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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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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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중동60%
칼럼23%
국제정세7%
국제일반7%
국제정치3%
  • “남편은 나라 위한 인물”…이민자·여성층 감성 자극한 멜라니아 연설

    최근 재단장한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 마련된 연단. 야간 조명으로 빛을 밝힌 이 작은 무대 위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올라서자 그를 기다리던 120명의 청중이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2016년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이후 4년 만의 전대 연단 복귀였다.● 이민자·여성층 감성 자극한 멜라니아 연설트럼프 여사의 연설은 25일(현지 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극적으로 변했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남편의 행정부는 효과적인 백신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이며 이 끔찍한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이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 이단아’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다”면서도 “그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며,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법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인물”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여사는 4년 전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 내용 일부가 미셸 오바마 당시 영부인의 연설문을 베낀 것으로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이날은 그 때를 설욕하기라도 하듯 20여 분간 매끄럽고 차분한 연설로 감성을 자극했고 표절 논란도 제기되지 않았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그는 26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과정을 소개하며 “미국은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반(反)이민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이민자들의 공감 얻기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여사는 측근인 캘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과 스테파니 그리샴 영부인 대변인, 마샤 리 켈리 선임고문과 집중적으로 연설을 준비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그동안 거의 공식석상 연설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각종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즈가든에 깜짝 등장한 뒤 제일 앞자리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부인의 연설을 지켜봤다. 앞서 전당대회 영상에서는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들의 귀화식에도 깜짝 등장하며 ‘이민자들에게 열려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 폼페이오의 ‘출장 중 연설 참가’에 비판 거세영부인 연설은 호평을 받았지만 이날 전당대회는 재선 캠페인을 위한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공직의 정치화 등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이스라엘 출장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외교수장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전당대회 연설에 나선 것을 놓고 비판이 크게 고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의 커튼을 걷어냈고, ‘중국 바이러스’의 확산에 책임을 지도록 했으며, 어이없게 불공평한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을 누그러뜨렸고 북한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며 “더 이상의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도 없으며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싸운 영웅들의 유해와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동정책 등 외교안보 성과를 나열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과 리더십 덕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설에 대해 “최소한 75년 간 외교안보 분야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유지돼온 선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을 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 공무 중에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심부름꾼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을 강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꼽히는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과 보수 유대인들의 표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라는 분석이 많다. 사전 녹화가 이뤄진 장소는 예루살렘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루프탑. 호텔 이름은 고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이름을 딴 ‘다윗왕 호텔’이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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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UAE 관계 정상화 합의…트럼프 “3주 안에 백악관서 서명”

    ‘공통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앙숙’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최초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 역사적 합의를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외교 달인’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란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당장 중동 정세가 안정을 찾을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UAE와 ‘에이브러햄 협정’을 체결했다. 엄청난 돌파구이자 역사적 평화협정”이라고 밝혔다. 협정 이름은 기독교(미국), 유대교(이스라엘), 이슬람교(UAE)의 공통 조상 ‘아브라함’의 영어식 표현이다. 그는 “향후 3주 안에 양국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합의서에 공식 서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UAE 아부다비 왕세자 등 3개국 정상의 공동명의 형태로 발표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트윗을 올렸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새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반겼다.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한국도 환영한다. 이번 합의가 지역 내 안정과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이집트, 요르단과 관계를 맺었지만 걸프만 이슬람 국가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E 역시 1971년 건국 후 최초로 이스라엘과 협력했다. 양국은 투자, 관광, 안보, 기술,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협력하고 양국을 오가는 직항 비행기도 띄우기로 했다. 대사관도 곧 개설한다. 줄곧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위협을 느껴 온 이스라엘은 핵시설 선제 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걸프만 수니파 국가의 양대 맹주인 UAE 역시 이란 견제가 절실했다. 특히 이란이 세계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UAE 교역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양측 모두 이란 견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동 허브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모두 보유한 UAE는 정보기술(IT), 군사 강국 이스라엘과의 교류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판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협상, 미중 갈등 등으로 비판받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번 합의를 에이브러햄 협정 대신 트럼프 협정으로 부르고 싶지만 언론이 반대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또 “내가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는 발언도 되풀이했다. 유대계인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번 합의를 위해 18개월간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대통령 옆에서 “더 많은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혀 사우디, 바레인, 오만 등 친미 성향 걸프만 아랍국이 추가로 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 중동을 넘어 국제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추가 합병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합병 계획은 아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무장정파 하마스 모두 한목소리로 “UAE가 팔레스타인을 배신했다. 우리에 대한 공격이자 반역”이라고 비난했다. 이란 외교부와 혁명수비대 역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수치스러운 행위다. 유대주의자와 손잡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란 해군은 협정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을 나포했다 5시간 만에 풀어줬다. 이란은 지난해 7월 영국 유조선을 일시 억류했고, 최근 미군 항공모함 실물 크기 모형을 타격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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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아야 소피아, 과거사… 중동의 反터키 감정이 들끓는다

    19일 오후(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예수피난교회를 찾았다. 아기 예수와 그 가족이 유대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해 왔을 때 머물렀던 자리에 세워진 건물로 중동에 기반을 둔 기독교 종파 ‘콥트교’의 성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늘 순례자와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이날 유달리 한산했다. 해외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이집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예배를 금지한 탓이다. 방문객이 거의 없는데도 교회 주변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이 있었다. 이들은 방문자에게 이름, 직업, 거주지, 방문 목적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동행한 이집트인 지인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이 심하다 보니 콥트교인을 대상으로 한 적대 행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콥트교도는 이집트 인구 약 1억 명 중 10∼15%를 차지한다. 수니파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나라에서 얼핏 많은 핍박을 받을 것 같지만 교인 반응은 달랐다. 교회에서 만난 중년의 콥트교도에게 “코로나19 사태 뒤 무슬림이 콥트교인에게 적대적이지 않으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원리주의자가 많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일부 시골이라면 모를까 카이로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집트 무슬림은 세속주의 성향이 강하고 타 종교에 관용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터키처럼 교회 건물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는 일은 이집트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터키와 다르다” 평범한 카이로 시민이 외국 기자에게 언급할 정도로 최근 이집트인들은 터키의 일거수일투족에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비잔틴제국 문화유산의 정수인 1500년 역사의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개조하려 하고,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리비아 내전에 터키가 개입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 언론인, 회사원 등 이집트인과 중동 정세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터키 비판으로 마무리될 때가 많다. 서구 시각에서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의 권위주의 지도자일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이집트인은 터키와의 비교를 불쾌하게 여긴다. 한때 이집트보다 세속주의 경향이 더 강했던 터키가 2003년 에르도안 집권 후 급격한 보수화 길을 걷고 있지만 이집트는 여전히 개방적이라는 의미다. 이집트인들은 지난해 시시 대통령이 카이로 인근 신(新)행정수도의 중동 최대 규모 콥트교회 개관식에 직접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이집트의 개방성과 관용을 자랑한다. 실제 이집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후 전국 각지의 콥트교회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유대교 회당의 개·보수 역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집트 최고 이슬람 성직자(그랜드 무프티)인 샤우키 알람은 17일 “무슬림은 선지자 무함마드로부터 교회를 보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전쟁 중에도 사원을 파괴하거나 수도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며 아야 소피아의 모스크 개조를 거세게 비판했다. 종교 지도자가 타국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집트 사회 전반에 반(反)터키 감정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집트 vs 터키, 리비아서 사실상 대리전이집트의 반터키 감정을 더 키우는 요인은 이웃 리비아에 대한 터키의 장악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리비아는 1135km의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망 후 사실상 중앙정부가 붕괴됐다. 명목상으로는 수도 트리폴리와 서부 인근을 장악한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의 통합정부(GNA)가 유엔의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동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세속주의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LNA가 리비아 국토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데다 ‘돈줄’ 유전지대를 장악해 양측은 수년간 내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터키는 GNA를, 이집트는 LNA를 지원하고 있다. GNA와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에르도안 정권은 소형 구축함, 전투기, 군인 등을 대거 파견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이집트는 국경을 맞댄 리비아 동부에 터키군이 주둔하게 되면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터키가 시시 대통령의 정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을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것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중동 전문가들은 터키와 이집트가 사실상의 대리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GNA와 군사안보협정을 체결한 터키는 현지에서 천연가스 탐사 및 시추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지중해와 아프리카를 잇는 곳에 위치한 리비아의 지정학적 특성도 터키엔 매력적이다. 이집트는 터키의 리비아 영향력 확장을 막기 위해 자국 국경에서 약 800km 떨어진 거점 도시 시르테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LNA가 시르테를 기반으로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을 핵심 전략 요충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달 20일 이집트 의회는 리비아에 군대를 파병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승인 직후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은 “리비아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는 동부 반군에 대한 지원을 즉각 그만두라”며 반격에 나섰다. 두 나라의 대립이 일촉즉발 직전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사우디·UAE에서도 반터키 감정 고조오스만튀르크는 1517년부터 1914년까지 약 400년간 이집트를 지배했다. 자국을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여기는 이집트인에게 일종의 치욕이다. 역시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았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나라도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아랍과 터키가 인종, 언어, 문화, 역사 면에서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랍 각국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공연히 “터키가 이슬람권 중심국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하는 것에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중동 소식통은 “아랍권은 터키가 리비아뿐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키프로스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해한다. 피지배 역사를 가진 쪽에서는 과거사 때문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우디와 UAE 같은 걸프만 국가들은 터키가 2017년 6월 ‘카타르 단교 사태’(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 등 수니파 이슬람국이 카타르의 친(親)이란 성향을 문제 삼아 단교)를 계기로 카타르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무너지고 1922년 터키 공화국이 건립된 후 아라비아반도에 터키군이 주둔한 것도 처음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도 카타르 도하를 찾아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정상 회담을 가졌다. 터키는 이집트, 사우디 등과 수니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수니파 이슬람국과 대립하는 시아파 맹주 이란, 이스라엘, 카타르 등과도 상당 부분 협력하며 양측에서 교묘하게 줄을 타고 있다. 특히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뒤 사우디와 터키가 사실상 갈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 왕실은 터키가 확보한 기밀 정보를 서구 언론에 흘리면서 국제사회의 반사우디 여론이 고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여파로 최근 사우디에서는 오스만튀르크 역사 지우기가 한창이다.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6월 수도 리야드시 당국은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거리 이름을 아랍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우디 교육부는 조만간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오스만튀르크 시절 점령군이 저질렀던 범죄 등 터키와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을 대거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오스만튀르크 점령’이란 단어도 과거보다 훨씬 많이 사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자국민들에게 “가급적 터키 여행을 가지 말라”고도 촉구하고 있다. 이집트 외교 소식통은 “터키가 군사, 종교 양면으로 영향력을 키우면서 가뜩이나 높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더 높아지고 있다. 당분간 아랍권의 반터키 감정이 잦아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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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서 ‘온라인 K팝 경연대회’ 개최…우승자는?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K팝 경연대회’ 시상식을 20일(현지 시간)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현지 한류 팬들을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공연을 동영상으로 올린 뒤,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팬 투표를 통해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86개 팀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노래 ‘픽미’를 배경으로 열정적인 춤을 선보인 넬리 칼리드 양(17)이 우승을 차지했다. 칼리드 양은 “코로나19 속에서도 K팝 팬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대회가 마련돼 너무 기쁘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세계인을 대상으로 멋진 공연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홍진욱 주이집트 대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된 시상식에서 “현재 이집트에는 총 70여 개의 K팝 팬클럽과 8만7000여 명의 K팝 팬이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한류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집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8402명, 사망자는 4352명이며 최근에는 매일 600~1000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통행금지 완화, 관광지 개방, 식당과 카페 영업 재개 등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지만 대중문화 공연 같은 대규모 문화 행사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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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AE 화성탐사선 ‘아말’ 발사 성공… 아랍권 최초, 33세 여성장관 주도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이 20일 발사에 성공했다. 아랍권의 첫 화성 탐사선으로 미국 등 기존 우주 강국이 벌이던 화성 탐사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UAE 우주청은 아말을 실은 일본의 우주발사체 H2A가 이날 오전 6시 58분 14초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2A는 발사 후 6분 44초 만에 1단 로켓을 분리한 후 11분 20초 뒤에는 2단 로켓의 점화도 끝내며 성공적으로 아말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UAE는 건국 50주년인 2021년에 맞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에미리트 화성 탐사 프로젝트(EMM)’의 하나로 아말 발사를 준비해 왔다. 2014년 7월 화성 탐사 계획을 처음으로 밝힌 뒤 6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아말은 앞으로 7개월간 평균 시속 12만1000km로 날아가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국가는 옛 소련과 미국, 유럽연합(EU), 인도밖에 없다. 일본은 1998년 탐사선 ‘노조미’를 보냈지만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중국은 2011년 러시아와 함께 ‘잉훠 1호’를 보냈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33·사진)이 이끌어 눈길을 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여전히 제한적인 아랍 국가에서 첨단 우주 탐사선 개발을 30대 여성이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말 발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2세 때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보고 우주 연구를 꿈꿨다는 알 아미리 장관은 UAE 사르자 아메리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관련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17년 30세에 장관에 올랐다. 그는 “UAE는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경쟁에 늦게 합류한 나라로, 사람들이 (UAE의) 화성 탐사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행성에 대한 세계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임무는 ‘희망’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과학 관련 업무에선 여성 인력 비중이 80%에 이른다고 독일 공영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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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AE 화성 탐사선 ‘아말’ 발사 성공 이끈 30대 여성 장관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이 20일 발사에 성공했다. 아랍권의 첫 화성 탐사선으로 미국 등 기존 우주 강국이 벌이던 화성 탐사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UAE 우주청은 아말을 실은 일본의 우주발사체 H2A가 이날 오전 6시 58분 14초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2A는 발사 후 6분 44초 만에 1단 로켓을 분리한 후 11분 20초 뒤에는 2단 로켓의 점화도 끝내며 성공적으로 아말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UAE는 건국 50주년인 2021년에 맞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에미리트 화성 탐사 프로젝트(EMM)’의 일환으로 아말 발사를 준비해 왔다. 2014년 7월 화성 탐사 계획을 처음으로 밝힌 뒤 6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아말은 앞으로 7개월간 평균 시속 12만1000km로 날아가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곳은 옛 소련과 미국, 유럽연합(EU), 인도밖에 없다. 일본은 1998년 탐사선 ‘노조미’를 보냈지만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중국은 2011년 러시아와 함께 ‘잉훠 1호’를 보냈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33)이 이끌어 눈길을 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여전히 제한적인 아랍 국가에서 첨단 우주 탐사선 개발을 30대 여성이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말 발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2세 때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보고 우주 연구를 꿈꿨다는 알 아미리 장관은 UAE 사르자 아메리칸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관련 석사를 마친 뒤 2017년 30세에 장관에 올랐다. 그는 “UAE는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경쟁에 늦게 합류한 나라로, 사람들이 (UAE의) 화성 탐사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행성에 대한 세계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임무는 ‘희망’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과학 관련 업무에선 여성 인력 비중이 80%에 이른다고 독일 공영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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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범 방역 국가’ 평가 남아공, 36만명 육박 세계 5위 확진국으로

    아프리카의 경제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휩싸였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간) 기준 남아공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6만4328명(사망자 5033명)으로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체 누적 확진자(72만4702명)의 절반이 남아공에서 발생한 셈이다. 남아공은 올해 3~4월까지만 해도 ‘모범 방역 국가’에 속했다. 3월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야간 통행과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봉쇄 조치로 확산을 잘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봉쇄 완화에 들어가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누적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뒤 한달도 안돼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 9일부터는 매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현지에선 경제 중심지 요하네스버그 인근 흑인 빈민가 소웨토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남아공 보건당국에 따르면 소웨토가 포함된 하우텡주(州)의 감염자 수는 13만3617명(전체의 36.7%)으로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고 있다. 소웨토 지역에선 판자촌을 연상케 하는 밀집된 간이 주택에서 대가족이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이 주택 중 많은 수는 상·하수도, 화장실, 창문 같은 기본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한국 기업인은 “소웨토에선 가족이나 이웃간 사회적 거리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흑인들이 출·퇴근 때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어렵고, 설상가상 돈이 없어 마스크를 구입하는 이들도 적다”고 말했다. 소웨토 등 흑인 빈민가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향후 남아공의 고질적인 문제인 빈부격차와 인종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남아공은 상위 10%의 부자(절대다수가 백인)가 전체 부의 71%(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0%)를 차지하고 있고, 흑인이 다수인 하위 60%는 7%의 부만 소유하고 있다. 당분간 남아공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과 의료용 산소가 부족하고, 남반구라 현재 계절이 코로나19가 더욱 잘 확산되는 겨울이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프레토리아, 소웨토 같은 지역은 아침과 저녁 때 섭씨 10도 미만의 쌀쌀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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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인구 30%인 2500만명 코로나 감염 추정”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의 코로나19 감염자가 25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18일 알자지라방송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대응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3000만∼3500만 명이 더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이란 보건당국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이란 전체 인구(약 8400만 명) 중 약 30%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이란 보건부가 집계한 공식 확진자 수(18일 기준 27만1606명)의 약 93배에 달한다. 특히 3000만∼3500만 명이 추가로 감염될 경우 최대 약 60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72%)이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사망자를 약 1만4000명으로 분석했는데 이는 공식 통계(18일 기준 1만3979명)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란은 ‘중동의 코로나19 발원지’란 비난을 듣고 있다. 올해 2월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 많은 주변국들이 이란에서 유입된 확진자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오랜 경제제재로 병원, 의료장비, 약품 등 보건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상태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이란의 코로나19 관련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이란의 반(反)정부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 등은 “이란 정부가 피해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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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유산 ‘아야 소피아’ 모스크로 바뀐다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아야 소피아’(성소피아)가 박물관에서 이슬람 사원(모스크)으로 바뀐다. 10일 AP통신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최고행정법원이 “아야 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힌 직후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야 소피아는 터키, 나아가 중동과 동유럽 역사의 변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여겨져 왔다. 비잔틴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대성당으로 만든 이후 916년간 정교회의 본부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1453년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아야 소피아는 모스크로 개조됐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오스만제국이 붕괴되고, 터키 초대 대통령이 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는 세속주의를 강조하며 1934년 아야 소피아를 종교시설이 아닌 박물관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모스크로 운영될 때 회벽으로 덧칠됐던 모자이크 성화가 이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 모스크로 바꿔도 다시 회벽을 칠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안팎에서는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꾸기로 한 배경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보수 이슬람주의 성향을 꼽는 이가 많다. 2003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총리로, 2014년 8월부터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에르도안은 ‘현대판 술탄’으로 불릴 만큼 이슬람주의를 강조해왔고, 이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 하지만 정교회 신자가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터키와 역사적으로 갈등이 많았고, 정교회 신자가 다수인 그리스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직접 나서 “(터키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한다. 이번 결정은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유네스코, 그리고 국제사회 전체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릴 러시아정교 총대주교는 “아야 소피아가 지금처럼 중립적인 지위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터키의 친(親)러시아 외교와 중동지역 내 영향력 확대로 불편한 관계인 미국도 “터키의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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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방역에 시민의식도 전수해야[현장에서/이세형]

    아랍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북아프리카의 중심국인 이집트가 2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를 대폭 완화했다. 배달과 포장 구입만 가능했던 음식점과 카페는 수용 가능한 인원의 25% 수준에서 손님을 받을 수 있다. 통행금지 시작 시간은 오후 8시에서 밤 12시로 늦춰졌다. 거리와 쇼핑몰은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현지인들은 “일상이 돌아왔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집트 정부가 경기침체와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해 봉쇄 완화를 결정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집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구 100만 명당 검사 건수가 1320건에 불과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000∼17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과 이집트인 할 것 없이 “실제 확진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봉쇄 완화 이후인 27, 28일 카페와 식당, 쇼핑몰을 둘러보면서 우려는 커졌다. 대부분 식당과 카페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테이블 간격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다름없이 촘촘했다. 음료수를 마신 뒤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최대 수용 인원을 표시해 놓은 곳도 거의 없었다. 한 20대 이집트인은 “글로벌 브랜드의 카페, 레스토랑, 호텔만 정부 방침을 제대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현지 법인과 지사가 몰려 있는 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의 사정도 비슷했다. 입구 앞 체온 측정 장치를 관리하는 직원은 자리를 자주 비웠다. 바닥에 표시해둔 사회적 거리를 반영한 줄서기 위치도 유명무실했다. 방역 지침은 있지만 시민의식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남아공 등 코로나19 관련 봉쇄를 풀고 있는 다른 중동·아프리카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남아공의 소식통은 “여전히 빈민가와 소도시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중동·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최근 경제발전 못지않게 보건의료, 특히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한국에 관심을 보인다. 이른바 ‘K방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도 한국의 보건의료 관련 정부기관 및 기업과의 교류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K방역 노하우 전수에 나선다면 기술적인 요소 못지않게 ‘시민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912만여 명이 참가하고도 행동수칙 지키기와 시민의식으로 감염자가 한 명도 안 나온 4·15총선의 경험은 많은 개도국에서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성공 사례일 것이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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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내달부터 한국 등 18개국 입국 허용 추진

    유럽연합(EU)이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 사태’로 중지했던 EU 입국을 일부 국가에 허용하는 것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EU 소속 국가들의 외교 관계자들은 EU 입국이 가능한 나라 명단에 한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태국, 튀니지, 모로코 등 18개국을 잠정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과를 내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 들어갔다. 앞서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부터 외국인 입국을 제한해 왔다. 반면 미국은 EU 입국이 계속 제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하루에 4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EU의 미국인 입국 허용 불허 방침이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은 유럽산 항공기와 식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독일에 주둔 중이던 미군 병력 일부를 철거하기로 하는 등 유럽 국가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많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인 방문자를 받아들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EU와 경제, 관광 측면에서 교류가 많지만 확진자 수가 증가세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산유국들도 유럽 방문이 계속 금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EU 소속 국가 국민들의 입국을 허용하면 중국인의 EU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이번 잠정 입국 허용 국가 명단은 회원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29일 문서화되고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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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러, 탈레반에 미군 공격 사주… 트럼프 무대응”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반군세력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조직에 현지 주둔 미군이나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고, 살해 포상금까지 지급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 정찰총국(GRU)은 ‘29155부대’란 조직을 구성해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조직과 접촉해 미군이나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고, 살해하면 포상금까지 지급해 왔다. 미 정보당국도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실제 러시아로부터 포상금을 받은 무장조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아프간에서 사망한 20명의 미군 중 실제 러시아의 사주로 살해된 이가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정보당국은 이런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3월 말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에 외교적 방식으로 항의를 하거나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것. 하지만 이후 러시아에 대한 맞대응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선거캠프의 주요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접촉해 ‘러시아 내통설’이 제기됐는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러시아 봐주기’ 의혹이 나온 셈이다. 당장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이런 의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앞선) 그(트럼프)의 대통령직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선물이었지만, 이건 도를 넘어선 것이다”며 “아프간과 다른 해외 지역에서 복무 중인 모든 미군 가정에 대한 배신이다”고 비난했다. 2016년 미 대선에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주)도 “트럼프는 러시아가 아프간의 미군들을 죽이고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푸틴과 친하게 지내고, 그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하려 했다”고 비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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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선원 5명, 베냉 해역서 피랍

    서아프리카 베냉 인근 해역에서 참치잡이 어선을 타고 조업 중이던 한국인 선원 5명이 24일(현지 시간) 오후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25일 외교부와 영국 해상정보 관련 매체인 ‘드라이어드 글로벌’에 따르면 이날 베냉 코토누 항구로부터 111k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994t급 어선 ‘파노피 프런티어’호를 타고 조업하던 한국인 선원들은 오후 3시 40분경 무장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배에 탑승한 선원 30명 가운데 간부급 인력인 한국인 5명과 가나인 1명이 납치됐다. 드라이어드 글로벌은 “이들이 쾌속정을 타고 접근했고, 나이지리아 해역 방향인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한국인 선원들의 안전 여부와 무장 괴한들의 신원, 소속, 국적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납치되지 않은 선원들은 모두 가나 국적으로 현재 가나로 복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와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며 “국내 관계기관 및 주재국 관계 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활동 중인 어선들의 안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초에도 가봉 인근 해역에서 새우잡이 조업 중 한국인 1명을 포함한 6명이 해적 세력에 피랍됐다가 풀려난 바 있다. 최근 해적들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빈번히 출몰하고 있다. 베냉 코토누항 인근에서는 올해에만 납치 사건이 7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청해부대가 파견되는 등 대(對)해적작전이 활발한 동아프리카 해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안 관리가 느슨한 서아프리카 지역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외국 어선을 노리는 무장 세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한기재 기자}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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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경찰, 지난달 집회 참석한 7세 흑인 어린이 얼굴에 최루액 쏴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 과정에서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과잉 진압으로 비판받아온 경찰이 지난달 30일 워싱턴주 시애틀 집회에 참석한 7세 흑인 어린이의 얼굴에 최루액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가디언에 따르면 흑인 남성 만도 에이버리씨는 7세 아들과 당시 시애틀 도심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 참석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경찰이 갑자기 최루액을 발사하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에이버리씨의 아들 얼굴 역시 최루액으로 범벅이 됐다. 눈도 뜨지 못한 채 울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돕기 위해 일부 시위대는 아이의 얼굴에 우유를 붓고 물도 건넸다. 하지만 경찰 및 구급요원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에이버리씨는 “경차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됐다. 그런데도 아이를 돕지 않고 어떻게 밤에 잠을 잘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그는 “아들이 아직도 턱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며 최루액을 뿌린 경찰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실은 당시 시위 영상을 촬영하던 헤어 스타일리스트 에반 흐레하씨의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최근 “경찰의 눈을 레이저 포인터로 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풀려났다. 흐레하씨의 변호사는 “레이저포인터를 쓴 적이 없다. 경찰의 과잉진압 동영상을 올려 미운 털이 박힌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이 가혹하기로 유명한 이스라엘식 훈련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6년 국제엠네스티 미국 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수백 명의 미 경찰이 이스라엘 현지에서 훈련을 받고, 이스라엘군 장교가 미국에 와서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주요 주 경찰이 모두 이스라엘에서 훈련을 받았다. 다만 과잉진압 논란이 거세지자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램 경찰은 이스라엘 군대 훈련을 금지했다고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가 전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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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신문, 롤링 폭행 前남편 인터뷰 실었다가 ‘혼쭐’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55)을 폭행한 전남편의 인터뷰 기사를 1면에 크게 실은 영국 타블로이드매체 ‘더선’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주요 여성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가정폭력을 행사한 남편이 반성조차 하지 않는데도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줬다며 비판하고 있다. 더선은 12일(현지 시간) 1면에 ‘JK를 때렸지만 미안하지 않다’는 제목이 담긴 롤링의 첫 남편 조르즈 아란치스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롤링이 10일 가정폭력 경험을 고백한 수필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아란치스를 만났다. 그는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지속적인 학대는 아니었다. 사과할 의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롤링은 1992년 포르투갈인 아란치스와 결혼해 이듬해 딸 제시카를 낳았지만 곧 이혼했다. 2001년 영국 마취과 의사 닐 머리(49)와 재혼해 1남 1녀를 더 낳았다. 해리포터는 재혼 전 싱글맘이었던 롤링이 딸에게 들려주려던 얘기에서 착안한 소설이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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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 “韓, 원유수출 대금 은행동결 해제하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반(半)관영 메르통신에 따르면 12일 로하니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적 대화는 물론이고 국제기구의 법적 조치까지 취해 원유수출 대금을 조속히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이 의약품 같은 인도적 물품의 구입까지 금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규제를 철폐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의 원유수출 대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은 두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 결제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중단했고, 지난해 9월에는 이란중앙은행을 국제테러 지원조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해당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현지에서는 계속된 서방의 제재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유가 사태까지 맞아 극도의 재정난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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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 “한국에 묶인 수출대금 조속히 회수하라” 지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반(半)관영 메르통신에 따르면 12일 로하니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적 대화는 물론, 국제기구의 법적 조치까지 취해 원유수출 대금을 조속히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이 의약품 같은 인도적 물품의 구입까지 금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규제를 철폐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의 원유수출 대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은 두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 결제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중단했고, 지난해 9월에는 이란중앙은행을 국제테러 지원조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해당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현지에서는 계속된 서방의 제재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유가 사태까지 맞아 극도의 재정난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의약품 등 구입을 위해 동결자금 규모가 큰 한국을 압박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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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롤링 때렸지만 미안하지 않다”…前남편 인터뷰 1면 보도한 ‘더선’에 비난 쇄도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K 롤링(55)을 폭행한 전 남편의 인터뷰 기사를 1면에 크게 실은 영국 타블로이드매체 ‘더선’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주요 여성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가정폭력을 행사한 남편이 반성조차 하지 않는데도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줬다며 비판하고 있다. 더선은 12일(현지 시간) 1면에 ‘JK를 때렸지만 미안하지 않다’는 제목이 담긴 롤링의 첫 남편 조지 아란테스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롤링이 10일 가정폭력 경험을 고백한 수필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아란테스를 만났다. 그는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지속적인 학대는 아니었다. 사과할 의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롤링은 1992년 포르투갈인 아란테스와 결혼해 이듬해 딸 제시카를 낳았지만 곧 이혼했다. 2001년 영국 마취과 의사 닐 머리(49)와 재혼해 1남 1녀를 더 낳았다. 해리포터는 재혼 전 싱글맘이었던 롤링이 딸에게 들려주려던 얘기에서 착안한 소설이다. 야당 노동당의 제스 필립스 의원은 CNN에 “더선의 태도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더선은 “가정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비판 여론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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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남부-사우디-인도 급증… ‘2차 팬데믹’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재점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감염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어 ‘2차 팬데믹(대유행)’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 시간) 전했다. 지난달 봉쇄 조치를 완화한 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 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유타, 뉴멕시코주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감염자 수가 지난주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이달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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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2차 확산’ 현실화…세계 각국, 봉쇄 완화 후 감염자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2차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재확산 조짐이 뚜렷하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봉쇄조치를 완화한 이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텍사스, 애리조나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이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지난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이란도 지난달 말부터 모스크 예배 허용 등 봉쇄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재확산을 맞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 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 중이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선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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