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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천주교 성당 방화를 예고하는 글이 추가로 올라왔다. 천주교에서 예수의 몸으로 여기는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온 다음 날이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11일 오후 7시경 워마드에는 ‘오는 15일 한 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주황색 플라스틱통에 기름을 담는 사진과 함께 “임신중절을 합법화할 때까지 천주교와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글쓴이는 추가로 “소라넷, 일베 등 온갖 남초 사이트에서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하고 강간 모의, 집단강간 인증할 때나 순찰 강화하지 그랬냐”고 비난 글을 올렸다. 현재 워마드에는 신성모독 외에 ‘낙태 인증’ ‘소년 살인 주장’과 같은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8일에는 미성년 남성을 과자, 초콜릿을 준다고 유인해 살해했다는 글이 올라 왔다. 글쓴이는 “살인 후 모텔에서 이틀간 (시체를) 해체했고 뒷산에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산속에서 워마드를 상징하는 모양의 손가락을 찍은 인증샷과 함께였다. 같은 날 혈흔이 가득한 변기 사진과 함께 국내에선 금지된 경구용 낙태약 미프진을 이용해 낙태를 했다는 내용의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의 글들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 폐쇄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워마드의 성체 훼손 사건을 교황청에 보고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는 12일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심각한 모독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교리에 어긋나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교황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앨프리드 슈에레브 몬시뇰 주한 교황대사를 통해 교황청 신앙교리부에 공식 보고서를 올린다.○ ‘페미니즘 혐오’ 낳는 워마드 행보 워마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페미니즘 혐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마드에는 최근 많은 여성이 참여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시위’를 옹호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 ‘워마드=페미니스트’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워마드는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며 지난해 1월 처음 열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정확한 이용자 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소수의 여성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보가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게시글은 280여 건, 글 1건당 댓글은 10여 개, 조회수는 20∼6000건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스트로 추천되는 글도 조회수가 천 단위에 불과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조회수가 1만도 안 되는 성체 훼손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고 천주교가 공식 대응하면서 워마드에 한국 페미니즘의 과잉 대표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워마드=페미니스트’라는 인식 때문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페미니즘 재갈’에 물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직장인 한모 씨(27·여)는 “대학 때 여성학 수업을 듣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워마드 논란이 언론에 크게 다뤄지면서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워마드 유저로 오해받는 분위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를 안 꺼내게 된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정훈·이지운 기자}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천주교 성당 방화를 예고하는 글이 추가로 올라왔다. 천주교에서 예수의 몸으로 여기는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온 다음 날이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11일 오후 7시경 워마드에는 ‘오는 15일 한 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주황색 플라스틱통에 기름을 담는 사진과 함께 “임신중절을 합법화할 때까지 천주교와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글쓴이는 추가로 “소라넷, 일베 등 온갖 남초 사이트에서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하고 강간 모의, 집단강간 인증할 때나 순찰 강화하지 그랬냐”고 비난 글을 올렸다. 현재 워마드에는 신성모독 외에 ‘낙태 인증’ ‘소년 살인 주장’과 같은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8일에는 미성년 남성에게 과자, 초콜릿을 준다고 유인해 살인했다는 글이 올라 왔다. 글쓴이는 “살인 후 모텔에서 이틀간 (시체를) 해체했고 뒷산에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산속에서 워마드를 상징하는 모양의 손가락을 찍은 인증샷과 함께였다. 같은 날 혈흔이 가득한 변기 사진과 함께 국내에선 금지된 경구용 낙태약 미프진을 이용해 낙태를 했다는 내용의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의 글들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 폐쇄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워마드의 성체 훼손 사건을 교황청에 보고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는 12일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심각한 모독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교리에 어긋나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교황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알프레드 수에레브 몬시뇰 주한 교황대사를 통해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공식 보고서를 올린다.● ‘페미니즘 혐오’ 낳는 워마드 행보 워마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페미니즘 혐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마드에는 최근 많은 여성이 참여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시위’를 옹호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 ‘워마드=페미니스트’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워마드는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며 지난해 1월 처음 열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정확한 이용자 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소수의 여성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보가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게시글은 280여 건, 글 1건당 댓글은 10여 개, 조회수는 20~6000건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스트로 추천될 글도 조회수가 천 단위에 불과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조회수가 1만도 안 되는 성체 훼손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고 천주교가 공식 대응하면서 워마드에 한국 페미니즘의 과잉 대표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워마드=페미니스트’라는 인식 때문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페미니즘 재갈’에 물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직장인 한모 씨(27·여)는 “대학 때 여성학 수업을 듣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워마드 논란이 언론에 크게 다뤄지면서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워마드 유저로 오해받는 분위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를 안 꺼내게 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천주교의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10일 올라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에서 성체는 빵의 형상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을 상징한다. 이 때문에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체를 신성시하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천주교 측은 11일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10일 ‘워마드’ 게시판에는 ‘예수 ×××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익명의 글쓴이가 자신이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에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독하는 욕설을 쓴 뒤 이를 불로 태워 훼손한 사진을 게시한 것이다. 해당 글에는 천주교가 낙태죄 폐지와 여성인권에 반대한다며 성체를 훼손한 이유가 적혀 있다. 글쓴이는 “그냥 밀가루 구워서 만든 떡인데 천주교에서는 예수××의 몸이라고 ××떨고 신성시한다.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를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 떠는데 천주교를 존중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또 “밀가루를 구워 만든 과자를 두고 예수라고 말하는 게 황당하다. 난 오로지 성별이 여자인 신만 믿는다”고 썼다. 게시글이 온라인에 급속히 퍼지면서 천주교를 모독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체 훼손 글과 사진을 올린 사람을 처벌하고 워마드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수십 건 게재됐다. 한 청원자는 “이번 사건은 일반 국내 사건이 아니라 국제 이슈가 될 문제”라며 “성체를 훼손한 과정과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야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11일 ‘워마드’에는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성체 훼손 글이 올라왔다. 피 묻힌 성체를 유리컵에 담근 사진이다. 글쓴이는 예수를 가리켜 ‘꽃뱀 같은 ×’이라고 적고 “여기저기 몸 팔고 다니는 국제 ××”라고 비난했다. 천주교 측은 ‘워마드’의 성체 훼손 행위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발표문에서 “이는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이며 개인의 일탈이라 할지라도 종교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온 모든 종교인에게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또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일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보편적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고 법적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정양환 기자}

남편의 매질은 37년 전 시작됐다. 결혼 첫해 만삭인 그를 남편은 삽으로 두들겨 팼다.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집안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며 돌아갔다. 가까스로 유산 위기를 넘겨 아이를 낳았다.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무렵 남편의 외도를 알았다. 그는 말다툼 중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양쪽 가슴을 찔렸다. 이혼하고 싶었지만 두 아들이 떠올랐다. 그의 가슴엔 당시의 상흔이 남아 있다. 남편의 폭력은 일상이 됐다.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에 팽개쳐져 기절하고 골프채나 부탄가스통에 맞아 응급실에 실려 갔다. 성인이 된 두 아들과 며느리는 그에게 “이러다 죽는다. 제발 이혼하시라”고 빌었다. 그가 남편을 죽인 건 2017년 5월이다. 남편은 모임에 다녀온 그의 머리채를 잡고 방바닥에 패대기쳤다.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남편은 빨래걸이로 쓰러진 그를 때리고 유리잔과 진열장의 수석을 던졌다. 평소였으면 맞고 끝날 일이다. 술에 취한 그는 남편이 던진 돌을 손에 쥐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편은 죽어 있었다. 그리고 “차라리 이혼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매 맞다 남편 죽인 아내’의 정당방위 논란 대법원은 37년간 함께 산 남편을 살해한 아내 김모 씨(61)에게 2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먼저 때린 건 남편이지만 ‘정당방위’는 인정받지 못했다. 오랜 폭력으로 김 씨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피학대여성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심신상실’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변호를 맡은 이명숙 변호사는 “사건 당일뿐 아니라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칼로 죽이겠다’는 남편의 위협을 받았다. 피고인이 스스로 방어하지 않았으면 말 그대로 ‘맞아 죽었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매 맞다 남편 죽인 여성’의 정당방위가 국내에서 인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가 1990년부터 올 7월까지 관련 판례를 분석한 결과 ‘정당방위’로 형사책임을 면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형사정책연구원 조사(1990∼2010년)에 따르면 피해 여성 10명 중 4명(44%)이 ‘정당방위’ ‘과잉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단 한 차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은 대부분 극단적 상황에서 ‘최후의 방어’에 나섰다. 판례 등에 따르면 한 여성은 25년간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에 시달렸다. 그로 인해 큰딸이 자살하는 걸 보고 다투다 남편을 살해했다(2017년). 15년간 폭행당한 한 여성은 자식 앞에서 성폭행당하고 딸이 성추행당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2005년).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 대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여성들이 ‘자력구제(自力救濟)’로 남편 살해를 선택한 건 수사기관의 개입이 불충분한 탓도 있다. 한국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을 다룰 때 ‘가정 내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겨 수사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반면 미국에서 가정폭력은 모두 형사사건이다. 그래서 일단 가해자를 체포하고 피해자를 안전하게 격리한다. 아내가 남편 살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까지 몰지 않는 것이다.○ ‘가정폭력 특수성’ 감안해 정당방위 인정 필요가정폭력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요건도 외국에 비해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국내 정당방위의 기준은 크게 3가지다. 위협이 임박해야 하고, 방어 행위는 최소화돼야 한다. 또 살해까지 이르게 된 경위보다 생명이 침해됐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외국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반복된 폭력으로 ‘공격이 임박했다는 공포’만 느껴도 위협이 크다고 본다. 또 ‘남편 살해’에 이르기까지 경위를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폭력을 물리친 것이라면 정당방위를 인정한다. 2010년 호주, 2012년 프랑스에선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우리에 갇힌 채 끊임없이 학대받는 동물과 비슷한 트라우마를 갖는다. ‘남편 살해’라는 극단적인 방어로 이어지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해 12월 ‘가정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가정폭력을 피하려다 발생한 행위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비공개 촬영회’에 참가한 여성 모델들로부터 고소당한 사진스튜디오 실장 정모 씨(42)가 북한강에 투신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 미사대교를 지나던 한 운전자가 “하얀 물체가 강으로 떨어졌다”며 신고했다. 도로 갓길에는 정 씨 소유의 차량이 서 있었다. 정 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유서에는 “모델들의 거짓말에 의존한 수사다. 추행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이 사실이 되고 언론 보도도 왜곡, 과장돼 힘들다. 죽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 모델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과 계약서 등을 근거로 “추행이나 촬영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여성을 무고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기도 했다. 경찰은 정 씨가 스스로 북한강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일대를 수색 중이다. 정 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마지막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정 씨는 5차례 조사를 받았다. 5일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고소장이 추가로 접수됐다. 정 씨로부터 노출 촬영 요구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8명이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과격 성향 여성주의 사이트인 ‘워마드’에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 피해자의 나체사진이 다시 올라와 ‘워마드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올 5월 이 사이트에 올라왔던 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부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원본 그대로다. 현재 사진은 다른 사람의 사진과 합성되거나 모델을 비방하는 욕설 등과 함께 쓰이며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워마드’에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가 열린 7일 자정 무렵 ‘어차피 남모델 원본 100번 올려도 워마드 못잡는다ㅋ’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남성 누드모델의 노출사진과 함께 “소라넷 27년 동안 못 잡은 거 해외서버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경찰청장이 말했다. 워마드는 해외 서버인데 수사해서 잡아내면 그 날로 혜화역 시위 10만 돌파하고 100만까지 간다”고 주장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부각하려는 내용이다. 해당 글은 9일 오후 8시 현재 조회수 2000을 돌파하고 남성모델을 비방하는 욕설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경찰은 ‘워마드 2차 가해’에 대해 아직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별다른 고소장도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가수 김광석 씨의 부인 서해순 씨(53)가 남편과 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고발뉴스 기자 이상호 씨(50)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이 씨는 객관적 합리적 근거 없이 주변 진술과 정황만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일 이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며 이렇게 밝혔다. 이 씨와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을 제작한 영화사 대표와 제작이사도 함께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30일 개봉한 영화 ‘김광석’이다. 영화 제작과 개봉을 계기로 수면 아래에 있던 ‘김광석 타살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동시에 서 씨는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악녀(惡女)’로 낙인 찍혔다. 이 씨가 영화 등에서 제기한 주요 의혹은 김 씨 타살과 서 씨의 저작권 강탈, 딸 김서연 양(당시 16세) 유기치사다. 서 씨가 김 씨 살인사건에 개입했고 강압적으로 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으며 심각한 폐질환을 앓던 서연 양을 방치해 죽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씨는 영화와 각종 인터뷰 등에서 공공연하게 서 씨를 ‘김광석 타살 주요 혐의자’라고 주장했다. 숨진 김 씨가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는 주변인 진술과 현장에 강력범죄 포함 전과 10범인 서 씨의 오빠가 있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변사 기록과 부검감정서를 다시 분석하고 부검의 등 34명을 조사한 뒤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서 씨의 오빠도 강력범죄 전과가 없었다. 저작권 강탈 의혹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근거가 없었다. 법원은 이미 서 씨와 딸 서연 양에게 고인의 저작권이 상속됐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강압’을 인정할 아무 증거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소송기록을 뒤집을 만한 객관적 증거 없이 김 씨 유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인용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서연 양의 죽음을 뒤늦게 알고서 41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서 씨가 딸을 방치해 죽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씨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로부터 넘겨받은 병원 관계자의 메시지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연 양 사망 당시 장례식을 치르지 않았고 병원 도착 때 이미 숨진 상태였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이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여 년 전 경찰의 초동수사 문제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 진실 추구를 위해 노력해온 언론의 문제 제기를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기준으로 판단한 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서 씨 변호를 맡은 박훈 변호사는 “이 씨가 잘못된 주관을 가지고 한 사람을 연쇄살인범으로 몰고 간 사건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제대로 취재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사과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는 태도가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주 52시간 일한다고 회사가 성과 목표를 낮추지는 않습니다. 임원으로 승진하려면 어떻게든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데 직원들 야근을 시킬 수도 없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기업 건설사에 근무하는 A 부장(50)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부장 6년 차인 그는 1, 2년 안에 눈에 띄는 수주 성과를 내 임원으로 승진해야 회사를 몇 년 더 다닐 수 있다. 건설 경기 불황으로 성과 압박은 계속 가중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부원들의 ‘칼 퇴근’을 보장해줘야 한다. A 부장은 지난달부터 회사 방침에 따라 부원들을 모두 오후 5시에 퇴근시키고 있다. ○ “‘칼 퇴근’ 시키면서 성과 내야” 부서의 성과와 부원들의 근무시간을 비롯한 근태 관리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부장들에게 주 52시간 근로제는 도전이자 압박이다. 대기업 주력 전자 계열사의 B 부장(51)은 25일 “거래처와의 저녁 일정이 많아 주 52시간에 맞추면 도저히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저야 앞으로도 눈치껏 야근을 하겠지만 부원들 사이에서 ‘부장 때문에 편하게 퇴근을 못 하겠다’는 뒷말이 나올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부원들이 주 52시간 위반으로 사업주를 고발할 경우 책임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게 부장들이다. B 부장은 “자칫 잘못하면 대표이사가 고발될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 신경을 많이 쓸 텐데 내 밑의 직원이 고발하면 ‘부실 관리’ 책임을 내가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석유화학에너지 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C 부장(44)은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회사가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정확하게 시간 관리가 될지 모르겠다”며 “회사나 윗사람에게 불만을 품은 직원이 매일 초과 근로시간을 따로 기록했다가 퇴사하면서 ‘리벤지(보복) 고소’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부장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업무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부장들도 적지 않다. 전자업체의 D 부장(51)은 “20년 넘게 거의 매일 오후 10시까지 야근하면서 자발적으로 야근수당을 신청해본 적이 없다. 이 습관이 당장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회식이나 야유회는 많이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E 부장(55)은 “해외 주식시장과 연동되는 펀드같이 다양한 상품이 있어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해선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다. 어느 직군이나 ‘플러스알파(+α)’를 위해서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대상이 아닌 임원의 근무시간에 맞춰야 해서 주 52시간을 지킬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부장들도 있다. 건설사의 F 부장은 25일 “법보다는 임원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분이 퇴근해야 나도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생산성 오를 것” 하지만 일부 부장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면 ‘일감 부풀리기’ ‘근무 태만’ ‘눈치 야근’ 같은 관행이 사라지고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마케팅 부서의 G 부장은 “그동안 몇몇 부원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일부러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 7월부터는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쳐야 하니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주 40시간 근로를 시행 중인 외국계 기업 H 부장(45·여)은 “근로시간을 줄이니 확실히 근무시간에 집중하게 된다. 처음엔 부작용도 있었지만 정착되고 나니 여가 시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결과적으로 회사 성과에 기여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거듭되는 ‘실패’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요“지금 낳아도 노산(老産)이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빨리 낳아.” 회식 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부장님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신혼을 더 즐기고 싶다는 핑계를 댄 지 어느덧 4년. 저는 올해 서른여덟, 남편은 마흔이에요. 학위 따고 일자리까지 구하느라 졸업도, 결혼도 늦은 우리는 난임(難妊) 부부입니다. 둘 다 나이가 있어 결혼 첫해부터 임신을 원했지만 잘 안 됐어요. 인공수정을 세 번 실패하고 다음 달 시험관 배아이식을 앞두고 있어요. 양가 부모님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제가 난임이라는 사실을 몰라요. 동정이든 위로든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 비밀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 눈에는 제가 일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이기적 여자’로 보이나 봐요. “지금은 신혼이니까 좋지. 나중엔 애 때문에 살아” “승진의 기쁨보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 큰 걸 모르네”라며 늘 저를 설득하려 하죠. 다들 제가 난임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겠지만, 죽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울컥 눈물이 납니다. 각자 사정이 있는 2세 문제, 이젠 묻지 않는 게 예의 아닐까요. ■ 가족관계 서먹, 대인기피증도 생겨… 세심한 배려 필요 10년간 수백 쌍의 난임 부부를 봐온 산부인과 전문의입니다. 갈수록 만혼(晩婚)이 대세가 되면서 한 해가 다르게 저를 찾는 부부가 늘고 있죠. 재작년 난임 환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아이를 원치 않는 ‘노 키즈(no kids)’ 부부가 적지 않은 시대지만 저를 찾는 부부들은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원합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신체적 고통이 따르는 시술을 마다하지 않고, 직장까지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임 부부들은 거듭되는 실패만으로 충분히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주변의 ‘지나친 관심’입니다. 결혼만 했다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2세 계획’을 묻거든요. 한국 사회는 결혼과 출산을 성인이 꼭 거쳐야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듯합니다.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만나려 노력하는 난임 부부에게 주변인들의 섣부른 관심은 스트레스, 아니 ‘폭력’입니다. 3년째 저희 병원을 찾는 은주(가명·39) 씨는 자신이 ‘아이를 낳기 위한 짐승’이 된 것만 같다고 호소합니다. 난자가 많이 나오도록 은주 씨는 매일 집에서 배에 직접 주사를 놓습니다. 호르몬으로 기분 변화가 심해지는 건 기본입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구토가 나오는 임신 초기 증상을 겪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드디어 임신한 거냐”고 묻습니다. 이중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맞고 나면 엉덩이가 돌처럼 단단해져 일명 ‘돌주사’로 불리는 착상 주사도 맞아야 합니다. 시험관 시술을 한 날은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찬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배와 엉덩이가 온통 주삿바늘 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는 은주 씨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이럴 때 “마음 편히 가져라”는 조언을 하거나 ‘임신에 최고’라며 민간요법이나 한의원 이름을 알려주는 건 위로가 안 됩니다. 난임 부부들은 이미 안 해 본 게 없거든요. 은주 씨는 “피해의식인 건 알지만 때론 주변 사람의 위로가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며 “누구는 마음만 편하게 먹어도 생기는 아이가 난 죽도록 노력해도 생기지 않는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했습니다. 실패가 반복되고 난임 상태가 길어지면 우울증이 오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난임 여성이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심하면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을 넘어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책망, 배우자에 대한 원망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 부부관계가 멀어지거나 가족 간 갈등을 겪기도 하죠. 박혜원 씨(가명·40·여)는 다섯 살 어린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결혼 첫해부터 임신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죠. 치료를 받은 지 어느덧 햇수로 5년이 돼 갑니다. 어느 날은 박혜원 씨가 퉁퉁 부은 눈으로 병원을 찾아와 오열하더군요. 시어머니가 시이모와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나이 든 며느리가 젊은 내 자식을 데려가서 대(代)가 끊기게 생겼다’고 했답니다. 박혜원 씨는 화가 나기보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져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대요. 그 후로 남편 얼굴을 보기 힘들어 2주 넘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대요. 시댁에 가면 변두리에만 있는 듯한 자신이 싫어진다네요. 난임으로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성훈(가명·36) 씨는 지난해 만난 환자입니다. ‘무정자증’으로 난임 판정을 받았죠. 얼마 전 상담센터를 찾은 성훈 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끊었다고 했습니다. 성훈 씨 친구들은 대부분 아빠가 됐다고 합니다. SNS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아이 사진만 봐도 성훈 씨는 질투와 좌절감, 죄책감이 밀려들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자연스럽게 부부 동반 모임을 피하게 되더랍니다. 예전엔 부동산이나 재테크가 주요 화제였던 친구 부부들과의 단톡방에서 이제는 ‘아이 키우기 힘들다’ ‘그래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최고다’라는 대화가 경쟁적으로 오간답니다. 그런 글을 보는 아내가 자신을 떠날까봐 두렵다고 합니다. 주변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그만큼 중요한 겁니다. 어찌 보면 아이를 갖는 것은 가정을 이룬 부부가 선택할 일일 뿐 다른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들이 묻거나 따질 일은 아니죠. 하지만 한국에선 이를 존중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난임이 소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착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난임 부부들도 자신의 상태를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난임은 흔한 일이고, 치료와 관리의 대상일 뿐 누구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차라리 “우리도 기다리고 있다” “아이를 가지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라고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수연 기자※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 등의 얘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재구성했습니다.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낳아도 노산(老産)이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빨리 낳아.” 회식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부장님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신혼을 더 즐기고 싶다는 핑계를 댄지 어느 덧 4년. 저는 올해 서른여덟, 남편은 마흔이에요. 학위 따고 일자리까지 구하느라 졸업도, 결혼도 늦은 우리는 난임(難妊) 부부입니다. 둘 다 나이가 있어 결혼 첫 해부터 임신을 원했지만 잘 안 됐어요. 인공수정을 세 번 실패하고 다음달 시험관 배아이식을 앞두고 있어요. 양가 부모님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제가 난임이라는 사실을 몰라요. 동정이든 위로든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 비밀로 했어요.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 눈에는 제가 일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이기적 여자’로 보이나 봐요. “지금은 신혼이니까 좋지. 나중엔 애 때문에 살아” “승진의 기쁨보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 큰 걸 모르네”라며 늘 저를 설득하려 하죠. 다들 제가 난임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겠지만, 죽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울컥 눈물이 납니다. 각자 사정이 있는 2세 문제, 이젠 묻지 않는 게 예의 아닐까요. 10년 간 수백 쌍의 난임 부부를 봐온 산부인과 전문의입니다. 갈수록 만혼(晩婚)이 대세가 되면서 한 해가 다르게 저를 찾는 부부가 늘고 있죠. 재작년 난임 환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아이를 원치 않는 ‘노 키즈(no kids)’ 부부가 적지 않은 시대지만 저를 찾는 부부들은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원합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신체적 고통이 따르는 시술을 마다하지 않고, 직장까지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임 부부들은 거듭되는 실패만으로 충분히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주변의 ‘지나친 관심’입니다. 결혼만 했다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2세 계획’을 묻거든요. 한국 사회는 결혼과 출산을 성인이 꼭 거쳐야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듯합니다.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만나려 노력하는 난임 부부에게 주변인들의 섣부른 관심은 스트레스, 아니 ‘폭력’입니다. 3년째 저희 병원을 찾는 은주(가명·39·여) 씨는 자신이 ‘아이를 낳기 위한 짐승’이 된 것만 같다고 호소합니다. 난자가 많이 나오도록 은주 씨는 매일 집에서 배에 직접 주사를 놓습니다. 호르몬으로 기분 변화가 심해지는 건 기본입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구토가 나오는 임신 초기 증상을 겪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주변사람들은 “드디어 임신한 거냐”고 묻습니다. 이중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맞고 나면 엉덩이가 돌처럼 단단해져 일명 ‘돌주사’로 불리는 착상 주사도 맞아야 합니다. 시험관 시술을 한 날은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찬물 한잔 먹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배와 엉덩이가 온통 주삿바늘 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는 은주 씨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이럴 때 “마음 편히 가져라”는 조언을 하거나 ‘임신에 최고’라며 민간요법이나 한의원 이름을 알려주는 건 위로가 안 됩니다. 난임 부부들은 이미 안 해 본 게 없거든요. 은주 씨는 “피해의식인 건 알지만 때론 주변사람의 위로가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며 “누구는 마음만 편하게 먹어도 생기는 아이가 난 죽도록 노력해도 생기지 않는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했습니다. 실패가 반복되고 난임 상태가 길어지면 우울증이 오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난임 여성들이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심하면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을 넘어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책망, 배우자에 대한 원망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 부부관계가 멀어지거나 가족 간 갈등을 겪기도 하죠. 박혜원 씨(가명·40·여) 씨는 다섯 살 어린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결혼 첫해부터 임신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죠. 치료를 받은 지 어느덧 햇수로 5년이 돼갑니다. 어느 날은 혜원 씨가 퉁퉁 부은 눈으로 병원을 찾아와 오열하더군요. 시어머니가 시이모와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나이 든 며느리가 젊은 내 자식을 데려가서 대(代)가 끊기게 생겼다’고 했답니다. 혜원 씨는 화가 나기보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져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대요. 그 후로 남편 얼굴을 보기 힘들어 2주 넘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대요. 시댁에 가면 변두리에만 있는 듯한 자신이 싫어 진다네요. 난임으로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성훈(가명·36) 씨는 지난해 만난 환자입니다. ‘무정자증’으로 난임 판정을 받았죠. 얼마 전 상담센터를 찾은 성훈 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끊었다고 했습니다. 성훈 씨 친구들은 대부분 아빠가 됐다고 합니다. SNS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아이 사진만 봐도 성훈 씨는 질투와 좌절감, 죄책감이 밀려들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자연스럽게 부부 동반 모임을 피하게 되더랍니다. 예전엔 부동산이나 재테크가 주요 화제였던 친구 부부들과의 단톡방에서 이제는 ‘아이 키우기 힘들다’ ‘그래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최고다’라는 대화가 경쟁적으로 오간답니다. 그런 글을 보는 아내가 자신을 떠날까봐 두렵다고 합니다. 주변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그만큼 중요한 겁니다. 어찌 보면 아이를 갖는 것은 가정을 이룬 부부가 선택할 일일 뿐 다른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들이 묻거나 따질 일은 아니죠. 하지만 한국에선 이를 존중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난임이 소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이제는 ‘착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난임 부부들도 자신의 상태를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난임은 흔한 일이고, 치료와 관리의 대상일 뿐 누구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도 기다리고 있다” “아이를 가지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라고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 등의 얘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재구성했습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인터넷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 등의 노출사진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음란물 제작 및 유통 과정이 사실상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가 일부 동호회의 비뚤어진 취미활동 차원을 넘어 음란물 ‘생산공장’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비공개 촬영회를 둘러싼 성폭력과 음란물 유통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본부 체제로 확대했다.○ 드러나는 ‘비공개 촬영회’ 실체 13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비공개 촬영회와 관련해 경찰이 입건한 피의자는 10여 명에 이른다. 경찰은 압수한 거래 내용과 e메일 목록 등을 통해 관계자를 추가 소환 중이라 피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 과정은 ‘촬영 강요→사진 거래→불법 유통’이다. 사전에 노출 수위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피해자를 유인해 촬영장에 오게 한 뒤 강요적인 분위기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불법적으로 거래 및 유포하는 방식이다. 입건된 피의자는 유형별로 △스튜디오 운영자 △직접 또는 대리 촬영자 △노출사진 수집자(컬렉터) △헤비업로더(Heavy uploader·인터넷에 대량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로 나뉜다. 경찰에 따르면 스튜디오 운영자 정모 씨(42)와 최모 씨(44)는 비공개 촬영회를 열고 참가비를 받았다. 피해 모델에게는 노출 수위를 명시하지 않고 유포하지 않겠다는 ‘거짓 조항’을 넣은 계약서를 건넸다. 폐쇄된 공간에 20∼30명의 촬영자가 모델 한 명을 둘러싸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노출이 많은 음란사진 촬영을 방조한 혐의다. 비공개 촬영회 참가자는 이른바 ‘직촬자’(직접 촬영한 사람)와 ‘대촬자’(대리 촬영한 사람)로 나뉜다. 입건된 촬영자 중 지모 씨(33)와 마모 씨(40)는 양 씨와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의 비공개 촬영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 씨는 ‘전문 대촬자’로 유명했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출사 대리 촬영’ 광고까지 올린 뒤 돈을 받고 대신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은 사진을 하드디스크에 담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 음란사진 ‘상습 유포’ 확인 경찰은 비공개 촬영회 사진의 전반적인 유통 과정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비공개 촬영회 사진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이른바 ‘컬렉터(수집가)’인 이모 씨도 있다. 이 씨는 마 씨 등 여러 촬영자에게 100여 차례에 걸쳐 대리 촬영을 부탁하면서 사진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참가비를 내고 비공개 촬영회에 나타난 것도 10차례 안팎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의 본업은 화물차 운전사로 알려졌다. 그는 비공개 촬영회 사진을 구입하기 위해 많을 때는 수백만 원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비업로더 강모 씨와 김모 씨는 비공개 촬영회 사진을 구입해 파일 공유 사이트에 대량으로 올려 돈을 벌었다. 특히 김 씨는 촬영자 지 씨와 직접 거래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음란물만 전문으로 인터넷에 유포해 수입을 올렸다. 과거에도 비공개 촬영회 사진을 유포해 두 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김 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김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팀점’ 보이콧 선언했어요.” 직장인 김성경(가명·34) 씨는 12일 후련하다는 듯 말했다. ‘팀점’은 같은 팀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을 말한다. 김 씨가 일하는 회사에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점심 때 팀장과 직원이 함께 식사하는 게 관례처럼 내려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 씨가 동료 2명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 전 회사가 내린 비(非)근로시간 자율 보장 지침이었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에 대비한 조치다. 김 씨는 “팀점을 하면 상사 잔소리 듣느라 괴로웠다. 사생활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도 귀찮았다. 이제는 점심시간만이라도 자유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헬스클럽에 다닐 계획이다.○ 비근로시간 ‘사수 작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회식과 야유회, 체육대회, 퇴근 후 상사의 업무 연락 등 그동안 근무나 다름없던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겠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전날 밝힌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활동들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업무 외 일이긴 하지만 회사 상사 및 동료와 관계된 모든 것을 뜻하는 이 활동들은 지금까지는 근로와 비근로의 경계에 있었다. 판례에 따르면 이 같은 비근로시간에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 및 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항상 상사의 지시와 감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방 공기업에 다니는 정모 씨(29·여)는 다음 달부터 부서 등산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등산모임은 관행적으로 한 달에 한 번 했다. 정 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업무 외 활동을 최소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등산모임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조직 분위기에 미칠 영향이 마음에 걸린다. 정 씨는 “선배들이 서운해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직장인 이모 씨(26·여)도 회식 보이콧을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는 회식이 있으면 당일 처리할 업무량을 늘리거나 외부 미팅을 잡는 방법으로 최대한 늦게 참석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이런 방법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아예 회식 자체를 불참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회사 내 ‘왕따’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 ‘자투리’ 근로는 여전 그러나 회사의 근무환경이나 분위기 탓에 쉽사리 비근로시간 지키기에 나서지 못하는 직장인도 많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상사의 요구를 바로 거절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퇴근한 뒤의 업무 연락같이 근로시간으로 잡히지 않는 ‘자투리 근로’는 사실상 막을 수도 없다. 중소기업 영업직인 강모 씨(42)는 업무 성격상 휴일에도 상사나 거래처에서 연락이 온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별로 없다. 강 씨는 “한 번 전화가 오면 같이 있는 가족은 통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한다. 휴일에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법률이 생기지 않는 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돼도 ‘휴일 근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2년 차 안모 씨(32)는 “일과 휴식의 균형, 워라밸을 찾아 삶을 충분히 누리자는 취지라고 생각하지만 근로시간만 줄인다고 해서 집단주의적인 직장문화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3일 무너져 내린 서울 용산구 상가건물 세입자들은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건물 붕괴 원인이 복합적이고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형사상 책임 소재 확인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4층 세입자 부상의 원인 제공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건물 안전관리 1차 책임자 건물주와 2차 책임자 구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만약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 해도 붕괴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 건물 1, 2층에 입주한 두 가게는 영업 손실, 집기와 인테리어 등 시설비, 권리금 같은 재산 피해를 입었다. 4층 세입자는 시설비와 치료비 등을 보상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형사처벌을 받거나 입건될 정도의 명확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법무법인 을지 차흥권 변호사는 “구체적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임차인은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어렵다. 건물 붕괴에 대한 감식 결과가 애매하게 나오면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정해지지 않아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시중은행 채용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함 행장은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영학)는 함 행장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25일 검찰은 함 행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함 행장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이 2013∼2016년 하나은행 신입채용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은 2016년 신입채용 당시 청탁을 받은 6명을 부당하게 채용하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같은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하도록 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2013년 하반기 신입채용 때는 서류전형 합격자 남녀 비율을 4 대 1로 정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남성 지원자를 우선 합격시키는 등 성차별 채용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하나은행 입사자 229명 가운데 32명이 부당 합격자로, 주요 인사 추천 특혜 16명, 남성 우대 2명, 특정 학교 우대 14명이다. 검찰은 하나은행이 사외이사나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들에게 임원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등 입사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서 24일에는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29일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올 2월 하나은행 채용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2015∼2016년 하나은행 인사부장이었던 송모 씨와 강모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4월 구속 기소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모델과의 거리는 2∼3m를 유지해야 해요. 사진은 가능하지만 영상은 안 돼요. 물론 ‘터치’도 절대 안 돼요….” 3년 전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공개 촬영회’에 참가했던 A 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이른바 ‘촬영 규칙’이다.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참가했다. 그는 “스튜디오 측이 모델의 노출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홍보한다. 호기심에 게시물을 클릭하면서 비공개 출사(출장사진)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예술성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공개 촬영회 사진의 상당수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예술사진과 거리가 멀다. 여성 모델의 자극적인 포즈는 물론 신체 일부를 노골적으로 포착한 사진이 많다. 심지어 남녀의 성관계 장면까지 찍은 사진도 확인됐다. 사실상 ‘포르노’에 가깝다. 게다가 일부 비공개 촬영회에서는 전체 진행 과정을 몰래 동영상으로 찍는다. 이렇게 생산된 사진과 영상이 오랜 기간 은밀하게 거래되며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신종 ‘포르노 산업’이라는 지적이다.○ 10여 년 전부터 은밀하게 퍼졌다 비공개 촬영회는 2005년 무렵 국내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본보가 취재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촬영회 콘셉트는 일본의 포르노 영상을 모방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사진 노출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은 이유인 셈이다. 비공개 촬영회 참가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른 참가자와 주고받는 게 관행이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유출자가 활동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공개 출사 교환·판매’ 관련 글이 수십 개나 올라와 있었다. 모델 한 명의 사진 수백 장이 1만∼5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3년가량 비공개 촬영회에 참가한 B 씨는 “한 번 참가비가 수십만 원이라 자주 갈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참가자가 찍은 사진을 e메일로 주고받는 게 보통이다”라고 털어놨다. 일부는 촬영 장면을 영상으로 찍기도 한다. 국내 주요 웹하드 3곳에서 비공개 촬영회 사진뿐 아니라 영상도 다수 확인됐다. ‘비공개 출사’라는 제목의 사진을 판매하는 C 씨는 “원래 출사 촬영 중에는 영상 촬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영상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사진과 달리 영상 속 모델들의 표정에서 강압적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여성 모델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걸 목격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촬영을 빌미로 모델의 신체에 성기구를 접촉하거나 손을 대는 식이다. 몸매를 품평하며 성희롱을 일삼기도 한다. 사진업계 관계자 D 씨는 “모델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 일부 촬영자가 욕을 한다. 이런 상황을 알거나 뻔히 보면서 계속 촬영하는 사람도 성범죄 가해자 아니면 방조자”라고 말했다. ○ ‘새 얼굴’ 찾으려 미성년자도 가리지 않는다 비공개 촬영회가 은밀하게 뿌리내린 배경에는 고급 카메라 보편화로 사진업계 사정이 어려워진 탓도 있다. 비공개 촬영회가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일부 스튜디오는 촬영자 대신 모델을 섭외하고 장소를 빌려준다. 촬영자는 모델의 외모와 인지도 등에 따라 10만∼30만 원의 참가비를 낸다. 비공개 촬영회로 유명해질 경우 스튜디오 매매 때 수억 원의 권리금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회원 중에는 비공개 촬영회 사진만 집중적으로 모으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출사 모델 컬렉션’을 모으는 촬영자들은 새로운 모델을 선호한다. 10차례 참가 경험이 있는 E 씨는 “노출 수위가 높다 보니 여러 차례 촬영하는 모델은 많지 않다. 그래서 ‘뉴페이스 출사’ 같은 광고가 뜨면 평소보다 2∼3배 많은 촬영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새 얼굴을 모델로 세우기 위해 일부 스튜디오는 계약 때 자세한 노출 수위를 알려주지 않는다. 일단 도장을 찍고 촬영이 시작되면 모델은 강압적 분위기와 유출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촬영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돈이 필요한 일부 미성년자가 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강모 씨(24·여)는 만 16세 때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서울 강남의 스튜디오를 찾아갔다가 비공개 촬영회의 ‘덫’에 걸렸다. 강 씨는 “처음에는 수위가 그 정도인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찍는 과정에서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절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 낳아준 엄마 생각하면 입 안떨어져… 요즘 아빠와 저는 ‘냉전 중’입니다. 아빠는 툭하면 제게 “날 무시하는 거냐”며 화를 내시죠. 아빠와 제가 싸우는 이유는 제가 공부를 안 한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사고를 치거나 해서가 아닙니다. 3년 전 재혼한 아빠의 새 아내를 제가 ‘엄마’라고 부르지 않아서죠. 전 새 ‘엄마’가 싫지 않습니다. 이혼 후 쓸쓸해하시던 아빠 옆에 있어준 것, 고3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절 살뜰하게 뒷바라지 해주는 것, 모두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마’라고 부르긴 싫어요. 전 절 낳아 준 우리 엄마를 ‘엄마’로 생각하니까요. 아빠와는 멀어졌지만 전 여전히 엄마와 수시로 통화하고 매달 얼굴도 보는 걸요. 어떻게 우리 엄마를 두고 또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라는 건가요. 아빠는 “아빠가 선택한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건 새엄마뿐 아니라 나까지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화를 내시는데 너무 힘들어요. 처음에는 ‘아줌마’라고 불렀는데 이젠 아빠 눈치를 보느라 말도 안 하게 되고 호칭도 얼버무리는 상황입니다. ■ 재혼 만연 시대, 새 가족 호칭 바꿔볼 때죠10만6000쌍. 지난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한국 부부의 수다. 같은 기간 남자 4만2000명, 여자 4만7000명이 재혼했다. 30년 전인 1987년에 비하면 이혼 건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재혼 남녀도 71% 많아졌다. 과거와 달리 이제 이혼과 재혼은 흔한 일이 됐다. 특히 재혼 연령대가 20, 30대에서 40, 50대로 높아지면서 미성년 자녀를 둔 재혼가정이 많아졌다. 하지만 가부장적 유교 문화에 뿌리를 둔 ‘정상적인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여전해 이들의 자녀들은 종종 난처한 갈등 상황을 겪는다. 당장 계부모(繼父母)에 대한 호칭부터 스트레스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재혼한 김민진(가명·20·여) 씨는 그때의 경험이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엄마는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왜 아저씨라고 부르느냐, 아빠라고 해야지’라며 타박했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아빠 기분은 생각 안 하냐’면서요. 제 감정은 안중에 없었죠.” 김 씨는 “드라마를 보면 ‘드디어 나를 아빠(엄마)라고 불러줬다’며 감격스러워하는 계부모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렇게 해야만 ‘정상적인 가정’이 된다고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중학생 이창호(가명·14) 군은 학교에서도 호칭 딜레마를 겪었다. 가족과 함께한 체험활동 기록지를 본 담임교사가 이 군을 불러 “왜 새엄마를 아줌마라고 적었니? 혹시 사이가 안 좋니?”라고 물은 것. “사이는 좋은데 제 엄마는 아니라서요”라고 대답한 그에게 담임은 조심스럽게 “엄마라고 부르면 더 좋아하실 거야”라고 조언했다. 아빠나 엄마가 새로 선택한 배우자를 아이에게 부모로 인정할 것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친엄마·친아빠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서모 군(15)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계모와 살면서부터 우울증이 생겼다. 계모가 괴롭혀서는 아니었다. 그는 상담전문기관을 통해 “처음엔 아빠 친구라고 소개했는데 어느 순간 진짜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이라고 했다. 엄마라고 부르는 건 물론이고, 그런 생각만으로도 진짜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슬펐다”고 털어놨다. 재혼가정 자녀들을 심층 인터뷰한 김연진 목포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계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기 싫어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며 “친부모에 대한 미안함, 반대로 자신을 떠난 친부모에 대한 악감정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혼이 점점 늘어날수록 계부모 ‘호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계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영어권처럼 계부모를 ‘친부모의 새 배우자’로 여기고 다른 호칭을 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희란 부경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중요한 건 호칭보다 계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라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호칭을 강요하는 것은 자녀의 반감을 키우고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황태호 taeho@donga.com·이지훈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의 노출 사진을 맨 처음 유출한 남성 촬영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로써 ‘비공개 촬영회’ 사진 유포와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의자는 5명으로 늘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 씨의 노출 사진을 직접 촬영한 후 유출한 A 씨(33)와 B 씨(40)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5년 비공개 촬영회에 참석해 이 씨의 노출 사진을 촬영한 뒤 다른 사람에게 유출한 혐의다. A 씨는 돈을 내고 참가해 직접 촬영했고 B 씨는 다른 사람 대신 사진을 찍은 ‘대촬자’(대신 촬영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인터넷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의 비공개 촬영회에도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비공개 촬영회에서 찍은 사진을 사진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 C 씨와 교환했고 B 씨는 참가비를 대납한 사람과 사진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돈을 받고 사진을 판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금전 거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이처럼 사진을 서로 교환하거나 대신 촬영 후 공유하는 행위는 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스튜디오 실장, 운영자 등이 이런 관행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지난해 김은혜(가명·25·여) 씨는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때는 몰랐다. 지옥이 시작됐다는 걸…. 얼마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전 남자친구가 몰래 찍은 성관계 장면이었다. 김 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신분증까지 공개됐다. 김 씨는 경찰에 고소하며 “영상을 또 유포할 수 있으니 전 남자친구를 구속하고 압수수색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영장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는 벌금 3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씨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영상이 또 유포됐다. 전 남자친구가 원본 영상을 다시 퍼뜨렸다. 김 씨는 “처음부터 경찰이 원본을 압수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을 쳤다. 김 씨의 지옥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넘기 힘든 법과 공권력의 ‘허들’ 몰래카메라(몰카)와 같은 불법 촬영과 유출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피해 여성도 많다. 문제는 수사와 처벌 과정에서 또 다른 ‘고통’에 맞닥뜨리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가 몰카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고소부터 △수사 △기소 △재판 △신상공개 △배상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허들’(장애물) 앞에 서야 했다. 사법적 해결의 첫 단계인 고소부터 만만찮다. 피해자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고소하려면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직접 캡처해야 한다. 음란물인 걸 인정받으려면 특정 신체 부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고소 후에도 적극적인 수사를 장담할 수 없다. 유출자의 인터넷주소(IP)가 해외에 있으면 십중팔구 수사가 신속히 진행되기 어렵다. 구속이나 원본 압수수색이 늦어지면 2차 피해 발생은 뻔하다. 대학생 박영은(가명·25·여) 씨는 지난해 신분증과 함께 누드 사진이 유포됐다. 박 씨가 캡처한 사진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지만 “얼굴과 성기가 흐릿하고 유출자 IP가 해외라 추적 수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 씨는 결국 고소를 포기했다. 기소 단계에서 포기하는 피해자도 많다. 한미연(가명·18) 양도 상체가 노출된 자신의 사진이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전 남자친구는 범행을 자백했다. 기소 직전 담당 검사는 한 양에게 “스스로 찍은 사진인 데다 (성기가 나온) 음란물이 아니라 처벌도 쉽지 않을 것 같으니 합의금이라도 받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한 양은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기소율은 2010년 72.6%에서 2016년 31.5%로 떨어졌다. 몰카 범죄 실태를 다룬 박사논문을 펴낸 김현아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를 권하는 일이 많고 가해자가 초범인 경우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 경향이 높아 기소율 자체가 낮다”고 분석했다.○ 처벌보다 더 어려운 피해 구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좀처럼 실형이 선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부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은 불법 촬영 행태보다 촬영물의 음란성을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한다. 2014년 짧은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에게 따라붙어 뒷모습을 촬영한 남성에게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옷차림이나 노출 정도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에 가깝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를 위한 ‘사후 보호’는 사실상 전무했다. 몰카 범죄의 경우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등록되고 재판부 결정에 따라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신상공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11년∼2016년 4월 서울지역 법원의 1심 판결 1540건 중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가 결정된 건 7건뿐이었다. 가해자에게 위자료 배상을 신청하는 배상명령제도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자가 유포된 사진을 삭제하려면 한 달에 200만 원이 든다.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구제를 포기하는 피해자가 있는 만큼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이지훈 기자}

요즘 아빠와 저는 ‘냉전 중’입니다. 아빠는 툭하면 제게 “날 무시하는 거냐”며 화를 내시죠. 저와 아빠가 싸우는 이유는 제가 공부를 안한다고, 게임을 한다고, 사고를 쳐서도 아닙니다. 제가 3년 전 재혼한 아빠의 새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아서죠. 전 새 ‘엄마’가 싫지 않습니다. 이혼 후 쓸쓸해하시던 아빠 옆에 있어준 것, 고3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절 살뜰하게 뒷바라지 해주는 것, 모두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마’라고 부르긴 싫어요. 전 절 낳아 준 우리 엄마를 ‘엄마’로 생각하니까요. 아빠와는 멀어졌지만 전 여전히 엄마와 수시로 통화하고 매달 얼굴도 보는 걸요. 어떻게 우리 엄마를 두고 또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라는 건가요. 아빠는 “아빠가 선택한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건 새 엄마 뿐 아니라 나까지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화를 내시는데 너무 힘들어요. 처음에는 ‘아줌마’라고 불렀는데 이젠 아빠 눈치를 보느라 말도 안 하게 되고 호칭도 얼버무리는 상황입니다. 10만6000쌍. 지난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한국의 부부 숫자다. 같은 기간 남자 4만2000명, 여자 4만7000명이 재혼했다. 30년 전인 1987년에 비하면 이혼 건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재혼 남녀도 71% 많아졌다. 과거와 달리 이제 이혼과 재혼은 흔한 일이 됐다. 특히 재혼 연령대가 20~30대에서 40~50대로 높아지면서 미성년 자녀를 둔 재혼가정이 많아졌다. 하지만 가부장적 유교 문화에 뿌리를 둔 ‘정상적인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여전해 이들의 자녀들은 종종 난처한 갈등상황을 겪는다. 당장 계부모(繼父母)에 대한 호칭부터 스트레스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재혼한 김민진 씨(가명·20·여)는 그 때의 경험이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엄마는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왜 아저씨라고 부르냐, 아빠라고 해야지’라며 타박했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 ‘아빠 기분은 생각 안하냐’면서요. 제 감정은 안중에 없었죠.” 김 씨는 “드라마를 보면 ‘드디어 나를 아빠(엄마)라고 불러줬다’며 감격스러워하는 계부모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렇게 해야만 ‘정상적인 가정’이 된다고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중학생 이창호 군(가명·14)은 학교에서도 호칭 딜레마를 겪었다. 가족과 함께 한 체험활동 기록지를 본 담임교사가 이 군을 불러 “왜 새 엄마를 아줌마라고 적었니? 혹시 사이가 안 좋니?”라고 물은 것. “사이는 좋은데 제 엄마는 아니라서요”라고 대답한 그에게 담임은 조심스럽게 “엄마라고 부르면 더 좋아하실거야”라고 조언했다. 김도경 미혼모협회 대표는 “사회적 시스템이 재혼 가정이나 편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부모 호칭에 대해서도 ‘사회적 강요’가 생긴다”고 해석했다. 아빠나 엄마가 새로 선택한 배우자를 아이에게 부모로 인정할 것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친엄마·친아빠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서모 군(15)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계모와 살면서부터 우울증이 생겼다. 계모가 괴롭혀서는 아니었다. 그는 상담전문기관을 통해 “처음엔 아빠 친구라고 소개했는데 어느 순간 진짜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이라고 했다. 엄마라고 부르는 건 물론이고, 그런 생각만으로도 진짜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슬펐다”고 털어놨다. 재혼가정 자녀들을 심층 인터뷰한 김연진 목포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계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기 싫어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며 “친부모에 대한 미안함, 반대로 자신을 떠난 친부모에 대한 악감정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혼이 점점 늘어날수록 계부모 ‘호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계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영어권처럼 계부모를 ‘친부모의 새 배우자’로 여기고 다른 호칭을 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희란 부경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중요한 건 호칭보다 계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라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호칭을 강요하는 것은 자녀의 반감을 키우고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엄마가 재혼한 이유경 씨(가명·20·여) 가족은 ‘아저씨’라는 호칭을 자연스레 받아들인 사례다. 이 씨는 “중학생 때부터 ‘아저씨’와 함께 살았지만 한번도 아빠라는 호칭을 강요받은 적이 없다”며 “오히려 아저씨는 아빠를 만나러 갈 때마다 용돈을 쥐어준다. 엄마의 새 남편인 ‘아저씨’를 내 가족으로 여기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의 노출 사진을 맨 처음 유출한 남성 촬영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로써 ‘비공개 촬영회’ 사진 유포와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의자는 5명으로 늘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 씨의 노출 사진을 직접 촬영한 후 유출한 A 씨(33)와 B 씨(40)를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2015년 비공개 촬영회에 참석한 촬영자로 확인됐다. A 씨는 직접 참가비를 내고 촬영했고 B 씨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참가비를 대납 받아 사진을 대신 찍은 ‘대촬자’(대신 촬영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 씨 외 다른 모델 사진을 여럿 보유하고 있었다. B 씨는 인터넷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의 비공개 촬영회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A 씨는 비공개 촬영회에서 직접 찍은 노출 사진을 출장사진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 C 씨와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서로 찍은 사진을 교환하자”는 C 씨의 쪽지를 받고 사진을 e메일로 전송했다. A 씨는 사진을 판매한 건 아니고 C 씨가 “내 사진을 구입하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참가비를 대납해준 사람과 자신이 찍은 사진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와 B 씨는 “직접 돈을 받고 사진을 팔진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금전 거래가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은 커뮤니티 등에서 출장 사진을 자주 찍는 일반인으로 문제가 불거진 사진 외 다수의 모델 노출 사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사 촬영자들 사이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교환·매매·대촬(대신촬영) 후 공유하는 행위는 관행처럼 이뤄진다고 한다. 각자 다른 모델을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촬영물을 교환하거나 참가비를 대신 내주고 사진을 받는다고 한다. 참가비를 한 번만 내고 두 명의 모델 사진을 보유할 수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서에 ‘유출 금지’ 조항을 넣지만 구조를 보면 유출될 수밖에 없다. 일부 작가는 여러 모델 사진을 모아 헤비 업로더 등에게 팔아넘기는 걸로 안다. 촬영자들이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스튜디오 실장, 운영자 등이 사실상 이러한 관행을 알고서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이로써 사건 관련 피의자는 총 5명으로 늘었다. A 씨와 B 씨 외 서울 마포구 스튜디오 실장 정모 씨(42)와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 운영자 최모 씨(44), 헤비 업로더 강모 씨(29) 등이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