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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산 잘 탄다는 평가에 너무 무리해서인지 이젠 높은 산을 못 타요. 오르는 것는 괜찮은데 내려올 땐 무릎 통증에 시달려요. 수술하지 않고 무릎을 보호하면서 등산을 즐기는 방법을 찾다 평지를 걷거나 낮은 산을 오르고 있어요. 그런데 낮은 산을 타다 보니 그동안 안 보이던 아름다움이 보이네요.”한때 히말라야 8000m 14좌 중 하나인 가셔브룸2봉(8035m)까지 올랐던 여성 산악인 박경이 전 국립산악박물관 관장(58)은 요즘엔 가급적 낮은 산을 탄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강원 속초시에 사는 박 전 관장은 매일 영랑호 둘레길 8km를 걷거나, 주변 주봉산(331m)이나 청대산(230m)을 오른다.“젊어서 설악산 오를 땐 못 느꼈던 설악산 전경(全景)의 아름다움을 주봉산 청대산을 타면서 제대로 느끼고 있어요. 솔직히 설악산 등산하면 오르는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전체적인 경관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아요. 정상에 올랐을 땐 그 산의 외관이 더 잘 보이죠. 명산 명봉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집 근처 낮은 산에 올라도 그 주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더군요.”박 전 관장은 서울교대 1학년 때인 1985년 산악부에 가입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캠핑을 좋아해 산악부를 찾았는데 당시 산악부는 암벽 등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잘못 알고 들어갔지만 나하고 잘 맞았다. 야영도 하고 등반도 하고. 암벽 등반에선 또래 중 가장 잘 탔다”고 했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못 올라가는 코스가 없었고, 전국의 암벽 등반 명소도 많이 올랐다. 방학 땐 설악산 지리산 소백산 등 장거리 능선종주산행을 했다.한국대학산악연맹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관장은 “산악부에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다른 대학과도 어울렸고 대학연맹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대학연맹 부회장으로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완성했다.“선배들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백두대간 및 조선 시대 지리서 산경표 연구자인 고 이우형 선생님이 ‘산경표에 나와 있는 대로 백두대간을 실제로 답사해야 한다’고 부탁해서 시작했죠. 백두대간 개념이 생소하던 때라 대학연맹 집행부가 약 4달 동안 지도 수십 장을 강의실에 깔아놓고 산경표를 바탕으로 지도의 능선을 잇는 작업을 했었죠. 지금이야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는 정보도 없고 개인이나 산악회 차원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어요. 백두대간을 15구간으로 나눈 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지도를 들고 7월에 4박 5일간의 종주를 시작했죠. 전 이화령에서 속리산까지 내려가는 구간의 대장이었어요. 종주 후에 우리가 쓴 보고서가 발표되고, 1990년대부터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어났죠.”히말라야도 올랐다. 1991년 아마다블람(6812m), 1997년 가셔브룸2봉을 올랐다. 가셔브룸2봉 정상에 오를 때 사실상 죽음 문턱까지 갔던 박 전 관장은 “아이 둘 낳은 뒤 올랐는데 ‘딱 죽기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험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8000m 봉은 오르지 않았다. 그즈음 고 박영석 대장이 함께 히말라야 8000m 고봉을 등정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대신 6000m급 봉우리를 올랐다. 2002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과(6962m), 페루의 안데스 쵸피칼키(6354m)와 와스카란(6768m)을 등정했다.겨울엔 아이들과 스키를 즐겼다. 한창 스키를 탈 때 산악계 선배가 보고 산악스키 아시안컵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2007년 대회에 출전해 3위를 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산악스키 심판자격증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 전 관장은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립산악박물관 관장을 지냈다. 국립산악박물관은 우리나라 산악의 역사를 알리고 등산을 대중화하기 위해 2014년 세워진 국내 유일의 1종 국립박물관이다. 1종 박물관은 100점 이상의 유물과 학예사, 전시실, 수장고, 세미나실 등을 갖춘 시설 중 심사를 통해 국가 인증을 획득한 곳이다.2021년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란 책을 쓴 박 전 관장은 최근 다섯 명의 저자와 함께 ‘우리가 몰랐던 백두대간’이란 책을 냈다. 서울교대 산악회 선배인 김광선(76학번) 김우선(77학번) 신인수(78학번), 차성욱(00학번) 씨 등이 공동으로 책을 썼다. 그는 “‘히말라야’는 고산등반을 알리고 싶었고, ‘백두대간’은 사람들이 종주를 하면서도 백두대간에 대해 너무 몰라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등반엔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6000m, 7000m, 8000m 등판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7500m 그 위를 죽음의 지대라고 부른다. 죽음의 지대에서 발생하는 여러 신체적 위험요소와 산악인들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오를까?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가. ‘히말라야’에서 이런 궁금증을 설명하고 있다.‘백두대간’은 백두대간에 얽힌 모든 스토리가 담겼다.“백두대간 종주가 버킷리스트라는 사람들이 많아요.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고, 하려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백두대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백두대간의 모든 것을 설명했습니다. 알고 종주하면 더 의미 있는 산행이 될 수 있습니다.”‘백두대간’에는 조선시대에 백두대간으로 통했던 한 나라의 지리 체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은 한 민족이나 사회의 무관심, 또는 집단 기억상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책자로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70여년간 잊혀졌다가 되찾은 백두대간’이라는 말의 허구를 필자들은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게 결코 자발적으로 잊은 것이 아니라 식민통치기구에 의한 금지령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러면서 들이댄 1910년 11월 19일자 조선총독부 관보에는 금지되고 몰수당한 지리, 역사, 국어 교과서 목록이 빼곡히 들어있다고 서술하고 있다.박 전 관장은 산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도 하고 있다. 이미 ‘고산등반의 의미에 관한 문화기술적 연구’, ‘산악연구의 동향 분석 및 미래연구 방향’, ‘국립산악박물관 체험프로그램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재방문에 미치는 영향’, ‘미래 산악관광 연구 방향에 관한 탐색적 연구’… 등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도 산악 연구와 저술을 하며 즐거운 산행을 하고 있다.지난해 여름 일본 후지산(3776m), 올 6월엔 백두산(2744m)을 다녀온 박 전 관장은 최근 카약도 타기 시작했다. 카약은 호수나 강에서 타는데 캠핑을 하며 등산도 할 수 있다.“집 근처 영랑호가 있어 카약을 시작했는데 정말 색다른 묘미를 줘요. 호수나 강 근처에는 산이 있어요. 캠핑 도구를 챙겨 카약을 타고 가다 보면 좋은 캠핑 장소가 나옵니다. 그리고 산도 오를 수 있죠. 산악 선진국에서는 카약을 산악스포츠로 부르고 있어요. 그 이유를 카약을 타 보니 알겠습니다.”박 전 관장은 무릎을 최대한 보호하는 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무릎이 망가진 것은 젊었을 때 20~30kg의 배낭을 매고 고산을 올라서다. 그는 “무거운 짐을 지고 설악산 지리산 능선을 타다 보면 어느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기도 한다. 그땐 몰랐는데 나이 드니 고스란히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했다.“무릎을 살살 사용하려고 노력하죠. 오래전부터 자전거를탔어요. 자전거는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전신 운동을 할 수 있어 좋았죠.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에서 무릎 주변 근육 강화운동도 많이 하고 있죠.”박 전 관장은 거의 매일 운동한다. 주중 4~5일 걷거나 집 근처 낮은 산을 오른다. 헬스클럽도 자주 찾는다. 주말엔 고산의 능선을 천천히 오르거나 카약을 탄다. 그는 “고산 등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낮은 곳을 찾으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명산 명봉도 좋지만 집 근처 낮은 산을 올라도 건강도 챙기며 등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때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중 하나인 가셔브룸2봉(8035m)까지 올랐던 여성 산악인 박경이 전 국립산악박물관 관장(58)은 요즘 가급적 낮은 산을 탄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강이나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도 시작했다. “젊었을 때 산 잘 탄다는 평가에 너무 무리해서인지 이젠 높은 산을 못 타요. 오르는 건 괜찮은데 내려올 땐 무릎 통증에 시달려요. 수술 하지 않고 무릎을 보호하면서 등산을 즐기는 방법을 찾다 평지를 걷거나 낮은 산을 오르고 있어요. 몇 달 전부터 카약을 타기 시작했는데 산을 색다르게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었어요.” 박 전 관장은 서울교대 1학년 때인 1985년 산악부에 가입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캠핑을 좋아해 산악부를 찾았는데 당시 산악부는 암벽 등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잘못 알고 들어갔지만 나와 잘 맞았다. 야영도 하고 등반도 하고. 암벽 등반에선 또래 중 가장 잘 탔다”고 했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못 올라가는 코스가 없었고, 전국의 암벽 등반 명소도 많이 올랐다. 방학 땐 설악산 지리산 소백산 등 장거리 능선 종주 산행을 했다. 한국대학산악연맹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관장은 “산악부에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다른 대학과도 어울렸고 대학연맹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대학연맹 부회장으로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완성했다. “백두대간 및 조선시대 지리서 산경표 연구자인 고 이우형 선생님이 ‘산경표에 나와 있는 대로 백두대간을 실제로 답사해야 한다’고 부탁해서 시작했죠. 백두대간 개념이 생소하던 때라 대학연맹 집행부가 약 넉 달간 강의실에 지도 수십 장을 깔아놓고 산경표를 바탕으로 지도의 능선을 잇는 작업을 했었죠. 지금이야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는 정보도 없고 개인이나 산악회 차원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어요. 백두대간을 15구간으로 나눈 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지도를 들고 7월에 4박 5일간의 종주를 시작했죠. 전 이화령에서 속리산까지 내려가는 구간의 대장이었어요. 종주 후에 우리가 쓴 보고서가 발표되고, 1990년대부터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어났죠.” 히말라야도 올랐다. 1991년 아마다블람(6812m), 1997년 가셔브룸2봉을 올랐다. 가셔브룸2봉 정상에 오를 때 사실상 죽음 문턱까지 갔던 박 전 관장은 “아이 둘 낳은 뒤 올랐는데 ‘죽기에 딱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험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8000m 봉은 오르지 않았다. 그즈음 고 박영석 대장이 히말라야 8000m 고봉을 함께 오르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그 대신 6000m급 봉우리를 올랐다. 2002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과(6962m), 페루의 안데스 초피칼키(6354m)와 우아스카란(6768m)을 등정했다. 겨울엔 아이들과 스키를 즐겼다. 한창 스키를 탈 때 산악계 선배가 보고 산악스키 아시안컵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2007년 대회에 출전해 3위를 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산악스키 심판 자격증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 전 관장은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2021년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란 책을 쓴 박 전 관장은 최근 다섯 명의 저자와 함께 ‘우리가 몰랐던 백두대간’이란 책을 냈다. 그는 “‘히말라야’는 고산 등반을 알리고 싶었고, ‘백두대간’은 사람들이 종주를 하면서도 백두대간에 대해 너무 몰라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일본 후지산(3776m), 올 6월엔 백두산(2744m)을 다녀온 박 전 관장은 최근 카약도 타기 시작했다. 카약은 호수나 강에서 타는데 캠핑을 하며 등산도 할 수 있다. 그는 “카약을 타고 산자락으로 가 그동안 가 보지 못한 코스로 오를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에 살고 있는 박 전 관장은 매일 영랑호 둘레길 8km를 걷거나, 주변 주봉산(331m)이나 청대산(230m)을 오른다. 그는 “설악산을 오를 땐 못 느꼈던 설악산 전경(全景)의 아름다움을 주봉산 청대산을 타면서 제대로 느낀다”며 “어느 산이든 오르면 건강도 챙기고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아리안 티트머스(22·호주)가 세계가 주목한 ‘수영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올림픽 여자 자유형 400m 2연패를 달성했다. 티트머스는 28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수영 여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57초49로 우승했다. 서머 매킨토시(17·캐나다)가 3분58초37을 기록해 2위, 케이티 러데키(27·미국)가 4분0초86으로 3위에 올랐다. 여자 자유형 400m는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해외 언론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언 소프(호주)와 피터르 판덴호헨반트(네덜란드), 마이클 펠프스(미국) 등 3인방이 맞붙었던 남자 자유형 200m에 이어 세기의 대결이라고 전망했다. 도쿄 올림픽 챔피언인 티트머스와 ‘신성’ 매킨토시, ‘리빙 레전드’ 러데키 등 모두 세계기록을 세웠던 선수들의 대결이었다. 러데키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자유형 400m에서 3분56초46의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기록을 티트머스가 2022년 3분56초40으로 갈아치웠다. 2023년 3월 당시 16세였던 매킨토시가 3분56초08로 다시 세계기록을 새롭게 하자, 4개월 뒤 티트머스가 현 세계기록인 3분55초38을 찍었다. 티트머스는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라이벌들을 따돌리고 도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여자 자유형 400m 챔피언에 올랐다. 티트머스는 “내가 우승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멋진 레이스였다. 우리 셋 모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금메달 2개를 딴 티트머스는 파리에서도 2관왕에 도전한다. 네 번째 올림픽을 치르는 러데키는 개인 통산 11번째 메달(금 7개, 은 3개, 동 1개)을 수확했다. 러데키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메달 색에 대한 서운함은 전혀 없다”며 활짝 웃었다. 티트머스는 “러데키와 같은 전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다. 러데키를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매킨토시는 올림픽 첫 메달을 은빛으로 장식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남 건강은 챙겨주면서 정작 제 건강은 등한시하고 있더라고요. 근육은 없고 체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이었어요. 체력도 떨어졌고, 어깨까지 굽어 체형이 이상하게 변했어요. 운동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죠.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가 PT를 받기로 했죠.”피부 및 체형관리를 해주는 백스테라피 백수정 원장(52)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1년이 지난 2021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오래전 수영을 했었고, 최근에도 요가를 하는 등 건강에 관심이 있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다. 그는 “요가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확산 탓에 다 문 닫아서 가지 못했죠. 운동은 해야겠고,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뭔가를 생각하다 근육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이런 것 있죠. 남들 건강 관리를 해주다 보니 제가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 찾아오는 사람 상담하고 어떻게 해야 건강하다고 조언을 해주는 직업인데 정작 저는 골골하면 안 되잖아요. 그게 근육 운동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였습니다.”근육 운동이 쉽지 않았다.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근육 운동은 안 하다 하면 근육 통증이 심하다. 사실상 온몸이 쑤시기 때문에 웬만해선 꾸준히 하기 힘들다. 그래도 백 원장은 주 2회 PT는 꼬박꼬박 받았다. 그는 “솔직히 PT 외 시간에도 운동해야 효과가 좋은데 너무 힘들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통증도 문제였다. 허리가 삐끗하면 1~2주 운동 못 하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 2회 근육 운동에도 몸은 바뀌었다. 그즈음 지인으로부터 “시니어 모델 대회를 나가는 게 어떻느냐”는 권유를 받았다.백 원장은 모델 워킹과 포즈 등을 배워 2022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더 그레이스’에 출전했다. 더 그레이스는 과거 한국 슈퍼모델을 발굴했던 SBS가 개최한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였다. 백 원장은 전체를 아우르는 대상 등 2관왕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50세의 나이에도 20, 30대 못지않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아나운서와 배우, 모델 출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출전한 가운데 모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백 원장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저도 놀랐죠. 제가 피부 관리 일을 하다 보니 피부 노화 방지에는 신경을 써 오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근육 운동으로 체형이 바뀐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구부정하던 몸이 쫙 펴져서인지 키도 커졌죠. 몸매도 탄탄하게 바뀌었어요. 더 그레이스에서 대상을 받은 뒤 근육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죠.”대상 수상의 선순환 효과였다. 대상을 받은 원동력이 온전히 근육 운동의 효과는 아니었지만 대회 출전 뒤엔 주 2회 받는 PT 외에 개인 훈련도 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그는 “하루 2회 근육 운동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지금은 출근하기 전 새벽에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거나 개인 훈련을 하고 오후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루틴이다. 유산소 운동은 퇴근한 뒤인 오후 9시 이후에 하고 있다. 유산소 운동은 개인적으로 효과가 큰 실내 계단 운동(일명 천국의 계단)을 주로 한다. 피트니스센터 스테핑머신에서 일정한 강도로 계단을 오르듯 계속 오르는 운동이다. 백 원장은 “천국의 계단 30분이 러닝머신 1시간보다 효과가 높다”고 했다.백 원장은 7월 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 웰니스 머슬 피트니스 챔피언십(WMFC) 핏모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여자 핏모델 50대 부문에서 1위를 했고 20대 등 여자 전체 핏모델 중 최고가 된 것이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약 5개월간 보디빌더의 식이요법까지 한 게 효과를 봤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해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식이요법으로 체지방을 줄이면 근육의 선명도가 높아진다. 그는 “식이요법을 한 뒤 몸이 확 바뀌었다”고 했다.“핏모델은 피트니스의 핏(Fit)으로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레깅스를 입은 모습을 평가하는데 근육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전반적으로 날씬하게 건강한 사람을 뽑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이 불문하고 최고로 뽑혀 너무 기뻤죠.”백 원장과 함께 WMFC에 출전한 남편 김대훈 씨(52)도 핏모델 남자 50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백 원장은 “다른 운동을 즐기던 남편이 뒤늦게 저랑 함께 근육 운동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다”고 했다.백 원장 부부 스토리는 많은 교훈을 준다. 근육은 나이에 상관없이 키울 수 있다. 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이란 논문이 발표된 이후 나이에 상관없이 근육 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을 시켰는데 근력도 좋아졌고 걸음걸이도 향상된 것이다. 근육을 키우면 최소 10년은 젊게 살게 된다. 그래서 근육운동은 젊음을 되돌려주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근육은 젊음의 표상이다.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나이 들면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오게 된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근육 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존감이 상승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주기도 한다.근육 운동은 백 원장의 삶을 바꿨다. 그의 몸매를 탄력적이고 멋지게 만들어 시니어 모델로 만들어준 것도 있지만 삶의 질이 달라졌다. 건강해졌다. 한때 최고 60kg까지 나가던 체중이 이젠 50kg을 유지하고 있다. 만성 피로가 사라졌다. 갱년기로 인해 몸이 붓는 게 사라졌다. 혈관 질환 등 성인병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지구력이 생겨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는 “하루 종일 다른 사람 몸을 만져주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지금은 더 활기차게 하고 있다”고 했다. 모델 활동을 병행하며 테라피스트 일도 즐겁게 하고 있다.백 원장은 “아직 덜 바뀌었다”고 했다.“제가 이렇게 변신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잖아요. 솔직히 좀 오래 걸린 겁니다. 어떤 사람은 6개월 만에 확 바뀌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처음엔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지만 싫었거든요. 한때 피트니스센터에서 나는 땀 냄새, 고무 냄새 등도 싫었죠. 지금은 달라요. 근육 운동이 절 탈바꿈시켜 주고 있으니까요. 시니어 모델, 핏모델도 됐잖아요. 더 몸을 만들어 또 다른 도전도 하고 싶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피부 및 체형관리를 해주는 백스테라피 백수정 원장(52)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1년이 지난 2021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수영과 요가를 하는 등 운동에 관심이 있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다. 체력이 떨어진 데다 어깨까지 굽어 체형이 이상하게 변하자 “운동밖에 답이 없다”라고 생각하고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남 건강은 챙겨주면서 정작 제 건강은 등한시하고 있더라고요. 근육은 없고 체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이었어요. 수영은 오래전에 했었고, 최근에 요가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다 문을 닫아서 가지 못했죠.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마스크 쓰고 웨이트트레이닝 개인 PT를 받기 시작했죠.” 근육운동은 쉽지 않았다. 근육운동은 안 하다 하면 근육 통증이 심하다. 사실상 온몸이 쑤시기 때문에 웬만해선 꾸준히 하기 힘들다. 그래도 백 원장은 주 2회 PT는 꼬박꼬박 받았다. 그는 “솔직히 PT 외 시간에도 운동을 해야 효과가 좋은데 너무 힘들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통증도 문제였다. 허리가 삐끗하면 1∼2주 운동을 못하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 2회 근육운동에도 몸은 바뀌었다. 그즈음 지인으로부터 “시니어 모델 대회를 나가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 백 원장은 모델 워킹과 포즈 등을 배워 2022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더 그레이스’에 출전했다. 더 그레이스는 과거 한국 슈퍼모델을 발굴했던 SBS가 개최한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였다. 백 원장은 전체를 아울러 대상 등 2관왕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50세의 나이에도 20, 30대 못지않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아나운서와 배우, 모델 출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출전한 가운데 모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백 원장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저도 놀랐죠. 제가 피부 관리 일을 하다 보니 피부 노화 방지에는 신경을 써 왔지만, 무엇보다 근육운동으로 체형이 바뀐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구부정하던 몸이 쫙 펴져서인지 키도 커졌죠. 몸매도 탄탄하게 바뀌었죠. 더 그레이스에서 대상을 받은 뒤 근육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죠.” 대상 수상의 선순환 효과였다. 대상을 받은 이유가 온전히 근육운동의 효과 때문은 아니었지만 대회 뒤엔 주 2회 받는 PT 외에 개인 훈련도 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그는 “하루 두 차례 근육운동을 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지금은 출근하기 전 새벽에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거나 개인 훈련을 하고 오후엔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루틴이다. 유산소운동은 퇴근 뒤인 오후 9시 이후에 하고 있다. 유산소운동은 기계식 계단 운동(일명 천국의 계단)을 주로 한다. 피트니스센터 스테핑머신에서 일정한 강도로 계단을 타듯 계속 오르는 운동이다. 백 원장은 “천국의 계단 30분이 러닝머신 1시간보다 효과가 높다”고 했다. 근육운동은 유산소운동과 병행했을 때 효과가 크다. 백 원장은 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 웰니스 머슬 피트니스 챔피언십(WMFC) 핏모델 부문에서도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세계보디빌딩연맹(IFBB) 경기 규정에 따라 진행된 대회 여자 핏모델 50대 부문에서 1위를 했고, 연령대별 여자 전체 핏모델 우승자 중 최고가 된 것이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약 5개월간 보디빌더의 식이요법까지 한 게 효과를 봤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해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핏모델은 피트니스의 핏(Fit)으로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레깅스를 입은 모습을 평가하는데 근육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전반적으로 날씬하게 건강한 사람을 뽑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이 불문하고 최고로 뽑혀 너무 기뻤죠.” 근육운동은 그의 삶을 바꿨다. 그를 시니어 모델로 만들어준 것도 있지만 삶의 질이 달라졌다. 건강해졌다. 한때 최고 60kg까지 나가던 체중이 이젠 50kg을 유지하고 있다. 만성피로도 사라졌다. 갱년기로 인해 몸이 붓는 현상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지구력이 생겨 일을 열심히 하게 됐다. 그는 “다른 사람 몸을 만져 주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지금은 더 활기차게 하고 있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 때 부부는 함께 축구장으로 갔다. 매일 수영을 하던 아내가 스포츠시설이 폐쇄되자 축구하는 남편을 따라나선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스포츠시설이 거의 다 폐쇄됐는데 지방에선 축구장을 개방하는 곳이 있었다. 김선여 씨(63)는 매주 토요일 남편 신재철 서울 동대문60대축구상비군 단장(66)이 축구하는 곳에 따라가 응원하고 있다.김 씨는 남편이 축구를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남편이 주말마다 축구하러 가면서 산악회를 따라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집(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근처에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이 생기면서 새벽에 수영도 하고 있다. 25년째 매일 새벽 수영하고 주말엔 산을 타고 있다.“제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주말을 함께 보내던 남편이 축구한다고 나가면서 저도 뭔가를 해야 했고, 주변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있어 산을 타게 됐죠. 또 제가 물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거예요. 바로 등록했죠.”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산과 들을 뛰어놀아 ‘운동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땐 탁구를 배우기도 했다. 약 4개월 만에 4개 영법(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을 다 배웠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수영장으로 가 1시간씩 물살을 갈았다. 전신 운동인 수영을 하면서 체중도 약 5kg 늘었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서다. 근육이 지방보다 더 무거워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몸매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주위에선 “나이보다 훨씬 젊어졌다”라는 평가를 받는다.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부터는 수영을 할 수 없어 남편 따라 축구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젠 주말 토요일은 남편 축구 응원하고, 일요일은 등산하는 게 루틴이 됐다.신 단장은 지방에 있다 서울로 올라온 축구광 후배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했다. 신 단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축구로만 건강을 다지고 있다. 미국의학회지(JAMA)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말 전사(Weekend Warrior·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사람)’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테니스 단식 경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중강도 운동은 시속 4.8km로 걷기나 시속 16km 이하 자전거 타기, 테니스 복식경기 등을 말한다.‘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에 축구하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축구는 25분씩 3~4경기를 뛴다. 75분에서 100분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축구, 등산으로도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골키퍼를 주로 하면서도 필드플레이어로도 뛴다는 신 단장은 “크고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건강에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다시 김 씨 얘기다.“축구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그라운드를 누비는 남편팀을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당일 일정은 물론 강원도 평창 등 1박2일 일정도 따라다녔죠. 1박2일로 갈 땐 콘도나 펜션에서 여러 사람과 맛있는 것도 먹으며 수다도 떨어 좋더라고요. 제가 따라다니니 다른 회원들 아내들도 나와서 3~4명의 응원단이 꾸려졌어요. 상대팀에 음식과 음료수 등도 나눠주죠. 이제 상대팀에서도 저 모르면 간첩이에요. 상대팀 회원들이 화장품과 영양제 등도 가져다줘요. 토요일엔 맘껏 소리 지르며 응원하고, 일요일엔 조용히 산을 오르죠.”축구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손흥민(토트넘)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국내 프로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도 남편과 함께 자주 관전한다. 그는 “기술과 전술은 잘 몰라도 패스해야 할 때, 슈팅해야 할 때는 안다. 그래서 회원들이 실수하면 ‘그것도 못 하냐?’고 야유를 보낸다”고 했다. 축구를 직접 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는 팀이 없어 포기하고 응원만 한다고 했다.등산하며 정확하게 수를 세지는 않았지만 전국 100대 명산은 다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약 30년을 매월 4회씩 산을 탔으니 일 때문에 몇 번 빠졌다고 해도 산행 횟수가 1000번을 훌쩍 넘는다. 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줬다. 산에 오를 때 평균 4~5시간, 길게는 6~7시간 타기 때문에 심폐지구력 등 체력이 좋아졌다. 이 때문에 수영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산은 공기도 좋은데 꽃과 나무, 돌, 개울 등 볼 것도 많다. 올라갈 땐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볼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성취감도 느낀다”고 했다. 최근에도 제주 한라산을 다녀왔다.김 씨는 5년 전 노원구 공릉동으로 이사 간 뒤에도 새벽 수영은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다. 그는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제기동으로 와서 6시부터 수영을 시작한다”고 했다. 수영은 삶의 활력소다. 하루라도 안 하면 몸이 찌뿌드드해 하루가 엉망이 된다. 물속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를 마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그럼 하루가 즐겁다. 수영한 뒤에는 복지관 근처 남편 공장(스카프 손수건 등 제조)으로 가서 일을 거든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제가 수영하고 등산 갈 때 빼고는 같이 붙어 다닌다. 남들은 ‘아직도 그러느냐’고 말하면서도 부러워한다”며 활짝 웃었다. 두 부부는 결혼해서 아직 각방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김 씨는 요즘 퀼트(바느질로 무늬 만들기)도 배우고 있다. 그는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취미 삼아 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 신 씨는 “아내는 하루 종일 움직인다. 쉬는 것을 못 봤다”고 했다. 김 씨는 “정말 집에서 노래 틀어 놓고 왔다 같다 하더라도 낮잠은 안 잔다. 뭐든 하고 있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김 씨는 매사에 적극적이다. 재경남원향우회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신 씨는 “아내가 뭐든 건강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 코로나19 때문이지만 부부가 함께 축구장에 가면서 금실이 더 좋아졌다.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가 있으면 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선여 씨(63)는 남편 신재철 서울 동대문60대축구상비군 단장(66)이 축구를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남편이 주말마다 축구하러 가면서 산악회를 따라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집(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근처에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이 생기면서 새벽에 수영도 하고 있다. 25년째 매일 새벽 수영하고 주말엔 산을 타고 있다. “제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주말을 함께 보내던 남편이 축구한다고 나가면서 저도 뭔가를 해야 했고, 주변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있어 산을 타게 됐죠. 또 제가 물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거예요. 바로 등록했죠.” 약 4개월 만에 4개 영법(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을 다 배웠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수영장으로 가 1시간씩 물살을 갈랐다. 전신 운동인 수영을 하면서 체중도 약 5kg 늘었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서다. 근육이 지방보다 더 무거워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몸매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주위에선 “나이보다 훨씬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0년부터는 수영을 할 수 없어 남편 따라 축구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 등 수도권은 스포츠 시설이 거의 다 폐쇄됐는데 지방에선 축구장을 개방하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엔 남편 축구하는 곳에 따라가 응원하게 됐다. 이젠 주말 토요일은 남편 축구 응원하고, 일요일은 등산하는 게 루틴이 됐다.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운동장을 누비는 남편 팀을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당일 일정은 물론 강원 평창 등 1박 2일 일정도 따라다녔죠. 1박 2일로 갈 땐 펜션에서 여러 사람과 맛있는 것 먹으며 수다도 떨어 좋더라고요. 제가 따라다니니 다른 회원들 아내들도 나와서 3, 4명의 응원단이 꾸려졌어요. 상대 팀에 음식과 음료수 등도 나줘 주죠. 이제 상대 팀에서도 저 모르면 간첩이에요. 상대 팀 회원들이 회장품과 영양제 등도 가져다 줘요. 토요일엔 맘껏 소리 지르며 응원하고, 일요일엔 조용히 산을 오르죠.”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손흥민(토트넘)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국내 프로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도 남편과 함께 자주 관전한다. 축구를 직접 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는 팀이 없어 포기하고 응원만 한다고 했다. 등산하며 정확하게 수를 세지는 않았지만 전국 100대 명산은 다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약 30년을 매월 4회씩 산을 탔으니 일 때문에 몇 번 빠졌다고 해도 산행 횟수가 1000번을 훌쩍 넘는다. 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줬다. 산에 오를 때 평균 4∼5시간, 길게는 6∼7시간 타기 때문에 심폐지구력 등 체력이 좋아졌다. 이 때문에 수영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산은 공기도 좋은데 꽃과 나무, 돌, 개울 등 볼 것도 많다. 올라갈 땐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볼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성취감도 느낀다”고 했다. 최근에도 제주 한라산을 다녀왔다. 김 씨는 5년 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으로 이사 간 뒤에도 새벽 수영은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다. 그는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제기동으로 와서 오전 6시부터 수영을 시작한다”고 했다. 수영은 삶의 활력소다. 하루라도 안 하면 몸이 찌뿌드드해 하루가 엉망이 된다. 물속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를 마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그럼 하루가 즐겁다. 수영한 뒤에는 복지관 근처 남편 공장(스카프 손수건 등 제조)으로 가서 일을 거든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제가 수영하고 등산 갈 때 빼고는 붙어 다닌다. 남들은 ‘아직도 그러느냐’고 말하면서도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김 씨는 요즘 퀼트(바느질로 무늬 만들기)도 배우고 있다. 그는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취미 삼아 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 신 씨는 “아내는 하루 종일 움직인다. 쉬는 것을 못 봤다”고 했다. 김 씨는 “정말 집에서 노래 틀어 놓고 왔다 갔다 하더라도 낮잠은 안 잔다. 뭐든 하며 움직일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신 씨는 “아내가 뭐든 건강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고 약 5개월 만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을 지켜본 뒤 팬들은 물론 축구인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엉성한 행정을 펼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축구협회 최고 책임자는 정몽규 회장이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마지막 결정은 회장님께 보고하지 않았다. 최종 후보자 명단을 받고 회장님께 보고드렸더니 ‘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다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이 총괄이사가 결정하고 책임도 지라는 뜻이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한 번은 실수지만 계속 반복되면 고의라는 말이 있다. 정 회장은 2013년 축구협회 수장이 되면서 늘 책임을 회피하고 뒤에 숨었다. 정 회장 체제에서 축구인 출신 임원들은 ‘얼굴마담’이었다. 각종 행사에 회장 대신 참석하지만 ‘실권’은 거의 없다. 축구협회 행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회장이 매번 책임져야 할 순간에 축구인들을 앞세우고 뒤로 빠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꼬집었다.책임져야 할 순간 축구인 뒤에 숨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음주 영상 파문’까지 일자 당시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허정무 부회장이 희생됐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에게 계속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비난 여론이 멈추지 않자 홍 감독은 사퇴했고, 책임은 허 부회장이 지고 물러났다. 2017년 11월에는 당시 김호곤 부회장이 당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부진하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뒤 후임 감독을 찾는 과정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 재영입 논란’이 일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 측 한국 인사가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고 싶어 한다”고 김 부회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 제안이 문제가 됐다. “카톡 문자가 공식 제안이냐”는 김 부회장의 반발에 “제안이다”는 히딩크 감독 측 인사의 주장에 동조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을 원하는 팬들의 무차별적 비난이 이어졌다. 축구협회는 모든 책임을 김 부회장에게 넘겼고, 결국 김 부회장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3월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48명을 사면한 뒤 비난이 일자 사면을 번복하는 어이없는 행정을 펼쳤다. 그때도 박경훈 전무이사 등 축구인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 회장은 그즈음 문제의 클린스만 감독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영입해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이번에는 홍명보 감독이 ‘희생양’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축구인만 희생되고 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감독 선임 최종 과정에서 사퇴했다. 정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감독에 앉히자고 했는데 정 회장이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축구인들이 비판하자 정 회장은 이임생 총괄이사에게 전권을 주는 척 뒤로 빠진 것이다. 그리고 이 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최종 선택하자 축구협회 이사들로부터 서면 결의를 받아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했다. 지금 평생 축구에 헌신해 온 홍 감독에게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 회장은 어떤 설명도 없이 숨어 있다. 늘 그랬듯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자세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축구인을 방패막이 삼아 한국 축구를 퇴보시키는 정몽규 회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축구협회가 이런 난맥상을 보이자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 최근 축구협회의 운영과 관련해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 때문에 한국 축구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건강 검진에서 혈당 수치가 높다고 재검이 나온 겁니다. 제가 명색이 의사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안 하고 있었죠. 건강 검진 받는 사람들에게 주당 몇 번이나 땀을 흠뻑 흘릴 정도 운동하느냐고 설문하잖아요. 정작 제가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등산을 시작했죠.”이범구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70)는 2019년부터 산을 타기 시작했다. 주중에 병원 일을 하면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등산이었다. 매 주말 산을 올랐다. 2022년 대한민국 100대 명산도 완등했다. 지금도 주말엔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주기적이진 않지만 가끔 등산을 했었죠. 공기 좋고 풍광 좋은 산을 오르며 운동도 할 수 있어 좋았죠. 바로 산을 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수도권의 관악산과 북악산, 북한산 등을 올랐어요. 그리고 길병원 산악대장 이래성 행정팀장에게 등산을 배웠고, 100대 명산도 함께 올랐죠. 지난주에도 방태산(강원도 인제)에 다녀왔어요.”국내에선 전국의 명산을 오를 기회가 많다. 지리산의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밤 12시 버스를 타고 내려가 새벽 4시 좀 넘어 산을 타기 시작할 수 있고, 하산한 뒤 오후 늦게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은 천왕봉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오를 산을 정해서 버스를 전세한 뒤 남은 자리를 비회원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산악회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자가용 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전국의 명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이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등산로도 잘 정비해 놓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고 했다.“전 버스나 KTX를 타고 가기도 하지만 자가용 차를 자주 이용합니다. 현지에 가서 다시 버스나 택시를 갈아타고 가야 해 좀 번거롭거든요. 물론 버스에 내려 바로 등산하는 곳은 버스를 이용하고요.”등산으로 체력이 좋아진 그는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 북알프스 트레킹까지 다녀왔다. 6~7시간 산행을 해도 거뜬하다. 등산은 그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무엇보다 매년 건강 검진할 때 혈관 나이가 5~6년은 젊게 나와요. 그리고 체력이 좋아지니 수술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됐죠. 산을 오를 때 힘들지만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 환자 수술을 잘 마친 것과 비슷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주말 등산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을까? 미국의학회지(JAMA)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말 전사(Weekend Warrior·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사람)’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테니스 단식 경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중강도 운동은 시속 4.8km로 걷기나 시속 16km 이하 자전거 타기, 테니스 복식경기 등을 말한다.‘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말 산행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으니 등산 인구가 많은 것이다.좋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와 숲, 바위, 개울 등을 보며 산을 오르는 것 자체로 즐겁다. 이 교수는 “솔직히 가파른 산을 오를 때는 힘들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산밑에서 보는 것이랑 완전히 다른 경관이 펼쳐진다.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했다. 그는 “전국의 명산이 다 좋지만 계절 별로 끌리는 산이 따로 있다. 여름엔 계곡이 좋은 대야산, 가리왕산, 방태산 등이 좋다. 겨울의 설산은 한라산과 설악산이 환상적이다. 남덕유산도 좋다”고 했다.상대적으로 늦게 등산을 시작한 이 교수는 철저한 준비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산을 적게는 4시간, 많게는 7,8시간 타야 하는 등산은 준비를 잘해야 부상 예방도 하고 생명도 지킬 수 있다. 그는 “등산화에 배낭, 스틱 등 기본 장비를 잘 갖춘 뒤 어느 산을 어느 코스로 갈지, 산행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당일 날씨에 따른 복장 등을 미리 체크해 준비한다. 다양한 정보를 주는 등산앱도 활용한다. 의사는 수술 전에 준비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성과가 달라진다. 등산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그는 “유산소 운동인 산행 자체로 치매 예방이 되는데 등산 준비에도 머리를 많이 써야 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등산이 몸에는 좋지만 조심할 게 많다”고 강조했다.“하산할 때는 체중의 5~6배의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무릎과 발목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죠. 특히 나이가 들어서 등산을 시작할 경우에는 관절 부위 근력이 떨어져 있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낮은 산부터 올라 하체 근력을 키운 뒤 높은 산에 도전해야 합니다.”이 교수는 산을 오르내리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등산하다 보면 뒤에서 누가 추월할 경우 경쟁심이 발동해 빨리 가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풍광을 즐기며 오르면 된다. 힘들면 쉬었다 가야 한다”고 했다. 등산 스틱을 잘 활용하면 하체가 받는 하중의 20~30%를 줄여줄 수 있다. 또 스틱 활용은 상체 근육을 키워줘 조화로운 몸매를 유지시켜준다.스틱(폴)을 활용한 노르딕워킹이라는 운동이 있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한 노르딕 스키는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뉘는데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폴을 사용해 걷기 때문에 자세가 좋아지고 전신의 근육을 쓰기 때문에 운동량도 배가 된다. 걸을 때 허벅다리 장딴지가 가동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이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된다. 이 교수는 “스틱을 제대로 쓴 뒤부터 건강 검진 때 상체 근육이 향상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이 교수는 관절염이 심한 경우가 아니면 등산을 권한다. 그는 “등산하게 되면 특히 허벅지 근력이 아주 좋아진다. 근력이 좋아지면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고 관절염이 있어도 덜 아프다”고 했다.이 교수는 가급적 산행을 혼자 한다.“함께 하면 서로의 페이스를 맞추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고…. 한번은 친구들이랑 산행을 하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가슴이 답답해 내려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당황했죠. 과거엔 혹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몇 명씩 어울려 다녀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산악구조대도 잘 갖춰져 있고, 특히 등산앱이 안전까지 책임져 주기 때문에 혼자 산행을 해도 큰 어려움이 없어요.”이 교수는 매일 1만5000보 이상 걷는다. 퇴근한 뒤 서울 집(용산) 근처 한강 공원을 1~2시간 걷는다. 병원(인천 남동구) 출퇴근도 가급적 전철을 이용한다. 그는 “출퇴근 시간에 막혀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철을 타면 더 많이 걷게 된다”고 했다. 등산으로 건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생활 습관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범구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70)는 2019년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건강 검진 결과 혈당이 높다며 재검 소견이 나와서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건강 검진받는 사람들에게 주당 몇 번이나 땀을 흠뻑 흘릴 정도 운동하느냐는 설문이 있는데 정작 나는 안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등산이라고 보고 매 주말 산을 올랐다. 2022년 대한민국 100대 명산도 완등했다. 지금도 주말엔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 “주기적이진 않지만 가끔 등산을 했었죠. 공기 좋고 풍광 좋은 산을 오르며 운동도 할 수 있어 좋았죠. 바로 산을 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수도권의 관악산과 북악산과 북한산 등을 올랐어요. 그리고 길병원 산악대장 이래성 행정팀장에게 등산을 배웠고, 100대 명산도 함께 올랐죠. 지난주에도 방태산(강원 인제)에 다녀왔어요.” 국내에선 전국의 명산을 오를 기회가 많다. 지리산의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밤 12시 버스를 타고 내려가 오전 4시 좀 넘어 산을 타기 시작할 수 있고, 하산한 뒤 오후 늦게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은 천왕봉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오를 산을 정해서 버스를 전세한 뒤 남은 자리를 비회원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산악회들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자가용 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전국의 명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이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등산로도 잘 정비해 놓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고 했다. 등산으로 체력이 좋아진 그는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 북알프스 트레킹까지 다녀왔다. 6, 7시간 산행을 해도 거뜬하다. 등산은 그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무엇보다 매년 건강 검진할 때 혈관 나이가 5∼6년은 젊게 나와요. 그리고 체력이 좋아지니 수술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됐죠. 산을 오를 때 힘들지만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 환자 수술을 잘 마친 것과 비슷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좋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와 숲, 바위, 개울 등을 보며 산을 오르는 것 자체로 즐겁다. 이 교수는 “솔직히 가파른 산을 오를 때는 힘들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산 밑에서 보는 것이랑 완전히 다른 경관이 펼쳐진다.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등산을 시작한 이 교수는 철저한 준비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산을 적게는 4시간, 많게는 7, 8시간 타야 하는 등산은 준비를 잘해야 부상을 예방하고 생명도 지킬 수 있다. 그는 “등산화에 배낭, 스틱 등 기본 장비를 잘 갖춘 뒤 어느 산을 어느 코스로 갈지, 산행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당일 날씨에 따른 복장 등을 미리 점검해 준비한다. 다양한 정보를 주는 등산 앱도 활용한다. 의사는 수술 전에 준비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성과가 달라진다. 등산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는 “유산소 운동인 산행 자체로 치매 예방이 되는데 등산 준비도 머리를 많이 써야 해 역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등산이 몸에는 좋지만 조심할 게 많다”고 강조했다. “하산할 때는 체중의 5∼6배의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무릎과 발목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죠. 특히 나이가 들어서 등산을 시작할 경우에는 관절 부위 근력이 떨어져 있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낮은 산부터 올라 하체 근력을 키운 뒤 높은 산에 도전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산을 오르내리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등산하다 보면 뒤에서 누가 추월할 경우 경쟁심이 발동해 빨리 가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풍광을 즐기며 오르면 된다. 힘들면 쉬었다 가야 한다”고 했다. 등산 스틱을 잘 활용하면 하체가 받는 하중의 20∼30%를 줄일 수 있다. 또 스틱 활용은 상체 근육을 키워 조화로운 몸매를 유지시켜 준다. 이 교수는 매일 1만5000보 이상 걷는다. 퇴근한 뒤 서울 집(용산) 근처 한강공원을 걷는다. 병원(인천 남동구)까지 출퇴근도 가급적 전철을 이용한다. 그는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혀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철을 타면 더 많이 걷게 된다”고 했다. 등산으로 건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생활 습관이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노아 라일스(26·미국)가 육상 남자 200m에서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며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라일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4관왕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일스는 30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53으로 우승했다. 전날 준결선에서 캐네스 베드내렉(26)이 세운 올 시즌 최고 기록(19초60)을 0.07초 단축했다. 베드내렉이 19초59로 2위, 에리언 나이턴(20)이 19초77로 3위로 파리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남자 100m에서도 9초83으로 우승한 라일스는 파리 올림픽에서 다관왕에 도전한다. AP통신은 “라일스가 파리 올림픽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는 물론이고, 1600m 계주까지 4관왕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라일스는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200m에서 3연패했지만 아직 올림픽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200m에서 3위를 한 게 최고 성적이다. 라일스는 “도쿄 올림픽 200m에서 내가 우승했다면, 나는 정체됐을지도 모른다. 도쿄 올림픽에서의 아쉬운 결과가 나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라일스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를 석권하며 ‘볼트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세계선수권 3관왕은 2015년 베이징 대회 우사인 볼트(38·자메이카) 이후 8년 만이었다.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 보유자인 볼트는 올림픽 100m와 200m를 동시 3연패(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한 단거리의 전설이다. 볼트는 2017년 은퇴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6월 7일 학생 및 지인들을 초청해 정년퇴임 고별 강연을 한 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명예교수(65)는 그 즈음 집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에서 강남구 개포동으로 옮겼다. 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파트 바로 옆에 대모산과 구룡산이 있어 쉽게 갈 수 있다. 아파트내에는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등산부터 달리기, 수영, 헬스를 언제든 즐길 수 있다.홍 교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마니아였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사이클을 타다 넘어져 오른쪽 고관절이 골절돼 고생이 많았다. 의사가 고관절 바로 밑이 골절돼 깁스를 할 경우 뼈가 괴사될 수 있다고 해 고관절까지 인공관절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힘든 재활 과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코로나19 때 사이클을 많이 탔죠. 코로나19 시절 비대면 스포츠로 사이클이 최고였죠. 어느 날 사이클을 타다 앞바퀴에 펑크가 났고 넘어지면서 다리가 비틀어지면서 고관절이 골절됐어요. 그런데 정형외과에선 수술하면 그것으로 끝이고 결국 재활은 제 몫이었죠. 국내에 제대로 재활 시켜주는 곳이 없었어요.”30년 넘게 스포츠를 즐기던 터라 운동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재활은 달랐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좋다는 곳을 찾았는데 그저 스트레칭 체조 등 간단한 운동을 시켜주는 게 전부였다. 체계적으로 재활을 시켜주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재활에 집중했다. 그런데 욕심이 문제였다. “몸이 좀 좋아지면 강하게 운동했는데 무리했는지 오히려 더 아파 고생했죠. 그래서 아프면 2~3주 쉬고, 다시 운동하고를 반복했어요. 저 혼자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하죠. 혹시 탈이 날까 봐. 그런데 어떻게 안 움직이고 사나요. 그렇게 2년 하면서 저 만의 노하우를 가지게 됐고, 몸이 좋아졌죠. 지난해부터 10km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200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100회 이상 뛰었고, 100km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마라톤 완주는 물론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만 14회 완주한 ‘철인’ 홍 교수로선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건강할 땐 뭐든 할 수 있었지만 다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몸은 정말 조심히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아직 자전거는 타지 못한다. 고관절에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매일 수영을 1시간 하고, 8~9km를 달리며 몸을 만들고 있다. 홍 교수는 5월초 헝가리에서 열린 211km 울트라마라톤 단체전에 참가했다. 10명이 약 21km씩 나눠 달려 완주하고 돌아왔다.“이젠 즐겁게 운동할 겁니다. 그래서 예전의 몸을 만드는 게 최고의 목표입니다. 몸이 완전히 돌아와도 철인3종은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즐기듯 달릴 것입니다.”홍 교수는 30대 후반을 지나며 체중도 늘고 성인병 초기 증상이 나타나자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던 터라 2000년 12월 31일 곧바로 풀코스에 도전해 제한시간을 넘긴 5시간37분5초에 완주했다.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이듬해 3월 4시간11분대를, 그해 10월 3시간48분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만 45세인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14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2007년엔 마스터스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에도 다녀왔다. 보스턴마라톤은 나이대별 기록이 있어야 참가가 가능한데 그해 3시간30분 이내 기록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2002년 8월엔 철인3종 철인코스에 처음 도전해 13시간54초에 완주했다.“제가 MTB(산악자전거)를 타는데 일상적으로 자전거샵을 방문하다 자극을 받았죠. 비싼 사이클에 고가의 옷을 입은 철인3종하는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해보자’하면서 시작했죠. 2001년 철인3종 하프코스를 달렸고 2002년 킹코스를 완주했습니다.”달리기와 자전거는 계속 즐기고 있었지만 수영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쉽지 않았다. 철인3종에 매달릴 땐 오전 오후 2시간씩 하루 4시간씩 운동했다. 2016년 철인3종 킹코스에서 12시간3분46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만 57세였다.“제가 운동에 빠져 있으니 연구는 언제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운동과 연구는 별개입니다. 제가 1999년부터 성균관대 최우수 교수에 선정됐고, 철인3종 개인 최고기록을 세울 때인 2016년에도 최우수 교수로 선정됐습니다.”홍 교수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져 집중력과 창의력이 생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교수의 말처럼 운동은 집중력을 키워준다. 최근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하며 몸을 단련시킬 때 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전달 물질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되고 활성화된다. 이런 결과는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이어졌지만 존 레이티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2007년 무렵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을 쓰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책은 운동하면 뇌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이후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레이티 박사는 “운동하면 머리가 활성화된다. 바로 BDNF가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결과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과거 BDNF는 그저 신경성장 인자로만 인식됐을 뿐이었다. 이 책에서 운동과 BDNF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분석한 것이다. 이 책에선 운동을 하면 BNDN가 활성화돼 공부도 잘하게 되고, 집중도 잘 된다고 했다. 치매도 예방된다고 했다. 홍 교수가 운동에 매진하면서도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홍 교수는 철인3종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던 2016년에만 학술논문과 저서 등 17편을 발표했다. 그는 ‘달리며 연구하는 교수’로 명성이 높았다. 그에게 스포츠는 연구의 원동력이다. 그는 성균관대에서 1986년부터 올 6월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최우수 교수로 총 14번 뽑혔고, 저서와 학술논문 등을 369편 발표했다.학창시절 체육시간에 낙제를 밥 먹듯 하던 ‘운동치(痴)’였던 홍 교수가 스포츠에 빠져든 것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유학시절. ‘공부=체력’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테니스와 골프, 등산을 시작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테니스를 즐겼고, 운명처럼 마라톤과 철인3종을 만난 것이다. 홍 교수는 새벽에 사이클 타고 인천 아라뱃길까지 왕복 80km를 다녀 온 뒤 출근했다. 달리기, 수영도 아침 저녁 번갈아 했다. 그 외 시간은 연구에 매진했다.홍 교수의 도전은 끝이 없었다. 2003년엔 1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 9시간46분54초에 완주했다. 2013년엔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사하라 사막마라톤를 완주했다.홍 교수는 하루에 운동하는 시간과 수면시간(4∼5시간)을 빼고는 연구에만 몰두했다. 스포츠활동은 연구와 학생지도를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 그는 운동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공부는 장기전으로 마라톤과 똑같다”며 학생들과 함께 달리기를 했다. 그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마라톤을 꼭 해야 했다. 여학생은 10km, 남학생은 하프코스를 뛰어야 한다. 또 석사는 하프, 박사는 풀코스를 완주해야만 ‘제자’로 인정해줬다. 마라톤을 해야 지구력과 집중력이 생겨 더욱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홍 교수는 이젠 한계에 대한 도전을 멈추고 즐겁게 살겠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 사막 마라톤, 철인3종은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젠 몸이 중요하다. 다치면 끝이다. 그는 “인간은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인생의 의미가 없어진다. 몸이 가장 중요하다. 이젠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세까지는 사는 시대가 됐다. 하체가 중요하다. 많이 걷고 달려야 한다. 그리고 운동전 준비운동, 운동후 정리운동을 꼭 해줘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음은 2021년 1월 23일 동아닷컴에 쓴 재활 전문가가 말하는 ‘재활’에 대한 얘기다. 자세한 얘기는 동아닷컴 기사(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523/101181610/1) 참고.부상방지 및 재활트레이닝 전문가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50)는 “다친 뒤 수술 받자 마자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가속화 재활(Accelerated Rehabilitation)이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1990년에 일부 학자에 의해 제안된 것인데 무릎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했더니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률이 훨씬 빨랐다.”박 대표는 “의사들은 수술한 뒤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재활을 시작해야 빨리 회복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근육은 2주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사라진다. 4주가 지나면 25%만 남는다. 이런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돼 왔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보통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 발목에 깁스를 했다고 치자. 그럼 아픈 부위는 이상이 없다. 다른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 병상에서도 어떡하든 몸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한다.”박 대표는 “재활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복귀 시기가 달라진다. 빠르면 빠를수록 복귀는 빠르다. 무용수, 프로 운동선수들의 경우는 빠른 복귀가 곧 돈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빠른 복귀가 곧 건강이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수술은 의사에게, 재활은 재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은 의학을 공부했지 운동재활을 공부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의학적인 부분, 재활전문가는 재활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의사를 더 신뢰한다. 의사 말만 믿다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재활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수술한 뒤 1개월 깁스하고 재활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에 매달려야 한다.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당길 수 있다.”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각종 스포츠와 운동을 즐기지만 꼭 해야 할 기본을 잘 지키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기본이 문제다. 운동하기 전 준비운동(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끝난 뒤 정리운동(쿨링다운)을 잘 하면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본운동(축구, 농구, 야구, 마라톤 등)을 하기 전에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75%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최대로 달릴 수 있는 75%로 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이를 예비운동(Formal Activity)이라고 한다. 몸이 본운동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본운동에서 하는 동작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가벼운 캐치볼과 수비연습, 배팅 등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축구를 하기 전에는 가볍게 패스를 하고 슈팅을 날리는 과정이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가볍게 조깅을 하면 된다.글로벌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 러닝팀의 재활트레이너로도 활약한 그는 “스트레칭만 하고 훈련할 때보다 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예비운동까지 했을 때 낙오자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조도 하지 않고 바로 달린다. 운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스트레칭과 체조 충분히 하고 조깅으로 몸을 충분히 덥힌 뒤 본격적으로 달려야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정리운동은 최대심박수의 40~50%로 하면 된다. 본운동이 끝난 뒤 30분 정도 가볍게 뛰어주면 된다. 피로물질 젖산이 간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합성이 빠르게 해 줘 몸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칭 등 체조를 해주면 된다”고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철인3종 마니아 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명예교수(6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1년 사이클을 타다 넘어져 오른쪽 고관절이 골절됐다. 의사가 고관절 바로 밑이 골절돼 깁스를 할 경우 뼈가 괴사할 수 있다고 해 고관절까지 인공관절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힘겨운 재활 끝에 지난해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 사이클을 많이 탔죠. 코로나19 시절 비대면 스포츠로 사이클이 최고였죠. 어느 날 사이클을 타다 앞바퀴에 펑크가 났고 넘어지면서 다리가 비틀어져 고관절이 골절됐어요. 그런데 정형외과에선 수술하면 그걸로 끝이고 재활은 결국 제 몫이었죠. 국내에 제대로 재활시켜 주는 곳이 없었어요.” 30년 넘게 스포츠를 즐기던 터라 운동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재활은 달랐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좋다는 곳을 찾았는데 그저 스트레칭 체조 등 간단한 운동을 시켜 주는 게 전부였다. 재활을 체계적으로 시켜 주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재활에 집중했다. 그런데 욕심이 문제였다. “몸이 좀 좋아지면 강하게 운동했는데, 무리했는지 오히려 더 아파 고생했죠. 그래서 아프면 2∼3주 쉬고, 다시 운동하고를 반복했어요. 저 혼자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하죠. 혹시 탈이 날까 봐. 그런데 어떻게 안 움직이고 사나요. 그렇게 2년을 하면서 저만의 노하우를 가지게 됐고, 몸이 좋아졌죠. 지난해부터 10km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100회 이상 뛰었고 100km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마라톤 완주는 물론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만 14회 완주한 ‘철인’ 홍 교수로선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건강할 땐 뭐든 할 수 있었지만 다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몸은 정말 조심히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아직 자전거는 타지 못한다. 고관절에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매일 수영을 1시간 하고, 8∼9km를 달리며 몸을 만들고 있다. 홍 교수는 5월 초 헝가리에서 열린 211km 울트라마라톤 단체전에 참가했다. 10명이 약 21km씩 나눠 달려 완주하고 돌아왔다. “이젠 즐겁게 운동할 겁니다. 현재론 예전의 몸을 만드는 게 최고의 목표입니다. 몸이 완전히 돌아와도 철인3종은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즐기듯 달릴 것입니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테니스를 즐기던 홍 교수는 30대 후반을 지나며 체중도 늘고 성인병 초기 증상이 나타나자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던 터라 2000년 12월 31일 곧바로 풀코스에 도전해 제한 시간을 넘긴 5시간37분5초에 완주했다.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이듬해 3월 4시간11분대를, 그해 10월 3시간48분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만 45세인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14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02년 8월엔 철인3종 철인코스에 처음 도전해 13시간54초에 완주했다. “제가 MTB(산악자전거)를 타는데, 일상적으로 자전거숍을 방문하다 자극을 받았죠. 비싼 사이클에 고가의 옷을 입은 철인3종을 하는 사람들이 좀 거들먹거리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해보자’ 하면서 시작했죠. 2001년 철인3종 하프코스를 달렸고 2002년 킹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달리기와 자전거는 계속 즐기고 있었지만 수영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쉽지 않았다. 철인3종에 매달릴 땐 오전 오후 2시간씩 하루에 4시간씩 운동했다. 2016년 철인3종 킹코스에서 12시간3분46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만 57세였다. “제가 운동에 빠져 있으니 연구는 언제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운동과 연구는 별개입니다. 제가 1999년부터 성균관대 최우수 교수에 선정됐고, 철인3종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울 때인 2016년에도 최우수 교수로 뽑혔습니다.” 홍 교수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져 집중력과 창의력이 생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16년에만 학술논문과 저서 등 17편을 발표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진수학 전 대한육상연맹 부회장(82)이 제19대 (사)한국체육인회 회장에 추대됐다.한국체육인회는 1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진 전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임기는 사의를 밝힌 제18대 김창규 회장(85)의 잔여 임기 2년이다. 한국체육인회는 1969년 경기인 출신과 체육계에 봉사하며 살아온 원로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체육인동우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단체다. 1994년 한국체육인회로 바뀌었고, 500여 명의 은퇴 체육인이 회원이다. 한국체육발전을 위한 자문과 정책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매년 2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아 우수 선수 선정 및 지원, 스포츠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야 쟤는 애자보다도 못 뛰냐?”6월 5일 서울 송파구여성축구장에서 열린 송파구70대축구단과 송파강동구70·80대혼합팀 친선 경기. 스탠드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송파구70대축구단 회원들이 필드에서 뛰는 한 회원이 답답한 플레이를 하자 이렇게 야유를 보냈다. 송파구70대축구단 ‘홍일점’ 정애자 씨(70) 보다도 못 뛴다는 비난 섞인 말이다. 실제로 왼쪽 수비수로 나선 정 씨는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미드필드로 패스도 잘 연결했다.정 씨는 2012년 서울 송파구 풍납초교 운동장을 달리다 축구장 밖으로 나온 공을 안으로 차주면서 축구를 접했다. 지금은 생활축구 송파구70대축구단의 유일한 여자 선수로 녹색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제가 풍납동에 오래 살아서 아는 오빠들이 많았죠. 학창시절부터 활동적이라 마라톤대회도 나가고 운동 많이 했어요. 새벽 운동할 때 동네 오빠들이 공을 차 달라고 하기에 자주 차 줬는데 어느 날 ‘그냥 우리랑 함께 공 차자’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에 첫날 오빠들이랑 패스를 주고 받았는데 너무 재밌는 겁니다. 그때부터 축구에 빠졌죠.”매일 아침 풍납조기축구회에 나갔다. 6개월도 안 돼 날아오는 공을 잡고 착지하다 넘어져 왼쪽 팔목이 골절됐다. 그래도 깁스를 하고 축구를 했다. 그는 “공을 발로 가지고 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공을 내가 콘트롤하고 다시 패스하는게 너무 재밌었다. 오빠들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수비하면서 볼을 뺏을 땐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 씨의 포지션은 수비수. 좌우 사이드백을 다 볼 수 있다. 최근엔 주로 왼쪽 수비를 보고 있다.“동네 오빠들이 송파구70대축구단이 있으니 가서 차라는 겁니다. 솔직히 솔깃했지만 망설였어요. 동네 오빠들은 안면이 있었지만 다 모르는 분들이라…. 너무 낯설었어요. 진짜 창피함을 무릅쓰고 용기 내서 왔어요. 물론 오빠 몇 분도 함께 와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지금은 다들 친동생처럼 대해줍니다.”정 씨는 5년여 전쯤부터 송파70대축구단에서 공을 차고 있다. 나이는 올해로 70대가 됐지만 오빠들이 이해해줘 일찍부터 함께 차고 있다. 생활축구는 연령대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80대가 넘으면 80대축구단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정 씨는 단 하루도 빠지고 않고 악착같이 차고 있다고 했다. 송파구70대축구단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팀을 초청하거나, 원정 가서 경기를 한다. 정 씨는 매일 새벽 개인 훈련을 하고, 축구단 경기도 뛰고 있다. 풍납초교에서 하던 조기축구는 해산돼 휴일이나 일요일 한강공원 천호대교 근처에서 모여서 공을 차고 있다.“아무래도 제가 축구를 늦게 시작했고, 여자다 보니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밀리죠. 그래서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새벽엔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합니다. 가장 어려운 게 볼 리프팅이에요. 양발로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해야 하는데 아직 잘 안 돼요. 리프팅을 잘해야 볼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는데….”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매일 오후엔 헬스클럽에 간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근육 운동으로 힘을 키우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팔굽혀펴기 100개도 한다. 이렇다 보니 체력에선 오빠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25분씩 진행되는 경기를 4경기 넘게 소화할 수 있다.축구선수 출신 정환종 송파구70대축구단 감독(73)은 “솔직히 웬만한 남자 선수보다 낫다. 정말 열심히 뛴다. 기술은 아직 달리지만 체력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각종 생활체육 대회에 출전 시키고 싶은데 여자라는 이유로 선수등록이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대한축구협회 생활축구 규정에 따르면 성이 다르면 선수등록을 할 수 없다. 정 씨는 팀워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러워요. 제가 공격수를 막지 못해 뚫려 골을 먹으면 굉장히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악착같이 따라붙어요. 반대로 볼을 뺏어 미드필드로 패스하고, 제 수비로 인해 우리팀이 골을 터뜨릴 땐 하늘을 날아 갈 듯 기뻐요.”현 축구 선수 중에는 손흥민(토트넘)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손흥민은 긍정적이고 인간성이 된 것 같아요. 지금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씨가 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란 책을 읽고 있어요.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축구의 가장 기본인 패스와 볼콘트롤 등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둑학원을 하는 제 아들에게도 이 책을 읽으라고 권유했습니다.”여성축구팀엔 왜 가지 않을까. 정 씨는 “아들하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제가 나이가 많다고 안 받아준다. 60대 초반이면 몰라도”라고 했다. 최근 여성축구단이 많이 생기지만 젊은 여성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정 씨는 “여성축구단에 가입도 못하고, 남자 대회에 출전은 할 수 없지만 남자선수들과 어깨를 겨루며 뛰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고 했다.정 씨의 하루는 운동과 봉사활동이 대부분이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무작정 달려가 자원봉사를 했고, 이후 대한적십자사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지금은 적십자 희망풍차 프로그램에 참여해 열악하게 살고 있는 세대에게 빵과 생활필수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집안에선 반대가 없었을까?“아이들을 다 키운 뒤 15년 전쯤 남편에게 얘기했어요. 어느 순간 제 인생이 허무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게 ‘이젠 내 인생 살테니 내게 집에 빨리 들어와서 밥해 달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죠. 저도 할 만큼 했으니 내 인생을 살겠다고 ‘자유’를 달라고 했어요. 남편도 인정해줬고 그때부터 남편도 제가 하는 일은 적극 도와주고 있어요. 아들 딸도 ‘축구 선수’로 건강하게 사는 엄마를 적극 응원해주고 있어요. 빨리 결혼을 해야 하는데….”“축구를 하면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삶에 활력이 넘쳐졌죠. 몸이 건강해져 피곤함을 못 느껴요. 축구를 많이하면 잠도 잘와요. 어느 순간부턴 특별한 사정으로 축구를 못하게 되면 온몸이 아파요. 주변 친구들을 보면 허리, 다리 등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하는데 전 말짱해요. 축구가 절 건강하게 만들었죠. 이젠 정말 축구 없인 못 살아요. 축구는 제 인생입니다. 인생이 너무 즐거워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애자 씨(70)는 2012년 서울 송파구 풍납초등학교 운동장을 달리다가 축구장 밖으로 나온 공을 안으로 차주면서 축구를 접했다. 지금은 송파구70대축구단의 유일한 ‘홍일점’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제가 풍납동에 오래 살아서 아는 오빠들이 많았죠. 학창 시절부터 활동적이라 마라톤대회도 나가고 운동 많이 했어요. 새벽 운동을 할 때 동네 오빠들이 공을 차 달라고 하기에 자주 차줬는데, 어느 날 ‘그냥 우리랑 함께 공 차자’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첫날 오빠들과 패스를 주고받았는데 너무 재밌는 겁니다. 그때부터 축구에 빠졌죠.” 매일 아침 풍납동조기축구회에 나갔다. 6개월도 안 돼 날아오는 공을 잡고 착지하다 넘어져 왼쪽 팔목이 골절됐다. 그래도 깁스하고 축구를 했다. 그는 “공을 발로 가지고 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공을 내가 컨트롤하고 다시 패스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오빠들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수비하면서 볼을 뺏을 땐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 씨의 위치는 수비수. 좌우 사이드백을 다 볼 수 있다. 최근엔 주로 왼쪽 수비를 보고 있다. “동네 오빠들이 송파구70대축구단이 있으니 가서 차라는 겁니다. 솔직히 솔깃했지만 망설였어요. 동네 오빠들은 안면이 있었지만 다 모르는 분들이라…. 너무 낯설었어요. 진짜 창피함을 무릅쓰고 용기 내서 왔어요. 물론 오빠 몇 분도 함께 와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지금은 다들 친동생처럼 대해 줍니다.” 5년여 전쯤부터 송파구70대축구단에서 공을 차고 있다. 나이는 올해 70대가 됐지만 오빠들이 이해해줘 일찍부터 함께 차고 있다. 생활축구는 연령대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80세가 넘으면 80대축구단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정 씨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악착같이 차고 있다고 했다. 송파구70대축구단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팀을 초청하거나, 원정 가서 경기를 한다. 정 씨는 매일 새벽 개인 훈련을 하고, 축구단 경기도 소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제가 축구를 늦게 시작했고, 여자다 보니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밀리죠. 그래서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새벽엔 주로 드리블, 트래핑 등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해요. 가장 어려운 게 볼 리프팅이에요. 양발로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해야 하는데 아직 잘 안 돼요. 리프팅을 잘해야 볼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 있는데….”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매일 오후엔 헬스클럽에 간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근육 운동으로 힘을 키우고 있다.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러다 보니 체력에선 오빠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25분씩 4경기 넘게 소화할 수 있다. 축구선수 출신 정환종 송파70대축구단 감독(73)은 “솔직히 웬만한 남자 선수보다 낫다. 열심히 뛴다. 기술은 아직 달리지만 체력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각종 생활체육 축구대회에 출전시키고 싶은데 여자라는 이유로 선수 등록이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여성 축구팀엔 왜 가지 않을까. 정 씨는 “아들하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제가 나이가 많다고 안 받아준다”고 했다. 최근 여성 축구단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젊은 여성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정 씨는 “여성 축구단에 가입도 못 하고, 남자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지만 남자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며 뛰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고 했다. 정 씨의 하루는 운동과 봉사활동이 대부분이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무작정 달려가 자원봉사를 했고, 이후 대한적십자사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지금은 적십자 희망풍차 프로그램에 참여해 열악하게 살고 있는 세대에게 빵과 생활필수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집안 반대는 없을까. 그는 “아이들을 다 키운 뒤 15년 전쯤 남편에게 ‘이젠 내 인생 살 테니 자유를 달라’고 했다. 남편도 제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아들딸도 ‘축구선수 엄마’를 응원한다”고 했다. “축구를 하면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삶에 활력이 넘치게 됐죠. 몸이 건강해져 피곤함을 못 느껴요. 축구를 하면 잠도 잘 와요. 특별한 사정으로 축구를 못 하게 되면 온몸이 아파요. 이젠 정말 축구 없인 못 살아요.”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 살면서 체육시간에만 운동을 했던 ‘스포츠 문외한’이 핸드볼 마니아가 됐다. 배우 고윤희 씨(27) 얘기다. 그는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때 핸드볼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경기, 과격한 몸싸움, 그리고 짜릿한 다이빙슛…. 그해 말부터 핸드볼코리아리그(현 핸드볼 H리그)를 보러 갔다. 핸드볼 팬이 됐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직접 핸드볼을 시작했다.“핸드볼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2020년 말부터 한 TV프로그램에 나온 김온아 선수였죠. 그리고 도쿄 올림픽 때 다른 스포츠도 봤는데 유독 핸드볼에 끌리더라고요. 김온아 선수 영향이었나 봐요. 공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감이 눈을 즐겁게 했고, 치열한 몸싸움은 심장을 뛰게 했죠. 처음엔 핸드볼리그를 보러 가서 모든 팀을 응원했습니다. 그러다 삼척시청여자핸드볼팀을 좋아하게 됐습니다.”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에서 활약한 김온아(36)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2014년 인천 및 2018년 자카르-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2020년 말부터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 등이 출연한 ‘노는 언니’에 나와 솔직 담백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고 씨는 “핸드볼도 잘하는데 순수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김온아는 2022년말 고 씨가 응원하는 삼척시청으로 이적해 활약하고 있다.“제가 삼척시청을 좋아하게 된 것은 당시 최고의 팀(2021~2022, 2022~2023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이 었고, 수비에서부터 공격으로 이어지는 플레이가 가장 매끄러운 팀이기 때문입니다. 호흡도 잘 맞고 특히 수비가 정말 잘 돼서 보기 편했던 팀이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삼척시청 김민서 선수입니다. 2022년 청소년 여자핸드볼선수권 금메달의 주역이죠.” 고 씨는 핸드볼 응원 다니다 만난 친구를 통해 대한핸드볼협회(KHF) 핸드볼클럽을 알게 됐고 2022년부터 코트를 누비고 있다. KHF 핸드볼클럽은 KHF가 2015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치부 초등부가 중점인데 성인반도 운영한다. 은퇴한 핸드볼인들에게는 재능기부의 기회를, 일반인들에게는 직접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핸드볼학교로 시작해 핸드볼클럽으로 바뀌었다. 고 씨는 연간 전반기, 하반기로 나눠 매주말 1회씩 총 15회씩 진행되는 KHF핸드볼클럽에 등록해 핸드볼을 즐기고 있다.“핸드볼은 엄청 힘든 스포츠였어요. 2시간 동안 몸 풀고 기초 체력운동 하고 기본기를 배우고 핸드볼을 하는데…. 처음엔 죽도록 힘들었죠. 그런데 함께 하는 언니 동생들이 있어 잘 버텼죠. 단체 종목이라는 게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아요. 학창시절 체육시간에만 운동했던 제가 지금은 탄탄한 체력을 자랑합니다.”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종합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대한민국의 ‘효자 종목’ 역할을 해온 핸드볼은 종목 특성상 탄탄한 체력을 키워준다. 순발력과 지구력을 동시에 키워야 하며 다양한 기술까지 활용해야 하다 보니 핸드볼 선수들은 종합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한국 스포츠 메달의 산실 서울 태릉선수촌 시절 ‘공포의 불암산 달리기’에서 여자핸드볼 선수들은 늘 상위권에 있었다.송홍선 국립안동대 체육학과 교수(운동생리학)는 “여러 연구 결과 핸드볼이 가진 장점이 많다. 특히 여성들에겐 체력을 키워주고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에 더해 골밀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핸드볼을 한 시간 할 경우 610칼로리를 소비한다. 이는 시속 8km로 1시간 달리는 것과 같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다. 2022년 나온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시절 핸드볼을 한 여성들의 골밀도가 축구를 한 여성들보다 높았다. 송 교수는 “여성들이 핸드볼을 하면 체력도 키우고 골다공증도 예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운동”이라고 했다.고 씨는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 한시도 쉴 수 없다. 수비할 땐 좌우 사이드 스텝을 하며 막아야 하고, 공격할 때도 좌우로 공을 돌리며 상대의 틈을 노려야 한다. 공수 전환이 빨라 전력 질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운동 끝나고 많이 먹는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했다.고 씨는 중고교 진로상담 강사를 하며 연극도 하고 드라마도 찍고 있어 다른 운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매주 토요일 저녁 열리는 KHF 핸드볼클럽은 특별한 일 아니면 빠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오리온’이란 여자핸드볼동호회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 고대부고에서 그 학교 감독을 지도자로 삼아 훈련하고 대회도 출전하고 있다. 생활체육 핸드볼대회 여자부의 경우 서울시 대회엔 3~5개팀, 전국대회엔 10개팀 이상 나온다고 했다.“오리온은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직장인입니다. 핸드볼 하자고 모인 팀이라 주말에 시간 빼는 것에 개의치 않습니다. 열정인 넘치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이젠 토요일에 핸드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주일을 버팁니다.”“처음엔 공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는데 지금은 점프 슛도 하죠. 아직 마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엔 슛도 안 들어가고 자주 빗나갔는데 이젠 골도 잡아냅니다. 골이 들어갈 땐 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요. 최근에 서울시 대회에 나가서 준우승도 했어요.”뭐든 잘하면 재미가 붙는 법. 고 씨는 “조금씩 했지만 하디보니 실력도 늘고 더 재미있다”고 했다. 핸드볼을 더 잘하기 위해 클라이밍을 하기도 한다. 그는 “친구가 클라이밍을 하면 악력이 좋아져 핸드볼을 잘 할 수 있다고 해 가끔 따라 간다”고 했다. 그는 “핸드볼을 잘하기 위해 헬스도 하고 크로스핏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핸드볼은 그에게 탄탄한 체력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도 줬다. 고 씨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줄었다. 그리고 건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니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젠 뭐든 못할 게 없다는 자세로 살고 있다”고 했다.“코로나 19때도 부산 삼척 등 전국을 당일치기로 돌아다니며 핸드볼을 봤어요. 그러면서 두려움도 없어졌어요. 핸드볼 보려고 홍콩에도 갔죠. 핸드볼 때문에 겁 없이 적극적으로 살았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도 쉽게 말을 트고, 어울렸죠. 그러면서 제 사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고 씨는 핸드볼 마니아가 된 뒤 “정말 재밌고 매력적인 핸드볼이 왜 비인기 스포츠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훈련 끝날 때마다 우리끼리 ‘왜 핸드볼이 인기가 없나’에 대해 얘기한다. 결국 많은 사람에게 핸드볼의 매력을 알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고 했다.고 씨는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한국 구기 종목으로 유일하게 출전하는 여자 핸드볼이 일을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럼 ‘제2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바람이 불지 않을까요?” 우생순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때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대표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로 큰 화제를 모았었다.“솔직히 여자 핸드볼대표팀만 올림픽에 출전해 부담도 적지 않을 겁니다. 유럽의 큰 선수들에 비해 체격도 작고…. 하지만 2022년 세계청소년선수권(18세 이하)에서 우승했듯 못할 것도 없잖아요. 선수들이 부담 없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힘내라,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그의 마음은 벌 파리로 가 있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배우 고윤희 씨(27)는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때 핸드볼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 거친 몸싸움, 그리고 짜릿한 다이빙슛…. 그해 말부터 핸드볼코리아리그(현 핸드볼 H리그)를 보러 갔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직접 핸드볼을 시작했다. “핸드볼에 관한 관심의 시작은 2020년 말 한 TV 프로그램에 나온 김온아 선수였죠. 그리고 도쿄 올림픽 때 다른 스포츠도 봤는데 유독 핸드볼에 끌리더라고요. 김온아 선수 영향이었나 봐요. 공격과 수비가 빠르게 전환되는 속도감이 눈을 즐겁게 했고, 치열한 몸싸움은 심장을 뛰게 했죠. 처음엔 핸드볼 리그를 보러 가서 모든 팀을 응원했습니다. 그러다 삼척시청 여자 핸드볼 팀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온아(36)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과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2020년 말부터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 등이 출연한 ‘노는 언니’에 나와 솔직 담백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고 씨는 “핸드볼도 잘하는데 순수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김온아는 2022년 말 고 씨가 응원하는 삼척시청으로 이적해 뛰고 있다. “제가 삼척시청을 좋아하게 된 건 당시 최고의 팀(2021∼2022, 2022∼2023시즌 정규리그 및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이었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플레이가 가장 매끄러운 팀이기 때문입니다. 호흡도 잘 맞고 특히 수비가 정말 잘돼 경기를 보기가 편한 팀이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삼척시청 김민서입니다.” 고 씨는 핸드볼 응원을 다니다 만난 친구를 통해 대한핸드볼협회(KHF) 핸드볼클럽을 알게 됐고 2022년부터 코트를 누비고 있다. KHF 핸드볼클럽은 KHF가 2015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치부 초등부가 중심인데 성인반도 운영한다. 은퇴한 핸드볼인들에게는 재능 기부의 기회를, 일반인들에게는 직접 배울 기회를 주고 있다. 고 씨는 연간 전반기, 하반기로 나눠 매 주말 1회씩 총 15회 진행되는 KHF 핸드볼클럽에 등록해 운동하고 있다. “핸드볼은 엄청 힘든 스포츠예요. 2시간 동안 몸 풀고 기초 체력운동 하고 기본기를 배우고 연습 경기를 합니다. 처음엔 아주 힘들었죠. 그런데 함께하는 언니 동생들이 있어 잘 버텼죠. 단체종목이라는 게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만 운동했던 제가 지금은 탄탄한 체력을 자랑합니다.” 고 씨는 중고교 진로 상담 강사를 하며 연극도 하고 드라마도 찍고 있어 다른 운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매주 토요일 저녁 열리는 KHF 핸드볼클럽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7월부터는 ‘오리온’이란 여자 핸드볼 동호회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 고려대사범대부속고에서 그 학교 감독을 지도자로 삼아 훈련하고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처음엔 공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는데 지금은 점프 슛도 하죠. 아직 마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엔 슛이 안 들어가고 자주 빗나갔는데 이젠 골도 넣습니다. 골이 들어갈 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요. 최근엔 서울시 대회에 나가 준우승도 했어요.” 핸드볼은 그에게 탄탄한 체력뿐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도 줬다. 고 씨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줄었다. 그리고 건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니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젠 뭐든 못할 게 없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고 씨는 핸드볼 마니아가 된 뒤 “정말 재밌고 매력적인 핸드볼이 왜 비인기 스포츠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훈련이 끝날 때마다 우리끼리 ‘왜 핸드볼이 인기가 없나’에 대해 얘기한다. 결국 많은 사람에게 핸드볼을 알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했다. 고 씨는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한국이 유일하게 출전하는 여자 핸드볼이 일을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럼 ‘제2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바람이 불지 않을까요?” 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 얘기를 다룬 영화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힘내라,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그의 마음은 벌써 파리로 가 있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올해 일흔한 살인 박상옥 씨는 “요즘 세상이 이렇게 행복한지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며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맨발로 걸은 뒤 1995년부터 29년 앓아온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걸으면서 병이 걸린 뒤 처음으로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됐다.SPS는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으로 최근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을 불렀던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56)도 진단받고 고생하고 있다고 알려진 병이기도 하다. SPS는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면서 뼈를 깎는 듯한 경련을 일으키며 악화된다. 이 병은 백만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세 배쯤 많다. 나이를 가리지 않지만 40대가 좀 더 위험한 거로 알려졌다.“1995년 처음 증세가 나타났어요. 골반 이하부터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1998년부터는 아예 걸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무슨 병인지도 몰랐어요. 병원에 갔더니 목뼈부터 척추 전체에 다 염증이 있다고 했죠.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염증은 치료해서 다 나았는데 몸이 작동이 안 되는 겁니다. 발가락이 오므라져 걸을 수가 없었고, 발을 땅에 디디면 자석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질 알았어요. 그때부터 전혀 걷지를 못했습니다.”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다시피 하며 10여년이 흘렀고 2012년 서울대병원에 가서야 SPS라는 진단을 받았다.“서울대병원에 갔는데 의사들이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젊은 의사 두 명이 저를 보도시 들어 올렸어요. 그때도 검사에서는 이렇다 할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척수에서 항체가 발견됐다고 하면서 SPS라고 한 겁니다. 의사가 ‘공부할 때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하는 겁니다. 병원에서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줬어요. 심할 땐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로 맞았고, 평상시 집에선 약으로 먹었죠. 그래도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걷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부지지수였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하루에 세 번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기도 했다. 움직이지 못하니 1형 당뇨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박 씨는 지인들을 통해 지난해 맨발 걷기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는 “맨발로 걷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누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데려다줄 사람이 없었다. 딸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간간이 집 근처 산에 올랐는데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올라서 맨발 걷기를 했어요. 기분이 좋았죠. 딸을 졸라 하나개해수욕장에 왔어요. 지난주까지 9일 정도 맨발 걷기를 했는데 사람의 도움 없이 지팡이 들고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어요.”박 씨는 최근 일이 있어 하나개해수욕장을 4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만 있었더니 증세가 악화됐다. 오늘(5월 30일) 다시 찾았더니 바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웃었다.국내에 맨발 걷기 열풍을 몰고 온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2)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그리고 접지(Earthing)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맨땅이 좋고 땅 중에서는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발 걷기를 하면 활성산소가 배출되고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맨발 걷기는 맨땅에서 해야 효과가 있고, 땅은 황톳길이 가장 좋다. 그리고 황톳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곳이 해변 바닷물이 촉촉한 모래사장이다. 박동창 회장의 말이다.“일반적으로 바닷가에서 하는 접지를 슈퍼 어싱(Super Earthing)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그 효과가 다른 곳에 걷는 것에 비해 5천 배가 더 좋다라고 하지만 다 과장된 얘기입니다. 제가 회원들하고 2022년 9월에 인천 하나개해수욕장에 와서 그 효과를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바닷물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서울 대모산의 흙길보다 3.7배가 좋았습니다.”박 회장이 이 실험을 한 뒤 하나개해수욕장은 맨발 걷기의 메카로 떠올랐다. 하나개해수욕장엔 전국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주로 병을 이기려는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선 전세 버스를 타고 단체로 맨발 걷기 투어를 오기도 한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썰물 땐 갯벌이 3km까지 이어져 맨발로 걷기 좋게 변한다.박상옥 씨를 만난 5월 30일 하나개해수욕장엔 암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5년 전에 폐암 4기로 진단받은 65세 한 남성은 “제가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만 50번을 받았다. 그런데 맨발 걷기를 2년 하면서 더 이상 암이 퍼지지 않았고,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마치 새살이 돋듯 암이 갈라졌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 고지혈, 전립선, 녹내장 등 ‘종합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약을 하나도 안 먹고 있다고 했다.3년 전에 폐암 2기 진단을 받은 윤종훈 씨(56)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아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그는 “수술을 하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만 받았다. 2년전부터 맨발 걷기를 알고 지속적으로 실시한 뒤엔 뇌까지 퍼졌고 암이 더 퍼지지 않고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는데 아주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하나개해수욕장엔 ‘맨발 아미사 힐링하우스’도 생겼다. 아미사는 ‘암을 이긴 사람들’이란 뜻으로 맨발 걷기로 병을 이기러 오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됐다.박상옥 씨는 “검사를 했는데 맨발 걷기를 한 뒤 제 몸에서 좋은 세포를 공격하는 세포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 당초 7만5000이었는데 3만 정도로 줄었고, 최근엔 6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SPS의 원인에 대해 인체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자가면역 반응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항체는 근육 운동을 제어하는 척수의 신경 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SPS 환자에게는 글루탐산 탈카르복실효소라 불리는 효소를 공격하는 항체가 존재한다. 박 씨의 경우도 이 항체가 준 것으로 보인다.박 씨는 “해변 맨발 걷기 하나로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정말 기적이다. 평생 맨발로 걸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아버지 어머니께서 50대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셔 제가 유전적으로 단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 산악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당시 공무원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축구 동호회가 인기가 있었는데 전 축구에 소질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산에서 뛰어논 기억이 있어 등산은 친근하게 다가 왔습니다.”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87)은 등산 마니아다. 50년간 산을 올랐다. 3년 전 경기 남양주 수동면으로 이사를 왔다. 근처 축령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재무부 공무원 시절인 1974년부터 등산을 시작한 그는 “산을 오른 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현직을 떠난 뒤엔 매주 평균 5회 이상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대모산 등 수도권 산행이 주를 이뤘지만, 설악산 한라산 등 원정 등산도 자주 갔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주말 산행은 2일간 평균 8km, 요즘은 한 번 산행에 6km를 걷고 있다. 지금까지 산을 타며 걸은 거리가 총 5만2000km정도 된다. 지구 한 바퀴(4만km)를 돌고 1만2000km를 더 걸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재부무 출신들로 매월 마지막 목요일 산에 오르는 ‘말목산악회’를 만들었고, 회장을 맡아 27년째 이끌고 있다.“좋은 공기 마시며 산을 올라서 인지 정말 몸이 달라졌어요. 병원을 다니며 치료해도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절 고생시키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산을 타면서 사라졌죠.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사람들 많을 때 눈 앞에 모기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도 없어졌어요.”설 회장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말목산악회 등 등산 모임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나 눈이 와도 산에 올랐다. 아내 손인자 씨(56)는 “주위분들이 괴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설 회장은 매일 아침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양쪽 다리 전체를 움직여 엄지 발가락을 부딪히는 일명 ‘발끝치기’를 1000개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60개 한다. 50년간 등산하며 큰 부상이 없었던 배경에 이런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50년전 함께 등산을 시작한 회원들 중 유일하게 설 회장만 아직도 산을 타고 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다. 건강도 길게 보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하다고 자신하다 망가지기 쉽다. 건강 지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나이가 들어 갈수록 느낄 수 있는 것은 건강 관리도 때가 늦지 않도록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30대부터 준비해 왔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등산이 참 좋다고 느낍니다. 가끔 평지도 걷지만 같은 유산소운동이라도 평지를 2시간 걷는 것과 산을 2시간 걷는 것은 운동 후에 느끼는 쾌감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설 회장의 말처럼 등산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등산은 산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불릴 정도로 운동으로 치면 강도가 높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7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으로 지구력 강화에 효과가 좋다.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1시간 이상 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강한 자극과 약한 자극이 반복되는 운동으 할 때 더 건강해진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 보다는 3~5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큰 효과가 있다.설 회장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50~60대 회원들과 산행할 때도 선두그룹에 합류해 정상까지 거뜬히 오른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는 “2년 전 병원에서 골밀도 조사를 했는데 5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설 회장은 서른 한 살차 나는 아내와 매일 축령산을 2시간 이상 탄다. 그는 상처한 뒤 8년전 지금의 아내와 재혼했다. “둘이 취미도 비슷하고 잘 맞았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봤지만 이렇게 남양주 수동면처럼 잣나무로 이뤄진 휴양림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강원도 말고는 못봤다. 건강을 관리하기 참 좋은 곳이다”고 했다.“산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무와 꽃, 바위, 계곡의 물…. 자연하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또 산은 늘 변해요.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으로 물들죠. 눈 덮힌 산도 예술이죠. 이런 좋은 자연 속에서 걸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이쪽으로 이사와 너무 행복합니다.”설 회장은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재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재경(財經)문학회’를 만들어 역시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시조, 수필 등을 묶어 ‘재경문학’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올초 8호를 발행했다. 그는 수필을 쓴다. 수필로 등단도 했다. 기억력 퇴보를 막기 위해 한자를 다시 공부했고, 4년 전 한국어문회 한자 능력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재무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설 회장은 국민카드 수석 부사장, VISA International 국제이사, 전북신용보증재단 초대 이사장, 교보생명보험 사외 이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수석특별위원, 삼성화재보험 고문, 여수광양항만공사 감사위원장, IBK 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올초엔 성균관 고문단(전국 37명) 초대 회장에 선출 되는 등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아직 막걸리 2병도 마신다”며 “100세 넘어서도 산을 타겠다”며 활짝 웃었다.“100세까지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게 중요합니다. 제게는 등산이 최고의 건강법입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