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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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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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4~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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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 후 5개월만에 보디빌딩 대회서 우승”…아이 둘 엄마의 몸매 관리법은?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제가 첫째 출산한 뒤 5개월 만에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더니 모두 놀라워했어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가 계속 근육운동 해 온 게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아이 둘 낳고도 임신 전 몸매로 바로 돌아왔으니까요.” 김현정 씨(31)는 2020년 6월과 올 2월에 출산한 두 아이의 엄마다. 둘째를 낳은 지 세 달이 채 안됐지만 사실상 예전 몸매로 돌아왔다. 중학교 때부터 근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20세를 넘긴 뒤 지속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온 결과다. “중학교 2학년 때 K-팝 하는 언니들 복근을 보고 저도 만들고 싶어 집에서 혼자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잘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20세를 넘기며 스피닝 강사로 일하게 됐고, 그 때부터 트레이너들로부터 지도를 받았어요.” 땀의 맛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운동한 뒤 샤워를 하면서 느끼는 개운함이 좋았다. 그래서 계속 운동에 관심을 가졌고 스피닝이 인기를 끌 때 자격증을 따 강사로 일한 것이다. 그는 “인생에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운동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 피트니스 업계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트레이너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몸이 잘 잡히지는 않았다. 김 씨는 “뭐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조금씩 얻어 들어서 운동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2015년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코치아카데미에서 제대로 공부하면서부터 몸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 씨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이 해결됐다. 웨이트트레이닝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나서 운동을 하니 근육이 붙었다”고 했다. 그 때 코치아카데미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하용인 씨(46)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근육을 키웠다. 김 씨는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 중구 명동에서 바디플렉스짐을 운영하는 남편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계획이 바뀌었다. “몸이 만들어지니까 욕심이 생겼어요. 우연히 보디빌딩 대회에 구경 갔는데 제 몸이 더 좋은 것 같았죠. 그래서 2017년부터 대회에 출전했어요. 비키니 부문에 출전했는데 처음 나가서 2등을 했어요. 성취감이 대단했어요. 그 후 계속 각종 대회에서 1,2등을 했어요.보디빌딩 대회 출전을 위해서 단축 마라톤에도 나갔다.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근육운동을 했지만 각종 대회 10km와 하프코스에 출전하며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보디빌딩 선수들은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대회를 앞두고 고 단백 식사를 하며 탄수화물과 지방을 완전히 끊는 극단적인 식이요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김 씨는 모유수유를 하기 때문에 골고루 잘 먹으면서 유산소 운동을 적절하게 해서 지방을 줄이고 있다. 달리기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짧고 굵게 하지만 하고나면 체력이 확 올라간 느낌이 들고 마라톤 완주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 같다. 죽을 것 같은데서 해냈다는 느낌이랄까…”라고 했다. 10km는 50분대, 하프는 1시간50분대에 완주하는 수준급 마라토너다. 2019년 임신하면서 대회 출전을 멈췄다.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기가 자궁에 안착 될 때까지 기다린 뒤 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은 애가 잘못 될까 반대했지만 내가 몸을 안 쓰면 죽을 것 같았다. 물론 운동 강도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가볍게 하다가 최대론 임신 전의 40~50%까지만 올렸다. 출산 1주일 전까지 30kg을 메고 스¤을 했다. 그래도 문제없었다. 이젠 남편도 잘 도와준다”고 했다. 출산 직전 몸무게가 평소보다 15kg 늘었다. 임산부 기준으로 사실상 애기 몸무게 수준으로 는 것이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질 몸을 만들었고 임신 기간에도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살은 붙지 않았다. 김 씨는 첫째를 출산 한 뒤 50일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5개월 뒤인 2020년 11월 YMCA 대회 비키니부문 163cm 이상급에 출전해 우승까지 했다. 당시 “어떻게 애 낳고 이렇게 빨리 몸을 만들 수 있냐”며 주위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근육운동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몸도 전혀 망가지지 않았고 튼 살 등 임신 후유증도 없었어요. 산후 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었죠. 첫째 낳고 집에만 있어서 우울했죠. 인생이 다 끝난 것 같고…. 운동을 하고 몸이 돌아오니 자신감을 찾았어요.” 한승수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1)는 “태아가 안정된 상태에서 적당한 운동은 산모에게 도움이 된다. 김 씨의 경우 임신 전부터 계속 근육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출산 전후 강도를 줄인 운동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육아하면서 운동하기가 쉽진 않았다. 김 씨는 “아기가 잠을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아기의 수면 패턴이 파악된다. 새벽에 4~5시간 잘 때를 잘 활용했다”고 했다. 피트니스센터에는 자주 가지 못하고 주로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했다. CC(폐쇄회로) TV를 설치해 아기를 보면서 운동하기도 했다. 임신하기 전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루 2시간 이상 했다. 유산소운동까지 하루 5~6시간 운동에 투자했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짧고 굵게 끝낸다. 그는 “운동을 하다보니 강도를 높이고 집중해서 하면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둘째 임신 땐 운동을 많이 못했다. 첫째 아이 언어 교육을 시키다 프로그램이 맘에 들어 직접 교육사업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첫째 교육을 위해 시작했는데 사업이기 때문에 집중해야 해서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3개월 만에 몸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역시 근육운동의 힘이었다. 근육량이 많아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다시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대회에 출전해 결과를 받는 게 재밌어요. 성적이 좋으면 성취감도 느끼고요. 대회를 준비하려면 최소 3개월은 운동해야 하는데 그럼 몸매 관리는 저절로 되죠.” 남편을 만난 스토리가 재밌다. “코치아카데미에서 만났는데 제가 먼저 접근했어요. 멋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보다 15살이나 많더라고요. 역시 근육운동을 해서 그런지 젊어 보였어요. 나이 얘기 안하면 20~30대로 보여요…. 호 호.” 실제로 근육운동을 하면 젊어진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는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나이 들수록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근육은 젊음을 되찾아주는 회춘약(回春藥)과 같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시킨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온다. 나이 들면서 근육운동이 더 중요하다. 사람 근육은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감소한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80세에는 최대 근육량의 50% 수준으로 떨어진다.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일찌감치 근육운동을 생활화하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김 씨는 “평생 젊게 살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놓지 않겠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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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만 문체2차관 ‘성추행 의혹’… 趙 “오해 풀어”

    13일 임명된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61)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한 매체가 조 차관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달 저녁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대한체육회에 지시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문체부로부터 지시 공문이 내려왔다”며 “(조 차관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신고나 보고는 그동안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회식 자리에는 조 차관을 포함해 대한체육회 직원 7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회식 다음 날 여직원 2명이 사무실로 찾아와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고 얘기한 일이 있다”며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불편함을 느꼈다면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오해를 풀고 넘어갔던 일이고 이후로 다른 항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재정·예산을 담당했던 경제 관료 출신인 조 차관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지낸 뒤 2021년 4월부터 대한체육회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선임돼 체육계와 인연을 맺다가 새 정부 인사에서 차관으로 발탁됐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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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째 낳고 3개월 만에 원래 몸매로… ‘근육운동의 힘’ 실감”[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김현정 씨(31)는 2020년 6월과 올 2월에 출산한 두 아이의 엄마다. 둘째를 낳은 지 세 달이 채 안 됐지만 사실상 예전 몸매로 돌아왔다. 중학교 때부터 근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20세 이후 지속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온 결과다. “중학교 2학년 때 K팝 하는 언니들 복근을 보고 저도 만들고 싶어 집에서 혼자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잘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20세를 넘기며 스피닝 강사로 일하게 됐고, 그때부터 트레이너들로부터 지도를 받았어요.” 그래도 몸이 잘 잡히지는 않았다. 2015년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코치아카데미에서 제대로 공부하면서부터 몸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 씨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이 해결됐다. 웨이트트레이닝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나서 운동을 하니 근육이 붙었다”고 했다. 그때 코치아카데미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하용인 씨(46)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근육을 키웠다. “몸이 만들어지니까 욕심이 생겼어요. 우연히 보디빌딩 대회에 구경 갔는데 제 몸이 더 좋은 것 같았죠. 그래서 2017년부터 대회에 출전했어요. 비키니 부문에 출전했는데 처음 나가서 163cm 이상급에서 2등을 했어요. 성취감이 대단했어요. 그 후 계속 각종 대회에서 1, 2등을 했어요.” 대회 출전을 위해서 단축 마라톤에도 나갔다.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근육운동을 했지만 각종 대회 10km와 하프코스에 출전하며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달리기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짧고 굵게 하지만 하고 나면 체력이 확 올라간 느낌이 들고, 마라톤 완주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 같다. 죽을 것 같은 데서 해냈다는 느낌이랄까…”라고 했다. 2019년 임신하면서 대회 출전을 멈췄다.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기가 자궁에 안착될 때까지 기다린 뒤 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은 애가 잘못될까 반대했지만 내가 몸을 안 쓰면 죽을 것 같았다. 물론 운동 강도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가볍게 하다가 최대론 임신 전의 40∼50%까지만 올렸다. 출산 1주일 전까지 30kg을 메고 스쾃을 했다. 그래도 문제없었다”고 했다. 출산 직전 몸무게가 평소보다 15kg 늘었다. 임신부 기준으로 사실상 애기 몸무게 수준으로 는 것이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질 몸을 만들었고 임신 기간에도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살은 붙지 않았다. 김 씨는 첫째를 출산한 뒤 50일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5개월 뒤인 2020년 11월 YMCA 대회에 출전해 우승까지 했다. 당시 “어떻게 애 낳고 이렇게 빨리 몸을 만들 수 있냐”며 주위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근육운동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몸도 전혀 망가지지 않았고 튼 살 등 임신 후유증도 없었어요. 산후 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었죠. 첫째 낳고 집에만 있어서 우울했죠. 인생이 다 끝난 것 같고…. 운동을 하고 몸이 돌아오니 자신감을 찾았어요.” 한승수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1)는 “태아가 안정된 상태에서 적당한 운동은 임부에게 도움이 된다. 김 씨의 경우 임신 전부터 계속 근육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출산 전후 강도를 줄인 운동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육아하면서 운동하기가 쉽진 않았다. 김 씨는 “아기가 잠을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아기의 수면 패턴이 파악된다. 새벽에 4∼5시간 잘 때를 잘 활용했다”고 했다. 피트니스센터에는 자주 가지 못하고 주로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아기를 보면서 운동하기도 했다. 둘째 임신 땐 운동을 많이 못했다. 첫째 아이 언어 교육을 시키다 프로그램이 맘에 들어 직접 교육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3개월 만에 몸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역시 근육운동의 힘이었다. 근육량이 많아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다시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대회에 출전해 결과를 받는 게 재밌어요. 성적이 좋으면 성취감도 느끼고요. 대회를 준비하려면 최소 3개월은 운동해야 하는데 그럼 몸매 관리는 저절로 되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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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걷는 것만으로도 수명 20년은 길어져…치매 예방까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어느 정도 빨리 걸어야 건강에 도움이 될까? 걷는 속도에 따라 수명이 최대 20년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이 보행 속도와 유전학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걷는 속도가 시간당 4마일(약 6.4㎞) 이상인 사람들은 더 건강한 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빠르게 걷는 사람과 느린 사람의 세포 건강은 16년까지 차이가 났다. 이 논문은 걷는 습관에 따라 빨리 걷는 사람과 늦게 걷는 사람의 수명이 최대 20년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평균 연령 57세의 영국인 40만5981명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쳐 건강 기록과 게놈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중 약 절반(21만2303명)이 평균시속 3~4마일(약 4.8~6.4㎞)의 속도로 걸었고, 2만6835명(15명 중 한 명꼴)은 시속 3마일 미만의 느린 속도로, 16만6843명(10명 중 4명꼴)은 시속 4마일 이상의 빠른 속도로 걸었다. 연구결과 빠르게 걷는 사람들이 느리게 걷는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가 더 길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말단에 붙어 있는 DNA 조각. 유전자를 확대해보면 X자 모양을 한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끝부분에는 노란색 망으로 감싸여 있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바로 텔로미어로 유전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노화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바로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잣대인 셈이다. 연구팀은 “과거 연구에서도 걷는 속도가 건강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인자였다. 이번 연구는 걷는 속도가 빠르면 실제로 더 나은 건강 상태를 만들고, 더 어린 생물학적 나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운동 생리학적으로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의 차이는 명확하다. 운동효과를 보느냐 안 보느냐의 차이다. 천천히 걸으면 운동으로서 효과가 없다. 빠르기도 중요하지만 걷는 강도도 중요하다. 어느 수준 이상으로 걸어서 체온이 상승하고 호르몬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등 유의미한 체내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야만 건강증진으로 이어진다. 운동효과를 얻기 위한 걷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도 있다. 보통 1일 권장 걸음수가 1만보다. 1만보면 보폭에 따라 8km에서 9.5km다. 빠르게 한 번에 걸으면 1시간 20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로 상당한 운동량이다.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한 인물들 중에서도 빨리 걷거나 산을 오르는 등 강도 높게 걸었을 때 운동효과가 컸다. 2021년 7월 24일 소개한 ‘걷기만 했는데 확 빠져… 의사도 놀란 노르딕워킹 효과’의 주인공 주연서 INWA(International Nordic Walking) 코리아 사무국장(50)은 운동량이 큰 노르딕워킹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모델 출신인 주 국장은 사업하면서 건강을 챙기기 위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지만 2015년 노르딕워킹을 만난 뒤 주 5일 이상, 많게는 하루 4시간 이상 노르딕워킹을 하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노르딕워킹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도하며 함께 걷고 있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노르드(Nord)’는 ‘북방(北方)’을 뜻하는 말로서, 노르딕 스키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했다. 노르딕 스키는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발원지의 지형 특성이 반영되어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뉜다. 이를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노르딕워킹은 1990년대 중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2000년대 초중반 들어와 한 때 반짝 인기를 끌고 일부 마니아층에서 즐기는 운동이었다가 최근 다시 붐이 일고 있다. 주 국장의 설명이다. “노르딕워킹의 장점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걷게 해준다는 겁니다. 폴을 활용해 걷기 위해서는 상체에서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상체는 어깨가 운동의 시작입니다. 발이 나갈 때 어깨도 함께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땅에 짚은 뒤 폴을 끝까지 밀어줘야 보폭이 커지고 운동량도 배가 됩니다. 우리 몸은 큰 근육을 잘 써야 에너지 소비가 잘 됩니다. 걸을 때 허벅다리 장딴지가 가동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됩니다. 몸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 됩니다.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소 3주 이상해야 운동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한달 정도 하면 체중 변화는 크게 없지만 몸이 균형 있게 변합니다.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없어집니다. 일종의 몸의 탈바꿈이라고 할까요. 3개월 이상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최소 하루 60~90분은 해야 합니다.” 주 국장은 노르딕워킹 3개월로 10kg을 감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21년 8월 7일 소개한 ‘母 돌아가신 후 무작정 걷기 시작…35kg 감량했어요’의 주인공 정용권 씨(53)는 산을 오르며 체중감량과 건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5년 전 어머니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자신의 건강을 되돌아봤고 걷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120kg이었던 정 씨는 걸어서 2년 만에 35kg을 감량해 지금은 80kg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정 씨의 설명이다.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를 지켜보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쉬운 게 걷기잖아요. 처음엔 아파트 한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 다음 공원도 가고 마트도 가고…. 조금씩 늘려갔어요. 어머니 돌아가신 게 저에겐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1km에서 2km, 2km에서 5km, 5km에서 10km. 걷는 거리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걷기가 생활화가 됐다. 정 씨는 어느 순간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몸이 더 많이 걸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량을 계속 늘렸다. 그러다보니 매일 10km 이상을 걷게 됐다”고 했다. 등산을 한 것도 몸이 반응해서란다. 산 오르는 것도 처음엔 집 주변 해발 200m 낮은 산부터 300m, 400m로 차근차근 올렸다. 어느 순간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명산도 가게 됐다. 정 씨는 걷기 시작 1년째부터 운동 루틴이 현재 하고 있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매일 11km를 걷고 주말에는 산으로 가는 게 그의 운동 루틴이다. 2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해발 1000m 이상급 산을 오르게 됐다. 2020년 8월부터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오르고 있다. 역시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명산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정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산을 탄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솔직히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산을 탔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겁니다. 일찌감치 포기했을 거예요.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걸었고 걷다보니 산을 올랐고, 산이 좋아 산을 타다보니 어느 순간 다이어트란 선물이 제게 와 있었습니다. 혹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걷은 것과 등산을 취미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살은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걷는 속도는 치매와도 연관이 있다. 성기홍 대한생활체육회 브레인걷기협회 기억력회복운동센터장(62)은 “여섯 번째 생체신호인 걸음걸이가 치매 예측과 예방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걸음 속도 범위는 초당 1.2~1.4m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이보다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초당 0.6~0.8m. 걸음 속도가 초당 0.4m 이하로 떨어지면 낙상 확률이 높아졌다. 육체적인 결함 없이 초당 0.4m 미만으로 걷는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아주대병원 문소영 교수팀과 함께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에 따른 국가치매극복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형 치매예방 다중 영역 프로그램 개발’ 연구 과제를 2018년 실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68세에서 72세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유산소운동을 주당 150분, 근력 및 균형 운동을 2주당 1회를 기본으로 12주간 시킨 결과 체력이 상승한 것은 물론 인지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인 ADAS-cog 수치가 운동 전 10.7에서 8.8로 떨어졌다. ADAS-cog는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30이 넘으면 치매로 판단한다. 치매환자에게 유산소운동을 시켜도 인지능력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걷기를 인지기능에 관여하지 않는 자동적 운동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뇌의 해마·전두엽과 연결된 복잡한 인지기능이 동반된 운동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상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뇌에서 가장 빠른 길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이후 심리상태와 환경 사이에서 다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가야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걸으면서 계속 계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판단이 내려진다. 파란불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지금 가야 하나’ ‘아냐 지금 가면 위험해’,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등 수많은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빨리 걸으면 수명도 길게 하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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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 안들리고 손에서 컵 ‘뚝’, 죽겠다 싶었죠…걷고 달리며 건강관리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사람이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해보셨습니까? 전 해봤습니다.” 김영기 씨(61)는 삼성스포츠단 간부로 있던 2013년 4월 뇌경색으로 병원신세를 지고서야 술을 끊은 뒤 달리고 걷기를 생활화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엄청난 ‘말술’로 유명했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을 경험한 뒤에는 절제하며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은 매일 2만보 이상을 뛰고 걸으며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당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일본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러다 서울 강남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힘들더라고요. 과음 탓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했는데…. 한쪽 귀가 안 들렸고 손에 있던 휴대전화와 물컵도 떨어뜨렸어요. 서 있는데 누가 몸도 자꾸 왼쪽으로 치우친다고 해서 사내 의사를 찾았죠.” 사내 의사가 뇌경색으로 판단하고 바로 119구급차를 불러 그를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오른쪽 경동맥이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일 날 뻔했다. 정밀검사를 받았더니 부정맥이 원인이었다. 1주일 치료 받은 뒤 퇴원했다. 부정맥 치료를 1년 더 받았다. 그 1년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사실 김 씨는 뇌경색이 오기 전부터 체중관리에 들어갔다. 체중이 97kg이나 나가 모든 건강 지표가 위험수준까지 오르자 회사에서 “당분간 체중 관리에 집중하라”고 해서 채식 위주 식단을 짜고 등산과 걷기 등으로 관리해 체중을 84kg까지 줄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수원 삼성 성적 부진에 스트레스를 받고 폭음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에까지 간 것이다. 그는 “용인으로 이사 가기 전 수원에 살 때도 광교산을 거의 매일 올랐다. 왕복 2시간 40분 코스로 건강관리에 최고였다. 용인으로 옮겨서도 운동은 계속 했는데…. 그래도 술에는 장사 없다. 아직 막걸리를 가볍게 마시고는 있지만 절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몸을 추스른 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의사는 운동도 하지 말고 사우나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난 그 반대로 했다. 물론 절대 무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평소 즐기던 걷기와 달리기, 등산으로 체중 감량에 나섰다. 2년 만에 70kg까지 줄였다. 최고 체중에서 무려 27kg을 감량한 것이다. 부정맥을 포함해 당뇨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70~72kg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버린 옷만 한 트럭이 넘는다. 김 씨의 하루는 달리고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새벽 5시에 기상해 스트레칭 체조를 한 뒤 5시30분부터 경기 용인 동천동 집에서 탄천으로 달려 나간다. 왕복 10km를 달리고 오면 동네 사람들과 합류해 6~8km를 다시 걷는다. 그럼 오전 8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사우나를 즐긴다. 그는 “사우나 마치고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점심을 먹는다. 과음은 하지 않지만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 하는 즐거움까지 끊을 순 없었다. 이런 게 사는 재미 아니냐”고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루틴이 계속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탄천은 매일 달리고 걷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밖으로 못 나갈 정도가 되면 지하 주차장을 돌거나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죠. 비는 상관없어요. 우비를 입고 냅다 달립니다.” 달리긴 하지만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에 맞게 즐겁고 재밌게 달리는 게 최고”라고 했다. 공식 대회 출전은 10km가 최고다. 1년에 3회 정도 10km를 1시간 이내로 완주한다.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열린 DMZ 9.19km 마라톤도 완주했다. 지인들과 골프를 칠 경우에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 라운드를 마치면 1만5000보는 걷는다. 그는 속칭 ‘BMW(버스, 메트로, 워킹)족’으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서 이동한다. 많이 걸을 땐 하루 4만보 이상 걷는다. 2017년 9월부턴 8년 안에 지구 한바퀴 거리인 4만km를 완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리고 걷고 있다. 그냥 걷기만 하면 재미가 없어 지인들과 전국의 명소도 찾고 있다. 서울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을 이미 돌았고,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에 백두산까지 정복했다. 걸음수와 거리를 체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에는 아직 5년도 채 안된 가운데 약 3920만보, 2만9600km를 달리고 걸은 것으로 돼 있다. 매일 2만3000보인 셈이다. 그는 지금까지 가본 산 중 최고로 지리산을 꼽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 산세가 좋고 어딜 가든 새로운 느낌 이었다. 그리고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걷기 코스로는 숲 속을 걷는 제주 곶자왈이 최고라고 했다. “달리고 걸으면서 고민이 없어졌어요. 머리 아플 때 달리거나 걸으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과거 복잡한 것들도 정리되고 내일 뭘 해야 할 지도 명확해집니다. 제가 운동하면서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운동은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정말 좋아요.” 운동에 집중하면서 원망도 사라졌다. “제가 인생을 살면서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3명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다 용서했습니다. 참 신기했죠. 달리고 걸으니 마음도 여유롭고 모든 원망도 사라지더라고요. 올레길 걷다 저녁에 막걸리 마시고 전화해서 다 용서했습니다. 제 돈 떼어 먹고 도망간 사람, 절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에 욕한 사람 등. 그게 운동의 힘입니다. 달리고 걸으면 인생사도 해결됩니다.” 김 씨는 지난해 3차례로 나눠 제주 올레길 26코스 425km를 완보했다. 삼성스포츠단을 나와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에서도 일했던 그는 지난해 모든 일을 접고 건강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 쪽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요즘엔 가끔 도와달라는 단체가 있으면 도와주고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게 최대의 목표”라고 했다. 김 씨는 자전거도 한 3년 탔다. 집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왕복 80km를 자주 오갔다. 자전거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줬다. 달라고 걷는 것은 길어야 20~30km이지만 자전거는 100km도 가능했다. 풍광을 즐기며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주위에서 자전거 사고로 크게 다치는 것을 보고 이젠 타지 않는다. 그는 “축구단 농구단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가 자전거 타다 얼굴을 완전히 갈아가지고 온 것을 보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었다”고 했다. 달리고 걷는 목표도 늘 새록새록 생긴다. 그래야 사는 재미가 있다. 올해 목표는 한라산과 지리산 둘레길을 도는 것이다. 한번 가면 하루 40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그는 “한번에 끝낼 순 없고 2주 돌고 잠깐 쉬고 다시 도는 방식으로 도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힘든 여정이지만 이루어 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는 “조만간 부산에서 임진각, 혹은 강원 고성까지 걷고 싶다”고 했다. 삼성스포츠단에서 대한육상연맹을 지원할 때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리는 경부역전마라톤을 자주 참관하면서 국토를 종단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그는 “조만한 친한 친구가 은퇴하는데 함께 국토 종단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 씨는 체중을 감량하고 걷는 재미를 붙이기에 가장 좋은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이라고 했다. “거리와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코스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수준에 맞춰 도전하다 보면 산을 타는 재미를 느끼고 확실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이 없으면 100세 시대도 없다. 걷고 달리면 건강은 반드시 따라 온다”고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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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경색 후 각성… 걷고 달려 27kg 뺀 뒤 건강 되찾아”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평소에도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술이 문제였다. 김영기 씨(61)는 삼성스포츠단 간부로 있던 2013년 4월 뇌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서야 술을 끊은 뒤 달리고 걷기를 생활화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지금은 매일 2만 보 이상 뛰고 걸으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당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일본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러다 서울 강남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힘들더라고요. 과음 탓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했는데…. 한쪽 귀가 안 들렸고 손에 있던 휴대전화와 물컵도 떨어뜨렸어요. 서 있는데 누가 몸도 자꾸 왼쪽으로 치우친다고 해서 사내 의사를 찾았죠.” 사내 의사가 뇌경색으로 판단하고 바로 구급차를 불러 그를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오른쪽 경동맥이 막혔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부정맥이 원인이었다. 1주일 치료받은 뒤 퇴원했다. 부정맥 치료를 1년 더 받았다. 1년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사실 김 씨는 뇌경색이 오기 전부터 체중 관리에 들어갔다. 체중이 97kg이나 나가 건강 지표가 위험 수준에 이르자 회사에서 “당분간 체중 관리에 집중하라”고 해서 채식 위주 식단을 짜고 등산과 걷기 등으로 관리해 체중을 84kg까지 줄였다. 그러다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고 폭음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까지 간 것이다. 2015년부터 제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의사는 운동도 하지 말라, 사우나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평소 즐기던 걷기와 달리기, 등산으로 체중 감량에 본격 나섰다. 물론 절대 무리하지는 않았다. 2년 만에 70kg까지 줄였다. 최고 체중에서 무려 27kg을 감량한 것이다. 부정맥을 포함해 당뇨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70∼72kg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버린 옷만 한 트럭이 넘는다. 김 씨의 하루는 달리고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전 5시에 기상해 스트레칭 체조를 한 뒤 5시 30분부터 경기 용인시 동천동 집에서 탄천으로 달린다. 왕복 10km를 달리고 오면 동네 사람들과 합류해 6∼8km를 걷는다. 그럼 오전 8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사우나를 즐긴다. 그는 “사우나 마치고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점심을 먹는다. 과음은 하지 않지만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하는 즐거움까지 끊을 순 없었다. 이런 게 사는 재미 아니냐”고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루틴이 계속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탄천은 매일 달리고 걷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밖으로 못 나갈 경우엔 지하 주차장을 돌거나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죠. 비와 눈은 상관없어요. 우비를 입고 달립니다.” 지인들과 골프를 칠 경우에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 라운드를 마치면 1만5000보는 걷는다. 그는 속칭 ‘BMW(버스, 메트로, 워킹)족’으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한다. 많이 걸을 땐 하루 4만 보 이상 걷는다. 2017년 9월부턴 8년 안에 지구 한 바퀴 거리인 4만 km를 완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리고 걷고 있다. 지인들과 전국의 명소도 찾는다. 서울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을 돌았고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에 백두산까지 정복했다. 걸음 수와 거리를 체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에는 아직 5년이 채 안 됐는데 약 3920만 보, 2만9600km를 달리고 걸은 것으로 나온다. 매일 평균 2만3000보다. 삼성스포츠단을 나와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에서도 일했던 그는 지난해 모든 일을 접고 건강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 쪽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가끔 도와달라는 단체가 있으면 도와주고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게 최대의 목표”라고 했다. 김 씨는 체중을 감량하고 걷는 재미를 붙이기에 가장 좋은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이라고 했다. “거리와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코스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수준에 맞춰 도전하다 보면 산을 타는 재미를 느끼고 확실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이 없으면 100세 시대도 없다. 걷고 달리면 건강은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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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먹어도 체중 변화 없어…달리면서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평소 집에서 가까워 서울 남산을 자주 올랐어요. 남산에서 SFR(Seoul Fun Run) 마라톤클럽 회원들이 달리는 것을 자주 접했어요. 어느 날 우연히 회원을 만나 인사를 나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남산을 올랐어요. 저도 혼자 가끔 달렸는데 자주 다쳤어요. 그 때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좋은 인연이 돼 지금까지 잘 달리고 있습니다.” 우연한 인연이 사람의 인생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진선 씨(39)는 2018년 9월 서울 남산을 오르다 SFR 회원을 만나면서 마라톤에 빠지게 됐다. 운동의 일상화를 실천하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역시 함께 하니 좋았어요. 동호회 감독과 선배들에게 바르게 달리기 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니 다치지 않았죠.” 하지만 2019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뒤 고관절을 다쳐 6개월을 쉬어야 했다. 풀코스 달리기 전에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해야 하는데 25km까지만 소화한 뒤 달린 게 화근이었다. 29km를 넘어서면서 고관절에 통증이 와 질질 끌다시피 달려 4시간45분에 완주했다. 결과론적으로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지금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완주한 공식 풀코스 레이스가 됐다. 쉬면서 여기저기 달리기 정보를 수집했고 그해 10월 철인3종까지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오픈케어를 찾아 선수출신 함연식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달리기 자세를 다시 배웠고 서서 다리 들어올리기와 플랭크, 복근운동 등 보강훈련까지 하니 몸이 달라졌다. “풀코스를 완주하게 도와주는 100일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두 번 받았어요. 지난해 10월 풀코스 완주를 준비했는데 대회가 열리지 않아 400m 트랙에서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3시간45분을 목표로 달렸는데 3시간39분대에 들어왔어요. 그러고도 힘이 남았죠.”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산을 달리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남산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달리는 트레일러닝 동호회 ‘찰스런’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 산을 좋아했지만 오를 기회가 없던 그에게 트레일러닝은 색다른 묘미를 줬다. “풍광도 좋고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더 편안하다”고 했다. 도로는 계속 같은 자세로 달리기 때문에 지루하고 같은 근육만 써 피로감이 빨리 오는데 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니 재미도 있고 덜 피곤하다는 설명이다. 정 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하남 미사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달리는 전국마라톤협회 주최 마라톤 풀코스 이벤트 경기에서 3시간50분에 완주해 여자 30대 2위를 했다. 그는 “비도 오고 맞바람이 심해 고생했지만 결과가 좋아 기뻤다”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런 크루 갱런(gangrun)’과의 인연으로 런트립(Run Trip)‘의 재미에도 빠졌다. 런 크루 갱런의 회원은 기수제로 운영되는데 각 기수마다 끈끈함이 남달라 서로의 지역으로 갈 경우 챙겨주는 런문화에 더욱 달리기를 사랑하게 됐다. 예를 들어 제주도 여행을 갈 경우 그 소식을 접하면 그 지역 회원들이 함께 달리고 맛 집도 소개해주고 한다는 것이다. 정 씨의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한다. 마포에서 둘째 언니와 ’카페키노겐‘을 운영하는 그는 매일 새벽 이태원 집에서 카페까지 5km를 달려서 출근한다. 오후 퇴근 땐 한강변을 달려 귀가하는데 10km 정도 된다. 거의 매일 15km를 달린다. 목요일엔 찰스런, 일요일엔 SFR에서 달린다. 토요일엔 친구들과 산을 찾는다. 주 7일 운동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의 일상화라고 할까요. 운동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는 일상생활을 운동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것이나 시간이 비슷해요. 도로가 막히면 짜증나는데 달리면 전혀 막힐 일이 없어 좋아요. 심신 건강에 아주 좋아요.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땐 서서 발 들어올리기도 하고 플랭크나 복근운동도 하죠.” 서서 발 들어올리기는 하루 1000개를 넘게 하고 있다. 달리면서 자신감도 얻었고, 일처리도 깔끔해졌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목표를 세우고 이뤄내는 일이 많아졌어요. 훈련을 분단위 초단위로 쪼개서 하다보니 시간관념도 좋아졌어요. 과거엔 약속에 늦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제가 늦는 것을 용납을 못해요.” 달리면서 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다.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그는 조만간 더 맛있는 빵을 굽기 위해 제빵사 자격증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미용실에서 일하다 1년 전부터 카페에서 언니와 함께 빵을 구웠는데 내 성격하고 잘 맞았다. 내가 좋아하는 빵을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내면 손님들 반응도 좋았다. 그래서 제빵사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했다. 달리면서 뭐든 하면 될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마포 한적한 곳에 있는 카페키노겐을 러너들의 쉼터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5km를 달렸다는 ’러너인증‘을 하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30% 할인해줄 계획이다. 달리면서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난해 좀 힘든 일이 있었다. 달리면서 잊었다. 달리면서 어차피 일어난 일이 없던 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달리지 않았다면 우울증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달리니 아무리 먹어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 달리기 전에 비해 근육량이 3% 증가하고 체지방이 9% 빠졌다. 정 씨는 지난해에만 제주도를 6번 다녀올 정도로 ’제주 사랑‘에 빠졌다. 가족과 친구와 한라산도 올랐고 제주도 둘렛길을 돌기도 했다. 한번은 자전거를 타고 돌았고, 달려서도 돌았다. 그는 “제주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갈 때마다 새로웠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돌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달에도 제주도를 다녀왔다. 최근엔 지인들과 함께 서울 5산 81km를 1박2일 22시간에 종주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나루를 출발해 남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을 완주했다. 토요일 오전 11시에 출발해 다음날 오전 10시에 완주했다. 5월 말엔 60km 산악 질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매일 달리고 돌아다니는데 남편은 뭐라고 안할까? “사실 남편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2019년 풀코스 처음 달릴 때 남편이 오토바이 타고 따라 왔는데 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나 봐요. 그 때부터 제가 어디 가서 달리든 응원해줍니다.” 정 씨는 요즘 ’달리기 전도사‘로 불린다. 큰 언니와 딸(조카), 둘째 언니까지 달리기에 입문시켰다. 큰 언니와 조카는 SFN에서 함께 달린다. 6월 열리는 하이원리조트 스카이레이스 때 남편과 함께 20km를 달릴 예정이다. 둘째 언니와 조카도 함께 달린다. 올해부턴 SFN 훈련부장을 맡아 초보자들에게 달리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4월 17일 열린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언택트 버추얼 레이스에서 언니들과 조카 10km 페이스메이커를 했어요. 아주 뿌듯했습니다. 달리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평생 사람들이 잘 달리도록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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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15km 달려 출퇴근… ‘운동 일상화’에 인생도 달라져”[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우연한 인연이 인생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정진선 씨(39)는 2018년 9월 서울 남산을 오르다 SFR(Seoul Fun Run) 마라톤클럽 회원을 만나면서 달리기에 빠지게 됐다. 운동의 일상화를 실천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 “평소 남산을 오르면서 SFR 회원들이 달리는 것을 자주 봤어요. 어느 날 우연히 회원을 만나 인사를 나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남산을 올랐어요. 저도 가끔 혼자 달렸는데 자주 다쳤어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함께하니 역시 좋았다. 동호회 감독과 선배들한테서 바르게 달리는 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니 부상이 없었다. 하지만 2019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뒤 고관절을 다쳐 6개월을 쉬어야 했다. 풀코스를 달리기 전에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해야 하는데 25km까지만 소화한 뒤 달린 게 화근이었다. 29km를 넘어서면서 고관절에 통증이 와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달려 4시간45분에 완주했다. 쉬며 여기저기서 달리기 정보를 수집했고 그해 10월 철인3종까지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오픈케어를 찾아 선수 출신 함연식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달리는 자세를 다시 배웠고 서서 다리 들어 올리기와 플랭크, 복근운동 등 보강 훈련까지 하니 몸이 달라졌다. “풀코스 완주 100일 프로그램을 두 번 받았어요. 지난해 10월 풀코스 완주를 준비했는데 대회가 열리지 않아 400m 트랙에서 풀코스를 달렸죠. 3시간45분을 목표로 달렸는데 3시간39분대에 들어왔어요. 그러고도 힘이 남았죠.” 지난해 11월부터는 남산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달리는 트레일러닝 동호회 ‘찰스런’에 가입해 산도 뛰고 있다. 트레일러닝은 그에게 색다른 묘미를 줬다. “풍광도 좋고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더 편안하다”고 했다. 도로는 계속 같은 자세로 달리기 때문에 지루하고 같은 근육만 써 피로감이 빨리 오는데 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니 재미도 있고 덜 피곤하다는 설명이다. 정 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하남 미사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달리는 전국마라톤협회 주최 마라톤 풀코스 이벤트 경기에서 3시간50분에 완주해 여자 30대 부문 2위를 했다. 그는 “비도 오고 맞바람이 심해 고생했지만 결과가 좋아 기뻤다”고 했다. 정 씨의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한다. 마포에서 둘째 언니와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매일 새벽 이태원 집에서 카페까지 5km를 달려 출근한다. 오후엔 한강변을 달려 귀가하는데 10km 정도 된다. 거의 매일 15km를 달린다. 목요일엔 찰스런, 일요일엔 SFR에서 달린다. 토요일엔 친구들과 산을 찾는다. 주 7일 운동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의 일상화라고 할까요. 운동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는 일상생활을 운동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땐 서서 발 들어 올리기도 하고 플랭크나 복근운동도 하죠.” 달리면서 자신감도 얻었고 일처리도 깔끔해졌다고 했다. 그는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를 잘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젠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이뤄내는 일이 많아졌다. 시간관념도 좋아졌다”고 했다. 미용사였던 그는 조만간 제빵사 자격증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달리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난해 좀 힘든 일이 있었다. 달리면서 잊었다. 달리지 않았다면 우울증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달리니 아무리 먹어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 달리기 전에 비해 근육량이 3% 증가하고 체지방이 9% 빠졌다. 정 씨는 요즘 ‘달리기 전도사’로 불린다. 큰언니와 딸(조카), 둘째 언니까지 달리기에 입문시켰다. 큰언니와 조카는 SFR에서 함께 달린다. 6월 열리는 하이원리조트 스카이레이스 땐 남편과 함께 20km를 달릴 예정이다. 올해부턴 SFR 훈련부장을 맡아 초보자들에게 달리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달리면 인생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잘 달리도록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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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서 2시간4분43초… 실력+코스+날씨 ‘찰떡 3박자’

    17일 열린 2022 서울마라톤 국제 남녀부에서 5개의 대회 최고기록이 쏟아진 원동력은 최고의 선수와 코스, 최적의 날씨 등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은 개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다. 개최 도시의 코스와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훈련을 잘 소화한 선수라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마라톤 사무국은 2016년 작성된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2시간5분13초)을 깨기 위해 세계 최고의 건각들을 초청했다. 이날 2시간4분43초로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30·에티오피아)는 2019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2분55초를 기록한 철각. 당시 남자 세계 최고기록(2시간1분39초) 보유자로 2시간2분37초를 기록한 엘리우드 킵초게(38·케냐)에 밀려 2위를 했지만 역대 남자 마라톤 랭킹 4위로 세계 마라톤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날 2위를 한 헤르파사 네가사 키테사(29·에티오피아)도 2019년 두바이마라톤에서 2시간3분40초를 기록했다. 3위 다니에우 페레이라 두 나시멘투(24·브라질)는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6분11초로 다소 밀렸지만 이들과 경쟁하며 기록을 크게 단축했다. 2시간4분51초로 자신의 브라질기록은 물론 남미기록(2시간6분5초·1998년 호날두 다 코스타)까지 갈아 치운 것이다. 2시간2∼6분대의 아프리카 철각들은 이날 20km까지 20명이, 30km까지 9명이 함께 달리는 등 서로 자극제가 됐다. 특히 이번 대회는 30km나 35km까지 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없었지만 1∼3위 3명이 41km를 넘을 때까지 경쟁하며 기록을 단축했다. 여자부에서도 2시간20∼23분대 선수들이 끝까지 경쟁하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울 도심을 달리는 서울마라톤 코스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남자 마라톤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 보유자 이봉주(52)는 현역 시절 “세계적으로 봐도 전혀 손색없는 코스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오르막이 없고 평탄하다”고 평가했다. 보스턴마라톤(2001년 우승) 등 세계적인 마라톤대회를 섭렵한 이봉주는 은퇴 직전인 2007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8분4초로 우승했다. 날씨도 좋았다. 이날 출발할 때인 오전 7시 30분엔 기온이 8.6도였고 레이스를 마친 오전 9시 30분쯤엔 12도였다. 마라톤 레이스 최적의 기온은 9도다. ‘기록 단축의 최대 적’ 바람도 남서풍과 북동풍이 초속 1m 정도로 부는 등 거의 없었다. 서울마라톤은 2019년 세계육상연맹이 세계육상 문화유산으로 선정한 데 이어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라벨’로 인증한 ‘명품’ 대회다.오세훈 시장-임대기 회장 등 격려 출발선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임대기 대한육상연맹 회장, 최재형 국회의원, 박원하 서울시체육회장,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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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고 선수들-코스-날씨 ‘3박자’ 서울마라톤…‘기록 잔치’ 벌였다

    에티오피아의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30)가 2022 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4분43초를 기록해 남자부 대회 최고기록이자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바이는 17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골인하는 42.195km 풀코스 레이스 국제 남자부에서 33km에서 3명의 선두권을 형성한 뒤 41km를 넘기며 스퍼트를 펼쳐 2시간4분49초로 2위를 한 헤르파사 네가사 키테사(29·에티오피아)를 6초차로 따돌리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시간4분43초는 2016년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오주한으로 개명)가 세운 대회 최고기록(2시간5분13초)이자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30초 경신한 것이다. 이날 국제 남자부에서는 2시간4분51초로 3위를 한 다니엘 페레이라 두 나시멘투(24·브라질)까지 대회 최고기록을 세울 정도로 ‘기록 잔치’가 벌어졌다. 2019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2분55초를 기록해 역대 남자마라톤 랭킹 4위인 바이는 레이스 초반부터 안정적인 페이스를 펼치며 가볍게 대회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우승상금(10만 달러)과 기록상금(10만 달러)을 합쳐 20만 달러를 챙겼다. 키테사는 끝까지 바이와 경쟁을 펼쳤지만 막판 스퍼트에서 뒤져 아쉽게 2위에 그쳤다. 국제 여자부에서도 대회 최고기록이 쏟아졌다. 조앤첼리모 멜리(32·루마니아)가 2시간18분04초를 기록해 2006년 중국의 저우춘슈가 세운 여자부 최고기록(2시간19분51초)을 경신하며 우승했다. 2시간18분12초로 2위를 한 수투메 아세파 케베데(28·에티오피아)도 대회 최고기록이다. 이날 레이스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평탄한 코스, 바람 없는 섭씨 10도 안팎 최적의 날씨란 ‘3박자’가 조화돼 나왔다는 평가다. 국내 남자부에서는 박민호(23·코오롱)가 2시간11분43초로 개인 최고기록(2시간13분43초)을 2분 앞당기며 2시간11분16초의 오주한(34·청양군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박민호는 올 시즌 국내 남자 2위 기록이자 역대 국내 남자 랭킹 17위 기록을 내며 사실상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 마라톤 국가대표 티켓을 거머쥐었다. 국내 여자부에서는 최경선(30·제천시청)이 2시간30분42초로 우승했다. 2018년 이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여자 한국 최고기록(2시간25분41초)에 도전했던 김도연(29·삼성전자)은 오버페이스로 2시간34분31초로 2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는 마라톤 대륙 아프리카의 엘리트 32명(남자 23명, 여자 9명)과 국내 엘리트 99명(남자 75명, 여자 24명)이 참가해 ‘105리’의 드라마를 펼쳤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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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방치하면 뇌기능도 쇠약”…운동으로 우울증 탈출하자[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최근 해외 건강뉴스 사이트에는 운동이 우울증 발명 위험을 크게 줄이고 우울증을 치유하기도 한다는 논문을 소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임상의학대학 연구팀이 운동과 우울증에 관한 데이터를 담고 있는 15개의 논문을 분석하고 리뷰 한 논문이다. 그 결과 우울증의 약 12%는 적절한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일반적인 권장량인 일주일에 2시간 30분 정도 빨리 걷기를 하는 사람들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 15개 논문에 참여한 피험자는 19만 1000여 명이었다. 이런 신체활동 권장량의 절반 정도를 수행하는 사람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1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량을 지키는 사람들은 우울증 위험이 25% 낮았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2억8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의 운동과학과의 제니퍼 헤이즈 박사는 “운동이 우울증에 유의미한 효과를 미치는데 문제는 사람들을 움직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우울증과 관련된 운동의 좋은 효과에 대한 이런 정보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이 우울증은 물론 치매 등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전달 물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오래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운동을 하면 근육이 IGF-1이란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단백질은 인체 내 신경전달물질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다. IGF-1은 피를 타고 흘러 뇌까지 이르는데 뇌 신경전달 물질인 BDNF를 포함해 다른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명령을 신경계에 보내는 것이다. 정기적인 운동을 하면 우리 신체는 BDNF의 수준을 높여주고 뇌 세포는 가지치기를 시작해 서로 힘을 합치고 새로운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과정은 학습능력을 키워준다. 뇌에 BDNF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식 축적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이 얻은 결론이다. 운동이 머리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배경에 위와 같은 과학적 결과물들이 있다. 물론 운동을 중단하면 신경전달물질도 안 생긴다. 전문가들은 “새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연결부위는 수년간 탄탄하게 결속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그만두고 한 달이 지나면 아스트로사이츠가 감소하고 뉴런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몸을 방치하면 뇌도 그에 따라 기능이 쇠약해 질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뇌의 활성화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대 때 운동을 계속 한다면 70이 되서도 효과를 볼 것이다. 운동 습관이 향후 50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땀을 배출하고 심장박동을 울리는 정상적인 유산소 및 근육 운동을 통해 뇌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어릴수록 좋다. 그래야 더 길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한 때 유산소운동이 주로 우울증 등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많았지만 최근엔 근육운동도 우울증과 치매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에도 뉴욕타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창궐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무게를 들어올리는 게 당신의 기분도 상승시킬까?’라는 주제의 기사를 게재했다. 2020년 10월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된 ‘불안과 걱정 증후를 가지고 있는 젊은 성인을 위한 저항운동(근육운동)’이란 연구 논문 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결론은 규칙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이 불안감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된 인물들 중에서도 운동으로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가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1. 2021년 8월 21일 dongA.com에 소개한 “내가 이렇게 달릴 줄이야”… 우울증 탈출한 ‘홍천러너’ 송혜경 씨 스토리(34). 송혜경 씨는 마라톤으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 살아 ‘홍천러너’로 불리는 그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 찾아온 외로움과 우울증, 그리고 과다 체중을 달리기로 이겨냈고, 이젠 매일 산과 들, 도로를 달리며 즐겁고 건강하게 인생을 살고 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어린 나이인 24살에 결혼한 뒤 사업상 홍천에 살다보니 외로웠고, 다소 느긋하게 살다보니 체중도 급격히 늘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며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식이요법으로 다이어트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7년 5월 서울에서 하프마라톤이 열린다고 해 무작정 참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힘들었지만 달리는 묘미를 느낀 것이다. 그는 결혼해 홍천에 살다보니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 주변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우울했고 그렇다보니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됐고 살도 많이 쪘다고 했다. 다이어트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운동을 시작했고 결국 달리게 된 것이다. 그는 주로 집 주변 홍천강을 달렸다. 평일에 5~6km를 주당 2, 3회, 주말엔 20km 이상을 달렸다. 대회를 앞두곤 더 길게 달렸다. 풀코스를 달리려면 장거리를 꼭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중앙서울마라톤에서 풀코스를 4시간 50분쯤에 완주했다. 어느 순간 달리기가 친구가 돼 있었다. 심신이 피곤해도 달리고 나면 너무 상쾌해졌다. 홍천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친구였다. 그 때부터 매년 42.195km 풀코스를 2~3차례 완주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은 2019년 춘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45분대. 지금까지 풀코스를 7번 완주했다. 송 씨는 말한다. “달리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우울감이 사라진 것입니다. 달리고 나면 기분이 좋았어요. 외로움, 일하는 스트레스 등이 다 날아간 것입니다. 건강은 당연히 찾아왔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빼려고 했던 살이 다 빠진 것입니다. 달리면서 약 20kg이 더 빠졌고 제 최고 체중에서 약 30kg 감량했습니다. 지금은 매일 달리기 때문에 요요현상이 전혀 없이 똑같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송 씨는 달리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없어졌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제가 달리면서 활기차게 살면서 남편도 적극 달리기는 지지해주고 있다”고 했다. 대회 출전하면서 사귄 친구들도 큰 도움이 됐다.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응원하면서 달리는 게 너무 좋았다. 대회 때만 잠깐 스쳐가듯 보는 ‘달리기 친구들’이지만 기록보다는 서로 힘이 돼주면서 즐기면서 달리는 게 좋았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병해 모든 도로 레이스가 없어졌지만 산을 달리거나 소수 정예가 출전하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요즘엔 오후 7시부터 달린다. 일을 마친 뒤 홍천강을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달린다. 주 2~3회. 나머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상하체 근육을 고르게 잡아줘야 부상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산을 달리지만 무릎 발 관절에 전혀 이상이 없다. 허리 디스크도 있었는데 달리면서 아직 통증이 없는 것을 보니 오히려 관절 주변 근육이 강화돼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엔 무조건 산으로 가 3~4시간을 달린다. 산을 10~15km를 달리는 셈이다. 주변 월악산, 치악산은 물론 설악산도 달린다. 멀리 지방 원정도 간다. 모두 혼자 달린다. 송 씨는 달리며 새 인생을 살고 있고 이렇게 계속 달리며 살고 싶다고 했다. #2. 2021년 11월 4일자 ‘양종구의 100세 건강’ 칼럼과 이를 2일 뒤 dognA.com에 자세히 소개한 ‘“우울할 때마다 헬스클럽에 갔죠”… 20년 넘게 이어온 근육운동’의 주인공 조재범 국제회의통역사이자 한국외대 EICC학과 외래교수(49) 스토리. “2019년 봄부터 크고 작은 안 좋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사람관계에서 오는 상실감도 있었고…. 믿고 의지하던 분까지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우울한 나날 이어졌죠. 그래도 1996년 1월부터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조재범 교수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근육운동 덕분에 최근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떨치고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일도 잘 안 풀리는 데다 늘 의지하던 분까지 떠나니 모든 게 공허했어요. 그런데 습관이라는 게 무서웠습니다. 우울할 때마다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습니다. 자칫 깨질 수 있었던 삶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근육운동이 있었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한껏 땀을 흘리다보면 우울한 세상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우울증을 완전히 떨쳐내는 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근육운동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조 교수의 운동을 통한 우울증 탈출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우울증 치료를 위해 운동처방을 해줄 정도로 운동이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은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우울증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운동 기간이 길수록 우울증을 낮추는 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돼 한 때 3주간 헬스클럽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덤벨 등을 구입해 홈트레이닝을 하며 슬기롭게 버텨냈다. 조 교수는 유독 동시통역을 공부하던 때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했다. 순수 국내파로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들과 경쟁하다보니 늘 모든 게 부족하게 느껴졌다. 통역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어떨까하는 우려감에 경쟁자들에게서 느끼는 열등감까지…. 당시 술로 풀까도 고민도 했지만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니 달라졌다. 처음엔 그저 헬스클럽에 도장 찍으러 주 2,3회 나갔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는 횟수가 늘었다. 땀을 쫙 빼고 나면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근육운동이 단순해 재미는 없지만 몸이 조금씩 변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원래 체력이 약했는데 강해지다 보니 정신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부정기적으로 헬스클럽을 찾던 그가 거의 매일 운동을 하기 시작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1998년부터다. “한 3년 운동하니 근육도 좀 잡히고 재미도 좀 붙었죠. 경제난으로 취업 길이 막히다보니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운동에 더 집착했던 것 같아요. 동시통역까지 공부하고 졸업했는데 갈 데가 없었습니다. 월급 100만 원도 안 되는 인턴 자리만 나올 때였죠. 거의 매일 헬스클럽으로 향했습니다.” 다음해 취업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해 회사에 다니던 그는 2003년부터 다시 본격 통역의 길로 들어섰다. 동시통역대학원에 들어갔다. 스페인어(한국외대) 과정을 이미 마친 그는 영어(서울외대) 통역대학원까지 섭렵했다. 한국외대에서 영어 통역번역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가 제대로 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운동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속칭 ‘각(근육)’이 제대로 안 나왔어요. 건강해 보이긴 했지만 어디 가서 운동했다는 말은 못하겠더라고요. 제 불찰도 있었지만 좀 억울했습니다. 10년 넘게 했는데…. 그래서 체계적으로 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체, 하체, 코어 3분할로 나눠 몸을 만들었다. 근육운동도 피로회복을 위해 부위별로 나눠서 해야 효과적이다. 매일 새벽 6시 30분 헬스클럽으로 달려갔다. 헬스클럽은 서울 광화문과 명동 2군데에 등록했다. 한국외대와 경희대 학부 통번역학 강의를 나가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땐 명동에서, 집(독립문)에 있을 땐 광화문에서 운동을 한다. 매일 2시간 운동하는데 끝날 때쯤엔 꼭 유산소 운동을 한다. 근육운동을 한 뒤 트레드밀을 달리거나 고정식자전거를 타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 에너지소비량이 더 높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2020년 10월 아마추어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40대 이상부 1위를 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혼자 출전해 1위를 하다보니 좀 멋쩍었다. 그래도 계속 대회에 출전했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려면 더 훈련에 집중해야 해 운동의 질이 달라진다. 또 목표가 있어야 운동 효율도 좋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아침저녁 3시간 이상 몸을 만들고 있다.” 조 교수는 26년째 근육운동을 하며 긍정의 선순환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근육운동은 스트레스로 날려줬고 공부 집중력도 높여줬다. 삶도 활기차졌다”고 했다. 다음날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음주량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는 “운동을 하다보면 가사에 등한시할 수 있지만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들도 반겨준다. 또 미안한 마음에 더 가정에 봉사한다. 이런 게 선순환 아니겠나”라며 활짝 웃었다. 운동을 안 하면 숙제를 안 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는 “100세 시대 건강이 중요해졌다. 돌이켜보면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온 게 지금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주위에서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그게 자극이 돼 더 운동에 매진하는 선순환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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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하나로 다이어트-여행 가능…평생 스포츠로 최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실내 체육시설을 닫는 바람에 운동 못해 쌓인 스트레스가 엄청났죠. 겨울 스키 시즌이 지난 뒤엔 할 운동이 별로 없었어요. 그 때 실외 스포츠인 사이클이 다가왔어요. 사이클은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은승표 은승표코리아정형외과 원장(59)은 내로라하는 스포츠 광이다. 중고교 시절 농구를 즐겼고 가톨릭의대 1학년 때인 1982년부터는 선배들과 스키를 탔다. 스키를 즐기면서 스포츠 의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2002년부터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2020년 초 확산된 코로나19 ‘덕택’에 이젠 최애 스포츠에 사이클도 추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힘겨워했던 의사도 있었지만 정형외과 의사들은 일이 많이 줄었어요. 수술 환자가 반으로 줄었고, 해외 학회에 나갈 일도 없어졌죠. 남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사이클을 탔어요. 사이클은 실외 스포츠이고 타는 것 자체로도 사실상 거리두기가 돼 안전했죠. 2020년 한해 사이클 타고 전국을 정말 많이 돌아다녔어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경기 의무 책임자였던 은 원장은 함께 했던 의사들과 올림픽 이후에도 같이 운동하며 봉사활동을 계속 하기로 하면서 2019년 ‘오싸디’란 모임을 결성했다. 올림픽 스키경기 의무지원팀 사이클 디비전이란 뜻으로 겨울엔 스키를 타고 그 외의 계절엔 사이클을 탄다. 은 원장은 첫해엔 초보자인 데다 시간도 없어 제대로 탈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그에게 큰 기회를 준 셈이다. 업힐(언덕 오르기)에 빠져 서울 남산과 북악 스카이웨이를 올랐다. 새벽이나 저녁, 주말 시간만 나면 페달을 밟았다. 한 달에 한번은 전국 투어에 나섰다. 그는 “보통 새벽에 수술을 하는데 수술이 잡히지 않으면 오전 6시30분 쯤 사이클을 타고 집을 나서 남산 정상까지 두 바퀴 돌고 집에 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럼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다. 하루가 활기차 진다”고 했다. 저녁에도 오후 8시부터 12시가 넘더라도 시간 나면 오른다. 그는 “오후 9시30분 이후엔 버스도 없어 자전거 타기가 더 좋다. 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페달을 밟고 남산을 오른다”고 했다. 더 짜릿한 라이딩을 하려면 속칭 ‘동부 5고개’로 간다.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출발해 벗고개-서후고개-명달리-다락재-유명산을 넘어 다시 양수역으로 돌아오는 70km코스. 3시간 넘게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느끼는 ‘오르가즘’과 ‘내리가즘’을 통해 허벅지와 복근, 등배 등 코어 근육이 강화되고 심폐 지구력까지 좋아진다. 극한 신체활동이지만 몸은 오히려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전국 투어는 강원 춘천, 평창, 충북 충주호와 대청호, 전남 영암과 해남, 보성까지 간다. 물론 서울에서부터 사이클을 타고 출발하는 게 아니라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서 그 지역 명소를 달린다. 회원이 많으면 버스를 대절해 가기도 한다. 은 원장은 “여유롭고 즐겁게 타는 코스는 북한강길 남한강길이 좋다. 경기도 팔당이 거점이다. 팔당에서 북한강길로 쭉 가면 강원 춘천까지 간다. 남한강길로 가면 경기 여주까지 간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없어 한적하다. 스피드도 낼 수 있다”고 했다. 은 원장이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빠지게 된 것은 대학 1학년 때. “신입생이지만 방학 때는 재밌게 놀고 보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그에게 스키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당시 학교내에서 세게 놀던 선배들의 대부분이 스키부 소속이었어요. 겨울 시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음주가무로 자주 합숙 상태를 유지하던 스키부는 답답한 의대생활 중 외부 세계로의 돌파구이기도 했죠. 도서관보다는 운동장에서 더 자주 보이는 저에게 친구들은 ‘운동권 학생’ ‘체육 특기생’ 등의 별명을 지어줬는데 듣기 싫지는 않았습니다.” 스키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문의과정을 마친 뒤 1999년 당시 국내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았던 스포츠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스포츠의학 선진국에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미국 버몬트주립대 스키부상연구팀으로 갔다. “미국 가는 김에 스키나 원 없이 타고 오자는 생각으로 연구 주제를 스키로 정했어요. 자료 수집 과정에서 스키 부상이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을 알게 됐죠. 스키 부상에는 장비, 기술, 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스포츠의학계의 중요 관심 종목이었습니다.” 은 원장은 현장 자료 수집을 위해 각국의 스키장도 돌아다녔고 운 좋게 대가들을 만나서 가르침도 많이 받았다. 그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던 시절이라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자료들을 모아 ‘스키 부상의 역사’라는 책도 썼다”고 했다. 은 원장은 2002년 스포츠의학을 테마로 병원을 개원했다. 그는 무릎 십자인대수술 전문의로 재활까지 풀 서비스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내 처음으로 수술실과 재활체육관을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선수들의 회복 과정을 지켜보면서 재활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 연수를 떠나기 전에는 보디빌딩트레이너교육도 받았다. 스키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한스키협회와의 연도 쌓였다. 2008년부터 대한스키협회 의무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턴 국제스키연맹 의무 위원으로 활약했다. 2014년부터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난 2018년까지 평창 스키경기 의무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스키지도자연맹, 대한태권도연맹, 대한볼링협회, BMX 의과학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선수들의 안전과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싸디’와 부상 위험이 높은 격투가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 의무지원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2002년부턴 아이스하키에 빠졌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하키를 시켰는데 뒷바라지 하다 직접 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하키를 초등학교 6학년까지 시켰는데 늘 따라다니다 보니 그 매력에 빠졌죠. 보통 아빠들이 다 그렇게 시작하더라고요. 빙판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스틱을 들과 퍽을 때리다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죠. 운동량도 엄청납니다.” 당시 엘리트스포츠로만 알려졌던 아이스하키가 클럽화되고 있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은 원장은 “실내 링크도 많아지고 장비도 한번 장만하면 10년 이상 쓰니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996년 창단한 위니아 아이스하키클럽에서 주 2~3회 빙판을 누볐다. 스키와 아이스하키를 잘 즐기기 위해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도 키웠던 그에게 코로나19는 엄청난 ‘재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이클이란 새로운 스포츠를 접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평생 건강을 위해 운동은 필수이며 100세 시대에 맞는 운동도 찾아야 합니다. 자전거가 최고의 건강 스포츠입니다. 자전거는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체력 수준에 맞춰서 탈 수 있어요.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기어로 실력 조정도 가능합니다. 자전거는 종합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시간대비 운동효과 좋습니다.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죠. 자전거는 타고 나가는 순간부터 운동이 시작 됩니다.” 은 원장은 자전거 타기가 100세 시대 최고의 건강법이라고도 했다. “나이 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관절도 마모되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효과가 좋아야하고 신체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체력별로 강도 조절이 되고 부상이 적은 운동으로 자전거 타기가 좋습니다. 안장에 앉기 때문에 체중을 분산시켜 바른 자세로 타면 무릎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아요. 사고의 위험성은 있지만 안전수칙을 준수한다면 나이 들어 운동효과와 여행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입니다.”사이클을 타면서 여행 욕구도 다시 생겼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젠 이탈리아로 사이클 타러 가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스텔비오라는 곳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업힐 코스입니다. 그곳을 오르는 게 버킷리스트의 하나가 됐습니다.” 스텔비오는 지로 디 이탈리아 사이클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무려 24km의 오르막이 이어지는 죽음의 코스로 유명하다. “자전거 하나로 전국을, 세계를 누빌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하고….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운동량이 많아 어떤 음식을 먹어도 다이어트 고민 안 해도 됩니다. 전국의 유명 맛 집을 자전거 타고 가서 먹고 오는 것은 또 어떤 가요…. 다시 말하지만 평생 스포츠로 최고입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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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효과 최고인 사이클, 여행의 즐거움까지 얻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중고교 시절 농구를 즐겼고 가톨릭대 의대 1학년 때인 1982년부터는 선배들과 스키를 탔다. 스키를 즐기면서 스포츠 의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2002년부터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2020년 초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택’에 이젠 최애 스포츠에 사이클도 추가됐다. 은승표 은승표코리아정형외과 원장(59)은 내로라하는 스포츠광이다. 평소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도 키우는 그는 “평생 건강을 위해 운동은 필수이며 100세 시대에 맞는 운동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솔직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실내 링크를 닫는 바람에 운동 못 해 쌓인 스트레스가 엄청났죠. 겨울 스키 시즌이 지난 뒤엔 할 운동이 별로 없었어요. 그때 실외 스포츠인 사이클이 다가왔어요. 사이클은 신세계였습니다. 2020년 한 해 사이클 타고 전국을 정말 많이 돌아다녔어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경기 의무 책임자였던 은 원장은 함께했던 의사들과 올림픽 이후에도 같이 운동하며 봉사활동을 계속하기로 하면서 2019년 ‘오싸디’란 모임을 결성했다. 올림픽 스키 경기 의무지원팀 사이클 디비전이란 뜻으로 겨울엔 스키를 타고 그 외의 계절엔 사이클을 탄다. 은 원장은 첫해엔 초보자인 데다 시간도 없어 제대로 탈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그에게 큰 기회를 줬다. “코로나19 여파로 힘겨웠던 의사들도 있지만 정형외과 의사들은 일이 많이 줄었어요. 수술 환자가 반으로 줄었고, 해외 학회에 나갈 일도 없어졌죠. 남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사이클을 탔어요. 사이클은 실외 스포츠이고 타는 것 자체로도 사실상 거리두기가 돼 안전했죠.” 업힐(언덕 오르기)에 빠져 서울 남산과 북악 스카이웨이를 올랐다. 새벽이나 저녁, 주말 시간만 나면 페달을 밟았다. 한 달에 한 번은 전국 투어에 나섰다. 그는 “보통 새벽에 수술을 하는데 수술이 잡히지 않으면 오전 6시 30분쯤 사이클을 타고 집을 나서 남산 정상까지 두 바퀴 돌고 집에 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럼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다. 하루가 활기차진다”고 했다. 저녁에도 오후 8시부터 밤 12시가 넘더라도 시간 나면 오른다. 그는 “오후 9시 30분 이후엔 버스도 없어 자전거 타기가 더 좋다. 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페달을 밟고 남산을 오른다”고 했다. 더 짜릿한 라이딩을 하려면 속칭 ‘동부 5고개’로 간다.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출발해 벗고개∼서후고개∼명달리∼다락재∼유명산을 넘어 다시 양수역으로 돌아오는 70km 코스. 3시간 넘게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느끼는 ‘오르가슴’과 ‘내리가슴’을 통해 허벅지와 복근, 등배 등 코어 근육이 강화되고 심폐 지구력까지 좋아진다. 극한 신체활동이지만 몸은 오히려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전국 투어는 강원 춘천, 평창, 충북 충주호와 대청호, 전남 영암과 해남, 보성까지 간다. 물론 서울에서부터 사이클을 타고 출발하는 게 아니라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서 그 지역 명소를 달린다. 회원이 많으면 버스를 대절해 가기도 한다. 은 원장은 “여유롭고 즐겁게 타는 코스는 북한강길 남한강길이 좋다. 경기도 팔당이 거점이다. 팔당에서 북한강길로 쭉 가면 강원 춘천까지 간다. 남한강길로 가면 경기 여주까지 간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없어 한적하다. 스피드도 낼 수 있다”고 했다. 은 원장은 자전거가 최고의 건강 스포츠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전거는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체력 수준에 맞춰서 탈 수 있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기어로 조정도 가능하다. 자전거는 타고 나가는 순간부터 운동이 시작된다”고 했다. 은 원장은 자전거 타기가 100세 시대 최고의 건강법이라고도 했다. “나이 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관절도 마모되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효과가 좋아야 하고 신체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체력별로 강도 조절이 되고 부상이 적은 운동으로 자전거 타기가 좋습니다. 안장에 앉기 때문에 체중을 분산시켜 바른 자세로 타면 무릎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아요. 사고의 위험성은 있지만 안전수칙을 준수한다면 나이 들어 운동 효과와 여행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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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대 몸짱 할머니-60대 크로스피터…“운동이 삶 바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9년 6월 6일자 동아일보 25면에 ‘젊음을 되찾아주는 회춘약(回春藥) 근육을 키우라’는 칼럼을 썼다. 52세 아들에 26세 큰 손녀를 둔 ‘할머니’ 임종소 씨 스토리를 시작으로 근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칼럼이었다. 동시에 donga.com에 당시 75세였던 임 씨가 1년 여 넘게 근육운동을 해서 몸에 생긴 변화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단 하루만에 100만 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읽었다. 이후 각 방송에서 임 씨 스토리를 보도했다. 여러 방송에서 임 씨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간이 지난 뒤 영국 공영방송인 BBC에서도 근육을 키운 임 씨 스토리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독일 방송에도 나갔다. 75세의 ‘할머니’도 근육을 키우면 몸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런 큰 관심의 핵심 포인트였다. 평범한 ‘할머니’였던 임 씨는 지금 실버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2018년 8월 4일부터 dongA.com과 동아일보 지면에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면서 150명에 가까운 운동 마니아를 소개했다. 100세 시대 건강법은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어떻게 하면 운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코너다. 이 기사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도 따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획이다. 필자가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도록 고민을 던져준 책이 있다. 린타 그래튼(Lynda Gratton)과 앤드루 스콧(Andrew Scott)이 쓴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이다. 그 책은 “제대로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면 장수는 저주가 아닌 선물이다. 그것은 기회로 가득하고, 시간이라는 선물이 있는 인생이다”고 했다. 100세 시대. 준비하지 않으면 고통스런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이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삶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스포츠기자로 25년 넘게 살아온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운동으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소개해서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후 4년 가까이 운동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했고 스포츠 과학적으로 운동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만큼 국민들이 ‘올바른 운동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 ‘스포츠는 사회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땀과 노력을 쏟아 붓고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스포츠를 생활화하면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국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은 사회를 바꿀 순 없지만 개인의 삶은 바꿀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삶을 바꾸면 결국 사회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올 1월 27일자에 “평생 즐긴 탁구, 은퇴 후 지도자로 ‘인생 2막’ 열어줘”라는 칼럼을 썼다. 대학 때부터 즐기던 탁구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새로운 길을 제시해줬다. 2020년 말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은퇴한 전인상 씨(62)는 그해 말 삼다도 제주도에 터를 잡고 탁구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다. 정년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였다. “100세 시대지만 현실은 60세쯤이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 그래서 평생 좋아했던 탁구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했다. 2014년 탁구 2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지난해엔 노인체육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방과후 지도자로 활동한다.” 중고교 시절 대전시내 탁구장에서 좀 놀았던 전 씨는 대학 1학년 때 탁구서클(현 동아리)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탁구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실력이래야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책을 보고 거울 앞에서 자세를 익혔다. 그렇게 2년을 활동하다 군에 입대하고 복학한 뒤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한동안 탁구를 잊고 지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대한육상연맹에 입사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해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육상연맹 사무실이 서울 을지로에서 잠실로 옮겨졌고 1990년대 초반 청담동에 있는 대원탁구장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다시 탁구와 연을 맺게 됐다.” 탁구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선수 출신 코치가 직접 레슨을 해주고 있었다. 과거엔 상상도 못 하던 일. 선수 출신에게 조련받아 실력이 향상된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탁구장들도 소문이 났다. 전 씨는 대한항공 선수 출신 권영랑 관장에게 원포인트레슨도 받으면서 탁구 실력을 닦았다. 일을 마치면 어김없이 탁구장으로 달려가 한두 시간 땀을 흘렸다. 실력이 비슷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대원탁구동호회를 만들어 대회에도 출전했다. 1997년 서울 강남구 생활체육 탁구대회에 출전해 복식 우승, 단식 3위를 하는 등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탁구는 직장생활의 해방구였다. 일하며 얻는 모든 스트레스를 탁구공에 실어 날렸다. 탁구를 치면 한두 시간은 잡생각 없이 탁구에 집중할 수 있다. 내 삶의 큰 활력소였다.” 실력이 늘자 어딜 가든 대접도 받았다. 탁구 좀 치자 육상연맹에서 일한다고 하니 ‘육상선수 출신이라 역시 발이 빠르다’고 엉뚱한 칭찬을 하기도 했다. 어떨 땐 ‘체육과 출신이어서 잘 친다’고까지 했다. 그는 운동과 전혀 상관없는 영문과 출신이다. 각종 육상대회가 전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출장이 잦았던 그는 항상 탁구 라켓을 가지고 다녔다. “난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일 끝나면 바로 탁구장으로 달려갔다. 몸이 찌뿌드드해도 탁구 한두 시간 치면 바로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했다. 탁구를 너무 많이 쳐 ‘엘보’가 오긴 했지만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진 적은 없다. 2007년 KADA로 옮겨서도 탁구는 멈추지 않았고 각종 대회에서도 성과를 냈다. 2014년도 도닉배전국오픈탁구대회 혼합복식에서 우승했다. 2016년 강동구의회의회장배 탁구대회 복식에서도 1위를 했다. 2019년 제2회 에리사랑시니어탁구대회 단식에서도 우승했다. “서울 사는 사람들의 로망이라고 할까? 꽉 막힌 빌딩 숲을 떠나 탁 트인 곳에서 살고 싶었다. 강원도 원주, 강릉 등도 생각했지만 제주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에 친구가 살고 있어 쉽게 결정했다. 은퇴하고 바로 제주로 내려왔다.” 제주에서의 삶도 자연스럽게 탁구가 주가 됐다. 제주탁구클럽에 가입해 활동했다. 외지인으로 제주에서 정붙이고 잘 살 수 있게 된 원동력에는 매일 만나는 회원들과의 교류가 있었다. 전 씨는 지난해 말 열린 제주도탁구협회장기 탁구대회 백두부 복식에서 우승했고, 4부 단식에서 준우승하는 등 실력을 과시했다. 올해부터 초등학생들 지도자로 나서지만 향후 시니어를 대상으로도 지도할 계획이다. “탁구는 사계절 언제든 칠 수 있다. 자기 몸만 지탱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제주도 장애인복지관에서 레슨을 해준 적이 잇다. 휠체어 타고, 목발 짚고도 칠 수 있다. 탁구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아 최고의 실버스포츠로도 알려져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탁구로 희망을 전하고, 어르신들께는 건강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 이런 사례는 많다. 2020년 11월 19일 자엔 다음과 같은 칼럼을 썼다. #1. 권영채 씨(65)는 정년퇴직을 하기 전부터 만든 ‘버킷 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하다가 시니어 모델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6년 전 은퇴하고 가족을 위해 요리를 배우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지난해부터는 모델에 도전해 기회를 잡은 것이다. 권 씨는 지난해 9월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이하 남예종) 시니어 모델 2기에 등록했다. 이때 열린 ‘미시즈 앤 시니어 모델 세계대회’에 출전해 골드부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모델로서 자질을 더 키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권 씨는 “모델은 몸이 재산이다”라며 “몸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만난 임종소 씨(76)의 조언으로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헬스장(메카헬스짐)에 등록했다. 임 씨는 dongA.com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9년 6월 6일자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인물.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BBC 방송, 독일 ARD 방송에까지 소개됐고 지금은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임 씨는 “척추협착 탓에 휠체어를 타고 여생을 보낼 위기를 근육운동으로 벗어나게 됐다”며 헬스장 이용을 적극 추천했다. 권 씨는 주 2회 헬스장에서 체계적인 근육훈련을 하고, 평소에는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올 4월 열린 ‘WNC 시그니처 피지크 대회’ 시니어 부문에서 2위를 했고, 10월 열린 ‘WBC 피트니스 대회’ 시니어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시니어 모델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남예종 연극영화과 모델과에 입학해 이론과 실기를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올 5월 열린 대회(GOLD CLASS By Queen of the Asia 2020)에서 대상을 받았다. 9월엔 전통시장 모델 대회에서도 입상했다. 몸이 달라지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으니 광고주의 러브콜도 이어졌고, 광고도 몇 편 찍었다. 그는 “은퇴를 하고 다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은퇴 전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설계했고 내 몸을 잘 만들고 차분히 시니어 모델을 준비하다 보니 돈도 따라 왔다”고 말했다. #2. 어수영 씨(62)는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와 시작한 운동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47세쯤 병원에서 건강 악화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받은 뒤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흐른 지금 운동 마니아를 넘어 전문가로 변신했다. 177cm의 키에 체중이 93kg까지 나갔던 어 씨는 매일 1시간씩 수영을 한 뒤 출근했다. 출퇴근 때엔 자전거를 이용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안양까지 편도 52km를 주 2회 정도 왕복했다. 자전거로 출근했다가 외근을 하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음 날 자전거로 퇴근했다. 그렇게 3년을 이어가자 체중이 75kg으로 20kg이 줄었다. 살이 빠지니까 보기는 좋았는데 힘이 없었다. 그래서 50세 때부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했다. 6년간 꾸준히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수영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개인혼영 100m(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각 25m)를 1분 30초에 완주하는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매번 7초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실격했다. 그래서 돌파구로 신체능력을 향상시켜 줄 운동을 찾다가 크로스핏을 접했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소방관이나 군인이 주로 애용하는 거친 운동이다. 어 씨는 크로스핏 체육관에 등록한 뒤 꼬박 2년을 쏟아 부었고, 마침내 수영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어 씨는 3년 전 은퇴 후 ‘건강 전도사’로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남대 운동생리학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그가 이렇게 운동에 매진하게 된 배경에는 긴 시간 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는 “100세 시대로 수명은 길어졌는데 내 건강이 좋지 않으면 가족도 고생할 것 같아 열심히 운동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일도 찾았다”고 말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78)은 2007년 마라톤에 입문한 게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20회 넘게 달리는 등 세월을 거꾸로 살고 있는 그는 “건강을 잃으면 마음도 잃는다.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건강하면 무슨 일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세 시대, 건강해야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다. dongA.com에 헬스동아 플랫폼을 개설한다. 헬스동아는 독자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포함해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개인의 삶이 바뀌면 사회도 바뀔 수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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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함께 할 ‘건강한 취미’, 나이 먹을수록 더 젊어져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여보 이젠 건강이 중요해요. 우리 함께 운동 합시다.” “그래요. 저도 늘 고민하고 있었어요.” 부부가 함께 살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함께 백년해로하기 위해선 건강이 최우선일 것이다. 2014년 예진희 용인예술과학대 항공서비스과 교수(59)는 남편이 “부부가 함께 건강해야 오래 즐겁게 살 수 있다”며 운동을 권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운동을 싫어해 체육 점수가 늘 바닥이었고, 결혼한 뒤엔 사회생활에 육아까지 하면서 운동은 생각도 못했었던 그였다. 하지만 건강해야 생을 마칠 때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2005년이었을 겁니다. 무더운 여름날 통역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하기에 ‘너희들은 꿈이 뭐니’라며 잠깐 샛길로 샌 적이 있어요. 그 때 제가 아이들에게 무심결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야’라고 했어요. 막연하게, 결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꼭 지켜야할 약속은 아니었지만 그 때부터 달리기와 마라톤 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혼자 동네 뒷산을 오르기도 하고 걷고 달리는 등 체계적인 운동은 아니지만 학생들과의 약속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했다. 남편의 권유 뒤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함께 달릴 사람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게 모교 서울 여의도고 선배들. 그는 “선후배 모임 때 이런 고민을 얘기했더니 바로 ‘너마클(여의도고 마라톤클럽)’이 있으니 나오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바로 너마클에 가입했다. “그 때부터 선배님들 지도를 받으며 체계적으로 함께 달리기 시작했어요. 모임은 주로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집(경기 성남 분당)근처 탄천도 달리고 불곡산도 올랐어요.” 천주교 신자인 그는 분당성마태오성당마라톤동호회(마마동)에도 가입해 토요일엔 마마동에서, 일요일엔 너마클에서 달렸다. 더 잘 달리려고 주중에도 2일 10km씩 달렸다. 주당 30~40km를 달렸다. 2014년 가을 중앙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4시간37분. 그는 “해냈다는 성취감에 날듯 기뻤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달리니 세상이 달라졌어요. 체력이 좋아지면서 삶이 활기 차 졌어요. 모든 일에 자신감도 넘쳤죠. 운동하고 출근하면 에너지 넘친 하루가 돼요. 사실 교수란 직업이 좀 점잖은 측면이 있는데 풀코스를 완주한 뒤엔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근성이 나왔어요. 과거 같으면 학생들을 지도할 때 어렵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젠 끝까지 함께 가고 길을 찾아주려고 노력합니다.” 예 교수는 동아 춘천 등 메이저대회를 달리다 2017년 말 중앙마라톤을 끝으로 풀코스를 접었다. 풀코스 총 5회 완주. 기록을 단축하겠다는 욕심에 훈련도 열심히 했고 마지막 레이스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4시간 32분이란 개인 최고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예 교수는 “내 한계를 알았다. 기록 욕심에 빨리 달렸는데 그 다음날 왼쪽 발목 심줄과 인대가 늘어났다. 그 때 사람마다 역량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운동에 대한 궤도를 수정했다”고 했다. 그동안의 목표가 풀코스 기록 단축이었다면 즐겁게 오래 달리기로 바꾼 것이다. 이후 대회는 10km와 하프코스 등 단축마라톤에만 나갔다. 물론 평소대로 주당 3~4회, 30~40km는 꾸준히 달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한때 기록, 완주 횟수 등에 집착했는데 즐기며 꾸준히 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친 뒤 오래 달리기 위해선 보조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요가, 필라테스 등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하다보면 몸이 틀어진다거나 이상이 생겼다는 느낌이 있어요. 필라테스는 그것을 잘 잡아줘요.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 세포가 쫀득쫀득하게 세워지는 듯한 힘이 느껴져요.” 웨이트트레이닝 주 3회, 필라테스 주 2회를 한다. 골프 연습도 주 3회 한다. 여러 가지 운동을 병행하면서 운동에서도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운동을 하다보니 특정 종목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를 들면 골프는 한쪽만 쓰잖아요. 그래서 골프 선수들이 몸에 균형을 찾아주는 밸런스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달리기도 오래하다 보면 한쪽 발목, 무릎 등에 이상이 오면 반대쪽에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예 교수는 2018년 승마에도 입문했었다. 주위 권위로 시작했는데 속도감에 자칫 떨어지면 다칠 수 있어 1년 반 정도 하고 그만 뒀다. 그는 “다치면 다른 운동을 못할 수 있어 그만 뒀다”고 했다. 예 교수는 “어느 순간 운동은 하루 세끼 먹고 잠을 자야 하듯 안 하면 안 되는 삶의 일부가 됐다”고 했다. 요즘엔 부정기적이지만 사실상 전국을 돌아다니며 달린다. 너마클, 마마동 회원들의 권유에 따라 경기 파주 감악산, 수원 광교, 성남 분당 율동공원, 과천 관문운동장 등에서 만나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원정을 가기도 한다. 그는 “그 지역에 사는 회원들이 추천해주면 가서 달리는 식이다”고 했다. 남편도 함께 달릴까? 예 교수는 “솔직히 나 보다는 운동을 열심히 하진 않는다”고 했다.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면서 운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예 교수보다는 열정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자주 함께 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가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당일치기로 한라산을 다녀왔어요. 눈 덮인 한라산이 너무 아름다워 자랑을 했더니 남편이 부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5월에 함께 한라산에 가기로 했어요. 이제 자주 함께 운동할 겁니다.” 예 교수는 ‘달리기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직접 말하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달리기가 주는 유익함을 홍보하고 있다. 마마동에선 신자가 아니더라도 회원으로 받아주는데 함께 달리다 보면 신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가족 및 제자들에게도 달리기를 권한다. “솔직히 우리 아이들은 운동엔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딸은 운동하는 엄마 아빠를 보며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는 하다고 하더라고요. 제자들에게도 얘기는 하는데…. 아직 어려서인지 별로 관심이 없어요. 수업 시간에 ‘마라톤 풀코스가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 너희들이 서울 양재동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는 거리를 달리는 것이다’고 하면 놀라기는 하지만 정작 달릴 생각은 하지 않더라고요.” 예 교수는 4월 16~17일 열리는 2022서울마라톤 비대면 버추얼 마라톤에도 참가신청을 했다. 그는 “매년 첫 메이저 마라톤대회에서 너마클 후배들이 첫 풀코스에 도전한다. 선배들이 응원하며 함께 달리는 게 전통이다. 하프코스를 달릴지, 풀코스를 달릴지 결정은 하지 않았다. 컨디션 봐서 후배들을 위해서 풀코스를 달릴 수도 있다. 정 안 되면 2일에 걸쳐 풀코스를 달려도 되니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달리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중요성도 다시 알았다. 예 교수는 “함께 응원하며 달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해본 사람은 안다.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돼주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했다. 달리면서 평생 함께 할 ‘건강한 취미’를 얻었다고 하는 예 교수는 “한 살 더 먹으면 몸이 달라진다는데 난 아직도 몇 년 전과 똑같은 거리를 매주 달리고 있다. 그럼 실제론 더 젊어진 것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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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 먹으면 달라지는 몸? 꾸준히 달리니 더 젊어져요”[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

    예진희 용인예술과학대 항공서비스과 교수(59)는 8년 전 남편이 갑자기 “부부가 함께 건강해야 한다”며 운동을 권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운동을 싫어했고 결혼한 뒤엔 사회생활에 육아까지 하면서 운동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건강해야 생을 마칠 때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2005년이었을 겁니다. 무더운 여름날 통역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하기에 ‘너희는 꿈이 뭐니’라며 잠깐 샛길로 샌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아이들에게 무심결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야’라고 했어요.” 꼭 지켜야 할 약속은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달리기와 마라톤 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혼자 동네 뒷산을 오르기도 하고 걷고 달리는 등 체계적인 운동은 아니지만 학생들과의 약속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했다. 남편의 권유 뒤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함께 달릴 사람들이 보였다. 예 교수는 모교 출신 동호회인 ‘너마클’(서울 여의도고 마라톤클럽)에 가입했다. “그때부터 선배님들 지도를 받으며 체계적으로 함께 달리기 시작했어요. 정기 모임은 주로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집(경기 성남시 분당구) 근처 탄천도 달리고 불곡산도 올랐어요.” 천주교 신자인 그는 분당성마태오성당마라톤동호회(마마동)에도 가입해 토요일엔 마마동에서, 일요일엔 너마클에서 달렸다. 주중에도 2일 10km씩 달렸다. 거리로 따지면 주당 30∼40km를 달렸다. 2014년 가을 중앙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4시간 37분. 그는 “해냈다는 성취감에 날 듯이 기뻤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달리니 세상이 달라졌어요. 체력이 좋아지면서 삶이 활기차졌죠. 모든 일에 자신감도 넘쳤죠. 운동하고 출근하면 에너지 넘치는 하루가 돼요. 사실 교수란 직업이 좀 점잖은 측면이 있는데 풀코스를 완주한 뒤엔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근성이 나왔어요. 과거 같으면 학생들을 지도할 때 어렵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젠 끝까지 함께 가고 길을 찾아주려고 노력합니다.” 예 교수는 동아, 춘천 등 메이저 대회를 달리다 2017년 말 중앙을 끝으로 풀코스를 접었다. 풀코스 총 5회 완주. 기록을 단축하겠다는 욕심에 훈련도 열심히 했고 마지막 레이스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4시간 32분이란 개인 최고 기록도 세웠다. 예 교수는 “내 한계를 알았다. 기록 욕심에 빨리 달렸는데 그다음 날 왼쪽 발목 심줄과 인대가 늘어났다. 그때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운동에 대한 궤도를 수정했다”고 했다. 그동안의 목표가 풀코스 기록 단축이었다면 즐겁게 오래 달리기로 바꾼 것이다. 이후 대회는 10km와 하프코스 등 단축마라톤에만 나갔다. 물론 평소대로 주당 3∼4회, 30∼40km는 꾸준히 달리고 있다. “한때 기록, 완주 횟수 등에 집착했는데 즐기며 꾸준하게 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친 뒤 오래 달리기 위해선 보조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요가, 필라테스 등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틀어진다거나 이상이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필라테스는 그것을 잘 잡아줘요.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 세포가 쫀득쫀득하게 세워지는 듯한 힘이 느껴져요.” 웨이트트레이닝은 주 3회, 필라테스는 주 2회를 한다. 여러가지 운동을 병행하면서 운동에서도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예 교수는 “어느 순간 운동은 하루 세끼 먹고 잠을 자야 하듯 안 하면 안 되는 삶의 일부가 됐다”고 했다. 달리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예 교수는 “함께 응원하며 달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해본 사람은 안다.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돼주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했다. 달리면서 평생 함께할 ‘건강한 취미’를 얻었다는 예 교수는 “한 살 더 먹으면 몸이 달라진다는데 난 아직도 몇 년 전과 똑같은 거리를 매주 달리고 있다. 그럼 실제론 더 젊어진 것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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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중에 걷는다고?…‘더 쉽게’ 잘 달리는 방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춥던 겨울이 어느새 가고 달리기 좋은 계절 봄이 왔다. 이번엔 4월16, 17일 양일간 열리는 2022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에 맞춰 달리기 초보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 하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오미크론 확산으로 마스터스 부문은 비대면 버추얼 대회로 열린다. 버추얼 레이스는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체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달리면 된다. 서울마라톤 마스터스 참가자 2만 명이 모집 시작 5일 만에 다 찼다.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생활 스포츠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실내를 피하고 야외, 특히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전거를 타고 집 주변 공원을 걷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달리는 사람은 예상 외로 크게 늘지는 않았다.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일명 ‘동마(동아마라톤)’에 마스터스마라토너들에게 공식적으로 소개한 ‘워크 브레이크(Walk Break)’ 주법을 소개한다. 2006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7회 동아마라톤에서 당시 50세이던 마라톤 마니아 임용진 씨(66)가 국내 최초로 워크 브레이크 주법으로 페이스메이커를 맡아서 화제가 됐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은 모두가 자신의 최고기록을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라톤이라는 게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 터. 초반에 과욕을 부려 중반 이후 지쳐 완주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 및 유럽 등 마라톤 선진국의 마스터스들 사이에선 일찌감치 유행했던 워크 브레이크는 ‘걷다’→ ‘뛰다’를 체계적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으로 미국의 유명 마라토너 제프 갤러웨이가 개발한 달리기 방식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걷는다고? 쉬지 않고 달려도 될까 말까 하는데 중간 중간 걸어서 좋은 기록이 과연 나올까. 갤러웨이는 어떻게 해야 좀 더 쉽게, 잘 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달리다→걷다’를 체계적으로 반복하는 워크 브레이크주법을 개발했다. 하지만 워크 브레이크 주법으로 여러 차례 완주했던 임 씨는 “오히려 워크 브레이크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말했었다. 임 씨는 “처음 5km까지는 30분(시속 10km)에 나머지 구간은 5km당 29분 30초(10.2km)에 달린다”며 “초반 20km까지는 9분 30초 뛰고 30초 걷기, 나머지는 9분 뛰고 1분 걷기를 반복한다”고 설명한다. 또 32km의 ‘마라톤 벽’을 통과한 뒤에 힘이 남은 주자는 워크 브레이크 없이 계속 뛰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임 씨는 “워크 브레이크는 3시간 30분대에서 5시간대까지의 초·중급 마라토너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40, 50대 장년층,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분들, 막판에 힘이 떨어져 매번 기록 단축에 실패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임 씨를 따라 뛴 마스터스마라토너들 대부분이 기록이 더 좋아졌다며 만족해했다. 당시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에게 주는 정보였고 페이스메이킹이었다. 이번엔 이제 막 달리고 싶은 초보자들에게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워크 브레이크를 우리말로 풀면 ‘걸으면서 휴식 취하기’다. 그런데 이제 걷기 시작한 사람이 달리다 걷기로 휴식을 취할 순 없을 터. 역 발상으로 걷다가 짧은 시간의 ‘조깅 브레이크(Jogging Break)’를 가져보자. 여기서의 조깅 브레이크는 ‘조깅하며 휴식 취하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조깅하는 구간(Break)’으로 생각하면 된다. 갤러웨이도 달리기 입문자에게 조깅 브레이크를 권한다. 가장 일반적인 게 5분 걷고 1분 조깅하며 달리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지금부터 5분 걷고 1분 달리기를 하루 30분씩 해보자. 달리는 것은 걷는 것 보다 조금만 빠르게 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심장 등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면 4분 걷고 1분 조깅, 3분 걷고 1분 조깅을 하다가 1분 걷고 2분 조깅, 1분 걷고 1분 조깅으로 걷은 시간을 줄여나가면 된다. 이게 익숙해지면 시간을 더 늘리면 된다. 시간을 늘릴 때가 언제인지는 자신이 안다. 이 과정을 30분 간 해도 전혀 힘들지 않다면 시간을 늘려도 된다. 시간을 늘렸을 때 힘이 든다면 다시 줄이면 된다. 운동은 ‘기분 좋게 하는 게’ 가장 좋다. 달리기는 걷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융통성이 있는 운동으로 꼭 야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트레드밀을 사용해 실내에서도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올바른 동작에 집중해 강도와 거리를 천천히 늘려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달리기는 신체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으로 무릎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해서는 안 된다. 걷기나 수영 등으로 무릎을 강화한 다음 하는 게 순서다.다음은 올바른 달리기 방법이다. ①달리기의 개념 달리기는 걷기와 거의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간은 맹수들을 피하는 등 생존을 위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달리기와 걷기의 차이는 속도다. 시속 7km이상이면 달리기, 이하면 걷기다. 학술적으론 두 발 중 한 발이 항상 땅에 닿아 있으면 걷기, 그렇지 않으면 달리기다. 처음 달리는 사람이라면 걷듯이 달리면 된다. 무슨 뜻이냐면 걷는 자세를 좀 더 빨리 하며 발동작과 팔 동작을 좀 더 크게 하면 된다. ②올바른 자세 앞서 설명했듯이 달리기는 높은 강도에 강한 충격을 수반하는 운동으로 올바른 기술과 동작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훌륭한 유산소운동인 달리기로부터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만큼이나 부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잘못된 동작으로 달리면 여지없이 등 아래쪽과 엉덩이에 통증이 온다. ③목과 어깨 걷기를 할 때 경험하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 중 하나는 목, 어깨 그리고 등 위쪽이 뻐근해지는 것이다. 달리기를 할 때는 어깨를 들어 올리려는 경향이 생기는데 그 결과 걸을 때보다 목에 훨씬 더 심한 긴장이 생긴다. -목을 펴고 어깨의 힘을 빼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달리는 초반에 어깨를 낮추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가 더 편안하다는 것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달릴 때는 어깨를 들어 올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달리는 동안 목과 어깨는 뻣뻣하게 고정시키기보다는 힘을 뺀 편안한 상태로 쉽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목이 경직돼 불편함을 느끼면 간단한 목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④몸통 달리기를 하면 등 아래쪽과 복부 근육을 중심으로 상당한 힘이 들어간다. 따라서 이 부위를 강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붙어 있는 체지방도 연소시킬 수 있다. -달리기를 할 때 몸통은 반듯한 자세로 유지하고 복부는 팽팽하게 당긴다. 전력질주 할 때처럼 몸이 앞으로 쏠린 자세로 뛰면 힘이 든다. 무릎과 발목에 더 큰 부담을 줘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속보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달리기를 할 때도 반듯한 자세를 취해야 힘이 덜 들고 다리를 힘차게 움직일 수 있다. 달리기를 한 후에 복근이 긴장돼 있는 경우는 달릴 때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복부에 힘을 줬기 때문이다. -복근과 등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하면 좋다. 상체가 강하면 강할수록 달리기를 하는 것이 쉬워지며 몸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등을 반듯하게 세우고 상체와 어깨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한다. 등을 반듯하게 세우면 상체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편안한 자세로 쉽게 달릴 수 있다. ⑤엉덩이와 엉덩이 근육 복근과 등 아래쪽 근육이 흔들리지 않고 고정돼 있으면 엉덩이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게 된다. 엉덩이 근육은 달리기에 필요한 힘을 제공한다. -달리기를 할 때 엉덩이 근육은 다리에 힘을 제공해 몸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일반적으로 생기는 문제는 사람들이 엉덩이 근육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허벅지 뒤쪽 근육인 대퇴이두근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퇴이두근이 긴장되고 등 아랫부분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달리기를 할 때는 엉덩이 근육이 다리를 조종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엉덩이 근육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달리기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⑥다리와 발 달리기를 시작할 때 명심할 것은 너무 심하게 자신을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무릎을 높이 들어 올리고 보폭을 크게 하면서 통통 뛰어가듯이 달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달리면 금방 맥이 빠지고 발목과 무릎 관절에 불필요한 부담이 간다. 속보기술을 모두 습득했다면 이와 유사한 달리기 기술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걷듯이 달리는 게’ 가장 편안한 달리기법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 발이 꼭 바닥에 닿아 있어야 하는 걷기와는 다르게 달리기는 두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발을 땅에 밀착시키고 힘 있고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달리기를 할 때 몸이 위로 튀듯이 뛰지 않는다. -발꿈치로 착지해서 발을 땅에 굴리듯이 한 다음 발끝을 땅에서 뗀다. 엉덩이 근육과 대퇴이두근의 힘을 사용한다. -보폭을 작게 해서 달리는 것이 힘이 덜 든다. ⑦달리기 입문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달리기는 걷기로 체력을 키운 뒤 시작하는 게 좋다. 앞에서 설명했듯 처음엔 조깅 브레이크를 하듯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 나중에 뛰는 게 좋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운동의 강도 조절이다. 달리기는 고강도 유산소운동으로 심박수가 아주 빠르게 증가한다. 따라서 계속 해오던 달리기 방식이 쉽게 느껴질 때 강도를 높이는 게 좋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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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든에 250km 산악마라톤…“말리는 사람에 말하죠, ‘해봤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사막을 달리던 그의 도전은 산으로 바뀌었다. “사막은 다 가봤으니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로 한국나이 80세인 이무웅 씨의 도전은 끝이 없었다. 그는 “내 몸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 뒤 그것을 이겨내면 밀려오는 쾌감, 언젠가부터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2018년 8월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하고 돌아온 뒤인 8월 18일 dongA.com에 소개했던 인물이다. 사막에서 산으로 바뀐 그의 도전 스토리를 전한다. “올 6월 유럽 조지아에서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신청을 마쳤습니다. 그 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 잠잠해지겠죠? 제가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립니다. 그 나이에 어떻게 하냐고. 그럼 ‘해봤어?’라고 하죠. 어느 순간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께서 했던 말을 제가 쓰고 있어요. 시도조차 안 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씨는 코로나19 탓에 2년 넘게 해외로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바로 직전인 2020년 2월 초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있는 상투메프린시페라는 조그만 섬나라에서 열린 5박6일간 20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마지막 도전이었다. 올해 다시 그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 씨는 1990년대 중반 골프에 입문했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다른 운동을 찾다 달리기에 빠져들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2015년 작고)이 조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달릴 때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냅다 뛰었습니다. 그런데 150m인 운동장 트랙 절반도 못 돌고 숨이 막혔죠. 허허, ‘한바퀴도 못 도내’하며 한탄하고 돌아섰어요. 다음 날 또 달렸어요. 또 한바퀴도 돌지 못했죠. 그 때 알았습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냈다는 것을…. 천천히 달리면 되는 것을…. 천천히 달렸더니 한바퀴, 두 바퀴 계속 달릴 수 있었습니다. 많이 달리니 땀이 흘렀고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운동장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 외곽을 달렸다. 매일 달리니 한번에 뛰는 거리도 늘었다. 공식대회에서 검증을 받고 싶었다. 1998년 10월 춘천마라톤 10km에 신청했다. “당시 내 나이가 55세였다. 속칭 중늙은이였다. 혹시나 달리다 변이 생길까봐 아들과 딸을 데리고 갔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엔 심각했다.” 56분45초. 첫 완주 치고는 좋은 기록이었다. 1999년 3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에서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1시간56분51초. “솔직히 마라톤대회를 잘 몰라 10km 다음엔 15km, 20km 등 차근차근 출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바로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아들 딸 대신 회사 직원들과 야유회를 함께 가는 식으로 경주로 갔죠. 역시 혹시나 잘못될까 두려웠어요.” 풀코스는 전문적인 훈련하는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꿈도 꾸지 못했다. 2000년 10월 춘천마라톤 하프코스를 달리려 했는데 그해부터 하프코스가 없어졌다. 낭패였다. 어쩔 수 없이 풀코스를 신청했다. “참가신청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하프인 21.0975km를 달렸으니 그 거리 이상으로만 달리자는 생각으로 출전했어요. 사실 미리 포기를 생각하고 갔어요. 25km를 넘기고 마의 35km에선 모든 관절이 아프고 근육 경련이 일어 포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달려온 게 아까웠습니다. 걷다 뛰다를 반복해 결국 완주했습니다. 4시간56분48초. 그것도 제한시간인 5시간 이내 완주였죠.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이 다 그렇듯 달린 땐 고통 속에서 ‘내가 다시 풀코스에 출전하면 바보다 바보’라고 하다가도 결승선만 통과하면 ‘내가 언제 그랬지’하며 다음 대회를 찾듯 이 씨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달렸다. 어느 순간 풀코스가 싱겁다고 느껴졌다. 좀 더 고통스러운 게 없나 찾았다. 100km 울트라마라톤이 보였다. 이 씨의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은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49분 25초다. “전 이상하게도 늘 좀 더 힘든 것을 찾았어요. 하나에 만족하지 못했죠. 더 힘든 것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2002년 서울울트라마라톤 100km를 13시간30분48초에 완주했습니다. 제한시간 14시간 이내 완주였어요. 마라톤 풀코스하고는 완주 감동이 달랐어요. ‘뭐 또 없나’하며 2003년 2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극한의 극한을 찾다 2004년 사막마라톤을 접했다. 당시 사막마라톤에 빠져 있던 극지마라톤 전문가 유지성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OSK) 대표(51)와 함께 했다. 사막마라톤은 약 250km를 6박7일간 달리는 극한마라톤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이루는 등 지금까지 지구촌 극지마라톤을 약 20차례나 다녀왔다. 2번 이상 간 곳도 있다. 사하라는 섭씨 50도가 넘는 모래 위를 달린다. 고비사막은 계곡과 산, 사막을 건넌다. 아카타마는 해발 4000m를 넘는 고지를 달려 ‘고산증’을 극복해야 한다. 남극은 추위를 이겨야 한다. 한마디로 극한과의 싸움이다.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그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면 목표로 하는 곳은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그는 달리면서 건강 하나는 자신한다. 어떤 질환 약을 아직 먹는 게 없다. “하루 세끼 다 잘 먹고 술도 잘 마신다”고. 체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100km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하지 않는다. 시속 8km로는 달려야 하는데 이제 7km로 밖에 못 달린다. 제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버겁다. 밥 먹듯이 완주했던 100km 인데…. 그는 “코로나19가 없어 평소대로 계속 대회에 출전했다면 혹시 달라졌을 수도 있다. 더 열심히 준비했을 테니까”라고 했다. 이 씨는 경기 김포 집 주변 문수산(해발 376m)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또 주당 3회 평균 12~16km를 달린다. 평일 혼자 2회 달리고 과거 함께 달렸던 마라톤회원들과 주 1회 달린다. 그의 모토는 ‘살면서 건강하자’다. 그는 “사람의 수명을 누가 장담할 수 있나. 환갑 때 고등학교 동창들 10명 넘게 풀코스 도전시켰는데 지금 달리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 하프, 10km로 계속 줄이더니 이젠 ‘다리에 힘이 없다’고 안 달린다. 난 달리는 게 좋다. 힘들어도 그 느낌이 좋다. 내가 아프면 가족들에게 부담이 된다. 그래서 달린다”고 했다. 이렇게 많이 달리는데 몸에 부작용은 없을까. 2014년 허리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는 “2010년부터 기록이 떨어지면서 달리는 게 힘들었다.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물론 그 때도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2014년 사막마라톤 입문 10주년을 기념해 모로코사하라사막 마라톤에 도전했는데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 그리고 9월 수술 받았다”고 했다. 이 씨는 “나이 들어 10kg 이상 배낭을 메고 달린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이 들면 키도 줄고 몸이 오그라드는데 10kg 이상을 메고 사막을 달렸으니 협착이 급격히 진행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척추 협착증 수술 이후 다시는 안 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땀 맛’이 또 생각났다. 수술한 뒤 한달도 되기 전에 10km를 완주했다. 전혀 이상이 없었다. 하프, 풀, 100km 울트라…. 2015년 스리랑카 220km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했다. “완전히 내 몸이 과거로 되돌아갔어요. 너무 기뻤죠. 하지만 안 다치게 노력했습니다. 몸이 부드러워야 안 다칩니다. 몸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아침마다 요가를 했죠. 근육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눈 뜨자마자 합니다. 각 관절 및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죠. 그래야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그의 철칙은 몸에 맞게 달리는 것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고. 그는 “대회에 출전해도 내 몸이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춘다. 그래서 내 운동 수명이 긴 것 같다. 우리나라나 전 세계적으로 내가 울트라마라톤 하는 최고령에 속한다. 그 자부심을 오래 느끼려면 천천히 욕심을 버리고 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250km 산악마라톤에 또 도전한다. 그는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도전은 불가능하다. 그냥 가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도전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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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여든에 250㎞ 산악마라톤?… 도전 통해 살아있음을 느껴”

    1990년대 중반 당시 김영삼 대통령(2015년 작고)이 조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달리기 시작했다. 올해로 한국 나이 80세인 이무웅 씨는 그냥 달리지 않는다. 사막과 산을 달린다. 그는 “내 몸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 뒤 그것을 이겨내면 밀려오는 쾌감, 언젠가부터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처음 달릴 때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냅다 뛰었다. 그런데 150m인 운동장 트랙 절반도 못 돌고 숨이 막혔다. 허허, ‘한 바퀴도 못 도네’ 하며 한탄하고 돌아섰다. 다음 날 또 달렸다. 또 한 바퀴도 돌지 못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냈다는 것을…. 천천히 달리면 되는데…. 천천히 달렸더니 한 바퀴, 두 바퀴 계속 달릴 수 있었다. 많이 달리니 땀이 흘렀고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2000년 10월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어느 순간 풀코스가 싱겁다고 느껴져 100km 울트라마라톤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이루는 등 지금까지 지구촌 극지마라톤을 약 20차례나 다녀왔다. 2번 이상 간 곳도 있다. 사하라는 섭씨 50도가 넘는 모래 위를 달린다. 고비사막은 계곡과 산, 사막을 건넌다. 아타카마는 해발 4000m를 넘는 고지를 달려 ‘고산증’을 극복해야 한다. 남극은 추위를 이겨야 한다. 한마디로 모두 극한과의 싸움이다. 이제 그의 도전은 사막에서 산으로 바뀌었다. “사막은 다 가봤으니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년 넘게 해외로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바로 직전인 2020년 2월 초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있는 상투메프린시페라는 조그만 섬나라에서 열린 5박 6일간 20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마지막 도전이었다. “올 6월 유럽 조지아에서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 신청을 마쳤다. 주위에서 그런다. 그 나이에 어떻게 하냐고. 그럼 ‘해봤어?’라고 한다. 어느 순간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께서 했던 말을 내가 쓰고 있었다. 시도조차 안 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그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목표로 하는 곳은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그는 달리면서 건강 하나는 자신한다. 어떤 질환 약을 아직 먹는 게 없다. “하루 세 끼 다 잘 먹고 술도 잘 마신다”고. 체력이 예전만 못 한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100km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하지 않는다. 시속 8km로는 달려야 하는데 이제 7km로밖에 못 달린다. 제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버겁다. 밥 먹듯이 완주했던 100km인데…. 그는 “코로나19가 없어 평소대로 계속 대회에 출전했다면 혹시 달라졌을 수도 있다. 더 열심히 준비했을 테니까”라고 했다. 이 씨는 경기 김포 집 주변 문수산(해발 376m)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또 주당 3회 평균 12∼16km를 달린다. 평일 혼자 2회 달리고 과거 함께 달렸던 마라톤 회원들과 주 1회 달린다. 그의 모토는 ‘살면서 건강하자’다. 그는 “사람의 수명을 누가 장담할 수 있나. 환갑 때 고등학교 동창들 10명 넘게 풀코스 도전시켰는데 지금 달리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 하프, 10km로 계속 줄이더니 이젠 ‘다리에 힘이 없다’고 안 달린다. 난 달리는 게 좋다. 힘들어도 그 느낌이 좋다. 내가 아프면 가족들에게 부담이 된다. 그래서 달린다”고 했다. 그의 철칙은 몸에 맞게 달리는 것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그는 “대회에 출전해도 내 몸이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춘다. 그래서 내 운동 수명이 긴 것 같다.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내가 울트라마라톤 하는 사람 중에 최고령에 속한다. 그 자부심을 오래 느끼려면 천천히 욕심을 버리고 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250km 산악마라톤에 또 도전한다. 그는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도전은 불가능하다. 그냥 가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도전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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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사라지면 나만의 목표 위해 즐겁게 달릴 것”[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한 때 국내 마스터스마라톤 여자 최강으로 군림했던 정순연 씨(48)도 마찬가지다. “2020년 3월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제 개인 최고기록을 깰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트랙에서 1만m를 36분10초에 달리는 등 모든 훈련 기록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2월 코로나19가 터져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힘든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모든 마라톤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기록을 깰 기회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정 씨는 2015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43분 13초의 국내 여자 마스터스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후 이 기록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동아마라톤 코스가 가장 좋잖아요. 솔직히 2015년 동아 이후 더 몸이 좋은 때가 있었는데…. 코스도 다르고 계절도 다르고 기록 경신을 하지 못했죠. 2020년엔 달랐어요. 솔직히 2015년엔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면 2020년엔 준비도 잘 했고 컨디션도 좋았어요. 동아마라톤만 열렸다면 2시간 43분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코로나19는 정 씨의 투쟁력도 감소 시켰다. 그는 “대회가 없어지니 체계적인 훈련도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가끔 군소 대회가 열리긴 했지만 기록을 내려면 동아마라톤 같은 메이저 대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알음알음으로 소규모로 달리다 네이버에 Running Mate란 카페를 개설하고 함께 달리고 있다. 회원이 130여명이나 된다. “정기모임은 주말에 주 1회하고 주중엔 마음에 맞는 회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달리고 있어요. 기본부터 지도도 하고, 자체 대회도 만들어 달리기도 하고.” 정 씨는 한 달에 300km는 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 4회 이상은 훈련을 하면서 인터벌트레이닝도 한다. 장거리는 15~20km를 달리고 있다. 장거리는 여럿이 함께 달리고 인터벌 트레이닝은 2~3명이 어우러져 한다. 마라톤동호회에는 나이 많은 회원들이 많은데 Running Mate엔 3040 비교적 젊은 회원들이 많단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며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라고. “재미나게 즐겁게 달리는 게 모토입니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든 대회가 열리면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서 나름 체계적으로도 훈련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규모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 씨는 “산을 달리는 것은 좋아한다. 하지만 대회 출전했을 때 몇 번 넘어지다 보니 트레일러닝 대회에는 잘 참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 1학년 때까지 육상 중장거리 선수생활을 했던 정 씨는 어느 순간 운동할 동력을 잃어버렸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진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 좀 느슨하게 살다보니 살이 쪘고 그러다 아예 운동을 놓았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고 육아에 전념하면서는 “운동이라는 개념 자체를 잊고 살았다”고 했다. “아이 좀 키웠더니 마라톤 붐이 일어났어요. 그래도 달릴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에어로빅을 함께 하는 사람들 끼리 2006년 9월 대구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나가자고 해서 10km를 달렸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 기분 처음이었습니다. 달리는 사람도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도 열광하고…. 제 맘에 딱 와 닿았죠. 그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고통 뒤에 오는 짜릿한 쾌감이 그를 매료시켰다. 엘리트 선수였던 학창시절엔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었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이 달랐다. 역시 한 때 선수로 활약해서인지 바로 실력이 향상됐고 재미도 붙었다. 학창시절 10km를 33분20초에 달렸던 그는 바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에게는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에 도전했다. 몇 차례의 실패 끝에 2009년 3월 울산마라톤에서 2시간 58분06초 처음 서브스리를 달성했다. 이 때부턴 서브스리는 식은 죽 먹듯 했다. 그해 2주 뒤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5분36초,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1분20초로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한 뒤 2015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개인 최고기록이자 국내 마스터스마라톤 여자 풀코스 최고기록을 세운 것이다.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의 몸매를 돼 찾았다. “6kg이 빠졌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내겐 엄청 부담스러운 6kg이었다. 그게 빠지니 날아갈 것 같다”고 했다. 서울국제마라톤, 경주국제마라톤 여자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등 전국 대부분의 마라톤을 휩쓸었다. 마스터스마라톤 계에선 ‘달리는 얼짱 마라토너’로 이름을 날렸다. 정 씨는 2010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20·30대 여자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해 동아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낸 마스터스 마라토너 중에서 선발해 주는 상이다. 정 씨는 그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1분 20초,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5분 44초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마라톤은 그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였다. “달리면서 극한 상황을 경험해서인지 살면서 감정 컨트롤이 잘 됐어요. 가정은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스트레스가 생기는데 전 달리기로 다 풀었어요. 달리면 모든 것을 떨쳐내고 저 자신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제 50세를 눈앞에 뒀다. 100세 시대,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 때까지 달릴 수 있을까? “안 가본 세상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달리는 게 즐겁고 아직 건강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록보다는 즐겁게 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달리다보면 평생 달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목표가 없진 않다. “제 최고기록은 이제 나이가 들어 깰 수 없겠죠. 하지만 제가 달릴 수 있을 정도의 기록을 목표로 설정하고 달릴 겁니다. 즐기되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달리면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기쁨도 아주 큽니다. 그게 달리는 재미죠. 코로나19가 사라지는 순간 전 다시 저만의 목표를 위해 달릴 겁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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