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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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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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건강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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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료의사가 간호사-학생 성폭력” 서울대병원 12명 미투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동료 교수가 간호사와 지도학생, 전공의에게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반복했다고 폭로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의사들이 집단으로 동료 의사의 성폭력을 폭로하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한 건 처음이다.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인 A 교수가 간호사를 비롯해 전공의,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반복해 왔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8일 언론에 공개했다. 본보가 입수한 이 보고서에는 ‘A 교수가 2013년 10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워크숍에서 간호사를 장시간 성희롱했다. 해당 간호사는 이날 충격으로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사직했다. 또 A 교수는 2014년 연구원, 간호사, 전공의 등 병원 내 다수의 여성에게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반복하다 이를 지적하는 투서가 대학본부 내 인권센터에 접수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 보고서는 1월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지난해에도 A 교수가 지도학생을 성희롱해 학부모가 “지도교수를 변경해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고 돼 있다. 이 밖에도 △마약성 진통제를 환자에게 과도하게 처방한 점 △무단결근을 비롯한 근태 문제 등 A 교수의 부적절한 처신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A 교수는 “음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희롱이나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반복했다면 진작 해고당했을 것”이라며 “해당 간호사는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관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해당 보고서와 유사한 투서가 접수된 적이 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음해를 주도한 B 교수를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형사고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교수들은 A 교수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B 교수는 “A 교수는 음해라고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2명은 사실로 보고 있다”며 “서로 주장이 다르면 병원 측에서 정확히 조사를 해야 하는데 왜 조사에 소극적인지 의문이다. 속사정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안팎에선 폭로 이면에 교수들 간 알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몇 년 전 법인교수를 뽑을 때 당시 학과장이던 B 교수가 다른 교수를 추천해 A 교수가 법인교수에서 탈락했다”며 “이후 B 교수가 추천한 인물도 A 교수의 문제 제기로 임용되지 못하면서 두 교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병원 내 성폭력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서울대병원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측은 “A 교수의 마약성 진통제 과다 처방이나 근태 문제는 정식으로 신고가 돼 병원 내 의사직업윤리위원회에서 지난해 말부터 조사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향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선 7일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인턴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폭로가 나온 데 이어 서울대병원에서도 유사한 폭로가 이어지자 미투 운동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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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의료계 첫 미투… “아산병원 교수가 인턴 성폭행 시도”

    의료계에서 현직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한 첫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7일 나왔다. 1999년 서울아산병원 A 교수가 인턴을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병원 인턴으로 일한 B 씨는 그해 3월 5일 회식 직후 A 교수의 행동을 본보 기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상세히 알려왔다. B 씨는 “여러 교수가 참석한 술자리에서 나에게 집중적으로 술을 마시게 해서 결국 술에 취하자 A 교수가 나를 데려다 주겠다며 함께 택시를 탔다. 이어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깜짝 놀란 B 씨는 A 교수를 발로 차며 완강히 거부했다. A 교수는 두세 차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방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B 씨는 “그날 일을 어렵게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함께 그 교수를 만나러 갔더니 한마디로 그런 일이 없다며 딱 잡아뗐다”며 “의료계는 한번 찍히면 평생 주홍글씨가 따라다니는 곳이라 어쩔 수 없이 참았다”고 토로했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생한 B 씨는 인턴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 현재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 B 씨는 “그 사람이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상한 짓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투 운동이 꼭 필요한 의료계에서 모두 함구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전 일을 지금 폭로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에서 B 씨와 함께 일한 C 교수는 “A 교수가 술자리에서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하는 등 소문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A 교수는 기자와 만나 “당시 B 씨가 심하게 취해 택시를 태워 보냈다. 잠시 후 택시에서 내린 B 씨가 구토를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가까운 호텔에 방을 잡아 데려다줬을 뿐”이라며 “그녀의 부모에게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B 씨는 “내가 술에 취한 것은 맞지만 구토를 한 일이 없다”며 “술에 취했다면 당연히 호텔이 아니라 병원 숙소로 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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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 동아/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생물학적제제-세포치료제-면역치료제… 생물의약품 주목

    최근 질병의 원인이 속속 밝혀지면서 사람, 또는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로 제조하는 생물의약품(바이오의약품)이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생물학적제제, 세포치료제, 면역치료제 등이 대표적인데요. 비슷해 보이는 이들 약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먼저 생물학적 제제는 다양한 면역기전 중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한 단계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즉,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 제압해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 원리입니다. 대표적 질환인 건선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 몸의 겉 피부는 각질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각질세포는 각질형성세포가 만듭니다. 일정한 주기로 세포가 탄생해 자라고 또 수명을 다한 세포는 비듬과 같은 피부 껍질로 우리 몸에서 떨어집니다. 이러한 각질형성세포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인데요. 이 T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지면 각질형성세포가 빠르게 증식해 각질이 겹겹이 쌓여 ‘건선’을 유발합니다. 최근 출시된 건선치료 생물학적 제제인 ‘코센틱스’는 T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발하도록 만든 특정 단백질(인터루킨-17A)을 차단해 피부를 깨끗하게 개선시킵니다. 생물학적 제제의 단점 중 하나가 높은 가격인데, 작년에 중등도 이상 건선의 경우 치료제 환자 부담금이 10%로 낮아졌습니다. 즉, 첫 1년 기준으로 약 220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세포치료제는 몸 안에 손상됐거나 질병이 있는 세포 또는 조직을 회복시키기 위해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살아있는 세포를 추출해 체외에서 배양, 증식, 선별 등 여러 방법으로 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킵니다. 주입된 세포는 체내에서 특정한 세포로 분화되어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거나 손상된 장기나 조직이 스스로 치유가 되도록 돕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몸의 기능을 회복시킵니다. 사용하는 세포의 종류와 분화 여부에 따라 체세포치료제와 줄기세포치료제로 구분하고 세포의 기원에 따라 자가, 동종, 이종세포 치료제로도 구분합니다. 최근 무릎관절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 조인트스템(임상 중) 등이 대표적인 세포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1000만 원 정도로 아직은 비싼 편입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결합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 공격력을 강화시키는 치료제입니다. 인체의 면역체계는 기존에 없던 새 물질(바이러스, 박테리아, 감염된 세포 등)이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암세포는 자기도 살아남기 위해 면역세포(T-세포)의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특정 단백질을 내보내 면역시스템의 공격을 피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가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 PD-L1의 경우 면역세포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동료로 인식해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지요. 면역치료는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과 면역세포와의 결합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인지하고 제대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흑색종, 폐암 등), 옵디보(흑색종, 폐암 등), 티쎈트릭(방광암 폐암 등)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같은 면역항암제들이지만 주력 분야와 특징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아직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높습니다. 비급여의 경우 이들 약값이 1회 투여에 500만 원 이상으로 비싼 편입니다. 국내 환자들이 혁신적인 최신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신속한 급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한진 의학전문기자, 의사 likeday@donga.com}

    •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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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연세대 의사고시 합격률 98.6%… “절대평가 통했다”

    “의대 다니면서 학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좋았어요. 하지만 꼭 알아야 할 기본은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됐죠. 그 덕분에 이번 의사국가고시를 치를 때 큰 도움을 받았어요.”(이다혜·연세대 의대 4학년) 연세대 의대가 국내 처음으로 전 과목에서 학점을 없애고 일정 수준만 되면 통과시키는 절대평가(PNP·Pass or Non Pass)를 도입한 지 4년이 됐다. 1학년 입학 때부터 PNP로 공부한 학생이 올해 초 처음 의사국가고시를 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PNP 도입 이후 고시 합격률이 오르고 휴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PNP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공부에만 몰두하는 대신 의술을 제대로 익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연세대 의대의 성공적인 실험은 전국 41곳의 다른 의과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합격률 본과 1학년부터 PNP로 교육을 받은 연세대 의대생 122명이 최근 치른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은 98.68%에 이른다. 122명 중 2명만 떨어졌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합격률이다. 특히 합격자 120명의 평균 점수는 301.18점이다. 전체 합격자 평균 점수보다 15점이나 높았다. 연세대 의대는 2014년 의사고시 합격률이 89.3%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전국 의대 평균 합격률은 93.8%였다. 연세대 의대가 PNP 전환에 크게 고무된 이유다. 고시 합격률은 높아진 대신 휴학률은 크게 떨어졌다. 2017년 1학기 휴학률(군 휴학 제외)은 0.3%로 PNP 시행 이전인 2013년 1학기(0.76%)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의대생들의 휴학은 대부분 학업 스트레스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의대 송시영 학장은 “그동안 PNP를 도입하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PNP 전환 이후 학업 성취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학점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챙겨주는 협동심을 발휘해 의술을 교육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선진국 의대에선 PNP가 대세 의대생들에게 학점은 매우 중요하다. 소위 인기 과를 선택할 때 학점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험 관련 정보를 서로 나누기보다 혼자 알거나 일부 모임에서 독식하는 일이 흔하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다시 무한경쟁을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연세대 의대는 PNP 도입으로 이런 학업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줬다. 학점 경쟁 대신 협동의 문화를 만들었다. 또 한 과목을 패스하지 못하면 2, 3번의 기회를 줘 환자에게 필요한 의술을 반드시 익히도록 했다. 송 학장은 “PNP는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실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다”며 “대학이 설정한 목표 달성 여부, 자기주도 학습과 학생 상호 간 협동학습, 잠재력과 창의력, 다양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 등 상위 25개 의대와 일본의 도쿄, 오사카 등 주요 의대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PNP 기반의 절대평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늦게 도입한 만큼 학생들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학습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대로 확산될까 연세대 의대는 PNP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절대평가 도입 이전과 이후 과목별 점수를 비교해봤다. 절대평가 도입 이후 학생들은 패스 여부만 알 수 있고, 점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절대평가 도입 이전인 2013년 근육골격계통, 기초신경과학, 순환계통, 호흡계통, 소화기학, 심장과 순환, 신장-비뇨기학, 종양학, 환경과 산업보건 등의 성적은 보통 65∼82점이었다. 하지만 절대평가 도입 이후 이 과목들의 성적이 80∼90점으로 껑충 뛰었다. 학교 측은 PNP를 실시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만큼 모든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게 했다. 우수한 연구계획서를 내면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4년 동안 758편의 학생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학생들이 제1저자로 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도 23건에 달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학생의 학적부에는 과목별 패스 여부만 기록돼 있다. 학점이 없다 보니 다른 병원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지원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에 장학금 신청도 쉽지 않다.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신청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학점을 유지해야 한다. 연세대 의대보다 2년 늦은 2016년 PNP를 전면 도입한 인제대 의대 이종태 학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암기된 지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현실에선 여전히 학점을 요구하는 모순이 이어지고 있다”며 “의사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 PNP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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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심장이식 환자 10% 5년내 암 발병”

    국내 연구진이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1명은 5년 내에 피부암, 전립샘(선)암 등 각종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지금까지 심장이식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적이 없다. 한림대 의대 유규형·한성우·윤종찬 교수팀과 연세대 의대 강석민 교수팀은 전 세계 심장이식 환자 자료가 모여 있는 ‘세계심폐이식학회’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0∼2011년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 중 1년 넘게 생존한 1만7587명을 5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모두 심장이식 수술을 받기 전 암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환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1877명(10.7%)은 이식 후 5년 내에 새로운 암이 발병했다. 암은 흡연이나 방사선, 자외선 등 암 위험 인자에 꾸준히 노출된 뒤 대개 10∼20년이 경과한 이후 발생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장이식 수술과 암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암 종류별로 보면 피부암이 7.0%(1238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립샘암(224명), 폐암(17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약 1%인 158명은 심장이식 후 5년 안에 혈액암에 해당하는 림프증식성 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암은 생존율이 대개 90% 이상인 ‘양호한 암’(흑색종 제외)으로 불린다. 하지만 심장이식 환자에게서 발병한 피부암의 5년 생존율은 50% 이하로 현저히 낮았다. 심장이식 후 피부암 발병은 치명적인 셈이다. 연구팀은 “심장이식 환자들은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감염이나 신장기능 장애, 이식혈관병증과 같은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각종 암이 발병할 위험성이 다른 사람보다 높아 결국 사망 위험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윤종찬 순환기 내과 교수는 “대개 심장이식을 받으면 수술 뒤 첫 일주일, 첫 한 달, 첫 1년이 고비인데 이 기간 환자들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몸 관리를 잘한다”며 “하지만 2년째부터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윤 교수는 “장기 생존자의 경우 암 검진을 꾸준히 받고, 몸에 이상 징후가 있으면 의료진과 상의하는 등 적극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심장이식뿐 아니라 폐나 신장, 간 등 다른 장기 이식 이후 암 발생 빈도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이식은 2000년 1305건에서 2016년 4684건으로 16년 동안 3.5배로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순환기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심장학회지’ 1월호에 게재됐다. 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이 논문의 저자들을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로 선정했다. 전 세계 심장이식 환자의 임상 경과를 분석해 구체적인 암 발생 시기와 종류를 처음으로 밝혀냈기 때문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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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신생아 사망 사건 그 후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1층 외래를 찾았다. 지난해 12월 16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 가까이 됐다. 그동안 인근 주민들은 “그 병원에 절대 가지 마라” “병원 때문에 목동 집값 떨어질까 우려된다”는 등 병원을 향해 많은 비난을 쏟아냈다. 당연히 외래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으리라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날 로비엔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병원 측은 신생아 사망 사건 이전보다 환자가 15%가량 줄었지만 더 떨어지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8일 유족들을 만나 사건 54일 만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 신생아 사망 사건이 난 지 5일 뒤인 12월 20일 병원 측은 유족들과 첫 간담회를 열었지만 갈등만 빚은 채 30분 만에 깨졌다. 유족들이 마음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병원 측이 사망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도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두고 명확한 결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때 병원에서 일할 때 선배들에게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병원에서 생긴 미묘한 문제와 관련해 환자나 가족에게 쉽게 사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칫 환자나 가족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 빌미가 돼 의료소송을 당할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료진의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은 환자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의료진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느끼는 순간 신뢰가 깨지고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결국 감정의 깊은 골로 인해 의료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힘든 상황에 처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대목동병원의 사과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의료계에선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낮은 수가와 의료 인력의 부족 등 의료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1차적 원인은 해당 병원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병원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갈등을 풀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동안 유족들이 병원에 느꼈을 분노와 아쉬움이 얼마나 컸겠는가. 결국 그 파장은 의료원장과 병원장을 포함해 모든 경영진이 사임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한 병원에서 의료원장과 병원장이 동시에 사임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현재는 지난달 29일 신설된 이화의료원 운영특별위원회(위원장 김광호)가 임시로 병원을 경영하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사과법(Apology law)’을 만들자는 말이 나온다. 환자의 안전사고(의료사고)가 생긴 경우 병원이나 의료진이 환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감이나 유감 또는 사과 등의 표현을 했을 때 이를 민사적 책임에 대한 시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법문화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36개 주에서 사과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을 제안한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는 “사과법을 시행한 이후 미국 미시간 의료원의 경우 소송 건수와 배상액, 문제 해결 소요시간 등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환자나 가족에게 사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아픈 마음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소위 ‘진실 말하기’만으로도 갈등의 절반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사과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과법과 함께 또 하나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이번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부의 규제나 몇 명 의료진에 대한 처벌로 끝낼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병원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6년 9월 전북대병원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 사건의 후속 조치는 좋은 본보기다. 당시 정부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전문가, 피해자 등이 참여하는 ‘사례검토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대목동병원은 불행한 사고가 어느 곳에서도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의지가 보태지면 위원회 구성이 어렵지 않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상시 배치하면 입원료 수가를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야간과 주말 신생아 중환자실에 약사를 배치하면 수가를 지급하고 신생아 주사제 무균(無菌)조제료를 가산하겠다고 했다. 민관 합동 위원회를 만든다면 이보다 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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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동아]첫 국산 수술로봇 ‘레보아이’가 환자 부담 덜어주길 기대

    수술로봇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인튜이티브사의 ‘다빈치’입니다. 2005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다빈치 로봇은 이후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현재 ‘단일공(구멍 한 개만 뚫어 여러 가지 시술이 가능)’ 다빈치SP까지 출시 예정으로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술로봇 분야에서 다빈치가 10년 넘게 독점을 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다양한 수술로봇이 올해부터 출시될 예정이어서 다빈치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과 삼성전자, KAIST, 반도체 업체 미래컴퍼니가 함께 개발한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Revo-i)’가 3월 중순경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순수 국내 의료기술로 만든 수술로봇이어서 관심이 높습니다. 수술로봇은 환자의 몸에 2∼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몸속에 집어넣은 다음 외부 조종석에 앉은 의사가 3차원 영상과 제어기를 통해 원격으로 조작하는 장비입니다. 주로 전립샘, 갑상샘암 수술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레보아이의 성능은 다빈치를 이용한 수술 결과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9년 8월 출시된 ‘다빈치Si’급에 상응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입니다. 레보아이의 임상 연구를 담당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수술을 받은 환자의 회복 경과와 만족도, 유효성, 안전성 등에서 다빈치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산 로봇 레보아이로 모든 복부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레보아이에 대한 국내 병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빈치의 경우 로봇 수술비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빈치 가격은 대당 25억∼30억 원입니다. 여기에 인튜이티브사가 매년 청구하는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대당 2억3000만 원가량이 됩니다. 또 고가의 로봇 팔은 약 10회 사용 후 교체해야 합니다. 인튜이티브사가 정한 소모품의 사용 횟수대로 쓰려면 부품비가 많이 듭니다. 이에 수술로봇 시장에서는 “레보아이가 수술로봇 가격과 수술비를 낮춰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 케임브리지 메디컬 로보틱스, 아바테라 등 유럽의 신생 회사들과 존슨앤드존슨과 구글의 합작회사인 버브서지컬, 메드트로닉 등 미국의 거대 의료기기 회사들이 수술용 로봇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다빈치가 독점해온 수술로봇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수술로봇 건수는 지난해 기준 87만 7000여 건이며 수술로봇 시장은 지난 5년간 매년 12% 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선 같은 해 1만 7000여 건의 로봇 수술이 시행됐습니다. 시장도 매년 15% 이상 성장 중이어서 앞으로 로봇 수술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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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로 잡는다

    관절염은 관절에 세균 침투나 외상 등으로 관절 내에 염증이 생긴 질환을 총칭하는 병명이다. 이 중 대표적 질환인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60대 이상에서 흔하며 무릎 관절의 연골이 닳아 심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한다. 최근엔 스키 등 스포츠 손상이나 비만 등으로 젊은층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국내 무릎 관절염 환자 수는 2012년 245만 명에서 2016년 272만 명으로 12% 늘었다. 입원 원인도 전체 4위에 이른다. 관절염은 초기(1단계)부터 말기(4단계)까지 총 4단계로 나누는데 말기는 주로 인공관절 치환술로 치료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간편한 치료법들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수술 없이 줄기세포 주사만으로 말기 관절염을 치료하는 방법도 개발되는 등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줄기세포 치료법을 상세히 알아봤다.○ 탯줄 줄기세포 또는 유전자 이용한 관절염 치료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카티스템’의 경우 2012년에 상용화됐다. 카티스템은 타인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배양해 4기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된다. 이른바 ‘타가 표준형’ 줄기세포 치료제의 시작을 알렸다. 메드포스트 측은 카티스템이 심각한 연골 손상이라도 한 번의 수술만으로 연골 재생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국 430여 곳의 병원에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치료 비용은 1000만 원 전후로 만만치 않지만 실손보험을 활용하면 부담이 준다. 치료를 하기 위해선 병원에서 무릎 절개수술이 필요하다. 즉 하반신 마취 뒤 피부를 절개하거나 제한적으로 관절경을 이용해 연골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줄기세포를 주입해 봉합하는 방식이다. 수술 뒤에는 4∼12주의 재활기간이 필요하다. 수술 뒤 빠르면 3개월 뒤부터 연골 생성이 시작되며 보통 1년 정도면 치료가 마무리된다. 이외에 중등도(3단계) 관절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가 지난해 7월 처음 출시됐다. 기존 항염증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대상이다. 비용은 600여만 원. 인보사는 항염증 작용을 유도하는 유전자 세포를 무릎 병변에 주사로 주입하는 치료제. 단, 관절의 통증을 개선하는 치료제여서 연골 재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기존의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통증과 기능 개선이 확인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인보사는 동물 임상에서 나타난 관절의 구조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다.○ 주사 한 방으로 관절염 치료, 줄기세포 치료의 신기원 수술하지 않고 간단한 주사 한 방으로 관절염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 중증(3, 4단계) 관절염 환자들의 이런 욕구에 부합하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조인트스템’이 그것.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2b임상시험(약의 약리적 효능 및 효과 검증)을 끝냈다. 일본에서는 후생노동성이 승인해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조인트스템은 환자 자신의 지방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자가 맞춤형’ 치료제로 체내 생착률이 높고 수술 대신 주사기로 관절강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돼 수술 부담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다. 현재 입법 발의된 재생의료법이 국회에 계류된 국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하도록 재생의료법이 개정돼 관절염 환자들이 큰 제약 없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내 환자들이 일본, 중국 등에서 조인트스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재생의료법과 관계없이 이러한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비용은 줄기세포 배양 실비 600만 원(1번에 1억 개의 줄기세포 배양 비용)에 현지 시술비가 350만 원가량이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더스시나이(Cedars Sinai)메디컬센터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조인트스템은 △관절 통증지수 △관절기능 평가지수 △골관절염 중증도 평가 △환자 만족도 △슬관절 운동 가동범위 등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3, 4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에서 효과가 더욱 뚜렷했는데, 환자들의 삶의 질이 치료 전 25.00∼28.60(KOOS)에서 치료 뒤엔 36.70∼66.18로 괄목할 만한 개선 양상을 보였다. KOOS란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을 측정하는 100점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좋다. 미국 임상시험 책임자인 티머시 데이비스 박사는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함으로써 전 세계의 수많은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수술 대신 부작용이 전혀 없는 주사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삶의 질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명철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조인트스템으로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3세대가 열린 만큼 이러한 성과를 활용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하루빨리 정비돼야 한다”면서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꺼리는 4단계 관절염 환자의 경우 조인트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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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간 금주했을 뿐인데… 숙면 취하고 지방간 줄었네

    2013년 영국에선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라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1월 한 달간 일시적 금주를 통해 건강을 되찾자는 취지에서다. 새해 대표적 결심 중 하나가 금주다. 지난 한 달 금주를 했다면 건강 회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드라이 재뉴어리’ 캠페인을 시작한 영국의 음주문제예방단체인 ‘알코올 컨선(Alcohol Concern)’에 따르면 한 달간 금주를 한 참가자들은 △편안한 수면을 할 수 있었고 △생활의 활력이 생겼으며 △약간의 체중 감량을 경험했고 △생활비를 줄일 수 있었다. 영국의 한 병원도 같은 실험을 했다. 평소 알코올을 섭취하다 드라이 재뉴어리를 통해 한 달간 일시적 금주를 시행한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집중력과 수면 패턴이 개선됐고 콜레스테롤과 혈중 혈당농도 및 혈압이 감소했다. 또 체중 감소와 함께 지방간이 있었던 사람의 경우 간 내 지방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서식스대는 드라이 재뉴어리의 장기적 효과에 주목했다. 드라이 재뉴어리 회원 8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참가자의 72%가 캠페인 참가 6개월 뒤에도 과음을 피할 수 있었다고 응답하면서다. 일각에선 ‘일시적 금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일시적 금주는 요요현상을 일으켜 이후 폭음 등 나쁜 음주 습관과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영국의 간 건강 관련 기관인 ‘브리티시 리버 트러스트(The British Liver Trust)’에 따르면 완벽한 금주보다 매주 2, 3일의 알코올 휴식기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과일 섭취도 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일정 기간의 금주 또는 절주가 우리 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없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양현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줄이기만 해도 바로 간 기능이 좋아진다”며 “금주와 함께 안주 섭취도 피할 수 있어 중성지방 및 혈당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1월에 다짐한 신년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났더라도 이번 설을 맞아 다시 한 번 ‘한 달 금주’를 실천해 본다면 건강을 다지는 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구호영 인턴기자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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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발 色 변하고 저리면 ‘레이노 증후군’일 수도

    주부 김모 씨(46)는 10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유난히 손발이 시렸다. 특히 추운 날 야외 활동을 하거나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 손끝, 발끝이 창백해질 정도였다. 수족냉증 정도로 여겨 10년을 버틴 김 씨는 최근 손이 저리기 시작했다. 손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감각이상)까지 들었다. 김 씨의 증상은 겨울철 젊은 여성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레이노 증후군이다. 레이노 증후군이란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부분에 혈관이 수축해 피부색이 변하는 질환이다. 주로 추운 환경에서 일하거나 손끝에 진동이 심한 작업을 할 때 잘 생긴다. 추위나 심리적 자극이 있을 때 피부가 창백해지고 이후 청색으로 변했다가 붉어지는 3단계 피부색 변화를 동반한다. 피부색만 변하는 게 아니다. 손끝이나 발끝이 창백해지고 청색으로 변하는 1, 2단계에서는 저리는 느낌 또는 무감각 등 감각이상이 나타나고, 붉어지는 3단계에서는 통증이 심해진다. 코나 귀에서도 같은 증세가 생길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은 특정 그룹에서 잘 발병한다. 20∼40대 여성과 흡연자, 추운 환경에 자주 노출된 직업군이 대표적이다. 또 진동이 심한 곳에서 일하는 건설업, 제조업 종사자에게도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을 방치하면 전신경화증과 같은 류머티즘으로 악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증상의 원인인 추위나 정서적 스트레스, 진동 등 유발 인자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장갑이나 핫팩 등 손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휴대하고, 손과 발뿐 아니라 머리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피부 건조 방지, 피부 마사지, 규칙적인 운동 등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흡연자라면 금연을 하는 것이 필수다. 흡연은 말초혈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김완욱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 증후군 환자 3명 중 1명은 루푸스나 전신성 경피증, 혈관염 등 자가면역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최현호 인턴기자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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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에 신종독감 확산… 8만여명 감염

    북한에서 신종 독감이 발생해 지난해 12월부터 8만여 명이 감염됐고 이 중 어린이 3명 등 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민통선 인근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북한 내 구제역에 이어 독감까지 퍼지면서 평창 겨울올림픽과 남북 교류 행사 때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북한 A형 인플루엔자 발병’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A형(H1N1) 신종 독감에 걸린 환자 수가 8만1640명, 의심사례는 12만7000여 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28일 ‘신형 독감과 그 예방대책’이라는 기사를 실었으나 정작 북한 내 피해 상황은 전하지 않았다. 북한에서 유행하는 A형 신종 독감은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독감이다. 다만 북한에서는 백신 및 치료제 부족 등 열악한 보건 환경으로 상대적으로 심각한 감염병에 해당한다. VOA에 따르면 북한의 요청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과 치료제 오셀타미비르 3만5000여 정을 지원했고, 현재 5000정이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등이 방남하는 과정에서 신종 독감이 국내에 퍼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에는 치료제가 충분하고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독감은 2009년에 이미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 독감 바이러스에 집단면역이 된 상태라 다시 크게 유행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 선수들이 들어오는 모든 육로 지역에서 열 감지기 등을 설치해 독감 전파에 대비하고 있다. 신종 독감에 걸리면 대개 고열과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고 인후의 염증, 통증,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박기준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발열이 발견되면 문진을 한 뒤 선수단 및 올림픽조직위 측에 알리고, 타미플루 처방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독감 발생 관련 동향을 계속 지켜보고 검역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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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기내 ‘닥터콜’ 참여 의사 “제도 개선해 의사 부담 덜고 참여 이끌어야”

    “여기 의사 선생님 계신가요?” 비행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다급히 의사를 찾는 ‘의사 호출(닥터콜)’ 방송이 들린다. 이때 비행기에 탄 국내 의사들은 과연 얼마나 환자를 위해 자원해서 나설까? 국내 연구진이 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참여 의향에서는 ‘부정적’으로 나타난 반면 실제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임주원 교수(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연구이사)는 2016년 7, 8월 두 달간 대한가정의학회와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회원 445명을 대상으로 기내 응급상황에서 닥터콜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기내 응급상황을 실제 경험한 96명 중 73명(76%)이 응급진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여하지 않았던 의사의 56.5%는 “이미 다른 의사가 있어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상황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이 닥터콜에 응한 셈이다. 이는 미국항공우주의학회 회원 2300명을 대상으로 1998년에 조사한 결과 62%만 기내 응급상황에 나섰다고 대답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하지만 앞으로 기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62%만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조사 결과 80%가 승객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임 교수는 “응급진료 참여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치료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우려 때문”이라며 “실제 관련 국내 법률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의 참여 의향은 36%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법률이 의사의 기내 응급상황 참여 의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응급의료법 제5조 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이 감면된다. 이 법률에 대해 의사들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환자가 사망하면 형사책임이 따른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임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 이러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의사 처벌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다”며 “의사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의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개선과 대처법 교육이 독려되면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국내 학술지 ‘항공우주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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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철 녹내장 환자 평균 45만 명… 시력-안압 측정만으론 발견 어려워

    녹내장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58만4558명에서 2016년에는 80만7677명으로 38.2%(22만3119명) 증가했다. 특히 겨울철에 녹내장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2015,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봄, 여름, 가을엔 녹내장 진료 인원이 평균 35만여 명이었다. 겨울철에는 평균 45만여 명으로 10만 명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낮은 온도로 인한 혈관 수축 등으로 안압이 높아지면서 녹내장 환자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녹내장학회 정보통신이사인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누네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홍영재 원장(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말로 녹내장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알아봤다. Q: 안압이 올라가야 녹내장이 생긴다? A: 한국인 등 동양인은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흔하다. 따라서 건강검진에서 시력과 안압만 측정할 경우 녹내장 발견이 어렵다. 건강검진 항목 중 ‘시신경 촬영’이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특히 녹내장 환자가 가장 많은 60대는 가까운 안과를 찾아 녹내장이 의심되는 부분이 없는지 한 번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Q: 녹내장 안압은 밤에 더 낮아진다?  A: 대체로 밤에 누워 잘 때 안압이 좀 더 높이 올라간다. 낮에 병원에서 잰 안압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진행하는 경우엔 야간 안압이 높지 않은지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녹내장 안약을 잘 쓰는데도 불구하고 안압이 들쑥날쑥해 안압의 변동성이 크다고 의심되면 병원에 입원해 24시간 연속 안압을 측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집에서 혈압계처럼 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자가안압측정기’도 나와 있다. 계절적으로는 혈관이 수축하는 겨울에 안압이 올라간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Q: 녹내장은 나이 든 사람한테만 발생하는가? A: 녹내장은 시신경이 망가지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나이가 든 사람에게서 더 많은 빈도로 발생하지만 20, 30대에도 발생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녹내장의 경우 진행이 매우 빠른 경우가 있어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4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 혹은 당뇨병 등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 △근시가 심한 경우 △가족력이 있다면 40세 이하라 하더라도 안과에서 녹내장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Q: 녹내장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인가? A: 녹내장은 한 번의 치료로 ‘완치’하는 질환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리’하는 질환이다. 질환의 손상 기전이 시작된 녹내장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진행의 양상이 발견되었을 때 질환의 진행 정도, 환자 나이, 안압 수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몇 년 안에 급하게 진행되어 실명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녹내장은 치료만 제대로 받는다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Q: 녹내장은 수술하면 안 된다? A: 안압 하강제나 레이저 치료로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안압을 낮추기 위해 녹내장 수술을 시행한다. 현재 흔한 녹내장 수술은 섬유주절제술이다. 눈 안에서 밖으로 방수가 빠져나가는 유출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절개 범위가 넓고 수술 후 관리가 까다로우며 회복 기간이 다소 느린 것이 단점이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이 국내에도 도입되고 있다. 이 수술은 안구 내에 미세한 관을 삽입해 안압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2mm 이내의 미세 절개창을 통해서 수술이 가능하며, 수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 다만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의 모든 종류가 도입된 것은 아니다. 아직 초기 단계로 임상 경험이 좀 더 축적되어야 한다.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에는 경도 또 중등도 녹내장 치료에 사용되는 ‘아이스텐트(iStent)’가 국내 도입됐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스텐트인 엘러간의 젠(XEN) 수술은 국내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젠은 기존 섬유절제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으면서 효과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 약제 중에서는 몇 가지 신약이 국내에 정식 도입되는 것을 목표로 임상시험 중이다. 기존 녹내장 약제들처럼 매일 눈에 안약을 넣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에 한 번씩 안구 내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제품의 경우 향후 2, 3년 내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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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어눌해지고 팔다리 떨리면 저체온증, 가렵고 찌르는 통증 생기면 동상 의심을

    24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영하 10.7도로 7년만에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아침 최저기온도 영하 16.3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 0도 전후였던 지난해 주중 아침 기온과 비교해 10도 이상 뚝 떨어졌다. 이렇게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한랭질환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랭질환자 대부분이 기온 낙폭이 큰 주에 발생한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3도까지 떨어진 이달 둘째 주(7∼13일) 한랭질환자 수는 66명으로 전주(38명)에 비해 2배가량으로 늘었다. 한강이 71년 만에 가장 일찍 얼었던 지난해 12월 10∼16일에도 한랭질환자는 72명에 달했다. 한랭질환은 주로 저체온증과 동상이다. 22일까지 집계된 한랭질환자 328명 중 저체온증이 258명, 동상이 58명으로 96%를 차지했다. 체내 중심 온도(심부온도)가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다. 말이 어눌해지고 졸리면서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떨리면 저체온증을 의심해야 한다.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마른 담요로 몸을 감싸고 심부온도가 높아지도록 겨드랑이와 배에 핫팩이나 더운 물을 올려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다. 동상은 △찌르는 통증, 가려움, 부종이 생기는 1도 △피부가 검붉어지고 물집이 생기는 2도 △피부가 괴사하고 감각이 없어지는 3도 △근육과 뼈까지 괴사하는 4도로 나뉜다. 동상 증세를 보이면 38∼42도의 따뜻한 물에 발생 부위를 담그면 좋다. 이후 깨끗한 수건으로 습기를 제거하고 동상 부위를 높게 한 뒤 온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외출 시 털모자나 장갑, 목도리 등으로 방한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옷은 여러 개 겹쳐 입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라면 이미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이므로 동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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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리면서 팔다리가 떨린다면? 저체온증 의심…한파·한랭질환 대처법

    24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6.3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지난 주 대비 10도 이상 뚝 떨어졌다. 이렇게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한랭질환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랭질환자 대부분이 기온 낙폭이 큰 주에 발생한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3도로 떨어진 이달 둘째 주(7~13일) 한랭질환자 수는 66명으로 전주(38명)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한강이 71년 만에 가장 빨리 얼었던 지난해 12월 10~16일 사이에도 한랭질환자는 72명에 달했다. 한랭질환은 주로 저체온증과 동상이다. 22일까지 집계된 한랭환자 328명 중 저체온증이 258명, 동상이 58명으로 96%를 차지했다. 심부(몸의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다. 말이 어눌해지고 졸리면서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떨리면 저체온증을 의심해야 한다.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마른 담요로 몸을 감싸고 심부체온을 높일 수 있도록 겨드랑이와 배에 핫팩이나 더운 물을 올려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다. 동상은 △찌르는 통증, 가려움, 부종이 생기는 1도 △피부가 검붉어지고 물집이 생기는 2도 △피부가 괴사하고 감각이 없어지는 3도 △근육과 뼈까지 괴사하는 4도로 나뉜다. 동상 증세를 보이면 38~42도가량의 따뜻한 물에 발생부위를 담그면 좋다. 이후 깨끗한 수건으로 습기를 제거하고 동상 부위를 높게 한 뒤 온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외출 시 털모자나 장갑, 목도리 등으로 방한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옷은 두꺼운 옷을 한두 개 입기보다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라면 이미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이므로 동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파 시 하루 8잔 이상 물을 마시면 좋다. 혈액 점성이 높아지면 심·뇌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부동자세나 꽉 끼는 옷, 만성 피로, 영양 부족, 흡연, 음주 등은 한랭질환의 유발인자가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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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 동아]암 정복의 상징된 ‘면역항암제’ 주목

    최근 항암치료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면역항암제입니다. 2년 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90세가 넘는 고령에 뇌까지 전이된 피부암(흑색종)으로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면역항암제 치료 후 3개월여 만에 완치를 선언하자 면역항암제는 ‘암 정복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면역항암제는 국내에도 도입돼 말기 폐암 환자 등에서 완치 사례를 보이고 있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가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를 보이는 과학적 원리는 무엇일까요?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항암요법과 달리 인체 면역시스템에 작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전신 부작용이 적어 치료과정에서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번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는 그 반응 상태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기존보다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여러 암에 적용 가능하고, 치료요법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사망률 1위인 폐암 치료 시 단독이나 병용해 면역항암제가 쓰이고 흑색종이나 호지킨림프종, 방광암 등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면역항암제는 앞으로 더 많은 분야의 치료제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 옵디보, 티쎈트릭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같은 면역항암제이지만 주력 분야와 특징은 조금씩 다릅니다. 먼저 MSD 키트루다는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치료에 변화를 이끌어 온 면역항암제입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국내에서 면역항암제 중 처음으로 일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아 폐암에서 수십 년 만에 표준치료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환자들은 항암화학요법 과정에서 겪는 구토나 탈모 등 전신적인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키트루다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 옵션을 준 것이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표준 요법인 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키트루다를 먼저 사용할 경우 전체 생존율(중앙값)이 두 배 이상 연장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BMS-오노의 ‘옵디보’도 국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옵디보는 총 6개 암 대상자에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이성 흑색종,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진행성 신세포암, 호지킨 림프종, 두경부 편평세포암, 요로상피세포암 등입니다. 물론 여기에 열거한 암의 모든 환자에게 옵디보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담당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후발주자로 등장한 면역항암제인 로슈의 ‘티쎈트릭’은 방광암, 비소세포폐암 등의 치료약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면역항암제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전의 특성상 향후 다양한 암에 국내 적응증을 추가해 국내 암 치료 시장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 아직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면역항암제가 환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효과와 이상반응 등에 대한 철저한 사후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likeday@donga.com}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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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팔 이식수술 허용… 유전자치료 규제 푼다

    불법이던 살아있는 사람의 폐 부분 이식이 앞으로 허용된다. 지금까지 장기이식법상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장기는 간, 신장, 골수, 췌장, 췌도, 소장 등 6가지였다. 폐는 뇌사자에게서만 기증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폐나 뇌사자의 얼굴, 팔 등의 이식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생체 폐 이식은 지난해 11월 서울아산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지만 법에서 허용하지 않으면서 의학의 발전을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말기 폐부전으로 폐 기능을 잃은 20대 딸에게 부모의 폐 일부를 떼어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말기 폐부전으로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상당수가 제때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른다. 2016년 이식 대기자 149명 중 뇌사자로부터 폐 이식을 받은 사람은 89명으로 이식진행률이 60%다. 10명 중 4명이 제때 이식을 못 받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기이식윤리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면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말기 폐환자에게는 희소식이다. 단, 폐암 환자는 이식 대상에서 제외된다. 암세포가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돼 폐를 이식해도 생존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종원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소아 뇌사자 발생이 적어 소아 말기 폐부전 환자는 폐 이식 대기 등록 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아는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이 적절한 치료여서 소아 말기 폐부전 환자들을 살릴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암과 에이즈 등에만 허용한 유전자 치료 연구를 질환에 관계없이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유전자 치료 연구는 유전질환과 암, 에이즈 및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를 만성질환 등 일반 질환으로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앞으로 벤처회사에서 하고 있는 각종 임상이 훨씬 탄력을 받아 만성질환의 치료법 연구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규제 혁신이 체감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한 점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문병기 기자}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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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궁금해요]신생아 영양주사제 ‘스모프리피드’ 안전한가

    Q. 신생아 영양 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가 위험하다는데 병원에서 우리 아기에게 계속 사용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A.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고 원인이 세균에 오염된 지질주사 영양제(지방유제)인 스모프리피드(SMOFlipid)로 밝혀졌습니다. 지방유제는 정맥영양 성분의 하나로 모유나 분유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작은 미숙아나 장 수술로 금식이 필요한 신생아 중환자에게 꼭 필요합니다. 또 작은 용량으로 많은 열량을 줄 수 있어 신생아 성장에 효율적인 영양 성분이며 뇌 세포 성분을 구성하는 필수 지방산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사실 스모프리피드는 지방유제의 일반적 명칭이 아니라 독일 특정 회사의 제품명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대두유(콩기름)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여러 종류의 지방이 혼합돼 있습니다. SMOF는 Soybean(콩), MCT(중간사슬중성지방), Olive(올리브), Fish oil(생선기름)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스모프리피드엔 염증억제나 뇌 발달에 좋다고 알려진 오메가3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지만 소아나 미숙아에게 어떤 종류의 지방유제가 더 좋은지는 아직 충분히 연구돼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스모프리피드를 성인과 달리 소아를 대상으로 아직 승인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숙아 및 환아에게 2000년대 이후 스모프리피드를 널리 사용해 임상 자료가 축적돼 있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수년 전부터 대두유 기반 단독 제형의 지방유제 공급이 중단돼 국내 대부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담즙정체성 간질환인 소아에게 어떤 제품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최근 스모프리피드에 미숙아 사망 경고문이 붙어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스모프리피드뿐 아니라 모든 지방유제 설명문에 공통적으로 기술된 내용입니다. 작은 미숙아는 지질 대사 능력이 떨어져 일부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지방 농도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숙아를 포함한 소아는 일일 투약 용량이 제한돼 있습니다. 또 반드시 24시간에 걸쳐 천천히 투여하고 수시로 혈액을 검사해 지방 농도를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권고사항을 충실히 지키는 한 스모프리피드는 안전하다고 판단돼 이의 사용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신생아학회의 입장입니다. 또 지방유제는 다른 정맥영양 성분에 비해 감염위험이 높아 환자 한 명당 제품 한 병을 개봉 즉시 수액 라인에 연결해 투여할 것을 권장합니다. 문제는 이런 권장사항대로 시행할 경우 주사 펌프 조작 오류나 오작동으로 많은 양이 투여돼 신생아가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모프리피드는 가장 작은 제품 병이 100mL 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 1kg인 미숙아는 최대 하루 15mL만 필요하고 나머지 85mL는 버리게 됩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방유제를 작은 주사기에 옮겨 정밀펌프를 이용해 투여합니다. 체중 1kg 미숙아의 경우 시간당 투여량은 0.63mL입니다. 현재 많은 국내 신생아 중환자실은 인력이나 시설이 열악합니다. 특히 약제 조제 및 투약을 전적으로 간호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의 안전이 좌우됩니다. 이상적인 신생아 치료 환경은 작은 아기들에 맞춰 다양한 소용량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차선책으로 원내 약국에서 무균 조작을 통해 정밀한 용량을 주사기에 나눠 각 신생아에게 공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시스템을 가진 병원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런 조제 과정은 보험 수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작은 아기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성인 중심으로 생산하는 의료기구나 약물 공급 시스템을 소아 맞춤형으로 바꾸는 과감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이병섭 대한신생아학회 총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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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아 영양제 ‘스모프리피드’ 위험하다는데…계속 사용 괜찮나?

    Q. 신생아 영양 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가 위험하다는데 병원에서 우리 아기에게 계속 사용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A.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고 원인이 세균에 오염된 지질주사 영양제(지방유제)인 스모프리피드(SMOFlipid)로 밝혀졌습니다. 지방유제는 정맥영양 성분의 하나로 모유나 분유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작은 미숙아나 장 수술로 금식이 필요한 신생아 중환자에게 꼭 필요합니다. 또 작은 용량으로 많은 열량을 줄 수 있어 신생아 성장에 효율적인 영양 성분이며 뇌 세포 성분을 구성하는 필수 지방산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사실 스모프리피드는 지방유제의 일반적 명칭이 아니라 독일 특정 회사의 제품명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대두유(콩기름)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여러 종류의 지방이 혼합돼 있습니다. SMOF는 Soybean(콩), MCT(중간사슬중성지방), Olive(올리브), Fish oil(생선기름)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스모프리피드엔 염증억제나 뇌 발달에 좋다고 알려진 오메가3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지만 소아나 미숙아에게 어떤 종류의 지방유제가 더 좋은지는 아직 충분히 연구돼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스모프리피드를 성인과 달리 소아를 대상으로 아직 승인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숙아 및 환아에게 2000년대 이후 스모프리피드를 널리 사용해 임상 자료가 축적돼 있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수년 전부터 대두유 기반 단독 제형의 지방유제 공급이 중단돼 국내 대부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담즙정체성 간질환인 소아에게 어떤 제품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최근 스모프리피드에 미숙아 사망 경고문이 붙어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스모프리피드뿐 아니라 모든 지방유제 설명문에 공통적으로 기술된 내용입니다. 작은 미숙아는 지질 대사 능력이 떨어져 일부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지방 농도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숙아를 포함한 소아는 일일 투약 용량이 제한돼 있습니다. 또 반드시 24시간에 걸쳐 천천히 투여하고 수시로 혈액을 검사해 지방 농도를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권고사항을 충실히 지키는 한 스모프리피드는 안전하다고 판단돼 이의 사용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신생아학회의 입장입니다. 또 지방유제는 다른 정맥영양 성분에 비해 감염위험이 높아 환자 한 명당 제품 한 병을 개봉 즉시 수액 라인에 연결해 투여할 것을 권장합니다. 문제는 이런 권장사항대로 시행할 경우 주사 펌프 조작 오류나 오작동으로 많은 양이 투여돼 신생아가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모프리피드는 가장 작은 제품 병이 100mL 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 1kg인 미숙아는 최대 하루 15mL만 필요하고 나머지 85mL는 버리게 됩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방유제를 작은 주사기에 옮겨 정밀펌프를 이용해 투여합니다. 체중 1kg 미숙아의 경우 시간당 투여량은 0.63mL입니다. 현재 많은 국내 신생아 중환자실은 인력이나 시설이 열악합니다. 특히 약제 조제 및 투약을 전적으로 간호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의 안전이 좌우됩니다. 이상적인 신생아 치료 환경은 작은 아기들에 맞춰 다양한 소용량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차선책으로 원내 약국에서 무균 조작을 통해 정밀한 용량을 주사기에 나눠 각 신생아에게 공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시스템을 가진 병원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런 조제 과정은 보험 수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작은 아기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성인 중심으로 생산하는 의료기구나 약물 공급 시스템을 소아 맞춤형으로 바꾸는 과감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이병섭 대한신생아학회 총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

    • 201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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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신생아 중환자실엔 왜 초짜 간호사들만 오나

    사상 초유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결국 몇몇 의료진에 의한 병원 내 감염 문제로 정리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한 의료기관의 문제로 국한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건의 해결책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먼저 그동안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의료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미숙아에게 주입하는 종합영양수액(TPN),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주사제) 등은 병원 약제부의 약사가 멸균 공간인 ‘클린벤치’에서 조제하거나 소분(小分)한 뒤 포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많은 병원은 약사 부족을 이유로 간호사가 영양주사제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조제하는 작업을 관행적으로 해 왔다. 대부분 간호사들이 100mL 병 속에 들어 있는 스모프리피드를 직접 주사기로 10∼20mL씩 빼내 미숙아들에게 투여한다. 해당 제약사가 스모프리피드의 최소 용량을 100mL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주사기로 빼내는 과정에서 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은 용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대부분 병원에서 전공의 4년 차는 전문의 시험 준비를 이유로 한 달 넘게 병원 일을 면제받는 게 관행이다. 결국 이들이 해야 할 일들을 고스란히 후배들이 나눠 한다. 그러잖아도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의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동안 정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수가를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로 올렸다. 이에 병원들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수를 늘렸고, 현재 1887병상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병상 수에 도달했다. 하지만 병상 수가 늘어난 만큼 의사의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아니 턱없이 부족하다. 미숙아에게 잘 생기는 질환인 뇌출혈이나 괴사성대장염, 심장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이 설치된 병원은 전국 99곳에 이른다. 하지만 장천공을 실제로 수술하는 소아외과 의사는 이 병원들을 통틀어 12∼20명, 심장질환을 수술하는 소아흉부외과 의사는 15∼20명, 뇌출혈을 치료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10∼15명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런 전문 의사들이 학회에서 관리하는 세부 전문의라는 이유로 근무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미숙아가 태어났을 때 이를 치료해줄 의사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몰라 일일이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한다. 병원마다 미숙아에게 어떤 수술이 가능한지 미리 알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정부 차원의 알림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또 신생아 환자가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이 지역 대형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처럼 의료기관별 신생아 중환자실의 시설과 의료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등급을 매기는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전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의료진과 시설 등을 잘 갖춘 우수 등급의 병원이라면 28주 미만의 아주 위급한 미숙아들이 우선적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큰 병원에 ‘심각한 미숙아’와 ‘건강한 미숙아’가 함께 섞여 입원해 있다. 작은 병원에서 심각한 미숙아가 발생해도 큰 병원에 입원할 병상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독 신생아 중환자실에 경험이 부족한 신입 간호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인력 조건이 좋은 ‘간호 1등급’ 병원이라도 한 달 평균 6, 7번의 잦은 야근을 버텨낼 간호사는 많지 않다. 간호사 한 명당 신생아 3, 4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은 3년 이내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많은 간호 인력이 중환자실을 지키는 체계를 만들려면 간호사 한 명당 돌봐야 할 신생아 수를 줄이고, 3년 이상 된 의료진에게 정부가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미숙아에게 사용하는 융포나 주사기, 기저귀, 산소포화도 센서기, 석션팁(suction tip) 등은 일회용 소모품인 만큼 의료수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값싼 제품을 쓰거나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보호자에게 직접 사 오도록 하기도 한다. 이는 의료수가를 조정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많은 의료진은 간호사 한 명이 신생아 1, 2명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각한 중증 미숙아라면 간호사 2명을 배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감염 관리를 잘한 병원엔 가산점을 줘 이것이 수익과 이어지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와 관련 학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중증외상센터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열악한 곳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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