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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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문학/출판30%
역사21%
정치일반10%
문화 일반10%
사회일반10%
칼럼7%
검찰-법원판결3%
인사일반3%
산업3%
만화3%
  • [광화문 서재]실패한 낙원의 귀환

    세계화와 동시에 배타적 민족주의가 극성을 부립니다. 경제성장률 증가 수치와 별도로 삶은 더 불안해지지요. 세계적으로 국가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번역 출간된 ‘레트로토피아: 실패한 낙원의 귀환’(아르테)은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의 유작으로 이 같은 문제를 성찰합니다. 사는 게 힘들면 ‘옛날이 좋았다’며 실제로는 좋지도 않았던 옛날을 그리워하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미래에 의지하는 대신 아직 죽지 않은 과거에 비전(vision)이 존재한다고 본다”며 ‘향수병의 세계적 유행’을 비판합니다. 선진국에서도 다음 세대가 현 세대보다 더 가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저자는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가 ‘불평등으로의 회귀’를 막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세금 인상을 우려하는 우파뿐 아니라 전통적 좌파도 이 제도가 복지국가의 해체를 추동할 것이라며 탐탁지 않아 하지요. 최근 국민연금 제도 개선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해체될 만한 복지국가를 가져 본 적이 없는 우리는 어느 길을 택해야 할까요. 남들이 가보고 돌아 나온 ‘낙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길?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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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르고 찌르고 독까지 살포, 지독한 전투의 주인공은…

    살벌한 전장이다. 조르고, 찌르고, 탐색하고, 속이고, 독을 살포한다. 싸우다 동맹을 맺는다. 구원을 요청하고 대가를 준다. 한데 전장은 고요하다. 전투의 주인공이 나무와 풀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숲은 평화로운 치유의 공간이지만 식물들은 그 안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인다. 일본 시즈오카대 교수인 식물학자가 식물이 환경, 다른 식물, 병원균, 곤충 등과 어떻게 싸우고 협력하면서 살아가는지를 조명했다. 식물의 싸움은 박진감이 넘친다. 책에 따르면 용수(뽕나무과 상록교목) 같은 식물은 원래 있던 식물에 올라타 자라는 전략을 택했다. 덩굴로 나무를 칭칭 휘감으면 원래 있던 나무는 햇볕을 받지 못해 시든다. 나무를 졸라 죽이는 것처럼 보여 교살식물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 라플레시아는 줄기도 잎도 없다. 대신 기생뿌리라는 기관이 포도과 식물의 뿌리를 파고들어가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기생식물이다. 지하에서는 화학전도 벌인다. 대부분의 식물은 뿌리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을 방출해 다른 식물의 싹이 트는 걸 방해한다. 숲의 풍성한 나무들은 이러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강자들인 셈이다. 약자에게는 약자의 생존 전략이 있다. 사막에 사는 선인장, 빙설에 견디는 고산식물은 숲 대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을 택했다. 길가에 우거진 벼과 잡초 가운데는 마치 공기를 압축해 출력을 높이는 터보 엔진처럼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광합성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들이 많다. 식물과 병원균의 전쟁은 ‘피가 마르는’ 공방전이다. 식물은 침투한 병원균이 방출하는 특정 물질을 감지해 방어체계를 가동한다. 병원균이 방어체계를 고장 내는 억제인자를 방출해 이에 맞서면 식물은 억제인자를 재빨리 감지해 방어체계가 작동되도록 체계를 수정한다. 그러면 병원균은 다시 새로운 억제인자를 발달시킨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싸움이다. 병원균의 침범을 막지 못한 세포는 스스로 사멸하는 방법으로 식물을 지키기도 한다. 공존과 협력도 한다. 독보리는 네오타이포듐속(屬) 사상균이 체내에 살게 해주고, 균이 만드는 독소는 가축들로부터 독보리를 지켜준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을 만들어 뿌리혹박테리아가 살도록 하고, 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도록 암모니아로 고정시킨다. 공생이다. 놀랄 만큼 기발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식물은 보통 독을 생산해 곤충을 물리친다. 하지만 쇠무릎지기라는 식물은 오히려 곤충의 탈피를 촉진하는 성장호르몬과 같은 물질을 만들어 천적인 유충이 빨리 성충이 되도록 돕는다. 유충의 성장 기간을 단축시켜 자신이 먹히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빨리 먹고 떨어지라’는 전략이다. 식물은 지금과 같은 지구환경을 만들어낸 존재다. 식물은 약 30억 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오존층을 만들어냈다. 지구에 쏟아지는 자외선이 감소하면서 수많은 생물이 출현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고 기온을 높이는 한편 오존층에 구멍을 뚫어 지구환경을 식물 탄생 이전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 말마따나 그런 방식으로 다른 생물을 멸종시키고 승자가 되어 인류가 얻을 세계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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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환 택리지 정본 완역… 6년의 땀 마침내 결실

    “이중환(1690∼1756)은 사대부가 사는 곳은 인심이 고약하고, 사대부가 살지 않는 곳을 주거지로 선택해야 한다고 극단적인 얘기를 했지요. 당파로 갈라져 다른 당파를 인정하지 않고, 평민을 윽박지르기만 하는 조선 사대부에게 경종을 울리려 한 겁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57)가 2012년부터 6년의 작업 끝에 200여 종에 이르는 이중환의 ‘택리지’ 이본을 정리하고 한글로 옮긴 ‘완역 정본 택리지’(휴머니스트)를 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난 안 교수는 “이중환이 ‘조선에는 살 만한 땅이 없다’고 한 건 사대부들의 당파에 따른 편 가르기, 지역과 사농공상의 신분 차별에 절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중환은 남인 명문가 엘리트 출신이었지만 노론이 경종(景宗)의 독살을 기도했다는, 이른바 ‘목호룡(睦虎龍)의 고변’에 휘말려 30대 나이에 죽을 지경까지 고문을 당하고 정계에서 축출됐다. 택리지는 그가 1751년경 국토의 지리 현상을 전면적으로 다룬 인문지리학의 고전이다. 지금까지 번역된 택리지는 거의 1912년 최남선이 편집·간행한 광문회본 택리지를 저본으로 삼았는데, 오탈자나 후대 첨가된 이야기 등이 적지 않았다. 최남선이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내용을 일부 편집하기도 했다. 일례로 기존에 ‘복거론(卜居論)’에서 “덕유산의 정기가 서린 줄기는 서쪽으로 뻗어서 마이산과 추탁산이 되고”라고 번역됐던 구절을, 안 교수는 “…마이산이 되고, 거칠고 탁한(麤濁·추탁) 줄기는 남쪽으로 뻗어서”라고 고쳤다. ‘추탁’ 앞쪽에 접속사 ‘이(而)’가 있는 판본이 옳다고 봤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 같은 교감 과정을 설명한 주석만 800개 가까이 달았다. 그것도 10분의 1로 간추린 것이다. 광문회본에서 ‘함경도’ 분량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함흥차사’ 이야기도 후대 첨가된 것으로 보고 넣지 않았다. “한두 글자만 틀려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국학에서 정본화는 기초이고 근간입니다. 정확한 판본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연구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요.” 안 교수는 “유럽이나 일본은 주요 고전의 정본화를 오래전에 완료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거의 안 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소모되는 공력에 비하면 우리 학계는 정본화 작업에 대한 대접이 박하다. 연구 성과 평가는 주로 논문 편수 위주다. 저술이나 번역도 약간 인정하지만 이본을 정리하고 정본 텍스트를 마련하는 일은 거의 성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연구비 지원도 받기 어렵다. 안 교수는 이본을 하도 많이 보다 보니 시력마저 나빠졌다. 택리지의 정본화는 박사과정 연구자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가능했다. 각 지역 서술에 등장하는 당대 유력 가문이 어느 집안인지도 일일이 찾아냈다. “택리지는 소외된 남인의 시각을 담은 당론서, 경제지리서, 여행가이드 등 성격이 여럿입니다. ‘전시에 피할 곳이 있나’를 살 만한 곳의 주요 기준으로 삼은 것을 보면,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전쟁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책이기도 하지요. 오늘날에도 극단적인 다툼과 불평등, 차별 탓에 사람들이 ‘이민 가고 싶다’는 푸념을 하지요? 당대 조선의 현실을 우려하고 개선을 촉구했던 이중환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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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책장의 격조?

    김난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해마다 ‘트렌드 코리아’(미래의창)를 내고 다음 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합니다. 내년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카멜레존’을 꼽았군요. “특정 공간이 협업, 체험, 재생, 개방, 공유 등을 통해 원래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정체성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트렌드”라고 합니다. 실제 전통적인 리테일(소매) 공간과 문화 공간이 결합(컬래버레이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9’는 특히 책의 약진이 눈에 띈다면서 몰, 호텔, 기업 사옥 등이 책장을 들이고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꾸며 공간의 격조를 높이는 현상을 소개했습니다. 종이책 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개중에는 건물 몇 층 높이를 터서 엄청나게 큰 책장을 들여놓은 곳들도 있지요. 책장은 방문자에게 이렇게 웅변하는 것 같습니다. ‘봐, 네가 모르는 지식과 정보가 이렇게나 많단다.’ 한데 궁금한 게 있더라고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책장 위쪽에 꽂힌 책들을 손님이 꺼내서 읽을 수 있나요? 타고 올라가서 책을 꺼낼 수 있는 사다리는 못 봤습니다만…. 혹시 위쪽에 꽂힌 사전이나 영인본 같은 책들의 책갑(冊匣) 안이 비어 있는 건 아니겠지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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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생한 증언으로 해부한 군함도의 진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를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최근 확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에 계류 중인 미쓰비시중공업 등 다른 일본 기업 상대 소송도 같은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다루는 ‘군함도’(하시마섬)가 바로 일제강점기 ‘미쓰비시광업’이 운영했던 사업장 가운데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로 불리지만 일본인 광부들은 ‘지옥 섬’이라고 불렀다. 이 섬에서 매일같이 얻어맞고 죽어 나가면서도 강제로 일해야 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책이다. 군함도 생환 당사자와 그 가족의 생생한 인터뷰를 담았다. “바다의 섬. 죽음의 섬.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주 지긋지긋혀. 철창 없는 감옥살이를 지내다 보니까…나는 ‘주땡’이라고 탄 캐는 자리를 메우는 거 했어요.…하나는 주땡을 하다가 맞아서 죽어버리고. 두 명 죽는 걸 봤어.…(도망가면) 되려 붙잡혀 그 매를 다 맞는데 그냥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고름이 질질 나고. 배고 어디고 등짝이고 어디고 그 와이어 줄로 그냥 살 묻어나는 고무줄로 후려갈기는데. 왜놈들 참 독해요.” 1926년 태어나 1944년 11월 군함도로 끌려간 생환자 최장섭 씨가 지난해 6월 저자에게 털어놓은 증언이다. 책은 이 밖에 군함도에 있던 ‘위안부’의 흔적도 쫓는다. 근현대사 문제를 꾸준히 취재해 온 기자인 저자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가 2016년 6월 활동을 종료한 뒤 정부의 관련 피해 조사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매한가지인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영화 ‘군함도’ 개봉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비극을 소재로 한 소설, 만화,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로 남으려면 기록으로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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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망가다 잡히면 살 묻어나는 줄로 후려갈겨…왜놈들 참 독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를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최근 확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에 계류 중인 미쓰비시 중공업 등 다른 일본 기업 상대 소송도 같은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다루는 ‘군함도’(하시마)가 바로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광업’이 운영했던 사업장 가운데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로 불리지만 일본인 광부들은 ‘지옥 섬’이라고 불렀다. 이 섬에서 매일같이 얻어맞고 죽어나가면서도 강제로 일해야 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책이다. 군함도 생환 당사자와 그 가족의 생생한 인터뷰를 담았다. “바다의 섬. 죽음의 섬.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주 지긋지긋혀. 철장 없는 감옥살이를 지나다 보니까…나는 ‘주땡’이라고 탄 캐는 자리를 메우는 거 했어요.…하나는 주땡을 하다가 맞아서 죽어버리고. 두 명 죽는 걸 봤어.…(도망가면) 되려 붙잡혀 그 매를 다 맞는데 그냥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고름이 질질 나고. 배고 어디고 등짝이고 어디고 그 와이어 줄로 그냥 살 묻어나는 고무줄로 후려갈기는데. 왜놈들 참 독해요.” 1926년 태어나 1944년 11월 군함도로 끌려간 생환자 최장섭 씨가 지난해 6월 저자에게 털어놓은 증언이다. 책은 이밖에 군함도에 있던 ‘위안부’의 흔적도 쫓는다. 근현대사 문제를 꾸준히 취재해 온 기자인 저자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가 2016년 6월 활동을 종료한 뒤 정부의 관련 피해 조사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매한가지인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영화 ‘군함도’ 개봉을 비롯해 일제 강점기 비극을 소재로 한 소설, 만화, 뮤지컬 등 문화콘텐츠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로 남으려면 기록으로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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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운동, 中 민족주의에 큰 영향… 일제 맞선 5·4운동 본보기 역할”

    “한국의 3·1운동은 중국인이 민족 독립을 추구하고 국가 형성(nation-building)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참조할 대상으로 점차 중국의 민족 혁명 담론에 편입됐다.”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한완상)와 한국사회사학회(회장 정일준)는 2,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3·1운동 100년, 한국 사회전환의 시공간 지평’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이번 학술대회는 3·1운동이 근·현대 한반도와 동아시아 사회의 문명사적 전환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조연설을 맡은 리궁중(李恭忠) 중국 난징대 교수는 “3·1운동은 중국의 거울이 됐다”며 “독립국가 개념 형성에 중요한 촉매였고 지속적으로 중국인에게 격려를 줬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미리 공개한 연설문 ‘거울로서의 이웃 나라: 현대 중국 민족주의 담론에 나타난 3·1운동’에서 당시 중국 신문기사와 시평, 민족·계급혁명 담론에 드러난 3·1운동의 모습을 검토했다. 그는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1919년 학생 시위로 촉발돼 일제에 맞선 민족운동)의 본보기와 전주곡 역할을 했으며 20세기 전반까지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발표문에서 3·1운동의 중요성을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대립했던 냉전 이전 근대 민족주의 독립운동’으로 평가했다. 그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한반도 분단 이전 기억을 되살리는 한편 아시아적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의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나가타 아키후미(長田彰文) 일본 조치대 교수는 기조연설문 ‘3·1운동과 국제관계’에서 “3·1운동은 직접적으로 ‘무단통치에 대한 불만의 구체화’가 원인이었지만 파리강화회의 등의 국제적 요인 위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이 밖에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는 ‘3·1운동 이후의 전회(轉回)들: 식민지민의 보편적 인류 되기의 역정’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3·1운동 전후 동아시아 지역변동 속의 조선 식민지의 특수성’(백승욱 중앙대 교수)과 ‘3·1운동의 기억과 한국 민주화운동’(오제연 성균관대 교수) 등의 발표도 진행한다. 정일준 회장(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은 “공간적으로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 시간적으로는 이후 100년을 대상으로 3·1운동의 의미를 조망하는 학술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완상 위원장은 축사에서 “3·1운동의 역사적 함의를 되새기는 걸 넘어 21세기 한국 사회의 향방과 전망을 밝히는 단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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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 상인의 복식 부기, 서양보다 200년 앞서”

    “개성 부기(簿記)는 15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서양의 부기보다 적어도 200년은 앞서 13세기부터 사용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우리 민족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것과도 맞먹는 일이에요.” 1916년 발간된 개성 복식 부기의 해설서이자 교재인 ‘실용자수(實用自修) 사개송도치부법(四介松都治簿法)’이 영문으로 번역돼 출간됐다. 제목은 ‘The Sagae Songdo Chibubeob for Practical Use and Self-Study’. 역자는 노병탁 미국 퍼듀대 종신교수(명예교수·79), 정기숙 계명대 명예교수(81),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56)다. 22일 노 교수가 머무르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들은 “서양 못지않은 훌륭한 회계제도가 과거 우리나라에 존재했다는 것을 알리고자 번역에 나섰다”고 말했다. 원저는 문필가, 출판인으로 활동했던 현병주(1880∼1938)가 개성상인으로 추정되는 김경식, 배준여라는 인물의 도움을 받아 지은 것. 동양권 최초이자 유일한 고유 부기 해설서로 평가된다. 1928년에 2, 3판이 발간되기도 했다. 개성 부기는 일제가 서양식 부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도록 하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1940년대까지는 실무에서 사용했다. “일부 중국 학자는 개성 부기가 한문으로 돼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사실 동아시아 3국 가운데 일본은 고유한 복식 부기가 아예 없었고, 중국은 개성 부기보다 훨씬 체계화가 덜된 것이 있었을 뿐인데 말이지요.” 정 교수는 “개성 부기는 한자와 이두(吏讀·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은 표기법)가 섞여 있는데, 이두까지도 노 교수가 모두 영어로 옮겼다”며 “이걸 보면 중국 학자도 개성 부기가 한국의 독자적인 것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역본에는 개성 부기의 개요와 개성상인의 특징, 사회적 여건, 원저자인 현병주의 생애 등을 설명하는 장을 추가했다. 책에 나온 예제 등을 서양식 부기로 바꿔 설명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현대 미국 회계제도에 영향을 준 주요 논문을 상당수 발표한 회계학자다. 그 역시 각종 물품명과 특수기호를 설명하는 영어 단어가 없을 때 뜻을 온전히 옮기는 게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노 교수는 “개성 부기는 개성상인의 합리적 사고와 철저한 상도덕, 투명성을 복합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협업은 한국학의 세계화에도 모델이 될 수 있다. 영문으로 된 한국학 논문이나 저서, 자료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 전 교수는 “한국계로 미국 등 해외의 주요 대학 명예교수로 있는 분들이 한국학 연구 결과를 영역하거나 자료를 연구하는 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10월 31일을 ‘회계의 날’로 지정하고 한국회계학회, 한국경영학회 등과 함께 31일 ‘제1회 회계의 날’ 기념식을 연다. 기념 세미나에서 ‘세계 최초·최고의 복식 부기 사개송도치부법’이라는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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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대숙 명예교수 “북한은 지금 경제 발전 갈림길… 김정은, 원로들에 지지받아”

    “김일성은 나라를 성공적인 전쟁국가로 만들려 했고, 김정일은 물려받은 재산(나라)을 지키려 군사독재국가를 만들었지요. 김정은 대에 와서, 이것(나라)을 받아서 뭘 해요? 개발을 시켜야지. 김정은이 ‘경제 발전하는 길은 미국과 손잡는 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군인과 당 지도부를 설득한 게 북한 정치의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북한 공산주의운동 연구 1세대이자 김일성 연구의 대가인 서대숙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87)가 최근 평생 모은 독립운동·공산주의 사료 수천 점을 한신대와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그는 여러 차례 방북했고, 북한 고위층과도 친분이 있다.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그를 25일 만났다. 서 교수는 “북한이 드디어 자기들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임했다. 굉장히 중요한 변천기”라며 “북한에 ‘빨리 변하면 변할수록 이익을 얻을 것’이라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뒤에도 핵무기를 어떻게든 은닉해서 보유하려 할 것이라 본다. 하지만 서 교수는 “미국을 상대로 그런 정치(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오래전부터 북한의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정권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한이 자본주의 국가와 경제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방은 독재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김 위원장은 무슨 자신감으로 개방을 밀어붙이는 걸까. 서 교수는 “일가족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독재체제이니, 한꺼번에 북한의 정세가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 내부 행사를 보면 김정은이 아버지나 할아버지 대 인사들을 보호해주고, 그들이 김정은을 지지하는 게 보여요. 김정일은 집권 뒤 처음에 숙청을 (대대적으로) 했어요. 하지만 김정은은 없애버린 사람이 장성택 말고는 별로 없어요.”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현재 상당히 안정적이란 분석이다. 서 교수는 “김정은은 건재한 원로들의 지지를 얻었기에 자기 파벌이 없고, 필요도 없다”며 “엘리트들을 ‘매니퓰레이트(manipulate·조종하다)’하는 게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류가 변화를 가져올 것만은 틀림없다. 서 교수는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에 북한 유학생을 지원하는 재단이 설립될 것이고, 엘리트들이 미국에서 공부해 북한에서 교수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주체사상이고 뭐고…(흔들릴 것)”이라면서도 “믿을 수 없는 지도자를 믿고 오늘날까지 고생하면서 살아온 게 또 북한 인구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서 교수가 이번에 기증한 자료는 책 ‘해방 후 10년 일지’(조선중앙통신사·1955년) 등을 비롯해 희귀한 것이 적지 않다. 그는 “공부할 때 모으고 버리지 않고 뒀다 뿐이지 돈을 많이 투자한 건 아니라서 다 기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그는 향후 남북이 다가서는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한국인들은 북한이 문을 열기만 하면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데,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엘리트를 재교육하는 데도 막대한 노력이 든다. 전쟁과 대립의 역사 속에서 왜곡하거나 망각했던 기억들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내 원(願)이 한반도 통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거예요. 북한은 자기들만 옳다고 하지 말고, 남한도 북한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말고…. 북한 사람도 같은 동포고, 슬기로운 백성입니다. 기회를 주면 꽃이 필 묘목들이에요.” 한편 서 교수의 자료를 기증받은 한신대는 “북한 사회와 문화, 생활사 연구에 필요한 자료들이 많아 통일 뒤 문화 통합 정책에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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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세상 모든 아름다움 반짝반짝 詩가 돼요

    “공원에서 시를 만나요. 일요일 6시.” 공원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소년 다니엘은 이런 안내문을 보고 동물 친구들에게 시가 무엇인지 묻기 시작한다. “시는 아침 이슬이 반짝이는 거야.” 거미와 청설모, 개구리, 거북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시를 말해준다. 공원의 동물로부터 들은 구절을 다니엘이 사람들 앞에서 읊자,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완성된다. 다니엘에게 시는 어려운 게 아니라 ‘연못에 비친 노을’처럼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가을빛 물씬한 그림과 아름다운 문장이 조화롭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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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오늘을 기다렸어”… 고양이들의 묘한 밤

    늘어지게 잠을 자던 고양이 한 마리.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깨어나더니 밤을 맞이한다. “틀림없어. 오늘 밤이야.” 온 동네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숲에 모여들고 어떤 순간을 기다린다. 고양이들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보자 밤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바람을 타고 살짝 흩어지는데…. “우와 나왔어!” 고양이들은 도대체 무엇에 그렇게 경탄하는 것일까. 고양이들만 알고 있는 밤의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고양이들의 미묘한 표정과 생김새를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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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가을날 한시 한잔

    “빗소리는 주룩주룩 빈 당에 가득한데/낮 꿈을 막 깨고 나서 붓을 바삐 찾노니”(목은 이색의 ‘우중·雨中’에서) 가을비가 추적이는 날, 점심시간에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마감 시간이 빠듯하군요. 시구처럼 혼몽함이 가시지 않은 채 바삐 자판을 놀립니다. 이 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의 온도’가 골라줬습니다. 날씨에 어울리는 한시가 알아서 튀어나오는 시대입니다그려.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나는 계절이고 습기입니다. 술과 관련된 한시를 엮은 ‘한시 속의 술 술 속의 한시’(홍상훈 지음·연암서가), ‘오직 술’(김재연 지음·향원익청) 같은 신간은 이런 심정을 노리고 낸 것일까요. 한시를 유려하게 옮겨 온 저자의 ‘김풍기 교수와 함께 읽는 오언당음’(교유서가)에도 손이 갑니다. 당시(唐詩) 선집을 평설과 함께 번역했습니다. “텅 빈 모래섬에 저녁 안개 끼는데/가을 강 위에서 달을 마주했다/또렷한 저 모래 위의 사람/달 속에서 외로이 물을 건넌다”(유장경, ‘강 위에서 달을 마주하다’). 김 교수는 평설에서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음…. 뜨끈한 국물에 소주가 나을까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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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차별과 배척 견디며 성장한 국내 화교의 애환

    “만보산 이백 명 동포는 안전하고 평안합니다.…우리가 조선에 와 있는 중국 사람 8만 명에게 하는 일은 곧 중국에 있는 백만 명 우리 동포에게 돌아옴을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중국 사람을 미워하고 그들에게 폭행을 가하는 일을 단연히 중지하십시오! 동포여! 정신을 차려 앞뒷일을 헤아리십시오.…호떡장사, 로동자같은 중국 사람들이 무슨 죄이길래….” 동아일보가 1931년 7월 7일 1면에 실은 사설 ‘이천만 동포에게 고합니다’이다. 중국과 조선 민족을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선전에 휘둘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만주를 침략하려는 일제의 음모로 중국 지린성 창춘현 완바오산에서 한중 농민들이 충돌하는 ‘만보산(萬寶山) 사건’의 진상이 와전되자 조선 전역에서 화교(華僑) 배척이 벌어졌다. 평양에서는 3000명 넘는 군중이 중국인 민가를 습격하고, 돌을 던지고, 화교를 폭행했다. 집계에 따라 다르지만 당시 조선인의 손에 죽은 화교 사망자만 200명가량에 이르렀다. 조선의 화교 경제가 한때 초토화한 엄청난 사건이지만 역사 서술에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오늘날에도 한국에서 화교가 화제에 오르는 건 연예인이나 기업인의 국적 정도다. 화교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존재한 외국인 노동자이자 상인이지만, 그들을 배척하고 없는 이들처럼 취급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한반도 화교사’는 1880∼1940년대 한반도 화교의 역사를 종합한 연구서이고, ‘화교가 없는 나라’는 이를 대중적으로 풀어 쓴 책이다. 1882년 임오군란이 발생하자 명성황후의 요청으로 청나라 군인 3000명이 조선에 파견됐다. 이때 함께 건너온 상인들이 한국 화교의 시작이다. 예나지금이나 이주의 주요 동기는 임금 격차다. 1920년대 초 기준 조선 농부의 임금 수준은 중국 산둥성보다 약 2.8배 높았다. 광산과 공장의 노동자 수요도 많았다. 화교들이 조선으로 밀려들었다. 화교 용어에 삼파도(三把刀)라는 말이 있다. 식칼과 가위, 면도를 가리킨다. 화교들은 이 세 종류의 칼을 지니고 이주해 중화요리점, 양복점, 이발소를 차렸다. 일제강점기 중화요리점은 화교배척사건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성장했고, 1960년대까지도 전국 중화요리점 95%를 화교가 경영했다. 1897년 ‘독립신문’에 광고를 낸 ‘원태양복점’의 주인도 화교다. 1900년대 생겨난 화교 이발소는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아 조선인과 일본인 이발소들이 규제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할 정도였다. 화교는 주단포목(면직, 마직, 견직물을 통칭) 판매의 3할을 차지할 정도로 세력을 형성했다. 1938년 노래 ‘왕서방 연서’에 등장하는 ‘비단이 장수 왕서방’이 바로 그들이다. 이 밖에도 화교들은 솥과 양말 제조, 채소 재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의 ‘큰손’이 됐다. 명동성당의 시공을 주도한 건축기술자도 벽돌 건축 기술을 갖고 있던 화교다. 책은 이 같은 화교의 역사를 차근차근 서술해 나간다. 저자는 “근대사를 일본의 침략·식민통치와 민중의 저항 구도로만 서술하면 화교의 경제, 사회활동은 설 자리를 잃는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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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땀만 있었나” 출판인 반발

    세상 참 편해졌다. 책의 내용 일부가 필요할 때 책을 사지 않고 가까운 서점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필요한 페이지만 사진으로 찍는 이가 드물지 않다. 책을 소유한 지인에게 필요한 부분의 사진을 메신저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만큼 책이 안 팔리니 출판사들은 울상이다.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콘텐츠의 복제 전송이 점점 간편해지는 건 가뜩이나 불황을 겪는 출판계에 위협이다. 출판계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최근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복전협)를 탈퇴하고, 독자적인 저작권 보호단체를 설립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갈등의 발단은 이른바 ‘수업 목적 보상금’의 분배 문제다. 대학은 수업에서 필요한 저작물 일부를 쓴다. 책의 일부를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 주거나 강의용 웹하드에 파일 형태로 올려 공유하기도 한다. 물론 보상은 한다.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수 없으니, 대학이 학생당 일정 금액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단체인 복전협에 낸다. 연간 약 25억 원 규모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저자)에게만 보상금 지급 의무를 두고 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액수가 극히 작은 도서관 보상금(도서관에서의 복사에 대한 보상금)은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출판사)에 나누어 주도록 규정했으면서, 수업 목적 보상금은 저자에게만 주도록 한 건 저작권법의 모순”이라면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출협은 20일 ‘2018 출판경영자세미나’에서 복전협과 저작권 관리 신탁 계약을 맺은 개별 출판사 200여 곳에 신탁 해지를 요청했다. 학술서를 주로 내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복전협은 출판물의 무단 복제에 대응하는 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판면권(版面權)’을 저작인접권으로 보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판면은 말 그대로 인쇄된 책의 면(여백 제외)을 일컫는다. 곡(曲)의 경우 작사·작곡자 외에도 노래를 부른 실연자나 음반제작자 등이 저작권과 유사한 저작인접권을 가진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책 판면 뒤에는 기획과 저자 발굴, 편집, 디자인, 교정 등 출판인의 노력이 들어 있지만 그에 대한 권리인 판면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허락 없이 종이책과 판면이 똑같은 PDF 전자책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려 팔아도 저자의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만 종이책 출판권만 있는 출판사라면 권리 침해를 인정받기 어렵다. 판면권을 도입하면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매절 계약’(저작권 양도 계약) 관행 탓에 저자의 권리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출판권을 지나치게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출협은 “과거의 관행이며, 최근 실태조사에서 ‘매절 계약’은 극히 일부”라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저자와 출판사가 계약 시 보상금 분배 관련 조항을 명시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문영호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은 전화 통화에서 “수업 목적 보상금의 출판권자 의무 분배나 포괄적 판면권의 도입은 역으로 저자의 권리를 잠식할 소지가 있다”면서 “그 대신 ‘사적복제보상금’(스마트폰 등 복제가 가능한 기기를 구입하는 이들이 보상금을 내는 것)이나 ‘공공대출권’(도서관 도서 대출에 대해 국가가 저작권료를 지불) 제도 도입을 검토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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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트 시그널’과 ‘사랑의 스튜디오’의 차이? 2019년 트렌드 예측해보면…

    “최근 관찰예능 프로그램인 채널A ‘하트 시그널’과 1990년대 ‘사랑의 스튜디오’의 차이가 뭘까요? 패널의 존재입니다. 과거에는 시청자가 직접 감정을 느끼고 해석했지만 요즘은 패널들이 대신 분석해줍니다.” 2007년부터 ‘트렌드 코리아’를 발표하며 다음해 소비 경향을 예측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58)가 ‘트렌드 코리아 2019’(미래의 창·1만7000원) 출간을 맞아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책의 대표 저자인 김 교수는 “내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감정 표현에 서툰 ‘밀레니얼 세대(2000년 이후 성인이 된 2030세대)’들을 대신해 화내고 욕하고 슬퍼하는 ‘감정 대리인’ 서비스의 확산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트렌드 코리아’가 지난해 예측한 키워드 가운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은 실제로 올해 한국 사회의 주요 세태로 현실화됐다. 김 교수는 “이런 키워드가 나도 놀랄 만큼 많이 확산됐다”며 “2019년 트렌드를 연구하면서 사회 각 분야 트렌드를 쫓는 ‘트렌드 헌터’를 기존 약 200명에서 300명으로 늘려 선발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9년 트렌드를 ‘소비의 세포분열’로 요약했다. “원자화, 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10가지 핵심 키워드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에 따른 제품 콘셉트의 소비 측면을 강조한 ‘콘셉트를 연출하라’와 파워 인플루언서들의 1인 마켓을 뜻하는 ‘세포 마켓’, 신선함이 더해진 복고 ‘요즘 옛날, 뉴트로’ 등을 발표했다. 이밖에 ‘밀레니얼 가족’과 ‘필(必) 환경’ ‘데이터 지능’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매너 소비자’ 등을 포함했다. 김 교수는 그간 ‘트렌트 코리아’의 예측 가운데 2016년 전망했던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꼽았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브랜드를 중시했는데, 이 때부터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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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오면 광화문광장은 도서관이 된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이 야외 도서관으로 변신한다. 독서를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포럼도 열린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조직위)는 26, 27일 이틀간 낮 12시∼오후 8시 광화문광장에서 ‘라이프러리’(Lifrary·‘Life’와 ‘Library’의 합성어)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시민과 가까운 곳에 독서문화공간을 만드는 행사의 일환으로 광화문광장에는 책 4000권이 꽂힌 책장이 들어선다. 어린이책 책장과 놀이터, 텐트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캠핑’, 미니 콘서트, 선정된 책을 판매하는 북 트럭 등을 선보인다. 또 이동진 영화평론가, 박상미 임경선 작가, 이명현 천문학자 등의 릴레이 북 토크도 열린다. 부산과 제주,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에 이어 올해 4번째 행사다. 조직위는 또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읽기의 과학, 왜 책인가’를 2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독서는 공감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키는가’(레이먼드 마 캐나다 요크대 교수), ‘읽기를 격려하기 위한 부모의 역할’(마거릿 머가 호주 이디스카원대 교수), ‘뇌를 만드는 독서, 왜 종이책이 필요한가’(사카이 구니요시 일본 도쿄대 교수), ‘독서와 진화, 왜 읽어야 하는가’(장대익 서울대 교수) 등의 주제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5개 나라 인문·학술 분야 출판인들이 출판문화의 상호 교류와 육성을 모색하는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24, 25일 경기 부천시 부천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린다. 2005년 시작한 이 회의는 동아시아의 주요 책 100권을 선정하고 서로 번역 출간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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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창 교수, 400년 전통 伊저명학회 정회원 돼

    문학, 철학 등의 석학으로 강연과 저술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81)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9일(현지 시간) 유서 깊은 이탈리아 학회 ‘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의 정회원으로 임명됐다. 주교황청 대사를 지낸 한홍순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75)도 이날 명예회원으로 위촉됐다. 1620년 그림과 조각 등을 가르치기 위해 페데리코 보로메오 추기경이 설립한 기관을 전신으로 하는 이 학회는 이탈리아 최고 수준의 학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609년 문을 연 암브로시아나 도서관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촉진, 여러 문화 사이의 교류를 목표로 하며,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학자 350여 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한다. 현재 이 학회는 그리스·라틴, 이탈리아, 슬라브, 극동, 아프리카 등 8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극동 분과는 중국과 일본, 인도 등 3개 세부 분과가 있다. 한국인 정회원은 2015년 고은 시인에 이어 김 교수가 두 번째다. 이번 회원 위촉을 계기로 한국 분과가 추가돼 유럽에서 한국학 연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틀 동안 밀라노에서 열린 정기 학술대회에서 김 교수는 “문명의 전통이 깊은 이탈리아에서 세계 여러 지역의 문명을 종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앞으로 인류와 문명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모색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윤리주의에서 민주주의로: 한국에서 근대로의 이행’을 주제로 발표했고, 한 교수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의 도전’을 주제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조건을 소개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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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건국 자료 집대성 ‘북조선실록’ 30권 발간

    북한의 건국 과정이 담긴 내부 자료를 일기처럼 집대성한 ‘북조선실록’(사진)이 발간됐다. 북한대학원대는 경남대와 함께 1945년 8월 15일부터 1949년 6월 30일까지의 북한 사료를 연도별, 날짜별로 정리한 ‘북조선실록: 년표와 사료’ 1∼30권을 최근 출판했다고 밝혔다. 20년 이상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인 이 자료집은 총 2744만 자(200자 원고지 약 13만7228장)의 방대한 분량으로 북한 연구에 필수적인 사료를 담고 있다. 북한 기관들이 발간한 기관지인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 ‘민주청년’ ‘민주조선’ ‘평양신문’을 비롯해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공식 사료가 시간 순으로 재편집돼 담겼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광복 이후 북한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이슈가 망라됐다”며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획과 사료 선별 등을 총괄한 김광운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북한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자료가 부족했는데 광복부터 6·25전쟁 전까지 자료는 더욱 그러했다”며 이번 사료집 간행의 의미를 밝혔다. 그는 “내년부터 해마다 60권씩 추가로 발행해 1990년대 중반까지의 사료를 모두 1000권으로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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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돈-치정 얽힌 살인… 조선 평민의 욕망을 엿보다

    100여 년 전 검시 결과와 사건 관련자 취조 내용을 기록한 ‘검안(檢案)’ 문서 500여 종을 바탕으로 살인사건을 살펴본 책이다.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잘 알려졌지만 조선시대라고 무조건 ‘네가 네 죄를 알렸다’는 식으로 수사를 한 건 아니었다. 1904년 경북 문경군에서 ‘상놈’에게 겁탈당한 양반 여성 황씨가 목을 매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문경군수 김영연은 사인(死因)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사항이 서술된 법의학서 ‘증수무원록언해’에 따라 황씨 시신을 검시했다. 시신은 피부가 붉고 푸르게 얼룩덜룩했고, 목 졸린 흔적이 ‘일(一)’자였을 뿐 아니라, 줄이 매였던 서까래의 줄 자국이 어지럽지 않고 먼지 위에 한 줄로 선명했다. 증수무원록언해에 따르면 이런 경우는 구타당한 뒤 목 졸려 살해당한 것. 군수가 이런 증거를 바탕으로 다그치자 남편 안재찬은 범행을 실토했다. 조선 과학수사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죽음은 ‘명예’와 관련된 것이 적지 않다.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살인사건을 통해 당대 평민들의 심성(心性)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악명(惡名)을 입고 부명(負命·목숨을 저버리다)에 가오니 어찌 절통하지 않으리오.…살다가 누명을 입고 끝을 여미지 못하고 이 지경을 당하니….” 1899년 충남 서산군에 살던 유씨 부인의 유서다. 그는 남편의 삼년상을 치르는 도중 행실이 나쁘다는 악의적 소문이 돌자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독을 마셨다. 유서는 자신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적 없다”고 항변한다. 당시 여성들은 ‘정조를 잃었다’는 소문에 격분하지 않으면 짐승만도 못하다고 질타당했고, 격분하면 편협하다고 손가락질 받았다. 음란하다고 비난받은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여성들은 ‘이중의 질곡’에 시달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범죄는 인간 욕망의 단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당대 살인사건에서 ‘군자가 되려는 욕망’이 발견된다고 봤다. 정조 임금이 ‘만인의 군자 화’를 설파한 이래 성리학은 평민에게도 퍼져나갔고, 책이 다루는 19세기 말에는 더욱 확대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명예를 중시하라는 성리학의 주문에 많은 소민(小民·평민)이 호응했고, 패륜에 공분했지만 그럴 만한 일과 아닌 일이 뒤섞였다”고 했다. 취조 기록인 공초(供招)에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평민과 부녀자의 목소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혹시 과거 관청에서 문초(問招)를 받던 이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당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자임을 실제보다 더 강조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오늘날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이들이 ‘성실한 납세자’임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우국지사인지 탐관오리인지 헷갈리는 한 군수의 죽음, 동학교도의 복수와 그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복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사통(私通)했다는 누명을 씌우다 벌어진 살인 등 여러 사건이 이어진다. 갈래를 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뒤엉켜 있지만 이를 통해 조선 시대 보통 사람들 일상의 기쁨과 슬픔, 놀라움과 두려움을 관찰할 수 있다. 상당수가 금전문제나 치정이 발단이 돼 벌어지는 오늘날 범죄 사건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도 흥미롭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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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고양이를 섬기는 인간

    최근 일본의 한 소도시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동네 길고양이가 우리와 달리 다가가도 도망을 치지 않더군요. 평소 사람에게 위협당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최근 번역된 ‘고양이털로 펠트 만들기 1·2’(츠타야 카오리 지음·캣박스) 같은 책도 나오나 봅니다. 애묘인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고양이털을 활용하는 법이 담겼습니다. 고양이털은 양털과 달리 짧고, 곱슬하지 않아서 펠트(섬유를 얽어 압축한 것)로 강하게 얽히지는 않는답니다. 그래도 고양이털로 만든 고양이 마스코트는 참 귀엽습니다. 신간 ‘고양이 다이어리 북’(이용한 지음·상상출판)이 인용한 고양이 관련 명언을 다시 옮겨봅니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명예를 걸고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미셸 투르니에) “고양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을 섬겨야 한다는 정설을 깨뜨리러 이 세상에 왔다.”(폴 그레이) “고양이는 인간에게 수수께끼로 남기로 작정했다.”(오이겐 스카사바이스) 참으로 ‘묘(猫)한’ 녀석입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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