과다.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개발 기간이 짧고, 기존 신약과 임상시험 설계가 달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후보 물질 발굴부터 승인까지 평균 개발 기간이 15년가량 걸리는 일반 신약과 달리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은 3.5~5년가량(편웅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디지털헬스의 주도적 지위에 관한 예측)이다. 기존 신약은 1만 명가량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500명 이내다.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는 건강관리가 환자에게 질환의 발병, 증상 개선의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가령 소아 비만은 잘못된 식습관을 가진 부모, 학교 앞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패스트푸드 가게가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식단이나 운동 관리를 돕는 디지털 치료제 앱을 손에 쥐어주고 “왜 살을 못 빼느냐”고 나무라는 건 질환의 ‘원인의 원인’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건강관리 및 치료를 위한 좋은 ‘도구’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의료계도 디지털 치료제의 순기능을 기대하면서도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다. 김헌성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의 치료법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아직까지는 보완재 정도로 인식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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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R로 교통사고 트라우마 극복… 게임으로 ADHD 치료… ‘디지털 치료제’ 의료계 명약 될까

    비 오는 도심의 사거리, 주행 신호를 기다리며 1차로에 멈춰 있는데 맞은편에서 트럭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달려온다.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잠시 후 산산조각 난 차량 앞 유리와 바람 빠진 에어백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안도감을 느낀다. 실제 상황은 아니다. 교통사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구현한 장면이다. 가상현실(VR) 콘텐츠 기업인 스튜디오코인이 교통사고 환자의 심리 치료를 위해 개발했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실제 운전석에 앉은 것처럼 느껴진다. 도로 종류와 혼잡도, 사고 시간과 날씨, 상대 차종 등 13가지 항목을 선택하면 환자가 겪은 사고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환자들에게 처방하려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 현재 전남대병원과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2023년 의료기기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김새론 대표는 “보행자 사고 등 다양한 사고 상황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상담 치료에 노출 치료를 병행하면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의료비 부담 낮추고, 치료 효과 높여”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성 질환을 관리하거나 정신건강 회복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병원 방문이 힘든 고령환자들의 예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 및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VR 등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합성화학물,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도 불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27억 달러(약 3조686억 원)에서 2025년 6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는 아직 선보인 치료제가 없지만 미국에선 2017년 약물중독 치료용 앱 리셋(reSET)이 세계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엔 소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돕는 컴퓨터 게임 ‘엔데버Rx’가 나왔다. 악당을 잡고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을 하며 뇌의 특정 신경 회로를 자극하는 원리다. 임상시험 결과 엔데버Rx를 사용한 아동의 3분의 1가량은 증상이 뚜렷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치료제의 장점은 병원 밖에서 생성되는 환자 데이터를 이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교수는 “만성 질환자가 병원에 덜 방문하면서도 건강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며 “병원 중심의 고비용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직접 투입 기존 약물보다 안전” 한국은 빨라야 내년쯤 첫 디지털 치료제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헬스케어 스타트업 뉴냅스가 국내 첫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VR를 활용해 뇌손상 후 발생한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뉴냅 비전’이다.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빅씽크테라퓨틱스는 강박장애(OCD) 환자의 인지행동 치료를 돕는 디지털 치료제 ‘오씨프리’를 개발해 이르면 다음 달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되려면 인허가 등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는 인체에 직접 투약하는 기존 약물보다 안전하다”며 “기존 약물을 검증하는 잣대를 디지털 치료제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디지털 치료제의 버전이 바뀔 때 임상시험을 생략하는 등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다.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보험 적용 여부와 의료수가를 어떻게 책정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과도한 낙관론도 우려스럽다. 김헌성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의 치료법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아직까지는 보완재 정도로 인식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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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기른 머리카락 기부했어요”… 모발 기부로 소아암 환자에게 웃음 찾아주세요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박정욱 군(16)은 최근 가슴까지 내려오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하기 위해서다. 모발을 기부하려면 길이가 25cm 이상이어야 한다. 박 군도 꼬박 2년이 걸려 30cm를 채웠다. 학교에선 성적을 유지하고,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는 것을 조건으로 장발을 허락받았다. 박 군이 모발 기부를 결심한 건 소아암을 앓았던 두 살 터울 형의 영향이 컸다. 어려서부터 항암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이 빠진 형과 또래 환자들을 보면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늘 생각했다. 박 군은 “수능 때까지는 공부에 집중하느라 머리카락을 기르기 어렵겠지만 성인이 되면 다시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부적합 모발 많아 중국서 수입도 박 군처럼 남자 청소년이 모발을 기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모발을 접수하고 있는 ‘어머나(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380명이 머리카락을 기부했다. 이 중 남성은 6%에 불과하다. 연령별로는 10대가 1672명(31%)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1234명, 20대 1215명 순이었다. 10대 미만도 449명, 60대 기증자도 7명 있었다. 가끔 아이의 배냇머리를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 모발 기부는 가발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아암 환자들에게 단비와 같다. 매년 1000명가량이 백혈병, 림프종 등 소아암 진단을 받는다. 면역력이 떨어진 소아암 환자들은 일반 가발보다 화학물질 노출이 적은 인모(人毛) 가발을 쓰는 것이 좋다. 이들은 200만 원가량인 비싼 가발을 사거나 아예 구입을 포기한다. 서용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과장은 “협회를 통해서도 가발을 지원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매년 20건 정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머리카락 기부도 줄었고, 가발 제작도 그만큼 드물게 이뤄진다. 2018년까지는 소아암협회와 가발 제작업체인 하이모 등 3곳에서 기부를 받았지만 이젠 어머나 운동본부 한 곳만 남았다. 소아암협회는 2018년 2만7259명 등 2007년 이후 12년 동안 8만6388명의 모발을 기부받아 345명에게 가발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증받은 모발로 만들어진 가발은 6개에 그쳤다. 가발 제작이 어려운 이유는 염색이나 파마로 손상된 모발이 많기 때문이다. 하이모 관계자는 “너무 짧아 가발 제작에 적합하지 않거나 손상된 모발을 골라내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최근에는 중국에서 인모를 수입해 무료 맞춤 가발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100g 중 실제 쓸 수 있는 모발은 10g 불과 실제로 가발을 만드는 과정은 어떨까. 기부된 모발 100g 중 실제 가발에 쓸 수 있는 모발은 10g 정도에 불과하다. 살균을 위해 산(酸) 처리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모발들은 끊어지거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머리가 너무 가늘어도 힘이 약해 가발에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가발 하나를 만들려면 약 2만 가닥의 머리카락이 필요한데, 200∼300명분의 모발이 모여야 가발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모발이 길수록 활용도가 높다. 홈페이지에는 ‘25cm 이상(최소 20cm 내외)’ 모발을 보내달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 가발 제작에는 40cm 이상의 모발이 많이 쓰인다. 가발을 만들려면 한쪽 끝을 바늘로 꿰어 심어야 하는데 이때 40%가량이 접혀 총길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증된 모발로 맞춤 가발을 제작하는 원터치헤어 임헌향 대표는 “주로 여학생용 가발을 만들기 때문에 모발이 길어야 자연스러운 가발을 제작할 수 있다”며 “기증된 짧은 모발을 모아 긴 모발을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가발 기부가 예년보다 쉽지 않았다. 맞춤형 가발을 제작하려면 직접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데 감염 우려로 병동 접근이 차단된 곳이 많아서다. 김세윤 어머나 운동본부 연구원은 “소아암 환자들은 몸이 아픈 것만큼 탈모로 인한 마음의 상처나 스트레스도 크다”며 “올해는 협력 병원을 늘려 더 많은 환자들에게 가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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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운, 특권, 변화…부호(富豪)들이 재산 절반을 내놓는 이유 [박성민의 더블케어]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이 18일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8일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산 절반 기부를 약속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의 잇따른 통 큰 기부 선언이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드는 촉매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기부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2013년 0.83%(명목 GDP 기준)에서 2018년에는 0.73%로 오히려 낮아졌다. 미국(2.08%)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개인 탓으로만 여길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 세제혜택 등 기부를 유도할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기부연금’ 등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더딘 편이다. 척박한 기부 토양을 일구는 게 먼저라는 의미다. ● ‘기빙 플레지’는 어떤 단체? 김 의장이 재산 환원 의사를 밝힌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설립한 글로벌 자선단체이자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재산 10억 달러(약 1조1056억 원) 이상의 자산가가 재산 절반 이상을 환원하겠다고 서약하면 가입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드 터너 CNN 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24개 국 218명의 자산가가 뜻을 같이했다. 김 의장은 219번째 회원으로 한국인 1호 가입자가 된다. 홈페이지에는 기부를 결심한 계기를 담은 서약서가 공개돼 있다. 기부자들은 특권(privilege), 변화(change), 행운(fortune) 등의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자신의 능력뿐 아니라 주변 도움으로 커다란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그렇게 누려온 특권을 사회에 환원해 미래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유사한 기부 캠페인도 생겨나고 있다. 영국 금융컨설팅회사 핀스버리의 롤런드 러드 창업자는 2011년부터 재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를 10% 감면해주는 ‘레거시10(유산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억만장자 기업가 뿐 아니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정치권에서도 참여가 활발하다. 이미 제도가 정착돼 영국에선 유산 기부가 전체 기부금의 33%에 이른다. ● 유산기부, 기부연금은 아직 먼 얘기 한국은 아직 이런 기부 문화가 낯설다. 더욱이 재산의 절반을 뚝 떼어 기부하거나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해 기부 의사를 밝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1년간의 기부 경험을 기준으로 한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 2015년 29.9%, 2019년 25.6%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캐나다(82%), 영국(67%) 등 기부가 활성화 된 국가들과 격차가 크다. 개인의 선한 의지만으로 기부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유산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과감한 세제혜택도 그 중 하나다. 영국의 레거시10과 유사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2019년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수(稅收) 감소가 우려된다’는 반대 논리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당장의 세수는 줄더라도 거액의 유산이 사회로 환원되면 정부의 복지지출 부담이 줄어드는 등 이득이 더 크다. 한국에선 기부연금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부연금은 현금이나 부동산을 기부하면 기부금액의 일부(최대 50%)를 본인이나 가족이 사망하기 전까지 연금처럼 돌려받는 제도다. 집을 담보로 국가에서 노후자금을 받는 주택연금과 유사하다. 연금액은 지급 시점, 수급자의 나이 등에 따라 연금요율을 달리해 결정된다. 기부연금은 가계자산의 75%가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인에게 특히 유용한 제도다. 현재 연금 수급액이 월 150만 원 이상인 고령층은 9.6%에 불과한데, 주택을 활용해 기부와 노후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0.6%가 기부연금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기부연금 도입을 추진했지만 관련 법안은 19대,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자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 ‘세금 폭탄’이 기부 문화 위축시켜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과도한 세금이다. 공익법인이 기업의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기부 받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를 면제받으려면 일반 공익법인은 취득한 주식이 해당 기업 총 주식의 5%, 성실공익법인은 5¤20%를 넘어선 안 된다. 일부 대기업 등이 변칙 증여나 오너 일가의 계열사 우회 지배를 위해 재단을 만들어 주식을 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공익 목적의 기부에까지 과도한 세금 부담을 지우다보니 좋은 뜻으로 기부하고도 세금 폭탄을 맞는 일이 생긴다. 고(故) 황필상 구원장학재단 이사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2년 모교에 180억 원가량의 주식을 기부한 황 이사장에게 세무당국은 6년 뒤 140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긴 소송 끝에 대법원은 2017년 황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세습과 무관한,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증여에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조세회피 의도가 없는 기부에까지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부 문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금을 깎아서라도 부자들의 기부를 유도하는 해외 사례에도 역행한다. 영국과 호주, 독일은 주식보유 상한 기준이 없다. 이러한 기부 규제 완화는 부자들의 고액 기부로 이어진다. 워런 버핏은 지난해 29억 달러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가족이 운영하는 4개 재단과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기부했다. 2006년부터 기부한 주식은 약 374억 달러에 이른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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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도시 클러스터 조성, 정부-지자체 끌고 공공기관-민간이 밀어야”

    이달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 신안군에서 열린 해상풍력발전단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했다. 지역별 뉴딜 전략을 발표하는 ‘지역균형 뉴딜 투어’ 첫 방문지였다. 지역균형 뉴딜은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신산업 육성책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균형 뉴딜의 중점 과제로 지역별 광역플랫폼 조성을 꼽는다.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지역 생활권 및 경제권을 만들어야 국가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만나 지역 균형뉴딜 성공 전략을 논의했다. ―지역균형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한국형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의 의미를 짚는다면…. ▽이 위원장=한국의 미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는 지역 균형발전에 달려 있다.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앞선 국가들을 따라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 한국형 뉴딜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중앙집중형, 하향식 산업 체질을 지방분권형, 상향식으로 바꿔야 한다. ▽서 위원장=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사람’과 ‘상생’이다. 새로운 인재를 키우고 국가 자원이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해 균형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역에서 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더 이상의 도약이 어렵다. 기업과 각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대학이 성장동력을 발굴하면 행안위는 이를 실행할 사람과 예산을 적절하게 배치하도록 노력하겠다. ▽김 사장=한국형 뉴딜은 ‘저탄소 경제’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출발점이다. 한전은 에너지 기업이자 본사가 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으로서 지역균형 뉴딜, 그린 뉴딜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느낀다. 2025년까지 5조8000억 원을 투자하는 ‘에너지 뉴딜 추진 계획’도 그 연장선이다. 청정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 4대 분야 및 43개 과제를 추진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다. ▽전 위원장=지역균형 뉴딜의 핵심은 교육이다. 2021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부산 모든 사립대가 사실상 정원 미달이다. 부산이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 상위 20개 대학 중 18곳이 수도에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수도권 합계 출산율이 0.6명(지난해 기준)까지 떨어져 학령(學齡)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지역의 대학이 무너지는 것은 국가 붕괴나 마찬가지다.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은 교육의 균형발전에서 온다고 믿는다.―지역 간 경쟁을 고려해 기계적으로 분배하는 지역 균형발전으로는 ‘집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광역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상임위원장으로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서 위원장=경쟁이 아닌 경쟁력을 이끌어내려면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수도권 집중을 분산시킬 수 있는 초광역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생활권과 경제권을 중심으로 권역별 발전 전략을 만들어야 수도권도 살고, 지역도 발전할 수 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는 광역 플랫폼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 등 필수 인프라가 빨리 구축돼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심사, 지방채 발행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규제 문턱을 낮추는 데 힘쓰겠다. ▽이 위원장=산자위의 중요한 과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의 혁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학, 연구기관과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생태계도 필요하다. 공기업의 혁신도시 이전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지자체도 뛰어들고, 대학과도 협력해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시급한 것이 재정을 사용하는 권한과 사업허가권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중앙과 지방정부 사이에서 기업만 힘을 빼게 된다. ▽김 사장=지방분권이 중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지방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도록 권한과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중앙 부처들이 돈 나눠주는 데만 재미를 붙여선 안 된다. 그렇게 추진되는 사업은 성공률도 낮다. 지방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지역 균형발전의 성공은 각 지역이 얼마나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발전하느냐에 달렸다.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김 사장=공공기관이 이전한 혁신도시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기관과 관련된 산업을 중심으로 혁신도시를 각 지역 플랫폼의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정부, 공공기관, 기업이 모이는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집적효과와 함께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한전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에너지 관련 기업을 모아 신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위원장=혁신국가로 인정받는 핀란드는 지역 주력 산업이 선정되면 관련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지역에서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정부와 기업이 출자해 첨단 과학단지도 만든다. 한국은 지난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을 도입해 지역혁신 플랫폼의 첫걸음을 뗐다. 경남의 17개 대학이 학사 과정을 연계한 ‘경남공유대학(USG)’은 좋은 시도다. 정부가 이런 토대를 폭넓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지역 플랫폼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 ▽서 위원장=전남 신안 앞바다에 조성될 해상풍력단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단지보다 7배나 큰 규모다. 여기서 생산되는 8.2GW(기가와트) 전기는 한국형 신형 원전 6기의 발전량과 맞먹는다. 12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경기도와 광주시, 부산시의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인 ‘초연결 인공지능(AI) 헬스케어 플랫폼’은 지역별 강점을 연계해 단독으로는 어려웠던 지역 혁신성장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다. 이처럼 지역의 자연환경, 산업 등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이 추진돼야 차별화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한전이 추진 중인 에너지밸리 조성과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설립도 지역균형 뉴딜의 대표적 사례다. ▽김 사장=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에너지밸리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현재 501개 기업을 유치해 2조1596억 원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1만1158명의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 핵심은 신기술을 개발하고 창업까지 꿈꿀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대가 다음 단계로 가는 열쇠다. 현재 한국에너지공대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중국 최고의 혁신 클러스터로 꼽히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클러스터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40여 개 대학이 밀집해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 위원장=지역 균형발전이 잘 이뤄진 핀란드는 혁신 클러스터가 있는 지역에서 인력의 3분의 2를 충원한다. 산학 연계가 잘 갖춰져 있어 졸업 논문의 90%는 기업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은 기존 교육 과정으로는 현장맞춤형 인재를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에너지공대가 다른 모델을 보여주면 교육계에도 자극이 될 수 있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국회에서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서 위원장=프랑스 남부 니스 인근에 조성된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유럽 최대의 첨단 과학 연구단지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추진됐다. 기업 1500여 개, 연구소 70개 등이 모여 집적 효과를 내고 있다. 지방정부가 개발과 운영을 맡고,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우수 인재를 끊임없이 끌어모으고,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로 시너지를 만든다. 한국도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균형 뉴딜이 성공하려면 지역에 기업과 청년이 유입돼야 한다. ▽전 위원장=오늘날 미국의 국력은 연구 중심 대학에서 나왔다. 독일의 경우 지방의 국책 연구소들과 대표적인 9개 공과대학(TU9)이 시너지를 만든다. 에너지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신설되는 한국에너지공대는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국가 성장동력 역할을 해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재를 잘 육성해야 한다.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대학을 세우는 것이 부담 될 수 있지만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등 한국 대학이 부족한 영역에서 다른 대학들의 롤 모델이 되길 바란다. ―한국에너지공대가 출범하면 어떤 인재를 양성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김 사장=무엇보다 가능성 있는 재목(材木)을 뽑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수능 점수로만 뽑는 게 아니라 성적이 덜 좋아도 창의적인 사람, 한 분야에 미쳐 있는 청년들을 뽑으려고 한다. 강의보다는 연구 프로젝트로 학점을 따고 졸업하는, 기존에 없는 모델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학과별 칸막이도 없애 에너지 전 분야를 자유롭게 연구하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 한전의 고급 연구소인 동시에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위원장=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인재를 끌어오길 바란다. 가령 동남아시아의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가는데 한국에너지공대가 이런 인재들을 데려올 수도 있다. 이들을 위한 쿼터제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가령 요즘 오디션이 유행인데 산업 오디션을 만들어서 기술심사 과정을 보여주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이벤트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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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 등 수도서 멀수록 법인세율 낮춰… 우리도 통큰 지원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지역균형 뉴딜이 한국형 뉴딜의 핵심”이라고 밝힌 이후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한국형 뉴딜 예산 160조 원 중 75조 원(47%)이 지역균형 뉴딜에 투입된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산업육성책을 담고 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권역마다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느라 분주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과 김사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구체적인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우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지역과 수도권의 조화가 국가 균형발전의 최종 목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2004년 ‘국가 균형발전 원년’ 선포 후 17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자면…. ▽우 위원장=국가 균형발전은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부터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행정수도 건설 비전을 제시해왔다. 혁신도시 등의 영향으로 2013∼2016년 수도권 인구가 순유출하는 효과도 있었다. 2000∼2010년 수도권 기업 1만3000여 개가 지방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력을 얻지 못하면서 다시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김 위원장=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로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겼다. 지역인재 채용률 25.9%에 이르는 등 성과도 있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국가 균형발전의 중요도가 달라지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 게 아쉽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한동안 지연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최근 들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역소멸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시급한 대책은 무엇인가. ▽우 위원장=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지역소멸 위험지역이다. 지난해 3, 4월 수도권 유입 인구가 2만7000여 명인데 75.5%가 20대다. 대학 진학과 구직을 위해 상경한 청년들이었다. 그만큼 지방의 교육과 일자리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지역에서 대학 진학부터 결혼, 육아, 자녀 교육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김 위원장=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생겨야 하는데 공공기관만으로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위스와 이스라엘 등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법인세율을 낮춰준다. 기업에 5년, 10년 단위로 혜택을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인들이 ‘지역에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 ―대통령 신년사에서 한국판 뉴딜의 중심을 지역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김 위원장=재정투자 심사를 간소화하는 등 세부 지원방안도 준비 중이다. 중앙부처의 공모 사업에 ‘균형발전지표’를 반영해 낙후된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생활권을 만들기 위해선 인근 지자체가 협력하는 초광역권 전략도 필요하다. ―초광역권 협력 프로젝트는 어떤 형태로 추진되나. ▽김 위원장=지난해 11월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53건을 발굴했다. 이 중 13건을 선정해 기획 비용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역별 나눠주기식으로 예산을 내려보내서는 균형발전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시도 단위 정책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춘 지역 권역을 만들어야 한다. ▽우 위원장=수도권 일극이 아닌 다핵 연계형 메가시티로 여러 개의 발전 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3+2+3’ 광역권 전략이다.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충청권이 큰 축이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행정통합형 메가시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주-새만금, 강원, 제주는 강소 독립형 메가시티로 만드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새만금 지역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 위원장=부울경은 인구 규모와 산업구조 면에서 이미 경쟁력을 갖췄다. 두바이, 싱가포르 등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을 꼽자면 항공 인프라다.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한 김해공항으로는 동북아시아의 물류 허브가 되기에 한계가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내부순환 철도망까지 생기면 정주 여건도 훨씬 개선된다. 새만금도 가능성이 무한대로 열린 지역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선두이고, 중국을 주 타깃으로 하는 서해안 시대의 주요 거점이다. ―장밋빛 미래만 떠올리기엔 지역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청년층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데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영호남 지역 대학의 4분의 3이 사실상 미달이었다. ▽김 위원장=지방대학을 갑자기 바꾸는 건 어렵다. 시설투자에는 시간이 걸린다.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대학은 교수 등 인적자원이 곧 경쟁력인데 부산대와 부경대, 창원대와 경상대를 합치면 정원이 서울대보다 많아진다. ▽우 위원장=서울 강남을 봐도 좋은 학교가 있으면 사람이 몰린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교육뿐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다. 지방대 졸업생이 지역에서 취업하는 기회도 넓혀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그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지역 졸업생을 채용해야 한다. 교육자치도 중요하다. 지역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김 위원장=프랑스는 인구정책을 설계하면서 교육을 중요시했다. 보육비 지원뿐 아니라 대학 학비도 없애 양육 부담을 줄였다. 한국도 지방대학의 학비 지원을 고려할 만하다. 사립대는 국립대 수준으로 정부가 지원해주고 차액은 대학이 부담하는 형태다. 학령(學齡)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도 줄여야 하는데, 전국 대학에 동일한 비율이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 차원의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 구성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우 위원장=4월 보궐선거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가 균형발전은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국회가 할 일이 많다. 균형위의 심의·의결은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국가 균형발전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초광역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규제 완화도 국회 몫이다.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려면 균형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지역을 살리려면 경제, 교육, 문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몇몇 부처의 단편적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위원회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 자문기구 수준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균형발전 역사가 오래된 프랑스는 2000년대 초부터 국가기관으로 격을 높여 정책 추진력을 높였다. 현재 국회에도 관련법이 발의된 상태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역의 상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수도권의 국제 경쟁력 강화나 수도권 내 불균형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우 위원장=국가 균형발전을 얘기하려면 당연히 서울, 수도권의 비전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기능을 새로운 미래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은 홍콩을 대체해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될 잠재력을 갖췄다.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그 자리를 글로벌 4차산업 아카데미와 벤처창업혁신센터로 바꿀 수 있다. 서울이 세계 금융과 4차산업의 인재, 자본이 만나는 글로벌 경제수도가 되는 것이다. 서울이 지방의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의 젖줄 역할을 해야 한다. ▽김 위원장=당연히 수도권에서 동의해줘야 지역균형 뉴딜도 추진력이 생긴다. 균형위도 수도권을 결코 도외시하지 않는다. 그동안 광역시도 간의 불균형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지역 시군구 단위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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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男도 울고 싶다” T.T 존을 아시나요[박성민의 더블케어]

    텔레마케터로 일하던 이정민 씨(가명·26·여)는 지난해 근무 9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전화기 너머로 고객을 응대할 때마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압적인 상사와의 갈등도 버거웠다. 병원에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화나고 힘들어도 속으로 삭이기만 했지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씨를 깊은 우울의 터널에서 꺼내 준 건 ‘눈물’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며 ‘잘 우는 법’을 배웠다. 이곳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 ‘T.T ZONE(티티존)’이 있다. 마음을 적시는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곳이다. 이 씨는 “졸업하는 딸이 ‘엄마도 이제 엄마의 삶을 살아’라고 말하는 ‘엄마 졸업식’ 영상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실컷 울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눈물에 인색한 중년男 “나도 울고 싶다”티티존은 2019년 9월 문을 열었다. 그해 방문자는 205명.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반기엔 문을 닫았다. 하반기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드문드문 운영했는데도 167명이 방문했다. 티티존을 포함한 시민정신건강체험관 운영을 총괄하는 최소라 팀장은 “슬픔이나 눈물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한데 이런 감정을 건강하게 풀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티티존을 제안한 이는 흔히 눈물에 인색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중년 남성이다. 2018년 화성시가 정책공모전을 열었는데 “중년 남성도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아이디어를 냈다. 화성시가 정신건강 서비스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뭘까. 최 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동탄 신도시 조성으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젊은 층뿐 아니라 노후를 준비하는 은퇴족도 많다. 이주민들은 전학, 이사, 이직 등 모든 게 스트레스다. 하지만 각종 편의 시설에 비해 의료, 복지 인프라는 충분하지 못하다.” 실제로 화성시에서 정신건강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16곳으로 인구(약 86만 명) 규모에 비하면 넉넉지 않은 편이다. 방문객에겐 연령, 고민 상담 내용 등에 따라 맞춤형 영상을 보여준다. 최대 50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심리적 동요가 큰 방문자들을 고려해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세면대엔 깨지지 않는 거울을 걸었고, 전원 케이블은 최대한 보이지 않게 숨겼다. 비상벨을 설치해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구급차를 바로 호출할 수 있도록 했다. 티티존 반대쪽에는 ‘메모리 존’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의 발길이 머무는 애도의 공간이다. 떠난 가족이 생각나 유품을 집에 둘 수도,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유족들이 유품을 잠시 보관하기도 한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는 자살 유가족 모임도 갖는다. ● ‘코로나 블루’, 우울증 100만 명 시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1993년 문을 연 ‘아워하우스(OURHOUSE)’라는 단체가 있다. 이곳은 스스로를 슬픔지원센터(Grief Support Center)라고 소개한다. 슬픔을 자연스러움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주위와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티티존과 유사한 ‘눈물의 방’도 운영한다. 일본의 민간단체인 루이카츠(淚活·눈물 활동)는 함께 모여 눈물을 흘리는 행사를 연다. 한 번에 10명가량이 모여 슬픈 영상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해소한다. 눈물 소믈리에, 눈물 치료사 등의 직업도 생겼다. 그만큼 눈물의 치유 효과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는 의미다. 눈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사람 몸에 혈액 순환이 중요한 것처럼 감정도 자연스럽게 표출돼야 건강하다는 게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특히 감정을 적절히 표출하는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라며 “티티존을 찾는 시민들이 많다는 건 슬픔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국민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설문조사(2063명)에서 응답자의 20%가 우울위험군으로 조사됐다. 2018년 지역사회건강조사(3.8%)의 5배에 이른다. 2019년 79만 명이던 우울증 진료 인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60만 명에 육박했다. 연간 진료 인원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0곳이 넘는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다. 우울감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솔직히 터놓은 걸 꺼리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본인의 감정 상태나 스트레스 변화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되도록 빨리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 202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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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울경 메가시티는 한국형 뉴딜의 시작… 권역별 다핵시대 열릴 것”

    《지역균형 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메가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부울경은 인구 800만 명의 시장 규모와 탄탄한 산업 기반이 강점이다. ‘동북아 물류 허브’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완성되면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역균형 뉴딜을 한국형 뉴딜의 핵심으로 꼽았다. 한국형 뉴딜의 성패도 부울경 메가시티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울경의 성공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권역별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수도권 일극(一極)’에서 ‘권역별 다핵 시대’로의 전환인 셈이다. 관건은 민관 협력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전호환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만나 구체적인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대통령 신년사에서 지역균형 뉴딜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김 지사=대통령은 지방분권 추진 의지가 강하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미래가 없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한국형 뉴딜이라고 무조건 예산만 내려 보내면 경제성을 따졌을 때 돈은 수도권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일자리가 생긴 수도권으로 인구가 더 몰리고, 이들의 교통 및 주거 인프라를 위한 예산을 또 쏟아붓는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전 위원장=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8만 명 순유입됐다. 지방이 젊은이들을 빼앗긴 결과다. 지역이 무너지고, 수도권도 추가 공급이 없으면 결국 함께 망하는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을 보면 한 지역이 무너지면 다른 지역도 무너졌다. 더 늦기 전에 강력한 지방분권이 추진돼야 한다. ―지역균형 뉴딜에서 동남권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김 지사=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다핵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첫 성공 모델이 나와야 한다. 부울경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와 800만 명의 인구 등 수도권 외 지역 중 가장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동남권마저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동남권 개발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봐야 한다. ▽전 위원장=부울경은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기반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발전이 지체되면서 축적된 자산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교통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재를 끌어 모을 수 있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 전국이 4개 권역으로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면 부울경이 다핵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 지사는 ‘부울경 메가시티’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다. 배경이 궁금하다. ▽김 지사=2019년 SK하이닉스가 100조 원 규모의 투자지역으로 경북 구미가 아닌 경기 용인을 택했다. 서울에서 멀어지면 인재를 데려오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사회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개별 시도 단위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에 그해 가을부터 ‘경남권 메가시티 플랫폼’을 구상했다. 수도권에 몰린 자본과 인구를 분산시키려면 ‘집적효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남에서만 한 해 20, 30대 1만5000명, 부울경 전체로는 5만 명이 빠져나간다.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핵심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한다면…. ▽김 지사=서울 경기 인천은 철도 전철 버스가 연결된 광역교통망을 갖췄다. 즉, ‘공간 압축’을 통해 일일생활권을 만들었다. 반면 부산과 창원만 해도 오가는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다. 동남권에도 광역 대중교통망을 만들어야 한다. 수소 분야에서 가장 앞선 울산과 창원을 중심으로 ‘동남권 수소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산∼통영∼거제∼남해를 잇는 연안 관광상품도 동남권 메가시티만의 경쟁력이다. ▽전 위원장=부울경은 친환경과 기술, 금융 등이 어우러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부울경이 통합되면 어느 한쪽이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려야 한다. 시너지를 내려면 경남은 제조업, 부산은 금융과 백오피스 등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부울경은 확장성도 크다. 한일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배후 인구가 3000만 명까지 늘어나 수도권에 의존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2019년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일 해저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메가시티의 성공을 위해선 공항이 필수다. 지금처럼 항만 중심의 물류 환적만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화물은 심야 운송이 필수인데 김해공항에선 불가능하다.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야 동북아 물류 허브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다. ―최근 동남권발전협의회가 발족하면서 메가시티 구상에서 민간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전 위원장=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발전 전략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추진력을 잃을 우려도 있다. 민관 협력이 필수다.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도 민간협의체가 10년 이상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협의회는 ‘부울경은 뭉쳐야 산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에게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는 서약을 받고 있다. ―‘동남권 광역특별연합’ 구상도 궁금하다. 대구 경북, 광주 전남 등 행정 통합에 적극적인 지역도 있는데…. ▽김 지사=메가시티를 만든다면 궁극적으로 행정 통합까지 가는 게 맞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요구가 우선이다. 광역특별연합은 기존의 ‘협의체’ 수준을 넘어서는 거버넌스다. 단순히 협의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예산도 집행하고, 연합의회도 구성하는 수준이다. 연합의 시너지가 계속 쌓이면 행정 통합 논의도 가능해진다. 프랑스는 2016년 22개 지방정부를 14개로 통합했다. ▽전 위원장=간사이 지역 사례도 있다.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는 형태다. 결국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부울경 메가시티에서 앞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김 지사=부울경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메카다. 임기 초기에 대기업, 정보기술(IT) 기업을 유치하려 했다. 장점을 제쳐두고 신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니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 같았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제조업의 스마트화다. 생산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가 계속 쌓이는데 개별 기업 단위에선 이를 처리하기 어렵다. 창원 국가산업단지를 통째로 ‘스마트 산단’으로 바꾸기로 했다. 제조업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더니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더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프랑스의 다소시스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과 협업을 조건으로 내걸었더니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업도 생겼다. ▽전 위원장=지자체, 기업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 스페인 빌바오, 미국 디트로이트 등 쇠락했던 도시가 부활한 건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전략을 세운 덕분이다. 미국 피츠버그도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 유치에 집중해 성공을 거뒀다. 부울경도 대학이 중심이 돼야 젊은층을 붙잡을 수 있다. ―올해 부산대 합격생 75% 이상이 수도권 대학으로 빠져나갔다.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도 무너지고 청년 인구 유출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을 지역균형 발전의 성장동력으로 만들 방안이 있을까. ▽김 지사=메가시티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지역 산업계의 요구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거점국립대가 중심이 되고 기업이 결합해야 한다. 대학 정책을 교육부가 총괄하고 지방정부에는 대학 관련 조직조차 없다 보니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따로 움직인다. 모든 전공에서 데이터 다루는 법을 교양과정으로 배우게 해달라는 기업의 요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전 위원장=디지털 리터리시(문해력)를 높이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대학의 역할도 나눌 필요가 있다.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 연구중심 대학 등 장점을 살려 특화해야 한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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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잠 자던 간이침대, 마지막 메모…故 윤한덕 센터장 유품 첫 공개[박성민의 더블케어]

    ‘전원(轉院) 조정 방안→사례조사위원회’ ‘NEMC(중앙응급의료센터)→조직의 한계’ ‘감염위원회’. 2019년 2월 4일 설 연휴에 병원을 지키다가 과로로 숨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당시 51세)이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남긴 메모의 일부다. 여러 회의 내용이 뒤섞이고 일부는 지워져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윤 센터장의 고민은 하나로 모아졌다. 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해 피할 수 있는 죽음, 억울한 죽음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기록은 광주 전남대 의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집무실에 있던 유품 20여 점을 윤 센터장의 친구인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 허탁 교수(58)가 가져왔다. 지난해 1주기에 맞춰 추모 행사를 열고 유품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윤 센터장 추모실무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유품을 본보에 처음 공개했다. ● 메르스 겪으며 감염병 위기 대책 마련도 사례조사위원회는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당시 외상센터 부실 논란으로 윤 센터장은 휴가도 취소한 채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윤순영 전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응급실 이송 전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전원과 협진 활성화까지 사례조사를 통해 개선책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감염병이 확산됐을 때 응급의료 체계를 보호하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때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대책반장을 맡아 이틀 만에 음압병상을 만들기도 했다. 메르스 전부터 구상했던 음압구급차도 현실화시켰다. 붉은 매직으로 쓴 ‘감염위원회’는 그때부터 이어진 고민의 흔적이다. 응급실에 음압 격리실을 만들고 병상 사이 간격을 넓혀 이를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한 것도 윤 센터장이었다. 장한석 서울응급의료지원센터 선임연구원은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응급실 환자를 통해 감염병 감시 체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동료들은 윤 센터장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낀다. 의료기관 이용 제약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이른바 ‘초과 사망’ 때문이다. 코로나19 의료 공백으로 병원을 전전하다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숨진 대구의 18세 고등학생 사례가 대표적이다. 허탁 교수는 “한덕이가 있었다면 비(非)코로나 응급환자의 이송 체계, 지정병원 운영을 더 적극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조직의 한계…세 번의 사직서 윤 센터장은 숨지기 전까지 센터의 조직개편 방안을 고민했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은 늘 그와 동료들의 발목을 잡았다. 화이트보드에서 강조한 ‘조직의 한계’라는 단어엔 윤 센터장의 깊은 고민과 좌절이 담겼다. 지난해 출간된 평전 ‘의사 윤한덕’에 따르면 윤 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 근무하는 17년 동안 공식적으로 3번 사의를 표했다. 마지막이 순직 넉 달 전인 2018년 8월이었다. 좌절도 많았지만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혁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3년 실시간으로 응급환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개발에 착수했지만 저항이 컸다. 일선 병원에서 환자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등 가욋일이 늘어난다는 불만이었다. 해마다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병원에선 큰 부담이었다. 모교인 전남대병원에서도 평가 결과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얘기를 들은 윤 센터장의 대답을 허탁 교수는 이렇게 기억했다. “평가를 받는 병원이 수백 곳인데, 모교라는 이유로 더 배려를 해준다면 평가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전 모교가 다른 병원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 부인이 덧댄 간이침대 유품엔 윤 센터장의 고된 하루가 담겨 있었다. 집에도 가지 않고 쪽잠을 자던 간이침대는 윤 센터장을 기억하는 상징이 됐다. 딱딱한 마사지 침대에 윤 센터장의 부인이 라텍스를 덧대 만든 것이다. 윤 센터장의 온기가 마지막으로 남은 낡은 의자도 보관돼 있다. 그는 오후 7시에 집무실에 돌아와 새벽까지 밀린 서류 작업을 하거나 책을 봤다고 한다. 평전에서 공개된 그의 산업재해 사실조회서에 따르면 순직 전 석 달 동안 일주일 평균 122시간을 근무했다. 6.5일 근무, 0.5일 휴무가 그의 일상이었다. 닥터헬기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윤 센터장의 유일한 취미는 모형비행기 조립이었다. 그마저도 2012년 센터장 부임 후에는 즐길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유품엔 동력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분해한 낡은 휴대전화도 포함돼 있다. 공구함에는 모터, 기어, 케이블 등 부품 종류별로 라벨을 붙여 놨다. 사망 당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책 3권도 유품으로 남았다. 2권은 평소 관심이 많던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책이다. 나머지 한 권은 그가 감수한 초등학생용 응급처치 교재다. 몇몇 페이지에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허탁 교수는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더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수정할 내용은 없는지 계속 살펴본 것 같다”고 말했다. ● “한 사람의 헌신과 희생으로 그쳐선 안 돼”동료들은 평생을 응급의료에 바친 윤 센터장의 헌신이 잠깐의 관심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윤 전 실장은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응급의료 체계 개편 논의에 큰 진전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보이지 않는 죽음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 조직”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누군가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 의대 동창회는 공공의료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하는 ‘윤한덕상’ 첫 수상자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원이 지급된다.광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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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겪으니 당신의 빈자리가 더 큽니다

    ‘전원(轉院) 조정 방안→사례조사위원회’ ‘NEMC(중앙응급의료센터)→조직의 한계’ ‘감염위원회’. 2019년 2월 4일 설 연휴에 병원을 지키다가 과로로 숨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당시 51세·사진)이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남긴 메모의 일부다. 여러 회의 내용이 뒤섞이고 일부는 지워져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윤 센터장의 고민은 하나로 모아졌다. 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해 피할 수 있는 죽음, 억울한 죽음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기록은 광주 전남대 의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집무실에 있던 유품 20여 점을 윤 센터장의 친구인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 허탁 교수(58)가 가져왔다. 지난해 1주기에 맞춰 추모 행사를 열고 유품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윤 센터장 추모실무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유품을 본보에 처음 공개했다. 사례조사위원회는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당시 외상센터 부실 논란으로 윤 센터장은 휴가도 취소한 채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윤순영 전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응급실 이송 전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전원과 협진 활성화까지 사례 조사를 통해 개선책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감염병이 확산됐을 때 응급의료 체계를 보호하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때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대책반장을 맡아 이틀 만에 음압병실을 만들기도 했다. 붉은 매직으로 쓴 ‘감염위원회’는 그때부터 이어진 고민의 흔적이다. 응급실에 음압 격리실을 만들고, 병상 사이 간격을 넓혀 이를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한 것도 윤 센터장이었다. 장한석 서울응급의료지원센터 선임연구원은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응급실 환자를 통해 감염병 감시 체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동료들은 윤 센터장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낀다. 의료기관 이용 제약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이른바 ‘초과 사망’ 때문이다. 허탁 교수는 “한덕이가 있었다면 비(非)코로나 응급환자의 이송 체계, 지정병원 운영을 더 적극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유품엔 윤 센터장의 고된 하루와 오랜 꿈이 담겨 있었다. 집에도 가지 않고 쪽잠을 자던 간이침대는 윤 센터장을 기억하는 상징이 됐다. 딱딱한 마사지 침대에 윤 센터장의 부인이 라텍스를 덧대 만든 것이다. 닥터헬기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윤 센터장의 유일한 취미는 모형비행기 조립이었다. 동력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분해한 낡은 휴대전화도 유품 목록에 포함돼 있다. 동료들은 평생을 응급의료에 바친 윤 센터장의 헌신이 잠깐의 관심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윤 전 실장은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응급의료 체계 개편 논의에 큰 진전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 의대 동문회는 공공의료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하는 ‘윤한덕상’ 첫 수상자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선정했다.광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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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원금을 감사비로 써야할판… 공익법인 회계교육부터 지원을”

    지난해 발생한 정의기억연대 부실 회계 논란은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무너뜨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실한 공익법인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지난해 1월부터 외부 감사를 받는 공익법인 대상을 확대했지만 소규모 공익법인들은 감사 대상에서 빠져 있어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내년부터는 국세청장이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까지 도입된다. 공시부터 감사까지 공익법인의 살림살이를 더욱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감사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익법인의 회계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 “감사인 지정제 ‘만능키’ 될 수 없어” 공익법인 감사인 지정제는 4년은 외부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고, 2년은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다. 6년은 자율로, 3년은 감사인을 지정하는 상장기업보다 지정 주기가 빠르다. 구체적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총자산 1000억 원 이상 공익법인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인 지정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회계업계는 대체로 감사인 지정제가 감사의 독립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친분이 있는 회계법인과 손잡고 느슨한 감사를 받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감사인 지정제는 반쪽 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회계법인 더함의 최호윤 대표는 “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출연한 공익법인은 그룹 안에서 오가는 돈이 불투명한 경우도 있어 감사인 지정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도입 대상을 넓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법인은 늘어나는 감사 비용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2019년 금융감독원이 감사인을 지정한 기업의 경우 감사 비용이 2.5배가량 늘었다. 감사인 지정제로 시간당 단가 결정권이 회계법인으로 넘어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인수 월드비전 경영전략본부장은 “감사는 투입 시간만큼 금액이 올라가는데 공익법인 재무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감사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후원금을 감사비로 더 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소규모 단체 회계 지원 강화해야 실제로 공익법인에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해도 감사 결과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의 감사 양식을 간소화해 회계관리를 용이하게 도와주는 제도도 있다. 미국 뉴욕주는 연간 총수입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가 넘는 비영리단체는 외부 감사를 받지만, 25만 달러 이상∼100만 달러 미만이면 감사 대신 ‘회계 검토’를 받는다. 기존 서류와 결산 내용의 일치 정도를 확인하는 약식 회계감사로 호주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회계 전문가가 없는 단체에 회계 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2019년 기준 전체 공익법인 9860곳 중 자산규모 10억 원 이하인 공익법인은 42.6%(4197곳)에 이른다. 기부금을 목적대로 쓰고서도 회계 처리가 서툴러 비용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공인회계사)는 “바우처 제도를 만들어 경력단절 여성이나 은퇴자 등이 소규모 단체의 회계 업무를 지원하거나 교육하면 회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이 회계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일원화된 공익법인 관리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각 지방자치단체, 소관 부처에 보고하는 공시양식의 수입과 비용 항목, 기준 등이 제각각이다. 한 공익법인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용 수익을 고유 목적 사업에 쓰는 것이 잘못됐다고 구청 감사에서 지적받은 것을 회계법인이 바로잡은 적도 있다”며 “감독은 이중 삼중으로 하지만 감독기관의 전문성은 낮다”고 지적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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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화수목토토일, 코로나가 앞당긴 ‘주4일제’ [박성민의 더블케어]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에 다니는 윤주은 매니저(29)는 일주일에 사흘을 쉰다. 회사가 2019년 6월부터 ‘드림데이’라는 이름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면서다. 팀원들에게 미리 공지만 하면 주중 하루씩 편한 날을 정해 쉴 수 있다. 세 번째 ‘빨간 날’엔 은행이나 관공서 일을 처리한다. 예전엔 엄두도 못 냈던 ‘원 데이 클래스’도 다니고, 최근엔 쉬는 날을 이용해 주식 공부도 시작했다. 윤 씨는 “일할 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쉴 땐 푹 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주4일제’ 논의가 조금씩 움트고 있다.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 조정 등으로 근무 조건이 다양해지면서 ‘9 to 6’, ‘주5일제’ 등 기존 근무 방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 면세점, 호텔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 “업무 효율 높아져” vs “월급 깎이는 건 반대”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 등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주4일제를 도입했다. 방역을 위해 회사 내 밀집도를 낮추면서 자녀를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직원들의 육아 부담도 고려한 조치였다. 완벽한 주4일제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4.5일제’를 시행 중이다. 금요일 오후가 아니라 월요일 오전에 쉬는 것은 술자리나 가족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다. SK는 코로나 이전부터 계열사에 따라 한 달에 하루나 이틀씩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주4일제를 경험한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장모 씨(36)는 “불필요한 업무가 줄어들고 소통 속도가 빨라졌다”며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67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2.7%가 가장 원하는 근무형태로 ‘주4일’을 꼽았다. 물론 긍정적인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월급을 이전만큼 받을 수 있느냐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1.2%는 ‘급여 감소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호텔업계에 종사하는 정모 씨(37·여)는 “하루를 더 쉬는 만큼 월급이 20% 줄어들었다. 쉴 때도 업무 메일이나 단체 카톡방을 확인해야 한다”며 “차라리 주 5일 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인건비 감축을 위해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에선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 줄어든 일자리, 불가피한 선택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노동 시간이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 유럽에서도 주4일제 도입을 원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영국의 데이터분석 기업 YouGov가 2019년 유럽 7개국 87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주4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영국 노동당은 2019년 총선에서 주4일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로 인해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팬데믹 이후엔 주4일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기업들이 주4일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휴식 시간을 늘리면 관광업을 활성화할 수 있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4일제는 단순히 ‘덜 일하고, 더 쉬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계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현실도 반영된 결과다. 기술 발달로 업무 효율이 높아져 짧게 일해도 기존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근무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일하는 시간 20% 줄어도 생산성은 높아진다?기업이 주4일제 도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건 ‘생산성’ 우려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20% 줄어드는데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등 근무 효율을 높여 생산성을 높이거나 유지한 사례도 적지 않다. 뉴질랜드 금융기업 퍼페추얼가디언은 2018년 기존 임금을 유지하면서 주4일제를 도입했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헌신한다는 직원의 비율은 68%에서 88%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는 54%에서 78%로 올랐다. ‘과로사회’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장시간 근로 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후 재팬, NEC 등은 가족 돌봄 등 사정이 있는 직원에게 주4일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2019년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한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은 업무 생산성이 39.9% 향상됐다. 미래학자인 알렉스 수정 김 방 스트래티지 앤드 레스트(Strategy and Rest) 대표가 지난해 출간한 ‘쇼터(SHORTER)’는 주4일제나 하루 6시간미만 근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기업 1000여 곳을 소개했다. 이들이 업무 효율을 높인 비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회의 시간과 규모를 줄인다. 회의는 월요일 하루만 하거나 1시간씩 하던 회의를 20분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둘째, 근무 시간을 리디자인 한다. 가령 하루 3시간의 집중 업무시간, 전화나 이메일 등 협업 및 소통하는 시간, 휴식 시간 등으로 업무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업무자동화를 위해 사내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공간 재배치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 등이 소개돼 있다. 그는 “근무 여건을 개선해 직원 퇴사율을 낮추면 신규 채용 및 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기업도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1967시간, 덴마크 1380시간 국내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9년 기준 1967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2137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가장 짧은 덴마크(1380시간)에 비하면 연간 약 73일(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을 더 일하는 셈이다. 주당 5일씩 일한다고 봤을 때 약 14주, 1년 중 석 달을 더 일한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이 주4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이 시급한 동시에 해결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기업은 근무 일수를 줄여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추가 고용 등 늘어나는 비용 부담은 없을지 따질 수밖에 없다. 영세한 하청기업에겐 근무일수 단축이 아직 먼 얘기로 들린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기본급 대비 각종 수당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고려할 때 일하는 시간이 곧 소득으로 직결되는 노동자들은 근무 일수가 줄어드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주4일제로 워라밸 수준을 더욱 높이는데 한쪽에선 여전히 주6일 근무도 감내해야 하는 노동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더 일찍 공론화시켜 미리 준비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노동자들이 얼마나 감수할지, 소득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은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할지 등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독일도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주 30시간) 도입을 검토했지만 임금 보상 방안에 이견이 커 논의가 답보 상태다. 독일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한을 24개월로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재계와 학계 일각에선 한시적인 지원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권 교수는 “주4일제 도입 논의의 핵심은 임금 보전이다.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령 근무 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인다면, 3시간은 생산성 향상으로, 2시간은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는 형태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주4일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주4일제를 주제로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 중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주4일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며 “기본급 비중이 낮은 임금구조,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고용보험제도 개편 등 노동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처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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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기술 집약한 유산균 100% 발효홍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명절 선물로 건강식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유산균 100%로 발효한 발효홍삼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2013년 발효홍삼 제품을 선보인 한국야쿠르트는 2019년 ‘발효홍삼 발휘’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재정비했다. 발효홍삼 제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400억 원, 누적 매출액은 1500억 원에 이른다. 발휘의 핵심은 50년 발효 기술을 집약해 만든 ‘HY 발효홍삼 농축액’이다. 농협에서 인증한 국내산 6년근 홍삼을 유산균 100%로 발효했다. 특허 유산균 ‘HY8002’를 포함한 2종류의 비피더스균으로 18시간 동안 발효한다. 홍삼 본연의 맛과 ‘진세노사이드 Rd’ 함량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대표 제품은 ‘발휘 발효홍삼K’다. HY발효홍삼농축액에 진생베리, 녹용, 차가버섯 등 15가지 성분이 첨가됐다. 홍삼 특유의 쓴맛이 적어 가족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다. 갱년기 여성을 위한 ‘발효홍삼 발휘 휘영’은 회화나무 추출물을 담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불면증, 피로, 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설을 맞아 ‘발효홍삼K’, ‘발휘 휘영’ 등 인기 제품을 20% 할인해 준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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