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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50대로 접어든 후부터 방귀 뀌는 횟수가 늘었다. 사무실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덜한 편인데, 집에만 있으면 거푸 방귀를 뀐다. 방귀 소리도 꽤 크다. 간혹 독한 냄새가 날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 다른 50대 남성 B 씨도 방귀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방귀를 뀌는 횟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냄새가 더 독해졌다. 친구들의 타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장에 큰 병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두 사람은 병에 걸린 것일까.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물었다. 한 교수는 “방귀는 대체로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면서도 “대장 질환의 전조 증세일 수는 있으니 동반 증세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 씨는 질병이 아니지만 B 씨는 질병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입을 자주 벌려도 방귀 많이 생겨방귀가 생기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음식 소화 과정에서 장에서 만들어진 가스가 항문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소화 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는 음식일수록 장내 미생물의 발효 작용이 활발해져 더 많은 가스가 발생한다. 보통 ‘포드맵(FODMAP)’이라고 부르는 당류 식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포드맵은 발효당,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당알코올 등 식품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방귀가 지나치게 잦다면 가스를 덜 발생시키는 저(低)포드맵 식품을 먹는 것도 좋다. 바나나, 딸기, 오렌지, 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유와 치즈는 고(高)포드맵 식품에 해당한다. 다만 유당을 제거한 우유나 고형 치즈는 저 포드맵 식품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는 가스를 많이 담고 있지만 방귀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트림을 통해 입으로 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둘째, 입으로 마신 공기가 대장을 거쳐 방귀로 배출된다. 코로 숨을 쉰다면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가기 때문에 방귀를 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말을 많이 하거나 △많이 웃거나 △껌을 많이 씹거나 △허겁지겁 음식을 먹을수록 몸 안에 가스가 더 차고, 방귀도 자주 나올 확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코골이가 심하거나 비염이 심하다면 잠을 잘 때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시게 되므로 방귀를 자주 뀔 수 있다. ● 방귀, 대장질환 전조 증세일 수도A 씨처럼 중년 이후에 방귀가 잦아졌다는 사람이 많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 음식을 이동시키는 대장의 연동 기능이 떨어진다. 장 안으로 들어온 음식이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미생물의 발효 작용도 활발해진다. 그 결과 가스가 더 많이 발생하고, 방귀를 자주 뀌게 되는 것이다. 방귀 소리가 크고 냄새가 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육류 단백질, 콩이나 청국장 같은 음식을 먹으면 방귀 냄새가 심하다. 반면 회와 같은 수산물의 경우 방귀 냄새가 독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방귀는 대체로 질병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방귀를 참는 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장 안에 많은 양의 가스가 차 있으면 장기적으로 장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스를 오래 참다 보면 괄약근의 기능까지 약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괄약근의 노화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방귀를 뀔 때 변이 조금씩 나오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방귀를 참지 말고 어떻게든 해소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때로 방귀는 대장 질환에 걸렸다는 징후가 된다. 우선 냄새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고기를 많이 먹지도 않았고, 다른 음식 섭취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방귀에서 고약한 냄새가 자주 난다면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방귀가 나오지 않는 것도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배 속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데 방귀가 안 나오고, 배변 횟수도 주 1회 정도로 떨어졌으며, 배가 심하게 불러온다면 ‘구불결장 염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은 장의 연동 기능이 극도로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소화가 안 된 음식이 이동하지 못하고 S자 모양의 결장에 쌓이는 바람에 그 부위가 주머니처럼 축 늘어지는 것이다. 여성은 40대와 50대에서, 남성은 60대와 70대에서 발생하는 편이다. ● 대변 상태 수시로 체크해야대변은 장 건강의 가장 중요한 지표다. 한 교수는 “방귀와 마찬가지로 대변 또한 냄새와 횟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2, 3일에 한 번꼴로 배변하거나 냄새가 나도 질병과의 연관 관계가 낮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대신 △변의 색깔 △형태 △잔변감 등 세 가지를 반드시 살필 것을 주문했다. 검거나 빨간 혈변이 자주 나온다면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혈변이라고 하면 빨간 변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출혈 부위가 항문의 깊은 안쪽이라면 혈변은 검은색을 띤다. 변이 가늘어지거나 툭툭 끊어질 때, 혹은 토끼 똥처럼 작은 덩어리 모양일 때도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변비가 있을 때도 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변이 나올 수 있다. 한 교수는 “변비가 없는데도 이런 형태의 변이 1주일 이상 계속 나온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배변 후에도 찜찜한 느낌이 남아 있는 잔변감도 대장암의 징후일 수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지면 변을 배출할 통로가 일부 막힌다. 때로는 배변 활동 자체가 힘겨워질 수도 있다. 암 덩어리가 클수록 잔변감도 커진다. 한 교수는 용변을 본 후 대변 상태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속 안 좋을 때 간헐적 단식 시도해볼 만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해외여행만 가면 변비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대장과 뇌 신경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교수는 “낯설거나 힘든 상황이 되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 여파로 대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자폐 증세가 있을 때 대변을 잘 보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시험, 업무 미팅 등 중요한 일이 임박하면 극심한 복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이 있다. 배를 움켜쥐다 급기야 화장실로 달려간다. 과민성장증후군인데, 스트레스 상황을 뇌가 인식했기 때문에 장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만약 평소에 장을 편안하게 해 주면 어떨까. 한 교수는 “뇌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그 결과 장도 편안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미생물을 늘리는 건강식품이 많이 출시됐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사람에 따라 효과는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는 유산균 식품을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이 좋지 않을 때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장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한 교수는 “단식 기간에는 먹은 음식이 없으니 장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저녁 식사까지만 하고 다음 날까지 14시간 동안을 금식할 것을 권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은 하루 혹은 이틀로만 끝낼 것을 당부했다. 한 교수는 “그 이후로도 속이 좋지 않다면 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의사를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튼튼한 장을 만들려면 이 밖에도 △지방을 줄이고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고 △반드시 운동하되 과하지 않도록 하며 △절주하고 금연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A 씨는 50대로 접어든 후부터 방귀 뀌는 횟수가 늘었다. 사무실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덜 한편인데, 집에만 있으면 거푸 방귀를 뀐다. 방귀 소리도 꽤 크다. 간혹 독한 냄새가 날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 다른 50대 남성 B 씨도 방귀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방귀를 뀌는 횟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냄새가 더 독해졌다. 친구들의 타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장에 큰 병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두 사람은 병에 걸린 것일까.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물었다. 한 교수는 “방귀는 대체로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면서도 “대장 질환의 전조 증세일 수는 있으니 동반 증세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 씨는 질병이 아니지만 B 씨는 질병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입을 자주 벌려도 방귀 많이 생겨 방귀가 생기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음식 소화 과정에서 장에서 만들어진 가스가 항문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소화 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는 음식일수록 장내 미생물의 발효 작용이 활발해져 더 많은 가스가 발생한다. 보통 ‘포드맵(FODMAP)’이라고 부르는 당류 식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포드맵은 발효당,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당알코올 등 식품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방귀가 지나치게 잦다면 가스를 덜 발생시키는 저(低) 포드맵 식품을 먹는 것도 좋다. 바나나, 딸기, 오렌지, 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유와 치즈는 고(高) 포드맵 식품에 해당한다. 다만 유당을 제거한 우유나 고형 치즈는 저 포드맵 식품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는 가스를 많이 담고 있지만 방귀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트림을 통해 입으로 다시 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둘째, 입으로 마신 공기가 대장을 거쳐 방귀로 배출된다. 코로 숨을 쉰다면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가기 때문에 방귀를 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말을 많이 하거나 △많이 웃거나 △껌을 많이 씹거나 △허겁지겁 음식을 먹을수록 몸 안에 가스가 더 차고, 방귀도 자주 나올 확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코골이가 심하거나 비염이 심하다면 잠을 잘 때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가스를 더 많이 들이마시게 되므로 방귀를 자주 뀔 수 있다. ●방귀, 대장질환 전조 증세일수도 A 씨처럼 중년 이후에 방귀가 잦아졌다는 사람이 많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 음식을 이동시키는 대장의 연동 기능이 떨어진다. 장 안으로 들어온 음식이 한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미생물의 발효 작용도 활발해진다. 그 결과 가스가 더 많이 발생하고, 방귀를 자주 뀌게 되는 것이다. 방귀 소리가 크고 냄새가 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육류 단백질, 콩이나 청국장 같은 음식을 먹으면 방귀 냄새가 심하다. 반면 회와 같은 수산물의 경우 방귀 냄새가 독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방귀는 대체로 질병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방귀를 참는 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장 안에 많은 양의 가스가 차 있으면 장기적으로 장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스를 오래 참다 보면 괄약근의 기능까지 약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괄약근의 노화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방귀를 뀔 때 변이 조금씩 나오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방귀를 참지 말고 어떻게든 해소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때로 방귀는 대장 질환에 걸렸다는 징후가 된다. 우선 냄새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고기를 많이 먹지도 않았고, 다른 음식 섭취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방귀에서 고약한 냄새가 자주 난다면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방귀가 나오지 않는 것도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배 속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데 방귀가 안 나오고, 배변 횟수도 주 1회 정도로 떨어졌으며, 배가 심하게 불러온다면 ‘구불결장 염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은 장의 연동 기능이 극도로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소화가 안 된 음식이 이동하지 못하고 S자 모양의 결장에 쌓이는 바람에 그 부위가 주머니처럼 축 늘어지는 것이다. 여성은 40대와 50대에서, 남성은 60대와 70대에서 발생하는 편이다. ●대변 상태 수시로 체크해야 대변은 장 건강의 가장 중요한 지표다. 한 교수는 “방귀와 마찬가지로 대변 또한 냄새와 횟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2,3일에 한 번꼴로 배변하거나 냄새가 나도 질병과의 연관 관계가 낮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대신 △변의 색깔 △형태 △잔변감 등 세 가지를 반드시 살필 것을 주문했다. 검거나 빨간 혈변이 자주 나온다면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혈변이라고 하면 빨간 변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출혈 부위가 항문의 깊은 안쪽이라면 혈변은 검은색을 띤다. 변이 가늘어지거나 툭툭 끊어질 때, 혹은 토끼 똥처럼 작은 덩어리 모양일 때도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변비가 있을 때도 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변이 나올 수 있다. 한 교수는 “변비가 없는데도 이런 형태의 변이 1주일 이상 계속 나온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배변 후에도 찜찜한 느낌이 남아있는 잔변감도 대장암의 징후일 수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지면 변을 배출할 통로가 일부 막힌다. 때로는 배변 활동 자체가 힘겨워질 수도 있다. 암 덩어리가 클수록 잔변감도 커진다. 한 교수는 용변을 본 후 대변 상태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튼튼한 장을 만들기 위한 생활 수칙1. 지방 함량을 줄이고, 육류를 먹되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다.2. 식사는 천천히 한다. 과식이나 폭식은 피한다. 3. 매일 1.5~2L의 물을 충분히 먹는다.4. 장 활동을 돕기 위해 유산균을 추가로 먹는다. 5. 반드시 운동한다. 단, 과도한 운동은 피한다. 7. 절주하고 금연한다.8.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한다.※자료 :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속 안 좋을 때 간헐적 단식 시도해 볼만 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해외여행만 가면 변비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대장과 뇌 신경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교수는 “낯설거나 힘든 상황이 되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 여파로 대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자폐 증세가 있을 때 대변을 잘 보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시험, 업무 미팅 등 중요한 일이 임박하면 극심한 복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이 있다. 배를 움켜쥐다 급기야 화장실로 달려간다. 과민성장증후군인데, 스트레스 상황을 뇌가 인식했기 때문에 장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만약 평소에 장을 편안하게 해 주면 어떨까. 한 교수는 “뇌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그 결과 장도 편안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미생물을 늘리는 건강식품이 많이 출시됐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사람에 따라 효과는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는 유산균 식품을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이 좋지 않을 때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장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한 교수는 “단식기간에는 먹은 음식이 없으니 장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저녁 식사까지만 하고 다음 날까지 14시간 동안을 금식할 것을 권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은 하루 혹은 이틀로만 끝낼 것을 당부했다. 한 교수는 “그 이후로도 속이 좋지 않다면 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의사를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튼튼한 장을 만들려면 이밖에도 △지방을 줄이고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고 △반드시 운동하되 과하지 않도록 하며 △절주하고 금연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2013년 9월 박창현 씨(30)는 군에 입대했다. 탄약 다루는 업무를 맡았는데 썩 내키지는 않았다. 의기소침해지더니 우울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던 중 다른 부대로 파견 갈 일이 생겼다. 군대 홍보 영상을 만드는 일을 했다. 박 씨가 좋아하는 분야였다. 돌파구가 생긴 느낌이었다. 덕분에 우울감도 사라졌다. 3개월 후 부대에 복귀한 후 문제가 생겼다. 예민해졌고 짜증이 늘었다. 혈압도 높아졌다. 감정 통제가 쉽지 않아 부대원들과 자주 다퉜다. 군 병원은 박 씨에게 조울증 진단을 내렸다. 박 씨는 40일 동안 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박 씨는 퇴원한 후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부대원들과도 원만하게 지냈다. 덕분에 2015년 9월 무사히 전역했다. 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 ●“조증일 때 입원 치료 필요”전역하고 한 달이 지나자 군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떨어졌다. 박 씨는 이상 증세가 없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약이 떨어지면 다시 병원에 가라는 의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2016년 3월 조울증이 재발했다. 횡설수설했다. 환청이 들렸다. 익숙한 풍경이 슬라이드처럼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환시 증세도 드물게 나타났다. 박 씨는 가족의 손에 이끌려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원 치료를 권했다. 결국 박 씨는 조울증으로 두 번째 입원했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뜨다가 우울해지며 가라앉았다가 흥분하는 양극성 기분장애다. 국내 유병률이 인구의 1.0∼2.5% 정도다. 50만∼130만 명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정도는 발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짐은 물론 뇌의 구조적 변화로 인지기능 장애까지 생길 수 있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일 때는 축축 처지는 게 특징이다. 박 씨 또한 군 생활 초기에는 식사도 잘 못 하고 말수도 적었으며 무기력했다. 다만 우울증 강도가 약할 때는 병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조증일 때 주변 사람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지나치게 흥분하는 식의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조증이 심한 환자라면 입원 치료를 많이 한다. 하지만 박 씨가 그랬듯이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조금 예민한 정도라고만 생각한다. 노 교수는 “들뜨거나 의욕이 넘치는 환자도 많지만 그보다는 예민하고, 짜증을 많이 내며,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하는 환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약 끊으면 1년 내 재발 많아” 조울증은 발병하면 일단 첫 1년 동안은 약물을 투입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핀다. 결과가 좋다면 투입 약물의 개수나 용량을 줄인다. 일반적으로 약을 완전히 끊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재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박 씨 재발 사례는 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진단했다. 스스로 증세가 개선됐다고 판단한 뒤 약을 먹지 않으며, 그 결과 1년 이내에 재발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환청이 가장 흔하고 환시, 환각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재발하면 완전히 2, 3일 만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물론 당사자는 증세가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가족이나 친구가 지적하면 다툼으로 번진다. 스스로 병원에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박 씨도 그랬다. 박 씨의 부모가 목적지를 속이고는 승용차를 몰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노 교수는 “이 또한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치료하지 않기에 대부분은 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의료진에게 폭력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 교수에 따르면 적잖은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화를 내거나 위협적으로 행동한다. 특히 조증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도 대화의 맥락을 잡지 못하거나 산만하며 집중도가 떨어진다. 노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목소리 톤이 높고, 하나를 묻는데 대여섯 개를 대답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돌이켜보면 나 또한 의료진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빙빙 겉돌거나 검사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원 치료를 하면서 이런 점들을 고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 폐쇄 병동에 주로 입원한다. 박 씨가 입원한 곳 또한 폐쇄 병동이다. ●적응 훈련 마치고 35일 만에 퇴원폐쇄 병동에서는 조울증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까. 노 교수는 박 씨에게 항정신병약물, 항불안제, 기분안정제를 투입했다. 이런 약물 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상담하면서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환자들은 대체로 처음에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상태가 호전된 후에야 과거의 자신이 보인다. 박 씨 또한 “입원 치료를 하고 증세가 개선되니 나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며 “그제야 내가 심했었고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원 후 박 씨의 정서는 안정적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노 교수는 박 씨에게 병원 내부에서 의료진과 동반해 산책할 것을 처방했다. 외부 자극에 대한 일종의 ‘적응 훈련’인 셈이다. 다음 과정은 병원 밖으로 산책 나가는 ‘외출’이다. 환청도 사라지고 조증 증세도 거의 없어지자 박 씨는 이 과정을 건너뛰고 귀가한 뒤 하루 후에 돌아오는 ‘외박’ 과정으로 이행했다. 노 교수는 “약을 잘 먹고 있으며, 기분 상태가 안정적이고, 나중에도 외래 진료를 빠뜨리지 않을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35일 만에 퇴원했다. 박 씨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박 씨는 “퇴원할 무렵 정말로 내가 좋아졌다는 생각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평생 관리하면 일상생활 지장 없어퇴원은 일상생활에 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드시 완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 교수는 “이 병은 평생 다스려야 한다. 중단하는 순간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퇴원한 후로도 한 달 동안은 매주 노 교수를 만났다. 이후 진료 간격을 2주, 4주, 6주로 서서히 늘려 나갔다. 현재는 치료 방침에서 최대 기간으로 정한 2개월마다 진료를 받는다. 노 교수는 “7년째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입시, 연애, 군 복무 등 여러 분야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위기가 닥치면 재발의 위기를 맞닥뜨리게 된다. 박 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프리랜서 PD 생활을 잠시 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난관이 그를 힘들게 했다. 강박증, 불안증이 엄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방치하지 않았다. 노 교수를 찾아가 상담을 자처했다. 비상약을 처방받아놓고 증세가 심해지면 먹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박 씨는 올해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동시에 대학 실습조교 업무도 맡았다. 물론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 노 교수는 “조울증은 약을 먹으면서 관리만 하면 평생 큰 탈 없이 잘 살 수 있는 병”이라며 “문제는 정신 질환이라는 편견 때문에 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자신의 투병 사실을 숨기는 환자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박 씨는 주변에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주변 사람들이 내 병을 알면 더 이해해주는 측면도 있다”며 웃었다. 노 교수 또한 “스스로 병을 인정하고 적극 투병하는 것, 주변 사람들이 적극 지지하는 것이 이 병을 이기는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박 씨야말로 조울증의 가장 모범적인 투병 사례이며 앞으로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극성 장애 자가진단최근에 다음과 같은 증세가 같은 시기에 나타났고, 이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면 양극성 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13개 문항 중 7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①기분이 너무 좋거나 들떠 다른 사람들이 평소의 당신 모습이 아니라고 한 적이 있다.②지나치게 흥분해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싸우거나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③평소보다 더욱 자신감에 찬 적이 있다.④평소보다 잠을 덜 잤거나 잠잘 필요를 느끼지 않은 적이 있다.⑤평소보다 말이 더 많았거나 말이 매우 빨라졌던 적이 있다.⑥생각이 머릿속을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거나 마음을 차분하게 하지 못한 적이 있다.⑦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로 쉽게 방해받아 일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중단한 적이 있다.⑧평소보다 더 에너지가 넘쳐흘렀다.⑨평소보다 더 활동적이거나 더 많은 일을 했다.⑩평소보다 사교적이거나 늦은 밤에 친구에게 전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다.⑪평소보다 더욱 성행위에 관심이 갔다.⑫남들이 생각하기에 지나치거나 바보 같거나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한 적이 있다.⑬돈 쓰는 문제로 자신이나 가족을 곤경에 빠뜨린 적이 있다. 자료: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13년 9월 박창현 씨(30)는 군에 입대했다. 탄약 다루는 업무를 맡았는데 썩 내키지는 않았다. 의기소침해지더니 우울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던 중 다른 부대로 파견 갈 일이 생겼다. 군대 홍보 영상을 만드는 일을 했다. 박 씨가 좋아하는 분야였다. 돌파구가 생긴 느낌이었다. 덕분에 우울감도 사라졌다. 3개월 후 부대에 복귀한 후 문제가 생겼다. 예민해졌고 짜증이 늘었다. 혈압도 높아졌다. 감정 통제가 쉽지 않아 부대원들과 자주 다퉜다. 군 병원은 박 씨에게 조울증 진단을 내렸다. 박 씨는 40일 동안 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박 씨는 퇴원한 후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부대원들과도 원만하게 지냈다. 덕분에 2015년 9월 무사히 전역했다. 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 ●“조증일 때 입원 치료 필요” 전역하고 한 달이 지나자 군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떨어졌다. 박 씨는 이상 증세가 없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약이 떨어지면 다시 병원에 가라는 의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2016년 3월 조울증이 재발했다. 횡설수설했다. 환청이 들렸다. 익숙한 풍경이 슬라이드처럼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환시 증세도 드물게 나타났다. 박 씨는 가족의 손에 이끌려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원 치료를 권했다. 결국 박 씨는 조울증으로 두 번째 입원했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뜨다가 우울해지며 가라앉았다가 흥분하는 양극성 기분장애다. 국내 유병률이 인구의 1.0~2.5% 정도다. 50만~130만 명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정도는 발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짐은 물론 뇌의 구조적 변화로 인지기능 장애까지 생길 수 있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일 때는 축축 처지는 게 특징이다. 박 씨 또한 군 생활 초기에는 식사도 잘 못하고 말수도 적었으며 무기력했다. 다만 우울증 강도가 약할 때는 병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조증일 때 주변 사람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지나치게 흥분하는 식의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조증이 심한 환자라면 입원 치료를 많이 한다. 하지만 박 씨가 그랬듯이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조금 예민한 정도라고만 생각한다. 노 교수는 “들뜨거나 의욕이 넘치는 환자도 많지만 그보다는 예민하고, 짜증을 많이 내며,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하는 환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약 끊으면 1년 내 재발 많아” 조울증은 발병하면 일단 첫 1년 동안은 약물을 투입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핀다. 결과가 좋다면 투입 약물의 개수나 용량을 줄인다. 일반적으로 약을 완전히 끊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재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박 씨 재발 사례는 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진단했다. 스스로 증세가 개선됐다고 판단한 뒤 약을 먹지 않으며, 그 결과 1년 이내에 재발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환청이 가장 흔하고 환시, 환각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재발하면 완전히 2,3일 만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물론 당사자는 증세가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가족이나 친구가 지적하면 다툼으로 번진다. 스스로 병원에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박 씨도 그랬다. 박 씨의 부모가 목적지를 속이고는 승용차를 몰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노 교수는 “이 또한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치료하지 않기에 대부분은 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의료진에게 폭력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 교수에 따르면 적잖은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화를 내거나 위협적으로 행동한다. 특히 조증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도 대화의 맥락을 잡지 못하거나 산만하며 집중도가 떨어진다. 노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목소리 톤이 높고, 하나를 묻는데 대여섯 개를 대답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돌이켜보면 나 또한 의료진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빙빙 겉돌거나 검사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원 치료를 하면서 이런 점들을 고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 폐쇄 병동에 주로 입원한다. 박 씨가 입원한 곳 또한 폐쇄 병동이다. ●적응 훈련 마치고 35일 만에 퇴원 폐쇄 병동에서는 조울증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까. 노 교수는 박 씨에게 항정신병약물, 항불안제, 기분안정제를 투입했다. 이런 약물 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상담하면서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환자들은 대체로 처음에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상태가 호전된 후에야 과거의 자신이 보인다. 박 씨 또한 “입원 치료를 하고 증세가 개선되니 나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며 “그제야 내가 심했었고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원 후 박 씨의 정서는 안정적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노 교수는 박 씨에게 병원 내부에서 의료진과 동반해 산책할 것을 처방했다. 외부 자극에 대한 일종의 ‘적응 훈련’인 셈이다. 다음 과정은 병원 밖으로 산책 나가는 ‘외출’이다. 환청도 사라지고 조증 증세도 거의 없어지자 박 씨는 이 과정을 건너뛰고 귀가한 뒤 하루 후에 돌아오는 ‘외박’ 과정으로 이행했다. 노 교수는 “약을 잘 먹고 있으며, 기분 상태가 안정적이고, 나중에도 외래 진료를 빠뜨리지 않을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35일 만에 퇴원했다. 박 씨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박 씨는 “퇴원할 무렵 정말로 내가 좋아졌다는 생각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평생 관리하면 일상 생활 지장 없어 퇴원은 일상 생활에 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드시 완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 교수는 “이 병은 평생 다스려야 한다. 중단하는 순간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퇴원한 후로도 한 달 동안은 매주 노 교수를 만났다. 이후 진료 간격을 2주, 4주, 6주로 서서히 늘려나갔다. 현재는 치료 방침에서 최대 기간으로 정한 2개월마다 진료를 받는다. 노 교수는 “7년째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입시, 연애, 군 복무 등 여러 분야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위기가 닥치면 재발의 위기를 맞닥뜨리게 된다. 박 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프리랜서 PD 생활을 잠시 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난관이 그를 힘들게 했다. 강박증, 불안증이 엄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방치하지 않았다. 노 교수를 찾아가 상담을 자처했다. 비상약을 처방 받아놓고 증세가 심해지면 먹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박 씨는 올해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동시에 대학 실습 조교 업무도 맡았다. 물론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 노 교수는 “조울증은 약을 먹으면서 관리만 하면 평생 큰 탈 없이 잘 살 수 있는 병”이라며 “문제는 정신 질환이라는 편견 때문에 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자신의 투병 사실을 숨기는 환자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박 씨는 주변에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주변 사람들이 내 병을 알면 더 이해해주는 측면도 있다”며 웃었다. 노 교수 또한 “스스로 병을 인정하고 적극 투병하는 것, 주변 사람들이 적극 지지하는 것이 이 병을 이기는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박 씨야말로 조울증의 가장 모범적인 투병 사례이며 앞으로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극성 장애 자가진단최근에 다음과 같은 증세가 같은 시기에 나타났고, 이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면 양극성 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13개 문항 중 7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1. 기분이 너무 좋거나 들떠 다른 사람들이 평소의 당신 모습이 아니라고 한 적이 있다.2. 지나치게 흥분해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싸우거나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3. 평소보다 더욱 자신감에 찬 적이 있다.4. 평소보다 잠을 덜 잤거나 잠잘 필요를 느끼지 않은 적이 있다.5. 평소보다 말이 더 많았거나 말이 매우 빨라졌던 적이 있다.6. 생각이 머리속을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거나 마음을 차분하게 하지 못한 적이 있다.7.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로 쉽게 방해받아 일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중단한 적이 있다.8. 평소보다 더 에너지가 넘쳐흘렀다.9. 평소보다 더 활동적이거나 더 많은 일을 했다.10. 평소보다 사교적이거나 늦은 밤에 친구에게 전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다.11. 평소보다 더욱 성행위에 관심이 갔다.12. 남들이 생각하기에 지나치거나 바보 같거나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한 적이 있다.13. 돈 쓰는 문제로 자신이나 가족을 곤경에 빠뜨린 적이 있다.※자료 :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주말만 되면 늦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다. 평일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겠다는 의도일 텐데 의학적으로는 좋지 않다. 심리적으로 덜 피곤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수면 리듬은 더 흐트러지게 된다. 최승홍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48)는 정반대다. 휴일에는 오전 5시에 일어난다. 평일 출근 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이른 시간이다. 주중 내내 기다려 왔던 테니스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 이틀 동안에 두세 시간씩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테니스를 즐긴다. 날씨는 상관이 없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실내 테니스장으로 간다.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에는 야외 코트에서 테니스를 한다. 최 교수는 “테니스가 없는 생활은 정말로 지루할 것 같다”고 했다.●“테니스, 몰입감과 성취감 최고” 의대 입학 후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었다. 여러 가지를 염두에 뒀다. 일단 멋있고 재미있는 것이어야 했다. 평생 의사 생활을 해야 하니 약한 체력을 보강하는 데도 도움이 돼야 했다. 축구, 농구, 배구는 너무 익숙했다. ‘낯선’ 것을 물색했다. 테니스에 시선이 꽂혔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한두 시간 동안 헉헉대며 코트를 뛰어다니면서 땀을 흘리다 보면 성취감이 느껴졌다. 운동 중에는 오롯이 테니스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공부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동아리에 유독 테니스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이겨보겠다는 승부욕 때문에 테니스를 더 열심히 했다. 교수가 된 후로도 주중에 한두 번, 주말에 두 번 정도 테니스를 즐겼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5일 동안 테니스를 했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아지고 바이오 기업 창업을 하면서 여유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평일 테니스를 거의 하지 못한다. 주말 이틀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이유다. 테니스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최 교수는 “테니스로 이어진 인연이 꽤 많다. 바이오 기업을 공동 창업한 서울대 공대 교수도 ‘테니스 친구’다”라고 했다. 덕분에 비즈니스 미팅이 끝나면 함께 테니스장으로 간단다. 최 교수는 의대 교수들 사이에는 ‘꽤 잘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아마추어 대회에서 입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자신이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과를 얻는다는 말은 운동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정말로 테니스에 많은 정성과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테니스 못하는 평일엔 기초 체력 운동테니스를 하다 보니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테니스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초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반드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추가로 한다. 이 또한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해왔다. 처음에는 대학로 일대를 열심히 달렸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로 근력 운동을 했다. 교수가 될 무렵부터는 병원 내 헬스클럽을 이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헬스클럽이 문을 닫자 연구실에 운동 장비를 들여놓았다. 요즘에는 주로 점심 시간이나 일과가 끝난 오후 9시 이후에 연구실에서 기초 체력 운동을 한다. 보통은 일주일에 4일은 채우는 편이다. 만약 주말 이틀 동안 테니스를 하지 못했다면 기초 체력 운동 횟수를 5회로 늘린다. 다만 근육을 비롯해 몸이 쉴 수 있도록 일주일 중에 하루는 반드시 운동하지 않고 쉰다. 순서를 정해 운동한다. 먼저 팔굽혀펴기를 20개씩 3∼5세트 한다. 이어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다만 동작을 조금 작게 한다. 상체를 약간 올린 상태에서 다리만 들어 올렸다 내리는 식이다. 이 또한 20개씩 3∼5세트를 한다. 다음은 턱걸이. 과도하게 하다가 어깨가 다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최 교수는 고무 밴드를 이용한다. 고무 밴드에 발을 걸고 10개씩 3세트 턱걸이를 한다. 맨 마지막으로 ‘일립티컬 머신’이란 장비를 활용해 운동한다. 이 장비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40분 동안 이 장비를 이용해 빨리 걷기를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최 교수는 “우람한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체력과 지구력, 유연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짠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운동 중단하니 곧바로 건강 위기”오랜 시간 테니스와 기초 체력 운동으로 건강을 다졌다. 덕분에 혈압, 혈당 등 모든 건강 지표가 정상이다. 하지만 최 교수에게도 ‘건강 위기’가 닥친 적이 있었다. 그는 20대 후반에 결혼했다. 이듬해에 첫째, 그 다음 해에 둘째를 낳았다. 아내는 육아 문제로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런 상황에서 혼자 테니스를 즐길 수는 없었다. 테니스 라켓을 10년 동안 놓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기초 체력 운동을 이어갔다. 곧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교수 발령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컸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을 마셨다. 운동은 거의 하지 못했다. 그 결과 70kg대 초반이었던 체중은 80kg에 육박했다. 혈압도 급상승해 고혈압 직전 단계까지 갔다. 아무리 오래 운동했고, 열심히 했다고 해도 중단하는 순간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건강 관리에 돌입했다. 다시 기초 체력 운동을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테니스 라켓도 다시 잡았다. 체중은 73kg으로 떨어졌고, 혈압도 정상으로 회복됐다. 40대 이후로는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식사량은 많지 않다. 아침은 시리얼과 우유로 때운다. 설탕이 많이 들어있지 않은 저당 시리얼을 먹는다. 점심은 주로 닭가슴살과 사과를 함께 먹는다. 나머지 한 끼 식사 때는 밥을 먹는다. 그때도 밥을 많이 먹지는 않는다. 의도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냉면을 비롯한 면 음식도 거의 먹지 않는다. 식사량이 적기 때문에 배가 고플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식사량을 늘리지는 않는다. 일단 식사량이 늘어나면 다시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음식을 적게 먹으면 저혈당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약간의 간식을 먹는 편이다. 주로 삶은 달걀, 소시지, 에너지바 등을 번갈아 먹는다. 혹은 단백질 보충제를 꿀과 함께 먹기도 한다. ●세계 테니스장 ‘도장 깨기’ 도전2017년 최 교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방문했다. 서울대병원이 2014년부터 위탁 운영하는 UAE 왕립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SKSH)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공식 일정이 끝났을 무렵 누군가 테니스를 제안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테니스를 즐길 수 있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그 도시에서 테니스 한 게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막연한 생각이 그의 버킷리스트가 됐다. 이른바 ‘세계 테니스장 도장 깨기’다. 그 후로 최 교수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테니스 라켓을 챙겼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현지 호텔 주변의 테니스장을 물색했다. e메일을 보내 예약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테니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구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사전에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우리 돈 10만 원 정도로 선수급의 현지인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8개국 12개 도시에서 테니스를 즐겼다. 최소한 50개 도시의 테니스장은 밟아 보고 싶단다. 최 교수는 “테니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주말만 되면 늦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다. 평일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겠다는 의도일 텐데 의학적으로는 좋지 않다. 심리적으로 덜 피곤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수면 리듬은 더 흐트러지게 된다. 최승홍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48)는 정반대다. 휴일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평일 출근 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이른 시간이다. 주중 내내 기다려왔던 테니스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 이틀 동안에 두세 시간씩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테니스를 즐긴다. 날씨는 상관이 없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실내 테니스장으로 간다.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에는 야외 코트에서 테니스를 한다. 최 교수는 “테니스가 없는 생활은 정말로 지루할 것 같다”라고 했다.●“테니스, 몰입감과 성취감 최고” 의대 입학 후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었다. 여러 가지를 염두에 뒀다. 일단 멋있고 재미있는 것이어야 했다. 평생 의사 생활을 해야 하니 약한 체력을 보강하는 데도 도움이 돼야 했다. 축구, 농구, 배구는 너무 익숙했다. ‘낯선’ 것을 물색했다. 테니스에 시선이 꽂혔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한두 시간 동안 헉헉대며 코트를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다 보면 성취감이 느껴졌다. 운동 중에는 오롯이 테니스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공부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동아리에 유독 테니스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이겨보겠다는 승부 욕 때문에 테니스를 더 열심히 했다. 교수가 된 후로도 주중에 한두 번, 주말에 두 번 정도 테니스를 즐겼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5일 동안 테니스를 했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아지고 바이오 기업 창업을 하면서 여유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평일 테니스를 거의 하지 못한다. 주말 이틀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이유다. 테니스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최 교수는 “테니스로 이어진 인연이 꽤 많다. 바이오 기업을 공동 창업한 서울대 공대 교수도 ‘테니스 친구’다”라고 했다. 덕분에 비즈니스 미팅이 끝나면 함께 테니스장으로 간단다. 최 교수는 의대 교수들 사이에는 ‘꽤 잘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아마추어 대회에서 입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자신이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과를 얻는다는 말은 운동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정말로 테니스에 많은 정성과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테니스 못하는 평일엔 기초 체력 운동 테니스를 하다 보니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테니스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초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반드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추가로 한다. 이 또한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해왔다. 처음에는 대학로 일대를 열심히 달렸다.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로 근력 운동을 했다. 교수가 될 무렵부터는 병원 내 헬스클럽을 이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헬스클럽이 문을 닫자 연구실에 운동 장비를 들여다 놓았다. 요즘에는 주로 점심시간이나 일과가 끝난 오후 9시 이후에 연구실에서 기초 체력 운동을 한다. 보통은 일주일에 4일은 채우는 편이다. 만약 주말 이틀 동안 테니스를 하지 못했다면 기초 체력 운동 횟수를 5회로 늘린다. 다만 근육을 비롯해 몸이 쉴 수 있도록 일주일 중에 하루는 반드시 운동하지 않고 쉰다. 순서를 정해 운동한다. 먼저 팔굽혀펴기를 20개씩 3~5세트 한다. 이어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 다만 동작을 조금 작게 한다. 상체를 약간 올린 상태에서 다리만 들어 올렸다 내리는 식이다. 이 또한 20개씩 3~5세트를 한다. 다음은 턱걸이. 과도하게 하다가 어깨가 다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최 교수는 고무 밴드를 이용한다. 고무 밴드에 발을 걸고 10개씩 3세트 턱걸이를 한다. 맨 마지막으로 ‘일립티컬 머신’이란 장비를 활용해 운동한다. 이 장비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40분 동안 이 장비를 이용해 빨리 걷기를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최 교수는 “우람한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체력과 지구력, 유연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짠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운동 중단하니 곧바로 건강 위기” 오랜 시간 테니스와 기초 체력 운동으로 건강을 다졌다. 덕분에 혈압, 혈당 등 모든 건강 지표가 정상이다. 하지만 최 교수에게도 ‘건강 위기’가 닥친 적이 있었다. 그는 20대 후반에 결혼했다. 이듬해에 첫째, 그다음 해에 둘째를 낳았다. 아내는 육아 문제로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런 상황에서 혼자 테니스를 즐길 수는 없었다. 테니스 라켓을 10년 동안 놓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기초 체력 운동을 이어갔다. 곧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교수 발령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컸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을 마셨다. 운동은 거의 하지 못했다. 그 결과 70㎏대 초반이었던 체중은 80㎏에 육박했다. 혈압도 급상승해 고혈압 바로 직전 단계까지 갔다. 아무리 오래 운동했고, 열심히 했다고 해도 중단하는 순간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건강 관리에 돌입했다. 다시 기초 체력 운동을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테니스 라켓도 다시 잡았다. 체중은 73㎏으로 떨어졌고, 혈압도 정상으로 회복됐다. 40대 이후로는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식사량은 많지 않다. 아침에는 시리얼과 우유로 때운다. 다만 설탕이 많이 들어있지 않은 저당 시리얼을 먹는다. 점심은 주로 닭가슴살과 사과를 함께 먹는다. 나머지 한 끼 식사 때는 밥을 먹는다. 다만 밥을 많이 먹지는 않는다. 의도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냉면을 비롯한 면 음식도 거의 먹지 않는다. 식사량이 적기 때문에 배가 고플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식사량을 늘리지는 않는다. 일단 식사량이 늘어나면 다시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음식을 적게 먹으면 저혈당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약간의 간식을 먹는 편이다. 주로 삶은 달걀, 소시지, 에너지바 등을 번갈아 먹는다. 혹은 단백질 보충제를 꿀과 함께 먹기도 한다. ●세계 테니스장 ‘도장 깨기’ 도전 2017년 최 교수는 두바이를 방문했다. 서울대병원이 2014년부터 위탁 운영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왕립쉐이크칼리파전문병원(SKSH)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공식 일정이 끝났을 무렵 누군가 테니스를 제안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테니스를 즐길 수 있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그 도시에서 테니스 한 게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막연한 생각이 그의 버킷리스트가 됐다. 이른바 ‘세계 테니스장 도장 깨기’다. 그 후로 최 교수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테니스 라켓을 챙겼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현지 호텔 주변의 테니스장을 물색했다. e메일을 보내 예약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테니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구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사전에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우리 돈 10만 원 정도로 선수급 수준의 현지인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8개국 12개 도시에서 테니스를 즐겼다. 최소한 50개 도시의 테니스장은 밟아보고 싶단다. 최 교수는 “테니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60대 중반 여성 A씨는 21년 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피곤하고 숨이 찼다.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피부에 붉은 반점 같은 것이 늘어났다.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생긴 ‘자반 출혈’이었다. 급성 백혈병의 대표적 증세 중 하나다. A씨는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인 김희제 혈액내과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는 A씨 형제에게서 조혈모세포를 추출해 A씨에게 이식했다. A씨는 이후 재발이나 합병증을 경험하지 않았다. 20년 이상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 상태를 유지하는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B씨(47)는 지난해 5월 다발골수종 2기 진단을 받았다. B씨도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먼저 항암 치료를 한 뒤 12월 말에 미리 추출해 뒀던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결과가 좋아 올 1월 퇴원했다. 그는 회복 과정이 순조로워 상태를 관찰하는 ‘유지 요법’을 시행 중이다. B씨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이 국내 최초로 1만 번째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환자다. 김 혈액병원장은 “처음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후 40년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이식 의학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김 원장에게 조혈모세포 이식 역사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혈액질환 치료에 조혈모세포 이식 조혈모세포(HSC)는 혈액 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다. 성인의 골수에 주로 있으며, 많지는 않지만 말초혈액에서도 발견된다. 탯줄 혈액인 제대혈에도 들어있다. 이 조혈모세포가 손상되면 백혈병, 다발골수종 등의 혈액암을 비롯해 여러 중증 혈액 질환이 발생한다. 이때의 치료법이 바로 병든 조혈모세포를 제거하고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통계에 따르면 조혈모세포 이식을 가장 많이 하는 혈액 질환은 급성 백혈병이다. 이어 다발골수종, 재생불량빈혈,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비호지킨림프종, 골수증식종양 등의 순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자가이식과 동종이식으로 나뉜다. 자가이식은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냉동 보관했다가 항암 치료를 끝낸 후 해동해 주입하는 방식이다. 동종이식은 가족이나 타인에게서 조혈모세포를 받는 방식이다. 대체로 자가이식보다 동종이식의 난도가 높다. 김 원장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에서도 한두 병원을 빼면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비중은 45~50% 정도다. 이른바 국내 ‘빅5’ 병원 평균치도 43% 정도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이 비중이 74%에 이른다. 급성 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빈혈 등은 동종이식을 표준 치료로 삼는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조혈모세포에 비정상적인 세포군이 만들어지면서 혈구가 줄어드는 병이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급성 백혈병 또한 골수에서부터 병이 시작된다. 세 질병 모두 조혈모세포가 병의 근원이기에 자가이식의 효과가 높지 않은 것이다. 다발골수종, 림프종 등은 처음부터 골수에서 병이 시작된 게 아니다. 따라서 골수가 크게 손상되기 전이라면 항암치료의 보조 요법으로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많이 한다. ●40년 전 급성 백혈병 환자에 첫 시행 조혈모세포 이식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현재 전국 이식 건수의 25% 정도를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40%를 넘었다. 다른 대학병원을 거쳐 온 환자들도 많아 ‘혈액암의 4차 병원’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였다.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 역사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춘추·김동집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가 급성 백혈병 환자에게 처음 시행했다. 두 교수는 환자의 가족에게서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처음부터 난도가 높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한 셈이다. 2년 후에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에도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조혈모세포 이식 인프라는 열악했다. 우선 진단 자체가 어려웠다. 조혈모세포 공여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연구비가 없어 김춘추 교수가 전셋집을 뺀 돈으로 동물실험을 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한 후로도 이 치료법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지는 않았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조혈모세포를 뽑으면 허리가 아프다는 등의 편견이 퍼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모든 이식 건수를 합쳐도 10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때도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새로운 치료에 도전했다. △가족이 아닌 타인 간 조혈모세포 이식(1995년) △제대혈 이식(1996년) △비골수제거 조혈모세포 이식(1998년) △혈연 간 조직형 불일치 조혈모세포 이식(2001년) 등 국내 첫 기록을 쏟아냈다. 이런 성과 덕분에 2000년대로 접어들 무렵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는 연간 300건으로 뛰었다. 2002년에는 세계 최초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간경화를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후 간을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2012년에는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동시에 이식하기도 했다. ●아시아 최대, 미국에도 안 뒤처져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다. 7개 전문센터로 운영된다. 35명의 교수가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일 의료기관이 40년 만에 조혈모세포 이식 1만 건을 달성한 것은 해외에서도 드문 사례다. 실제로 테시마 타카노리(豊嶋崇徳) 일본 조혈모세포이식학회 회장(홋카이도 대학 교수)은 이달 초 김 병원장에게 e메일을 보내 “일본 10개 병원이 시행한 이식 건수를 단일 기관이 달성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축하했다. 일본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300여 곳이지만 대체로 규모는 작은 편이다. 유럽에서는 조혈모세포 이식술이 국내나 일본처럼 빈번하게 이뤄지지 않아 직간접 비교는 어렵다. 세계 최대 규모 병원들이 몰려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김 원장에 따르면 MD앤더슨, 하버드대학병원 등 5, 6곳만이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보다 이식 건수가 많거나 비슷하다. 다만 난도가 높은 동종이식의 비중만 따로 집계할 경우 이런 병원들도 65% 정도로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74%)보다 낮다. 김 원장은 “규모나 질적인 면 모두에서 글로벌 병원과 대등하기까지는 그동안 연구와 치료에 모든 것을 바친 의료인 덕분”이라고 말했다. ●재발 낮추고 합병증 극복이 과제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장 많이 시행되는 질환인 급성 백혈병의 경우 세계 평균 생존율은 24~35%다. 김 원장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의 생존율은 45% 정도다.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김 원장은 “절반 이상의 환자가 완치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급성 백혈병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넘어야 할 장애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30% 이상인 재발률이다. 김 원장은 “과거 재발률은 50%였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많이 낮추긴 했지만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단점은 동종 이식의 가장 큰 부작용인 이식편대숙주병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식받은 환자의 30% 정도에서 발생하는데, 공여자의 세포가 환자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병이다. 폐, 간, 뇌, 피부 등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재발과는 다르지만 삶의 질을 크게 약화시킨다. 김 원장은 “면역억제제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공여자의 세포를 일부 약화시켜 투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희망적이라고 했다. 우선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치료법인 세포면역항암 치료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김 원장은 “혈액암이 불치병이 아니라 완치병이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뇌에 생긴 암은 뇌암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양성과 악성을 가리지 않고 뇌종양이라고 한다. 물론 악성 종양이 훨씬 위험하다. 다만 뇌에서 발생한 악성 종양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사례는 드물다. 뇌혈관 구조가 다른 장기의 혈관 구조와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장기에 생긴 양성 종양에 비하면 양성 뇌종양은 훨씬 위험하다. 양성 종양이 뇌 안의 작은 신경이라도 손상시킬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양성 뇌종양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옳다. 뇌종양은 병기 구분 방식도 다르다. 다른 암의 경우 크기나 전이 여부를 감안해 1∼4기로 나눈다. 반면 뇌종양은 양성일 때 1, 2등급으로, 악성일 때 3, 4등급으로 분류한다. 양성 종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뇌수막종이 가장 흔하다. 뇌수막종은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막에 생긴 종양이다. 일찍 발견하고 제대로 조치를 취하면 거의 대부분 완치로 이어진다. 다만 어느 부위에 발생했느냐에 따라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규순 씨(53)가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백신 이상 증세, 뇌종양이 원인”장 씨는 강원 원주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한다. 자영업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꾸준히 했다. 저녁에 미용실 문을 닫고 난 후 동네 하천을 따라 1만 보 정도를 걸었다. 국가건강검진 결과도 대체로 좋았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모두 정상이었다. 40대 중반을 넘긴 2018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내과에서는 위염이라고 했다. 두 달 동안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다시 1년 가까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여전히 체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엔 목이 아파왔다. 정형외과에 갔다. 목 디스크일지도 몰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정상이었다. 통증 주사를 맞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다 변비 증세까지 생겼다. 대장암 검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3년 동안 병원을 전전했지만 원인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동안 무기력, 피로, 불면증, 통증은 더 심해졌다. 팔이 아파 손님 머리를 만지는 것조차 힘들었다. 특히 손발이 저리고 등이 시려왔다. 차마 미용실을 관둘 수는 없어 휴일을 이틀로 늘렸다. 2021년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 후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극심한 두통이 나타났다. 장 씨는 “목부터 배꼽까지 감각이 없었다. 뇌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며 당시 상태를 떠올렸다.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응급실로 직행했다. 백신 부작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 3년 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신경과 질환일 것 같다고 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했다. 의사는 깜짝 놀라며 “심각하다. 얼핏 보기에 종양이 뇌신경 거의 대부분을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당장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8시간의 고난도 수술로 완치서울아산병원 진료를 이틀 앞둔 2022년 1월의 새벽, 장 씨는 침대에서 일어나다 다시 쓰러졌다. 의식은 있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역 의료원의 응급실을 거쳐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장 씨는 뇌와 목뼈(경추)가 연결된 부위, 즉 뇌간에서 뇌수막종이 자라고 있었다. 진료를 맡은 홍창기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양성 종양이었지만 뇌간의 80%가 막혀 있었다. 그대로 두면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수술을 서둘러야 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뇌수막종 수술 자체는 아주 어렵지 않다. 다만 장 씨의 경우는 고난도의 수술이 예상됐다. 음식을 먹고, 말을 하고, 호흡을 하는 등 생존과 관련된 신경과 여러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위였기 때문이다. 수술 도중에 이 신경을 훼손하면 영구적인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술은 신중하게 진행됐다. 먼저 귀 뒤쪽으로 10㎝ 정도를 절개했다. 근육 조직을 하나씩 들어내고, 노출된 뼈에 구멍을 냈다. 수술 도구가 들어가고 종양을 꺼낼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작업에만 6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종양을 제거하고 끄집어내는 데는 2시간이 걸렸다. 장 씨는 수술이 끝나고 3일 만에 걸었고, 1주일 만에 퇴원했다. 손발 저림, 통증, 불면증 같은 증세는 약해지다가 퇴원할 무렵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장 씨는 “얼굴에 손을 대봤는데 따뜻하더라. 몇 년 만에 느껴 보는 온기였다. 기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뇌수막종 수술 후에는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미세 종양을 없애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 씨는 수술하고 3개월 후 시행한 뇌 MRI 검사에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됐음이 확인됐다. 그 덕분에 방사선 치료 없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요즘에는 6개월마다 추적 관찰 중이다. 수술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건망증이 생겼고, 행동도 다소 느려졌다. 그래도 1년 정도가 지나자 이런 증세는 상당히 개선됐다. 홍 교수는 “장 씨처럼 긍정 마인드가 강할수록 후유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 ●뇌수막종 증세 복합적으로 나타나장 씨는 무려 3년 동안 뇌수막종에 따른 증세로 큰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뇌수막종일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홍 교수는 “장 씨처럼 여러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뇌수막종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두통이 심하면 ‘뇌에 종양이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꼭 그렇지는 않다. 두통과 함께 구토나 메스꺼운 증세가 나타난다면 뇌종양보다는 뇌출혈이 원인일 경우가 더 많다. 뇌종양이 생겼다면 마비나 저림과 같은 신경학적 증세가 더 많이 나타난다. 장 씨도 양쪽 손발이 심하게 저렸다. 다만 실제로는 왼쪽이나 오른쪽 중 한쪽에서만 이런 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홍 교수는 “장 씨는 뇌간의 중앙부에 종양이 생겼는데, 이는 드문 사례에 속한다. 대체로는 한쪽으로 치우쳐 종양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세도 한쪽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비, 저림 외에도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야가 좁아지기도 한다. 갑자기 청력이 떨어진 것처럼 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대체로 한쪽 눈과 귀에서만 증세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예전보다 더 자주 사레가 들린다면 이 또한 뇌종양의 원인일 수 있다. 장 씨는 소화불량, 무기력증 등 온갖 증세를 다 겪었다. 이것도 뇌종양에 따른 증세일까? 홍 교수는 “소화불량은 뇌종양과 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장 씨의 경우 소화불량 증세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바람에 장 씨 본인이나 의사도 뇌수막종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고, 그 결과 발견이 늦어졌을 거라고 추정했다. 장 씨는 불면증도 심하게 앓았다. 불면증도 뇌수막종과는 무관한 것 같다고 홍 교수는 판단했다. 악성 종양의 경우 불면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양성 종양일 때는 그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수막종 부위 따라 치료법 달라뇌수막종이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지만 꼭 나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30대의 젊은층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통계적으로는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어느 위치에 발생하느냐에 따라 치료 난이도가 결정된다. 뇌의 표면에 발생할 경우 수술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때로는 수술하지 않고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종양이 작다면 방사선 치료(감마나이프)로만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장 씨처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종양이 생겼을 경우 대처법은 달라진다. 장 씨의 뇌수막종 크기는 2.1㎝였다. 홍 교수는 “이 정도면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그대로 뒀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령 목을 뒤로 잘못 젖혔다가 사지마비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장 씨처럼 종양이 계속 자라고 있다면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홍 교수는 “이런 경우 방치한다면 종양이 껌딱지처럼 뇌간에 착 달라붙어 버린다. 그때는 아주 작은 상처만 나도 신경이 다칠 수 있고, 더 심각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호흡 중추를 다치게 하면 평생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주변 동맥을 손상시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일찍 종양을 발견하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뇌 검사를 해야 한다. 홍 교수는 “뇌 MRI 검사만으로 대부분 판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뇌에 생긴 암은 뇌암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양성과 악성을 가리지 않고 뇌종양이라고 한다. 물론 악성 종양이 훨씬 위험하다. 다만 뇌에서 발생한 악성 종양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사례는 드물다. 뇌혈관 구조가 다른 장기의 혈관 구조와 다르기 때문이다.다른 장기에 생긴 양성 종양에 비하면 양성 뇌종양은 훨씬 위험하다. 양성 종양이 뇌 안의 작은 신경이라도 손상시킬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양성 뇌종양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옳다. 뇌종양은 병기 구분 방식도 다르다. 다른 암의 경우 크기나 전이 여부를 감안해 1~4기로 나눈다. 반면 뇌종양은 양성일 때 1, 2등급으로, 악성일 때 3, 4등급으로 분류한다. 양성 종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뇌수막종이 가장 흔하다. 뇌수막종은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막에 생긴 종양이다. 일찍 발견하고 제대로 조치를 취하면 거의 대부분 완치로 이어진다. 다만 어느 부위에 발생했느냐에 따라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규순 씨(53)가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백신 이상 증세, 뇌종양이 원인”장 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미용실을 운영한다. 자영업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꾸준히 했다. 저녁에 미용실 문을 닫고 난 후 동네 하천을 따라 1만 보 정도를 걸었다. 국가건강검진 결과도 대체로 좋았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모두 정상이었다. 40대 중반을 넘긴 2018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내과에서는 위염이라고 했다. 두 달 동안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다시 1년 가까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여전히 체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엔 목이 아파왔다. 정형외과에 갔다. 목 디스크일지도 몰라 컴퓨터단층(CT) 검사를 받았다. 정상이었다. 통증 주사를 맞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다 변비 증세까지 생겼다. 대장암 검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3년 동안 병원을 전전했지만 원인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동안 무기력, 피로, 불면증, 통증은 더 심해졌다. 팔이 아파서 손님 머리를 만지는 것조차 힘들었다. 특히 손발이 저리고 등이 시려왔다. 차마 미용실을 관둘 수는 없어 휴일을 이틀로 늘렸다. 2021년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 후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극심한 두통이 나타났다. 장 씨는 “목부터 배꼽까지 감각이 없었다. 뇌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며 당시 상태를 떠올렸다.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응급실로 직행했다. 백신 부작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 3년 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신경과 질환일 것 같다고 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했다. 의사는 깜짝 놀라며 “심각하다. 얼핏 보기에 종양이 뇌신경 거의 대부분을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당장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8시간의 고난도 수술로 완치서울아산병원 진료를 이틀 앞둔 2022년 1월의 새벽, 장 씨는 침대에서 일어나다 다시 쓰러졌다. 의식은 있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역 의료원의 응급실을 거쳐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장 씨는 뇌와 목뼈(경추)가 연결된 부위, 즉 뇌간에서 뇌수막종이 자라고 있었다. 진료를 맡은 홍창기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양성 종양이었지만 뇌간의 80%가 막혀 있었다. 그대로 두면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수술을 서둘러야 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뇌수막종 수술 자체는 아주 어렵지 않다. 다만 장 씨의 경우는 고난도의 수술이 예상됐다. 음식을 먹고, 말을 하고, 호흡을 하는 등 생존과 관련된 신경과 여러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위였기 때문이다. 수술 도중에 이 신경을 훼손하면 영구적인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술은 신중하게 진행됐다. 먼저 귀 뒤쪽으로 10㎝ 정도를 절개했다. 근육 조직을 하나씩 들어내고, 노출된 뼈에 구멍을 냈다. 수술 도구가 들어가고 종양을 꺼낼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작업에만 6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종양을 제거하고 끄집어내는 데는 2시간이 걸렸다. 장 씨는 수술이 끝나고 3일 만에 걸었고, 1주일 만에 퇴원했다. 손발 저림, 통증, 불면증 같은 증세는 약해지다가 퇴원할 무렵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장 씨는 “얼굴에 손을 대봤는데 따뜻하더라.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온기였다. 기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뇌수막종 수술 후에는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미세 종양을 없애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 씨는 수술하고 3개월 후 시행한 뇌 MRI 검사에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됐음이 확인됐다. 덕분에 방사선 치료 없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요즘에는 6개월마다 추적 관찰 중이다. 수술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건망증이 생겼고, 행동도 다소 느려졌다. 그래도 1년 정도가 지난 후 이런 증세는 상당히 개선됐다. 홍 교수는 “장 씨처럼 긍정 마인드가 강할수록 후유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 ●뇌수막종 증세 복합적으로 나타나장 씨는 무려 3년 동안 뇌수막종에 따른 증세로 큰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뇌수막종일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홍 교수는 “장 씨처럼 여러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뇌수막종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두통이 심하면 ‘뇌에 종양이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꼭 그렇지는 않다. 두통과 함께 구토나 메스꺼운 증세가 나타난다면 뇌종양보다는 뇌출혈이 원인일 경우가 더 많다. 뇌종양이 생겼다면 마비나 저림과 같은 신경학적 증세가 더 많이 나타난다. 장 씨도 양쪽 손발이 심하게 저렸다. 다만 실제로는 왼쪽이나 오른쪽 중 한쪽에서만 이런 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홍 교수는 “장 씨는 뇌간의 중앙부에 종양이 생겼는데, 이는 드문 사례에 속한다. 대체로는 한쪽으로 치우쳐 종양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세도 한쪽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비, 저림 외에도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야가 좁아지기도 한다. 갑자기 청력이 떨어진 것처럼 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대체로 한쪽 눈과 귀에서만 증세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예전보다 더 사레가 들린다면 이 또한 뇌종양의 원인일 수 있다. 장 씨는 소화불량, 무기력증 등 온갖 증세를 다 겪었다. 이 또한 뇌종양에 따른 증세일까. 홍 교수는 “소화불량은 뇌종양과 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장 씨의 경우 소화불량 증세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바람에 장 씨 본인이나 의사도 뇌수막종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고, 그 결과 발견이 늦어졌을 거라고 추정했다. 장 씨는 불면증도 심하게 앓았다. 이 또한 뇌수막종과는 무관한 것 같다고 홍 교수는 판단했다. 악성 종양의 경우 불면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양성 종양일 때는 그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수막종 부위 따라 치료법 달라뇌수막종이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지만 꼭 나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30대의 젊은 층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통계적으로는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어느 위치에 발생하느냐에 따라 치료 난이도가 결정된다. 뇌의 표면에 발생할 경우 수술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때로는 수술하지 않고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종양이 작다면 방사선 치료(감마나이프)로만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장 씨처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종양이 생겼을 경우 대처법은 달라진다. 장 씨의 뇌수막종 크기는 2.1㎝였다. 홍 교수는 “이 정도면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그대로 뒀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령 목을 뒤로 잘못 젖혔다가 사지마비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 씨처럼 종양이 계속 자라고 있다면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홍 교수는 “이런 경우 방치한다면 종양이 껌딱지처럼 뇌간에 착 달라붙어 버린다. 그 때는 아주 작은 상처만 나도 신경이 다칠 수 있고, 더 심각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호흡 중추를 다치게 하면 평생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주변 동맥을 손상시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일찍 종양을 발견하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뇌 검사를 해야 한다. 홍 교수는 “뇌 MRI 검사만으로 대부분 판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21년 12월 임연숙 씨(65)는 난소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여겼다. 발견 당시 3기였던 데다 난소암이 워낙 치료가 어려운 암이기 때문이다. 임 씨의 수술은 난소암 분야에서 꽤 명성이 높았던 박종섭 전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집도했다. 하지만 박 전 교수는 완치 판정을 내리기 전에 정년퇴직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 기업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제자인 이성종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임 씨의 진료를 맡았다. 완치 판정을 내린 의사가 이 교수다. 임 씨는 두 사람 모두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다고 했다. 두 사람을 함께 볼 기회가 없던 차에 마침 연락이 닿아 한자리에 모였다. 임 씨의 난소암 투병기를 들어봤다.● “암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해”2016년 12월 무렵. 임 씨는 모처럼 만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즐거웠지만 아랫배가 불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비뇨기계 질환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난소암으로 인한 증세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이런 증세는 20일 동안 지속됐다. 소변을 보고 난 후에도 찜찜함이 남았다. 결국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던 의사의 입에서 “어이쿠”라는 소리가 나왔다. 암인 것 같다고 했다. 큰 병원을 가 보라는 소리에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임 씨는 집에 오자마자 펑펑 울었다. 이후 딸이 침착하게 의료진을 물색했다. 평판과 수술 실적 등 공개된 정보는 다 찾아봤다. 딸은 박 전 교수를 선택했다. 암이 아니길 바라며 진료실에 들어갔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미 복강 전체로 암이 퍼져 있었다. 임 씨는 1년 전 건강 검진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암으로 의심되는 혹은 발견되지 않았다. 1년 만에 난소암이 3기가 될 정도로 악화된 것이다. 박 전 교수는 “난소암은 성장이 빠른 암이다. 1년 만에 암이 퍼질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3개월 만에 훌쩍 자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난소암의 경우 수술 치료가 표준이다. 하지만 환자의 건강 상태가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항암 치료부터 먼저 한다. 다행히 임 씨의 건강 상태는 수술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됐다. 박 전 교수는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다.● 11시간 대수술 후 항암 치료수술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임 씨는 외래 진료를 받고 10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박 전 교수는 “수술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난소암 환자 수술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병원 원칙에 따라 수술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다른 외래 환자 진료를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임 씨 수술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배를 열어 보니 상황은 아주 좋지 않았다. 주변 장기와 혈관에까지 암이 깊이 침투해 있었다. 난소만 제거한다고 해서 끝나는 수술이 아니었다.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암의 뿌리를 뽑으려면 주변의 장기를 모두 들어내야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재발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대수술이었다. 난소, 림프절, 방광, 대장을 다 절제했다. 자궁도 절제해야 한다. 하지만 임 씨가 30대 후반에 자궁근종 제거를 위해 자궁을 이미 절제한 상태였기에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아도 됐다. 혈관에 침투한 종양도 제거했다. 당시 수술실에는 박 전 교수뿐 아니라 혈관외과, 대장항문외과, 비뇨기과의 교수들이 모두 들어갔다. 한 교수가 수술을 끝내면 다른 교수가 이어 집도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수술 시간만 11시간이 소요됐다.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던 임 씨 남편 안병도 씨는 “수술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잘못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며 마음을 졸였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보통 난소암의 경우 6회 항암 치료가 표준 치료법이다. 하지만 임 씨는 항암 치료를 추가로 3회 더 받아야 했다. 6회 치료가 끝난 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는데 미세하게 종양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도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입맛이 뚝 떨어졌다. 너무 아플 때는 남편을 붙들고 다리를 잘라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다행히 네 번째 항암 치료 때부터는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서 잘 버텨냈다. 2017년 7월 말 항암 치료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 “의사 격려가 환자에겐 큰 힘 돼”암 선고를 받으면 대부분 공포에 휩싸인다. 임 씨와 남편도 그랬다. 두 사람은 서로 붙들고 펑펑 울었다. 그런 부부에게 박 전 교수는 “두 분이 오래오래 살 수 있게 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위로했다. 부부는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술하고 2년이 지났을 때 박 전 교수는 완치를 확신했다고 한다. 난소암 재발은 대부분 2년 이내에 나타나는데 임 씨는 그럴 만한 조짐이 없었다는 것이다. 임 씨는 “당시 박 전 교수가 ‘내 환자는 재발이 적다’고 말했다. 비로소 내가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암 재발에 대한 걱정은 완치 후인 지금도 남아있다. 6개월 혹은 1년마다 추적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는데 그때마다 잔뜩 긴장이 된다. 완치 판정을 내린 이 교수는 그런 임 씨에게 “재발 위험이 아주 낮으니 건강 관리에만 신경 쓰시라”고 조언했다. 국내외 통계를 보면 난소암의 경우 7년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재발 확률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임 씨는 비로소 안심이 된다. 임 씨는 “의사의 자신감만큼 환자에게 힘이 되는 격려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암 완치 이후에도 불편함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손발에 저림 증세가 간혹 나타난다. 항암 치료 부작용이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를 하다 보면 말초 신경이 죽을 수가 있다. 이 경우 손과 발이 저리고 살짝 마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부작용은 평생 안고 가야 한다. 임 씨는 “그래도 생명을 구한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부작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 간의 정은 더 끈끈해졌다. 남편 안 씨는 아내가 투병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늘 조심했다.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있기 위해 좋아하던 골프를 6년 동안 완전히 끊었다. 자식들도 늘 엄마의 안색을 살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커졌다. 안 씨는 요즘도 매일 밤 잠자기 전 30분씩 아내의 저린 발을 주물러 준다. 박 전 교수는 “암을 극복한 후 가족 간에 정이 더 깊어지고 삶의 질도 좋아진 사례가 많다”고 했다.● 정기 검사가 최고 예방법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암에 걸린 국내 여성 환자는 총 11만7334명이다. 유방암(2만4806명)이 21%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난소암 신규 환자는 2947명으로 채 3%가 되지 않는다. 발병률 순위로만 보면 10위권 밖이다. 하지만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난소암 사망률은 8위다.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암을 늦게 발견하기 때문이다. 다른 암도 비슷하지만 난소암은 초기 증세가 거의 없다. 보통은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 질 출혈 등의 증세가 있지만 이마저도 암이 꽤 진행된 후 나타날 때가 많다. 사실 난소암을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완치)은 90%에 이른다. 하지만 난소암 환자 10명 중 8명꼴로 3기 혹은 4기에 암을 발견한다. 임 씨 또한 3기에 병을 발견했다. 다행히 완치됐지만 이 경우 완치율은 30∼40%로 뚝 떨어진다. 따라서 다른 어떤 암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검사를 하는 게 좋다. 골반 초음파 혹은 ‘CA125’라는 종양표지자(암을 의심할 수 있는 지표) 검사를 한다. CA125 수치가 mL당 46U 이내라면 정상 범위이지만 과도하게 높게 나타나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난소암의 원인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임신과 출산이 난소암 위험도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저출산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는 뜻이다. 비만도 난소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피곤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른하고 무기력하며 낮에 졸음이 쏟아진다. 때로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른바 춘곤증이다. 춘곤증은 의학적으로는 질병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피로감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행하면서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간다. 겨우내 위축돼 있던 우리 몸도 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신진대사는 더 활발해지고 에너지 소비량도 늘어난다. 그 부작용으로 피로가 쌓이는 것이다. 춘곤증에 의한 피로는 일시적이다. 우리 몸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면 2~3주 이내에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피로감이 지속되며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피곤하다면 춘곤증이 아니다. 만성피로일 가능성이 높다. ‘병이 되는 피로’인 것이다. 만성피로는 무기력증 같은 육체적 증세부터 우울감이나 패배감 등 정신적 증세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원인 또한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해 ‘족집게 의사’라 해도 정확히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만성피로 대처법을 들어봤다. ●만성 피로, 원인 질환부터 찾아야 피로는 지속 기간에 따라 크게 세 단계로 나눈다. 1개월 미만이라면 급성 피로로 분류한다. 춘곤증을 굳이 의학적으로 분류하자면 급성 피로에 가깝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런 피로는 쉽게 극복된다. 피로가 나타나는 기간이 1개월 이상~6개월 미만이라면 지속성 피로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극복은 어렵지 않다. 이와 달리 만성피로는 진단과 치료 모두 어렵다. 보통 6개월 이상 극심한 피로가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경우에 만성피로로 진단한다. 만성피로 환자의 70% 정도에서 질병이나 심리적 문제가 발견된다. 만성피로를 해결하려면 원인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질병이 피로를 유발한다. 돌려 말하자면 만성피로는 질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신호다. 하지만 피로의 강도나 양상만 따져서는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피로에 동반하는 증세를 살펴야 한다. 어떤 증세를 동반하느냐에 따라 개괄적이나마 원인 질병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간 기능이 많이 떨어졌을 때는 피로감과 함께 황달 증세가 종종 나타난다. 때로는 오른쪽 배에 통증이 생기면서 가려움증도 동반한다. 콩팥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면 붓는 증세가 동반하거나 소변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갑상샘(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면 피로하면서도 불안과 초조감이 커진다. 체중이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면 푸석한 느낌이 많이 들고 체중이 늘면서 추위를 느끼게 된다. 당뇨병이 원인이 돼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경우 물을 많이 마시며 덩달아 소변 양도 많아지는 특징이 있다. 체중이 빠질 수도 있다. 빈혈이 원인이라면 피곤하면서도 어지럼증이 생기며 두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불면증이 원인이 된 피로는 그나마 해결책이 명확하다.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게 되면 피로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피로에 동반하는 증세로 의심할 수 있는 질병동반 증세의심 질환발열, 야간 발한감염질환 잠복성 종양 림프종체중 감소감염질환, 우울증, 악성종양, 갑상선질환, 섭식장애호흡 곤란심부전증, 빈혈, 만성 폐쇄성폐질환, 불안증관절통, 관절경직류마티스성 관절염, 바이러스성 질환흉통관상동맥질환, 역류성 식도질환, 불안증수면 장애불안증, 우울증, 수면무호흡증설사염증성 장질환, 흡수 장애, 과민성 장증후군두근거림부정맥, 갑상선기능항진증, 불안증●‘육체적 피로’ vs ‘정신적 피로’ 만성 피로의 원인 질환 중에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정신 건강 문제가 원인인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40대 초반 미혼 여성 A씨가 그런 사례다. A씨는 6개월 전부터 피로감이 심해졌다. 최근에는 가슴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직장을 다니기 힘들 정도까지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심전도, 갑상샘(갑상선), 간, 콩팥, 폐 검사 등을 진행했지만 질병을 발견할 수 없었다. 김 교수가 A씨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봤다. A씨는 혼자 살고 있었다. 음식을 잘 챙겨 먹지 않았다.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 외출 횟수도 적었다. 우울과 불안 증세도 보였다. 김 교수는 항우울제를 처방하면서 생활 습관 개선을 권했다. 한 달 후 A씨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속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들어 약을 거의 먹지 않았고 생활 습관도 개선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결과 피로감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우울과 불안 증세도 그대로였다. 만성피로 치료에 실패한 셈이다. 김 교수는 정신건강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A씨를 정신건강의학과로 보냈다. 사실 정신건강에서 비롯된 ‘정신적 만성 피로’는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만성 피로’와 양상이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일단 육체적 피로의 경우 스트레스와 무관할 때가 많다. 또한 본인이 가장 먼저 피로를 자각한다. 증세가 나타나면 2개월 안에 알아차린다. 피로는 아침보다는 오후나 저녁에 더 심한 경향이 있다. 피로감이 심해지면 주변에서 “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로 피곤해 보인다. 정신적 만성 피로의 경우 스트레스와 큰 관련이 있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생기기 쉽다는 뜻이다. 또한 피로감은 아침에 가장 심하다. 증세가 나타나고 4개월 이상 지속돼도 자각하지 못할 수 있다. 증세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이 경우에도 병이 있는 것처럼 안색이 나빠진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보다는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먼저 알아볼 때가 많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정신적 만성 피로와 육체적 만성 피로의 비교구분정신적 만성피로육체적 만성피로피로 증세를 인식하는 주체가족이나 친구환자 본인주된 결핍 내용‘욕망’과 관련됨‘능력’과 관련됨스트레스와의 관련성관련 있음관련 없음증세가 나타나는 기간4개월 이상 지속 혹은 재발2개월 미만증세가 심해지는 시간아침에 심해짐오후나 저녁에 심해짐증세 경과악화와 호전 반복비슷한 상태로 진행가족들의 상황스트레스를 많이 받음환자를 많이 지지함● 만성 피로 극복, 끈기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만성피로 환자가 병원에 가면 원인 질환부터 찾는다.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으면 미네랄보충제나 항우울제를 먹으면서 생활 습관을 개선한다. 물론 약물 없이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만성피로에서 탈출할 수도 있다. 단, 환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50대 B씨와 C씨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50대 남성 B씨는 1년째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새벽 1시 이전에 잠들지 못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질병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교수가 살펴보니 B씨는 체중이 90㎏으로 비만이었다. 또 평소 술을 많이 마셨다. 김 교수는 체중 감량, 절주, 수면 관리를 주문했다. B씨는 첫 달에 2㎏, 두 번째 달에 3㎏을 감량했고 술을 줄였다. 그 결과 따로 약을 먹지 않고도 피로감이 사라졌다. 50대 여성 C씨도 여러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6개월 이상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김 교수는 C씨의 피로 또한 생활 습관에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C씨는 1년 전부터 다이어트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 매일 2시간 이상 운동했고, 체중 증가를 우려해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과도한 운동과 단백질 결핍을 문제로 생각했다. 이 점을 지적하면서 운동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단백질을 넉넉히 섭취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이 점만 고쳤을 뿐인데, C씨는 한 달 만에 피로감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건강한 생활 습관이 피로 줄인다 대한가정의학회 ‘가정의학’ 교과서는 피로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스트레스 △우울과 불안 △통증 △염증 △운동 장애 △수면 장애 △대사 장애 △에너지 불균형 △빈혈 △약물 △장기 이상 △감염 △종양 △항암 치료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전체 만성피로 환자의 30% 정도는 이런 원인 질환을 찾지 못한다. 이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는데, 뾰족한 치료법은 없다. 결국 애초에 피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쉽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훌훌 떨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잠은 최대한 잘 자고, 편식하지 않으며,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도 해야 한다. 무엇이든 과도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 특히 C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나친 다이어트는 극심한 피로를 유발한다. 김 교수는 “운동을 심하게 하면 젖산과 같은 산화물질이 몸에 쌓일 수 있어 되레 더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며 “때로 과도한 운동은 콩팥과 같은 장기를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강도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피로감이 커지는 이유는 연령대별로도 다르다. 30, 40대의 경우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가 피로의 원인일 때가 많다. 50대 후반부터 60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체력 저하가 피로의 원인일 수 있다. 또한 이 나이 때부터는 질병에도 취약해진다. 따라서 50대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장기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26주 정도 된 때였다. 2017년 1월 초 가슴에서 티끌만 한 알갱이가 만져졌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박길숙 씨(42)는 첫째 아이를 낳고 젖몸살을 심하게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혹시 그 영향 때문에 생긴 증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알갱이는 빠른 속도로 커졌다. 3주 만에 방울토마토만 한 혹이 가슴에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한 젖몸살 후유증은 아닌 것 같았다.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던 의사가 “놀라지 마시고 큰 병원에 빨리 가 보시라”고 권했다. 암인 것 같다고 했다. 갑자기 앞이 컴컴해졌다. 임신부 박 씨의 유방암 투병은 그렇게 시작됐다. ●태아 위험 시기 넘겨 항암 치료 가능 임신 29주 차 때 박 씨는 서울대병원 유방센터를 찾았다. 검사 결과 오른쪽 유방에서 2∼3㎝ 크기의 암이 발견됐다. 림프절로 전이됐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검사 과정에서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임상 경험이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한별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전이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박 씨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2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유방암을 세부적으로 따지면 여러 유형이 있다. 박 씨의 경우 두 종류의 호르몬수용체와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가 모두 음성이었다. 이런 암을 삼중음성유방암이라고 한다. 암 세포가 빨리 자라며 독한 것이 특징이다.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해 암 세포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하는 게 표준 치료법이다. 문제는 배 속 태아에게 미칠 영향이었다. 다행히 임신 29주라 항암 치료가 가능했다. 보통 임신 13주까지를 임신 1분기로 본다. 이 기간은 태아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라 항암 치료가 어렵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항암 치료를 할 것이냐 아이를 살릴 것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임신 14주 이후에는 항암 약물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다. 태아를 살리면서도 항암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씨는 곧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3주 걸러 한 번씩, 두 차례 병원을 찾아 반나절 동안 항암 주사를 맞았다. 그 사이에 만삭이 됐다. 3월 박 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걱정과 달리 아기는 건강했다. 몸무게도 정상이었다.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항암-수술-방사선 치료 모두 이겨내암과의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산후 조리를 어느 정도 마친 후 다시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추가로 다섯 번의 항암 치료를 이겨냈다. 치료 효과는 무척 좋았다. 3㎝ 크기의 암 덩어리가 1㎝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후 한 번 더 항암 치료를 받았다. 이 교수는 “그때 이미 완치를 확신했다. 수술에 들어가기도 전에 암 세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암 세포가 없는 상태를 ‘완전 관해’라고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때 이미 박 씨는 완전 관해 상태였다는 것이다. 8월 유방 부분 절제 수술을 시행했다. 유방 위쪽 2.5㎝를 절개한 뒤 암이 있던 부위를 들어냈다. 특히 미용에 신경을 써야 하는 수술이다. 이 교수는 유두 선을 따라 절개해 흉터가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 암의 전이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림프절 조직 일부도 떼어냈다. 병리과 조직 검사 결과 예상했던 대로 암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전이도 없었다. 완전 관해가 확인된 것이다. 이어 방사선 치료를 19회 진행했다. 유방암은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게 표준 치료법에 속한다. 이 교수는 “진공청소기로 완전히 쓸어낸 후 스팀청소기로 다시 확인하는 절차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후 완치 판정만 기다리면 됐다. 그러다 2022년 8월 유방초음파 검사에서 다시 혹이 발견됐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직검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성 혹이었다. 박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5년 후 완치되면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추적 관찰만 하고 있다. ●“가족 생각하며 암 이겨냈다”암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박 씨는 첫째로 가족을 꼽았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암 의심 판정을 받았던 날 박 씨는 첫째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다 넘어지기까지 했다. 박 씨는 “그때 완전히 넋이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후로도 한동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식욕도 뚝 떨어졌다. 자신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배 속의 아기에게 미안했고, 아기가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 박 씨는 이 교수를 붙들고 펑펑 울었다. 항암 치료에 들어가기 전 그 짧은 기간에 체중이 5㎏이나 빠졌다. 이 교수는 “실제로 암 환자들의 두려움이 가장 큰 시기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라고 말했다.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오히려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기를 위해서, 남편과 큰아이,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다시 힘든 항암 치료를 할 때도 버텼다. 입맛이 없어도 한 끼를 굶지 않고 다 먹었다. 덕분에 체력도 다시 좋아졌다.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갈 때에도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둘째, 박 씨는 이 교수와 소통했다. 박 씨는 “의료진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다. 이 교수의 치료 지침을 믿고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 또한 “박 씨가 믿고 따라줬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적극적인 투병 자세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 이 교수는 “밝은 성격의 환자일수록 치료 효과가 실제로 좋다. 박 씨도 늘 유쾌하게 투병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암을 이겨낸 후 한동안 유방암 환자 카페에 둘째 아이 사진을 올렸다. 동병상련인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박 씨는 “내 스토리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방암 막으려면 자가 진단부터 철저히유방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호르몬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출산, 모유 수유 감소, 서구화된 식습관, 빨라진 초경과 늦어진 폐경으로 인해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고, 유방암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방암은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암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7, 8명 중 한 명꼴로 유방암이 발견된다. 국내의 발생 비율은 이보다 덜한 25∼30명 중 한 명꼴이지만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치료 성적이 꽤 좋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유방암 5년 생존율은 90%를 넘어선다.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암 검진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92%가 0∼2기였다. 덕분에 치료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교수는 “아쉽게도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연구 결과 유방이 처음 발달하는 사춘기 때의 식습관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가공식품, 튀긴 음식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결국 검진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2년마다 유방 촬영을 하는 게 좋다.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나오면 6개월 혹은 1년마다 유방 촬영과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평소에 자가 검진을 자주 해야 한다. 아직 폐경 전이라면 월경이 끝나고 3∼4일이 지나서, 폐경 후라면 매달 하루를 정해 유방 전체와 겨드랑이를 손으로 만져 혹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 교수는 “박 씨 또한 이런 자가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한 사례”라며 자가 검진을 적극 권장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63)는 여느 의사보다 바쁜 50대를 보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성바오로병원장과 은평성모병원장을 내리 지냈다. 지난해까지 3개 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만큼 운동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헬스클럽에 갈 여유도 없었다. 그 대신 연구실과 집에서 짬을 내 운동했다. 잠이 모자라면 쪽잠을 자듯이 ‘쪽운동’을 한 셈이다. 권 교수는 “일부러 시간을 정해서 운동한다면 스포츠다. 일상 생활에서 틈날 때마다 하는 것이 진짜 운동”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자야 건강한 노후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수십 년째 지키고 있는 건강법을 들어봤다. ●20년간 콩+우유로 아침 해결그의 고향은 강원도다. 2, 3개월마다 고향에서 생산된 쥐눈이콩을 공수한다. 방앗간에서 콩을 곱게 빻은 뒤 냉동실에 얼려둔다. 이 콩가루가 아침 식사다. 밥 먹는 숟가락으로 콩가루를 두 번 가득 떠 그릇에 담는다. 이어 티스푼으로 현미 쌀눈을 수북하게 떠 그릇에 추가한다. 거기에 흰 우유 300cc를 넣는다. 숟가락으로 10초 정도 저으면 내용물이 모두 녹는다. 단숨에 들이켠다. 20여 년간 유지하고 있는 아침 식사법이다. 40대 중반이 됐을 무렵 머리카락이 희끗해졌다. 돌아가신 어머님은 당시에 콩을 먹으면 머리가 검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콩을 갈아서 아들에게 내밀었다. 초보 교수 시절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제대로 아침밥도 못 먹고 있었다.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할 수 있어 먹기 시작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다. 머리가 검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탈모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이 모두 탈모가 조금씩 있는데 나만 머리숱이 많습니다. 콩에 들어있는 성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콩 안에 있는 이소플라본 성분에 주목한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데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이소플라본의 이런 효능을 확인하기도 했다. 포만감도 꽤 있다. ‘콩 우유’ 식사를 한 후 시장기를 느껴 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장 건강에도 효과를 봤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변비 증세를 경험한 적도 없다. 이런 이점 덕분일까. 비슷한 또래의 동료 교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영양제를 한두 개씩 먹지만 권 교수는 먹지 않는단다. ●단백질 넉넉히 먹고 반신욕 즐겨콩을 좋아하지만 특정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점심과 저녁에는 여러 반찬을 골고루 먹는 일반적인 식사를 한다. 단, 고혈압 가족력이 있어서 짠 음식은 피한다. 이를테면 국은 싱겁게 해서 먹고, 짠맛이 강한 찌개는 가급적 먹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배가 너무 부를 정도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식(小食)이다. 권 교수에게는 음식 철학이 있다. 어떤 경우든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채운다는 것이다. 만약 점심이나 저녁에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했다면 집에 들어간 후 계란 두 개 정도를 추가로 먹는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콩과 우유를 먹는 것도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콩은 가장 좋은 식물성 단백질로 평가받는다. 단백질을 챙기는 이유가 있다. 근육과 뼈 건강에 단백질은 필수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 권 교수는 “단백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도 된다”며 “장수(長壽)에 있어 단백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식사 말고도 즐기는 게 있다. 15년째 반신욕 애호가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반신욕을 15분 정도 한다. 엉덩관절(고관절) 환자에게도 반신욕을 추천한다. 매일 15분 정도 가슴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반신욕을 하면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신욕을 할 때 상체의 체온은 낮고 하체 체온은 높다. 그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심장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혈류량이 많아지고 순환이 잘되면서 부기와 통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매일 저녁 집에서 노젓기 운동그는 선천적으로 고관절에 약간 이상이 있다.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근력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코어 근육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집 거실에 노 젓는 동작을 도와주는 로잉머신을 들여놨다. 매일 퇴근한 후 15∼30분 동안 열심히 노를 젓는다. 1분당 30회 정도 노를 젓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강도에 속한다. 이 운동은 15년째 지속 중이다. 어떤 점이 좋을까. 일단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체중이 무릎에 실리지 않아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팔을 크게 휘젓다 보면 어깨 근육도 탄탄해진다. 권 교수는 “노 젓기 운동 덕분에 지금까지도 장시간 수술도 거뜬하다”며 웃었다.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이웃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이 운동을 권했다. 권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과 동일한 시간을 운동하더라도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찍 퇴근한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나간다.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는 이런 식으로 2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주말에는 더 먼 곳까지 간다. 경기 가평까지 80㎞ 정도 자전거로 달린 후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운동이 된다. 주말에 가끔 시간이 날 때는 산을 찾아 트레킹을 한다. 이처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까닭이 있다. 80세가 된 후에도 환자를 치료하고 싶단다. 그러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노력은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그는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60세 이후에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면 건강에 가장 신경을 쓰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틀벨 하나로 근력 운동 해결”틈날 때마다 근력 운동을 하기에 좋은 것으로 케틀벨을 추천했다. 장비가 큰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운동 동작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8㎏짜리 케틀벨을 연구실과 집에 각각 두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몇 가지 동작만 따라해 보자. 각각의 동작은 12회씩 1∼4세트를 하면 된다. 권 교수가 추천하는 ‘케틀벨 운동’ ① 한쪽 발을 앞으로 내민 뒤 양쪽 무릎을 살짝 굽힌다. 상체를 곧게 세운 상태에서 캐틀벨을 팔 힘으로만 들어올린다. 팔꿈치 위쪽부터 어깨까지의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②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선다. 케틀벨을 양손으로 잡고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이어 가슴에서 바깥쪽으로 팔을 쭉 뻗는다. 가슴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③ 케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스쾃 자세를 취한다. 케틀벨을 쥔 팔은 가슴 쪽에 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준다. ④ 케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천천히 상체를 구부린다. 이어 상체를 폈다가 다시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엉덩이 부위, 고관절 근육과 등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권순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63)는 여느 의사보다 바쁜 50대를 보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성바오로병원장과 은평성모병원장을 내리 지냈다. 지난해까지 3개 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만큼 운동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헬스클럽에 갈 여유도 없었다. 대신 연구실과 집에서 짬을 내 운동했다. 잠이 모자라면 쪽잠을 자듯이 ‘쪽운동’을 한 셈이다. 권 교수는 “일부러 시간을 정해서 운동한다면 스포츠다. 일상 생활에서 틈날 때마다 하는 것이 진짜 운동”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자야 건강한 노후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수십 년째 지키고 있는 건강법을 들어봤다. ●20년간 콩+우유로 아침 해결 그의 고향은 강원도다. 2,3개월마다 고향에서 생산된 쥐눈이콩을 공수한다. 방앗간에서 콩을 곱게 빻은 뒤 냉동실에 얼려둔다. 이 콩가루가 아침 식사다. 밥 먹는 숟가락으로 콩가루를 두 번 가득 떠 그릇에 담는다. 이어 티스푼으로 현미 쌀눈을 수북하게 떠 그릇에 추가한다. 거기에 흰 우유 300cc를 넣는다. 숟가락을 10초 정도 저으면 내용물이 모두 녹는다. 단숨에 들이킨다. 20여 년간 유지하고 있는 아침 식사법이다. 40대 중반이 됐을 무렵 머리카락이 희끗해졌다. 돌아가신 어머님은 당시에 콩을 먹으면 머리가 검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콩을 갈아서 아들에게 내밀었다. 초보 교수 시절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제대로 아침밥도 못 먹고 있었다. 간편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할 수 있어 먹기 시작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다. 머리가 검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탈모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이 모두 탈모가 조금씩 있는데 나만 머리숱이 많습니다. 콩에 들어있는 성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콩 안에 있는 이소플라본 성분에 주목한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데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이소플라본의 이런 효능을 확인하기도 했다. 포만감도 꽤 있다. ‘콩 우유’ 식사를 한 후 시장기를 느껴 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장 건강에도 효과를 봤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변비 증세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이런 이점 덕분일까. 비슷한 또래의 동료 교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영양제를 한두 개씩 먹지만 권 교수는 먹지 않는단다. ●단백질 넉넉히 먹고 반신욕 즐겨 콩을 좋아하지만 특정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점심과 저녁에는 여러 반찬을 골고루 먹는 일반적인 식사를 한다. 단 고혈압 가족력이 있어서 짠 음식은 피한다. 이를테면 국은 싱겁게 해서 먹고, 짠 맛이 강한 찌개는 가급적 먹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배가 너무 부를 정도로 먹지 않는다. 이른바 소식(小食)이다. 권 교수에게는 음식 철학이 있다. 어떤 경우든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채운다는 것이다. 만약 점심이나 저녁에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했다면 집에 들어간 후 계란 두 개 정도를 추가로 먹는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콩과 우유를 먹는 것도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콩은 가장 좋은 식물성 단백질로 평가받는다. 단백질을 챙기는 이유가 있다. 근육과 뼈 건강에 단백질은 필수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 권 교수는 “단백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도 된다”며 “장수(長壽)에 있어 단백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식사 말고도 즐기는 게 있다. 15년째 반신욕 애호가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반신욕을 15분 정도 한다. 엉덩관절(고관절) 환자에게도 반신욕을 추천한다. 매일 15분 정도 가슴에 땀이 맺힐 정도로 반신욕을 하면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신욕을 할 때 상체의 체온은 낮고 하체 체온은 높다. 그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심장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혈류량이 많아지고 순환이 잘 되면서 붓기와 통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매일 저녁 집에서 노젓기 운동 그는 선천적으로 고관절에 약간 이상이 있다.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근력도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코어 근육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집 거실에 노 젓는 동작을 도와주는 로잉머신을 들여놨다. 매일 퇴근한 후 15~30분 동안 열심히 노를 젓는다. 1분당 30회 정도의 노를 젓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강도에 속한다. 이 운동은 15년째 지속중이다. 어떤 점이 좋을까. 일단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체중이 무릎에 실리지 않아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팔을 크게 휘젓다보면 어깨 근육도 탄탄해진다. 권 교수는 “노 젓기 운동 덕분에 지금까지도 장시간 수술도 거뜬하다”며 웃었다.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이웃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이 운동을 권했다. 권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과 동일한 시간을 운동하더라도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찍 퇴근한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나간다.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는 이런 식으로 2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주말에는 더 먼 곳까지 간다. 경기 가평까지 80㎞ 정도 자전거로 달린 후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운동이 된다. 주말에 가끔 시간이 날 때는 산을 찾아 트레킹을 한다. 이처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까닭이 있다. 80세가 된 후에도 환자를 치료하고 싶단다. 그러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노력은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그는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60세 이후에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면 건강에 가장 신경을 쓰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틀벨 하나로 근력 운동 해결” 틈날 때마다 근력 운동을 하기에 좋은 것으로 캐틀벨을 추천했다. 장비가 큰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운동 동작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8㎏짜리 캐틀벨을 연구실과 집에 각각 두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몇 가지 동작만 따라해 보자. 각각의 동작은 12회씩 1~4세트를 하면 된다. ① 한쪽 발을 앞으로 내민 뒤 양쪽 무릎을 살짝 굽힌다. 상체를 곧게 세운 상태에서 캐틀벨을 팔 힘으로만 들어올린다. 팔꿈치 위쪽부터 어깨까지의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②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선다. 캐틀벨을 양손으로 잡고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이어 가슴에서 바깥쪽으로 팔을 쭉 뻗는다. 가슴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③ 캐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스쾃 자세를 취한다. 캐틀벨을 쥔 팔은 가슴 쪽에 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준다. ④ 캐틀벨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천천히 상체를 구부린다. 이어 상체를 폈다가 다시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엉덩이 부위, 고관절 근육과 등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3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녹내장 환자다. 10년 전에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러 안과에 갔다가 우연히 병을 발견했다. A 씨는 녹내장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같은 나이인 B 씨도 비슷한 시기에 녹내장을 발견했다. 하지만 A 씨와 달리 눈앞이 흐릿한 증세가 이미 나타났고, 진단 결과 꽤 진행된 상태였다.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안압을 조절하기 위한 수술도 했지만 결국 한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지금은 나머지 한쪽 눈으로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녹내장인데 두 사람의 결과는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녹내장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어떤 녹내장인지 파악한 뒤 맞춤형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녹내장 진단과 새로운 수술 방법 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의사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130여 편의 녹내장 관련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발표했다.●녹내장, 얼마나 알고 있나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지정한 ‘세계 녹내장의 날’이다. 녹내장은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3대 질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녹내장과 백내장을 혼동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질환이다.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내장이라 부른다. 황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처럼 수정체가 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교환하면 치료가 끝난다. 녹내장은 시신경 질환이다.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황 원장은 “안압이 상승하면 눈동자가 푸르스름하게 보이기 때문에 녹내장이라 부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안압 상승과 노화가 지목된다. 대부분 초기 증세가 없다.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시야가 흐릿해지고, 심한 경우엔 실명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녹내장을 ‘소리 없이 실명을 유발하는 병’이라 부른다. 주로 4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20, 3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달리 완치가 어렵다.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만 가능하다. 안압을 낮추기 위한 약물을 투입하며, 상태가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되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녹내장이 당장 실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황 원장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몇 달 만에 실명이 될 수도 있지만 수십 년 이후에도 시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유형의 녹내장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순한 녹내장 vs 치명적 녹내장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유형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80%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안압이 정상 범위인 10∼20mmHg인데도 발생한다. 선천적인 요인이나 고도 근시, 눈 혈액 순환 장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A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현저하게 늦춰 실명을 막을 수 있다. 이른바 ‘순한 녹내장’인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압 조절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안압이 정상 범위라 해도 높게 나타나면 건강한 사람과 달리 눈의 신경섬유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주입하면서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을 제외한 나머지 20∼30%는 실명 위험이 비교적 높다. 각각의 증세를 면밀히 알아두는 게 좋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가장 실명 위험이 높은 유형은 신생 혈관 녹내장이다. 망막 질환 등으로 인해 눈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새로운 혈관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안 보이거나 시력이 뚝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인 망막 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도막염 녹내장은 눈 속 포도막이란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염증 물질이 눈에서 만들어진 물(방수)이 배출되는 길을 막는다. 그 결과 안압이 상승하면서 생기는 녹내장이다.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충혈되는 특징이 있다. 안압을 조절하면서 포도막염을 치료해야 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가 지나가는 길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한다. 이 경우 △심한 두통 △시력 저하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방수 배출로를 여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연소 개방각 녹내장은 40세 이하 나이에 생기는 녹내장이다. 겉으로 봐서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높은 안압 때문에 시신경이 점차 손상돼 처음 발견 때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B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녹내장 예방하려면 안압 주의녹내장을 예방하거나 증세 악화를 막으려면 안압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매일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안압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게 현실적이다. 잠을 잘 때는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자는 게 좋다. 엎드려 자면 양쪽 눈이 눌리면서 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는 속도는 상관없지만 많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보통 5분 이내에 1L의 물을 마시면 몸 안의 수분이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생맥주 500cc 두 잔을 연거푸 마신다면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를 빼면 적은 양의 술은 안압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흡연은 절대 피해야 한다. 황 원장은 “술과 달리 흡연은 그 자체만으로 안압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액 순환도 방해하기 때문에 눈 건강에는 최악의 적”이라고 말했다. 물구나무서기와 같이 머리를 바닥으로 향하는 동작은 안압을 올린다. 힘껏 바람을 불어대는 금관악기 연주도 마찬가지다. 변비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용변을 보려고 배에 힘을 세게 주면 안압이 오른다.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용변을 봐야 한다. 이와 별도로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황 원장은 “항산화 물질이 시신경을 보호해 준다는 동물실험과 세포 수준 단계의 실험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녹내장 악화 막으려면 유산소 운동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녹내장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안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시신경에 충분한 혈액과 영양을 공급한다. 덕분에 시신경의 손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수영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꽉 끼는 물안경을 착용하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오래 잠수하는 건 좋지 않다. 황 원장은 “1분 정도 호흡을 참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 길어지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녹내장 환자는 근력 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아니다. 황 원장에 따르면 △앉거나 선 상태에서 △강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고 △숨을 고르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괜찮다. 똑같은 역기를 들더라도 누워서 하면 안압을 높이지만 서서 천천히 하면 안압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녹내장 말기만 아니라면 배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못에 핏줄이 드러나며 얼굴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추가로 안과 정기검진을 권했다. 만약 고도 근시에다 가족력이 있다면 20대 때부터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압 검사와 안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 두 가지 검사만으로 녹내장은 웬만큼 진단이 가능하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30대 초반 직장인 A 씨(가명)는 녹내장 환자다. 10년 전에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러 안과에 갔다가 우연히 병을 발견했다. A 씨는 녹내장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병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같은 나이인 B 씨(가명)도 비슷한 시기에 녹내장을 발견했다. 하지만 A 씨와 달리 눈앞이 흐릿한 증세가 이미 나타났고, 진단 결과 꽤 진행된 상태였다.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안압을 조절하기 위한 수술도 했지만 결국 한 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지금은 나머지 한 쪽 눈으로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녹내장인데 두 사람의 결과는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녹내장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어떤 녹내장인지 파악한 뒤 맞춤형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녹내장 진단과 새로운 수술 방법 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의사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130여 편의 녹내장 관련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발표했다. ● 녹내장, 얼마나 알고 있나 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지정한 ‘세계 녹내장의 날’이다. 녹내장은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3대 질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녹내장과 백내장을 혼동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질환이다.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내장이라 부른다. 황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처럼 수정체가 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교환하면 치료가 끝난다. 녹내장은 시신경 질환이다.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황 원장은 “안압이 상승하면 눈동자가 푸르스름하게 보이기 때문에 녹내장이라 부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안압 상승과 노화가 지목된다. 대부분 초기 증세가 없다. 한창 진행되고 나서야 시야가 흐릿해지고, 심한 경우엔 실명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녹내장을 ‘소리 없이 실명을 유발하는 병’이라 부른다. 주로 40대 이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달리 완치가 어렵다.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만 가능하다. 안압을 낮추기 위한 약물을 투입하며, 상태가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되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녹내장이 당장 실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황 원장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몇 달 만에 실명이 될 수도 있지만 수십 년 이후에도 시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유형의 녹내장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 순한 녹내장 vs 치명적 녹내장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유형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80%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안압이 정상 범위인 10~20㎜Hg인데도 발생한다. 선천적인 요인이나 고도 근시, 눈 혈액순환 장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A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현저하게 늦춰 실명을 막을 수 있다. 이른바 ‘순한 녹내장’인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압 조절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안압이 정상 범위라 해도 높게 나타나면 건강한 사람과 달리 눈의 신경섬유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주입하면서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을 제외한 나머지 20~30%는 실명 위험이 비교적 높다. 각각의 증세를 면밀히 알아두는 게 좋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가장 실명 위험이 높은 유형은 신생 혈관 녹내장이다. 망막질환 등으로 인해 눈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새로운 혈관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안 보이거나 시력이 뚝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인 망막 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도막염 녹내장은 눈 속 포도막이란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염증 물질이 눈에서 만들어진 물(방수)이 배출되는 길을 막는다. 그 결과 안압이 상승하면서 생긴 녹내장이다. 갑자기 눈 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충혈되는 특징이 있다. 안압을 조절하면서 포도막염을 치료해야 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가 지나가는 길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한다. 이 경우 △심한 두통 △시력 저하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방수 배출로를 여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연소 개방각 녹내장은 40세 이하 나이에 생기는 녹내장이다. 겉으로 봐서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높은 안압 때문에 시신경 손상이 점차 진행돼 처음 발견 때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B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 녹내장 예방하려면 안압 주의 녹내장을 예방하거나 증세 악화를 막으려면 안압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매일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상 생활에서 안압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게 현실적이다. 잠을 잘 때는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자는 게 좋다. 엎드려 자면 양쪽 눈이 눌리면서 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는 속도는 상관없지만 많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보통 5분 이내에 1L의 물을 마시면 몸 안의 수분이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생맥주 500cc 두 잔을 연거푸 마신다면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를 빼면 적은 양의 술은 안압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흡연은 절대 피해야 한다. 황 원장은 “술과 달리 흡연은 그 자체만으로 안압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액 순환도 방해하기 때문에 눈 건강에는 최악의 적”이라고 말했다. 물구나무 서기와 같이 머리를 바닥으로 향하는 동작은 안압을 올린다. 힘껏 바람을 불어대는 금관악기 연주도 마찬가지다. 변비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용변을 보려고 배에 힘을 세게 주면 안압이 오른다.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용변을 봐야 한다. 이와 별도로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황 원장은 “항산화 물질이 시신경을 보호해 준다는 동물실험과 세포 수준 단계의 실험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녹내장 예방과 진행을 막기 위한 생활 수칙1. 물구나무 서기나 머리를 낮추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2. 바닥에 엎드려 잠을 자지 않는다. 3.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한다. 4. 술은 줄이되 담배는 확실히 끊는다. 5. 근력 운동은 낮은 강도로 앉거나 서서 한다. 6. 배나 가슴, 목에 힘을 주는 동작을 하지 않는다.7.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다. 자료 :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 녹내장 악화 막으려면 유산소 운동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녹내장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안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시신경에 충분히 혈액과 영양을 공급한다. 덕분에 시신경의 손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수영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꽉 끼는 물안경을 착용하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오래 잠수하는 건 좋지 않다. 황 원장은 “1분 정도 호흡을 참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 길어지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녹내장 환자는 근력 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아니다. 황 원장에 따르면 △앉거나 선 상태에서 △강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고 △숨을 고르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괜찮다. 똑같은 역기를 들더라도 누워서 하면 안압을 높이지만 서서 천천히 하면 안압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녹내장 말기만 아니라면 배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못에 핏줄이 드러나며 얼굴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추가로 안과 정기검진을 권했다. 만약 고도 근시에다 가족력이 있다면 20대 때부터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압 검사와 안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 두 가지 검사만으로 녹내장은 웬만큼 진단이 가능하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피아노 조율사 손재신 씨(67)는 ‘선천성 B형 간염 환자’다. 임산부였던 어머니로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됐다. 출산할 때 혹은 출산 직후 어머니의 혈액 등에 있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자식에게 전달되는, 이른바 수직 감염이다. 같은 이유로 손 씨의 형제 모두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이런 경우 간암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 씨는 그러지 못했다. 먹고사는 게 더 급하던 시절이었다. 당장 이상 증세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잊고 살 수 있었다. 수십 년이 흘렀다. 언젠가부터 몸이 조금씩 나빠졌다. 피로감이 극심했다.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다리의 부기와 통증도 심해졌다. 그래도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곧바로 달려갔다. 일을 끝내고 나면 더 힘들어졌다. 몸이 힘드니 짜증도 늘었다. 황달 증세도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에는 차마 가지 못했다. 의사가 큰 병에 걸렸다는 선고를 내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만 끌었다. 2016년 가을, 보다 못한 아내가 그의 팔을 잡고 병원에 데려갔다. 무려 30여 년 만의 병원 방문이었다. ●“간경화에 간암 겹쳐, 간 이식이 최선”우려는 현실이 됐다. 의사는 손 씨의 부은 다리를 살피고는,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눌린 부위는 곧바로 복원되지 않았다. 간경화가 꽤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증세다. 간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알부민이란 단백질 수치가 낮아진다. 그러면 수분의 양이 조절되지 않아 소변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이때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붓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간에서 혹이 발견됐다. 간암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암은 초기 단계였다. 의료진은 일종의 항암 치료인 간암 색전술을 시행했다. 간암 세포와 연결된 동맥에 항암제를 투입해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진척이 없는 듯했다. 한 달 뒤 손 씨는 최동호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를 찾았다. 최 교수는 치료법을 놓고 고민했다. 간암 색전술을 다시 시행하거나 암이 있는 부위만 절제하는 수술도 고려했지만 간경화가 심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간 이식 수술만이 간암과 간경화 모두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최 교수는 손 씨와 가족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손 씨에게 간을 공여할 가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간 이식은 성공률이 높지만 공여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했다. 설령 가족이라도 자신의 장기를 선뜻 내어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간 이식 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간 공여, 당연한 일”손 씨에게는 장성한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최 교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작은아들 영석 씨(36)가 간 공여를 자청했다. 당시 대학원 때부터 전공해 온 음악과 영상 촬영 분야에서 한창 일을 하던 시점이었다. 수술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료진이 이식 수술로 아버지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자식으로서 간을 떼어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편과 자식, 두 사람을 수술대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가 더 걱정이 됐단다. 2016년 12월 손 씨와 아들 영석 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최 교수는 아들의 간 60%를 절제해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회복기를 거친 후 손 씨는 ‘정상인’이 됐다. 무려 60여 년 만에 간 질환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이다. 아들의 간을 받은 아버지는 늘 미안하다. 손 씨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 미안하고, 배와 가슴에 L자 형태로 나 있는 수술 자국을 보면 죄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석 씨는 수술 흉터를 ‘훈장’으로 생각한다. 사실 간을 절반 넘게 잘라내도 큰 문제는 없다. 최 교수는 “(간은) 크기는 작아지지만 제 기능을 다한다. 게다가 1주일에서 한 달 사이에 원래 크기의 80% 정도까지는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들 영석 씨는 1주일 만에 원래 크기의 90%까지 간이 자라났다. 투병하는 동안 가족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손 씨가 수술하기 전까지는 가족이라 해도 각자 사느라 바빴다. 손 씨는 “가장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웬만한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식이 커졌다. 모두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웃었다. ●“간암 완치돼도 4년마다 정기 검사해야”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이식 거부 반응이 심하게 온 것이다. 원래 간 이식 거부 반응은 흔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수술 후 1년 이내에 한 번 정도는 ‘으레’ 거친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이다. 손 씨는 달랐다. 이식 수술이 끝나고 3년이 지날 무렵 이식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황달 증세부터 시작해 예전의 여러 증세가 도졌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손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래도 의료진을 믿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강력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써서 면역 반응을 무력화시켰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손 씨는 암에 걸린 간을 완전히 들어냈기에 따로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물론 간경화 합병증도 모두 사라졌다.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서 동시에 간암 완치 판정을 받은 셈이다. 올해로 완치 7년째를 맞은 손 씨는 전성기 못지않게 활기차게 일한다. 하지만 4개월마다 최 교수를 만나야 한다. 간 기능을 체크하고, B형 간염의 재발 여부를 살핀다. 면역 억제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 이 또한 주기적으로 투약 분량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많으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면역 기능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 장기가 공격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간암 환자는 완치 이후에도 평생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손 씨는 ‘모범 환자’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 복용을 빠뜨린 적이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지방간이 나타나면서 운동 부족을 지적받는다. 최 교수는 “완치 후 5년을 넘기면서 몸이 좋아지면 방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재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씨는 앞으로 운동량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간암, 증세 나타나기 전에 예방해야” 최 교수는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했다. 간암에 걸려도 악화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피로, 무기력, 오른쪽 윗배 불편,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경우 이미 암이 꽤 진행된 후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간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특히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간 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일수록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간암 환자의 70% 이상은 이런 고위험군에서 발생한다. 우선 고위험군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접종받아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성관계로 감염된다. 아직 예방 백신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혈액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손톱깎이나 면도기, 칫솔을 공유하지 않는 게 좋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할 때도 1회용 장비인지 확인해야 한다. 알코올 간 질환의 경우 절주나 금주가 필수다. 고위험군이라면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으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의사와 상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간암은 재발률이 비교적 높은 암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간암 수술 환자의 절반 정도는 3년, 70%는 5년 이내에 재발하거나 새로운 암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치료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최 교수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믿고,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치료하면 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피아노 조율사 손재신 씨(67)는 ‘선천성 B형 간염 환자’다. 임산부였던 어머니로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됐다. 출산할 때 혹은 출산 직후 어머니의 혈액 등에 있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자식에게 전달되는, 이른바 수직 감염이다. 같은 이유로 손 씨의 형제 모두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이런 경우 간암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 씨는 그러지 못했다. 먹고 사는 게 더 급하던 시절이었다. 당장 이상 증세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잊고 살 수 있었다. 수십 년이 흘렀다. 언젠가부터 몸이 조금씩 나빠졌다. 피로감이 극심했다.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다리의 붓기와 통증도 심해졌다. 그래도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곧바로 달려갔다. 일을 끝내고 나면 더 힘들어졌다. 몸이 힘드니 짜증도 늘었다. 황달 증세도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에는 차마 가지 못했다. 의사가 큰 병에 걸렸다는 선고를 내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만 끌었다. 2016년 가을, 보다 못한 아내가 그의 팔을 잡고 병원에 갔다. 무려 30여 년 만의 병원 방문이었다. ● “간경화에 간암 겹쳐, 간 이식이 최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의사는 손 씨의 부은 다리를 살피고는,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눌린 부위는 곧바로 복원되지 않았다. 간경화가 꽤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증세다. 간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알부민이란 단백질 수치가 낮아진다. 그러면 수분의 양이 조절되지 않아 소변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이때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붓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간에서 혹이 발견됐다. 간암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암은 초기 단계였다. 의료진은 일종의 항암 치료인 간암 색전술을 시행했다. 간암 세포와 연결된 동맥에 항암제를 투입해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진척이 없는 듯 했다. 한 달 뒤 손 씨는 최동호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를 찾았다. 최 교수는 치료법을 놓고 고민했다. 간암 색전술을 다시 시행하거나 암이 있는 부위만 절제하는 수술도 고려했지만 간경화가 심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간 이식 수술만이 간암과 간경화 모두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최 교수는 손 씨와 가족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손 씨에게 간을 공여할 가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간 이식은 성공률이 높지만 공여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했다. 설령 가족이라도 자신의 장기를 선뜻 내어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간 이식 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아들이 아버지에 간 공여, 당연한 일” 손 씨에게는 장성한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최 교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둘째 아들 영석 씨(36)가 간 공여를 자처했다. 당시 대학원 때부터 전공해 온 음악과 영상 촬영 분야에서 한창 일을 하던 시점이었다. 수술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료진이 이식 수술로 아버지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자식으로서 간을 떼어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편과 자식, 두 사람을 수술대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가 더 걱정이 됐단다. 2016년 12월, 손 씨와 아들 영석 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최 교수는 아들의 간 60%를 절제해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회복기를 거친 후 손 씨는 ‘정상인’이 됐다. 무려 60여 년 만에 간 질환에서 완전 해방된 것이다. 아들의 간을 받은 아버지는 늘 미안하다. 손 씨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 미안하고, 배와 가슴에 L자 형태로 나 있는 수술 자국을 보면 죄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석 씨는 수술 흉터를 ‘훈장’으로 생각한다. 사실 간을 절반 넘게 잘라내도 큰 문제는 없다. 최 교수는 “(간은) 크기는 작아지지만 제 기능을 다 한다. 게다가 1주일에서 한 달 사이에 원래 크기의 80% 정도까지는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들 영석 씨는 1주일 만에 원래 크기의 90%까지 간이 자라났다. 투병하는 동안 가족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손 씨가 수술하기 전까지는 가족이라 해도 각자 사느라 바빴다. 손 씨는 “가장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웬만한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식이 커졌다. 모두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웃었다. ● “간암 완치돼도 4년마다 정기 검사해야”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이식 거부 반응이 심하게 온 것이다. 원래 간 이식 거부 반응은 흔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수술 후 1년 이내에 한 번 정도는 ‘으레’ 거친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이다. 손 씨는 달랐다. 이식 수술이 끝나고 3년이 지날 무렵 이식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황달 증세부터 시작해 예전의 여러 증세가 도졌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손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래도 의료진을 믿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강력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써서 면역 반응을 무력화시켰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손 씨는 암에 걸린 간을 완전히 들어냈기에 따로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물론 간경화 합병증도 모두 사라졌다.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서 동시에 간암 완치 판정을 받은 셈이다. 올해로 완치 7년째를 맞은 손 씨는 전성기 못지않게 활기차게 일한다. 하지만 4개월마다 최 교수를 만나야 한다. 간 기능을 체크하고, B형 간염의 재발 여부를 살핀다. 면역 억제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 이 또한 주기적으로 투약 분량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많으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면역 기능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 장기가 공격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간암 환자는 완치 이후에도 평생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손 씨는 ‘모범 환자’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 복용을 빠뜨린 적이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지방간이 나타나면서 운동 부족을 지적받는다. 최 교수는 “완치 후 5년을 넘기면서 몸이 좋아지면 방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재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씨는 앞으로 운동량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 “간암, 증세 나타나기 전에 예방해야” 최 교수는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했다. 간암에 걸려도 악화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피로, 무기력, 오른쪽 윗배 불편,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경우 이미 암이 꽤 진행된 후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간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특히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간 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일수록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간암 환자의 70% 이상은 이런 고위험군에서 발생한다. 우선 고위험군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접종해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성관계로 감염된다. 아직 예방 백신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혈액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손톱깎이나 면도기, 칫솔을 공유하지 않는 게 좋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할 때도 1회용 장비인지 확인해야 한다. 알코올 간 질환의 경우 절주나 금주가 필수다. 고위험군이라면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으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의사와 상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간암은 재발률이 비교적 높은 암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간암 수술 환자의 절반 정도는 3년, 70%는 5년 이내에 재발하거나 새로운 암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치료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최 교수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믿고,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치료하면 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요즘 건강관리 목적으로 실내 자전거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9)는 30년 전에 그랬다. 실내 자전거는 TV 앞에 뒀다. 평소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다가도 TV를 켜면 반사적으로 자전거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타르 월드컵 TV 중계를 볼 때였다.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과의 H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자 정 교수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전반전이 끝나니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도 10분 동안 쉬었다. 이어 후반전. 황희찬 선수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2-1로 역전승을 거두자 정 교수는 환호성을 질렀다. 자전거 위에서다. 정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 전도사’로 통한다. 자신의 전공 영역인 금연과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운동 철학 때문이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일상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보탬이 되는 진짜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내 자전거 타기도 그런 철학에서 시작했다.●30년째 TV 보며 자전거 타기TV 보며 자전거 타기는 30대 초반에 시작했다. 시쳇말로 철근도 씹어 먹을 팔팔한 나이였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이유는 딱 하나. TV 보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TV 뉴스는 꼭 챙겨 봤다. 문득 TV를 시청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러닝머신(트레드밀)’을 들여놓으려 했다. 하지만 층간 소음이 걱정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찾다가 실내 자전거에 꽂혔다. 그때부터 TV 뉴스를 볼 때면 자연스레 자전거에 올라탔다. 스포츠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페달을 밟았다. 대략 50분∼1시간 동안 ‘저절로’ 운동하게 된 셈이다. 이후로는 다른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자전거를 탔다. 영화 한 편을 볼 때는 2시간 남짓 자전거를 탔다. 때로는 귀찮았고, 때로는 지쳤다. 소파의 아늑함이 그립기도 했다. 그때마다 유혹을 참아야 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 “아빠가 소파에서 TV를 보다 들키면 벌금을 낼게”라며 감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사실 정 교수는 실내 자전거 외에 여러 운동에 도전해 봤다. 헬스클럽에서 몸도 만들어 봤고, 수영장에서 레슨도 받았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 한 달을 못 넘겼다. 수영은 세 번이나 등록했지만 모두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내 자전거만큼은 달랐다. 그러니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TV를 켜면 무조건반사처럼 자전거에 앉는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이 방법을 고스톱 게임에 비유하며 ‘일타쌍피’ 건강법이라 불렀다. 운동과 휴식, 혹은 운동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한다는 뜻이다.●“연구실에 있을 때 운동량 가장 많아”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는 재미가 붙자 연구실을 리모델링했다. 책상 앞에 있던 의자를 치웠다. 그 자리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자전거 핸들에 열량 소모량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달았다. 하루에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에는 일회용 옷걸이로 책 받침대를 만들어 핸들에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며 가벼운 소설은 뚝딱 읽었다. 지금은 자전거 핸들에 또 다른 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컴퓨터 키보드와 모니터가 그 위에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려면 자전거를 타야 한다. 정 교수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한 후부터 퇴근할 때까지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 일단 자전거에 오르면 최소한 50분은 페달을 밟는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물론 진료 일정이 빡빡한 날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매주 4, 5일은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오래 있는 날이 운동량이 가장 많은 날”이라며 웃었다. 실내 자전거 타기만 30년. 효과는 어떨까. 그는 “확실하게 건강관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거의 없다.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정상이다. 게다가 신체 사이즈의 변동 폭이 거의 없다. 그는 30여 년째 키 178cm, 몸무게 75kg을 유지하고 있다.●헬스클럽 아닌 일터에서 근력 운동30년 동안 자전거를 탔기에 정 교수의 하체 근육량은 동년배 남성을 크게 앞섰다. 다만 상체 근육량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7년 전부터 상체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연구실에 턱걸이 장치를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다 엉덩이가 배긴다 싶으면 턱걸이를 했다. 처음에는 단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매달리기라도 하자고 마음먹고 계속 도전했다. 1개, 2개 늘어나더니 지난해 초에는 10개를 돌파했다. 현재는 턱걸이 15개는 거뜬해졌다. 정 교수는 연말까지 20개 돌파를 목표로 설정했다. 팔굽혀펴기도 자주 한다. 연구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10개씩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에 3회만 출입해도 30회를 하는 셈이다. 팔굽혀펴기 횟수도 점차 늘려 나갔다. 지금은 한 번 시작하면 70개는 거뜬하다. 정 교수는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두 가지만으로도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 상체 근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은 빠지면 ‘중독’되는 것일까. 정 교수는 그 밖에도 여러 운동을 한다. 산을 좋아해서 매달 한 번 정도는 꼭 등산을 한다. 2019년에 안나푸르나 트레킹도 다녀왔지만 대체로는 가까운 산을 주로 다닌다. 아파트 탁구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매주 2, 3회 저녁 시간에 1시간 반 정도 탁구를 즐긴다. 정 교수는 “1시간 반 정도만 탁구를 해도 걸음 수가 8000보 정도 된다. 돈도 별로 안 들고 부상 위험도 적은 데다 실내 운동이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가정과 직장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최고”정 교수가 현재 하고 있는 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끔 야외 운동을 하지만 대부분 실내 운동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일터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내 운동이 야외 운동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고 했다. 언제든지 바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새벽 달리기를 하겠다며 큰맘 먹고 운동화를 사 놓고도 새벽에 비가 오면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자버리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근무 시간이나 공부 시간,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주부들은 설거지할 때 스쾃 운동을 하면 된다. 뻣뻣하게 서서 허리를 구부리면 허리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살짝 무릎을 구부리고 스쾃 자세를 하면 하체 근력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에도 운동은 가능하다.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기보다는 서서 약한 강도로 스쾃을 할 수 있다. 혹은 뒷발을 살짝 들어올려 몸을 지탱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종아리 근육이 튼튼해진다. 손잡이를 안 잡고 두 다리로 버티는 것도 하체 근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건강에 좋은 식단은 따로 있을까. 정 교수는 “난 식단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며 “건강에 가장 좋은 식사법은 골고루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운동을 많이 하면 맛있는 음식이 더 생각난다. 그럴 때면 열심히 땀을 흘린 보상으로 충분히 먹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소량이지만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 결핍될 수도 있어 종합비타민제 한 종류는 먹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요즘 건강 관리 목적으로 실내 자전거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9)는 30여 년 전에 그랬다. 실내 자전거는 TV 앞에 뒀다. 평소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다가도 TV를 켜면 반사적으로 자전거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타르 월드컵 TV 중계를 볼 때였다.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과의 H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자 정 교수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전반전이 끝나니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도 10분 동안 쉬었다. 이어 후반전. 황희찬 선수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2대 1로 역전승을 거두자 정 교수는 환호성을 질렀다. 자전거 위에서다. 정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 전도사’로 통한다. 자신의 전공 영역인 금연과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운동 철학 때문이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일상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보탬이 되는 진짜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내 자전거 타기도 그런 철학에서 시작했다. ●30여 년째 TV 보며 자전거 타기 TV 보며 자전거 타기는 30대 초반에 시작했다. 시쳇말로 철근도 씹어 먹을 팔팔한 나이였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이유는 딱 하나. TV 보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TV 뉴스는 꼭 챙겨봤다. 문득 TV를 시청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시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이른바 ‘러닝머신(트레드 밀)’을 들여놓으려 했다. 하지만 층간 소음이 걱정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기구를 찾다가 실내 자전거에 꽂혔다. 그때부터 TV 뉴스를 볼 때면 자연스레 자전거에 올라탔다. 스포츠 뉴스가 끝날 때까지 페달을 밟았다. 대략 50분~1시간 동안 ‘저절로’ 운동하게 된 셈이다. 이후로는 다른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자전거를 탔다. 영화 한 편을 볼 때는 2시간 남짓 자전거를 탔다. 때로는 귀찮았고, 때로는 지쳤다. 소파의 아늑함이 그립기도 했다. 그때마다 유혹을 참아야 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 “아빠가 소파에서 TV를 보다 들키면 벌금을 낼게”라며 감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사실 정 교수는 실내 자전거 외에 여러 운동에 도전해봤다. 헬스클럽에서 몸도 만들어봤고, 수영장에서 레슨도 받았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 한 달을 못 넘겼다. 수영은 세 번이나 등록했지만 모두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내 자전거만큼은 달랐다. 그러니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TV를 켜면 무조건반사처럼 자전거에 앉는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이 방법을 고스톱 게임에 비유하며 ‘일타쌍피’ 건강법이라 불렀다. 운동과 휴식, 혹은 운동과 문화 생활을 동시에 한다는 뜻이다. ●“연구실에 있을 때 운동량 가장 많아” 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는 재미가 붙자 연구실을 리모델링했다. 책상 앞에 있던 의자를 치웠다. 그 자리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자전거 핸들에 열량 소모량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달았다. 하루에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에는 일회용 옷걸이로 책 받침대를 만들어 핸들에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며 가벼운 소설은 뚝딱 읽었다. 지금은 자전거 핸들에 또 다른 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컴퓨터 키보드와 모니터가 그 위에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려면 자전거를 타야 한다. 정 교수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한 후부터 퇴근할 때까지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 일단 자전거에 오르면 최소한 50분은 페달을 밟는다. 진료가 없는 날에는 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물론 진료 일정이 빡빡한 날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매주 4,5일 동안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오래 있는 날이 가장 운동량이 많은 날”이라며 웃었다. 실내 자전거 타기만 30여 년. 효과는 어떨까. 그는 “확실하게 건강 관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거의 없다.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정상이다. 게다가 신체의 변동 폭이 거의 없다. 그는 30여 년째 키 178㎝, 몸무게 75㎏을 유지하고 있다. ●헬스클럽 아닌 일터에서 근력 운동 30년 동안 자전거를 탔기에 정 교수의 하체 근육량은 동년배 남성을 크게 앞선다. 다만 상체 근육량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7년 전부터 상체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연구실에 턱걸이 장치를 설치했다. 자전거를 타다 엉덩이가 배긴다 싶으면 턱걸이를 했다. 처음에는 단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매달리기라도 하자고 마음먹고 계속 도전했다. 1개, 2개 늘어나더니 지난해 초에는 10개를 돌파했다. 현재는 턱걸이 15개는 거뜬해졌다. 정 교수는 연말까지 20개 돌파를 목표로 설정했다. 팔굽혀펴기도 자주 한다. 연구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10개씩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에 3회만 출입해도 30회를 하는 셈이다. 팔굽혀펴기 횟수도 점차 늘려나갔다. 지금은 한 번 시작하면 70개는 거뜬하다. 정 교수는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두 가지만으로도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 상체 근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은 빠지면 ‘중독’되는 것일까. 정 교수는 그밖에도 여러 운동을 한다. 산을 좋아해서 매달 한 번 정도는 꼭 등산을 한다. 2019년에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다녀왔지만 대체로는 가까운 산을 주로 다닌다. 아파트 탁구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매주 2,3회 정도 저녁 시간에 1시간 반 정도 탁구를 즐긴다. 정 교수는 “1시간 반 정도만 탁구를 해도 걸음 수가 8000 보 정도 됐다. 돈도 별로 안 들고 부상 위험도 적은데다 실내 운동이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가정과 직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최고” 정 교수가 현재 하고 있는 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끔 야외 운동을 하지만 대부분 실내 운동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일터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내 운동이 야외 운동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고 했다. 언제든지 바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새벽 달리기를 하겠다며 큰 맘 먹고 운동화를 사 놓고도 새벽에 비가 오면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자버리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근무 시간이나 공부 시간,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주부들은 설거지할 때 스쾃 운동을 하면 된다. 뻣뻣하게 서서 허리를 구부리면 오히려 허리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살짝 무릎을 구부리고 스쾃 자세를 하면 하체 근력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에도 운동은 가능하다. 빈 자리를 찾아 앉기보다는 서서 약한 강도로 스쾃을 할 수 있다. 혹은 뒷발을 살짝 들어올려 몸을 지탱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종아리 근육이 튼튼해진다. 손잡이를 안 잡고 두 발로 버티는 것도 하체 근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건강에 좋은 식단은 따로 있을까. 정 교수는 “난 식단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며 “건강에 가장 좋은 식사법은 골고루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운동을 많이 하면 맛있는 음식이 더 생각난다. 그럴 때면 열심히 땀을 흘린 보상으로 충분히 먹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소량이지만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 결핍될 수도 있어 종합비타민제 한 종류는 먹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