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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단행된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에 탈락한 사법연수원 22기, 23기 간부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가운데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이완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56·23기)과 김영종 수원지검 안양지청장(51·23기)은 현 정부의 검찰 인사를 완곡하게 비판하는 사직 인사를 남겼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이 지청장은 지난달 31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의 근본 원인은 인사 제도”라며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면 외부적으로 검찰이 청와대 편이라는 인상을 주므로 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은 검찰 인적쇄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이유로 청와대 주도로 전례 없는 인사가 몇 차례 행해졌다”고 주장했다. 김 지청장은 사직 인사글에서 “최근 어느 기자가 ‘검찰의 봄날은 갔다’고 했지만 내 기억엔 검찰에 봄날은 없었다”며 “진정한 봄날을 만드는 데 제대로 기여하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고 적었다. 김 지청장은 수원지검 검사로 근무하던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다고 하면서 “왜 전화를 거셨느냐”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강경석 coolup@donga.com·배석준 기자}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명단에서 그동안 검사장을 가장 많이 배출했던 경기고 출신 명맥이 끊어졌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자 중 경기고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유일한 경기고 출신 현직 검사장이었던 유상범 광주고검 차장검사(51·사법연수원 21기)가 좌천성 인사를 당하고 지난달 28일 검찰을 떠나면서 법무·검찰 고위간부 중 경기고 출신은 한 명도 안 남게 됐다. 경기고는 역대 345명의 검사장 가운데 가장 많은 43명(12.0%)을 배출했다. 경북고(31명)와 전주고(13명), 부산고(13명)가 그 뒤를 이었다. 검찰 고위간부 그룹에서 경기고 출신이 사라진 건 1974년 서울과 부산 지역부터 도입된 고교 평준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59·12기)과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황교안 전 총리(60·13기)가 1976년 경기고를 졸업한 마지막 ‘비평준화 세대’다. 비평준화 시절 경기고를 다닌 검사들이 현직에 남아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경기고 출신은 법무·검찰에서 실세로 통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김준규 전 검찰총장(62·11기)과 천 전 지검장을 비롯해 이준보 대구고검장(64·11기) 등 경기고 출신이 다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첫 조각 당시 황 전 총리가 법무부 장관에, 그의 경기고 선배인 김학의 전 대전고검장(61·14기)이 법무부 차관에 동시에 임명됐다. 고교 평준화는 경기고, 경북고, 전주고, 부산고, 광주일고 등 역대 검찰 인사에서 많은 검사장을 배출한 고등학교 출신 검사 임용자의 축소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그 여파가 나타나지 않았다. 매년 검사장 승진자 10여 명 중 다수가 이들 학교 출신이었다. 하지만 검사장 승진 대상자 대부분이 고교 평준화 세대로 바뀐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그 수가 매년 1, 2명으로 크게 줄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참여연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간했던 ‘검찰 보고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참여연대 출신이 새 정부의 권력 핵심에 대거 포진한 만큼 참여연대의 시각이 검찰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013년 6월과 올해 4월 각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주요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종합보고서를 냈다. 올해 4월 보고서 발간을 기념해 열린 토크 콘서트 때는 당시 서울대 교수이던 조국 민정수석이 대담자로 참여한 바 있다. 검찰 인사권을 쥔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시민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 출신이다 보니 검찰 안팎에서는 참여연대 보고서가 검찰 인사의 ‘살생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검사들은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달 초 ‘부적정한 사건 처리’를 이유로 좌천돼 옷을 벗은 검찰 간부들은 대부분 참여연대가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 이들이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특별수사팀장 출신이다. 전현준 전 대구지검장은 MBC ‘피디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 사건, 정점식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관련자 수사, 유상범 전 광주고검 차장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지휘했다.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보고서에 직접 이름이 오르진 않았지만 참여연대가 비판한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에서 해경의 부실구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좌천됐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보고서에서 비판했던 검찰 간부 중에도 27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승진 또는 영전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보고서는 그저 참고 기준 중 하나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과거 수사 경력을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재판 결과 등 누구나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현 정권과 인사권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를 했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책성 인사를 하면 또 다른 ‘줄 세우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다음 달 초 법무부 검찰 인사위원회를 거쳐 10일 전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법무부가 27일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파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사법연수원 기수 파괴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해온 ‘정치 검찰’ 청산을 본격화하는 첫걸음이 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달 초 이른바 ‘우병우 사단’으로 낙인찍힌 검찰 간부들을 여러 명 좌천시키는 충격요법을 썼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가까웠던 일부를 요직에서 배제하는 데 그쳤다.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맞물린 인사로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수가 기존 49명에서 44명으로 줄었다. 특별수사와 공안수사를 맡는 자리에는 비주류였던 간부나 기획부서 근무 경험이 많은 이들이 배치됐다.○ 검사장 승진 12명 중 3명이 호남 출신 이번 검찰 간부 인사의 첫 번째 키워드는 호남 출신의 약진이다. 서울고검장에 전남 장성 출신인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52·사법연수원 19기), 법무연수원장에 전남 영광 출신인 김오수 서울북부지검장(54·20기)이 임명되면서 고검장 승진자 5명 중 2명이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또 12명의 검사장 승진자 중 3명이 호남 출신이다. 특히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동문인 이성윤 서울고검 검사(55·23기·금융위원회 파견)는 향후 검찰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검 형사부장에 기용됐다. 형사부장은 전국 검찰의 형사부를 총괄한다. 조 고검장과 이 형사부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수사를 함께했던 인연이 있다. 조 고검장은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하며 해경의 부실 구조 의혹을 강하게 수사하라고 주문했다가 청와대에 밉보여 한직을 전전했다. 당시 목포지청장이었던 이 형사부장은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을 담당했다. 그는 희생자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는 현장까지 일일이 챙기는 섬세한 자세로 검찰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국 검찰의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엔 전남 여수 출신인 김우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50·22기)이 임명됐다. 2015년 말 검사장으로 승진한 김 반부패부장은 특별수사 경험이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주로 수사하는 일선 특수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검 공안부장에는 공안부 근무 경험이 거의 없는 권익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50·22기)이 임명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안부 조직과 역할을 축소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정윤회 문건’ 수사 검사 두달만에 또 전보 특별수사 부서에서 우 전 수석과 함께 근무한 인연 때문에 ‘우병우 라인’이라는 구설에 올랐던 유상범 광주고검 차장검사(51·21기)와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53·21기),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51·22기)이 요직에서 배제됐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유 차장검사는 지난달 창원지검장에서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을 당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원전 비리, 방산 비리 등 굵직한 사정수사를 주도했던 김 단장은 한직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밀려났다. 이 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수사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임명됐다. 강경석 coolup@donga.com·허동준 기자}
국가정보원이 대공(對共) 수사 기능을 국정원에서 떼어내 정부 다른 기관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23일 공안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국정원 기획조정실은 국내 정보 파트를 폐지하되 대공 수사 기능을 그대로 국정원 내부에 두는 방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 폐지’를 강조해 국정원은 대공 수사 기능 분리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청와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을 경찰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경찰 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 안보를 전담하는 기관을 만들어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을 맡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 내부에서는 법무부 산하에 대공 수사를 담당하는 청(廳)을 신설해 국정원과 검찰, 경찰의 대공 수사 조직을 흡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법무부 핵심 요직인 법무실장에 진보 성향 법관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이용구 변호사(53·사법연수원 23기·사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는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법무부 탈검찰화’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0일 “법무부 법무실장에 이 변호사가 사실상 내정됐다”고 말했다. 법무실장은 기존에 차관급인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맡아온 자리다. 하지만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 이 변호사가 임명될 경우, 직급은 다소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찰간부 인사와 함께 법무부 실·국장급 주요 보직인사도 함께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법원에 근무할 때 우리법연구회의 핵심 멤버였다. 이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8월 남성 고위법관 위주의 대법관 임명 제청에 항의하며 소장 판사들의 연판장 서명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쳤다. 2013년 변호사 개업을 한 후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내곡동 사저 의혹 특별검사’를 지낸 이광범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13기)가 설립한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 합류해 대표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이 변호사는 법원을 떠난 뒤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에서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법개혁 논의의 출발점이 된 법원 내 학술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에도 참여했다. 법무실장은 법무부에서 검찰국장과 함께 최고의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다.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한 법률 검토 역할을 하는 데다 민법과 상법 등 굵직한 법률의 성안과 개정 실무를 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법무실장 자리에 이 변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무부와 검찰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간부는 “이번 인사에서는 검찰 내 주류와 비주류가 완전히 뒤집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당초 법무부의 주요 실·국장 보직 가운데 검찰국장과 법무실장 두 자리는 기존처럼 검사 출신을 기용해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무실장 자리마저 외부 인사에게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법무부 주요 보직 대부분은 외부 인사 또는 법무부 일반직 출신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맡아온 범죄예방정책국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차장 검사급이 보임됐던 인권국장 자리는 모두 비검찰 출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장도 비검찰 출신이 임명될 수 있다. 법무부에서 검사가 맡아온 자리에 외부 인사 또는 법무부 일반직을 기용하려면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 현재 법무부 직제 규정에 따르면 반드시 검사를 기용해야 하는 자리는 22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경석 기자}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사건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주요 하급심 재판에서 TV 생중계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법원은 25일 다시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20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대법관 회의를 열어 1, 2심 주요 재판의 녹음, 녹화, 중계를 금지한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재판 당사자의 인권 문제, 중계 허용 범위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고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 생중계 허용을 반대하는 측은 하급심 재판 생중계가 형사재판 피고인의 사생활 비밀 등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1, 2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더라도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결과가 바뀔 수 있는데, 이 경우 피고인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생중계를 거부할 경우 1, 2심 재판장이 재량으로 생중계를 허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생중계 허용 범위 및 요건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방송 중계를 선고 기일에만 허용할지 또는 최종변론 기일이나 그 이전 단계까지 허용할지가 논란이 됐다. 생중계 허용을 반대하는 쪽은 증인신문이나 증거조사 과정을 방송에 공개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증인이 위축돼 제대로 된 증언을 하기 어렵고, 피고인과 증인의 초상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급심 재판의 방송 생중계 허용 여부는 대법원뿐만 아니라 일선 법원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공개재판의 원칙상 재판 진행 과정의 일부를 생중계로 온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원의 신뢰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라며 찬성했다. 반면 또 다른 부장판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건에서 생중계를 허용할 경우, 사실상 여론재판이 돼 피고인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가 앞서 지난달 5∼9일 전국 판사 2900여 명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설문조사했을 때는 전체 응답자 1013명 중 687명(67.8%)이 “재판장 허가에 따라 재판과정 전부나 일부를 중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상당수 지역에서 1, 2심 재판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재판 촬영을 원칙적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배석준 eulius@donga.com·강경석 기자}

“그동안 사법개혁이라고 해온 것들은 전부 법원과 판사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2005년 말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던진 화두다. 기존의 서면 기록 중심 재판을 탈피해 ‘법정을 중심으로 재판하자’는 공판중심주의와 구술주의를 형사, 민사 재판에 정착시킨 사법개혁은 이 전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전 대법원장이 2005년 9월부터 6년간 사법부를 이끌며 느낀 소회를 담은 책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사진)에서 밝힌 내용이다. 20일 발간될 예정인 이 책은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이 이 전 대법원장과 16차례에 걸쳐 매번 2, 3시간씩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이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했던 대법관들과 전·현직 판사들의 증언을 듣고 사실관계 검증을 거쳐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사실상 이 전 대법원장의 회고록인 셈이다. 이 전 대법원장이 강조한 공판중심주의는 검찰로부터 큰 불만을 샀다. 하지만 이 전 대법원장은 판사들에게 “결론만 옳으면 다 승복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재판의 중심은 법정”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기록에 주로 의존해 유무죄 판단을 했던 관행을 깨고 법정에서 실질적 재판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검찰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 전 대법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장이라고 세워놓고 검찰이 이렇게 흔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별다른 대답 없이 침묵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침묵을 “법에 따라 국가기관이 운영돼야지, 대통령이 중간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대법원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얘기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옳았다고 인정했다. 대통령에게 법원, 검찰의 갈등에 개입해줄 것을 요구한 일은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책에는 김영란 이홍훈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전 대법관 등 이른바 진보 성향의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대법관들이 임명된 배경도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8월 16일 이 전 대법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저녁식사를 하며 대법원장 지명 사실을 처음 전했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특정 인물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달라”며 “개혁적이고 젊은 사람들 좀 등용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다. 기존에 비주류로 분류됐던 법관들이 줄줄이 대법관에 임명된 데는 노 전 대통령과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 전 대법원장의 임기 중반, 이명박(MB) 정부가 출범하며 대법원과 청와대는 긴장관계로 바뀐다. MB가 1999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 이 전 대법원장은 주심 대법관이었다. MB는 판결 직후 미국에 머물면서 대법원에 “이용훈 대법관의 판결은 오판”이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전 대법원장은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그 편지의 내용이 생각났다고 밝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한국형 헬기 수리온 개발사업 비리 부실 감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KAI가 개발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은 장 청장 등 방사청 관계자 3명에 대해 수리온의 결함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전력화를 무리하게 추진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KAI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에 장 청장 관련 사건을 배당하고 기록 검토에 착수했다.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KAI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크게 두 줄기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우선 KAI에 대해서는 △수리온 개발 원가 부풀리기로 54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2015년 10월 감사원 발표 내용) △하성용 KAI 대표가 환차익 10억여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의혹 △KAI가 거액의 상품권을 구입해 정치권 등에 로비를 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KAI가 2015년 공군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큰 줄기는 장 청장 등 방사청 간부들의 비리 수사다. 장 청장 등이 무기체계 개발 및 도입 과정에서 내린 각종 결정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 그 배경에 뒷거래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일이다. 2014년 방사청장에 임명된 장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생이다. 감사원 발표 직후 방사청은 “현재 작전 운용 중인 헬기의 노후화와 이로 인한 전력 공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수리온 전력화를 재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리온 개발·제조업체인) KAI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무리하게 납품받은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장 청장의 휴대전화는 이날 온종일 꺼져 있었다. 방사청은 감사원이 문제를 삼은 수리온 결빙 성능 시험평가 미(未)실시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추세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에서 “방사청은 수리온 전력화에 앞서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극한 환경에서 결빙 성능 시험을 실시해 101개 항목을 평가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사업 일정’을 이유로 이를 추후 진행하기로 2009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체계 결빙 성능 시험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선진국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전력화와 시험을 병행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험평가를 늦춘 것은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특정업체 봐주기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감사원의 지적 내용에 대해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자세다.강경석 coolup@donga.com·손효주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증인으로 ‘깜짝 출석’한 일을 놓고 최 씨 모녀의 변호인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사흘째 설전을 이어갔다. 최 씨 모녀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14일 “전근대적인 ‘보쌈 증언’은 해외 토픽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은 “정 씨 스스로 결정해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라며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특검이 의도적으로 정 씨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 씨에게는 본인이나 어머니 최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법정에서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특검이 정 씨가 변호인과 접견하는 것을 방해해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는 논리다. 정 씨가 12일 새벽 집을 나선 이후 법정에 나타날 때까지의 행적도 문제 삼았다. 이 변호사는 “12일 오전 2시경 정 씨가 특검 관계자의 차를 타고 서울 강남의 한 호텔로 이동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이 여성 수사관도 없는 상태에서, 정 씨를 재판 시작 전까지 8시간이나 데리고 있었던 것 자체가 위법이고 감금”이라고 주장했다. 특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 씨의 요청으로 차량을 제공했고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변호인이 정 씨에게 출석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특검이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하라’는 요구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은 정 씨가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권영광 변호사에게 12일 오전 8시 19분경 ‘밤새 고민해봤는데 증인으로 나가기로 했다. 이게 옳은 선택인 것 같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 정 씨가 자발적으로 증인 출석을 결정했으며, 이 사실을 사전에 변호인에게 알렸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정 씨의 변호인이 정 씨가 자발적으로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일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분위기다. 특히 정 씨가 법정 출석을 위해 집을 나서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을, 정 씨의 변호인이 공개한 일은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CCTV 화면은 최 씨 소유 빌딩과 관련돼 있어 최 씨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정부가 지난해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선정한 배경에 “면세점 수를 늘리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기재부 관세제도과장은 “2015년 11월 롯데와 SK가 탈락하자, 청와대가 기재부에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과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과정에 참여한 기재부 측 실무자다. 이 전 과장은 “롯데와 SK면세점의 영업 중단 문제가 아니었다면 청와대가 (시내 면세점 선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지시대로 시내 면세점 추가 허가를 내줄 경우, 면세점 분야 경쟁력이 가장 높은 롯데가 추가 특허를 받을 가능성도 제일 높았다는 취지다. 청와대가 기존 면세점 특허권제를 신고등록제로 바꾸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도 했다. 이 전 과장은 전임자로부터 “신고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취지에 맞게 특허 수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청와대가 롯데 등에 기회를 주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과장의 법정 증언은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결과와도 맞아떨어진다. 특수본은 국정 농단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에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관세청의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직후였다. 기재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직후 “개선안을 마련해 종합대책을 2016년 7월 발표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월 다시 기재부에 “면세점 신규 특허를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3월까지 신속하게 발표하라”고 독촉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같은 해 3월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비밀리에 독대하며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이달 말 발표할 방침”이라고 알려줬다. 이처럼 서울 시내 면세점 허가가 빠르게 진행된 덕분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2월 다시 특허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관세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검찰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다시 선정된 과정에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의 개입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권오혁 hyuk@donga.com·강경석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면세점 선정 비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롯데에 강한 워닝(Warning·경고)을 줘야 한다”고 지시한 일이 관세청 심사에서 롯데가 탈락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이번 수사에서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감사원이 천홍욱 관세청장과 2015년 면세점 선정 심사를 담당했던 전·현직 서울세관 직원 등 5명을 수사 의뢰한 사건을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해온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배당했다. 천 청장은 면세점 심사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으려고 파기한 혐의(공공기록물법 위반)다. 나머지 서울세관 관계자들은 심사 점수를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가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했다가 지난해 12월 다시 사업권을 되찾은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경제수석실에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 독과점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또 경제수석실을 통해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경제 부처에 “롯데에 강한 워닝을 줘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 때문에 관세청이 롯데의 심사 점수를 의도적으로 깎아 면세점 사업권을 박탈했는지, 이 일이 롯데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천 청장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관계가 면세점 선정 비리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천 청장은 앞서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4월 말 관세청장 임명을 앞두고 최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41·구속 기소)와 비밀 면접을 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천 청장은 관세청장에 취임한 이튿날에는 최 씨에게 식사 접대를 하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충성 맹세’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감사원이 발표한 관세청의 심사 비리에 대해 경악하는 분위기다. 한 신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모두의 실패”라고 말했다. 정부가 특허 허가권을 남용하고 시장을 왜곡한 결과 특혜의 수혜자, 피해자뿐 아니라 모든 시장 참여자가 비용을 치르게 됐다는 얘기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4곳 중 선정 당시 ‘수혜자’로 꼽혔던 두산과 한화는 극심한 영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두타면세점의 영업적자는 1분기(1∼3월)에만 1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 갤러리아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제주공항 면세점과 63점(서울 시내면세점)을 합친 매출은 444억 원, 영업적자는 127억 원이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향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인기 브랜드 유치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1, 2차 면세점 심사 점수 조작에서 피해자가 된 롯데면세점도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사업권 상실로 4400억 원가량의 피해를 본 걸로 추정된다. 또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훼손과 매출 하락 등 추가적인 경제적 손실도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사기를 쳤다’는 말도 나왔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2015년 2차 심사에서) 특허를 내 줄 때에는 ‘이제 당분간 추가는 없다’고 해서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말을 바꿔 추가로 허가를 내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김현수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배우자 A 씨(62)가 불법 무허가 건물을 보유하고 이를 임대하면서 영세상인과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A 씨가 서울 은평구 응암동 대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임모 씨와 올해 2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20만 원에 2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은 계약서를 공개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 다른 가족 4명과 공동 명의로 응암동 대지 157.6m²를 물려받았다. A 씨가 임 씨에게 임대한 상가는 해당 대지 위에 세워져 있지만 건축물 대장에는 올라 있지 않은 불법 무허가 건축물이었다. A 씨와 임 씨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 윤 의원은 “서민을 울리는 ‘갑질’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계약서에는 특약 사항으로 ‘화재 발생으로 손해가 생기면 임차인(과일가게 주인 임 씨)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계약서상 ‘임대 기간(2년) 이전이라도 신축과 매매, 명의 변경 때에는 퇴거한다’는 특약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임대 기간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박 후보자는 배우자인 A 씨의 건축법 위반과 영세상인 대상 갑질 계약 등 위법을 묵인 및 방조한 의혹이 있어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과일가게 주인이 생업을 계속하려고 계약 갱신을 요구해와 기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한 것”이라며 “A 씨가 증여받기 전에도 같은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이 수차례 연장됐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근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한 60대 상인은 “2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그런 특약 조항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50대 상인도 “화재 손해 책임이나 임차 기간 관련 조항을 넣어서 계약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크기나 위치 등으로 볼 때 보증금이나 월세는 비싸지 않은 편”이라며 “(임대) 금액을 낮추는 대신 특약 사항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허동준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사진)는 5일 “부패한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의 적이자 그 사람이 속했던 조직의 적”이라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예고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인사 청문회 준비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과 진경준 전 검사장 ‘넥슨 주식 뇌물’ 사건 등 검찰 고위 간부의 잇따른 비리로 추락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자는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논의가 시작된 발단과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국민적 여망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장 때 정치적으로 편파 수사를 했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수사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좌고우면이 전혀 없었다.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문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20일 열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본 뒤 이르면 이달 말 문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대검찰청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지난달 12일 대구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자리에 직무대리로 문 후보자와 같은 ‘특별수사통’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5기)를 인사 발령 냈다. 대검 관계자는 “1차장 산하에는 8개 형사부, 2개 조사부 등이 있어 사건 결재가 상당하다. 주요 사건들에 대한 수사와 공판이 진행되고 있어 정기 인사 이전에 보직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윤 차장검사는 문 후보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23기)과 함께 2007년 서울서부지검의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수사팀에 파견돼 근무했다. 또 윤 지검장과는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시절부터 여러 차례 함께 일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2006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 수뇌부가 정몽구 회장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하자 두 사람이 함께 사직서를 낸 일은 유명하다. 윤 지검장과 윤 차장검사는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을 찾아가 “정 회장은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 총장의 구속 결심을 이끌어냈다. 두 사람이 워낙 가깝게 지낸 까닭에 검찰 안팎에서는 윤 지검장을 ‘대윤(大尹)’, 윤 차장검사를 ‘소윤(小尹)’이라고 부를 정도다. 윤 차장검사는 2014년 6월 광주지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하며 해경의 세월호 부실구조 사건을 수사할 때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에게서 “해경 전산실을 꼭 압수수색해야 하느냐”는 전화를 받은 일로 올해 초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56·사법연수원 18기)은 검찰 수사의 정석을 몸소 실천해 온 검사로 정평이 나 있다. 검찰 수사 교본에 문 후보자가 담당했던 사건의 수사 지휘 사례와 수사 기법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문 후보자 지명엔 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검찰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전남 무안 출신의 박상기 연세대 교수와 광주 출신인 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각각 장관과 총장으로 임명되면 법무, 검찰의 수장이 모두 호남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12년 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전남 신안)-김종빈 검찰총장(전남 여수) 이후 처음이다.○ 꼼꼼한 수사 지휘로 ‘지존파 사건’ 규명 문 후보자는 검찰 내 손꼽히는 ‘특별수사통’이다. 문 후보자가 다른 검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특수통이 된 것은 전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엽기적인 ‘지존파 살인사건’을 해결한 성과 덕분이었다. 1994년 당시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였던 문 후보자는 경찰로부터 전북 장수군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사건 보고를 받았다. 차량이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 운전자 이모 씨(당시 34세)가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무심히 넘길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문 후보자는 숨진 이 씨가 신발을 신지 않은 점과 추락사고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거의 부서지지 않은 점을 눈여겨봤다. 문 후보자는 자동차 추락현장을 답사하고 부검 내용을 살펴본 뒤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판단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지존파 살인사건을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이다. 이처럼 기본을 중시하고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문 후보자의 수사 스타일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방침과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후보자는 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며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이 원하는 것, 시대정신이 바라는 것을 성찰해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경청 능력을 문 후보자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고 있다. 문 후보자가 부장검사였을 때 한 야당 국회의원이 문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과 울분을 1시간 넘게 쏟아냈다. 문 후보자는 통화 내내 군말 없이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고, 이후 해당 의원은 문 후보자의 팬이 됐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문 후보자가 변호인, 후배 검사 등의 이야기를 권위의식 없이 친절하게 잘 들어주는 까닭에 주변에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강자의 ‘갑질’에 단호” 문 후보자의 검찰 내 별명은 ‘선비’다.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게 그 대표적 사례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현직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을 수사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효성의 비자금 관리자를 조사 도중 체포했고, 이 일로 윗선의 눈 밖에 났다. 이후 문 후보자는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을 때까지 줄곧 민감한 사건을 담당하는 요직에서 배제됐다. 또 문 후보자는 ‘갑질’ 범죄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여 왔다. 2014년 서울서부지검장 때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구속한 일이 단적인 예다.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갑질’ 청산에 검찰이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발탁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과는 중수부에서 각각 중수1과장과 연구관으로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하던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수사팀에도 함께 파견됐었다. △광주(56)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8기 △대검 중수1과장 △인천·부산지검 1차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서울서부지검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강경석 coolup@donga.com·배석준 기자}
한미 정상회담 한쪽에선 대통령 부인들의 내조 외교가 주목받았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단아한 쪽빛 장옷 한복을 입고 문 대통령 곁에 섰다. 한국의 고풍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며 기품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모델 출신답게 프랑스 디자이너인 롤랑 무레의 흰색에 가까운 밝은 베이지색 민소매 원피스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같은 색 구두를 맞춰 신어 우아함을 뽐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해당 원피스는 2319달러(약 265만 원), 구두는 675달러(약 77만 원)라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입은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가바나의 5만1500달러(약 5900만 원)짜리 재킷에 비하면 이날 복장은 ‘수수한’ 편이다.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다. 김 여사는 활달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푸근함을 주는 장면을 종종 연출해 왔다. 멜라니아 여사는 ‘은둔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릴 정도로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기로 유명하다. 다만 이들 모두 결혼 전에는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결혼한 뒤부터 내조에 전념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날 만찬에서 두 사람은 모두 영어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내조 외교를 톡톡히 해냈다. 멜라니아 여사가 “여행이 어떠셨느냐”고 묻자, 김 여사는 “즐겁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한국 시간으로 아침”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부인들은 서로의 의상 코드를 맞추기보다 국가를 대표하는 패션으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대통령 부인들은 만찬 시 드레스 대신 주로 한복을 입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2011년 한미 정상 백악관 만찬에서 한국계 디자이너인 두리 정의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강경석 coolup@donga.com·김현수·황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한미 정상회담 출국길에서도 탈(脫)권위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오후 1시 50분경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수행원이 문 대통령의 가방을 들어주려 했지만 문 대통령은 사양하며 직접 짐을 들고 공항 귀빈실로 들어섰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어깨가 무거운데 짐까지 드시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환송 행사를 최소화하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내각과 청와대, 여당 인사들이 줄 서서 대통령 내외의 탑승 장면을 지켜보는 도열환송도 생략했다. 출국 전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추경은 너무 오래 끌면 효과가 없어져서 시기가 중요한데 걱정’이라고 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이 워낙 반대를 해서 합의문에는 넣지 못했지만 국회에서 개문발차해서 추경 논의를 시작할 테니 걱정 말고 잘 다녀오시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출국에 따라 청와대는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5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방미 수행단 단장은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이 맡았다. 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신현수 변호사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하면서 국정원 고위직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1, 2, 3차장은 국정원 내부 출신을 발탁한 반면에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과 감찰실장은 검찰 출신을 기용했다. ‘정보 역량 강화’와 ‘국정원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이번 인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 문 대통령 인간적인 신뢰 서울대 법학과 78학번인 신 기조실장은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대학 동기다. 이들은 1984년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했다. 검찰에 있을 때는 실력 있는 검사였다. 특히 어떤 사건이든 성실하게 들여다보고 공정하게 처리하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받았다. 사건 당사자의 억울함이 없는지, 법적 오류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고, 이런 점이 조직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이후 검찰에서 폭탄주 문화가 횡행하던 때 그는 동료들과 폭탄주를 마시다가도 음식점에 놓여있던 피아노를 치며 즉석에서 연주를 들려준 일화가 유명하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노무현 정부 때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 대통령 밑에서 사정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신 기조실장은 맡은 일을 깨끗하게 원칙대로 처리했고, 문 민정수석은 이런 그의 인간됨에 깊은 인상을 받고 눈여겨봤다고 한다. 2005년 8월 사정비서관직을 떠날 때는 검찰로 복귀했던 다른 검사들과 달리 검사를 그만두고 김앤장법률사무소로 들어갔다. 친정인 검찰로 돌아가면 승진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라 당시 신 기조실장의 변호사행은 그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일을 계기로 신 기조실장을 인간적으로 믿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주의적인 신 기조실장의 소신은 이번 대선에서 김앤장을 휴직하고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이어졌다. 내각 인선에서는 당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국정원의 개혁 균형추 역할 기대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를 관장하기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실세가 주로 기용됐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조실장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발탁한 김주성 씨가 임명된 것이 한 예다. 코오롱그룹에서 30여 년 동안 일한 김 씨는 코오롱상사 사장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기조실장은 기본적으로 권력욕이 없고 정치적이지 않아 문 대통령이 믿고 국정원 개혁을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때로는 부드럽게 직언을 하는 데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내부 개혁을 시작한 국정원에서 진보 성향 민간위원이 대거 포함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와 국정원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율과 타율 개혁’이 혼재된 상황에서 현재 국정원 내부는 적지 않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고위직 인선이 끝남에 따라 서훈 국정원장은 개혁의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개혁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르면 다음 주까지 자체 조사에 나설 ‘적폐청산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정원 개혁 여론을 등에 업고 리모델링 수준의 국정원 조직 개편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취임 일성으로 ‘국내정보 담당관제(IO·Intelligence Officer)’ 전면 폐지를 들고 나온 서 국정원장은 국내 IO를 없애는 대신 사이버 분야 인원을 대폭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김준일 기자}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83억1700만 원을 지출해 출마한 15명의 후보자(사퇴자 포함)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정당별 후보 선거비용 지출 내역에 따르면 민주당 483억1700만 원, 국민의당 430억300만 원, 자유한국당 338억6400만 원을 지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한국당 후보 3명이 쓴 선거비용은 총 1251억8400만 원이다. 이들 정당은 최종 득표율 15% 이상을 기록해 전액을 보전 받게 된다. 바른정당은 48억3800만 원, 정의당은 35억6600만 원을 대선에서 지출했지만 최소 보전 기준인 득표율 10%를 넘지 못해 한 푼도 보전을 받지 못한다. 득표율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에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받는다. 5개 정당이 쓴 공식 선거비용은 총 1335억8800만 원으로, 2012년 18대 대선에서 주요 정당이 썼던 1034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역대 최대치였던 17대 대선 선거비용 1079억 원 보다도 256억8800만 원이나 많았다. 이밖에 새누리당(후보 조원진)이 10억2800만 원, 민중연합당(후보 김선동)이 11억6000만 원을 지출해 군소 후보 중엔 유일하게 10억 원 이상을 선거비용으로 썼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비용 수입·지출 내역을 9월 26일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한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문재인 정부 내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 주에만 6명으로 ‘청문회 시즌 3’인 셈이다. 26일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으로 28일엔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29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30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 등에 반발해 인사청문 절차를 중단시켰던 야당은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송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 고용부 장관 후보자를 ‘신(新)부적격 3인방’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이들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후보자들에게는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번 청문회가 여야 대치 정국의 새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핵심 타깃 된 3인방 야권은 송영무 김상곤 조대엽 후보자를 ‘부적격 신3종 세트’로 지칭하고 이들에게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송 후보자는 고액의 자문료 수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매월 3000만 원씩 총 9억90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과 방산업체 LIG넥스원에서 매월 800만 원씩 총 2억4000만 원의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게 논란이다. 송 후보자는 LIG넥스원 자문료에 대해 “방위산업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문활동에 집중했고,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송 후보자는 계룡대 군납 비리 사건 수사 중단 지시 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수차례 지시했다”고 일축했다. 송 후보자는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까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 후보자는 여기에 주한 미군 철수 및 한미 동맹 폐기 주장 등 과거 발언으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부터 “교육수장으로는 지나치게 이념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경기도교육감 재직 당시 비서실장의 뇌물수수 사건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부하 직원 사건과 관련해 전혀 부끄러운 점이 없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음주운전 및 거짓 해명, 소속 대학 총장이 허가하지 않은 사외이사 등재, 사외이사 사업장의 임금 체불, 직계존속 재산 신고 누락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첫 ‘지명 철회’ 나올까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6·25전쟁 67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28일 미국으로 정상회담을 하러 가기 전에 이 정국을 풀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청문회를 맡고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방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자진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명도 듣기 전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날 6·25전쟁 67주년 행사에 참석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청문 과정을 봐야 한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도 추경안 심사 등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현안 처리를 위해 김상곤, 송영무, 조대엽 후보자 가운데 적어도 한 명 정도는 자진 사퇴 또는 지명 철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지명 철회가 현실화될지 여부도 관건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진 사퇴는 있었지만 지명 철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지명 철회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추가로 불거질 경우 청와대가 총력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강경석 기자}