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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천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제주지역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능형 전기자동차 충전빌딩이 만들어진다.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는 제주도가 추진하는 ‘탄소 없는 섬’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300억 원을 투자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1개소의 지능형 전기자동차 충전빌딩을 구축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자동차 충전빌딩은 200∼500대 차량을 주차·충전할 수 있는 규모로 신축된다. 급증하는 전기자동차 충전 수요에 대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10월까지 연구용역을 실시해 충전빌딩의 기능과 용도, 충전설비와 부대설비 규모 등의 세부계획을 수립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이 충전빌딩은 급속 및 완속 충전을 비롯해 전기자동차 여분의 전력을 외부에 저장하는 V2G(Vehicle to Grid) 장치, 태양광·풍력발전기, 렌터카, 쇼핑몰, 스카이라운지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갖출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정비, 점검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품 등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한전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상가, 교통량, 주거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전기자동차 충전빌딩의 표준모델을 만들어 프랜차이즈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감귤 품종은 다양하다. 극조생을 비롯해 조생 만감류 금감 오렌지류 등으로 나뉜다. 조생종에 비해 다소 늦은 만감류 가운데 독보적 존재가 바로 한라봉이다. 한라봉 재배는 1990년대 중반 시작됐다. 꼭지 부분이 불룩하며 독특하고 강한 향, 높은 당도 덕분에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면서 고급 감귤의 대표주자가 됐다. 한라봉 재배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을 유지해야 하는 비닐하우스 시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깬 주인공이 박용근 씨(62)다. 그는 난방을 하는 비닐하우스 시설이 없어도 고당도의 한라봉 수확을 실현해 냈다. 17일 오후 박 씨가 운영하는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하영농원’. 비닐하우스 대신 촘촘하게 짜인 모기장 같은 하얀 방풍망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방풍망은 9300m² 규모 과수원의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간혹 다른 과수원도 방풍망 벽을 세운다. 박 씨의 과수원은 위에도 지붕처럼 방풍망이 설치돼 있었다. “한라봉은 직사광선을 직접 쬐면 당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바람입니다. 한라봉의 상품성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열매가 바람에 흔들리며 여기저기 상처를 입으면 상품으로 출하하지 못해요. 그래서 농업기술원 지도사의 조언을 듣고 방풍망을 위에도 설치했는데 효과가 너무 좋습니다.”○ 처음으로 실현한 방풍망 한라봉 방풍망의 장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겨울이나 야간에는 외부에 비해 온도가 3도가량 높을 정도로 따뜻하기 때문에 사실상 비닐하우스와 비슷한 효과를 본다. 바람이 솔솔 통하면서 신선한 공기가 공급돼 한라봉 나무는 다른 곳보다 건강하고 병해충도 덜하다. 3.3m²당 설치비는 약 6만 원. 비닐하우스 시설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견고성이다. 태풍이나 강풍 폭우가 잦은 제주의 기상 특성 탓이다. 자칫 방풍망이 찢어지거나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박 씨는 기초공사를 꼼꼼히 하는 방법으로 이겨냈다. 박 씨는 “시설물이 무너지면 철거하고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처음에 돈을 더 들여서라도 기초를 단단히 해야 한다”며 “방풍망을 지탱하는 파이프 지주를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닌 땅속 암반에 박는 조건으로 공사를 맡겼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그동안 여러 차례의 태풍과 폭설을 무사히 견뎌냈다. 2014년 박 씨는 4∼6년생 한라봉 나무를 심었다. 보통 2, 3년생을 심지만 일부러 잔뿌리가 많은 나무를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뿌리내리길 바라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상품으로 내놓기에 다소 부족했지만 이듬해 1500kg을 수확했다. 올해는 9000kg을 생산해 5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무럭무럭 자라는 한라봉 나무 덕분에 3, 4년 내 연간 2억5000만 원의 소득이 예상된다. 박 씨의 한라봉은 14∼16브릭스(Brix·100g에 들어 있는 당 함량 단위)로 당도가 높다. 16브릭스는 꿀과 비슷한 수준이다. 향기도 진해 직거래를 통해 금방 팔려나간다. 비닐하우스 시설에서 생산된 한라봉보다 가격도 20%가량 높다. 그는 상대적으로 먼저 익는 나무 위 열매부터 수확해 1월 중순에서 3월까지 순차적으로 출하한다. 박 씨는 “남보다 먼저 출하하려는 조급함, 중간 상인의 농간 등으로 덜 익거나 강제 착색한 한라봉과 감귤이 시장을 흐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꼼꼼한 준비와 충분한 정보는 필수 박 씨는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가 고향이다. 젊은 시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근로자로 일했다. 1984년 그는 누나가 있는 경북 포항시에 정착한 뒤 평소 취미였던 화초 키우기를 활용해 ‘삼다난원’을 운영했다. 한파로 난이 모두 동사해 커피전문점을 창업하기도 했다. 그러다 자녀가 모두 서울로 떠나고 아내(56)의 건강이 악화되자 귀촌 귀농을 결심했다. 2013년 고향으로 온 박 씨는 한라봉 농사를 선택했다. 불과 4년 만에 박 씨의 과수원은 한라봉 본거지인 서귀포에서 전문가들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박 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 회장을 맡아 다른 사람들의 귀농을 돕고 있다. 그는 “귀농 대출이나 보조 등 지원 내용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농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종잣돈을 날릴 수 있다”며 “미리 충분한 정보를 얻고 자문한 뒤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새로운 대중교통체계가 26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심은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시 번화가에 대중교통 우선차로제가 처음으로 도입되고 시내·외 버스가 통합된다. 현재 18%에 머물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3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23일 오전 5시부터 신제주입구교차로∼제주국제공항 입구 도로에서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시범 운영한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이주민 유입도 늘면서 도민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전국 평균 0.422대보다 훨씬 많은 0.532대로 전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위다. 교통체증, 불법 주·정차, 교통사고 등이 잇따르고 일부 도로의 통행 속도는 서울 도심권 평균 속도에도 못 미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제주도는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대중교통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버스를 자가용보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중앙차로제와 가로변차로제 등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다. 24시간 운영되는 중앙차로제 구간은 노선버스, 전세버스, 택시, 긴급 자동차 등만 통행이 가능하다. 1차로가 전용차로인 구간은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2.7km, 공항 입구∼해태동산 구간 0.8km이다. 인도 옆 차로를 전용차로로 이용하는 가로변차로제 구간은 제주시 무수천사거리∼제주국립박물관 구간 11.8km이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7∼9시, 오후 4시 반∼7시 반으로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제외다. 제주도는 우선차로제 시행으로 버스운행 평균 속도가 현재의 시속 13km에서 최대 시속 23km 정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내·외 버스 통합으로 제주 전역을 시내버스 요금(1200원)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제주국제공항과 버스터미널, 읍면환승정류장을 연결하는 급행버스 12개 노선을 신설해 자가용, 렌터카 등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공항을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기본요금은 2000원으로 최대 4000원을 넘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힌 644개 버스 노선을 149개로 단순화하고 4개 권역 읍면 지역은 공영버스가 운행한다. 제주 동부지역인 구좌읍 송당리, 서부지역인 안덕면 동광리에는 주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순환버스 노선이 각각 신설된다. 대대적인 대중교통 변화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관련 시설공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상당 기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차로제 공사는 이달 중순 완료 예정이었지만 광통신망, 우수관 이설로 광양사거리∼법원사거리 구간은 개통 시기가 10월 말로 연기됐고 환승센터, 환승정류장 시설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또 중앙차로제 구간에서 U턴이 불가능해지면서 자가용 운전자는 이면도로 등으로 진입한 뒤 방향을 바꾸는 P턴을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가로변차로에서는 자가용 운전자가 이면도로로 우회전하기 위해 실선과 점선구간을 확인해야 한다. 제주도는 노선 안내책자, 학생용 포켓북, 모바일 검색 웹 서비스 등을 통해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홍보하기로 했다. 또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는 출퇴근 시간에 정류소 안내도우미를 운영하기로 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세계섬문화축제 개최가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제주도는 세계섬문화축제 개최와 관련해 도민 공감대 및 준비 기간 부족으로 내년 지방선거 후 개최 시기를 논의한다고 21일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 민선 6기 후반기 6대 중점 문화예술 정책의 하나로 세계섬문화축제를 선정한 뒤 1차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는 ‘세계섬문화축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세계섬문화축제를 잘 활용하면 중국인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세계섬문화축제를 부활하지 않으면 중국 하이난(海南)이나 일본 오키나와(충繩) 등에 ‘세계섬문화’ 브랜드를 빼앗길 수 있다”고 축제 부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축제 부활의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쟁이 가열됐고 제주도의회는 폭넓은 도민 의견 수렴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최근 도민 5802명, 관광객 1247명 등 7049명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필요 54%’ ‘불필요 21%’ ‘모르겠다 25%’로 나타났다. 김홍두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지방선거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여건도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세계섬문화축제는 1998년 제1회, 2001년 제2회 개최 후 중단됐다. 막대한 예산 투입과 20일 이상 진행된 축제에 비해 세부 프로그램 부족, 운영 미숙, 수익사업 남발, 관광객 유치전략 실패 등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고 비용 처리 등을 놓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도보여행의 대명사로 떠오른 ‘올레길’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는 다음 달 7일 오후 7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제주올레 토크콘서트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올레길에 힘을 보탠 후원자들을 초대해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년에 대한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다. 제주이주 10년 차인 가수 장필순이 공연을 한다. 제주올레는 표지 정비 등 올레길 관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0월 24일까지 26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카카오 스토리 펀딩’을 진행한다. 제주올레를 걸으며 새로운 삶을 만난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가 연재 형식으로 올려진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뒤 항암 치료 대신 4대가 함께 올레길을 완주하며 건강한 삶을 살게 된 가족 등이 소개된다. 스토리 펀딩 참여자에게는 후원 금액에 따라 제주올레 10주년 기념 배지 및 이야기책,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상품권, 기념품 등이 제공된다. 선착순 100명에게는 토크콘서트 초대권을 준다. 제주올레길은 2007년 9월 7일 1코스(시흥초∼광치기해변)가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매년 1∼5개 코스가 개장했다. 2012년 11월 24일 21코스(해녀박물관∼종달바당)를 끝으로 제주를 구석구석 연결하는 도보여행길이 완성됐다. 올레길은 현재 정규 코스 21곳을 비롯해 부속 섬, 산간 등지 알파코스 5곳 등 모두 26개 코스, 425km에 달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관광공사는 17일 ‘제주의 속살, 중산간을 탐닉하다’를 주제로 9월의 관광추천 10선을 발표했다. 새로운 버스체계 개편으로 접근성과 편리성이 높아진 중산간에서 즐길 수 있는 마을, 트레킹, 자연, 관광지, 음식 등을 선정했다. 해발 200∼600m 지역의 중산간은 과거에는 농업, 목축, 수렵, 화전 등지로 활용됐다. 제주관광공사는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편안한 휴식을 주고 느린 여행으로 남은 하반기 계획을 정리하기에 좋은 중산간 지역을 주목했다. 이번에 선정한 10선은 저지리 마을, 가시리 마을, 환상숲 곶자왈, 동백동산과 습지, 서부지역 관광지 순환버스, 동부지역 관광지 순환버스, 금오름, 거슨세미오름과 송당목장, 머체왓숲길과 서중천 등이다. 먹거리로는 지방은 적은 대신에 단백질 함량이 높은 말고기와 중산간에서 자란 채소, 나물이 듬뿍 담긴 산채비빔밥을 꼽았다. 저지리 마을에서는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가시리 마을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 등을 볼 수 있다. 용암 암괴에 형성된 자연 숲인 곶자왈, 화산폭발로 분화구를 품고 있는 오름은 자연생태공원이나 다름없다. 동백동산은 곶자왈과 습지보전지역이 함께 있으며 편백나무와 삼나무에서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머체왓숲길도 인상적이다. 버스체계 개편으로 동부 및 서부지역 순환버스를 타면 관광지 등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653년(조선 효종 4년) 8월 16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상선 스페르버르호가 일본으로 가던 중 거센 풍랑을 만나 제주 해안에서 난파됐다. 당시 승선원 64명 가운데 28명이 익사했고 나머지 36명은 조선에 억류됐다. 제주에 표착한 뒤 13년 동안 억류됐던 이 배의 서기였던 헨드릭 하멜(1630∼1692) 등 8명은 일본으로 탈출했다. 하멜은 고국으로 돌아가 조선에서 겪은 경험담을 기록한 ‘하멜표류기’를 남겼다. 유럽에 조선을 알린 최초의 자료다. 이 표류기는 관원에게 체포된 경위를 비롯해 제주, 한양, 강진, 여수 등지로 끌려 다니며 겪은 군역, 감금, 태형 등을 소상하게 담고 있다. 부록인 ‘조선국기(朝鮮國記)’에서는 당시 지리, 풍토, 경치, 군사, 교육, 무역 등에 대해 하멜이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했다. 하멜 일행은 제주에서 10개월 동안 감금됐다가 한양으로 호송됐으며 전라도 여수에서 유배 도중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탈출한 뒤 네덜란드로 귀국했다. 스페르버르호 난파 당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졌다. 해양탐험문화연구소와 하멜기념사업회, 신도2리 마을회 등은 16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해안에 ‘하멜 일행 난파희생자위령비’를 세웠다. 높이 2∼3m, 너비 1m 크기의 위령비 옆에 하멜표류기 속 난파 당시 모습을 새긴 돌도 설치됐다. 이들 단체는 하멜 일행의 표착지가 그동안 알려진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이 아니라 대정읍 신도2리 해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머리해안에는 1980년 한국국제문화협회라는 단체와 네덜란드의 역사문화재단이 제주도 등의 후원을 받아 기념비를 세웠다. 2003년에 인근에 스페르버르호를 재현한 상선 모형을 세워 관광지로 조성했다. 상선 모형을 제작한 배경에는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의 인기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하멜 일행 표착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됐다. 1694년(숙종 20년)부터 2년 동안 제주 목사를 지낸 이익태가 쓴 ‘지영록(知瀛錄)’이 1997년 한글로 번역, 출간되면서 하멜 일행의 표착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지영록은 하멜 일행의 난파 지점을 ‘차귀진하 대야수연변(遮歸鎭下 大也水沿邊)’으로 적시했다. 국립제주박물관이 2003년 마련한 ‘항해와 표류의 역사’ 특별전에서 대야수연변은 대정읍 신도리에서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 사이 해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14년 하멜기념사업회 등은 지영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멜 일행의 이동거리와 시간을 분석하고 현장을 답사한 결과 표착지를 신도2리 해안으로 규정했다. 용머리해안에 하멜기념비가 세워진 이유는 하멜표류기에 ‘정오를 지나 그간 머물고 있던 해안가를 출발해 4마일을 걸어서 저녁 전에 대정현청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머리해안은 대정현청에서 동쪽으로 직선거리가 6km가량 떨어져 하멜표류기 내용과 얼추 비슷하다고 보고 기념비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증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표착지인 신도2리 해안은 대정현청에서 서쪽으로 8km가량 떨어져 있다. 채바다 해양탐험문화연구소장은 하멜 표착지를 신도2리 해안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 소장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청년들의 넋을 기리고 하멜 일행이 보여준 도전과 개척정신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위령비를 세우게 됐다”며 “이제 제주도가 나서서 하멜 일행 표착지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다음 달 9일 제주시 구좌체육공원 일대에서 제주국제사이클링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자전거를 타며 즐기는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페스티벌은 경쟁 및 비경쟁 부문으로 진행된다. 경쟁 부문은 20세 이상, 비경쟁 부문은 8세 이상이면 참가가 가능하다. 경쟁 부문은 구좌체육공원을 출발해 월정리, 평대리, 세화리, 하도해수욕장, 종달리, 성산포, 수산리, 만장굴, 덕천리를 거쳐 시작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총 60km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경쟁을 펼치며 제주의 해안과 오름을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었다. 제한시간은 3시간이다. 비경쟁 부문은 ‘자전거 투어’로 진행한다. 구좌체육공원을 출발해 월정리, 평대리, 세화리를 거쳐 반환점인 해녀박물관을 돌아 구좌체육공원으로 돌아오는 30km 코스로 탁 트인 해안도로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비경쟁 부문은 기록과 상관없이 최다 참가상, 최고령 참가상, 외국인 특별상 등을 수여한다. 참가 접수는 18일까지다. 064-750-2543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가 부분 개장을 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사업의 골격을 차지하는 제주신화월드는 홍콩 상장법인 란딩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국내 자회사 람정제주개발㈜이 맡아 조성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다. 지금까지 1조3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2019년까지 1조 원을 추가 투입한다. 람정제주개발은 다음 달 30일 제주신화월드의 신화테마파크 7개 존 가운데 3개 존을 우선 개장해 15개 놀이기구와 오락시설 등을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인 투바앤의 히트작인 라바, 오스카의 오아시스, 로터리파크 등 인기 캐릭터를 테마로 다양한 음식과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제주신화월드 홍보대사이자 그룹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과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케이팝엔터테인먼트센터는 10월 개장 예정으로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인한 GD카페와 볼링장 등이 들어선다. 제주신화월드의 첫 숙박시설인 서머셋 제주신화월드가 4월 문을 연 데 이어 랜딩호텔은 11월, 메리어트 리조트&스파는 12월에 각각 개장하는 등 올해 말까지 1300여 실을 보유한다. 람정제주개발 측은 하얏트리젠시제주호텔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랜딩카지노를 올해 말까지 제주신화월드로 이전하기 위해 이전운영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여름 워터파크 개장과 최고급 수준의 숙박시설 등을 확충해 2019년 250만 m² 규모로 국내 최대의 테마파크 복합리조트를 완성한다. 임택빈 람정제주개발 수석부사장은 “완전 개장하면 임직원이 5000명 이상으로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며 “중국은 물론 일본과 동남아 지역 관광객을 끌어들여 세계적 수준의 복합리조트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여름을 관악의 선율로 물들이는 ‘제22회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2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8일 개막했다. 올해 관악제와 콩쿠르에는 22개국 3700여 명이 참가해 제주아트센터와 제주해변공연장, 서귀포 예술의전당,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 서귀포관광극장 등 제주지역 곳곳에서 공연과 경연이 펼쳐진다. 올해는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소개하는 ‘해녀와 함께하는 제주국제관악제’가 마련됐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해녀마을과 서귀포시 해녀마을인 대평리 난드르공연장 등에서 해외 관악단과 해녀공연팀의 협연이 펼쳐진다. 추자도와 가파도에서는 주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섬 속의 섬’ 공연이 진행되고 미술관, 도서관, 북 카페 등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에서 펼쳐지는 ‘밖거리 음악회’도 마련된다. 광복절인 15일에는 시가 퍼레이드와 경축 음악회가 열린다.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는 트럼펫, 호른, 테너트롬본, 금관5중주 등 4개 부문에 205명의 젊은 관악인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친다. 이 대회는 2009년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돼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현을생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장은 “국제행사로서 쌓아온 관악을 기반으로 제주의 문화와 융합하며 제주문화의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올 하반기부터 비(非)상품 감귤이라도 당도가 높으면 시장에 유통할 수 있다. 제주도는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 당도 10브릭스(Brix·100g에 들어있는 당 함량 단위) 이상 감귤에 대해서는 크기와 무게에 상관없이 시장에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고 7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직경 49∼71mm, 무게 53∼136g인 감귤만 출하 가능했고 나머지는 비상품으로 규정해 시장 유통을 금지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당도가 높은 감귤 생산 농가가 늘어나고 소비도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감귤 외형에 변화를 주지 않고 광선을 비춰 당도를 측정하는 광센서 선별기가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지역 선과장(選果場) 443곳 가운데 9.7%에 불과한 농협 30곳과 영농법인 13곳에만 광센서 선별기가 있다. 제주도는 소규모 광센서 선별기 9대 설치사업을 공모했다. 선별기 대당 가격은 6억8000만 원으로 국비 및 지방비 보조금 외에 2억7200만 원을 스스로 부담하는 조건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10브릭스 이상 감귤에 대해서는 당도 표시를 하고 광센서 선별기가 없는 선과장에서는 종전대로 크기와 무게를 제한한다”며 “선과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소규모 선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추가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량이 제주도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는 25일 오후 제353회 임시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한국공항㈜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한국공항 측에서 추진한 다섯 번째 증산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이에 앞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하수 취수량을 하루 100t에서 150t으로 50t을 더 늘려달라는 한국공항 요구에 대해 ‘30t 증산’으로 수정 가결했다. 한국공항은 2011년부터 지하수 취수량 신청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한국공항은 항공기 승객 수요가 늘면서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공급하는 기내용 먹는 샘물인 ‘제주퓨어워터’ 생산량 증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50t 추가 증산 신청을 원안 가결했으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30t 증산으로 허용하면서 지하수 오염·고갈 방지 모니터링, 각종 지역사회 공헌사업 등의 부대조건을 달았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국제선 승객이 1년에 1900만 명 수준이지만 이 중 1000만 명은 제주퓨어워터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지하수 추가 증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증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의 이익 실현 수단으로 지하수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제주특별법상 지하수 ‘공수화(公水化)’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증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은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 외에는 먹는 샘물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특별법 시행 이전 지하수 개발과 이용 허가를 받은 회사(한국공항)는 기득권을 인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1993년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한국공항에 1일 200t의 지하수 취수를 허가했다가 1996년 1일 100t으로 감량했다. 임종도 한국공항 상무는 “1993년 처음 도의회 동의를 받을 당시 취수 허가량인 1일 200t은 한국공항의 기득권이다”며 “1일 200t으로 환원된다면 더 이상 증량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백록담 남벽 탐방로 재개방에 따른 지질, 생태적 훼손은 미미하다는 용역 보고가 나왔지만 제주지역 환경단체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탐방로 시설의 안정성 등에 대한 정밀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재개방 사업은 답보 상태다. 당초 예상했던 내년 3월 남벽 탐방로 개방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제출받은 ‘한라산 남벽 탐방로 개방시설에 따른 암반훼손 저감방안 용역보고서’에서 남벽을 개방해도 암벽 붕괴 등의 위험 요인이 없고 한라산 경관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 계속 반대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추가로 의견수렴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탐방로 재개설 공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관련 절차를 밟지 못해 내년 3월 개방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남벽 탐방로 재개방 계획구간은 남벽 통제소(해발 1600m)∼백록담 동능 정상까지 861.4m이다. 용역진은 남벽 탐방로 가운데 기존 돌계단 이용구간 161.7m를 제외한 699.7m를 덱(deck) 시설로 제안했다. 덱은 경사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성하도록 했다. 기초지반이 흙과 자갈 등으로 이뤄진 퇴적암 지대는 콘크리트로 기초를 다질 것을 제안했다. 용역진은 재개방 구간에 암벽 등은 분포하지 않아 붕괴 등의 위험요인은 없으며 지반 변형이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암반과 토사 등 현지 지형에 맞는 기초형식을 채택하도록 주문했다. 조사책임을 맡은 이창섭 ㈜동해이엔지 대표는 “송이(화산쇄설물)로 이뤄진 퇴적층 구간은 현재도 침식이 진행되고 있어서 방치하면 오히려 훼손지역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남벽 탐방로 복원사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용역결과에 대해 토사 붕괴에 따른 덱 시설의 안전성을 비롯해 콘크리트 타설 문제, 환경파괴 등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됐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백록담 남벽 부근 훼손지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덱 개설사업을 하면 훼손, 파괴를 더욱 극심하게 몰아간다”며 “멸종위기식물이 자생하는 남벽에 식생영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덱을 만들어 개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남벽 탐방로는 오르막이 심한 난코스이지만 한라산의 비경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남벽 탐방로에 서면 산철쭉이 붉은 융단처럼 펼쳐지는 장관이 일품이고 서귀포시 해안선 등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벽 탐방로를 재개방하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관음사 등의 5개 탐방로가 모두 연결된다. 제주도는 남벽 탐방로가 한라산 탐방을 ‘사통팔달’로 열어주는 역할을 하며 탐방객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판악탐방로에 탐방객이 몰리면서 빚어지는 주차난, 교통체증, 환경오염 및 파괴, 오수처리용량 초과 등에 대한 대책이기도 하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남벽 탐방로가 있어야 탐방객 총량제, 사전예약제, 탐방로별 휴식년제 등 한라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책을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며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 주장한 부분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뒤 올해 하반기 남벽 탐방로 재개방 시기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남벽 탐방로는 1986년 개설됐지만 퇴적층 등의 지질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돌계단 조성, 탐방객 답압, 폭우 등으로 붕괴 현상이 발생해 1994년 4월 통제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유배인은 불행했지만 제주는 행복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양진건 제주대 교육학과 교수(60)는 중국 송나라의 대표 시인인 소동파(蘇東坡)의 하이난(海南)섬 유배생활을 놓고 ‘동파는 불행했지만 하이난은 행복했다’는 말을 인용해 유배문화가 제주에 끼친 영향을 표현했다. 제주에 갇힌 유배인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지만 제주사람들은 유배인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물과 학문을 익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제주 유배문화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양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배와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인물이다. 20일 오후 제주시 ‘오현단’에서 양 교수를 만났다. 오현단은 조선시대 제주의 문화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다섯 명을 모신 제단이다. 다섯 명은 제주에 파견된 관리였던 청음 김상헌, 규암 송인수와 유배를 온 충암 김정, 동계 정온, 우암 송시열 등이다.○ 유배의 섬 제주도 한반도의 많은 섬 가운데 제주도는 멀고 크고 궁벽했기 때문에 정치적 추방이나 격리를 위한 최적의 유배지였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300∼500명(추정)을 감금하고 유폐시켰던 섬이다. 이런 유배인과 제주사람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관계를 맺으면서 형성된 독특한 문화양식이 제주 유배문화라고 할 수 있다. 유배는 전 세계적으로 역사가 꽤 오래됐다. 중국에서는 기원전(BC) 1600년부터 BC 1100년까지 번성했던 은나라에서 유배형 기록이 있다. 서양에서는 BC 487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위험인물을 비밀투표로 추방했던 도편추방제가 시행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는 삼국사기에 유배 기록이 처음 나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유배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15, 16세기에는 벼슬아치 네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유배를 당했는데 이름난 벼슬아치치고 유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당쟁이 격화되면서 유배 장소는 한양과 더 멀어졌고 돌아오기 힘든 곳으로 정적을 내몰았습니다. 결국에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절해고도인 제주도로 유배를 보내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제주에 유배된 대표적인 인물에는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제주에서 생을 마감한 광해군, 성호 이익, 면암 최익현, 승려 보우, 천주교도 정난주 등 당대의 이름난 사상가나 종교인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추사는 제주 유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제주 유배 8년 3개월 동안 모진 고난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그렸고 추사체를 완성했다. 그가 표현했듯이 ‘벼루 10개의 밑창을 냈다’고 할 정도로 서예와 학문에 매달리게 한 것이 유배였다. 유배인들에게 주목할 점은 교육활동이다. 추사를 비롯해 여러 유배인들은 제주사람들에게 ‘책을 읽히고 가르치는’ 활동을 했다. 갇혀 지내던 제주사람들이 세상에 눈을 뜨는 통로였던 셈이다. “유배문화의 가장 큰 가치는 문학적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주 유배인들이 남긴 한시나 가사, 서간, 기행문 등의 양과 질은 독자적인 ‘제주 유배문학’으로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양 교수는 “추사체나 전각, 세한도 등 제주 유배문화의 예술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되고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 등 유배문화를 활용한 문화산업적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배문화를 관광콘텐츠로 해외에서는 유배문화나 유적을 활용한 관광산업이 한창이다. 세인트헬레나섬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황제가 6년 동안 유배생활을 한 곳이다. 마니아들은 관련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만들면서 세인트헬레나 커피를 세계 3대 커피의 하나로 만들었다. 파트모스섬은 예수의 제자인 성 요한이 유배돼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을 집필한 곳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양 교수는 2009년 제주대 사회교육대학원에 스토리텔링학과를 개설하고 스토리텔링연구개발센터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배문화와 관광콘텐츠 접목을 시도했다. 도보 여행길인 제주 유배길을 조성했고 유배영화제, 유배음악회, 유배꽃차 전시회 등을 개최했다. ‘광해, 빛의 바다로 가다’는 타이틀의 음악 창작극을 발표하고 추사 유배지 생생체험 프로그램, 추사밥상 등을 선보였다. 양 교수는 ‘제주유배문화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 사업’으로 2012년 대통령상을, 2012년부터 2년 연속 제주대 최우수 교수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양 교수가 유배문화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제주대 국어교육학 교수를 지낸 부친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주와 관련된 한시 등의 작품을 수집하고 제주에 유배를 온 사대부의 기록을 모으셨어요. 돌아가시고 난 뒤 자료를 기증하기 위해 정리하다가 ‘내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수집 자료를 토대로 한 ‘제주 유배인의 독서활동 연구’로 제1회 한국교육사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유배문화 연구에 깊이를 더해 가던 2001년 6월 양 교수는 교내 주차장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동료 교수의 운전 미숙으로 3차례나 들이받혔다. 얼굴을 제외하고 온몸이 부서질 정도의 큰 부상을 입었다. 마치 물속으로 슬며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 여러 차례 수술과 재활 끝에 걸을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됐지만 한쪽 다리는 지금도 불편하다. 몸이 온전하지 못하자 외부 출입을 꺼리며 스스로 ‘유배’를 시켰다. 독서만이 유일한 낙이었다. 마치 제주 유배인이 그랬던 것처럼 책에 빠져들었고 그 속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당시 고충석 제주대 총장이 입학처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양 교수의 평소 지론이었던 제주대 사범대와 제주교육대 통합의 책임이 주어진 것도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요인이었다. “강제적 유배는 조선시대에 끝났지만 화가 이왈종, 가수 장필순, 이효리처럼 스스로 제주에 들어오는 ‘자발적 유배인’, ‘셀프 유배인’이 늘고 있습니다. 문화이주, 귀농, 귀촌 등 다양한 문화를 ‘새로운 제주 유배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배가 과거처럼 폐쇄, 감금, 고독의 의미가 아니라 힐링, 휴식, 창조라는 새로운 생명적 화두를 얻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민과 이주민의 상생협력에 대한 지혜도 유배문화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수년 전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아담한 작업실을 마련한 양 교수는 주말이면 이곳에서 독서와 집필을 하고 있다. 어음리를 유배인의 정신과 전통을 이을 수 있는 ‘책 마을’로 조성하고 저자 특강이나 책 플리마켓, 책 영화제, 마을창고를 활용한 헌책방 등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은 유배문화를 연구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 유배의 대표적 인물인 추사 김정희와 관련해 서귀포시 대정읍에 추사적거지 재정비 및 추사기념관 건립이 이뤄졌지만 유배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기에는 시설이나 콘텐츠에 한계가 있다. 추사기념관은 제주도 공영관광지 운영 평가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고 연간 2억 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 스토리텔링연구개발센터에서 유배문화 연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유배문화를 알리는 데 상당히 기여했지만 시설이나 시스템의 한계로 프로그램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 유배문화의 활용과 이해를 위해 추사기념관을 민간에 위탁해 유배문화 콘텐츠를 융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민간에서 추사기념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 제주유배문화관 건립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유배 관련 자원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새로운 관광과 문화산업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다음 달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 제주시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인 제4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 대회를 후원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아마추어 골퍼와 대회 참가 프로선수가 함께 라운딩을 하는 프로암 행사를 도민에게 개방하기 위해 24, 25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제주도민 골퍼를 대상으로 ‘프로암 출전 도민선발대회’를 개최한다. 제주지역 골프 꿈나무 대상 프로암 행사 초청 인원을 12명에서 올해는 16명으로 늘렸다. 올해 대회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종 행사와 콘서트를 연계한 복합 골프축제로 펼쳐진다.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FC와 협업을 통해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를 알린다. ‘삼다수 데이(DAY)’로 지정한 22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 삼다수 마스터스 대형 현수막과 포스터, 홍보탑을 세우고 골프 관련 시축 등을 한다. 제주유나이티드는 구단 사인 볼과 티셔츠 등을 경품으로 내놓는다. 다음 달 4일부터 6일까지 제주시 탑동광장에서는 도민과 관광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골프축제가 열린다. 소규모 콘서트를 비롯해 골프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부스를 운영하고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와 감귤주스, 제스피 맥주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6억 원, 우승상금은 1억2000만 원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 선수를 비롯해 장하나 고진영 등 국내 정상급 선수가 출전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을 위해 추진하는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지역 대학생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는 도심 공공용지의 적절한 활용 방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정치권에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꼼수라고 비난하는 등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제주국제대와 제주관광대 제주한라대 등 3개 대학 총학생회는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지역 집값과 임대료 상승은 청년들의 주거비 압박으로 이어져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점차 주거 약자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행복주택 건설은 청년과 학생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며 환영했다. 입주 대상자 대부분이 교통 약자이기 때문에 교통난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학생들의 지지 의사에 대해 제주경실련은 13일 “행복주택은 단비가 아니라 태풍 폭우가 돼 청년과 미래세대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며 “행복주택 사업은 정부가 주도하고 지방정부가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주도가 주도하면서 귀중한 공공자산을 소모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경실련과 주민 등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민복지타운을 광장이나 공원, 공공기관 용지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달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슬로건으로 ‘청년이 웃는 도남 해피타운’을 내걸고 건축계획을 확정했다.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이전 용지 4만4707m² 가운데 30%인 1만3000m²에 젊은층을 대상으로 행복주택 700채와 65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공공실버주택 80채 등 총 780채의 공공 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지하 2층, 지상 10층, 연면적 10만3185m² 규모로 총 투자금은 980억 원이다. 2018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0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다. 행복주택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대학생에게 우선 공급되고 최대 6년간 거주가 가능하다. 지상 1층은 공공도서관, 국·공립어린이집 등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시민복지타운의 남은 용지 30%에는 공공기관이 들어서며 나머지 40%를 공원으로 조성한다. 시민복지타운은 제주시 청사를 이전하기 위해 조성됐지만 예산 확보 어려움, 시민 반대, 정부의 청사 신축 통제 등으로 2011년 백지화된 후 관광환승센터나 비즈니스센터 등 여러 가지 활용 방안이 나왔으나 공공성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 원 지사가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임대주택 건설 구상을 밝힌 후 본격적으로 행정 절차를 밟았다. 원 지사는 최근 정책회의에서 “폭등한 주택 가격 때문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들이 인생 설계, 출산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며 “그래도 제주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시민복지타운의 행복주택과 달리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추진하는 행복주택 402채, 임대주택 391채 등 793채 규모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행복주택에 대한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졌으며 올해 말 착공해 2019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섬 속의 섬’으로 유명한 제주시 우도에 외부 렌터카와 전세버스 통행이 금지된다. 제주도는 우도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등록지와 차고지가 우도면이 아닌 대여사업용(전세버스·렌터카) 자동차 운행을 다음 달 1일부터 1년 동안 제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7월 말까지는 관광객 등이 렌터카를 타고 배를 통해 우도까지 차량을 가지고 갈 수 있지만 8월부터는 불가능하다. 제주도 등록 일반차량은 우도 진입이 가능하다. 운행 제한 기간은 재연장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운행 제한 명령을 위반할 경우 대당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서 5월 12일 공고한 ‘우도면 내 일부 자동차 운행 제한 명령’에 따라 신규 대여사업용 자동차와 이륜자동차(스쿠터) 등을 등록할 수 없다. 제주도는 외부 렌터카와 전세버스 등의 통행을 제한하면 우도의 하루 차량 운행이 시행 전 3223대에서 40%가량 줄어든 1964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미 사업허가를 받고 운행하고 있는 우도 내 렌터카와 이륜자동차 업체 등과 협의해 렌터카 차량 100대 중 30대, 이륜차인 스쿠터를 300대 이상 감축할 계획”이라며 “우도종합발전계획을 세워 우도면민과 방문객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소방장비 납품비리와 관련해 제주지역 소방공무원 102명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검은 소방장비 구매 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아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유용한 소방공무원 강모 씨(49·소방령) 등 8명을 사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안모 씨(45·소방위) 등 5명을 약식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장비구매와 관련해 서류 부실기안, 결재 등으로 연루된 소방공무원 88명은 형사처분 대신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비위 통보했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소방공무원 강모 씨(36)에게 사기 혐의를 추가했고 소방장비 납품업자 김모 씨(53)를 조세법처벌법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장비를 납품하면서 대금 1억 원가량이 부풀려졌다. 이 중 20%는 납품업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고 나머지를 소방공무원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공무원들은 빼돌린 대금을 부서 회식비나 각종 행사비로 사용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방문객의 발길이 끊긴 조각공원이 각종 조명을 이용한 최첨단 일루미네이션 아트와 특수 장비를 설치한 야간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아라홀딩스(대표 장선형)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조각공원에 미디어 테마 파크인 ‘포레스트 판타지아’를 조성하고 15일 개장한다고 밝혔다. 1.8km에 걸쳐 최첨단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초대형 일루미네이션 아트, 특수조명 및 음향이 어우러져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이 40m에 이르는 순록 무리와 범고래, 바오바브 나무 등 일루미네이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다. 일루미네이션 아트에 사용된 발광다이오드(LED) 개수만 3000만 개에 달한다. 400여 대의 투광기,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1000여 대의 특수조명, 120여 개의 스피커가 설치돼 제주에서 가장 화려한 야경을 선보인다. 포레스트 판타지아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주제에 걸맞게 모든 전시물에 친환경 제품을 사용했다. 기획, 연출을 맡은 윤정헌 총감독은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테마 파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야간 개장은 오후 6시 반부터 밤 12시까지로 관람 소요 시간은 90분 정도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